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logue Essay] Juree Kim: Solid Water, Liquid Earth (Octo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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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의 물, 액체의 땅

Solid Water, Liquid Earth

앤디 세인트루이스 (미술 비평)

Andy St. Louis (Art Critic)

김주리의 조각적 실천의 핵심에는 존재의 이중성에

At the core of Juree Kim’s sculptural practice is an ongoing dialogue with dualities of existence. Materiality and ephemerality, permanence and transience—these recurring themes find form in multiple contexts throughout her oeuvre, always within a framework that implicates the landscape and its inexorable cycle of change. Kim activates elements of water and earth through her habitual use of clay as a primary medium, which she keeps in a raw, unfired state in order to facilitate a correspondence between matière and environment. Her works are thus tethered to natural processes while manifesting the imprints of artistic intervention, asserting an ontological instability premised upon these competing influences and transforming the exhibition space into a stage for rendering the passage of time.

대한 지속적인 대화가 자리한다. 작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다양한 맥락으로 그 형상을 찾아가는 반복 적인 주제들—물질성과 순간성, 영속성과 일시성은 풍경과 그것의 끊임없는 변화의 순환 속에 항상 존재 한다. 그는 재료와 환경 사이의 상호 관계가 가능하도록 가마에 구워지지 않은 비가공 점토를 주 매체로 사용해 물과 땅의 요소들을 활성화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예술적 개입을 각인하면서도 자연의 과정에 메여있고, 이러한 경쟁적인 영향력에 전제하는 존재론적인 불안정을 주장하면서 전시 공간을 시간의 경과를 구현하는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I. 퇴적 작용 중국 연안 북동 끝에 위치한 단둥시는 중국과 북한 사이의 자연적인 국경을 형성하는 압록강의 진흙투성이 둑을 기반으로 우뚝 솟아 있다. 장벽, 울타리 혹은 분계선과는 달리 침투 가능한 강이라는 경계로 인해 중국인, 북한인, 한국인 등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는 단둥이 만들어졌고, 세계적으로 접경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문화혼종화를 가져왔다. 단둥시는 북・중 무역의 수출생산중심지로 기능하며 국경 양쪽 주민들 간의 사회정치적인 구분을 약화하는 등 이들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융합은 현지 풍경에 고스란히 반영 되는데, 단둥시를 방문한 작가는 이 지점에 매료되었다. 압록강은 서한만으로 흘러 들어가 충적토로 이루어진 하구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I. Sedimentation Situated at the northernmost point of China’s shoreline, the city of Dandong rises from the muddy banks of the Yalu River, a waterway that creates a natural border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As opposed to a wall, fence or other reinforced demarcation line, this permeable river boundary has contributed to the formation of a heterogeneous population in Dandong that includes Chinese nationals, North Koreans and South Koreans, resulting in a degree of cultural hybridization found throughout border regions worldwide. The city also operates as an export production hub for China’s trade with North Korea, fostering an economic interdependence that further abstracts sociopolitical distinctions between communities on either side of the border. This confluence of cultures is reflected in the local 17


섬세한 생태계에 필요한 조건을 형성하며 서서히 축적되는 퇴적물은 퇴적 작용은 상류에서 오는 진흙과 토사의 반고체 상태의 기질을 생산하는 땅, 돌, 그리고 바다 간의 끊임없는 교류 과정의 증거다. 때가 되면, 유기물이 누적된 퇴적물은 결국 바위의 형상으로 굳어지면서 흙이 부서진 후 물, 바람 등 자연의 흐름을 타고 운반되어 새롭게 재탄생되는 자연의 순환을 완성한다. 15년이 넘는 작가의 조형 세계를 보았을 때, 퇴적 작용 은 가장 최근 작품들을 가득 채우는 적절한 은유이다. 작가가 사용하는 조각적 매체의 근본적인 핵심은 이전과 같지만 그 형태와 규모는 변모했다. 물에서 찰흙 구조물을 용해하는데 집중했던 작가의 오랜 관심은 다양한 종류의 찰흙 형태물을 축적하고 적치함으로써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탁한 액체 부산물을 재구성하고자 하려는 새로운 의지로 대체됐다. 그의 최근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풍부한 진흙 덩이들은 반고체의 구체물들로 융합되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또한 자연의 영속적인 변화의 흐름을 통해 변모한다. 이 조각들은 아직 경화되는 최종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며, 아직도 젖은 상태라는 점에서 일시적이다.

II. 어떤 젖은 상태

landscape, which captivated Juree Kim during her recent visit to Dandong. As the Yalu River empties into the Korea Bay, it creates an alluvial estuary: a landscape eternally in flux. The gradual accumulation of sediment that creates the necessary conditions for this delicate ecosystem is testament to the uninterrupted process of exchange between soil, stone and sea, yielding a semi-solid substrate of mud and silt that originates from sources upstream. In the fullness of time, sedimentary deposits of this accumulated organic matter can eventually solidify into rock formations, concluding a natural cycle in which earth is broken down and transported via natural flows of water or wind, before being reconstituted elsewhere anew. An assessment of Kim’s sculpture over the past 15 years reveals sedimentation as an apt metaphor that resonates with her most recent body of work. Although the fundamental substance of her sculptural medium is the same as ever, its form and scale have metamorphosed. Her longstanding interest in the dissolution of clay structures in water has been supplanted by an newfound impetus to reconstitute the murky liquid byproduct of this process by amassing clay forms of an altogether different sort. The ample lumps of clay that comprise Kim’s recent body of work may have coalesced into semi-solid concretions, but they are nonetheless subject to subsequent transformation through nature’s perpetual cycle of change. These sculptures have yet to reach their final, hardened state; they remain wet and, in that sense, impermanent.

작가는 이번 장소 특정적인 작업 시리즈에 세 개 언어로 된 제목을 붙여 자신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자아내고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영어에서 ‘appearance’ 혹은 ‘shape’로 번역되는 한국어 제목 ‘모습’은 대상을 바라보는 순수하게 형식적인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추상적이고 임의적으로 보이는 시각적 요소들은 이 노력을 좌절시킨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불룩한, 비재현적인 덩어리들과 표면적으로 관여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게 한다. 전시장 내에서 이러한 형태의 미적 모호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은 최소한으로 사용된 조명으로, 각각의 작품에 넓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보는 18 윤곽을 완전히 구분할 수 없게 이로 하여금 미묘한

II. A Certain Wetness In adopting a trilingual title for her new site-specific sculpture series, Kim advocates an indeterminate sensibility that invites multiple interpretations of her work. The exhibition’s Korean title moseup (모습) translates as “appearance” or “shape,” meanings which imply a purely formal approach to beholding an object. However, the abstract and seemingly arbitrary visual attributes of this sculptural series thwart such efforts, forcing viewers to abandon any attempt at surface-level engagement with Kim’s bulging, non-representational masses. Further heightening the aesthetic ambiguity of these forms within the 18


만든다. 이 조각들은 시각적 특징이 명확하지만 이를 정확히 형언하기 어려워 작품을 마주할 때 부차적 인식이 떠오르게 한다.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모습은 관람객들이 이 불가해 한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작품들의 물질성과 구성 재료 와 같은 다른 지점을 살펴보게 한다. 영문 제목 “Wet

Matter”가 작가의 조각적 매체를 고찰하기 위한 질적인 틀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젖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특성에 대한 설명이 므로 유의미한 정의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분류는 물질 표면에 단순히 액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 안이 포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떤 것이 젖었다(혹은 축축하다, 습하다, 미끄럽다, 흠뻑 젖었다 등)고 생각되는 것은 전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이다. 작가의 모호한 명명법은 영어 제목에 ‘matter’를 사용한 것에도 나타난다. 이 또한 엄청나게 넓은 범위의 지시대상을 실질적인 의미 없는 애매한 지명으로 아우르는 또 다른 기표인 것이다. 전시의 한자 제목 ‘某濕’은 적어도 초반에는 더 많은 불 확실성을 가져다준다. 한자의 첫 음인 모(某)는 ‘어떤’이 나 ‘모든’을 뜻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비특정성을 유 지하면서 특정 대상을 의미하기 위해 사용된다. 실생활 에서 이 한자음은 특정인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면 서 해당인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두 번째 음은 습(濕)으 로 영어로는 ‘wet’으로 번역되는데 이는 다시 영어 제목 과 같은 똑같은 의미론적인 곤경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 두 한자의 조합이야말로 조형물들의 본질을 가장 잘 포 착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어떤 젖 은 상태. 포괄적이고, 환기시키고, 즉각적인 이 명료한 제목은 이미지나 독립체가 아닌 어떤 조건을 설명하며, 본능적 어휘를 통해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고유한 경험 을 선사한다.

III. 육체적 끌림

exhibition space is a minimal lighting scheme that casts expansive shadows across each work and precludes viewers from fully discerning their subtle contours. Despite their distinctive visual quality, these sculptures are difficult to accurately describe, inducing a secondary mode of awareness in their encounter. The lack of an easily identifiable appearance obliges viewers to look elsewhere for insight into Kim’s inscrutable structures: their materiality, the literal stuff they are made of. Although the English title “Wet Matter” establishes a qualitative framework for contemplating Kim’s sculptural medium, it refrains from defining it in any meaningful way, since to acknowledge that the sculptures are wet is to offer all but the most basic description of their physical features. Even so, this categorization is of little help, since it merely implies the presence of a liquid on the surface of a substance, not the amount of saturation therein; the point at which something can be considered wet—whether clammy, moist, slippery, drenched or otherwise—is an inherently subjective assessment. Kim’s nomenclature of equivocation is echoed in her use of the word ‘matter’ in the title, another signifier that encompasses an impossibly broad spectrum of referents as an imprecise designation of no real significance. Turning to the exhibition’s Chinese title (某濕) introduces yet more uncertainty, at least initially. Its first character (某) means something akin to ‘any’ or ‘certain,’ and functions to denote a particular subject while retaining a degree of non-specificity. In practical usage, this character is typically inserted when referring to a person without disclosing their full identity, serving as a substitute for their given name. The second character in the title (濕) simply translates to ‘wet,’ which seemingly leads back to the same semantic predicament as the English title. However, it is the sequential combination of both Chinese characters that furnishes perhaps most appropriate expression for capturing the essence of these sculptures: A certain wetness. Inclusive, evocative and immediate, this ekphrastic title describes a condition rather than an image or entity, conveying the intrinsic experience of Kim’s sculptures through a visceral vocabulary.

작가의 최근 작품들의 형태나 매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19


시각적 수단이 부재하기에 관람객들은 자신들의 인식을 안내해줄 말초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 이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작품에서 점토의 안정적인 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시장 내 다른 공간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의 온도와 습도를 필요로 한다. 이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조성되는 시원하고 습하고 동굴 같은 분위기는 전시의 4층 공간에서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쏴 하는 소리,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와 다른 소리들은 조명이 어둑한 공간 내의 라이트모티브(leitmotif)와도 맞아떨어진다. 작가는 거기에 조각들이 자체적으로 내뿜는 자연적인 토양의 향을 보완하면서 후각적 반응을 촉발하기 위한 연필나무 향을 입힌다. 작가의 작품들은 관람객의 감각 기관에 호소할 뿐만 아니라, 참된 의미에서 장소 특정적인 압도적인 물리적 존재감을 과시한다. 각각의 작품은 그것이 설치된 전시 공간의 구체적인 차원과 분위기에 반응한다. 이중 높이의 천장과 두 개 층의 갤러리 공간을 합친 메자닌 발코니는 작가로 하여금 거의 7m에 육박하는 거대한 수직적 조각 덩어리를 구성하게 하여 그 압도적인 크기로 관람객을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 조금 더 수수한 공간은 방 너비만큼 큰 단일 조형물로 이등분되어 관람객들이 양쪽의 좁은 공간을 비집고 지나가게 한다. 또한 가늘고 긴 4층 공간에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은

12m 길이로 길게 늘어져 전시장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걸어가는 관람객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간다. 하나의 장소에서 작품 전체를 관람하는 것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조형물들의 압도적인 규모는 각각의 공간에서 인지적으로 극대화된다. 작가의 엄청난 집합체는 대립적이며 인상적이고, 관람객들이 준수해야 하는 조건을 규정한다. 즉, 관람객은 걸어서 감상하는 경험을 통해 각 조각의 규모와 관람객의 몸 사이의 직접적인 신체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겸허하며 은밀한 육체적 상관관계는 이들 조형물들에 숨겨진 부피감을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관람객이 작가의 거대한 작품에 맞게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바꾸는 동안 이 무생물의 찰흙 덩어리들은 그 자체로 점점 20 더 하나의 몸으로 간주된다.

III. Corporeal Attraction Without the visual means to readily apprehend either the form or medium of Kim’s recent sculptures, viewers must rely on peripheral senses to guide their perception. In some cases, this is unavoidable: maintaining a stable viscosity of the clay used in these works requires a constant temperature and humidity in the galleries that feels markedly different from other areas of the exhibition venue. The cool, damp, cavelike atmosphere that results from these environmental parameters is most prominent in the exhibition’s fourth-floor gallery, where reverberating gurgles, drips and other sounds compose a fitting leitmotif within the dimly-lit space. Furthermore, Kim incorporates a scent diffuser that releases an aroma of red cedar to precipitate an olfactory response that complements the natural earthy fragrance emanating from the sculptures themselves. In addition to appealing to viewers’ sense organs, Kim’s sculptures exude a commanding physical presence that is site-specific in the truest sense: each work responds to the particular dimensions and ambience of the exhibition space where it is installed. A double-height ceiling and mezzanine balcony structure that unites two floors of gallery spaces allows Kim to configure a vertical sculptural mass nearly seven meters tall, dwarfing viewers with its outsized scale; a more modest gallery space is bisected by a monolithic sculpture that spans the width of the room and forces viewers to squeeze through narrow gaps on either side; and the elongated fourth-floor gallery accommodates the largest of Kim’s recent sculptures, which stretches some twelve meters in length to unfold a durational encounter as viewers walk from one end of the gallery to the other. The overwhelming scale of the sculptures is perceptually magnified within each space, thanks to the impossibility of viewing the entirety of any of these works from a single vantage point. Kim’s monumental aggregations are confrontational and imposing, and they dictate the terms of engagement that viewers must abide by: namely, undertaking an ambulatory viewing experience that forges a direct physical relationship between the magnitude of each sculpture and that of the viewer’s body. This 20


의인화된 관점에서 보면, 다소 규정하기 힘든 이 조형물 들을 가장 잘 환기할 수 있는 방법은 이들이 보여주는 촉각의 질을 통해서다. 조형물의 가죽과 같은 질감과 밤색 색상은 동물 가죽 표면의 빛을 연상시키며, 이들 표면을 광내는 촉촉한 습기는 습한 여름밤 긴 산책을 한 후 흘리는 얇은 층의 땀과 유사하다. 이 찰흙 조형물을 둘러싸고 있는 투과성 ‘피부’야 말로 촉촉한 막을 힘차게 당겨 골이 지게 짠 골조를 노출하거나 고유한 내부 구조물에 느슨하게 걸치는 등 이들의 무형의 실루엣을 착각하게 만드는 익숙함으로 이들을 채워준다. 작가의 조형물 내외부를 가르는 이 물결 모양의 단층이 내뿜는 촉각적 매력은 반짝이는 표면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주름과 능선의 상호작용에서 비롯 되며, 피부의 추상적인 지형을 살아 숨 쉬는 풍경으로 변화시킨다.

IV. 전환 중 시간은 시간의 흔적이 남은 대상이나 물질과 상관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경과를 표시한다. 사람이 늙으면서

humbling and intimate corporeal correlation also arouses an instinctive consideration of the volumes concealed within these sculptures. Thus, as viewers continuously alter their position in relation to Kim’s hulking masses, these inanimate lumps of clay are increasingly envisaged as bodies themselves. From an anthropomorphic perspective, the most evocative aspect of Kim’s otherwise ambiguous sculptural forms is the tactile quality they manifest. Their leathered textures and brown hues approximate the distinctive complexion of animal hides, while the dewy sheen of moisture glossing their surfaces is not unlike the light layer of perspiration that appears after taking a long walk on a humid summer night. Indeed, it is the porous ‘skin’ enveloping these clay forms that imbues them with a familiarity that belies their amorphous silhouettes, whether as a moist membrane pulled taut to expose a ribbed armature or loosely draped over an indistinct interior structure. The haptic allure of this undulating strata that separates the inside and outside of Kim’s sculptures derives from the interplay of wrinkles and ridges that animates their glistening surfaces, creating an abstract topography of skin as a living landscape.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깊어지듯, 우리를 둘러싼 세계도 지속적인 물리적 변화를 겪는다. 비록 자연의 변화가 한 사람의 생에 있어 감지하지 못할 만큼 미미할지라도, 지리적인 시간의 측면에서 이러한 점진적인 변화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형태의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 지구 지형의 장기적인 변화들은 주로 생성과 파괴의 물질인 물의 영향을 받는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물은 수많은 식물 종의 성장에 필수적이며, 이 각각의 식물은 지구 얇은 표면 위의 유기적 질감이 생성되는데 작게나마 기여한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물은 돌을 흙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촉발하며 빙하의 이동 및 침식 등을 통해 그 파괴력을 발휘한다. 지질 작용이 계속되면서 어느 순간 점토가 생성된다. 분해된 바위 입자, 무기질과 물이 결합된 점토는 그 물리적 속성 때문에 변천하는 물질이다. 습할 때는 말랑말랑하고 건조할 때는 잘 부러지며 고온에 노출되면 단단해진다. 작가의 신작 설치 작업을 위해

IV. In Transition Time has a way of marking its passage, regardless of the subject or substance on which its traces are left. Just as skin becomes less supple and wrinkles deepen as people grow old, the world around us also undergoes constant physical transformation. Although the changes taking place in nature may appear imperceptible over the course of a single person’s life, in the context of geologic time these gradual mutations will eventually render the landscape as we know it unrecognizable. Such long-term changes in the planet’s geography can be largely attributed to the effects of water, a substance that functions both as a means for creation and destruction. At a micro level, water is essential for the growth of countless plant species, each of which plays a fractional role in the development of organic texture on the thin surface layer of the earth; in a macro sense, however, water operates as a disfiguring force through events such as glacial 21


조합된 도자기 점토는 그 농도는 유체이지만, 각각의 작품 표면에 얇게 펼쳐 작업한 후에도 흐르거나 위치가 바뀌지 않을 정도로 두껍다. 액체와 고체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점성 물질인 점토는 단둥시의 인간적・생태적 지리가 집적된, 다원주의와 일시성이 변증법적인 혼종성을 제시하는 소우주 그 자체이다. 경계 혹은 전달자이건, 생성자 혹은 파괴자이건, 압록강과 그 퇴적물은 각기 다른 요소들을 통합해 하나의 통합된 조건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단둥시의 변화하는 풍경의 본질을 이룬다.

movement and erosion, unleashing a process that can transform stone into soil. At some point during these protracted geological processes, clay is created. A combination of decomposed rock particulate, minerals and water, clay is a transitional substance by virtue of its physical properties: malleable when moist, brittle when dry and sturdy when subjected to high temperatures. The mixture of pottery clay used to produce Kim’s new sculptural installations is fluid in consistency, yet thick enough so as not to drip or shift in position after being thinly layered on the surface of each work. As a viscous substance somewhere between a liquid and solid, this clay serves as a microcosm of the human and ecological geographies of Dandong, where pluralism and transience propose a dialectic of hybridity. Whether operating as a border or conduit, creator or destroyer, the Yalu River and its sedimentary matter are essential to Dandong’s landscape in transition, integrating disparate elements that give rise to a singular, integrated con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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