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호표지 17
2015.1.19 10:2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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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제17호
2015.2
지금 여기의 노동
www.laborparty.kr
값 원
10,000
지금여기의노동 특집
기획 ■ 통합진보당해산, 그다음은 쟁점토론 ■ 6기대표단선거: 나는지지한다
제 호표지 17
2015.1.19 10:2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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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야기
“‘일회용’ 은되기싫었어요” 하나뿐인여성시의원송미량
거제는한국노동운동의역사에빼놓을수없는노동운동 의성지다 지난 년지방선거당시 노동자정치세력화 의 살아있는 역사인 대우조선이 자리잡은 옥포 · 동에서 노동당의유일한여성의원이탄생했다 송미량당원은노동 당이배출한하나뿐인여성시의원이자동시에 거제에서 년만에최초로뽑힌지역구여성시의원이기도하다 야당의 초선 여성의원으로서 보낸 개월의 활동에 대해 얘기해달라고했더니 그녀가그동안의제화한이슈들이순 서대로죽쏟아져나왔다 학교코앞에서소음과분진을일 으키는 아 파트 공사부터 폐기물수거 노동자의 고용 조건 대규모풍력단지까지분야도다양하다 특히비정규직 미조 직노동자에대한지지와관심은노동당의원이아니면갖기 어렵다 해야할일 하고싶은일은무궁무진하다 그만큼의원들 상호간의네트워크나당의지원이절실할텐데 지역에서도 당에서도 의정활동 자문단이든 네트워크든 아예 구성이 되 어있지않다 개인적인역량에전적으로의존해야하는의 정활동은금방의원을지치게한다 당과의원이함께크는 성장일기 어떻게써나갈것인가 노동당의어깨가무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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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정은 편집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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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량 당원 인터뷰 전문은 74~83쪽 <여성 진보정치 열전>에서 볼수있습니다.
미래에서온편지제17호
발행인 이용길 편집인 이장규 위원회 김건담김성현노정박권일장석준정정은정철수
조윤호최백순홍원표
교 열 노정정정은 디자인 고미숙
등록일 2013년 6월 11일 (등록번호영등포, 라00407) 발행일 2015년 1월 22일 주 소 서울영등포구국회대로 664 한흥빌딩 2층노동당 전 화 02) 6004-2006, 2007 팩 스 02) 6004-2001 이메일 laborzine@gmail.com 홈페이지 www.laborparty.kr 인 쇄 인천시계양구계산동 973-15 원일컴 가격 10,000원
미래에서 온 편지
‘ 미래에서 온 편지’ 는 영국의 사회주의 사상가이자 작가, 미술가인 윌리엄 모리스가 1891년에 낸 소설 제목
News 『News from Nowhere』 을 우리말로 의역한 것입니다. from Nowhere
nowhere는 ‘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 이라는 뜻입니다. ‘ 유토피아’ 라는 말의 원래 의미도 ‘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 이라고 하지요. 이제 노동당의 기관지에 ‘ 미래에서 온 편지’ 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한국 사회의 답답한 현재에 햇살을 들이는 미래의 틈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러고 보니 nowhere는 now+here(지금 여기)이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미래가 되기 위해, 이 편지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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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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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띄우며 21세기에 웬 노동?|<미래에서 온 편지>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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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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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노동당 ■ 6기 대표단 선거 치열한 접전 노동당원 1만 명의 대표자, 누구?|노 정
특집 ■ 지금 여기의 노동 12 민주노총은 2천만 노동자의 따뜻한 집이 될 수 있을까|한지원 16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희망, 정규직에게서 발견하다|김희연 21 이 노동은 왜 노동이 아니란 말인가|박권일 27 일상의‘노동’ 으로 들어가기|김종진
기획 ■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32
헌법재판소에 헌법 없다?|한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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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노선 차이 분명히 하라|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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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평《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전체’ 에 투항하지 않고‘개인’ 으로서 존재할 것|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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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르포 콜트콜텍을 읽는 열두 개의 시선 ⑫
옆을 쳐다봐|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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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제17호
·목차
쟁점토론 ■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58 당원들과 함께 당원 총투표! 제1야당 교체!|강상구 63 “당의 미래”선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까닭|한윤형 68 세상을 바꾸는 바람|조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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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진보정치 열전 8|하나뿐인 여성 시의원 송미량 “ ‘일회용’ 은 되기 싫었어요”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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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포럼 비정규직 더 하라는 박근혜 정부|홍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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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좌파 이웃좌파⑬ 시리자 총선 공약: 국가 재건 계획의 네 축|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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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도시교통 이야기 화강석 보도를 걷어내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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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한국 대학 체제의 형성②
한국 대학 교육 체제의 어그러진 시작|김예찬
삶과 문화 104
메아리공업사 고철부터 폐목까지 버릴 것 하나 없다|화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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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치칼럼 “원순 씨, 나한테 왜 그랬어요?” | 박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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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칼럼 일본사회를 비추는 거울 로봇애니메이션|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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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로 본 언론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구덩이를 팠다?|조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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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서재 전세계 좌파의 민낯을 살핀다|양솔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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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꿈 시대|민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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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접으며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이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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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띄우며
21세기에 웬 노동? ‘노동자’ 보다는‘근로자’ 가 익숙합니다.‘노동조합’ 에‘노동운동’ 이요? 21세기에 아직도 그런 걸 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입니까? 노동중심성 또는 노동정치가 진보정치에서 중심이 되 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노동당’ 은 국회의원 하나 없는 초미니 정당인데도 어쩐지 굉장히 무서 워 보입니다. 심지어‘노동당’ 에서‘기관지’ 를 만든다고 하면 더 무섭습니다(!). 그‘노동당 기 관지’2월호에서‘노동’ 을 특집으로 기획하였습니다. 2015년 대한민국 사회, 지금 여기의 노 동 그리고 노동운동을 조명하고, 대중 속으로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최초로 직선제를 통해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 무총장 선거를 치렀습니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를 평가-분석하고 향후 노동운동의 과제와 방 향을 전망합니다. 그런가 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고, 심지어 이겼습니다. 씨앤앰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시 짚어보면서 정 규직-비정규직의 연대와 그 가능성을 전망합니다.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이 포털 사이트 에 연재되면서‘노동운동 학습만화’ 로 등극했습니다. 부지영 감독의 영화 <카트>가 극장가에 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합니다. 두 작품 모두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을 바탕으 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동시에‘노동’ 이 어떻게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노동이 대중에게 말 걸고 손 내미는 법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통찰하고자 합니다.
이번 2월호가 가가호호 도착할 즈음에는 노동당의 새로운 대표가 이미 선출되었을 수도 있 고, 과반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가장 득표가 많은 두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가 한 번 더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표단 선거와 기관지 발행 일정 간의 격차를 감안하여 <지금+ 여기 노동당>과 <쟁점토론> 기사에 양해를 당부드립니다.
2015년 1월 22일 <미래에서 온 편지> 편집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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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모집 오늘 우리의 한 걸음이 길을 엽니다. 미래가 됩니다. 우리는 길을 내는 사람들입니다. 노동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 사람과 자연이 공존 가능한 지구생태계, 차별과 소외 넘어 모두가 평등한 세상, …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밑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없는 길을 만들고, 스스로 길이 됩니다. 그래서 노동당의 꿈은 곧 <미래에서 온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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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노동당
노동당원 1만 명의 대표자, 누구? 6기 대표단 선거 치열한 접전 노 정 편집실장 / 사진 박성훈 홍보실장·정정은 편집부장
“당 대표는 아주 많은 일을 하는 자리입니다. 당무 전반에 관한 집행과 감독, 전국위원회 소집과 의사 진행, 당직자 뿐만 아니라 사무총장·정책위 의장·부문위원장 등을 임명할 권한, 전국위원회 위임사항 을 처리할 권한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노동당원 1만 명의 대표자가 됩니다.” 서울에서의 대표 후보 유세가 시작되기 전, 황종섭 조직국장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선거가 한창 치 러지는 도중에 들으니 사뭇 진지하게 다가오는 것은 다만 후보들만의 심정은 아닐 것이다. 소중한 한 표 를 행사해 노동당원 1만 명을 대표할 당 대표를 뽑는 당권 당원들이 느끼는 책임감도 결코 가볍지 않다. 전국 곳곳에서 열린 대표단 유세에서 그 마음과 마음들이 만났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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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가위바위보로 유세 순서를 정하는 대표 후보들 ②③여성명부 부대표 후보 김윤희, 문미정 ④일반명부 부대표 후보 김한울, 권태훈, 최승현
1월 5일 광주를 시작으로, 매일 남한땅을 동서남북으로 횡단하는 살인적인 유세 일정이 이어졌다. 그 리고 16일, 다시 서울로 올라왔을 때 후보들의 유세는 2주 전과는 사뭇 다르다.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 렸고, 유세 과정에서 맞닥뜨린 물음을 고민하고 답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리도 더욱 견결해졌다.
골든타임 vs 의료사고 이번 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은‘진보결집’ 이다. 진보결집에 대한 입장에 따라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도 달랐다. 당연히 해법도 달랐다. 진보결집에의 동의 여부, 시기와 대상을 두고 유세기간 내내 후보 들은 당원들로부터 숱하게 질문을 받았다. 나경채 대표 후보와 김윤희 여성명부 부대표 후보, 권태훈 일반명부 부대표 후보는‘당원 총투표를 통 한 진보정치 결집’ 을 공약으로 걸고 나란히 출마했다. 선본 이름도‘진보결집 당원총투표 공동선거운동본 부’ (이하‘진보결집 선본’ )이다.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서 도, 성소수자와 같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도 진보 결집이 시급하다고 목소리 를 높였다. 윤현식 대표 후보와 김한울 부대표 후보는‘당의 미래’ 라는 선본 이름으로 함께 출마했다. 노동당은 2013년 7월 새로운 당명과 강령, 장기성장전략을 갖고 재창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으로부터가 아닌 밖 으로부터의 정체성을 강요받고 있다며 당 중심성의 강화를 기치로 걸고 나섰다. 진보결집 선본의‘골든타 임’ 론에 대해, 응급치료를 잘못하면 의료사고가 난다며 당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외부환경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지금+여기 노동당 7
(위에서부터)진보결집 선본, 당의 미래 선본, 신좌파당원회의 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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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파당원회의’ 에서는 나도원 대 표 후보와 문미정 여성명부 부대표 후 보, 최승현 일반명부 부대표 후보가 출 마했다. 신좌파당원회의는 당의 미래 노선을‘정체’ 로, 진보결집 노선을‘분 열’ 로 규정하면서, 이에 맞서 당의 혁 신과 녹색좌파 정치연합을 제시했다. 최근 민주당 탈당인사들이 포함된 국 민모임이나 정의당 등 진보 재편 논의 에서 거론되는 세력들과의 통합에 대 해서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탈당하실 건가요?” 2011년 통합-독자 논쟁 당시 전· 현직 대표들을 비롯한 당내 유명인사 들이 당대회 결정사항에 불복해 집단 탈당한 내력과 무관치 않은 질문들도 유세 현장과 토론회 자리에서 쏟아졌 다. 진보결집 선본의 나경채 후보에게 는“진보결집이 무산되면 탈당할 것이 냐” ,“대표단의 거취는 어떻게 되는 거 냐” 는 물음이 제기됐다. 나경채 후보는 “지난 2011년에 떠나지 않고 남았듯, 몸으로 보여주었듯,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것” 이라고 대답했다. 신좌파당원회의 나도원 후보는 “‘분당저지선’ ( 이라는 표현이)당원총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진보결집 반대를 위해 무효화하겠다는 뜻이냐” 는 질문을 두 차례 받았다. 나도원 후 지금+여기 노동당 9
보는 서울 유세에서“당원 총투표 결과에 따르겠다” 고 하면서도 대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건 대의원들이 판단해야 할 것” 이라고 답했다. 한편, 당의 미래 윤현식 후보에 대해서는“대중정치인으로서 검증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기획이 잘 보이지 않는다” 는 지적이 자주 나왔다. 윤현식 후보는“정책위의장이 아니라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 임을 환기시키면서“대안세력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제시되고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비전을 보여주겠다” 고 강조했다. 노동당 6기 대표단 후보 토론회 영상과 각 지역 유세 기사는 당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40대 대표단 시대 여나 “이번 당대표 후보들은 모두 40대. 누가 당선되든 지금까지의 정당 대표들 중에서 가장 젊다는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선거는 충분히 즐거워도 괜찮다.” 대전시당 장주영 당원은 유세 후기에서 이렇게 끝맺기도 했다. 세 선본 모두 생물학적 나이를 넘어 진 보정치운동의 세대교체를 말하며 선거운동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선거 유세에서 그들의 패기는 그 비전을 분명 이뤄내고도 남을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새 대표단의 약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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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21세기에 웬 노동?”2015년 대한민국, 지금 여기의 노동 그리고 노동운동을 조명하고, 대중 속으로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 해 본다.
영화 <카트>와 드라마 <미생>의 포스터(위) 씨앤앰 고공농성(아래) (사진 : 노동자연대)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11
를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1000인 선언 기자회견 (사진 : 참세상)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선거 시작 전 열린‘직선제 승리, 민주노총 혁신, 총파업 투쟁 승리’
특집 / 지금 여기의 노동
민주노총은 2천만 노동자의 따뜻한 집이 될 수 있을까 민주노총은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는 한국 사회의 상징이다. 이번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결과는 여전히 조합원들이 투쟁하는 민주노총, 사회운동하는 민주노총을 지지했다는 의미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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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운동’ 하는 민주노총 지지해 사상 처음으로 조합원이 직접 선출한 민주노총 8기 집행부가 출범했다. 투표율, 선거관리 등에 여러 우 려가 제기되었지만, 투표율은 60%(1차 투표 기준)를 훌쩍 넘겼고, 심각한 투표부정도 없었다. 민주노총의 조직 성격을 고려하면 이번 임원 직선제의 성공은 놀랍다. 민주노총은‘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라는 원래 명칭에서 확인할 수 있듯 조합원이 직접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연맹)가 가입하는 조직이다.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와 같은 산별노조들 은 실질적이든 형식적이든 교섭권을 가지고 있어, 위원장이 단체협약의 체결권자로서 조합원과 제도적으 로 만난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제도적으로는 조합원들을 직접 만날 매개가 없다. 교섭권이나 조합비에 대 한 권한은 물론이거니와 사소한 결정도 가맹단체인 산별노조(연맹)를 통해서 조합원에게 전달된다. 민주노총과 조합원의 대면은 제도적인 과정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는 한국 사회의 상징으 로서 정권과 자본에 맞서 투쟁해 온 역사적이고 이념적인 운동으로서 이루어진다. 민주노총은 일상적 임 ·단협이 아니라 악법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조직으로, 반전평화 같은 한국 사회 진보적 의제들을 다루는 사회적 조직으로, 지역에서 사업장과 산업을 넘어 함께 투쟁하는 연대 조직으로 조합들과 관계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의 높은 투표율은 60만 조합원이 그래도 여전히 노동조합을 이해관계자 들의 실리적 조직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하는 조직, 사회운동조직으로 여기고 있다는 간접적 증거로 볼 수 있다. 민주노조가 실리화되었다는 비판이 많은데, 그래도 여전히 조합원들은 투쟁하는 민주노총, 사회운동하는 민주노총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을 둘러싼 조건: 장기저성장과 극단적 소득불평등 물론 임원 직선제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 다. 특히 민주노총의 조합원 구성이 한국 사회 노동자들을 온전하게 대표하지 못하는 문제는 최근 몇 년 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소득불평등 문제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심각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범하 는 8기 집행부는 박근혜 정부에 맞선 총파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연초부터‘귀족노동 자론’ 을 앞세워 노동운동을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경험상 총파업의 대의명분이 아무리 정당해도 민주노총이 소득불평등의 기득권 세력으로 비난받아서는 투쟁도 기세 있게 조직하기 힘들고, 투쟁 후에도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기 힘들다. 실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자. 2009년부터 현재까지 2013년 한 해 정도를 제외하면 실질급여(정액)는 계속 감소했다. 최근 유행하는 소득세 자료를 통해 분석해보면 세계경제위기 전인 2006년부터 2013년까 지 근로소득 상위 10%의 실질임금은 약 3% 정도 오른 반면 나머지 90%의 임금은 오히려 3% 감소했다. 그리고 이 감소폭은 당연히 하위소득자로 갈수록 더 크다. 임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단적으로 벌어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13
지는 상황이다. 상위 10%의 평균임금은 2013년 말 현재 연 1억 원이고, 나머지 90%의 평균임금은 2천3 백만 원이다. 네 배 넘는 격차다. 2014년 임금 요구안 관련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 평균임금 은 상위 30% 정도에 속하며, 민주노총에서 전통적으로 주력을 이뤄왔던 대기업 노조들은 이보다 더 높은 상위 10~20%에 속한다. 더욱 큰 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이런 임금 양극화와 민주노총의 대표성 하락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 자체가 오랫동안 저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눌 성장의 과 실이 더 적어지는 저성장 시기에 소득격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이나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없으면 한국의 소득격차는 지금보다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친자본적 정부조차 작년 소위 초이노믹스란 이름으로 소득격차 문제를 향후 성장의 가장 큰 질곡 중 하나로 지적했을 정도니, 이 문제 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8기 집행부가 3년 내내 부딪힐 문제는 민주노총의 투쟁이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넘어 실제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다.
2015년, 박근혜 정권과 민주노총 총파업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가 조합원들의 높은 참여 속에 치러지고, 조직적으로는 소수지만 총파업 투쟁전 술을 내세운 한상균 선본이 당선된 데는 박근혜 정부도 한몫했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공무원 연금개악을 추진하더니, 작년 12월부터는 정규직 해고 조건 완화, 비정규직 사용 확대, 임금 유연화 등을 공격적으로 발표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긴장케 했다. 입만 열면 경제를 외치는 정부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사실 낙제에 가깝다. 일부 수출대기 업을 제외하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몇 년째 외환위기나 2009년 세계경제위기 상황에 가깝다. 물가 인상률이 벌써 2년 넘게 1%대에 그치고 있어 디플레이션 위기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이미 전문가들 중 상 당수는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이야기되는 저물가, 인구고령화, 가계부채 위험 등은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의 장기 불황 시작 시점과 너무나 흡사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란 이름으로 발표되었지만 정부 정책은 경제적 의미보다 오히려 정치적 의미가 강해 보인다. 정규직에 대한 비판을 비정규직대책이라고 이름 붙여 내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2년 동안 정 부 실책이 있을 때마다 종북몰이를 하더니 이제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희생양을 반노조에서 찾고 있는 것 이다. 노사정위의 정부 측 인사들이 대놓고 비판하고 있듯이 정부의 노동시장 대책은‘분란’ 만 조장할 뿐 새롭지도 않고 실내용도 없다. 박근혜 정부의 저성장, 디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대책은 사회복지를 확대해 출산율을 높여 노동력을 늘 리고, 임금소득을 높여 가계소비를 부양하며, 부동산 시장 규제로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는, 이른바 서민 친화적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모두 반대다. 작년 12월 말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고 내놓은 정 14
책을 보면, 노동력 부족은 휴먼FTA를 체결해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으로, 소비부족은 시장규제를 더 없애 기업과 자산가들이 더 자유롭게 착취하고 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가계부채는 정부 주도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해 부동산소유자들의 자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보수정권이라지 만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진보진영에서 이야기한 것과는 반대로 정책을 내놨다. 저성장과 친기업적 디플레이션 대응 정책으로 발생하는 정부 재정 부실은 공공부문 노동자의 소득 삭 감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숨겨진 전략이다. 정부가 작년부터 공공기관 정상화와 공무원연금개혁 이란 이름으로 진행하는 정책들은 지출의 최종 수치로 보면 결국 정부의 인건비 지출을 줄여 기업지원금 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민주노총, 먼저 2천만 노동자의 따뜻한 집이 될 수 있었으면 민주노총 8기 집행부는 당장 올해 총파업을 조직해 박근혜 정부와 제대로 싸워보겠다고 밝혔다. 박근 혜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총파업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해서라도 방향을 돌려놔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동시에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박근혜가 부당하다고 해서 민주노총 투쟁이 노동자 들로부터 지지받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다수의 노동자가 민주노총에 대해 가지고 있는 거리감에는 분명 물질적 근거가 있다. 고용안정, 통상임금, 연금 등을 의제로 해 추진되는 민주노총 총파업이 논리적으로 는 옳을 수 있어도, 노조를 누릴 권리를 박탈당한 다수의 노동자에게 그 투쟁은 상위 20% 노동자를 대변 하는 일로 다가갈 수 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조를 무수하게 만들어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권리를 아무리 대변해도, 민주노총의 평균임금과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멀어지는 만큼 그 거리는 좁혀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8기 집행부가 총파업 투쟁과 별개로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노 동조합을 건설할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한다. 예를 들면, 현재 민주노총 노동상담소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충을 해결해주 는 일에서부터 시작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 니라 현장에서 자본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해 옴짝달싹할 수 없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만들 어도 원청의‘갑질’ 에 노조를 유지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다. 민주노총이 당장 이 노동자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은 화려한 투쟁 이전에 누군가 도와줄 벗이 있다는 초보적 신뢰다.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15
씨앤앰 비정규직 고공농성 당시 전광판 아래의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보내는 강성덕과 임정균 씨 (사진 : 노동자연대)
특집 / 지금 여기의 노동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희망, 정규직에게서 발견하다 씨앤앰 비정규직 고공농성 정규직이 총파업으로 지켜내 대공장 노동조합 비정규직이 정규직에게 절까지 하며 동조파업을 요청했 는데도 거절을 당하는 것이 오늘날 비정규 노동운동의 현실이다. 그러나 씨앤앰지부는 달랐다.
김희연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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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7일 민주노총 더불 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 다. 조합원들은 그날 오전 10시쯤 오후 2시에 광화문 서울파이낸스빌 딩으로 집결하라는 문자 한 통을 받 았고, 500여 조합원 중 80% 이상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나머지 20%는 대개 광화문과 거리가 떨어진 지역 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이었고, 다 음날부터는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동참했다. 총파 업 집결지가 서울파이낸스빌딩이었 던 둘째 이유는 씨앤앰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거기 있던 탓이 고, 첫째는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 인 강성덕과 임정균 두 사람이 그 앞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에 대한 jtbc 뉴스 보도 화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정확히 짚고 가자. 씨앤앰지부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명도 없다. 전원 원청이나 원청 자회사 에서 근무를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원청 기업인 씨앤앰이 계약을 맺은 지역 하청업체에서 케이블방 송, 인터넷, 인터넷전화의 설치, 수리, 업무 지원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희망연대노동조합의 케이 블비정규직지부(이하 케비지부) 소속으로 지부가 다르다. 비정규직 두 사람의 고공농성 기간 동안에 케비 지부 조합원들은 총파업을 하지 않았고, 대신 조를 나누어 현장업무와 순환파업을 병행했다. 사측과 협상 을 타결한 12월 31일까지의 44일은 비정규직의 고공농성을 정규직이 총파업으로 사수하고 승리한, 노동 운동 사상 유례가 없는 날들로 남았다. 사람들이 묻는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느냐고. 시계태엽을 조금 씩 감아가며 그 해답을 찾아나가려 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현존하는 노동조합 가운데 케이블방송통신 최초로 생긴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케비지부는 2013년 2월 설립되었다. 케비지부를 조직화한 주축은 다름 아닌 정규직 노동자, 씨앤앰지부 조합원들이었다. 씨앤앰지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17
부 조합원들은 2년에 걸쳐 하청업체의 설치·수리 기사들을 만나 조합 가입을 권유했다. 5년째 임금이 동결 된 상태에서 하청 사장들의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는 동료들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공장 노동조합 비정규직이 정규직에게
케이블방송통신 최초로 생긴 비정규직
절까지 하며 동조파업을 요청해도 거절을 당하
노동조합인 케비지부를 조직화한 주축은
는 것이 오늘날 비정규 노동운동의 현실이다.
다름 아닌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비정 규직은 과거의 정규직이었고, 정규직은 미래의 비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고 했을 때, 씨앤앰 조합원들 사이에도 우려는 있 었다. 그러나 씨앤앰지부는 달랐다. 우리 노동 조합 일이나 잘하라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 다. 정규직이 당연히 비정규직과 함께해야 하
지만 비정규직 투쟁이 판판이 지는 판에 우리가 잘할 수 있을지를 염려하는 신중한 목소리였다. 그래도 비정규직 조직화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과거의 정 규직이었고, 정규직은 미래의 비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씨앤앰지부는 2010년 1월 만들어졌다. 열 명 정도의 정규직들이 초동이 되어 맨땅에 머리를 부딪치며 건설한 노동조합이다. 원래 씨앤앰에서는 설치와 수리 업무도 정규직 노동자가 하던 일이었다. 2008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가 씨앤앰을 인수하면서, 안정적이고 더 많은 수입을 보장하겠다며 설치· 수리 외주화를 단행했다. 그때만 해도 노동자들은 심각성을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전송망 관리 등 다른 업무까지 외주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다. 구조 조정이 별다른 것 이 아니었다. 비로소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조가 결성된 그해, 조합원 150여 명이 모여 35일간 파업을 했다. 1000여 명 중의 150명이었지만, 고용안정과 동종업계 수준의 임금을 끌 어냈다. 이기는 노동조합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합원은 500여 명이 되었다. 결성 첫해의 총파업과 비정규직 조직화를 통해 수년 간 씨앤앰지부는 매년 사측과 단체협상에서 우위 를 차지했다.‘단결과 연대’ 라는 식상한 문구를 현실화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해마다 보여주었다. 2013년에는 케비지부 역시 첫 단체협상에서 승리를 거뒀는데, 씨앤앰지부가 케비지 부의 타결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미루고 흔들림 없는 공동 대응을 한 덕이었다.
109명의 해고, 기약 없던 2014년 2014년 단체협상은 쉽지 않았다. 씨앤앰의 대주주인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 쪽은 회 사 경영보다 매각에 관심이 많았다. 노동조합을 깨부수고 비싼 값에 회사를 팔고 싶어하는 조짐이 엿보였 다. 씨앤앰 원청도, 각 지역 하청업체 사장단도 이전 해처럼 노동조합에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 다. 6월부터 시작된 씨앤앰/케비지부 공동투쟁 한 달 만에 하청업체에서 해고자가 발생했다. 해고에 항 18
의하는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하청업체 사장들은 직장폐쇄로 응답했다. 씨앤앰지부는 현장에 복귀하고 케 비지부는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씨앤앰지부 조합원들은 석 달 임금의 상당액을 케비지부 조합원들의 생 계비를 지원하는 데 흔쾌히 냈다. 8월 말에는 해고자 총 109명을 남겨두고 케비지부의 비해고 조합원들도 현장에 돌아갔다. 현장업무와 조별 농성을 병행해야 하는 조합원들은 조합원들대로, 기약 없는 싸움을 해 야 하는 해고 조합원들은 조합원들대로 힘겨운 수십 일이 다시 지났다. 11월 12일 케비지부 해고자 강성덕, 비해고자 임정균 두 사람이 MBK파트너스 앞 25미터 높이의 전광 판 광고탑 위에 올랐다. 해고자들에게는 돌파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훗날 임정균 조합원은 50일 만에 땅을 밟으면서‘나는 약속을 지켰다’ 고 말했다. 해고자를 두고 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가슴 벅찬 일성이었다. 씨앤앰지부 역시 비 정규직만 놔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케비지부는 순환파업과 노숙농성을 하고, 총파업에는 씨앰앤지부가 나서기로 했다. 그렇게 버티던 고공농성 기간 중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 요구안을 가지고 거듭된 원
케비지부는 순환파업과 노숙농성을 하고, 총파업에는 씨앰앤지부가 나서기로 했다.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요구안을 가지고 원 청, 하청, 노동조합 3자 협의가 거듭되었다.
청, 하청, 노동조합 3자 협의에서 해고자 복 직과 고용안정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이 나왔다. 씨앤앰/케비지부 공동투쟁 205일, 케비지부 노숙농성 177일, 씨앤앰지부 총파업 44일째의 일이었다.
비정규직 버리고 임금 올려서 무엇 하랴 2014년 씨앤앰/케비지부의 투쟁을 두고‘완승이라고’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세한 평가는 사람마 다 조금 다를 것이나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이번 결과에 부족한 점이 있다 면, 임금인상 같은 경제적 보상이 기대보다 적었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씨앤앰지부 조합원 들의 독특하고 위대한 측면인데,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임금인상보다 109명 해고자 복직이 더 중요했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말을 가감 없이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109명 해고 문제 해결 없이 임금을 더 받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갈 수 있겠습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 따로 싸우면 힘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에요. 4분의 1이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워야 할 대상은 하나고, 우리도 하나입니다.” 마치 노동운동 교과서를 읽는 듯한 씨앤앰지부의 조직 풍토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씨앤앰/케비지부 의 상급단체인 희망연대노동조합의 이름에는 앞에‘더불어 사는’ 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말로만‘더불어 사는’ 이 되지 않도록 조합원 교육을 철저히 한다. 씨앤앰지부 조합원이 첫 번째로 받게 되는 교육, 그리고 해마다 다시 받게 되는 교육 중 하나가‘케이블방송 산업 구조와 경영 상태’ 다. 노동조합을 하면 무엇이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19
좋아지는가 보다 먼저 받게 되는 교육이다. 조합원들은 자신이 하는 노동을 통해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 고, 그것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전체 구조를 알게 된다. 회사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과정을 깨달아가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도 점차 희미해진다. 씨앤앰지부 조합원들에게는 양보처럼 보이는 길이 스 스로를 살리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 반복하자면,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씨앤앰지부 조합원들은 2008년 인수 합병 과정에서 구조조 정을 겪었고, 나와 다르지 않은 동료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았다. 잊히지 않는 이 과거가 이들을 비정규 투쟁에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싸움의 대상은 자본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했다는 점이다. 씨앤앰지부 조합원들은 노동자가 하나 되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 을 각인하고 있었다.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투쟁이 끝나고“왜 비정규직과 연대를
씨앤앰지부는 우리 노동운동의 흔한 예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뛰어난 조합원들이 모인 이상 한 노동조합으로 남게 될까. 이번 기회에 씨앤앰
하셨나요?” 라고 묻자“당연한 일에 왜
지부의 승리 비법을 전파하고 싶었는데, 애석하
가 어딨어요” 라는 답을 들었을 때부터.
게도 정답은 찾지 못했다.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 는지도 모른다. 투쟁이 끝나고“왜 비정규직과
연대를 하셨나요?” 라고 묻자“당연한 일에 왜가 어딨어요” 라는 답을 들었을 때부터. 이 당연함을 당연하 게 새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기자.
*씨앤앰지부 초대 부지부장이자 3기 현 지부장인 김진규, 초대 사무국장인 김시권, 희망연대노조 박재범 국장 세 분의 도움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실관계의 착오나 내용상의 허점은 전적으로 글쓴이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지면을 빌어 씨앤앰/케비 지부의 투쟁 승리를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투쟁이었기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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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 포스터 (사진 : tvn <미생> 공식홈페이지)
특집 / 지금 여기의 노동
이 노동은 왜 노동이 아니란 말인가 <직장의 신>과 <미생> 속의 노동 체제의 문제 그리고 사회의 문제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 고통 받는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들은 착취의 시스템을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못한다.
박권일 기관지위원,《88만원 세대》공동 저자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21
‘노동’ 으로 재 뿌리지 마라? 한국의 대중문화 상품에서‘노동’ 은 아직까지도 생경한 주제다. 웹툰의 성공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진 <미생>,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 드라마 <직장의 신>, 영화 <카트> 정도가 노동 현장의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최근 사례다.(물론 오래 전 <파업전야> 같은 빛나는 성취가 존재하지만 상업적 대중문화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노동’ 이 어떤 뉘앙스의 단어인지를 절묘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다. 지금은 해산된 통합 진보당 출범을 앞두고 당명이 논의되던 시기였다. 참여당 당원들이 부산시당사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사진 속 그들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어떤 문장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노 동’ 이란 단어로 통합당에 재 뿌리지 마라!”그들의 인상은 평범했다. 어딜 봐도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꾸 려가는 한국의 시민들이다. 보수적인 도시 부산에서 참여당 활동을 할 정도면 제법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무엇
대체 무엇이 저토록 노동이란 두 글자를 혐오 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자기 삶의 지평이자 수단을 저리도 경멸하게 만들었을까?
이 저토록 노동이란 두 글자를 혐오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자기 삶의 지평이자 수단을 저리도 경멸하게 만들었을까? 사실 그 질문은 순진한 것이다. 이유는 명백했다.‘노동’ 이란 단어가 당명에 쓰
일 때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저들은 이미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깨어있는 시민들” 에게‘진보’ 는 허용 가능한 단어이지만‘노동’ 은 안 될 말이었다.‘노동’ 은 과격하고 독 선적인 운동권의 언어였고‘좌파들이 특히 선호하는’단어이며‘불필요한 선입견을 줄 수 있는’말이다. 그래서 그것을 당명에 올리는 건 자체로“통합에 재를 뿌리는”짓이 된다. 누구나 가져다 쓰는 말들“민주주의” ( “진보” “혁신” )이 있는 반면, 어떤 맥락에서 호불호가 강하게 일어나 ( )이 있다. 전자는 일상적으로는 사실상 엄밀한 지시 능력을 상실한 말로서, 그저‘좋은 것’ 는 말들“노동”
과‘옳은 것’ 의 표상이다. 후자는 다르다. 그런 언어는 자체로 정당성에 대한 감각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격렬한‘이데올로기적 전장’ 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해 흥행에까지 성공한 대중 문화상품들은 이데올로기적 전쟁터의 전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촉매들이다. 2013년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직장의 신>과 2014년 신드롬을 불러올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 <미생>을 통해 ‘노동’ 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살펴보자.
‘프로젝트’ 와‘직장인’ 은 있지만 드라마 <직장의 신>은 2007년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2013년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파견의 22
품격>의 주인공은‘못하는 일이 없는 특A급 파견사원’오오마에 하루코다. 그녀는 대형차 면허에서부터 핵연료처리기사 자격증까지 수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업무효율을 보이는 비정규 직이다. 과거 은행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이후, 회사를 믿지 않고 동료와도 사귀지 않게 되었다. 이 오오 마에 하루코가 대기업에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드라마의 주된 이야기. 한국 리메이크판에서 오오마에 하루코는 본명이 알려지지 않은 계약직 여성‘미스 김’ 으로 등장한다. 회사의 촉망받는 엘리트 사원인‘장규직’팀장이 그녀와 갈등선을 연출하는 또 한 명의 주연이다. 극에서는 주로 정규직 노동자 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정규직 될 날만 고대하며 눈치를 보는 비정규직들과 이들을“잡일하는 언니 들”취급하는 정규직 사이에도 갈등 이 있다.
정규직들은‘신분의 차이’ 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연민 을 종종 드러낸다. 대부분 무언가 부조리하다고 느끼 지만 아무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저항하지 않는다.
극중 갈등을 봉합하는‘데우스 엑 스 마키나’ 는 바로“회사는 가족” 이라 는 가족주의다. 이런 가치들이 얼마나 공허한지를‘미스 김’ 은 뼈저린 경험 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다른 비정규 직은 해고에 대한 불안에 떨면서도 정 규직들과 회사의 입에 발린 격려나 위 로를 믿고 싶어 한다. 정규직들 역시 ‘신분의 차이’ 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연민을 종종 드러낸다. 대부분 이런 상황이 무언가 부조리하다고 느끼지 만 아무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저항하 지 않는다. 드라마는 피도 눈물도 없 을 것 같던‘미스 김’ 과 실적과 출세에 만 매달리는‘장규직’ 이 알고 보면 따 뜻한 인간이며 일종의 희생자라는 걸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또 한 편의 드라마 <미생>은 연재 당시에도 엄청난 인기를 모은 동명의 웹툰을 영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 공 장그래는 한국기원의 바둑연습생
<직장의 신> 포스터 (사진 : KBS <직장의 신> 공식홈페이지)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23
이었으나 끝내 프로 바둑기사가 되지 못한 청년이다. 남들이 정규교육을 받은 시간을 온전히 바둑에 쏟아 부었음에도 번번이 입단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결국 바둑의 길을 접었다. 그 뒤 군대를 다녀와 보 니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학력도, 자격증 하나도 없는 막막한 상황. 장그래가 바둑 두던 모습을 눈여 겨보던 지인은 그를 안타깝게 여겨 취업을 주선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바둑연습생 시절의 과거가 알 려지며 왕따를 당한 장그래는 얼마 못 가서 퇴사하고 만다. 그리고 다시 그 지인의 소개로 대기업 인턴사 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바둑 실력 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청년 이 종합상사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화이트컬러의 노동이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 것이다. 낮은 스펙에도 계약직으로 선발된 최후의 4인에 들어간 장그래는 오상식 차장, 김동식 대리 같은 인간 성 좋은 선임 밑에서 일을 배워나간다. 하지만‘낙하산’ 이라는 소문, 고졸에 영어 한 마디 못한다는 이유 로 다른 팀 사람들이나 동기들에게도 조롱받고 멸시당하기 일쑤다. 장그래의 동기들인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등도 각자 속한 팀에서 호되게 조련 받는다. 사실 호된 조련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다.‘부당노동 행위들이 난무한다’ 고 해야 적확하다. <미생>은 웹툰으로나 드라마로나, 종합상사라는‘정글’ 에서 넥타이 를 매고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벌이는 여러 인간 군상을 밀도 높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노동’ 과‘노동자’ 는 없다 어떤 작품이 현실을‘어떤 관점에서 묘사하는지’ ,‘어떻게 묘사하는지’ 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더 중요한 건‘무엇을 묘사하지 않았는지’ 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 작 주체가 무엇을 프레임에 넣고 무엇을 프레임에서 제외시켰는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핵심이다. 그럴 경 우 작품이 겉으로 내세우는“관점” 이라든가“정치적 포지션”같은 층위보다 조금 더 깊은 수준에서, 우리 시대 사람들이 어떤‘필터’ 를 가지고 현
무엇을 묘사하지 않았는가? 노동조합이다.
실을 인식하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기
특히 <미생>에서‘노조의 증발’ 이 더욱 그로
때문이다.
테스크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시리즈 전반에 온갖 부당노동행위들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미생>에서 가장 기묘한 지점, 거의 ‘불가사의하다’ 고 말해도 좋은 의문점 이 하나 있다. 극의 진행 내내 노동조합 은 철저하게 블라인드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의 신>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조직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 특히 <미생>에서‘노조의 증 발’ 이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시리즈 전반에 온갖 종류의 부당노동행위들이 넘쳐나고 있 어서다. <미생>의 어느 에피소드를 보면 주인공 장그래 이상으로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는 오상식 차장이 계약직 사원들을 호출해 주말 내내 호텔에서 업무를 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갑자기 쓰러진 동료의 일을 나누자는 '좋은 취지'였지만 초과근로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왜 계약직이 떠안아야 하는 24
<미생>에는 온갖 종류의 부당노동행위들이 넘쳐나지만, 극의 진행 내내 노동조합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사진 : tvn <미생> 공식홈페이지)
건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저 훈훈한 미담이요,‘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과정의 하나로 취급될 뿐. 사 실 초과근로 정도는 양반이다. 간부의 물리적 폭력, 이지메, 극단적 폭언과 욕설이 일상적으로 횡행하는 데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노동조합은 요식행위로라도 등장하지 않는다. 종합상사 업무나 계약직 사원의 애환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정확한지는 차치하고)에 비하면 심각한 불균형이다. “노조 조직률이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볼 때, 노조에 대한 묘사가 전무한 건‘리얼 리즘’ 이 아니냐” 고 냉소적으로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생>과 <직장의 신>의 배경은 대기업이다. 삼성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대기업이라 불리는 회사에는 ‘어용’ ( 이든 무엇이든 간에) 대개 노동조합이 있 다. 드라마 속 대기업에 노동조합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대기업에 노동조합이 없어서가 아니다. 노동조합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래서 편한 길을 택한다. 노동조합? 없는 걸 로 간다! 대중문화에서 노조가 증발해버린 근본적인 배경을 따지면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노동조합, 조직노동 자의 힘과 위상이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은 그냥 존재감이 없다. 하 지만 그게 노동에 대한 안일하고 왜곡된 접근의 면책 사유는 되지 못한다. 노동현장에서 고통을 겪는 사 람들이 이토록 많아진 데에는 명백한 사회적 배경과 원인들이 존재한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가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것 은 자본과 노동의 모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말하지 않고선 제대로 답할 수 없는 이야기다.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25
미생,‘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직장의 신>이나 <미생>은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를 고발하는 외양을 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주의와 보신주의에 대한 고발도 신랄하다. 그러면서도 결론에 가서는 끝내 보수주의에 머무르고 만 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본의 착취와
<직장의 신>이나 <미생>은 한국 사회 비정규직
횡포를 어쩔 수 없다는 듯, 당연하다
문제를 고발하면서도 끝내 보수주의에 머무르
는 듯 괄호쳐버리기 때문이다. 그 순
고 만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본의 착취와 횡포 를 어쩔 수 없다는 듯 괄호쳐버리기 때문이다.
간 참으로 자연스럽게도 모든 것이 ‘개인’ 과‘의지’ 와‘능력’ 의 문제로 환원되어버린다.‘강한 개인’ , 시쳇 말로‘능력자’ 가 되면 문제가 해결된
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노동자 조직화-정치화에 대한 무지와 레드 콤플렉스까지 더해지니 비정규직 노동 이라는 구조적 모순이 눈에 보일 리가 없다. 남은 건 얄팍한 휴머니즘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그린 작품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노동은 고통과 시련, 자기연민 의 표상으로 존재한다. 체제의 문제 그리고 사회의 문제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 고통 받는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들은 착취의 시스템을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서사들은 되레‘빨리 성공해서 이 지옥 을 탈출하겠다’ 는 욕망만 자극할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능력과 주변의 도움으로‘완생’ 이되 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잠시 위안을 얻은 다음, 우리는 별일 없었다는 듯 노동현장의 보잘 것 없는 미물로 돌아갈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미생>과 <직장의 신>에‘프로젝트’ 와‘회사인’ 은 있었어도‘노동’ 과‘노동 자’ 는 없었다. 조직되지 않은, 혹은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를 치열하게 그린 진짜 노동의 서사가 많이 나오 길 기대한다. 우리에겐 이미, 최규석의 웹툰 <송곳>과 같은 탁월한 참고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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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주변화 되었던 노동문제가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은 씨앤앰 고공농성 당시의 노성장 풍경 (사진 : 노동자연대)
특집 / 지금 여기의 노동
일상의‘노동’ 으로 들어가기 대중 속으로, 대중 속으로 그간 노동문제에서 주된 관심을 받지 못한 영역이나 주변화 되었던 취약 집단의 문제가 우리 중심(core)으로 들어온 것이다.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혹은 문제가 없었던 현실이 이제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27
풍경 하나. 사각지대 노동, 하나하나 드러나기 최근 언론과 SNS를 통해 기사화되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노동문제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노 동 현실들이다. 대형마트를 배경으로 하는 염정아 주연의 영화 <카트>나 대기업 콜센터 계약직 상담사 모 습을 그린 윤은혜 주연의 <미래의 선택>에서는 요즘 주요 이슈가 되는 감정노동 문제가 드러나고, 몇 년 전 공효진과 이선균이 나온 <파스타>에서는 여성차별과 부당해고가 잘 드러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TV 나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다. 홍대 청소노동자 해고, 콜센터 텔레마케터 및 다산120 상담사 폭언, 항공사 승무원과 백화점 및 대형 마트 판매직 폭행, 아파트 경비원 폭행 및 분신, 패션 및 헤어숍 인턴과 수습사원의 착취와 해고, 커피전문 점 아르바이트 주휴수당 미지급,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 교통사고, 민들레 영토나 토즈 같은 공간 대여점 의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매우 다양한 특수고용형태의 노동문제들이 우리 주위 를 덮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본의 이윤추구 속에서 “이젠 착취해도 좋으니 고용이라도 해 달라” 는 게 현실이 되었고,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간 노동문제에서 주된 관심을 받지 못한 영 역이나 주변화 되었던 취약 집단의 문제가 우리 중심(core)으로 들어온 것이다. 과거에는 아무렇 지 않았던, 혹은 문제가 없었던 현실이 이제 하 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왜 그럴까. 1987년 이전 엔 국가의 억압과 자본의 이윤추구에“착취하지
말라” 는 요구와 투쟁이 주된 관심사였고, 이는 조직된 이해 당사자만의 노사관계 영역에 국한되었다. 하 지만 언제부터인가 자본의 이윤추구 속에서“이젠 착취해도 좋으니 고용이라도 해 달라” 는 게 현실이 되 었고,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풍경 둘. 노동의 두 가지 모습, 드러난 노동과 숨겨진 노동 요즈음 10대와 20대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최저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너나 할 것 없이 낮은 시급(5,580 원)을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당사자 즉 주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윤추구 속에 일의 성격과 무
관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기에,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다시 말해 노동의 가 치를 판단하고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을 결정해 놓고 일을 시킨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들 은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 활동이라는 기존 노동조직의 교섭과 투쟁으로 넘 어가면 거리를 둔다.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곧‘언론에 비추어진 현대자동차’ 로 각인되어 있다. 노동조 합이라는 조직적 형태를 진부하게 인식하는 것과 달리 유니온(union)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거부감을 덜 28
느낀다. 개별적 노동문제에는 매우 진보적이나 집단적 노동문제엔 매우 보수적인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일반 국민들도 다르지 않다. <미생>의 장그래가 맞닥뜨리는 차별과 고용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비정규직, 정리해고, 통상임금, 장시간노동 문제의 해결 주체인 민주노총이나 정규직 노조에는 거부감을 갖는다. 그 렇다면 진보정당의 당원은 다른가. 2000년대 중반까지는 제조업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나 불법파견 혹은 2007년 비정규직법 도입 전후 시기의 KTX 승무원, 이랜드, 기륭전자, 재능교육 학습지 등의 비정규직 투쟁들이 사회적 이슈였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희망버스(한진중공업)나 아름다운재단 노란봉투(쌍용자동차) 사례와 같은 민간부문 구조조정 이나 정리해고 투쟁, 철도 민영화와 진주의료원 폐업 같은 공공부문 투쟁 과정에서 노동문제가 사회적 관 심과 지지를 받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실 삼성전자서비스, 씨앤앰,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다산120과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원하청 문제’즉‘갑-을 관계’속에서 출현된 다층적인 고용구조는 쉽게 포착되지 못했 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실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본의 이윤추구 과정에서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은폐된 고용관계가 당사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절 힘들게 투 쟁했던 비정규직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활동이 그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풍경 셋. 프레임의 변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알리기 결국 문제는“진보정당이 노동계급 중심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대중’ 과 함께 해나갈 것인가” 라는 물 음으로 귀결된다. 대중 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중 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함 께 찾아야 한다. 중앙 집중적인 노동의 제는 기존 노동조직과 함께 풀어갈 문제 라고 본다.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 동의제들은 일터 현장에서 곪아있던 것 들이 드러난 것이다. 진보정당은 지역과 일상 속에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것 들부터 찾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 공공부문 비정 규직의 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있고, 저임 금 문제도 생활임금제도의 도입으로 미 흡하지만 그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120 다산콜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시에 직접고용을 요 구해왔다. (사진 : 노동당 서울특별시당)
특집 지금 여기의 노동 29
노동당 서울시당은 아파트 지원사업비가 공적지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아파트에 대한 지원으로 바뀌길 촉구하며, 가장 중요 한 자격 조건으로 ‘좋은 < 일터’ 로서의 아파트>를 꼽았다. (사진 : 노동당 서울특별시당)
이 과정에서 진보정당과 당원들의 보이지 않는 직간접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심지어 해외에 거주하 고 있는 당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공공부문의 좋은 사례를 민간에 확산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 실현 방식은 진보정당과 노동조직뿐만 아니라 대중과 함께 하는 사회운동적 활동이면 좋겠 다. 다수의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되는 정책과 운동이 필요한 시기다. 예를 들면 서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의자 설치와 명절 영업 금지는 우리나라 서비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다. 콜센터나 판매직과 같은 서비스 노동자들의 폭언폭행과 감정노동 해결을 위한‘피할 권리, 벗어날 권리, 회피할 권리’요구는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산업안전 차원의 작업중지권 실현이다. 제조업 사내하청이나 안전경비, 보건의료 업무의 아웃소싱 금지 법제도화는‘위험의 외주화’ 를 규제하는 직무 재설계 활동이다.
풍경 넷. 대안 사회, 노동과 같이 걷는 운동 끝으로 지역차원의 당원 모임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 2015년 상반기 당원과 지인들이 함께 번 개 모임으로 영화를 한번 보자. 평일 늦은 시간 동네 멀티플렉스 극장을 하나 찾자. 바로 인근 프랜차이즈 형 커피전문점에서 만난다. 일찍 도착한 당원들이 커피 한잔을 주문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의 하루, 일주일 근무시간, 시급과 근로계약 체결 등을 물어보자. 그리고 당원들이 도착하면 영화 예매 티켓을 받으러 가 면서 또 한 번 아르바이트생의 노동조건을 물어보는 건 어떨까. 한 달 후, 우리나라 전국 멀티플렉스 극장과 커피전문점의 노동문제가 며칠 동안 사회적 이슈가 된다 고 상상해보자. 당원들의 활동으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이 진행되 고, 노동친화적 의원들에게 법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루 종일 SNS와 언론에 기사화되고, 그 이후 당원들은 변화된 노동의 삶을 목도한다면? 대중들은 진보정당에 이런 모습과 활동들을 기대하고, 그 사실들을 하나 둘씩 확인할 때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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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2차 원탁회의 선언문’발표 (사진 : 참세상)
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31
기획/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헌법재판소에 헌법 없다? 통진당 해산 결정문 톺아보기
정당해산제도, 양날의 칼 민주사회에서 정당해산제도는 양날의 칼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정당을 해산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제도이자, 국가권력으로부터 소수정당을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치 적 다원주의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어판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 터키 이 결정은 지난날 관습헌법 결 정과 마찬가지로 헌재의 권력
의 경우가 그러했듯이 그것은 정치권력을 장악한 다수정파가 체제에 반발하는 소수정당을 억압하는 법적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리
의지만 충만할 뿐, 아무런 논거
고 아쉽게도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후자의 폭력을 선택했다.
도 없고 심지어 정치적 정당성
주지하듯 한국의 정당해산제도는 그 원조인 독일의 경우와는 매우
조차 없다.
다르다. 독일은 나치당과 같은 반민주적 정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의 정당해산제도는 자유당 정권이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을 해산시켰던 과거사에 대한 반성에 기반한다. 즉 소수 정당을 다수정파의 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던 것이다. 국 민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일종의 예외규정으로 존재하는 독일의 경우와 달리, 우리 헌법에서는 이 제도가 우리나라의 기본적 구조를 정하고 있는 총강부분에 편성되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다 원적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헌법의 핵심제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이번 결정은 우리의 입헌주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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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밑바닥에서부터 부정하는, 사법적 정치폭력의 극단이다. 실제 이 제도는 루이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는 것 혹은 나치당이 전체주의 체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YTN 보도 화면 갈무리
를 구축하는 것을 사전에 가로막는 데 그 본질이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철저하게 이를 외 면한다. 오히려 황제의 자리를 욕심내던 루이 나폴레옹이 정적들을 숙청하고 전체주의를 추구하던 나치 당이 반대정파들을 제거하던 그 폭력의 역사를 우리의 21세기에 그대로 복원시킨다. 정작 막아야 했던 그 권력에 빌붙어 한국 민주주의를 질곡에 빠뜨리는 데 이 제도를 오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적 특수성’ 이라는 흑마술 이 결정문에서 헌재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짚고 있다. 민주주의는“다원주의적 가치관을 전제 로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정치적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공동체의 올바른 정치적 의사 형성으로 이어진다는 신뢰” 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한 중심에 정당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헌재가 이해하는 민주주의는 이게 다다. 주기도문이나 반야심경을 줄줄 외우는 종교단 체 유치부 아이들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헌재의 인식은 여기서 멈춘 채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다. “한국적 특수성” 이라는 파쇼적 감성은 헌재가 이런 세계인의 상식을 배반하는 흑마술이다. 분단과 대 치의 상태는 국가보안법 등 수많은 시국관련사건에서 헌재가 헌법적 이성을 상실하게 하는 한결같은 그 리고 유일한 이유이지만, 그것은 이 사건에서 최강의 위력을 과시한다. 세상이 어떻든 세계정신이 어떠하 든 상관없다. 반공국가의 이 서슬 푸른 칼날은 한국을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한 국제체제로부터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으로 만들어버린다. 지난 유신체제에서“한국적 특수성” 을 내세운 한국적 민주주의가 결국 에는 영도자민주주의의 폭력과 다르지 않았음을 지금의 헌재가 한 치의 어김도 없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 는 것이다. 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33
한마디로 이 결정은 지난날 관습헌법 결정과 마찬가지로 헌재의 권력의지만 충만할 뿐, 아무런 근거도 논거도 심지어 정치적 정당성조차도 없다. 실제 이 결정의 키워드는“주도세력” 론과‘퍼즐 맞추기’ 와“숨 겨진 목적”세 개에 집중된다. 통합진보당
키워드는“주도세력” 론과‘퍼즐 맞추기’ 와 “숨겨진 목적”세 개다. 법을 아는 사람이라 면 입 밖에도 꺼내서는 아니되는, 문자 그대 로 나치식 처형 방식에 적합한 것들이다.
의 강령이나 공식 활동 등에서는 별다른 문 제점을 찾지 못하겠으나,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는 만큼 이 세 키워드를 통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어야 할 정당임을 파 헤쳐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키워드 들은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입 밖에도 꺼내
서는 아니되는, 문자 그대로 나치식 처형 방식에 적합한 것들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숨겨진 목적”퍼즐 맞추기 먼저“숨겨진 목적” 론은 역사 드라마에 나오던 궁예의‘관심법’ 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것은 행동이나 문건 등 객관적 증거에 의해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언행으로부터 귀걸이 코걸 이 식으로 유추함으로써 그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방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 강령에 걸려있던“진보 적 민주주의” 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찾아내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소속의원들이 발의한 입법안들을 분 석할 수도, 주요당직자들의 공식발언을 정리할 수도, 혹은 꼭꼭 숨겨놓은 비밀강령을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헌재는 이 모든 방법은 무시한다. 오로지 자의적으로 선별하여“주도세력” 이라고 이름 붙인 30여 명의 인사들의 과거행적(특히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이나 개인자격으로 제안하였던“민족해방 인민(민중)민 주주의 혁명론(NLPDR)”등의 논의들 혹은 그와 유사한 문건들에 주목한다. 그리고는 이들을 이용해“북한 식 사회주의” 라는“숨겨진 목적” 을 퍼즐 짜 맞추듯 도출해낸다. 문제는 이 퍼즐에 있다. 17만 쪽이 넘는 수많은 자료들 중에서 헌재는 유독 이런 추론에 필요한 퍼즐조 각만을 찾아내었다. 통합진보당 측 변호사들이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하고 반대 증거를 제시하고 일부 증 거에 대해서는 증거의 가치가 없음을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전혀 없다. 혹은 통합진보당이나 그 소속 의원들, 주요 당직자들이 했던 그 많은 활동과 발언과 관계들은 다 제쳐둔다. 오 로지“진보적 민주주의” 와“북한식 사회주의” 가 연결되거나 혹은 연상될 수 있는 퍼즐조각만 찾아내어 결 합할 뿐이었다. 경우에 따라 빈 조각이 나타나면,“민중주권” 론이나“저항권”등의 정치적 레토릭들을 해 석하는 경우에서 보듯, 헌재 스스로 그 퍼즐조각을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변형하거나 조작하기도 한다. 헌재는 실제 그동안 진행되었던 변론 과정에서 오로지‘자기들이 보시기에’적당한 자료들을 퍼즐조각으 로 재단하고 가공하여 조립함으로써 전체로서의“숨겨진 목적” 을 그려낸 것이다. 이런‘관심법’ 적인 유추와‘발가락이 닮았다’ 는 식의 지레짐작에 의해“숨겨진 목적” 을 찾아내다 보니 34
정당해산의 또 다른 요건인 명백·현존 위험 혹은 급박성의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아니 될 수가 없었다. 세계적으로 거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이 기준을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헌재의 모든 작업들이 무 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실‘관심법’ 에 의해서만 발견되는 그 위험이라는 것이 현존할 수도 혹은 급박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명백할 수도 없다. 헌재도 고백하였듯이, 이렇게 해석하면 괜찮 을 수도 있지만 저렇게 해석해 보니“북한식 사회주의” 를 추종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판국이기 때문이 다. 그러다 보니 헌재는 정당해산을 위해서는 그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 을 야기하여야 한다고만 말하는 수준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 위험 이 지금 현재 혹은 급박한 시일 내에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정당해산제도 의“예방적”성격을 내세우며 국가와 전체사회의 안보를 위해 그러한 위험이 커지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 야 한다는 전체주의식의 국가폭력만을 내세울 따름이다.
또 하나의 월권, 통진당 의원들 자격 상실 여기에 이석기 등의 내란관련사건은 이런 판단에 날개를 달아준다. 헌재는 그 사건이 아직 재판중일 뿐만 아니라 내란음모혐의는 고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음을 의식하였는지 그저“내란관련사건” 이라는 통칭으로 일관한다. 사실관계에서조차 헌재가 제대로 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듯 한 부분이다. 더불어 이 사건이 당원 개인의 행사라는 수준을 넘어 통합진보당의 공식적인 활동이나 입장 으로 간주될 수 있을 만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증명이 없다. 그럼에도 이 사 건은 마치 확정된 판결이라도 나와 있는 것처럼 통합진보당의 폭력성과 친북한적 성격을 입증하는 자료 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니 헌재가 이 사 건을 심판하는 절차를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굳 이 민사소송법에 따르기로 고집한 이유도 추론 할 수 있다. 증거를 자의적으로 선별하려면 엄 격한 증거법칙에 따르는 형사절차보다는 법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니 헌재가 이 사건을 심판하는 절차를 형사소송 법이 아니라 굳이 민사소송법에 따르 기로 고집한 이유도 추론할 수 있다.
의 자유로운 심증을 허용하는 민사절차가 더 유 리하다. 세계적인 기준이 요구하는 실질적 증거에 의한 증명(이를 위해서는 형사절차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 다)이라는 방식으로는 위헌·해산이라는 결론을 얻기가 매우 곤란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편
법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민사절차는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피청구인은 ~ 라 하나 그 주장은 ~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라는 식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헌재는 그 수많 은 반론들에도 불구하고 왜 자기들이 정부 측 주장만 받아들이고 통합진보당 측의 주장을 거부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내가 보면 안다’ 라는 식의 식의 독단만이 가득할 뿐이다. 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35
이 결정의 문제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의 개입은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만 가능 하다고 하는 비례성 원칙은 법치국가의 필수적 요청이라고 하면서도 헌재는 그 많은 다른 사건들에서 적 용하였던 심사의 잣대를 스스로 거부해버린다.“설령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공론장이 적절하게 작동함 으로써 그 정당의 정치적 위험성을 상당부분 견제할 수 있다 하더라도”정당해산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한 부분은 그 억지의 대표 격에 해당한다. 정당해산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서도 통합진보당이 야기할지도 모르는“위험” 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능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헌재가 스스로 인정 하면서도 그리고 그러한 방법이야말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최선의 길이자 국제적인 상식에 부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해산이라는 최극단의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소속의 의원들에 대해 자격상실의 판단을 내린 것은 헌재가 저지른 또 다른 방식의 월권행 위이다. 그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하나만 들자면 그런 판단은 헌법을 제정한 국민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 다. 우리 헌법사에서 가장 정당국가적 성격을 강하게 취하고 있었던 1962년 헌법에는 정당이 위헌으로 해 산되면 소속의원의 자격은 박탈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1972년의 유신헌법에서는 이 정당국가의 성격을 크게 완화하면서 이 조항도 없애버렸다. 소속의원의 자격이 당연히 박탈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 이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과거 독일에서 나치당을 해산시키면서 의원직을 박탈하였던 사례는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게 된다.(실제 그 사례는 이런 이유를 떠나서도 정당해산심판과 관련한 법제가 현저하게 다른 우리나 라에 적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87년 헌법의 존재 의미 사라졌다 헌재의 이 사건 결정은, 입헌적 민주주의에 관한 몇 단락의 서술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부분에서도 (헌) 법학적 타당성은 물론 법치주의적 정당성도 획득하지 못한다. 그것은 법정의견에 참여하였던 여덟 명의 재판관들과 함께 우리 헌정사에 있어 가장 큰 오점이 되어 버렸다.“한국적 특수성” 이라는 단 하나의 핑계 만으로 정당해산에 대한 세계적 기준들은 물론, 다원적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존중하고 앞장서서 구현 하여야 할 헌법재판소의 의무를
정치적으로는 진보당이 등록취소되고 사법살인이 자행되던 자유당 말기의 시절로, 헌법적으로는 막
송두리째 우회해 버렸기 때문이 다. 아울러 과거 권위주의 체제가 내세웠던 바로 그“한국적 민주주
걸리보안법도 모자라 어떠한 체제비판도 허용되지
의”혹은 유신헌법의 반공주의 담
않던 긴급조치의 시절로 퇴행시켜 버렸다.
론들을 그대로 재생산해 냄으로 써, 우리 사회를 정치적으로는 진
보당이 등록취소되고 사법살인이 자행되던 자유당 말기의 시절로, 헌법적으로는 막걸리보안법도 모자라 어떠한 체제비판도 허용되지 않던 긴급조치의 시절로 퇴행시켜 버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국가는 36
헌법재판소 내부 (사진 :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21세기의 세계사에서 완전히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이 되어 세계동포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진화 혹은 퇴 보의 길을 걷게 된다. 실제 정당해산제도가 가지는 양면의 칼날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휘둘러지기 쉽 다. 자유당 시절의 진보당이 좋은 예이듯, 다수정파가 자신의 권력을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보전하는 가 장 편리한 방법인 동시에 가장 손쉽게 합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이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반대정파들을 숙청하였고 히틀러가 전체주의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수없는 반대정당들이 희생되었다. 터키나 러시아나 불가리아, 태국 등지에서 일어났던 수 많은 정당해산 사례들 또한 민주주의의 진정한 적이 어디에 숨어있는지를 제대로 분별할 필요가 있는 사 건들이었다. 그리고 21세기의 벽두에 우리 헌재는 이런 폭력을 그대로 답습한다. 헌법을 수호하여야 할 헌법재판소가 억측과 편견으로 가득 찬 종북 담론과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하는 공안논리로 헌법 해석을 대체함으로써 헌법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자기부정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하는 입에 발린 자랑이 채 가시기도 전에 헌재는 87년 헌법의 존재 의미 자체를 지워 버린 것이다. 요컨대, 우리의 헌정주의는 이제 풍전등화의 지경에 이르렀다. 87년 체제에서 시나브로 스러져가던 공안 세력들이 다시금 발호할 수 있는 헌 법적 근거를 얻게 되었다.“나는 통 합진보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나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라는 자기검열은 이제 모두의 사고를 통제한다.“민중” 을 말하고“저항” 을 이야기하는 순간“북한식 사 회주의” 와의 연계성을 걱정하여야 한다.
이라는 자기검열은 이제 모두의 사 고를 통제한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숨겨진 목적” 을 의심받아야 하며,“민중” 을 말하 고“저항” 을 이야기하는 순간“북한식 사회주의” 와의 연계성을 걱정하여야 한다.“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를 말하지 않고서는 통일을 말해서는 안 되며 나의 모든 언동이 북한의 주장과 외관상 일치될 여지는 없는 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37
지 혹은 언어적 유사성은 없는지 언제 어디서나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이제 이념적으로는 반쪽 짜리 세상에서, 행태적으로는 끊임없는 부재증명이 요구되는 세상에 내던져져 버린 것이다.“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는 괴벨스의 단언을 이제 헌재가 대신하고 있기 때 문이다.
‘헌법적 시민’ 의 출현을 기다리며 147쪽에 이르는 이 사건 결정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부분은 입헌적 민주주의에 대한, 겨우 다섯 쪽짜리 의 설명이다.“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 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 이자“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 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 에 터 잡은 입헌적 민주주의는 87년 헌법이 나아가야 할 최종의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길은 헌 법에도, 헌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서 우리의 비극이 시작된다. 우리의 삶에서 헌법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미국의 진보적 헌 법학자 마크 터쉬넷은 헌법도, 헌법
결국 짐은 다시 그 헌법을 만든 우리 모두에게 되 돌아온다. 사법이 정치화되고 정치가 사법화되는 이 악순환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모두가 “모범적인 헌법적 시민” 이 되는 것뿐이다.
재판소(미국식으로는 연방대법원)도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호자가 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헌법은 헌 재가 해석하고 집행하며, 헌재는 정 치권에 의해 임명되기에 정치권력 의 의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
문이다. 그렇다고 이 정치권력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우리가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는 틈을 타 그들은 우 리 위에 군림한다. 결국 짐은 다시 그 헌법을 만든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온다.“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 호하지 않는다” 는 오래 묵은 법률격언이 여기서 의미를 가진다. 법치라는 이름으로 사법이 정치화되고 정치가 사법화되는 현실은 결국 법치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질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모두가“모범 적인 헌법적 시민” 이 되는 것뿐이다. 헌재로부터 헌법이 해석권을 회수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헌법적 판 단의 주체가 되는 것, 혹은 헌재의 표현을 빌리자면“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동등한 자유, 그리고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 이 보장되는 정치영역을 우 리 모두의 힘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터쉬넷의 경구는 그래서 의미를 가진다. “헌법의 눈으로 보라. 장엄함이 거기에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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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노동당, 노선 차이 분명히 하라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림으로써 노동당은 심각 한 혼란을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은 정당민주주의에 심각한 위 기를 불러왔으며 지난 수십 년간 업데이트 되어 온 사상과 양심의 자 유에 대한 논의 역시 그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려버렸다. 전 사회에서 우리가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 고 이를 다수의 대중들이 지지
의 이념적 퇴행 앞에서 우리는 무력감을 곱씹어야 했고, 우리의 존재 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해준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통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인해 노동당이 맞게 된 위기는 이러한
합진보당은 현실에서 영향력을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당 부대표를 지낸 김종철 당원이 언론을 통해 내
잃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
놓은 발언은 우리가 맞게 된 위기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
명히 해야 한다.
로 평가할 수 있다. 김종철 당원은 지난해 12월 22일 MBC라디오 <신 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의 노선이 틀렸다면 그걸 심판하는 유일한 권한은 국민들이 갖 고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지금은 위헌이 되긴 했지만 지지율 2%에 못 미치면 당이 저절로 해산되거나 등록취소 되 는, 소멸해가는 과정이 있다.” 그의 발언은 그가 2012년에 노동당의 부대표를 역임했다는 점에 서, 그리고 늘 선거투쟁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사람이 내놓은 것이라는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
점에서‘문제적’ 이다. 왜냐하면 그의 진단대로라면 노동당의 노선은 틀렸고, 2012년 4월 총선에서 1.13%를 득표함으로써 이미 국민에게 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39
심판받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래서인지 그는 최근‘진보재편’등을 주장하고 있다.
지지율은 정당의 존립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물론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국민으로부터 받는‘지지율’ 을 정당의 존립 근거로서 사고한 다면 우리는 중대한 실존적 고민에 직면한다. 이는 우리뿐만이 아니라 군소정당이 여당과 제1야당의 양당 제적 분립 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당위에 대한 어떤‘도전’ 이다. 지지율이 낮으면 대중으로부터 심 판받을 수 있는 어떤 파멸적 권한을
지지율이 낮으면 대중으로부터 심판받을 수 있는 어떤 파멸적 권한을 획득하게 된다는 게 우리 자 신에 대한 적절한 평가인가? 그렇다고 대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획득하게 된다는 게 우리 자신에 대 한 적절한 평가인가? 그렇다고 대답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장 애물이 있다. 그 첫 번째는‘존재가 의식을 배 반한다’ 고 규정해온 우리의 오래된
어떤 주장이다. 이 주장은 해설하면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노동자, 서민에 속하는 유권자들은 노 동자, 서민의 이득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당을 지지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보수정당을 지 지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것은 왜인가? 여기에는 규명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어떤 특정한 정치적 국면을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는 것은 지배이데올로기라는 점을 강조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노동자, 서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노선을 가진 당을 인지하고 선택 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도 이 문제를 고찰할 수 있다. 소위‘사표론’ 이다. 아무리 노선이 올바른 당이라 할 지라도 자신이 그 당에 표를 줬을 때 과연 현실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같은 기회비용 을 그나마 나은 당을 지지하는 데 지출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실력주의’ 라는 측면도 있다. 노선 이 올바른 당이라도 현실정치에서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갖추지 못 했기 때문에 충분한 지지를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이런 주장들에서 정당의 존립근거로서 제시되는 것은‘노선’ 의 문제이지 국민적 지지의 문제가 아니다. 일단 올바른 노선을 가진 당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하고 여러 가능성을 논하자는 것이 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당의 당원이라면 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느냐와 관계없이‘올 바른 노선’ 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 이견이 없을 것이다. 40
2007년 12월 29일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자주파와 평등파 간에 고성이 오가는 모습 (사진 : 참세상)
이 전제를 놓고 통합진보당의 해산 문제를 바라보자. 통합진보당 해산은 우리에게 앞서 설명한 것 이 상의 혼란을 가져다주고 있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통합진보당의 노선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는 이유로 노선에 있 어서도 함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앞서 인터뷰에서 김종철 당원은“통합진보 당의 노선에 평소 비판적이었는데 왜 해산에 반대하느냐” 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북한 문제에 있어선 평화공존의 노선에 입각해서 할 말은 하는 친구, 아니면 좀 따뜻한 비판자, 이러 한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 간 갈등이 있어왔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강령이 무조건 김정은 체제로 달려가자, 김정은을 옹호해야 한 다, 이런 것도 아닌데 해산시킨 것은 문제가 많은 판결이다.” 요약하자면 우리 당과 통합진보당의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는 그들을 향해 내놓는 비판의 방향이 아닌, 강도에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새누리당은 북한을 10만큼 비판하고, 통합진보당은 2만큼 비판하 고, 노동당은 5만큼 비판한다는 식의 도식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 김종철 당원은 이 이상의 어떤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이렇게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 로 한 인터뷰였다는 점에서 이런 수 준 이상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노선이 다르지만 해산에 반대한다’ 는 논리를 많은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노선이 다르지만 해산에 반대한다’ 는 논리를 많은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통 합진보당을 반대하면서도 옹호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대중적 차원에서 설명하기란 어렵다. 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41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이 답변은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예다. 우리의 실제 생각과는 상관 없이 우리는‘진보’ 라는 이름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과 같이 취급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통합 진보당 해산 반대 집회에 참석한 당원이라면 통합진보당을 반대하면서도 옹호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대중적 차원에서 설명하기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노선 차이, 분명하게 선 그어야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통합진보당과의 노선 차이에 대해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노선차이를 드러내자 는 건 단지 북한에 대해 비겁한 태도를 분명히 하자는 게 아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은 노동당의 존립 근거이다. 우리 당은 2008년 민주노동당에서 분당 사태를 겪으며 실질적으로 창당되었다. 당시 이른바 민주노동당 내 신당파들의 주요 슬로건은‘종북주의와 패권주의 청산’ 이었다.‘종북주의’ 라는 말이 지금 은 우익과 기득권들에 의해 오염됐지만 당시에 저 말은 특정한 사상적 전망을 강조한 것이었다. 자주파들 이 스스로 부정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그들이 당의 이념과 조직을 통해 반영하고 있는‘주체사상’ 을 극복 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신당파들은 주체사상을 한 시기 세계 진보정치를 지배했던‘스탈린주의’ 의 한국적 변형으로 보았 다. 그리고 문제가 된‘패권주의’역시 같은 맥락에서 취급됐다. 신당파들이 문제삼은 당시 민주노동당의 패권주의는 소수파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순진한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자주파들은 조직을 장악하고
통합진보당 해산판결 직후 (사진 :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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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사유화하는 데 있어 명확한 이론적 근거를 갖고 있었다. 소위‘전선론’ 이라는 게 대표적인데 이 전통 역시 스탈린주의 조직론으로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종북주의와 패권주의 청산’ 이라는 구호는 적어도 이론과 사상의 영역에서‘스탈린주의 청산’ 이라는 주장과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스탈린주의 청산이라는 임무는 좌파가 세계사적 차원에서 짊어질 수밖에 없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다른 나라의 좌파정당들 역시 이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으며 우리 당의 강령과 주요 정책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낡은 것들로부터 결별할 준비가 돼 있는가 이런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 당의 창당 정신은 진보정치를 낡은 사상으로부터 구출하고 새로운 대안적 이념을 제시하는 거였다는 게 분명해진다. 그런데 앞서 설명하였듯 통합진보당 해산은 결과적으로 우리 당의 바로 이러한 시도를 무력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작은 차이에 대해 논하는 걸 중단하 고 탄압받는 자들과 연대하자’ 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낡은 사상을 일 신하는 임무를 미래의 과제로 미뤄둘 것인가, 아니면 여러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구호로서 대 중에게 이를 당당히 말할 것인가를 선 택해야 한다. 앞서 말하였듯‘낡은 사상의 극복’ 이라는‘노선’ 은 우리 당의 존립 근거 다. 때문에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해산 을 반대하면서도 그들의 사상을 극복
‘낡은 사상의 극복’ 이라는‘노선’ 은 우리 당의 존립 근거다. 때문에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해 산을 반대하면서도 그들의 사상을 극복하겠다 는 주장을 공격적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
하겠다는 주장을 공격적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이 통합진보당 해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이제 진보도 변해야 한다” 고 말한다 면, 바로 그 해산 결정 때문에 진보정치가 혁신의 기회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는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다수의 대중들이 지지해준다면 어떤 방식으로든‘통합진보 당의 사상’ 은 현실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노선은 진보정치세력 간의 재편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추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세력과 유연하게 연대하는 것은 정치세력의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 한 일이지만 이것이 자신의 존립근거를 잃는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할 수 있 는 모든 세력에게 낡은 사상과 결별하고 대안적 이념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 다. 이를 위한 노동당의 사업은‘동지적 애정’ 이라는 미명 속에 아마추어적 망설임으로 귀결돼서는 안 되 며 섬세한 고려 속에서도 과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기획 통합진보당 해산, 그 다음은 43
‘전체’ 에 투항하지 않고 ‘개인’ 으로서 존재할 것
기획서평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박권일ㆍ김민하ㆍ김진호ㆍ남상욱ㆍ문순표ㆍ이택광 / 자음과모음 / 2014년 11월 / 12,000원
좌파 https://www.facebook.com/derlinken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는“낡고 새로운 극우의 시대에 관한 진단서” 를 표명하는 무크지이다. 이 무크 지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로 대표되는“새로운 극우” 가“이미 존재하던 극우파의 후신이자 변종” (10면)이라는 인식 아래, 극우주의의‘일반이론’ 이 아닌“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극우주의에 최대한 가까
이 다가가 하나하나 분석하고 재맥락화하는 작업” (9면)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우선‘무크지’ 라는 형식이 반갑다. 창간사에서는“단행본이자 잡지로서 무크지는 독자에게 완결된 논 의를 전달하면서 또한 기동성을 보여줄 수 있겠다” (6면)고 말한다. 무크지의 핵심은‘기동성’ 에 있다.‘일 반이론’ 의 추구는 무크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눈앞에 서 전개되고 있는 사안에 관하여 재빠르게 발언하고 개입하는 것이 무크지의 역할이다. 그 소임을 다해야 ‘무크지 운동’ 이라 할 수 있다. 무크지 운동으로서《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가주 목한 것은 일베로 대표되는“새로운 극우” 이다. 무크 지 운동의 주목을 받았다면, 그 사안은 시급히 발언하 고 개입해야 할 절박함을 가지고 있을 게다. 그렇다면 그 절박함은 무엇으로부터 온 것인가?
일베, 새로운 극우 일베가 주목을 요하는 대상으로 급부상하게 된 계 기는 결국 그들이 거리에까지 나온 것이었다. 곡기를 44
<일간베스트> 유저들은 세월호 단식농성장에서 현수막을 당당히 걸고 음식을 먹었다.
끊고 혈육을 잃은 고통을 토로하는 이들 앞에서, 그들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뿌려대며 그들의 방식으로 투 쟁하였다. 가상공간에서 패륜적인 발언을 늘어놓던 자들이 끝내 실재공간에서까지 패륜적인 행동을 선보 이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이에 그들에 대한 온갖 분석이 쏟아졌고,《지금, 여기의 극우주 의》역시 그 일부라 할 수 있다. 무크지가 출간된 지 한 달가량 지난 2014년 12월 10일, 익산의 한 천주교 성당에서 개최된 통일토크콘 서트에서 백색 테러가 일어났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폭탄을 터뜨렸는데, 범인은 자신의 범행 계획과 진행 상황을 일베에 공유하였다. 범행 이후, 일베에는 범인을 애국자로 칭송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범 행 계획과 진행 상황이 공유되었으며 범행에 동조하는 자들이 확인되었으므로, 일베는 백색 테러와 무관 한 집단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극우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백색 테러가 자행된 만큼, 극우주의에 대한 발언과 개입은 절박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극우’ 라든지‘극우주의’ 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택 광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파시즘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서 금기 사항 중 하나이다. 파시즘이라는 말 자체 를 누군가에 대한‘모욕’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다. 명백하게 파시즘적인 발언들, 예를 들어, 반여성 적이거나 인종주의적인 언사를 쏟아내는 이들조차도 자신들을 향한 파시즘이라는 명명을 용인하지 않는 다.” (217면) 한국에서‘파시즘’ 이라는 말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세력을 지칭하는 말로 국한되어 사용될 때가 많 다. 극우라는 말도 마찬가지인데, 이 말은 주로 망언을 늘어놓는 일본 정치인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 다.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역사 인식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인들도, 자신이 극우라 지칭되면 모욕당했 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 사회가 반(反)파시즘운동이 활발한 사회이 기획서평 45
며, 극우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사회이기 때문
‘파시즘’ 과‘극우’ 라는 말에 대한 한국
일까? 아니다. 파시즘과 극우라는 말에 대한 한
인들의 유난스러운 기피는, 오히려 한국
국인들의 유난스러운 기피는, 오히려 한국이 파시즘적 요소가 산재해 있는 극우의 국가라는 것을 은폐하고자 하는 신경증이라 할 수 있다.
이‘파시즘’ 적 요소가 산재해 있는‘극 우’ 의 국가라는 것을 은폐하고자 하는 신경증이라 할 수 있다.
‘진보개혁’세력, 극우로부터 자유로운가 ‘진보개혁’세력을 자처하는 새정치민주연합·통합진보당·정의당과 그 지지자들은 새누리당과 조중 동을 극우로 규정하기보다는‘수구’ 로 규정하며,‘친일파의 후예들’ 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서‘좌우’개념이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이념에 대한 논의 자체를 터부시하는 경 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칭 진보개혁세력은 자신들이 변화를 추구하는 진취적인 세력인 반면, 새누리당과 조중동은 기득권에 안주하여 변화를 거부하고 군사독재 시절의 향수에만 집착하는 수구 세력 이라 주장한다. 특히 그들은 새누리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일제 강점기 이후 ‘친일파’ 의 기득권을 세습해 온 세력이라 생각한다. 즉, 반민특위 실패 이후‘친일청산’ 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일파가 후손들에게 기득권을 그대로 물려주었고, 그 기득권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발상이다. 이는 1980~90년대 운동권 중에서도‘민족해방’계열의 역사·사회 인식인데, 여전히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기본적인 인식 틀을 이루고 있다. 진보개혁 세력은 수구 세력이 한국을 외세와 그 앞잡이들이 지배하는 국가로 만들었다고 믿는다. 바로 그들 때문에 한국은 충분히 강한 국가가 되지 못하고, 외세에 억눌린 약소국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 들이 수구 세력을 규탄하는 것은 자신들의 민족적 자부심이 상처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개혁 세력에 게 한국은 친일파의 후손들 또는 친미파가 지배하는 국가이며, 1945년의 민족해방은 반쪽짜리 해방이다. 그들은 남북통일을 이룩하여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통일국가는 강한 군사력으로 자주국방을 실현한 국가여야 한다. 진보개혁 세력 중 상당수는《환단고기》같은 어처구니없 는 억지에 열광하기도 하고, 대마도와 간도를
진보개혁 세력의 상당수는 극우로 규정 해야 마땅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극 우주의가 역사관·국가관에서만 드러 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되찾아야 한다는 극우주의적 주장을 서슴지 않 기도 한다. 또한‘단일민족’ 을 앞세우며 다문화 주의를 배격하는 인종주의적 면모를 드러내기 도 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진보개혁 세력의 상당수는 극우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극우주의가 역사관·국
가관에서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극우주의적 특징들은 한국인들의 일상세계에서 어렵지 않 46
게 찾아볼 수 있다. 박권일은 일베의 담론 가운데 하나로‘여성 혐오’ 를 든다. 그런데 그도 말하듯이 여성 혐오가 일베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베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김치녀 운운하는 여성 혐오 정서는 다른 남초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런 관찰을 토대로 여성 혐오가 극우적 현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회 전체에 혐오 정서가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고 여기는 게 자연스럽다.” (34면) 나는 일베보다“사회 전체에 혐오 정서가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는 데 더욱 경계심을 느낀다. 특히 혐 오 정서가 오직 일베만의 특징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흔히‘진보개혁’성향으로 간 주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도 여성 혐오·성소수자 혐오·이주민 혐오·외국(인) 혐오 등이 넘쳐난다. 통합진보당·노동당 등 자신들보다 왼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혐오 정서와 기독교 혐오 정서는 가상공간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정치성향을‘진보개혁’ 이라 주장하 는 자들이든지‘보수’ 라 주장하는 자들이든지, 대화나 행동을 통하여 일상적으로 혐오 정서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자들이 많다.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이런 자들과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데, 한국에서 유독 혐오 정서의 표출에 열심을 보이는 집단은 바로 기독교*) 교회이다. 종교가 개인의 세계 인식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생각해볼 때, 특정 종교 집단에서 극 우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한국처럼 가는 곳마다 십자가 가 눈에 띄는 환경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김진호는 미군정 치하에서 정착된 기독교 반공주의가‘신권위주 의 체제(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의‘생산적 증오’ 와 놀랍도록 유사한 특징을 나타내며 대형화되었다고 분 석한다. 이어서 1990년을 전후로 하여 한국 사회가 민주화·소비사회화되면서 기독교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것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공격적 반공주의라고 설명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은 일요일마다 빠짐없이 교회에 가며, 수요일·금요일에도 교회에 가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들은 매일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인 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목사의 설교는 교인들의 가치관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다. 또한 각종 프로그램이니 훈련이니 하는 것들로 끊임없이, 조직적으로 의식화된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일상세계를 극우주의화하는 데 있어, 기독교 반공주의의 역할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 본문에서는‘기독교’대신‘개신교’ 라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는데, 나는 한때‘개신교’ 라 불렸던 교파가 아직까지도‘개신교’ 라불 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로마 가톨릭 교회를 여전히‘구교’ 라 부르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 각 교 회를 지칭할 때에는 한국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명칭인 정교회·천주교·루터교·성공회·기독교(예수교) 등의 명칭 그대로 지칭하고, 전체를 가리킬 때에는‘그리스도교’ 라는 어휘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기획서평 47
좌파정당의 과제는 위에서 거론하였듯이, 무크지에 수록된 글들은 지금의 극우주의를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극우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극우주의의 특징과 양상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이 무크지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극우주의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극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좌파정당의 몫일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면을 통하여 좌파정당에 요구되는 것들을 충분히 논할 수는 없다. 다만 몇 가지 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점들에 관하여 간략히 논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먼저 인종주의·민족 주의에 맞서 견결히 투쟁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음으로 국가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국제주의 의 원칙을 수호하여 나아가야 한다. 물론 우리의 국제주의는 자본의 세계주의와 구분되는, 계급적 관점을 토대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굳이 노동자계급이라는 관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노동자는 물론 농민·영 세 자영업자·장애인·여성·성소수자·문화예술인·이주민 등 모든 약자의 국제연대를 현실화하는 것 이 우리의 과제이다. 극우주의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약자에 대한 폭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꺼 이 약자의 당이 되어야 한다. 약자를 돕기 위하여 강자가 되겠다느니 약자를 새로운 강자로 만들겠다느니 하는 부질없는 미련을 떨쳐버리고, 우리 스스로 약자임을 자랑스레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약자가 선뜻 자신의 당이라고 여길 수 있는 당이어야 한다. 사민주의 정당이든지 스탈린주의 정당이든지, 모두 스스로 강자가 되는 정치 기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국가주의에 함몰되었다. 자본이 통제하는 사회나 관료가 통제하는 사회나, 모두 전체주의 사 회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 모든 전체주의에 맞서는 길은 오직‘전체’ 가 아니라‘개인’ 으로서 존재하는 것뿐이다. 좌파정당은 개인으로서 존재할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상실한 모든 이들로 하여금 전체에 투항 하지 않고 온전히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탈성장과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임금노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조건 없는 기본소득 등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좌파정 당이 제시하는 사회는 개인들마다 가진 고
좌파정당이 제시하는 사회는 개인들마다 가진 고유한 빛깔을 세상 그 무엇도 차단할 수 없는 사회, 그 모든 빛깔이 어우러져 저 마다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사회여야 한다.
유한 빛깔을 세상 그 무엇도 차단할 수 없는 사회, 그 모든 빛깔이 어우러져 저마다 찬란 하게 빛을 발하는 사회여야 한다. 자본과 관 료는 수많은 금지 목록을 가지고 있다.‘현 실’ 이라는 족쇄에 묶여, 처한 상황을 스스로 돌파하기를 주저하는 좌파정당은‘상상력’
을 금지 목록에 넣는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여전히,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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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르포
콜트콜텍을 읽는 열두 개의 시선 ⑫
옆을 쳐다봐
(사진 : 콜트콜텍 공동행동)
기획서평 49
노동르포
콜트콜텍을 읽는 열두 개의 시선⑫
옆을 쳐다봐 연재를 마치면서 이선옥 기록 노동자
“이놈의 공장은 굴뚝도 하나 없고… 참…”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콜텍노조의 이인근 지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같이 밥을 먹다 모두 빵 터졌다. 농담인 듯 농담 아닌 농담 같은 말이다. 평택 쌍용자동차 굴뚝에는 노동자들이 올라가 있다. 자연스럽게 굴뚝 아래로 연대와 지지가 몰려든다. 그게 부러웠나 보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고만고만한 장기투쟁 사업장의 우스개 한탄이지만 웃고 넘기기엔 뼈가 있다. 이효리, 김의성, 슬라보예 지젝… 유명한 사람들의 연대가 더해질 때 마다 이들이 느낄 부 러움도 커질 것이다.‘굴뚝인’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그들을 위한 광화문 1인 시위, 온라 인 굴뚝신문과 오프라인 굴뚝일보 창간, 장작비용 모금, 굴뚝엽서 제작도 자발적으로 이어 지고 있다. 씨앤앰 케이블 해고자 두 사람은 이들보다 먼저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의 광고탑에 올랐 다. 공장도 없고, 굴뚝도 없고,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서 본사의 의미도 애매해져버린 씨 앤앰 노동자들은 도심 한복판을 농성지로 택했다. 다행히 50일 만에 노사 간 협상을 타결 짓고 내려왔다. 타결 내용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모른다. 어쨌든 사람이 내려왔다는 사실에 먼저 만족하고 안도했다. 별다른 성과 없이 농성자들의 몸만 축나고 내려오는 일이 반복되 다 보니 그저 다행이다 싶고 이
고공 농성이라 해도 다 같지는 않다. 하
만한 성과가 어디냐 싶다. 제조
늘에 오른 사연, 그 장소를 택한 상황,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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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후 세상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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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탑이나 송전탑에 오른다. 제 조업이라 해도 공장 안 농성이
겪고 있는 고통의 깊이를 우리가 헤아릴
여의치 않을 경우 울산 현대차
수 없다는 사실만이 같을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공장 바
로 옆 송전탑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고공 농성이라 해도 다 같지는 않다. 하늘에 오른 사연, 그 장소를 택 한 상황, 오른 후 세상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깊이를 우리가 헤아릴 수 없다는 사 실만이 같을 뿐이다.
고공농성 중 가장 슬픈 장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콜텍도 고공농성을 해본 사업장이다. 2008년 10월 15일 새벽 네 시에 콜텍노조 이인근 지회장은 서울 양화대교 남단 송전탑에 올랐다. 지상 40m 높이, 15만 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곳 이다. 그는 공장이 있는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고공 농성을 택했다. 이 사실을 안 대전의 조합원들이 부랴부랴 올라왔을 정도다. 당시 이인근 지회장은 하이텍 RCD코리아노조 김혜진 위원장과 함께 농성을 벌였다. 콜텍과 하이텍 노조는 공동투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하이텍 노조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를 통보하면서 투쟁에 나선 곳이다. 여성노동자와 함께 오른 고공농성. 배변은 어떻게 처리하고, 생리현상은 어떻게 하며 서로가 얼마나 불편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이 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거기에 오른 그들 의 목적은 단 하나, 각자 사장을 교섭 자리 에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세상의 주목을 받으면 그나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회의원이 붙어 주고 언론이 좀 떠들어 준
본사도 아니고 사장이 살지도 않는 양화대교 송전탑을 정한 이유는 그렇게 단순했다. 국 회 앞에 높은 곳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노동 자들은 아마 거기에 올랐을 것이다.
다면 박영호 사장도 압박을 받지 않을까 하 는 마음이었다. 본사도 아니고 사장이 살지도 않는 양화대교 송전탑을 정한 이유는 그렇게 단순했다. 국 회 앞에 높은 곳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노동자들은 아마 거기에 올랐을 것이다. 작은 기대를 안고 하늘로 올랐지만 이들의 고공농성은 주목 받지 못했다. 농성을 시작한 지 열흘쯤 지 나 둘은 극단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고공단식과 삭발. 지상 40m 위, 철탑의 작은 농성장에서 이들은 서로 의 머리를 밀었다. 얼기설기 닭장같이 만들어놓은 철탑 위 농성장은 멀리서 보면 새둥지처럼 생겼다. 집 회장에서 비장하게 삭발식을 열지도 못하고 그 작은 공간에서 여성과 남성 해고자가 서로의 머리를 밀고 머리띠를 묶는 모습은 지금까지 벌어진 고공농성 중 가장 슬픈 장면으로 남아 있다. 삭발과 함께 단식에 들어갔다. 스무날 가까이 물과 소금만으로 버텼다. 하지만 세상도 회사도 조용했 다. 회사는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버텼다. 몇몇 사람들만이 발을 구르고, 이 사실을 알리느라 동분서주했 다. 나도 그때쯤 콜트콜텍 투쟁을 알게 되었다. 클럽 빵에서 열리는 후원공연에 가기 시작한 것도 그 뒤부 터다. 회사와 국회의 반응은 없었을지라도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당겼다. 한 달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고 축난 몸으로 내려왔는데 그게 성과의 전부라니 너무 허탈하지만, 그 작 노동르포 51
은 울림이 어쨌든 지금까지 이어지는 투쟁에 불씨가 된 셈이다. 얼마 전 다시 그 순간에 대해 물으니 이인 근 지회장은‘정말 추웠다’ 고 했다. 같이 올랐던 하이텍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단다. 하이텍 노조에 대해서 는 깨끗하게 잊었기 때문에 그 얘기에도 놀랐다.
연대의 총량 벌써 6년이나 지난 고공농성을 새삼 되새기는 건 이들의 장기투쟁을 알게 된 후 지금까지 줄곧 내가 가 진 안타까움 때문이다. 또 한 해를 넘겨 이제 콜트콜텍의 투쟁은 햇수로 9년째 접어든다. 집회와 행사 현 장을 돌며 밴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본업은 장기투쟁 노동자다. 그 전까지 본업은 기타 만드는 노 동자였다. 이들은 그 사실을 알리려 고공농성, 삭발, 단식 안 해본 게 없다. 나 아니어도 사람들이 많이 말하고 쓰고
나 아니어도 사람들이 많이 말하고 쓰고
연대하는 곳보다 그렇지 않은 곳에 집중하자,
연대하는 곳보다 그렇지 않은 곳에 집중
되도록이면 사람 하나 관심이 절실한 곳을 찾
하자, 사람 하나 관심이 절실한 곳을 찾
자. 그렇게 원칙을 정했지만 지금도 난생 처 음 들어보는 장기투쟁 사업장이 계속 나온다.
자. 그런데 지금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콜트콜텍마저도 다른 곳에서는 유명 장기투
장기투쟁 사업장이 계속 나온다.
쟁 사업장이다. 어디선가 여기를 보고‘콜트 콜텍은 뮤지션도 많이 오고, 문화 이벤트도
많이 하는 곳이라 부럽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큰 싸움에 가리는 작은 싸움들, 서열이 매겨 지는 현장들, 이런 불편함에 대해 동료에게 털어놨더니“연대는 총량이 있어요. 한 곳에 몰리면 다른 곳에 는 못 가게 되어 있어요. 그게 아쉽다고 그나마 몰리는 거 뭐라 할 수도 없으니 그냥 마음을 다스리세요.” 그렇다. 연대는 총량이 있다.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가진 층은 얼마나 될까. 전통적인 지지세 력 말고 아마도 희망버스로 연대하기 시작한 시민들, 민주당 지지자들 중 일부, 이른바 깨어 있는 시민이 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노동문제에 지지가 가능한 사람의 총량일 것이다. 희망버스가 분기점이 되었다고 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참여도가 그 이전보다 늘었다는 체감은 못하겠다.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곳은 그나마 유명인들이 참여하고 언론에서 다뤄주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곳을 빼고 나머지 현장을 보면 늘 고만고만하다. 쌍차가 그나마 장기투쟁 사업장 중에서는 가장 폭넓게 물심양면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곳 이다. 이왕 몰리고 있는 지지와 연대는 그것대로 소중하다. 마음을 주는 것은 무한대로 가능한 일인데 그게 왜 불가능할까 싶지만 당장 내 삶을 생각해봐도 내가 알고 있는 현장 모두를 다닐 수 없고, 다 후원할 수 없다. 내 시간과 노력, 돈을 쓰려면 배분을 해야 한다. 당연히 더 마음 가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나도 그러면서 많이 알려진 곳은 당신 말고도 많으니 여기에 좀 해주세요 한들, 잘 모르는 곳에 마음과 돈이 선뜻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 관심이 조금만 더 옆으로 퍼져 52
콜텍과 하이텍 노조의 고공농성 당시 사진 (사진 : 콜트콜텍 공동행동)
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얼마나 어렵게 얻어낸 관심인데 그 마저 잃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모두 위를 쳐다볼 때 한 번 옆을 쳐다 봐 달라고. 땅 위에 있을 뿐, 하늘 위와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여기에 있다고. 구미에는 쌍차보다 200일쯤 앞서 굴 뚝에 오른 구미 스타케미칼의 차광호 해 고자가 농성 중이다. 같은 굴뚝 농성인데
모두 위를 쳐다 볼 때 한 번 옆을 쳐다 봐 달라 고. 땅 위에 있을 뿐, 하늘 위와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여기에 있다고.
뒤늦게 오른 쌍용자동차 굴뚝에 관심과 연대가 집중되다 보니 별 다른 지원을 하지 못하면서도 마음이 쓰인다. 차광호의 마음이 어떨지는 모르겠 다. 연예인도, 언론도, 문화예술인도, 연대하는 시민도 모두 쌍차에 있다. 간혹 쌍차에는 많이 후원들을 하니까 저는 여기에 하겠어요, 하는 분이 있다.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콜텍 해고자들한테 이런 상황 에 대해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한 군데라도 빨리 해결되면 좋지.” 기륭과 지엠대우 비정규직이 합의를 했을 때, 시청 광장에 쌍차를 응원하는 큰 집회가 열릴 때 재능교 육의 유명자 지부장도 그랬다. 노동르포 53
“아유. 눈물 나. 빨리 한 군데라도 돼야지…” 부럽지 않느냐는 질문들이 무색해지는 답이다. 장기투쟁 노동자들의 마음은 같다. 부럽거나 야속하거 나, 우리들 서운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 한 군데라도 타결돼서 지긋지긋한 투쟁을 끝내는 게 중요하 다. 거리의 삶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그건 그들만이 알 수 있다. 콜텍의 김경봉 해고자는 굴뚝 소식을 듣고 말한다. “(굴뚝에 오르기 전에) 우리가 다른 일정이
“우리가 다른 일정이 있어가지고 평택 쌍차 집회를 못 들르고 왔거든. 미안해 죽겠어. 그렇게 올라가고 나니까 그게 마음에 걸려. 그때 갔어야 했는데. 해고
있어가지고 평택 쌍차 집회를 못 들르고 왔거 든. 미안해 죽겠어. 그렇게 올라가고 나니까 그게 마음에 걸려가지고. 그때 갔어야 했는데. 해고자들은 몸으로 품앗이 해주는 게 단데.”
자들은 몸으로 품앗이 해주는 게 단데.”
뭘 그런 걸 미안해할까. 아예 안 가는 것도 아니고 겨우 한 번 못 간 건데. 쌍차도 콜트콜
텍 투쟁에 날마다 오는 게 아닌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잘 나가는 곳이건 아니건, 서로의 투쟁 현장에 가서 서로 얼굴을 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내가 가는 것과 이들끼 리 연대하는 것의 의미는 또 다르다. 말하지 않아도 내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 못난 놈들은 얼굴 만 쳐다봐도 흥겹다는 말이 어울리는 삶들이다.
옆을 쳐다봐 얼마 전 콜텍 노동자들은 장류사업을 접기로 했다. CMS 후원을 하고 있으면 분기마다 오던 된장이며 고추장, 장아찌를 이제 못 먹게 됐다. 한 달에 겨우 만 원 내는 사람한테 이렇게 퍼 주면 뭐가 남나 싶을 정 도로 미련한 장사 수완을 보고 돈 벌기는 어렵겠다 했는데 정말 어려워졌단다. 장류 사업을 정리하면서 남은 고추장 3백 킬로를 팔아야 하는데 SNS에 그 사실을 알리면서 김경봉 해고자는 죄인처럼 미안해한 다. 동지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며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 번 밖에 가지 못했지만 대전의 여성 조합원들과 고추밭을 매고 깻잎을 따던 순간이 떠오른다. 옹기 종기 모여 그렇게 서로를 다독이는 것만으로도 지탱이 되겠다 싶었는데 이제 각자 일을 찾아야 한단다. CMS 후원자들한테도 확인을 해서 계속 후원을 할지 물어보고 정리를 해야 한다. 장류 먹으려고 하는 후원이 아닌데 설마 하던 걸 끊겠냐고 했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그래도 물어봐야 한단다. 후원금은 더 줄어들 것이다. 생계 일을 따로 하지 않고 투쟁에 전념하는 조합원을 투쟁조라고 하는데 여성조합원들이 장류 사업을 그만두게 되면 투쟁조는 세 명이 남는다. 상경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이인근, 김경봉, 임재춘 해고자 는 한 달에 백만 원만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굴욕스럽게 타결 짓고 싶지 않 54
은 마지노선이 월 백만 원이다. 쉰 넘은 가장들이 말하는 백만 원은 서글프다. 월 만 원씩 내는 CMS 후원 자 삼백 명만 모으면 우리는 이들의 삶과 자존심을 최저선이나마 지킬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지금껏 하지 못했을 정도로 우리 연대의 총량은 허약하다. 새해 내 목표는 후원자 삼백 명을 모으는 일이다. 이들이 적어도 자존심을 지키면서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도록, 삼백 명쯤은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부디 독자 여러분도 동참해 주시기를.
월 만 원씩 내는 CMS 후원자 삼백 명만 모으면 우 리는 이들의 삶과 자존심을 최저선이나마 지킬 수
먼길
있다. 그런데 그걸 지금껏 하지 못했을 정도로 우 리 연대의 총량은 허약하다.
1년 만에 콜트콜텍 르포 연재를 마 무리한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썼던 글 을 다시 찾아 읽으니 낯 뜨겁다.‘콜트 콜텍을 읽는 열 두 개의 시선’ 이라는 제목만 그럴싸하다. 지난 해 콜트콜텍 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콜텍 해고 자들은 대법원에서 졌고 법으로 할 수 있는 투쟁은 모두 끝났다. 몇 년 동안 했던 장류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연말부로 정리를 했다. 생계는 여전히 이들에게 가장 큰 난관이다. 그런 가 운데서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임재춘 해고자는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 연재 했던‘농성장 일기’ 를 책으로 묶어 낸 다. 곧 발간된다고 한다. 네 명이었던 콜밴은 한 명이 떠나 세 명으로 줄었 지만, 자작곡을 세 곡이나 만들어 일 취월장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음반 을 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콜트악기 는 여전히 소송 투쟁 중이다. 장기투쟁현장 7곳을 만화와 르포 로 묶어 낸 책 <섬과 섬을 잇다>에 콜
<섬과 섬을 잇다> 표지
노동르포 55
트콜텍 사례를 르포로 기록하면서 나는 제목을‘먼 길’ 이라고 지었다. 8년 투쟁을 70매 원고에 정리하면 서 그냥 그 제목이 떠올랐다. 이들이 지나 온 길은 멀었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얼마나 멀지 아득했다. 대 중과 이들의 거리는 멀고, 박영호와 해고자들의 거리는 더 멀다. 그리고 해고자들 서로의 마음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게 마음이 아프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건강하게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아무 도 다치지 않게 자신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모두 위를 쳐다볼 때 옆을 쳐다봤으면 한다. 하늘 위의 사람들도 오르기 전에는 다 우리 옆에 있었다. 우리가 옆을 쳐다보지 않아서 결국 위로 오른 사람들이 아닌가.
“쉽고 편한 선택을 지양하면서, 경계의 안팎을 넘나들면서, 더 개입하고 싶은 유혹과 멀찍이 달아나고 싶은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고 싶다. 콜트콜텍의 이야기이지만 그들 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그런 글. 보편의 이야기를 건드리면서 각자의 삶도 놓치지 않는 균형을 가진 글. 이념은 견결하게 지키면서 이를 대중들에게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이 일상일 게 뻔한 이 글의 독자들처럼, 노동자에게 편파적이되 설득력 있게 기울어진 글을 쓰는 것이 이 지면에 첫 발을 디디 며 갖는 소박한 바람이다.”
자본주의가 계속 되는 한, 아니 다른 체제가
이 지면에 처음 연재를 시작하면서 쓴
온다 해도 노동하는 인간이 있는 한 끝나지
글이다. 부끄럽다. 조금이라도 독자들의
않을 일이다. 먼 길인만큼 긴 호흡으로 부끄 러움을 덜어내며 한 발씩 내딛고 싶다.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것으로 부끄러움을 덜어낼 수 있을 텐데 확인할 길은 없다. 노 동 르포라는 길을 택한 후 이 작업은 나한 테도 늘 먼 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계속 되는 한, 아니 다른 체제가 온다 해도 노동하는 인간이 있는 한 끝나지 않을 일이다. 먼 길인만큼 긴 호흡으로 부끄러움을 덜어내며 한 발씩 내딛고 싶다. 독자들이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손 한 번이라도, 발길 한 번이라도 다가가 준다면 멀지만 힘든 길은 아닐 것이다.
콜트콜텍 후원계좌 : 농협 446-02-076640 (콜텍조합원 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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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당 대표단 선거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미래에서 온 편지> 는 이번 대표단 선거에 출마한 세 사람의 당 대표 후보들 에 대한 지지의 글을 싣습니다. 1월 23일 개표 결과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26일부터 30일까지 결선투 표가 다시 진행됩니다. 결선투표가 열릴 경우 당원 여러분 의 한 표를 행사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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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당원들과 함께 당원 총투표! 제1야당 교체! 기호1번 나경채 후보를 지지하며 강상구 진보결집·당원총투표 공동선거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서울 구로 당원
“당연한 일을 하는 데도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경채 의원이 노동당의 지방의원으로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일곱 명의 사회 복지사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시소와 그네라는 민간단체에 소속된 그들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총 350여 영유아 가정을 찾아 방문 서비스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구청은 예산 문제를 들며 끊임없이 이 사업을 중단하려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경채 의원은 이를 막았습니다. 시 소와 그네 사업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하는 의회 결의안을 세 차례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는 낙선했고, 1월 8일 시소와 그네 사업도 종료되었습니다. 일곱 명의 복지사 노동자들은 영유아 부모들과 함께 집회도 하고, 1인 시위도 했습니다. 신문도 발행해서 가가호호 배포했습니다. 결국 싸움은 패배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복지사 노 동자들이 나경채 의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복지사는 그냥 열심히 어려운 사람을 찾아가 만나면 되는 줄 알았다. 이 당연한 일을 잘 하는 데에도 정치가 필요
“이 당연한 일을 잘 하는 데에도 정치가 필요 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가 앞으로 어 디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사회복지와 정치’ 에 대해 배우고 싶다.” 58
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가 앞으로 어디서 무 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지 만 당신에게‘사회복지와 정치’ 에 대해 배우고 싶다.
우리에게 교육을 시켜 달라.”
한국정치의 보수화, 진보정치의 몰락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민중의 삶은 이렇게 처절하지만 진보정치는 희망이 되기는커녕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 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정치는 일본처럼‘강력한 여당-유명무실한 제1야당-이름뿐인 진보정당-활발 하지만 정치를 못 바꾸는 지역공동체운동’체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2015년 경제정책 방향’ 을 통해 공공·금융·노동·교육 4대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으 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작년 말 부동산 3법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 었습니다. 집값을 올려 소비를 진작시키고, 건설 분야 등에서 투자심리를 살리겠다는 이 방안은 전세 값 을 폭등시켜 서민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주택대출을 늘려 가계부채를 키울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들이 한심할 정도로 나열되어 있는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이 현실화된다면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전 국민의‘평생비정규직화’ 가 목전에 있습니다 특히 노동 분야가 우려됩니다. 정부가 내세운 이른바‘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은 정규직을 줄이고 비 정규직은 더욱 늘리려는 계획입니다. 정리해고가 아닌 일반해고의 요건을 완화하여 근무평가를 통해 성 과가 낮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저성과자 해고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35세 이상 노동자의 기간제 근무기간을 4년까지로 늘리고,‘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 을 만들어 제조 업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습니다. 55세 이상 고령자의 파견허용업종을 무제한으로 풀려는 계 획도 추진 중입니다. 20세를 알바로, 3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는 기간제 노동자나 사내하청 노동자로, 50대 중반 이후 에는 파견 노동자로 일하는 국민의‘평생비정규직화’ 가 목전에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애맞춤형 비정 규직 일자리 제도화입니다.
진보정당 난립 구조로는 진보정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현실은 이러한데, 진보정당이 난립했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노동현장에서의 정치 사업은 아예 불가능 한 상황입니다. 노동뿐만 아니라 농민, 빈민 등 여타의 대중운동 단위에서도 진보정치는 이제 신물이 나 는 대상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2008년 이후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우리가 제시했던 혁신과제를 수행하기가 어렵습 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59
니다.‘진보정당이 기존 노동조합의 조직적 혁신을 이끌어 내자’ ,‘ 노동대중이 생산 및 소비의 현장에서 노동자이자 소비자이며 시민으로서 만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지역사업을 새롭게 펼쳐나가자’ ,‘한국사 회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변혁전략을 마련하자’이런 것들이 우리가 과제로 삼았던 것이나 실현된 것은 없습니다. 진보정당의 난립이라는 장애물 자 체를 걷어내야 그 다음을 모색할 수 있습니
진보정당의 난립이라는 장애물 자체를
다. 진보결집의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불
걷어내야 그 다음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러일으켜야 혁신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약속을 지킵시다
진보결집의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불 러일으켜야 혁신도 가능합니다.
분명히 우리는 진보신당 창당 이후‘진보의 재구성’ 이라는 과제를 제시했었습니다. 2011년 독자-통합 논쟁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을 진보 재구성의 주력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지도부의 핵 심 약속은‘진보정치 재건’ 과‘진보의 재편’ 이었습니다. 진보 재구성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진보의 재편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방안은 여러 가지입니다. 노동당만의 진보를 재구성하고, 노동당의 힘으로 다른 세력을 압도하는 방식의 재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현된다면 당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입니다. 노동당만의 진보를 재구성하되 때가 되면 다른 세력과 결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헌신이 필요한 일이며, 신념을 존중받아야 마땅한 60
구상입니다. 저희들은 약속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을 제안합니다. 진보의 재구성은 노동당만의 것이 아니며 노동당 은 혁신의 주체이지만 동시에 혁신의 대상입니다. 다른 정당 및 단체와 결집하는 과정 속에서도 진보의 재구성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진보정치의 괴멸이라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저희들은 이것이 애 초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정치의 자원을 최대한 집결시켜, 진보정치의 리더십을 교체하겠습니다 진보정치세력이 다시 결집해야 합니다. 대중 속에 뿌리박고 우리의 사상과 이념을 검증 받을 수 있는 규모 있는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대중의 인식 지평 위로 다시 떠올라야 합니다. 그래 야만, 진보정치가 보수야당의 이합집산에 휘둘리지 않고, 고립되거나 소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의당과는 통합하겠습니다. 노동·빈민·농민·지식인·시민 세력의 합류를 도모하겠습니다. 수년 동안 진보정치 분할의 과정에서 이탈한 무당파 대중들을 새롭게 모으겠습니다.
정의당과는 통합하겠습니다. 노동·빈민·농
진보정당 당원이었으나 현재는 당적을
민·지식인·시민 세력의 합류를 도모하겠습
안 갖고 있는 노동조합원들의 재입당 운 동을 벌이겠습니다. 진보정당의 지역과 중앙에서 활동했던 다수의 활동가들을
니다. 수년 동안 진보정치 분할의 과정에서 이 탈한 무당파 대중들을 새롭게 모으겠습니다.
재집결시키겠습니다. 물론 결집만으로‘다 이루었다’ 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정치 혁신의 과제를 노동당 활동가들이 주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해 내야 합니다. 10년 째 한두 사람의 명망가로 상징되는 진보정치의 리더십을 반드시 교체합시다. 노동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그 흐름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총선에서 승리하고, 제1야당 교체로 나아갑시다 2016~2018년 3년 동안 총선·대선·지방선거가 연달아 있습니다. 앞으로 3년은 한국 정치가 일본식 으로 퇴행할 것인지, 진보-보수 구도로 방향을 틀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2016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합시다. 더 이상 출마에 만족하는 식의 총선 대응은 하지 않겠습니다. 총 선 승리 역시 노동당 젊은 정치인들이 앞장서 이끌겠습니다. 3년의 연속된 선거를 통해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 수 있다면 지긋지긋한 보수양당구도를 막 고, 제3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보수여당에 맞서는 제1야당으로서의 실력을 갖 춰, 제1야당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61
2016년 총선 승리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치러 야 합니다. 반드시 제1야당을 교체하겠습니다.
당원 총투표로 결정해야 분열하지 않습니다. 진보집결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습니다. 당과 진보정치의 미래를 지도부 몇 사람이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상층의 협상을 통해서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당원들의 의견이 최대한 표출·공유되어야 당의 나아갈 바를 힘 있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당 원총투표로 당원들이 진보결집의 주인공이
당원들의 의견이 최대한 표출·공유되어야 당의 나아갈 바를 힘 있게 결정할 수 있습 니다. 당원총투표로 당원들이 진보결집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당원총투표에도 불구하고 당의 진 로에 대한 최종결정권한은 대의원 대회에 있 습니다. 당원총투표가 대의원 대회의 당헌상 권리를 절차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용도로 활 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 대의원은 당원 총투표를 계기로 준비될 다양한 당원 토론을 촉진하여 당원 간 소통을 활성화시키 고 이를 통해 진보정치의 다양한 경로와 전략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당원들의 힘을 단결시키는 역동적인 과정을 대의원들이 주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 을 통해 결론이 난 진보결집의 방향을 대의원 동지들께서 존중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나경채를 지지해주십시오 나경채 후보는 진보결집을 이끌 적임자입니다. 지방의원 후보로 한 번 당선하고 두 번 낙선하는 동안 지역 정치에 천착하여 그가 벌여온 사업과 그가 만들어온 진보정치의 얼개는 누구에게나 모범입니다. 저 는 그로부터 아파트 경비 노동자 이야기, 한남운수 노동자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느닷없이 저에게 전 화하여 방문간호사 노동 관련 정보를 전해주기도 했고,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도림천 석면 조경석에 대해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입구역에서 관악구청으로 올라가는 길가의 노점상에 대해서도, 관악구청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재고용 문제도 그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무리 봐도 진보정치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일곱 명의 사회복지사가 나경채 동지에게 전화를 한 것은 그가 전 의원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나경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당의 미래입니다. 그런 그가 노동당 대표가 되어 진보정치의 결집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당원 여러분! 힘을 모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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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당의 미래”선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까닭 기호2번 윤현식 후보를 지지하며 한윤형 서울 용산 당원
10여 년 만에 다시 등장한 슬로건‘당을 당답게’ 나는 어쩌다 보니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래로 내 신념을 공유해 달라 설득하는 게 아니라 내 신념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에게 나와 같은 전략적 선택을 고민해달라고 권유하는 글을 쓰며 살아왔다. 그러므로 나는 소수파 정당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글을 쓰는 이로 적 절하지 당직선거에서 당직선거에서 특정 선본 지지 글을 쓸 필자로는 어울리지 않겠는데, 그런 나에게 청탁이 온 것 자체가 현재 당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아이러 니를 깊이 음미하면서, 나는 당원들에게 정중하게“당의 미래”선본에 대한 지지를 부탁드 리고자 한다. “당의 미래” 는“당을 당답게, 그래 노동당!” 이란 슬로건을 내세운다. 이 슬로건이 환기하 는 정서를 나는 잠깐 공유했더랬다. 14년 전, 나는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당당모’ 란 모임에 속해 있었다. 그들은 공식적으론‘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평당원 모임’ 을 표방했는데, 구성 원들끼리는‘당을 당답게 하는 모임’ 이라 부르기도 했다. 평당원으로서만 오래 진보정당에 참여한 이의‘추억팔이’ 는 아님을 미리 전제하고 잠깐 그때 얘기를 하자. 당시‘당당모’ 는 민주노동당 시절 용산 지구당 사태와 같은 당내 정파구 도로 인한 파행적 사태에서 당 지도부가 미온적 대처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에서 탄생했다. 우리는 당이 정파연합당이란 현실은 이해했지만, 당을 제 정파의 전술적 고려로서만 사고 하는 각 정파들의 태도에서 벗어나 당 중심의 규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당 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63
의 미래” 에 동의하는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우리는 정당 운동을 하면서 정당을 정당으로서 대우해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실패의 원인 중 주요한 하나가 그것이란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14년 전 민주노동당과 지금의 노동당 사이엔 간극이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시의 우리에게 성에 차지 않았어도 어떤 종류의 지반이 있었다. 오늘날, 그 지반은 이미 붕괴했거나 붕괴진행 중이다. 그래서“당의 미래” 의 슬로건은 합당할 수 있으나 너무 늦게 찾아온 대답으로 들리기도 한다. 너무 늦게 찾은‘정답’ 은 때론 현실에서 기능하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는 당직 선거의 결과가 어찌 나든 아마도 진보 재편의 문제 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를 진보 재편에 대한 총투표로 말하는 이들의 고민과 진정성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럼에도 나는 왜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당의 미래”선본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려 하는가. 진보 재편을 말하는 이들이‘현실’ 을 말할 때, 나 역시‘현실’ 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당원 동지 여러분 에게“당의 미래”선본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려 하는가. 진보 재편을 말하는 이들이‘현실’ 을 말할 때, 나 역시‘현 실’ 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비관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들
보다 더한 비관론자이기 때문에 다른‘현실’ 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여러 동지들이 진보정당 운동을 조금이라도 확산하기 위해서 진력할 때 주로 보수정당과 거기에 소속한 정치인, 그리고 그 지지자 들의 갈등과 이합집산에 대해 품평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거의 직업적으로 그런 일을 하 고 살았던 이가 말하는‘현실’ 에 대한 견해도 당원 동지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비록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할 이들에게라도 말이다.
진보 재편, 피할 수도 없지만 주도하기도 어렵다 현재 노동당이 진보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내가 보기엔 수세적 논거와 공세적 논거 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수세적 논거는, 지금의 노동당이 붕괴진행 중이며 진보 재편을 통해‘통합적 진보 정당 운동’ 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세적 논거는, 현재 그 이름부터 뭔가 분 명치 않은 제1야당이 파행에 빠졌기에 우리가‘통합적 진보정당 운동’ 을 다시금 만들어 낸다면 우리의 옹 졸한 기대보다 훨씬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논거를 취합하면,‘우리도 망하고 있 고, 남도 망하는 시대의 진취적 대응’ 이 진보 재편이란 말이 될 것이다. 이는 타당한 주장일까. 물론 그 맥락에도 현실성이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진보정당 운동 바깥의 사람 들로부터“새정치민주연합이 이토록 지리멸렬한 시대에 2000년대 초반 민주노동당과 같은 정당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라는 말을 듣는다. 동일한 시대적 조류에 함께 잘못 대처했기 때문이겠으나, 한국 사회의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이 동시에 지리멸렬한 현실은 진보주의자 뿐 아니라 최소한의 사 64
회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도 심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노동당은 진보 재편 논쟁을 피해갈 수도 없지만 현재로선 그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을 거란 진단이 내가 동지들에게 전하고 싶은 하나의 해석이다. 현재 호사가들에 의해 논의되는 진보 재편은 중규모 버전과 대규모 버전으로 나뉜다. 물론 중규모 버전은 정의당과 노동당이 함께 하며 이를 계기로 민주노총 내지는 그 일각이라도 규합하는 통합적 진보정당의 비전일 것이며, 대규모 버전은‘국민모임’ 에 모인 진보진영 원로들과 제1야당에서 이탈한 정동영을 매개로 해 단숨에 제1야당을 교체하자는 장쾌한 책략이 될 것이다. 중규모가 됐든 대규모가 됐든 누군가 그러한 상황을 바란다면, 그에 대해선“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 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 다. 그러나 노동당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떠한
노동당은 이 기획의 성패에서 중요한
가. 노동당은 이 기획의 성패에서 중요한 변수
변수가 아니며, 그렇기에 이 기획의 성
가 아니며, 그렇기에 이 기획의 성패는 물론이 거니와 그 실행시기마저 거의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패는 물론이거니와 그 실행시기마저 거 의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정의당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렇다. 그들에 게 필요한 것은 노동당의 역량과 조직이 아니다. 그들이 노동당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진보 통합’ 이라는 약간의 대의와, 이를 통해 다시금 홀릴 수도 있을 노동계 내지는 그 일각의 지지다. 그러나 그‘진보 통합’ 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65
의 대의조차도 노동계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최소한의 필요한 조건일 뿐 충분한 조건은 못 된다. 그러므로 정의당은 기본적으론‘진보 재편’ 을 원하겠지만 그걸‘언제,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실행하여 노동계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해 자신들의 사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그들의 판단에 대해 일 고의 영향도 미치기 어렵다. 정동영이나 국민모임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렇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노동당의 역량과 조직은 아 니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동요 및 이탈과 정의당의 합류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는‘진보’ 는 우리가 말하는‘진보’ 와 궁합이 맞을 것인가? 이 질문을 굳이 던지는 것은 무분별하게 이념적 선명성을 주장하자 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 의한 보수파 정권교체 이후 한국의 제1야당 내부에서‘진보’ 란 단어가 금기에서 풀려나 그들 내부의 이런 저런 그런 조류를 다 지칭할 수 있는 말이 되어 버렸는데, 우리 가 이런 조류에 맞서 제대로‘진보’ 의 의미를 재정립하지도 못했다는 사실까지 지적하는 것이다. 정의당 은 대단히 책략주의적으로 말한다면 노동계 내지는 그 일각이 합류할 수 있는지를 여부로 이 대규모 프로 젝트에 대한 참여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정의당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힘든 노동당 이 이 프로젝트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지분을 인정받는 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두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2011년 통합진보당이란 기획은 유시민이 야권 진영 내 지지율 1위 대선후보라는 전제 하에 민주노동당의 조직력을 그 위에 결합하려 했으나, 시작하기도 전 에‘안철수 열풍’ 이 불어닥쳐 전제가 사라졌다. 정당의 사회적 기반이 약한 한국의 대중정치는 이와 같은 요동을 전제로 하며 이를 예측하는 것은 점쟁이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노동당이 그 프로 젝트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지도, 시기를 조율하지도 못할 거란 사실이다. 그렇다면‘우리’ 가 진보 재편에 관한 총투표를 실시한 이후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남는 것은“그래도 뭐가 됐든 지금보단 낫지 않겠느냐” 라는 이름의‘현실판단’ 인데, 대체로 이런 종류의 입장은‘판단’ 이라기보단‘판단의 중지’ 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이삿짐 채 풀지도 않고 계속 이사 논의하는 꼴 계속 계속 버티는 것만이 능사라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움직이기에도, 움직임을 결정하기 에도 좋은 시국이 아니다. 우리는 이사갈 집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이삿짐을 싸자고 말하는 이들을 맞이한 난감한 상황에 처해
우리는 이사갈 집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이삿 짐을 싸자고 말하는 이들을 맞이한 난 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66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이탈 을 결심한 2008년부터 이삿짐을 채 풀지도 않고 계속 이사를 논의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계속 놓여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냉엄한 판단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지난 7년 간 이삿짐을 풀어본 적이 없다. 애초에 가설정당의 이름쯤으로 생각했던 ‘진보신당’ 이란 간판이 몇 년 넘게 지속됐고,‘노동당’ 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당의 미래”선본은“당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의 선정과 추진” 을 말하면서“당 재정의 강화” ,“정 치기획 및 정책역량의 강화” ,“당원교육 활성화와 미래주체 육성”등을 내세웠다. 진즉 나왔어야, 한참 전 에 나왔어야 할 최소한의 제안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충분히 논의된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비유하자 면, 이삿짐이 노끈에 묶인 채로, 박스에 넣어진 채로 있었기 때문이다. 세간을 다 묶어두고 살림살이를 시 작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기여해야 할 이 정당이, 자신들의 살림살이에 대한 최소 한의 고민을 하지 못했다. 언제나‘이사의 가능성’ 을 염두에 두고 산 탓이다. 이참에 한 번 물어보자.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노동당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나는 노동당이 한국 사 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내가 당비를 내는 정당의 정치적 견해는 분석의 대상이 아닌 해석의 지평에 있다. 선거책략에 대해 지나치게 순결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도 이 당의 정체성의 핵심 이 무엇이며,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부재하기 때문은 아닌가? 이러한‘정체성 부재’ 의 상황에선 통합이든 독자든 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번 당직선거는 내가 보기엔“이삿짐을 묶어두고 마냥 기다리잔 쪽” 과“이삿짐을 풀고 살림살이 를 해야 한다는 쪽” 의 대립이다. 한 정당의 당직선거의 논점이 이렇게 정리되는 바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 으나, 현실적으로 그리 되고야 말았다. 그렇기에 나는 향후 언젠가 진보 재편의 국면이 실제로 닥칠 때 “당의 미래”구성원들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음을 예견하면서도,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만큼은“당의 미래” 에 대한 지지를, 그 구성원들에 대한 한 표 한 표의 지지를 당원들에게 부탁드리는 것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은 책략이 아니라 그 책략을 지탱할 최소한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병력으로 승리를 요구한 다면 그것은 운동 주체에 대한 과도한 윽박지름일 것이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퇴각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만일 우리의 활동이 실패로 종결될 수밖에 없다면, 유산인들 남겨 야 하지 않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좌파정당에 대한 요구가 끊일 수 없음
오늘날 우리가 일패도지의 패잔병 꼴을 하게 된 건 누군가 우리를 죽이고자 득달같이 쫓아
을 우리가 믿는다면 말이다. 오늘날 우
왔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 스스로가 주
리가 일패도지의 패잔병 꼴을 하게 된
변을 두리번거리며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건 누군가 우리를 죽이고자 득달같이 쫓아왔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 스스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이삿짐을 풀고 자리를 정돈한다면, 그 정도 모습에선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67
쟁점 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세상을 바꾸는 바람 기호3번 나도원 후보를 지지하며 조기용 광주 북구 당원
이 글이 실리게 될 시점에 우리 당원들은 새로운 당대표를 만나거나 결선투표에 오른 두 명의 후보들을 만날 수도 있다. 더불어 시도당 임원과 전국위원 등 당선된 모든 후보자들께 축하의 인사를, 낙선한 후보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아무쪼록 이번 당직선거를 통해 노 동당은 더 강해져야 하며 더 단결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염원이 후보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 란다. 이번 제6기 당대표단 선거는 세 명의 당대표 후보가 출마하여 치열하게 진행되었으나 그 에 비해 토론이 진행되고 이슈가 형성된 사안은 매우 적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진보 재편’ 이라는 주제가 워낙
토론이 진행되고 이슈가 형성된 사안은
폭발력이 강한 주제라 여타의
매우 적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
모든 이슈들을 집어삼킨 형국이
다‘진보 재편’ 이라는 주제가 워낙 폭발 력이 강한 주제라 여타의 모든 이슈들을 집어 삼킨 형국이었다.
었다. 세 명의 당대표 선거 출마자 들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구 분할 수 있었다. 첫째로‘진보 재편’ 에 대한 입장인데, 나경채
후보의 경우 적극적으로 재편을 추진하자는 입장인 데 반해 윤현식 후보와 나도원 후보의 경우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현재의 진보 재편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두 번째 기준은 기존의 당 운영과 가치에 대한 차이다. 윤현식, 나경채 두 명의 후보는 당 68
명 결정 과정에 있어서‘노동당’ 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며 이러한 입장은‘노동중심성’ 에 대한 동의와 기 존의 노동당 운영에 대한 책임성과도 이어진다. 이에 반해 나도원 후보는 무지개사회당을 당명으로 지지 했으며 당 운영의 혁신을 강조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는 이런 세 후보들의 입장 중에서‘진보 통합’ 을 강하게 반대하며, 새로운 혁신을 통해 노동당을 강 화하고 이를 통해 당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는 나도원 후보의 생각에 동 의하며 나도원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게 되었다. 특히, 나도원 후보가 전국의 시도당 위원장 후보들에게 공동으로 제안한‘전국 당 활동가 공동 육성 시 스템’제안에 대하여 광주시당 위원장으로서 깊게 공감하였다.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당 활동가들의 처지 가 열악하다. 당 활동가를 제대로 육성하고 함께 역량을 쌓아가는 것,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당의 중요한 자산인 활동가의 발굴, 지원, 육성을 위한 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전국의 시도당 위원장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나도원 후보의 의지에 동의하며 나도원 후보에 대하여 지지하게 되었다.
진보재편론에 관하여 이번 선거의 이슈 중 단연 가장 중심에 있었던 이슈로‘진보재편’ 을 꼽을 수 있다. 기존의‘진보 통합’ 이나‘진보 재편’ 보다 더욱 강력한 구호인‘진보 결집’ 을 내세운 나경채 대표 후보의 주장으로 이번 선거 의 핵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진보 재편의 주장이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 그 속에서 우리 노동당의 가치 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핵심은 빠진 채‘노동당’ 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우리 자신에게 사망 선고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처럼 기존의 우리 운동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노동당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방 식으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며‘진보재편’이슈를 부각시킨 것은‘청산주의’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한 다. 노동당이 이미 재생 불능 상태라고 생각한다면 당 대표 후보로 나설 것이
우리 운동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구체적인 검
아니라 다른 방식의 길을 찾는 것이 당
토 없이 노동당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방식으
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당은 이미 지난 2013년 전국 위원회를 통해 합의한 진보 재편에 관
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며‘진보재편’이슈를 부각시킨 것은‘청산주의’그 이상은 아니다.
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원칙을 가지고 진보 재편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 없이 무조건적인‘정의당과의 통합’ 을주 장하는 것은 당을 함께 해온 책임 있는 당원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동영의 탈당과 김세균 교수 등의 국민모임이 만들 신당에 대하여 진보 통합을 이뤄 줄‘빅 텐트’ 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제1야당 교체’ 라는 구호로 나오고 있다. 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69
지난 2011년 통합·독자 논쟁 당시 당의 외곽에서‘진보 정당’ 이 갈라져 있어서 노동자 민중의 선택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당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합당을 강요했고, 이후 2013년에도‘진보혁신회의 (준)’ 을 통해 진보 통합을 노동당에 강요해 온 대표적인 인물인 김세균 교수는 정동영 신당에 함께 하며 ‘2~3월 중 새 진보정당 창당’ 과‘4월 보궐선거’참여를 공공연하게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진보결집 당원총투표 공동선거본부’ 는 발족식에 김세균 교수를 초대해 축사를 들었다고 한 다. 노동당, 정의당을 통합하라고 주장하던‘통합파’ 가 정동영표‘진보신당’ 을 새로 만들고 있는 행동은 ‘진보 재편’ 론이‘진보 통합’ 이 아닌‘진보 분열’ 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0년 이후‘민주당’성 향의 정당들이 열 번에 가까운 창당과 합당, 당명 변경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민주당’ 이라는 당명이 사용 된 것만 세 번이 넘는 상황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한민국 야당 정치의 현실이다. 이처럼 거의 매년 진 행되는 창당과 정계개편의 홍수 속에서 원칙을 잃어버리고 휩쓸린다면 우리 당의 당원들은 매년 반복되 는 개편과‘통합’논쟁 속에서 계속해서 소진되다가 결국 소멸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과 2011년의 ‘진보 정당’ 의 개편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당원들과 지지자가 얼마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당의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논의 이번 선거에 있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당의 위기에 대한 진단은 많이 있었으나 당이 어떻게 변화하 70
여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토론은 매우 부족했다는 점이다. 나경채 후보는 진보 결집과 당원 총투표는 얘기하였으나 이외에 당대표로서 당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그 어떠한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았다. 당의 위기에 대한 진단은 있었으나 이에 대한 해답으로는‘진 보 통합’ 만을 반복하였다. 윤현식 후보의 경우‘재정 강화’ ,‘정치 기획 및 정책역량 강화’ ,‘당원교육 활성화와 미래 주체 양성’ 을 당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하겠다고 주장하였으나 기존에는 이것이 왜 제대로 이 뤄지지 않았는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 내용은 상당히 미진하다. 전반적으로‘대안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이상이 나오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당원배가, 당비배가, 수익배가라는 3배가 운 동을 펼쳐나갈 것’ 을 주장하였으나 이 역시 기존에도 진행되었으나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던 방안이라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 이상을 찾기 어렵다. 나도원 후보의 경우 당의 위기 극복 방안과 혁신에 있어 가장 구체적인 정책들과 공약들을 제시하였 다.‘당원 공감 연수원’ , 녹색위원회 강화 및 전문인력 확보, 문화와 예술의 정당으로의
나도원 후보는‘당원 공감 연수원’ , 녹색
일신, 기초당협 광역화와 광역 부문위원회
위원회 강화 및 전문인력 확보, 문화와
추진 등 당의 혁신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책 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선거 중 광역 시도당 위원장 후보들 에게‘공동 공약’ 으로 제안 한‘전국 당 활동
예술의 정당으로의 일신, 기초당협 광역 화와 광역 부문위원회 추진 등 혁신을 강 조하는 새로운 정책들을 제시한다.
가 육성 시스템’ 은 그동안 많은 문제제기에 도 불구하고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당 활동가의 발굴, 역량 강화, 지원 시스템에 대해 중앙당과 광역시 도당이 함께 책임지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당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각급 당부의 활동가들에 대한 체계적 인 조직, 지원 방식이라는 면에서 특히나 지역의 활동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정책으로 생각된다.
당원 총투표 주장에 대하여 ‘당원 총투표’ 라는 이슈 역시‘진보 재편’이슈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나경채 후보와‘진보결집 당원총 투표 공동선거본부’ 에 의해 주장되어온 주제이다. 지난 2014년 재창당 과정에서‘당원 총투표’ 를 당대회 에서 부의할 수 있다는 당헌 당규가 제정되었으며, 어떤 사안이든 그 정해진 절차에 의해 당원 총투표는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당원의 전체 투표로 진행되는 당대표단 선거에서 당원 총투표를 공약 으로 내세우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있다. 나경채 후보는 지역의 토론 과정에서‘4개월’ 이면 당원 총투표를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매 우 낙관적인 전망이다. 지난 2011년의 통합·독자 논쟁 당시 1월에 대표단 선거를 마친 이후 최종적인 통 쟁점토론 6기 대표단 선거 : 나는 지지한다 71
합 부결은 9월에야 이뤄졌다. 이는 전국위원·대의원 선거 이후 약 7개월이 소요된 시점이다. 지난 2013년 재창당 과정 역시 당명 결정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임시 당대회는 대표단 선거가 치러진 6 개월 뒤인 7월에야 치러졌다. 이처럼 명확하게 당대회의 권한으로 되어있는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조차 대표단 선거 이후 준비되어 최종 결정 과정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명확한 당헌 당규 상의 절차와 위상도 없는 당원 총투표의 경우 이에 대한 논의와 당대회 준비 위원회 설치, 전국위원회, 당대회를 거쳐 당원 총투표에 대한 찬반 선거운동 기간, 총투표 결과에 따른 당 대회의 재소집 일정 등을 고려할 때 4개월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기간이다. 더군다나 당원 총투표를 주 장하는 선본에서는 4월 보궐선거 참여까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은 향후 3년간 연속될 전국단위 선거들을 준비하며 우리 당의 내실을 다지고 체력을 비축할 소 중한 시기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최소 6개월 이상을 당원 총투표와 통합·독자 논란을 다시 진행하 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2015년은 당의 내실을 다지며 체력을
나도원 후보의‘녹색좌파 정치연합으로
비축할 소중한 시기이다. 이처럼 중요한
2016년 총선을 돌파하자’ 는 주장은 충분히 가
시점에 최소 6개월 이상을 당원 총투표 와 통합·독자 논란을 다시 진행하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능해 보인다. 또한‘청년+녹색+문화 정당’ 은 아직 도전해 보지 못한 과제라서 더 설레게 한 다. 그리고‘있는 것을 활용하고 동기를 부여 하는 방식으로 튼튼하게 조직과 재정을 보강 하겠다’ 는 계획도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노동당 록페스티벌’ 을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도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런 나도원과 바람을 만들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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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꾸러미밥상은? 해발 500m이상의 고랭지인 전북 장수에서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 당원, 농민회, 카톨릭농민회 회원, 진보적인 개인들이 운 영하는 친환경농산물 회원제를 말합니다. 유기농으로 키운 신선한 제철농산물과 두 부, 빵, 떡, 장류 등 100여 가지로 구성되는 직거래회원제입니다. 회원들은 매주1회, 또 는 격주 1회로 농산물을 받아보게 됩니다.
▣ 기본1회 배송품목 우리콩두부, 유정란 6알, 유기농제철채소 4~6가지, 친환경가공식품 등
▣ 1년 48주(격주회원은 24주) 연중공급 품목 •기 본 : 유정란, 우리콩두부, 쌈채, 제철농산물, 가공식품 등 •채소류 : 파, 양상추, 쌈채, 시금치, 양배추, 브로콜리, 쑥, 두릅, 쑥갓, 배추, 풋고추 등 •과일류 : 사과, 배, 자두, 매실, 호두, 은행 등 •과채류 : 방울토마토, 토마토, 애호박, 오이, 옥수수, 단호박, 파프리카 등 •근채류 : 감자, 고구마, 당근, 무, 마늘, 양파, 땅콩, 생강 등 •주잡곡 : 백미, 현미, 흑미, 통밀쌀, 우리밀가루, 보리쌀, 우리콩, 수수 등 •가공식품 : 쌀빵, 장류, 수제차, 효소, 부각, 연잎밥, 두부, 떡, 미수가루, 과일즙 등 •버섯류 :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등 •나물류 : 고사리, 취나물, 무말랭이, 고구마줄기, 말린애호박, 시래기 등 ※ 품목은 산지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장수꾸러미밥상 가격 매주회원 : 월4회 12만원(택배비포함) / 격주회원 : 월2회 6만원(택배비포함)
▣ 배송 매주회원은 1주일에 한 번, 격주회원은 2주에 한 번 배송되며, 수요일/금요일 중 요일을 선택해 받 아보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장수꾸러미밥상 다음카페 참조)
▣ 신청 및 문의 참여하실 분은 전화로 신청하시거나 [장수꾸러미밥상] 다음카페에서 가입서를 다운받아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름 / 연락처 / 매주·격주 선택 / 주소 / 받으실 요일) 장수친환경영농조합 전화 063) 352-6262 / 353-6262 팩스 063) 352-6263 / 노동당 담당자 010-6686-6651 (김재호) 장수꾸러미밥상카페 http://cafe.daum.net/jangsubapsang 이메일 ecojangsu@hanmail.net 계좌번호 농협 355-0002-3570-93 장수친환경영농조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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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진보정치 열전 8
하나뿐인 여성 시의원 송미량
‘일회용’ 은 되기 싫었어요 거제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노동운동의 성지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살아있는 역사인 대우조선이 자리잡은 옥포1·2동에서 노동 당의 유일한 여성의원이 탄생했다. 망치질로 단련된 조선 노 동자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23년 만에 최초로 뽑힌 여성 지 역구의원이기도 하다. 36세의 젊은 여성 초선 의원, 송미량 의 당당한 의정활동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터뷰 : 고미숙·최혜영 여성위원회 정리 : 최혜영 사진 : 정정은 편집실 부장
여성 진보정치 열전 75
한 달 전쯤 여성위원회 전국 수련회에서 송미량 의원을 만났다. 아이를 데리고 1박2일 수련회에 쉽지 않은 발걸음을 한 그녀는, 이런저런 의정활동을 이야기하던 끝에‘여성 의제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달라’ 고 요청해왔다. 달랑 하나 있는 여성 의원을 우리 당이, 그리고 여성위원회가 이제껏 완전히 방치하고 있 었구나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달 <여성 진보정치 열전>에서 송미량 의원을 만나 의정활동 현주 소를 함께 짚어보기로 한 이유다. “작년 7월 1일 개원한 제7대 거제시의원(기초의원)은 모두 열여섯 명이에요. 그중 새누리당이 아홉 명, 새정련이 셋, 무소속 둘, 노동당이 두 사람인데 3선인 한기수 의원과 함께 제가 당선된 거죠. 여성 시의원 으로 보자면 비례 둘, 지역구 셋, 총 다섯 사람이 이번에 대거 입성했어요. 놀라운 숫자였죠. 여기저기 언 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제가 최연소에다 진보정당 소속이라서 이색 당선인으로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진보정당들이 전국적으로 참패한 작년 6.4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후보 두 명이 당선되었으니 우리야 대 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경남이나 거제에서는 오히려 진보정치가 후퇴했다며 우려가 많았다. 특히 거제에 서는 이전에 제2당이던 노동당이 제3당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한기수 의원은 3선 의원으로서 유력했던 시의회 부의장 자리조차 내주어야 했다.
공무원들과 사이 안 좋을 것 같은 의원? 이야기를 슬슬 풀어가 보기로 했다. 송미량 의원은 4년 전에도 광역의원으로 출마한 적이 있다. 서른여 섯 살인 지금도 거제시의회 최연소 의원인데 그 때는 서른둘, 정말 젊은 나이에 진보신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것이다. 언제부터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이번 당선은 과연 어떻게 가능했는지 물었다. “일 년 전부터 출마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어요. 시민단체에서도 한 사람을 추대하려고 했는데, 미 리부터 제가 의사를 밝히고 선점을 했지요. 막상 선거는 쉽지 않았어요. 제 선거구에서는 두 명을 뽑는데 다섯 명이 후보로 나왔어요. 새누리 둘,
“후보 다섯 명 중에 세 사람이 대우조선 직원이 었는데 저는 대우조선 노동자도 아니었죠. 공통 분모를 찾기 위해 제가 노력한 결과가‘민주노 총 지지후보’ 였어요.”
새정련 둘, 노동당 한 명. 다섯 명 중에 세 사람이 대우조선에 다니는 직원이었 는데 저는 대우조선 노동자도 아니었죠.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제가 노력한 결과 가‘민주노총 지지후보’ 였어요. 현수막 에 크게 써붙였더니 이게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선거 전략이었죠, 공보물에도 넣었고. 주 슬로건은‘돈보다 사람이 먼저’ 였고 당에서 쓰던 문구를 인용해‘일하는 당신과 함께, 일하는 당신이 행복한 거제를 만들겠습니다’ 라고 했어요.” 선거운동 과정에서, 또는 당선되고 나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벌써 다 잊 76
2014 지방선거 당시 걸었던 송미량 의원의 홍보 현수막 (사진 : 송미량 제공)
어먹었다고 한다. 지난 기억들을 곱씹을 시간조차 없이 의정활동을 하느라 무척 바빴던 모양이다. 다만, 의원으로 당선되고 나서 시의회 의장단을 뽑는 첫 선거에서 과감하게 공개투표를 한 일이 무엇보다 기억 에 남는다고 한다. “의회 가자마자 의장단 선거를 할 때였어요. 우리 당 한기수 의원이 3선이고 해서 부의장을 맡으면 좋 겠다고 생각했는데 선거에서 미끄러졌어요. 우리가 제3당이 되어버리니까 부의장 선거에서도 새정련에 밀린 거죠. 그래서 의장단 선거를 할 때 항의 표시로 공개투표를 했어요. 빈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버 렸죠. 순간 의회사무국 직원들은 제가 투표방법도 모르는 줄 알았나 봐요. 저한테 기표소에 가야한다고 얘기하는 직원, 제 팔을 붙잡는 직원, 주변에서 웅성웅성 난리가 났죠. 하하…, 예전 회의록에 전례가 있 길래 그랬던 건데.” 진보정당의 젊은 여성이 시의원으로 당선되니 안 그래도 예사롭지 않게 여기던 공무원들은 의장단 투 표 사건을 목격하면서 송 의원에 대한‘강성 괴물’이미지를 굳혔다.‘공무원들과 특히 사이가 좋지 않을 의원’ 이라 소문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요즘은 송 의원이 예산을 삭감할 거라는 예감이 들면 공무원들이 아예 아침부터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송 의원을 붙들고 안건을 설명하곤 한다.
숨가쁘게 달려온 반년, 이렇게 보냈습니다 야당의 초선 여성의원으로서 보낸 6개월의 활동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그녀가 그동안 의제화 한 이슈들이 순서대로 죽 쏟아져 나왔다. 여성 진보정치 열전 77
지역케이블방송에 출연해 아파트단지 공사 현장의 위험에 대해 설명하는 송미량 의원 (사진 : 하나방송 갈무리)
“본회의 때마다 5분 발언을 빼놓지 않고 하려고 애써요. 시의적절한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원고 작성해서 담당 공무원에게 메일 보내기 버튼을 누를 때까지 조마조마해요. 한 번에 최대 네 명만 5분 발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원고 보낸 순서대로 네 명 안에 들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돼요. 첫 번 째 발언했던 주제가 성지중 학생들의 건
“5분 발언을 빼놓지 않고 하려고 애써요. 한 번 에 최대 네 명만 발언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에게 메일 보내기 버튼을 누를 때까지 조마조마해요.”
강권·학습권 문제였어요. 중학교 바로 앞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데 공사 중 에 소음과 분진이 발생했죠. 그런데 아 무도 학생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생 각을 안 하는 거예요. 아토피도 발생하 고, 소음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하고 수
업 하는데. 건설사가 학생들의 통학로 부지를 매입, 도시계획도로를 건설해서 기부채납하기로 한 건데 학 생, 교직원, 부모 아무도 몰랐던 거예요. 공사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 교육청 도 무심했는데, 교육청에서 통학로 부지를 매각한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문제가 불거져 학부모회에서 저 를 찾아왔어요. 제가 5분 발언하고, 지역케이블방송사 요청으로 현장에 나가서 촬영해 방송에 나갔죠.” 4년 전 도의원 선거에 나갔을 때‘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거제’ ,‘교육과 복지가 강한 거제’ 라는 슬로건 을 뽑을 만큼 송 의원은 아이들 교육환경에 관심이 많은 세 아이의 엄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 아이와 1 학년, 여섯 살 아이 모두 셋을 키우며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바쁜 활동으로 아이를 방목한다고 스스로 웃 78
으며 이야기하지만,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보장에 대해서만큼은 무심하게 지나치기 어렵다. “두 번째가‘거제풍력단지 조성과 관련해서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는 거였어요. 도심지 한 가운데 에 옥녀봉이라는 산이 있어요. 이 산 일대에 3만 평 정도의 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데, 환경영향평가서를 달라고 하니까 그게 시에 한 권 밖에 없다는 거예요. 또한 풍력단지 조성사업을 하려면 풍황자원 분석 보 고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아예 없다고 하고요. 민간사업이라 사업자가 신청하면 허가를 줄 수밖에 없고 시에서 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핑계를 대요. 어쨌든 저는‘환경이나 생태계 파괴의 우려가 크고 소음과 전 자파 등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건데, 이에 대해 시민들이 잘 알아야 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 도 수렴해야 한다, 친환경에너지정책 사업이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고 했어요.” 세 번째 주제는 거제시 비정규직 지원조례 제정과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 폐기물수거 노동자의 고용불 안 해소 방안 마련이었다. 거제시 비정규직지원센터설치 조례는 공동으로 발의했는데 안건이 보류된 상 황이다.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 비정규직지원센 터 설치가 늦어진다면 비정규직지원 조례를 먼저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우조선의 경우 간접고용(하청)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 아요. 삼성조선도 상황은 비슷하고요. 10만 명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데 경상남도 비정규직지원센터와 조례로는 부족해요. 거 제도 실정에 맞는 조례와 지원센터가 필요해 요. 이 당시에 거제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이 있었는데, 이 주제를 가지고 발언하면서 원청 이 책임 있게 나서라고 했어요. 화물연대는 계속 교섭을 요청하는데 원청은 모르쇠로 일 관하고, 파업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평과 위험이 가중되는데 행정은 수수방관하고 있 어서‘행정에서도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 냐’ 고 문제제기했지요.” 당시에 화물연대 김철규(경남지부장)와 박 준민(통영거제지회장) 두 노동자가 고공농성 중 이었는데, 운 좋게도 송 의원이 5분 발언을 한 후 운송료를 인상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타결 되었다고 한다. 며칠 후에 송 의원이 교통사
대우투어 노조 출범식에서 노조설립에 도움을 주었다며 송 의원 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사진 : 송미량 제공)
여성 진보정치 열전 79
고로 입원했는데 병문안을 온 두 노동자를 보니‘아, 그래도 내가 역할을 하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단 다.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관심은 노동당의 의원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바쁘기도 하고 처음에는 얼굴도 몰라 머쓱했을 터인데 송 의원은 꾸준히 농성장을 방문 했고, 나중엔 화물노동자들과 함께 통닭 시켜 소주 한 잔 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당원으로 가입하겠 다는 노동자들도 생겼다. “아, 그리고 네 번째가 공립유치원 증설이었어요. 거제엔 공립유치원이 한 군데 밖에 없고(94년 건설) 나머지는 병설이에요. 공립에 들어가기 힘드니까 아예 원서를 넣는 걸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추첨 때면 엄마들이 민감해져요. 공립유치원에 대한 요구는 많았지만 그게 조직적으로 표출이 되지 않았던 거예요. 공립에서 한 학급을 증설하려다 사립 원장들의 반발로 무산된 전례도 있어요. 교육청의 문제이긴 한데 결 국은 행정에서도 신경을 써달라는 이야기인 거죠. 이걸 가지고 대우조선과 함께 서명운동도 하고 교육장 과 실무자 면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어요.”
‘지못미’입당해 시의원 출마하기까지 송 의원은 진보신당에 입당하면서부터 현실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다. 2008년 진보신당이 창당 된 후 처음 치른 총선, 이른바 광우병 촛불과 지못미 열풍이 일던 때였다. 입당 계기를 물었더니 다소 겸연 80
쩍어 하며“아 그럼 노회찬 의원 얘기를 해야 되는데…”하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서울에서 잠깐 생활할 때 노원에서 살았어요. 2008년 진보신당 창당하고 총선 때 노회찬 의원이 홍정욱에게 밀려서 떨어지는 걸 보고 가입했죠. 신생정당에 당비 만 원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인터 넷으로 입당하고 처음으로 거제당협 행사에 갔는데 심상정, 김계화, 김용운 당원이 발제를 하고 토론회를 하더라구요. 행사 시작 전에 인사를 하는데 조선소 작업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만 자기소개를 하라는 거예 요.(웃음) 그런데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더러 대의원에 출마하라는 거예요. 그것도 대의원 입후보 마 감일에 마감시간이 다 돼서.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후보등록을 했죠. 그리고 그 얼마 뒤에 당협에서 여성 위원회를 만드는데, 원래 여성위원장으로 추대하려던 분이 고사해서 당시 김계화 거 제당협 사무국장이 저를 추천해 그 자리에 서 여성위원장이 되었어요.” 그렇게 떠밀리듯 시작한 대의원을 지금 까지 맡고 있다며 쾌활하게 웃는다. 2010 년 지방선거 당시 김한주 시장후보, 유영수 시의원후보가 나온 상황에서 도의원후보 도 하나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판세를 분석하니 외부 유입인구가 많고 연령층이 낮았다. 이 지역구에 적합한 후보로 그녀가 거론되었고 고현 지역에 출마했다. 당시 나 이가 만으로 서른 둘, 처음 해본 선거는 너 무나 힘들었다고 한다. 출근 선전전을 하려 면 새벽 네 시 반에는 집에서 나가야 하는 데, 예비후보 때는 날씨가 추워서 손도 시 리고 발도 시렸다. 처음에는 사람들 얼굴도 못 쳐다보고 정신없이 악수를 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막내를 출산하고 부기도 안 빠진 상태에서 아이를 챙길 여유도 없이 선거운
“거제에서는 한 번 출마하면 그 다음은 두 번 다시 후보로 안 나가는 분위기가 강해요. 하지 만 저는‘일회용’ 은 되기 싫었어요.”
동을 했다. “그 뒤로 2년을 후보로 살았어요. 거제에서는 한 번 출마하면 그 다음은 두 번 다시 후보로 안 나가는 분위기가 강해요. 하지만 저는‘일회용’ 은 되기 싫었어요. 가족이 반대하든 어쩌든. 작년에 출마했을 때 돈도 조직도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한 번 더 나가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여성후보로는 드물게 송 의원은‘개척형’후보다. 어쨌든 미리부터 출마한다고 판을 쫙 깔아놓은 것이 여성 진보정치 열전 81
한몫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도 있었지만, 송 의원이 먼저 출마를 공식화하니 자연스럽게 두 번 째 출마한 송 의원에게 양보를 한 것이다. 출마하면서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예상했는지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노동당 후보 중에 제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낮았어요. 그런데 저는 민주노총 지지후보다, 백순환 위원 장 런닝메이트다 하면서 항상 백순환 후보 옆에 붙어서 다녔죠.(웃음) 처음에는 제가 당선된 기쁨보다 유 영수, 백순환 후보가 떨어진 데서 오는 충격이 더 컸어요. 다행히 대우조선, 삼성조선 위원장 선거 결과가 좋아서 위안이 되었죠. 재밌는 얘기 해 볼까요? 선거일 전에 지인이 저에게 꿈을 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서 꿈을 샀더니 지인이 꿈속에서 머리 위에 용이 두 마리가 있더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두 명이 당 선됐나? 괜히 샀어요. 용이 너 댓 마리 나오는 꿈을 사야 했는데…(일동 웃음)”
무상급식부터 비정규직지원센터까지, 할 일은 많고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의정활동과 당에 바라는 것을 물었더니, 막상 의원이 되고 보니까 의회가 행정을 견제하는 기능을 못 해서 무척 속상하다는 말부터 꺼낸다. “무상급식이 중단될 위기예요. 내년 4 월부터 학부모가 (급식비를) 부담하게 되면 반발이 굉장히 클 텐데…. 그 전에 도지사 든 시장이든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해 요. 급식도 그렇고, 교육경비 지원도 그렇 고. 권민호 시장이 공약에서는 2015년에 교육경비 45억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실 제 예산편성은 전년보다 감액된 40억 6천 정도예요. 경남의 타 지자체에 비해 거제 가 학생 수도 많고 교육열과 재정자립도도
“무상급식이 중단될 위기예요. 내년 4월부터
높은데, 시장은 계속 재정 여건상 어쩔 수
학부모가 부담하게 되면 반발이 굉장히 클 텐
없다며 공약을 파기한 것이죠. 시장은 또
데… 그 전에 도지사든 시장이든 마음을 돌려
전체 예산 규모의 5%라고 이야기하는데,
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부 지자체는 전체 예산의 7% 수준으로 교육경비를 지원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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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에서 시정 질문 중인 송미량 의원 (사진 : 송미량 제공)
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교육경비 조례를 개정하려고 준비중이에요. 거제에 개발붐이 일어나면서 공사가 많은데, 공사 차가 통학로로 다녀요. 그런데 어린이보호구역 정하고 CCTV 설치하는 정도고, 보행로가 확 보된 곳이 별로 없어요. 비정규직지원센터도 설치해야 하고 노동회관도 만들어야 하는데 시에서는 예산 상의 문제를 들고 있으니까… 어쨌든 끊임없이 요구해야 할 부분이에요.” 끝으로 개인적 어려움을 물으며 아쉬운 인터뷰를 마감했다. “의원이 아닐 때는 관변단체에는 안 가도 되는데, 되고 나니까 가기 싫어도 가야 해요. 그리고 예전에 는 일 끝나면 시민단체 사람들이랑 치맥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까 그걸 못해요. 그리고 주민들이 아파트 민원, 개인적인 송사도 다 의원들에게 이야기해요. 원룸이나 아파트 공사를 하면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데, 소음, 분진, 그런 것도 의원에게 다 이야기해요. 일단은 다 들어드리고 알아보겠다고 하 고 알아보긴 하는데 해결해줄 수가 없어요. 그 일로 소요되는 시간도 많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의원들 상호간의 네트워크나 당의 지원이 절실할 텐 데, 지역에서도 당에서도 의정활동 자문단이든 네트워크든 아예 구성이 되어 있지 않다. 개인적인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의정활동은 금방 의원을 지치게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당과 의원이 함께 크는 성장일기,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 노동당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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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포럼
비정규직 더 하라는 박근혜 정부 홍원표 정책실장
비겁한 설문 장그래 입사 동기들에게 물었다.“장그래가 곧 계약 만룐데, 계약기간을 한 번 더 연장하 고 그 계약기간이 다 끝날 때 수당을 좀 챙겨주면 어떨까?”그 친구들은 생각했다.‘곧 잘릴 텐데… 기간이라도 좀 연장하면 낫지 않을까? 어차피 정규직이 어려울 거면 잘릴 때 수당이 라도 좀 더 챙겨 가게 도와줘야겠다.’ 안타깝지만, 회사의 룰에 대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신입사원인 그네들은 대부분 그렇 게 생각할 게다. 인지상정일 수 있다. 하지만 사규를 개정하겠다고 나선 힘 센 전무님께서 이런 설문조사를 근거로‘봐라 장그래 친구들도 찬성한다. 이게 좋은 거다’ 라 하면, 인지상 정을 이용한 사기고 폭력이다. 정규직 전환이 싫다고 하면 욕먹을까 싶어 에둘러 신입사원 핑계 대는 비겁한 일이다. 그런데 이 비겁한 에피소드는, 안타깝게도 픽션이 아니다. 지난 해 12월 29일 고용노동부가 노사정위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노동시장 활력제고 방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제출한 이 비정규직 처우개선 안에는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안이 담겨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은 기간제법 시행 전후부터 재계가 끊임없이 주장해 왔던 일이 다. 보수 정부 역시 호시탐탐 개악을 시도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2년이 되면 100만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 주장하며 기간 연장을 시도한 바 있다. 여론의 저항이 심해 관철시키지 못 했다. 물론 실업대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유선 한국노 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1년 6개월 이상 기간제 노동자 중 계약기간 종료 를 앞 둔 노동자는 월 평균 1만 명이 안 된다. 처음부터 100만 실업대란은 일어날 리 만무한 84
일이었다. 정부가 국민을 겁박해 자본에게 이익을 안겨주려 거짓말을 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도 불과 몇 년 전 폐기된 이 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명박 정부 때의 반대 여론이 부담됐 는지, 비정규직도 원한다는 설문 결과를 슬쩍 들고 나왔다. 실제로 비정규직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이 설 문조사에서 박근혜 정부 안에 찬성하는 비율은 82%에 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82%가 찬성했다는 고용노동부의 설문 문항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기간제 근로자 를 2년 근무한 후 회사와 합의하면 계약기 간을 연장하고, 그 이후 사업주가 정규직으
비정규직 노동자 82%가 찬성했다는 고용
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하면 근로자
노동부의 설문 문항을 보면, 박정희나 전
에게 금전으로 일정액을 보상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민주주
두환 시절에 학교를 다닌 아저씨 세대의
의와 인권에 대해 아직 미개한 시절에, 그러
학창시절이 떠오른다.‘3대 맞고 2대 더
니까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에 학교를 다녔
맞을래, 3대 맞고 5대 더 맞을래?’
던 아저씨 세대는 이런 유의 질문을 잘 기억 하고 있다.‘3대 맞고 2대 더 맞을래, 3대 맞고 5대 더 맞을래?’안 맞겠다고 답하면 수도 없이 맞게 되니 3대 맞고 2대 더 맞는 걸 택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갖고 이렇게 주장 했다.‘2년은 너무 짧다,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이 비정규직의 의견이다’ ‘학생들이 자기 잘못을 크게 뉘우친 나머지 3대만 맞지 않고 2대 더 맞겠다고 했다’ 고 기록한 폭력 교사의 생활기록부를 보는 느낌이 다.
마음은 무겁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비중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수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비정규직은 가장 많지만, 그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 비율 은 또 가장 낮다. 지난 해 OECD가 발표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비정규직 10명 중 1~2명만이 수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고 나머지 8~9명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거나 실직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6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은 고용불안과 직결된다. 고용불안 정도를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는 근 속연수와 단기근속자 비중이다.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 남짓이고 비정규직은 2년이 채 못 된 다.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는 1년 남짓이다. 최근 몇 년간 OECD 회원국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내외를 기록해 왔고, 한국 다음으로 짧은 나라인 미국이나 아이슬란드의 경우는 7년 내외다. 단기근속자 비중 역 시 가장 높다. 2014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용보호제도가 노동시장 이원화 및 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영 정책포럼 85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등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정당 및 단체들은‘진짜사장 나와라 운동본부(운동본 부)’ 를 출범하기도 했다. (사진 : 참세상)
향> 보고서는 전체 노동자 중 1년 미만 근속 노동자의 비중이 한국 38%로 OECD 평균 18.6%의 2배가 넘 는다고 보고했다. 고용만 불안한 게 아니다. 임금격차 역시 심각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정규직 노동자 의 평균 임금은 298만 원인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140만 원으로 2배 차이가 난다. 여성 비 정규직의 경우에는 120만 원도 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 대통령조차“비정규직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무거워진다.” (대통령 신년 기자 회견 질의응답) 하지만 마음이 아픈 건 아픈 거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에게 비
정규직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당연히 있어
박근혜 대통령조차“비정규직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박근혜 정부에게 비정규직은 자
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노동시장 활력제 고 방안>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면서, 비정 규직 확대는‘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현
연스러운 일이고 당연히 있어야 하는 일이기
상’ 으로‘취업애로계층의 노동시장 진입
때문이다.
촉진’ 을 위해서는‘불가피한 측면도 존재’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에게 비정규직은‘마음은 무겁지만’그냥‘있어야 하는 일’ 이다. 그렇다 보니 2년짜 리 비정규직을 4년짜리로 만들어 주는 게 그나마 마음의 부담을 더는 일이 되는 거다. 아이들 가르치다 보 86
면 훈육도 필요하고 사랑의 매도 필요하고, 선진국도 아마 때릴 테니, 마음은 무겁지만, 3대 때리고 2대만 더 때리는 방법을 택하자는 것이다.
사용사유 제한과 간접고용 규제가 핵심 물론 박근혜 정부의 말처럼 비정규직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임신 출산으로 결원이 생겨 한시 적으로 대체할 인력이 필요하다든지 스키장이나 수영장처럼 계절적 요인으로 지속 고용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될 리는 없다. 비정규직 노동 자가 이렇게까지 늘어난 이유는 기업이 임금을 더 적게 주고, 아무 때나 맘대로 해고하고, 법이 정한 사용 자 책임을 회피하려 비정규직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거나 나서서 조장했기 때 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조장하고 자본이 남용해서 발생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이미 많이 제출되었다. 해법의 첫 번째 핵심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사용사유 제한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두 번째 핵심은 간접 고용 규제다. 자본은 끊임없이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기간제 중심의 비정규직법이 도입된 이후 도급과 파견의 구분이 애매한 맹점을 이용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이 증가가 대표적 사례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증가는 2000 년 중반 이후 한국 사회 노사관계에서 가장 격렬하고 가장 잦은 분쟁을 낳았다. KTX 여승무원 문제, 동희 오토 간접고용,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분쟁, 씨앤앰, 브로드밴드, 유플러스 등 이 여기에 포함된다. 개별 자본에게 당장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으로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고통 받았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가장 열악하고 노사분쟁도 심각한 비정규직 형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간접고 용에 대한 대안은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 했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직접고용 원칙을 적용하고, 도급·파견 구분 기준을 명확히 해 도급을 가장 한 불법파견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 왔다. 국제적 기준 역시 이러한 원칙을 강조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진정한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자에 게 주어진 권리가 무엇인지, 이를 보장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판명하는 것이 주요한 관건’ 이라고 말한다. 또한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을 수립한‘ISO 26000’ 을 통해‘법적으로 고용관계로 인정되는 관계를 위장하여 고용주에게 법으로 부과되는 의무를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 ‘조직의 파트너, 공급업체 또는 하청업체의 불공정, 착취 또는 악용되는 노동관행으로 혜택을 보아서는 안 된다’ 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도 2009년 <사내하도급 근로자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 정책포럼 87
기륭전자분회를 비롯한 여러 연대단위들이‘비정규직 법 제도 전면폐기’사회적 투쟁을 선포하고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사진 : 참세상)
를 통해 노동부 장관에게 ① 현행 노동관계법상의 사용자 정의규정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개정할 것, ② 상시적인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원칙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간접고용의 남용을 억제할 것, ③ 사내하도급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및 이들의 차별시정 신청권을 법률로 명문화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세 번째는 노사관계의 정비다. 비정규직 남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당사자들이 실질적 권한을 지닌 사 용자, 즉 진짜 사장과 대화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용자와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적용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단 비정규직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 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성별이나 학력, 인종, 성적 취향, 고용형태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목 격하고 있다.
정치가 중요하다 최근 법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월 6일 서울동부지법은 한국고속도로 요금징수 노동 자 529명이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도로공사와 근로자들이 소속된 외주 운영자들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 며 한국도로공사가 불법파견을 사용한 것이라 판단 88
했다.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529 명에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톨게이트 334곳에서 용역회사 소속으로 일하 는 노동자가 7200여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향후 공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번 판결에서 불법파견으로 판단된 529명 노동자가 모두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 지 못 했다는 점이다. 202명은 한국도로공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반면, 327명에 대 해서는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할 의무를 갖게 되었다. 즉 사용주가 의무를 이행해야만 비로소 직접 고용된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이는 2007년 개악된 파견법 때문이다. 당시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을 주도한 열린우리당은 불법파견 사용 기 업의 책임을 오히려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개악 했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입사자들은 법원의
정치의 실패가 불법파견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에게 두 번의 고통을 안기고 있 다. 진보정치가 성장하고 노동당이 존재 해야 할 이유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의무 이행을 기다려 야만 한다. 정치의 실패가 불법파견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에게 두 번의 고통을 안긴 셈이다. 진보정치가 성장하고 노동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다.
정책포럼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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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자 총선 공약: 국가 재건 계획의 네 축 장석준 부대표
작년 9월에 그리스의 급진좌파연 합(SYRIZA)은 테살로니카에서 국제 축 제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당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조기 총선 실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SYRIZA의 집 권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발표 장소를 따서 이 정책 패키지는‘테살로니카 프로그램’ 이라 불린다. 치프라스의 예 상대로 그리스는 1월 25일에 조기 총 선을 실시하게 됐다. 테살로니카 프로 그램은 곧바로 SYRIZA의 핵심 선거 공약이 됐다. 유럽연합의 긴축 정책 기조에 맞선 SYRIZA의 대안이 무엇 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기 위 해‘테살로니카 프로그램’ 을 우리말로 옮겨 소개한다. 가계 부채 거품을 안 시리자의 2012년 총선 포스터. 시리자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유성이 기득 권층이라는 공룡을 멸종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있는 한국 사회의 정책 대안을 고 민하는 데에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들
이다. <미래에서 온 편지>는 앞으로 포데모스 등 신생 좌파 정당들의 정책을 적극 소개할 계획이다. 90
두 맞수, 신민주주의당의 사마라스 현 총리와 시리자의 치프라스 대표
첫째 축 : 인도적 위기의 해결 총 예상 비용 : 18억8,200만 유로[1유로=약 1290원]
인도적 위기에 대한 우리의 긴급 대책에는 약 20억 유로가 소요될 것이다. 이것은 포괄적인 비상 국가 개 입으로서, 가장 취약한 사회 계층에게 보호막을 제공할 것이다. ① 현재 빈곤선 이하인 30만 가구에게 가구 당 월 300KW까지, 즉 연 3,600KWR까지 전력을 무상 제공 한다. 예상 비용 : 5,940만 유로 ② 소득 없는 30만 가구에 대한 식품 지원 프로그램. 공적 조정 기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교회 그리고 연대 조직들과 협력해 실시한다. 예상 비용 : 7억5,600만 유로 ③ 주거 보장 프로그램. 목표는 우선 30제곱미터 아파트부터(이후 50제곱미터, 70제곱미터로 단계별 확 대) 제곱미터 당 3유로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예상 비용 : 5,400만 유로 ④ 연금소득이 700유로 이하인 126만2,920명의 연금생활자에 대해 크리스마스 보너스 명목으로 매년 12 개월에 더해 1개월치 연금을 추가로 지급하던 제도를 부활시킨다. 예상 비용 : 5억4,306만 유로 ⑤ 사각지대에 놓인 실업자에게 무상 의료 및 약품을 제공한다. 예상 비용 : 3억5,000만 유로 ⑥ 장기 실업자와 빈곤선 이하 소득자에게 특별 공공교통카드를 제공한다. 예상 비용 : 1억2,000만 유로 ⑦ 난방 및 승용차용 경유에 대한 일률적 특별소비세를 폐지한다. 주거용 난방 연료의 최저가를 현행 리 터 당 120유로에서 이전의 90유로로 되돌린다. 이에 따른 소득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둘째 축 : 경제 회생과 조세 정의 촉진 총 예상 비용 : 65억 유로 / 총 예상 편익 : 30억 유로 먼 좌파 이웃 좌파 91
둘째 축의 핵심은 경제 회생 조치들이 다. 실물 경제에 대한 과세 경감, 시민 들의 금융 부담 해소, 유동성 및 수요 확대에 우선순위를 둔다. ① 성실 납세자를 비롯한 중간 계급에 대한 과도한 과세 때문에 다수의 시 민들이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비록 얼마 안 되나마 재산 손실을 걱정하 며 더 나아가서는 물리적 생존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있다. 자살률의 전 례 없는 증가가 그 증거다.
높은 자살률의 그리스 현실을 규탄하는 시리자의 포스터
세금 및 사회보장기금 미납액을 84 개월[7년] 할부로 해결한다. 예상 수익 : 30억 유로 다음의 조치들을 통해 연간 세금 징수(미납분의 5%-15%)가 보다 원활히 이뤄질 것이다 : - 은행 계좌, 실거주 주택, 봉급 등의 압류 및 법률 제재를 즉각 중지한다. 미납세액 해결 절차에 참여 하는 모든 이들에게 세금 완납 증명서를 발급한다. - 미납세액 해결 절차에 참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현재 소득이 제로인 채무자에 대해 12개월간 법률 제재 및 강제 집행을 보류한다. - 세금 미납자를 현행범 취급하는 위헌적 조치를 폐지한다. - 법원에 구제를 신청하는 전제조건으로 미납세액의 50%를 우선 의무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을 철폐 한다. 우선 지불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며, 그 금액도 채무자의 재정 상황에 맞춰 약 10-20% 수준으 로 조정한다. ② 현행 통합자산세(ENFIA)를 즉각 철폐한다. 대신 고액 자산에 대한 세금을 신설한다. 주택에 대한 제곱 미터 당 세율을 즉각 하향 조정한다. 예상 비용 : 20억 유로 신설 자산세는 누진세이며 면세 한도를 높게 잡는다. 실거주용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단, 호 화 주택은 예외다. 또한 중소 규모 자산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③ 소득세의 경우 연 1만2,000 유로의 면세 한도를 부활시킨다. 누진 과세 강화를 위해 소득 구간을 세분 한다. 예상 비용 : 15억 유로 ④ 상환 불능 상태인 개인 및 기업 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채무자를 구제한다. 이러한 새로운 구제 법안 에는 다음의 조치들이 포함된다 : 현재 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부채를 사안별로 일부 탕감한다. 동시에 미지불 부채의 전반적인 재조정을 통해 은행, 국가 및 사회보장기금에 대한 이자 지불액이 채무자 소 득의 1/3을 넘지 않게 한다. 92
⑤ 우리는 민간 부채 처리를 위해 공적 중개 기구를 설립할 것이다. 이것은 통상의‘배드 뱅크[부실 채권 전담 은행]’ 가 아니다. 연체된 은행 대부 일체를 관리하는 기구이며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부채 해 결 과정을 추진하는 은행 통제 기구다. ⑥ SYRIZA는 조만간 실거주용 주택의 압류를 무기한 보류하는 새로운 법안을 제출할 것이다. 그 총가치 는 30만 유로를 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법안은 비은행 금융 기구[제2, 제3 금융권]나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채권과 토지 임대권을 양도하거나 매각하는 행위도 금지할 것이다. ⑦ 특수 목적 은행과 공공 개발 은행을 설립한다. 초기 자본으로는 10억 유로가 필요하다. ⑧ 최저임금을 751유로로 되돌린다. 비용 : 제로
셋째 축: 일자리 회복을 위한 국가 계획 첫 해 예상 비용: 30억 유로
경제의 모든 부문(민간 부문, 공공 부문, 사회 적 경제 부문)에 걸쳐 30만 개의 일자리를
순증가시킨다. 이것이 우리의 일자리 회복 2개년 계획의 목표다. 장기 실업자, 특히 청년 실업자를 비롯해 55세 이상 연령층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이
시리자 지지층의 이념 성향 분포를 보여주는 그래프
계획을 실현시킬 수 없다. 이들은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대개 실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줄어서 이에 필요한 사회보장기금 예산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긴축 정책을 실시하던 전임 정부들에 의해 파괴됐던 노동권 보장 제도들을 원상회복시킨다.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와의 합의로 인해 변질됐던 단체협상과 노사중재를 원 상회복시킨다. 대규모 부당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를 허용하는 모든 법조항을 철폐한다. 비용은 모두 제로.
넷째 축: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한 정치 제도 변형 총 예상 비용 : 제로
SYRIZA 정부는 집권 첫 해에 국가의 제도적, 민주적 재구성 과정에 착수할 것이다. 우리는 대의 민주주 의 제도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먼 좌파 이웃 좌파 93
- 지방 정부 재편 : 기초,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투명성과 경제적 자주성 그리고 효율성을 강화한다. 우리 는 직접 민주주의 기구의 권한을 강화하고, 새로운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 시민의 민주적 참여 강화 : 시민이 직접 법률안을 제출하고 비토권을 행사하며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등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 의회 권한을 강화한다. 동시에 의원의 면책 특권을 축소하고, 의원 기소를 금지하는 특별 법제를 폐지 한다. - 라디오/텔레비전이 모든 법률 조건과 엄격한 재정, 납세, 사회보장 기준을 준수하도록 규제한다. ERT(공공 라디오 및 텔레비전)를 원점에서 재설립한다[전임 우파 정부가 사유화한 바 있다].
타협할 수 없는 즉각적 사회 재건 조치들의 비용 위에서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 프로그램의 총비용과 더불어 부조리한 조세 정책을 폐지하 는 데 드는 재정 비용을 추산했다. 이 비용은 다음의 조치들을 통해 충당할 것이다. - 첫 번째 조치는 미납세액 해결 및 청산 절차다. 우리는 7개년에 걸쳐 총 680억 유로의 미납세액 중 최 소 200억 유로를 징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첫 해에만 30억 유로에 가까운 자금을 국고에 더하게 될 것이다. - 두 번째 조치는 탈세 및 밀수(가령 연료와 담배 밀수)와의 결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벌 들과 일전을 벌일 단호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 공공 금융 중개 기구의 초기 자본과 공공 개발 은행 설립 비용으로 총 30억 유로가 든다. 이 비용은 이 른바‘안정제’ 라 불리는 대략 110억 유로의 은행 구제용‘그리스 금융안정기금[2010년에 설립된 유럽 연합 내 은행 구제 기금인‘유럽 금융안정기금(EFSF)’ 의 그리스 지원분]’ 으로부터 충당할 것이다. - 일자리 회복 계획의 총비용은 50억 유로다. 제1차 실행년도의 비용은 그 중 30억 유로다. 첫 해에 10억 유로는‘국가별 전략 평가 기준[유럽연합의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조성한 기금의 각 국가별 사용 계 획]’ 의 2007-2013년‘후속 계획’예산으로부터 충당할 것이고, 15억 유로는 이 기금의 2014-2020년 예산으로부터, 5억 유로는 여타 유럽연합 고용 지원 지금으로부터 충당할 것이다. - 이에 더해 연금제도를 복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공공 자산을 매각하는 대 신 그 일부를 사회보장기금에 양도할 것이다. 이는 공적 연금의 일부 사유화에 따른 파괴적인 결과를 되돌리고 연금 제도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다. ‘테살로니카 프로그램’ 의 총 예상 비용 : 113억8,200만 유로 총 예상 수익 : 120억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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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도시교통 이야기
화강석 보도를 걷어내자 빙상장으로 변하는 보행로 우리의 거리가 위험하다 김상철 (전)서울시당 사무처장
이번 겨울은 예년에 비해 덜 춥고 눈은 더 많이 온다고 한다. 통상 눈이나 비와 같은 기상 변화를 전할 때면 자동차 교통 대란에 대한 뉴스가 꼭 따라붙곤 한다. 그렇지만 눈이나 비 때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보행자다. 우산을 쓰는 순간 보행로는 어디든지 혼잡 구 간이 되고 만다. 또 눈이 내리거나 기온이 떨어져서 결빙이 생겨나면 보행로는 그야말로 위 험천만한 곳이 아닐 수 없다.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비가 왔던 날 20대 여성이 육교를 건너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이를 바닥에 부딪쳤다. 그나마 육교를 거의 다 내려와서 넘어져 손목과 엉덩이만 다쳤 을 뿐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대구신문>,“민원 없는데”지자체 논슬립 설치 제각각, 2013. 12. 9) 사고가 난 육교에는 올라가는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을 구분하기 위해 화강암 재질의
경계석이 설치돼 있었다. 비가 오면 화강암의 미끄러운 표면에 빙막이 형성되면서 더 미끄 러워졌다. 누가 봐도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관할 지방정부는 시민들이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며 대처를 소홀히 했다.‘민원이 없었다’ 는 이유에서다.
보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아차’사고 누구나 길을 걷다가 불쑥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질 뻔하거나 패인 곳에 발을 디 뎌 깜짝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보행로 사고는 대부분 사소하거나 다치더라도 보행자 자신의 부주의로 생각하기 싶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보행로의 설계 기준과 자 재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늘 하는 잔소리가 빨간 도시교통 이야기 95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거리를 걸을 때 절대로 까만 부분은 밟지 말라’ 는 것이다. 통상 경계석으로 쓰이는 화강암 재질의 보도는 물기가 약간만 있어도 수막이 만들어져 미끄럽다. 더더구나 눈이라도 왔다 하면 그야말로 빙판과 다를 바 없다. 꽤 오래 전에 외국의 시민행동을 따와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들이 보도 파손 등의 현장 사진을 찍어 올 리면 관련 지방정부에 민원을 대신 접수해 개선시키는 운동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 길인 도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신고제도 등을 운영해서 문제가 바로 시정되었지만 보행자가 다니는 보행로에 대해서 는 관심이 적었다. 그러다 보니 보행자가 직접 사진을 찍어 접수를 시켜야 개선했는데, 이를 시민 개개인 이 하기엔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도로에서 발생한 사건에 비해 보도에서 발생한 사 건을 사소하게 여기는 경향이 크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보도의 파손이나 부실시공 때문에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지방 정부가 가입해 있는‘지방재정공제회’ 를 통해서 보상받을 수 있다. 서 울시는 별도의‘보도블럭손해배상센터’ 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래봤자 접수되는 건수는 한 달에 4건 정도에 불과하고 이 중 배상이 결정되는
서울시가‘보도블럭 십계명’ 을 발표했지만 비용 절감과 효과적인 공사관리를 위한 규 정이 대부분이다. 보행로를 시민들이 이용
것은 2건 정도로 나타났다. 이런 관점은 보행로를 시민들이 이용하 는 시설로 보지 않고 공공기관이 설치하는 시공물로 보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하는 시설로 보지 않고 공공기관이 설치하
들어서고 서울시가‘보도블럭 십계명’ 을
는 시공물로 보기 때문이다.
발표했지만, 이 중 보행안전 또는 보행편 의에 대한 내용은‘공사시 임시 보행로 보
장’ ,‘파손 침하 보도블럭 신고제’ ,‘보도 위 적치물 단속’등 3가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용 절감 이나 효과적인 공사관리를 위한 규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행로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들에 대해 공공기관이나 시민 스스로도 둔감하다. 보행로가 패여있어도, 보도블럭이 빠져있어도, 아이들이 걷다 빙 판에 미끄러져도 대부분‘재수가 없었다’치고 만다.
시설물에 불과한 보행로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경계석 문제, 즉 화강암 보도에 이르러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비가 내리는 여름, 젖은 낙엽이 쌓이는 가을,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 모두 미끄럽기 그지없는 보행로 내 화강석은 도대체‘왜’ 있는 걸까. 현행‘도로법’ 에 따라 도로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는 보도의 관리는 관리청에 따라 국도, 지방도로 분류 되는데 통상적으로 생활권 내의 보도는 대부분 기초지방정부의 소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보도 의 설치에 대해서도 별도의 규칙을 통해서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서초구는‘서초구 보도포장 96
특히 기존의 도로를 확장한 경우에는 보도/차도의 경계에 있던 경계선이 보도의 가운데에 위치하게 된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눈 이 오면, 외려 보도의 한 가운데로 걷는 일이 위험하게 바뀐다. 기본적으로 보도의 확장이 보행권의 확대를 위해 중요한 일이기는 하나, 이처럼 보행안전보다는 기존 시설물을 그대로 이용함으로서 단가를 낮추고자 하는 경제적 관점이 우월하다.
관리 규칙’ 을 두고 운용하고 있는데, 이 규칙 제6조(재료선정)에서 보도포장재의 조건으로 보행자가 미끄 러져 넘어지는 위험이 없는 자재, 포장재의 조합, 색채, 형상, 마무리, 줄눈 등의 시공여건 및 주변경관과 부합하는 자재 등 3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2항을 통해“콘크리트 경계블럭은 반드시 KS 표시품을 사용 토록 하고, 화강석은 주요 간선도로, 유적지 주변 등 지역여건상 특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도로에 한하 여 사용한다” 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금 거의 모든 도로에서 사용하는 화강석 자재는 무슨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사 실 법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규정은 별 게 없고 유일한 근거로 우리나라에 화강암 석재가 가장 흔하다는 것 밖에는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까만 화강석을 매끄럽게 시공하는 이유는 청소가 편하기 때문이다. 한마디 로 화강암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강해서 파손이 적고 표면을 매끄럽게 시공할 경우 오염물질의 부착이 적 어 유지 관리에 용이하다. 그러니까 보행에 전혀 유리하지 않은 화강암을 사용하는 이유 는 시공상의 비용 문제와 관리상의 수월함 때 문이지 그것이 보행에 더욱 편리하거나 안전 하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이런 관점은 말로는 걷기 좋은 거리를 말
보행에 전혀 유리하지 않은 화강암을 사용 하는 이유는 시공상의 비용 문제와 관리상 의 수월함 때문이지, 그것이 보행에 더욱 편리하거나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빨간 도시교통 이야기 97
하지만 이용시설이 아니라 시설물의 연장선에서 보도를 바라볼 뿐인 현재 공공행정의 한계를 여실히 드 러낸다. 실제로 오세훈 전 시장은 디자인거리 조성사업을 하면서 노란색으로 시공했던 점자블럭을‘눈에 띈다는’이유로 검정 블럭으로 교체한 일이 있다. 인사동 거리를 문화재 거리로 조성한다며 생긴 촌극이 었는데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그 위에 노란색 페인트칠을 하는 것으로 면피했다. 이런 행태는 단지 서울 시뿐만 아니다. 중구청도 을지로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입구에서부터 중앙우체국 방향까지 검은 색 점 자블럭을 설치했었고, 성북구청도 한성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보문로까지 700미터에 달하는 전 구간을 ‘디자인 서울거리’ 로 조성하면서 횡단보도 및 거리에 검은 색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했다. 반면 앞서 소개한 서초구의 경우에는 화강암 검은색 점자블록을 설치하지 않고 노란색 점자블록을 설 치하기로 해 대조를 이루었는데, 당시 중구청 관계자는 <에이블뉴스>와의 인터뷰에서“서울시에서 구두 로 노란색 점자유도 설치를 하지 말라고 했으며 중구청에서 설계를 하면 서울시 디자인 위원들이 색상들 을 결정한다” 고 답했다. 즉, 장애인을 위한 보행보조시설조차 이용자의 관점이 아니라 관람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디자인거리 사업을 총괄했던 서울시 공공디자인 담당관이 노란색 점 자블럭이 아니라 검정색 점자유도블럭을 사용하냐는 질문에“노란색은 일제 잔재다. 유럽 등에는 점자블 럭이 노란색이 없다” 고 답한 점인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온갖 안전표지판에 사용하는 노란색은 모두 일제의 잔재가 되는 촌극이 벌어진다.
제정된 미끄럼 저항기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보행자의 안전사고가 논란이 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2010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웨덴의 경우 매년 2만5천명에서 3만명에 이르는 사람들 이 보행로 위에서 사고를 당하는데 대부분 노약자들의 사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 토교통부는 2011년 개정한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거하여 보도연석에 관한 미끄럼 저항기준을 40BPN으로 제시했고, 서울시 역시 지형과 종횡단경사에 따라 별도의 미끄럼 저항기준을‘서울형 도로포 장 미끄럼 저항기준’ 을 제정해 운용중이다.
서울시에서 운용하는 미끄럼 기준에 따르면 평지기준으로는 미끄럼 저항기준이 최소 40BPN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거지 주변에 위치한 생활권 보행로는 대부분이 완경사 지역이다. 따라서 최소 서울지역 내의 미끄럼 저항기준은 45BPN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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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미끄럼 기준이 기존 보행로를 개량하는 기준이 아니라, 신규로 건설하는 보행로의 기준이 라는 점이다. 즉, 기존 보행로의 전면보수가 필요할 때에만 적용이 가능할 뿐 해당 기준 설정 이전에 시공 된 보행로의 경우에는 여전히 위험한 보행로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서두에 제기한 화강석 재질의 석재는 BPN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 이영석 연구원이 2013년에 일산 일부 지역의 보행로에 대한 실측 결과 재료에 따라 상이한 BPN을 보였는데, 화강석 재료가 특히 취약한 것으 로 드러났다.(International Journal of Highway Engineering Vol.15 No.6 pp.17-23)
이를 보면 눈이 녹기 직전인 슬러지 상태일 때 화강석 보도는 서울시의 미끄럼 기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눈이 녹은 상태에서도 오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기준치에 위험한 수준이다. 결 국 현재 보행자들이 다니는 보행로는‘위험 하다’ . 화강석 재료로 만들어진 경계석은 특 히 요주의다. 걷기 좋은 거리의 다른 말은 곧 걷기 안전 한 거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거리는 그
걷기 좋은 거리의 다른 말은 곧 건기 안전 한 거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거리는 위험지역에 불과하다.
것이 값비싼 외장재를 사용하고 신기한 설치 물이 있다 하더라도 위험지역에 불과하다. 따라서 화강석 재료를 사용한 경계석, 그리고 블럭을 사용 중 인 지금 우리의 보행로는 위험하다. 그것을 내버려두고 걷기 좋은 거리라는 건 거짓말이다.
빨간 도시교통 이야기 99
연속기획
한국 대학 체제의 형성②
한국 대학 교육 체제의 어그러진 시작 미 군정기의 고등 교육
김예찬 서울 강남서초 당원
해방 이후의 교육 체제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과 더불어 해방정국이 시작되었다. 1945년 8월 29일, 미 군은 초등교육 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의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한 달 후 교육 기관의 재개 교를 명령하지만, 한 달 동안의 폐쇄 기간 동안 교육기관의 인력과 기물들이 손상되었고 일 본인 교직원 역시 앞다투어 귀국했기 때문에 많은 학교가 재가동되지 못 했다. 그러한 가운 데 경성대학1)을 비롯한 각 고등교육 기관의 주도권을 교직원과 학생, 동문들로 이뤄진 자 치위원회가 쥐게 되었고, 이들은 행정의 공백 기간 동안 학교의 교육 설비를 지키고 교수 인선에 간여하는 등, 학교 재개에 실질적인 힘을 행사했다. 그뿐 아니라 백남운을 필두로 조선 사회와 경제 재건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장래의 학술 체제를 연구하는 조선학술원 을 결성해 해방 이후의 교육 체제에 대한 담론들을 이끌기도 했다. 1945년 9월 8일 조선 38선 이남 지역에 진주한 미군은 즉시 총독부를 접수하여 각 부처 별로 행정사무를 담당할 미군장교들을 배치했는데, 기존의 학무국은 공보부 산하에 소속시 키고 그 국장으로 라카드(E.N Lockard) 대위2)를 임명했다. 라카드 대위는 9월 11일부터 업 무에 들어갔는데, 조선 교육에 관한 지식이 일천했으므로 조선인 교육관계자들을 면담하여 1) 해방 직후, 국립서울대로 전환되기 전까지의 경성제국대학을 경성대학이라 부른다. 2) 라카드 대위는 포병 대위로, 입대 전 시카고 초급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학무국장에 임 명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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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를 얻고자 했다. 그가 처음으로 접촉한 조선인 관계자는 총독부 학무국장 엄상섭과 오천석이었다. 오 천석은 그에게 면담자들을 추천했는데, 이른바‘천연동 모임’ 의 구성원들이었다. 천연동 모임이란, 1945년 8월 하순부터 3~4회에 걸쳐 김성수, 김활란, 유억겸, 백낙준, 오천석 등이 천연동에 있는 김활란의 친구 집에 모여 해방 후의 정국과 교육문제에 관해 논의했던 모임을 뜻한다. 이 는 지극히 사적인 모임이었지만, 이후 구성원들이 미군정에 참여하여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들은 우익반공 성향의‘교육 주도 세력’ 이 되어 미군정의 교육정책, 그리고 한국 고등교육의 형성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표 . 천연동 모임 주요 구성원과 그 이력 김성수
경성방직 사장, 동아일보 사장, 고려대학교 설립자, 한국민주당 당수, 대한민국 제2대 부통령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 한국 YWCA 설립자, 국제연합 총회 한국 대표
유억겸
연희전문학교 교장, 한국민주당 창당 발기인이자 미군정청 문교부장
백낙준
경성대학 법문학부장, 연희대학 초대 총장, 제2대 문교부 장관
오천석
보성전문학교 교장, 미군정청 문교부장, 장면 정권 문교부 장관, 경희대학교·상명여자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이사
국립서울대학교설립안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 1946년 10월 미군정에 의해 경성대학의 행정직원들과 교수들이 새로 임명되었지만, 이들은 기존의 자 치위원회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 법문학부 학장에 임명된 백낙준의 친일 경력이나, 미군정요 원들의 재정권 환수, 미군의 학교 주둔 등이 문제였다. 교육 문제는 미군정 학무국이 담당했으나, 당시 주 한 미군의 명령 체계는 매우 혼란스러웠고 학무국은 학내 주둔 미군들을 통제하지 못했다. 주둔군은 학내 시설과 기기를 파손하고 약탈했고, 자치위원회는 자체 경비조를 편성하여 이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러 한 경험은 자치위원들에게 미군정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다. 1946년 6월 당시 문교부 차장이었던 오천석은 국립서울대학교설립안(국대안)을 발표하였고, 강력한 반 대운동에도 불구하고 8월 22일 미군정 포고령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경성대학과 9개 관립전문대학을 통 합하여 국립서울대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안이었다. 학교별로 교수와 자치위원회의 영향력이 강했던 상황 에서 이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대학을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은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군 장교를 총장으로 세우고, 미국식 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발표는 민족적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학생들의 동맹휴학과 교수들의 파업이 이어졌지만, 곧이어 국대안 반 대운동 내부에서도 좌우의 정치적 대립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미군정은 국대안을 관철시켰다. 국대안을 둘러싸고 제기된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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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록을 매개로 한 학생 통제 조항 2) 교직원 인사 문제(교수 복직 문제, 미국인 총장 및 처장 임명 문제) 3) 경찰의 학원 간섭 문제 4) 이사회 도입에 대한 문제
1)의 경우, 국대안은 매학기 등록 원칙을 정하면서 등록 시 학생은‘학장의 승낙 없이 어느 단체에나 참 가할 수 없으며, 이유 없이 1/10 이상의 결학을 하지 못한다’ 는 서약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학생들은 이 것이 학원자유와 학생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규정이라며 반발했다. 2)의 경우, 국대안은 명분상 폐교 후 통 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기존 교수의 복직 여부가 문제였다. 국대안 반대운동 측에서는‘좌익 교수’ 들 이 쫓겨날 것을 우려했고, 미군정이 종료될 때까지는 미군정 요원이 총장과 처장을 맡는다는 조항 역시 학원자치와 민족적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3)의 경우는 국대안 파동이 발생 하기 전부터 제기되었던 문제였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벌어진 문제는 이사회 관련 사안이었다. 미군정 관리들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행정 ·재정·인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운동 측은 이것이 대학에 대한 국 가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교수 인선 시 교수회에 추천권을 부여하라는 절충안도 제안했 으나, 미군정 당국은 교수자치 자체를 용납하려 들지 않았다.
국립서울대학교설립안 반대운동의 평가 미군정과 교육주도세력이 국대안 반대세력을 모두‘좌익’ 으로 규정하고 탄압했기 때문에, 국대안 반대 운동은 그 후에도‘좌우대립’ 의 사례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국대안 반대운동이 좌우대립 의 성격이 아니라‘대학자치’ 를 쟁점으로 한 갈등이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대안 반대운동은 미군정기 좌익세력의 다른 투쟁들과 달리 좌우를 떠나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는 국대안 반대운동이 해방 직후 널리 호응을 얻었던‘교육민주화’ 와‘민족교육’ 의 슬로건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3) 그러나 국대안을 관철시킨 미군정의 행보는‘교육민주화’ 나‘민족교육’ 의 지향에 역행했다. 미군정은 친일 경력을 가진 우익반공 성향 교육자들을 중용했고, 학교 자치회 조직을 부정했다. 자치회가 스스로 학교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미군정이 학교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해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미군 정은 자치회에 참여한 교원과 학생들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탄압했다. 경찰은 학생들이 일으킨 동맹휴학 3) 미 군정에 의해 설치된 교육자문기관인 교육심의회는‘홍익인간’ 을 기본 교육이념으로 두고, 오늘 날까지 이어지는 미국식 6-33-4 학제를 채택하였다. 교육심의회에 의해 결정된 교육이념과 학제, 교육 정책의 기본 틀은 건국 이후에도 계속 한국 교육정책 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식 교육제도를 그대로 이식하고, 교과 내용에 있어서 자주성을 견지하지 못하였으며, 당시 교 육 주도 세력의 친일 경력이나, 일선 교사들의 자질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교육 민주화’ ,‘민족교육’등의 주장이 호소력을 얻기 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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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안 반대시위를 탄압하는 군정기마경찰대
을 과도한 폭력으로 탄압하여 반발을 샀다. 더욱이 미군정은 대학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인 기준으 로 일방적인 통폐합과 폐쇄조치를 실행하여 교직원과 학생들의 저항을 불러왔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국 대안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이러한‘국대안 파동’ 은 1) 정부의 교육부서가 강력하게 대학의 자치적 질서를 통제하는 교육 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2) 학내 좌익세력들이 제거되면서 대학의 정치적 자율성이 손상되었다는 점 에서, 3) 최초의 국립대학이 종합대학의 형태로 설립되면서, 뒤이어 창설 된 대학들 역시 종합대학 형태를 그 모델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학교육 체제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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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공업사①
고철부터 폐목까지 버릴 것 하나 없다 화덕헌 부산 해운대구 당원
사진작가로 일할 때에도 나는 유독 낡고 버려지는 것들에 눈길이 자주 가닿는다. 개 발의 미명 하에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동네가 사라지는 도시의 무늬를 사진에 담고, 헌 집이 헐린 자리에 남은 수많은 문패와 주인 잃은 물건들을 찍어 전시를 열었다. 4년 동 안 구의회에서 일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의원단 일기>에서도 소개했지만, 철거 되는 공중전화 부스에 책장을 설치하고 폐 우체통으로 도서 반납함을 만들었던‘메아 리 도서관’ 이 그 예다.《미래에서 ( 온 편지》2014년 1월호) 낡은 것을 죄다 부수거나 폐기 처분하는 방식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사진작가일 때나 구의원일 때나, 그리고 <메 아리공업사> 노동자인 지금이나 늘 관통하는 하나의 물음이다. 작년에 지방선거에서 떨어지자마자 나는 폐지를 줍고 인근 고물상을 뒤지고 목공소 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남들이‘쓰레기’ 라고 부르는 것들이 새로이 다시 태어나는 이 작업실의 이름은 <메아리공업사>다. 한자 일(一)을 이(二)에 세워 끼우면 공(工)이 된 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이렇듯 공(工)은 일과 이로 이루어진 세상의 기 본이라는 뜻 아닐까? 내가 작업실 이름에 난데없이 <공업사>를 붙인 이유다. 메아리공업사는 철공소가 아니다. 물론 메아리공업사에서도 고철을 재활용해 새로 운 물건을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주된 일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페기물의 새 로운 용처를 찾는 일이다.
배관부품 녹여 다시 배관부품을 만드는 세상 고물상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배관부품의 경우 고철로 수집되어 용광로가 있는 제 104
련소로 보내어진다. 다른 고철과 달리 배관 부품은 얼마든지 본래의 기능대로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인데 워낙 물자가 흔하다 보니 고철로 둔갑한다. 고철이 다시 철강이 되려면 수집-운반-제련의 과정을 거치 면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배관부품을 수집하고 운반해서 녹인 다음 다시 배관부품 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일이 이 세상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다. 메아리공업사는 고철의 새로운 사용처를 찾는 일을 한다. 폐자전거 손잡이를 활용한 자전거 걸이, 배 관 부품을 가지고 만든 조명스탠드와 스마트 폰 스피커 그리고 옷걸이까지, 온갖 것들이 만들어진다.
배관부품과 공사장 폐목으로 스마트폰 스피커를 만들었다.
옷걸이가 된 폐파이프
고물상에 가면 자전거핸들을 천 원에 판다. 자전거핸들로 만든 자전거 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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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재 재활용하면‘도시임업’가능하다 우리가 도시에서 직접 나무를 심거나 숲을 가꾸기란 힘들다. 그렇지만 폐목재를 재활용하여 목재의 수 요를 줄인다면 숲을 가꾸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도시임업’ 이다. 해운대 구청에서 운영하는 노상 수거폐기물 집하장에 갔다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현수막 더미를 보 고나서 현수막 막대를 활용할 궁리를 시작했다. 해운대구 같은 경우 도로단속반이 수거하여 폐기하는 현 수막이 연간 1만 개 정도라고 밝힌다. 1만 개면 하루 30개 꼴인데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 고 있는 해운대의 현실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게 잡은 수거량이다. 내 판단으로는 적어도 그보다 두 배 내지 세 배는 될 것 같다. 어쨌든 구청에서 밝히듯 1만 개라 치더라도 막대기는 현수막 양쪽에 달리니 버리는 막대기가 2만 개다. 보통 막대 한 개 길이가 1미터이니 해운대에서만 연간 2만 미터의 막대기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국으로 치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목재가 버려지는 걸까? 상상하기가 무서워진다.
마구 버려지는 현수막에서 막대기들만 떼서 모았다.
현수막 막대를 모아 짜맞춘 책상(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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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막대로 만든 집성목. 이것은 나중에 <메아리공업사> 간판 이 됐다.
현수막 막대기를 이용해서 이런저런 작업을 하다 보니, 상가 인테리어 공사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목재 에도 눈이 갔다. 공사현장에는 자르고 남은 자투리 목재로부터 가설벽체로 사용된 목재, 심지어 페인트칠 하는 롤러의 봉으로 쓰고 버려진 각목에 이르기까지 쓸 만한 목재들이 무진장 폐기물로 쏟아지고 있었다. 폐목재 중에 단연코 쓸모가 큰 것은 팔레트이다. 팔레트는 무거운 제품이나 커다란 묶음의 자재를 옮 길 때 사용하는 깔판으로 지게차의 포크가 들어갈 수 있도록 굄목으로 층을 내서 만든다. 대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무겁고 자리를 많이 차지해 보관의 어려움도 있다. 겨울에는 땔감으로 사용되 기도 하지만 나머지 계절에는 폐기물이 된다. 이렇게 버려지는 팔레트를 잘 해체하면 의외로 쓸모가 많 다.
버려진 목재 팔레트들
팔레트를 해체하고 자르는 모습(오른쪽 위·아래)
팔레트를 해체해서 짠 인테리어 가구들(좌,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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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치 칼럼
“원순 씨, 나한테 왜 그랬어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 서울시청 점거하다 박자민 성정치위원회
2014년 12월 6일 오전 10시,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30여 명이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수 년간 알고 지낸 사람들이지만 그날 본 그들의 모습은 낯설었다. 살면서 가장 많은 옷을 껴 입고, 가장 무거운 가방을 챙긴 겨울이었을 것이다. 나도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내복을 입 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시청 일대는 주말답게 한산했다.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서로 눈빛으로 짧은 대화를 시도했지만, 평소에 그런 걸 해본 적도 없으면서 어디서 본 걸 따라 하느라 잘 되지 않았고, 결국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눈 다음 우리는 시청에 들어갔다. 대 부분 출근하지 않은 시청 로비를 관광객인 척 어슬렁거리며 다들 고개 숙여 시계만 봤다. 마침내 약속한 오전 11시가 되었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성소수자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 렀다.“박원순 나와라, 박원순 사과하라, 인권헌장 제정하라!”시청 로비가 한눈에 들어오 는 4층 테라스에서 대형 무지개 현수막이 거의 1층에 닿도록 내려졌다. 그리고 기다렸다. 경찰이 오기를. 아무도 없는 시청로비에서 벽을 마주보고 구호를 외치는 것은 참 어색한 일 이었다. 차라리 우리를 끌어내기 위해 경찰이 온다면 적어도 대화 상대는 생길 텐데, 소리 를 지르는 입과 분노 가득한 머리가 어느 순간부터 따로 놀기 시작했다.“원순 씨 나한테 왜 그랬어요?”
인권헌장 통과됐는데“제정 무산” 이라니 2014년 11월 28일, 서울시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의 마지막 회의가 있었다. 지난 4 개월 동안 추첨으로 선정된 시민위원들이 만들어온 헌장안을 최종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 다. 회의 시작 무렵 서울시 인권담당 공무원이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시민위원 전원 만장 108
4층에서 내려뜨린 여섯색깔 무지개 펼침막(좌), 시청을 점거한 인권활동가들과 지지자들(우) (사진 : 박자민)
일치로 헌장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위원들은 그가 마지막 회의에서야 처음으로 얼굴을 비추 더니 쟁점으로 남아있는 헌장 조항을 표결로 처리하기로 한 걸 모르는 줄 알고 잠시 안쓰럽게 쳐다봤다. 잠시 그 공무원이 왜 저런 소리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예정된 순서를 진행했다. 미합의 쟁점 조 항이었던, 인권헌장이 어떤 사람을 적극적으로 옹호할 것인지를‘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처럼 나열하 는 방법까지 시민위원들의 표결로 통과되고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시작 무렵 등장했던 인권담당 공무원 은 한 번 더 나타나 진행자의 마이크를 빼앗아서는 정족수가 미달되어 헌장 통과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시민위원들은 다시 한 번 그가 무언가를 잘못 먹어서 저러나 하는 눈빛을 보냈다. 정족수가 미달되기엔 회의장은 너무 가득 차있었고, 애초에 그런 규정도 없었다. 시민위원들은 결실을 맺었다는 기쁨으로 집에 돌아갔고, 나와 다른 시민위원이면서 성소수자인 사람 들은 대한문 앞으로 갔다. 그곳에는 성소수자들이 추운 날씨에 네 시간 동안이나 헌장 통과를 기원하는 문화제를 하고 있었다. 회의장 상황도 중계하고 있었고, 시민위원들이 도착하자 크게 환대하며 무대로 끌 고 갔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나는, 시민위원에 당첨된 후 처음으로, 아무도 나에게 성소수자인지 노동당 원인지 물어보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던 내 소속과 정체성을 밝혔다. 집회 참석자들로부터‘노동당 만세’ 라는 환호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겨우‘잘생겼다’뿐이었다. 시민위원들 인사가 끝나자 모두들 추웠 는지 서둘러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밤, 서울시 인권헌장 제정 무산이라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인권헌장 방해한‘진짜 사장’ 은 박원순 이틀 뒤 성소수자 단체들이 모였다. 시청 측이 없는 규정을 만들면서까지 핑계를 대자 모두가 분노했 삶과 문화 109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 “여기 당신의 인권이 있다” 고 쓰인 손팻말을 든 시민들 (사진 : 박자민)
다. 그러나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서울 시청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에 대한 토론회가 잡혔다. 12월 2일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 박 원순이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한 이야기가 공개됐다.“인권헌장 왜 만드느냐, 나를 곤 경에 빠뜨리려고 작정했느냐”그동안 시청 정무 라인에서 헌장 제정을 방해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인권 헌장을 방해하는‘진짜 사장’ 은 박원순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2월 4일에는 한 종교계 언론이 이틀 전에 작성한 기사가 갑자기 퍼뜨려지기 시작했다. 박원순이 3일 전에 개신교 장로들을 만나서‘동성애를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 인권헌장 관련해서 죄송하다’ 며 머리 를 숙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원순은 단순히 논란의 인권헌장을 틀어막고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작은 그릇의 정치인이 아니라, 성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호모포비아가 되었다. 박근혜, 이명박이 호모 포비아라면 이처럼 분노스럽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박원순은 인권변호사였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 는 말을 하고 다녔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성소수자가 그에게 투표했다. 그런데 우릴 배신해? 그 다음날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의 속기록은 다음과 같았다.“(개회)‘점거’ ,‘점거’ ,‘점거’ (폐회).”박 원순이 인권헌장을 무산시키려고‘만장일치’ 와‘전원합의’ 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댔던가? 이날 회의에 서는 참석자 전원이 시청 점거를 외치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서울시청 점거, 그 후 박원순은 성소수자 단체 대표자를 만나 사과 비슷한 사과를 했다. 서울시청과 농성단은 성소수자 인권 이 존중 받는 시정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성소수자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박원순의 지지율은 110
하락했다. 서울시청 점거와 승리는 국내 성소수자 운동 20주년을 맞이하는 2014년의 쾌거였 다. 그러나 진보정치에게는 호모포비아와 박원순에게 실질적인 경고를 보내지 못했 던 아쉬운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성소수자 정책에 적극적이었던 몇몇 새정치민주연 합 국회의원들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 박원 순의 눈치를 살피느라 강 건너 불구경만 했 다. 오직 노동당의 대표단만이 시청에서 성소수자와 함께했다. 이용길 대표, 이봉 화 장석준 부대표, 김윤희 여성위원장, 나 경채 관악당협 위원장 등 당을 대표하는 정 치인들이 총출동한 정당은 노동당밖에 없 었다. 최근 한 외신기자가 성소수자 국회의원 은 새누리당에서 가장 먼저 탄생할지도 모 른다는 내용으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이 화제다. 결혼이주여성 이자스민의 국회 진 출은 새누리당이 새로운 지지층 포용을 위 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에게 서울시 인권 헌장 사태는 앞으로 겪게 될 혐오세력, 보 수정치와의 전면전을 알리는 시작에 불과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인권을 위해 전력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혐오범죄 금지법을 추진할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필 요하다.‘성소수자의 정치세력화’ 가 절실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청 농성장을 찾아온 노동당 이용길 대표(위)와 나경채 관악위원 장(아래) (사진 : 박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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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 칼럼
일본사회를 비추는 거울 로봇애니메이션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
최근 일본 로봇애니메이션을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보면 각 로봇애니메이션들에 일종의‘분류 법’ 이 적용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을‘슈퍼로봇’ 과‘리얼로봇’ 으로 구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법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은 여러 로봇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크로스오버해 만든 <슈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는 게임 시작 전 주인 공의 성향과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 이 때 슈퍼로봇과 리얼로봇 중 하나의 성향를 택하도록 하고 있기 때 문에 이 게임에 심취한 사람들은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의 구분법을 쉽게 학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이라는 구분이 어떤 학술적 의미가 담긴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어떤 로봇 을 어느 카테고리에 넣을 것인가는 늘 애매한 문제다.‘리얼로봇’ 과‘리얼로봇물’ 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이라는 구분법이 말하고자 하는 대략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영웅 VS 병기 일반적으로 슈퍼로봇이라고 하면 로봇에 초월적이고 영웅적인 특성의 부여가 두드러진 작품을 말한 다. 대표적으로는 <마징가Z>를 꼽는다. 마징가Z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인류를 구하기 위한 투쟁 에 앞장선다. 눈에서 발사되는‘광자력빔’ 과 입에서 나오는‘루스트 허리케인’ , 주먹이 직접 발사되는‘로 켓트 펀치’ , 가슴에서 발사되는‘브레스트 파이어’ 가 주요 무기다. 이 무기들의 필요나 발사되는 원리 등 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굳이 왜 주먹이 발사돼서 위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슈퍼로봇물에서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무적강인 다이탄3>의 주인공인‘하란반조’ 는 이러한 슈퍼로봇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전형을 보여준 다. 하란반조는 매우 특출난 운동신경과 마초적 성격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게다가 재벌이며 모든 112
일에 능수능란한 만능집사 개리슨을 마음대로 부리고 거대로봇‘다이탄3’ 를 소유하고 있는‘엄친아’ 이다. <겟 타로보>의 주인공‘나가레 료마’ 도 유사한 캐릭터적 특 성을 갖고 있다. 재력을 갖추고 있진 않지만 나가레 료 마는 축구의 고수이며 불의를 참지 않는 용감한 성격의 소유자다. 반면 리얼로봇으로 분류되는 주인공들은 결이 다른 캐릭터적 특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 는 <기동전사 건담>의 주인공‘아무로 레이’ 다. 아무로 레이는 흔히‘오타쿠’ 라고 부를 수 있는 기계광이며 건 담 개발자의 아들이다. 전쟁에 휘말리기 싫었지만 아무 로 레이의 로봇 조종 능력을 알아본 어른들에 의해 전선 으로 떠밀린다. 작중에서 건담에 다른 사람을 태우겠다 는 브라이트 함장의 말에 충격을 받고“내가 건담을 제 일 잘 몰 수 있는데” 라며 건담을 몰고 나가 사막에 파묻 는 등의 사춘기적 행위를 종종 한다. 슈퍼로봇물의 주 인공들이 갖춘 열혈남아적 특성은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리얼로봇물의 로봇들도 마찬가 지로 슈퍼로봇물의 그것에 상당한 차별점을 갖는다. <기동전사 건담>의 건담은 영웅으로서의 초월적 존재 라기보다는 전쟁에서 소모되는 하나의 병기로 취급된 다. 따라서 여타의 슈퍼로봇들처럼‘독고다이’ 로 나서 싸우기보다는 다른 병기들과 함께 전선에 투입돼 협력 체계를 갖춘다. 물론 개중에서도 건담이 가장 강하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나 최소한 당시 슈퍼로봇 물이라고 불리는 로봇들의 존재감에 비할 것은 아니다.
<무적강인 다이탄3>(상), <장갑기병 보톰즈>(하)
가슴에서 발사되는 빔이나 로켓트 펀치 등을 무기로 활 용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현실에 가까운 연상을 할 수 있는 방식이 많이 묘사된다. 인간처럼 따로 총을 들고 싸우거나 전투기를 연상케 하는 무장을 장착하는 게 그것이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시리즈에 등 장하는‘발키리’ 는 아예 전투기가 필요에 따라 변신을 해 인간형 로봇이 된다는 설정이다. 즉, 로봇이 전 투기처럼 다뤄진다. 실탄이 떨어지면 보급을 받아야 하고 출격 전에는 정비를 받아야 한다. <장갑기병 보 톰즈>에 이르면 로봇의 특수한 존재감이 사라지는 극단적 연출이 동원되기도 한다. 삶과 문화 113
불굴의 의지 VS 냉소 이상의 특징을 거칠게 정리하면 슈 퍼로봇물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불굴의 의지 같은 것에 방 점을 찍는다면 리얼로봇물은 현실에 대한 어떤 냉소로부터 빠져나오지 않 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 한 두 경향의 유행을 시기로 정리하면 <겟타로보>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이 왜 그 시기에 인기를 끌었는지 이유도 알 수 있다.
슈퍼로봇의 1차적인 전성기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로 볼 수 있다. 앞서 글에서 언급했던 전후 경제 재건을 통해 제조업이 발달하고 이를 통해 수출중심의 경제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다. 이 시기 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제조업 중심 정책에 대한 나름의 환상과 희망이 필요했던 시기였는데, 이러한 열망 이 하이테크 제조업의 산물로 볼 수 있는‘로봇’ 에 투영돼 슈퍼로봇물의 유행으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 다. 특히 TV를 통해 방영될 수밖에 없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대표적인 예는 <겟타로보>다. <겟타로보>의 경우 TV판과는 달리 만화책 버전에서는 주인공들의 성격과 세계관이 더욱 냉소적이고 어두우며 잔혹하고 과감하다. 그러나 TV판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모두 제거됐다. 어린이들에 게 제조업과 수출중심 경제체제 발전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리얼로봇의 전성기는 1980년대로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경제적으로는 1, 2차 오일쇼크를 뚫고 국가주 도의 개발 덕에 버블이 형성되어 고점을 찍은 때이다. 80년대 후반 플라자 합의 등으로 인해 하이테크, 제 조업 수출 중심 경제체제가 퇴조하고 버블이 부동산, 금융분야로 집중되어 위기의 전조가 형성돼 사람들 이 호황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해야 했던 시대다. 또 이 시기는 6, 70년대 학생운동의 경험을 가진 세대가 직접적으로 경제적 주체로서의 역할을 떠안아야 했던 시기로도 볼 수 있다. 1979년에 제작돼 리얼로봇 붐 을 만들어 냈던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바로 전공투 세대인데, 하여튼 이런 덕분에 사회비판적 함의를 담은 애니메이션들이 빛을 볼 수 있었고 리얼로봇물에도 그런 요소들이 포함됐다. 전 쟁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나 정치적 교착상태에 대한 냉소가 표현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본사회의 불안과 로봇애니메이션 1990년대 들어 버블이 붕괴되자 일본사회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전사회적인 퇴행과 파격을 동시에 경 험하게 된다. 이는 로봇애니메이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5년 10월 TV를 통해 방영 114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좌), <마크로스> 피규어(우상), <기동전사 건담>(우하)
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이 작품에서 로봇은 더 이상 제조업의 희망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니다. 이미 세상의 멸망이 가시화됐고 어른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세상의 운명을 맡기지만 이 들이 싸워야 할 대상인‘사도’ 는 무슨 목적을 갖고 지구를 침공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존재다. 이들이 도대 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심지어 주인공의 아버지가 왜 싫다는 주인공에게 자꾸 로봇에 타기를 강요하는 것인지는 애니메이션에 상당히 심취한 이후에나 전말을 알 수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외에 이 시기에 나온 다른 작품들도 로봇 애니메이션의 대혼란기를 보여주기는 마찬가지다. <기동전사 건담>은 새로운 스타일과 복고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크로 스>는 낭만과 합리성을 동시에 추구했던 스타일에서 탈피해 기타 연주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등 리얼리즘 에 대한 파괴를 감행하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세기말에 가까워지면서 염세적 세계관에 뒤덮인 작품들이 양산되거나 아예 초기 슈퍼로봇물과 같은 꿈과 희망의 세계로 도피하 는 등의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총체적으로 본다면 일본의 로봇애니메이션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경제체제에 대한 나름 의 반영과 평가를 통해 그 내용과 형식을 달리해왔음을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사회의 이러한 관계는 다만 로봇애니메이션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과 문화 115
오보로 보는 한국언론
통합진보당당원들이 구덩이를팠다? 통합진보당과 엮으면 무리수도 기사가 된다 조윤호 <미디어오늘> 기자
지난해 12월 초유의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이 있었다. 이번 정당해산은 2013년 8월 진 보당 내란음모사건에서 시작됐다. 진보당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렸고, 당연히 언론도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언론들은 온갖 것들을 다 진보당과‘무리하게’ 연관시키는 보도를 쏟아냈다. 당연히 오보도 속출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을 전한 뉴 시스의 보도가 대표 사례였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구덩이를 팠다? 지난 2013년 10월 초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다. 공사현장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면서 많은 언 론들이 밀양 현장을 취재했다. 그 중 민영통신사인 뉴시스의 기사가 문제가 됐다. 뉴시스는 10월 6일 기사 <구덩이 판 사람은 통진당 당원들>에서 공사현장에 있던 구덩이를 밀양 주민이 아니라 통합진보 당 당원들이 팠고, 그곳에 걸려 있던 목줄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걸어뒀다고 보도했다. 구덩이와 목줄은 주민들이 목숨 걸고 송전탑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 기사에 따 르면 통합진보당이 주민들의 극렬 투쟁을 부추긴 셈이다. “지난 10월 5일 밀양 송전탑 공사가 진행 중인 단장면 96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발 견된 무덤처럼 생긴 구덩이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판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구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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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파는데 힘을 보탠 주민은 2명으로 이들 역시 전 과정을 돕지는 않은 것으 로 알려졌다. 목줄을 메는 것 역시 통진 당 당원들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이 노끈을 나르기는 했지만 구덩 이 위에 설치한 지주대에 목줄을 건 것 과 현장 입구에 설치한 나무 가지에 메 어진 목줄 등 목줄 10개를 건 사람들도 통진당 당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마무 리된다.“통진당 당원들이 떠난 자리에 는 무덤처럼 생긴 구덩이와 지주대, 그 곳에 걸린 목줄과 휘발유가 담긴 페트 병이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었다” 뉴시스의 첫 보도가 나간 뒤 조선일 보가 7일 새벽 온라인 판에 같은 내용 의 기사를 실었다. 10월 7일자 지면 1면 에도 기사가 실렸다. <통진당 당원들,
2013년 10월 7일자 조선일보 1면
밀양 송전탑 현장에 무덤 구덩이 파고 올가미 줄 내걸어>라는 무시무시한 제
뉴시스의 첫 보도가 나간 뒤 조선일보가 같은
목의 기사였다.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통진당 당원들, 밀양 송
조선일보 기사는 뉴시스 기사에 없 던 해석까지 덧붙였다.“경찰과 반대 주 민의 대치 속에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
전탑 현장에 무덤 구덩이 파고 올가미 줄 내걸 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기사였다.
행되는 가운데 외부 세력으로 개입한 통진당원들이 극렬 행동을 부추기는 도구를 만들어 놓고 간 것 아니냐” 이 보도는 사실이었을까?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 다. 대책위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당원 20여명이 지지 방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덩이는 전날부터 마을 청년들이 파기 시작했던 것이며, 진보당 당원들은 구덩이의 용도가 움막을 짓기 위한 터잡기 작업이라 생각해 잠시 도왔을 뿐이다.
삶과 문화 117
현장에 없던 기자,‘전해졌다’ ‘알려졌다’ 로 가득 찬 기사 뉴시스는 대책위에 확인도 안 한 채, 과연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어 기사를 쓴 것일까? 뉴시스 기 사는 온통‘전해졌다’ ,‘알려졌다’ 는 말로 가득 차 있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사실이 명 확히 확인되지 않았거나 기사에 자신이 없을 때‘전해졌다’혹은‘알려졌다’ 는 단어를 주로 쓴다. 하 지만 누가 구덩이를 파거나 목줄을 달았다는 이런 내용의 기사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점에서 이런 기법의 기사 쓰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구덩이 작업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찾아 확인 취재를 했다. 사건 당일 구덩이 작업을 했던 마을 청년회 주민 손아무개 씨는“청년들이 주도를 했고, 저희가 하니까 노인 분들도 돕고, 주위 에 있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요청을 했다” 고 밝혔다. 작업을 도왔던 정호식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조직국장 역시“어르신들이 땅을 파고 계시기에 돕겠 다는 생각에 판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움막을 더 지어야 한다는 말에 움막 터잡기 정도의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구덩이를 파는 것인 줄 잘 알지 못했다” 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대책위에서 찍어둔, 구덩이 파는 영상도 확인해봤다. 그 동영상에는 주민 5명과 진 보당 당원 1명이 작업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지대를 세우는 데 4명의 주민이, 구덩이 파는데 마을 주 민 손아무개 씨와 진보당 당원 1명이 동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대책위의 촬영 영상 에는 마을주민 3명이 목줄을 메는 장면이 나온다. 통합진보당 당원이 목줄을 걸었다 는 보도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원됐다. 하모 씨, 손모 씨, 평모 씨 등 마 을 주민 3명이 목줄을 메는 장면도 나온 다. 통합진보당 당원이 목줄을 걸었다는 보도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미디어오늘은 기사를 썼던 뉴시스 강 경국 기자와 통화를 했다. 해당 기자는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당시 현장에 없었지만 뉴시스의 다른 기자와 복수의 관계자 가 있었다. 복수의 관계자에게 목줄을 누가 달았느냐고 물어보니 당원들이 했다고 했다” 고 말했다. 이 에 주민 누구와 인터뷰를 했느냐고 묻자“밝히기 어렵다. 그거 밝히면 당사자는 거기서 못 산다” 고답 했다. 그는 또한 목줄 관련해서는“당시에는 그렇게 취재를 했는데 주민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시 니까 저도 현장에 있었다면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리겠는데 전화상으로 취재를 한 부분이라서 뭐 달 리 한 말이 없다” 고 답했다. 현장에 없었으면서, 직접 본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확정적으로 기사를 써 도 되는 것일까. 그것도 대책위 측에는 문의도 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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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경우 취재를 작성한 권경훈 기자에게 문의했다. 구덩이 파는 것을 직접 보았는지, 주민 과 직접 인터뷰했는지 등을 묻자 권 기자는 다른 말은 없이“취재 과정을 다 거친 거다” 라고만 말했다. 어떤 취재과정을 거쳤기에, 얼마나 믿을 만한 취재원이 있기에 송전탑반대 공식기구인 대책위의 말은 듣지 않은 채 기사를 쓴 것일까.
‘아파트 동문’ (?) 이석기와 안철수의 인연도 기사가 된다 뉴시스와 조선일보는 왜 이런 기사를 쓴 것일까. 당시 시국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밀양 송전탑 이 논란이 되기 전이었던 2013년 8월 말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이 터졌다. 8월 말 터진 내란음모사 건은 2013년 하반기 정국을 뒤흔들었다. 보수언론은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온갖 것들을 다 통합진 보당 그리고 이석기와 엮는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일보에서 야권연대가 통합진보당을 키웠다고 비판 하거나 문재인과 이석기의 인연에 주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와중에는 무리수도 많았다. 2013년 월간조선 10월호에는“안철수·이석기의 우연한 인연?” 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이 나온다. 이석기와 안철수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아파트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보면 정 작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같은 아파트에 살지 않았다. 서로 다른 시점에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것이 무 슨 인연이라는 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사다. 이런 식이라면‘이석기와 박근혜의 우연한 인연’ 이라 는 제목의 기자수첩도 가능하다. 둘 다 국회의 사당에 있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과 통합진보당을 엮은 것도 비 슷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런 이유로 대책위 는“최근에 진보당 사태로 조성된 부정적 여론
밀양 송전탑 건설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다는 저열한 손가락질
과 결부시켜 밀양 송전탑 싸움의 본질을 왜곡
을 그만두고 송전탑을 건설하면 무엇
하려는 시도” 라고 지적했다.
이 좋은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송전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다는 저열한 손 가락질을 그만두고 밀양 송전탑을 건설하면 무엇이 좋은지, 반대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은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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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서재
전세계 좌파의 민낯을 살핀다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2014년12월 / 19,800원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반신자유주의 투쟁 한국의 사회운동이 프랑스 일간지《르몽드》 가 내는 잡지《르몽드 디플로마티 크》 를 대중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아마도 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 2월 즈 음인 거 같다. 생소한 디플레이션 상황과 IMF 구제금융, 처음으로 겪게 된 대량실 업에 사람들은 어리벙벙했고 이는 운동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바로 IMF 캉드쉬 총재를 만나 성실한 구조조정 프로그램 이행을 약속 했다. 한국사회는 이제 개발독재시기와 단절하고 신자유주의의 세례를 받게 되었 다. 그러던 중‘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에서《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의 글들을 편역해《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운동》 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중들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격렬한 투쟁이 소개되 어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 화물트럭노동자들의 투쟁(보통‘팀스터’ 라 불리는 조직. 마피아와 결탁했던 전설적인 노동운동가 호파가 위원장으로 있던 조직)은 당시 제조업
과 사무직 중심의 한국 노동운동에서는 생소한 싸움이었다. 훗날 미국 노동운동은 120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팀스터 등의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을 동력으로 개혁파 스위니 집행부를 출범시키 고 미국노총(AFL-CIO)의 개혁을 추진한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전국운송하역노조 를 종잣돈으로 삼아 전략적 조직화 사업을 펼쳐‘화물연대’ 를 건설한다. 또한 이 《신자유주의와 세
책에는 브라질 PT당의 주요한 지지기반 중 하나였던 무토지농민운동(MST)도 소
계민중운동》 은 신
개했다. 그리고 1995년 1월1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던 날 멕시코
자유주의가 가져온 재앙이 우리만 겪 는 일이 아니며, 이 에 맞선 투쟁이 전 세계적 맥락을 가
치아파스에서 봉기한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 부사령관 마르코스의 명문 <제 4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도 이 책에 실렸다. 네그리와는 다른 결을 가진 자율주의 자 존 홀로웨이의 <새로운 권력개념> 역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해 준 가장 큰 메시지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재앙이 우리만 겪는
지고 치열하게 곳
일이 아니며, 이러한 재앙에 맞선 투쟁이 전 세계적 맥락을 가지고 치열하게 곳곳
곳에서 벌어지고
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
있다는 사실을 알
회’ 나‘전국노동운동단체연합’ ‘ . 매일노동뉴스’ 와 같은 다양한 조직들의 소식지를 통해 이
려주었다.
러한 투쟁의 단면들은 전해지고 있었다.)
‘집권 좌파의 역사’톺아보기 지금 소개하는 책은《르몽드 디플로마티크》프랑스판이 발행하는 격월간지《마 ′ de voir》124호《집권 좌파의 역사》 니에르 드 부아 Maniere 를 번역한 것이다. 다 삶과 문화 121
지금 우리 당의 처 지가 ‘집권’ 과는
소 어색한 제목인‘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 은 이 책 서문의 제목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당의 처지가‘집권’ 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서구와 남미
상당한 거리가 있
집권 좌파의 역사를 검토해 보는 일이 의미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너무 부
지만, 그렇기에 더
러워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오히려“변화와 개혁을 잘 이끌기 위해서 집권은 필
더욱 서구와 남미
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 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집권 좌파의 역사
1부는 세계진보정치가 품은‘거대한 희망’ 을 보여준다. 최초의 노동자공화국이
를 검토해 보는 일
라는‘파리 코뮌’ 을 비롯해 비록 독일과의 환율 협상에서 패배하고 항복하고 말았
이 의미 있을 것이 다.
지만 전후 서구 최초의 좌파정권을 수립한 프랑스사회당의 사례 등이 소개된다. 미테랑이 73년에 쓴 글에는 프랑스사회당의 원대한 꿈이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유럽을 건설하는 일은 프랑스에 사회주의를 이룩하려는 의지와 분리될 수 없다. 사회당은 노동자 조직 전체와 유럽 사회주의 운동과 함께 행동해나갈 것이다.”파 리 코뮌의 선거관리 위원회의 발표는 이보다 더욱 감동적이다.“코뮌의 깃발은 전 세계 공화국의 깃발이며 모든 도시는 그 도시를 위해 봉사하는 모든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시민이라는 칭호를 마땅히 부여할 권리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원 회는 외국인들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부르키나 파소의 대통령이자 반제 국주의자인 토마 상카라의 1984년 유엔 총회 연설은 또 어떤가?“가난한 대중을 위해, 하나의 사상을 위해서 싸우는 것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에 게 부탁합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교만이 더 이상 횡행하지 못하도록, 기아 로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의 슬픈 광경을 더 이상 볼 수 없도록, 무지가 사라지도록, 그리고 더 이상 무기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입니다.” 2부는 지구상 수많은 좌파들의 다양한 경험과 맞부딪힌 문제들을 다룬다. 민주 노동당 시절부터 중요한 정책으로 받아들였던 포르투알레그레의‘참여예산제’ 는 21세기 좌파가 추구하는 민주주의 제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참여예산제 의 예산폭도 축소되었고, 심지어“지지층 표심을 확실하게 하려는 인기전술로 활 용되어 의미가 퇴색하고 그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고 한다. 한편으로는 경제 엘 리트와 공권력에 의한 제도화,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진정한 활동 수단을 다시 부여하는 역할 사이에 놓여 있는 참여예산 제도는 좌파들이 다시금 부여잡고 재생해야 하는 주제이다. 3부는 좌파들이 맞이했던 실패의 경험들을 보여준다. 충분조건을 마련하지 못 한 좌파들이 겪은 실패들에는 미테랑의‘긴축정책 대전환’ , 새로운 노동당주의 등 이 해당된다. 말하자면‘변변치 못한 수단과 무거운 책무만이 남아있는 시대’ 의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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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들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건데, 그러나 이러한‘구조’ ,‘조건’ 이 결코 견고하게 고착화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참여 민주주의적 상상력은 오히려 정치 가 정당성을 상실하는 정치 위기 상황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시리자(급진좌파연 합)는 변변치 못한 수단과 무거운 책무만이 존재하는 수렁에 빠진 그리스의 상황이
기에 더더욱 중대한 시대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비록 올랑드가 파리를 방문한 시리자의 젊은 당수 치프라스를 문전박대했지만 말이다. 4부는‘그럼에도 불구하고’좌파는 여전히 새로운 세상과 유토피아의 현실화 를 꿈꾼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기본소득’ 을 다루면서,‘수입과 노동의 분리에 기 초한’다양한 복지제도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 역시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 다. 기본소득과 관련해 이 책에는 유명한 인도의 여성단체 SEWA가 실시한 무조 건부 현금지원 실험을 소개한다. 또한 좌파시장 더블라지오를 선출한 뉴욕의 변화 도 다룬다.
선거 때마다 창당 안하려면 “집권을 꿈꾸는 정 당이라면 가치와 비전 그리고 대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발행인은“(한국)좌파 정치의 가장 큰 오류는 선 거 때마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혹은 여론과 미디어에 영합하고자 자신들의 주장과 정체성을 일관되게 끌고 가지 못했다는 점” 이라고 꼬집는다.“선거가 끝나
과 호흡할 수 있는
면 정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늘 정당 통합이나 신당 창당 같은 이야기가 나온
정책, 이를 만들어
다. 늘 그렇듯이, 예전과 같은 정치공학적인 통합이나 창당이 반복된다” 며“집권
낼 실력을 갖추는
을 꿈꾸는 정당이라면 가치와 비전 그리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정책, 이를 만들
데 노력을 쏟아야
어낼 실력을 갖추는 데 노력을 쏟아야 한다” 고 충고한다. 정동영의 탈당과 국민모
한다.”
임의 신당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충고가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다만, 좌파라고 볼 수 없는 손학규, 주대환 등의 한국 필자들에게‘갈림길 에 선 한국 좌파’ (5부)를 물어보는 것은, 귀한 충고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 책의 실 책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더 읽을 만한 책
• 《좌파로 살다》/ 뉴레프트리뷰 엮음 / 사계절 / 2014년2월 / 35,000원 •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장석준 / 개마고원 / 2014년1월 / 15,000원
삶과 문화 123
“난 보너스가 필요해. 단지 그뿐이야.” “사장이 월요일에 재투표를 허락했어. 내가 남는 것에 동의하는지 물어보려고…” “난 그 돈이 필요해. 몇 명이나 네게 투표한대?” “알아. 네 뜻이 아닌 걸…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계속 일할 수 있게 나한테 투표해줬으면 해.” 보너스 대신 자신의 복직을 선택해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열네 명의 동료를 만나는 산드라의 이틀을 담 은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중에 나오는 산드라의 대사입니다. 우울증으로 휴직했다가 병이 호전되어 복직을 앞둔 산드라는 복직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1,000유로(한화 약 130만 원)의 보너스와 산드라의 복직 중에서 선택하라는 사장의 지시에 열여섯 명의 동 료 중 열네 명이 보너스를 선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동료 줄리엣과 남편에게 등을 떠밀려 사장을 만나 이틀 후인 월요일 아침에 재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냅니다. 과반수 이상의 동료들이 보너스를 포기하고 그녀의 복직을 찬성하면 복직할 수 있게 된 상황. 이미 그녀를 지지한 두 명 외에 남은 열네 명의 동료 중 일곱 동료의 지지를 얻어야만 합니다. 아직 우울증이 남아있는 그녀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 입니다만 생계가 걸린 일이니 포기할 수 없습니다.“울지 않아. 울지 않아.” 라고 중얼거리고 진정제를 삼 키며 동료들을 한 사람씩 만나기 시작합니다. 보너스를 택한 일을 후회하며“나를 찾아와줘서 고맙다.” 면 서 흔쾌히 마음을 바꾸겠다는 동료도 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위에 소개한 바대로입니다. 몇 명의 동료 는 대놓고 그녀를 비난하거나 외면하면서 보너스를 선택합니다.“내가 널 해고한 건 아니야. 난 보너스가 필요해. 단지 그뿐이야.” 라는 동료들에게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산드라가 생계를 위해 복직 이 꼭 필요한 것처럼, 동료의 해고에 동의하는 대가라 하기에는‘고작’1,000유로일지 모르는 보너스가 다른 동료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주인공도 알고 관객도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도 직장을 잃는 순간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하류층의 궁핍한 삶을 눈치챌 수 있기에 산드라의 동료들 을 비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화보다 더 엉망진창인 세상을 향해 산드라는 막바지에 절망한 나머지 상황을 회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자포자기하고 있던 순간에 그녀를
노래의
꿈
시대
민정연 문화기획자, 꽃다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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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은 동료의“네가 복귀하는 데 동의하겠어.” 라는 말에 다시 힘을 내봅니다. 짜증 날 정도로 상황을 회피 하기에 급급했던 산드라가“우울증약을 한 곽 전부 먹었어.” 라고 말하는 순간, 비로소‘나는 살아야겠다’ 는 의지를 발견합니다. 등 떠밀려 동료들을 만나오던 그녀가 다시 남은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한 만남에 자발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결과는 해고였습니다. 희망찬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실제 삶이 겠지요. “여보. 나 해고당했어. 우리 잘 싸웠지?” 해고가 확정된 후 남편에게 한 그녀의 말을 정신승리라고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심한 우울증에 시 달리던 그녀가 열여섯 명의 동료를 만나는 동안 별꼴을 다 겪으며 비로소 얻은‘용기’ 가‘내일을 위한 시 간’ 이 있음을 깨닫기에 충분했으니 말입니다. 산드라의 무모한 도전이 자기 삶과 세상을 향한 무한 도전 이 될 것 같은 희망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보너스와 동료의 해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라 는 질문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시스템의 문제 를 개인의 문제만으로 시야를 좁혀버린 건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툭툭 삐져나왔습니다. ‘아니 왜 노동조합이 없어?’ ‘관대한 듯 보이는 저 사장 놈의 태도야말로 얍삽하기 짝이 없는 것인데… 아주 멋있게 나오는데. 재수 없어.’ ‘핸드폰으로 먼저 연락하지 왜 무작정 찾아 나서는 거야?’ 별의별 불만을 영화 보는 내내 중얼거린 건 영화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영화 속보다 더 엉망진창인 세상에 대한 투덜거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레임을 바꾸지 않는 싸움의 허망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게 함께 영화를 본 후배는“프레임은 바꾸지 못한다. 현재의 프레임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에 만족한다. 노동조합이 그 역할만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했습니다. 후배의 말이 진심이라기보다 는 지쳤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한마디만 했습니다.“너, 꽃다지 노래 좋아한다며? 꽃다지 활동을 응원 한다며? 네 말이 진심이라면 꽃다지가 지금처럼 노래할 존재 이유가 없는 거 아니냐?”후배는 대꾸가 없 었습니다.
‘아직 못다 한 반란이 가슴에 남아 자꾸 불거지는 것을’
산드라가 생계를 위해 복직이 필요한 것처럼, 동료의 해고에 동의 하는 대가로 받는 보너스가 다른 동료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산드라의 동료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삶과 문화 125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오는 길에 브레히트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전쟁은 / 첫 번째 전쟁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 이미 여러 차례 전쟁이 일어났었다. / 지난 번 전쟁이 끝났을 때 / 승전국과 패전국이 있었다. / 패전국에서 하층 서민들은 / 굶주렸다. 승전국에서도 역시 / 하층 서민들은 굶주렸다.
1936년에 브레히트가 <앞으로 일어날 전쟁은>에서 노래한 민중의 삶이나 21세기 민중의 삶이나 마찬 가지라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1996년에 한 청년도 브레히트와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문민정 부가 들어서고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신자유주의의 물살이 거세게 몰아치던 그때, 청년은‘무한경쟁의 시 대가 도래했다 세계화의 전사가 되란다 살아남으려면 너희들 스스로 무장을 갖추라 한다’ 라고 무한 경쟁 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섭니다. 그는 결론도 알려줍니다.‘죽어야만 얻을 수 있 는 영예를 얻었고 다쳐야만 얻을 수 있는 명예도 얻었지 폐품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그 고마운 자유도 얻었지’ 라고. 그 청년은 꽃다지의 음악감독인 정윤경이고 노래는 <시대>입니다. ‘승전국, 패전국, 전사’같은 단어 때문인지 많은 분이 이 노래가‘평화’ 를 노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 다. 그러나 <시대>는 1996년 12월 26일 10시 43분 03초, 노동관계법의 기습통과를 보며 만든 노래로 신 자유주의 시대에 비틀릴 민중의 삶을 담은 노래입니다.‘민주정부’ ,‘문민정부’ 라고 하는데 진정으로 그러 한가? 총칼 대신 권력과 자본이라는 폭력 앞에 민중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원래 제목은 <문민 시대>였으나 음반 작업을 하면서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정윤경은 4박자의 힘찬 투쟁가와는 다른 질감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담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는 3박자로 다른 민중가요에 비해 리듬감이 돋보입니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을 들을 때의 시원시원하면서도 경쾌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악보 상으로는 4분음표 중심으로 아주 딱딱하고 단순해 보이는데 실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저절로 몸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박자를 맞추게 될 겁니다. 그리고 노랫말은 브레히트의 시 <앞으로 일어날 전쟁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음을 눈치채셨 을 겁니다. 브레히트의 시를 읊으며, <시대>를 흥얼거리며 걷는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신도림 한복판. 영화 속 산드라의 모습이 오체투지에 나선 노동자들의 모습과 겹쳐집니다.‘아직 못다 한 반란이 가슴에 남아 자 꾸 불거지는 것을~~~’
브레히트의 시를 읊으며, <시대>를 흥얼거리며 걷는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신도림 한복판. 영화 속 산드라의 모습이 오체투지 에 나선 노동자들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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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정윤경 작사·작곡·노래
군화발의 시대는 끝났다한다 폭력의 시대도 끝났다한다 시대에 역행하는 투쟁의 깃발은 이젠 내리라 한다 라~라~라~라~라~ 허나 어쩌랴 이토록 생기발랄하고 화려한 이 땅에서 아직 못 다한 반란이 가슴에 남아 자꾸 불거지는 것을 라~라~라~라~라~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화의 전사가 되란다 살아남으려면 너희들 스스로 무장을 갖추라 한다 라~라~라~라~라~ 그 모든 전쟁에서 너희들이 만든 그 모든 전쟁에서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죽어야만 얻을 수 있는 영예를 얻었고 다쳐야만 얻을 수 있는 명예도 얻었지 폐품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그 고마운 자유도 얻었지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라~라~라~라~라~
삶과 문화 127
편지를 접으며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이장규 기관지위원회 위원장
2015년은 모처럼 선거가 없는 해다. 한국에선 선거가 기본적으로 2년마다 반복된다. 총선과 지방선거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는 임기가 5년이라 또 시기가 엇갈린다. 그래서 2015년 이후론 매년 선거가 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등.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다 보니, 각 정당이 제기하는 이슈나 사업도 지나치게 단기적이다. 가령 2010년 총선이나 2012년 대선에선 모든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복지 강화를 이야기하더니 최근엔 이에 대해 별 논 의가 없다. 복지제도나 산업정책 등은 적어도 5~10년 이상을 바라보면서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인 데도 표를 얻기 위한 단기적 구호가 되어버렸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이 건물이나 도로 등의 각종 토건사업 이다 보니, 다음 선거에서 재선하고 싶은 정치인들은 이런 실적 위주의 토건사업에 치중한다. 게다가 정당의 성과에 대한 평가 역시 한두 번의 선거결과를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평가된다. 한두 번 선거결과가 안 좋으면 실패한 정당이 된다. 그런데 이미 잘 알려진 거대정당이면 몰라도 소수정당, 특히 진보정당의 경우에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민중들과 함께 사업을 하지 않고서 몇 년 만에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지지율을 올리는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이미 상당 정도 알려진 명망가들을 최대 한 활용하는 것뿐이다. 그러다보니 진보정당조차도, 아니 소수정당이다 보니 더더욱, 정책이나 사업보다 명망가 위주로 정당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명망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적인 선거결과 위주로 정당의 성과를 평가하는 사고방식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인 셈이다. 소선거구 단순대표제라는 제 도적인 측면 말고도,‘빨리빨리’ 로 대표되는 한국인 특유의 단기적 성과 중심의 시간관념이 진보정당의 성장을 저해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생각해 보면 민주노동당 또한 오랜 노력의 결과이다. 민중당 등 그 이전을 제외하더라도, 97년 국민승 리21로부터 7년간의 노력을 거쳐 2014년 국회의원 10석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그럼에도 지금의 우리 당은 선거결과가 안 좋을 때마다 반복되는 실패 진단과 당 진로 논쟁을 2년마다 겪고 있다. 최소한 7~8년 은 꾸준히 해보고서 실패든 성공이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가능성이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과감히 한두 번의 선거를 건너뛰어서라도 몇 년간 꾸준히 진보정당다운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는 뚝심이 필요 하지 않을까? 50년 넘게 살다 보니 몇 번 실패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서도 삶은 지속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변혁의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한 오랜 세월을 겪으며 만들어 온 것이 전 세계 진보정당의 역사다. 키케로의 말대로,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Dum spiro, s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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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호표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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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야기
“‘일회용’ 은되기싫었어요” 하나뿐인여성시의원송미량
거제는한국노동운동의역사에빼놓을수없는노동운동 의성지다 지난 년지방선거당시 노동자정치세력화 의 살아있는 역사인 대우조선이 자리잡은 옥포 · 동에서 노동당의유일한여성의원이탄생했다 송미량당원은노동 당이배출한하나뿐인여성시의원이자동시에 거제에서 년만에최초로뽑힌지역구여성시의원이기도하다 야당의 초선 여성의원으로서 보낸 개월의 활동에 대해 얘기해달라고했더니 그녀가그동안의제화한이슈들이순 서대로죽쏟아져나왔다 학교코앞에서소음과분진을일 으키는 아 파트 공사부터 폐기물수거 노동자의 고용 조건 대규모풍력단지까지분야도다양하다 특히비정규직 미조 직노동자에대한지지와관심은노동당의원이아니면갖기 어렵다 해야할일 하고싶은일은무궁무진하다 그만큼의원들 상호간의네트워크나당의지원이절실할텐데 지역에서도 당에서도 의정활동 자문단이든 네트워크든 아예 구성이 되 어있지않다 개인적인역량에전적으로의존해야하는의 정활동은금방의원을지치게한다 당과의원이함께크는 성장일기 어떻게써나갈것인가 노동당의어깨가무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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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정은 편집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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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량 당원 인터뷰 전문은 74~83쪽 <여성 진보정치 열전>에서 볼수있습니다.
미래에서온편지제17호
발행인 이용길 편집인 이장규 위원회 김건담김성현노정박권일장석준정정은정철수
조윤호최백순홍원표
교 열 노정정정은 디자인 고미숙
등록일 2013년 6월 11일 (등록번호영등포, 라00407) 발행일 2015년 1월 22일 주 소 서울영등포구국회대로 664 한흥빌딩 2층노동당 전 화 02) 6004-2006, 2007 팩 스 02) 6004-2001 이메일 laborzine@gmail.com 홈페이지 www.laborparty.kr 인 쇄 인천시계양구계산동 973-15 원일컴 가격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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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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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의노동 특집
기획 ■ 통합진보당해산, 그다음은 쟁점토론 ■ 6기대표단선거: 나는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