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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스피치 백미숙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스피치

지은이 백미숙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백미숙, 2014

ISBN 979-11-304-0106-5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스피치 능력은 21세기 핵심 역량이다

스피치 능력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단지 지식을 습득하는 것, 즉 아는 것에 머문다면 그 지식 은 무용지물에 불과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어 떻게 사용하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며, 다른 사 람과 공유하는가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은 잠재적 힘을 지니고 있을 뿐 그 자체로는 힘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보다 ‘아는 것을 다른 사람과 커 뮤니케이션할 때 비로소 힘이 있다’라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대표적인 공적 커뮤니케이션 형태에 속하는 스피치는 리더나 관리자들에게만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다. 학교에 서는 발표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서류 심사보다는 면접 전형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업무적으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대신 구두로 발표하는 등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점점 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스피치 능력은 누구나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 목이며, 중요한 경쟁력 요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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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박사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이며, 현 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스피치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역설 한 바 있다.

스피치는 능력이다

현대인들은 생활 반경이 점점 넓어지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우리 가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반면 설득할 대상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을 적극적·효과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는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이 준비된 인재라는 점을 면접관에게 강하게 호소할 수 있어 야 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마음으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다시 말해 아무리 자신이 많은 정보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스피치 능력은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표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표현한 것만큼 능력 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입시와 취업뿐만 아니라 요즈음은 학교나 사회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피치 커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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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션에 능숙한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학교에서는 리포트를 쓰는 대신 점점 발표할 기회가 많아 진다. 주제에 걸맞게 내용을 체계적이면서 일목요연하게 구성해 이를 명료하게 발표하는 학생은 선생님들로부터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아무리 아는 것이 많고 공부를 많이 했어도 제대로 발표를 하지 못하면 똑똑 하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 직장에서도 역시 보고서를 쓰는 대신 점점 발표할 기회 가 많아지는 추세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은 능력 있는 사 람으로, 발표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 으로 평가받는다. 스피치를 잘하지 못해서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스피치 능력이란 단순히 말을 잘 하는 능력이 아니다.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선별하고, 내용을 논리적·체계 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상황과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가 공하고, 기억에 남는 수사적 표현으로 다듬고, 이를 남들 과 공유할 수 있는 종합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말한다. 특 히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화 사회에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하기 능력은 개인의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능력으로 평 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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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는 인격이다

스피치는 소통의 수단을 넘어서 말하는 사람의 인품, 가치 관, 개성, 도덕 등 사람됨을 드러낸다. 말은 입을 통해서 나오지만 실제로는 인격이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말을 통해서 우리의 인격이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말을 몹시 주의하게 된다. 연설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 도 효과적이고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을 교양과 인격 의 척도로 삼았다. 로마의 위대한 웅변가이며 수사학자인 퀸틸리안(Marcus Fabius Quintilianus)은 연사를 ‘스피치 에 익숙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인 식의 밑바탕에는 말이 사람됨을 드러내는 주요한 수단이 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남을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말을 하느냐를 보고 인격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같은 말을 해도 어 떤 사람은 상대방의 비위를 건드리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은 당 연히 후자일 것이다. 따라서 스피치 능력을 연마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재주를 배운다는 것이 아니다. 윤리적으로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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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인(全人)적 인간이 된 다는 것을 뜻한다. 말이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는 중요한 매 개체를 넘어서서 자신의 능력과 인격을 나타내는 잣대라 는 사실은 예로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신체, 말솜 씨, 글솜씨, 판단력을 사람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이 같은 기준은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통용된다.

스피치는 학습의 결과다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란 영화는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 왕위에 오른 영국 왕 조지 6세에 대한 이야 기를 다룬다. 조지 6세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히 거나 말을 심하게 더듬는 증상이 있었다. 왕의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에게 지도 와 훈련을 꾸준히 받은 결과, 조지 6세는 말 더듬증을 극복 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독일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방송 연설에서 국민의 마음을 다잡고 감동시켰다. 스피치 능력은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 과 같이 연습과 훈련을 통해 습득 가능한 기술이다. 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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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를 처음 배울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러 두려운 마 음이 앞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넘어질 때마다 용기를 내 어 다시 일어나 도전하다 보면 어느새 숙련된 자신의 모습 을 발견하게 된다. 스피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원리를 이 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면 놀랍게 도 숙련된 연사로 거듭날 수 있다.

연습만한 왕도가 없다

물론 스피치 능력은 단기간에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 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청중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스 피치 가이드라인에 충실하면서 꾸준한 연습과 경험을 쌓 는다면 누구나 훌륭한 연사로 거듭날 수 있다. 그의 웅변 을 들으면 모두가 혼을 빼앗겼다던 그리스 최고의 웅변가 데모스테네스(Demosthenes)는 선천적으로 웅변에 소질 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부단한 연습과 노력으로 여러 가지 악조건을 극복하고 명연설가가 된 대표적인 경우다. 말할 때 어깨를 치켜 올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천장에 예리한 칼날을 매단 채 연습을 했고, 부정확한 발음과 말을 더듬 거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입속에 자갈을 넣고 발음 연 습을 하며, 불안정한 호흡을 개선하기 위해서 가파른 언덕 을 쉴 새 없이 뛰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세기 최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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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가로 꼽히는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도 심 한 말더듬이었지만 지속적인 연습으로 이를 극복하고 국 민에게 신뢰를 주는 위대한 연사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edy),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같은 정치 지도자들이나 스티브 잡스(Steve Jobs), 잭 웰치(Jack Welch) 같은 최고경영자들 역시 타고난 연사가 아니라 만 들어진 대표적 연사다.

연사의 스피치가 최우선이다

요즘에는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같은 시각 자료를 사용해 발표할 기회가 많다. 이때 연사의 스피치 능력은 뒷전인 채 ‘정보만 가득한 슬라이드 쇼’를 하는 연사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경우 대개 시각 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해 발표 하다 보면 청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파워포인 트나 키노트 같은 시각 자료는 청중의 이해를 돕고 청중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발표할 때 주인공은 시각 자료가 아니라 연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 다. 따라서 성공적인 스피치를 원한다면 근본적으로 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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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스피치 능력을 키워야 한다(백미숙, 2013).

스피치 준비와 실행에도 단계가 있다 오늘날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또는 ‘퍼블릭 스피치’란 이 름으로 소개되는 많은 이론과 원칙들은 이미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웅변가 또는 수사학자들이 정립해 놓은 전통 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스피치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로마 시대 최고의 웅변가이자 철학자이 며 정치가였던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가 착상, 배 열, 표현, 암기, 전달의 5단계로 완성했다. 이 5단계 과정 은 좋은 스피치를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스피치를 훈련하고 실전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착상

스피치의 내용을 생각해 내는 과정을 착상(invention)이 라고 한다. 스피치를 하기로 예정되었다면 서론, 본론, 결 론의 순서로 곧장 대본을 써내려가기보다는 스피치의 주 제와 관련한 생각들을 먼저 떠올려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 이 좋다. 이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법으로 브레인 스토밍이 있다. 이는 용어가 말해 주듯이 두뇌에서 폭풍 이 휘몰아치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는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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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 종이를 펼쳐놓고 스피치 주제와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을 비판이나 평가를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적어 본다. 떠오른 생각은 나중에 다른 생각과 합쳐져 참신하고 개성 있는 생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으로 좋은 생각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떠오르는 대로 모조리 적어 놓는다. 또한 주제와 목적을 정하고, 논점과 세부 내용을 개발 하고, 설명·설득하는 기법을 개발하는 것 역시 모두 착상 과정에 속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서는 우선 청중을 분석해야 한다. 청중은 스피치의 출발 점인 동시에 종착점이다. 스피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청중 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는 만큼 스피치의 모든 착상 과 정은 청중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배열

착상 과정을 통해서 떠올린 내용을 청중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순서로 조직하는 것을 배열(disposition)이라고 말한 다. 전체 구성에서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열 법은 서론-본론-결론으로 이루어진 3단 구성이다. 서 론은 청중의 호감을 사고, 청중의 관심을 끌고, 주제와 주 요 내용을 예고함으로써 본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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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과정이다. 본론에서는 주요 논점을 3∼5가지로 선별 해 다룬다. 이때 이 논점을 뒷받침하거나 부연 설명할 수 있는 세부 내용도 함께 배열해야 한다. 주요 논점이나 세부 내용을 배열할 때 시간적 조직법, 공간적 조직법, 인과적 조직법, 문제해결식 조직법, 소재 별 조직법을 사용할 수 있다.

∙ 시간적 조직법: 시간 흐름에 따라 논점이나 세부 내용 을 배열하는 방식이다. 특히 역사적 사건과 일의 과정 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인다. ∙ 공간적 조직법: 위치와 방향에 따라 배열하는 방법으 로 지역별 특성이나 공간별 구조를 설명할 때 많이 쓰 인다. ∙ 인과적 조직법: 사건이나 현상의 원인과 결과의 관계 를 설명하기 위해서 원인과 결과로, 또는 결과와 원인 순서로 배열하는 방식이다. ∙ 문제해결식 조직법: 먼저 문제점을 지적한 다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특히 설득 스피치 에서 많이 사용한다. ∙ 소재별 조직법: 주제와 관련된 소재를 몇 가지 논점으 로 나누어 배열하는 방법이다. 선택된 소재들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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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관련 있고 일관성 있도록 자연스러운 순 서로 배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소재별 조직 법으로 찬반 조직법, 비교우위 조직법, 동기유발 조직 법이 있다(백미숙, 2006).

표현

언어는 청중에게 내용을 이해시키고 그 내용을 기억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청중과 효과적인 커뮤 니케이션을 원한다면 신중하게 언어 표현(style)을 선택해 야 한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좋은 표현이 되기 위해서는 정 확하고, 적절하고, 명료하고, 선명해야 한다(백미숙, 2006).

∙ 정확성: 무엇보다도 어법에 맞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 다.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사용해야 하며(‘일 체’와 ‘일절’, ‘막연하게’와 ‘막역하게’, ‘곤혹’과 ‘곤욕’ 등), 올바른 경어와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제가 아시 는 분’(×), ‘저희 나라’(×)]. 또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 이나 느낌을 말할 때 ‘…한 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자 주 사용하는데 이것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 적절성: 청중이나 상황에 맞게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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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좋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청중의 지식 수준, 성 별, 연령, 직업, 직위 등을 고려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 는 용어나 단어를 구사함으로써 청중이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성, 나이, 인 종, 종교, 정치적 신념 등과 관련해 모욕감이나 불쾌 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은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 명료성: 청중에게 친숙한 표현을 해야 명확하게 전달 된다.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보다는 일상적인 쉬운 말을, 길고 복잡한 문장 대신에 짧고 단순한 문장을 써야 청중에게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언어 표현의 명료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 선명성: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청중의 머릿속에 시 각적인 영상으로 남게 하거나 리듬감과 함께 각인시 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것이다. 이 처럼 영상과 리듬을 만들어냄으로써 표현을 보다 생 생하게 하는 방법을 보통 수사법이라고 한다. 스피치 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수사법으로는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 같이 청중의 머릿속에 그림이 떠오르 게 하는 비유법과, 말에 리듬을 만들어 청중의 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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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하는 반복법, 열거법, 대조법, 대구법, 점층법 등이 있다.

암기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이래로 행해진 웅변에서 토씨 하나 안 빼먹고 자자구구 다 기억했다가 대본대로 발표하는 것 을 암기(memory)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웅변 스피치가 사라진 오늘날에는 발표란 개념이 청중과 교감을 중시하 는 공감 스피치로 바뀌면서, 발표 방식 역시 주요 내용을 숙지해 살을 붙이는 식으로 매우 유연하면서도 탄력적으 로 전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내용을 충분히 숙 지하되 암기해서 말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무척 중 요하다. 암기해서 말한다는 인상을 주면 청중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청중과 충분히 교감을 나누면서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 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개요서와 큐카드를 작성하고, 이를 활용해 연습하면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과 서로 간 관 계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 암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발표할 때 큐카드를 활용하면 청중과의 소통 을 원활하게 하면서 암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 서 장점이 많다(백미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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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청중을 대면한 상태에서 발표하는 것을 전달(delivery)이 라고 말한다. 생각을 떠올리고, 그 생각들을 일정한 순서 로 배열하고, 언어 표현을 다듬고, 내용을 암기하는 것은 바로 전달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이전의 네 단계를 아 무리 착실하게 준비했어도 전달이라는 최종 과정에서 준 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다면 모든 수고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전달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해 야 한다. 과거에는 스피치를 할 때 군대에서 상관에게 브리핑하 듯이 한곳에 부동자세로 선 채 한결 같은 표정과 자세, 판 에 박힌 듯한 말투를 구사하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모습에서 청중은 연사와 물리적 거리감뿐만 아니 라 심리적 거리감을 느껴 연사와 소통한다는 느낌보다는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나 요즈음에 는 청중과 물리적 거리감은 물론 심리적 거리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좁혀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가 스 피치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따라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청중과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청중 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표불안증 에 대비하면서 충분한 리허설을 거쳐 내용, 음성, 몸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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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철저하게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이 책은 착상-배열-표현-암기-전달에 걸친 전 과 정을 아우르면서 스피치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가장 기 본이 되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설 명할 것이다. 깨알 같은 조언들에 귀 기울이면서 이를 실 천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면 여러분은 분명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훌륭한 스피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백미숙(2006). 󰡔스피치 특강󰡕.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양태종(2000). 󰡔수사학 이야기󰡕. 부산: 동아대학교 출판부. 이상철·백미숙·정현숙(2006). 󰡔스피치와 토론󰡕.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임태섭(2003).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전영우(2004).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서울: 민지사. Borchers, Timothy(2006). Rhetorical Theory. 이희복 · 차유철 · 안주아 · 신명희 옮김(2007). 󰡔수사학 이론󰡕.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Krieger. P. & Hantschel, H. J.(1998). Handbuch Rhetorik. 백미숙 옮김(2000). 󰡔스피치 핸드북󰡕. 서울: 일빛. Lucas, Stephen E.(2008). The Art of Public Speaking. 김주환 옮김(2012). 󰡔스피치의 정석󰡕. 서울: 교보문고. Sprague, J. & Stuart, D.(2005). The Speaker’s Handbook. Belmont: Tomson. Weissman, Jerry(2009). The Power Presenter. 신승미 옮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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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프레젠테이션󰡕. 서울: Korea.com. Wills, Garry(1992). Lincoln at Gettysburg. 권혁 옮김(2004). 󰡔게티즈버그 연설 272단어의 비밀󰡕. 서울: 돋을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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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스피치 능력은 21세기 핵심 역량이다

01

발표불안증

02

청중과 상황 분석

03

스토리텔링

04

설명의 기술

27

05

설득의 기술

39

06

시작과 마무리

07

개요서, 큐카드, 시각 자료

08

보디랭귀지와 몸짓

71

09

발음, 발성, 구어체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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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과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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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발표불안증

남 앞에 서서 말할 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발표불안증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경험을 쌓으면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중은 연사가 떠는 것을 막상 눈치 챈다 하더라도 떠는 것 자체를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연사가 내용에 집중해 준비한 이야기를 끝까지 차분하게 마칠 수 있다면 말이다. 대부분의 청중은 우호적이라는 사실도 기억하자.


발표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신앙 때문에 사자 밥이 되곤 했을 때의 일이다. 사자 한 마리가 기독교인을 잡아먹으려고 덤비는 데 기독교인이 사자에게 뭐라고 말을 하니 사자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쏜살같이 도망갔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자는 기독교인에게서 “네가 날 죽이면 네가 황제 앞에 서 연설해야 돼”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그렇게 줄행 랑을 쳤다는 것이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2001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40%가 대중 앞에 서 말하는 것이 두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미국 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으로 뱀을 꼽은 51%에 이어 둘 째로 높은 수치로, 죽음이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보다 높 다. 이런 결과를 보면 발표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만 유독 떤다는 생각 때문에 발표불안증을 더욱 키우면서 자 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발 표불안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다소 위안이 될 것 이다. 이것은 청중이 보기에 전혀 긴장하지 않았던 발표 자에게 발표가 끝난 후 실제로 안 떨었는지 혹은 떨었는지 물어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발 표하는 동안 매우 긴장되어 떨었다고 답변하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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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발표불안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발표불안증이 있을 경우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매 우 다양하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바닥에 땀이 나고, 입 이 마르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소리 가 떨리거나 빨라지고, 심한 경우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 어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은 발표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 결코 아니다. 정도에 차이 가 있을 뿐이지 발표불안증은 대부분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숙련된 연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발표하기 직전에 엄습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로마 시대 최고의 웅변가였던 키케로 역시 연설을 시작할 때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발이 덜덜 떨린다고 고백한 바 있다. 따라서 발표불안증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로 이해하면서 자연스러운 현 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발표불안증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발표불안증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긴장감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하는 연사가 있는 반면, 긴장감을 자신만이 특별하게 겪는 문제로 인식하면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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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자체를 그르치는 연사가 있다. 이런 인식과 대응 방식 의 차이는 발표에 대한 경험이 얼마나 많으냐, 그리고 발 표 준비를 얼마나 철저하게 했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발표 경험을 많이 쌓아라 분명한 것은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경험을 많이 쌓으면 그만큼 발표불안증도 완화된다는 것이다. 스피치에 관한 많은 책들이 발표불안증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이런 저 런 조언을 하지만 그 방법 역시 직접 발표를 경험하면서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기 경험 을 쌓는 것이 발표불안증을 완화하고 없애는 지름길이라 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마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라. 아이가 걷기까지는 평균 2000번을 넘어져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걷기 위해 서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를 뿐만 아니라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일어나는 것을 포기한다면 걸음마를 배울 수 없다 는 것을 말해 준다. 넘어지는 것이 걸음마를 배우는 과정 인 것처럼 떠는 것 역시 스피치를 배우는 과정으로 받아들 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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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준비하라 발표에 대비해서 미리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발표불안증 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표불안증이 나타 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발표불안증의 정도는 준비 수준과 연습량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사전에 철저 하게 준비하고 반복 훈련을 한 연사는 자신감을 갖고 발표 에 임하는 반면, 준비가 부족하거나 연습을 많이 하지 못 한 연사는 스스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전 같은 연습과 병행해 이미지 트레이닝도 함께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미지 트레이닝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Verderber, 2000; Jaffe, 2004). 이를 스 피치 준비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이 성공적으로 스피 치를 하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때 중 요한 것은 연단에 오르고 내리는 것까지 포함해 문장 하나 하나로 이어지는 스피치 전 과정에서 자세와 목소리, 표정 등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서 상상해야 한다.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감도 극복할 수 있다 단순히 경험이 부족해서 또는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 가 아니라 과거에 억눌렸거나 또는 상처받았던 경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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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롯된 심리적 억압감 때문에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경우가 있다. <킹스 스피치>는 바로 이런 장애를 극 복한 조지 6세에 관한 실화를 다룬 영화다. 말을 더듬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자신을 찾아온 조지 6세에게 언 어치료사 라이오넬은 제일 먼저 말더듬 증상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억압적 환경에서 생긴 후천적 증상임을 확인 시켜 준다. 그리고 라이오넬은 왕에게 대중 연설도 ‘친구 에게 말하듯’ 하면 된다고 말한다. 한 사람에게 진실로 말 할 수 있다면 그 마음으로 수백, 수천만 대중에게도 진실 을 전달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장애는 있다. 문제는 ‘이것을 극복 하겠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다. 극복 의지가 있으면 심리적 억압에서 비롯된 발표불안증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연사와 청중의 만남을 인간 대 인간의 만남으로 바라보면서 서로 교감하겠다 생각한다면 발표불안증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다.

자기 생각만큼 긴장한 티는 나지 않는다 긴장할 때 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거나 손발이 떨리는 등 자신의 신체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본인이 경험하기 때문 에 그 모습을 청중도 고스란히 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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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착각이다. 자신이 스피치하는 모습을 실제로 녹화해서 보면 자신이 경험한 만큼 긴장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 에 놀랄 것이다. 이 사실은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발표 를 마친 연사가 발표가 끝난 후 발표하는 동안 무척 긴장했 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도 여실히 증명된다(백미숙, 2013). 또한 떠는 사람들은 자신이 떠는 모습을 보고 청중이 혹시 자신을 비웃지나 않을까,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점점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여러 분이 청중의 입장에서 누군가가 극도로 긴장하면서 발표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았는지 생각 해 보라. 분명 연사와 마찬가지로 긴장된 상태로 연사를 마음으로 응원하지 않았는가? 청중은 대부분 우호적이라 는 것을 기억하자.

참고문헌 백미숙(2006). 󰡔스피치 특강󰡕.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Jaffe, C.(2004). Public Speaking. Concepts and Skills for a Diverse

Society, Belmont: Wadsworth. Lucas, Stephen E.(2008). The Art of Public Speaking. 김주환 옮김(2012). 󰡔스피치의 정석󰡕. 서울: 교보문고. Verderber, U. F.(2000). Effective Speaking. Belmont: Wads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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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청중과 상황 분석

스피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특정 청중을 대상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하게 된다. 따라서 스피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앞서 청중과 상황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를 상대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장소에서’, ‘어느 시간에’ 스피치를 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청중과 상황에 맞게 내용을 구성, 설명, 입증, 전달해야 한다.


청중 분석 스피치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청중이 누구인지 모르고 이 야기를 시작하는 데 있다. 이런 경우 대개 청중의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청중에게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청중은 스피치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이며 스피치의 성 공 여부는 전적으로 청중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박사는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청중이 무엇을 듣는가 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스피치의 모든 과정에서 청중 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청중 을 분석할 때에는 인구통계학적,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결 과를 활용할 수 있다.

인구통계학적 분석

인구통계학적 분석이란 청중의 연령, 직업, 학력, 종교, 정 당 성향 등에 관해서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스피치를 하 기로 계획이 잡혔다면 우선 청중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알아보아야 한다.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 말하는 능력은 청중의 특징을 알고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런 특성을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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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알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피치를 의뢰한 사람에게 정중하 게 요청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청중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파악한 후에 그 결과를 내 용 구성과 전달에 참고한다면 청중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중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 는 사례를 들거나 유머를 활용하거나 또는 청중의 나이에 맞게 말의 크기나 빠르기를 조절할 수 있고, 또한 청중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적 · 심리학적 분석

청중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파악한 후에는 청중의 지식, 관심과 욕구, 태도나 신념과 같은 지적·심리학적 특성을 알아본다.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인 구통계학적 특성을 토대로 유추해 보거나 주최 측에 물어 서라도 정보를 수집해 스피치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청중이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예비지식을 가지 고 있는지 파악한다. 청중이 주제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면 일단 청중과 관련 있는 이야기나 혹은 유명한 사람 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흥미를 불러일으킨 후에 아주 기본 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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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예비지식이 풍부하면 기본 지식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청중에 맞는 수준의 내용에 대해 언급한다. 또 한 청중이 평소 주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를 고려해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선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제 또는 스피치의 목적에 대한 청중의 태 도를 파악해 적절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호의 적인 청중을 포함해 일반적인 경우에는 주장을 먼저 내세 운 후에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두괄식 접근법이 적당 하다. 반면에 비호의적인 청중의 경우에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사례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등 충분히 근거 를 제시한 후에 주장을 내세우는 미괄식 접근법이 좋다.

상황 분석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스피치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 여기에서 ‘때’란 단순히 시간 개념이 아니라 목적, 시 간, 장소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대중을 상대로 스피 치를 할 때 분명히 특정 상황이 존재하는데 이런 상황을 미리 정확하게 분석한다면 그 상황에 맞는 말하기를 통해 청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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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결정

스피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 인지에 따라 정보 제공 스피치, 설득 스피치, 격려 스피치, 유흥 스피치로 나눈다. 스피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앞서 스피치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하면 목적에 맞는 내용 구성과 전달에 최대한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에 따라 보통 스피치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 누지만 하나의 스피치에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보 제공 스피치라도 설득, 격려, 유흥의 요소가 함께 다뤄질 수 있다(백미숙, 2006).

∙ 정보 제공 스피치: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을 지닌 스피치로 강의와 보고, 설명회가 대표적이다. ∙ 설득 스피치: 믿음을 바꾸거나 행동을 유도할 목적으 로 하는 스피치를 말하며 정치 연설, 세일즈, 면접, 토 론 등이 속한다. ∙ 격려 스피치: 수고를 치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스피치 로 축사, 격려사, 주례사가 대표적이다. ∙ 유흥 스피치: 즐겁게 하거나 흥을 돋울 목적으로 하는 스피치로 연회 연설, 회식이나 야유회에서 하는 연설 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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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장소 점검

시간의 경우 우선 스피치를 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서 주제를 선택하고 서론, 본론, 결론의 내용을 구성하고 세 부 내용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거나 주어진 시간을 넘긴다면 청중에게 좋 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또한 스피치를 하는 시간이 하루 중 언제인지, 어느 계절인지, 날씨는 어떤지, 그날 유일한 발표자인지 아니면 다른 발표자가 있는지, 후자의 경우라 면 순서가 몇 번째인지 등을 고려해 스피치를 준비해야 한 다. 예를 들어 점심 식사 직후라면 식곤증으로 청중의 집 중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청중의 주의를 집중, 환기시킬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장소와 관련해서는 실외인지 실내인지부터 청중 규모, 발표장 크기, 좌석 배치를 포함해 조명, 마이크, 컴퓨터, 스크린, 레이저포인터, 이동식 저장 장치, 빔 프로젝트의 위치와 작동 여부 등 기자재에 이르기까지 점검한다. 가 능하면 사전에 직접 가서 발표장을 보고 기자재를 작동해 보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는 발표 당일 일찍 도착해 발표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 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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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백미숙(2006). 󰡔스피치 특강󰡕.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Lucas, Stephen E.(2008). The Art of Public Speaking. 김주환 옮김(2012). 󰡔스피치의 정석󰡕. 서울: 교보문고. Ramon-Cortes, Ferran(2005). La Isla de Los 5 Faros. 김현철 옮김(2006). 󰡔커뮤니케이션의 5가지 열쇠 등대󰡕. 서울: 위즈덤하우스. Walker, T. J.(2010). How to Give a Pretty Good Presentation. 이민주 옮김(2011). 󰡔프레젠테이션 하루 전󰡕. 서울: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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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스토리텔링

이야기는 어떤 논리적인 설득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강력하다. 그래서 요즘 스토리텔링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 스피치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매우 고전적이면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형태다. 스토리텔링은 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하며,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 대세다 스토리텔링 마케팅,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 스토리텔 링 수학, 문화재 스토리텔링, 지역 스토리텔링 등 요즘 들 어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스토리텔링이다. 그렇지만 엄 밀하게 말하면 스토리텔링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실은 어린 시절 잠자리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동화를 들으면서 자란 것처럼 누구를 막론하 고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삶의 방식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 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일컫 는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세상은 이미 물 질적인 부가 아닌 문화와 가치, 생각이 중요해지는 꿈의 사회로 진입했으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브랜드보다 고유 한 스토리를 팔아야 하며 이제 스토리텔링을 배우지 못한 다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고,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은 원 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같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은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 고, 이야기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스토리텔 링은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던 기본 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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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꿈과 가치를 보다 호소력을 가지고 설득력 있게 전달해 주 는 커뮤니케이션 형태다. 정보를 단순히 단편적으로 전달 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시키 고, 기억하게 하며,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특 성이 있다는 점에서 어떤 주제를 전달할 때 쓸 수 있는 가 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르헨티나 여행 중 신발 없이 맨발로 다니는 어린이들 이 토양의 기생충에 감염되어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창업 계기로 삼은 탐스 슈즈는, 소비자들에게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는 가난한 아르헨티나 어린이 들에게 기부하는 1+1 마케팅을 하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 져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마케팅에 활용한 덕분에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도 구로 자주 사용된다(백미숙, 2013).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이야기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주변 사람들이 겪 은 이야기, 책이나 언론을 통해 접한 이야기 등 크게 세 가 지가 있다. 대중 스피치 경험이 적을수록 보통은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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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다 책에서 봤거나 언론을 통해서 소개됐던 이야 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먼저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만 이 겪은 이야기를 택할 때, 가장 차별되고 창의적인 이야 기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이 살아온 삶 역시 제각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른 그 어떤 이야기보다 확실하게 청 중의 주목을 끌 수 있다. 대중 스피치에서 자기 노출을 두 려워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자기를 드러내야 청중과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적절하게 노출했을 때 상대방은 연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더욱 친근감을 갖 고 인간적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로써 연사는 스토리텔 링을 통해 청중과 교감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버락 오바 마(Barack Obama)와 스티브 잡스(Steve Jobs) 역시 자신 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함으로써 청중의 공감을 자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부담이 없다면 이제 주변 사 람들이 겪은 이야기, 또는 책이나 언론 매체에서 읽거나 들은 이야기를 하는 단계로 나아가도 좋다. 자기 이야기 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제3자의 이야기를 전할 때에는 무 엇보다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잘 부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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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취 할 것은 취지를 잘 살려서 각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청중의 몰입도와 공감도를 좀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스토 리의 극적 구조를 알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끊임없이 배워라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사(2005년 6월)

(전략) 그렇게 해서 서른 살에 저는 애플에서 쫓겨났습니다. 그것도 아 주 공개적으로 말이죠. 줄곧 제 성년기 인생의 구심점 역할을 했 던 대상이 사라져버리자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저는 몇 달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선배 기업인들을 실망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주에서 앞 서 달렸던 주자가 제 손에 쥐어준 바통을 놓친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일을 그르친 것에 대해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와 밥 노이스(Bob Noyce)를 만나서 사과하려고 애썼습니다. 공공 연한 실패자가 된 저는 심지어 실리콘 밸리를 아주 떠날까도 생 각했습니다. 하지만 뭔가가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제가 하던 일을 여전 히 사랑하고 있다는 자각이었습니다. 애플에서 겪었던 그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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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도 그 사실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비록 해고됐 지만 전 여전히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시 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제 인 생에서 최고의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초심자의 마 음으로 돌아가니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후련함으로 바뀌었습니 다. 그로 인한 자유로움 속에서 저는 인생에서 가장 창의력이 넘 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5년 동안 저는 넥스트와 픽사라는 회사를 차렸고 또한 제 아내가 될 멋진 여성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제작한 픽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되었습니다.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고 저는 다시 애플로 복귀하게 되었습니 다. 우리가 넥스트에서 개발한 기술은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애플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로렌과 멋진 가정도 꾸렸습니다. 제가 지금 분명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만일 제가 애플에서 해고 되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 다. 해고의 경험은 지독하게 쓴 약이었지만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이었나 봅니다. (후략) (백미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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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통합을 위하여 버락 오바마의 필라델피아 연설(2008년 3월)

(전략) 애슐리 바이어라는 23세의 젊은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사우 스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에서 우리의 선거운동을 위해 조직을 꾸렸습니다. 그녀는 선거 캠페인 초기부터 주로 흑인 공동체를 조직해 왔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모여서 왜 선거 캠페인에 참 여하게 됐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그녀도 끼어 있었 습니다. 애슐리는 자신이 아홉 살 때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다고 말했습 니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며칠 동안 직장에 나가지 못했고, 결국 그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의료건강보험 자격도 상실했습니다. 애슐리 가족은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 었고, 애슐리는 그때 어머니를 돕기 위해 뭔가 하기로 결심했다 고 합니다. 애슐리는 생활비 중 식비가 지출이 많은 부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가장 먹고 싶은 것은 겨자소스를 바른 샌드위치라고 거짓말했습니다. 당시 그게 가장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는 방법이었거든요. 애슐리는 어머니의 병 이 나을 때까지 1년 동안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애슐리는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녀가 우리 캠페 인에 합류한 이유는 자신처럼 부모를 돕고 싶고 도와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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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수백만 명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 습니다. (후략) (백미숙, 2013)

스토리텔링 때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대중스피치에 활용할 때는 소재, 내용 구성, 전달 방식이라는 3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우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즉, 이야기 소재를 찾아 야 한다. 이야기가 추상적이거나 꾸며냈거나 과장되었다 면 청중의 공감을 자아내기 어렵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 야기가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잘 부합하는지 를 점검해야 한다. 이야기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만큼 서로 연관성이 긴밀해야 한다. 다음은 내용을 구성하는 단계로, 이야기를 맛깔나게 구 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긴장과 이완, 이완과 긴장의 구조 를 활용해 이야기에 극적 요소를 가미한다. 불필요한 부 분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필요한 대목에서는 보충 설명하 는 식으로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연사가 내용과 맥락에 알맞도록 전달을 잘 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음성과 몸짓을 통해 청중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투나 표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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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고 끊음, 속도, 몸짓에 따라 이야기의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적절한 소재에 내용 구성이 잘되어 있어도 전달할 때 감정을 싣지 않거나 어려운 표현을 많이 사용하 거나 현장감이 떨어진다면 청중의 공감을 자아내기 어려 울 것이다.

스토리의 극적 구조 스토리는 상대방에게 어떤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의 극적인 구조를 안다면 청중의 몰 입도를 높이면서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 1> 극적 효과를 노린 스토리의 기승전결 1단계 <배경>

주인공이 처한 배경과 상황에 대해 말해준다.

2단계 <위기>

주인공에게 찾아온 위기에 대해 말해준다.

3단계 <극복>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 말해준다.

4단계 <변화>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한 후 찾아온 변화에 대해 말해 준다.

출처: 백미숙(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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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최혜실(2006).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 서울: 삼성경제연구소. 최혜실(2007). 󰡔문화산업과 스토리텔링󰡕. 서울: 다할미디어. Carruthers, Iain(2003). How to Move Minds and Influence

People, 도흥찬 옮김(2011). 󰡔설득의 스토리텔링󰡕. 서울: 생각비행. EBS 다큐프라임 ‘이야기의 힘’ 제작팀(2011). 󰡔이야기의 힘󰡕. 서울: 황금물고기. McKee, Robert(1997). Story: Substance, Structure, Style, and the

Principles of Screenwriting. 고영범 · 이승민 옮김(2002).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서울: 민음인. Rolf, Jensen(2001). The dream society. 서정환 옮김(2005). 󰡔드림 소사이어티󰡕. 서울: 리드리드출판. Sugawara, Michiko(2010). The Power of Empathy. 윤지나 옮김(2010). 󰡔단박에 통하는 공감의 힘󰡕. 서울: 한언. 버락 오바마 스피치. 필라델피아 연설(2008년 3월). 스티브 잡스 스피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사(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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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설명의 기술

설명은 어떤 일이나 대상의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하는 것이다. 설명에서 중요한 것은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 말하는 것이다. 청중이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다음 정보를 선별하고, 논점을 가능하면 세 개로 제한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과 이를 듣는 청중을 고려해 다양한 설명 기법들, 예를 들어 정의, 비유, 묘사, 시연, 숫자에 옷 입히기 기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우선순위 고려해 정보를 선별하라 청중이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사 실을 간과한 채 자신이 준비한 것을 다 보여 주려고 욕심 을 내는 연사가 있다. 이 경우 십중팔구는 실패한다. 이것 은 자기중심적 사고의 결과다. 아마 청중의 입장에 처했 을 때 연사가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바람에 그 정보 에 질식할 것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얘기를 한다고, 길게 한다고 해서 좋은 스피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제와 관련해 중심되는 핵심 내용을 청중이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전달할 때 비 로소 좋은 스피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정보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정보를 선별해야 한다. 물론 이때 주어진 시간에 다룰 수 있는 분량인지를 함께 생각하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내용상 필요하지만 시간 제약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다 다루지 못할 경우에는 차라리 전달하지 못하는 나머지 내용은 별도의 유인물로 준비해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세 가지 논점으로 항목화하라 본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몇 개 논점으로 나누는 것은 책에서 목차를 구성하듯이 본론의 뼈대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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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는 것이다. 몇 개의 논점으로 나눌 것인지를 결정할 때에는 청중의 기억력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중은 논점이 세 개 이내일 때, 가장 잘 기 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논점이 다섯 개를 넘 어서면 청중은 그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 다. 따라서 정보를 선별·분류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두 세 가지 논점에서 출발해 피라미드 형태로 가지치기하듯 이 항목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논점을 두세 가지로 항 목화해서 설명하면 연사와 청중 모두에게 도움된다. 말하 는 입장이나 듣는 입장에서 기억하기도 쉽고 정리가 잘 되 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버라 민토(Barbara Minto)가 비즈니스 라이 팅(Business Writing)의 핵심으로 제시한 피라미드 구조 와 일치한다(Minto, 1996). 즉 글을 쓸 때 먼저 핵심적인 생각을 제시한 후에 그 생각들을 뒷받침하는 부연적인 생 각을 몇 개 그룹으로 묶어서 제시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정 리하면 독자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을 할 때에도 위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전개되는 피라미드 형 태로 생각을 정리해 전개한다면 내용을 정확하고 효율적 으로 전달할 수 있다. ‘3’이라는 숫자는 스피치에서 마법의 숫자로 통한다.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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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크게 세 가 지의 요점, 첫째는 인생의 전환점에 관한 이야기, 둘째는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나누어 청중에게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전달했다.

설명 기법을 이용하라 설명이란 어떤 사실이나 사물, 현상, 일의 내용을 상대편 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하는 것으로 상대를 이해시키 기 위해, 나아가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 이다. 아무리 뛰어난 정보라도 상대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설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설명 하는 연사 스스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스 스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남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사 스스로 충분히 이해한 후에는 청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의사나 변호사, 법조인, 애널리스 트와 같은 전문가가 일반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 유는 바로 자신의 입장에서 표현하기 때문이다. 설명할 때 정의, 예시, 묘사, 비유, 시연, 비교와 대조, 분석과 분류 같은 기법을 활용하면 청중의 이해를 돕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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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어떤 설명 방식을 선택하느냐는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과 이를 듣는 청중을 고려해서 선택한다. 설명 의 기법 중 청중의 이해를 도우면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 는 대표 기법인 정의, 비유, 묘사, 시연, 숫자에 옷 입히기 방법 등을 알아보자.

정의

한 용어에 대해서 여러 정의가 가능한데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얼마나 청중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느냐, 자기 주장에 좀 더 유리하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느냐 등을 고려 해 정한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나와 있거나 명문화한 정 의를 그냥 읽어주는 것보다 전문용어에 생명력을 불어넣 어주는 것이다. 전문용어만으로는 청중을 이해시키기 충 분하지 않다. 그 용어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는 수고 를 따로 해야만 한다. 그래야 청중의 이해를 돕고 나아가 청중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 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 을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 명시된 경제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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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개념은 다분히 추상적이라 청중이 그 의미를 이해하 기 힘들다.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시 관찰이나 측정이 가능한 실체로 풀어서 부연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을 논의 시 점의 사회 배경이나 시대 상황과 결부지어 “경제 민주화라 는 것은 재벌과 국민 경제가 함께 잘사는 체제를 만들어가 자는 의미입니다. 사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재 벌이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고 지금도 여러 가 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잘 사 는 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재벌 개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와 같이 말해서 그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다(백미숙, 2014).

비유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 청중에게 낯선 것일 때, 청중에게 낯익은 것으로 비유해 이해를 쉽게 하는 방법을 비유라고 한다. 비유는 “귀를 통해 들은 것을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사람이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다”라는 아라비아 속담처 럼 말하는 내용을 청중의 머릿속에 그림처럼 각인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적절한 비유는 청 중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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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힘이 있다(백미숙, 2006). 최근 모 방송사 경제 프로그램 진행자가 비유 화법으로 어려운 경제 개념과 현상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일례로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쓰는 돈은 오직 한국은행이라는 곳에서만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가격인 금리도 한국은행에서 정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주인 마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금리 는 한국은행에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데 한 사람이 정하면 불안하니 여러 명이 상의해서 결정하라고 이런 금융통화위 원회라는 집단을 만든 것입니다.… 금통위라고도 부르는데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 그리고 다섯 명의 또 다른 남자들, 총 일곱 명이 여기에 속해 있습니다. 일곱 명의 남자가 매월 한 번씩 모여서 금리를 올릴 것인지 내릴 것인지 그냥 둘 것 인지를 다수결로 정합니다.… 일곱 명을 제외한 나머지 한 국은행 직원들은 이 일곱 명이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를 결정 할 수 있게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자료를 만드는 일을 합 니다. 이런 비유가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일개미와 여 왕개미 같은 그런 구조입니다.”(백미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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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

묘사는 사물이나 인물, 배경이나 분위기에 대한 연사의 주 관적인 느낌이나 인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묘사는 연사가 대상에게 받은 인상을 청중도 동일하게 받 게 하거나, 상상으로 똑같이 체험하게 할 목적으로 사용하 기 때문에 대상의 형태, 색채, 감촉, 향기, 소리 등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야 한다. 매서운 추위에 수영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면 그 느낌을 감각적으로 청중에게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5분 동안 있는 힘껏 수영을 했습니다. 물 밖으로 나오 던 순간이 기억나는군요. 얼음 위로 기어 올라와 물안경을 벗고 제 손을 내려다 본 그 순간,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 니다. 제 손가락이 퉁퉁 부어올라 마치 소시지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너무 심하게 부어 있는 나머지 손을 모아 쥐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출처: Ted.com)

시연

시연은 연사가 직접 몸으로 보여 주거나 특정 물건을 이용 해 특징을 설명하거나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일종 의 쇼 앤드 텔(show & tell) 기법이다. 특히 요즈음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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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시대라고 할 만큼 시각적인 것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시연을 통한 설명은 청중의 주의를 끌면서 흥미를 강하게 유발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 칭 방법에 대해 말할 때 몸으로 직접 시범을 보인 후 청중 도 이를 함께 따라하게 한다면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듣기만 할 때 청중 은 들은 것의 5분의 1, 즉 20%만 기억하는 데 비해 시각적 으로 보면서 들을 때에는 무려 50%나 기억한다(Krieger & Hantschel, 1998).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시연을 잘 활용하 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팟이 작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 해 실제로 자신이 입고 있는 청바지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 이면서 작은 크기를 강조했다. 맥북이 얇다는 것을 설명 하기 위해서 준비해 온 서류 봉투에서 꺼내 보임으로써 두 께가 얇다는 사실을 청중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또한 아 이폰에 대해 소개할 때에도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에 카 메라, 동영상, 화상 통화, GPS 기능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여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숫자에 옷 입히기

숫자와 통계는 자료에 신뢰성과 정확성을 더하면서 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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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스피치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렇다고 숫자와 통계를 단순히 언급하고 나열하는 것으 로 청중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숫자가 지닌 의미와 타당성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을 경우 숫자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긴다. 예를 들면 ‘그 숫자가 의 미하는 바가 뭐지?’, ‘주장과 숫자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거지?’,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온 거지?’와 같은 질문이 떠 올라 오히려 연사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생명력 이 없는 숫자는 청중의 뇌리에서 금방 사라질 뿐이다. 연사는 숫자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숫자가 의미하는 바 를 분명히 설명함으로써 청중을 자신의 말에 집중하게 만 들어야 한다. 이렇게 숫자를 가공하는 것을 ‘숫자에 옷 입 히기’라고도 칭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숫자를 청중에게 돌아갈 이익이나 혜택과 결부시켜 설명하는 것은 숫자에 옷을 잘 입힌 대표적인 예다. 특히 숫자가 너무 커서 그 크 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청중의 눈높이에 맞게 숫 자를 가공해 청중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다. 스티브 잡 스는 세계 최초로 5GB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 나노를 출 시하면서 5GB란 말 대신에 1000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 다고 말했다. 30GB의 하드디스크를 부착한 신형 아이팟 을 출시했을 때에는 7500곡의 노래와 2만 5000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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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5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라 고 설명함으로써 청중이 숫자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했다(백미숙, 2013).

참고문헌 백미숙(2006). 󰡔스피치 특강󰡕.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백미숙(2014). 󰡔토론의 정석󰡕.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Btydon, S. R. & Schott, M. D.(1997). Between One and Many.

The Art and Science of Public Speaking. Mountain View: Mayfield. Gallo, Carmine(2010). The Presentation Secrets of Steve Jobs. 김태훈 옮김,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서울: 랜덤하우스. Kearney, P. & Plax, T. G.(1996). Public Speaking in a d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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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to, and Remember. 안진환 옮김(2008). 󰡔커뮤니케이션 주치의, 잇 팩터󰡕. 파주: 다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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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설득의 기술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수단으로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를 제시했다. 로고스는 메시지의 논리와, 에토스는 연사의 인격과,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이나 정서와 관련 있다. 이 세 가지 수단은 연설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세 가지인 메시지, 연사, 청중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세 가지가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설득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에토스 공신력을 높여라

자신이 청중에게 믿을 만한 사람으로 비쳐지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은 청중과 소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누가 말을 하느냐에 따라 설득력에서 크게 차 이가 나는 것을 보면 연사의 공신력(credibility)을 확보하 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청중에게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는 연사는 아무리 뛰어난 말솜씨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청중에게 동의와 설득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에토스라는 개념은 공신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백미 숙, 2006). 앞서 말했듯 공신력은 연사 자신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연사에게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 스로 청중에게 공신력 있는 연사로 비쳐질지 항상 생각해 야 한다. 또한 공신력은 연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 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기점검을 통해 공신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

공신력은 연사의 전문성 · 인품 · 열정에서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청중이 연사의 말을 받아 들이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은 전문성, 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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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설득의 수단 로고스 내용의 논리

에토스 연사의 인격

파토스 청중의 감정

열정 같은 연사의 자질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전문성은 연사가 주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고 통찰력 있는지, 인품은 연사가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있고 진실한지, 열정 은 내용에 대해 확신이 있는지, 열과 성의를 다해 스피치 를 하고 있는지와 관련 있다. 청중은 똑같은 말이라도 전 문성 있고, 덕망 높고, 열정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을 더 신 뢰하기 때문이다.

청중의 호감을 사라

공신력 있는 연사는 청중에게 호감을 살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설득으로 이어지게 된다. 청중의 호감을 사는 전략 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 불변의 법칙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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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 교수 는 설득의 법칙 여섯 가지 중 하나로 호감의 법칙을 꼽으 면서 호감의 원천으로 신체적 매력, 유사성과 공통점, 칭 찬을 제시한다(Cialdini, 1985). 대중 스피치에서도 역시 자신감 있는 표정과 밝은 미소로 매력을 발산하거나, 청중 과 자신의 공통점을 언급하거나 칭찬하는 기법은 청중의 호감을 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파토스 판단할 때 감정에 의존하는 심리를 이용한다

청중의 감성이나 감정이 중요한 설득 수단이 되는 이유는 판단할 때 청중의 감정 상태가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 다.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주로 감정에 의존한다는 사 실은 뇌과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요즈음 소비자의 감 성이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마케 팅 활동을 감성 마케팅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파토스를 이용한 설득 방법이다.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의 기분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 중심의 자극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피치에서도 청중의 욕구를 충족시 키거나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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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스피치의 내용을 구성하기에 앞서 왜 인구통계학적 인 면에서, 심리학적인 면에서 청중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아리스토텔레 스는 청중이 다양한 감정 상태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청 중의 감정을 아주 자세하게 분석해 제시한다(Aristoteles, “Les Belles Lettres”판, 1967).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 있 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요한 공헌은 감성적 반응이 이성 적인 설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청중의 감정에 호소한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목적으로 사랑, 평화, 희망, 관용, 존중, 자부심, 용기, 충성심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에 호소 할 수도 있고, 죄의식, 모욕감, 불쾌감, 분노심, 두려움, 불 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호소할 수도 있다. 부정적 인 감정의 경우 예를 들어 음주운전의 위험을 경계하는 스 피치를 하면서 참혹한 사고 목격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청 중에게 음주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서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에 호소 할 때는 자기의 사리사욕이나 이익에 눈이 어두워서 위협 하거나 지나친 동정심을 유발할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도 록 경계해야 한다. 이런 경우 청중의 큰 저항에 부딪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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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기 때문이다(백미숙, 2006).

청중의 욕구에 호소한다

청중이 가지고 있는 기본 욕구에 호소함으로써 동기를 부 여하는 방법 역시 설득에 매우 효과적이다. 동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발하기 위해서는 청중 분석을 통해 청중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런 다음 이런 요구에 부응해 설득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 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 Maslow) 는 인간의 욕구를 크게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의 욕구, 자존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분류한 바 있다. 연 사가 제안하는 내용이 이런 청중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청중이 그만큼 연사의 말 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로고스 주장을 근거로 입증하라

로고스란 증거 자료를 토대로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증 명해 보임으로써 청중을 설득하는 방법을 말한다. 개요를 작성할 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자 신의 주장이 무엇이고 여기에 대해 자기주장을 뒷받침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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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주장이란 청중이 받아들였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고, 근 거란 청중으로 하여금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 해 제시하는 증거를 가리키는 것이다. 설득을 하려면 우 선 주장이 명확해야 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가 객관적이고 타당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어떤 주장이 있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함께 제시되었을 때 ‘논리적’이라고 말 한다. 이는 주장과 근거의 관계도 마찬가지여서 주장은 반드시 타당한 근거로 뒷받침해야 한다. 자기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 흔히 사례, 통계, 증언 같은 자료뿐 아니라 가치관도 사용할 수 있다(백미숙, 2013).

∙ 사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을 보여주는 예를 지칭한다. 사례를 고를 때는 논거의 내용과 논지의 방 향에 가장 적합한 것이 좋다. 스토리도 사례에 속한다. ∙ 통계: 각종 조사를 통해 얻은 수치화한 자료로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나타낸다. 이 점에서 극적 효과를 주기도 하고 숫자의 특성상 객 관적이고 신뢰할 만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장점이 있 다. 수치나 통계를 쓸 때에는 믿을 만한 근거를 지닌 것을 골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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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언: 전문가 의견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의견도 포함 된다. 청중도 알고 있거나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출처 의 증언일 때 청중이 그것을 증거로 채택할 확률이 높 아진다. ∙ 가치관: 어떤 대상에 대해서 옳은 것, 바람직한 것, 해 야 할 것 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한 일반적인 생 각을 말한다. 청중이 공유하고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관을 근거로 사용할 때 설득력이 생긴다.

입증 방식이 적절해야 한다

입증 방식은 제기한 주장과 동원된 근거의 구성과 배치에 관한 것이다.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논증 방식이 적절해 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정보 의 중요도를 고려해 논리의 흐름에 따라 배치함으로써 자 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주장과 근거의 배치에 따른 형식으로는, 주장 뒤에 ‘왜 냐하면∼’ 형태의 근거를 제시하는 두괄식과, 근거 제시 후 ‘따라서∼’ 형태로 결론짓는 미괄식이 있다. 일반적으 로 청중은 결론에 해당하는 주장을 먼저 듣고 난 후 그 이 유와 배경에 대해서 듣길 원하기 때문에 두괄식 구조인 주 장−근거의 순서로 말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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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리 근거가 타당하다 하더라도 주장과 근거 의 관계를 입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을 논증 과정이라고 부르는데, 논리적으 로 증명하는 것을 말한다. 논증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결론 에 이르기 위해서 추론이 필요하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추론 과정이 잘못되면 논리적 오류나 비약이 된다. 추론이 란 근거를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이 두 관계를 연 결 짓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주장과 근거가 어떤 관계이 냐에 따라 여러 가지 추론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자주 사 용되는 방법으로 사례에 의한 추론, 원칙에 의한 추론, 인 과적 추론, 유추에 의한 추론이 있다(백미숙, 2014).

주장이나 근거는 세 가지 이내로 제시하라

미국 심리학자 아트 마크먼(Art Markman) 교수는 그의 저서 󰡔스마트 싱킹(Smart Thinking)󰡕에서 인간은 많은 사 안 중에서 한 번에 세 가지 정도에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 기 때문에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해 멀티태스킹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Markman, 2012). 이것은 스피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보의 우선순위 를 고려하고 청중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잘 고려해 핵심 내용 세 가지 정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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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또한 주장이나 근거를 제시할 때에도 ‘첫째∼’, ‘둘째 ∼’, ‘셋째∼’라는 내용 이정표(signpost)를 함께 사용함으 로써 일목요연하게 주장을 제시해 청자에게 명확하게 메 시지가 전달되도록 한다(백미숙, 2006).

참고문헌 백미숙(2006). 󰡔스피치 특강󰡕.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백미숙(2014). 󰡔토론의 정석󰡕.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Aristoreles. Edition “Les Belles Lettres”(1967). Rhetorique Livre 2

par Areistote. 이종우 옮김(2007). 󰡔수사학 2󰡕. 서울: 리젬. Benoit, William & Benoit, Pamela(2008). The Process of Influence

Persuasive Messages. 이희복·정승혜 옮김(2011). 󰡔설득 메시지: 그는 어떻게 내 마음을 바꾸었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Borchers, Timothy(2006). Rhetorical Theory. 이희복 · 차유철 · 안주아 · 신명희 옮김(2007). 󰡔수사학 이론󰡕.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Cialdini, Robert B.(1985).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이현우 옮김(2001). 󰡔설득의 심리학: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파주: 21세기북스. Markman Art(2012). Smart Thinking. 박상진 옮김(2012). 󰡔스마트 싱킹󰡕. 서울: 진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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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시작과 마무리

연설의 시작과 마무리는 연설에 대한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을 결정한다. 연사는 서론에서 공신력을 높이고 청중의 호감을 사서 청중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청중이 다음에 이어질 본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결론에서는 주요 내용을 요약하거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인용문을 사용하거나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거나 실천을 촉구하는 식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오프닝 멘트 성공적인 스피치를 원한다면 적절한 서론을 준비해야 한 다. 서론은 스피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안 되 지만 청중과 첫 만남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론 에서 연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것은 물론, 청 중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켜야만 청중이 앞으로 이어 질 본론의 내용을 듣고 싶어할 것이다. 따라서 서론은 핵 심 메시지를 담고 있는 본론에 청중이 잘 집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청중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청중의 관심을 끌고, 청중의 호감 을 사고, 청중에게 주제와 주요 내용을 예고함으로써 청중 의 이해를 돕는 방법이 있다.

청중의 호감 사기

보통 대인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대중 스피치에서도 연 사와 청중의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연사는 우선 서두에 인간적인 면에서 공신력을 심어줄 필요가 있 다. 밝은 에너지, 긍정적인 모습, 자신감, 좋은 의도, 개방 적인 태도, 선한 동기, 겸손함을 보여 줌으로써 인간적으 로 미더워 보이게 한다면 청중의 호감을 살 수 있다. 이 밖 에 청중과 자신의 인연이나 공통점을 언급해 동질감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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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으키거나 칭찬과 감사의 말을 전함으로써 청중의 자 존감을 높여주는 것 역시 청중의 호감 사기로 이어진다. 유머 역시 경계심을 허물 뿐만 아니라 연사에 대한 친밀감 을 갖게 한다. 사용한 유머가 주제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스피치 주제와 관련한 연사의 공신력도 설득에 결정적 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서두에서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청중은 주 제와 관련된 분야에서 인정받거나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 앞에 나설 만큼 충분히 준비된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 한 다. 따라서 그 분야와 관련해 학력, 경력, 업적, 경험에 대 해 언급하거나 준비해 온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보여 줌으 로써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 이때 지나치게 내용을 과장 한다거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오히려 청중의 반감을 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호감을 사는 데 비언어는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말하는 내용과 비언어가 잘 일치되는지 점검할 필 요가 있다. 옷차림은 단정한지, 액세서리나 헤어스타일은 적절한지, 표정은 밝은지,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지, 청중을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하는지를 늘 함께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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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의 관심 끌기

청중은 동원된 청중일 수도 있고, 자발적인 청중일 수도 있다. 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온 청중일 수도 있고, 주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온 청중일 수도 있다. 또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중일 수도 있고, 주제에 대해 전혀 흥미가 없는 청중일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든 연사는 대 부분의 청중으로 하여금 서두에서 스피치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만들어야만 스피치에 성공할 수 있다. 청중 의 관심을 끈다는 것은 주제를 어떻게 도입하느냐와 관계 가 있다. 즉, 청중의 관심을 끌면서 주제를 자연스럽고 적 절하게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법 들은 다음과 같다(백미숙, 2006).

∙ 질문 기법: 스피치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건네고 청중 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답하는 과정을 통해 청중 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 법이다. ∙ 충격 기법: 청중이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로 시작함으 로써 청중의 긴장감을 높이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 법이다. ∙ 이야기 기법: 자신의 이야기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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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이야기든 주제와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스피치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 인용 기법: 스피치의 주제를 도입하기에 적절한 유명 한 사람의 말이나 책, 신문 내용 또는 속담, 고사성어 등을 인용하면서 스피치를 시작하는 기법이다. ∙ 시청각 자료 활용 기법: 실물, 모형, 사진, 그림, 만화, 동영상을 보여 주면서 스피치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시청각 자료는 특히 요즈음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 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가장 강력한 관심 끌기는 청중이 ‘왜’ 지금 이 스피 치를 들어야만 하는지 납득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말이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청중에게 이해시킨다 면 청중은 자연스럽게 스피치에 빠져들 것이다. 청중은 자신과 관련이 있을 때에만 내용에 흥미를 느낀다.

주요 내용 예고하기

서론에서 스피치의 주제와 주요 내용을 예고하는 것은 청 중에게 스피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줌으로써 스피치에 보다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주제와 대략적인 주 요 내용을 알고 난 후 듣는다면 청중은 스피치의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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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이해하게 된다. 주제를 언급할 때 주제 선정 배경이나 이유를 연사의 전문성 또는 준비 과정과 관련지어 설명한다면 연사의 공 신력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스피치의 주요 내용을 예고 할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시할 것인지는 청중이 주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해 결정한다.

클로징 멘트 클로징 멘트는 스피치에 대한 마지막 인상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깔끔하 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결론부에 와서 중언부언하거나 횡설수설한다면 스피치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클로징 멘트는 절대로 길게 해서는 안 된다. 스피치 후반 부에 접어들면 대개 청중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마무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새로운 주장을 제시해 새로운 논의를 진행하는 인상 을 주는 것은 청중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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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기

본론에서 주장했던 주요 내용을 결론에서 요약해 언급해 줌으로써 청중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정보 제공 스 피치는 주요 정보를 중심으로 요약하고, 설득 스피치는 주 요 논거나 실천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해 줌으로써 청중의 사고나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해 야 한다. 요약할 때는 새로운 표현보다는 본론에서 사용 했던 것과 똑같은 언어를 사용해 장황하지 않게 요점만 강 조하도록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청중에게 혼란을 주거 나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보통 결론부에 다다랐을 때 요약을 하기에 앞서 청중에 게 스피치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 청중 역시 마 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이제 제 이야 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주제와 관련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스피치의 종료를 알릴 수 있다. 이때 어조나 속도, 자세와 같은 비언 어를 구사할 때 본론을 말할 때와는 달리 차별화한다면 마 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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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인상 남기기

주요 내용들을 요약하면서 스피치를 마무리 짓는 것은 가 장 무난하면서도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으 로는 청중에게 강한 여운을 남기기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 다. 따라서 청중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인용 기 법, 전망 제시 기법, 실천 유도 기법 등으로 마무리할 필요 가 있다(백미숙, 2006).

∙ 인용 기법: 스피치의 핵심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잘 드 러낼 수 있는 속담, 격언, 경구, 광고 카피 또는 책이나 시의 일부 글귀를 인용하거나, 유명하거나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면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인용할 때 그 내용이 장황하 거나 어려우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간결하면서 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좋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 말미에 스튜어트 브랜 드(Stewart Brand)가 쓴 󰡔지구 백과(The Whole Earth Catalog)󰡕에 나오는 “끊임없이 갈망하고 끊임 없이 배워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글귀를 인용했는데 이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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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기억된다. ∙ 전망 제시 기법: 본론에서 주장한 바를 따르거나 받아 들일 경우 미래에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를 가 시화하거나 예언하는 기법이다. 부정적인 전망보다 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청중이 희망을 갖 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전망을 제시할 때 보통 “∼한다면 ∼할 것입니다”와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 실천 유도 기법: 청중에게 특정 행동을 실천하게끔 촉 구하기 위해 연사의 소망을 말하거나 청원하는 식으 로(“∼하기를 바랍니다”, “∼하기를 부탁드립니다”,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완곡하게 표현할 수도 있 고 청중에게 직접적으로 강하게 호소할 수도 있다 (“∼해 주십시오”).

참고문헌 백미숙(2006).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의 에토스관. 󰡔독일언어문학󰡕 제33집, 106∼128.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양태종(2000). 󰡔수사학 이야기󰡕. 부산: 동아대학교출판부. 임태섭(2003). 󰡔스피치커뮤니케이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장혜영(2009). 󰡔발표와 토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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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개요서, 큐카드, 시각 자료

개요서와 큐카드, 둘 다 주종 관계를 고려해 번호를 매기고 들여쓰기를 체계적으로 작성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하지만 개요서는 완전한 문장으로, 큐카드는 키워드 중심으로 적는 데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개요서는 전체 내용을 구체화하고 숙지하는 준비 과정에 적합하고, 큐카드는 키워드에 살을 붙이면서 자연스럽게 말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실전에 활용하면 좋다.


대본은 도움이 안 된다 준비한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말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 에 대본을 작성해 이를 달달 외워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대본을 완벽하게 외 우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막상 외웠다고 해도 실전에서 그대로 하라는 법도 없으며, 틀릴 경우 계속 그것에 마음 이 쓰여 청중과 자유롭게 호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 이다. 또한 머릿속으로 온통 할 말만 생각하니 얼굴은 무 표정해지고 말투는 단조로워지고 시선은 초점을 잃은 듯 보일 것이 뻔하다. 또 대본을 보면서 발표할 경우 아주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대개 음량과 속도가 일정해지면서 말투가 낭독조 로 바뀌고, 청중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때문에 청중과 상 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스피치를 잘 하고 싶고 청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기대한다면 우선 대 본을 써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자구구 외워서 하겠다는 생 각부터 버려야 한다. 물론 정치적·외교적·법률적으로 그 내용의 정확성이 엄밀하게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 브 리핑을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대본을 써서 이를 그대로 읽 어 내려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청 중의 호흡과 교감을 우선시해야 하는 일반적인 발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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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암기에 의존한 스피치는 지양해야 한다. 암기에 의존 해 스피치를 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해 주면서 청중 과 자유롭게 호흡을 나누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개요서 와 큐카드다.

개요서는 설계도와 같다 개요서란 스피치의 주요 내용을 서로 간 관계와 순서에 따 라 정리해 한눈에 쉽게 파악하도록 작성한 것이다. 건축 가가 집을 짓기 위해 설계도를 그리는 것과 같이 연사는 스피치를 하기 위해 개요서를 작성해야 한다. 주요 내용 의 관계가 잘 드러나도록 주종 관계로 나눠서 일정하게 번 호를 매기고 들여쓰기를 해서 개요 형태로 작성하는 개요 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문장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 는 내용 구성 단계에서 연사의 생각을 명료하게 배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개요서의 예는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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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개요서의 예

서론

1. 몇 년 전 ‘일상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모건 스펄록을 따라 30일 동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1) 방법은 간단하다. (1)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생각한 뒤 그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2) 30일은 새로운 습관을 갖거나 낡은 습관을 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3.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배운 점이 네 가지 있다.

본론

1. 시간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만들 수 있다. 1) 하루에 한 장씩 사진을 찍으면서 깨달았다. 2) 30일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생생히 기억한다. 2. 자신감을 얻었다. 1) 전에는 책상에만 틀어 박혀 있던 컴퓨터광이었다. 2)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3)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 산을 등반했다. (1) 전에는 모험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3. 30일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1) 매년 11월 단 30일 동안 준비해 소설 대회에 수만 명이 참가한다. 2) 하루에 1667자씩 쓰면 된다. 3) 자신도 소설 쓰기에 도전했다. (1) 하루 분량을 채우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2) 수면은 부족하지만 소설은 완성할 수 있다. 4) 소설 쓰기에 도전한 덕분에 또 하나의 직함이 생겼다. (1) 소설은 형편 없었다. (2) 테드(TED) 파티에서 존 호드그먼을 만나면 ‘소설가’로 소개할 수 있다. 4. 작은 도전은 오랫동안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 1) 거창한 도전도 재미있지만 오래 실천하기가 힘들다. 2) ‘당분 끊기’ 도전에 성공했다. (1) 31일 째 사탕과 초콜릿 생각뿐이었다. (2) (사탕과 초콜릿으로 가득 찬 사진을 보여 준다.)

결론

1.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30일이란 시간은 흘러간다. 2.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생각해서 앞으로 30일 동안 도전해 봐라.

출처: 백미숙(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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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카드로 자연스러운 스피치가 가능하다 개요서를 작성하면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과 논리적 관계 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비교적 자세하게 문장으로 표현해 봄으로써 생각을 명료하게 나타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개요서를 읽으면서 전체 내용을 숙지하다가 어 느 정도 내용이 파악되면 개요서를 큐카드로 옮겨 적어본 다. 개요서와 같이 주종 관계로 나눠서 일정하게 번호를 매기고 들여쓰기를 하되, 봤을 때 할 말이 떠오를 수 있게

<표 2> 큐 카드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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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리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단어나 문구 중심으로 간단 하게 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큐카드는 실행 과정에서 연사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 다. 우선 주요 내용을 키워드로 큐카드에 적어 놓았기 때 문에 혹시라도 내용을 잊어버릴 경우 기댈 수 있다는 점에 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또한 한 손에 큐카드를 쥐고 있 으면 다른 한 손을 처리하기가 훨씬 수월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큐카드는 독서카드에 다음과 같이 작성한 후 여러 장일 경우 고리로 묶어서 사용한다. 글씨도 비교적 크게 쓰면서 장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작은 사이즈보다는 가능하면 큰 사이즈의 독서카드를 사 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꼭 실천하고자 하는 동작이나 행동, 예를 들어 ‘목소리를 크게 한다’, ‘리듬감 있게 말한 다’, ‘청중을 쳐다 본다’, ‘손가락을 하나 펴보인다’ 등을 큐 카드에 색깔 있는 펜으로 눈에 띄게 적어 놓고 이를 연습 과정에서부터 의식적으로 반복함으로써 몸에 배게 한다 면 실전에서 원하는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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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큐카드 작성의 예 1 서론

(미소를 띠며 공손하게 인사) 1. ‘일상에 갇혀 있다’ 2. 모건 스펄록, 30일 도전 1) 방법 간단: 평소 하고 싶은 것 생각 → 도전 2) 30일, 새로운 습관 갖기 또는 낡은 습관 버리기에 충분한 시간 3. 배운 점 네 가지(손가락 네 개를 펴보이며)

본론

1. 시간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만듦 1) 하루 한 장 사진(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며) 2) ‘어디서’, ‘무엇’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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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

2. 자신감 1) 컴퓨터광 → 자전거 출퇴근 2) 킬리만자로 산 등반 ← 모험심 전무 (청중 쪽으로 걸어 나오며) 3. 30일 = 충분한 시간 1) 매년 11월, 소설 대회, 30일 준비, 수만 명 참가 2) 하루 1667자 쓰기 3) 소설 쓰기 도전 (1) 하루 분량 채우기 → 잠자리에 듦 (2) 수면 부족, 그러나 소설 완성 4) 또 하나의 직함 (1) 소설 형편없음. (2) 테드(TED) 파티, 존 호드그먼, ‘소설가’(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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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본론

4. 작은 도전 = 오래 실천할 수 있음 1) 거창한 도전 = 재미O, 오래 실천 X 2) ‘당분 끊기’ 도전 31일째, 사탕과 초콜릿 생각(사진을 보여 주며)

결론

(원래 자리로 돌아와서 청중을 쳐다보며) 1. 질문:”여러분은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2. 앞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30일이란 시간은 흐름 3. 앞으로 30일 동안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시길!

출처: 백미숙(2013).

큐카드로 연습하면 순발력이 생긴다 큐카드를 사용할 때 중요한 키워드나 어구만 적어 놓은 상 태에서 스피치를 하기 때문에 말을 할 때마다 사용하는 어 휘나 문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 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순발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표현하는 방식이나 어휘가 달 라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처음에 생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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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좀 더 효과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것은 결국 발표에 대한 적응 력과 순발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큐카드에 자신 이 고쳤으면 하는 버릇이나 습관을 지시나 주의 사항 형태 로 적어 놓으면 이를 고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전에 서는 청중과 충분하게 눈을 맞추기 위해서 큐카드를 가능 하면 적게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허설 과정에서 완전히 숙달할 때까지 연습해 두어야 한다.

시각 자료는 청중과 교감을 높여야 한다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각 자료로 파워포인트를 꼽을 수 있다. 이 경우 지나치게 슬라이드에 의존해 발표하는 연사가 많다. 청중에게 거의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슬라이 드를 바라보면서 일방적으로 읽어나가면 청중은 금세 흥 미를 잃어버린다. 연사가 자신들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느 끼기 때문이다. 슬라이드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은 아 직도 남 앞에 서서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 미한다. 시각 자료는 연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청중 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한 자료이고 청중과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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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자료는 청중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슬라이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 다면 청중의 시각적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슬라이드를 작성해야 한다. 사람의 두뇌는 글보다 이미지 를 더 잘 처리한다. 그렇다고 모든 이미지가 효과적인 것 은 아니다. 가독성이 높은 텍스트 구성과 적절한 이미지 사용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각 자료 작성 시 다음에 유념해야 한다(백미숙, 2013).

∙ 간결하고 단순하게 만들어라. ∙ 완전한 문장 대신 키워드로 적어라. ∙ 통일감을 주는 어구로 표현하라. ∙ 텍스트는 한 슬라이드에 최대 여섯 단어, 여섯 줄을 넘지 않게 하라. ∙ 텍스트의 메시지를 부각시키는 이미지, 차트, 그림, 비디오클립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라. ∙ 명조체 계열보다는 고딕체 계열의 글꼴을 사용하라. ∙ 색상은 두세 가지 이내로 사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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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Jaffe, C.(2004). Public Speaking. Concepts and Skills for a diverse

Society, Belmont: Wadsworth. Lucas, S. E.(2004). The Art of Public Speaking. New York: McGraw-Hill. Reynolds, Garr(2008). Presentation Zen. 정순욱 옮김(2008). 󰡔프리젠테이션 젠󰡕. 서울: 에이콘출판. Sprague, J. & Stuart, D.(2005). The Speaker’s Handbook. Belmont: Tom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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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보디랭귀지와 몸짓

누구나 말을 할 때 단어를 발화하는 동시에 목소리나 표정, 시선, 몸 움직임, 고갯짓과 같은 비언어를 사용한다. 비언어는 주로 언어적 메시지를 보완·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를 서로 일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 사이에 생기는 간극 때문에 청중은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 이때 청중은 대개 언어적 메시지보다는 비언어적 메시지에 연사의 마음가짐과 정서 상태가 더 잘 반영되어 있다고 믿는다.


비언어의 중요성 비언어는 스피치를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크게 음성과 몸짓으로 나눌 수 있다. 비언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앨버트 메러비언(Albert Mehrabian) 교수에 따르면 메시지를 전달할 때 효과 면에서 말의 내용은 7%, 음성은 38%, 몸짓은 55%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 는 똑같은 내용을 말한다고 해도 어떠한 음성과 어떠한 몸 짓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이해력, 설득력, 호소력에서 차 이가 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스피치를 할 때 특히 신경 써야 할 중요한 몸짓 언어에는 제스처, 표정, 시선, 자세, 용모가 있다.

용모 첫인상을 결정한다

용모는 옷차림과 머리, 수염, 신발, 액세서리 등 외모와 관련 된 모든 것을 가리킨다. 용모는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네 가지 중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신(身)’에 해당하 는 것으로 첫인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잘 손질된 머리와 수염, 깨끗하게 닦인 구두, 단정 한 옷차림은 청중에게 연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나아가 용모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의 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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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성격, 마음가짐을 가늠하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단정하고 적절한 옷차림을 한다

연사는 청중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공신력 을 높이기 위해서 단정하면서도 상황이나 행사의 성격에 적절한 용모와 복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모와 복장 이 단정치 못하거나 부적절할 경우 청중은 연사를 예의 없 는 사람으로 평가하거나 심지어 자신들을 우습게 보고, 무 시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좋지 않은 인상은 스 피치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용모와 복장 에 철저하게 신경을 쓰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정장을 착 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상황에 따라서 연사의 공신력이나 권위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청중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는 것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말하느냐, 듣는 청중이 누구냐를 먼저 생각해 이 에 맞는 적절한 복장과 용모를 하는 것이다.

표정 기본적으로 밝고 편안한 표정을 한다

연단을 향해 걸어 나와 청중과 대면하는 순간 온화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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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청중을 바라본다면 좋은 인상을 심 어줄 수 있다. 처음으로 청중과 관계를 맺는 순간이기 때 문이다. 스피치를 하는 동안에도 기본적으로 편안하면서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이 좋다. 이는 청중의 기분을 좋게 만 들기도 하지만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밝은 표정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어 연사의 말 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가끔 시종일관 무표정하거나 무뚝뚝한 표정을 짓는 연사가 있는데, 이런 경우 분위기가 무거워져 자칫 청중이 스피치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으 니 조심해야 한다.

내용에 맞게 표정에 변화를 준다

기본적으로 편안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하되 내용에 맞게 표정에 변화를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진지한 내용에 대 해서 말할 때는 진지한 표정을, 슬프거나 우울한 내용에 대해서 말할 때는 슬픈 표정을 짓는다면 청중은 보다 내용 을 잘 이해하고 내용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말의 내용을 해석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표정을 적절하게 구사 하는 것은 스피치를 보다 생동감 있게 만들 수 있다. 만약 언어적 요소인 말과 비언어적 요소인 표정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청중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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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시선은 청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중 스피치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 는 것이 바로 시선 처리다. 대개 초점을 잃은 눈을 벽이나 바닥, 시계, 창밖이나 허공에 두면서 말하기 일쑤다. 이런 모습에서는 청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연사의 의지를 전혀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청중과 교감은 말할 것도 없고 스피 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보통 편의상 스피치의 목적에 따라 정보 제공 스피치, 설득 스피치, 유흥 스피치, 격려 스피치로 나누지만 이 네 가지는 모두 공통적으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 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먼저 청중에게 연사들이 자신들에게 얘기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청중의 눈을 쳐다봐야 한다. 청중의 눈 을 쳐다보면 더 떨리고 말할 내용을 잊어버릴 것이라는 선 입견과는 달리 오히려 실제로는 청중이 귀 기울여 듣는 모 습, 때로는 미소도 지어주고 고개도 끄덕여 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청중을 고루 쳐다본다

가능하면 발표장을 골고루 보면서 청중 한 사람 한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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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마주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선을 빨리 바꾸기보다 는 한 사람에게 4∼6초 정도, 한 문장을 말하는 동안 시선 을 준 후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옮기는 것이 훨씬 안정감 있어 보인다. 그러나 스피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시선 처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처음에는 발표장의 좌측, 우측, 중앙쯤에서 각각 청중을 한 명씩 정해 두서너 명에게 시선을 주는 것에서 시작해 여유가 생기면 눈맞춤하는 청중의 수를 점점 늘려 가는 방 법을 사용한다. 연사가 청중을 쳐다보지 않으면 청중은 자연스럽게 연사의 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시선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청중을 고루 바라보려 고 노력해야 한다(백미숙, 2013).

자세 스피치는 등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다

청중은 연사가 단상을 향해서 걸어 나올 때부터 퇴장할 때 까지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한다. 따라서 연사는 자신감이 있으면서 품위 있고 침착함이 느껴지는 자세를 보여 연사 로서 공신력 확보에 신경 써야 한다. 걸어갈 때 허리는 곧 게 펴고 자신감 있고 침착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아가 청 중 앞에 선 후, 먼저 마이크를 점검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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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 청중을 쳐다보면서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스피치를 마친 후에도 끝까지 자신감 있는 모습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여유 있게 단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스 피치를 끝낸 후 머리를 긁적이거나 혀를 내밀거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연사가 있는데, 이런 모습은 부정적인 이미지 로 비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기본자세에 변화를 준다

스피치를 할 때 두 발은 어깨 넓이로 벌리고 가슴은 펴고 고개는 정면을 향한 채 서는 것이 기본자세다. 기본자세 를 계속 유지하면서 한곳에 계속 서 있기보다는 위치를 바 꾸면서 기본자세에 변화를 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자 신감 있어 보인다. 물론 지나치게 위치를 자주 바꾸면 오 히려 산만하게 보일 수 있다. 이 점만 주의한다면 위치와 자세에 변화를 주어 청중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발표할 때는 빔이 얼굴로 향하지 않도록 위치를 잘 선정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빔이 얼굴 에 비치면 청중에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슬라이드 옆에 바짝 서서 말하기보다는 청중 쪽으로 최 대한 걸어 나와 슬라이드와 청중 양쪽을 다 볼 수 있는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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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서는 것이 좋다. 슬라이드에서 조금 떨어져 청중 쪽 으로 좀 더 가까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감 있는 모습 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제스처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제스처를 구사한다

웅변할 때처럼 일정한 단어에서 획일적인 제스처를 구사 하기보다는 대화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손동작을 하는 것 이 좋다. 보통 대화할 때 내용에 맞춰 얼굴과 눈썹, 목, 어 깨 등을 움직이면서 함께 제스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와 마찬가지로 내용이나 상황에 맞게 표정을 지으면서 제 스처를 사용하면 청중의 이해도뿐만 아니라 몰입도도 높 일 수 있다. 제스처는 일종의 주의집중장치로 제스처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제스처를 사용할 때 스피치가 훨씬 역동성을 띤다.

참고문헌 김영순(2007). 󰡔몸짓 기호와 손짓 언어: 교사-학생 간 비언어 의사소통 연구󰡕. 서울: 한국문화사. 김영임(2011). 󰡔스피치커뮤니케이션󰡕. 서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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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 이상호(2012).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비교 연구: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를 중심으로.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 18호, 269∼309, 한국소통학회. 최윤희(2003).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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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발음, 발성, 구어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되면 내용도 청중에게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의사 전달에서 가장 기본은 발음과 발성이다. 각 소리의 음가에 맞는 정확한 발음을 하면서 말소리에 변화를 주어 리듬감 있게 말해야 한다.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구어체 말투를 구사함으로써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음 대중을 상대로 말을 할 때에는 대화할 때보다 발음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청중과 상당한 거리를 둔 채 비교적 넓 은 공간에서 말하기 때문에 그만큼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 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음이 정확한지 아닌 지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한 좋은 방법은 자신이 말하는 것 을 녹음해 직접 들어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 이다. 아래의 ‘가나다라 표’를 이용해 잘 안 되는 발음을 체 크한 후 그 발음을 위주로 꾸준히 연습해 본다. 특히 발음 할 때 혀의 위치와 입술 모양을 면밀히 관찰해 이를 비교 하면서 교정해 나간다. 가로, 세로, 대각선 방향으로 그리 고 그 역방향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의사 전달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인 만큼 말을 할 때 입속에서 웅얼거리거나 말끝을 흐리지 않는지, 또는 어미를 늘리거나 지나치게 올 려서 말하지는 않는지도 함께 신경 써서 들어본다. 특정 한 소리를 제대로 발음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강조해 발음 할 경우 청중이 내용을 이해하고 스피치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니 정확하면서 올바르게 발음하도록 신경 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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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가나다라 표 가

출처: 백미숙(2013).

리듬감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어조는 듣기에 지루할 뿐만 아니라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된다. 말은 노래 를 부르듯이 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말소리에 변화를 주어 리듬감 있게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리듬감 있는 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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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듣기에 편해서 집중해 들을 수 있다. 어릴 적 할머니 께서 내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들려주던 옛 날이야기는 한없이 그 내용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청중과 진정으로 교감하고 싶다면 리듬감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해 야 한다.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소에는 음량, 억양, 강조, 속도, 쉼(포즈)이 있다.

음량

음량은 목소리의 크기를 말한다. 연사와 청중 사이의 거 리, 주변의 소음 정도, 발표장의 크기, 청중의 수, 마이크 사용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어떠한 경우든 소리의 크기는 제일 뒤에 앉은 청중까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를 판단하기 위해서 제일 뒤에 앉은 청중에게 잘 들리는지 직접 물어볼 수도 있고, 또는 청중이 보내는 비언어적 단 서를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경우 얼굴을 찌푸리거나 아예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때 문에 이런 비언어적 단서가 포착되면 얼른 소리의 크기를 바로 잡아줘야 한다. 마이크를 사용할 때에 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소리의 크기는 적당한지 점검한 후 스피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소리가 작다고 해서 지나치게 마이크에 가까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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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하면 숨소리까지 전달되는 것은 물론이고 웅웅거리 는 소리로 인해 말소리가 탁하게 들릴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말해야 한다. 목소리가 지나치게 작은 사람 은 마이크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평소 발성 연습을 통해 목소리를 좀 키워서 마이크를 보조 장치로만 이용하 는 편이 낫다. 원래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지나치게 큰 소리로 인해 청중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마이크 사용 시 각별히 조심한다.

속도

대중 스피치의 경우 1분에 200∼300자 정도로 말하는 것 이 적당한 속도다. 너무 빨리 말하면 스피치의 내용을 따 라가기 힘들거나 자칫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너무 천천히 말하면 내용 몰입에 방해가 되거나 지루하다고 느 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되 내용의 성격과 난이도, 청중의 특징, 행사 성격 등에 따라서 말의 속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쁨이나 놀람, 두려움의 감정을 표현할 때에는 빠른 속도로 말하고, 슬픔 이나 불만의 감정을 표현할 때에는 느린 속도로 말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나 중요한 내용은 천천히 말하고, 청중이 이미 알고 있거나 쉬운 내용은 빠르게 말해야 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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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청중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억양

억양은 소리의 높낮이에 의해 만들어진다. 높낮이의 변화 없이 말하는 것을 단조로운 어조라고 하는데, 이것은 말을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점이다. 시종일관 단조로운 어 조로 얘기하면 청중의 집중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결같이 높은 어조도, 한결같이 낮은 어조도 청중 의 집중력을 방해한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구사하는 억양에 음량, 속도, 강조 등과 함께 변화를 줘서 리듬감 있게 말하는 것이다. 억양은 특히 감정상의 의미와 분위기를 전달하는 중요 한 수단이다. 예를 들면 기쁨, 슬픔, 화, 만족, 불만족, 긴장, 당황, 지루함, 흥미 같은 심리 상태를 표현할 때에는 말의 높낮이에 변화를 줘서 그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효과적 이다. 그리고 흥분된 상태를 나타낼 때에는 비교적 높은 어 조의 억양을 구사하고, 자제하거나 진지한 느낌을 불러일 으킬 때에는 비교적 낮은 어조의 억양을 구사한다면 전달 하는 내용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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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은 효과적인 의미 전달을 위해 문장이나 단어 앞에서 잠 깐 시간적 쉼을 두는 것을 가리킨다. 글에서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독자에게 글의 내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게 돕듯이, 말에서 쉼은 청중에게 말의 내용을 보다 잘 이해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서론에서 본론으로 넘어가 기 전에, 본론에서 하나의 논점에 대한 논의가 끝나고 다 른 논점으로 넘어가기 전에, 본론에서 결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쉼을 두어서 내용이나 단락이 바뀐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또한 클라이맥스에서 긴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서, 또는 중요한 내용을 강조할 목적으로도 그 앞에서 쉼 을 둘 수 있다. “국민을 위한, (쉼) 국민에 의한, (쉼) 국민 의 정부는 결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와 같이 쉼 다음에 나오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강조되는 효 과가 있다.

강조

강조란 말의 세기와 관련된 것으로 문장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중요한 음절이나 단어 또는 어구를 다른 것들보다 더 힘주어 말하는 것을 말한다. 세게 말할 때 음량이나, 억양, 길이에도 함께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때 해당 음절이나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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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앞에 쉼을 두어 강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당시 (쉼) 저∼엉말 죽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지 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쉼) 변화입니다’와 같이 강 조하고자 하는 단어 앞에서 잠시 쉼을 두어 말하면 그 단 어가 훨씬 강조된다(백미숙, 2006).

구어체 웅변 스피치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차렷 자세로 서서 딱딱 한 말투로 문어체를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모습에서는 물리적인 거리감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감 이 다분히 느껴진다. 요즈음에는 공감 스피치라고 칭할 만큼 청중과 교감하고 호흡하는 상호작용을 꾀하면서 공 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스피치의 주된 목표가 되었다. 따 라서 말을 할 때에는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구어체 말투를 구사하는 것이 좋다. 구어체를 사용해야 청중이 친근감을 느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어체라고 해서 정말 일상생활에서 말하듯 똑같이 하 라는 얘기는 아니다. 쉽게 말하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하 고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되 공식석상에서 말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품위와 예의를 갖추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해요체’를 사용한다든가, 말끝을 흐린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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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평서문의 문장 종결 어미는 주로 ‘∼했습니다’를 사용하면서 간혹 ‘∼고요’나 ‘∼했어 요’의 어미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채팅 용어나 은어, 속어 역시 당연히 대중 스피치에 적절하지 않다. 요즈음 에는 ‘되게’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거나 ‘살짝’ 이란 단어를 의미에 맞지 않게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 은데 이런 잘못된 습관도 고쳐야 한다.

참고문헌 김상준(2012). 󰡔아나운서󰡕.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김은성(2011). 󰡔파워 프레젠테이션󰡕. 파주: 서해문집. 백미숙(2006). 󰡔스피치 특강󰡕.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이시훈 · 박란희(2009). 목소리 구성 요소의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관한 연구.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 11호, 293∼327, 한국소통학회. 이현복(1989). 󰡔한국어의 표준발음󰡕. 교육과학사. 장소원 · 강재형 · 정희원 · 정재은(2007). 󰡔방송화법󰡕.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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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연습과 리허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얼핏 보면 즉흥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철저하게 사전에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서 초 단위로 정확하게 연출된 한 편의 드라마를 선보였다는 사실을 알면 매우 놀랄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지나치게(?) 리허설을 고집하는 스티브 잡스 때문에 많은 동료와 스태프들이 매우 힘들어 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좋은 스피치는 꾸준한 학습과 연습의 결과 스피치는 청중을 직접 마주한 상태에서 음성과 몸짓을 통 해서 준비한 내용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행위로 마무리된 다. 따라서 앞서 내용을 구성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언어 표현을 다듬었던 모든 노력이 몸에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전달 행위를 통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 전에 앞서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또한 연습과 별개로 시 간이 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발표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스피치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 한다면 스피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좋은 스피치는 꾸 준한 학습과 연습의 결과임을 기억하자.

다른 사람의 스피치 관찰 평소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발표하는 모습을 보 면 스피치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 근에 지식 강연 컨퍼런스를 표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테드(TED: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 는 강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스피 치의 기법을 터득하기 권한다. 테드(TED)의 모든 강연은 짧게는 3분에서 최장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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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평가지의 예 평가 항목

좋은 점

개선할 점

서론 스토리텔링 내용 설명과 설득의 기술 결론 발음, 리듬 음성

음량, 속도 강조, 쉼 용모

몸짓

표정, 시선 자세, 제스처 구성

슬라 이드

가독성 일관성

기타

이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 형편에 맞추어 골라 볼 수 있다. 더욱이 거의 모든 강연은 한글 자막으로 시청이 가 능하며 한글 대본 또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언어에 대 한 부담 없이 강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드(TED) 강연을 시청할 때 막연하게 감상하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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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정한 평가 항목을 설정해 놓고 여기에 맞추어 분석하 면서 시청한다면 좀 더 수준 높은 안목을 키울 수 있다. 평 가지의 예는 <표 4>와 같다(백미숙, 2013).

연습을 거듭하라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길밖에 없 다. 남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사람을 보면서 한없이 부러워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러기까지 얼마나 남모를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물 위 에 떠 있는 백조는 무척 고고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물 밑 에선 물 위에 떠있기 위해 끊임없이 발로 헤엄치며 뒤뚱거 려야 한다. 당당한 연사가 되기 위해서는 백조의 이런 물 밑 모습까지 감내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리허설을 통 해 꾸준히 훈련하다 보면 우아한 백조로 거듭날 수 있다.

충분한 기간에 걸쳐서 준비한다

머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말하 기다. 머리로 이해한 내용을 청중 앞에 서서 직접 소리도 내고 몸도 사용해 전달하는 것이 말하기이다. 따라서 몸 에 충분히 체화하게 하려면 충분한 기간에 걸쳐 준비해야 한다. 보완·수정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몸이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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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게 되어 실전에서 비록 긴장한다 하더라도 몸이 기 억하고 있는 바를 무의식중에 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다. 연습할 때에는 내용, 음성, 몸짓으로 나누어 점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내용을 숙지할 때에는 우선 작성해 놓은 개요서를 여러 번 큰 소리로 읽어 보면서 내용의 흐름과 논리적 관계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숙지하도록 한다. 내용이 어느 정도 숙달되면 지시와 주의 사항과 함께 주요 내용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큐카드에 옮겨 적은 후 이를 활용해 키워드에 살 을 붙여가면서 유연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녹음해 들어보면서 발 음은 정확한지, 리듬감 있게 말하는지, 소리의 크기와 빠 르기는 적절한지, 말끝을 흐리지는 않는지, 적절한 어미 를 구사하는지에 대해 점검해 본다. 몸짓과 관련해서는 실전처럼 발표하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거나 캠코더로 녹화한 후 시선 처리, 제스처, 자세, 표정 등에 주목해 관찰한다. 실전에서 시각 자료를 사용 하기로 되어 있으면 이를 함께 활용해 해 본다. 이때 슬라 이드를 너무 자주 쳐다보지는 않는지, 레이저포인터를 올 바르게 사용하는지 살펴 본다. 모니터링을 한 후 잘못된 부분은 교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과정을 여러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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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 반복해 실시한다. 또한 발표장을 비롯해 기기와 좌석 배치에 대해 점검하 는 것도 잊지 않는다. 콘센트의 위치와 형태, 빔 프로젝터 와 컴퓨터의 위치와 작동 여부, 조명등의 위치, 스크린의 위치, 마이크 작동 여부, 이동식 저장매체와 컴퓨터의 호 환 등등 기기의 작동 여부도 철저히 점검하고 기기 사용법 을 충분히 익혀둔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리허설을 한다

내용, 음성, 몸짓으로 나누어 연습을 충분히 하면서 교정과 보완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단계에서 실전과 똑같이 옷을 입고 최종 리허설을 해본다.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 앞에서 직접 모의 발표를 해보거나, 이 장면을 녹화해 가족이나 주 변 지인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하는 방법이 있다. 자신이 스 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 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구하는 것이 좋다. 요즈음에는 꼭 비디오레코더가 아니더라도 휴대폰에 녹화 기능이 있어 손쉽게 녹화할 수 있으니 자신이 발표하 는 장면을 녹화해 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은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민망하고 불편하겠지 만 변화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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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녹화−모니터링−피드백 과정을 반복한다면 스피치 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모니터링을 할 때에는 평가지를 이용해 내용, 음 성, 몸짓, 시각 자료 항목에 따라 일정한 평가 기준을 놓고 자문을 구한다면 좀 더 내실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백미숙, 2013). 특히 파워포인트 같은 시각 자료를 사용할 경우 시각 자료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청중과 눈맞춤에 소홀하지는 않는지, 다음 슬라이드로 넘기면서 적절한 연결멘트를 하 는지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구해 본다. 연결멘트는 내용 관계를 보여주고 연결을 부드럽게 해줌으로써 청중이 내 용을 유기적인 관계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신경 을 써야 한다. 리허설 하는 동안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나는 점점 좋아 지고 있어’, ‘나도 잘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 본다. 어떤 일 이든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 자신을 격려하면서 반복적 으로 연습, 훈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게 된 다. 막연하게 남 앞에 서서 발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긴장되지만 내 말을 들어줄 청중과 만나서 이들과 이야기 를 공유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설렐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다 보면 조금씩 긴장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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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으로 바뀌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경태(2009).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서울: 멘토르. 백미숙(2013). 󰡔스피치로 승부하라󰡕. 서울: 교보문고. Gallo, Carmine(2009). The Presentation Secrets of Steve Jobs. 김태훈 옮김(2010).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Walker, T. J.(2010). How to give a pretty good presentation. 이민주 옮김(2011). 󰡔프레젠테이션 하루 전󰡕. 서울: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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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숙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스피치와 토론’, ‘프레젠테이 션’을 가르치고 있다. 직장인과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스피치, 프레젠테이션, 커뮤니 케이션, 의료 커뮤니케이션, 대중 연설, 강의 기법과 관련해 연 수와 강의를 하고 있다. 독일 뮌헨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독일 화법 성 연구’란 주제로 문학박사 학위(1995)를 받았다. 고려대학 교 언어정보연구소 연구조교수와 한국노동교육원 초빙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한국수사학회 교육 이사, 대한커뮤니케이션학 회 연구 이사 및 스피치·토론커뮤니케이션 연구분과위원장, 대 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토론󰡕(2014), 󰡔스피치로 승부하라󰡕(2013), 󰡔스피치 특 강󰡕(2006), 󰡔스피치와 토론󰡕(공저, 2006)이 있고, 역서로 󰡔스피 치 핸드북󰡕(2000), 󰡔일방통행하는 의사, 쌍방통행을 원하는 환 자󰡕(2007), 󰡔의사와 환자의 대화󰡕(공역, 2008)가 있다. 논문으로 “의사에게 요구되는 설명의 기술”(2010)과 “의사소 통적-치료적 관점에서 듣기와 공감적 경청”(2006) 등이 있고, 주요 활동으로 전국 약 300명의 차장과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스피치와 토론을 지도한 적이 있다(2007∼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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