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미래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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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미래 우리는 무엇을 멈춰야 하나? 조너선 지트레인 지음 박기순 옮김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인터넷의 미래 우리는 무엇을 멈춰야 하나?

지은이 조너선 지트레인 옮긴이 박기순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10월 21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THE FUTURE OF THE INTERNET Copyright © 2008 by Jonathan Zittrain Korean translation rights © 2014 by CommunicationBooks All rights reserved. This edition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PFD(Peters Fraser & Dunlop) through Shinwon Agency Co. 이 책의 한국어 판권은 신원 에이전시를 통하여 저작권자와 독점 계약한 커뮤니케이션북스(주)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무단 전재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 박기순, 2014 ISBN 979-11-304-0089-1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역자 서문

원서의 이름은 The Future of the Internet-And How to Stop It 이다. 역자는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그 책의 이름 때문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다가올 인터넷의 미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미래 가 다가오기도 전에 왜 중단시킬 궁리부터 하는 것인가. 중단 방법을 미 리 논해야 할 정도로 역자가 모르는 문제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고 그 정도가 심각한가. 책 이름과 함께 역자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것이 번역의 출발점이 되었다. 역자가 번역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은 법학자들이 사이 버법과 관련해 인터넷에 관한 연구와 저술 활동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원서의 저자인 조너선 지트레인은 하버드대학교 법 대 교수다). 물론 그와 같은 활동이 법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법학 자들에게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역자가 놀랐다는 것은 국내의 언론이 나 커뮤니케이션 유관 학계에서도 인터넷은 물론이고 언론법이나 사이 버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딱딱한 법학 서적은 아니므로 독자들이 걱 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들이 책에서 다루 고 있는 PC와 인터넷을 미리 알 필요도 없다. PC와 인터넷으로 말하자 면 이미 우리와 일상생활 속에서 친숙한 사이가 아닌가. 역자의 말은 PC 와 인터넷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만약 인터넷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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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을 중단시켜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 에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터넷의 미래에 문제 가 있는데도 그것을 못 본 체한다면 곤란할 것이다. 말하자면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를 위해 생각을 일깨워 주고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토론이다. 저자는 이러한 토론이 사실은 너무 자주 인터넷의 종점 가까이서 멈춘 다고 말한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네트워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지, 인터넷이 여과 (filtering)되는지, 어떻게 여과되는지 그리고 인터넷이 얼마나 빨리 운 반되는지 등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먼저 인터넷과 그것을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든 PC에 관한 이 야기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PC와 인터넷에 관한 독 자의 이해를 수립토록 한 다음 문제와 해결책으로 안내한다. 그가 제시 하는 해결책은 물론 모든 해결책이라거나 완전무결한 해결책은 아닐 것 이다. 그러나 역자는 그것이 인터넷의 개혁과 발전에 필요한 유익한 해 결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따라서 책 전반에 걸쳐 가장 강조되는 개 념은 생성성(generativity)이다. 이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책을 이해 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저자는 2부에서 따로 생성성을 자세히 다 루고 있다. 생성성은 인터넷의 개방성을 의미한다(역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개방성 이외에도 창의성, 혁신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 은 생성성, 바꿔 말하면 개방성은, 시초에 인터넷과 PC가 연구자와 컴퓨 터 애호가(hobbyist)의 손에서 탄생하게 된 이유다. 유감스럽게도 개방성은 어디에서나 남용을 야기하게 되어 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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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에 대한 사람들의 최초 반응은 잠금(lockdown)이다. 여기에서 잠 금이란 우리가 물건을 잠가놓으려고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모든 장치들은 제조공장을 떠날 때 바보 이외에는 누구도 그것들(예를 들면 자동차나 냉장고)에 헤살을 부릴 수 없도록 봉인된다. 이것과 다른 새로운 잠금 모델이 있다. 기술 제품이 시장 판매를 위 해 공장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상인들이 그들의 제품을 바꾸거나 모 니터링하는 유형의 잠금 모델이다. 이 과학기술은 엽기적인 외부자들 이 그 기술을 개조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회사가 개조를 허가해야 하고 또한 개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신모델이 허용했던 개조 는 하찮은 개조가 아니고 우리가 지난 30여 년 동안 경험했던 인터넷과 PC 환경에 대한 대대적 수정이다. 새로운 잠금 모델은 생성적 시대의 특징이었다. 문외한들의 서투 른 개조 행동의 결과 우리가 우연히 얻게 된 것은 웹, 실시간 메시징 (IM), 피어-투-피어 네트워킹, 스카이프, 위키피디아 등이고 이 모든 것 들은 주류에서 동떨어진 곳(left field)에서 나왔다. 저자가 여기에서 강조하려는 것은 이 모델이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이 모델이 최선의 모델(사실은 아닐 수 도 있으나)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채택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 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성적(혹은 개방적-많은 방면으로부터 기여와 개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시스템의 남용에 대한 가장 명백한 해결책 은 그 시스템을 강화하든가 아니면 아주 폐쇄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결 책은 물론 생성성을 감소하게 한다. 그리고 이어서 규제자의 감시와 통 제가 뒤따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PC와 인터넷 모두 속박된 장치 (tethered appliances, 장치를 만든 사람이 이용자가 그 장치를 마음대 로 고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장치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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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appliancized network)로 향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장치 화한 네트워크를 반혁명이라고 칭한다. 강화를 택할 것인가 폐쇄를 택할 것인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 는 비결은 인터넷을 구성하는 3개 층(물리적 층, 프로토콜 층, 응용 층) 사이에 각 층에 따른 문제와 해결책 양쪽 모두의 층간 이식가능성 (portability)을 이해하는 것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 층에서 발생한 생성성이 다른 층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깨달음에 토 대한 주장이다. 그리고 그 예로 위키피디아를 들고 있다. PC와 인터넷의 지나온 궤적은 비슷하다. 양자가 모두 후미진 곳 (backwater)에서 시작되었고, 서투른 아마추어들이 수선과 개조를 통 해 혁신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출처로부터 타인의 기여와 개선을 기꺼 이 받아들였고, 특별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예기치 않았던 주류의 채택 을 경험했다. 생성적 시대에 인터넷은 집중화한 독점적 네트워크와의 싸움에서 이겼고 PC는 전문화한 정보 장치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이와 같은 인터넷과 PC가 승리하도록 만들었던 똑같은 특성이 오늘날 그것 들이 실패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속박된 정보 장치들과 장치화한 독점 적 네트워크들이 대규모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도처에 편재해 있기 때 문이다. 이러한 장치와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는 현 세대는 인터넷과 PC의 두 번째 승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만약 저자의 생각처럼 우리가 인터넷과 PC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 하고 그것들이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우리는 어리석은 해 결책을 피하여 우리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잃지 않고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미래를 어떻게 중단시킬 수 있는가. 그것은 현명하게 개 발되고 이행된 잠금장치(그것이 어떤 것이든)에 달려 있다. 그것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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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와 함께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도 달려 있다. 그것은 또한 단 한 사람의 문지기(gatekeeper)-공적이든 사적이든-의 손보다 오 히려 규범과 공공 목적의식을 공유한 집단들 사이에 그러한 잠금장치의 열쇠를 맡기는 공동체 정신에도 달려 있다. 이 역서가 출간될 수 있도록 많은 이해와 기다림, 인내심을 보여 준 커뮤니케이션북스의 박영률 사장님과 전정욱 주간님 그리고 편집 담당 자 김단비 씨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역자를 위해 바쁜 직장 생활 중 에도 시간을 내어 이 책 2부의 그림과 표를 작성해 준 지윤선 씨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순서상으로는 끝이지만 끝이 아닌 아내에게도 역자를 위해 보여 준 인내심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2014년 남산 자락에서 역자 박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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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스 레식의 머리말

본격적으로 법과 인터넷에 관한 책이 나오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이선 캐치(Ethan Katsh)가 쓴 훌륭한 책 󰡔디지털 세계의 법(Law in a Digital World)󰡕(1995)은 나온 지 꼭 10년이 넘었는데 그와 같은 책의 범 람을 예상하고 미리 쓴 책이었다. 나의 첫 번째 책인 󰡔사이버공간의 코 드와 법(Code and Other Laws of Cyberspace)󰡕(1999)은 나온 지 10년 이 채 못 된다. 초기에 나온 이런 책들은 대부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모호 한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자 노력했고, 둘째, 법과 과학기술 (technology)의 상호작용 필요성에 관한 우리의 이해로부터 교훈을 끌 어내려고 애를 썼다. 인터넷은 모호성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인터넷 네트워크가 점 점 친숙해짐에 따라), 다른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격려(cheer leading)라는 패턴이 등장했다.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적어도 나는) 은 우리가 넷(Net)에서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생각했고, 이 모든 것에 관해 다른 느낌을 주는 강력한 흥밋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 했으며,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넷을 미래에까지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명백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격려는 인터넷의 점점 더 명확한 어떤 사실(특징이 아니고 오히려 열광에 가까운)을 모호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장 간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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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넷에는 차차 성장하고 점점 더 증가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맨 처음 눈에 띈 이 추접스러운 것들이란 포르노를 가리켰다. 이에 반응하 여 시민 자유주의자들(여하튼 넷을 좋아할 것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넷 에서의 포르노 권리를 보호하는 강력한 캠페인을 개시했다. 그러나 그 추접스러운 것들이 정도가 더 심해지고 더 타락함에 따라 그것을 방어 하려는 주장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스팸(spam)1)은 점점 더 귀찮은 짐 이 되었다. 바이러스(virus)2)는 더 나쁜 것인데, 정말로 해로운 것이 되 었다.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는 어떤 가족에게 ‘우리가 임대한 집의 바 로 위쪽 상류로 하수 오물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현실과 맞부딪치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은 점점 더 불쾌한 (그 리고 더 나쁜) 현실을 단지 보고도 못 본 체했다. 넷은 더 이상 미국 캔자 스주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처럼 넷의 부정적 현실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행동의 교정 수단이다. 조너선 지트레인은 이 책에서 그러한 교정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지트레인의 책은 법과 인터넷에 관한 모든 토론을 바꾸어 놓는다. 이 책은 넷에 관한 법률학자의 연구를 근본적으 로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 지트레인은 넷의 변화 가운데 언짢고 추접스런 부분을 무시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그 부분을 우리 시야 의 바로 중앙에 놓는다. 다음에 그는 넷과 그리고 그 넷을 존재할 수 있 게 만든 컴퓨터에 관한 이해를 확실하게 한다. 이와 같은 이해는 훨씬 좋

1) 전자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예를 들면 이메일)에 청하지도 않은 메시지를 대량

으로 무차별하게 보내어 그 시스템을 남용하는 것 2) 여기에서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뜻한다. 주로 네트워크를 통해 침입하는 악성 프로그램

으로서 종종 시스템이나 네트워크를 정지시키거나 손상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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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단한 것들이 바로 똑같은 와이어(wire)3)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 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좋은 것을 되찾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넷의 미래와 사회를 위한 그 넷의 잠재력에 관해 생각하는 법률학 자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이러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데 오랜 과거 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 그렇게 늦어진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트레인이 매우 효과적으로 주장하듯이, 인터넷이란 인터넷상의 한 i9/11 사건 (i9/11 event)4)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나는 여기에서 이 i9/11 사건이 라는 표현을 알카에다(Al Qaeda)의 공격을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인터넷의 기본적 신뢰를 위협하는 중대하고 치명적 으로 파괴적인 사건을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인터넷의 근본적 개혁을 극성스럽게 요구하고 싶은 열정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개혁이 만약 바로 지금 평범한 이해를 토대로 이뤄진다면 현재의 인터넷과 미래의 가능한 인터넷을 급 진적으로 약화시킬 것이고 또는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지트레인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해를 토대로 개혁이 이뤄진다면, 그 개혁은 최선의 인터넷과 그리고 그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잠재력을 강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트레인이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가 제안

3) 추접스런 것들이 우리에게 다가올 때 통과하는 것과 똑같은 와이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4) 지난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4대의

여객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 자살 충돌한 사건 에 비유하여 저자가 인터넷상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그처럼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뜻으로 만든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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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안들이 훌륭한 시작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강력한 주장을 담고 있는 그의 책이 그 자신조차 어렴풋이 생각하는 정도보다 더 많은 해답 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토론을 끝내려는 것이 아 니고 시작하는 것이다. 지트레인은 이 네트워크가 약속하는 위대한 힘, 그 네트워크의 ‘생성성(generativity)’5)에 기초를 둔 힘과 그것을 사용하 는 비판적 대중의 시민 정신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 후 우리를 하나의 길 로 안내하기 시작한다. 그 길이란 최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면서, 현 재로서는 아직 최선의 생성성을 보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을 수 도 있는 길로 말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곧 시작할 필요가 있는 토론이다. 나는 넷의 미 래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이 책보다 더 강력하게 더 직접적으 로 말하는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보다 더 분명 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말하는 책을 상상할 수 없다. 독자는 이 책을 읽 고 이해하기 위해서 컴퓨터나 인터넷에 관한 것을 미리 알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인터넷의 최선의 생성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컴퓨터와 인터넷 전 문가보다 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할 뿐이다.

로런스 레식(Lawrence Lessig)

5) 이 책 전반에 걸쳐서 개방성, 창의성, 혁신성 등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새로운 개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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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영화제작회사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의 만화영화에서 적수로 나오는 존경하는 와일 코요테(Wile E. Coyote)1)는 만화물리학의 한 법 칙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요테는 만화영화 속에서 쑥 내민 절벽의 바위 턱인 줄 모른 채 그 절벽을 벗어나 달린다. 그리고 절벽 아래로 추락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달린다. 이 코요테는 자신의 아 래를 내려다보고 밑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중력을 무시한다. 그의 정신적인 기어(gear)2)는 자신이 처한 곤경을 주 시하면서 바뀐다. 그다음은 철썩 쿵하는 추락이다. 인터넷과 PC(Personal Computer)는 둘 다 지나온 길이 비슷하다. 그것들은 모험적인 코요테처럼 아마추어적인 서투른 수선(tinkering) 에 똑같은 취미를 공유했던 사람들에 의해 설계되었다. 인터넷과 PC의 플랫폼(platform)3)은 둘 다 미완성인 채 발매되었다. 즉 플랫폼의 사용 자들이 그 플랫폼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내도록 하고 또한

1) 워너브라더스사가 제작한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로서 북아메리카 서부 대초

원의 이리를 뜻한다. 여기에서 이 캐릭터는 의인화되어 사람 이름과 같은 재미있는 호칭으 로 불리고 있다. 2) 전동장치 3) 컴퓨터와 관련하여 응용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는 기초를 이루는 컴퓨터 시스템을 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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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발생하면 사용자들이 그것을 처리하도록 그들에게 맡겼다. 이 런 종류의 개방성은 자동차, 냉장고나 티보(TiVo)4)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그 밖의 다른 과학기술과 비교할 때 인터넷과 PC 플랫폼은 매우 변칙적이거나 불합리하기조차 하다. 이 책에서는 이 개방성을 더 자세히 ‘생성성(generativity)’이라고 설명하고 찬양한다. 그 개방성은 인터넷과 PC가 연구자와 컴퓨터 애호 가(hobbyist)의 세계에서 출현토록 했고 놀랍게도 훨씬 더 신중하게 계 획되고 자금 지원을 받은 플랫폼을 이기도록 했다(인터넷과 PC는 확실 히 코요테식의 많은 프로젝트 가운데 어떤 것보다 더 성공적이었다). 오늘날 인터넷과 PC가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것 은 단지 그 생성성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동차, 냉장고나 티보가 우리가 모르는 외부 사람이 버튼을 누르면 변 경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이것은 우리의 PC로 새로운 소프 트웨어를 로드(load)5)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이 소프트웨어 는 자주 나쁜 짓을 한다.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고, 개인 정보를 훔치거 나 단순히 어떤 PC를 골탕 먹이기 위하여 그 PC에서 컴퓨터 주기 (computing cycle)6)를 추적해 그 주기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 그다음은 곧, 갑자기 또는 느린 동작으로 철썩 쿵7)이다.

4) 미국에서 개발된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igital video recorder)의 브랜드와 모델 이름 5) 보조기억 장치에서 주기억 장치로 옮겨 넣는 것 6)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수행하는 기본적인 스텝(step, 컴퓨터의 기억 장치에

저장된 단일한 명령) 순서를 뜻한다. 이것은 또한 ‘꺼내기-실행하기 주기’로도 알려져 있 다. 그 주기의 전반은 명령을 기억에서 꺼내어 해독하고 후반은 그 명령을 실행한다. 7) 저자는 서문의 모두에서 언급한 코요테의 추락에 비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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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성의 남용에 대한 최초의 반응은 물건을 잠가 놓으려고 시도하 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잠금(lockdown)8) 모델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장 치들에서 생각해 낼 수 있다. 즉 그 장치들은 제조 공장을 떠날 때 봉인 된다. 진짜 바보 이외에는 누구도 자동차나 냉장고에 헤살을 놓을 수 없 거나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아이팟(iPod), 대부분의 비디오게임 콘솔,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9)과 같은 전자책 독자 들, 그리고 케이블 TV 방송사의 셋톱박스(set-top box)10)와 같은 커뮤 니케이션 플랫폼에서 그러한 모델을 보아 왔다. 그와 같은 잠금은 환상 가인 스티브 잡스-우리에게 최초의 개방적 PC, 애플 II(Apple II)를 제 공했던-가 아이폰(iPhone)에 처음 택했던 방침이었다. 잡스는 이 아 이폰에 애플의 미래를 걸었다. 물론 인터넷이나 PC는 그것들의 플랫폼이 완전히 비개방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우리가 그 인터넷이나 PC를 버리려고 한다면 상태가 나빠 야만 할 것이다. 플랫폼 제조업자가 원하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았던 일 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로운 점이 너무 많다. 그러나 보다 훨씬 더 미묘 한 또 다른 잠금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을 해독하려면 아마도 책 한 권쯤 의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 새로운 모델은 기술 제품이 시장 판매를 위 해 공장을 떠난 후 오랫동안 상인들이 그들의 제품을 바꾸고 모니터링 하도록-혹은 점점 더 많은 우리의 활동이 우리 자신의 장치로부터 멀

8) 접근이나 사용을 차단하는 비개방적이고 폐쇄적인 장치 9) 전자책과 그 밖의 다른 디지털 미디어를 만들어 화면에 보이기 위해 아마존닷컴의 자회

사 랩126(Lab126)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플랫폼 10) 텔레비전과 외부 시그널 소스를 연결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 장치는 시그널을 콘텐츠

로 전환시킨 다음 그 콘텐츠가 텔레비전 화면에 뜨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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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인터넷의 ‘구름(cloud)’11) 속으로 이동함에 따라 그들이 우리를, 이 용자를, 그들에게 오게 하도록-거의 도처에 있는 네트워크의 상호 통 신 능력(connectivity)을 이용한다. 이 과학기술은 엽기적인 외부자들이 그 기술을 개조하게 할 수 있 다. 바로 그 외부자들이 PC를 개조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러나 고도로 통 제되고 우연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 과학기술은 아이폰 2.0이다. 즉 애 플 회사가 허가해야 하고 또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외부자들에 의해 서 작성된 소프트웨어의 번창하는 시장으로 힘을 얻은 아이팟이다. 그 것은 또한 웹 2.0 서비스-소프트웨어(software-as-service) 벤처 사업이 다. 이 벤처 사업의 예를 들자면 페이스북(Facebook) 플랫폼과 구글 앱 스(Google Apps)12) 등이 있다. 이 벤처 사업에서는 한 소프트웨어 응 용프로그램이 하루는 인기가 있다가 다음 날에는 그 인기가 사라질 수 도 있다. 이 모델은 아마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미래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찮은 개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경험했던 인터넷 과 PC의 환경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다. 생성적 시대를 특징지었던 문외한들의 서투른 개조 행동의 결과 뜻밖의 발견이 우리에게 제 공한 것은 웹, 실시간 메시징(IM, Instant Messaging),13) 동료 간 네 트워킹(peer-to-peer networking),14) 스카이프(Skype),15) 위키피디아

11) 구름은 컴퓨터 네트워크 속에서 인터넷이 가리고 있는 그 컴퓨터 네트워크의 기초적

하부구조, 즉 인터넷을 추상적으로 묘사하는 은유로 사용된다. 12) 구글이 고객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지메일

(Gmail), 구글 캘린더(Google Calendar), 토크(Talk) 등이다. 13)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이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타이프로 작성한 문자

메시지를 실시간에 주고받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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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pedia)16) 등이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주류에서 동떨어진 곳(left field)에서 나왔다. 지금은 이 모델이 소수의 새로운 게이트키퍼들을 적절한 장소에, 우리와 그들에게, 즉 그들의 제한된 비즈니스 계획에 서 떠날 수도 없고 새롭고 파괴적인 것을 두려워하는 규제자들에게서 떠 날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맡긴 채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 새로 운 모델이 최선의 보안과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그것이 최 악의 모델일 수도 있을 때-그 모델을 채택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 의 구 모델들이 얼마나 옹호할 수 없게 되었는가를 우리가 충분히 이해 한다 하더라도 강화(consolidation)와 잠금(lockdown)이 유일한 대안 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러한 인터넷의 미래를 중단시킬 수 있다.

14) 같은 프로그램 또는 같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든 PC와 워크스테이션이 상

호 대등한 지위로 통신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 통신망 15) 이용자가 인터넷으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소프트웨어 응용 서비스를 뜻한다. 16) 비영리적인 위키피디아재단이 만든 웹상의 무료 백과사전이다. 지원자는 누구나 백과

사전의 내용을 편집, 수정, 보완하는 등 백과사전의 편찬에 협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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