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육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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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교육 파울로 프레이리의 글 읽기와 세계 읽기

파울로 프레이리·도날도 마세도 지음 허준 옮김

대한민국, 서울, 학이시습, 2014


03 문해교육 다시 생각하기: 대화

마세도 해방문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차원의 문해교육이

이루어져야겠지요. 첫째, 학습자는 자기 자신의 역사, 경험, 문화를 알 아야 합니다. 둘째, 자신이 처한 힘든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배 영 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코드도 익혀야 합니다. 이 두 차원 사이에는 엄 청난 긴장 관계가 존재하기도 하지요. 어떻게 해방문해가 이러한 긴장 관계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요? 어떤 차원도 사라지지 않도록 하 면서 말이지요.

프레이리 우선, 저는 의식이란 사회적 실천을 통해 생성된다고 생각해

요. 하지만 여기에는 개인적 차원도 있습니다. 세계에 대한 이해, 꿈, 판 단 등은 나의 개인적 실천의 일부지요.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세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이 필요해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나의 행동을 충분히 설명 할 수는 없겠지요. 최종 단계에서 의식은 사회적으로 태어납니다. 이런 점에서 나의 주관은 중요하지요. 하지만 개인의 주관성을 사회적 객관 성과 구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의식이 갖는 개인적 차원에 대한 당신의 질문은 특정한 긴 장 관계를 함축하고 있어요. 지루가 급진적 교육학이라고도 표현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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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비판적 교육학은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이러한 긴장 관계가 어떻 게 일어나는지 규명해야 합니다. 이런 관계를 다루는 법도 알아야겠지 요. 교육이론을 구축할 때 사회적이고, 객관적이며, 구체적이고, 유물 론적인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식의 발달만 강조해서도 안 됩니다만, 개인 차원의 발달도 자극해야겠지요.

마세도 개인의식이 집단의식과 충돌할 때의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할

까요?

프레이리 미국처럼 복잡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존재하는 다양

한 방식을 연구해 보면 개인주의적 취향을 발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주의적 취향조차도 특정한 사회의식의 표현이지요.

마세도 이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사회의식에 주목하지 않고 비

판적 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프레이리 개인주의적으로 사회 차원을 다루는 방식을 한번 생각해 볼까

요? 지루와 스탠리 아로노위츠(Stanley Aronowitz)와 같은 교육자가 학습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비판적인 입장이란 주관성과 객관성 사이 의 관계 인식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도록 자극할 수 있겠지요. 이럴 때 비판적 교육이 일어납니다. 대개 개개인은 자신이 조건화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해요. 반대로 나는 자유롭다고 목소리를 높입니 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자극이 비판적일 수 있습니다. 비판적 교육자가 자극하기 시작하면, 학습자들은 억압의 극복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보다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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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수준의 자유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고 나면, 학습자들은 비판적 의식을 키우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학습자 들은 사회적 실천에서 발현되는 사회의식의 구성적인 힘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지요. 또한 사회 현실에서 한 걸음 비켜 서 있을 때도 현실 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특별한 행위를 통해 학습자들은 보다 비판적일 수 있게 됩니다. 즉, 학습자들 은 비판적 자세를 취하게 되지요. 학습자들은 세계에 대한 의식을 구성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그리고 그 의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하는 정도까지 성장하게 됩니다.

마세도 이런 비판적 태도를 통해 결국 긴장 관계가 끝나게 될까요?

프레이리 전혀 그렇지 않아요. 긴장 관계는 계속됩니다. 전통적인 교육

학도 이러한 긴장 관계의 존재를 강조할 수는 있다고 봐요. 하지만 비 판적 교육학의 역할은 긴장 관계를 구별해 내는 것이 아닙니다. 비판적 교육학이 갖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습자들이 다양한 긴장 관계를 인 식하고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겁니다. 이런 긴 장 관계를 무시하게 되면 결국 주체의 역할을 부정하게 되고 맙니다. 긴장 관계가 부정되면 결국 실제로는 긴장 관계가 뒤에 숨어 있는데도 이를 극복했다는 환상을 심어 주죠. 우리는 긴장 관계의 바깥에서 살 수 없어요. 주어진 대로 사는 수동 적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긴장 관계가 부정되곤 하지만, 우 리는 긴장 관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급진적 교육학의 한 가지 책무가 바로 긴장 관계의 본질과 이에 대한 대처법을 밝히는 일이 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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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도 비판적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이 글과 세계의 관계에 어떤 역할

을 할 수 있을까요?

프레이리 제가 말씀 드린 문해교육 활동을 수행하거나 제가 생각하는

문해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변을 위 해 제 경우를 반복해서 말씀드려야겠군요) 세계를 읽는 일과 글자를 읽 는 일을 구분하지 말아야 합니다. 글을 읽거나 쓰는 법을 배우기 전에 세계를 쓰는 법, 다시 말해 세계를 변화시키고 세계에 접촉하는 경험을 먼저 해야 해요.

마세도 문해교육을 통해 세계에 대한 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프레이리 세계에 대한 의식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구축됩니다.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지요. 세계는 ‘다른 사람’, 즉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구성하도록 해 줍니다. 인간이 역사를 쓰기 시작하 면서 객관적인 현실의 변형(저는 이를 현실에 대한 ‘쓰기’라고 불러요) 이 일어났어요. 역사를 통해 인간은 동물 상태에서 벗어난 겁니다. 이 런 변형을 통해 세계에 대한 의식이 구성된 것이지요. 자아는 세계의식 의 산물입니다. 오랜 세월, 인간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세계를 먼저 만 들었습니다. 직접 세계를 만지고 영향을 끼쳤지요. 그런 뒤에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겁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변화된 세계에 대해, 그리 고 변화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거지요. 그리고 더 오랜 시 간이 흐른 후에 인간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문자 형태로 기록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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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 때문에 저는 항상 학습자가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우기 전에 세계를 읽고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를 말이지요. 문해교육에서 구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프리카와 달리 문자가 압도적인 미국 같은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역사적 차이와 현대 경험의 차이를 고려해도 문해교육 과정을 일반교육과정과 구분하 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문해교육과 생산 과정을 구분하는 일도 어렵습니다. 문해교육이 일어나는 다양한 환경, 예를 들어 일터 같은 곳에서도 이런 구분은 어렵습니다. 문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도 이런 구분은 불가능하지요. 당신은 경제 담론과 문해교육 활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질문하 셨죠? 저는 비판적 교육을 통해 학습자들이 이 문제를 성찰할 수 있도 록 자극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군요. 이런 성찰은 반드시 비판적으로 이 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학습자들은 서로 다른 담론 사이의 관계를 이해 하기 시작할 겁니다. 최종 분석 단계에서 담론들은 서로 연결됩니다. 생산 담론과 생산 담론에 대한 담론, 또는 생산 담론에 수반하는 담론은 항상 모든 수준에서 연결됩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문제와 경제적 생산이 문해교육에 끼치는 영향이 무 엇인지를 살펴봐야겠지요.

마세도 저는 문해교육을 포함해 교육과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군요. 물론 여기에서 먼저 문화에 대한 정 의를 내려 봐야겠지요. 저는 ‘문화’가 엘리트 계급의 지배 요소를 보여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화자본으로서 문화가 자율적 인 시스템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화가 사회 계층 사이의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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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리처드 존슨(Richard Johnson)의 문화에 대한 세 가지 전제를 살펴보는 게 좋겠네요.

1. 문화 과정은 사회적 관계, 특히 계급 관계와 계급 형성, 성 차별, 인 종 투쟁, 세대 억압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 문화는 권력에 관여하고 개인 능력의 불균형을 생산하는 데 기여 한다. 그리고 사회집단이 자신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문화는 자율적이지도 않으며 영원히 고정된 장도 아니다. 문화는 사회적인 차이의 장이자 투쟁의 장이다.(Johnson, 1983)

문화생산 및 문화재생산에서 작동하는 요인들이 이미 주어진 것이 라면, 해방적인 문해교육이 어떻게 사회적 계급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 을까요? 문화적 요인으로서 교육, 특히 문해교육의 관점에서 말씀해 주 시겠습니까?

프레이리 문해교육과 교육은 일반적인 문화 표현입니다. 문화 세계 밖

에서 문해교육 활동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교육 그 자체에 문화적인 차원이 있기 때문이죠. 교육은 인식 주체에 대한 지식 활동입니다.(여기 서 말하는 지식이란 특정 대상에 대한 지식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교육 은 문화를 호기심 있게 다뤄야 합니다. 끊임없이 교육에 대한 질문을 던 지면서 말이지요.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더 넓은 문화 체계와 만나게 될 겁니다. 문화와 사회적 맥락에서 교육 목적에 대해 토론하다 보면, 문 화란 사회 계급을 가로질러 형성되는 총화임을 발견하게 되지요. 예컨대, 브라질 사회에서 계급마다 특정 행동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취향(이 또한 문화죠)도 사회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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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마세도 문화생산 및 문화재생산 문제가 사회 계급에만 국한된다고 말

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저는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문화적인 요소 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레이리 계급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요인을 찾고자 할 때도 계

급 분석은 중요합니다. 사회 계급이 존재하고, 여기에 모순이 존재한다 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사회 계급은 이해 갈등을 촉발합니다. 사회 계급은 인간 존재의 문화적 방식을 촉발하고 결정짓습니다. 모순 된 문화 표현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어떤 사회든 지배 집단은 자신들의 관심, 취향, 삶의 양식이 보편적 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피지배 집단은 자신들의 취향과 생 활양식을 보편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피지배 집단도 지배 집단 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취향과 생활양식을 갖고 사는데 말이죠. 피지 배 집단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정치적 힘과 경제적 힘이 없습니다. 권력 을 갖고 있는 자만이 자기 집단의 문화를 보편적인 국가 문화로 일반화 하고 공식화할 수 있지요. 이런 공식화를 통해 지배 집단은 피지배 집 단의 문화를 평가절하합니다. 사회 제도가 만들어 낸 불균형입니다. 비판적 문해교육 프로그램 은 바로 이런 요소를 탈신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일이지요. 비판적 문해교육은 다양한 음악, 시, 언어, 세계가 갖는 정당 성을 설명해 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를 규정하고, 세계를 묘사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 지배 집단은 피지배 집단의 언어 습성이 타락했다고 말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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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래서 피지배 집단의 언어는 지배 담론의 서자일 뿐이라고 읊어대 기 시작하죠. 사회언어학은 이러한 관념을 탈신비화하는 데 매우 큰 기 여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언어학은 모든 언어가 타당하고 체계적이며 법칙 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언어에 대한 우열의 구분은 사회 적 현상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 주고 있어요. 하나의 언어는 계속 발전 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안정될 때까지, 그리고 그 언어를 쓰는 집단이 세계를 적절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까지 말이지요. 따라서 계급 분석 없이는 언어를 이해하거나 분석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언어의 보편적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계급 문제를 넘어서야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언어를 기계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계 급 분석에만 매몰되어서도 안 되겠지요. 하지만 언어와 같은 총체적 체 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계급 분석을 시도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추상적인 의미에서 같은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 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서로 다른 담론 문제에 대한 답변이기도 해요. 브라질에는 지배계급, 노동자, 농민 등이 쓰는 다양한 유형의 언어들이 있어요. 이 언어들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 브라질식 포르투갈어입니다. 하지만 구체 적으로 따져 들어가면 서로 다른 언어들이지요.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다양한 언어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이런 언어들은 다양한 계층 에 따라 서로 다른 문법 체계, 구문 체계, 의미 체계 등을 가지고 있지요. 언어는 문화입니다. 언어는 지식을 매개하는 힘이지요. 또한 지식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은 모든 사회 계급에 나타나는 공통된 언어 특성이에요. 비판적 교육은 이런 언어의 역동성을 받아들입니다. 즉, 비판적 교육은 문화의 모순뿐만 아니라 교육의 모순에도 주목합니 다. 이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우리는 지배 집단이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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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그것을 공식화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는 문화 현상이 생산 담론 같은 다른 담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 지요. 하지만 비판적이고 급진적으로 교육을 바라보게 되면 기존의 ‘확 실성’은 점점 허물어지게 됩니다. 교육의 ‘침묵이 깨질수록’ 더 많은 비 판이 이루어지겠죠. 이를 통해 우리는 탐구적인 교육에 접근하게 됩니다. 정답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질문을 위한 교육에 다가서는 것이지요.

마세도 ‘희망의 언어’로서 문해교육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학습자가

자기 목소리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해교육에 대해 이 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방문해는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에 정 당성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해방문해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존중 하라고 요청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자신 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경쟁적인 두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학습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긍정하는 동시 에 이를 넘어서게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 예를 들어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의 목소리, 여성의 목소리, 원주민의 목소리 등 은 해방문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프레이리 당신의 질문은 읽기 활동이 단지 읽고 쓰기를 위한 것이라는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이해를 넘어서고 있네요. 읽기 학습의 목적이 글 자를 익히는 데만 있을까요? 당신의 질문은 읽기 활동에 대한 보다 깊 은 이해를 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이를 위해서는 말하기 활동이나 읽기 활동을 할 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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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창의성이 모두 필요합니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변혁이 필요합 니다. 당신의 질문을 들으니 제가 꿈꾸고 있는 사회가 떠오릅니다. 말하 기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권리 인 그런 사회 말이지요. 제대로 된 글 읽기를 위해서는 그런 사회가 와 야 합니다. 사회변혁을 위해서는 권력 자체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그렇 지만 권력 획득만으로는 불충분해요. 중요한 것은 역사 변혁 과정에서 주체의 역할입니다. 당신은 역사 적인 변혁이 권력 획득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그래 요. 우리는 권력 획득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권력을 잡을 때 에는 반드시 권력을 재창조해야 합니다. 권력의 재창조와 혁신은 반드 시 생산 활동의 혁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생산 활동 혁 신의 성패는 민중의 목소리를 얼마나 그 안에 담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 습니다. 이때 민중의 목소리는 무엇을 생산할지, 누구를 위해 생산할지 결 정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됩니다. 생산 활동의 혁신과 함께 일어 나는 권력의 재창조와 혁신은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를 증폭시키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어요. 다시 말해, 지배 집단에게 만 혜택이 돌아가는 그런 생산이 아니라 민중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생산 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권력의 재창조와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산 활동의 혁신은 문화 혁신과 언어 혁신도 촉진할 겁니다. 오늘날 대다수의 민중이 왜 침묵하고 있을까요? 민중은 자신들의 결정을 왜 스스로 가로막고 있을 까요? 민중은 왜 지배 집단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있을까요? 문해 교육 프로그램은 민중을 입 다물게 하는 지배 담론의 신화를 허물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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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니다. 제가 꿈꾸는 사회에서는 침묵하고 있는 민중의 목소리가 존중 받을 거예요. 생산 활동의 혁신을 동반하는 권력의 혁신을 통해 문화 혁신도 함께 이루어지겠지요. 그리고 이 문화 혁신 속에서 오늘날 지배 집단의 목소리 때문에 숨죽이고 있는 모든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는 환 경이 조성될 겁니다. 이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구축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목 소리가 존중받게 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읽기 활동과 쓰기 활동의 의 미도 바뀌게 됩니다. 문해교육의 의미도 바뀔 겁니다. 읽고 쓰기에 서 툰 학습자들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겠지요. 선생님께서는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 내고 식민지 침략자들을 몰아 내기 위해 열심히 싸운 아프리카 민중이 나중에는 오히려 글을 모른다 는 이유로 멸시를 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지요. 식 민 통치의 사슬을 용감히 끊어 버릴 수 있는 민중이라면 자신들의 글자 도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 이후 새로운 지도자들은 민중 이 진정한 문해 과정에 참여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어요. 민중이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자신의 역사를 읽어 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 신의 역사를 만들어 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글로 쓰지 않아도 역사를 쓸 수 있습니다. 스스로 참여하며 역사를 읽고 쓸 수 있습니다. 민중은 가장 어려운 문해 과정을 거친 겁니다. 즉, 세계를 읽고 쓰는 과정을 성 공적으로 거친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를 읽고 쓰는, 보다 쉬 운 문해 과정에 참여하는 일에서 무시를 당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 다. 당신의 질문은 문해교육 심층에 존재하는 정치적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희망의 언어’란 현재의 희망에 대 한 존중에 근거하고 있다는 뜻인 것 같군요. 당신의 질문을 들으면서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양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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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남미 원주민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남미 원주민들은 백인이 도착하기 전부터 남미 대륙에 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백인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원주 민들의 문명 세계로 진입해 들어간 거지요. 원주민들은 목소리를 낼 권 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히스패닉계 포르투갈인들이 침입하면서 빼앗 긴 목소리를 말이지요. 이들을 위한 문해 프로젝트는 토착어로 된 글 읽기여야 합니다. 식민지 침략자들의 언어로 글 읽기가 이루어져서는 안 되겠지요. 사회의 진화를 원한다면, 희망의 문해교육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야 합니다. 니카라과에서 페르난도 카르데날(Fernando Cardenal), 에 르네스토 카르데날(Ernesto Cardenal)15)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네 요. 활기찬 대화였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나누고 있는 대화와 비슷했 습니다. 이들은 모스키토 인디언(Mosquito Indians)16)에 대한 이야기 를 많이 했는데, 모든 문해교육 캠페인에서 모스키토 문화가 존중되어 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스키토 언어가 문해교육 과정에서 기본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도 말했지요. 다양한 목소리와 담론을 부정하는 문해교 육은 권위주의적입니다. 다시 말해 반민주주의적입니다.

15) 페르난도 카르데날(Fernando Cardenal, 1934∼ )은 니카라과의 신학자로 1984년부

터 1990년까지 니카라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문해교육 캠페인을 이끌었다. 에르네 스토 카르데날(Ernesto Cardenal, 1925∼ )은 니카라과의 시인으로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사회 비판적인 시를 썼다. 페르난도 카르데날의 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마 나과에 관한 신탁󰡕(1973), 󰡔기독교와 혁명󰡕(1974), 󰡔혁명 속의 존엄성󰡕(1974), 󰡔잃어버 린 인생󰡕(1999)등이 있다.-역자 주 16) 중미의 니카라과 북동부 카리브해 연안의 저지대에 사는 인디오다.-역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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