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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클래스



시네 클래스 문관규·유양근·이명자·함춘성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시네 클래스

지은이 문관규·유양근·이명자·함춘성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2년 2월 13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 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02) 7474 001, 팩스(02) 736 5047 commbooks@commbooks.com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문관규·유양근·이명자·함춘성, 2012 ISBN 978-89-6680-012-4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머리말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영화

영화는 대중적인 매체다. 사람들은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든 영화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견해를 주저 없이 밝히고 함께 공유한다. 그런데 스스로 미진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 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든다. 영화에 대해 여기저기서 습득한 지식을 한데 꿰어줄 도구 가 있었으면 한다. 한편, 요즘 대학에서는 영화 관련 강좌가 대부분 개 설되어 있다. 영화, 신문방송, 광고홍보 등 영상매체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은 물론이거니와 이와 같은 학과가 없는 대학에서도 교양과목 중 하나로서 영화를 다루고 있다. 더불어 수강생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배우는 위치에서도 마땅한 교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시네 클래스󰡕는 그런 쓰임새를 위해 만들어졌다. 영화에 대해 관 심이 있는, 영화를 더 알고 싶은, 그래서 영화를 더 사랑하고 싶은, 하지 만 영화와 관련된 지나치게 세부적인 기술 용어와 불필요한 설명은 부 담스러워 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시네 클래스󰡕는 기획에서부터 집필하는 동안 가상의 독자를 앞에 두고서 이루어졌다. ‘대학에 갓 입학한, 영화와 영상을 전공으로 삼지 않 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영화 관련 교양 강의를 수강하려는’ 학생 을 가상 독자로 삼았다. 가상 독자를 설정한 까닭은 첫째, 대학생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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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으로 대학생보다 어린 중고생과 대학 과정을 이미 끝마친 일반인도 모두 읽을 수 있는 책, 둘째, 영화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 봐도 좋을 만한 책, 셋째, 전문적인 내용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담거나 영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획일적인 영화 입문서와 차별성을 주는 책, 마지막으로 영 화 입문 성격의 교양 강의와 전공 강의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을 만 들기 위해서였다. 󰡔시네 클래스󰡕는 영화라는 우물 안에서만 영화를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밖에서 영화를 내려다보면서 영화와 관계된 다른 분야까지 도 연관시켜 폭넓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 자체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되, 영화가 사회 경제 문화 등과 맺고 있는 방식과 내용에 대한 인 식을 확장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영화에 대해 이러저러한 지식은 반드 시 갖춰야 한다고도 강요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책이 영화 탄생 초창기 부터 현재까지의 영화를 연대기 순으로 장황하게 다루지만, 이 책은 고 심 끝에 ‘영화의 역사’ 부분을 뺐다. 그러한 이유다. 한마디로 영화 전공 자가 비전공자와 일반 독자를 내려다보며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야 해, 그렇지 않고서는…’이라고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점이 기존의 영 화 입문서 역할을 하는 책들과 다르다. 이 책은 한 학기 동안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목차와 내용을 고 려하였다. 총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는데, 가르치는 입장에 따라 더 자 세히 다루고 싶은 장은 두 주에 걸쳐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나 독자 입장에서는 강의를 들을 때에도 유용하겠지만, 강의와 상관없이 혼자 읽어도 도움이 될 수 있게 구성하고 내용을 담았다. 가능하면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영화를 사례로 설명하고자 했으며, 영화의 여러 장면을 넣 어 이해가 잘 되도록 했다. 각 장의 시작에는 단원에서 알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간추려 놓았다. 단원별 목표라고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각 장의 끝에는 생각해 볼 문제를 실어서 수업에서 토론이나 과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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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에서 다루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장(‘나, 제왕의 생애’: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는 영화가 종합 예술이라고 간주되는 이유와 영화적 체험이란 무엇이며, 관객이 영화를 수용하는 방식과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2장(스토리텔링: 영화가 이야기를 보여 주다)에서는 영화에서 이야 기를 전개할 때 사용하는 극적 장치를 살펴보고, 고전적이며 관습적인 스토리텔링과 대안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을 비교 논의한다. 3장(연출, 사각의 프레임에 의미를 담다)에서는 감독의 연출에 대 해 논의한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영상화할 때 창의적인 방법으로 주제 와 의도를 구현한다. 영화적 문법과 언어의 관습을 따르면서도 자신만 의 스타일을 연출에 가미한다. 동시에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고민 한다. 연출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연출부의 구성과 작업 과 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4장(카메라와 컴퓨터: 세상을 만들다)에서는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 는 것은 카메라의 시선, 즉 카메라에 의한 화면의 크기, 각도, 움직임 등 으로 대상을 포착한 것임을 이해한다. 카메라와 인간의 시각의 차이점,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에게 미치는 심리적·미학적 효과를 알아본다. 컴 퓨터 그래픽에 의한 시각 효과와 디지털 영화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5장(편집: 시간과 공간이 움직이다)에서는 편집이 영화 속 이미지 의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컷과 컷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 임을 이해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장면 전환 방 식을 보여 주고, 이미지와 사운드로 의미를 생산해 내는 영화의 표현 능 력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탐구한다. 6장(사운드: 소리를 디자인하다)에서는 영화가 이미지와 사운드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사운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 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사운드가 이야기 전개에서 의미의 전달은 물론, 관객의 정서를 움직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과 장치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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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영화와 스타: 영화와 현실을 살다)에서는 영화의 별이자 관객 을 매료시키는 배우, 즉 스타에 대해 알아본다. 연극과 영화에서의 연기 를 비교해 살펴보고, 연기 스타일을 기준으로 배우의 유형을 분류한다. 한류에 의거한 스타의 역할과 의미를 문화적 맥락 안에서 논의한다. 8장(장르: 대중의 무의식을 전시하다)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소비하는 관객도 모두 일종의 프레임을 통해 영화를 구분한다는 사실과 그 프레임이 곧 장르임을 이해한다. 장르의 속성과 관습적 요소, 장르 간의 혼합, 각 장르 영화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관객-산업-비평을 잇는 고리로서 장르를 바라본다. 9장(다큐멘터리, 아방가르드, 애니메이션: 다른 세상을 엿보다)에 서는 허구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현실을 카메라로 고스란히 포착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현실과 가시적 체험 세계를 넘어선 ‘무엇’을 표현하려는 실험적인 아방가르드 영화, 허 구이되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에 대해 알아본다. 10장(영화 비즈니스: 예술과 상품 사이를 걷다)에서는 영화를 예술 작품인 동시에 상품이기도 하다는 시각에서 관객이 소비하는 상품인 영 화가 어떻게 생산-유통-소비되는지 살펴본다. 상품인 영화의 특징, 소비 자인 관객의 특성과 소비 방식, 그리고 흥행 수익을 위한 고려 사항 등을 논의한다. 11장(비평: 스크린 위의 코드를 풀다)에서는 영화 보기를 넘어서 영 화에 대한 글쓰기를 고민한다. 영화를 이해하고 해석한 바를 글로 직접 표현해 보는 방법을 안내한다. 비평 방법을 소개한 후, 학생과 전문가가 쓴 글을 함께 비교해 보고 자신만의 비평을 시도하게 한다. 12장(영화의 미래: 공존의 길목에 서다)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미디 어 환경에서 영화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음을 확인한다. 이후, 영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의 존재 양식은 어떤 방향으로 탈바꿈하 게 될 것인가, 영화의 존립과 영향력을 새로운 환경에서도 유지 확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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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12개의 장은 네 명의 공저자가 나누어 썼다. 스토리텔링·영화 비 즈니스·첫 번째 장인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은 함춘성, 연출·편집· 사운드 분야는 문관규, 카메라·연기·영화의 미래는 유양근, 장르·비 평·다큐·아방가르드·애니메이션 부문은 이명자가 각각 집필했다. 책의 취지를 살리고 독자와의 소통이 더 잘 되도록, 책의 내용과 형식에 서 미비한 점은 앞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약속보다 늦게 나 온 원고를 참고 기다려 준 커뮤니케이션북스㈜의 전정욱 주간님과 박선 영 편집팀장께도 감사를 드린다.

2012. 2 저자를 대표하여 함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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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머리말: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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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 제왕의 생애: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 영화와 다른 예술 매체 영화적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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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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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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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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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스토리텔링: 영화가 이야기를 보여 주다 인물, 사건,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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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선택과 배제 그리고 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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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에 의한 사건의 연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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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8장 구조와 관객의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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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과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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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연출: 사각의 프레임에 의미를 담다 영화 연출자의 역할

59

연출부와 제작부의 구성과 역할 연출의 의도와 스타일 작품의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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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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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카메라와 컴퓨터: 세상을 만들다 카메라의 기능, 역할, 미학 피사체의 크기와 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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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카메라 움직임과 깊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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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컴퓨터 그래픽

99

촬영과 현대의 영화

106

05 편집: 시간과 공간이 움직이다 편집이란 무엇인가

113

편집의 중요한 개념들 편집의 유형

121

시간과 공간의 장면 전환 편집의 미학

116

128

135

06 사운드: 소리를 디자인하다 영화 소리의 도입

145

사운드의 세 가지 종류 영화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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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음향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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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의 세계

160

07 영화와 스타: 영화와 현실을 살다 연극에서의 연기, 영화에서의 연기 잘하는 연기, 자연스러운 연기 영화의 별, 스타 한류와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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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장르: 대중의 무의식을 전시하다 친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 낯선 것을 친숙하게 하기 과잉의 미학: 멜로드라마

199

202

‘지금 여기’의 미학: 코미디

211

억압된 것의 돌아옴: 공포 영화

215

비열한 거리에서 탄생한 공공의 적: 갱스터 영화

219

09 다큐멘터리, 아방가르드, 애니메이션: 다른 세상을 엿보다 관객과 현실의 직접 대면: 다큐멘터리

227

순수하게 영화적인 이미지와 움직임: 아방가르드 영화 생명을 얻은 사물의 목소리: 애니메이션

242

10 영화 비즈니스: 예술과 상품 사이를 걷다 영화는 텍스트다: 그림 대 영화

259

상품으로서의 영화: 햄버거 대 영화

261

영화의 수요와 공급: 소비자 대 시장 조사 투자와 배급의 메커니즘: 흥행과 수익

265

267

주류영화 대 독립(저예산)영화: 제작비와 수익률

11 비평: 스크린 위의 코드를 풀다 감독과 작가주의 비평

286

사회의 무의식과 장르 비평 영화 언어와 형식주의 비평

290 295

역사적 관점과 역사 비평

301

시선과 이데올로기 비평

307

274

235


12 영화의 미래: 공존의 길목에 서다 영화와 디지털 시대

319

영화와 미디어, 게임

323

영화의 미래

328

영화명·인명·용어 원어 병기 미주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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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 제왕의 생애: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


지난 100여 년 동안, 영화는 대중이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매체로서 사랑을 받아왔다. 영화는 대중에게 가까운 존재인 동시에 종합예술이기도 하다.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영화에 예술의 거의 모든 분야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른 예술 -소설, 회화, 사진, 연극 등-과 비교하며 영화의 특성을 파악해 보자. 스티븐 킹은 소설을 일컬어 ‘거짓의 거미줄로 이루어진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영화 역시 소설처럼 허구의 이야기다. 영화는 허구를 움직이는 이미지로 만든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행위를 통해서 경험하는 바가 있다. 이를 일컬어 ‘영화적 체험’이라 한다. 영화적 체험에서 상상력과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관객은 영화와 상호작용을 한다. 관람하기 전에 만들어지는 기대와 영화를 수용하게 되는 맥락이 있다. 관객은 보고자 하는 영화에 대해 기대를 갖게 되는데, 그러한 기대를 형성케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또한 영화를 수용하게 되는 서로 다른 맥락도 논의해 보자. 그럼으로써 관객이 영화에서 구하는 재미와 의미가 맥락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고, 동일한 영화에서 다양한 시각과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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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는 중국 소설가 쑤퉁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소설은 열 네 살에 왕의 자리에 오르나 광대로 변신하게 되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영화는 모든 예술이 흘러들어와 융합되는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보고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매체 로서 엔터테인먼트의 제왕과 같은 자리를 누렸다. 영화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영화에 대하여 언제 어디서나 거리 낌 없이 편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아니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영화는 쉽게 넘볼 수 있는 대상이다. 그 모습이 만인지상의 제왕이면서 만인지하의 저잣거리의 광대와 닮은 듯하다.

영화와 다른 예술 매체 우리에게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화 활동, 여가 활 동, 시간 때우기, 데이트? 그렇다면 영화 관람은 소설이나 시를 읽는 것,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하는 것, 연극을 보는 것, 춤이나 오페라 등의 공연 을 보는 것, 조각이나 건축물 내지 설치미술을 보는 것과는 어떤 면에서 다른 것일까? 영화는 말한다. ‘내 안에 네가 있다.’ 영화는 영화에 앞선 모든 예술 매체의 특성을 수용하면서 각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 왔다. 영화에는 소설처럼 이야기가 있다. 영화는 이야기 속 세계를 과거 로 미래로 주라기 시대로 외계로 자유자재로 확대할 수 있다. 이야기 속 시공에는 경계가 없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소설과 닮았다. 오히려 영화 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영화가 소설보다 이야기 속 세계를 생생하게 구현 해서 보여 준다. 소설의 독자는 문자를 매개로 스스로 이미지를 떠올려 야 하지만, 관객은 자신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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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소설과 영화. 동명소설의 영화화

자동차를 몰고 가던 주인공 에드워드 블룸은 영문도 모르게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주인공 은 물론 관객에게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사진은 <빅 피쉬>의 한 장면

하며 웅장하기조차 한 이미지를 힘 안 들이고 볼 수 있다. 관객은 영화가 제공하는 그런 이미지와 사운드에 압도당한다. 그러길 소망한다. 소설 원작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 중, ‘책은 안 읽었지만 영화는 봤다’는 관객 이 얼마나 많은가? 회화와 사진과 영화를 비교해 보자. 영화에 앞서 사진이 있었고, 사 진이 발명되기 전에는 회화가 먼저 있었다. 알타미라 동굴에는 구석기 인이 그린 동굴 벽화가 있으니 인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꽤 오 래전부터였다. 회화는 캔버스에 실재를 재현해 놓는다. 프레임에 담긴 사진의 이미지도 실제 사물에 대한 재현이다. 우리가 사진 속의 의자를 보는 행위는 의자라는 사물 자체를 보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사진에서 의 자라는 사물을 재현해 놓은 것을 본다. 재현의 기능과 능력에서 사진은 회화를 대체했다. 초상화보다는 인물 사진이 실재에 더 가깝게 느껴지 기 때문이다. 회화와 사진이 모두 재현 매체이지만, 회화는 현존하지 않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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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할 수 있는 반면, 피사체에 의존하는 사진은 현존하는 사물만을 드 러낼 수 있다. 사진은 한 장소에서의 순간을 빛의 작용으로 포착하기 때 문이다. 영화도 회화와 사진과 마찬가지로 재현을 한다. 피사체에 의존해서 현존하는 사물만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은 영화를 회화와는 다르고 사 진과는 유사한 것으로 자리매김한다. 영화가 사진과 가장 다른 점은 움 직임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회화와 사진은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영화는 회화와 사진의 정적인 이미지를 넘어선다. 영화는 움직 이는 이미지다. 영화는 사건의 배열을 통해서 사건의 시간적 관계를 재 현할 수 있다. 실은, 편집으로 합성에 의한 인위적인 시간 창출이다. 현 실에서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시간을 이어 붙이고, 그러한 이미지에 기 반을 두고 공간도 지속되게끔 재현한다. 영화는 연속되는 시간-공간적 이미지에 사운드(대사와 음악과 효과음)를 덧붙여 관객의 시청각을 동 시에 만족시켜 준다. 회화와 사진이 꿈꿀 수 없었던 일이다. 연극은 무대 위에서의 장면화와 등장인물의 대사로 보는 이에게 감 정이입을 이끌어 내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도 연극처럼 극 중 인물이 대사를 하며 연기를 한다. 등장인물이 겪는 사건과 이에 따라 증 폭되는 갈등과 내면의 변화를 보여 준다. 하지만, 영화로 이야기를 펼치 기에는 연극의 무대가 비좁다. 영화는 연극의 좁은 무대로 인해 제약을 받는 시공간을 벗어난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사 건의 흐름을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전개할 수 있고, 같은 시간대에 일어 나는 사건을 병치해서 보여 줄 수도 있다. 카메라는 사건의 진행을 일부 러 느리거나 고속으로 보여 줄 수도 있다. 등장인물의 내면은 더욱 알기 쉽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될 수도 있다. 카메라는 등장인물과 사물과 배경의 세부적인 면까지도 확대하여 보여 줄 수도 있다. 그럼으로써 우 리는 한 인물이 겪는 기쁨과 애환을 온전히 내려다보며 파악한다는 느 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연극이 할 수 없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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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동시에 발생하는 시간의 지속과 정지

주인공 에드워드 블룸이 앞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 그를 제외한 모든 사물과 사람은 시간이 정지된 것인 양 멈춰져 있다. 사진은 <빅 피쉬>의 한 장면

영화의 움직이는 이미지는 리드미컬하게 편집되어 춤을 추듯이 스 크린에서 너울댄다. 어쩌면 시의 운율과도 닮아 있다. 춤과 음악이 스토 리의 주요 전달 수단이 되는 뮤지컬 영화는 더욱 그렇다. 영화에는 시가 제공하는 심상과 은유와 상징도 담겨 있다. 영화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 와 이미지의 충돌은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생성하기도 한다. 영화는 음악과 효과음으로 관객이 등장인물의 심리를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오페라는 주인공이 직접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지만, 영화 속 주 인공은 뮤지컬 영화가 아닌 바에야 그럴 필요가 없다. 주인공이 심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더라도 또는 극 안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아니어서 주 인공은 듣지 못하더라도, 관객은 음악을 통해 말 없는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고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 이렇게 영화에는 시와 춤과 음악적인 요소가 들어와 있다. 가장 뒤늦게 태어난 영화는 문학, 연극, 미술, 건축, 음악 등을 빠르 게 모방하고 흡수했다. 그러나 이에 머물지 않고 자양분을 주었던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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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범주를 넘어 한 발 더 나아간다. 영화가 단지 스크린에 투사된 그림자 가 아니며 허구(fiction)의 그림자놀이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서 왔다.

영화적 체험 영화의 기술적 진보의 전제는 현실감이다. 영화는 어느 매체보다도 생생 한 현실감을 확보하고자 노력해 왔다. 스크린에 펼쳐진 장면이 바로 내 눈앞에서 일어난 것처럼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장면에 사운드가 더해지 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미되어, 허구를 현실처럼 판타지를 현실처럼 느 끼게 한다. 이를 ‘영화적 체험’이라 한다. 영화적 체험은 외부와 단절된 영화관의 어두운 공간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와이드스크린, 3D, 컴퓨터 그래픽 등도 모두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다. 이제는 관객 의 감각 중 시청각만을 만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후각 등 다른 감각도 자극한다. 이미 미각은 팝콘과 음료수로 영화에 빼앗긴 지 오래다. 기술적 성취로 인해, 영화가 다루는 주제와 방식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시적인 분위기의 서정적인 영화에서부터 큰 스케일의 서사적인 역사물까지 다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관능을 자극하는 영화에 서부터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 이르기까지 한 계가 없다. 주관적인 시점에서부터 객관적인 시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점을 섞어서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다. 관객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 게 하기도 하고 몸속에서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도 한다. 이것 또한 ‘영화적 체험’을 구성한다. 영화는 각각의 예술을 모아 짜깁기한 종합에 머물지 않았다. 기술 을 바탕으로 우월한 지위를 지닌 엔터테인먼트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매김 했다. 그리고 자신을 대중화했다. 영화만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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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볼 수 있는 매체가 어디 있었겠는가? 영화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시 간과 돈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이러한 영화의 위 치는 컴퓨터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크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만, 박스오피스로 대변되는 영화의 지위는 여전히 상징적이다. 영화의 영향력은 증대되었지만 스스로를 대중화한 만큼, 영화는 문 학, 음악, 미술, 건축, 연극 등에 비해 덜 고상한 매체로 대접받는다. 오 락거리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5막 5장에서 주인공 맥베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이란 걸어가는 그림자, 자기가 맡은 시간만은 장한 듯이 무대 위에서 떠들지만 그것이 지나가면 잊혀지는 가련한 배우일 뿐. 인생이란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시끄러운 소리와 광포로 가득하지만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이야기.1)

맥베스의 대사에서 ‘인생’을 ‘영화’로 바꿔 읽어도 무방해 보인다. ‘영화란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그럼에도 지난 100여 년 동안 영화 가 엔터테인먼트의 제왕적 자리를 유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존 재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은 왜 “바보가 지껄이는 …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이야기”를 보고 들으려 하는 것인가? ‘영화적 체험’을 통해 무엇을 얻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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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여행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의 조그마한 산촌 산티야나 델 마르에는 알타미라 동굴이 있다. 동굴의 벽에는 수십 점에 달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벽화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미적 감수성을 건드린다. 상상의 날개를 달고 구석기 시대로 가 보자. 구석기 시대에 인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들소를 잡아오지 못하는 날에는 부족 모두가 풀과 열매만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지 않았을까? 허기가 질수록 들소의 모습 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들은 절박하다. 절박할수록 들소의 형상은 또 렷하게 떠오르고, 동굴 벽에 들소가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 놓 는다. 들소의 작은 털까지도 세세하게 묘사해 사실성을 높인다. 채색도 한다. 부족장이나 샤먼은 들소를 잡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

그림 1-3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

처음 세간에 공개되었을 때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동굴의 벽화가 보여 주는 예술적 인 성취가 도저히 선사시대의 것이라고 간주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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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과 땅에 기원한다. 그래서 재현된 그림 속 들소가 일용할 양식으로 현 현하기를! 이들에게 구원은 들소에게서 온다. 반대로 들소를 잡아 온 날은 어땠을까? 한껏 포식한 후 배부른 상태 에서도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렸을까? 당시 벽화를 그려 놓은 이유와 그 기능에 대해 상이한 견해가 있지만, 만일 그려 놓았다면 누군가는 그 이 미지를 활용해 그날 있었던 전과를 사냥에 참가하지 못한 이들에게 전 달해 주지 않았을까? 극적 재미를 한껏 높이기 위해 몸짓과 음향 효과도 섞지 않았을까? 가능한 사냥 현장의 모습을 사실성 있게 현실감 있게 보 여 주려 하지 않았을까? 재현을 충실하게 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럼으로 써 앞으로도 이런 축복이 계속 이어지도록 집단적 자기 확신과 다음에 나설 사냥에 대한 학습 효과와 더불어 기원을 하지 않았을까? 영화관에 관객이 있듯이, 알타미라 동굴 안에도 관객이 있다. 너무 어려서 사냥에 참가할 수 없었던, 알타미라 동굴 안에서 그림으로만 들 소를 보는 어린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동굴과 영화관은 어두컴컴하다. 어둠 속 동굴의 벽과 영화관의 스 크린에서 빛과 색이 뿜어져 나온다. 전자는 정적인 그림이고, 후자는 동 적인 영화다. 전자의 관객은 동일한 집단의 구성원인 반면, 후자의 경우 는 ‘군중 속의 고독한 개인’이다. 외면상 정(靜)과 동(動)에 의한 움직임 의 있고 없음 그리고 관객 구성원의 다름은 큰 차이처럼 느껴진다. 그러 나 이러한 외적 차이를 뛰어넘는 유사성은 무엇일까? 동굴의 벽화를 사이에 두고 말을 하는 자와 듣는 자는 이야기를 매 개로 이어진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 주었을까? 부족 구성원 모두의 염원을 하나로 모아 주술 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그림의 이미지는 어떤 기능을 발휘했을까? 당시 에 벽화를 보며 이야기를 듣던 어린 아이에게는 어떤 심상(心象)이 맺혔 을까? 동굴 속 여러 편의 그림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건네고 이야기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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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을 부추기고 생성한다. 그리고 감정을 만들어 낸다. 동굴 벽화의 정적 이미지와 스크린에서의 영화의 동적 이미지 역할은 다르지 않다. 영화 는 본질적으로 시각적인 매체다.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외부에서 오는 이 미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상상의 영역에 해당한다. 그것은 환 영과 다르다. 또한 영화는 허구(fiction)다. 영화에서는 허구가 회화적으로 제시 되고, 허구는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상상력을 사용하도록 한 다. 그 이미지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나타내느냐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나타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란 어떤 사물이 존재하지 않아 도 그게 현존하는 한 그 사물이 존재하는 것이고,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만큼은 가장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인 존재들도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어느 정도까지는 실제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2) 다시 구석기 시대로 날아가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자. 들소 를 잡는 데 혁혁한 전과를 올려 그날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 있다. 들소의 그림 옆에선 그날의 주인공이 사실에 거짓말을 보태서 쩌렁쩌렁한 목소 리로 동굴 안이 울리도록 얘기를 펼친다. 아이의 귀는 주인공의 목소리 에, 눈은 벽화의 들소에 꽂혀 움직일 줄 모르고 마음은 그에 대한 선망으 로 물들어, 아이의 감정은 미래의 용사가 될 자신을 그 주인공과 동일시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이입’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맥기에 따르면 감정이입(just like me)이란 대상 인물에 대한 호감(likable)의 정 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3) 영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스크린 위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고 놀라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웃기도 하는 변 화무쌍한 심정의 행로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간다. 그것도 어두 컴컴한 동굴 같은 곳에서, 밝은 데에서는 가급적 드러내려 하지 않는 감 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구석기 시대 동굴 속의 아이와 현대의 우리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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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통해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크리스토퍼 보글 러는 말한다.

무한정한 변주가 가능하지만, 결국 이야기란 어떤 인물에 관한 것이고 그 이야기는 주인공인 그 인물이 겪는 여행에 대한 것이다. 훌륭한 스 토리는 주인공을 하나의 존재 방식에서 다른 것으로, 즉 절망에서 희 망으로, 약점을 강점으로, 우둔함을 지혜로움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또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여행하게 함으로써 주인공을 성장하게 하고 변화시킨다. 관객을 사로잡고 스토리를 볼 만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이와 같은 감정의 여행(emotional journeys)이다.4)

그런데 관객인 우리는 나와 모든 면에서 다른 영화 속의 다양한 주 인공에게 어떻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나는 그리스 시 대의 오이디푸스, 중세 시대의 햄릿, 2010년의 영화 <아저씨>의 주인공 차태식의 감정을 마치 내 마음이 그런 것인 양 느낄 수 있는 것일까? 그 들과 나는 시대도 신분도 외모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는데 말이다. 이 과정을 자기 동일시의 심리적 기제(psychological mechanism)로 설명할 수 있다. 관객은 등장인물과 자기 동일시를 함으로써 자기 안의 심연에 존재하는 갖가지 욕망과 투쟁을 가 볼 수 없는 시대와 세계에서 경 험하고, 이의 결과로 자신의 존재를 넘어서 확장시킨다.5) 영화는 관객이 주인공에게 자기 동일시를 이루어 감정을 체험하고 내적 욕망을 경험하 게끔 만든다.

관객의 기대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여가를 즐겁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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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관람할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 형성 요소

관객은 관람하려는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관객의 기대감을 형성하는 요인은 다양한 요 소에서 온다.

내기 위해서다. 영화 <괴물>(2006)을 보는 주된 이유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폐해의 사례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소설 한 권을 읽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고, 오페라를 보 기 위해서 필요한 관람료와 사전 지식, 미술 전시회에서 이루어지는 전 문가의 설명 등과 비교하면, 영화 관람은 사전 지식이 없어도 전문가의 견해에 얽매이지 않아도 심지어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다른 수고로움은 거의 없이 할 수 있는 활동이다. 거기에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면 2시간 내외의 시간을 내어줄 만하다. 영화를 보기로 결정한 후 관람할 영화를 선택할 때에는 그 영화에 대한 기대가 존재한다. 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하는 요인은 평론 가나 네티즌의 리뷰와 평점, 영화 홍보 문구와 내용, 입소문, 스토리와 등장인물, 화려한 볼거리, 사회적 이슈, 장르나 스타나 감독에 대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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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등이다.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이와 같은 요인은 영 화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다. 평론가와 네티즌의 리뷰와 평점은 같은 영화를 두고 비슷한 평가를 내릴 수도 있지만 때로는 서로 다를 수 있다.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본 영화 <과속 스캔들>(2008)에 대한 전문가의 평점은 6.71점인 반면 네티 즌은 9.18점을 매겼다.6) 과거에 비해 영화에 대한 평론가의 리뷰와 평 점의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 네티즌의 영향력은 영화 배급사의 입장에 서 볼 때 무시 못 할 수준에 이르렀다. 리뷰 및 평점과 더불어 입소문도 영화에 대한 기대와 인상을 결정짓는다. 영화가 어떤 스토리를 전개하는지,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영화에 기대를 갖게 한다. <국가대표>(2009)는 우리나 라의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도전과 애환과 역경 극복을 그려낸다. 그런 데 스키점프 국가대표 구성원의 면면이 평범하지 않다. 외국에 입양되 어 성장해 친엄마를 찾아 한국을 방문한 밥,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 고 깃집 아들로 숯불 피우는 일을 하는 재복,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는 데 힘 겨운 소년 가장 칠구, 칠구의 동생 봉구가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니. 이들은 스키점프가 어떤 종목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코치는 스키점 프의 영어 알파벳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연습장은 고사하고 보호 장구 도 없는 실정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이들의 훈련 과정은 애처롭고 아슬아슬하다. 이들이 행복감을 맛보는 때는 스키로 하늘을 나는 그 짧은 순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게 되지만, 국가대표 팀의 해체라는 위기를 맞는다. 원래 무주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번갯불에 콩 볶듯 만들어졌기에, 무주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탈락하자 용도 폐기될 처지가 된다. 그러 자 코치가 사연 많은 주인공들을 꾀느라 제시했던 약속도 물거품이 될 상황이 된다. 이와 같은 스토리의 일단은 국가대표로서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인물들의 행로를 영화관에 와서 확인하도록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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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대형 스크린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볼거리에 관심을 갖고 기대를 하기도 한다. <해운대>(2009)는 부산 해 운대에서 발생하는 쓰나미를 특수 효과를 이용하여 생생하게 구현한다 고 하여 상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영화의 대부분은 등장인물 간의 관 계와 갈등을 보여 주고 쓰나미는 영화가 시작한 후 3/4 지점부터 시작되 는데도, 관객의 기대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보다는 우리에게 친숙한 지 명인 ‘해운대’와 자연재해인 ‘쓰나미’에 집중되었다. 영화와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도 관객의 기대심리에 작용을 한다. <디 워>(2007)는 개봉 전부터 영화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 영화 외적인 이슈로 논란에 올랐다.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 는, 해외 로케를 했다는, 한국의 컴퓨터 그래픽의 높은 수준을 보여 준다 는, 제작자이자 감독의 개인적 비전 제시와 관객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이라는, 그리고 팬들과 영화 전문가들의 대립이라는 이슈는 상영 전부터 시작하여 개봉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국내 개봉 이후에 이루어 진 미국 개봉에 대해서도 배급 규모를 둘러싸고 공방이 이루어졌다. 이 와 같은 이슈화는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고 좋든 싫든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감을 조건 짓는다. 영화의 장르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다. <쩨쩨한 로맨스>(2010) 와 같은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사실을 모르고 보는 관객은 거의 없 을 것이다. 관객은 영화를 보지 않고도, 로맨틱 코미디에 어떤 인물이 나오며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훤히 알고 있다. 영화를 보아 온 관객이라면 ‘영화적 경험’을 통해 장르의 관 습적인 공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있다. 오우삼(John Woo) 감독의 홍 콩 영화 <영웅본색>(1986)을 리메이크한 <무적자>(2010)가 남성 위주 의 액션 영화임은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 라 이 영화에 대한 기대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려 할 때와 달라진다. 어떤 연기자가 등장하는가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바꿔놓는다. 최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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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주인공인 영화, <쩨쩨한 로맨스>, <내 사랑>(2007), <달콤, 살벌한 연인> (2006)의 공통점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이다. 최강희는 영화뿐만 아니 라 TV 드라마를 통해서도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로 귀엽고 깜 찍하며 4차원적인 행동을 하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고 로맨틱 코미디에 잘 어울리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관객은 배우 최강희를 로맨틱 코미디 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쉽지 않기에 최강희가 등장하는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연결한다. 연기자 못지않게 감독도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다. <서 편제>(1993), <춘향뎐>(1999), <취화선>(2002), <천년학>(2007), <달빛 길어올리기>(2011) 등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은 우리의 정서와 한이 고 스란히 담긴 우리 것을 영화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 왔다. 춘향뎐으로 판소리를, 화가 장승업으로 조선시대의 예술가와 그림을, 소리꾼으로 우리만의 고유한 소리를, 우리의 전통 한지를 극적 전개의 키워드로 삼 아 왔다. 이처럼 감독의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과 형상화 작업은 관객에 게도 영화에 대한 준거점을 마련해 준다.

관객의 수용 영화를 만든 사람은 의도적으로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미리 영 화에 대한 인상을 갖게 하고 기대를 품게 한다. 영화를 통해서는 주제와 메시지를 형식과 내용 안에 담아서 전달한다. 관객은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형식과 내용을 수용한다. 즉, 영화를 이해하 고 의미를 찾고 부여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 공급하는 쪽의 의도와 는 다르게 관객은 영화를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관객은 영화와 상호작용을 한다. 관객은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시공 간적 맥락에 따라 같은 영화라도 다르게 이해하고 다른 의미를 부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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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그럼으로써 한 편의 영화는 고정된 의미에 갇혀 있지 않게 된 다. 관객은 개인의 배경과 욕구와 편견 등으로 영화에 대한 인상을 다르 게 가질 수 있으며 의미도 다르게 형성해 갈 수 있다. 관객의 개인적 맥락에 의해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사례를 알아보자.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만추>는 2011년 2월에 개봉했다. <만추>가 개봉되기 전, TV 드라마 시리즈인 <시크릿 가든>으로 현빈의 인기가 치 솟았다. 드라마 방영이 끝난 후 군 입대를 공표한, TV 속의 현빈을 스크 린에서도 보려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 많았다. 반면, 이안(李安) 감독 의 <색, 계>에서 탕웨이의 존재를 확인한 바 있던 관객도 <만추>를 관람 했을 수 있다. 2011년 영화 <만추>는 리메이크 작이다. 1966년과 1981 년에 만들어진 <만추>를 기억하는 올드 팬도 새로운 <만추>를 보고자 찾았을 수 있다. <만추>의 관객은 상이한 관람 동기와 욕구를 가졌으며 영화에 대한 다른 기대를 품고 각기 다른 의미를 생산했을 것이다. 2011 년에 들려준 <만추>의 이야기는 같지만 관객들은 다른 수용 맥락에서 영화와 상호작용한 것이다. 탕웨이가 출연한 이안 감독의 <색, 계>를 본 관객의 경우도 다양할 수 있다. <색, 계>가 영화관에서 개봉되었을 때 관람한 이들은 이안 감 독의 작품 세계의 연속성이라는 맥락에서, 양조위라는 배우 개인의 매력 이라는 맥락에서, 원작 소설의 영화화라는 맥락 등 여러 배경에서 관람 욕구를 자극 받았을 것이다. <색, 계>가 개봉한 지 3∼4년 뒤에 <색, 계> 를 찾아 보게 된 사람은 <만추>에서 탕웨이를 보고 난 후 그녀의 매력에 빠져서 또는 영화 <나탈리>의 홍보 문구 “<색, 계>를 뛰어넘는 파격의 이모션 3D 멜로 <나탈리>…”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인해 <색, 계>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보았을 수 있다. 관객이 영화를 수용하게 되는 맥락은 이처럼 다양하다. 맥락이 다른 만큼 관객은 각자 다르게 영화와 상호작용을 하고 의미를 생산하게 된다. 사회적인 맥락에 따라 관객의 영화에 대한 수용 맥락이 바뀔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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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웰컴 투 동막골>(2005)에서는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국군과 인 민군이 합심해서 미군 비행기에 포를 쏘고, <미녀는 괴로워>(2006)에서 는 성형이 자아를 찾고 성장하며 꿈을 이루는 중요한 수단이 되며, <과 속 스캔들>(2008)에서는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신도 미혼모가 된 여주인공이 아이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간다. 이러한 소재와 내용의 영화가 시기상 더 이전에 제작되었다면, 사회적으로 사뭇 다른 반응이 도출되었을 것이고 다른 의미를 생산해 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던 <디 워>의 경우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 생성 됨에 따라 영화를 수용하는 맥락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이렇듯 영화는 관객과도 그리고 사회와도 상호작용을 한다. 서로 다른 문화에 따라서도 수용 맥락이 다를 수 있다. 그림 1-5는 영화 <괴물>의 국내용과 해외용 포스터다.

그림 1-5 영화 <괴물>(2006)의 서로 다른 두 가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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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용 포스터에서는 괴물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괴물’이라는 두 글자가 어둑해진 한강변의 건물을 바탕으로 괴물 같은 형상의 느낌 을 주면서 한강 위로 떠올라 있다. 우리가 늘 건너다니며 바라보던 한강 에 괴물이 출현한다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놀랍고 두렵다. 그만큼 한강 은 우리에게 각별한 곳이다. 그런 곳에 어느 날 갑자기 출몰하는 괴물이 있다면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영화 포스터는 괴물의 생김새 에 대한 단서를 전혀 주지 않는다. 더 궁금하게 만들어 괴물과 영화 전체 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킨다. 괴물도 중요하지만, 국내용 포스터는 일가족이 괴물과 사투를 벌인 다는 정보도 준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쇼킹한 사건과 더불어 가 족이 함께 괴물에 대항에 싸운다는 이야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에 게 가족이 주는 이미지와 느낌과 정서는 대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포스 터 아래쪽에는 한강을 배경으로 ‘괴물’이라는 제목이 새겨져 있고, 포스 터 위쪽에는 괴물과 싸울 가족 구성원이 있다. 역할의 중요도에 따라 강 두(송강호)의 모습이 가장 크게 앞에 드러나 있고, 가장 먼저 죽게 될 아 버지 희봉(변희봉)이 맨 뒤에 보이도록 배치되어 있다. 포스터는 한강을 배경으로 위 아래로 구분되어 가족과 괴물로 대립되어 있다. 반면, 해외 홍보용 포스터에는 괴물의 전모는 아니지만 꼬리 부분 을 보여 줌으로써 괴물을 노출시키고 있다. 한국의 포스터에서는 등장 시키지 않은 막내딸 현서(고아성)를 괴물이 낚아채어 물속으로 들어가 는 장면이다. 한강에 대한 느낌과 한국에서 가족이 내포하는 심층 의미 를 알지 못하는 외국 관객에게는 ‘한강에서의 가족 대 괴물’에 대한 정보 를 없애고, 물속에 사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사람을 꼬리로 휘감을 정도 의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해서 보여 준다. 포스터의 대부분이 강 물로 채워져 있으며 한강이라는 느낌이 제거되어 이국의 해안가를 보는 듯하다. 포스터 맨 위에는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에서 영화 <괴물>에 대해 평한 문구 “ONE OF THE GREATEST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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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EVER MADE!”를 새겨 놓았다. “역대 최고의 괴물 영화 중 한 편!” 이란 점을 강조한다. 온전히, 괴물에 대한 영화로서 자리매김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와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 감독의 작품성에 대한 관객의 수용 맥락이 변하기도 한다.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개봉했을 때 평단은 물론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영화의 소재와 주제의식과 내용 그리고 영화의 형식은 한국 영화계의 큰 사건이자 획이었다. 한국의 혼 을 담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작업은 계속 이어져 <취화선>으로 칸영화 제에서 감독상을 받기에 이르렀고, 영화의 모티프와 형식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후속 작품의 성격이 크게 변하지 않았고 매우 일관성 있 는 테마로 작업을 하는 데도, 관객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2011년 전 통 한지를 소재로 한 <달빛 길어올리기>는 5만 6000여 명의 관객만이 찾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관객이 변했으며 영화라는 매체의 환경이 변한 것이다. 관객의 영화적 수용 맥락이 바뀐 것이다. 관객이 영화에서 구하는 재미와 의미는 여러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 다. 한 편의 영화에 대한 한 가지 방식의 접근만이 있을 수 없고, 영화에 서 고정된 의미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으며, 따라서 영화에 대한 제대 로 된 이해를 강요한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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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볼 문제

1. 원작 소설의 한 장면이 영화로 각색되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비교해 보고, 허구인 소설과 영화가 상상력을 어떻게 사용하게 하 는지 토론해 보자.

2.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 형성 요인과 수용 맥락의 사례를 찾아보자.

3. 한 편의 영화가 서로 다른 시각에서 텍스트로 활용되는 사례와 그 내용을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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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거리

영화 한 편에 대한 세 가지 시선1)

세 명의 관객이 함께 <귀여운 여인>(1990)을 본다. 같은 영화를 봤는데 도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영화에 접근한다. 한 명은 오페라 <라 트 라비아타>를 얘기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에드워드는 일주일 계약을 한 창녀 비비안에게 오페라를 관람시켜 준다. 비비안이 생전 처음 보게 된 이 오페라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다. 영화 주인공 에드워드와 오 페라 주인공 알프레도는 부유하다는 점에서, 알프레도가 사랑하는 여인 도 비비안처럼 몸을 파는 여인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시간 및 공간 배 경은 다르다. 에드워드는 아버지의 기업을 공중분해시켜 버렸지만, 알 프레도는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오페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감한다. 세월이 흐르고 예술 매체의 형태가 바뀌어도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즐기고 있는 관객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한 사람은 에드워드와 비비안이 함께 나누는 음식에 초점을 맞추 어 영화 속의 사랑과 낭만을 이야기한다. 두 남녀가 처음 만나 밤을 함께 보낸 후 맞이한 다음 날 아침, 에드워드는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시켜 준 다. 그는 비비안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메뉴에 있는 모든 것을 주문

1) 한창호, ‘당신이 오페라를 처음 봤을 때: 게리 마샬의 <귀여운 여인>과 베르디의 <라 트 라비아타>,’ 󰡔영화와 오페라: 매혹의 아리아 스크린에 흐르다󰡕(돌베개, 2008), pp.136∼141; 송정림, ‘신데렐라의 아침식사, 핫케이크 <귀여운 여인>,’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위 즈덤하우스, 2008), pp.402∼417; 피터 레만·윌리엄 루어, 이형식 옮김, 󰡔영화에 대해 생각 하기: 보고, 질문하고 즐기기󰡕(명인문화사, 2009), pp.425∼434.


해 준다. 그녀는 핫케이크를 집어 든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진수성 찬을 차려 줬는데 귀여운 여인은 소박하게도 핫케이크를 선택한다. 관 객은 영화가 현실과 다름을 알면서도 기꺼이 여성 관객의 로망에 대해 서 말한다. 마지막 사람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사회 계층의 문제를 거론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로서 남성적 시각으로 전개되며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백인 이고 계층 간의 장벽을 없애는 것처럼 보일 뿐, 실은 더욱 단호하게 장벽 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중산층의 삶에서 찾을 수 있는 사 랑하는 배우자와 아버지 같은 존재 그리고 공원에서 산책할 수 있는 소 박한 행복을 강조한다고 이야기한다. 세 명의 관객의 시선과 견해는 이 렇듯 다르다.

그림 1-6 같은 텍스트와 다른 관점

영화 <귀여운 여인>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다른 이슈를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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