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형 콘텐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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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형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공간형 콘텐츠 태지호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공간형 콘텐츠

지은이 태지호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태지호, 2014 ISBN 979-11-304-0134-8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콘텐츠의 탄생과 공간형 콘텐츠에 대한 주목

콘텐츠로서 공간형 콘텐츠 공간형 콘텐츠는 공간 속에서 진행되는 즐길거리를 말한 다. 여기서 공간은 특정한 건축물 혹은 구획된 공간 등을 말한다. 대표적인 공간형 콘텐츠는 박물관, 테마파크, 축 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박람회와 전시회, 이벤트, 투어 리즘 등과 같이 공간형 콘텐츠의 범주에 들 수 있는 다양 한 콘텐츠들의 전형으로서 각각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공간형 콘텐츠를 콘텐츠의 범주 내에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며, 그에 따른 문화적·경제적 가치에 대해 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박물 관, 테마파크, 축제는 외견상으로는 역사적 변천 과정이 나 사회적 의미가 다른 개념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창조경제 및 창조 산업 혹은 콘텐츠 산업 등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해지면서 이들도 그러한 관점에서 다 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에 따른 주목도 이들의 본래적 의미와 가치를 넘어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배경과 연관해 박물관, 테마파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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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다루고 있으며 이를 공간형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논의 한다. 본격적으로 이들을 다루기 전에 우선 살펴봐야 할 점은 이들이 주목되게 된 배경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앞 서 언급했듯이 콘텐츠의 범주 속에 포함되어 논의되고 있 으며 그에 따른 기존 의미들이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공 간형 콘텐츠에 대한 논의는 우선 콘텐츠라는 개념에 주목 하는 배경과 그 사회적 인식을 살펴보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문화 산업의 이해 콘텐츠는 ‘내용물’을 의미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그것이 담기는 형식 혹은 ‘그릇’인 매체 개념을 수반한다. 최근 들 어 콘텐츠의 의미는 단지 매체에 담긴 내용물이 아니라 사 람들이 취미와 여가 활동을 하는 일종의 ‘즐길거리’ 혹은 ‘놀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콘텐츠 개념의 주목도는 최근 한국에서 문화콘텐츠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더욱 커지 게 되었다. 실제 콘텐츠와 문화콘텐츠는 동일 개념이라 볼 수 있으며, 특히 외국에서는 문화콘텐츠라는 표현을 거 의 활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이러한 낯선 표현이 탄생하게 되었을까? 한국에서 콘텐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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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 이 둘 모두 문화 산업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문화 산업에 대한 인 식이 이들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국내의 여러 여건과 그에 따른 역사적 맥락에서 이들의 의 미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문화 산업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는 독일 프랑 크푸르트 학파의 학자인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와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다. 이들은 공 동 저술한 󰡔계몽의 변증법(Dialektik der Aufklärung)󰡕이 라는 저서에서 문화 산업의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 산업 개념을 산업 혁명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서 생산· 소비되고 있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활용하 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들은 그러한 대량 생산·대 량 소비되는 문화적 생산물로 인해 새로운 인간 소외가 나 타나고 있으며, 진정한 문화는 퇴색되고 변질되어 일종의 문화적 퇴보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을 개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영화, 대중음악 등과 같은 산업 시스템에 의해 일률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문화적 생산물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자 했던 것이다. 따 라서 이 용어가 최초로 등장했을 당시에는 현재의 문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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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의미와는 다르게 비판적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이러 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통 시대와는 다르게 급속도로 확 산되는 문화적 생산물에 대한 주목을 통해 그 사회적 함의 에 대해 최초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논의는 의의가 있다. 실제 이들과 같은 관점은 비판적인 연구 혹은 문화 연 구 등에서 현재에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으며, 그러한 문 화적 생산물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경제학 혹은 권력과 이 데올로기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한 연구의 한 축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논의는 다분히 엘리트주의 관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문화 생 산물을 무분별하게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대중’ 개념의 관 점에서 문화 산업을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 산 업에 대한 소비 주체들의 다양한 실천 작용과 동시에 문화 산업이 오히려 그들이 제기한 그러한 비판의 지점들을 극 복하기 위한 방법이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은 간과하 기도 했다. 이러한 그 용어의 최초 논의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결국 문화 산업은 자유주의 시장 경제의 확산과 더불어 하 나의 산업군으로서 서서히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서구의 국가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과 정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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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을 통해 사회 내에서 사람들의 여가 활동에 대한 자연 스러운 관심과 더불어 문화 산업이 제도적·정책적 차원 에서 산업의 한 축으로 구축되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 화 산업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제기한 그 최초의 비판적 의미보다는 경제적 가치의 관점에서 여러 국가에 서 큰 영향력을 가진 영역이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 산업을 가리켜 미국에서는 ‘entertainment industry’, 영국에서는 ‘creative industry’로 표현하는 등 국가 차원에 서 관련 정책들을 펼쳐 이를 적극 육성하고 발전시키고 있 다. 하지만 문화 산업의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서구와 일본 같은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경우는 그 주목의 양상 이 다르게 나타난다.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더불어 시작된 미군정기와 좌 우익의 대립 그리고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를 거치는 과정 에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이었던 담론은 경제와 정 치였다. 즉, 한국 사회에서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 발전을 통해 소위 ‘보릿고개’의 극복과 더불어 민주화를 통한 정 치 발전을 꾀하는 것이 그간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이 는 물론 남북한의 대립과 냉전이라는 국제 정세와도 무관 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문화 산업을 비롯한 문 화 담론은 한국 사회에서 수면 위로 올려 논의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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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1980년대 후반부터 변화하기 시 작한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1960∼70년대에 걸쳐 이룩한 전 국가적인 산업화의 모습이 무역 수지의 흑자와 더불어 내수 경제의 활성화로 나타나게 되었다. 동시에 88서울올 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한국의 대외 신인도 또한 높아 지게 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오랜 민주화의 요구를 통해 직선제 개헌이 관철되었으며, 더불어 국제적으로는 소련 과 동구권의 몰락으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이와 함 께 남북의 긴장 분위기가 어느 정도 완화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안정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자 국내의 사회 분위기 또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 이는 이전과는 다른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과 더불어 그에 따른 소비 문화의 확산과 연관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문화 담론의 대두로 이어지 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 문화 담론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하지 만 당시의 문화 담론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가 적 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인위적으로 민속·민족 문화를 활 성화하거나, 국가적 혹은 지역적 차원의 대규모 축제와 이 벤트의 개최, 영화와 음악 등의 창작과 제작에 관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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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검열 그리고 언론 통제와 같은 상황 등을 상기하면, 문 화는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차원에서 작동하는 실천이 아 니라 정치적 상황에 종속되어 특정한 수단으로 활용되었 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전의 문화 담론에 대한 평가는 대 중을 기만하고 통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이용 된 문화 산업에 관한 논의라는 관점에 비추어, 앞서 언급 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문화 산업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 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부상한 문화 담론은 이전과 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즉, 정치적 속박으로 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문화는 개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개선된 상 황에서 개인들의 여가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 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 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문화적 생산물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영화의 경우 다양한 장르가 보 편화했으며, 특히 VCR이 본격적으로 보급됨으로써 가정 에서 영화 관람이 급속도로 확산되기도 했다. 방송 콘텐 츠의 경우 일상의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 램들이 제작되고 동시에 민영방송의 개국과 더불어 케이 블 채널의 확산을 통해 방송 산업은 본격적인 경쟁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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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변화를 맞게 되었다. 또한 음악 산업의 경우, 편중 된 장르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가 대중화하면서 아이돌 스타가 본격 등장하기도 했다. 동시에 LP 혹은 카세트 테 이프는 퇴조하고, CD, LD 등과 같은 매체가 급속도로 보 급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음반 산업은 실제 1990 년대 중반이 그 성장폭과 시장 수요가 가장 큰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PC의 수요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가 정용 게임기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확산되는 시기이기 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레저 스포츠의 활성화와 함께 공연, 전시회 등을 통해 여가를 위한 소비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 즈음부터 문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영역 이 되었으며, 동시에 사회 내 주요 담론 중 하나로 본격적 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1997년 IMF라는 국가적 위기와 그에 따른 극복의 과정에서 변화를 맞게 된다. 즉, 문화적 생산물을 경제적 관점에서 문화 산업으로 인식하게 된 것 이다. 이는 인건비의 상승과 환경 문제 등의 영향으로 인 한 기존의 제조업 중심 경제 발전에 대한 재고와 맞물려 새로운 산업 육성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대두한 상황과 연 관된다. 따라서 이전에는 문화적 생산물에 대해서 단지 여가 활동 및 개인 차원의 유희를 위한 여러 가지 수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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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일 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거시적 관 점에서 국가 차원의 경제적 가치도 고려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문화 산업을 개별적인 산업군으로 인식하고 이 에 대한 고유한 생산·유통·소비 과정을 특별한 시스템 차원에서 논의하게 된 것이다. 특히 문화 산업은 ‘굴뚝 없 는 산업’으로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 성장 속도가 빠르며, 동시에 시장 규모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되었다. 즉, 1990년대 후반의 이러한 사회적 상황은 문화를 경제적 관점에서 문화 산업이란 개념을 통해 인식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문화에 대한 이러한 문화 산업적 관점은 신자유주 의의 확산과 더불어 그에 대한 비판적 논의의 지점이 되기 도 한다. 물론 그러한 견해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이 제 문화 산업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지점들과 함께 그 모습이 나타 나고 있기 때문에 단지 특정한 결정론적 시각의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문화 산업은 개인과 사 회의 관계, 로컬과 글로벌,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실천들 과 맞물려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는 영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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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탄생 엄밀히 말하면 콘텐츠 산업 혹은 문화콘텐츠 산업과 문화 산업은 동일한 영역이 아니다. 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는 매체에 담긴 특정한 내용물을 경험하는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그에 따른 특정한 경험재에 대한 산업적 가치에 집중 한다. 즉, (문화)콘텐츠 산업은 그러한 경험재를 기획·제 작·유통하는 영역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반해 문화 산업은 이들을 포함함은 물론, (문화)콘텐츠 산업의 제반 시설과 기술 개발·문화 상품 등을 포함하는 더욱 포괄적 인 개념이다. 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로 들 어오면서 본격화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뉴미디어의 발 전과 보편화는 문화와 (문화)콘텐츠에 연관된 경제적 가 치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일부 디지털 카메라와 PC 등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활용되기는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 터 인터넷의 본격적 보급은 개인들의 여가 활동에 대한 폭 을 한층 넓혀 주었다. 또한 다양한 뉴미디어들의 컨버전 스를 통해 이전에는 단일한 기능만을 가진 미디어가 이제 카메라, 음악 플레이어, 텔레비전, 전화 등이 결합된 다기 능 미디어로 변하게 되었다. 동시에 오랜 기간 동안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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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채널만을 통해 제공되었던 방송 콘텐츠 역시 케이블 채 널의 확산과 DMB, IPTV로 이어지는 다양한 미디어의 등 장으로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의 발전과 보편화 속에서 정작 중 요한 문제는 이들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 이었다. 미디어는 그 자체만으로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한 다. 미디어는 수단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먼저 간 파한 분야는 IT업계였다. 따라서 인터넷의 보편화 속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거리’를 개발하는 일은 IT업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실제 ‘콘텐츠’라는 단어는 IT업계에서 이미 사용하는 용 어였다. 이는 웹사이트에서 메뉴를 구성하는 차원에서의 ‘content’를 뜻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뉴미디어와 인터넷 이라는 수단에 대응되는 혹은 이를 채운다는 관점에서 내 용이라는 의미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에 문화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문 화콘텐츠라는 표현이 보편화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문화 산업에 대한 인식의 확산에 기인한다. 그리고 콘텐츠는 실제 ‘문화적인 것’들을 통해 그 내용이 구성된다. 사람들 이 미디어를 통해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들은 문화적인 것 들을 소재로서 활용해 제작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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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 산되었으며, 현재의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도 보편화한 것 이다. 이러한 문화콘텐츠에 대해 정부는 이를 육성하는 기관 을 설립하고, IT, BT, NT, ET, ST 등과 함께 CT라는 관점 에서 이를 지원했으며, 학계에서도 문화콘텐츠 학과와 관 련 학과가 다수 설립되면서 그 주목도가 더욱 커지게 되었 다. 덧붙여 한류의 확산은 이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 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공간형 콘텐츠의 대두 앞서 논의한 관점에 비춰 본다면, 콘텐츠라는 용어는 문화 라는 개념을 수반해 문화콘텐츠라는 특별한 방식으로 이 해되었다. 특히 뉴미디어와 영상 미디어 기반의 온라인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만이 그 범주에 속했다. 그러나 이후의 (문화)콘텐츠 담론에서는 박물관, 테마파크, 축제 등 이 책에서 다루는 공간형 콘텐츠도 포함해 논의되었다. 실제 이들 공간형 콘텐츠도 앞서 논의한 문화 산업의 대두 와 관련해 문화 담론의 주목과 연관성을 가진다. 이는 특 히 199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방자치제도와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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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의 실시로 각 지역은 세수 확보가 중요한 과 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미 제조업은 수도권과 공업지대에 밀집해 있었으며,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기존 산업을 통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전략은 해당 지역에 사람들을 오게 끔 하고 그들로부터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이미 해당 지역에 다양한 풍물과 문화유산 등 이 보존되어 있는 지역은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었다. 그러한 지역들은 여행, 레저 활동 등의 목적으로 특별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세수 확보를 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겉으로 드러 나는 지역의 매력 요인을 찾을 수 없는 지역들이었다. 이 러한 지역들은 인위적인 개발이나 그간 두각을 보이지 않 던 지역의 문화적 소재를 찾아내 지역의 특별한 볼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오게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축 제이며, 각 지역은 지역의 전통 문화와 특산물 그리고 향 토 자원 등을 발굴해 이를 활성화했다. 박물관과 테마파크의 경우는 이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 다. 우선 박물관의 경우, 정부와 관 주도의 박물관은 이미 각 지역에서 주요 명소로 교육과 교양을 위한 공간으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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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잡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박물관 또한 여가 활동의 주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재 운영 중인 각 지역의 대다수 사설 박물관과 각종 테마 박 물관들이 이 시기에 설립되었고, 또한 지역뿐 아니라 수도 권과 대도시에서도 박물관이 활성화한 것이 이때였다. 특 히 교양과 교육 목적의 여가 활동 일환으로 박물관이 주목 을 받게 되자 기존의 박물관들도 관람객 유치를 위해 변화 를 모색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상설 전시 외에 특별 기 획전을 개최하기도 했으며, 특히 대규모 자금을 들여 ‘블 록버스터’급의 전시가 열리는 등 전시와 박물관은 기존의 고리타분한 공간 혹은 일부 사람들만이 찾는 곳이 아닌 대 중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결국 박물관은 문 화적 소양을 쌓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면서 문화 산업의 관점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테마파크의 경우, 이미 대기업에서 설립한 몇 개의 사 례가 존재했지만, 이들 또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오면서 본격적인 관람객 유치에 나선다. 노후된 시설을 리뉴얼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 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특히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늘 어난 해외여행을 통해 해외의 유명 테마파크를 경험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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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늘면서, 그러한 경험에 대한 요청이 점차 커지게 되 어 국내의 테마파크 또한 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 러한 상황과 연관해 각 지역에서도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 로 여러 규모의 테마파크가 생기고, 이들이 지역의 랜드 마크가 되기도 하는 등 그 문화적·경제적 가치에 대해 주 목하게 되었다. 결국 공간형 콘텐츠 또한 문화 산업의 주목과 더불어 그 대상 자체가 아닌 실제 다양한 유희 경험을 위한 내용, 즉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이들 또한 문화콘텐츠의 범주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의 대두와 맞물려 이들 에 대한 논의가 매체 자체가 아닌 매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간에서 무 엇을 경험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한 것이다. 따 라서 기존의 박물관, 테마파크, 축제 등은 그것을 설립, 개 최하는 것 외에 이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람객을 유치하 며, 그에 따른 다양한 유희 경험을 제공하는가가 화두가 된 것이다. 매체나 공간은 수단일 뿐 중요한 것은 거기서 얻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간형 콘텐츠 또 한 온라인 콘텐츠나 디지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대중문 화의 영역이자 경제적 관점에서는 문화 산업의 범주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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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며, 그 기획과 개발에서 문화적 소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문화콘텐츠의 특별한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 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주목 배경과 문화 산업으로서 가 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 콘 텐츠 혹은 문화콘텐츠의 영역들과는 다른 공간형 콘텐츠 만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특질들이 존재한다. 이는 공간형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와 달리 독특하게 ‘공간’을 매개로 해 유희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 책은 이러한 배경을 전제로 공간형 콘텐츠의 개념과 특성 그리고 그에 따른 관람객들의 경험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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