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시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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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賀 詩選 이하 시선


편집자 일러두기 ∙이 책은 1959년 인민문학출판사에서 출판한 예충치(葉葱奇) 주(註) ≪李賀詩集≫을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이하의 작품은 약 240여 수가 전해지는데 이 책에서는 64수를 선별하여 번역했습니다. ∙본문의 주석은 모두 옮긴이가 붙인 것입니다. ∙뒤표지의 글은 옮긴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문장을 직접 뽑아낸 것입니다. ∙표지에 사용한 색상은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을 위 해 개발한 고유 색상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은 환경인증서를 획득했습 니다. 표지와 본문에는 모두 친환경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이빙의 공후인1)

아름다운 공후 소리 가을 하늘로 울리나니2) 빈 산 멈춘 구름 흐르지 않는다 상비의 눈물 대나무에 떨어지고 소녀(素女)의 슬픔이 살아 난 듯3) 이빙이 장안에서 공후를 타고 있네 곤륜산의 옥이 깨지고 봉황이 울부짖는 듯 연꽃이 울어 이슬을 토하고 난초 향기로운 미소를 짓는 듯 장안의 찬 기운 모두 뒤엉키고 스물세 현의 가락은 상제의 마음을 움직이네4)

1) 이빙(李憑)은 당나라 때의 궁중 악사로 공후에 능했다고 한다. 공후는 악기 의 일종으로 품에 안고 손을 나란히 하여 연주한다. 인(引)은 시체(詩體)의 명 칭이다. 2) 원문의 오사촉동(吳絲蜀桐)는 오 지역에서 생산된 현과 촉 지역에서 생산 된 오동으로 공후를 만들었음을 말한다. 오와 촉은 현과 오동의 유명한 생산지 다. 3) 상비(湘妃)는 순임금의 부인이다. 전설에 의하면 순임금이 죽자 그의 부인 아황과 여영이 통곡하다가 따라 죽어 상수(湘水)의 여신이 되었는데 그때 흘 린 눈물이 대나무에 떨어져 얼룩이 되었다고 한다. 소녀(素女)는 전설에 나오 는 여신으로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에 따르면 거문고 연주에 능했는데 가락이 매우 슬펐다고 한다. 4) 스물세 현은 공후의 현을 말한다. 원문의 자황(紫皇)은 태황(太皇), 옥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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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왜가 돌을 갈아 하늘을 기웠던 자리5) 돌은 깨지고 놀란 하늘은 가을비를 내린다 꿈길 따라 신산(神山)에 들어 신녀를 깨우고6) 늙은 물고기 물결 위로 펄쩍이고 야윈 용은 춤춘다 오질(吳質)도 잠 못 들어 월계수에 기대어 듣고7) 이슬은 비껴 흩날리며 토끼를 적시네

李憑箜篌引 吳絲蜀桐張高秋, 空山凝雲頹不流. 江娥啼竹素女愁, 李憑中國彈箜篌. 崑山玉碎鳳凰叫, 芙蓉泣露香蘭笑. 十二門前融冷光, 二十三絲動紫皇. 女媧煉石補天處, 石破天驚逗秋雨. 夢入神山敎神嫗, 老魚跳波瘦蛟舞. 吳質不眠倚桂樹, 露脚斜飛濕寒兎. (玉皇)과 함께 천상의 최고 높은 신이다. 5) 여왜(女媧)는 여신의 이름이다. ≪회남자(淮南子)≫에 따르면 천지가 무 너졌을 때 여왜가 오색의 돌을 갈아 하늘을 기웠다고 한다. 6) 원문의 신구(神嫗)는 ≪수신기(搜神記)≫에 기록된 성 부인(成夫人)으로 보인다. 음악을 좋아하고 공후를 잘 탔는데 다른 사람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면 일어나 춤을 추었다고 한다. 7) 오질(吳質)은 ≪유양잡조(酉陽雜俎)≫에 기록된 오강(吳剛)으로 보인다. 신선술을 배우다 잘못을 저질러 달의 계수나무에 도끼질을 하는 벌을 받았다 고 한다. 여기서는 이빙의 연주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워 오질도 도끼질을 멈 추고 음악을 들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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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 시는 당대 최고의 악사 이빙의 공후 연주를 듣고 지은 작품이 다. 문자로 청각적 이미지를 전달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이하의 이 작품은 신화 속의 신비한 이미지를 인용하거나 청각, 시각,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공후의 변화무쌍 한 멜로디를 표현했다. 예를 들면 옥이 깨지는 소리, 봉황의 울 부짖음, 달의 차가운 기운 등이 그러하다. 또 연꽃이 울면서 이 슬을 눈물로 흘린다거나 난이 웃는다거나 하는 이미지는 다소 기괴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빙의 연주가 전하는 느낌과 분 위기를 매우 생동적으로 전한다. 이 시는 이후 작품들의 음악 묘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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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에 걸린 거미줄 한 올1)

수양버들 시든 잎새 위로 꾀꼬리는 새끼를 먹이고 끊어질 듯 거미줄 하늘거리며 벌 떼는 돌아간다2) 청춘의 푸른 머리 금비녀의 여인들3) 청백색 상감 술병 속엔 호박빛 술 가라앉는데4) 화단에 날 저물어 봄날은 가고 낙화는 날아올라 바람 따라 춤을 춘다 느릅나무 꼬투리 재촉하듯 무수히 떨어지면5) 심충의 엽전 성내 길목을 가득 채운 듯6)

1) 원문 제목의 사(絲)는 봄날 거미줄처럼 곤충들이 먹이를 잡기 위해 뱉어낸 끈끈한 실이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나뭇잎도 무성해지고 먹이가 많아져 실을 뱉지 않는데 잔사(殘絲)는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봄날의 실을 말한다. 2) 꿀을 찾던 벌들이 돌아가는 것은 꽃이 지는 늦봄이기 때문이다. 3) 늦봄 젊은 여인들이 나들이 나온 것을 말한다. 4) 호박은 노란 보석의 일종으로 여기서는 술의 색깔을 말한다. 5) 원문의 협(莢)은 열매가 생기기 전에 가지에 먼저 생겨나는 동전 모양의 꼬 투리를 말한다. 잎이 피면 조금씩 벗겨져 떨어진다. 6) 원문의 심랑(沈郎)은 동전을 주조한 오흥(吳興)의 심충(沈充)을 말한다. 원문의 청전(靑錢)은 심충이 주조한 동전으로 여기서는 떨어진 느릅나무 꼬투 리를 비유했다. 원문의 협성(夾城)은 장안의 협라성(夾羅城)을 말하는데 황 제가 거주하는 대명궁(大明宮)부터 궁녀들이 많은 부용원(芙蓉園)까지 이어 진다. 이 시의 내용이 궁녀들의 애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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殘絲曲 垂楊葉老鶯哺兒, 殘絲欲斷黃蜂歸. 綠鬢年少金釵客, 縹粉壺中沈琥珀. 花臺欲暮春辭去, 落花起作迴風舞. 楡莢相催不知數, 沈郎靑錢夾城路.

작품 해설

봄날의 애상을 적은 작품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흥겹게 어울 리다 보면 봄이 가는 쓸쓸한 정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가련한 청춘을 힘겨워하며 세심한 시선 으로 주위의 풍경을 시에 담았다. 푸른 버들가지와 노란 벌 떼, 청백색 상감 술병과 붉은 호박빛 술 등 다양한 색감이 사용되어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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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올리다

유리 술잔 호박처럼 짙은 빛1) 술통에 떨어지는 방울방울은 진주처럼 붉다 용을 삶고 봉황을 구우니 옥 같은 기름이 떨어지고 둘러친 비단 휘장은 향기로운 바람을 감싼다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2) 하얀 이로 노래하고 가는 허리로 춤을 춘다3) 청춘은 곧 저물어가는데 어지럽게 떨어지는 복숭아꽃 잎은 쏟아지는 붉은 비 같아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 거나하게 취하게나 유령(劉伶)이라도 무덤에 가져갈 수 없는 술이라네4)

1) 호박은 노란빛의 보석이다. 여기선 술의 색깔을 호박 빛깔에 비유했다. 2) 원문의 용적(龍笛)은 용이 새겨진 피리, 타고(鼉鼓)는 악어가죽으로 만든 북을 말한다. 3) 아름다운 미녀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표현했다. 4) 유령은 위진 시기 죽림칠현의 한 사람으로 술을 몹시 좋아했으며 기행을 일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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將進酒 琉璃鍾, 琥珀濃, 小槽酒滴眞珠紅. 烹龍炮鳳玉脂泣, 羅幃繡幕圍香風. 吹龍笛, 擊鼉鼓, 皓齒歌, 細腰舞. 况是靑春日將暮, 桃花亂落如紅雨. 勸君終日酩酊醉, 酒不到劉伶墳上土.

작품 해설

이하 문학의 예술성이 잘 표현된 대표작이다. <술을 올리다 (將進酒)>는 악부시의 제목으로 이백(李白)도 같은 제목의 유 명한 시를 남겼다. 이 시는 인생의 허무에 빠져 술에 취한 이하 의 섬세한 감정이 화려한 언어 속에 담겨 있다. 보석 술잔에 담 긴 농염한 빛의 술과 휘감기는 음악의 선율. 노래하는 미인의 치아는 희고 고운데 가냘픈 몸으로 춤을 춘다. 화려함이 극에 닿으면 퇴폐와 허무를 느끼게 하는 법. 붉은 비라는 표현은 낙 화(落花)에 대한 비유다. 하지만 이 낙화도 저무는 청춘에 대한 격정과 초조를 암시하고 있다. 이하의 몽환적인 심상과 천재적 인 언어 구사력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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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비웃다

살진 청총마에 빛나는 황금 안장1) 비단옷에 스미는 진한 용뇌(龍腦)의 향2) 미인과 포개 앉아 옥 술잔을 건네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천상의 도령이라 부른다 특별히 지은 누각은 대숲에 가깝고 낚시를 드리워 연못에서 잉어를 잡는다3) 어떤 날은 꽃밭에서 취하고 뒤돌아 쏘는 황금 구슬에 새가 떨어진다4) 평생에 나그네 된 적 없다 하고 일생에 거쳐 간 미녀가 삼백이 넘는다 하네 그가 어찌 알리 땅 파는 농가엔 관아의 세금 독촉으로 베 짜는 처녀 하나 없음을5) 1) 청총마(靑驄馬)는 말의 이름으로 몸의 털에 푸른색과 흰색이 뒤섞여 있다. 2) 용뇌(龍腦)는 귀한 향의 이름이다. 귀공자가 기루에 들어가자 여인들의 향 기가 옷에 스미는 것을 말한다. 3) 원문의 홍린(紅鱗)은 붉은 비늘을 가진 잉어를 말한다. 4) ≪서경잡기(西京雜記)≫의 기록에 따르면 한 무제의 총애를 받았던 한연 이 황금으로 만든 구슬로 참새를 잡았는데 동네 아이들은 그의 등 뒤에서 구슬 을 다투어 주웠다고 한다. 여기서는 귀공자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풍자했다. 5) 이일은당시의상황을풍자한것이다. 당시관가의수탈이심해많은농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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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보옥 쌓여 있어 위풍당당하고 빈객들과 인사하며 자신이 넘친다 이제껏 책 반 줄 읽은 적 없으나 오직 황금으로 귀한 신분 되었다 소년이라 어찌 영원히 청춘일까 바다의 파도도 한순간에 뽕나무 밭이 된다네 영화와 쇠락은 화살처럼 빠르게 뒤바뀌나니 하늘이 어찌 그대만을 편애하리 아름다운 청춘 영원하다 말하지 마오6) 백발과 주름진 얼굴이 그대를 기다린다오

嘲少年 靑驄馬肥金鞍光, 龍腦入縷羅衫香. 美人狹坐飛瓊觴, 貧人喚云天上郎. 別起高樓臨碧筱, 絲曳紅鱗出深沼. 有時半醉百花前, 背把金丸落飛鳥. 自說生來未爲客, 一身美妾過三百. 豈知斸地種田家, 官稅頻催沒人織. 長金積玉誇豪毅, 每揖閑人多意氣. 生來不讀半行書, 只把黃金買身貴.

처녀들이 부잣집에 첩으로 팔려가거나 기녀가 되었다. 같은 시기의 문인인 왕 건(王建)의 <직부사(織婦詞)> 역시 이러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6) 원문의 소화(韶華)는 아름다운 꽃으로 청춘의 아름다움을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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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年安得長少年, 海波尙變爲桑田. 榮枯遞轉急如箭, 天公豈肯於公偏. 莫道韶華鎭長在, 髮白面皺專相待.

작품 해설

제목의 소년은 번화한 장안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생활하 는 귀족 자제를 말한다. 훌륭한 말을 타고 화려한 치장을 한 소 년은 날마다 술에 취해 기방의 미녀들과 어울린다. 평생 가난과 열패감에 괴로워한 이하에게 이러한 세계에 대한 반감과 비웃 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후반부에 이하는 이 귀족 자제에게 충고한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니 언젠가는 늙어 백발이 되어 흙으로 갈 날이 있으리라고. 이 영화로움이 영원하 지 않을 것이라고. 이하와 가까웠던 당대의 문호 한유도 같은 제목의 시를 지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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