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역사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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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인쇄 역사 오성상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인쇄 역사

지은이 오성상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3년 2월 2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commbooks.com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오성상, 2013 ISBN 978-89-6680-876-2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인쇄술의 발달과 인간사회의 변화

그 시대를 바라보는 눈, 인쇄 언어는 정보 전달과 의사 표현을 하는 데 매우 용이하지만 전달 과정에서 왜곡과 훼손이 일어날 수 있어 정보를 오랫 동안 보관하고 보존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인 쇄의 시작은 바로 정보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보관·보존 하려는 인간의 욕구에서 시작된다. 초기 정보의 보관·보 존은 동굴, 암석, 동물의 뼈, 나무 등의 표면에 그림을 그 리거나 조각을 하는 것이었으나, 이 역시 정보를 효과적으 로 전달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인쇄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정보의 보관·보존을 위해 기록 방법으로 압인법(押印法), 날염법(捺染法), 탁인법 (拓印法)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사용되었다. 압인법(押印法)은 원통(圓筒)이나 인형(印形) 같은 재 료에 문자나 그림을 새기고 이를 점토판 위에 굴리거나 눌 러서 그 새긴 자국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즉, 나무나 금 속 등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둥근 통에 글자나 기호를 새 긴 다음 점토판 위에 올려놓고 압력을 가하면서 굴려 원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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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圓壓式)으로 찍기도 했고, 수정이나 옥돌 등에 새겨 평 압식(平壓式)으로 찍어내기도 했다. 날염법(捺染法)은 나무나 금속 등의 판에 그림이나 무 늬를 새겨 천에 날염하는 방식이다. 점토판이 아닌 천에 압인하는 방식이어서 완전한 인쇄 영역에는 도달하지 못 했지만 압인법보다는 훨씬 진보된 방식이며, 목판인쇄술 출현에 큰 역할을 했다. 탁인법(拓印法)은 비석 등에 조각된 문자나 그림을 복 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는 처음부터 복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서사 재료로 석면(石面)을 이용한 데에서 시작한 것이다. 탁인법의 실제는 중국 후한(後漢) 시대 때 5경(五經)을 석면에 조각해 탁본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에 서 찾을 수 있다. 탁본은 글자를 새긴 석면에 종이를 놓고 물을 축여서 붙게 한 다음 부드러운 헝겊 등에 먹물을 묻 혀 가볍게 두드려서 찍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고대 인류의 생활 방식이 유목생활에서 정착생 활로 변화함에 따라 인구가 늘기 시작하면서 보관·보존 해야 할 정보의 양은 꾸준하게 증가했다. 기존의 동굴이 나 암석, 동물의 뼈 등을 이용한 정보 전달 방식은 정보의 양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게 했고, 한정적인 사람만이 정 보를 얻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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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이어졌다. 수도원이나 대 학에서 사용하는 책은 모두 손으로 써서 만든 필사본이었 다. 필사본은 오랜 기간 되풀이되면서 베껴지는 사이에 잘못 표기되는 경우도 있었고 지역이나 저자에 따라 용어 의 개념이 달리 전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 는 정보의 전달 방법이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짐에 따라 제 작비용이 비싸져 정보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당대의 권력층이나 상류층 등의 일부 계층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쇄술이 등장하자 책 만드는 일이 종전과는 비 교할 수 없을 만큼 쉬워졌다.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 능해져 보다 싼값으로 책을 구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따라 서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었던 교육과 지식의 보급이 일반 인들에게까지 널리 이루어지게 되었다. 본격적인 인쇄술의 시초는 7세기경에 생겨난 목판인쇄 다. 물론 압인법(押印法), 날염법(捺染法), 탁인법(拓印 法) 등 세 가지 인쇄 기록 방법의 정립이 인쇄술 태동의 밑

거름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목판인쇄를 시작으로 금속활자 인쇄, 사진술의 발달, 인쇄기계의 발명, 컴퓨터의 등장, 인터넷 보급 등 문명의 발전은 인쇄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 다. 고대 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까지 시대의 흐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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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인쇄의 발전을 통해 인쇄물을 소유하는 소비자는 좀 더 빠르게 좀 더 훌륭한 인쇄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인쇄물이 나오기까지 인쇄물 의 대상이 되는 원고, 원고를 복제하기 위해 그 표면에 잉 크를 묻혀 종이(피인쇄체)에 전달하는 인쇄판, 판의 화선 부에 부착된 잉크를 물리적인 압력에 의해 피인쇄체에 전 이하는 장치인 인쇄기, 종이에 화선과 색상을 표현하는 인 쇄잉크, 판의 화선부에 부착된 잉크가 전이되어 원고와 동 일한 내용이 복제되는 피인쇄체(종이)는 인쇄의 기본적인 다섯 가지 요소로 필요불가결한 것들이다. 그리고 인쇄의 과정 중에 작용하는 온도, 습도, 물, 통풍, 인쇄시간 등 자 연적인 요소도 인쇄물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쇄에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가 발전하고, 다양한 자 연적인 요소가 해결되었더라도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제 약이 인쇄 발전에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 단적인 예가 고려 시대 때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를 한 우리나라가 조선 시대에 들어와 인쇄 산업의 관영화로 큰 발전을 이루 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인쇄술의 보급이 정치적으로는 절대왕권사회가 근대시민사회로 바뀌는 원 동력이 되었고, 종교적으로는 성서 보급을 확대시킴으로 써 마침내 종교개혁까지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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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인쇄는 인문학, 사회학, 공학, 화학 등의 모든 학문의 정수가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종합 학문이다.

종이의 발명과 인쇄 인류가 기록을 위해 문자를 사용한 것은 매우 오래 전이었 으나 종이를 발명해 기록을 하게 된 것은 2000년이 넘지 않는다. 종이로 대표되는 피인쇄체의 발명을 인쇄 역사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종이의 시초는 50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집 트에서는 파피루스(papyrus)의 줄기를 얇게 쪼갠 다음, 가로와 세로로 엮어 압력을 가해 얇고 편평하게 만들어 필 기 재료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바로 종이의 시초인 셈이다. 한편 서양에서는 점토판이나 양의 가죽을 이용한 양피 지를 사용했다. 점토판은 고대 사회에서 가장 널리 사용 되었던 서사 재료 중의 하나로 주로 메소포타미아 지방과 그 주변 지역에서 설형문자(楔形文字)를 기록하는 데 사 용되었다. 부드럽고 유연한 진흙을 폭이 2∼3인치, 길이 가 3∼4인치, 두께가 1인치 정도의 크기와 형태로 빚어서 나무나 뼈 또는 쇠붙이로 된 철필로 문자를 새긴 다음 불 에 굽거나 햇빛에 말렸다. 글씨를 새기는 데 시간이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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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거나 내용을 첨가해서 기록할 필요가 있을 때는 진흙 이 마르지 않도록 젖은 천으로 싸서 사용했다. 기원전 4세기부터 양피지를 사용해 기록을 보존했다. 양피지를 만들 때에는 송아지나 양, 염소의 가죽을 이용했 다. 기원전 500년경부터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지방은 물 론 페르시아와 아시아 지역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양피 지의 제조 방법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했다. 일반적으 로 가죽을 씻어 석회로 소독을 하고 나서 털을 깎은 후 무 두질을 하면서 가죽을 늘리는 한편 경석(硬石)으로 광택 을 냈다. 이러한 가공 기술은 점차 발달해 3세기경의 로마 시대에는 자주색으로 염색하는 기술이 발달했으며, 4세기 에 이르러서는 유럽의 서사 재료를 독점하게 되었다. 그 러나 가축의 가죽을 이용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고 재료도 한정적이어 정보의 양이 폭주하게 되는 8세기부터는 옛날 문서의 내용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쓴 이중 사본도 성행 했다. 근대적인 제지술의 발명은 105년경에 중국의 채륜이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그전까지 중국에서는 기록의 재료 로 처음에는 거북의 껍질이나 동물의 뼈를 이용하다가 점 차 돌이나 옥(玉), 도기(陶器) 등도 이용했다. 몽고 민족 들은 양피지를 사용해 불경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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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서사 재료는 대나무나 나무였다. 이를 죽간(竹簡)과 목독(木牘)이라 했다. 죽간은 주(周)나라 때 처음 사용한 이래 진·한 시대 때 성행했고 육조 때까지 널리 쓰였다. 대나무를 세로로 쪼 개어 조각을 만들고, 이를 엮어서 사용했다. 대나무의 조 각의 단위를 간이라고 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까지 가 죽이나 비단과 더불어 사용되었다. 하나의 간에는 일정 분량의 글자만을 쓸 수 있었으므로 긴 문장의 기록은 여러 개의 간을 가죽끈(韋編)으로 엮어서 하나의 책(策)으로 펴냈다. 즉, 책(策)은 하나의 책(冊)으로 춘추시대에 관한 기록에는 많은 기록은 책을 쓰고 작은 기록은 간독을 썼다 고 적혀 있다. 죽간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다양한 크기 가 있었다. 큰 것은 폭이 20㎝, 길이가 60㎝나 되는 것도 있고, 작은 것으로는 폭이 약 1㎝, 길이가 12㎝ 정도의 것 도 있다. 같은 크기의 죽간은 세로로 나란히 세운 다음 가 로 방향을 비단실로 묶어 책(策)으로 만들었는데, 그 모양 은 마치 오늘날의 발과 같았다. 죽간 외에도 비단으로 만든 견백(絹帛)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죽간이나 목독에 비해 글씨를 쓰기가 쉬우며 열람 에도 편리할 뿐만 아니라 길이 또한 임의로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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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피인쇄체는 무게가 무겁거나 제작방법이 번거 로워 기록물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은 권력층이나 상류층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채륜이 발명한 종이 는 못 쓰는 비단실이나 풀솜을 물에 녹여 대나무에 짜 건 조시키는 단순한 제조 방법을 사용하고 부피와 무게를 획 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가볍고 질겼다. 이 같은 획기적인 피인쇄체인 종이의 탄생은 인류의 학문 발 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종이는 인쇄술의 발명과 더불어 인류의 정신문화를 발전시킨 3대 발명품으로 일컬어진다. 채륜이 발명한 종이는 채륜이 발명한 지 1000여 년이 훨씬 지난 15세기경 탈라스 전투에서 당나라가 압바스 왕 조에 패하면서 잡혀간 중국의 포로들에 의해 유럽 전역으 로 전파되었다. 제지술의 전래로 인해 구텐베르크의 인쇄 기 발명이 가능했고, 그로 인해 종교개혁 등의 유럽 문화와 산업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기록에 필요한 피인쇄체 인 종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한의 군현인 낙랑을 통해 처음 제 지술이 들어와 남쪽의 삼한 시대를 거쳐 삼국 시대에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제지술은 삼지닥나무, 안피 나무, 닥나무, 뽕나무 등의 수피(樹皮) 섬유를 떠서 종이 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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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양지보다 훨씬 보존성이 좋다. 특히 종이의 발명국 인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종이를 제일로 여겼다. 그중에서도 닥종이(楮紙)는 희고 두텁고 질겨서 오래 견딜 수 있음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를 계 림지(鷄林紙), 백추지(白硾紙)라고 일컬으면서 품질을 칭송했다. 이것은 닥나무 껍질을 물에 불려 찧고 표백해 점즙(粘汁)을 섞은 다음 치밀한 망으로 떠내어 말려서 만 들었다. 장지(壯紙)와 같은 고급품은 특히 두껍게 뜨고 풀 까지 먹여 가공했으므로 빳빳하고 윤기가 나며 한결 질겨 서 오래토록 보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제지술은 우리나라의 고승 담징에 의해서 610년에 일본에 전해졌다. 종이의 발명과 목판인쇄술, 금속인쇄술, 산업혁명을 통 한 인쇄기계의 발전은 정보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쇄를 기반으로 한 정보매체의 발달은 전세계적인 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시점에서 경 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종이를 생산하는 제지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학과 철강산업에 이어 셋째 다. 물과 에너지가 종이 원가의 25%를 차지하는 에너지 집약산업이며, 전 세계 목재 생산량의 40%를 사용하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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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제지술의 개발이 시급 한 가운데, 목재를 대체하는 해조류, 식물류를 이용한 종 이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다. 또 한 인쇄 산업과 전자산업의 융합으로 전자적인 종이의 개 발도 추진 중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와 인쇄의 발전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적인 보 급과 함께 지식 기반 사회로 전환되면서 종이로 대표되는 인쇄 시장의 흐름은 큰 변화에 직면했다. 최근 10년간 TV 시청률이 40% 이상, 종이 신문 구독률이 50% 이상 줄어들 었다고 한다. 그만큼 기존 인쇄 매체 관련 시장이 크게 위 협을 받고 있다. 특히 킨들, 아이패드, 갤럭시 탭 등으로 대표되는 태블릿 PC의 등장 때문에 정보의 취득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종이매 체에 대한 위협이 커졌다. 이제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인쇄를 기반으로 한 정보 매 체의 판매부수 감소는 멈출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얄궂 게도 이와는 반대로 종이의 소비량은 매년 꾸준한 증가 추 세에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책과 잡지, 신문 등의 소비는 줄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정보의 홍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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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인쇄가 개인 각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 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인쇄 산업은 단순하게 정보를 단방향으로 전달하 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단방향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취득하는 개인의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를 모두 보 유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의 등장은 무한대의 정보 속에서 개인이 필요로 하는 정확하 고 확정적인 정보를 얻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 히 초기에 비해 많은 정보를 보유하게 된 인터넷과 모바일 에서 개인의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를 얻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다.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는 인쇄술에 위기와 함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인쇄는 기존의 인쇄 방식과 인터넷 및 모 바일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 쇄의 핵심 방향이 정보의 전달에서 정보의 가공으로 변화 하고 있다. 단순하게 말해서 인터넷과 모바일 속의 많은 정보를 개인의 성향에 부합하는 확정적인 맞춤형 정보로 가공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정보의 소비와 인쇄의 관계는 상반관계 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전환됐다. 정보 가공으로 패러다임 변화는 인쇄 산업이 소품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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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량 인쇄에서 다품종의 소량 인쇄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 미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방법으로 2000년대 초 반부터는 온디맨드(on demand) 장치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오프셋 방식에 비해 인쇄 절차 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에 인쇄가 가능하기 때 문이다. 프린팅 온디맨드(printing on demand: POD)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원하는 수량만큼 인쇄하는 기술로 IT 시대에 맞는 디지털인쇄 기술이다. 무엇보다 소규모 개인 맞춤형 출판이 가능한 부분이 디 지털 프린팅의 최대 강점이다. 기존 아날로그 출판 방식 으로는 책 한 권을 찍기 위해 적게는 수백 권 많게는 수천 권의 책을 인쇄했으나 프린팅 온디맨드를 이용한다면 소 량의 출판이 가능하다. 이에 소설책, 포토북 등 소재를 가 리지 않는 1인 출판 시대가 가능해졌다. 특히 POD에서는 제판 공정의 디지털화, DTP 이용의 확대, CTP(computer to plate) 공정의 도입 덕분에 인쇄 공정이 매우 간소화되고 있다. 또 디지털인쇄기, 디지털 인쇄 공정이 도입되면서 인쇄 작업 흐름에 많은 변화가 있 었다. 무엇보다 최초의 소스파일을 만든 후 클릭 한 번에 필요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 점이 디지털 프린팅의 장점이 다. 기존 아날로그 프린팅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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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같은 양식 안에 내용만 바뀌는 고객 발송 DM이나 청 구서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회 발전에 따른 인쇄물의 고급화도 가속되고 있다. 특히 인쇄술과 컴퓨터의 이미지 처리기술의 융합을 통해 인쇄 품질과 인쇄 공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공정을 단축시 키거나 작업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등 작업자의 경험이나 판단에 의존했던 공정 관리 등에 컴퓨터를 활용함으로써 미숙련자의 인쇄공정 투입도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인 쇄물 제작에 디지털 데이터를 통한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어 공정과 공정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

인쇄에 의한 세상의 변화 우리나라는 현존하는 최고의 목판본과 최고(最古)의 금 속활자본을 만든 나라로 오늘날에도 세계 10대 인쇄 대국 으로서 선진국의 대열에 서 있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 접 어들면서 인쇄 산업은 다양한 산업과 결합을 통해 우리 생 활 주변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인쇄는 정보를 전달하거나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 전자, 전기, 문화, 콘텐츠, 녹색 환경, IT 등 다양한 산업의 결합과 인쇄 산업 디지털화에 힘입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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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인쇄물 수요 형태의 변화와 소 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단순하게 정보를 제공하 는 방법이 아닌 특수한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기존 인쇄는 일반적으로 종이를 소재로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으나, 오늘날에는 물과 공기를 제외하고, 우리 의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소재에 인쇄가 가 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생활 속 소재에 적합한 인쇄 방식 이 속속 등장하면서 각종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 중에는 직물 원단과 같은 섬유류 가공에 이용되 는 스크린인쇄, 각종 기계나 옥외 광고 설치물 등에 이용 되는 금속인쇄, 도자기, 유리와 같은 요업 분야의 전사인 쇄, 관광 기념품 등에 이용되는 목제품인쇄, 식음료의 캔 에 이용되는 제관인쇄, 화장품 용기나 플라스틱 용기에 이 용되는 곡면인쇄 등 다양한 분야에 인쇄 산업이 응용되고 있다. 특히 인쇄의 전자분야 활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 다. 이러한 인쇄 기술은 단순히 문서를 인쇄하는 수준을 넘어서 용액상으로 공정이 가능한 여러 기능성 잉크들이 개발되면서 여러 가지 제품 생산에 응용되고 있다. 전자 인쇄는 인쇄 기술을 응용해 전자제품의 부품과 모듈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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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양한 기능성 잉크를 이용해 피인 쇄체(플라스틱, 종이, 전자기판)에 찍어 원하는 제품을 만 드는 것으로 전자제품에서 전자 소자와 이들로 구성된 전 기전자제품을 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인쇄가 가지는 잠재력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 도다. 특히 고정된 기판이 아닌 유연성이 높은 플렉시블 전자소자(flexible electronics)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에 하나인 반도체 메모리는 일 반적으로 웨이퍼에 포토마스크를 통해 회로 패턴을 옮긴 후 화학 약품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 들어진다. 이러한 방식은 설비투자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장치산업 성격이 있다. 또한 공정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 질의 처리가 문제로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자인쇄 방법 을 사용하게 되면 유연한 인쇄판을 이용해 다양하게 인쇄 하게 되므로 생산비용이 저렴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기존 실리콘 기반 공정에서 쓰고 버리는 재료나 독성 물질 의 사용량, 에너지 소비 등도 대폭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 으로 전자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 현재는 인쇄회로기판의 회로(PCB), 반도체의 포토마 스크, LCD용 컬러필터의 제조공정 등 집적도가 떨어지는 전자분야에서 인쇄 기술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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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쇄 시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재료 및 공정 기술 의 발전과 수요의 고도화에 힘입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나노 기술, 소재 기술 등 관련 기술 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RFID, OLED 조명, 디스플 레이, 태양전지와 고성능 집적회로(IC)까지, 기존의 실리 콘 기반 제품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 전자, 반도체, 자동차, 항공 우주, 기계(정밀 부품) 등 다양한 산업에 혁신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전자 산업 분야는 2007년부터 시장이 형성되어 점진적인 성장을 이루다가 기술이 성숙될 2013 년에는 170억 달러, 2025년에는 2759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쇄는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 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 다. 이제 인쇄는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산업에서 벗어 나 보이지 않는 생활 구석구석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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