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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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喩經 백유경


1. 소금을 먹은 사람(愚人食鹽11)喩)

옛날에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집에 이르러 그 집 주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음식이 싱거워서 맛이 없다 고 불평을 했다. 주인은 이 말을 듣고 소금을 넣어 맛을 바 꿔주었다. 소금을 넣어 음식 맛이 좋아지자 문득 스스로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음식이 맛있게 된 것은 소금을 넣었기 때문이야. 조금 만 넣어도 이러한데 만약에 더 많이 넣는다면?” 어리석은 사람은 그저 무턱대고 지나칠 정도로 소금을 넣어서 먹었다. 먹고 나서는 입맛을 잃고 도리어 병이 나고 말았다.

비유하면 저 외도12)들이 음식을 절제하면 도를 터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음식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7일 동안, 어떤 사람은 15일 동안 음식을 먹지 11) ≪고려대장경≫에는 ‘塩’으로 되어 있다. 12) 외도(外道): 불법 이외의 다른 교법이나 사악한 설법의 이단. 이교도를 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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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으나, 다만 스스로 굶주림에 괴로웠을 뿐이고 도를 터 득하는 데에는 아무런 보탬이 없었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을 맛있는 것으로 여기고 부질 없이 소금을 먹어 입맛을 잃어버렸으니, 이는 또한 저들과 똑같은 것이다. 췌언

비록 경전을 많이 외운다 하더라도 뜻을 알지 못하면 무슨 이익이리오? 하나의 불법의 구절이라도 이해하여 수행한다면 도를 얻을 수 있으리라. 雖多誦經 不解何益 解一法句 行可得道.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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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유를 짜지 않은 사람(愚人集牛乳喩)

옛날에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장차 손님이 찾아오면 우유를 짜서 대접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만약 지금부터 날마다 우유를 미리 짜두면 우유가 점점 많아져서 나중에는 우유를 둘 곳이 없어 맛이 상하고 말 거야. 젖소의 배 속에 그냥 두어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 렸다가 단박에 짜야겠어.”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바로 암소와 송아지를 끌고 각각 다른 곳에 묶어두었다. 이윽고 한 달 뒤에 그는 잔치를 열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바야흐로 젖소를 끌고 와서 우유를 짜려고 했는데 우유가 말라서 나오지 않았다. 그때 손님들은 화를 내거나 비웃었다.

어리석은 사람이 또한 이러하다. 남에게 보시13)를 하려 고 하다가 도리어 이런 말을 한다.

13) 보시(布施): 탐욕이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재물을 베풂. 가난한 사람에게 물건을 베풀어줌. 곧 복리(福利)를 남에게 베풀어주는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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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물을 많이 모은 뒤에 한꺼번에 보시할 거야.” 미처 재물을 모으지 못했는데 고을 관리, 수해 및 화재, 도둑이나 강도에게 빼앗겨 버리거나, 또는 갑자기 죽어서 보시를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저 사람이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췌언

계율을 닦고 보시를 하면 복을 지어서 행복하게 되리니 이로부터 피안에 가게 되며 항상 안락한 곳에 이르리라. 修戒布施 作福爲福 從是適彼 常到安處.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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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로 머리를 맞다(以梨打破頭喩)

옛날에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머리에 털이 없었다. 그때 어 떤 사람이 배를 가지고 그의 머리를 두 번, 세 번 때려서 온 통 다치고 깨지고 말았다. 이때 이 어리석은 사람은 말없이 참기만 하고 피할 줄을 몰랐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어찌 피하지 않았소? 그저 맞더니만 머리가 깨지고 말 았구려.”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했다. “저 사람은 교만하게 자기 힘만 믿을 뿐, 바보처럼 지혜 가 없어요. 내 머리에 머리털이 없는 걸 보고 ‘돌덩어리’라고 하더니, 배로 내 머리를 때려 깨뜨리고 말았어요.”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바로 어리석은 사람이면서 어찌 저 사람더러 바 보라고 하시오? 만약 당신이 바보가 아니라면 어찌 남에게 맞아 머리가 깨지는데도 달아나서 피할 줄 모른단 말이오?”

비구14)들이 또한 이러하다. 수행을 하고 계율을 믿으며 지혜로운 설법을 듣지만 다만 위엄스런 모습만 갖추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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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15)을 챙기니, 저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머리를 맞으면 서 피할 줄을 몰라 다치고 깨졌는데도 도리어 그 사람이 바 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 비구가 또한 이 사람과 같은 것이다. 췌언

실다운 지혜라고 하는 것은 생로병사의 고해를 건너는 튼튼한 배이며, 빛 없는 어두운 곳을 환히 밝히는 등불이다. 實智慧者 則是度生老病死海堅牢船也 亦是無明黑暗大明燈也.

-≪불유교경≫

14) 비구(比丘): 출가한 남자 승려. 250계를 받음. 15) 이양(利養): 자기 이익(利益)과 중생의 공양(供養)의 준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얻는 은혜나 행복, 그리고 대중들의 공양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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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떤 부인의 거짓말(婦詐稱死喩)

옛날에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반듯하게 잘생긴 부인이 있어 마음으로 무척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겼다. 그런데 부인은 정조와 신의가 없었다. 그 뒤에 가끔 다른 사람과 서로 사귀더니 간사하고 음탕 한 마음이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정(情)을 준 사내를 쫓 아가고자 마음먹고 자기 남편을 버리고 떠나려 했다. 이에 은밀하게 늙은 어미에게 말했다. “제가 떠난 뒤 죽은 여자의 시신 한 구를 가져다가 집 안에 두세요. 그리고 제 남편에게 제가 죽었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자 늙은 어미는 그 남편이 없는 때를 엿보다가 시신 한 구를 집 안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 남편이 돌아오자 늙은 어미가 말했다. “자네 부인이 죽었네.” 남편은 곧장 들어가서 시신을 보고 자기 부인이라 믿었 다. 그리고 슬피 울면서 괴로워했다. 장작을 높이 쌓고 기름 을 부어 화장(火葬)을 하고서는 유골을 거두어 작은 주머니 에 담아 밤이나 낮이나 품속에 지녔다. 그 뒤에 그 부인이 정을 준 사내에게 싫증이 나자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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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대답했다. “내 부인은 벌써 죽었는데, 당신은 누구시오? 함부로 내 부인이라고 하는 거요?” 두세 번에 걸쳐 말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

저 외도들이 다른 사람의 사특한 말을 듣고는 마음으로 미혹16)되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서 진실이라 말하고 오래도 록 고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비록 바른 가르침을 들었으나 믿고 받아들여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췌언

깨끗하고 순일하며 진실하고 노력하면 지게미와 쌀겨의 신세를 면하게 되리라. 淸淨純一 眞實强力 離諸糟糠17).

-≪대법고경≫

16) 미혹(迷惑): 사리에 잘못된 것이 ‘미’, 사리에 밝지 못한 것이 ‘혹’. 17) 조강(糟糠): 술지게미와 쌀겨. 교만한 비구와 추악한 법을 비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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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목이 마른데도 물을 바라보기만 하다(渴見水喩)

지난날에 어떤 사람이 어리석어 지혜가 없었다. 무척 목이 말라 물이 필요했는데, 뜨거울 때 올라가는 신 기루를 보고는 물이라고 하더니 곧장 달려가서 신두하18)에 이르렀다. 이미 물이 있는 곳에 이르렀으나 바라보기만 하 고 마시지 않았다. 옆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당신은 목이 말라서 물을 쫓아 지금 물이 있는 곳에 이 르렀는데 무슨 까닭에 물을 마시지 않는 거요?”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했다. “당신이 다 마시면 내가 마시려고 했소. 이 강물이 너무 많아 다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마시지 않고 있는 것이라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크게 비웃었다.

비유하면 외도들이 치우쳐서 그들의 이치를 취하고 자 기는 부처님의 계율을 지킬 수 없다고 하며, 마침내 받아들

18) 신두하(新頭河): 고대 인도의 강. 힌두강. ≪고승전≫에는 신두(辛頭). ≪대당서역기≫에는 신도(信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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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않아 장차 교의(敎義)를 깨닫지 못하고 생사의 날락 가19)에서 떠도는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물을 바라 보기만 하고 마시지 않아서 당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 또한 이와 같다. 췌언

만약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면 이름을 얻어 바른 사람이 되고 모든 것에 계율을 깨는 사람은 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若受持戒者 可得名爲人 一切破戒者 則如狗不異.

-≪정법염처경≫

19) 날락가(捺落迦): 고통 받는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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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죽은 아들을 집 안에 두다(子死欲停置家中喩)

옛날에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길렀다. 그 런데 한 아들이 먼저 죽었다. 이때 이 어리석은 사람은 자식 이 이미 죽은 것을 보고 집 안에 그대로 내버려 두려고 했다. 이웃 사람이 보고서 그에게 말했다. “삶과 죽음은 길이 다르므로 빨리 단정하게 갖추어 먼 곳 으로 가서 장사를 지내야 합니다. 어찌 그대로 내버려 두려 고 하시오?” 이때 어리석은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스스로 생각했다. “만약 내버려 두지 못하고 꼭 장사를 지내야 한다면 다시 한 아들을 죽여서 두 시신을 한꺼번에 메고 가는 게 낫겠어.” 이에 곧바로 다시 한 아들을 죽여 두 아들의 시신을 메고 숲 속의 들판으로 가서 장사를 지냈다. 당시 사람들이 그를 보고 매우 비웃었으며, 일찍이 없었 던 해괴한 일이라고 했다.

비유하면 비구가 사사롭게 하나의 계율을 어기고서도 마음으로 고치고 뉘우치기를 싫어하며, 잠자코 덮어서 감 추고는 스스로 청정20)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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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 그에게 말한다. “출가한 사람은 금지하는 계율을 지키기를 밝은 구슬을 보호하듯이 하여 흠이 생기거나 망가지지 않게 해야 한다. 당신은 지금 어찌하여 계율을 어기고서도 참회하지 않는가?” 계율을 어긴 사람이 말한다. “진실로 참회해야 하는 것이라면 다시 계율을 어긴 뒤에 참회하는 마음을 내보일 것이오.” 마침내 계율을 깨뜨리고 나쁜 짓을 많이 하고는 이윽고 단박에 참회하는 마음을 내보인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한 아들이 이미 죽자 또 한 아들을 죽인 것과 같다. 지금 이 비 구가 또한 저와 같다. 췌언

도품이라고 하는 누각은 계율로써 성곽을 삼으며 선정이라는 마음의 성은 계율로써 기둥을 삼는다. 道品樓觀 以戒爲郭 禪定心城 以戒爲柱.

-≪성실론≫

20) 청정(淸淨): 나쁜 짓으로 인한 허물이나 번뇌의 더러움에서 벗어난 깨끗 함. 자성청정(自性淸淨)과 이구청정(離垢淸淨)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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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른 사람을 형이라고 하다(認人爲兄喩)

옛날에 어떤 한 사람이 생김새가 단정하고 지혜를 온전히 갖추었으며, 다시 돈과 재물이 많아 온 세상의 사람 가운데 칭송하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와 같은 형편을 보고 바로 ‘나의 형’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저 사람이 돈과 재물이 있어서 필요하면 쓸 수 있기 때문에 형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빌려간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나의 형이 아니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이오. 어찌하여 재물이 필요하면 형이라고 부르고, 빚을 갚으라고 하니 다시 형이 아니라고 하시오?”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했다. “내가 저 사람의 돈과 재물을 얻으려고 형이라 했지, 사 실은 나의 형이 아니라오. 더욱이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면 형이라고 부를 수 없지요.”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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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외도들이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훔쳐다가 쓰면 서 자기 것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이 수행21)하도록 가르쳐도 즐겨 수행하지 않고 이런 말을 한 다. “이익과 공양을 위해서 저 부처님의 말씀을 취해 중생을 교화하고 인도했지만 아무 실속 없는 일이니 어찌 수행을 하겠는가?” 지난번에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을 얻기 위해서 나의 형 이라고 말했다가, 그 빚을 갚아야 하자 다시 자기 형이 아니 라고 말한 것과 같다. 이는 또한 저와 같은 것이다. 췌언

만일 사람이 작은 나무를 잡고서 큰 바다로 들어간다면 사람과 나무 모두 잃게 되니 게으른 사람 또한 그러하다. 如人執小木 而入于巨海 人木則俱沒 懈怠者亦然.

-≪잡아함경≫

21) 수행(修行): 부처님의 교법에 있는 대로 몸소 행하고 실천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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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옷을 입을 줄 모른 산지기(山羌偸官庫衣22)喩)

지난날 세상에 어떤 산지기23)가 있었는데, 왕의 창고에서 물건을 훔쳐 멀리 달아났다. 이때 국왕이 사방으로 사람을 보내 찾게 하여, 산지기를 잡았다. 산지기가 왕의 곁에 이르 자 왕이 곧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옷의 출처를 물었다. 산지기가 대답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옷은 바로 할아버지가 입으시던 것입 니다.” 그러자 왕이 옷을 한번 입어보라고 했다. 사실은 산지기 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옷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을 줄을 몰랐다. 그래서 팔을 넣어야 할 곳에 다리를 끼우고, 허리를 넣어야 할 곳에 반대로 머리를 끼운 것이다. 왕은 훔친 것임을 알고 여러 신하들을 모아놓고 함께 이 일을 상의하고 나서 말했다. “만약 이 옷이 네 할아버지가 입던 옷이라면 마땅히 입을 줄 알아야 하는데 어찌하여 거꾸로 입는가? 이는 입을 줄 모

22) ≪고려대장경≫에는 ‘衣’가 없다. 23) 산지기: 산강(山羌). 산림에서 사냥이나 목축을 하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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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기 때문이니 네 옷은 반드시 훔친 것이고, 예전부터 가지 고 있던 옷이 아님이 분명하다.”

가설하여 비유하면 왕은 부처와 같고, 보물 창고는 법과 같은 것이다. 어리석은 산지기는 외도와 같아서 불법을 훔 쳐서 듣고 자기의 교법 가운데 슬쩍 가져다 놓고는 자기 것 인 양 여긴다. 그러나 그것을 알지 못하는 까닭에 불법을 놓 은 것이 위아래로 뒤죽박죽이고, 법상24)조차 알지 못한다. 저 산지기가 왕의 보물 창고에서 옷을 훔쳤으나, 옷 입는 순 서를 알지 못해 거꾸로 입었으니,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췌언

불법에 의지하되 타인에 의지하지 말며 진리에 의지하되 언어에 의지하지 말며 지혜에 의지하되 식견에 의지하지 말라. 依法不依人 依義不依語 依智不依識.

-≪열반경≫

24) 법상(法相): 모든 법의 모양. 만유의 자태. 법문 의리의 피차와 전후의 구 별을 세워 분명히 알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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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버지의 덕행을 칭찬하다(歎父德行喩)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기 아버지의 덕 행을 칭찬하며 이런 말을 했다. “나의 아버지는 인자(仁慈)하여 남을 해치지도, 물건을 훔치지도 않으셨습니다. 항상 정직하시고 진실한 말씀만 하시며, 아울러 보시를 행하셨습니다.” 이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 니 말했다. “내 아버지의 덕행은 당신 아버지보다 더 낫소이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어떤 덕행이 있는지 그 일을 말해보시오.”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했다. “내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음욕(淫慾)25)을 끊어 처음부 터 물들어 더러워진 일이 없으셨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만약 음욕을 끊었다면 어떻게 당신을 낳은 것이오?” 무척이나 황당하여 당시 사람들의 얄궂은 웃음거리가

25) 음욕(淫慾): 음탕한 욕심. 색욕(色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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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

세상에 지혜가 없는 무리가 사람의 덕행을 칭찬하고자 하지만, 그 진실을 알지 못해 도리어 헐뜯고 욕하는 꼴이 되 는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아버지를 칭찬하려는 생 각에 말을 잘못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또한 그와 같은 것이 다. 췌언

보살행을 행하고자 한다면 육신의 목숨을 바라지 말고 막히거나 무너짐이 없으며 마음을 내어 정진해야 한다. 行菩薩行 不願身命 無能沮壞 發心趣向.

-≪화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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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층 누각을 짓다(三重樓喩)

아주 먼 옛날에 집이 부유한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는 데 바보처럼 아는 것이 없었다. 그 뒤에 부잣집에 가서 3층 누각의 집을 구경했는데, 누 각이 높다랗고 널찍하며 근엄하고 화려하며 바람이 잘 통하 고 햇빛까지 잘 들자 마음속으로 무척 부러워하며 이런 생 각을 했다. ‘내가 가진 재물과 돈이 저 사람보다 적지 않은데 어찌 지금껏 이와 같은 누각을 짓지 못했을까?’ 그리고 곧장 목수를 불러서 물어보았다. “저 사람의 집에 있는 반듯한 누각을 지을 줄 아시오?” “그것은 내가 지은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말했다. “지금 나에게 저것과 똑같은 누각을 지어주시오.” 이에 목수는 곧 땅을 닦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지었다. 어리석은 사람은 벽돌을 쌓아서 집 짓는 것을 보고는 오히 려 의심하고 수상하게 여기더니 스스로 이해할 수 없게 되 자 목수에게 물었다. “어떤 집을 지으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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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누각 집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다시 말했다. “나는 아래 두 층은 원하지 않소. 먼저 맨 위층만 지으시 오.” “그렇게는 못합니다. 어떻게 맨 아래층을 짓지 않고 2층 을 지으며, 2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3층을 짓는단 말입니까?” 어리석은 사람은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나는 지금 아래 두 층은 필요 없소. 나에게 반드시 맨 위 층만 지어주시오.” 이때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야릇한 웃음을 짓고 모두 이 런 말을 했다. “어떻게 아래 1층을 짓지 않고 위층을 지을 수 있단 말인 가?”

비유하면 부처님을 따르는 네 부류의 제자,26) 곧 비구· 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이 정진27)·근구28)·수행을 하

26) 사배(四輩): 사중(四衆). 사부(四部) 제자. 곧, 비구(比丘)·비구니(比丘 尼)·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 또는 부처님이 설법하실 때 그

자리에 있던 대중들의 시종(始終)에 따른 네 부류, 곧 발기중(發起衆)· 당기중(當機衆)·영향중(影響衆)·결연중(結緣衆). 27) 정진(精進):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항상 용맹하게 나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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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고 삼보29)를 공경하는 데 게으르고 태만하다가, 도 과30)를 구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말을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지금 아래의 나머지 삼과31)가 필요하지 않고, 오 직 저 아라한과를 얻고자 한다.” 또한 그때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췌언

정진함이 너무 급하면 번뇌와 후회가 늘어나고 정진함이 너무 느리면 사람이 게으르게 된다. 精進太急 增其掉悔 精進太緩 令人懈怠.

-≪잡아함경≫

28) 근구(勤求): 수행을 부지런히 하여 불도를 구하는 일. 29) 삼보(三寶): 불·법·승. 곧 깨달음과 모범과 화합을 뜻하며, ‘보’는 귀하 다는 뜻임. 30) 도과(道果): 불도의 결과. 깨닫는 것. 곧 열반을 말함. 31) 삼과(三果): 소승의 교법을 수행하는 성문(聲聞) 깨달음의 4과(果) 가운 데 앞의 3과. 수다원과·사다함과·아나함과. 마지막은 아라한과(阿羅 漢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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