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심리 이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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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심리 이론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지식에 대한 욕구 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지식을 쉽게 알고자 하는 대중이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 이 책에 실린 삽화는 이근명 화백이 그렸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설득 심리 이론 김재휘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설득 심리 이론

지은이 김재휘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3년 2월 2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commbooks.com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김재휘, 2013 ISBN 978-89-6680-168-8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설득의 필요성과 심리적 과정

일상에서 개인들이 타인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목적은 다 양하지만,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 즉 설득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설득은 대인 커뮤니케이 션 상황뿐 아니라, 마케터들이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거나, 광고를 집행하는 것,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이끌 어내기 위한 노력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타인을 설득해 내 편으로 만드는 문제는 개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설득(persuasion)이란 설득 메시지를 전달 받는 사람, 즉 피설득자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감’이란 설득 목표에 해당하는 특정한 사건이나 대상에 관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그에 대한 내재적인 태도나 신념 까지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설득 과정은 개인의 내적인 상태에 해당하는 태도나 신념에서부터 외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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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인 행동의 변화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심리학이 유기체의 행동과 의식을 연구하는 학문 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왜 설득이 심리학에서 중요한 연구 영역에 해당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것이다. 설득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는 태도 (attitude)와 행동(behavior)을 들 수 있다. 먼저 태도란 사 회심리학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인지적 판단과 좋고 싫음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 고 정의할 수 있다. 초기 설득에 대한 연구들은 태도와 행 동이 항상 일치하며, 태도 변화가 곧 행동의 변화로 이어진 다는 측면에서 태도가 가진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 연구들을 통해 태도와 행동 사이에 ‘일관성을 유지하려 는 욕구’는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도와 행동이 늘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이와 같이 태도와 행동이 설득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라 면, 설득에 관한 연구들에서 중요한 또 다른 문제는 어떤 인지적인 처리 과정을 통해 설득이 발생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즉, 설득을 통해 태도와 행동이 변화하는 것이라 면, 태도와 행동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변화하느냐를 확인 하는 것도 역시 설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에서는 설득 심리학에서 가장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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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용되는 이론 열 가지를 태도, 행동 그리고 인지적 처 리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단순 노 출 이론, 사회 비교 이론, 동조 이론, 단계적 설득 이론을 통해서 설득과 태도 변화를 확인한 후, 조건화 이론과 계 획된 행동 이론을 통해서 설득과 행동 변화를 확인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정교화 가능성 이론, 인지 일치 이론, 인 지 부조화 이론, 귀인 이론을 통해서 설득 메시지를 처리 하는 인지적 과정에 대해 확인하고자 했다.

설득과 태도 변화 저명한 심리학자 고든 알포트(Gordon Allport)가 태도에 대해 “사회심리학에서 가장 독특하고 필수적인 개념”이라 고 말할 정도로, 사회심리학의 연구 영역에서 태도가 가지 는 의미는 중요하다. 태도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지 만, 일반적으로 태도란 “특정한 대상에 대해서 호의와 비 호의의 정도를 표현하는 심리적 경향성”(Egly & Chaiken, 1993)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하나의 대상에 대 해서도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양가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태도를 단순히 대상에 대한 호감으로 바라보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징을 가 지고 있는 태도가 설득에 의해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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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를 관련 이론을 통해서 확인하고자 한다. 먼저 단순 노출 이론이란 사람들이 설득 목표가 되는 대상에 단순히 노출만 되더라도 대상에 대한 호의적인 태 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단순 노출을 통해 형성 된 태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에게 내가 왜 이 대상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 한 추론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단순 노출 효과 는 정서를 바탕으로 태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인지적으로 메시지를 처리할 때보다 설득 메시지를 단순 하게 처리하며, 이를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단순 노출 효과는 메시지가 의식적 인 수준에서 제시되는 것뿐 아니라 전(前) 의식 수준에서 제시되었을 때, 즉 식역하(識閾下) 자극으로 제시되었을 때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편, 대상에 단순히 노출될 때뿐 아니라 특정 대상에 대해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태도가 변화할 수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단순 생각 이론’이라고 한다. 단순 생 각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특정 대상이나 사안에 대해 단 순히 생각하는 것을 통해서도 그에 대한 태도가 더욱 극단 적으로 변화한다. 왜냐하면 대상에 대해 명확한 태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상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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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사람들은 역으로 자신의 생각에 자신의 태도를 맞춰 나가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단순 노출과 단순 생각 이론이 태도 변 화에서 태도 대상물과 피설득자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면, 사회 비교 이론과 동조 이론은 집단의 상호작용을 통 해서 태도가 변하는 것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사회 비교 이 론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은 집단에 속한 개인들 사이의 커 뮤니케이션이 태도 및 의견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으로, 동조 현상이나 집단 극화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 비교 이론에 따르면 개인들 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데 키나 몸무게 같은 객관적인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나 와 타인을 비교해야 하는 경우 사회 비교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사회 비교는 나와 비교하는 타인 이 나보다 더 우위에 있는지 열위에 있는지에 따라서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상황에서 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상향 비교가 발 생한다. 그러나 자신의 자아 개념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는 나보다 더 못한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하향 비교를 통 해 자존감을 지키고자 한다. 이와 같은 사회 비교는 집단 의 의사 결정이 극단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극화 현상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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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하기도 한다. 한편, 동조 이론은 사회 비교 이론보다 더 직접적으로 집단 내 태도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동조 이론의 가장 기 본적인 가정은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압력 때문에 태 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동조 이론에 관한 일련의 실험들 은 사회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동조 현상은 심리학이 가장 발달한 미국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모든 개인은 자신의 자유 의지 를 바탕으로 행동한다’는 대명제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유명한 스 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의 실험은 사람들이 절대 권력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복종한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 여줌으로써 냉전 시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집단의 의사결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현상은 ‘책임 감 분산 효과(링겔만 효과)’로서, 이는 집단의 과업에 참여 하는 사람들이 증가할수록 1인당 기여도는 오히려 감소하 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러한 책임감 분산 효과는 ‘키티 제 노비스(Kitty Genovese) 사건’을 통해 ‘방관자 효과’를 유 발한다고 밝혀졌는데, 방관자 효과란 주변에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운 사람을 돕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론들과 달리 단계적 설득 이론은 대인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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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활용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단계적 설득 이론에서 말하는 설득 방식은 마케팅 상황에서 실제로 많 이 활용되는 방식으로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라고도 불린다. 단계적 요청 기법은 무리 없이 들어줄 수 있는 하 찮은 요청을 통해 그 문제에 대해 피설득자를 ‘개입’시켜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내는 설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역단계 요청 기법은 개인이 들어 줄 수 없는 큰 요구 사항을 먼저 부탁한 후 이것보다 더 작 은 요청 사항을 통해 설득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설득과 행동 변화 설득에 대한 고전적인 연구들은 태도 변화가 곧 행동(의 도)으로 연결된다고 보았지만, 이후 많은 연구들은 태도 와 행동의 변화가 늘 동일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설득을 통한 태도 변화가 설득 의 가장 기본 목표라면, 설득을 통한 행동의 변화는 설득 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의 둘째 부분에서는 설득의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와 관련된 이론인 조건화 이론과 계획된 행동 이론을 설명하고자 했다. 먼저 조건화 이론은 심리학에서 행동주의적 관점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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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이 되는 이론으로 개인 행동이 학습 과정을 통해 변화하 거나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건화 이론은 크게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두 가지 이론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차이는 자극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이 반사적이냐 혹은 능 동적이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고전적 조건화는 원래는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중립 자극을 특별한 조작 없이도 특정 반응(무조건 반응) 을 불러일으키는 무조건 자극과 지속적으로 동시에 제시 하는 ‘연합’ 과정을 통해 이후에는 중립 자극만으로도 무 조건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 식이다. 중립 자극이 무조건 자극처럼 무조건 반응을 발 생시킬 수 있으면 중립 자극은 ‘조건 자극’, 무조건 반응은 ‘조건 반응’으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이후 조건 자극과 무 조건 자극의 연합이 지속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이 둘 사 이의 연합이 약해져 다시 ‘중립 자극’으로 돌아가기도 하 는데 이를 ‘소거’라고 부른다. 또한 조건 자극과 유사한 자 극에도 조건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자극 일반화’, 조건 자 극 이외 다른 자극에서는 조건 반응을 보이지 않는 현상을 ‘자극 변별’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조작적 조건화는 ‘강화’와 ‘처벌’을 통해 행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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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강화는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대상이 원하는 것을 줌으로써 행동을 이끌 어 내는 것은 ‘정적(正的) 강화’, 대상이 싫어하는 것을 없 앰으로써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은 ‘부적(否的) 강화’라 부 른다. ‘처벌’은 원치 않는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대상 이 싫어하는 것을 줌으로써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을 ‘정적 처벌’, 대상이 원하는 것을 없앰으로써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을 ‘부적 처벌’이라 부른다. 조작적 조건화에서 강화인 을 제공하는 시간 간격을 ‘강화 스케줄’이라고 하며, 지속적 강화(continuous reinforcement)와 간헐적 강화(partial reinforcement)로 구분한다. 간헐적 강화는 특정 기간, 행 동 횟수 그리고 기준의 고정 여부에 따라서 고정 간격 스 케줄, 변동 간격 스케줄, 고정 비율 스케줄, 변동 비율 스 케줄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다음으로 계획된 행동 이론은 기존에 있던 합리적 행위 이론을 확장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태도와 행동 의 일관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 통제감, 행위 의도 등의 개념으 로 설명했다. 이러한 계획된 행동 이론은 설득 커뮤니케 이션의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계획된 행동 이론의 기초가 되는 합리적 행위 이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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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려는 행동의도(동기)가 높 아지기 위해서는 그 행동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지고 있 는 것과 더불어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이 그 행동을 용인하 는지(주관적 규범)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획된 행동 이론에서 말하는 태도(attitude)란 특정 행동 에 대한 개인의 신념(belief)과 이 신념에 대한 평가로 구 성된 개념이며, 주관적 규범은 개인이 중요한 주변 사람들 이 특정 행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지각하는 정도 를 의미한다. 합리적 행위 이론은 주관적 규범과 태도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못했고, 행위 의도가 행동으로 이어질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 맥락적 요소를 간과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 같은 한계점을 보완한 이론이 바로 계획된 행동 이론 이라고 할 수 있다. 계획된 행동 이론은 합리적 행위 이론 에 ‘행동에 대해 지각된 통제감’이라는 제3의 변수를 추가 해 태도와 행동의 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예측하고자 했다. 행동에 대한 지각된 통제감(Perceived Behavior Control: PBC)은 자신이 특정 행동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 혹은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주관적 지각의 함수로서, 이는 개인이 상황, 맥락적 요소를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반 영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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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메시지의 인지적 처리 과정 태도와 행동이 설득에 영향을 받는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인지적 처리 과정은 이러한 결과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설득 심리학의 고전적인 이 론들은 인지(cognition)가 설득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 하고자 했는데, 대표 이론으로는 정교화 가능성 모델, 인 지 일치 이론, 인지 부조화 이론, 귀인 이론 등이 있다. 이 러한 각 이론들은 왜 태도와 행동이 변화하는지에 관해서 는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설득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정교화 가능성 모델은 설득 메시지가 처리되는 이 중 경로(dual-process)에 대한 여러 이론들 중 가장 대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정교화 가능성 모델에 따르면, 설 득 메시지가 처리되는 경로는 설득 메시지에 대한 관여도에 따라서 중심 경로(central route)와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로 나뉠 수 있다. 메시지가 중심 경로로 처리될 경 우, 메시지 수용자(피설득자)는 메시지의 주장 그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며, 인지적인 노력을 통해서 메시지를 처리 하게 된다. 따라서 중심 경로를 통해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심사숙고하려는 동기화가 되어 있어 야 하며, 이를 인지적으로 처리하려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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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메시지가 주변 경로로 처리될 경우, 메시지 수용자 는 메시지의 주장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의 매력 도나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 등과 같은 맥락적인 정보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다음으로 인지 일치 이론은 균형 이론과 일치 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균형 이론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고나 느낌, 행동, 신념 등의 인지 요소들이 일관성을 가 지는 균형 상태를 추구하며, 이러한 일관성이 깨졌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다고 설명하고 있다. 균형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Person: P), 다른 사람(Other: O), 대상(Objects: X) 간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며 이러한 균형이 깨졌을 경우 태 도 변화, 부정, 합리화나 변명, 차별화, 초월이나 체념, 정 당화 등의 방법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하려 한다. 균형 이 론은 개인의 태도를 상황 요소에 근거해 설명하고 이후에 발표된 많은 인지 이론의 기반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의의 를 갖지만, 인지 요소들의 강도는 고려하지 못하고 방향성 만 고려했다는 점과 삼원 이상의 관계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반면 일치 이론은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태도의 강도를 수량화해 균형 이론의 한계점을 보완한 이론이다.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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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개인의 태도 강도를 수량화함으로써 태도 변화의 방향뿐 아니라 그 강도까지 수량적으로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고 있으나, 정보를 제공하는 타인 (O)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균형 이론과 마찬 가지로 개인(P)-타인(O)-대상(X) 간 협소한 커뮤니케 이션 상황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한계점 역시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지 부조화 이론은 일치 이론과 마찬가지 로 균형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개인이 가진 다양한 인지 요소들 중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서로 상반된 ‘인지 적 부조화’ 상태에 대한 이론이다. 개인이 만약 부조화를 경험한다면 심리적 불편을 느끼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 해 행동이나 태도를 변화시키게 된다. 그러나 인지 요소 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 가 충분하다면, 태도나 행동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인지 부조화 상태에서 태도 변화가 발생하 기 위해서는 ‘불충분한 정당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인지 부조화를 활용한 대표적인 설득 전략으로 ‘위선 유 도’라는 전략을 들 수 있다. 위선 유도는 특정 사안에 대해 개인이 갖고 있는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스스로 깨닫게 해 목표 행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설득 전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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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는 주로 사회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되지만 개인 이 잘 실천하지 않는 행동, 예컨대 물 절약 같은 행동을 유 발하기 위해 활용되곤 한다. 이렇게 설득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지 부조 화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대안적 설명으로 ‘자기 확신 이론’을 들 수 있다. 이 이론에서는 인지 부조화로 인한 태 도나 행동 변화가 자기 통합성(self-integrity)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기 확신 이론에 따르면, 인 지 요소들의 불일치가 개인의 자아상을 위협하기 때문에 행동 혹은 태도 변화가 발생하므로 개인에게 긍정적인 자 기 자아상에 대한 확신을 제공할 경우에는 인지 부조화에 따른 태도 변화가 감소한다. 설득 메시지를 인지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 는 또 다른 이론에는 귀인(歸因) 이론이 있다. 귀인 이론 은 개인 스스로 특정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의 이유 를 추론하려 하며,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는가에 대해 설 명하는 이론으로 이러한 추론은 태도 변화의 선행 요인으 로 여겨진다. 귀인은 크게 자신의 행동 원인을 외적 요소 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는 ‘상황적 귀인’과 개인 고유의 내 적 요소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는 ‘기질적 귀인’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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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귀인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개념으로 우선 ‘기본 귀인 오류’를 들 수 있다. 기본 귀인 오류는 타인의 행동은 기질적 귀인을 하는 경향성이 있는 반면 자신의 행 동에 대해서는 상황적 귀인을 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행위자-관찰자 편향으로도 연결된다. 행위자-관찰자 편향 에 따르면 사람들은 동일한 행동이더라도 자신이 행위자 일 때에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귀인하는 반면 관찰자일 때에는 ‘저 사람이 원래 저런 사람이다’라고 하 는 귀인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해럴드 켈리(Harold. H. Kelly)의 공변 모형은 귀인에 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에서 한 발 더 나 아가 귀인의 과정을 보다 포괄적으로 설명한 이론이다. 공변 모형에 따르면,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관 찰하면서 그 행동과 함께 변화하는 요인들을 고려한 뒤 상 황적 혹은 기질적 귀인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때 사 람들이 고려하는 요소는 ‘일관성’과 ‘합일성’ 그리고 ‘특이 성’이다. 일관성(consistency)은 행위자가 시간의 변화와 무관하 게 특정 상황에서 항상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일성(concensus)은 특정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 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며, 특이성(distinctiv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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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특정 결과가 특정한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함을 의미한 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특이성이 높은 경우 기질적 귀인을 하게 되는 반면, 낮은 경우에는 상황적 귀인을 하게 된다. 귀인은 자신의 태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품이나 대상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해 정보를 추론하거나 설명할 때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 바로 ‘추론적 합리화’다. 추론적 합리화는 다시 크게 ‘평가 일치 추론’, ‘공변 기반 추론’으로 나뉜다. 평가 일치 추론은 ‘후광 효과’라고도 불리며, 대상의 특 징을 추론하는 방향성이 처음에 지각된 대상의 특징과 일 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공변 기반 추론은 서로 다른 속성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평가 일치 추 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속성 A에 대한 정보만 제공되었 는데도, 속성 B가 A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평가된다는 것 이다. 결론적으로 설득은 설득 메시지를 인지적으로 처리하 는 과정을 거쳐서 태도나 행동, 혹은 두 가지 모두가 변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설득 메시지 를 인지적으로 처리한 후, 설득 메시지가 주장하는 방향과 자신의 태도를 일치시킬 것인지, 아니면 설득 메시지를 무 시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설득 메시지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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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태도가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눈에 보이는 행동 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설 득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도와 행동, 그리고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처리 과정까지 모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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