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ntip magazine vol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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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Written by 아르뜨

아트앤팁 매거진이 시작됩니다. 현재 간행되고 있는 여타의 미술 잡지들처럼 난해하기만 한 내용은 지양하고,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 고자 합니다. 그리고 문턱이 높아 보이 는 미술사 이야기도 쉽게 풀어서 함께 담으려고 합니다. 잡지만 꾸준히 구독해 도 미술사 기초 공부가 될 수 있게끔 하 는 것이지요. 아트앤팁 매거진은 미술사, 전시, 그리 - 6 -


고 문화 전반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며 이를 위해 저 아르뜨와 7명의 필 진이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PDF 형식으로 발행할 예정입니 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어느 것으 로든 읽기 쉬운 형태입니다. 다운 받아 놓은 후 틈틈이 한 번씩 읽으며 저희 아 트앤팁 매거진과 함께 교감을 이루어 나 가고 이로 인해 독자 여러 분들의 일상 이 포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잡지의 권호는 일반적인 숫자 로 나가는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주 제를 선정하여 그에 맞는 내용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창간호이자, 2014년 5월호 의 주제는 <시작>으로 정했습니다. 즉 - 7 -


<Vol. 시작>인 셈이지요. 아트앤팁 매거 진이 시작된다는 의미와 독자 여러 분들 이 본격적으로 미술을 재밌게 향유하기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한 주제입 니다. 아트앤팁

매거진의

목차는

크게

Essay, Art History, Exhibition, Culture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ssay와

Art

History는 <시작>이라는 주제에 맞는 내 용으로

꾸며져

있고,

Exhibition과

Culture는 현재 보면 좋을 전시, 영화, 음악 이야기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모든 일에는 시 작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인해 삶의 궤도가 변화하기 시작할 수도 - 8 -


있고, 취향이 새로 시작되는 일도 있을 테지요. 아트앤팁 매거진의 Vol. 시작과 함께 여러 분들의 일상에 미술이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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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통해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법 Written by 임현정

프루스트의 장대한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통해 유년 시절의 추억 속으로 침잠하게 된 다. 그의 의식 속에서 아예 사라진 듯 했던 유년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이 마들 렌의 냄새를 매개로 하나씩 떠오르는 것 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 속에는 소중한 추억들을 되찾게 해준 마들렌의 냄새 같 은 후각적 자극 말고도 일상의 단면들을 - 11 -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시각적 매개가 등장한다. 바로 미술 작 품이다. 프루스트는 주인공의 고모 댁에서 일 하던 부엌 하녀에게서, 파도바 성당 벽 에 그려진 일곱 가지 미덕 중 ‘자비’가 의인화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왜 그는 구체적인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은 일개 부엌 하녀를 보고 이탈리아의 대가 지오토의 벽화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여 인을 연상한 것일까? 그는 일상에서 미술 작품의 모습을 발 견한다거나 혹은 미술 작품을 통해 일상 을 바라보는 식의 활동이 지루하고 따분 한 일상을 아름다운 시각으로 보도록 만 - 12 -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술 작품 이 일종의 ‘시력 보조 장치’의 역할을 담 당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프루스 트에 대해서 풀어낸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면, 프루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미술을 통해 일상에 새로운 기쁨을 부가할 수 있었는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에서 프루스트 가 삶에 염증을 느끼는 한 젊은이에게 장 바티스트 샤르댕의 그림을 보여줬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샤르댕의 그림은 예를 들어 과일 그릇, 주방 기구 같은 것을 소재로 한, 그 젊은이가 일상 속에 서 항상 마주치는, 그러나 그에게는 전 - 13 -


혀 ‘아름답지 않게’ 인식되었던 사물이나 인물들을 그린 ‘아름다운’ 작품들이었다. 프루스트는 이를 통해서 누군가에게는 보잘 것 없고 지겨운 일상의 단면으로 느껴지는 것이 그것을 보는 사람의 시각 에 따라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을 말하고자 했다. 그는 어떤 것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사물 자체에 가 치가 내재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사물 을 아름답게 지각할 수 있는 민감하고 아름다운 시각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라 고 말한다. 위대한 화가는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 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들 자신의 - 14 -


눈이 시각적 경험의 국면들에 대한 특이 한 수용성을 가졌기 때문이다.(프루스트 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p. 193)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우선 책의 앞 부분에 미술의 기능에 대 해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술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미술 작품에는 다양한 기능이 수반되어 있어 어떤 수단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미술을 신성화하고 미술 작품이 어떤 의미를 지 니는 지, 어떻게 미술 작품을 대해야 하 는지, 또한 미술 작품이 우리에게 무엇 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매도하 고 무시해버리는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 - 15 -


한다. 미술은 정치 선동의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고, 그저 심미적인 쾌감을 주는 장식용으로도 쓰일 수 있으며, 보 는 사람으로 하여금 프루스트의 마들렌 처럼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미술에 대해 흥미가 있어도 일반 대중 들은 전시장에서 미술 작품을 마주하면 뭔가 대단한 것을 느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부담감 때문에 쉽게 지치게 되고, 미술을 막연하고 어려운, 멀리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미술 전 시를 보면서 꼭 고고한 아름다움을, 혹 은 그 안에 담긴 성스러운 의미를 발견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훌륭한 화 - 16 -


가들의 아름다운 시각을 통해(그것이 추 한 것을 묘사했을 지라도) 좁은 시야에 서 벗어나 다채롭고 민감하게 주변을 바 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우리는 꽃이 만개한 복숭아 나무를 묘 사한 반 고흐의 <꽃 핀 복숭아 나무> 그 림을 통해 매일 보던 집 앞의 꽃과 나무 에서 좀 더 풍부한 미적 쾌감을 느낄 수 도 있고, 아니면 노동하는 아낙네들을 그린 박수근의 <장터의 여인>을 통해 우 리 주위의 토속적인 것을 지루한 것으로 치부해버리지 않고 정겹게 바라보는 법 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처 음부터 무엇을 담고 싶었던 것인지 막연 하게 느껴지는 추상적인 작품을 통해 내 - 17 -


안에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여태 듣지 못하고 있었던 내면의 울림을 듣게 될 수도 있다. 만연한 봄이다. 우리 모두 프루스트 그리고 알랭 드 보통처럼 미술 작품을 통해 생동하는 계절의 매일 매일을 다채 롭고 아름답게 채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 겠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민음사 -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 을 바꾸는 방법들, 청미래 - 18 -


-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문학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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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앞에서 충분히 매료된 적이 있는가. 그것을 넘어 울어 본 적이 있는가. Written by 문주희

고등학교 때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좋아했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첫 내한 클림트 전시를 보러갔다. <키스>는 없었다. 클림트의 초기 드로잉 부터 습작, 대형 그림까지 있었지만 정 작 보고 싶은 그림은 없었다. 그런데 순 간 나를 압도하는 그림 하나가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그림이었다. 제목은 <은 - 20 -


물고기(Silver Fish)>였다. 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알 수 없는 검은 마음을 덮는 상태, 황홀감, 검은 색 채는 순간 내 발걸음과 시선을 멈추고 날 압도했다. 놀라움과 함께 '이것은 무 엇인가!?'의 멍한 상태를 만든다. 한 동 안은 그 기분이 지속되었다. 뇌가 통째 로 어디론가 다녀 온 느낌이었다. 다른 그림은 잘 보이지 않았고, 클림트만의 그 화려하고 황금빛으로 물든 색채가 오 히려 무난해 보일 정도였다. 벌써 7년이 나 지난 일이지만 이 경험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는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미술을 공부하거나 혹은 관심이 있어 - 21 -


Gustav Klimt, <Silver Fish>, 1899, Oil on canvas, 82Ă—52cm - 22 -


서 실제 그림을 보았을 때 '홀렸다'의 기 분을 느껴 본 적이 있나? 굉장히 감정적 이며 감성적인 기분은 언어로 설명하기 에 힘들다. 제임스 앨킨스는 그림 앞에 서 울어본 사람들에서 세계 전역에 널 리 알려진 미술사학자들에게 미술작품 한 점 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는지에 대 해 물었다. 나로썬 그들의 대답이 매우 놀라웠다. 그들의 대답은, “나에게 우는 것은 구식이고 낭만적이며 20세기 미술에는 부적합하다.” “진지한 감상자라면 마땅히 울지 않아야 하고 어떤 경우든 울음은 예술가가 대중 - 23 -


에게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는 행위가 그림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울음은 개인적이며, 학문적 연관성이 없 고, 소통이 불가능하며, 착오에 의한 것 이고, 무지한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서양미 술사의 곰브리치도 “웃은 것은 고사하 고 미소를 지은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곰브리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을 인용하며 “그림이 사람을 울게 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 라고 했다. 다 빈치는 우는 행위에 큰 가치를 두지 있지 않았 고, 그와 같은 시대와 지역에 살았던 많 - 24 -


은 화가들 역시 그러했다.

Elisabetta Sirani, <Portrait of Beatrice Cenci>, 1662, Oil on Canvas, 64.5×49cm, Galleria Nazionale d'Arte 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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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이탈리 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귀도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실은 엘 리자베타 시라니의 모작이다)를 보고 심 장이 뛰고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를 치료하는데 1개월의 시 간이 걸렸다. 이후 미술 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격 렬한 흥분과 같은 황홀감, 우울증, 현기 증 등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켜 '스탈당 신드롬'이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나의 학문 으로 접근하는 것일까. 아니면 주관적인 감정을 중심으로 보는 것일까. 내가 그 - 26 -


림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물고기> 에서 느낀 매혹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것 일까? 나는 그림 앞에서 홀렸던 경험이 그림 을 좋아하게 된 원인으로 여기며 이러한 사실에 나름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와 같은 느 낌을 받기가 무척 어려워지고 있다. 미 술사에 관심을 갖고 알면 알수록 더 진 지해지고 그림에 대한 논리적 사고를 하 게 되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하게 눈물과 그림은 감동이 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상관관계가 있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관계의 끈은 아주 약한 것이 아닐까라는 - 27 -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당신은 그림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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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스타 코리아>, 변화의 시작 이 되기를 바란다. Written by 신상희

<아트스타 코리아>는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를 모티브로 제작한 CJ E&M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으로 해외 유학파,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비 전공자 등 15명의 다양한 출연자들의 다 양한 아이디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작가에게는 최적의 작업공간과 작 업 비용이 늘 부족한 아티스트들에게 재 료 구입 비용 등을 제공하여 그 동안 작 - 29 -


업해보고 싶은 작품을 작업할 기회를 제 공하고 대중으로 하여금 실험적이고 모험 적인 작품을 감상하고 현대미술의 이해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프로그 램이다.

그 동안 가수, 모델, 요리사 등의 서바 이벌 프로그램은 있었으나 아트와 관련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국내 첫 시도이다.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입증된 - 30 -


한 가지는 나이불문, 든든한 백그라운드 가 없고 전공자가 아니어도 본인의 재능 만으로 1등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가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거기에 수많은 블록버스터 작품들과 관련 된 전시들의 등장으로 국내 현대미술 작 가들이 설 곳이 부족했는데 그들에게 새 로운 시장의 활로를 개척해주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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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많은 평론가들은 프로그램 취지 는 좋으나 방향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 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난 번 모 방송사의 커플 메이징 프로그램에 서 방송의 재미를 위해 출연자들의 사생 활이 가감없이 노출되어 출연자가 극단의 결과를 초래한 사건처럼 작가로 활동하며 출연을 결정했던 출연자의 모습이 오인되 어 탈락 후 작가 활동을 위해 돌아갔을 때 혹여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의 소리도 있다. 거기에 출연료도 없는 프로그램에서 얻 는 게 무엇인지, 1등이 되더라도 현대미 술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확실 이 구축되는지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제 - 32 -


기되고 있는데 사후 관리적인 부분을 논 의하기 이전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보는게 먼저일 것 같다. 출연료도 없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 연한 작가들의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작 가들에게 현실적 도움을 주고 그들의 창 작 의욕 북돋기 위한 방법일까? 물론 답 은 출연자들의 알고 있겠지만 1등과 상금 및 다양한 부가적인 혜택들이 출연자들에 게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했을것이다. 그 러나 그 이면에는 현대미술을 알리고 본 인과 본인의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손쉽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준다는 믿음과 미션처럼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미술에 - 33 -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통한 자기 성찰의 시간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매회 다양한 미션이 흥미를 유 발하지만 국내 내로라하는 2명의 멘토(김 선정 큐레이터, 반이정 미술평론가)와 4 명의 심사위원(유진상 계원예대 교수 겸 전시기획자, 홍경한 경향 아티클 편집장 - 34 -


겸 미술평론가, 우정아 포스텍 인문사학 학부 교수 겸 미술사학자,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 권오상 작가) 들의 판단이 100% 정확한 결과일지 의문이다.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와 대중이 작품을 통해 얻는 메시지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닌지.. 12회 의 짧지만 긴 여정의 프로그램에 대중에 게도 출연자들의 작품에 점수를 매겨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정말 대중이 느 끼는 현대미술의 매력이 이것이구나라고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동안 다양한 시도들 사이에 아트 서 바이벌 프로그램이 현대미술시장 활성화, 대중에게 현대미술이 어떤 장르라는 정도 로 알려지기에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 - 35 -


이 시작을 통해 창의력 있는 작가를 발굴 하고 배출하여 현대 미술가들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다양한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예술가를 위 한 가장 간단명료하면서도 효과적인 소비 창구의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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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세상이라는 토양에 예 술의 꽃을 심다. Written by 신상희

창 밖에 슬픔의 비가 내리던 잔인한 4 월이 지났다. 슬픔이 채 가시지 않았는 데 그렇게 우리는 어린 꽃들이 활짝 피 지도 못한 5월을 마주하고 있다. 회색의 하늘과 녹색의 땅, 한 조각의 평화만 있 으면 되는 그런 행복한 5월인데 이번엔 그 햇살이 야속하기만 하다.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존재 한다. 그 마음의 상처는 주변 사람들로 - 38 -


부터 받은 상처도 있을 것이며 혹은 가 족을 잃은 슬픔에서 비롯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개 이러한 상 처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 될 것이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애써 외면하며 살 고 있다. 그러나 프리다 칼로는 이와 반 대로 상처를 직시하며 힘차게 극복해 나 갔다. 영화 <프리다>와 무한도전 명화 재연 달력 모델 프로젝트에서 모델 장윤주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작품을 오마주 해 이슈가 되기도 했던 멕시코의 초현실 주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는 자 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치유하며 마 음의 평화를 얻은 인물이다. - 39 -


Frida Kahlo, <Self-Portrait>, 1937

프리다 칼로는 하교 길에 트램과 버스 의 충돌 사고로 인해 오랫동안 누워있는 - 40 -


상황에서 절망의 늪에 빠져 현실을 외면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침대 위 대형거울을 붙여 놓 았다. 그렇게 그녀는 거울을 통해 온전 히 자신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의 내면으 로 들어가 끊임없이 그녀만의 아픔을 치 유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화가의 길로 들어서며 30여 년 동안 55점의 자화상을 남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재창조해내기 시작한다. 일부에서는 그녀의 예술이 리베라에 대한 사랑과 배신, 절망과 상처에서 비 롯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분명 작품에 깊이를 준 계기 는 되었을 것이다. - 41 -


Frida Kahlo, <Self-Portrait>, 1940

그녀의 자화상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 - 42 -


인 원숭이를 보면 디에고에 대한 사랑, 남성에 대한 갈망 등 내면의 본능적인 측면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있어 색채는 감정을 전달하 는 수단으로 매 작품마다 다양한 색감 표현으로 편견을 깨고 상상을 초월하여 그림 세계를 완성하는 매개체로 사용되 었다. 그리고 캔버스와 붓 또한 그녀의 상처 를 치유할 할 수 있는 연고로서 상징성 을 지니고 있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덧 바르고 덧발라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 는 것처럼 그녀 또한 캔버스에 물감을 덧바르며 그녀의 깊은 아픔과 현실이 조 금은 나아졌을 것이다. - 43 -


Frida Kahlo, <Self-Portrait>,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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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이 최근 들어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하 고 있다. 그 일면에는 여성의 사회진출 이 활발해진 사회적인 모습을 대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프리다 칼로는 작품을 통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성으로서의 좌절과 상실감을 표현하였다. 더 나아가 절망의 순간에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강하면 서도 부드러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으 며, 동시에 여성 편력이 심한 리베로를 향한 열적적인 사랑이 더해지는 아이러 니한 면모도 숨겨져 있다. 그녀의 말이, 그녀의 생각이, 그녀의 삶이, 그리고 그녀의 그림이 모두에게 - 45 -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주기를 희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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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르동(Odilion Redon), 화려 한 상징주의 화가의 시작은 어두운 밤이었다. Written by 이보미

오딜롱 르동(Odilion Redon)의 작품 을 마주할 때마다, 그동안 그림에서 느 껴보지 못했던 소름이라는 생소한 감정 에 휩싸인다. 종이의 흰 색은 어디로 사 라진 것인지 알 수 없으며 검은 어둠만 이 종이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르동의 초기작은 수 많은 감정들 중에 서 공포, 어둠, 두려움 등을 상징하며, - 47 -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인 검은색에서 출 발한다. 어둠과 함께 한 상징주의 미술 가

오딜롱

르동(Odilion

Redon,

1840-1916) 예술의 시작에 대해 소개하 고자 한다.

남들과는 달랐던 삶의 시작

오딜롱

르동(Odilion(Bertrand-Jean)

Redon, 1840-1916)은 프랑스 보르도 출생이다. 오딜롱 르동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개인사를 가지고 있었다. 오딜롱 르동은 태어난 지 이틀 뒤에 모친의 백 부 댁으로 보내져 11세까지 부모님의 보 - 48 -


살핌 없이 자랐다. 그의 형인 에루네스는 음악적 재능이 있었으나 크면서 무기력해져 포도밭을 일구는 데에만 집중했으며, 누이 동생 마리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동생 레오마 저 젊었을 때 눈을 감았다. 부모에게 한 창 사랑받을 시기에 사랑을 받지 못했던 점과 형제들의 잇따른 죽음 등은 오딜롱 르동을 자연스럽게 고독과 어둠의 길로 인도했을 것이다.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오딜롱 르동의 삶의 시작은 그의 기괴하 지만 신비로운 작품 세계가 시작되게 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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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르동, <이상한 기구와 같은 눈이 무한을 향해 간다(The Eye, like a strange ballon, moves towards infinity)>, 1882년, 종이에 석판화, 43.8×31.1cm, 로스 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 50 -


검은색은 모든 색채의 근원이다.

오딜롱 르동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갈 때 동판 화가 로돌프 브레 댕과 식물학자 아르망 그라보 그리고 환 상적인 그림을 그렸던 상징주의 화가 귀 스타브 모로, 1826-1898)에게 큰 영향 을 받았다. 위의 작품은 그의 초기작 중 하나인 <이상한 기구와 같은 눈이 무한 을 향해 간다(The Eye, like a strange ballon, moves towards infinity)>라는 신비스러운 제목의 작품이다. 어둡고 눅눅해 보이는 종이 속에는 검 은 풀밭이 짙게 깔려 있으며 그림 중앙 - 51 -


에는 그가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주요 모티프로 삼았던 안구 모양을 띈 이상한 기구가 위치해 있고, 그 아래에는 사람 의 얼굴로 보이는 반쯤 가려진 형상이 있는데 이러한 형태는 작품을 오랫동안 응시하게끔 해준다. 이렇게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기괴 스럽다는 느낌과 함께 내면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던 우울한 감정이 서서히 수 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왜 이러한 감정 이 드는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주위의 소음, 상황 등이 사라지 며 오직 작품과 작품을 바라보는 나에게 만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힘의 근원에는 오딜롱 르동이 - 52 -


담아낸 검은 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까. 오딜롱 르동은 생전에 검은색은 모 든 색채의 근원이며 본질적인 색채로서 아름다운 색채보다 훨씬 우수한 대변자 라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세상엔 아름답고 화려한 색들이 많지만, 슬픔, 고독, 우울 같은 감정 일체를 한 번에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은 검은 색일 것이 다. 어쩌면 오딜롱 르동은 자신이 살아왔 던 삶, 그를 둘러싼 환경, 그의 감정을 검은색이라는 하나의 색을 통해 보여주 고 싶었을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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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르동, 페가소스를 탄 뮤즈, 1900년경, 유화 - 54 -


어둠을 뚫고 나와 화려한 색채의 화가로

오딜롱 르동은 1890년대에 접어들면 서 어둠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채를 사용 하기 시작한다. 그가 주로 사용했던 색 채는 주로 파스텔과 유화였다. 파스텔과 유화를 통해 오딜롱 르동은 화려한 색채 의 화가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오딜롱 르동이 이렇게 급작스레 색채 의 변화가 생긴 계기로는 먼저 1886년 강렬한 색채가 특징인 인상파 화가 고갱 을 전시회에서 만난 점과 1889년 아들 이 생기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게 되자 심적으로도 평온을 찾았던 점을 들 수 - 55 -


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의 특징과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에 반해 오딜롱 르동은 초기작과 후기작이 색채와 재료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 는 점이 다른 화가들에 비해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색채와 재료는 차이 를 보이지만 식물과 동물 사이의 기괴한 형상, 재질 부분에서는 후기에 들어서도 초기작들과 동일하다. 이렇게 그는 어둠 을 뚫고 나와 화려한 색채로 일생 전반 에 걸쳐서 그렸던 꽃, 여성 등을 표현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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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르동의 시작

오딜롱 르동의 시작은 밤의 어둠 같았 지만 끝은 밝은 빛과 같았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 다. 자신의 예술 세계가 검은색으로 시 작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에 대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모든 색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색 으로 시작했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성을 펼칠 수 있었고

후에 화려한 색으

로 쉽게 전환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 한다. 이렇듯 오딜롱 르동은 그를 둘러 싼 고독에서 예술을 시작하였고 종래에 는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예술가가 될 - 57 -


수 있었다.

☞ 참고문헌 : 김형구, 『서양의 미술 <38> 르동』, 서문당,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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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rdian Spirit of the Waters>, 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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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a martyr>, 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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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aignĂŠe souriante>, 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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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aven>, 1882 - 62 -


천재 아닌 천재, 빈센트 반 고흐의 시작 Written by 권유진

빈센트 반 고흐. 그 이름만으로도 가 슴이 아려오는 이 화가는 독특한 화풍과 특유의 분위기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다. 그 의 작품 속에 묻어나는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는 애처로울 만큼 가슴 아픈 삶을 살아간 그의 인생이 녹아있다. 10년 남 짓한 그의 화가 인생은 37세라는 짧은 인생 중에서도 더욱 짧은 시간이었다. - 63 -


변변치 않은 환경에 최소한의 미술교 육조차도 받지 못한 그가 투철하게 살아 온 종교인으로서의 삶을 등지고 화가로 서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어쩌면 그 의 불행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 만 아이러니하게도 후세를 살아가는 우 리는 그의 불행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 품을 마주하면서 행복해하고 있다. 반 고흐의 작품들은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작품성을 갖고 있 다. 그렇게 되면 그의 작품이 천재가 만 들어낸 걸작이라 생각되겠지만, 분명히 반 고흐는 천재가 아니었다. 화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그 무렵, 반 고흐 - 64 -


는 거장들의 그림을 끊임없이 습작했다.

그 중 장 프랑수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의 습작은 습작임에도 불구하고 대 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그림이다. 하루하 - 65 -


루 서로 다른 감정과 느낌을 담아 <씨 뿌리는 사람>을 그려나갔기 때문에 그의 1100여점의 습작들은 어느 하나도 서로 같은 그림이 없다. 즉 반 고흐의 화풍은 단순한 광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꾸 준한 연습과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위대한 화가에게 무 책임하게, 혹은 간편하게 ‘천재’라는 맹 목적인 수식어를 함부로 가져다 붙이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반 고흐가 범접 하지 못할 천재성보다는 끊임없는 노력 을 한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점이 우리에 게 일말의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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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展 - 인상주의, 그 빛 을 넘어 by 국립중앙박물관 Written by 윤인미

잔인한 4월이 지났다. T.S.엘리엇이 그 의 시집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하다고 표현한 이후 고유 명사처럼 4월은 잔인 한 달이 되었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마 음을 불안하게 흔들었고 황사바람은 눈 과 코를 매캐하게 만들었다. 또한 일찍 만개한 벚꽃은 어떤 이들에게 기쁨이지 만, 어떤 이들에게는 쓸쓸함을 더하는 잔혹함이 되기도 했다. - 68 -


그런 4월이 지났다. 계절의 여왕 5월,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됐다. 5월을 맞아 미술관 · 박물관들은 주요 전시들을 선 보인다. 5월에 붙는 수식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월 3일부 터 시작한 <오르세미술관展 -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거장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클로드 모네의 후기 작품에서부터 광 학적 시각을 반영한 신인상주의, 도시와 문명을 떠나 원시적 삶을 찾아 나선 폴 고갱과 퐁타방파, 독자적 세계를 찾아 나선 빈센트 반 고흐와 폴 세잔을 비롯 하여 세기말적 시각을 반영한 상징주의 - 69 -


화가들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 치는 많은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인상주의를 넘어 강렬한 색채와 평면적인 화면으로 자연의 구조와 원시 적 삶,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이들 의 작품은 근대미술에서 현대미술로 넘 어가는 미술사적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인상주의, 그 이후

19세기 파리는 도시가 재정비되고 만 국박람회가 개최되는 등 밝고 활기찬 근 대 도시로 변모하였다. 클로드 모네, 오 - 70 -


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 인상 주의 화가들은 순수한 색채에 풍부한 빛 을 담아 근대 도시 파리의 일상을 그렸 다. 1874년 첫 번째 전시회 이후 1886 년까지 모두 8번의 인상주의 전시회가 개최되었지만 1880년 이후 화가마다 독 자적인 화풍을 추구하면서 인상주의 그 룹의 결속력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모네는 대상의 형태보다 빛에 따라 순 간적으로 변하는 색채의 표현에 더욱 집 중했고, 드가는 조각과 화려한 색채의 파스텔화로 관심을 돌렸다. 르누아르는 고전미술에 영향을 받아 부드러운 색채 로 인체의 윤곽과 입체감을 돋보이게 표 현했다. - 71 -


클로드 모네, <런던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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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양산 쓴 여인> 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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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리, 집, 보트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 이 사물들이 놓여있는 공기의 아 름다움을 그리고 싶다. 그건 불가능이나 다름없지.” 클로드 모네, 1893년 부인 알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은 물체는 그 자체로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사되는 빛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으 며, 사람은 망막에 맺힌 정보에 따라 대 상을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순간적으로 망막에 포착된 다 양한 스펙트럼의 색채를 캔버스에 재빠 - 74 -


르게 옮기고 싶어했다. 클로드 모네는 인상주의 미학을 가장 엄밀하게 구현했 던 작가였다.

새로운 시각 신인상주의

즉흥적이고 불규칙적인 붓질을 보여주 었던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신인상 주의 화가들은 당시 과학적인 광학이론 에 따라 색채를 구사하고 대상을 다르게 지각했다. 조르주 쇠라는 인상주의 유산 을 수용하는 동시에 고전으로의 복귀라 는 새로운 분위기에 부응하였다. 쇠라는 광학이론을 꼼꼼히 읽고 인상 - 75 -


주의보다 더욱 체계적으로 빛과 색채를 이해하였다. 그는 가장 순수한 외광의 색채를 재현하기 위해 팔레트에서 물감 을 섞지 않고 직접 캔버스에 점을 찍어 서 눈으로 인식하게 하는 방법을 화폭에 녹여냈다. 이러한 방법으로 인해 신인상 주의를 ‘분할주의’ 혹은 ‘점묘주의’라고도 한다. 조르주 쇠라가 신인상주의 출발을 알린 이후 폴 시냐크는 신인상주의 이론 을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니 그 림을 가득 메운 꼼꼼한 점들은 숨을 가 쁘게 할 정도였다. 함께 관람하던 어느 꼬마 숙녀는 신인상주의 그림을 보고 " 엄마, 화가는 참 힘들었겠어요!" 라고 말 - 76 -


했다. 실제로 신인상주의 화가들은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1~2년 정도의 시간 이 걸렸고, 눈의 피로로 시력이 손상되 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폴 시냐크 <아비뇽 교황청>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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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삶을 찾아서, 고갱과 퐁타방파

폴 고갱은 산업화 되어가는 도시를 벗 어나 야생적이고 원시적인 삶을 갈망했 다. 퐁타방에 정착한 그는 이곳에서 그 를 추종하는 예술가 그룹을 이끌며 고갱 은 자신의 그림을 관념과 현실을 아우르 는 ‘종합주의’를 발전시켰다. 화면은 물 감이 발라진 평면이라고 생각했다. 색채나 형태의 ‘의미 있는 관계’를 통 해서 보는 이들을 감동시키는 순수한 감 성의 세계는 인상주의에서 시작된 근대 미술의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고 갱과 퐁타방의 화가들은 이국적이고 영 - 78 -


적인 주제를 단순화 된 형태와 강렬한 색면으로 표현했다.

폴 고갱 <노란 건초더미 (황금빛 수확)> 1889, 오르세미술관소장

“너무 자연에 치우쳐 그것을 모사하지 말라. 예술은 하나의 추상이다. 자연의 - 79 -


앞에서 꿈을꾸며 그 자연을 추상화하라.” 폴 고갱(Paul Gauguin)

반 고흐와 세잔, 고독한 천재들

빈센트 반 고흐는 1886년 파리에 정 착했으나 곧 파리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1888년에 아를(Arles)로 떠났다. 이곳에 서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꿈꾸었던 그는 자신의 정신적 삶을 반영한 강렬한 작품 들을 남겼다. 세잔 역시 1886년 파리를 떠나 고향인 엑상프로방스 지방에 정착 했다.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분 석을 통해 자연을 본질적인 구조로 표현 - 80 -


한 그의 걸작들이 이곳에서 제작되었다. 세잔은 세상을 인상주의자처럼 순간적 인 빛의 반영이라고 보지 않고 영구적인 질서가 있다고 믿었다. 자연을 지탱하는 뼈대를 찾아 화면을 견고하게 구성하는 것이 세잔의 목표였고, 그래서 자연을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인 구, 원뿔, 그 리고 원기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 했다. 그후 도래하는 현대미술, 특히 입 체주의 화가들은 세잔의 영향으로 인해 회화를 질서와 구조를 지닌 하나의 독립 된 장으로 이해하였으며, 이는 결국 20 세기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미술 양식 중 하나가 되었다. - 81 -


폴 세잔, <양파가 있는 정물>, 66 x 82cm, 오 르세미술관소장

“나는 자연을 원통, 원추, 구로 본다” 폴 세잔(Paul Cezanne) - 82 -


파리, 거리의 삶

19세기 말 파리의 거리에는 새로운 도 시의 삶을 누리려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 다. 새롭게 들어선 거리를 산책하거나 축제와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서민들과 노동자들이 19 세기의 파리를 살아갔다. 테오필 스탕랑 을 비롯한 19세기 말 화가들은 이 거리 의 순간순간을 포착하고 도시 생활에 가 려진 서민들의 소박하지만 바쁜 일상들 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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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당시 그려진 그림에서는 파리 인들의 여가 활동 중에 극장에서 공연 관람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활발한 여가를 즐기던 파리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옷가지를 챙겨 입으며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 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곧 극장에서 쏟아져나와 거리를 채울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인상주 의 작가들이 그린 사회는 우리가 살아가 고 있는 현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현 대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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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꿈, 상징주의와 나비파

19세기 말 폴 세뤼지에, 피에르 보나 르, 모리스 드니, 에두아르 뷔야르 등 일 군의 화가들은 스스로를 ‘선지자’라는 뜻 의 ‘나비파’라고 부르며 고갱의 영향을 받은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회화를 그렸 다. 또한 이들은 회화의 목적이 재현만 이 아니라는 신념을 계승하였다. 세기말 문예사조 전체에 유행했던 상징주의의 영향으로 피비 뒤 샤반느, 오딜롱 르동 은 관념이나 환영, 꿈을 표현하고자 했 다. 도시 문명을 벗어나 자연의 원초적 인 세계를 그렸던 루소는 20세기 전위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 85 -


앙리 루소, <뱀을 부리는 여인>, 캔버스에 유채, 167×189.5cm, 오르세미술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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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다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화 가입니다. 당신은 이집트 양식에서, 나는 현대적 양식에서"

앙리 루소, 1908년 자신을 위해 파티를 열어준 청년 피카소에게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인상주의 작품 전시를 보기 위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박물관을 방문한다. 교육의 목적으로 아 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온 명작들을 실제 로 보여주기 위해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 고, 각각의 작가들이 지닌 개성있는 그 - 87 -


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박물관을 찾기도 한다. 항상 볼 수 없고 특별한 기간에만 볼 수 있는 '특별전'이라는 것 도 큰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유명 화가들은 화 가이기 전에 우아하고 세련되고 도시의 감수성을 지닌 전형적인 파리지앵의 모 습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캔버스에 담 은 파리의 공기, 음울함과 화창함이 공 존한 날씨, 수다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파리의 밤과 낭만을 느끼고 싶다 면 이 전시를 꼭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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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展 -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1. 전시기간 2014. 05. 03 - 08. 31 2.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Ⅰ․Ⅱ실 3. 관람시간 화, 목, 금 09:00~18:00 수, 토 09:00~21:00 일, 공휴일 09:00~19:00 * 매주 월요일 휴관 4. 관람요금 성인 12,000원, 중고등학생 10,000원, - 89 -


초등학생 8,000원 5. 전시 홈페이지 www.orsay2014.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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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현대미술

액체문명展

Liquid

Times by 서울시립미술관 Written by 윤인미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프랑 스 출신 유명 일렉트로닉 뮤지션 다프트 펑크의 노래 제목이다. 현대 사회는 노 래 제목처럼 더욱 열심히 빠르고 강하게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으며 액체처럼 유 동하고 있다. 그 속에서 현대인들은 표 류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 며 바쁘게 ‘Work It, Make It, Do It’ 하며 살아간다. - 91 -


본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보았 지만 외면해버린 것들을 우리의 눈높이 까지 들어 올려 정면에 두고 '자! 보아 라, 마주쳐라!' 한다. 그 과정은 약간의 불편과 당혹스러움을 안긴다. 현대사회에 서 누구나 한번쯤 보고 잠시 혀를 차며 안타까움에 고개를 젓지만 이내 곧 잊었 던 것들에 대한 중국과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준다. 꽃 장식을 한 탱크가 북쪽으로 향한 다. 그 모습이 꽃상여 떠나는 모습 같다. 평화를 떠나 보내는 상여일까? 이용백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 탱크>를 선보인다. 가장 아름다 우며 연약한 꽃과 전쟁(폭력)의 상징인 - 92 -


이용백,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 탱크>, 2012, video_2’54”

하고 무거운 탱크의 대립을 통해 작가는 남북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갈등에 대한 직접적인 비유를 한다. BGM으로 흘러 나오는 전쟁과 유혈사태에 대한 뉴스는 전쟁의 위협과 불안이 만연한 사회를 암 - 93 -


시한다. 이 작품을 보고 아래 사진이 생각났 다. 총구에 꽃이 꽂힌 순간 어떠한 목적 아래 쉽게 사람에게 겨누던 총의 방아쇠 는 이제 사람을 향해 당기는 것이 어려 운 일이 된다. 사진 속 군인의 표정은 <액체문명展>의 작품들을 볼 때 짓게 마 련인 우리들의 표정만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꼭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Flower Power> - 94 -


쉬용, <Fairy Tale(Ai Weiwei)>, 2011, Pigment Print, 144x108cm

선명히 그려보고자 하는데 멀어지는 것은 육체적 한계로 인해 잊혀져 가는 소중한 기억만은 아닐 것이다. 어떠한 보석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모습도 마찬 가지이다. 쉬용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사회에서 순응하고 흐려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뿌연 효 과의 사진으로 표현했다. 뿌연 안개 같 - 95 -


은 자화상이 현대인과 가장 닮은 자화상 일 것이다.

한진수, <White pond - the moon>, 2014

땅바닥에 거의 붙어 시선을 마주치기 싫지만 종종 마주치는 존재는 무엇일까? 쓰레기 봉투를 마구 헤집어 음식물 쓰레 기를 끄집어내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 96 -


길고양이, 날고 있는 모습보다 걷는 모 습을 더 많이 보는 회색의 비둘기, 그리 고 환승역이나 번화한 거리에 항상 사회 에 대한 불만을 내뱉으며 술과 담배에 절어있는 모습의 걸인을 들 수 있다. 필자는 길에서 죽은 동물의 주검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길고양이와 비둘기의 주검인데, 자동차에 치어죽어 형체를 알 아볼 수 없게 된 형상을 보고 가까이 다 가가 보다가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사 람들이 무심코 지나가다가 밟기도 하고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이유로 나뭇가지로 콕콕 찔러보기도 한다. 간혹 비가 오면 생기를 잃어 쳐진 육 신에 축축해진 털이 온 사방으로 나뒹굴 - 97 -


게 된다. 사체를 수습해줄 사람이 없다 면 그렇게 길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 다. 그 모습이 비참하다. 그러한 광경을 그대로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옮겨 놓은 작가 한진수는 작품을 통해 만연한 타인 의 죽음에 대한 무관심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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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Story I, 흥정을 통해 부랑자들로부터 구입한 적선 받은 돈과 적선 도구>, 2013, 빨간 펠트, 프린트, 빨간 스티 커, 가변 설치

술의 신 디오니소스(바쿠스)의 이름을 딴 에너지드링크 박카스. 걸인은 그 박 카스통을 주워 '약 값을 제발 보태 달라' 는 외침을 적은 동냥 그릇으로 사용한 다. 쾌락과 열정을 상징하는 신 바쿠스 - 99 -


와 피로회복과 자양강장을 위한 박카스. 고통을 줄이고 낫길 바라는 '약'. 그 관계 가 참 아이러니하다. 이원호 작가는 서 울 곳곳에 위치한 걸인들과 흥정하여 산 동냥 그릇 약 4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는 대가없는 적선을 통해 그들과 나를 구분 짓고 동정하기보다 '흥정'이란 협상 의 장에 걸인을 끌어들여 그들을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인간과 인간으로 마주 하게끔 한다. 걸인들이 많이 있는 지하철역을 이용 할 때 천 원짜리 몇 장을 꼭 챙기곤 했 다. 나의 적선이 그들에게 따뜻한 요깃 거리가 되길 바라는 바람이 아니었다. 기꺼이 그들의 동냥 그릇을 채워주고자 - 100 -


하는 마음 또한 아니었다. 나와 그들을 구분짓고 혹시 적선하지 않으면 나한테 해를 끼칠까 싶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 이었다. 우리가 남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어쩌면 익숙해져 있는 현실을 아무런 생각없이 유지하려 고만 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행 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본 전시는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중국 과 한국 작가들의 현대미술전이다. 미술 시장의 영역 아래에서 우리나라의 현대 미술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거래되는 중국 현대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위 상이 약소한 것으로 평가받곤 한다. 하 지만 <한중현대미술전 액체문명전>에서 - 101 -


는 급변하고 예견 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사회와 문명의 비판을 중국과 한국 작가 들이 서늘한 냉소와 함께 한 전시라고 생각된다.

<한중현대미술展 - 액체문명展> 1. 전시기간 2014. 03. 20 - 05. 11 2.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3. 관람시간 화~금 10:00~20:00 토 · 일 · 공휴일 10:00~19:00, 뮤지엄데이 : 매월 첫째, 셋째주 - 102 -


화요일밤 10시까지 연장 개관 * 휴관 : 매주 월요일 4. 관람요금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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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담백한 사랑의 시작 Written by 임현영

그와 그녀가 마음을 엽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군 가는 연인을 처음보자마자 후광이 비쳤 다고 하지요. 하지만 서서히 물들어가는 경우는 어떨까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어느 순간 사랑에 흠뻑 빠졌음을 인지할 때도 있습니다. 이 담백한 사랑의 시작을 멜로디에 담 아낸 영화, <원스>입니다. - 105 -


1. "내가 듣잖아요"

새벽입니다. 목청이 터져라 자작곡을 부르는 그에게 그녀가 다가갑니다.

"낮엔 사람들이 아는 곡만 듣길 원해서 아무도 안 듣는 밤에 불러요. 아무도 안 들어요." - 106 -


"난 듣잖아요."

대중은 그에게 자작곡이 아닌 유명한 노래를 원합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그의 노래'가 아닌 그저 '노래'가 듣고 싶으니 까요. 내가 아는 유명한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젖고 싶을 뿐이지 상대방의 이야 기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 107 -


하지만 그녀는 다릅니다. 그냥 '노래'가 아닌 '그의 노래'를 궁금해 합니다. 듣고 싶어 합니다. 상대방을 좋아하기 시작했 다고 느낀 순간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 의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그녀의 이야 기가 듣고 싶을 때 관심이 시작합니다.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퇴근은 언제 했는지, 길에서 뭘 봤는지 모두 궁금한 사람이 있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줄 사 람이 없는 이야기는 메아리일 뿐이죠. 허접한 내 자작곡을, 시시콜콜한 내 이 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생길 때 비로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더 이야기하고, 공 유하고 싶어지죠. 나의 사소한 부분을 - 108 -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생길 때, 그런 사 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조심스 레 마음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2. 포착

전날 말실수를 하게 된 그는 그녀를 찾아갑니다.

그녀의

반응은

싸늘하죠.

CD를 구워왔다는 그의 말에도 그녀는 영 시큰둥합니다. 안절부절 못하는 그는 결국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그녀는 천천 히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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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영화는 두 사람을 '포착' 합니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멀찍한 곳 에 떨어져 있습니다. 때때로 그와 그녀 - 110 -


를 번갈아 비추긴 하지만 거리를 유지합 니다. 두 사람과 카메라 사이에 수많은 군중이 지나다닙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종종 시야를 가리기도 하죠. 그럼 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습니다. 일자리를 얻었다 는 그녀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함께 걸어가는 뒷 모습까지 바라보고 있네요. 제가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생기는 '포착' 본능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그 사람에게 시선 이 가게 마련이죠. 주위에 몇 명이나 있 는지, 어떤 방해물이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뒤에 있어도 의식하게 - 111 -


되잖아요. <원스>의 두 사람도 마찬가지 입니다. 거리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상관없죠. 그 사람이 서있으면 그 곳을 포착할 뿐입니다. 카메라가 두 사람의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해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교감

그녀의 진공청소기를 고치기 위해 다 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음악적 공감대를 발견하죠. 그 는 기타를, 피아노를 쳐왔다는 점입니다. 수리점을 향하던 중 그녀가 잠깐씩 연습 - 112 -


한다는 피아노 상점에 들르게 됩니다. 마침내 악기 앞에 앉은 두 사람, 그리고 음악영화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장면인 <Falling Slowly>를 연주합니다.

서툰 합주입니다. 오늘 처음 맞춰 본 노래인데다가 아직은 서로가 낯설기만 할 뿐이지요. 그럼에도 이 장면이 로맨 틱한 이유는 '교감'의 느낌을 십분 살려 - 113 -


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작곡한 노래 <Falling slowly>를 차근차근 알려 줍니다. 그녀는 서툴지만 한 박자 한 박 자 따라갑니다. 코드와 코러스도 익혀갑 니다. 그렇게 화음을 쌓아가고, 결국 멋 진 하모니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의 노래는 곧 그의 내면 세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의 세계에 들 어온 그녀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할 것 입니다. 그도 그런 그녀를 배려합니다. 그녀가 낯선 세계에 안전하게 착지하게 끔 도와줍니다. 하나, 하나 알려주면서 요. 사랑의 도입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 다.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 114 -


세계를 탐색합니다. 상대가 나를 너무 낯설어 하지 않게 배려하고, 또 안내합 니다. 그렇게 각자의 세상에서는 만들 수 없는 새로운 화음을 쌓아갑니다. 연두색 이파리가 올라오는 계절입니 다. 생명력이 가득한 요즘, 사랑의 시작 을 떠올리며 영화 <원스>를 함께하는 것 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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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시작'에 관하여

Q 1. 나에게 ‘시작’이란? Q 2. 예술에 대한 관심, 언제 시작되었 나요?

■ 윤인미 www.facebook.com/inmeeyoon 예술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부터 '시작' 됐어요. 시작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친구에게 마로니에북스에 서 나온 세계 명화 시리즈 책을 선물 받 았을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대표하는게 '예술'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 116 -


로 예술에 대한 짝사랑은 현재 진행중이 에요.

■ Juhee Mun www.facebook.com/juheemun 2. 중학교 2학년 때. 미술시간에 미술선 생님한테 이쪽 전공할 생각 없냐는 소리 들었을 때부터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난 현재 문과대학생이라는 점.

■ 심민경 www.facebook.com/minjoo0123 1. 시작은.... 마음을 다 잡는거요.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아무것도 시작이 - 117 -


안돼요. 일단 정신, 마음부터 다잡아야 뭘 해도 되더라고요.

2. 부모님 덕분에 일본, 중국, 터키(이스 탄불), 스페인(마드리드)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14살부터 16살 사이에 4개 국을 다녀왔었는데요. 갈 때마다 미술 관련 팀에 속해서 다녀왔었어요. 우에노 의 미술관에서 서양 미술작품도 보고 일 본 미술을 공부하고 마드리드에 가기 전 에 벨라스케스와 피카소, 고야에 대해 공부하고 그들의 그림을 직접 보면서 자 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미술작품을 보고 느끼고 분석 하는게 좋아서 미술관도 자주가면서 결 - 118 -


국 공부 해야겠다 까지 오게 된 거죠... ㅎㅎ

■ 김지선 www.facebook.com/colors5615 1. 저에게 시작이란 '끝'의 또 다른 말이 에요. 그리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2.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예술 이 무엇이다 라고 명확히 정하기 어려운 만큼 그 시작도 애매모호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물들듯이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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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nae Lee www.facebook.com/sinae.lee.5895 저에게 시작은 무언가에 마침표를 찍고 새 문장을 써나가는 그런 느낌이에요. 새로운 곳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 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보면 저에 게 시작은 새로움인가 봐요! 예술에 대 한 관심은 학부 때 미술사를 전공하며 뿅간거 같아요. ㅎㅎ 신세계가 열린 기 분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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