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합니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시 선집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이용악 시선 이용악 지음 곽효환 엮음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편집자 일러두기 ∙ ‘한국 근현대시 초판본 100종’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 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 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습니다. ∙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습니다. ∙ 이 책은 ≪分水嶺≫[도쿄 산분샤(三文社), 1937], ≪낡은 집≫[도쿄 산분샤(三文社), 1938], ≪오랑캐꽃≫[아문각(雅文閣), 1947], ≪李庸 岳集≫[동지사(同志社), 1949], ≪리용악 시선집≫(조선작가동맹출
판사, 1957)을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다만 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 품은 발표한 잡지를 저본으로 했습니다. ∙ 이 책에는 이용악의 대표작 68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 순서 는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습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습니 다. ∙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 았습니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습 니다. ∙ 주석은 현대에는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 현대의 독자들이 쉽게 뜻 을 알기 어려운 한자어, 원전의 글씨가 잘 안 보여 엮은이가 추정한 글자, 사투리, 토속어, 북한어 등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 달았습니다.
차례
分水嶺 北 ························3
나를 만나거던 ····················4 도망하는 밤 ·····················6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잇섯다 ··············8 葡萄園 ·······················10 國境 ························12 冬眠하는 昆蟲의 노래 ················13 天痴의 江아 ····················15
길손의 봄 ·····················17 제비 갓흔 少女야 ··················18 晩秋 ························20 雙頭馬車······················22
낡은 집 검은 구름이 모혀든다 ················27 너는 피를 토하는 슬푼 동무였다············29
아이야 돌다리 위로 가자 ···············31 그래도 남으로만 달린다 ···············33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35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37 고향아 꽃은 피지 못했다 ···············40 낡은 집 ······················44
오랑캐꽃 오랑캐꽃 ······················51 불 ·························53 노래 끝나면 ····················54 집 ·························56 꽃가루 속에 ····················57 달 있는 제사 ····················58 강ᄉ가·······················59 다리 우에서 ····················60 버드나무 ······················61 벽을 향하면 ····················62 길 ·························63 무자리와 꽃 ····················65 다시 항구에 와서 ··················66
절라도 가시내 ···················68 두메산곬(1) ····················71 두메산곬(2) ····················72 두메산곬(3) ····················73 두메산곬(4) ····················74 슬픈 사람들끼리 ··················75 뒷ᄉ길로 가자 ···················76 항구에서 ······················78
李庸岳集 오월에의 노래 ···················83 노한 눈들 ·····················85 우리의 거리 ····················87 하나씩의 별 ····················89 그리움 ·······················91 하늘만 곱구나 ···················93 나라에 슬픔 있을 때 ·················95 거리에서 ······················97 막차 갈 때마다 ···················98 등잔 밑 ······················99 시골 사람의 노래··················100
집 ························102 빗발 속에서 ····················103 ˙ ˙ 에게 ·····················105 유정
리용악 시선집 어선 민청호 ····················109 석탄 ·······················112 욕된 나날 ·····················114 연풍 저수지 ····················116 두 강물을 한 곬으로 ················119
시집 미수록 작품 敗北者의 所願 ···················125 北國의 가을 ····················127
슬픈 일 많으면···················128 눈 나리는 거리에서·················130 機關區에서 ····················132
다시 오월에의 노래·················134 듬보비쨔 ·····················136 영예 군인 공장촌에서················139 빛나는 한나절 ···················142
봄의 속삭임 ····················144 해설 ·······················147 지은이에 대해 ···················163 엮은이에 대해 ···················167
≪分水嶺≫
北
북은 고향 그 북은 女人이 팔녀 간 나라 머언 山脈에 바람이 얼어붓틀 다시 풀릴 시름 만흔 북쪽 하눌에 마음은 눈 감을 줄 몰으다
3
나를 만나거던
말는 얼골에 소곰이 싸락싸락 돗친 나를 공사장 갓운 숩 속에서 만나거던 내 손을 쥐지 말라 만약 내 손을 쥐드래도 옛처럼 네 손처럼 부드럽지 못한 리유를 그 리유를 물ᄉ지 말어 다오
주름 잡힌 이마에 石膏처럼 창백한 불만이 그윽한 나를
거리의 뒷골목에서 만나거던 먹엇느냐고 물ᄉ지 말라 굶엇느냐곤 더욱 물ᄉ지 말고 갓흔 이야기는 이야기의 한마듸도 나의 沈默에 侵入하지 말어 다오
폐인인 양 씨드러저 턱을 고이고 안즌 나를
4
어둑한 廢家의 廻廊에서 만나거던 울지 말라 웃지도 말라 너는 平凡한 表情을 힘써 직혀야겟고 내가 자살하지 안는 리유를 그 리유를 물ᄉ지 말어 다오
5
도망하는 밤
바닷바람이 묘지를 지나 문허지다 남은 城 구비를 도라 마을을 지나 바닷바람이 어둠을 헤치고 달린다 밤 등잔불들은 조름 조름 눈을 감엇다
동무야 무엇을 뒤도라보는가 너의 터전에 둘기의 團欒이 질식한 지 오래다 가슴을 치면서 부르지저 보라 너의 고함은 기우러진 울타리를 멀리 돌아 다시 너의 귀ᄉ속에서 신음할 그다음 너는 食慾의 抗議에 구러지고야 만다
기름 업는 살림을 보지만 말어도 토실토실 살이 것 갓다 다구만 남은 마을…
6
여기서 생활은 가장 平凡한 因襲이엇다
가자 씨원이 나가자 흘러가는 젊음을 라 바람처럼 나자
장군의 전설을 가진 조고마한 늡 늡흘 직혀 숨줄이 말는 썩달나무에서 이제 늙은 올배미 凶夢스런 울음을 이려니 마을이 다 이 밤이 다 어서 집팽이를 옴겨 노아라
7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잇섯다
우리 집도 안이고 일갓집도 안인 집 고향은 더욱 안인 곳에서 아버지의 寢床 업는 최후 最後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잇섯다
露領1)을 단이면서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에게 한마듸 남겨 두는 말도 업섯고 아무울2)灣의 파선도 설룽한3) 니코리스크4)의 밤도 완전히 이즈섯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1) 노령(露領): 러시아의 영토. 2) 아무울: 아무르(Amur). 중국 헤이룽 강(黑龍江) 주변의 지역. 3) 설룽한: 썰렁한. 춥고 차가운. 4) 니코리스크: 니콜리스크. 러시아 연해주에 있던 도시. 현재의 우수리스크 로, 독립운동가 이상설이 이곳에서 죽었다.
8
다시 시잔는 두 눈에 피지 못한 의 봉오리가 안ᄉ고 어름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 갈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停止를 가르쳣다 느진 醫員이 아모 말 업시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빗 미명은 고요히 낫츨 덥헛다
우리는 머리맛헤 업듸여 잇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엇고 아버지의 寢床 업는 최후 最後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잇섯다
9
葡萄園
季節鳥처럼 포로로오 날아온
옛 생각을 보듬고 오솔길을 지나 포도園으로 살금살금 걸어와…
燭臺 든 손에
올감기는 싼한 感觸! 대이기만 햇스면 톡 터질 듯 익은 포도 알에 물든 幻想이 너울너울 물결친다 공허로운 이 마음을 엇저나
한 줄 燭光을 마저 어둠에 밧치고 야암전히 서서 시집가는 섬 색시처럼 모오든 약속을 잠 이저버리자
10
조롱조롱 밤을 직히는 별들의 言語는 오늘 밤 한 각의 秘密도 품지 안엇다
11
國境
새하얀 눈송이를 나흔 뒤 하눌은 銀魚의 鄕愁처럼 푸르다 얼어 죽은 山톡기처럼 집웅 집웅은 말이 업고 모진 바람이 굴 을 싸고돈다 강 건너 소문이 그 사람보다도 기대려지는 오 늘 폭탄을 품은 젊은 思想이 피에로의 비가에 숨어 와서 유령 처럼 나타날 것 갓고 눈 우에 크다아란 발자옥을 렷이 남겨 줄 것 갓다 오늘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