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작품집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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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작품집


편집자 일러두기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으로 출간하는 한국 근현대문 학은 작품이 처음 발표된 대로 현대에 살려내겠다는 기획 의 도에 따라 초판본을 그대로 싣고자 했습니다. 초판본을 구하 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습니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 근현대문학 50종에 이어 앞으로 50종이 더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책은 <표본실(標本室)의 청(靑)개고리>(개벽, 1921. 8 ∼10), <검사국 대합실(檢事局 待合室)>(개벽, 1925. 7), <임종(臨終)>(을유문화사, 1960)을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이 책은 지식을만드는지식의 편집 방침에 의해 저본에 실린 어 휘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습니다.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습니다. ∙이 책의 주석은 모두 엮은이가 달았습니다. 주석은 현대에는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 현대의 독자들이 쉽게 뜻을 알기 어려 운 고사성어, 원전의 글씨가 잘 안 보여 엮은이가 추정한 글자, 기타 설명이 필요한 경우 등에 달았습니다. ∙어려운 한자는 ( ) 안에 독음을 넣었습니다. ∙뒤표지의 글은 엮은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문장을 직접 뽑아낸 것입니다. ∙표지에 사용한 색상은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을 위 해 개발한 고유 색상입니다.


차례

해설 ······················11 지은이에 대해 ··················19 표본실(標本室)의 청(靑)개고리 ··········23 검사국 대합실(檢事局 待合室) ···········99 임종(臨終) ···················121

엮은이에 대해··················146


표본실(標本室)의 청(靑)개고리



一 묵업은 氣分의 沈滯(침체)와 限업시 늘어진 生의 倦怠(권태) 는 나가지 안는 나의 발길을 南浦지 어왓다. 歸省한 後, 七八個朔間의 不規則한 生活은 나의 全身

을 海綿가티 짓두들겨 노핫슬  아니라 나의 魂魄지 蠹 蝕(두식)하얏다. 나의 몸을 어대를 두드리던지 ‘알코−ㄹ’과

‘니코진의 ’ 毒臭를 내지 안는 곳이 업슬 만치 疲勞하얏댜. ˙ ˙ 입을 가 되어서는 節 더구나 七八月 盛夏를 지내고 겹옷 期가 急變하야 갈스록 몸을 추스리기가 겨워서 洞里 散步

에도 식은을 술술 흘리고 親故와 이악이를 하랴면 두세 마듸부터는 木枕을 차잣다. 그러면서도 무섭게 昻奮(앙분)한 神經만은 잠자리에서도 눈을 고 잇섯다. 두 홰 세 홰 울 지 업치락뒤치락하다 가 東이 번히 트는 것을 보고 겨우 눈을 부치는 것이 一週間 이나 넘은 뒤에는 불을 고 들어눕지를 못하얏다. 그中에도 나의 머리에 膠着(교착)하야 불을 고 누엇슬 나 從容히 안젓슬 마다 苛酷히 나의 神經을 掩襲(엄습) ˙ ˙ ˙ 가 四肢에 핀을 박고 七星板 하야 오는 것은 解剖된 개고리 우에 잣바진 形狀이다. ―내가 中學校 二年 時代  博物 實驗室에서 鬚髥(수염) 텁석부리 先生이, 靑개고리를 解剖 25 표본실의 청개고리


하야 가지고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五臟을 次例次例로 어내서 자는 아기 누이듯이 酒精甁(주정병)에 채운 後에 大 發見이나 한 듯이 擁衛(옹위)하고 서서 잇는 生徒들을 돌려

다보며 “자− 여러분, 이래도 아즉 살아 잇는 것을 보시오” 하고 죽한 바늘 으로 여긔저긔를  르는 대로 五臟을 ˙ ˙ ˙ 는 잰저리를 치며 四肢에 못 박힌 채 발발 앗긴 개고리  苦悶하는 貌樣이엇다. 八年이나 된 그 印象이 요사이 새삼스럽게 생각이 나서

아모리 이저버리랴고 애를 써도 아니 되엇다. …샛파란 ‘메 쓰’, 닭이 만 한 옴을옴을하는 心臟과 肺, 바늘 , 조고만 戰慄(전율)… 次例次例로 생각날 마다 머리이 

하고 全身에 冷水를 언지는 것 가타엿다. 南向한 琉璃窓 (유리창)

밋에서 번 쳐드는 ‘메쓰의 ’ 强烈한 反射光이 眼孔

을 르는 것 가타야 컴컴한 房 속에 들어누웟서도  감은 눈섭 밋이 부시엿다. 그러나 그럴 마다 머리맛에 노힌 冊 床 舌盒(설합) 속에 느허둔 面刀칼이 操心이 되어서 못 견디

엇다. 내가 南浦에 가던 前後에는 그 症이 더욱 甚하얏다. ― 間 半통박게 아니 되는 房에 놉히 매달은 電燈불이 부시어

서 버리면 다시 幻影에 괴롭지나 안흘가 하는 念慮가 26


업지 안핫스나 心事가 나서 우통을 벗은 채로 벌 일어나 서 ‘스위취를 ’ 비틀고 누엇다. 그러나 ‘응’ 하는 소리가 門 틈으로 스러저 나가자  머리를 掩襲하야 오는 것은 鬚髥 텁석부리의 ‘메쓰’, 舌盒 속의 面刀다. ‘메쓰’−面刀, 面刀− ‘메쓰’…, 이즈랴면 이즈랴 할스록 적적하게도 러지 지 안코 어느 지 리를 물고 머리속에서 돌아단이엇 다. 今時로 손이 舌盒으로 갈 듯 갈 듯하야 참을 수가 업섯 다. 怪異한 魔力은 抑制하랴면 할스록 漸漸 더하야 왓다. 스르르 舌盒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소스라처 눈을 면 덧 門 안 다든 窓이 부여케 보일 이요 房 속은 如前히 暗黑에 沈寂하얏다. 非常한 恐怖가 全身에 壓倒하야 손 하나 

어릴 수 업스면서도 異常한 魅力과 誘惑은 絶頂에 達하 얏다. ‘내가 미첫나? …아니, 미츠랴는 徵兆−ㄴ가.’ 혼자 머리 속에 부르즈젓다. 나는 잠에 醉한 놈 모양으로 입울을 와락 차 던지고 일어 나서 舌盒에 손을 대엇다. 그러나, ‘그래도 손을 대엇다 가…’ 하는 생각이 電雷와 가티 머리에 번할 際, 기픈  에서 인 것가티 精神이 반 나서 電燈을 켜랴다가 成陽 桶을 더듬어 차젓다. ―한 個피를 드윽 켜 들고 窓틀 우에

언저둔 洋燭을 집어 내려서 부처논 後 舌盒을 열엇다. 쓰다 27 표본실의 청개고리


가 몃 달 동안이나 굴러둔 原稿, 片紙, 藥匣들이 休紙桶가 티 우글우글한 속을 부스럭부스럭하다가 미하고 잡히는 자루에 집어너흔 面刀를 外面을 하고 어내서 窓밧그로 에 내던젓다. 그러나 亦是 잠은 못 들엇다. 脈이 확 풀리 고 이마에는 식은이 비저나왓다. 屍軆(시체) 가튼 몸을 苦 悶 뒤의 病人처럼, 四肢를 축 늘어털어 노코 가만히 누어 생

각하얏다 ― ‘何如間 이 房을 免하여야 하겟다.’ 지긋지긋한 듯이 房 안을 휘익 돌아다보앗다. 어대던지 旅行을 하랴는 생각은 벌서 數朔 前부터의 計劃이엇지만 여름에 한 番 놀아본, 新 興寺에도 간다는 말이요 이것 實現은 못 되엇다.

‘어대던지 가야 하겟다. 世界의 지. 無限에. 永遠히. 발 자라는 데지. …無人島! 西伯利亞1)의 荒凉한 벌판 − 몸에서 기름이 부지직부지직 타는 南洋! …아−아.’ 나는 그림 葉書에서 본 鬱蒼(울창)한 森林, 椰子樹(야자수) 밋에 안즌 裸軆의 蠻人(만인)을 생각하고 痛快한 듯이 어 를 으쓱하얏다. 單 一分의 停車도 아니 하고 을 벌벌 흘리 며 힘 잇는 굿센 숨을 헐덕헐덕 쉬이는 ‘푸−ㄹ, 스피−드’ 의 汽車로 永遠히 달리고 십다. ― 이것이 나의 무엇보다도

1) ‘시베리아의 ’ 음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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渴求하는 바이엇다. …萬一 타면, 眩氣가 나리라는 念慮만

업섯스면 飛行機− 飛行機− 하며, 혼자 조하하얏슬지도 몰랏다.

二 내 數朔間이나 집을 못 나고 들어안젓는 것은 金錢의 拘 碍(구애)가 第一 原因이엇지마는 事實 大門 밧게 나서랴도

좀처럼 하야서는 쉽지 안핫다. 그 翌日, H가 와서 오늘은  날 터이니 同行을 하자 고 平壤 訪問을 勸할 에는 지긋지긋한 京城의 雜沓(잡답) 을 등지고 다른 氣分을 어드랴는 慾求와 長短을 不拘하고 何如間 汽車를 타게 된 好奇心에 리어서, “응, 가지 가지”

하며 덥허노코 同意는 하얏스나 인제 正말 날 가 되어 서는 나고 십흔지 고만두어야 조흘지 自己의 心中을 몰 라서 어케 된 細音 모르고 H에게 려 南大門驛지 何 如間 나왓다. 列車는 아즉 到着치 안핫스나 乘客은 入場하

는 中이엇다. 나도 急히 票를 사가지고 催促하는 H를 라 섯다. 時間이라는 勢力이 好不好 肯不肯(긍불긍)을 不問하 고 모든 것을 不可抗力下에서 獨斷하야 고 가게 된 것을 29 표본실의 청개고리


나는 오히려 多幸이 알고 되어가는 대로라고 생각하며 하나 式 풀려 나가는 行列 뒤에 섯섯다. 그러나 檢疫 証明書가

업다고 改札口에서 H와 詰難(힐난)이 되는 것을 보고 나는 列車에서 벗어나서 다시 아니 가겟다고 하얏다. 心事가 난 H는 마음대로 하라고 리치며 혼자 出張 注 射室로 向하다가 돌쳐와서 가티 고 들어갓다.

˙ ˙ ˙ ˙ ˙ 한 看護婦가 注射침을 들고 덤벼들 際, 나는 히스테리크 半 거더 올렷던 ‘사쓰를 ’ 내리우며 돌아서 마조 섯다. 看護

˙ ˙ 과 H의 催促에 마지못하야 눈을  감고 한 대 마 婦의 핀잔 ˙ ˙ ˙ ˙− ˙ ᆷ ˙ 으로 들어가서 車에 올랏다. 車 즌 後 惶惶히 플래트포 에 올라안저서도 空然히 後悔를 하고 안젓스나 强烈한 ‘휘 스키−’의 힘과 激甚한 全身의 動搖 反撥, 轟轟(굉굉)한 軋 響,2) 暗黑을 突破하는 速力, 注射 마즌 肩의 沈痛… 모든 官能을 一時에 踊躍(용약)케 하는 刺戟(자극)의 渦中에서 모

든 것을 잇고 새벽에는 쿨쿨 자리만치 마음이 가라안젓다. 德澤으로 오날 밤에는 ‘메쓰도 ’ 번쩍어리지 안코 面刀도 

어나오지 안핫다. 東이 틀락 말락 하야서 우리들은 平壤驛에 나렷다. 南浦 行은 아즉 二三十分이나 잇는 故로 우리들은 洗面所에서

2) 알향: 수레바퀴가 굴러가며 삐거덕거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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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手를 하고 待合室로 나왓다. 나는 부석부석한 붉은 눈을

내리고 ‘쏘’ 에 안젓다가 벌 일어나며 “난, 예서 좀 돌아단일 테니…” 내던지듯이 한마디를 불 숙하고 H를 마조 쳐다보다가, “혼자 가서, C君 맛나보고 오늘이라도 가티 이리 나오면 맛나보고, 그러치 안흐면 혼자 돌아단이다가 밤車로 갈 테 야” 하며 H의 對答도 듯지 안코 돌아서 나왓다. “응? 뭐야? 그 왜 그래. … 미친症이 난 게로군” 하며 H ˙ ˙ ˙− ˙ 트 ˙ 를 뒤집어쓰면서 조차나와 붓든 는 벗어들엇던 레인코 다. “…사람이 보기 실혀서. …事實, C君과 맛나기로 別로 이악이할 것도 업고…” 哀願하듯이 힘업는 口調로 하다가, “永遠히 흘러가고 십다. 업는 대로…” 혼자말처럼, 한 마듸 한마듸 힘을 주어 말을 맷고 훌적 나와버렷다. H도 하 ˙− ˙ 불 ˙ 에 노핫던 ‘투렁크를 는 수 업시 테 ’ 들고 아 나왓다. 우리 兩人은 大同江가로 길을 차저 나와서, 浮碧樓로 훤 히 東이 틀가 말가 한 컴컴한 길을 소리 업시 거럿다. 一周 하고 나려오다가 鐘路에서 朝飯을 사 먹고 다시 浮碧樓 로 向하얏다. 開市를 하고 門前에 물을 린 뒤에 新聞을 펴 들고 안젓는 것은 淸凉하고 幸福스럽게 보엿다. 아 나 려올 際는 綾羅島 저便 地平線에서 朱紅의 火焰을 으며 31 표본실의 청개고리


날름날름하던 아츰 해가 벌서 水源地 烟桶(연통) 우에 올라 서, 川邊 植木 밋으로 거러가는 우리의 겻을 눈이 부시게 내리엿다. 이ㅅ솔을 물고 바위 우에 섯는 사람, 手巾을 물에 잠그 고 洗漱(세수)하는 사람들도 間或 눈에 엇다. 나는 발을 멈추고 無心히 나려다보다가, 自己도 산한 물에 손을 잠 가보고 십흔 생각이 나서 야튼 곳을 골라서 물가로 여나 려 갓다. 차 나려와서 가티 손을 잠그고 안젓던 H는, “X君, 午後 車로 가지?…” “되어가는 대로…” 多少 머리의 安靜을 어든 나는 뭉첫 던 마음이 和解한 듯하얏다. 나는 아츰 해빗에 淸凉하게 소 리 업시 흘러나려 가는 水面을 내다보며, 이가티 對答하고 ‘물은 偉大하다라고 ’ 속으로 부르지젓다. 이에 마츰, 뒤 동에서 누군지 이리로 漸漸 가히 나 려오는 발자최를 듯고 우리는 無心히 흘긋 돌아다보앗다. 마른 곳을 골라 드듸느라고, 이리저리  마다, 등에 지 철철 내리 덥흔 長髮을 눈이 옴폭 패인 하얀 얼굴 뒤에서 펄석펄석 날리우면서, 압흐로 가히 오는 形狀은 東京 近 處에서 보던 美術家가 아닌가 疑心하얏다. 이 奇怪한 머리

의 所有者는 너이들의 存在는 나의 意識에 오르지도 안는 32


다는 驕慢心(교만심)으로인지 或은 一身에 集注하는 모든 視 線을 避하랴는 無關心의 態度로인지는 모르겟스나 何如間 右手에 든 막한 대ㅅ개비(竹竿)를 前後로 흔들면서, 발

만 나려다보며 내 등 뒤를 지나, 한 間통 上流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안젓다. 彼도 우리와 가티 손을 물에 성큼 너코 불적불적 소리를 내더니 양추를 한 번 하고 벌덕 일어나서 大同門을 向하야 성큼성큼 거러간다. 帽子도 아니 쓴 長髮

과, 돌돌 말린  무든 박이두루막이 자락은 오른便 손가락 에 우고 巧妙히 들리는 대柯枝와 長短을 마처서 풀풀풀 풀 날리엇다. “오늘은  일.” “핫하! 朝飯이나 約條하여 둔 대가 잇는 게지” 하며 長髮 客을 돌아서 보다가 서로 嘲笑(조소)하는 소리를 뒤에 두고

우리는 손을 씻으면서 동으로, 올라왓다. “저런 生活에 眞正한 幸福이 잇서…” 나는 혼자 부르지 젓다. 우리는 黃疸(황달)이 들려가는 雜草에 싸인 浮碧樓 압 築 臺 밋지 다달앗다. 小慶會樓라 할 만치 탕 비인 樓內에는

보얀 가을 해빗이 가벼운 아츰 바람에 안기어 全面에 흘러 들어 왓다. 若干 疲勞한 우리는 樓內에 노힌 취에 걸어안 즈면서, 여긔저긔 매달린 懸板(현판)을 치어다보다가, 33 표본실의 청개고리


“사람이란 그럴가. 저것 좀 보아.” 左便에 달린 懸板 겻 에 부친 ‘札’을 가르치며, 나는 입을 벌엿다. “自己의 存在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우랴는 것이 本 能的 慾求라면 그만이지만, 저러케지도 하지 안흐면 滿 足할 수 업다는 것을 보면, …참 正말 불상해…

“그는 姑捨하고 只今은, 그 絶壁에 歷歷히 새긴, 李某 金 某란 姓名은 大軆 누구더러 보라는 것이야. …그리구도 밥

이 입으로 들어갓스니, 조흔 世上이엇지…” 말을 매즌 나는 今時로 알 수 업는 忿怒가 치밀어 올라와서 벌 일어나와 城壁에 기대여 알에를 내려다보고 섯섯다.

“그것이 所謂 遺芳百世3)라는 것이지.” H도, 일어나오며, ˙ ˙ ˙ ˙ (≪死의 “그러케 내려다보고 섯는 것을 보니… 입포리다 勝利≫4)의 女主人公)가 업는 게 恨이로군…”

“내가 ‘오’−ㄴ가” 하고 나는 苦笑하얏다. “적어도 ‘오의 ’ 苦痛은 잇슬 터이지.” “그야, …現代人 처노코 누구나 一般이지.” 우리는 입을 담을고 暫間 섯다가, 乙密臺로 向하얏다. 巍巍(외외)히 건너다보이는 臺閣은 업드러지면 코 달 듯

3) 유방백세: 꽃다운 이름은 후세에 길이 남음. 4) 이탈리아 작가 단눈치오(Gabriele D’Annunzio, 1863∼1938)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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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도, 急한 傾斜는 그리 쉽지 안핫다. 우리는 噓唏斷心5) 겨우 올라갓다. 그러나 臺上에 어 吳服店 廣告의 취가 맨 먼저 눈에 일 際, 浮碧樓에서는 안지 하야도 눈 서 투르지 안튼 것이 새삼스럽게 不快한 생각이 낫다. 나는 눈 을 흐리고 暫間 드려다보다가 발도 드려노치 안코 돌처서 서 그늘진 西便 城 미트로 나려왓다. 놉흔 城壁에 가리운 一 ˙ ˙ 이 만 노릇노릇하게 된 잔듸 ˙ ˙ 닙헤 매 面은 아즉 구슬 이슬 ˙ ˙ 이 아케 반어 달려서 어대를 밟던지 몬지 안진 구두 리엇다. 나는 城에 등을 기대이고 압헤 展開된 曠野를 脈업 ˙ ˙ ˙ 서 그대로 털석 주저안젓 시 내다보고 섯다가 다리가 풀리어 다. 嚴冬에 陰酸한 冷房에서 치는 듯한 쌀쌀한 찬바람이 늘어진 筋肉에 와 달 제, 나는 痲醉에서 인 것가티 精神이 반 들엇다. 그러나 다리를 내던지고 壁에 기대어서 두 손 으로 이슬방울을 허트리며 안젓는 동안에 다시 四肢가 느른 ˙ ˙ 이 와서 포켓트에 너엇던 新聞紙를 내서 펴고 하고 졸음 들어누엇다. …H에게 두세 번 흔들려서 인 는 이럭저럭 三四十 分이나 지낫섯다.

 놀라 벌덕 일어안즈니, H는 短杖 으로 조악돌

5) 허희단심: ‘허위단심의 ’ 의미로 보임. ‘허우적거리며 무척 애를 씀의 ’ 뜻.

35 표본실의 청개고리


을 여긔저긔  치며 作亂을 하다가 소리를 내어  웃 으면서, ˙ ˙ ˙ 무슨 “아−, 예가 어댄 줄 알고 잠을 자아? 그리구 잠고댄 잠고대야… 왜 얼굴이 저러케 뒤틀렷서?” ˙ ˙ 을 쳐다보고 안젓다 나는 멀거−니, H의 줄음 만흔 얼굴 ˙ ˙ 에맥 가, “으응…” 하며, 무엇이라고 입을 벌이랴다가 하품 ˙ ˙ ˙ 에 르고, 이 히어 말을 코 일어나서, 두 손을 바지 포케트 리저리 건니럿다. H가 내 뒤에 안젓던 자리가, 그라케 이 슬에 저즌 것을 보고 놀라는 데에는 對句도 아니 하고 좀 선 선한 症이 나서 陽地로 나서면서, 가자고 H를 엇다. “왜, 그래? 무슨 이야?” H는 아오며 무럿다. “…죽은 ! …아조 永永 죽어버렷더면, …조핫슬걸…” 나는 무엇을 보는 것도 업시 압흘 멀건히 내다보며 의 始 終을 次例次例로 생각하야 보다가, 이가티 내던지듯이 한

마디 하고 卷煙을 내 물엇다. “自殺?” H는 웃으면서 나를 처다보앗다. “…美人의 손에. …나 가튼 놈에게 自殺할 勇氣나 잇는 줄 아나? 아−하.” “누구에게? 美人에겔 地境이면 한, 두어 번 죽어보앗스 면… 해해해.” “참 正말. …何如間 아모 苦痛 업시, 恐怖도 업시 死의 36


經驗을 엇고, 그리고도 如前히 살아 잇슬 수만 잇스면 열아

문 번이라도 痛快해… 목을 졸라매일 의 快感! 어떤 刺戟 으로도 어들 수 업는 것이야.” 나는 무엇이라도 形容할 수 업는 썩어가는 듯한 心思를 이기지 못하야 입을 담고 올라가던 길로 천천히 나려오다가 H의 뭇는 것이 구치안어서 前卷 茶屋 압흐로 지나오며  이악이를 들려주엇다. ― 무슨 일이엇던지 分明치는 안흐나, …아마 쌀을 어 서 을 만들엇는데 익지를 안핫다고 하야서던지? …何如 間 힌 가루가 뒤발을 한 손(手)을 들고, 마루 에서 어정버

정하다가 인제는 죽을 가 되엇다는 것처럼 손에 들엇던 手巾으로 목을 매이고 덧門을 첩첩히 다든 房 압, 퇴마루 우

에 반듯이 들어누운즉 어 바 말라서 만 남은 힌 손(白 手)이 머리마테서 슬금어니 넘어와서 목에 매인 手巾의 두

자락을 左右로 슬금슬금 졸라 단이엇다. 그에 나는 이것 이 當然히 當할 約條가 잇섯다는 것처럼, 어한 滿足과 安 心을 가지고 눈을 감은 채 從容히 들어누엇섯다. 그에 ― 次次 목이 매여올 의 異常한 刺戟은 落地 以後에 처음 經 驗하는 快感이엇다. 그러나 무슨 닭에 이가티 일즉 죽지

안흐면 안 되는가. …참 正말 죽엇는가 하는 疑問이 나서 몸 을 뒤틀며 눈을 번 보앗다 ― 37 표본실의 청개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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