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사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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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東坡詞選 소동파 사선


편집자 일러두기 ∙이 책은 현존하는 소동파의 사(詞) 약 350수 가운데 대표적인 것 64수를 가려 뽑아 실었습니다. ∙사는 체제의 특성상 제목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고, 사패(詞 牌)는 다른 작품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어느 하나만으로는 작

품의 구분이 쉽지 않기에 <차례>는 관례에 따라 ‘한글 제목 −사패−첫 구절의 ’ 형식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첫 구절은 괄 호 안에 넣었습니다. 본문의 원문 제목은 ‘사패−제목의 ’ 형식 으로 표기하되 사이에 빗금(/)을 넣었습니다. ∙탈루되어 알 수 없는 글자는 ☐로 표기하였습니다. ∙뒤표지의 글은 옮긴이가 이 사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문장을 직접 뽑아낸 것입니다. ∙표지에 사용한 색상은 <지만지고전천줄>을 위하여 개발한 고유 색상입니다. ∙<지만지고전천줄>은 환경인증서를 획득하였습니다. 표지 와 본문은 모두 친환경 재질을 사용하였습니다.


병진년 중추절에 자유를 생각하며*

명월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그 얼마인지 술잔 잡고 저 푸른 하늘에 물어본다. 천상의 궁궐은 오늘 이 밤이 어느 해쯤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바람을 잡아타고 돌아가고 싶건만 한편으론 구슬로 지은 멋진 그 집이 너무 높아 추위를 못 이길까 두렵다. 일어나서 춤추며 그림자를 희롱하니 이게 어찌 속세에 사는 것과 같겠나?

달은 붉은 누각을 살며시 돌아 비단 문에 내려와 잠 못 드는 사람을 비추어준다. 달은 한을 품고 있을 턱이 없는데 어째서 늘 헤어져 있을 때 둥글어지나? 사람은 슬프다 기쁘고 헤어졌다 만나는 것 달은 찼다 기울고 흐려졌다 개는 것 이 일은 예로부터 늘 좋을 수 없었으니 다만 하나 바라는 건 우리 오래 살아서 37


천 리 밖에서나마 고운 달 함께 보는 것. 水調歌頭 / 丙辰1中秋, 歡飮達旦2 , 大醉, 作此篇, 兼懷子由3 明月幾時4 有, 把酒問靑天. 不知天上宮闕, 今夕是何 年. 我欲乘風歸去5 , 又恐瓊樓玉宇6 , 高處不勝寒. 起 舞弄淸影, 何似在人間7 . 轉朱閣, 低綺戶, 照無眠8 . 不應有恨, 何事長向別時 圓. 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 人長久, 千里共嬋娟9 .

해 설

희령 9년(1076) 중추절 날 혼자 술을 마시며 동생을 그린 것이 다. 소동파는 동생 소철과 우애가 대단히 깊었거니와 그가 밀주 태수로 부임해 간 것도 동생이 제주장서기로서 밀주에서 가까 운 제남에 있다는 이유로 자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명절이 되고 보니 가깝다고 해서 함께 명절을 쇨 수 있는 것은 아니었 다. 이리하여 그는 이 사로써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했다.

*원래의 제목은 <병진년 중추절에 새벽까지 흔쾌하게 마시고 크게 취 하여 이것을 짓고 아울러 자유를 그린다>인데 편의상 간략하게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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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丙辰(병진): 희령 9년(1076)을 가리킨다.

2.

達旦(달단): 새벽까지 줄곧.

3.

子由(자유): 동생 소철의 자(字). 당시 그는 제주장서기(齊州掌書記)

로서 제남(濟南, 지금의 산동성 제남)에 있었다. 4.

幾時(기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금방 죽어 없어지는 사람과 달

리 달은 하나의 자연물로서 영구적으로 존재한다는 해석과, 달은 금방 찼 다 이지러졌다 하므로 명월의 상태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해석이 그것이 다. 이백(李白)의 시 <술잔을 들고 달에게 물어본다(把酒問月)>에 ‘푸 른 하늘의 저 달은 언제부터 있었는가? 나 이제 술잔 멈추고 한번 물어보 노라(靑天有月來幾時, 我今停杯一問之)’라고 했는데 이 사의 첫 부분이 이백의 시와 상당히 유사한 것을 보면 소동파가 이백 시의 작품세계를 빌 려 달은 사람과 달리 영구적으로 하늘에 떠 있는 존재라는 뜻으로 썼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사의 끝부분에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이 라고 한 것을 보면 보름달이 며칠 가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서 즐 거운 시간은 길지 않다는 뜻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이 둘을 구 분하지 않고 두 가지 의미를 다 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5.

歸去(귀거): 이 구절은 자신이 원래 천상의 궁궐, 즉 달나라에 살던 사

람이라는 뜻으로 자신을 신선시한 셈이다. 6.

瓊樓玉宇(경루옥우): 월궁(月宮)에 있는 화려한 전각을 가리킨다.

7.

人間(인간): 사람이 사는 사회. 이 세상. 속세.

8.

無眠(무면):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9.

嬋娟(선연): 아름다운 것, 즉 달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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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게

버들개지 날리는 곳에 보리가 물결치고 저녁 호수는 갓 닦은 맑은 거울이었지. 날듯이 노를 저어 북처럼 달리는 작은 배에서 우리는 둘이 함께 <채릉가>를 불렀었지.

들판에는 비구름이 뭉게뭉게 몰려들고 조그마한 누각에는 날씨가 화창하다. 저녁 구름 자욱한데 제남은 어디 있나? 네가 돌아가 버리면 내 근심은 어이하나? 畫堂春 / 寄子由1 柳花飛處麥搖波. 晩湖2 淨鑑新磨. 小舟飛棹去如梭. 齊唱采菱歌3 . 平野水雲4 溶漾5 , 小樓風日6 晴和. 濟南7 何在暮雲多. 歸去8 奈愁何.

해 설

희령 9년(1076) 10월 밀주에 있을 때 동생 소철이 제주장서기의 임기가 끝나 제남에서 개봉으로 돌아갈 즈음하여 옛날에 함께 40


놀던 일을 회상하며 더욱 멀어짐을 아쉬워한 사다. 상편에서는 희령 4년(1071) 항주통판으로 부임해 가는 도중 진주에 들러 동 생과 같이 지냈던 7∼8월경에 함께 진주의 유호에서 놀던 일 을 회상했고 하편에서는 동생이 제남을 떠남에 따른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동생이 제남에 있다는 이유로 밀주태수를 자청한 그였으니 동생이 멀어져 가는 것이 무척 견디기 힘들 었을 것이다.

1.

子由(자유): 동생 소철의 자(字). 당시 그는 제남에 있었는데 곧 개봉으

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2.

晩湖(만호): 진주(陳州, 지금의 하남성 회양) 유호(柳湖)를 가리킨다.

소동파는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부임해 가는 중이던 희령 4년(1071) 7 ∼8월에 동생이 있는 진주에 들러 70여 일 동안 함께 지냈다. 이때 이들 은 유호에 가서 노닐었다. 3.

采菱歌(채릉가): 곡조 이름. 강남 지방 사람들이 홍릉(紅菱)·오릉(烏

菱) 등을 캘 때 부르는 노래. 4.

水雲(수운): 곧 비를 뿌릴 듯한 구름.

5.

溶漾(용양): 물결이나 구름이 심하게 흔들리는 모양.

6.

風日(풍일): 날씨.

7.

濟南(제남): 지금의 산동성 제남.

8.

歸去(귀거): 동생이제남에서도성인개봉으로돌아가는것을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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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에 이공택과 작별하며

우수수 바람도 없이 꽃은 절로 떨어지고 적막한 동산 숲에 버들은 늙고 앵두는 철 지났지요. 지는 해도 정이 있어 좌중을 비추는데 청산 하나 우뚝 솟아 구름 띠가 끊겼지요.

길 끝나고 강 굽으매 뱃머리를 돌려서 한 어촌에 들어가 닻줄을 매니 달빛은 침침하고 등불은 쓸쓸하네요. 날아다니는 혼의 힘으로 서로의 혼을 불러 내가 그대 생각할 제 그대 나를 생각하셔요. 蝶戀花 / 暮春別李公擇1 簌簌2 無風花自墮. 寂寞園林, 柳老櫻桃過. 落日有情 還照坐. 山靑一點橫雲3 破. 路盡河回人轉柁. 繫纜漁村, 月暗孤燈火. 憑仗4 飛魂 招楚些5 . 我思君處6 君思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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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

원풍(元豊) 원년(1078) 3월 이상(李常)이 서주(徐州)에 들렀다 가 떠나려고 할 때 그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석별의 정을 나눈 뒤에 지은 것이다.

1.

公擇(공택): 이상(李常)의 자(字).

2.

簌簌(속속): 꽃이나 잎이 떨어지는 모양.

3.

橫雲(횡운): 가로로 길게 떠서 띠를 형성하고 있는 구름.

4.

憑仗(빙장): 의지하다. 힘을 빌리다.

5.

招楚些(초초사): 초혼(招魂)하다. 굴원(屈原)의 <초혼(招魂)>은

초나라의 민간에 유행하던 초혼사(招魂詞)의 형식을 본떠서 지은 것인 데 이 작품에는 끝에 ‘사(些)’를 쓴 구절이 많기 때문에 ‘초사(楚些)’로써 초혼가(招魂歌)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6.

處(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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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문에서 작별하며

옥 술잔의 좋은 술이 맛이 없는 건 가인의 눈물 천 방울이 섞였기 때문. 도를 배워 근심 걱정 잊었는가 했더니 어느새 또 자유스럽지 않게 되누나.

지금은 아직 안 보여도 돌아가면 동원에 싸락눈처럼 꽃이 필 테지만 한마디 말로 서로를 위로하나니 애당초에 여기에 안 온 걸로 하세나. 減字木蘭花 / 彭門1留別2 玉觴無味. 中有佳人千點淚. 學道忘憂3 . 一念4 還成不 自由5 . 如今未見. 歸去東園6 花似霰7 . 一語相開8 . 匹似9 當初 本不來.

해 설

원풍 2년(1079) 3월 팽문을 떠나게 되었을 때 정든 고장을 떠나 야 하는 아쉬운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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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彭門(팽문): 지금의 강소성 서주(徐州).

2.

留別(유별): 떠나가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다.

3.

學道忘憂(학도망우): ≪한서·양운전(楊惲傳)≫에 ‘군자가 도에 노

닐면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는다라는 ’ 말이 있다. 4.

一念(일념): 지극히 짧은 시간.

5.

不自由(부자유): 뜻대로 되지 않다.

6.

東園(동원): 널리 정원을 가리킨다.

7.

花似霰(화사산): 양(梁)나라 원제(元帝)의 <봄철의 이별(春別應令

詩)>에 ‘곤명지에 달이 뜨니 그 빛이 명주 같고, 상림원에 꽃이 피니 싸

락눈 같네. 아침 꽃과 저녁 달이 춘심을 자아내는데, 그 누가 견디리오. 그리워도 볼 수 없는데(昆明夜月光如練, 上林朝花色如霰. 朝花夜月動 春心, 誰忍相思今不見)’라고 했다. 이 구절은 꽃이 하얗게 피어서 그리

움을 자아낸다는 뜻이다. 8.

一語相開(일어상개): 만나지 않은 것으로 치자는 한마디의 말로 서로

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을 말한다. 9.

匹似(필사): 마치 ∼와 같다. 흔히 ‘匹如’라고 한다. 이 구절은 애당초

서주에 오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면 이별의 슬픔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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