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_미디어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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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미디어 담론 백선기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미디어, 공론장, 확산

미디어 담론이란 미디어에서 수행하는 담론의 기능과 역 할,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이다. 여기서 미디 어란 언론, 드라마, 광고, 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장르와 신문, 라디오, TV, 케이블 TV, 인터넷, 뉴미디어, 소셜 미 디어 등 매체를 복합적으로 지칭한다. 이들 장르와 매체 들은 매일 같이 사회의 중요한 이슈나 의제들에 대해 수많 은 사람들의 반응, 의견, 주장, 반박, 항의 등을 전달하고 사회 전체의 이목을 환기시킨다. 그러면서 다양한 논의를 독려하고 정부, 국회와 법원이 가담하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미디어는 사회의 많은 이슈와 의제들을 선정하고, 주변 으로 확산하며, 사람들의 의견이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반 영하면서 공론장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역할은 특히 언론이 주도하고 있는데, 언론이 의제를 생성하거나 선정 하는 기능을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라고 한다. 미디어 는 또한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어 논의하거나 논쟁을 주 도하는 공간을 제시하는 ‘공론장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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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은 맥스웰 매콤스(Maxwell E. McCombs)과 도널드 쇼(Donald L. Shaw)가 발표한 것으 로서, 언론에서 다루는 중요한 이슈들이 일반인들이 생각 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과 아주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 안했다. 언론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한 이슈나 의제들이 대 부분 일반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라면, 그것 의 영향 요인은 당연히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공론장 기능인데, 이는 위르 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가 제시한 개념으로서 주 요 이슈나 의제들에 대해 공중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논 의를 거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한다는 것이 다. 미디어는 바로 이러한 공론장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것이며,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제기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미디어는 또한 주요한 이슈나 의제에 대한 관심을 확산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미디어의 ‘확산 이론(theory of diffusion)’으로 설명하는데, 미디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근원의 기능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미디어로 언론을 들 수 있는데, 신문과 TV 방송으로 대변되는 언론의 역할 은 바로 이러한 확산의 기능에 있다. 언론은 미디어의 발달 로 역사적으로 수용 인원이 증대되었는 바, 바로 그러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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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능력이 언론의 막강한 힘의 근원이다. 매체의 발달사는 매체의 전달 범위와 규모에 의해 결정 된다. 초기에 양피지와 목재로 전해지던 매체는 종이의 발달을 통해 확산되었으며, 글씨를 써서 전달 매체로 삼았 던 서한신문을 거쳐 목판인쇄와 금속활자로 인쇄되는 인 쇄신문이 나타났다. 그 이후 사회는 급속히 발전했고 전 달해야 할 내용이 많아지고 주기가 짧아지면서 월간신문, 주간신문, 반주간신문을 지나 드디어 일간신문이 등장하 게 되었다. 일간신문의 지면은 처음에는 적은 지면으로 시작했다가 정보가 많아지고 다양해지면서 4면, 8면, 12 면, 16면, 24면, 32면 등으로 계속 확장되어 나갔다. 그런데 이러한 지면의 확장은 또 다른 매체가 등장하면 서 그 규모와 범위가 더욱 커져 갔다. 바로 전파 매체의 등 장이다. 라디오와 TV가 언론 매체로 활용되면서 전달 규 모는 상상을 못할 정도로 확장되었다. 신문이 아무리 넓 은 범위를 커버한다 하더라도 문자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 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라디오와 TV는 문자를 알지 못해도 접근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매체다. 그로 인해 이들 매체의 수용자 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확 대되었다. 그 이후 새로운 뉴미디어의 등장, 인터넷 활용, 나아가 최근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매체 확산의 규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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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확대되었다. 나아가 최근의 통신위성의 발달과 그 로 인한 직접 위성방송을 통해 전 세계가 일종의 언론의 국제시장이 되어 가고 있어 수용자의 범위와 규모는 전 세 계로 확대되었다. 방송의 내용은 통신의 발달을 통해 국 제화되었으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24시간 뉴스를 전달하 는 케이블 TV 방송도 등장했다. 미디어의 또 다른 역할은 현실에 대한 구성 능력이고 그에 따른 설득의 강력함이다. 미디어와 현실의 관계는 서로 긴밀하다. 이론적으로는 미디어가 현실을 반영하느 냐, 재구성하느냐, 아니면 현실을 처음부터 구성하느냐 하는 논쟁이 있다. 미디어는 현실에서 중요한 이슈나 의 제를 일반적인 보도 원칙에 따라 다룬다는 이론이 오랫동 안 내려 왔고, 언론사에서는 지금도 지지하는 강력한 주장 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수용자들이 알아야 되는 이슈 나 의제들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언론에 실리는 내용들 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재구성 이론은 언론이 중요한 사회 이슈나 의제 들을 다루는 것은 변함이 없으나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 니라 언론사의 정책이나 시각에 따라 다소 다르게 반영하 거나 재구성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사와 언론인의 개별 입 장이나 시선이 개입하면서 이슈나 사안들이 실제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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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로 변모하거나 변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언 론사와 언론인의 관여가 더욱 강해지면서 현실의 중요한 사안들을 언론이 선택하고, 그러한 선택에 따라 현실에 대 한 상이나 이미지가 구성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언론에 의한 현실 구성 이론이다. 언론의 강력함은 바로 이러한 현실 구성 능력에서 비롯된다. 사회 이슈나 의제들을 선정하고 확산하며 논의하는 기 능은 언론이 주로 하지만, 언론만의 기능이 아니라 다른 장르나 매체들도 수행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광고, 인터 넷, 소셜 미디어도 이 같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이슈나 의제들을 제기하고 확산하며 공론장의 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영화는 계급, 젠더, 인종, 민족, 문화, 이데올로기 등 주 요 이슈들을 제기하고,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며, 쟁점들을 부각시키고, 해결하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속에 다양한 쟁점들 을 제기하면서 문제와 과제를 사회의 공론으로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학교의 성폭 력과 선생들의 가학적 행위를 고발했던 영화 <도가니>는 학교의 문제만 고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와 더불어 장애 인 학교 전체의 실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주목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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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분의 담론을 생성하여 결국은 ‘도가니법’을 제정하여,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폭력이나 교사들의 비 도덕적 행위를 제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드라마 역시 다양한 사회와 문화 현상을 다루면서 여러 가지 쟁점적 이슈들을 다룬다. 자주 등장하는 이슈는 젠 더, 계급, 계층, 자본, 지역, 민족, 인종, 동성애 등이며 이 러한 이슈들을 정책적으로 다룬다기보다는 사랑, 배신, 복수, 응징이라는 이야기 서사를 근간으로 사례를 들어 다 루게 된다. 이러한 드라마의 영향이나 파장은 대담이나 토론 프로그램들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2013년 동성애 논란을 심각하게 불러일으켰던 <인생은 아름다워>(SBS TV)라는 드라마가 좋은 예다. 동성애 이 슈는 언론보도에서 호기심의 사안으로 다루기도 하고, 영 화에서 논쟁적 사안으로 제기하기도 하며, 휴먼 다큐멘터 리에서 동성애자의 비애를 다루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통 해 가정의 안방에서 동성애 이슈를 다룬 것은 처음이었다. 그 충격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으며 기독교, 교육, 유교 단체들로부터 극심한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다큐멘터리 또한 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쟁점 제기 와 의제 설정에 기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실제 상황 을 바탕으로 전하기 때문에 설득 효과가 커서 영향력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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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외로 크다. 특히 휴먼 다큐멘터리는 여성의 성차별, 노 사 갈등, 사회의 양극화 , 소수자와 약자, 인종차별과 이데 올로기 갈등 이슈들을 실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접근하 고 있다. 그들이 실제로 겪게 되는 극심한 고통과 갈등들 을 감성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수용자들의 이해는 물론이 고 감정적인 동의를 불러일으킨다. 수용자의 관심과 감성 적 동의는 이들 이슈를 사회적 이슈들로 전환시키고 중요 의제들로 만들어 버린다. 한국 사회의 성전환 이슈를 처 음으로 제기한 것이 2001년 6월에 방영된 <인간극장-그 여자 하리수>(KBS TV)라는 휴먼 다큐멘터리였음이 바로 그 사례다. 광고 역시 사회나 문화적 쟁점들을 논쟁적으로 제기한 다. 광고는 적은 지면과 짧은 시간에 강력한 인상과 설득 효과를 획득하기 위해 선정적인 재현들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한 욕구가 사회나 문화적으로 금기시된 이슈를 다루 기도 하고, 터부시되는 관례를 깨기도 하며, 기존의 이념 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의 것들을 타파하거나 도전하는 경향은 자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논쟁을 야기 하며, 중요한 사회적 담론을 생성하게 만든다. 선정적으 로 여성의 몸을 노출시킨 광고는 성 담론을 제기하게 된 다. 성전환에 성공한 하리수의 목젖을 강조한 광고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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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담론을 생성했으며, 문화적으로 터부시되거나 금기 시되는 이슈나 관계들에 주목한 광고는 인종 갈등, 종교 갈등, 민족 갈등 등을 낳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들 기존 장르에 또 하나의 강력한 매체가 더해졌다.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나 친구들의 가벼운 담화 매체 로 시작했으나 모바일 기기들이 발전하면서 소셜 미디어 는 항상 주변에 있고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같은 편재성과 접근성은 소셜 미디 어를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이슈 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매체로 기능하게 했다. 바 로 이러한 기능적 장점이 소셜 미디어를 짧은 역사에도 불 구하고 아주 강력한 담론 생성의 매체로 만들었다. 2014년에 발생했던 세월호 침몰 사건, 칼(KAL) 부사장 이 개인적 사유로 항공기를 회항시켰던 ‘땅콩회항’ 사건, 현 집권 세력 내부의 갈등이 표출되었던 ‘문서 유출’ 사건 등에서 소셜 미디어가 보여 주었던 쟁점 제기와 의제 설정 의 힘은 주류 미디어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다. 긴박 하게 벌어지는 사회의 중요 이슈들을 주류 미디어가 다룰 수 있는 준비와 시간에 비교해 소셜 미디어는 신속하게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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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전문성은 다소 떨어진다 하더 라도 의제 설정의 기능과 이어지는 담론 생성의 기능은 점 점 더 커지고 있다.

미디어, 담론, 담론 구조 담론이란 최근 여러 학문 분야에서 가장 뜨겁게 제기되고 있는 개념이다. 미디어학은 물론이고 기호학, 언어학, 사 회학, 사회심리학, 문화연구, 비판 이론 등에서 중점적으 로 제기된다. 특히 언어, 기호, 텍스트, 문화, 신화, 가치관, 이데올로기 등에 주목하는 분야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담론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며 학문들 의 관심 영역에 따라 개념에 대한 정의가 달라진다는 점이 다. 여러 분야에서 다소 다르게 정의를 내리지만, 보편적 으로 담론은 말하고 대화하고 음성으로 커뮤니케이션 하 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히 말하고 대화하 는 것이 아니라 화법과 글쓰기의 공식적인 양식을 따르고, 특정의 의미를 표출하며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기획 되고 구성된다. 더불어 말을 하든 글을 쓰든 간에 상관없 이 가치, 신념, 이념 등이 내재되어 있으며, 특정의 지향점 을 지니고 있다. 미셸 푸코(Michel Faucault)는 담론을 모든 언급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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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일반적 양태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의미를 표출하 는 발화와 텍스트를 지칭했다. 그리고 언급되고 서술된 것은 현실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좀 더 심 층적으로 정의를 진전해 보면 담론은 ‘서술의 개별적 집합’ 이라고 했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게 되면 담론의 구체적 정체성이 드러나게 된다. 누가 담론의 주체이며, 어떤 담 론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발화했는가, 어떠 한 성과를 성취했는가 등으로 담론 생성자의 개별 정체성 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다이안 맥도넬(Diane Macdonnell)은 담론의 개별적 주체가 특정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기구나 조직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담론은 특정 담 론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담론들과 갈 등, 대립 속에서 의미를 생성한다고 했다. 이른바 반대와 저항 담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이며, 담론이란 저항 담론 을 포함하고 다양한 담론들과 관계하면서 존재 가치를 지 니며 동시에 의미를 생성하게 된다. 이러한 담론의 관계 성은 미셸 페쇠(Michel Pecheux)의 견해에서도 강력히 지지된다. 페쇠는 발화하거나 쓰인 담론은 그 자체로 독 자적으로 존재하거나 의미를 가질 수 없으며 저항 담론이 나 대안 담론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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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된다고 했다. 다음의 관심은 담론이 어떠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가 하 는 점이다. 담론은 말하는 발화와 글로 쓰인 텍스트를 근 간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발화의 구조, 언어의 구조, 서술의 구조를 지닌다. 발화의 구조는 말하는 데 필요한 구성 요소다. 기본적 으로 언어가 필요하며, 음성으로 전이해야 하고, 음성과 동시에 억양, 제스처, 표정, 몸짓 등이 수반된다. 이는 발 화자의 실제 상황을 일컬으며 ‘파롤(parole)’이라고 지칭 한다. 다음으로 글로 쓰인 서문이나 서술체를 필요로 한 다. 이는 말이나 대화를 하는 것보다 상당히 정제된 것이 며, 기본적으로 언어와 언어 규칙을 따르면서 구성된다. 이를 ‘랑그(langue)’라고 하며 문법 체계를 근간으로 하면 서 추상화된 형상을 지칭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과 영어의 텍스트 형상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술의 구조는 발화의 시작과 끝, 서문의 첫 문장과 마 지막 문장 사이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떠한 구조 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일컫는다. 이른바 내러티브 구조라 고 하는데, 발화와 서문을 이끌어 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 다. 가장 기본적인 구조로는 5W1H-언제, 어디서, 무엇 을, 누가, 왜, 어떻게-라는 서사 구조를 들 수 있다. 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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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구조는 무엇인가를 서술할 때 갖춰야 하는 최소의 구성 요소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들 구성 요소들 가운데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생성하게 된다. ‘누구’를 강조하면 담론의 주체가 강조되고, ‘무엇’을 강조 하면 실제의 사안이 부각되며, ‘왜’를 강조하면 사안이 발 생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담론은 단순히 말하거나 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 이 있어 주장하거나, 설득하거나, 논쟁하는 것으로서 논 증 구조와 설득 구조를 지니게 된다. 논증 구조는 무엇인 가를 주장할 때의 근본 구조로, 원인과 결과를 연계시키면 서 증거 자료들을 근간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 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설득 구조는 논증 구조가 지닌 자료들을 통한 명증성을 높이기보다는 발화자와 청 취자 사이의 인지 구조를 근간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특 정 주장이나 견해가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것 이어서 가장 타당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비전문적이고, 아집적이며, 편견이 가득한 주장에 비해 설득력이 높은 구조다. 담론은 언어와 텍스트에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외 부 사회와 문화와 관련을 지니고 있다. 이를 사회와의 맥 락 구조라고 하는데, 담론이 언어와 텍스트를 넘어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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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관계 맺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담론과 사회는 서 로 ‘변증법적 관계(dialectic)’에 놓여 있으며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담론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안이나 현상에 대해 관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언어적 표현과 구별된다. 맥락 구조에는 세부적인 담론이 생성되는 주변 환경과 연계되는 ‘국지적(local) 맥락 구조’와 이를 넘어서는 ‘총체 적(global) 맥락 구조’가 존재한다. 국지적 맥락 구조는 담 론이 발화하는 주변 상황들과 연계되는 것으로 담론의 발 화 시간, 장소, 환경과 발화자와 청취자의 관계, 발화의 의 도와 목적 등을 지칭한다. 총체적 맥락 구조는 발화의 장 르와 미디어, 사회와 국제 관계, 문화와 이념의 관계 등 담 론의 외연에 해당하는 외부 상황을 일컫는다.

미디어 담론, 사회 의제, 공론장 구현 미디어는 사회의 중요 이슈나 의제를 담론으로 생성하여 공론장으로 가져온다. 사회 내 중요 이슈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고, 찬성할 수도 있 고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인 견해나 반 응은 미디어를 통하지 않으면 공론화될 수 없다. 공론화 가 되지 않으면 담론을 생성하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된다. 미디어는 다양한 장르들을 통해 사회의 중요한 이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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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들을 선정하고, 문제점과 쟁점들을 도출하며, 수용자 들의 관심을 환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나 주장들을 제기하면, 대립적이거나 대조적인 견해 로 정리해서, 지배 담론과 저항 담론으로 정리하여 간결화 한다. 각각의 담론은 일정 기간 경쟁하고 투쟁하다가 최 종적으로는 특정 담론으로 귀결된다. 담론의 귀결이 갈등 이 해소되어 해결되는 경우도 있으나, 해결되지 못한 상황 에서 단순히 봉합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미디어는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선정하고 그 에 따른 문제점들을 제기하며,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 가 공론의 장에서 소통이 되도록 기능한다. 이 같은 공론 장 생성과 활성화의 기능이 미디어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 한 사회적 기능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부에서 작동하는 것은 미디어라는 포 맷이 아니라 담론이라는 콘텐츠다. 콘텐츠는 언어와 서문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서사 구조와 각종의 설득 구조, 논증 구조, 맥락 구조를 지니면서 자신의 주장을 견 지하려 한다. 더욱이 특정 담론은 하나로서 독자적으로 작 동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이나 대조적인 또 다른 담론과 경 쟁하는 것이다. 이를 경쟁 또는 ‘헤게모니의 장’이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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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담론의 경쟁은 그만큼 처절하며 치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매일 같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회의 중요한 이슈나 의제들에 대한 미디어의 담론 생성 과정을 주목하 고, 담론의 귀결에 관심을 기울이며, 담론의 영향과 파장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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