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사원_맛보기

Page 1

Northanger Abbey 노생거 사원


편집자 일러두기 ∙이책은옥스퍼드대학출판사에서 2003년에발간한 ≪노생거사 원/ 레이디 수전/ 왓슨 가족/ 샌디턴(Northanger Abbey/ Lady Susan/ The Watsons/ Sanditon)≫을 원본으로 해서 중요한 부분 을 중심으로 발췌, 번역했습니다. ∙원문의 50% 정도를 발췌했으며 발췌한 문장들은 임의적인 첨 삭 없이 충실하게 옮겼습니다.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 다. ∙뒤표지의 글은 옮긴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문장을 직접 뽑아낸 것입니다. ∙표지에 사용한 색상은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을 위 해 개발한 고유 색상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은 환경인증서를 획득했습니 다. 표지와 본문은 모두 친환경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제1부

캐서린 몰랜드의 어릴 적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 도 그녀가 소설의 여주인공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부모의 성격이나 사회적 지위, 그녀의 외모나 성 향, 이 모든 것이 불리했다. 부친은 점잖은 목사였고, 결코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두 교구에서 성 직자의 녹을 받았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수입이 있었고, 딸 들을 감금하는 일에 탐닉하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상식이 풍부하고 성격이 좋았으며, 게다가 체질적으로 건강한 여 성이었다. 캐서린이 태어나기 전에 세 아들이 있었지만, 누 구라도 기대하듯이, 캐서린을 낳으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이후에 여섯 명이나 더 낳았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 보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자식이 열 명이나 되는 가 족이라면 늘 훌륭한 가족이라고 불릴 수 있지만, 몰랜드 가 족은 다른 점에서는 그렇게 불릴 수 없었다. 그들은 대체로 못생겼고, 캐서린 역시 여러 해 동안 누구 못지않게 평범했 다. 마르고 어줍은 외모에 혈색 없이 누르스름한 피부, 늘어 진 검은 머리칼, 억센 생김새−그녀의 외모는 그렇다 치고, 그녀의 마음 또한 여주인공의 자질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았 다. 사내애들의 놀이를 좋아했을 뿐 아니라, 인형보다는 크

17


리켓을 더 좋아했고, 어린 여주인공에게 적합한 놀이 즉 산 쥐를 간호해 주거나 카나리아에게 먹이를 주고 장미 덤불에 물을 주는 일 따위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의 성향이 이러 했을 뿐 아니라 능력 또한 특이했다. 가르침을 받기 전에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고, 가르침을 받아도 알지 못하는 경우 가 종종 있었다. 대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때로 아 둔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그녀에게 <거지의 청원> 을 암기하도록 가르치는 데 석 달이 걸렸고, 결국 여동생 샐 리가 더 잘 암기했다. 어머니는 그녀가 음악을 배우기를 바 랐고, 캐서린도 좋다고 생각했다. 낡은 피아노의 건반을 두 드리기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여덟 살에 시작했지만, 1년간 배우고는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딸들의 능력이 없거나 싫 어하는데도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어머 니는 딸이 음악을 그만두도록 허락해 주었다. 음악 교사를 해고한 날은 캐서린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림에 대한 소질도 뛰어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받은 편지의 겉면이나 다른 종잇조각들을 손에 넣을 수 있 을 때면 집이나 나무, 암탉과 병아리들을 그리면서 그림 연 습을 했지만 모두 다 비슷비슷했다. 글쓰기와 산수는 아버 지에게서 배웠고, 프랑스어를 어머니에게서 배웠지만, 어 느 것도 주목할 만큼 능숙하지 못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부를 빼먹으려고 들었다. 얼마나 이상하고 묘한 성격인

18


가! 열 살의 나이에 이처럼 상서롭지 못한 징후를 드러냈음 에도 그녀는 심성이 나쁘지 않았고, 성격이 고약하지도 않 았다. 고집을 부리거나 말다툼을 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동 생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일 없이 친절했다. 게다가 소란스 럽게 굴면서 야단법석을 떨었고, 집에 갇혀 있는 것을 싫어 했으며, 뒤뜰의 비탈에서 구르는 것을 이 세상의 무엇보다 도 좋아했다. 열 살의 캐서린 몰랜드는 이러했다. 그러나 열다섯 살이 되자 외모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머리칼을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무도회를 갈망하게 되었다. 안색도 좋아지고, 살이 오르고 혈색이 돌면서 얼굴이 부드러워졌고, 눈에 생기가 돌았으며, 몸매가 더욱 당당해졌다. 장신구에 관심을 두면 서 더러운 것을 좋아하던 성향도 줄었고, 멋을 부리면서 깨 끗해졌다. 이제는 외모가 나아졌다는 부모님의 말을 이따 금 듣고 즐거워하기도 했다. “캐서린이 아주 보기 좋아지고 있어. 요즘엔 거의 예쁘게 보이네.” 거의 예쁘게 보인다는 말은 요람에서도 예쁜 아기였던 사람보다 처음 15년간을 평범한 외모로 살았던 소녀에게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주는 법이다. 몰랜드 부인은 선량한 사람이었고 자식들이 바람직한 인간이 되기를 바랐지만 계속되는 출산과 어린 아이들을 돌 보는 데 시간을 많이 빼앗겼으므로, 큰 딸들은 알아서 하도

19


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천성적으로 여주인 공의 자질이 없었던 캐서린이 열네 살의 나이에 책, 적어도 마음을 수양하는 책들보다 크리켓, 승마, 뛰어다니기를 더 좋아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열다섯 살부터 열일곱 살 사이에 그녀는 여주인공이 되는 길에 들 어섰고, 여주인공들이 읽어야 할 책들을 모두 읽었으며, 여 주인공들의 변화무쌍한 생활에 도움과 위안을 줄 인용구들 로 기억을 채웠다. 그리고 다른 점에서도 그녀는 상당히 잘해나갔다. 비록 소네트를 지을 수는 없었지만 읽을 수는 있게 되었다. 그리 고 자신이 작곡한 서곡을 피아노로 연주해서 사람들을 황홀 경에 빠지게 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들 으면서 고역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부족한 점은 연필을 다루는 것이었는데, 그림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 기에 애인의 옆모습을 스케치하려는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 할 정도였다. 이 부분에서는 진정한 여주인공의 경지에 한 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결핍을 깨닫지 못 했는데, 스케치할 애인이 없기 때문이었다. 열일곱 살이 되 었어도 다감한 감정을 일으킬 만큼 호감을 주는 젊은이를 한 명도 보지 못했고, 진정한 열정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 었다. 이야말로 정말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라 도 그 이유를 찾아보면 대체로 설명할 수 있는 법이다. 이웃

20


에 귀족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준남작도 없었다. 그들이 아는 사람들 가운데 우연히 문간에서 사내애를 발견 해서 키운 집도 없었다. 출생을 알지 못하는 젊은이가 한 명 도 없었다. 그녀의 부친이 키워주는 아이도 없었으며, 그 교 구의 지주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그러나 젊은 숙녀가 여주인공이 되려면, 주위에 심술궂 은 가족들이 잔뜩 가로막고 있다 하더라도 그녀를 막을 수 없는 법이다. 그녀의 앞길에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도록 어 떤 일이 우연히 일어나야 하고,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 몰랜드 가족이 사는 윌트셔의 풀러턴 마을 주위의 노른 자위 땅을 모두 갖고 있던 앨런 씨가 통풍 치료를 위해서 바 스에 가라는 권유를 받게 되었다. 명랑한 여자였던 그의 부 인은 몰랜드 양을 좋아했고, 어쩌면 젊은 숙녀가 사는 마을 에서 모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서 모험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청했다. 몰랜드 부부는 두말할 것 없이 승낙했고, 캐서린은 두말할 것 없이 기뻐했다.

이제 6주간 바스에서 머무는, 그 어렵고도 위험한 모험 을 시작하는 마당에 독자들이 캐서린 몰랜드의 외모와 정신 적 능력을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도록, 그녀의 마음은 애정 이 풍부했으며 성격은 명랑하고 솔직했고, 자부심이나 가

21


식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밝혀두기로 하자. 그녀의 태도는 수줍고 어줍은 소녀티를 막 벗어났고, 외모는 호감을 주었 으며, 옷을 잘 입었을 때는 예쁘게 보였고, 그녀의 마음은 열일곱 살 먹은 아가씨의 마음이 대개 그렇듯 무지하고 무 식할 따름이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어머니의 걱정이 태산같이 쌓였 을 거라고 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이 끔찍한 이별로 인해 사랑하는 캐서린에게 일어날 놀라운 일들에 대한 불길한 예 감으로 어머니의 마음은 슬픔에 짓눌리고, 마지막 하루 이 틀은 눈물에 젖어 보낼 것이다. 젊은 처녀들을 멀리 외딴 농 가로 끌고 가기 좋아하는 난폭한 귀족들과 준남작들에 대해 경고하면서 근심 어린 마음을 달래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 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몰랜드 부인은 귀족들이나 준남작들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했기 때문에 그 들이 대체로 사악하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들의 간 계로 자기 딸에게 닥칠 위험을 조금도 의식하지 못했다. 그 녀의 경고는 그저 이런 것에 불과했다. “캐서린, 밤에 공회 당에서 나올 때 늘 목을 따뜻하게 감싸야 한단다. 그리고 네 가 쓰는 돈을 꼭 기록하렴. 이 조그만 수첩을 줄게.” 사실 이 중요한 여행과 관련된 일들이 몰랜드 가족에게 는 매우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여주인공이 가족과 처음으로 헤어질 때 언제나 일깨워야 할 섬세한 감수성이나

22


강렬한 애정보다는 평범한 일상적인 감정을 더 느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은행에서 무제한의 어음을 끊어 주거나 100파운드 어음을 주지도 않았고, 그저 10기니를 주 면서 그녀가 원할 때 더 주겠다고 약속했을 뿐이었다. 이처럼 조짐이 상서롭지 못한 가운데 그들은 작별했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매우 조용하고 별다른 사건 없이 진행 된 여행이었다. 강도나 폭풍우가 덮치지도 않았고, 운 좋게 도 마차가 전복되어 남자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일도 없었 다. 가장 놀라운 일이라야 앨런 부인이 여관에 덧신을 두고 왔다고 걱정했던 것인데,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 혀졌다. 그들은 바스에 도착했다. 캐서린은 온통 즐거울 뿐이었 다. 그 멋지고 인상적인 주변 경치를 보고 후에 숙소로 이르 는 길을 마차로 달리면서 그녀는 여기, 저기, 모든 곳을 눈 여겨보았다. 행복하기 위해서 온 것이고, 벌써 그녀는 행복 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곧 펄트니 가의 안락한 숙소에 자리 잡았다. 이제 앨런 부인에 대해서 조금 묘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 다. 앞으로 그녀가 어떻게 고통을 가중시킬 것인지, 어떻게 가엾은 캐서린을 절박하고 비참한 지경에 몰아넣을 것인지 를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앨런 부인을 만나보면 이 세상에 그런 여자를 좋아해서

23


결혼하고 싶어 할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는, 그런 여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는 아름답지도, 특 별한 재능을 가진 것도, 교양이나 매너를 갖춘 것도 아니었 다. 그저 숙녀처럼 보이고, 조용하고 나태하며, 성격이 좋고 사소한 일에 몰두하는 마음 덕분에 그녀는 앨런 씨처럼 양 식이 있고 영리한 사람에게 선택되었던 것이다. 한 가지 점 에서 그녀는 젊은 숙녀를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데 아주 적합했다. 그녀 자신이 어디든지 돌아다니면서 무엇이든지 구경하는 일을 젊은 숙녀 못지않게 좋아했던 것이다. 그녀 의 최고 관심사는 드레스였다. 멋지게 차려입는 일에서 조 금도 해롭지 않은 즐거움을 느꼈으므로 그녀가 최신 유행의 드레스를 장만하느라 삼사일이 지날 때까지, 우리의 여주 인공은 사교계에 입문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 된 다음에야 드디어 공회당에 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 되었다. 앨런 부인이 옷을 차려입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그 들은 늦게야 무도회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창 사교의 계 절이라서 무도회장이 혼잡했으므로 두 숙녀는 간신히 사람 들을 비집고 나아갔다. 숙녀들끼리 즐기도록 앨런 씨는 곧 장 카드 게임을 하는 방으로 가버렸다. 앨런 부인은 자기가 보호하는 아가씨의 편안함보다는 새로 산 옷에 더 신경을 쓰면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캐서린은 앞으로 나아가

24


면서 놀랍게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 었다. 무도회장의 계단을 올라갔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 춤추는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온통 숙녀들의 모자에 달린 기다란 깃털뿐이었다. 마침내 가장 높은 벤치 뒤의 통로에 이르러서야 몰랜드 양은 아래 있는 사람들과 자기들이 위험하게 뚫고 온 길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무척 이나 화려한 광경이었고, 무도회장에 있다는 느낌이 처음으 로 들었다. 춤을 추고 싶었지만,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 다. 앨런 부인은 이따금 “네가 춤을 출 수 있으면 좋겠구나. 상대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태평하게 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얼마간 젊은 숙녀는 그 말을 고맙게 생각했지만, 그 말이 너무 자주 반복되고 조금도 실효가 없었기에 결국에 는 지루해졌고 더는 고맙다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여서 높은 곳에 올라가 편안히 있는 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모두 차를 마시러 가고 있었기에 그 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비집고 나아가야 했다. 캐서린은 약 간 실망감을 맛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부딪 히는 데 지쳤고 사람들의 얼굴에 흥미로운 점이 전혀 없었 으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짜증스럽게도 갇혀 있다는 느낌을 덜 수 없었다. 이윽고 차를 마시는 방에 들어 갔을 때도 거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이 속할 일행 도 없었고,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차를 가져다줄 신사도 없

25


었다. 앨런 씨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많은 일행이 이미 앉아 있는 테이블의 끝에 앉아야 했다. 앨런 부인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기 옷이 무사하다는 사 실에 자축했다. “옷이 찢어졌더라면 끔찍했을 거야. 결이 고운 모슬린이 거든. 이 방에서 이처럼 마음에 드는 모슬린은 못 봤어. 정 말이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건 참 불편한 일이에요.” 캐 서린이 속삭였다. “그래, 정말 불편해.” 앨런 부인은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테이블에 앉은 신사숙녀들은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에요. 우리가 그들 일 행에 끼어든 듯이 보이니까요.” “그래, 그렇게 보이지. 정말 불쾌한 일이야. 아는 사람이 많으면 좋았을걸.”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정말이야. 아는 사람이 있으면 곧장 그쪽으로 갈 텐데. 스키너 가족이 작년에 여기 왔었어. 지금도 여기 있으면 좋 으련만.” “다른 곳으로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여기는 우리가 마실 차도 없어요.” “그래, 없구나. 정말 성가신 일이야. 하지만 그냥 앉아 있

26


는 것이 좋겠어. 사람들에게 부딪칠 테니까. 내 머리가 어떠 니? 누군가 나를 밀쳤거든. 머리가 헝클어졌을까 걱정이 야.” “아뇨, 아주 멋있게 보여요. 그런데 앨런 부인, 정말 이 많은 사람 가운데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세요? 누군가 아 는 분이 틀림없이 있으실 거예요.” “정말로 없어. 아는 사람이 많으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러 면 네게 상대를 구해줄 수 있을 테니까. 네가 춤을 출 수 있 으면 즐거울 텐데. 저기 이상하게 보이는 여자를 봐! 아주 색다른 옷을 입었어! 정말 구식이야! 저 등을 봐.” 얼마 후에 옆에 앉은 사람이 그들에게 차를 권했고, 그들 은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다. 이렇게 되어 차를 권한 신사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저녁 내내 그들에게 말을 건 사람은 오직 그 사람뿐이었다. 마침내 춤이 끝났을 때 앨런 씨가 그들을 찾아왔다. “몰랜드 양, 무도회가 즐거웠기를 바란단다.” 그가 곧 말 했다. “아주 즐거웠어요.” 캐서린은 하품이 나오는 것을 숨기 지 못하고 대답했다. “캐서린이 춤을 출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상대를 구해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그의 아내가 말했다. “다른 날에는 그렇게 되겠지.” 앨런 씨가 위로했다.

27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