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문화사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근대 스포츠 문화가 일찍부터 생겨난 영국과 미국의 주요 선 행연구를 중심으로 서술했습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스포츠 문화사 이종성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스포츠 문화사
지은이 이종성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02) 7474 001, 팩스(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종성, 2014 ISBN 979-11-304-0174-4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스포츠는 왜 문화인가
대중문화로서의 스포츠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 말의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 고 때로는 모호하다. 우선 현장에서든, 미디어를 통해서 든 스포츠를 관람하는 행위를 즐긴다는 뜻인지, 아니면 스 포츠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너무나 넓은 스포츠의 범위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예를 들면 누구나 스포츠로 인정하는 축구나 야구를 앞서 언급한 어떤 형태로든 향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깅, 등 산, 바둑 같은 것을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도 여전히 스포 츠를 즐긴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스포츠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스포츠는 미술, 음악, 문학, 연극, 영화 등과 비슷한 맥락에서 문화 적 의미를 갖고 있다. 미술사나 음악사의 경우와 마찬가 지로 스포츠 역사는 단순히 몇 년도에 누가 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관중이 몇 명 들어왔는지를 정리하는 학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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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특정 팀의 우승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 팀 을 응원하는 관중의 분포와 성향을 파악하는 데에 집중하 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포츠는 국가주의(nationalism), 지역주의(regionalism), 계급의 식(class consciousness), 인종 갈등(racial conflicts), 상업 주의(commercialism) 등 수많은 정치·문화 현상을 반영 하고 표출해 왔다. 2002년 월드컵에서 길거리를 가득 메운 한국인들은 단 순히 축구를 좋아해서 온몸을 붉은 색으로 치장하고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응원을 했을까? 왜 영국에서 근대 축구가 최고의 관람 스포츠로 떠올랐을 시기에 특히 노동자 계층 이 축구를 마치 그들의 종교처럼 생각했을까? 이와 같은 질문들은 단순한 사실관계 규명으로 찾아낼 수 있는 범위 를 넘어선다. 스포츠를 하나의 대중문화로 보고 이를 둘 러싼 시대정신(zeitgeist)과 사회적 의미를 다각도로 검토 해야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에 근접할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하나의 공동체에서 특정 스포 츠는 특별한 사회·문화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스포츠를 문화로 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출발점은 같았지만 마치 이란성 쌍둥이처럼 서로 다른 형 식과 팬 층을 형성하며 발전한 영국의 축구와 럭비는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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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계급의식이란 측면에서 구별해 왔다. 프랑스의 저 명한 사회학자 부르디외(Bourdieu, 1984)의 말처럼 계급 의 정체성이 특정한 여가 향유를 통해 나타날 수 있기 때 문이다. 현대인들에게 스포츠가 중요한 여가 활동이라는 점에서 이 지적은 스포츠의 문화 코드를 푸는 하나의 열쇠 다. 예를 들면 대체로 골프를 즐기는 계층이 소득 수준이 나 교육 수준면에서 축구를 즐기는 계층보다 더 높았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19세기에 영국을 중심으로 생겨난 아마추어리즘의 숭 배도 이런 구별 짓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상업 목적 으로 스포츠를 하는 대체로 하류층 스포츠맨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여생을 즐길 만한 충분한 유산을 물려 받은 상류층은 불편한 시선을 던졌고, 결국 그들과 명확한 경계를 만들기 위해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셔널리즘이라 는 이분법이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관념은 대립 하기도 했고, 때로는 타협을 하면서 근대 스포츠의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 국가에서 계급의식은 스포츠의 특성을 규정 지을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꾸준히 대규모 관중 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팀 들은 특정 도시를 기반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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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서와 관련이 깊다. 예를 들어 FC 바르셀로나는 카 탈루냐 지방의 문화와 전통이 깊숙이 배어 있는 축구 클럽 이다. 독재자 프랑코 정권의 탄압 이후 마드리드에 대한 저항 정신이 구체적으로 이 축구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속에 숨 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축구와 야구는 인기 관람 스포츠라는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야구보다 축구에서 국가주의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반면에 한국의 지역성은 대체로 축구보 다 야구에서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 국에서 이 두 가지 스포츠는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이면서 발전해 왔다. 이와 같은 특정 스포츠의 문화적 위치는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변하기도 한다. 2차 세 계대전 패망 이후 놀거리가 부족했던 일본의 아이들을 위 해 고안된 게이트볼이 고도성장과 함께 고령화 사회가 되 면서 대표적인 노인 여가 스포츠로 탈바꿈한 것은 스포츠 의 문화적 위치가 바뀔 수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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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전 세계적 확산과 국가주의 특정 스포츠의 위치를 한 사회로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스포츠가 왜 문화인지 더 명확해진 다. 축구는 영국과 유럽 대륙, 남미에서 두꺼운 팬 층을 기 반으로 하여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축구는 주류 스포츠가 아니다. 미국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폭넓게 확산된 축 구 대신 그들만의 축구인 미식축구가 있다. 오히려 축구보다 럭비에 가까운 미식축구는 철저한 포 지션 분화, 인위적인 공수 교대와 10야드마다 줄을 그어 계량화한 그라운드의 특성 때문에 축구에 비해 우연성은 적지만 과학적이라는 분석을 내릴 수 있다. 이 종목에 쏟 아지는 미국 주류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은 축구가 주변부 스포츠에 머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의 전 세계적 확산 과정을 살펴 보 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서구 사회에 문호를 개 방한 시점도 다르고, 당시 두 국가의 사회적 분위기도 상 이했기 때문에 특정 스포츠의 전 세계적 확산 과정에서 서 로 다른 역할을 했다. 특히 두 나라는 20세기 초반까지 근 대화의 속도가 달랐기 때문에 스포츠를 하는 데 필요한 기 반 시설뿐 아니라 서구에서 들어온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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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보이’들의 숫자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근대 스포츠를 뿌리내리 는 데에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시야를 전 세계로 넓혀보면, 영국의 근대 축구 문화가 어떻게 유럽 대륙으로 퍼지고, 남아메리 카까지 영향을 주게 됐는지에 관한 것도 흥미로운 주제다. 여기에 미국에 먼저 상륙한 크리켓 열풍이 지속되지 않고 야구라는 스포츠가 왜 새롭게 탄생했고, 어떤 부분에서 크 리켓의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는 일도 비슷한 맥락에서 중요하다. 스포츠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의 문화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4년 마다 돌아오는 이런 스포츠 메가 이벤트들은 각종 미디어 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수많은 얘깃거리 와 기쁨 또는 눈물을 제공해 왔다. 과연 어떤 국제 행사가 전 세계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이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엔에 가입하는 것 이상으 로 올림픽과 월드컵을 관장하는 IOC나 FIFA에 가입하고 참가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이런 점 에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Tomlinson & Young, 2006). 바로 이 지점에서 과도한 민족주의가 끈끈하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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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결합할 수 있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아리안족 의 우수성을 알리려 했던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나 1932년 개최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통해 파시즘을 과시 한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와 같은 인물이 스 포츠의 정치화를 구현한 장본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주로 아 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 중 상당수는 올림픽과 월드컵이 라는 무대를 통해 그들의 국가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으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구소련이 치열한 격전 을 펼쳤던 냉전 시대의 올림픽은 국제협력이라는 측면보 다 이념의 대립이 스포츠에 투영된 정치적 국제 대회의 결 정판이었다. 이 때문에 스포츠 특히 국제 대회와 정치는 여전히 분리되기 힘든 요소로 남아 있다. 국제 스포츠 대회와 관련해 더욱 중요한 문화적 의미는 가장 적나라하게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각국의 대표 선수나 팀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어떤 팀은 속도로 상대를 압도하기도 하고, 또 다 른 팀은 체격 조건이나 신기에 가까운 개인 기술로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처럼 팀마다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의 경연이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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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곳이 국제 대회이며, 그중에서도 월드컵을 통해 우리 가 감상할 수 있는 국가별 스타일의 차이점은 이 대회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팀 스포츠가 아닌 개 인 스포츠의 경우에서도 스타일의 차이는 현격히 드러나 게 마련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국가 정체성을 따질 때 가장 혼 란스러운 부분은 디아스포라(diaspora)다.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토너먼트의 강자’라고 하는 독일 축구 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개인의 창조성보다는 대체로 탄탄한 조직력을 통해 ‘이기는 축구’를 했던 독일 은 스페인과 함께 이 대회에서 가장 창조적인 패스를 구사 한 팀으로 손꼽힌다. 이 중심에는 터키 이주 노동자의 아 들인 메수트 외질(Mesut Özil)이 있었다. 그는 강인하고 득점력이 높은 전통적인 독일 축구 공격수에 대한 고정관 념을 깨트리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독일 축구의 기술 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스포츠를 통해 표출된 주류 사회와 이주민 사회의 갈등 은 인종 문제와 차별을 수반한다. 미국에서 나타난 흑백 갈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백인 중심의 주류 사회가 그 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흑인들의 스포츠 활동 을 제한했고, 때로는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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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흑인 선수들을 활용했는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스포츠 문화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부분은 미디 어의 영향이다. 근대 스포츠가 영국과 미국 등에서 하나 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할 때 신문은 엄청난 역할을 했다. 신문이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대중에게 주목받 기 시작한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면서 스포츠는 소위 ‘황색 저널리즘’의 주요한 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신문사들은 직 접 대회를 만들거나 스포츠 이벤트를 주최하는 경우도 있 었다. 대체로 이 같은 스포츠 대회 후원은 사회·교육적 이유보다 상업적 이유가 컸다. 신문에 이어 등장한 라디오, TV와 인터넷은 더 크게 문 화를 바꾸고 있다. 특히 스포츠 경기에 대한 TV 중계권료 의 상승은 스포츠가 엄청난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문화사의 구성을 간략히 소개하 면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스포츠 문화사의 연구동향을 다루고 있으며, 2장은 근대 스포츠 문화가 어떻게 대중화 했는지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고자 했다. 3장은 아마추어 리즘의 태동과 함께 상업화라는 측면에서 프로페셔널리 즘의 초기 발전 형태를 살펴봤다. 4장에서는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 대회의 탄생과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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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싼 국가주의의 대두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서술하 고자 했다. 5장과 6장에서는 지역성과 계급의식이 스포츠 문화 발전에 미친 영향을 다뤘다. 7장에서는 스포츠의 정 치 도구화에 대해 주로 탐색했다. 8장은 미디어가 스포츠의 산업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서술했고, 9장은 인기 스포츠의 확산 과정에 대한 내용으 로 꾸몄다. 10장은 스포츠로 표면화된 인종문제를 미국의 흑인 스포츠 스타를 통해 살펴보았고, 축구 선수들의 국제 이동 유형과 순혈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세계 축구의 흐름 을 고찰하고자 했다.
참고문헌 Bourdieu, P.(1984). Distinction: A Social Critique of the
Judgement of Taste.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Tomlinson, A. & Young, C.(Eds.)(2006). National Identity and
Global Sports Events: Culture, Politics, and Spectacle in the Olympics and the Football World Cup. Albany, New York: SUN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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