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관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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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um Organum 신기관


지식을만드는지식 자연과학선집

Novum Organum 신기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지음 김홍표 옮김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차례

머리말 ·····················vii

잠언 1권 ·····················3 잠언 2권 ····················120

해설 ······················353 지은이에 대해··················360 옮긴이에 대해··················361


신기관, 또는 자연계의 진정한 이해를 향한 방법론에 대해


잠언 1권

1. 자연에 종속되었지만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어서 자연을 분석해야만 하는 인간은, 자연을 관찰하고 그 법칙을 사색 하는 한에서만 그것의 상당부분을 이해할 수 있으며 또 뭔 가 할 수 있다. 그 이상의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뭔가 할 수 도 없다.

2. 맨손이 그런 것처럼 그 자체로 방치된 인간의 지성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도구의 도움을 받아 일이 행해지듯 지성도 마찬가지다. 손에 도구가 주어지면 그에 상응하는 운동을 할 수 있거나 하기 쉽게 되듯이 정신의 도구도 사물 에 대한 이해나 그 원인을 파악하는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3. 인간의 지식과 인간의 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원인을 모른 채로는 어떤 결과도 해석할 수 없기 때문 이다. 자연을 지배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 다. 자연계가 작동하는 데에는 항상 뭔가 원인이 있다. 그것 이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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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연의 실체를 가능한 한 한데 모으거나 해체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자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수 행한다.

5. 공학자, 수학자, 외과의사, 연금술사 혹은 마술사들이 자 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고 있 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듯 그들은 크게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고 괄목할 만한 성과도 없다.

6.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방법 아닌 다른 것에 의 해, 지금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자기 모순이다.

7. 인간 노동과 지적 능력의 산출물인 책과 가공물은 매우 많다. 그러나 이들 다양성이라는 것 대부분은 기존에 이미 알려진 몇 가지 사실에 기초했거나 그것을 조금 변형시킨 것뿐이다. 이들 산출물의 근거가 되는 절대적 진리(공리, axioms)2)는 기실 그 수가 많지 않다.

2) 공리란, 어떤 이론 체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근거가 되는 명제다. 어떤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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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게다가 이미 알려져 있는 공리라는 것도 우연적 사건이나 반복적인 실험에 의존해 나타났을 뿐이지 진정한 과학에 기 반은 둔 것은 아니었다. 소위 우리가 가진 과학이라는 것도, (그 체계가) 이미 발명된 것의 기초가 되는 공리가 잘 직조 된 것도 아니고, 방법론적으로도 새로운 발명이나 방향을 지시할 만한 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9. 과학계에 존재하는 모든 악은,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었던 인간의 정신력을 우리가 간과해왔던 데에, 혹은 그 것을 지나치게 믿어 왔거나 그른 방향으로 숭배해 왔던 데 에 그 뿌리가 있다.

10. 인간의 감각이 섬세하고 이해력이 특출하다고 해도 자 연의 미묘함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칭송 해 마지않는 인간의 사색과 가설들 혹은 번지르르한 해석들 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며 자연의 정수를 엿본 사람은 여태껏 아무도 없다.

명제들을 증명하기 위한 전제로 이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가정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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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당대의 과학이 새로운 발견에 종종 걸림돌이 되는 것처 럼 현재의 논리학도 새로운 과학을 정립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12. 현재의 논리학은 진리를 탐구하기보다는 그들이 기초하 고 있는 잘못된 토대를 공고히 하거나 고착화하는 데 봉사할 뿐이다. 따라서 이로움은 적은 대신 해로움은 사뭇 크다.

13. 삼단 논법은 과학에 적용될 수 없었고 쓸데없는 공리만 을 양산했다. 자연의 미묘함에 도저히 미칠 수 없기 때문이 다. 삼단 논법은 명제를 확증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사물 의 진리에 접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14. 삼단 논법은 명제로 구성되어 있고, 명제는 단어들로, 단어는 개념의 상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개념(사물의 뿌리다) 자체가 혼란스럽거나 그것이 사실(fact)에서 조악 하게 추상된 것이라면 그것으로 논리의 상부 구조를 구축하 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진정한 귀납법(induction)이다.

15. 논리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우리의 개념은 아직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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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지 않다. 질료(substance), 성질(quality), 능동(action), 수동, 정수(essence) 자체는 제대로 확립된 개념이 아니다. 무겁다, 가볍다, 진하다, 묽다, 습하다, 건조하다, 생성, 붕괴, 인력, 척력, 원소, 물질(matter), 형태(form) 등은 앞의 것들 보다는 좀 덜하지만 이것들도 모두 아직은 제대로 규명되어 있지 않다.

16. 몇몇 종들, 가령 사람, 개, 혹은 비둘기 같은 개념과 즉각 인식할 수 있는 감각, 예컨대 뜨거움, 차가움, 검은 것, 하얀 것 등은 우리를 물질적으로 잘못 인도할 가능성이 거의 없 다. 그러나 이런 개념도 물질이 변하거나 다른 것과 섞이면 헷갈릴 수 있다. 정당한 방법을 거쳐 실체에서 만들어지고 추상되지 않은 다른 모든 개념들은 잘못된 것이다.

17. 개념의 형성 과정이 그런 것처럼 공리를 세우는 데에도 방종과 오류가 있다. 또한 통속적인 귀납법에 의해 도출된 여러 원칙들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삼단 논법에 의해 끌어 낸 낮은 수준의 명제와 공리는 여기서 더 언급할 것도 없다.

18. 지금까지 과학 분야가 이룬 발견은 천박한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매우 피상적이었다. 자연의 내부에 깊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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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들어가 그 본질에 접근하려면 보다 신뢰성 있고 정당 한 방법에 따라 사물(things)에서 유래된 개념과 공리가 필 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확실한 지적 수정을 거친, 보다 진보한 것이어야 한다.

19. 진리를 추적하고 발견하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뿐이 다. 하나는 감각과 개별자(particular)에서 출발해서 가장 일 반적인 공리에 도달한 다음, 그것을 확고부동한 진리로 삼 아 이들 원칙을 판단하고 중간 수준의 공리에 이르는 것이 다. 현재 유행하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들도 역시 감각과 개 별자에서 출발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거기에서 점진적이 고 지속적으로 상승한 다음 마침내 가장 보편적인 공리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 는 진정한 과학적 방법이다.

20. 인간의 지성은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19에서 서술된 길을 좇아, 논리학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가기 십상이다. 왜 냐하면 인간의 정신은 곧바로 일반화 과정을 치르면서 그곳 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실험을 계속해야 되는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논리학은 이 과정에서 폐해를 더욱더 조장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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