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5호 2012가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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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가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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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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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3 인사말

"존경하는 기쁨나눔재단 후원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06 기쁨나눔 소식

그림을 그리고 있는 베트남 애커마마을 에레족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

06 국내_이주민 자녀 보육료 지원

기쁜나눔재단

08 아프리카_카쿠마난민촌 태양광 랜턴

이사장 신원식 신부 10 아프리카_카쿠마난민촌 생활기 '기쁨나눔재단'은 여러분의 나눔으로 더 풍요로워 집니다. 내용이나 형식에 제한없이 A4 한 장 정도 의 글을 기다립니다. 발행일

2012년 12월 10일

발행처

기쁜나눔재단

발행인

신원식

편집인

임영섭

주소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106

전화

02) 3276-7710~1

팩스

02) 3276-7726

사이트

www.joyofsharing.co.kr

이메일

joyofsharing@naver.com

교정·교열

재능기부자 한재원 chunsa210@naver.com

디자인

재능기부자 조은형 zcompany@naver.com

일러스트

재능기부자 양영모 www.visualartako.com

출판후원

도서출판 하우

캘리그라피

재능기부자 박소정 blog.naver.com/sojung8825

어느덧 2012년 한 해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습니다. 올 한해 소망하셨던 일들 모두 이루 셨기를 바랍니다. 우리 재단도 벌서 내년 2월이면 설립 3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 분

12 베트남 애커마_지원활동 후기

한 분 후원자 분들의 정성이 모여 아시아 각 국에 여러 기숙시설, 우물, 집 등이 자리를 잡았고 2012년 새해부터는 아프리카 교육사업도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런 뜻깊은 결과

17 베트남 꼰러방_지원활동가의 재방문

들은 모두 기쁘게 자신의 손을 내밀어 주신 후원자 분들의 사랑 덕분에 얻을 수 있었습 니다.

18 미얀마_보갈레 방문기

해가 거듭될수록 국제 빈곤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짐을 느낍니다. 이전에 비해 많 은 사람들이 국제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경제수준도 대폭 향상됐지만 아직 빈곤의 고

20 필리핀 보홀_화장실, 미니도서관 신설

리는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UN새천년개발목표의 제1목표인 절대 빈 곤층 감소가 2015년이 되면 애초 목표했던 23%보다 더 낮은 15% 이하를 달성할 것이

22 방글라데시_태양광 판넬

24 미리보는 기쁨나눔 2013

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심해져만 가는 도시와 농촌간의 불균형을 비롯해 인종, 장애에 대한 차별 등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기쁨나눔재단은 도움의 손길이 잘 닿지 못하는 곳까지 후원자 여러분들의 사랑이 지속 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단지 보여주기 식이나 자기만족용이 되기보

25 재정보고

다는 항상 우리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활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발전방향을 꾸준히 모색하겠습니다. 개발·협력 효과성을 높여 이웃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2013년을 만들겠습니다. 항상 큰 힘이 되어 주시는 후원자 여러

후원계좌 예금주 (재)기쁨나눔 공통

26 후원자 명단

아프리카 우리은행 1006-501-342107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다가오는 계사년(癸巳年),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기쁨의 해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은행 1005-501-638288

27 후원신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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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나눔 소식 결혼 축하 쌀 나누기

미얀마 파안 기숙사 주방 완공

나눔과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1석2조의 방법! 두 사람의 앞날을 축 하하고자 보내는 축하 화환 대신 요즘은 실용만점 축하 쌀이 인기입 니다. 나눔으로 시작한 박병욱&이인진, 박설형&정진우, 윤인모, 변 재현, 조장은&이승훈님의 가정에 항상 행복 넘치시길 기원합니다.

파안 기숙사에는 약 50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기 숙사 주방은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 곳이자 공부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4월 경부터 시작한 공사가 이제 막 끝나 청소를 마치고 형 태를 갖춰가고 있는 중입니다. 따뜻한 밥 한끼로 아이들의 육체적인 성장은 물론 마음까지 훌쩍 커지기를 바랍니다.

결혼 축하 쌀 기증문의: 02) 3276-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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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S-CAMP 동문들의 특별한 생일

네팔 포카라 환경보호 캠페인

서강대학교 가톨릭 경영자 과정(S-CAMP) 15기 동문들은 동료들의 생일을 기념하여 아프리카 아이들 후원에 참여했습니다. 15기 동문 34명 전원이 참여한 이 후원을 통해 마련된 후원금은 아프리카 카 쿠마 난민촌 교육사업에 지원되었습니다. 가톨릭 경영자과정 이훈 지도신부는 동문들의 나눔 동참에 감사를 표하며 지속적인 참여를 약속했습니다.

네팔PHP에서는 환경보호 캠페인 Green Clean Pokhara Movement 에 참여하는 마을 주민들과 자원 활동가들에게 일상생활에서의 작 은 실천을 도모하고 캠페인을 홍보하고자 에코백과 스카프를 제작 하여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천혜의 자연인 포카라 환 경을 보호하고자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베트남 꼰러방 기숙사 완공식

후원자 초청 음악회 ‘The(더) 감사’

8월 24일, 베트남 꼰툼지역 꼰러방에 384㎡(116평) 규모의 기숙사 가 완공되었습니다. 기숙사는 공부방, 침실, 주방, 식당, 실습실로 구 성되었습니다. 김유식 후원자를 비롯한 7남매는 별세한 어머니의 뜻을 실천하고자 후원하게 되었다고 밝혔으며 완공식에 직접 참석 하여 아이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난 10월 5일, 후원자 초청 음악회 'The(더) 감사' 가 열렸습니다. 음악가분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이 행사에 많은 후원자분들께서 참석하셔서 깊어가는 가을밤 클래식 선율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가 졌습니다. 앵콜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처럼 아름답게 기억될 시 간이었습니다.

베트남 꼰히링 기숙사에 자전거 지원

어린이 교육지원 기금 마련 행사

지난해 베트남 꼰툼 꼰히링에 기숙사를 완공한데 이어 올 9월 통학 용 자전거 20대를 추가 지원하였습니다. 지난해 40대의 자전거가 지원되었으나 기숙사 인원이 늘어 오전 오후반 아이들이 번갈아 가 면서 이용을 했었습니다. 새로 제공된 자전거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청년 자원활동가가 주측이 되어 10월 25, 26일 양일에 걸쳐 서강대 학교 축제에 참여하여 어린이 교육지원 사업 기금 마련을 위한 행 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었으며 후원자에게는 아이들 사진이 들어간 엽서3종 세트가 증정 되었습니 다. 후원금 전액은 교육지원 사업에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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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가명)어린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서류 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씩씩한 6

풍성한 다문화 속에 잊혀진 대한이에게 희망을

살 김해 사나이입니다. 우리들과 더불어 살고 있지만 소외된 이웃, 대한이의 보육지원에 기쁨나눔재단과 <이주민과 함께>가 힘을 합치기 위해 오랫동안 대한이 가족을 지켜보 고 도움을 주시는 '(사)이주민과 함께' 사무처장님을 부산에서 만났습니다. 대한이의 부모님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한국 땅을 밟은 이주노 동자입니다. 성실하게 월급을 모아 고향의 가족에게 보냈지만 송금한 돈은 한순간 사라

■글: 기쁜나눔재단 간사 추노을

졌고, 차일피일 귀국을 미룬게 어느새 10년이 흘렀고 그 오랜 시간을 미등록 노동자로

■그림: 재능기부자 양영모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한이의 부모님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 활은 늘 어렵기만 하고, 이런 부모님의 상황 때문에(삭제) 대한이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유치원에 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대한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한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런던에 있을 때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된 마가렛입니다. 우간다에서 온 이 친구는 저 와 비슷한 시기에 비자가 만료되어 우리는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마가렛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항상 밝고 씩씩했고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의 대 부분을 매월 고향의 가족에게 보냈고 그 돈으로 가족이 함께 지낼 집 짓고 있다며 즐거 워하는 착한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마가렛이 사라졌습니다. 가족이 기다리 고 있는 고향 우간다 대신 돈을 벌 수 있는 영국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항상 밝고 성실 했던 친구가 한순간에 불법체류자로 바뀐 그 날의 혼란스러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 니다. 우리나라에도 제 친구 마가렛처럼 미등록 상태의 이주노동자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 법 을 어기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어두운 단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 다. 우리는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으로 때로는 혐오의 대상으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하지 만 불법과 이방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 이전에 그들도 아플 때 약을 먹을 수 있고 공부하고 싶을 때 마음껏 배울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 릴 수 있도록 우리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후원자 분들의 소중한 나눔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 이웃에게 더 큰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보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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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태양광 랜턴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501-342107 (재)기쁨나눔

아프리카 카쿠마 난민 캠프의 전기 공급 문제는 심각합니다. 난민촌 내에는 성적으로 학대 받는 여 성이나 어린 아이들을 임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Safe Haven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곳의 아이 들은 고아도 있고 어머니들 따라 피신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Safe Haven에는 교육시설이 있어 자 체 학교에 준하는 수업과 심리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서 낮 시 간 이후에는 공부는 물론 어떠한 활동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밤 늦게까지 책도 읽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태양광 랜턴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밝은 빛 아래에서 공 부를 하고 동무들과 속닥거리며 서로 꿈을 노래 할 것입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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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카쿠마난민촌 생활기 작년 6월 서품을 받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난민캠프에 온지 9개월째로 접어들고 있

일꾼처럼 치열하게 한 주를 살고 토요일 오후가 되면 모든 국제기구와 NGO 직원들은 휴

습니다. 저는 지금 아프리카 케냐 북쪽, 남수단과 에티오피아 국경에 위치한 카쿠마 난민

식에 들어가지만 저를 포함한 이곳에 있는 3명의 사제들은 주일미사와 사목을 위해 다시

캠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10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소말리아, 남수단, 콩고, 르

바빠집니다. 평일에는 종교에 관련없이 모든 난민들을 위해 일하지만 주일에는 신자들을

완다, 부룬디,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전쟁으로부터 탈출해 와있습니다.

살피고 도와야 합니다. 문제는 사제로 일하는 주일에도 신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

을 요청했을 때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짠한 마음에 발

유엔에서 난민캠프를 운영하긴 하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여러 NGO와 일을 나눠서 하

벗고 돕고 싶지만 이쪽 상황에서 제 만족이나 명확한 기준없이 함부로 도왔다간 문제가

고 있습니다. 저희 예수회 단체는 종교나 인종 차별없이, 주로 교육에 관련된 센터들을 비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어 보통은 괴롭고 속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사정을 들

롯해 장애아동, 전쟁과 난민캠프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아이들을 임시 보호하는 센

어주는 수준에서 해결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좀 귀 기울여 들을 수

터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주로 소말리아와 남수단에서 난민들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매일 30~100명씩 이곳으로 몰려옵니다.

이곳에서 기도하면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짠~하고 기적을 베푸셨겠습니

한국에 있었을 때 저는 주로 예스(YES)맨이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부탁을 받으면 거절

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며 주님께 매달려 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라면 10만명이

하기가 힘든 성격이라 일단 예스라고 대답하고 나중에 고생하던 적이 많았지요. 하지만

아니라 100만명의 난민에게 도움을 주시고 답까지 주셨겠지만 우리들을 통해 난민들을

이곳에서는 주로 NO를 해야 하는 나쁜 남자(?)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극단적인

돕고 난민들을 통해 우리도 함께 성장하길 바라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난민들에게 왜 NO를 하고 싶겠습니까만, 주어진 물량과 물 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렵게 저희 사무실로 찾아오는 난민들을 다른 단체로 돌려 보 내거나 우선순위에 밀리는 난민들에게 거절의 대답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오는 죄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치안문제로 인해 이동은 차량 으로 하라는 규정을 어기고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무작정 난민촌을 걷기도 합니 다. 파더 심!!!(심신부!) 을 외치며 반갑게 다가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엇인가 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도와달라며 저를 붙잡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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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신현택 활동가 초록빛 자연과 어울리는 아이들 4시간의 비행과 9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애커마 마을은 우리 나라의 산골짜기와 모습이 비슷했습니다. 성당 주변을 돌며 찍은 사진의 배경인 초록빛 자연이 유난히 아름다웠습니다. 아이들도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떼 지어 마을을 방방곡곡 뛰어다니고, 나무에 오르고, 연못에 풍덩 빠져 자기 몸을 적시면서 해맑게 웃는 이곳의 아이들을 보며 불현듯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앉아있는 한국의 어린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에 반해 맨발로 온 동네를 누비며 자연과 함께 하는 애커마의 아이들, 이들의 미래를 벌써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아이들보다 이곳의 아이들이 훨씬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왜 한국의 행복지수가 베트남의 행복지수보 다 현저히 낮은지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저무는 하늘, 이별 해가 뜨면 지듯이 애커마 아이들과의 만남은 순식간에 흘러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명찰 만들기, 데칼코마니, 리코더, 뮤지컬, K-pop, 태권도, 모자이크, 캐릭터 그리기, 종이접기, 폴라 로이드와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단체축구, 팀 활동 등 수많은 예체능 수업을 함께 하며 뛰어 놀았던 베트남 친구들과 애커마 아이들과의 만남을 이제는 저무는 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멍하니 응시해야만 하는 현실에 자원 활동가 모두 눈으로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아버지처럼 항상 우리 들을 챙겨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신부님의 마지막 말씀을 들었습니다. 베트남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믿을 수 없게도 마음 속으로는 그 무언가를 깨달으며 눈물 흘렸습니다.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국제자원활동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교육에는 성패가 없습니다. 교육을 갖고 성공이 냐, 실패냐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즉, 우리가 준비한 수업내용이 비록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거나 본인이 생각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혹은 필요없는 수업이라고 판단된 다고 해서 이를 실패한 수업이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 니다. '지식' 혹은 '기술'의 전달만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르치는 입장의 활동가들 과 배우는 입장의 애커마 아이들, 그리고 환경이라는 삼위일체가 이뤄낸 상호작용이 이번 우리 가 진행한 교육의 반짝이는 사금파리입니다. 우리의 현지 활동기간은 25일뿐이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추억, 의미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간의 교육성과가 보다 더 값지게 빛날 것 입니다. 비 갠 후의 무지개는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래가듯 우리의 활동도 지금이 끝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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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김민정 활동가 4기 주도희 활동가

새로운 경험 - 교육 내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비록 일찍이 좌절되긴 했지만 이번 자원활동을 통해 그 길이 나 에게 정말 맞는 길이었을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자원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남아 있 던 교사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가르친다'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여 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을 알게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완 벽히 준비하지 못했던 나는 수업시작 전 엄청난 부담을 느꼈고,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지루한 것 처럼 보이면 자신감이 완전히 꺾여버리곤 했다. 시간이 지나 그 환경에 조금 익숙해지고 자신감 도 붙어서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고민이 참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교사로서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원활동을 왔다면 더 잘했을 것 같은 마음에 미안하기도 했다. 지금도 수업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다.

애커마 마을의 아이들 우리가 맡아 가르치게 된 아이들은 베트남 소수민족인 에레족이었다. 이 아이들은 베트남어 이 외에 에레어라는 자기 민족의 언어를 쓴다. 처음엔 아이들이 우리와 베트남인 통역분들에게 배 타적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이런 걱정은 쓸모없는 생각이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기억 난다. 일요일 아침에 반미 빵을 나눠주며 만났던 그 맑은 눈망울들! 쑥스러워 하면서도 호기심 에 가득 차 있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성당으로 찾아오는 아 이들과 교류하면서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생각없이 뛰놀던 철없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이들 신발을 몽땅 뺏으며 만족스러워 하기도 하고 애들을 따라 나무 위로 올라가 보기도 했다. 같이 축구하고 애들이 만든 물건들 뺏어서 도망가기도 했다. 어디 이뿐인가. 내 물건을 뺏기기도 하고 강제로 잡아 비행기를 태워주기도 하면서 애커마에서의 21일을 온전히 아이들과 지새웠다. 아무 조건없이 따뜻한 마음을 주는 아이들을 보며 1:1 거래관계에 익숙해져 있던 나 자신을 돌아 보고 반성할 수 있었다. 해진 옷을 입고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 고 돈을 벌려고 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21일간의 교류를 통해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것들, 그리고 얻은 것들이 더 많았다.

이 활동이 나에게 남긴 것들 자원활동이 끝나고 나서야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오랫동안 가슴 한 켠에 찝찝하게 남아있던 진로고민을 해결해 줬고 다른 활동가들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다. 또 아이들을 보며 내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오랜 시간 깊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 교류의 끝에서 한국이 아닌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게 됐다. 동심으로 돌아가 누구보다 신나게 뛰어 놀 수 있었고 아무 걱정없이 하루 종일 아이들 보는 즐거움에 빠져 지낼 수 있었다. 25일간의 자원활동 기간동안 쓴 일기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기쁨나눔재단의 후원자분들과 날 뽑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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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활동을 통해 얻고 온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 그만 큼 많은 아쉬움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모든 활동을 끝내고 돌아온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저만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애커마 마을을 떠날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5일동안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내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기쁨나눔재단에 지원할 때만 해도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렘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활동준비 기간이 짧고, 다른 활동가분들과도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만나는 시간이 적어 떠나기 전 많은 분들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활동을 시작하고나니 한 분 한 분 너무나 잘해주시고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저 또 한 나태해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활동가분들끼리 수업을 준비하는 과 정에서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잘 맞 지 않는 부분은 서로 배려하며 맞췄습니다. 또한 떠나기 전 걱정했던 통역 역시 베트남 활동가분 들이 너무나 열심히 수업을 해주시고 저희의 말도 잘 전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을에서의 23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정말 좋았던 것은 기쁨나눔재단을 통해 이런 활동을 했다는 것입니 다. 정해진 틀에서 하라는 대로 활동한 것이 아니라 활동가들이 모든 수업을 정하고 준비했습니 다. 활동전체를 저희가 주체가 돼 진행한다는 것이 매우 뜻 깊었습니다. 만약 다른 큰 단체에서 활동을 가게 됐다면 지시대로 하면서 별다른 감흥없이 봉사활동을 했을 것이라 감히 단정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얻어온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사람입니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헤어질 때 정이 많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다른 활동가보다 글재주가 없어서 거기서 느끼고 온 모든 것을 기술할 수는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꼭 애커마 마을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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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윤유석 활동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생 뚱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이번 국제자원활동 기간 동안 내가 매일 고민한 문제였다. 나에 게 국제자원활동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오던 막연한 꿈이었다. 그러나 국제자원활동은 내가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과 부수적인 준비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단순히 보람있는 봉 사를 한다는 생각만으로 활동에 참여했던 나는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여러 가지 어려움과 마 주쳐야 했다. 솔직히 출국 이틀 전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인터넷을 통 해 급히 이것저것을 어설프게 배워 흉내내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사전준비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준비성없이 자원활동을 기대했는지에 대해 정말 많은 반성을 했다. 현지 활동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사실 활동 자체보다 활동에 따르는 여러 부수적인 일들 때문에 힘들었다. 때로는 활동가들끼리 회의를 하면서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었고 심하지는 않았지 만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도 간간이 일어나곤 했다. 또 식사준비와 설거지, 빨래, 청소 등 한국에 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일상적인 잔일들 역시 베트남에서는 힘들고 피곤한 것일 뿐이었 다. 이렇게 내 몸이 지치고 피곤하다 보니 현지의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며 노는 것이 마냥 즐겁 지만은 않았다. 자원활동 내내 이 점 때문에 아이들과 다른 활동가분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 음이 들었다. 밝게 웃으면서 주위로 몰려드는 아이들을 보면 반갑고 귀여웠지만 그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다 쏟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고 돌아다니며 장난을 쳐야겠다는 한 국에서의 꿈을 나는 그야말로 너무 만만히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활동가로서 부족한 사람이라 고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정말 고민스러웠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 항상 반문했다. 아이들과 열심히 수업 하고 싶었고 한명의 아이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책임감을 느낄 때마다 내 모자 란 사랑과 능력 때문에 더욱 부끄러워졌다. 이런 고민 속에서 나는 다른 활동가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자원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언제였냐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마지막 날 헤어지던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그 날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던 많은 활 동가들을 봤다. 매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사람만이 그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법이 다. 분명 활동가들의 눈물은 그들이 그동안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었던 관심과 열정의 열 매였다. 한 달 동안 활동가들이 자신의 모든 열정을 바쳐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했다면 얻을 수 없었을, 정말 값진 눈물이었다. 그것은 헤어짐의 슬픔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사과나무 한 그 루를 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원활동이 끝난 지금, 내가 심는 사과나무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다. 나는 삽으로 땅을 파는 순간과 나무뿌리에 묻어나는 흙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단순히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심는 순간순간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이 마음이 언제까지 변치 않고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자원활동에서 내가 가슴 깊이 새긴 이 교훈을 쉽게 잊어버리고 쉽지 않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아련한 추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내 생활 가운데 살아있는 교훈으로 되새김 되길, 그래서 언젠가 이 자원활동이 나의 모든 것을 진정으로 변화시켰다고 부끄러움 없이 고백하게 되길, 마음으로 조용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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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기 김효정 활동가 기쁨나눔재단 국제자원활동가 1기로 베트남 꼰러방 마을에 다녀온 나는 그때 만났던 믈린이라는 소녀가 잘 지내는지 보고 싶어서 일 년이 지난 뒤 개인적으로 다시 꼰러방 마을을 찾아갔다. 일 년 만 이지만 아이들은 마치 하룻밤만 지났던 것처럼 기억하고 반겨주었다. 아이들의 마음과 웃음이 그대로였다. 그런데 아이들의 키와 몸집마저도 그대로였다. 성장기니까 쑥쑥 자랐을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이들은 여전 히 작고 말라있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사실 아이들에게는 일 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작년에 찍은 사진을 가 져가서 사진에 나온 아이를 가리키며 사진을 전해주라고 하니 그 사이에 세상을 떴다고도 했다. 드디어 다시 만난 믈린은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작은 노트 한 권에 담아 나에게 주었는데 나는 저녁 기도 시간에 어둠 속에 숨어서 눈물을 참지 못하며 읽었다. 그간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엄마와 자신도 병을 앓고 결국 학교를 유급하게 된 이야기가 담담하고도 자세히 적혀있었다. 마 지막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야기인데 말을 걸어주어서 고마워요. 언니는 내 두 번째 엄 마에요' 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그때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느끼고 베트남어를 배우기로 결 심해서 한국에 돌아온 지금 세 달째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다. 최근 정부의 종교활동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심해져서 이번 여름에는 꼰러방 마을에서 정식으로 여름학교를 열 수 없었다. 내가 성당에 머무는 것도 정부에 알려지면 곤란한 상황이었다. 아이들 을 가르치는데 오토바이 소리가 나면 두근두근했지만, 다행히 한 번도 현지 경찰과 마주치는 일 은 없었다. 작년에는 리코더를 쥐는 법부터 시작해 간단한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쳤었다. 그리고 내가 떠난 뒤 신부님께서 아이들을 연습시켜 크리스마스 합주를 하는 동영상을 보내주신 것을 보고 작은 일이 점점 커지고 영향을 미치는 것에 감동받은 일이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다 진 실력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악보 보고 연주하기를 익혔다. 기본부터 배운적이 없는데다 다시 배우고픈 의지도 딱히 없어서 수업시간에 연주하는 시늉만 내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그런 순간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곧 다시 꼰러방 마을에 간다. 아이들과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함께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 다. '언제 다시 와요?' 하는 아이들의 질문에 '12월에 다시 올게'하고 자꾸 말하다 보니 지키지 않 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도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 배운 베트남어를 통해서 아이들과 더듬더듬 소 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그 사이에 또 어떤 이야기들이 생겼을까. 아침 미 사가 끝나고 밝아오는 날을 기뻐하며 인사를 나누고 싶다. 나른한 오후 낮잠 시간이 끝나고 같이 앉아 아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밤 기도가 끝나면 별을 보면서 같이 걷고 싶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따뜻한 일이다. 다시, 꼰러방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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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우연치 않은 기회에 델타 지역의 보갈레라는 작은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저희 예수회 소속 신부님 한 분이 나기스 이후 피해 가옥과 학교 등의 복구작업을 도왔던 지역이라고 하는데, 마침 다른 지역에서 오신 예수회 신부님들을 모시고 그 지역을 둘러보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 것 이지요. 새벽 같이 일어나 양곤 항에서 6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보갈레로 향했습니다. 150명은 넉넉히 탈 수 있을 것 같은 꽤 큰 배였습니다. 9월이면 아직 우기인데, 다행히도 보갈레로 향하는 뱃길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저희 일행은 갑판으로 올라가 시원한 강바람을 쐴 수 있었습니다. 오 른편과 왼편으로 우거진 코코넛 나무와 망그로브, 불쑥불쑥 나타나는 사원의 첨탑, 간간이 뱃길 에 활기를 더해 주는 강변 마을의 부둣가... 생각보다 빠르게 전진하는 배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말 그대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이었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나기스의 아픔은 어떤 것일 까요?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미국 동부지역은 '샌디'라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지난 여름, 우리 나라도 태풍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 를 들었습니다만, 아직은 통신사정이 수월치 않은 이곳 미얀마에서 고국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따라 잡기가 쉽지 않아 어떻게들 고비를 넘기셨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서울 은 이제 난방기를 틀어야 하는 다소 쌀쌀한 가을 날씨라지요, 아마? 태풍 이야기로 서두를 연 까닭은 지난 2008년, 미얀마 남부 지역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황 급히 사라져간 싸이클론 나기스 이야기를 하고자 해서입니다. 나기스는 2008년 5월 3일 시속 121 마일의 속도로 양곤 서부의 델타 지역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양곤도 나기스에서 무사하지 못했다고 하지요. 수많은 전신주와 나무들이 넘어져 도로를 막고 해일과 침수 및 가옥 파괴 등으 로 많은 피해가 잇달았습니다. UN에 따르면 태풍 피해자는 사망자 84,537명, 실종자 53,836명 으로 실로 어마어마한 피해자 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은 그보다 더욱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 을 거라고들 합니다. 미얀마 내 스님, 사업가, NGO들이 벌인 구호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여러 제 약 속에서도 구호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사정 때문에 국제 구호 단체들 의 접근이 차단되어 피해 복구를 위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게다가 미얀마 친구의 말에 의하면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나기스가 델타 지역으로 올 줄 몰랐기에 아무런 대비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폭풍 피해를 겪었다고 합니다. 몇몇 경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국에서 주 민 대피와 같은 대비책을 제시했더라면 피해규모가 훨씬 작았을 것이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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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갈레에 당도하기까지 5-6시간이 걸렸습니다. 보갈레에 내려 점심을 먹고 몇몇 가옥을 둘러 보는 동안에는 무심하게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질퍽질퍽한 진흙길과 짚으로 얼기설기 엮은 지붕을 이고 있는 초라한 나무 가옥들... 그나마 복구작업 덕에 가족들이 바람과 비를 피해 옹기종기 모여 살 작은 공간이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전기나 상수도와 같은 기초적인 시 설의 혜택이 충분치 않기에 많은 이들의 삶은 삶이라기보다는 생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마을 곳곳에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 면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 받으려면 '직업'이 있어야 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무의식 적인 사고방식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어떤 직업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딱히 할 일 없이 동네 어귀에서 서 성이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당당히 할 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 로 나기스 이후에 많은 이들이 양곤이나 기타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습니다. 이곳에는 일거 리는 물론 먹을 것조차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오락가락하는 비 사이로 동네 곳곳을 돌아다닌 후, 양곤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작은 초등학교였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을 임의로 나누어서 여러 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의자와 책상이 더 필요한 듯 했습니다. 어두침침한 교실과 낡은 시설 사이로 외부 손님들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과 저희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시는 선생 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얀마는 아직도 스님, 부모님, 그리고 스승을 존경하는 전통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곳입니다.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니 이 나라의 앞날을 밝혀 나갈 그 분들의 사명 감과 책임감이 제게로 덩달아 전해졌습니다. 학교를 나서면서 어두운 교실 창밖으로 펼쳐진 푸른 논밭과 너른 하늘을 보았습니다. 아직은 여 러 가지로 열악한 환경, 그러나 나기스 이후 파괴되고 얼룩졌던 삶터와 일터를 복구하기 위해 이 곳 안팎의 여러 사람들이 흘린 땀방울과 여러 곳에서 전달된 정성스런 마음들... 초등학교 창밖의 대자연을 바라보며 '비록 공간과 시설의 제약이 있더라도 우리의 정신과 영혼은 이같이 푸르고 너른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정치적 변혁의 기운으로 새로운 희망을 향해 조심스럽게 그 문을 열고 있는 미얀마, 이 의미심장하면서도 중요한 시기에 이 나라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마음도 정의가 실현되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더 푸르고 너른 곳을 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 사회의 지원과 격려도 큰 힘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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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의 40%가 화장실 없이 살고 있거나 매우 취약한 공중위생 환경에 놓여져 있습니다. 필 리핀 보홀섬, 탈리본 바가카이 마을에 위치한 도밍고 초등학교 역시 화장실이 없어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특히나 사춘기의 아이들에게는 화장실 없는 것이 더 큰 불편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런 아이들을 위해 작지만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로 하였고 여러 후원자분들의 도움으 로 9월 초 화장실이 완성되었습니다. 학부모님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공사이니 만큼 더욱 의미 있는 화장실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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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밍고 초등학교에서 큰 도로를 건너 들어오면 바다 앞에 자리한 바가카이 초등학교가 있습니 다. 가정에서의 교육지도가 어려워 공교육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학교 역 시 교재, 교구가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학년별로 필요한 책 목록을 전달받은 후 도서 를 구입하고 책장을 만들어 작은 도서관이 탄생하였습니다. 교장선생님 사무실 한 켠에 동화책, 동시집, 수수께끼, 영어문제집, 수학 문제집 등으로 가득 메워진 책장이 바로 바가카이 아이들의 작은 도서관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에 빠져 마음의 양식을 높이 높이 채워 나가길 응원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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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꽁 학교」左)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복도에서 업무를 보는 선생님 右) 방과 후 일손을 돕고 있는 아이들

▲「발루쪼라 초등학교」열악한 학습 환경에서도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방글라데시의 인구는 1억6천만명으로 그 규모가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모든 것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수도 다카에서의 전기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21세기 스마트시대 를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전기없는 세상이 이 곳 방글라데시에는 존재하고 있 다. 마이멘싱에서 한 시간만 들어가도 불빛을 볼 수 없는 곳들이 허다하다. 때문에 사람들이 생 활하는데 많은 불편이 따르고 있고 실제로 등불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공부하는 학 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여기에 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태양열을 이용한 전기 배터리다. 라니꽁 마을은 다카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마이멘싱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인도 국경에 위치하고 있다. 마이멘싱 시내에서 차로 적어도 4시간을 가야 하는 지역인데 아직까지 대부분 비포장 도로여서 가는 길이 험하다. 라니꽁에는 만디 부족이 살고 있다. 만디 부족은 방글라데 시에 있는 20여개의 부족 중 가장 사람이 많으며 마이멘싱 지역과 인도 등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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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꽁의 학교는 2010년 이태리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설립됐다. 하지만 전기시설이 없어 아이 들은 어둠을 등에 업고 공부해야 하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칠판글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펜을 잡아야 한다. 물론 컴퓨터 교실이 따로 있지만 정작 컴퓨터는 한대도 없다. 이곳 아이들의 가정형편이 다들 어려워 기숙사비를 내는 아이들은 극소수다. 때문에 모든 것을 자급 자족으로 살아야 해서 논농사를 짓거나 연못에 물고기를 키워 팔아 그 돈으로 아이들의 교육비 와 기숙사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부족하고 불편한 시설을 개선할 만한 여유가 도저히 따라주지 않는다. 또한 아이들이 어른의 일손을 돕고 있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늦은 시간에 는 빛이 없어 공부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발루쪼라 마을은 라니꽁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곳 역시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마이멘 싱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다행히도 발루쪼라는 몇 달 후면 전기가 들어올 계획이라고 한 다. 하지만 전기선 구입비 등이 없어 몇 달 후가 몇 년으로 될지 모르는 일이다. 발루쪼라 사람들 은 참 순박하다. 아이들도 모두 부족아이들이라 가난하다. 학교교실은 교실인지 공사장인지 분 간이 안 갈 정도다. 이곳은 전기만큼이나 교실의 환경개선이 시급하다. 기쁨나눔재단에서는 2013년 라니꽁과 발루쪼라 마을의 학교와 가정에 태양광패널과 이를 이용 하는 전기시설을 지원하여 아이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러 반딧불이 모여 아 름다운 불빛을 형성하듯 우리의 관심과 작은 나눔이 방글라데시의 깊고 찬란한 빛으로 번져 나 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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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기쁨나눔 2013

수입

베트남 본메투옷 소수민족 센터 건립

지정후원

239,831,297 원

베트남 소수민족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빈곤할 뿐더러 많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본메

캄포디아

6,703,200 원

투옷을 중심으로 수많은 소수민족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화전민 생활을

네팔

8,325,000 원

하고 있어 아이들의 교육은 물론 사회적 참여가 쉽지 않습니다. 2013년에는 소수민족 어린이 들의 교육 증진을 위하여 지도자 양성교육을 시행하고자 본메투옷에 소수민족 센터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나눔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네팔 포카라 지역 의약품 지원

정기 및 일시 후원

86,782,889 원

미얀마

13,314,760 원

베트남

74,456,473 원

아프리카

49,914,200 원

기타

54,017,276 원

총액

기쁨나눔재단의 파트너인 네팔PHP가 위치한 포카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많은 산악인들

533,345,095 원

과 배낭여행객들에게 사랑 받는 곳이지만 험준한 지형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아파도 병원

후원계좌

에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간단한 의약품만 있어도 훨씬 수월하게 건강을 되찾을 수 있지만 의약품 부족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난해 기쁨나눔재단에서 지원한 응급 차량

32 0, 27 1, 03 6

덕분에 환자 이송이 용이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기부사업

후원계좌 예금주: (재)기쁨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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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3 62 ,5 00 원 37 ,7 55 ,6 95 원 6, 71 8, 82 4 원 3, 90 7, 78 4 원 81 1, 89 0 원

우리은행

1006-501-342107

의약품 후원 문의 02) 3276-7710~1

일반관리비

37,755,695 원

후원지역 조사방문

6,718,824 원

후원관리비

3,907,784 원

해외송금 수수료

811,890 원

총액

417,827,729 원

기 부 사 업 아 르 바 이 트 일 반 관 후 리 원 비 지 역 조 사 방 문 후 원 관 리 해 비 외 송 금 수 수 료

1005-501-638288 012501-04-215923 140-008-820720 351-0180-7854-33

48,362,500 원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 협

아프리카 지정 후원

직원 및 아르바이트

직 원

공통

320,271,036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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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 명단

정기후원 신청서 기쁨나눔재단은 아시아·아프리카의 소외된 이웃들의 자활을 도모하기 위해 교육, 환경 개선, 의료 사업을 지원하는 국제개발협력 NGO 입니다. 원하시는 후원 영역을 선택해주세요. 분야선택

아프리카

교육

네팔

보건·의료

미얀마

영양

방글라데시

환경개선

베트남

재단에 위임

후원 신청서 작성 후 양 옆을 풀칠하여 우체통에 넣어주세요

후원 신청서 작성 후 양 옆을 풀칠하여 우체통에 넣어주세요

지역선택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재단에 위임

인적사항 성 명

주민등록번호

주 소 연락처

후원방법 일시후원

원 (1회 후원)

계좌이체

원/매월 (은행에 직접 가셔서 이체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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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액

가능)

예금주명 원 / 매월

이체일

5일

25일

예금주 주민번호

후원금은 지정기부금 법인세법시행규칙에 의거하여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2012년 연말 정산용 기부금 영수증 발급 안내 1.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사이트 www.yesone.go.kr 에서 1월 중순부터 다운로드 가능 2. 1번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번거로우실 경우에는 기쁨나눔재단 사무국(02-3276-7711)에 발급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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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

(인 또는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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