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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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m Kriege 전쟁론


제1장 전쟁의 본질


1. 전쟁이란 무엇인가?

1) 정의 전쟁이란 대규모의 결투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전쟁을 구성하는 수많은 결투들을 하나의 단위로서 이해한다면 결 투를 벌이는 두 사람을 상상함으로써 전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은 각기 물리적인 힘으로 상대로 하여금 자 신의 의지에 굴복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직접적인 목표는 상대를 쓰러뜨려 상대가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이다. 따라서 전쟁이란 우리의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위이다. 폭력은 상대방 폭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창안된 일련의 술(術)과 과학으로 스스로를 무장한다. 폭력에는 국제법상 의 관례라는 이름으로 제한이 따르지만 그 제한은 폭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지 못한다. 폭력은 전쟁의 수단이며 적 에게 우리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은 전쟁의 목적이다. 이 목 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적을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며 이것은 바로 이론상으로 전쟁 행위의 진정한 목표다. 이 19


목표는 목적을 대신하고 전쟁 자체의 실제 부분이 아닌 것 인 목적을 내버린다.

2) 폭력의 극단적 사용 인도주의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사상자를 내지 않고 교묘하 게 적을 무장해제하거나 타도하는 것을 전쟁술의 참다운 목 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무리 유쾌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런 인식의 오류는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전 쟁과 같은 위험한 일에서 자비로운 마음으로부터 생기는 인 식의 오류는 최악이기 때문이다. 폭력의 극단적 사용이 결 코 동시에 이성의 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피를 흘리 며 폭력을 무자비하게 사용하는 쪽이 반대로 자제하는 쪽 보다 당연히 우월성을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상대에게 자 기의 의지를 강요하는 양쪽의 폭력 행위는 내재하는 힘의 균형 외에 다른 한계가 없다면 극한 상태로 상승하게 되어 있다. 문명 민족 간의 전쟁이 야만 민족 간의 전쟁보다 덜 잔인 하고 덜 파괴적이라면 그 이유는 국가 내부는 물론 국가 관 계에 존재하는 사회적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런 상 20


황을 통해 전쟁은 제한, 완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 은 전쟁 자체에 속하는 것이 아니고 전쟁 이전에 이미 주어 진 것이다. 따라서 전쟁 자체의 이론에 완화의 원칙을 도입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인간의 싸움에는 본래 두 개의 상이한 동기, 적대 감정과 적대 의도가 있다. 여기서 우리의 개념 정의는 후자에 기초 를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보편적 요소이기 때문이 다. 가장 야만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증오감도 적대 의도 없 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대 의도는 전혀 적대 감정에 지배되지 않은 채로도 존재할 수 있다. 야만 민 족은 감성에 치우친 의도가 주로 지배하고 문명 민족은 이 성에 따르는 의도가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야 만과 문명 자체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야만과 문명에 수반 되는 여러 가지 상황과 제도 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 차이 는 반드시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가장 문명화 된 민족 간에도 상호 격렬한 적대 감정은 불타오를 수 있다. 따라서 문명 민족 간의 전쟁을 단순히 정부의 이성적 행 위의 결과로 보거나 열정과는 무관한 것이고, 따라서 전쟁 은 결국 전투력의 물리적 힘을 결코 사용할 필요가 없이 양 쪽 전투력을 숫자로 비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대수학적인 전쟁에 21


불과하다. 전쟁은 폭력 행위이며 폭력의 사용에는 한계가 없다. 각 자 상대에게 자기의 요구를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며 그리 하여 상호 작용이 생기고 이론상 극단적 상태까지 발전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가 마주치는 첫 번째 상호 작용이며 첫 번째 극단(무제한성)이다.

3) 목표는 적을 무장해제하는 것이다 앞에서 전쟁 행위의 목표는 적을 무장해제하는 것이라고 말 하였는데 이제 그것이 적어도 이론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적으로 하여금 우리 의지에 따르도록 강요하려면 우리가 적에게 요구하는 희생보다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 속으로 적을 몰아가야 한다. 또한 그런 어려운 상황은 적어도 외견 상 일시적인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적은 굴복하지 않고 유리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대 관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발생하는 모든 변화 는 이론적으로는 적을 현재보다 더 불리한 상태로 몰아가야 한다. 교전 당사국이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완전한 무장해 22


제다. 그러므로 만약 전쟁을 통하여 적에게 우리 요구를 받 아들이도록 강요하려면 그들을 완전히 무장해제 상태로 만 들거나 아니면 그럴 가능성의 위협을 받는 상황 속으로 그 들을 몰아넣어야 한다. 이로부터 적의 무장해제 또는 적 타 도는 언제나 전쟁의 목표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전쟁이란 살아 있는 세력이 죽은 집단과 싸우는 행위가 아니다. 완전한 무저항은 결코 전쟁이라 할 수 없다. 전쟁은 언제나 살아 있는 두 세력 간의 충돌이다. 전쟁 행위 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 것은 양쪽에 공히 적용된다. 이 는 또 다른 상호 작용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를 타도하지 못하면 상대가 나를 타도할지 모른다는 것을 두려 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적을 장악하지 못하면, 적은 내가 그에게 강요한 것처럼 나에게 그의 뜻을 강요할 것이 다. 이것은 두 번째 극단으로 치닫는 두 번째 상호 작용이다.

4) 힘의 극단적 발휘 적을 타도하려면 적의 저항 능력을 고려하여 우리의 노력을 적절히 맞추어야 한다. 적의 저항 능력은 서로 분리할 수 없 는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모든 가용 수단’이고 23


다른 하나는 ‘의지력’이다. 가용 수단은 숫자의 문제(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로서 측정가능하다. 그러나 의지 력은 측정이 어려우며 단지 활기를 불어넣는 동기의 강도에 의해서 대략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적의 저항 능력을 대략 알아내게 되면 그에 따라 우리 자신의 노력을 조절할 수 있다. 적을 압도할 때까지 증가시키든가 아니면 그런 여력이 없을 경우 가능한 한 최대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적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할 것이므로 여 기서 상호 간의 경쟁은 이어질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것은 양쪽을 또 다른 극단으로 치닫게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마주치는 세 번째 상호 작용이며 세 번째 극단이다.

5) 현실적 제한 인간의 이성은 추상적 개념의 영역에서는 극단에 이를 때까 지 결코 정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서 이 이성은 극단 성과 관계하고 자신의 내적 법칙 외에 다른 어떤 법칙에도 따르지 않는 자유로운 힘의 충돌과 관계하기 때문이다. 전 쟁의 순수 개념으로부터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와 그것을 달 성하려는 제반 수단에 대한 절대적 조건을 추론하고자 한 24


다. 그러면 지속적인 상호 작용 때문에 극단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논리적 추론 과정으로부터 빚어진 상상력의 장난에 불과하다. 만일 우리가 절대적 조 건에 집착하여 현실의 모든 어려움을 회피해 버리고 극단을 목표로 하여 노력을 경주하는 엄격한 논리성만 고집하면 그 것은 결국 추상적 이론에 불과하고 현실 세계에서 아무런 효력을 지니지 못할 것이다. 비록 그 극단적인 노력을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절대적 수 치로 나타낼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인간의 이성은 그런 논리적 망상에 지배되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노력은 쓸 데없는 힘의 소모를 초래하고 정부의 다른 정치적 원칙과 상충하고, 설정된 목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며 실현할 수 없는 의지의 노력만을 요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의 지는 논리성만으로 힘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옮겨 보면 모든 것은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추상 세계는 낙관주의가 지배적이 어서 전쟁에서 양쪽은 완전성을 추구하고 달성하려 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 가능할까? 다음과 같은 조건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첫째, 전쟁이 갑자기 일어나고 이전의 정치적 사건과 관 계없이 완전히 고립된 행위인 경우, 25


둘째, 전쟁이 단 한 번의 결전이나 또는 동시에 이루어지 는 여러 개의 결전으로 구성되는 경우, 셋째, 전쟁이 결전 자체로 완전히 끝나고, 전쟁에 이어지 는 정치적 상황이 사전의 계산에 의해 전쟁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이다.

6) 전쟁은 결코 고립된 행위가 아니다 위의 첫 번째 조건에 대하여 생각해야 할 점은 대립하는 양 쪽 중에서 어느 쪽도 상대편에 대해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는 사실이다. 이 점은 저항 능력 중에서 외부 여건에 의존하 지 않는 요인인 의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의지란 전혀 알 수 없는 요인은 아니며 오늘의 의지 상태에서 내일의 의 지를 알 수 있다. 전쟁이란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으며 또 한 순간적으로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 면 양쪽은 각각 상대방의 미래의 모습과 행동을 놓고 판단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현재의 상황과 행동을 보고 판 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 문에 결코 절대적인 완전성에는 이를 수 없다. 양쪽에 공히 나타나는 이 결점은 완화의 요인을 만드는 것이다. 26


7) 전쟁은 단 한 번의 결전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조건은 다음과 같은 고찰이 필요하다. 만약 전쟁이 단 한 번의 결전이거나 또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여러 개의 결전으로 구성된다면 전쟁 준비는 극단성을 띠게 될 것이 다. 왜냐하면 한 번 놓친 기회는 결코 다시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우리가 아는 적의 전쟁 준비 상태는 우리의 준비를 위한 척도로 삼을 뿐이고 나머 지는 추상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전쟁이 여 러 연속적 행위로 결판나는 것이라면 진행된 각각의 행위는 나중에 일어날 행위에 대한 척도를 제공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현실 세계는 추상의 세계를 대신하게 되며 극단의 성 향은 완화될 것이다. 물론 모든 가용 수단이 한꺼번에 동원되거나 동원될 수 있다면 모든 전쟁은 필연적으로 단 한 번의 결전이나 또는 동시에 행해지는 몇 개의 결전으로 완전히 해결될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한쪽에게 불리한 결과는 불가피하게 그 편의 가용 수단을 감소시키고 또 만약 첫 번째 결전에서 모든 것 을 투입했다면 두 번째 결전은 더 이상 생각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 후 이어질 수 있는 모든 군사 행위는 본질적으 로 첫 번째 결전의 한 부분이며 그 연장 상태에 불과하다. 27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쟁 준비에서부터 현실 적인 세계가 추상적인 개념의 세계를 대신하고 구체적인 현 실적 계산이 극단성의 가설을 대신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 쪽은 상호 작용에 의하여 극단의 노력을 억제할 것이며, 모 든 힘을 한꺼번에 투입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모든 힘이 동시에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은 바로 힘 의 본질과 사용 방법 때문이다. 여기서 힘이란 실질적인 전 투력, 국토의 면적과 인구, 그리고 동맹국을 말한다. 국토(면적과 인구를 의미함)는 모든 전투력의 원천일 뿐 만 아니라 그 자체가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것은 실질적인 전장이 되거나 또는 전장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모든 이동 가능한 전투력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가 전쟁의 최초 행동에 완전히 다 포함 될 정도로 작지 않다면 모든 요새, 하천, 산악, 주민 등과 같 이 전 국토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동맹국 은 전쟁 당사국의 의지대로만 협력하지 않는다. 국제 관계 의 성격상 동맹국의 협력은 종종 한참 뒤에 제공되거나 또 는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강화된다. 저항 수단 가운데는 즉각 실전에 투입할 수 없는 것이 대 부분의 경우에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28


차지한다. 또한 최초 결전에서 지나치게 전투력을 소모하여 힘의 균형이 아주 불리하게 깨진 상태에서도 저항 수단은 균형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전쟁에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시에 완벽하게 모으는 것은 전쟁의 본질상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실 자체가 첫 번째 결전을 위한 노력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것 은 아니다. 왜냐하면 패배로 끝나는 결전은 언제나 누구에 게도 불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첫 번째 결전이 그것만 으로 끝나지 않더라도 그 결전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것 이 나중의 전투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성상 처음부터 최대로 노력을 기울이려 하 지 않으며 전쟁 당사자들은 언제나 나중에 결판낼 수 있다 는 이유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결전 에는 가능한 모든 노력과 전투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자기 약점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하면 그것은 다른 쪽에게 노력을 완화하게 만드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를 제공한다. 이런 상호 작용에 의하여 극단으로 치닫는 노 력은 또 다시 축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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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쟁의 결과는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전쟁의 최종 결과가 결정되었더라도 그것을 언 제나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패배한 국가는 그 결과를 단지 일시적인 해악으로 간주할 뿐, 나중에 정치 적 여건이 바뀌면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 각할 것이다. 이 사실이 또한 긴장의 정도를 이완시키고 격 렬한 노력을 감소시키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9) 현실 세계의 개연성은 개념의 극단성과 절대성을 대 신한다 이렇게 해서 모든 전쟁 행위는 극단 상태까지 적용될 수 있 는 힘의 법칙을 피하게 된다. 극단성을 더 이상 두려워하거 나 추구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노력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남는다. 그리고 이 판단은 현실 세계의 제반 현상과 개연성의 법칙에 근거하여 내린다. 전쟁 당사 자들이 단순히 개념상의 존재가 아니고 실제적인 국가와 정 부라면 그리고 전쟁이 더 이상 개념적 문제가 아니고 자체 의 고유한 법칙에 따라 전개되는 행동이라면, 현실 세계는 30


자료를 제공하고 그 자료로부터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세계 에 대하여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양측은 각각 상대방의 성격, 제도, 상태, 상황 등으로부 터 개연성의 법칙에 의거하여 상대방의 가능한 행동 방향을 추론하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10) 전쟁은 그 본질상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도박 이다 우리가 지금 전쟁의 주관적 본질, 즉 전쟁 수행 수단인 전투 력을 고찰해 보면 전쟁은 곧 도박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다. 전쟁 활동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위험이다. 위험할 때 최고의 정신적 능력은 용기다. 용기는 철저한 계산 능력 과 조화를 이룰 수도 있지만, 이 둘은 종류가 다르며 서로 다 른 정신 능력에 속한다. 반면에 모험, 행운에 대한 믿음, 대 담성, 저돌성 등은 용기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데 이러 한 정신들의 특성은 모두 구성 요소인 우연성을 추구한다. 간단히 말해서 군사적 계산에서는 절대적인 요소, 이른 바 수학적인 요소는 결코 확실한 근거를 갖지 못한다. 전쟁 은 처음부터 가능성, 개연성, 행운, 불운 등이 온통 여러 갈 31


래로 짜인 직물과 같이 얽혀 있는 것이다. 인간 행위의 모든 영역 중에서 전쟁은 카드 게임과 가장 비슷한 것이다.

11) 전쟁이란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이다(전쟁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의) 전쟁은 결코 심심풀이가 아니고, 모험과 승리를 즐기기 위 한 것이 아니며, 또 무책임한 광신주의자들을 위한 것도 아 니다. 그것은 중요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전쟁이 우연성의 게임과 같은 색채를 띤다든지 변화무쌍한 열정, 용기, 상상, 열광 등을 수반하는 것은 다만 전쟁 수단 의 특성에 지나지 않는다. 문명 민족 간의 전쟁은 언제나 정치적인 상황에서 비롯 되고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전쟁이란 정치 적 행위다. 만일 전쟁이 앞에서의 순수한 개념으로부터 추 론한 것처럼 완전무결하고 절대적인 폭력을 표현하는 행위 라고 하면, 전쟁은 정치 때문에 일어나는 그 순간부터 독립 하게 될 것이고 정치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전쟁은 정치를 몰아내고 오직 전쟁 자체의 법칙만 따르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지뢰가 매설 시에 설치해 놓은 예정된 방향으로만 폭 32


발하는 것과 같다. 정치와 전쟁 수행 간의 부조화로 말미암 아 이론적 차이가 생길 때마다 사실상 이 문제는 그렇게 인 식해 왔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으며 그러한 견해는 완전 히 잘못된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현실 세계에서 전쟁은 단 한 번의 폭발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극단적인 것 이 아니다. 전쟁이란, 힘의 작용이 언제나 똑같은 방법과 똑 같은 정도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관성과 마찰에서 빚어 진 저항력을 이길 만큼 충분히 팽창하는가 하면, 때로는 너 무 약해져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 쟁이란 강도와 속도를 달리하면서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방 전시키는 폭력의 맥박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전쟁의 과정 을 이리저리 변경할 수 있을 만큼, 간단히 말해서, 지혜로운 지휘관의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움직일 만큼 충분히 오랫동 안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쟁을 수행하는 데 당연히 그것을 야기한 첫 번째 동기를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 치적 목적은 전쟁 수단의 성격과 맞아야 하고 때때로 그 수 단 때문에 크게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은 언제 나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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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에 지나지 않 는다 따라서 전쟁은 단순히 정책의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정치적 수단이고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적 행위의 연속이다. 전쟁에 고유한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전쟁 수단의 고유한 특성이 있을 뿐이다. 정책 방향과 의도가 전 쟁 수단과 모순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일반적으로는 전쟁이 그리고 특별한 경우에는 지휘관이 요구할 것이다. 물론 이런 요구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경우에 정치적 의도에 아무리 큰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것은 단지 수정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정치적 의도가 목 적이고 전쟁은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수단을 목 적에서 완전히 분리하여 생각할 수는 없다.

13) 전쟁 이론을 위한 결론 전쟁은 카멜레온과 같다. 구체적인 경우마다 전쟁은 자체의 특성을 조금씩 바꾸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은 전체적인 현 상으로서 그 지배적인 경향에서 볼 때 기묘한 삼중성(三重 34


性)을 띠고 있다. 즉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맹목적인 본능으로 간주할 수 있는 원초적 폭력, 증오, 적개심 등이다. 둘째, 자유로운 정신 활동에 속하는 우연성과 개연성의 게임이다. 셋째, 이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정치적 도구라는 종속성이다. 세 가지 특성 가운데 첫 번째는 국민, 두 번째는 사령관 이나 그의 군대, 세 번째는 정부와 주로 관계가 있다. 전쟁 에서 타오르는 열정은 이미 국민 감정 속에 내재되어 있다. 개연성과 우연성의 영역에서 용기와 재능이 발휘되는 범위 는 사령관과 군대의 특성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 은 정부만이 관장하는 사항이다. 이 세 가지 성향은 각각 서로 다른 법칙처럼 보이지만 모 두 전쟁이란 주제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으며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변수들이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무시 하거나 그들 사이의 관계를 임의로 세우려는 이론이 있다 면, 그 이론은 현실과 모순에 빠지고 그 이론은 쓸모없게 되 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세 가지 성향을 마치 세 개 인력의 무게중심처럼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이론을 정립해야 한 다.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는 ‘전쟁 이론’이 란 장에서 다룰 것이다. 여하튼 지금까지 정립한 전쟁에 관 35


한 개념들은 이론의 기본 구조를 밝히고, 전쟁의 중요한 구 성 요소를 확인하고 구별하게 하는 최초의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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