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먼 시선
인간의 자아를 나는 노래한다
인간의 자아를 나는 노래한다, 독립된, 하나의 소박한 개 인을, 그러면서도 ‘민주적’이라는 말, ‘대중과 함께’라는 말도 입 에 올린다.1)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인체에 대해 노래한다, 얼굴만이, 두뇌만이 뮤즈 신에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 고, 완전한 인체의 형상이야말로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노래한다.
그 열정, 그 맥박, 그 활력 속에 거대한 생명력이 있고, 신성한 법칙들 아래 행해지는, 한없이 자유로운 행동 때문 에 명랑하고 쾌활한, 현대인을 나는 노래한다.
1) 시인이 찬미하는 것은 “인간의 자아(One's Self)”다. 또한 본연의 개체로서 의 인간이면서, 동시에 민주적인 인간, 즉 “대중 속(En-Masse)”의 인간이다.
23
의연한 나
자연 속에 유유히 서 있는 의연한 나, 만물의 주인이나 만물의 여주인이 되어, 모순되는 사물들 사이에서 침착하게, 그들처럼 만물에 고취되어, 그들처럼 저항하지 않으며, 순 응하면서, 조용히, 나의 직업, 가난, 오명, 결점, 죄악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 견하는 나, 나를 멕시코 바다, 혹은 맨해튼, 테네시, 혹은 멀리 북방이 나 내륙 쪽의 사람으로, 강에서 일하는 사람, 숲에서 일하는 사람, 혹은 다양한 주 나 해안의 어느 곳에서 농장 일을 하는 사람, 혹은 호수나 캐나다에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나, 내 삶이 어디서 영위되든 간에, 오, 불의의 사태에 마음 흔 들리지 않고, 나무들이나 동물들처럼, 밤·폭풍·허기·조롱·사고· 좌절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나.
24
나는 미국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미국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 다양하고 즐거운 노래들을 듣는다, 기계공들이 각자 힘차고 쾌활하게 그들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목공들이 널빤지나 대들보를 측정하며 그들의 노래를 부 르는 것을, 석공이 일을 준비하면서, 혹은 일을 끝마치면서 그의 노래 를 부르는 것을, 선원이 배에서 그 자신에 관한 노래를 부르고, 갑판 수부 가 증기선 뱃마루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구두공이 벤치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모자공이 서서 노래 를 부르는 것을, 나무꾼의 노래, 밭갈이하는 소년이 아침에 일하러 가며 부 르는, 혹은 점심참이나 해 질 녘에 부르는 노래, 어머니나 젊은 부인이 일하며, 혹은 아가씨가 바느질이나 빨래를 하며 부르는 달콤한 노래, 각자가, 다른 사람의 노래가 아닌, 자기 자신의 노래, 그의 노래, 혹은 그녀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낮은 낮의 노래를 부르고, 밤에는 젊은이들이 파티에서 입 을 활짝 열고 힘차게 선율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을. 25
타고난 그대로의 순간들
타고난 그대로의 순간들−그대들이 내게 다가왔을 때− 아, 그대들이 지금은 여기에 있구나, 내게 선정적인 기쁨만을 다오, 나를 열정에 흠뻑 젖게 하고, 내게 음란하고 천박한 삶을 다오, 나는 오늘 낮에 자연의 연인들과 합일을 이루고, 오늘 밤 에도 그러하리라, 나는 방종한 쾌락을 믿는 자들의 편이고, 젊은이들의 한밤 중의 난잡한 연회도 함께한다, 나는 춤추는 자들과 함께 춤추고, 마시는 자들과도 함께 마신다, 메아리는 우리의 상스런 외침을 따라 울리고, 나는 친한 친구들 중에서 천박한 친구를 골라낸다, 그는 무법자고, 무례하고, 무식하며, 나쁜 소행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리라, 내 이런 짓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왜 내가 스스로 친구들 로부터 추방되려 하는 거지? 오, 그대들, 배척당하는 이들이여, 적어도 나는 그대들을 배척하지 않으리라, 26
나는 그대들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가, 그대들의 시인이 되 리라, 나는 다른 누구에게보다 그대들에게 더 소중한 사람이 되 리라.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