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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밀양입니다 /1
표지사진 이민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극단 새벽에서 연극을 했었고, 이후 동아대, 동의대 등에서 신문방송학과 시간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 사진 작업을 하다가 작년에 귀국했고, 최근에는 부산과 밀양을 오가며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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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사
6 윤현식
지금, 여기가 밀양입니다.
밀양 포토
8 이민우
지금, 여기가 밀양입니다.
특집
52 황종섭
1차 밀양 희망버스 지금, 여기가 밀양입니다.
2월 25일을 박근혜 심판의 날로
권두사
지금, 여기가 밀양입니다.
윤 현 식. 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랜드마크(land mark)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습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맞춰 지어진 이 철탑은 높이가 324m에 달합니다. 오늘날에는 개선문과 함께 프랑스의 관문처럼 여겨 지고 있지만 처음 지을 때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고 합니다. 애초에는 20년 후 철거하 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고도 하네요. 그러던 것이 이 높은 철탑이 통신용으로 유용하다고 판명되면서 철거가 취소되었고 지금은 프랑스의 상징처럼 되었습니다. 서울의 6분의 1쯤 되는 면적에 5분의 1쯤 되는 인구가 밀집해 사는 파리 한 복판에 에펠탑 이 서 있습니다. 에펠탑이 지어진 지 꼭 백년 만에 파리는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되었습니 다. 연간 우리나라 인구에 맞먹는 관광객들이 파리를 다녀갑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에펠 탑을 거쳐 가지는 않겠지만, 파리의 에펠탑이 프랑스를 찾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죠.
또 하나, 훌륭한 철탑이 있습니다. ‘도쿄타워’가 그것이죠.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있어서 도쿄 타워라고 불립니다. 1958년 완공된 이 탑은 높이가 333m로 에펠탑보다 9m가 더 크다고 합 니다. 도쿄타워는 처음부터 방송통신용을 목적으로 계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철탑은 일본 의 텔레비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이 됩니다. 마천루로 덮여버린 도쿄 중심가에서도 밤 중에 환하게 빛나는 도쿄타워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전 일을 배우러 일본에 갔을 때, 연수를 담당하던 공장의 직원이 일본에 왔으니 반드시 도쿄타워를 보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휴일에 차를 끌고 와 저를 태우고 도쿄타워와 그 일대를 보여주었죠. 밤에 오면 멋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다음날 출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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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쿄타워(출처 : 위키백과)
불 켜진 도쿄타워는 끝내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에펠탑과 마찬가지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하긴 도쿄타워도 한 때는 일본의 국력을 과시하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765kV 송전탑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또 하나의 철탑이 있습니다. 밀 양에 세우겠다고 하는 765kV 송전탑입니다. 크기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밀양에 세워지는 이 탑 중에 는 높이가 최고 148m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송전탑 하나만 달랑 들어서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생긴 철탑이 줄을 지어 세워지고 그 철탑을 거쳐 고압 전선이 이어집니다. 전력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정부와 한전의 이 야기를 들어보면 이렇게 훌륭한 시설물이 세상에 또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정부와 한전은 엄동설한도 마다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의 이야기처럼 그토록 바람직한 시설이라 면 하필 산간지역 밀양에다가 지을 필요가 있을까요? ▲거대한 규모의 송전탑(출처 : 당진환경운동연합)
에펠탑이나 도쿄타워 같이 한국을 상징하는 관광 상 품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을 듯싶습니다. 관광객의 교통편의와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이렇게 거대한 송
전탑을 서울 한 복판이나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건설하는 것은 어떨까요? 게다가 이 송전탑은 에펠탑이나 도쿄타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장점이 있습니다. 에펠탑과 도쿄타워는 기껏해야 전파송 출기능밖에는 담당하지 못하지만, 765kV 송전탑은 고압전류가 흐른다는 특장점이 있는 겁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세상 어느 곳에서 765kV의 짜릿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짜릿짜릿한 거대 송전탑들이 서울 일대에 촘촘하게 서 있다 면 아마도 에펠탑이나 도쿄타워보다 더 유명한 관광명소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밀양, 탈핵과 탈자본의 출발점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결코 그런 생각이 없나봅니다. 칼바람이 살을 에이는 것도 잊은 채 제대로 걷기도 힘든 비탈길을 올라가며 송전탑을 반대하는 칠순, 팔순의 노인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면서 굳이 저 산골에 송전탑을 세워야 하겠다는군요. 사람들 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을 고집하면서 정작 사람들이 살게 하자는 사람들을 이기주의자들로 몰아 부칩니다. 밀양에서 또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가야 할까요?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욕망을 채운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이 끔찍한 일이 하염없이 반복된다면 희망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R-Book이 밀양을 이야기합니다. 송전탑 건설예정지에서 주민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이인우 당원이 이 가슴 아픈 투쟁의 기록들 을 당원들께 전합니다. 우리가 함께 싸워야 할 이유를 말합니다. 이제 밀양은 경남 어느 곳의 지명이 아닙니다. 탈핵과 탈자본을 요구하는 우리가 발 디딘 바로 그곳이 밀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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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프롤로그
지금 여기가 밀양입니다 글/사진 이민우.
밀양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한 건 원이었다. 나무 위에서 내려온 원. 언론에서는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는 원. 하지만 그 원은 목숨이란 이름의 숭고함을 내던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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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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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번 송전탑 예정지로 가는 길에서 본 본 밀양은 정말 예뻤다. 하지만 127번 움막 뒤로는 지금도 매일같이 헬기가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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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127번 움막
2013년 10월 10일 127번 움막. 저 지팡이가 있어야만 할매들은 걸을 수 있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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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2일 127번 움막 할매들이 파놓은 무덤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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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127번 움막
2013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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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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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127번 움막
2014년 1월 1일 127번 움막 . 연대자의 어린 딸이 덕촌할매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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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014년 1월 1일 움막 안의 쇠사슬. 할매들은 한전과 경찰이 들어올 경우, 저 쇠사슬에 몸을 묶고 버틸 것이라 한다.
포토-금곡헬기장
4공구 헬기장 앞. 지금도 그곳에선 헬기가 각 공사장으로 자재를 나르기 위해 뜬다. 상징적 의미가 있어 움막을 철거하지 않고 늘 대치중이다.
2013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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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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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금곡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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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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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강이다
2013년 10월 19일
22차량을 공사용 지나게 하기 위해 경찰이 할매들을 감금하다시피 막고 있다. /사랑과혁명의정치M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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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촛불문화제
매주 토요일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덧 130회가 넘었다. 할매, 할배들은 문화제를 통해, 싸움의 동력을 얻기도 하시고, 동료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신다. 언젠가 송전탑이 사라지고, 이 촛불문화제가 밀양 해방 축제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이 올 것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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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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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촛불문화제
2013년 10월 19일
201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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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촛불문화제
201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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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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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분향소
2013년 12월 8일 분향소를 만들기 위해 세 번의 텐트가 경찰에 의해 찟겨져 나가는 동안 우리는 또 울고, 울부짓고,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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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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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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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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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1일~12월 22일 비닐로 만든 분향소. 지금도 할매들과 연대자들이 돌아가며 밤을 새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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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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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추모제
2013년 12월 11일 영남루에서 있었던 고 유한숙 어르신 제1 회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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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4221일 / 영남루 고 유한숙사랑과혁명의정치Mook 어르신 천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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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희망버스
2013년 11월 30일 ~ 12월 1일 1차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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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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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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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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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127번 움막 위로 별들이 더 밝아진다. 별빛은 밝아지는데, 할매들의 표정은 더 근심에 찬다. '지방 선거 전까지만 버티면 될까?' '아니 분명 한전은 그 전에 치고 들어오겠지?' '아니 그 전에 다른 획기적인 계기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할매들의 주름을 본다. 정말 할매들은 언제쯤 이곳에서 편하게 내려갈 수 있을까? 1월 25일 2차 희망버스가 세상을 놀라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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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밀양 희망버스
우리들의 밀양 글 황종섭(노동당 서울시당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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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서울시청광장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 대하며 목숨을 끊으신 유한숙 님을 추모하며, 공사를 멈추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시청광장에 간이 분향소를 설치하였습니다. 작은 테 이블 하나에 영정 사진과 향로, 국화 등이 놓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청과 남대문경찰서는 이 작은 추모 의 공간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이내 들이닥친 양 쪽 경찰들은 하나가 되어 분향소를 박살내고 현수 막을 빼앗아 갔습니다. 분향을 위해 준비했던 국 화는 바닥에 내팽개쳐졌습니다. 분향소를 빼앗기 고 망연자실해 하는 사람들 뒤로는 하필이면 나 눔과 사랑의 불빛을 밝힌다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있었습니다. 천막 하나 칠 수 없는 광장의 하늘에선 하필이면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분향소가 철거된 후 서울시청에 항의 방 문을 갔습니다. 거기서 또 한바탕 아수라장이 연출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경찰들이 향로를 빼앗겠다고 달려들어 향로에 들어있던 모래가 로비에 쏟아졌습 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항의하는 사람들, 뭐든지 안 된다고만 하는 경찰. 우리에게 는 한 뼘 추모 공간도 사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핑 돕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온갖 작전 들을 동원해 13일 새벽에 간이 분향소와 천막을 설 치했습니다. 지금 시청광장에 가시면 천막이 한 동 보이는데 이것이 유한숙 님을 기리 고 공사 중단을 기원하는 간이 분향소입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17일 10시부터 18 일 10시까지 분향소를 지킵니다. 17일 저녁 7시 30분에는 ‘오손도손 토크쇼’도 진행할 생각입니다. 안녕치 못한 밀양뿐만 아니라 온갖 안녕치 못한 일들을 얘기하며 하루 를 보낼 생각입니다.
밀양 희망버스 지난 달 30일에는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1박 2일로 진행된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던 것이죠. 송전탑 공사 현장의 참상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분주히 밀양 으로 떠났습니다. 4시간을 넘게 달려 밀양에 도착하자마자 ‘등산’을 시작하였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지상에서 공사를 하려면 초반부터 분쟁이 많을 것이 분명하니 산꼭 대기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게 아니겠냐고 합니다. 산에서 공사가 끝나면 이제 논과 밭으로 내려올 거라는 얘깁니다. 그 때는 공사가 이미 이만큼 진행되었으니 되돌리기 어렵다고 하겠죠. 하루 이틀 보는 장면이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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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수십 명의 ‘등산객’들이 산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터 무섭게 헬리콥터들이 날아다녔습니다. 밑에 공사자재로 보이는 것들을 매달고 날아가던 헬기는 경찰 버스가 주차된 곳으로 날아가 앉았습니다. 업무 협조가 필요해서인가 봅니다.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밑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른 쪽에서 오르던 등산객인가 봅니다. 그런데 굉장히 익숙한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 3단어만 들어도 ‘느낌 아는’ 바로 해산 명령입니다. 당장 등산을 멈추고 내려가라는 것 같습니다. 해가 지니 위험할 까봐 그런 것인가 봅니다. 저희들은 계속 산을 타면서 생각했습니다. 왜 밑에서 소리를 질렀을까? 그 때 함께 오르던 중앙당의 브레 인 정 모 국장님이 “이것은 성동격서 전략이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이유인즉슨 경찰들이 알 수 없는 이유 로 송전탑이 있는 곳까지 등산객을 못 올라가게 막을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으로 오르는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므로 아까 들렸던 소리는 동쪽에서 나는 소리(성동)라 는 얘기고, 그렇다면 우리는 서쪽에서 적을 친다(격서)?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의 주인공? 부푼 마음을 안고 한참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산은 우리에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등산로를 개 척하는 기분으로 오르다보니 어느덧 해가 졌습니다. 아직도 갈 길은 한참 남았는데 말이죠. 그리하여 회의 끝에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퇴각하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아쉽지만 산에서는 해가 너무도 빨리 졌습니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는 에이스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몇몇 등산객들이 송전탑 공사 현장 에 깃발을 꽂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도 ‘성동’의 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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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임무를 완수하게 된 것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하고 있는데, 야밤에 산을 거슬러 올라가는 무 리들이 보였습니다. 지금 송전탑을 지키는 경찰들과 교대하러 가는 경찰들이었습니다. 우리는 해가 져서 위험하니 올라가지 마시라고 만류하였지만 민중의 지팡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를 밀치며 공무를 수 행하러 올라가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걱정이 되어 물러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내려가자고 제안하였고, 잠시 실랑이를 하고 사이좋게 내려왔습니다. 저녁에는 전국에서 모인 밀양 지킴이들과 즐 거운 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문화제가 끝 나고 저희들은 각 마을로 흩어져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노동당 은 서울, 부산, 경남 당원들이 함께 모여 나 라 걱정을 하였습니다. 역시 노동당의 당원 들답게 몇몇은 나라 걱정에 밤을 새웠습니 다. 나라 잃은 백성들처럼 울다가 웃다가 하 면서 말이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 이 나 라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가 술 이 덜 깨서일까요? 11월 1일, 정상을 정복하지 못한 어제의 아쉬 움이 아침부터 우리를 다시 산으로 이끌었 습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등산로 초입 부터 경찰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왜 막 느냐고 물어봤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책임 자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역시 답이 없었 습니다. 정당연설회를 하고자 선관위에 연 락을 했지만 공휴일이라 아무도 받지 않았 습니다. ‘빨간날’ 쉬는 것은 당의 방침이니 선관위를 탓하진 않았습니다. 경찰에 신고 를 했습니다.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이유도 고지하지 않고 길을 막고 있다고 알렸습니 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그 경찰이 이 경찰 이니 출동해봐야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산을 타고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위로 올라갔더니 또 다른 경 찰들이 막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위에 얼마나 더 막고 있느냐고. 세 겹 정도가 더 있다고 합니 다. 한 칸 올라가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그만 좌절하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왜 그 길을 걸어갈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주민들은 수십 년을 자유롭게 왕래하던 길이었을 겁니다. 그런 길을 막고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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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밀양 희망버스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니 주민들은 억울할 수밖 에 없습니다. 매번 실랑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 다. 상경 전 마지막 집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 다. 집회가 끝나고 인사를 나눌 때 주민들은 눈 물을 흘렸습니다. 고마움과 억울함과 슬픔과 기 쁨 등이 뒤섞인 눈물입니다. 하지만 밀양 지킴이 들에게 주민들이 고마울 것도 미안할 것도 없습 니다. 오히려 저희들이 고맙고, 너무 미안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에 밀양에서 주민들이 올라 와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10월 24일로 기억하는데요, 그 때 한 신부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밀양 주민들과의 연대는 주민들이 불쌍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요지의 얘기였습 니다. 오히려 밀양 주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 로 나오게 되고,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밀양 주민들의 투쟁 덕분에 한전은 앞 으로 어디서든 송전탑을 건설할 때 한 번 더 생 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투쟁 덕분 에 보상법이 만들어지고, 그것 때문에라도 누구 든지 개발 사업을 할 때에는 민가를 피하려고 애 를 쓸 것입니다. 게다가 노동당이 힘써 알렸어야 할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문제, 핵발전소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환기도 이분들의 투쟁에 전적으로 빚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오 히려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 는 것입니다. 밀양에서 너무 먼 서울입니다. 하지만 거리가 멀 다고 연대하는 마음까지 멀어지면 안 될 일입니 다. “함께 살자”는 구호는 이미 식상해 보이지만, 이것만큼 지금의 현실에 맞는 구호도 없을 것 같 습니다. 밀양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야,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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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노동당 서울시당의 당직자 로서, 그리고 한 명의 동료시민으로서 밀양 송전탑 건 설 싸움에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봅니다.
덧붙여 며칠 전 또 한 분의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을 시도하셨 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내가 죽어야 이 싸움이 끝난 다”고 자꾸 말씀하십니다. 저는 어쭙잖지만 살기 위해 싸우는 것이니, 꼭 살아서 싸우셔야 한다고 말씀드리 고 싶습니다. 죄송하고, 꼭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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