vol.00 2014년 여름 | 창간준비호
이야기 주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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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게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은 언니들은 여기로 모이시오! 본 지 <언니네 마당>은 보다시피 독자 언니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잡지이외다. 글, 삽화, 사진, 만화 등 을 보내주시면, 정성껏 편집하여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소. 다음 호 주제는 ‘나’이오. 나에게 쓰고 싶은 편지, 나의 역사, 나의 어릴적 사진 등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보내주시오. 또한 편집, 교정, 자료수집 등 잡지 제작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언니들도 연락 주시오. 함께 재미지게 만들어봅시다! 보내주실 곳: sisters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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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마당 2014년 창간준비호 Vol.00 ∝∝∝∝∝∝∝∝∝∝∝∝∞ 04 | 인사드립니다
어쩌다 마주친 언니로부터
05 | 창간준비호 이야기 주제 결혼 06 | 언니네 단어사전
결혼 관련 용어 모음
08 | 언니네 설문 조사
체험 결혼의 현장
12 | 언니네 단상 12 | 결혼에 관하여 | 코제트 15 | 봄날은 간다 | 김태형 16 | 결혼과 이혼에 대하여 조각내어 보기 | 완두언니 18 | 언니네 수다
결혼이 대체 뭐길래….
24 | 미루 언니의 영화속으로
영화 속 부부
28 | 언니네 인터뷰
한국으로 장가 온 요한씨
30 | 나잘난 언니가 보내온 편지
에스컬레이터 사건의 전말
32 | 언니네 색다른 직업
성북동 문화해설사 박예순 언니
36 | 같은 또래 다른 언니
37세 직장인 싱글언니 | 차희수
37세 전업주부 유부언니 | 이유진
∝∝∝∝∝∝∝∝∝∝∝∝∞ 언니네 마당 | 2014년 여름 창간준비호 | 발행인 정주연, 이다식 | 편집장 정주연 | 편집 정주연, 이다식 | 디자인 정소현 | 고문 마님, 미루 블로그 www.sistersmag.blog.me | 전자우편 sistersmag@naver.com | 트위터 @sistersyardmag | 페이스북 www.facebook.com/sistersmag 본 지는 나눔체, 한나체, 아리따체, 제주체를 사용하였습니다. 가내수공업 잡지 <언니네 마당>이 탄생하도록 서체를 만들어 주신 여러 회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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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드립니다
어쩌다 마주친 언니로부 터 젊었던 시절, 저는 ‘나는 나, 그 누구도 나라는 사람을 바꿀 수도 지배할 수도 없다’라고 생각하며 제 스 스로 자아가 매우 뚜렷한 사람인 줄 알고 살았었습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불리며 살고 있 는 요즘 저는 ‘대체 나란 사람은 누구지? 난 무얼 하는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거지? 내 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고, 싫어하는 건 무엇이지? 이렇게 하루하루 남편과 아이에게 나를 맞추고 살아 가도 나중에 후회는 없을까? 이 텅 빈 느낌은 무엇일까?’ 다시 사춘기 소녀가 된 듯 저의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수많은 질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뇌리를 스쳐갔지만 별 뾰족한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인간 인 것 같았습니다. 자아에 대한 고민과 생활 속 무기력함으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외국에는 뷰티나 패션, 육아 잡 지 외에도 여성 심리나 철학, 자아, 자기 계발, 여성주의, 자연, 일과 취미 등 여러 주제와 관련한 다양 한 여성 잡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다른 내 또래 여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할까? 그녀들과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녀들과 함께 나의 고민을 해결해 보고 싶다. 우리들만의 잡지를 만들어 우리들의 생각을 공유해 보고 싶다’라는 생 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잡지 <언니네 마당>은 대한민국에 사는 이 시대 30·40여성들의 소소한 일상, 생각, 고민들을 함께 나 누고, 서로를 응원해 나가기 위한 잡지로, 2014년 화창한 늦은 봄날, 처음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자 합니다. 각자의 일상에서 바쁘게 움직이면서 틈틈이 모여 만드는 잡지라, 아직은 만족스러운 면보 다 미흡한 면이 더 많을 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꾸준히 여러 여성들의 글을 읽고, 여성들에 대한 이 야기들을 쓰고, 여성들의 그림과 사진들을 보고, 예쁘게 디자인하고, 서로 공유하다 보면,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이 공감을 받고, 마음이 치유 받고,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까….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누구의 엄마이고, 누구의 아내이고, 누구의 딸로 살아가고 있지만 또한 그 ‘ 누구의 누구’도 아닌 ‘나만 의 나’도 분명히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확신을 얻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잡지 <언니네 마당>은 직장 동료들, 같은 어린이 집, 같은 학교 엄마들, 옆집 아이 엄마, 취미 동아리 사 람들, 학교 동창, 선후배 등 가까운 주변 여성들의 일상 이야기와 그들이 살아 온 이야기, 그들의 고민 과 제안 등을 한 곳에 소개하는 잡지로, 각호마다 정해진 주제 위주로 기획 기사, 인터뷰, 에세이, 칼럼, 그림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잡지 <언니네 마당>은 여러분의 관심과 더불어 글, 그림, 사진 등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을 통한 여러분 들의 이야기도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참여는 ‘나를 찾아 함께 떠나는 여행’일 뿐 아니라 우 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는 기쁨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저는 마음속으로 한번 외쳐봅니다. “여성들이여~ 다시 한 번 피어나라~!” 발행인 정주연 4
결혼 우리 어머니의 시대는 결혼이 필수인 시대였다. 그러나 1인 가족구성이 4인가족 구성비를 제친 지금, 어쩌면 우리 언니들은 결혼을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인식한 마지막 세대였는지도 모른다. 엄마들에겐 취집, 동화책에서는 해피엔딩, 누군가에겐 연애의 무덤, 또는 가족의 시작, 혹은 실전, 그 어떤 이름이든 우리는 그것을 결혼이라 부른다. 이 시대를 사는 언니들에게 결혼이란 무엇인 지 언니들 나름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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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단어사전
결혼 관련 용어 모음 정리 정주연 출처 네이버 사전, 네이버 지식iN, 두산백과, 간호학대사전
결혼結婚
혼인
비혼
법률상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생기 는 남녀의 관계. 인류의 역사 가운 데서 정착해온 생활형태이고 종교 나 사회관습과 밀접한 연관을 지 니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성, 출 산, 육아와의 연관이 중요시 된다.
남녀가 부부관계를 맺는 행위 또는 부부관 계에 있는 상태. 혼인婚姻
미혼이라는 어휘가 ‘혼인은 원래 해야 하는 것이나 아직 하지 않은 것’의 의미를 일컫는 경향이 크다고 하여 ‘혼인 상태가 아님’이 라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로 여성학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 비슷한 말: 피혼
미혼未婚
동거 同居
여보
아직 결혼하지 않음. 또는 그런 사람. 비슷한 말: 미혼자 반대말:기혼
부부가 아닌 남녀가 부부 관계를 가지며 한집에서 삶.
1. 어른이, 가까이 있는 자기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 2 . 부부 사이에 서로 상대편을 부르는 말.
자기
아내
색시
‘자기’는 남편을 부르는 올바른 말이 아님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된 여자. 비슷한 말: 규실ㆍ내권ㆍ처妻ㆍ처실.
같은 말: 새색시(갓 결혼한 여자).
안사람
부인夫人
와이프 wife
‘아내’를 예사롭게 또는 낮추어 이르는 말.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 비슷한 말: 현합.
오늘날 젊은 층에서 남들에게 아내를 가 리켜 ‘와이프’라고 말하는 풍조가 퍼져 있 는데, 고유한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를 쓰 는 것은 좋지 않은 버릇
집사람
마누라
주부 主婦
남에 대하여 자기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 는 말.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 낮춤말 마누라쟁이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 아 꾸려 가는 안주인. [비슷한 말] 가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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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男便
신랑 新郞
혼인을 하여 여자의 짝이 된 남자를 그 여 자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비슷한 말: 부서夫壻ㆍ장부丈夫.
갓 결혼하였거나 결혼하는 남자. 반대말 신부新婦
아빠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많은 사람들이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고, 다른 사람에게도 “우리 아빠는 된장찌개를 좋아 하셔요.” 하는 식으로 어린 자녀가 부르는 말인 ‘아빠’를 남용하고 있다. 이 말은 꼭 고쳐야 할 잘못된 호칭어이다. ‘아빠’는 어렸을 때에 아버지를 부르는 말일 뿐이다다.
그이
부군 夫君
여자가 다른 사람을 상대하여 그 자리에 없는 자기 남편이나 애인을 가리키는 삼 인칭 대명사. 아이가 없는 부인이 시부모를 상대하여 남편을 가리킬 때 ‘아비’, ‘아범’ 대신에 쓸 수 있다.
남의 남편을 높 여 이르는 말. 유의어 : 낭군, 남편
시댁媤宅
시월드
‘시집(시부모가 사는 집)’을 높여 이르는 말. 비슷한 말: 시집.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 상, 즉 ‘시댁’을 말하는 신조어 표현.
이혼 離婚
돌싱
<법률> 부부가 합의 또는 재판에 의하여 혼인 관계를 인위적으로 소멸시키는 일. [비슷한 말] 이이離異ㆍ절혼絶婚.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로 이 혼한 여성이나 남성을 이르 는 유행어 혹은 신조어. 그러 나 하나의 단어로 인정되지 는 않음.
결혼애 結婚愛
독신 獨身
결혼한 부부 사이에 생기는 각별한 사랑.
배우자가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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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설문조사
체험 결혼의 현장 설문·정리 정주연 , 이다식
Q1
귀하가 결혼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사람을 만나서… 30대 후반, 결혼 7년차 같이 있고 싶어서 30대 후반, 결혼 9년차 남편이 매달려서(결혼할 생각은 없었으나…)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았다. 30대 후반, 8년차 부모의 권유 30대 초반, 5년차 정년퇴임을 앞두신 아버지의 압박 30대 중반, 5년차 사랑해서 30대 후반, 11년차 유부녀라는 타이틀 자체가 갖는 사회적인 안정감 때문에 누구하고라도 결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40대 초반, 6년차 부모로부터의 독립 40대 초반, 8년차 지금의 남편이 동기, 동창이라 주변에 엮인 인간관계가 불편해지는 게 싫어서 40대 초반, 9년차 든든한 그의 가슴이 탐나서 30대 후반, 13년차 둘 다 자취를 하고 있을 때라 돈도 많이 들고 해서… 50대 초반, 27년차
Q2
결혼한 당신 요즘 어떠신가요?
그럭저럭 행복하다. 30대 후반, 결혼 7년차 so so 30대 후반, 결혼 9년차 평온한 상태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남편의 단점이 자꾸 거슬리고, 짧은 연애기간 만에 결혼한 걸 후회하지만, 다른 남자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을 것이라 위안 30대 후반, 8년차 처음엔 많이 다투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안정감도 들고 좋다. 30대 초반, 5년차 나쁘지 않다. 경제적 여유가 더 허락된다면 훨씬 happy할 듯 50대 초반, 30년차 결혼하기 전에 우려했던 것, 고민했던 것들이 괜한 걱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40대 초반, 6년차 결혼을 해서 아이 둘을 키우며 사는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안 했었으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한다. 40대 초반, 9년차 리얼 행복하지만 더불어 어깨는 왜 무거운 건지…. 30대 후반, 13년차 만족 50대 초반, 27년차 방황하지 않는다(인연을 좇는것.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환상들). 30대 후반, 11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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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많이 들고 하니까 그냥 결혼하자.
Q3
결혼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그 외엔 잘 생각이 안 난다). 30대후반,결혼7년차 쉬는 날 함께 있고, 함께 계획 세우고, 항상 무언가 같이 하는 이들이 생겼다. 30대 후반, 결혼 9년차 부모 심정을 알게 된 점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사랑하는 사람을 매일 볼 수 있는 점 30대 초반, 2년차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가족이 생긴 점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남들처럼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는 점 30대 후반, 8년차 취미활동 하러 다닐 수 있는 점 30대 중반, 5년차 정신적, 경제적 안정감 40대 초반, 6년차) 인생에서 의지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지가 생겼다는 점 40대 초반, 6년차 늙어서 외롭지 않겠구나. 40대 초반, 8년차 아이가 두 명 생겼다는 것과 결혼하라는 주변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 40대 초반, 9년차 내 모든 것을 공유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30대 후반, 13년차 가끔 내가 비합리적이어도 남들에 맞서 날 방어해주는 든든한 남편이 있다. 50대 초반, 27년차
Q4
결혼해서 나쁜 점은 무엇인가요?
가사와 육아, 남편과 아이들 속에서만 살아가다 보니 나 자신을 점점 잃어간다. 30대 후반, 결혼 7년차 혼자만의 긴 여행을 계획할 수조차 없다. 30대 후반, 결혼 4년차 쉬는 날 쉴 수 없다. 30대 후반, 결혼 9년차 늘어난(시댁) 식구. 가족 대소사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내가 챙겨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이 늘었다. 30대 후반, 8년차 시간이나 돈 등을 자유롭게 못 쓰고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30대 초반, 5년차 구속과 책임감 50대 초반, 30년차 연애할 때의 짜릿함, 첫만남의 설렘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30대 중반, 5년차 내 가족이나 내 친구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배우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40대 초반, 6년차 더 이상 다른 사람(이성)을 사랑할 수 없다. 40대 초반, 6년차 나를위한삶이전혀보장되지않으며, 포기할게너무많다. 40대초반,8년차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 30대 후반, 8년차 아이들을건강하고바르게키울수있을까에대한부담감 40대초반,9년차 나, 자유로운 여자야. 근데 지금 좀 불편해. 30대 후반, 13년차 게으름 피울 수 없고, 살림을 놓을 수 없는 점 50대 초반, 27년차
아이들을 건강하고 바르게 키울수 있을까
Q5
결혼해서 내 자신이 변한 것이 있다면?
Q6
결혼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짜증과 화가 많아졌고, 알뜰한 남편 덕에 짠순이가 되어가고, 결혼 전에도 그다지 꾸미진 않았지만 요즘엔 더욱 외모를 가꾸 지 못함. 30대 후반, 결혼 7년차 외모는 +10kg, 돈은 미스 때처럼 썼다가는 파산, 성격이 그 덕에 유들유들해진 듯. 30대 후반, 결혼 4년차 경제적으로 윤택해졌고 외모와 성격은 아줌마로 변신30대 후반, 결혼 9년차 결혼보다는 아이가 생겨서 나를 절반 정도 내려 놓은 듯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내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데 인색 30대 초반, 5년차 좋아하는 술을 끊었다. 30대 초반, 5년차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을 배웠고, 인간관에 대해서도 새로이 알게 됨 40대 중반, 21년차 나보다 남편과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나 30대 중반, 5년차 좀 더 편해진 것 같다. 40대 초반, 15년차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아무하고나 넉살 좋게 어울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40대 초반, 6년차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아졌다. 남편과 함께 살면서 또 시아버지를 만나면서 좀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40대 초반, 6년차 외모는 전혀 가꾸지 않고 있다. 40대 초반, 8년차 자기관리가 안되고, 성격이 거칠어졌다. 40대 초반, 9년차 나 꾸미고 리얼 여자였는데, 지금 나 매우 보이시 해. 나도 거울 보 면 깜짝이야. 열심히 노력해서 나름 경제적으로 좋아졌지만, 성격 강해도 너무 강해. 그래야 애들도 가족도 지키거든. 30대 후반, 13년차 어린 시절 열등감이 심했던 내가 자신감을 갖게 됐다. 50대 초반, 27년차
남편과 치맥 먹을때 제일 행복해요.
사랑하는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30대후반, 결혼 7년차 신혼여행 30대 후반, 결혼 4년차 남편과 저녁에 치맥 먹을 때 30대 후반, 결혼 9년차 첫째 아이 낳았던 순간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잠에서 깼을 때 같이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보일 때 30대 초반, 2년차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아이가 나를 보고 웃을 때 30대 후반, 8년차 가족 여행 40대 중반, 21년차 우리 가족이 부자라고 생각됐을 때 50대 초반, 30년차 아직은 없다. 30대 중반, 5년차 큰일 없이 무난하게 지내는 시간들 40대 초반, 15년차 태어나서 엄마 이외에 매일 나의 안색을 살피며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40대 초반, 6년차 애기 자는 거 볼 때 40대 초반, 8년차 집 샀을 때? 40대 초반, 9년차 힘들었지만첫아이를갖고가족이란힘을얻게되었을때 30대후반,13년차 학창시절 결혼해서 이후 직장에 들어갔을 때 50대 초반, 27년차 아이를 낳아 함께 안던 순간 50대 초반, 27년차 캠핑 다니기 시작했을때 30대 후반, 11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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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결혼이 후회된 순간은?
언제나 내 편에서 힘이 되어줄 것 같던 남편이 실망시킬 때 30대후반, 결혼 7년차 아빠를 꼭 닮은 아이들이 내가 싫어하는 아빠의 행동마저 같이 하고 있을 때 30대 후반, 결혼 7년차 친정이 멀다고 생각될 때 이 결혼 무효하고 싶어라~ 30대 후반, 결혼 4년차 남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상 팍 쓰고 있을 때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 30대 초반, 2년차 나의 ‘애인’이 실은 누군가의 ‘아들’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남편<시부모 아들 =효자!!)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육아가 어렵다고 느낄 때 30대 후반, 8년차 명절에 시댁에 먼저 가 열심히 상 차리고 설거지할 때 30대 초반, 5년차 너무 많아 적기 곤란 50대 초반, 30년차 남편이 사업 실패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봤을 때 50대 초반, 27년차 친구들 연애하는 거 보면 너무 빨리 결혼한 것 같아 후회 30대 중반, 5년차 시댁에 일이 있을 때 30대 후반, 11년차 남편 일이 실패했을 때 40대 초반, 8년차 결혼식장을 나올 때부터? ㅋㅋ 40대 초반, 9년차 하고 싶지 않던 성관계를 강요받을 때 50대 초반, 27년차
Q9
요즘 이런 내가 좋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나 30대 후반, 결혼 7년차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과정이 좋다. 30대 후반, 결혼 4년차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사는 나 30대 후반, 결혼 9년차 웬만한 일로 거의 화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일이 없는 나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일하는 중간중간 책을 읽는 나 30대 초반, 2년차 커리어우먼에서 전업주부로 전환 후 3년 만에 아줌마 생활을 즐기게 된 나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아이에게 좋은 엄마라는 말을 듣는 나 30대 후반, 8년차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나 30대 초반, 5년차 반성하고 고민하는 나 40대 중반, 21년차 전엔 남편 눈치 보여 못 했던 것들을 할 수 있고, 자식으로부터도 해방된 나 50대 초반, 30년차 패션에 일가견이 있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나 30대 중반, 5년차 합창을 하는 나 30대 후반, 11년차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나 40대 초반, 15년차 시간에 쫓기는 듯이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고 여유롭게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된 나 40대 초반, 6년차 작은 일에 분노하지 않는 나 40대 초반, 9년차 씩씩한 나 30대 후반, 13년차 하고 싶은 일은 즉각 실행에 옮기는 나 50대 초반, 27년차 운동을 열심히 하는 나 30대 후반, 11년차
요즘 이런 내가 싫다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화내고 있는 나 30대 후반, 결혼 7년차 다소 완벽주의적인 내 성격 30대 후반, 결혼 7년차 너무 느슨하게 살고 있는 나 30대 후반, 결혼 9년차 내 몸에 지방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남편한테 너무 잔소리하는 나 30대 후반, 8년차 가정주부라는 이유로 자기계발에 소홀해지는 나 30대 초반, 5년차 시간에 쫓기는 생활 40대 중반, 21년차 늙어가는 나 50대 초반, 30년차 시댁이 이유 없이 싫고 그래서 시댁에 가기 싫어하는 나 40대 초반, 6년차 자꾸 괜한 트집을 잡으려고 하는 나 40대 초반, 6년차 경제력을 갖고 싶기도 하고, 갖고 싶지 않기도 하고…. 우유부단한 나 50대 초반, 27년차 내가 뒷전인 나 30대 후반, 13년차 의욕적이지 않는 나 40대 초반, 8년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관하는 나 40대 초반, 9년차 말이 많은 나 30대 후반, 11년차
하고 싶은 일은 즉각 실행에 옮기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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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Q10
행복한 결혼생활의 최대의 걸림돌은?
남편과 나의 성격? 나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지 못하는 친정? 금전적 요구가 잦아지는 시댁? 30대 후반, 결혼 7년차 자영업 하는 남자의 시간을 내지 못하는 빡빡함이 가끔은 버겁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좀 시간을 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30대 후반, 결혼 4년차 배불러지는 캡슐이 개발되면 노벨 평화상 주고 싶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30대 후반, 결혼 9년차 시댁 식구들의 과도한 관심 30대 초반, 2년차 남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는 아빠. 아빠를 싫어하는 아이…. 30대 후반, 8년차 운 좋게도 딱히 없는 듯 40대 중반, 21년차 남편과의 대화 수준, 취미가 맞지 않음 50대 초반, 30년차 육아 30대 중반, 5년차 너그러운 이해심 40대 초반, 15년차 남편 회사의 잔업 40대 초반, 6년차 따뜻하지 않은 남편 40대 초반, 8년차 당연히 경제력! 30대 후반, 13년차 자녀 양육.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 30대 후반, 11년차
Q11
나에게 있어 남편은...
그래도 내가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할 존재 30대 후반, 결혼 7년차 전우 30대 후반, 결혼 4년차 애증의 감정을 갖게 하는 존재 30대 후반, 결혼 9년차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30대 초반, 결혼 1년차 든든한 존재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피 한방울 안 섞였지만 진한 존재 30대 초반, 2년차 의문스러운 존재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이해하기에, 포기하기에, 변화시키기에, 그냥 감수하기에, 매우 어려운 존재 30대 후반, 8년차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우리 가족들 좋은 것 많이 누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고마운 존재 30대 초반, 5년차 나를 성장시키는 존재 40대 중반, 21년차 있으면 짜증나고 없으면 꼭 필요한 존재 50대 초반, 30년차 나를 구제한 존재 30대 중반, 5년차 삶의 원동력을 주는 존재 30대 후반, 11년차 허물없는 친구 같은 존재 40대 초반, 6년차 그냥 가족이다. 40대 초반, 8년차 골치 아픈 존재 40대 초반, 9년차 보물 상자 30대 후반, 13년차 끊임없이 자신감을 주는 존재 50대 초반, 27년차
있으면 짜증나고 없으면 꼭 필요한 존재
Q13
Q12
결혼이란 [
]다
기존의 나에게서 새로운 나에게 맞는 새 옷을 맞춰 그 옷에 나를 맞추는 과정 30대 후반, 결혼 7년차 긴 인생에 꼭 한 번은 겪어봐야 하는 고행 30대 후반, 결혼 4년차 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은 것 30대 후반, 결혼 9년차 꼭 해 봐야 하는 완벽한 독립 30대 초반, 결혼 1년차 보금자리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얼떨결에 시작되어 정신 없이 진행중인….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예쁘지만 너무 무거운 옷 30대 후반, 8년차 희생할 건 희생하고 눈 감을 건 눈 감으면 엄청 행복해지는 것 30대 초반, 5년차 긴 인생의 등대 50대 초반, 30년차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 40대 초반, 15년차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주듯 내 삶을 정리 정돈하게 만들고 엉킨 부분은 풀어주고 가끔 가려운 데는 긁어주면서 인생을 똑바로 빗어주는 빗 40대 초반, 6년차 계산으로 유지될 수 없는 것 40대 초반, 8년차 내가 판 무덤 40대 초반, 9년차 퍼즐!! 서로 맞추며 살아가야 하니까…. 30대 후반, 13년차 도박, 복권 30대 후반, 11년차
요즘 ‘나에게 바란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길! 30대 후반, 결혼 7년차 부스스하고 퍼진 모습을 벗어 던지고, 좀 더 멋지고 지적인 내가 되었으면…. 30대 후반, 결혼 7년차 다이어트 좀 성공하길! 30대 후반, 결혼 4년차 집안일에 익숙해졌으면…. 30대 후반, 결혼 9년차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쉬운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지 말고 생각을 깊이 해서 말을 했으면…. 40대 초반, 6년차 남편을 인간적으로 선입견 없이 바라볼 수 있길! 40대 초반, 6년차 경제활동 하지 않고, 아이랑 한 3년만 쉬었으면…. 40대 초반, 8년차 신랑 건강을 좀 더 챙겨줬으면…. 30대 초반, 결혼 1년차 요리를 잘 했으면…. 40대 초반, 결혼 10년차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온과 온화함을 잃지 않는 성품을 키워나가길…. 30대 초반, 2년차 안식년(6년마다) 한 달간 유급휴가 또는 장기근속(10년마다) 열흘간 유급휴가라도 쟁취! 30대 후반, 결혼 10년차 나를 위한 투자를 많이 했으면…. 30대 후반, 결혼 8년차 나이 들어도 예쁜 아내, 예쁜 엄마 되기 30대 초반, 5년차 꾸준하고 성실하게 40대 중반, 21년차 남편 없이 홀로서기(정신적, 경제적)할 정도로 강한 여자가 되었으면…. 50대 초반, 30년차 아이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가가기 30대 중반, 5년차 조금씩 내려놓는 습관을 했으면…. 30대 후반, 11년차 살건지 말건지 결단을 내리고, 내린 결정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 40대 초반, 9년차 울트라슈퍼우먼으로 거듭나리 30대 후반, 13년차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하거나, 속상해 하지 않길…. 50대 초반, 27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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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단상
청마의 해 정월에 결혼한 말띠인 나는 결혼 4개월 차에 뱃속에 16주된 태아와 함께 매일 강남역을 헤집고 출퇴근하는 건설회사 과장이다. 불과 4개월 전만해도 건설현장을 오가며 온 몸에 사리를 품은 36살 노처녀 대리였던 나의 수식어가 이리도 많아졌다. 또한, 불어난 수식어만큼 내 삶도 여 러 가지로 달라져있다. 연애 때부터 남편은 여느 남자들하곤 달랐다. 기본적으로 30대 후반에 상대 에 대한 몰입도가 마치 20살 불끈한 청년 못지않았던 것도 그렇고….
결혼 4개월 차 언니의 결혼이야기
결혼에 관하여 글 코제트
소개팅으로 만난 지 3번째 만에 ‘꿈이 뭐예요?’라고 대뜸 묻는 나에게 ‘로또가 되거나 돈 많이 벌 어 건물사서 임대업으로 먹고 살기’ 류의 얘기를 하지 않는 첫 남자였고, 소녀 모드로 돌변하여 꿈 에 대해 주구장창 설명하던 나를 외계인 보듯 하지 않는 첫 남자였다. 겁도 많고 남자에 대한 불신 도 많았지만 끊임없이 남자들과 어울리며 반하기도 일쑤였던 내가 달라진 게 그런 남편이었기 때 문일까?아무튼 1년여의 시간 동안 잦은 감정싸움을 해가며 어느덧 웨딩드레스를 입게 되었다. 결혼을 결심한 후 상견례부터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대한민국의 결혼은 다양한 상품 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자본주의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뭐 사실 이런 오지랖 사회에 살면서 남들의 시선이 집약된 결혼이란 것을 하는데 오죽하랴. 애초에 쓰려던 글은 결혼준비과정에서 겪은 쓸모없이 상품화된 우리나라 결혼문화에 대한 성토에 가까웠는데, 그것은 어쩌면 돈 없는 자의 열폭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의 미혼남성들의 찌질화와 미혼여성들의 천민자본주의화를 이야기 할까 했는데 이것 또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혼 전부터 만약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면 가장 간략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비 슷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였다. 다행히 비슷한 생각의 남 편과 만났음에도 진행상의 이러저러한 부침은 많았다. 대부분은 둘 사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양가 의 성향차이와 주변의 입방정에서 비롯된 문제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정반대의 성격과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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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스타일에서 오는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처럼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로맨틱하다. 영화 속 건달인 신성일이 엄앵란이 말한 클래식을 듣게 되고 부잣집 소녀인 엄앵란이 오토바이를 타게 되는…. 물론 신랑은 건달도 아니고 나는 부잣집 딸도 아니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신혼여행 마지막 날부터 대판 푸닥거리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 싸움의 원인은 양가 부모님 선물, 두 번째는 그 뒤로 2주 뒤 그 놈의 명절 설날 제사, 세 번째는 뭐 사실 오늘 아침도 싸웠다…. 아무튼 초반의 싸움 원인은 서로 때문은 아니었다. 이건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싸움 원인도 하나 같이 주변 결혼한 사람들 대부분 겪는 것이라고 하더 라. 그런데 싸움의 형태는 항상 패턴이 비슷하다. 연애 막바지 즈음 알아채고 이걸 어떻게 헤쳐가 야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게 고쳐지기는커녕 사실 더 커지는 것도 같다. 싸움의 원인을 보면 이건 너무나 다른 성격차이다. 서로 닮아서 끌린 사람들은 그냥 무던하게 사는 반면 서로 달라서 끌린 사람들은 그래서 조율을 잘 하면 정말 잘 사는데, 아니면 정말 끝이라고 하더라. 아무튼 우리는 없는 형편을 서로 인지하고 둘이 최대한 알아서 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기 때문에 비용문제에서는 큰 부침이 없었지만 문제는 양가 집안 어른들의 성향이 다른 것이었다. 그럴 때 마다 남편은 본인 부모에 대한 측은지심이 200만 퍼센트는 상승되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모드 는 결혼 후 여지없이 더 날것으로 드러나더라. 그리고 결혼 후에는 결혼 전과는 다르게 서로 성 장해온 배경이나 천성 차이로 인한 부침이 있다. 이건 공동생활을 하는데 따르는 당연한 절차라 고 생각은 하지만 가끔 연애 때를 생각해보면 이 사람 그간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하나하 나 너무나 다르다. 이걸 ‘누가 옳다 누가 그르다’로 판단했다간 핵전쟁이 되기 쉽고, 누가 좀 놓 고 누구는 좀 더 조이고 하는 조율이 필요한데 머리로는 아는데 막상 체화되어 36년을 살아온 터라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 결혼 전 집안에서 내 방안에 해당하는 것 정도만 해결하고 살아왔던 나는 결혼 후 남편이 알아서 척척 집안 살림을 해나가는걸 보며 마냥 신기해만 하다가 이 사람이 어느 순간 불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리스트해서 이것저것 나누자하니 남편은 정없어 보여 싫다고만 하고 그냥 내가 알아서 좀 더 잘해주길 바랄 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나는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함에 즉 각 넣지 않고 모아 놨다 가져가려 했는데 남편은 즉각 다 처리해야하고 바닥에 무언가 흘리면 어느 정도는 좀 뒀다 닦으면 되는데 남편은 그렇지 못한 것. 내 기준에는 회사에서의 업무강도도 세고 집중도도 높은데 집에 와서까지 스트레스 받으며 긴장하고 살고 싶지 않고, 남편은 긴장 체질인지 집에 와서도 자기 전까지 모든 프레임이 딱 박힌 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런 불만은 결국은 내가 참는 만큼 상대도 참는 거였다. 너무 다른 인간과 함께 사는 것이 니 하나하나 배려하고 맞춰야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해?개인적으로 이해란 것은 그저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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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에 불과한듯하다. 애초에 다른 인간인데 어떻게 이해하나?그냥 적당히 넘어가는 거지. 상호간의 행동과 반응에 있어 결혼 전 서로에 대한 자료가 많았다면 좀더 매뉴얼화 되어있을 수 있 을까?글쎄 연애 백번 해본들 좀 더 쉬웠을까?가장 밀접한 관계가 생기면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 한 에너지가 연애 못지않게 드는 걸 봤을 때…. 결혼은 정말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이란 말이 뼈저리 게 느껴진다. 또 다른 세계에 진입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던 종전관계 엄마, 동생, 친 구, 회사에서의 관계가 조금씩 재정립되어가며 생기는 감정적인 것들. 너무 오래 같이 살았나 싶을 정도로 나에게 집중되었던 엄마의 삶에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떨어져야 하는 물리적 심적 거리로 인한 갈등. 같이 몰려다니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놀던 친구들에게서 나 혼자 연대를 못 느끼는 것들. 최신 트렌드가 주류를 이루던 나의 검색어가 인테리어 관련 소품들과 이제는 임신 육아 관련으로 변화 되는 것. 나도 모르게 힘들거나 하면 조금씩 솟아오르는 배를 문 지르며 새 생명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결혼 전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연대라는 개념이 나 자신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 에서 혼자 살다 혼자 하직하는 관점에 맞춰졌다면, 지금은 나와 더불어 내 자식이, 우리 가족이 잘 살기 위한 세상이 어떤 것인가로 좀 더 폭넓어진 고민으로 그 개념이 확장 되었다는 것. 결혼 전까 지 주말 내내 나가서 일하며 중심 구성원으로 임했던 것과 달리, 임산부가 되니 과제나 업무의 중 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그것이 배려이지만 아직은 일 욕심과 상충이 되어 동료들에게 미안해지 기도 하고 상사에게 눈치도 보인다는 점. 나 혼자 소비하면서 느꼈던 자기만족이나 행복을 이제는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면서 그전에는 아 무것도 아니었던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평온하면서도 달달한 행복. 이 모든 것 안에는 물론 들쑥날 쑥한 일상의 비정형적인 패턴이 있기 마련이지만, 다른 무엇을 떠나, 나는 아직은 결혼이란 세계에 문을 열지 않았다면 느끼지 않았을 것들을 기대해 본다. 그것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말이다. 결혼 전 내 자신의 일과 일상만 돌보고 살면 되었기 때문에 그것들에 부침이 있거나 정체되면 더 불안했던 시기 였다면, 이 제는 일과 더불어 가정으로 인생의 무대가 두개로 확장되어 부담이 되기 도 하지만 하나가 조금 부족하거나 힘들더라도 다른 하나에서 쉬어가거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위 안을 얻기도 한다. ‘혼자일 때 보다 함께여서 분노도 슬픔도 2배 크고 2배 잦아지지만, 또한 즐거움 도 행복도 2배가 되니 이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것이 어디 있을까.’ 라며 오늘도 셀프 마약을 투여 해 본다.
코제트님은 오랜 지방 파견 생활로 인해 자연을 싫어하고 도시를 좋아하는 공대 언니입니다. 연애, 결혼, 임 신을 1년 사이 단기 속성으로 경험하며 질풍노도의 행복한 30대를 보내고 있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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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계획 없이 나선 산행에서 조우한 봄꽃들. 꽃비가 되어 날리는 벚꽃, 무리지은 개나리, 화전을 떠올리게 하는 진달래. 은은한 향으로 걸음을 잡아두는 매화,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들. 가만히 돌이켜 보면 나 역시 봄꽃인 적이 있었다.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설레던 그 시절. 결혼을 하고 누구의 아 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로 살면서, 그 작은 손에 여러 가닥 역할의 끈을 팽팽히 그러쥐고, 어느 것 하나 도 놓칠 수 없다는 긴장감으로, 차차 나의 향기도, 나의 색도, 심지어 내가 꽃이었음도 잊고 살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하면서, 희망은 서서히 사라지고 원망만이 늘어간다. 내가 사랑하 는 사람들을 원망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슬픈 일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나에게서 비롯된 일! 어 쩌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잊은 지도 모르겠다.
결혼 11년차 언니의 결혼이야기
봄날은 간다 글 김태형
솔직히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착한여자 콤플렉스로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이제야 내가 행복해지고 싶은 맘이 커져간다. 세상의 중심이 나에게로 옮아옴을 깨닫는다. 늦었지만 더 늦지 않음에 감사 하며 버겁게 느끼던 줄을 하나 둘씩 놓을 줄도 알게 되고, 느슨히 잡는 법도 배우고, 나를 위한 새로운 줄도 욕 심내 본다. 어쩌면 내 인생의 절반쯤인 지금!나는 앞으로의 내 미래가 나로 인해 행복해졌으면 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그렇다!봄날은 간다. 하지만 그다지 슬프지 않다. 봄날이 가면 찬란한 여름이 오고, 무르익는 가을이 오고, 하얀 눈으로 세상을 조용히 덮어줄 겨울이 온다. 내 인생의 봄날은 가고, 봄꽃은 지겠지만 나만의 색과 향기, 노련함을 갖춘 그윽한 한 송이 꽃으로, 그 가을도 또 그 겨울도 찬란하게 만개할 것을 나는 오늘 간절히 희망한다.
김태형님은 ‘천천히, 조금씩, 쉬지않고, 앞으로… 이처럼 살아왔고 살아가고 싶은 나를 사랑하는 나! 너를 사랑하는 나!’를 외 치는 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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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결혼을 위해서는 내 삶의 방식과 패턴을 ‘얇게 조각내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 <언니네 마당>에 모인 언니들처럼 나 또한 20, 30대를 거치면서 결혼과 이혼을 모두 해본 경험자로서…. ‘혹자는 얼마나 많은 경험으로?’라고 반문하겠지만, 결혼 과 이혼은 한번만으로 족하다. 인생은 길지도 짧지도 않기에…. 여러 번의 경험은 머 릿속의 지우개처럼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하는 반복 패턴일 뿐, 신중하다면 신중할 수 있는 본인의 오류로 만들어진 완벽한 그림은 없기에 또한 내 인생에 흠집만 가득 한 더 나은 답을 내는 경우는 없음을…. 신중에 신중을 기했지만 그럼에도 존재했던 오류로 인해 완벽한 그림은 그려질 수 없었고, 또 더 나은 답을 구해보려고 했지만 흠집만이 가득 남았음도 인정한다.
결혼과 이혼에 대하여 조각내어 보기 글 완두언니
한 가지 조언은 해줄 수 있다. 내 인생의 반려자?밥만 잘 주면 잘 따르는 반려견도 아닌, ‘반려자’다. 즉, 남의 편이 아닌 바로 내 남편을 찾으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 는 사람, 말과 행동에 신중한 사람을 찾는 것이 좋은 결혼 생활의 조건이라고 결론 내 리고 싶다. 그리고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을 준비하는 마음과 그에 대 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도 몇 대 몇 비율의 레시피가 필요하듯이 결혼에도 긍 정적 감정 : 부정적 감정 = 5 : 1의 비율이 필요하다. 그렇게 잘 알면서 필자는 왜 이 혼을 했느냐고? 그래,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했다….
결혼 전 가족생애사적 경험이 결혼을 결정할 때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그 이유가 필자에게도 적용되었다. 결혼을 결정한 첫 번째 이유, 결혼을 결정할 시기에 마음의 준비 없이 막연하게 결혼할 나이라는 점을 크게 보았고, 두 번째 이유, 가족들의 강요 가 있었고, 세 번째 이유, 부모로부터 독립의 목적으로 결혼을 생각했고, 네 번째 이 유, 남녀 관계에 대해 전혀 몰라서 등등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결혼에 대한 준 비나 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결혼을 선택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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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절대 최선책은 아니지만 불행한 결혼을 벗어나기 위한 차선책이었다. 내가 판 무덤 속에서 죽은 자처럼 누워 있다가 공포영화 주인공처럼 무덤 속에서 다시 일 어나 이혼을 하게 된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살펴 보니 심리적 문제, 경제적 문제, 종교 적 문제, 성적 문제, 폭력 등의 원인이 있었다. 즉, 언약을 통해 서로에게 제공하기로 한 관계적 약속이 더 이상 기대되지도 않으며 요구되거나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알 았을 때였던 것이다.
이혼의 단계는 감정적인 이혼, 법적인 이혼, 경제적인 이혼, 공동 양육으로부터의 이 혼, 공동체와의 이혼, 정신적인 이혼, 이렇게 6단계로 이루어진다. 이혼여성이 이혼 을 결정할 때는 이혼을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선 택으로 이혼을 결정한다.
이혼으로 파생되는 문제점은?이혼여성들은 사회의 소수집단으로 심리적, 사회 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혼한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과 부정적인 시각이 자신이 선택한 결정이었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 들에게 큰 아픔을 주었다는 죄책감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늘 위축되고 당당하지 못하다. 이혼으로 인한 후유증이라 하겠다. 이혼은 부부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들 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성년 자녀의 경우 부모의 이혼은 개인적,·사회적 으로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럼 이혼 후 당사자의 현실적응 단계는? 첫째 마음 추스르기, 둘째 정리하기, 셋째 주변정비하기, 넷째 경제력 찾아 나서기, 다섯째 관계에서 자기보호하기, 여섯째 주 도적으로 나아가기, 일곱째 안정, 마지막으로 성숙의 8단계가 있다.
이혼 후의 삶은 본인에게도 주변에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험상 결 혼생활의 유지가 본인과 자녀에게 고통이 된다면 오히려 빠른 이혼결정이 올바른 선 택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혼한 가정의 자녀가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보다 한부모라도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완두언니님은 생각이 깊은 아들을 키워낸 출판, 광고 일에 잔뼈가 굵은 미모의 40대 동안 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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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수다
4명의 여자들이 창덕궁, 그 역사적이고 의미 깊은 장소에서 결혼을 주제로 수다를 떨었다. 남들보다 일찍 결혼해서 20년 넘게 결혼 생활 잘 하고 있는 마님언니, 평생 혼자 산다고 고집하다
결혼이 대체
뭐길래…
30대 중반에서야 돌연 결혼해 버린 자줏빛언니, 부모의 정년퇴직에 떠밀려 얼떨결에 사귀던 남자와 결혼한 풍뎅이언니, 그리고 그동안 수 차례 결혼 할 기회는 있었지만 나이 40에 접어들어도 결혼을 딱히 할 필요를 못 느끼는 미루언니. 나이도, 살아온 과거도, 하는 일도, 관심사도 모두 다르지만 4명의 여자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결혼’이라는 주제를 놓고 함께 수다 좀 떨어보았다.
미루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니까 결혼이 가지고 있
왜 하셨어요?
는 주제가 많아요. 부부, 자녀, 양육, 결혼식, 가정, 연
마님 난 아무 생각 없이 했지. 연애의 연장이라 생각
애, 등등. 그래서 딱 결혼이라는 그 단어에 가장 충실
했지.
한 주제를 꼽는다면 ‘부부생활’이 아닐까 생각되는
? 미루 연애의 결론!
데….
마님 연애의 결론이라기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
마님 부부생활?부부?그건 결혼과는 좀 더 다른 이
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하면
야기가 아닐까?
좋을지 생각하다 연애를 쭉 오래하기 보다 그냥 확
자줏빛 결혼이라고 얘기할 때 난 ‘결혼생활’에 대한
붙잡고 싶다고 생각했나? 서두르기는 저 쪽에서 서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내가 우리 각자가 결혼에 대
둘렀어. 그냥 연애하면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
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했던 거 같은데? 시어머니를 모실 상황이었다면 결
준비해 봤어.
혼이 좀 고민이 됐을 텐데, 멀리 계셔서 고민 대상도 아니었고…. 우리 엄마가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어 하
결혼은 왜 하셨나요?
셨으니까, 난 그 것만 아니면 된다 생각했는데 (시어 머니가 지방에) 멀리 계시니까 그냥 어린 나이에 별
자줏빛 응. 일단 여기 결혼하신 분이 세 명, 결혼 안
생각 없이.
하신 분이 한 명. (마님님을 향해) 먼저 언니는 결혼
미루 별 고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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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 생계 대책, 이런 것도 없이 그냥.
생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미리 독립도 했었
자줏빛 결혼 일찍 하셨죠? 스물….
고, 그리고 혼자 살아 갈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
마님 스물다섯.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여중생 정도
었는데, 어느 날 나를 사랑한다는 남자가 나타났고
가 결혼하는 것 같이…. 진짜 아찔하다. 창피하다.(웃
그 남자가 너무 함께 있는 걸 원하니까 거기에 떠밀
음) 갑자기 말하고 나니.
려서 결혼까지 갔어요.
미루 준비된 게 충분했을 수도 있어요. 부모님들도
마님 떠밀려서?
사윗감에 대해 충분하다 생각하고.
자줏빛 그 떠밀렸다는 게 결혼이 가지고 있는 제약
마님 아냐. 좀 성에는 안 차셨었지. 남편이 그때 당시
들이 있잖아요. 가족과 가족 간의 관계, 애기 문제….
직업을 아직 갖고 있진 않았었으니까. 그래도 맏이인
내 스스로 만든 가정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저
내가 빨리 해야 차례대로 자식들을 결혼 보낼 수 있
는. 내가 잘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었
다 생각하셨는지. 난 결혼식이 가장 하기 싫었어. 모
거든요. 근데, 이 남자면 내가 좀 못해도 나머지 부족
두에게 주목 받는 그게 (그 당시) 가장 난관이었지
한 부분을 채워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못해
다른 건 뭐…. (웃으면서)우리 남편이 불쌍하다. 이
결혼 하는 척하면서 결혼했죠.
런 생각으로 결혼했다니.
마님 따질 거 다 따져서 결혼했네.
풍뎅이 맞아. 나도 결혼식은 정말 하기 싫었어.
자줏빛 내가 먼저 결혼을 결심해서 한 건 아니라는
자줏빛 풍뎅이씨는 왜 결혼했어?
거죠. 이 남자도 사실 처음엔 “너랑 살고 싶어”라고
풍뎅이 개인적으로는 일단 아버지가 정년퇴임이 다
했지 “결혼하고 싶어”라고는 안 했었죠.
가오고 있는 때여서 (집안에) 누군가 한 명은 결혼해
마님 맞아. 동거를 할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왜 곧바
야 했어요.(폭소)
로 결혼을?
마님 진짜로 중요한 문제지. 어른들한테는.
자줏빛 그 당시엔 부모님께 숨기고 누구랑 같이 산
풍뎅이 응. 남편도 외국에서 공부 중이었고 나도 결
다는 것이 양심에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혼할 상황은 안됐는데 남편이 공부 마치고 들어오자
불호령이 떨어지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거짓
마자 결혼했어요. 숨 가쁘게. 내 입장에서는 결혼이
말하는 건 제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서 “아무개가 나
독립을 하는 기준이었던 거 같아요. 물론 남편도 사
랑 같이 살러 내 집으로 온대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랑은 하지만 이런 저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내가 독
선뜻 “결혼하고 살아라” 하시더라고요. (웃음) 한 마
립하는 관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는 나이가
디로 지금 남편도 우리 부모님한테 떠밀려서 결혼한
차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는 줄 알았죠.
거죠. 저에게 결혼은 일종의 ‘허가증’ 같은 거였죠.
자줏빛 많은 여자들이 독립을 위해서 결혼을 생각하
한 남자와 같이 살 수 있는 허가증. 솔직히 결혼에 대
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아.
해서 그 이상 더 깊이 생각 해 보고 결혼하진 않은 것
마님 아! 그래 나도 집에 있기 좀 싫었거든. 그 무렵
같아요.
에.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마님 내가 어떤 TV 드라마에 대한 평을 읽은 적이 있
풍뎅이 그런 때가 오는 것 같아요.
는데, 드라마 속 여자가 한 번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
자줏빛 몇 살에 결혼했는데?
하고 또 헤어지고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어쩌면 결혼
풍뎅이 서른 살.
은 상대가 바뀐다고 결혼생활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줏빛 저는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살았어요. 평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그 여자와 맞지 않은 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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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라는 평을 본 것 같은데…. 결혼에 대해 그렇게 부정
가 너무 중요하니까.
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한 남자로 인해 그 모든 생각을 버리고 결혼을 할 수 있었지? 자줏빛 결혼 당시엔 어렵고, 의무감과 책임감이 많
싶은가요? 결혼, 해보니 잘 했다
이 따르고 때론 숭고하고 등등의 결혼에 대한 나름의 선입견을 까마득히 잊고, 결혼을 아주 쉽게 생각했던
자줏빛 마님언니는 현재 결혼 21년차인데 어때요?
것 같아요. 한 번 해보고 아님 말고 뭐 그렇게. 결혼식
결혼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도 아주 조그만 공간에서 가족과 친구들 40명쯤 초
마님 난 남편이 그동안 많이 참으면서 결혼생활이
대해서 밥 먹으면서 남편과 제가 서로에게 전하는 편
지금까지 잘 유지됐다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날 스
지 읽고, 친구들 나와서 각자 한마디씩 하고, 주례도
스로 감당하기 버거워 하던 시기에 애까지 어쩔 수
없고, 축의금도 안 받고, 아주 조그만 가족 행사처럼
없이 돌봐야 했고, 그러면서 남편은 거의 신경을 못
아기자기하게 했거든요. 결혼이 나한테는 내 생활 속
써줬었거든. 결혼생활은 사실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
하나의 이벤트였지, 뭐 운명이고, 그 이후엔 되돌릴
서 가야 되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남편한테 의지하면
수 없고,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서 그렇게 지내왔거든. 그동안에는 사실 몰랐었는데
풍뎅이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할 때는 그렇게
요즘 들어 ‘아~ 내가 무임승차한 거구나’라는 생각
가벼운 마음으로 결혼하는 것 같아요. 겪어보지 않은
이 들어서 이제부터 잘 해야 되지 않을까.
미래는 잘 모르니까.
자줏빛 풍뎅이 씨는 어때요? 결혼 생활?
자줏빛 미루씨는 왜 결혼을 안 했어요?
풍뎅이 결혼한 지 지금 만 8년 됐는데, 그 때 아버지가
미루 지금은 약간 때를 놓친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이 사람이랑 과연 결혼했을까?
굳이 안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이십 대 중반에 연애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이 성격이 무난해서 제가 집
도 하고, 집에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소개하고 했는
안일 잘 못해도 크게 타박 안하고, 여러 면에서 고맙죠.
데 부모님이 제가 결혼하는 것 보다 일단 커리어를
저도 마님언니랑 좀 비슷한 편이에요. 처음엔 집안일
쌓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길 바라셨고, 또 제가 사람
하는 거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집안일은 기본적으로
보는 눈도 없다고 생각하셔서, 두 번이나 부모님 때
여자가 하는 거고 남자는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문에 결혼이 성사되지 못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물
타입이라 그런 남편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일생을
론 부모님과 많이 싸우고 대립하고 그랬었지만, 지금
함께하는 동지로서 어떻게 노동을 나누지 않으려는
와서 생각해보면 ‘철없던 시절 결혼해서 지지고 볶
마음가짐인지 너무 이해가 안가는 거예요. 그 당시에
고 살면서 일찍 결혼한 걸 후회했을 수 도 있겠다’고
는 우리가 맞벌이 부부여서 집안일을 그래도 어느 정
도 생각이 드는 게, 자기애가 강한 부모님 밑에서 자
도 나누어 했으면 했는데, 결국은 내가 마음을 접고, 일
란 그 기질이 어디 가겠나 싶어요. 결혼했으면 가족
을 그만두면서 그 일에 대한 투쟁이 많이 없어졌어요.
들 힘들게 하고, 내 위주로 살고 그랬을 것 같은…. 그
‘전업주부니까 내가 한다’ 어떻게 보면 완벽하게 정리
러니까 딱히 독신주의를 고집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안되고, 그냥 넘어간 상태예요. 내가 다시 일을 하게 되
건 아닌데 대신 나의 기질이 결혼이랑은 잘 맞지 않
면 다시 불거질 소지가 있죠.
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어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줏빛 나는 그냥 저도 마님언니랑 비슷해요. 남편
서 내가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가…. 난 내
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과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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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주고 있고, 제가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을 많이 채워
면 혹은 다른 면에서?
주고 있어요. 상화보완적인 그런 관계가 잘 유지되고
마님 난 애 때문에 내가 좀 달라졌지. 내가 힘들어도
있어 남편에게 고마워요. 단지 제가 가계 재정에 많
애는 내가 낳았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키워야 하
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태에 대해 남편
니까…. 애가 최초로 날 희생해 본 대상인 것 같아. 그
에게 좀 미안하고, 스스로 좀 떳떳하지 못하고 그런
전까지는 누구를 위해서 살아 본 적이 없었거든. 그
게 있긴 해요.
리고 결혼 직 후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시댁에서 설
마님 아이 키우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고 그 이유
거지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내가 이러려고 결
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건데도 돈을 벌고 있지
혼했나?’라는 생각에. 전형적인 공주병이긴 한데,
않다는 것에 대한 위축감이 있다는 거야?
다들 그런 얘기는 하던데?
풍뎅이 우리나라에서는 육아보다 돈을 벌고 직장을
풍뎅이 맞아. 처음 낯선 사람들 가득한 시댁에 가서
나가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새벽까지 요리하고 설거지할 때는 정말….
래서 저도 누가 “요즘 뭐해?”라고 물으면 “아이 키운
마님 눈물이 나지. 종 같은 느낌…. 명절 때만 되면
다”라고 하기보다 “요즘 놀아”라고 대답하죠. 말로
진짜 그런 생각이 들어. 왜 시댁부터 무조건 가야 하
는 육아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돈 버는 게 우선
나. (시댁 갔다) 돌아올 때마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
이다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명절 싫어서 정말 이혼해 버릴까?’
자줏빛 미루씨는 결혼하지 않은 지금 생활이 어때
풍뎅이 그러니까 그 (시댁에서 하는) 노동이 그냥
요? 만족? 불만족?
내가 일하기가 싫다라는 느낌이라기 보다…. 일이 있
미루 음…. 만족하고 있는 느낌?(놀란 듯), 지금이 저
으면 당연히 할 수도 있는 거지만…. 뭔가 내가 일하
로서는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는 상태예요. 객관적인
는 사람 취급 받는다는 느낌. 부리는 사람이 된 느낌
걱정거리. 애가 있나, 속 썩이는 남편이 있나, 빚이 있
이 싫은 거 같아요.
나, 이런 저런 걱정거리가 없는데 그렇게 썩 행복한 느
마님 난 정말 노동이 싫어서 (시댁에서) 일하기 싫
낌이나 뿌듯한 느낌은 안 들어요. 현재 완벽히 자유로
은데. (웃음)
운 상태에서 오는 만족감은 있는데, 진공 같은 느낌, 고
풍뎅이 전 결혼해서 제가 변했다기보다 결혼 전과
립된 느낌이 들어서…. 지금 생활에 만족은 하고 있지
후의 차이점이라 해야 하나? 결혼하고 나니까 이성
만,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 지는 미지수. 그래도 뭐든
에 대해 ‘더듬이’가 잘린 느낌이 있어요. 결혼 전에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좋아요. 그렇지만 성취감이나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만난 이성들이 그 당시에는
뿌듯함에서 오는 행복감은 별로 없어요. 그리고 남들
제가 전혀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결
다하는 거 저만 안하고 있으니까 공감대도 많이 없어
혼하고 나니 ‘그 때 내가 그래도 그들을 이성으로 보
지고…. 인간관계도 좀 소원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님 난 결혼 후 이성을 이성으로 보지 않게 되어서
이 결혼 이후에 언니 자신 점 달라진 이 있어요?
매우 편하던데…. 풍뎅이 물론 해방감도 있어요. 이제 (나의) 에너지 를 그런 짝 찾는 데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한
자줏빛 마님언니는 결혼 이후에 언니 자신이 달라진
점도 있죠. 또 일상에서는 주부 생활이 너무 ‘소모
점이 있어요? 성격에서나 외모에서 혹은 경제적인
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집안일이라는 게 끝이 없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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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요.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까 내 한 쪽 다리가 구덩
풍뎅이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근
이에 빠져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 어린이집을 옮겼더니 경제적 부담이 커졌거든
마님 육아도 좀 마찬가지인 것 같아. 똑같은 일 반복
요. 그래서 가정경제에 좀 보탬이 되고 싶어요. 특히
해야 하고.
요즘 들어 부모님 부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풍뎅이 맞아요. 이런 느낌은 결혼이 아니라 육아로
최근에 아버지랑 같이 병원에 갔다 왔는데 큰병은 아
인해 더 드는 것 같아요.
니지만 혹시 모르니까 부모님 부양 준비도 조금씩 해
자줏빛 난 일단 외모가 너무 초췌해졌고, 나한테 관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심을 둘 시간이 별로 없는 거야. 남편을 보면 결혼 후
미루 저는 좀 제가 제 일을 찾아서 꾸준히 했으면 좋
에 자기 취미나 기호 같은 것들이 별로 변하지 않았
겠어요. 힘들어도 꾸준히 할 만한 일을 찾았으면. 결
거든. 거기에 시간 투자도 많이 하고 그런데 난 내가
혼문제는 좀 더 있다가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그 전에 뭘 좋아했고 여가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
들어요. 옛날에 가졌던 결혼에 대한 환타지가 이젠
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생활에 찌들어 하루 하루
없어서…. 결혼은 그냥 남자친구가 원하니 일단 혼인
정해진 일만 하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그런 사
신고만 하고 나중에 심심할 때 결혼할까?라는 생각
람이 된 것 같아.
도 들고. 아이도 저는 거의 안 낳을 생각이라.
풍뎅이 맞아요. 예를 들면 당장 쌀을 안 씻어 놓으면
마님 나도 요즘 이제 성인이 된 내 딸 결혼에 대한
밥을 먹을 수 없으니까, 닥친 일부터 해 놓아야 하니
생각을 많이 하는데, 옛날엔 딸이 물으면 “엄마는 네
까 나에 대한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죠.
가 결혼했으면 좋겠어”라고 서슴없이 얘기하곤 했는
자줏빛 나를 가꾸고, 느끼고 할 시간은 없고, 나의 색
데, 주위에 보면 시댁과의 갈등이나 남편과의 갈등이
깔도 이제 사라지고…. 그치만 성격적인 면에서 정말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결혼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많이 바뀌었어요. 별로 잘 웃지도 않고, 까칠하고 나
않겠다라는 생각도 들어. 정답은 없지만 자기가 이루
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들도 보이
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은 결혼이 어쩌면 걸림돌이 될
고, 더 많이 웃고 밝게 살려고 노력하고. 결혼하고 많
수도 있을 것 같고.
이 사람 됐죠. (웃음)
자줏빛 요즘엔 사회 생활하는 것보다 집안일 하는 걸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고, 아내가 사회적으로 성공 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 주는 걸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나요? 나에게 바라는 점이
꽤 있더라고요. 부부가 함께 해서 더 큰 시너지를 내 기도 하고요.
자줏빛 현재 생활에서 바라는 점이나 이랬으면 좋겠 다. 그런 게 있나요?
결혼이란 [
]다.
마님 난 집안일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어. 진짜 내 가 좀 더 벌어서 정기적으로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자줏빛 그럼 이제 마무리 하는 의미에서 각자가 생
불렀으면 좋겠는데 명분이 안 서. 집안 식구가 많은
각하는 결혼이란 무엇인지를 한 번 얘기해 볼까요?
것도 아니고, 한때 집안일 해주시는 분을 불러 본 적
마님 난 좀 교과서적인 얘기일 것 같긴 한데, 내가 부
이 있긴 한데 내가 맘이 편치 않더라고. 어디를 어떻
서지는 최초의 경험도 결혼 이후에 처음 해봤고, 또
게 부탁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다른 집안을 만나 적응하면서 새롭게 배웠고, 인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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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측면에서 다른 존재들과 만나면서 나 를 다시 알아가는‘결혼생활은 사회생활’ 인 것 같아. 풍뎅이 난 ‘둥지 같은 것’이다라고 얘기 하고 싶어. 마님 감옥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감 옥이라고 많이들 얘기하던데…. 풍뎅이 감옥은 아니예요. 언젠가 부서 질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 안에서 편 안한 것. 미루 나에게 있어 결혼은…. ‘가정이라 는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집단?’(폭 소) 이건 딱딱하게 말해서 그렇고, 나 혼 자 나를 알아가기엔 너무 힘들어. 그렇지 만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나를 알아가고, 사람을 알아가는 것 같아. 결혼은 그러 의미에서 인간을 알아가는 가장 빠른 길 이지 않을까? 마님 시월드라는 사회가 참 묘한 것 같더 라고. 아예 남이면 안보면 되는데, 피가 섞
결혼에 대한 격언들 • 결혼을 곧잘 복권에 비유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 이다. 복권 중에는 맞는 복권도 있기때문이다. - 조지 버나드 쇼 • 부유한 독신주의자에게는 무거운 세금이 부과되 어야 한다. 그런 사람만 남보다 행복하다는 것은 불공평하기 때문에. - 오스카 와일드 • 사람은 판단력의 결여에 의해 결혼하고, 인내력의 결여에 의해 이혼하고, 기억력의 결여에 의해 재혼 한다. - 알망드 클루 • 머리가 좋은 남편이란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왜 냐하면 정말로 머리가 좋은 남자라면 결혼을 안 할 테니까. - 앙리 몬텔란 • 아내에게 있어서 남편이 소중한 때란, 남편이 없을 때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 3주일간 서로를 연구하고, 3개월간 서로를 사랑하 며, 3년간 싸우고, 30년간 참는다. 그리고 아이들 이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 테누 • 연애는 사람의 눈을 멀게하지만, 결혼은 시력을 되 돌려 준다. - 리히텐베르크 • 웨딩 케이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물이 다. - 미국 격언
인 형제도 아닌데 가족이어서, 남과 내 혈
• 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방해하는 유일존재는 내 남편이다. - 더글라스
육의 그 중간 어디쯤 되는…. 그래서 더 재
• 연애는 급진적인데 반해 결혼은 보수적이다. - 호퍼
미있는 거 같아. 그런 관계도 있구나, 남도
• 연애는 가장 좋은 점들을 드러낸다. 결혼은 그 외 의 나머지 것들을 드러낸다. - 하이타워
아니고 내 핏줄도 아닌 그 관계를 굉장히 잘 설정해야 할 것 같아. 참 흥미로운 관계 인 것 같아. 그 날 우린 결혼에 대한 수다를 ‘시월드’
• 전쟁터에 가기 전에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가게 되면 두 번 기도하고, 그리고 결혼 생활에 들어가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 - 러시아의 속담 • 혼인의 일에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이다. 婚娶而論財 夷虜之道也- 명심보감 치가편[4]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결국 한국에서
• 결혼할 때는 걸어라. 이혼할 때는 달려라. - 유태 격언
결혼은 개인의 문제이라기보다 가족 집단
•나는 지금 지옥으로 가고 있다. - 에이브러햄 링컨
들의 문제인 걸까?아님 개인(여성)과 집
•결혼과 죽음은 뒤로 미룰수록 좋다. - 박명수
단(시월드)의 문제인 걸까?하기야 신문
•도망쳐 - 조석
기사 중에 ‘시월드는 갔다. 처월드 시대
•백명 중 두명에게는 멋진 일이다. - 필립 말로
도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것도 같다만.
• 사랑에 대한 유일한 승리는 탈출이다.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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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 언니의 영화 속으로
영화 속 부부 글 미루
결혼과 관련된 영화 이야기라. 생각해보니 참 광범위 한 주제다. 고민 끝에 그동안 본 영화중 결혼생활과 관련되어 추천해도 좋을 영화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아예 결혼 자체를 주제로 했든, 인상적인 부부가 나 오든 기억에 남는 영화, 그리고 주관적 별점 5점 만점 에 적어도 3.5점 이상 영화만 골랐다. 또한 지나친 오 락 중심의 영화는 제외했다. 일단 화사한 분위기의 코미디부터 시작해볼까. 할리 우드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에 맛깔난 대사들을 즐기 며 기분전환하기에 좋은 영화들이다. <스텝포드 와 이프>는 외모, 살림, 심지어 잠자리까지 끝내주는 완 벽한 아내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비슷하게 밝지만 좀 더 현실 성이 강한 영화로는 <스토리 오브 어스>가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어쩌다 이런 사이가 되었나”라는 질
<대학살의 신>, <아무르>, <멜랑콜리에>, <체인지업>
문에 답하는 듯한, 부부 간 권태기에 대한 심리 보고 서 같은 영화다. 서로 반대되는 면에 끌려 결혼했지
지업>이 있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총각 대 유부남
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원수보다 더한, 심드렁한 사
의 구도에 한껏 원색적인 대사와 몸 개그에 배꼽을
이가 되어 버린 부부가 등장한다. 이 두 영화는 좀 된
잡게 된다. 행복을 위해 미친 듯 살아가다가 역설적
영화인지라 남녀 대결구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
이게도 행복에서 잠시 멀어져버린 젊은 부부가 등장
전제가 조금 식상하다면 비교적 최근 영화인 <체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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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포드 와이프>, <스토리 오브 어스>, <아이엠 러브>
깔끔하고 이성적인 블랙코미디에서도 부부를 다룬
대로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남
영화가 있다. 아이들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날카로움
편을 보살펴주는 헌신적이고 현명한 아내가 등장한
이 덜할 거라 생각했는지, 이 영화들에서는 순수하게
다. 둘 다 할리우드산 영화라 부담 없이 재밌게 볼 수
부부들만, 그리고 다소 지적인 부부들이 등장한다.
있다.
거기다 엄청나게 수다스러운데 그래서 말로 채워도
한쪽의 희생이든 서로간의 신뢰든 부부의 위기가 잘
부족한 공허감이 오히려 느껴진다. 우디 앨런의 <부
극복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의 바람은 아무
부일기>는 말도 많을 뿐 아니라, 탈도 많은 부부들이
리 영화라도 해피엔딩을 만들기는 어려웠는지 잘 극
등장한다. 최근 영화 <대학살의 신>에서는 아이들 싸
복해서 잘 살았다, 라는 영화가 별로 없다. 또 남자보
움으로 만나게 된 두 쌍의 부부가 또 대단한 말발들
다는 여자의 바람이 더 무서운 건지, 더 할 얘기가 많
을 자랑한다. 두 영화 모두 남 얘기 같던 결혼의 위기
은 건지 어째 바람이 소재다, 하면 주로 아내의 바람
가 어느새 내 얘기가 되어 버리는 시점이 흥미롭다.
이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오만방
그리고 두 부부를 통해 부부간 신뢰와 협동의 역학을
자한 남편을 둔데다 여러 면에서 위축된 주부의 자아
정밀한 수준에서 비교해보게 되는 재미도 있다. 여전
찾기를 다룬 진지한 영화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좀
히 말이 많지만 아예 코미디 요소가 빠진 신경증적
더 유럽풍이고, 고급 저택이나 명품으로 눈도 즐겁고
부부를 보고 싶다면 고전영화 <누가 버지니아 울프
싶다면 <아이 엠 러브>도 있다. 착한 남편을 두고도
를 두려워하랴>를 추천한다. 조금 골치 아파질 수 있
바람을 피워버리는(?) 배부른 주부들도 있다. <언페
지만.
이스풀>에서는 그렇게 바람나는 순간을 얼마나 에로
결혼이 주는 큰 장점이라고나 할까, 서로의 부족한
틱하게 그려놨는지 보는 사람이 다 아찔하다. <우리
점을 채워주고 아플 때 보살펴주는 배우자들을 다룬
도 사랑일까>는 더군다나 아직 알콩달콩 신혼인 것
영화들도 있다. 소위 남편, 아내 잘 만난 사례라고도
같은 주부가 갑자기 찾아온 바람으로 달콤한 열병에
볼 수 있겠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알코올중독
걸린다. 그러나 그 끝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바
아내가 병을 이겨내도록 옆에서 끝까지 믿어주는 진
람피우는 남편의 이야기는 워낙 온갖 영화에 감초처
득한 성품의 멋진 남편이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반
럼 들어가 딱히 고르기도 쉽지 않다만, 그나마 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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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이 나온 영화를 꼽는다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
실에 관한 슬픔을 유럽식으로 다룬 영화다. 병으로
트>가 있다. 주식으로 졸부가 된 남자가 조강지처를
인해 예전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급속히 잃어가는
버리고 여시같은 둘째 부인을 들이는 행각이 적나라
아내, 그녀를 힘들게 수발 하는 늙은 남편의 쓸쓸한
하다. 비슷하게 <블루 재스민>에서도 부인한테 잘해
굽은 등이 참 애처롭다.
주면서도 바람을 피우는 부자 남편이 천연덕스럽게
여성 예술가의 불행한 결혼 생활도 종종 영화로 다뤄
등장한다.
졌다. 즉,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지만 사회적 편견이
왜 같이 사는지 모를 암울한 부부들도 있다. 사실 막
나 스스로의 자신감 부족으로 남편의 빛에 가려 꽃을
장 부부는 TV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에서 쉽게 볼
피우지 못한 비운의 여성 이야기다. 화가 프리다 칼
수 있지만, 훨씬 깊이 있게(?) 접해보고 싶다면 <아
로의 <프리다>,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실비아>, 조각
메리칸 뷰티>가 있다. 직장에서 잘나가는 아내와 퇴
가 까미유 끌로델의 <까미유 끌로델>, 사진작가 디앤
직으로 기죽은 남편의 껍데기뿐인 부부생활이 어떻
아버스의 <퍼>가 그런 영화들이다. <실비아>, <까미
게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파국적으로 그려진다. 그래
유 끌로델>은 진지한 드라마라면 <프리다>는 드라마
도 그나마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스러운 면이 있
적 요소와 영화적 요소가 섞여 있고, <퍼>는 영화적
다. <미스틱 리버>는 서로 간의 신뢰가 결핍된 부부
상상력이 풍부하게 들어간 영화다.
의 암울한 말로가 그려지는데, 어찌나 현실적인지 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소탈한 삶을 사는 부부가 등
도날처럼 오싹한 그 느낌이 꽤 여운이 길다.
장하는 영화도 있다. 영화 속 이들은 무난한 성품에
죽음을 겪는 부부들의 이야기도 있다. <영혼은 그대
비슷한 취향을 지닌 친구 같은 모습이다. 행복한 부
곁에>는 배우자의 죽음을 할리우드식 상상과 감동으
부 생활을 원한다면 이들 영화에서 부부가 서로를 대
로 그렸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내용의 <사랑과 영
하는 태도와 대화에 집중해서 보는 것도 도움이 될
혼>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이다. 한편 <래빗홀>은 영
수 있겠다. <킨제이 보고서>에 등장하는 킨제이 부부
화적 상상으로 둔화되는 부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는 같은 길을 걷는, 서로 허물없는 동료 같은 부부다
징한 슬픔을 섬세히 그린다. 자녀의 죽음이 가져온
(그런데 좀 지나치게 개방적인 면도 없지 않다). <아
지독한 상처를 함께 겪어내는 부부가 등장하는, 어둡
무르>에서는 고상하고 우아하게 늙어간 노부부를 볼
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다. <아무르>는 배우자의 상
수 있는데, 서로를 절제된 존중으로 대하는 태도가
<영혼은 그대 곁에>,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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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제이보고서>, <안토니아스 라인>
인상적이다. <세상의 모든 계절>도 노부부가 주인공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남녀 관계에 있
인데, 평범하면서도 수수한 모습이 참 푸근하게 다가
어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생각해보게 한다.
온다.
이렇게 조금 두서는 없지만 쭉 훑어보니 현실에서
소수의 취향을 위해 독특하거나 극단적인 결혼 생활
는 중요하지만 영화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은 것 같은
을 다룬 영화도 덧붙여본다. <안토니아스 라인>은 모
주제가 남았다. 바로 부부간의 성생활이다. 듣자하
계 중심의 가족을 그린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로 한
니 속궁합이 안 맞아 이혼하는 부부들도 은근히 많다
때 여성주의 영화로도 많이 상영되곤 했다. 또 <에브
고 한다. 굳이 이혼까지 가지 않더라도 잠자리 불만
리바디 올라잇>은 레즈비언 부부가 등장하는 유쾌한
은 있기 마련이고 요즘엔 섹스리스 부부들도 많다던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결혼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확
데, 그런 주제를 다룬 영화가 많은 것이 이상하다. 아,
장시킨 시도가 미덕인 영화들이다. 한편 결혼의 고귀
몇 개 생각은 난다. <킨제이 보고서>에서 좀 다뤄지
함, 사랑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린 듯한 결혼식 장면
는데, 아예 성행동을 연구하는 부부가 주인공이니 그
이 들어간 매우 암울한 영화로는 <멜랑콜리아>가 있
럴 만하다, 싶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죽어도 좋아>
다. 이 영화는 임산부나 노약자가 보면 다칠 수 있으
가 있는데 다큐에 가깝고 노부부의 성생활에 한정되
니 주의가 요망된다. 또 기혼자들은 관심 없을 수 있
어 있다. 미국 드라마로는 <텔미 유 러브 미>가 그나
지만, 왠지 결혼과는 안 맞을 것 같은 여자들이 등장
마 부부간의 성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잘 알려
하는 영화들도 있다(굳이 여자라고 제한한 이유는,
지지 않은 드라마라 구해 보기도 쉽지 않다. 살아보
영화 속 엔간한 남자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해당되
고 결혼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한국 영화들이 몇
그보다 더 재밌는 소재가 많기 때문일까. 아니면 굳
개 떠오른다. <아내가 결혼했다>, <러브 픽션>, <결혼
이 그런 얘기를 돈 내고 보러갈 사람이 적기 때문일
은 미친 짓이다>의 여자 주인공들은 쿨하고, 독립적
까. 나는 암튼 이 소재로 시나리오를 구상해보는 재
이고, 자의식이 강하고, 자유연애를 좋아하는 특징이
미에 며칠 또 빠지게 생겼다.
있다. 사람에 따라 이를 철없거나, 민폐거나, 이기적
미루님은 혼자 땅굴을 열심히 파고 있는 언니입니다.
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27
| 언니네 인터뷰
한국결혼
한국으로 vs유럽 장가온 요한씨
결혼
인터뷰·정리 정주연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매우 보편적이고, 결혼한 부부들의 생활 모습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결 혼식자체의 모습도 거의 동일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고,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 모습도 서 로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도 나올 수 있나 보다. 과연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을까? 다른 나라의 결혼 문화, 결혼 생활은 과연 어떠할까? 물론 우리 네와 비슷한 나라들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겠고 나라별로 또 많이 다르겠지만, <언니네 마당>은 한국인과 결혼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인 요한 씨를 만나, 유럽의 결혼 문화와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유럽인들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필수라고 생각
게 유산을 물려 줄 때 법적으로 문제없이 처리 될 수
하는 편인가요? 사랑과 결혼의 관계에 대해 일반적으로
있도록 하고 싶다든지, 그런 재정적, 행정적 이유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문에 말이죠. 물론 결혼이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이
(난감한 듯) 일단, 유럽인들이 ‘일반적으로’ 결혼에
고,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워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종교적, 이
낙 결혼 이외에도 다른 형태의 커플들의 생활들이 존
념적 권리이니까 물론 존중해야겠죠. 그렇지만 많은
재하고 있고, 결혼 자체를 하고 안 하고 하는 문제는
사람들이 사랑과 결혼을 연관 짓지 않고, 결혼은 서
매우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별로 논쟁거리가 되지
류에 불과 하다고 생각합니다.
않기 때문입니다. 유럽인들 중 일부는 결혼을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계약에 불과하기 때문이 죠. 그들은 사랑하는 관계를 계약으로 규정한다는 것
우선 결혼은 의무적으로 지방 자치 단체에서 행해집
자체를 거부합니다. 또한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하지
니다. 각 지자체별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않고 함께 하다 결국에는 행정적인 이유로 어쩔 수
갖추어져 있어 그 곳에서 지자체장이 결혼을 선포해
없이 결혼을 하는 커플들도 많습니다. 집을 공동명의
야만 결혼이 성사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혼이 매우
로 산다든지, 결혼하면 세금을 덜 낸다든지, 자식에
행정적인 성격이 강하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28
그 다음 종교적으로 교회와 같은 곳에서 결혼하는 것
하지 않는 경우는 좀 드문 편이죠. 집안의 경제권도
은 당사자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지자체에 어느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갖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을
정도의 결혼 비용을 지불하고, 결혼식 후 친구들과
돌보는 일도 아내가 전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의식
가족들이 함께 축하연을 여는 장소(음식점이 대부
도 많이 없는 편입니다. 부부가 서로의 독립적인 삶
분)를 빌리는 비용 외에는 결혼 비용이 별로 들지 않
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유
아요. 결혼식에 초대받은 이들은 대부분 신랑신부의
럽의 모든 부부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일반화
새 보금자리에 필요한 식기들, 쟁반과 같은 작은 선
시켜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물들을 결혼식에 가지고 오거나, 신랑신부가 미리 작
다르고 부부마다 다르니까요.
성한 결혼축하 선물 목록에 적혀 있는 것들 중에 선
한국은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편
택해서 돈을 모아 선물해 주거나 합니다. 그렇게 하
인데 유럽은 어떤지요?
면 신랑신부가 살림에 꼭 필요한 것을 선물해 줄 수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주로 부부가 동
있으니 합리적이죠. 결혼비용은 주로 신랑신부가 지
등하게 나누어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들을 돌봅니다.
불하고 그들의 부모들은 약간의 재정적 도움을 줄 수
물론 부부에 따라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이
는 있겠죠.
있을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내가 있을 수 있지
프랑스인들은 시댁과 처가 가족들과 어느 정도 가깝게
만, 많은 부부들이 한 사람이 요리를 하면 다른 사람이
지내는 편인가요?
설거지를 하거나 하여 할 일들을 나누어 동등하게 하
프랑스에선 양가에 대한 의무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
는 편입니다. 상호보완적으로 말이죠. 아이가 생겨 남
지 않습니다. 한국은 명절 땐 꼭 찾아뵈어야 하고, 자
편은 아빠가 되고 아내는 엄마가 되면 남편의 역할과
식이 부모를 모셔야 하는 등의 많은 의무가 존재합니
아내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됩니다. 엄마가 된 아내는
다. 그러나 프랑스에선 명절 때 가고 싶으면 가고, 부
엄마의 역할에 집중하고 아빠가 된 남편은 엄마가 된
모를 모시는 일도 그 누구의 눈치를 보고 결정할 필
아내를 전적으로 응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요가 전혀 없습니다. 부모 된 도리, 자식 된 도리라는
한국인들의 결혼 문화와 결혼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
게 별로 없는 편이니까요. 어쩌면 한국에서 말하는
하시나요?
‘정’이란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부모 자식 간에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들은 결혼 이후 개개인의 자주
도 개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을 타인에게
성이나 인간성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
강요하지 않는 유럽 문화에서는 시댁과 처가와의 관
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진정으로
계에서 이러한 것들(한국에서는 거의 의무적으로 처
함께 살고 싶어 결혼하기보다, 사회 규칙과 규범을
가나 시댁에 행해야 하는 것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따르기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그래
않습니다.
서 어느 정도의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하려고 서두르
유럽 아내들은 어떠한가요?
거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결혼하는 등
유럽의 아내들은 주로 결혼 이 후에도 자기 자신만
사회 규범 안에 머물기 위해 결혼을 의무감으로 하는
의 삶을 즐기길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남
경우가 많아, 결혼생활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결혼을
편이나 보모 등에게 맡기고 밖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결정하는 이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인
일을 하거나, 가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함께 어울리
들의 결혼에 대한 저의 이러한 생각은 많이 틀리거
는 것도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나, 왜곡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결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영화, 연극, 전시 등을 보
심하고 현재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
러 가는 일 등)이나 기호 식품(술, 담배 등)을 즐기는
나 한 번쯤은 진정한 결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
것 등을 결혼했다고 혹은 아이가 있다고 하고 싶은데
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29
| 나잘난 언니가 보내온 편지
에스켈레이터 사건의 전말 글 이다식
※주의 : 본 글은 약간의 사실과 다량의 과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 그날은 그러니까 2014년 5월이었습죠. 소인 은 동무들과 오랜만의 회합을 마치고 저녁 9시쯤 토끼
같은 새끼와 나무늘보
같은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 니다요. 차가운 어둠이 내려앉은 청량리역은 왠지 문제의 청량리역
을씨년스러운 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았죠. 지하철을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로 진입했습니다. 소인의 다리는 소중하니께요.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어! 저 아저씨!” 하는 외침이 들리는 겁니다. 소인이 내려다보니 바로 옆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
한 분이 에스컬레이터를 타
던 중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겁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죠. 그러나 다행히 아저씨는 술 취한 사람 특유의 스텝으로 자연스럽게 주저앉듯 뒤로 넘어졌고 많이 다치진 않은 듯 했죠. 전 가슴 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워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에 스컬레이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위로 위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죠. 그런데 모두 서서 바라보 고 웅성거리기만 할 뿐 아무도 아저씨를 도와주지 않는 겁니다. 아저씨를 태운 에스컬레이터는 점점 더 꼭대기 계단으로 향하고 있었죠. 머리카락이나 옷자 30
락이 저 우악스러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안되겠다. 이건 내가 나 서야겠다’ 싶었던 거죠. 소인은 <예스마담>의 양자경처럼
에스컬레이터 반대편으
로 훌쩍 뛰어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못하고, 제가 탄 에스컬레이터가 안전하게 바닥에 도착했을 때 목표물인 아저씨를 쓱~ 쳐다봤죠. 아저씨는 뒤집어진 풍뎅이 마냥 버둥거리며 일어나 질못하고있었습니다.목표물과의거리를확인하고,그야말로바람처럼!혹시슈퍼소년 앤드류를 아시나요?
네. 바로 그겁니다. 아저씨를 향해 달려가 일으켜 세웠죠. 그야말
로전광석화,탄지지간,여조과목,명모호치였죠.그리고모여바라보기만하는사람들에게일갈했죠. 한번만 도와주세요! 마침 건장한 아저씨가 달려와 술 취한 아저씨를 부축했고 저는 바닥에 떨어진 동 전과 열쇠가 에스컬레이터로 빨려 들어가 청량리역이 폭발하고 수많은 인명피해 가 날 뻔한 순간! 그것들을 주워 위기를 모면했죠. 정말 일촉즉발의 순간이었죠. 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우레와 같이 들리지 는 않았지만 아저씨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받았습죠. 아저씨에게 동전과 소지품들을 전해주 고 전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마치 모든 일이 끝난 후 떠나는 영웅의 쓸쓸한 뒷모습이랄까
전광석화 電光石火 | 번갯불이나 부싯돌의 불이 번쩍 거리는 것과 같이 매우 짧은 시간이나 매우 재빠 른 움직임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요? 그곳의 공기는 말 그대로 청량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탄지지간彈指之間 | 손가락을 튕길 사이라는 뜻으로, 아주 짧은 동안을 이르는 말.
소인은 옷깃을 여미며 “이로써 지구의 선과 악의 스코어는
여조과목如鳥過目 | 새가 눈앞을 날아 지나간다는 뜻 으로, 세월이 빨리 지나감을 이르는 말.
1:1이 되었군.” 라고 중얼거리며 밤에 젖은 청량리역을 떠났
명모호치明眸皓齒 | 맑은 눈동자와 흰 이라는 뜻으로, 미인美人의 모습을 이르는 말. 은근슬쩍 이런 글을 끼워 넣은 필자의 음흉함이 엿보인다. 출처: 네이버 사전
습니다. <나잘난 언니가 보낸 편지> 코너의 원고와 사연을 기다립니다! 최근 있었던 일, 평소 잘하는 일, 그 외 자랑하고 싶은 모든 사연을 보내주시면 각색, 윤색, 미화해드립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보내주실 곳: sisters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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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색다른 직업
많은 여성들이 새롭게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아님 기존 직장이 맘에 안 들어서, 그것도 아님 이제 정말로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 그것도 아님 단순히 집안일과 육 아에서 벗어나고자…. 저마다 각기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유야 어떻든 일을 한다는 것은 자아실현과 자존감을 높이는 일과 자신감을 얻는 심리적인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만은 틀림없는 사실. <언니네 마당>은 새로운 일을 찾는, 특히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는 여성들을 응원 하기 위해 ‘언니네 색다른 직업’ 코너를 고정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세상에는 여러 이색 직업들이 존재하겠지만 <언니네 마당>은 그중에서도 30·40여성들의 생활 패턴에 적합한, 그리고 그들의 관심사에 맞는 사회 활동 및 직업들을 소개하고 현재 그 일을 하 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 화와 역사를 알리고 홍보하는 ‘역사문화 해설사’ 직업을 소개한다.
새롭게! 색다르게! 생기 있게!
성북동 역사문화해설사 박예순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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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해설사 직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에서 성북동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성북동
특정 지역의 관광객이나 주민,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의 역사문화를 해설해 주는 사람이 되었네요.
지역의 문화 유적을 안내하면서, 지역과 관련한 역사 와 문화 자연뿐만 아니라 지역에 얽힌 이야기, 일화
역사문화해설사는 어떻게 될 수 있나요?
등을 들려주는 전문직입니다. 역사문화해설사는 그
지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누구나 역사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알리는 알리미 역할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엔 여러 지역 자
하는 직업이죠.
치체나 관광청, 문화원 등에서 역사문화 해설사 양성 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일정 기간 동안 역사, 스토
역사문화해설사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리텔링, 건축양식(한옥), 문학, 박물관, 다문화 체험,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학생 엄마들끼
실습, 응급처치 등 각 지역의 특색에 따른 다양한 분
리 자체적으로 팀을 이루어 아이들과 함께 지역 유적
야에 대한 강좌를 이수하고 나면 역사문화해설사가
지를 탐방하는 것을 보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될 수 있습니다.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저로서는 아이들에게 문 화유산에 대한 좀 더 정확하고 많은 지식을 전달하고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성북구 마을기
아무래도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만 하다 사회
업인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협동조합에서 운영
활동을 하게 되니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활기차고 좋
하는 ‘성북동 역사문화해설가 양성 과정’을 접하게
습니다. 결혼 전 임용고시 준비하면서 선생님의 꿈을
되었고, 그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성북동 역사문화해
꾼 적도 있었는데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이 지역
설사가 되었죠.
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쳐 주는 이 일이 무엇보다 저
처음엔 그저 ‘내 아이들 역사문화 탐방 교육을 내가
의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고요. 저희 아이들도 일하는
데리고 다니며 제대로 해보자’라는 소박한 생각에서
엄마, 공부하는 엄마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
옆에서 같이 공부도 하고, 일하는 엄마를 도와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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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고 그래요. 실제로 초등학생 단체 탐방 수업 준
신 분들이 댁에 돌아가셔서 “재미있게 투어 잘 했다.
비 시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들과 저학년인 아들
고마웠다”고 써 보내주시는 메일을 읽을 때면 몹시
이 각 학년 별 눈높이에 맞게 수업을 준비하는 데 있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역사와 유 적지에 관심이 많고 공부하길 좋아하는 제 아이들을
역사문화해설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보면 ‘이 일을 하길 정말 잘 했구나’하고 보람을 느
처음부터 어떤 분야에 자질이 있지 않더라도, 사람
낍니다. 또 지역 주민들이나 학교 아이들, 학부모들
은 원하면 충분히 자질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
사이에선 ‘역사 해설 선생님’으로 통하고 알아봐주
다. 제 동료들 중에도 저처럼 처음에는 자신이 없거
셔서 매우 뿌듯해요.
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신 분들이 계시는 데, 그 분들 모두 여러 번의 실제 경험들을 통해 이러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이제는 모두 전문가답게 잘
사실, 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별로 없는 것 같아
해내고 계십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특별히
요. 일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부족한 면이 자꾸 보이
필요한 자질은 없다고 생각해요.
고 그 부분들을 더 공부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의 연속 이어서 항상 긴장감을 놓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역사문화해설사를 희망하는 30·40 여성분들께 조언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부탁드립니다. 보통 역사문화해설사 하면 궁이나 유적지에 상주하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면서 안내와 해설을 해주시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맨 처음엔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것이
연상하는데, 요즘엔 젊은 사람들이 더 다양하고 더
많이 떨리고 긴장도 되고 해서 ‘비라도 와서 투어가
많은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이 직업의 영역을 넓혀
취소되었으면….’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엔 투어 하
가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젊은 여성들이 가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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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탐방하시는 분들과의 소
향후 목표와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통 면에서 그 누구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특히 자녀
현재 성북동 역사문화해설사가 2기까지 배출되었고
를 둔 역사문화해설사들은 아이들과의 소통에서 매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역사문화해설사들을 발굴할
우 뛰어나죠.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서 그런
예정에 있는 이 시점에서 1기 성북동 역사문화해설
지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또한 이 분들은 매
사로서 좀 더 역량 강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
우 활동적이고 의욕적이고, 열정적으로 단순히 탐방
어 현재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고, 좀 더 흥미로운 해
에서 끝나지 않고, 문화 체험 학습이나 놀이, 게임 등
설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고, 각 학년별
탄탄하고 알찬 내용 구성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
교과와 연계해서 더 재미있고 흥미 있게 설명하기도
다. 또한 앞으로는 지역 내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합니다.
진행 할 예정이어서 그 준비도 잘 해나가야 할 것입 니다. 현재 나가고 있는 복지관과 학교 수업도 꾸준 히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아이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우연히 시작한 이 직업이 신 나고 재미있어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심양 면으로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 는 말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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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또래 다른 언니
학창시절 같은 놀이를 하고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던 두 소녀는 30년이 지난 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본 코너는 같은 나이인 두 명의 언니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언니들의 과거와 지금 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다른 언니들을 통해 나의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앞으로 다양한 연 령의 언니들 인터뷰를 실을 예정이다. 본 회는 37살의 싱글 직장 언니와 아이 둘을 둔 주부 언니 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1978년 8월생
차희수
37세 직장인 싱글언니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어떤 관계인가요? 2명. 모친과 살고 있습니다. 언니는 어떤 곳에서 살고 있나요? 그리고 언니네 동네에 서 언니가 가장 좋아 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다세대주택. 동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굳이 꼽 자면 「물고기 파는 꽃집」. 우리 동네 꽃집인데 정말 정
언니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5년 전과 10년 전
말 예쁩니다. 그래서 자꾸자꾸 가고 싶고 오래 구경하
에는 각각 어떤 일을 했었나요?
고 싶어요.
인터넷 유통. 5년 전도 10년 전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습
요리는 직접 하나요? 어떤 요리를 즐겨하고 좋아하는지
니다.
요? 장은 어디서 보나요?
요즘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요?
No. 혼자서 해먹는 건 가끔 김치볶음밥과 라면 정도이고
자기 전 침대에 누웠을 때~ 특히 금요일 밤!
보통은 엄마가 다 해주십니다. 요리와는 별개로 장은 꽤
요즘 가장 하기 싫은 일은 어떤 건가요?
보는 편인데 가깝고 편한 시간대에 이용이 가능하기 때
집안일(청소,빨래 등 등). 요즘 들어 손 하나 까딱하기 싫
문에 주로 집 근처 큰 마트를 이용합니다.
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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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봄이 되니 꽃, 나무, 분갈이 같은 원예에 관심이 있어요. 무언가를 배우려고 찾아보는 노력은 하고 있으나 딱히 정하지는 않은 상태예요. 요즘 고민거리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나. 결혼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과 더불어 나의 미래. 요즘 우리 사회를 보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아무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희수 언니가 좋아하는 마을 장소 「물고기 파는 꽃집」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선생님. 아마도 이때의 대세가 선생님이 아니었나 싶어 요. 요새로 치면 연예인처럼 정말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는 그녀의 모습이 독립적이고 당당해서 나도 모르게 동
건 아닌 거 같고 남들도 다 그러니까 나도 해볼까 정도의
경의 대상이 되었던 건 아닐까 싶어요.
생각이었던 듯 하네요.
학창시절 좋아했던 연예인이 있나요? 콘서트나 영화를
어린 시절 어떤 놀이를 하고 놀았고 기억나는 놀이가 있
보러 간 적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다면 어떤 것인가요?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연예인은 없어요. 그러다 나이 삼
다방구, 비석치기, 말뚝박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쥐
십 살에 갑자기 팬질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죠. 허나 그
불놀이, 돈까스 등등. 지금은 TV속 옛 드라마에서나 볼
것도 7~8년 되니 시들해졌어요. 잠시 팬질에 관해 이야
수 있는 강강술래도 해봤어요. 나름 서울 토박이인데 그
기하자면 나이 들어 팬질을 한다는 건 곧 여유가 있다는
때 당시 목동은 촌이어서 집에 닭, 토끼, 개, 고양이 다 길
뜻이고, 이건 어린 학생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죠. 굳
렀고 여름이 되면 메뚜기도 잡아서 튀겨먹고, 겨울엔 구
이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나이
기자 따먹고 하던 것이 일상이었어요. 애들이랑 시간가
들어 팬질한 게 매우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일단 여유
는 줄 모르고 놀다 늦게 들어가서 엄마한테 빨가벗겨져
가 있으니 하고 싶은 건 왠만하면 다 해볼 수 있고, 정상
쫒겨나기도 했었죠.
적인 성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이성을 갖고 팬질을 한다
초등학생 때 좋아했던 TV프로나 만화가 있다면 어떤 것
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있었나요? 그것의 어떤 부분이 좋았나요?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친구나 선생님 등 기억에 남는 사
우주의 여왕 쉬라. 당시는 그냥 멋져 보이고 예뻐서 좋아
람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 혹은 지금까지 만났던 사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만화 주인공 중에 거의 유
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어도 좋습니다.
일한 여자히어로가 아닌가 싶어요. 독수리 오형제
위에서도 말했던 목동에서 살던 어린 시절 앞집 친구 영
중의 여자처럼 서브 캐릭터가 아
아가 기억나요. 정말 착해서 약간은 멍청할 정도였던 얼
닌, 밍키나 새롬이처럼 변신마
굴이 하얗고 예뻤던 친구 용영아.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법이 아닌 여왕의 신분으로
본적은 없지만 이 질문을 받고나니 문득 기억이 나네요.
백마를 타고 나타나 누
가장 즐거웠던 여행은 언제 어디였나요? 여행 중 있었던
구의 도움도 없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소개해 주세요.
혼자 지구를 지키
친구(애인이 아닌 막역한 사이의 남자사람 친구)와 북해
↖ 희수 언니가 동경한 우주여왕 쉬라 37
도 몇 개 도시(하코다테, 치토세, 삿포로, 오타루, 비에
데…. 치토세에 있는 료칸에서 식사를 가져다주신 아주
이)를 돌았었는데 배낭여행까진 아니어도 여행사 상품
머니가 내 친구를 보며 나한테 물었어요.
이 아닌 내 힘으로 비행기, 숙소, 교통편을 알아 본 장기
“아이구 잘생겼네. 아들이여?”라고…. ㅜㅜ
여행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내 친군 나와 대학동기. 즉, 나와 동갑인데 말이죠. 불행
아, 이건 그 친구에게는 아직까지도 비밀인 에피소드인
중 다행히 내 친군 일본어를 하지 못했고 나는 너무 당황 했지만 모른 척하고 아줌마 말을 못 들은 척해버렸어요.
1. 희수언니가 보라카이 샹그릴라 리조트 숙소 발코니에 앉아서 찍은 풍경사진. 이 테이블에 앉아서 음악도 듣고 샴페인 한 잔 마시며 때론 아무말 없이 있어도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2. 오키나와의 만좌모 3. 앙코르와트
하지만 여행 내내 내 친구 보고 ‘각꼬이(멋지다)~’ 를 남 발하던 아줌마들 때문에 정말 짜증났던 기억. 지금 생각 해도 열불나네요! 지금까지 봤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언제 어디였나요? 캄보디아, 씨엠립에 여행갔을 때 앙코르와트 유적을 보 고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특히 새벽녘 동이 틀 때쯤 의 앙코르와트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사전지식이 없다면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여 행가기전 관련 책 한 권을 독파해서인지 그 경관의 웅장 함과 아름다움과 역사의 아픔이 동시에 느껴져 더욱더
1
잊지 못할 경관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만간 여행계획이 있다면 언제, 어디인가요?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3년 이내에 꼭 오스트리아의 할 슈타트 혹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가보고 싶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로맨틱했던 일이나 장면은 어떤 것인 가요? 아 부끄러운데…. (생각만으로 혼자 부끄 부끄^^)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사귀던 사람 집 옥상에서 어설프게 키스를 하고 백허그를 한채 하늘을 한참 바라
2
보았던 일.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이 었나요? 미취학 아동 시절. 주말 아침이면 엄마 아빠가 가위바위보 로 이불개기 시합을 하면 옆에서 ‘아빠 이겨라’를 외치던 그 시절. 부모님이 함께 살며 행복했던 그 시절이 오래오래 계 속 되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모르긴 몰라 도 아마 지금과는 꽤 다른 인생이었을 거 같기도 하네요. 인생을 통틀어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이루었다고
3
38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12 3
휴식
9 퇴근
취침
야근 6
저녁
6 아침 출근
노동 3
점심
노동
9
1. 하루 일과를 시 A) 7:00 기상 후 아 차희수언니의 하루 일과 7:40 피곤한 출 am 7:00~7:40 기상 후 아침식사 및 출근준비 9:00 회사 도착 am 7:40~9:00 피곤한 출근 길에 오름 am 9:00~12:00 회사 도착 후 업무시작 12:00 점심 먹고 pm 12:00~1:00 점심 먹고 커피타임 13:00 오후 근무 pm 1:00~6:00 오후 근무 야근 밥 먹 pm 6:00~9:00 야근 밥 먹고 와서18:00 야근 pm 9:00~10:30 퇴근 21:00 퇴근 pm 10:30~12:30 집에 도착 후 개인시간 22:30 집에 도착 (주로 밀린 동영상이나 책을 봄) pm 12:30 취침 (주로 밀린 동영
12
24:30 취침
내가 제일 잘한 일 이라고 생각되는 일이라…. 얼핏 떠오
앞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그 이유는 뭔가요?
르진 않는데 진상 남친이랑 헤어졌을 때 그런 생각을 했
꽃꽂이도 배워보고 싶고 캘리그라피도 배워보고 싶고
던 거 같아요. 이루었다고까지 말하긴 거창하지만 공부
일본어도 아직 한참 배워야하고 중국어에도 다시 도전
에 있어서 성취감, 흥미 같은 것들을 별로 느껴보지 못했
해보고 싶어요.
는데 처음으로 배움이라는 게 얼마나 즐겁고 흥미로운
꼭 어떤 것을 배우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해나간다는 것
일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일본어. 자격증까지 땄
이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무언가를 배우거나 알아가거
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거 같습니다.
나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에 비로소 ‘아! 나는 정체되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나요?
있지 않아 성장하고 발전해나가고 있어’ 라며 이런 자신
고등학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 아님 대학 때라도 학
에게 만족하고 뿌듯함을 느끼곤 하니까요.
교 좀 열심히 다닐걸.
5년 후 자신의 모습이 어떠했으면 좋겠나요?
만약 인생의 리셋 버튼이 있다면 누를 건가요? 리셋해서
일단은 절약해서 돈 좀 많이 모아놓고 싶고, 직장에서도
제일 열중하고 싶거나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어느 정도 존경 받는 상사가 되고 싶고, 인생의 반려자도
아니요. 현재의 인생에 만족한단 의미는 아니고 정확히
찾았으면 좋겠어요(꼭 배우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는 현재 환경의 인생을 다시 살고 싶지 않아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소위 말하는 잘사는 집에서 잘나
나 자신. 돈, 가족, 친구 등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
게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인생이란 걸 다시 반복하고 싶
분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가치관
지 않은 그런 거죠. 정말 남부러울 거 없이 다 누리며 살
으로 어떤 신념을 추구하며 어떤 인연을 만들어 갈 것인
아보고 싶다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겠지요.
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므로 .
올해의 연초 계획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진행상황은 어
10년 후에는 누구와 어떤 일을 하며 어디서 살고 싶은가요?
때요?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장기전세주택이라도 마련하여 엄
올해 초만큼 정신없게 계획하나 못 세우고 어물쩍 지나간 해
마랑 큰 어려움 없이 살고 싶어요. 더불어 내가 의지하고
도 없는 거 같네요. 계획이라… 지금부터 생각해 보겠어요.
힘을 빌릴 수 있는 누군가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고요.
39
1979년 1월생
이유진 37세 전업주부 유부언니
요리는 직접 하나요? 어떤 요리를 즐겨하고 좋아하는지 요? 장은 어디서 보나요? 젤로 싫어하는 게 요리예요. 청소 빨래 설거지는 그리 싫 지 않은데 요리는 하면 할수록 더 하기 싫어지네요. 요즘 즐겨하는 메뉴는 김밥. 손이 많이 가는 메뉴기도 한데 이 제는 매우 많이 싸서 별로 번거롭지도 않답니다. 제 요리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어떤 관계인가요? 우리 가족 모두 4명. 남편, 초등학교 2학년 큰아들, 5살 유치원생 둘째 딸, 그리고 저. 언니는 어떤 곳에서 살고 있나요? 그리고 언니네 동네에 서 언니가 가장 좋아 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 보 니 아파트 주변에 아이들이 노는 곳이 가장 중요한 장소 중에 하나가 되더군요. 저희 아파트는 좀 큰 단지의 아파 트다보니 차가 진입할 수 없는 큰 광장이 있어요. 그 광 장에서 아이들이 자전거 인라인 이런 거 마음껏 타는 것 을 보면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아 파트에 살아보지 않았고 지금도 서울 도심에 나가면(저 는 경기도민이랍니다^^)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마음 놓 고 그런 것을 탈 곳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 외에 내가 가 장 좋아라하는 곳은 글쎄요. 단지 앞에 호수공원이 있긴 한데 또 막상 잘 안 가게 돼서 저에게는 그다지 아직 매 력적인 장소는 아니네요. 40
는 주로 아이들 위주라 장은 보통 <한살림>과 <초록 마 을>을 이용해요. 근처에 있어서 오가며 그때 그때 장을 봐오는 편이에요. 언니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5년 전과 10년 전 에는 각각 어떤 일을 했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트 타임으로 일주일에 하루 시간 제 영어 강사일을 한 3년 했었죠. 근데 것도 큰애가 2학 년 되면서 그만두고 전업주부만 하고 있답니다. 5년 전 에는 영어학원 강사였고 10년 전은 미주 바잉오피스 MR일을 했었죠. 요즘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요?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쁨을 찾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 런데 얼마 전 약간의 계기가 있어서 매사에 감사하려고 노력하고 그로인한 행복감도 느껴요. 요즘은 둘째가 유 치원 다니고부터 생긴 자유로 혼자만의 커피타임과 이 번 달부터 시작한 필라테스 운동. 물론 별거 아닐 수 있 는데 그동안 육아로 인한 나만의 시간이 너무 없었기에
더 값진 느낌은 드는 것 같네요.
엄청 많죠. 종이 인형놀이,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문방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락실도 기억나요. 테트리
우리 큰아이 교육. 울 아들 1학년 때보다 더 심해진 나를
스 엄청 좋아했죠.
느끼고 있어요.
초등학생 때 좋아했던 TV프로나 만화가 있다면 어떤 것
요즘 고민거리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이 있었나요? 그것의 어떤 부분이 좋았나요?
큰아이 1학년 때 알게 된 아들 친구들과 그 엄마들이 몇
<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 앤>, <천사들의 합창>, <플
명 있어요. 그 아이들 모두 영재 아닌 영재인거 같아 비
란다스의 개>, <천사들의 합창>은 꼭 빼놓지 않고 매일
교 아닌 비교를 저도 모르게 하게 되니 아들 교육에 고민
봤던 기억이 나요. 부유한 호아키나, 가난한 시릴로, 먹
이 많네요.
기만 하던 하이메…. 지금도 기억나네요.
요즘 우리 사회를 보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학창시절 좋아했던 연예인이 있나요? 콘서트나 영화를
전 언제부턴가 사회와 단절된 느낌으로 살고 있다는 생
보러 간 적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각을 종종 했어요. 아이들 교육상 집에서 TV를 보는 일
중·고등학교 때 농구에 엄청 빠져있던 기억이 납니다. 중
은 거의 없고 인터넷 기사들로 사회의 큰 이슈들만 가끔
학교 때 현대 이충희 선수 팬이었거든요. 현대 VS 기아
접하고… 주로 만나는 이들은 아이 선생님들과 아이 친
의 결승전 경기 보러 가려고 아프다고 핑계대고 중학교
구 엄마들이라 우리만의 얘기가 주된 관심사죠. 물론 그
때 조퇴한 기억도 있어요. 하하. 중학교 2학년 때 베프랑
게 아이들의 흥미와 생활, 교육 그 외 아이들을 위한 정
단 둘이 처음으로 본 극장영화가 신촌의 녹색극장에서
보들이죠. 성격상 관심 없는 분야는 아예 단절시키는 경
본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스피드>.
향이 있어요. 다들 하는 페이스북 전 관심도 없답니다.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친구나 선생님 등 기억에 남는 사
요즘 우리 사회를 밖에서 보는 저는 그냥 너무 급변해서
람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 혹은 지금까지 만났던 사
발맞추기 버겁단 느낌이에요… 온갖 모르는 신조어들과
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어도 좋습니다.
변화무쌍한 디지털 시대… 그래서 제가 이런 시대에 뒤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줍어서 말도 잘 못하는 나를 항상
떨어지는 교육을 우리 아이에게 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챙기며 같이 놀았던 같은 반의 남자아이 같은 여자 친구
걱정스러울 때도 있어요.
가 떠오르네요. 그러고 보니 거의 20년이 지났네요. 오
어린 시절 어떤 놀이를 하고 놀았고 기억나는 놀이가 있
마이 갓!!!!!
다면 어떤 것인가요?
가장 즐거웠던 여행은 언제 어디였나요? 여행 중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소개해 주세요.
유진 언니가 찍은 사진
신랑이랑 연애할 때 친구 커플들과 여름휴가로 사이판 으로 여행을 갔었어요. 그때 낡은 지프차 한 대 갖고 사 이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었는데 뭐가 그리 좋았는지 계속 낄낄낄 웃으면서. 그때와 신혼여행이 아이들 없이 마음 편히 갔던 저의 마지막 여행이었어요. 그때의 여행 과 지금의 여행은 그 컨셉부터 다르기에 비교가 안되네 요. 지금까지 봤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언제 어디였나요? 큰 아들 6살 때 유치원 발표회. 유치원 친구들과 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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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부모님께 합창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저도 모
다는 생각으로 맘 편히 회사다니던 시절이었던 거 같아
르게 정말 순수하고 맑은 눈동자로 열심히 합창하는 아
요. 하하. 이걸 때려치워도 제2의 행복한 일상이 펼쳐질
들 모습에 뭉클한 맘이 들어 눈시울을 붉혔던 장면이 기
거 같은 기대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억이 나네요.
인생을 통틀어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이루었다고
조만간 여행계획이 있다면 언제, 어디인가요?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조만간의 여행 계획보다는 둘째가 좀 더 크면 큰 아들과
제 인생에서 결혼한 걸 제일 잘 한일로 생각해본 적은 없
같이 여행계획을 짜서 유럽으로 가족 배낭여행을 가려
어요. 그런데 결혼해서 8년 동안 아이 둘을 낳아 이제까
고 생각중이예요. 빠르면 둘째가 7살이 되는 2년 후. 지
지 키운 것은 정말 제 스스로를 생각했을 때 가장 힘들고
금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나라는 이태리와 프랑스.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시간들이었기에 ‘이루었다’라는
내 인생에서 가장 로맨틱했던 일이나 장면은 어떤 것인
말을 쓰고 싶네요. 제 성격상 아이 키우는 일이 이렇게
가요?
힘든 것인지 알았다면 독신을 주장했을 수도 있어요. 그
남편에게 결혼 전 받은 프로포즈. 홍대의 카페 하나를 빌
런데 이것이 모성애겠죠? 힘든 과정을 참고 기꺼이 하고
려 말 그대로 프로포즈다운 프로포즈를 했어요. 이벤트
있죠. 아직도 저에게 육아와 교육은 힘들지만 힘들다고
업체를 통해 신청했던 거 같은데 업체에서 원하는 사진
생각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였고 지금도 다른 곳에 한눈
이며 이런 부수적인 것들을 계속 저에게 요청해서 살짝
팔지 않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죠. 아직 지나온 날보
눈치를 채긴 했지만 그래도 그 당시, 그 장면들은 로맨틱
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길겠지만 그래도 8살 5살 정
했죠.
도 키웠으면 어느 정도는 이룬 거 아닌가요? 하하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이
인생의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나요?
었나요?
고등학교 시절. 너무 시간을 낭비했네요. 뭐가 그리 재밌
가장 답하기 힘든 질문이네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가장’
었는지 친구들과 재밌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것 같긴
이란 말은 참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그냥 언
한데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제일 안 했던 거 같아요.
뜻 생각나는 것으로는 결혼 전 남편과 연애 시절. 눈에
그때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시점이었을 수
콩깍지가 씌어서, 러브 러브 행복해서라기보다는, 힘들
도 있는데 말이죠.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고 지친 직장생활 하기 싫으면 언제라도 때려치워도 된
만약 인생의 리셋 버튼이 있다면 누를 건가요? 리셋해서
유진언니의 첫째 아이가 5살때 그린 <토이스토리> 그림, 8살때 만든 놀이동산
42
12 3
9 취침
저녁 식사 준비 및 저녁식사 6
6 딸 하원 아이들과 놀아주기
3
아들하교 간식, 숙제
남편출근 아이들 등교 집안일 점심 식사
9 휴식
1. 하루 일과를 시 A) 7:00 기상 후 아 7:40 피곤한 출 이유진언니의 하루 일과 am 7:00~8:00 기상 후 아침식사 준비, 남편 출근 9:00 회사 도착 am 8:00~9:30 큰 아이 등교, 작은 아이 등원 am 9:30~10:00 꿀같은 커피타임 12:00 점심 먹고 pm 10:00~1:00 집안일 13:00 오후 근무 pm 1:00~3:00 하교한 아들과 간식, 숙제 지도, 교육 18:00 야근 밥 먹 pm 3:00~6:00 하원한 딸과 놀아주기 pm 6:00~10:00 저녁 준비,아이들과 식사 21:00 퇴근 pm 10:00 아이들과 취침 22:30 집에 도착 (주로 밀린 동영
12
24:30 취침
제일 열중하고 싶거나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성장 과정이 그 사
아니요. 절대 NEVER! 고등학교 때 공부를 왜 열심히 안
람의 인생에 아주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
했을까 살면서 후회한 적은 엄청 많았어요. 하지만 고등
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엄마란 역할이
학교 시절의 공부, 힘든 일 중에 하나잖아요. 다시 반복
단순히 밥하고 빨래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전문직보다
하고 싶진 않아요. 전 과거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조차도
값진 것이란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5년 후에도 이런
타고 싶지 않아요.
생각을 하면서 그냥 전업주부가 아닌 행복한 전업주부
올해의 연초 계획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진행상황은 어
의 모습이었음 하죠.
때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2013년 12월 31일 세웠던 2014년의 나는 게으름 피우
좀 뜬구름 같을까요? 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자신
지 않기, 미루지 않기, 근데 다른 해에 비해 올해는 아직
감’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삶의 행복은 바로
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는 거 같아요. 나름?^^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그 이유는 뭔가요?
10년 후에는 누구와 어떤 일을 하며 어디서 살고 싶은가요?
심리학. 사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사실 육아 힘들었어요. 지금도 힘들고 그런데 잘해내고
따른 육아서와 교육 관련 책을 많이 읽은 편이에요. 그중
싶은 욕심도 있어요. 이제 큰애가 초등학교 다니니까 주
하나가 유아심리학도 포함되어 있었죠. 그렇게 해서 읽
위에 영어 학원 다니면서 영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우리
게 된 심리학 책들이 아주 흥미롭더라구요. 그래서 좀 더
나라 아이들 모습을 많이 보는데, 자식 있는 엄마로서 안
깊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까지는 아
타까워요. 그래도 한때 영어 교육 종사자로서 또 내 아이
이들이 어리다보니 시작할 엄두가 안 나네요.
를 교육시켜 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10년 후쯤에
5년 후 자신의 모습이 어떠했으면 좋겠나요?
는 아이들 영어교육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일, 아이들이 컸을 때 나의
요. 누구와?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어디서? 아직은 아이
존재를 찾을 수 있는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들이 어려서 도심에서 떨어진 곳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
요. 전업주부로 있다가는 사회와 단절될 거 같은 불안감
이긴 한데 어디서는 아직도 수시로 맘이 바뀌어 아직 결
도 들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서, 심리학
정을 잘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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