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경 천줄읽기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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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平經 태평경


병부 제41 가난함과 부유함을 분별하는 법(分別貧富法)

해제

≪태평경≫ 병부(丙部)의 경문(經文)은 지금까지 전하고 있 다. 이 장에서는 가난함과 부유함이라는 개념에 대한 규정들을 통해 태평세상을 이루기 위한 통치술에 관해 말한다. 내용상 크 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가난함과 부유함에 대 해서 논한다. 둘째 부분에서는 여성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데, 이 부분은 바로 다음 제42편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진인들은 앞으로 나오너라. 그대들은 오랫동안 도를 배웠 도다. 실로 충분히 마친 게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지금 천사(天師)께서 다시 설법을 해 주시기 전에는 스 스로 이미 충분히 도를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천사께 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자오니 부족함이 있음을 알겠습니다. 지금 (천사께서 말씀하신) 의미가 지극히 세세함을 다했으 니, 마땅히 다시 여쭐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천사께서 저희가 미치지 못한 바를 깨우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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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진인들은 가까이 오라. 천하에서 어떤 사람을 부 유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을 가난하다고 하는가?” “네. 소유한 것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하고, 소유한 것 이 적은 사람을 가난한 자라고 합니다.” “그렇다. 그대 말이 맞다. 하지만 또 실제로는 옳지 않 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지금 만약 사악하고 거짓되며 아첨함이 많은 도적놈이 라면 어찌 부유한 자가 될 수 있겠는가? 또한 지금 만일 일 반 사람들이 많이 소유하고 있다면 군왕이 적게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어찌 (군왕을) 가난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매한 제자가 천사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니 감히 대답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천사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 지 못해 잘못이 있었습니다.” “그대들은 오히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말 하고 있는데, 세속 사람들이 어찌 빈부의 구별을 제대로 알 겠는가?” “지금 오직 천사께서 제자들의 무지를 갓난아기의 무지 와 같은 것으로, 부모의 가르침이 있은 후라야 앎이 있게 된 다고 여겨 주십시오.” “좋도다. 그대들의 말! 너무 겸손하긴 하지만, 잘못되지 46


는 않다. 그렇다. 진인 그대들이 정성스러우니, 내가 그대들 을 위해서 빠짐없이 말하겠다. 부유함이란 넉넉하게 모두 갖추고 있음을 말한다. 하늘이 만물을 모두 낳아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이 ‘부유하고 넉넉함’이다. 그러므로 상황(上皇) 이 기운을 발출함에 만이천 사물1)이 모두 생겨나니, 이를 ‘부유하고 넉넉함’이라고 한다. 중황(中皇) 때에는 사물이 적어져서 만이천 사물을 모두 갖출 수 없으니 ‘조금 가난함’ 이 된다. 하황(下皇) 때에는 중황 때보다 물건이 적어져 ‘크 게 가난함’이 된다.2) 마침내 상서로운 징조도 나타나지 않 고 훌륭한 것들도 생겨나지 않아, 극도로 가난해졌다. 그대 들이 이에 대해 가장 확실한 증험을 알고 싶다면, 이를 실제 로 일반 농사꾼의 집에 비유해 보면 된다. 진귀한 보물도 없 고 그저 빈곤한 집이 아닌가. 만물이 온전히 갖추어져 있지

1) ≪태평경≫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만물을 만이천물(萬二千物) 로 쓰고 있다. 다양하고 수많은 사물의 종류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 다. 2) 상황, 중황, 하황은 모두 태고 시대 전설적인 제왕인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삼황을 의미한다. 한(漢)나라 정현(鄭玄)의 ≪시보서(詩譜序)≫ “詩之興 也, 諒不於上皇之世”에 대한 공영달(孔穎達)의 소(疏)에 “상황은 복희씨를

말하는 것으로 삼황 가운데 가장 앞선 자다(上皇, 謂伏犧, 三皇之最先者)”라 고 풀이했다. 그 밖에도 삼황에 대해 천황씨(天皇氏)·지황씨(地皇氏)·인 황씨(人皇氏), 또는 수인씨(燧人氏)·복희씨(伏羲氏)·신농씨(神農氏), 또 는 복희씨·신농씨·황제(黃帝) 등 여러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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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 극도로 가난한 집이 된 것, 이것이 천지의 가난함이다. 만이천 사물이 모두 생겨나고 땅이 그것을 도중에 손상 시키지 않고 잘 기르는 것이 땅의 부유함이다. 잘 기르지 못 하고 그 사물들로 하여금 조금 손상을 입게 하면 땅의 조금 가난함이다. 그 사물들에 크게 손상을 입히는 것은 땅의 큰 가난함이다. 훌륭한 사물이 땅의 형세 때문에 상처 입는 것 을 두려워해서 생겨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최하위의 가 난함이다. 진귀한 보물도 없고 만물 중 절반 정도 손상을 입 는 것은 큰 가난함3)이다. 만물이 모두 손상을 입으면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텅 빈 가난한 집이 된다. 이는 하늘을 아 버지로 삼고 땅을 어머니로 삼으니, 부모가 극도로 가난하 면 자식도 가난함을 근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제왕이 나 라를 다스리는 이치와도 상응한다. 그러므로 옛날에 성왕 이 천하를 다스리면 만이천 사물이 모두 생겨날 수 있도록 했으니, 이는 상위의 부유한 군주다. 훌륭한 사물이 3분의 2 를 채울 수 없다면, 이는 중위의 부유한 군주다. 훌륭한 사 물이 3분의 1을 채울 수 없다면, 이는 하위의 부유한 군주 다. 진귀하고 훌륭한 사물이 없다면 하위의 가난한 군주다.

3) 원문에는 인빈(因貧)으로 씌어 있으나, 인(因)은 곤(困)의 오류로서, 문맥 에 따라 빈곤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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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절반 정도 손상을 입었다면 쇠락한 집안이다. 만물 이 모두 손상을 입었다면 하위의 가난한 사람이다. 옛날 성현은 그윽하고 고요한 방에 깊이 틀어박혀서 스 스로 도와 덕을 생각할 뿐이니, 가난함이나 부유함이 이르 는 것에 대해서는4) 어찌 질문할 필요가 있겠는가. 앉은 자 리에서도 스스로 그것을 알 수 있느니라.”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지금 오직 천사께서 다행 스럽게도 제왕의 오랜 시름과 고민인 하늘의 뜻이 운행하는 이치, 즉 무엇으로써 이러한 가난함과 부유함에 이를 수 있 는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계십니 다.” “좋도다. 좋도다. 자네의 질문은 참으로 어렵도다! 이미 미묘한 경지에 들어가서 요점을 언급했도다. 그러나 실제

4) 원문은 “自思道德, 所及貧富”라고 되어 있다. 이 부분의 구두에는 이견이 있다. ‘自思道德, 所及貧富’로 끊어 읽거나, ‘自思道德所及, 貧富’로 끊어 읽 을 수 있다. ‘도덕(道德)의 소급(所及)’이라는 관념은 ≪태평경≫ 권66 <삼 황오제의 우열에 관한 비결(三五優劣訣)>에 여러 차례 나타난다(예컨대, ‘是令盡有者, 其道德悉及之, 德所及者能制之’, ‘其四分有其三者, 其道德不 及一分, 故一分凶也. 其四分有其二者, 其半道德不及覆蓋, 故半凶也.’ ‘道 德不能及, 無爲無君長, 萬物無長故亂, 而多病姦猾, 盜賊不絶也’ 등등). 왕

밍(王明)이 밝혔듯이 ≪태평경초≫에는 ‘도덕’ 다음에 ‘而萬物自足, 豈不樂 成哉’이라는 두 구절이 있었던 것을 상기해 볼 때, 굳이 권66의 개념들을 떠올

리지 않고 ‘自思道德, 所及貧富’라는 구두법을 따라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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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는 하늘의 뜻이 행해지는 바의 득실 여부가 그것을 결정 한다. 참된 도를 힘써 행하는 자는 천신(天神)이 그 교화를 도울 것이니,5) 그러므로 천신과 훌륭한 사물들이 충분히 갖 추어진다. 덕을 행하는 자는 지신(地神)이 나와서6) 그 다스 림을 도우니, 그러므로 절반 정도 부유해진다. 인(仁)을 행 하는 자는 중화인신(中和仁神)7)이 나와서 그 다스림을 도 우니, 그러므로 조금 부유해진다. 문화제도 등의 꾸밈[文飾]

5) 天生神助其化. 천신이 그 교화를 돕는다. ≪태평경초≫에는 ‘생(生)’ 자가 없이 천신(天神)으로 표기되어 있다. ≪태평경≫ 권66 <삼황오제의 우열에 관한 비결>을 참조해, 생신(生神)은 생명을 주관하는 신을 가리킨다고 보았 다. 즉 ‘하늘에서 생명을 주관하는 신이 그 교화를 돕는다’고 해석해 천(天)을 주어로 보지 않았다. 또한 다음 구절인 천신선물(天神善物)에서도 천과 신선 물을 분리해 ‘자연계의 신령스럽고 생명력이 강한 사물’이라고 해석했다. 6) 地之陽養神出. 지신이 나오다. ≪태평경초≫에는 ‘지양양(之陽養)’이라 는 구절이 없이 지신(地神)으로 표기되어 있다. 왕밍의 ≪합교(상)≫에서는 ‘지양양’을 넣었지만, 빼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7) 중화인신(中和仁神)에서 중(中)과 화(和)라는 개념은 ≪중용≫ 제1장의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중이라 하고, 일어나되 모두 적절함에 들어맞는 것을 화라고 한다.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 고 화라는 것은 천하에 통용하는 도다. 중화에 이르면 천지가 거기서 제자리 를 잡게 되고, 만물이 거기서 자라게 된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 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 位焉, 萬物育焉)”라는 구절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음양오행(陰陽五行)

이나 역학[易學, 상수학(象數易)]에서는 중화지기(中和之氣)를 음양의 기운 이 뒤섞인 토(土)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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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행하는 자는 숨기고 속이는 길이라 속임수의 신이 나와 서 돕는 것이니, 그러므로 그 다스림이 조금 어지럽다. 무력 을 행하는 자는 도적신이 나와 도울 수 있으니, 그러므로 그 다스림이 하늘의 마음[天心]에 어긋나고 선한 사람을 상하 게 하고 해친다. 도라는 것은 하늘이 인도해 행해지는 것이다. 하늘은 가 장 신령스러운 존재이니, 그러므로 참된 신이 나타나 그 교 화를 돕는다. 땅은 기르는 것이니, 그러므로 덕의 신이 나타 나 그 교화를 돕는다. 사람은 어진 존재이니, 그러므로 인신 (仁神)이 나타나 그 교화를 돕는다. 문화제도와 같은 형식 [文]8)은 서로 꾸며 대면서 속이는 것을 주로 하니 그 근본을 잃고, 그러므로 속임수의 신이 나타나 그것을 돕게 되어, 상 하가 서로 꾸며 대며 일이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무력[武]은 형살(刑殺)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며 복종시키는 것이니, 도적 역시 형살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며 복종시킨다. 대저 성냄과 기뻐함과 사나운 위엄으로 다른

8) 문(文)은 문화제도 등의 꾸밈[文飾]. 문에는 본래 무늬, 문양, 꾸밈의 의미 가 있으며, 여기서는 전통적으로 유가(儒家)에서 중시하는 문물제도 등을 의 미한다. 도가(道家)에서는 유가의 예악·문화·제도 등이 있는 그대로의 소 박한 본성을 인위적으로 꾸며 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왜곡하고 기만한 것이라고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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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복종시키는 자는 도적이다. 그러므로 도적이 많이 나타나면 그 다스림이 흉해진다. 도적은 대부분 재물로 인 해서 해로움을 초래했으니, 그 다스림이 재화에서 실패하 게 된다. 그러므로 옛날에 최상의 군주는 도로써 다른 사람 을 복종시켰으니, 크게 하늘의 마음을 얻었고 그 다스림은 신과도 같았다. 근심하지 않는 것은 참된 도로써 다른 사람 을 복종시켰기 때문이다. 중간 정도의 군주는 덕으로써 다 른 사람을 복종시키고, 하위 군주는 인(仁)으로써 복종시키 며, 어지러운 군주는 문화제도의 꾸밈으로써 복종시키고, 흉해서 실패하는 군주는 형살로써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해 복종시킨다. 이런 까닭에 옛날 최상의 군주는 도·덕·인 으로써 다스려 복종시켰지, 문(文)이나 형살로써 다른 사람 을 상하게 해서 복종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한 까닭은 그러 한 것들을 사용하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상의 군주는 천지와 닮았다. 그러므로 하늘은 살리고 상하게 하지 않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군주라고도 칭하고 아버지라고도 칭한다. 땅은 모든 사물을 기르기를 좋아하 기 때문에 어진 신하라고도 칭하고 어머니라고도 칭한다. 인간은 마땅히 마음 씀씀이가 어질고 기르기를 좋아해서 천 지와 같아야 하므로, 어짊[仁]이라고 칭한다. 이 세 가지는 훌륭한 것이니, 만물을 함께 다스리고[共治] 스승과 어르신 52


[師長]이 된다. 대저 속이는 것과 형벌은 그것을 가지고 다 스릴 수 없는 것이니, 날마다 흉함이 이른다. 제왕에게 태평 한 세상을 이룩할 수 없게 만드니, 마땅히 그런 속임과 형벌 을 끊어야 한다. 이제 진인들이 내 책을 도와 덕을 갖춘 군 주에게 주어 힘써 행하도록 해 잘 본받아 따르도록 한다면, 중심이 서서 하늘과 상응해 태평한 세상을 이룩할 것이니, 가히 부유한 집안이라 할 수 있다. 의심하지 말라. 제왕으로 하여금 다시는 도리어 가난한 집안이 될까 근심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지금 백성들은 때때로 ‘부유한 집안’이라고 말하는데, 어떠한 것입니까?” “다만 속인들의 망령된 말일 뿐이다. 부유함이란 모두 충분히 갖춘 것이다. 한 가지라도 갖추지 못하면, ‘충분히 구비하지 못함’이 된다. 그러므로 옛날에 성현들이 한 사람 에게 모든 것이 갖추어지기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완비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니,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갖추 기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81개 지역의 나라9)에는

9) 八十一域國. 81개 지역의 나라. 천지(天地)에 응하는 숫자다. 전국시대 음 양가(陰陽家)인 추연(鄒衍)의 대육주설(大六州說)에 근거한 것이다. 추연에 따르면 중국은 적현신주(赤縣神州)라 불리며, 이와 같은 크기의 주(州)가 아 홉 있고, 합해서 하나의 대주(大州)가 된다. 주위에 작은 바다가 둘러싸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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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적어서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못하며, 항상 넉넉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로부터 그 부족한 것을 취한 다. 그런데 지금 한 집안에 어떠한 부유함이 있겠는가? 진 인들은 그 속인들의 망령된 말을 따르기를 좋아하는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대들은 이미 말을 삼가는 것을 배웠으니 망령되게 말 하지 말라. 대저 망령된 지껄임이란 곧 천하의 올바른 형 식10)을 어지럽히는 것이니 사람의 모범이 될 수 없느니라. 삼갈지어다.” “예, 예. 지금 천사께서 이미 은혜와 사랑을 베풀어 주셔 서, 제왕이 재위에 있으면서 시름과 고민에 마음을 쓰면서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을 불쌍히 여겨 주셨습니다. 제 왕을 위해 매양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셔서 상황 시절 태 평세의 길에 이를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어리석은 소생 은 이미 수많은 책을 받았지만, 크게 미혹하고 우매해, 마땅

는 이러한 대주가 또 아홉 있는데, 주위에 큰 바다가 둘러싸고 있다. 다시 그 바깥쪽이 비로소 천지의 가장자리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하나의 천지를 가 리키는 것이다. 10) 정문(正文)을 말한다. 정문은 곧 올바른 무늬다. 인간의 문(文), 즉 문화제 도 등이 허위나 가식 또는 천성(天性)의 왜곡을 의미한다면, 천지자연(天地自 然)의 정문은 이와 반대되는 천연의 본성, 또는 자연 그대로의 결인 천리(天 理)를 가리킨다. 올바른 상(象), 대상(大象)으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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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다시 어떤 것을 여쭈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명 철하신 천사께서 그 가르침을 다 상세히 펼쳐 주십시오.” “좋다. 좋다. 그렇지. 하늘의 법칙은 양(陽)의 수(數)가 일(一)이고, 음(陰)의 수가 이(二)이니, 양은 홀수이고, 음 은 짝수다. 이런 까닭에 군주는 수가 적고 신하는 많다. 양 은 존귀하고 음은 비천하다. 그러므로 두 개의 음이 하나의 양을 함께 섬긴다. 하늘의 수는 하나이고, 땅의 수는 둘이 니, 마땅히 두 여자가 한 남자를 함께 섬겨야 한다.” “어찌 반드시 두 사람이 한 사람을 함께 섬겨야 하는 것 입니까?” “존귀한 사람의 곁은 비어 있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곁에서 떠나 있게 되면 다른 한 사람은 마땅히 그 곁에 서거 나 앉아 있으면서 그 부족한 것을 공급하거나 모셔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는 바로 하늘의 형상이고, 둘은 바로 땅의 형 상이다. 사람은 바로 하늘과 땅의 자식이니, 마땅히 그 부모 를 본떠야 한다. 지금 천하가 도를 잃어버린 이래 여자를 천 시하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여자들에게 해를 입혀 죽이기 까지 해서, 여자가 남자보다 적게 만든다. 음기를 절멸해 천 지의 법칙과 상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천도의 법칙은 양 기만 있고 짝이 될 만한 것이 없으면 말라 죽기에 이르고, 하늘로 하여금 때에 맞는 비가 내리지 못하도록 한다. 여자 55


란 땅에 응하는 것인데 유독 천시해, 천하가 함께 그 참된 어머니를 천시하고 함께 지기(地氣)를 해쳐 죽여서, 지기로 하여금 끊어져서 살아날 수 없게 하니, 땅이 크게 노해 재해 가 더욱 커지고 왕의 다스림이 평안을 얻지 못한다. 이것은 왜 그런가? 대저 남자란 하늘의 정과 신[精神]이고, 여자란 땅의 정과 신이다. 만물은 비슷한 종류끼리 서로 감응해 움 직이니, 왕의 다스림이 평안하지 못한 것은 본래 임금 한 사 람의 잘못만은 아니다. 곧 모든 사람이 도를 잃고 일을 경시 하며 함께 잘못을 저지르는데, 그 저지른 잘못이 하나가 아 니라 수만 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스림이 평화롭게 되기는 어렵고 자꾸만 어긋나는 것이다. 천지의 본성은 만 이천 사물 가운데 인간의 목숨이 가장 귀중한데, 여기에서 여자를 해치고 죽이는 것은 왕자의 다스림을 매우 어지럽히 는 것이니, 큰 허물이 여기에 있다.” “지금 천사께서 왕자를 위해 태평세의 길을 열어 주셔서 ≪태평진경≫이 나왔으니, 왕자에게는 다만 노닐면서 작위 적인 일을 하지 않는 데 처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자를 상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제왕에게 큰 재앙이 이르 렀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좋다, 그대들의 질문이. 하늘의 마음을 얻었도다. 그러 나 천하 사람들이 여자를 천시하고 미워하는 것은 본래 과 56


오가 그 행위 속에 있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컨대 잘 듣고, 시험 삼아 죽간이 나 비단에 기록해 만세토록 감히 없어지지 않게 하겠습니 다.” “좋구나, 그대들이 지금 그것을 기록해 천하 사람들로 하 여금 다시는 여성을 해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예, 예. 원컨대 그 내용을 잘 기록해 제왕의 재앙을 없애 는 것이 제 즐거움이며, 그럼으로써 원통한 여성들의 목숨 을 구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그대들은 타고난 수명[天筭]11)이 늘어났도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다른 사람을 살리는 것을 이른바 스스로를 살 린다고 하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이른바 스스로를 죽 인다고 한다. 하늘이 그대들의 행위를 사랑해 이미 그대들 의 수명을 늘렸으니, 목숨을 관장하는 신[司命]12)이 그대들

11) 천산(天筭)은 인간의 타고난 자연적인 수명을 말한다. 산(筭)은 산(算)과 같다. 천산(天算), 천수(天數)와 같은 의미다. ≪포박자≫ <미지(微旨)> 편에 “天地有司過之神, 依人所犯輕重, 以奪其荊算”라고 하고 ≪태상감응편 (太上感應篇)≫에도 “是以天地有司過之神, 依人所犯輕重, 以奪人算”라고 한다. 하늘에서 미리 정해 놓은 수명이지만, 천수를 다 누리지 못한 자는 그 남 은 부분을 하늘이 따로 가지고 있다가 공덕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준다. ≪포 박자≫에서는 100년을, ≪태평경≫에서는 1년을 일산(一算)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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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수명 기록을 고쳤도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사양하지 말거라. 이것은 바로 하늘의 저절로 그러한 법이다. 그러나 천하 사람들이 여자를 죽이는 원인은 보통 사람들이 어렸을 때 부모가 절로 시름과 고민에 잠기는데, 자식을 양육하려면 자신들의 옷과 먹을 것을 줄여서 양육해 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사람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만 물이 모두 그러하다. 늙거나 젊거나 크거나 작거나, 각자 그 힘에 따라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 그러므로 만 물은 오히려 모두 그 부모를 떠나서 스스로 입고 먹는다. 그 과정에서 현명한 자는 즐거움을 얻고 모자란 자는 고통을 얻는다. 또 자식은 나이가 어리지만 힘은 날마다 강해져서 남음이 있게 되는데, 부모는 날로 늙고 쇠약해지고 힘은 적 어져서 부족해진다. 무릇 자식은 남녀를 막론하고, 또 지혜 롭거나 현명하거나 힘이 충분하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마 땅히 부모가 길러 주신 공덕과 은혜에 보답해 그분들을 봉 양해야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마땅히 자식이 다 컸는데도 따라가서 옷을 입히거나 음식을 먹여서는 안 된다. 이것을 12) 사명(司命)은 인간의 목숨을 관장하는 신. 도교에서는 하늘에 사람의 생 명을 관장하는 성신(星神)이 있어 사람의 공과에 따라 수명을 더하거나 줄이 는 상과 벌을 내린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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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약함으로써 강함을 봉양한다고 하고, 체력이 부족 한 쪽이 체력이 강한 쪽을 봉양한다고 하니, 이는 거꾸로 된 일[逆政]이다. 어린아이는 늙은 부모로 하여금 시름과 고민 에 빠지게 하면서도 결국 그 부모에게는 이로운 점이 없고, 부모는 그런 까닭에 대부분 그들을 해치려 하는 것이다. 지 금 다만 옷과 음식이 적다고 그들을 죽여 해치면, 어느 누가 살아남을 자가 있을 것이며, 각자 스스로 옷과 음식을 찾도 록 할 수 있을 것인가? 진인들이여, 이는 진실로 원통하게 지통(地統)13)을 끊어 놓는 것이니, 백성들의 어리석음이 심 히 극에 달했구나.” “지금 저희가 이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크게 아프고 근 심스럽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여자들의) 원통함이 참으로 많음을 알겠습니다.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하다. 대저 학문을 좋아하더라도 입을 것이나 먹을 13) 지통(地統)은 땅의 큰 줄기 또는 땅의 법. 원래 역법에서 사용하던 용어다. 옛날 사람들은 음력 12월이 대지가 비로소 만물을 탄생시키는 때라고 생각했 으며, 이에 따라 음력 12월[丑]을 정월(正月)로 삼았던 은(殷) 왕조가 지통(地 統)을 얻었다고 했다. 천통, 지통, 인통을 ‘삼통(三統)’이라고 하며, 각각 하

(夏)·상(商)·주(周) 삼대의 정월 초하루[正朔]를 의미한다. 하나라는 정월 을 인(寅)에 세워 인통이 되었고, 상나라는 정월을 축(丑)에 세워 지통이 되었 으며, 주나라는 정월을 자(子)에 세워 천통이 되었다. 삼통을 삼정(三正)이라 고도 한다. 다만, 여기서는 여자가 땅의 줄기·계통·혈통을 잇고, 남자는 하 늘의 줄기·계통·혈통을 잇는다고 보았다(夫男者迺承天統, 女者承地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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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그 학문이 해이해져서 중도 에 멈추게 된다. 그러나 입을 것이나 먹을 것을 얻으면 현명 한 자는 멈추지 않고 학문을 한다. 마땅히 각자에게 이로운 바를 가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도리어 서로 근심하고 괴 로워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저 여자들은 집이 없으니, 여자가 남편에게 가는 것은 비유하자면 남자가 관직에 나아가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얻 는 것과 같다. 여자가 남편 집으로 시집가서 마땅히 서로 힘 을 합치고 마음을 함께해 삶을 다스려서 함께 천통(天統)과 지통(地統)을 전하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다시 부부의 골육 이 같은 곳에 거처해야 한다. 마땅히 더불어 힘을 합쳐야 이 로 인해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얻게 된다. 그 결과 현명한 자 로 하여금 또 즐거워지게 하고 불초한 자로 하여금 또 고생 스러워지게 한다. 비유하자면 마치 토지와 같아서 좋은 땅 은 거기서 나오는 것들이 훌륭하고 하늘 또한 거기에 맞게 돌려보내 준다. 척박한 땅은 거기서 나오는 것들이 나쁘고 하늘 또한 거기에 맞게 돌려보내 준다. (하늘은) 그 땅의 재 질과 힘에 의해 낳고 자라게 되는 바를 빼앗지 않는다. 천지 도 오히려 너의 공을 빼앗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랴! 이와 같으니, 범인들은 다시는 그 여자들을 죽이지 말 것이다.” 60


“그렇습니다. 대저 부모와 자식은 천하에서 가장 두터운 관계로, 거기서 괴로움과 근심을 얻어서는 안 되니, 죽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죽이는 것은 도적 의 기운에 대응하는 것으로 대역무도한 짓이니, 제왕의 다 스림을 어지럽히는 것이 가장 심합니다. 대저 여자가 이제 는 살 수 있고 살상을 당하지 않게 되었으니, 큰 즐거움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렇다. 그대들의 말이 옳으니,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천하에서 집마다 한 여자를 죽인다면, 천하 에 얼마나 많은 수가 될 것인가? 때로 잉태하고서 출산하기 전에 도리어 아기를 유산하기도 하는데, 그 기운에 원통함 이 맺혀 위로 올라가 하늘을 움직이니, 어찌 이리 도리가 없 어진 것인가? 그러므로 나는 진실로 반복해서 거듭 알려 주 는 것이다.14) 대저 사람은 각자 자기 힘으로 옷을 구해 입고 밥을 구해 먹는 법이니,15) 부인에게 두 마음이 없다면 그 뜻이 오로지 14) 이 부분은 “故吾☐☐重知之也”로 되어 있는데, 원문에 해독할 수 없는 글 자가 두 군데 있어서 정확한 해석이 어렵다. ☐☐에는 아마도 반복(反復)이 라는 글자가 들어가야 하며, 지(知)는 ‘알려 주다’라는 의미로 풀이했다. ‘거듭’ 이라는 의미의 ‘중(重)’ 자가 앞에 있는 점에 착안해 이 해석을 따랐다. 15) 夫人各自衣食其力. 대저 사람은 각자 자기 힘으로 옷을 구해 입고 밥을 구해 먹는다.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타인의 것을 빼앗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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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집중되어, 일을 하는 데에 다시는 의심해서 우유부 단하지 않게 된다. 고통스럽기만 하고 공이 없으면 사람의 마음이 조화롭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본래 그러한 성질의 저절로 그러한 이치다. 진인들은 삼가서 이 책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고 어질고 현명한 군주에게 전해 커다란 원망이 맺힌 재해를 없앨 수 있도록 하라. 내가 책에서 말한 것을 삼가서 모든 사람에게 보임으로써 다시는 여자를 죽이지 않 도록 하라. 이렇게 되면 천지의 법칙에 대응하게 되어,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하늘이 법칙을 만 들었으니, 양의 숫자는 홀수이고 음의 숫자는 짝수다. 대중 고 시대 이래로 인간은 천도의 뜻을 잃어 여자를 상당히 많 이 살상했으니 이에 도리어 남자가 많아지고 여자가 적어

의 삶을 꾸려 나간다는 의미로, ≪태평경≫의 주요 사상 중 하나로 이해되어 왔다. 예를 들어 왕밍(王明)은 이 구절이 “사람은 마땅히 자신의 노동으로 생 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보았으며, 이는 봉건제도에서 통치 계급의 수탈과 착취에 반대하는 매우 의미 있는 사회사상이라고 평가했다. 오늘날에 는 이 부분을 묵자(墨子)의 겸애(兼愛)사상을 계승 또는 반영한 것으로 보는 연구도 많다. 묵자의 겸애, 즉 ‘겸상애, 교상리(兼相愛, 交相利)’는 각자의 소 유물에 대한 권리 인정에서 출발해 서로 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이는 “자신의 힘에 의지하는 자는 살 것이고, 자신의 힘에 의지하지 않 는 자는 살지 못할 것이다(≪묵자≫ <非樂上第三十二>: 賴其力者生, 不 賴其力者不生)”라는 구절에도 잘 드러난다. 또한 현대 중국어에도 이 구절에

서 유래한 자식기력(自食其力)이라는 성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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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천도에 크게 위배되는 것인 데 이를 다시 서로 이어받아서 짐을 지우는 것[承負]16)으로 16) 승부(承負)는 ≪태평경≫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개념으로, 전 세대의 잘 못을 후세에 이어받는다는 뜻이다. 선조의 잘못이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도교 의 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승(承)이란 선대의 잘잘못이 다음 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부(負)란 후손이 이로부터 영향을 받아 행불행을 겪는다는 것 을 설명한다. 자세한 설명은 ≪태평경≫ 권39 <스승의 책서를 이해하는 비 결(解師策書訣第五十)>에 나온다. “승은 앞이 되고 부는 뒤가 된다. 승이란 곧 말하자면, 조상이 하늘 뜻대로 살아가다가 조금씩 잘못한 것이 자신도 모 르게 세월과 더불어 쌓이고 쌓여 많아져서 지금의 자손이 죄 없이 허물을 덮어 쓰고 연루되어 재앙을 입는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이어 전하고 뒤에서 떠맡 는 것을 말한다. 부라는 것은, 유전되는 재앙이 한 사람이 조성한 것이 아니라 여러 조화롭지 못한 것들이 연결되어 앞뒤로 떠맡으므로 부라고 이르는 것이 다. 부란 곧 조상이 후손에게 떠맡기는 것을 말한다(≪태평경≫ 권39 <解師 策書訣第五十>: 承者爲前, 負者爲後;承者, 迺謂先人本承天心而行, 小 小失之, 不自知, 用日積久, 相聚爲多, 今後生人反無辜蒙其過謫, 連傳被其 災, 故前爲承, 後爲負也. 負者, 流災亦不由一人之治, 比連不平, 前後更相 負, 故名之爲負. 負者, 迺先人負於後生者也…).” 한편, 정재서는 이 승부 개

념을 태평경의 종교적 특성을 보여 주는 고유한 어휘 및 사상 체계로 간주했 다. 그는 승부가 일종의 응보 사상으로 누군가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이 후손에 게 미쳐 그 삶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파악했다. 또한 승부라는 개념이 ≪주역≫의 “착한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나중에 경사가 있고, 나쁜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나중에 재앙이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 家, 必有餘殃)”(≪주역≫ <곤괘> ‘문언’)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정재서,

≪도교와 문학 그리고 상상력≫, 푸른숲, 2000, 39∼40쪽). 필자는 승부에 대 해 “자연 상태에 반하는 모든 행위로부터 초래되는 사회적, 개인적 업보의 관 념인데, 나라나 개인의 반자연적, 즉 반인륜적 행위의 결과로서 초래되는 불 화(不和)에서 나오는 재앙을 총칭한다. 이 점에서 한나라 때 보편화된 재이 관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것이다. 반자연적 행위로부터 초래되는 승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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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었다. 후세에는 천하의 악과 잘못이 더욱 심해지니, 무 도함이 심히 안타깝다. 대저 남자는 천통을 잇고, 여자는 지 통을 잇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지통을 끊어 다시는 서로 삶 을 전할 수 없게 하고, 그 후에 후세가 절멸해 없어지도록 만드는 일이 흔히 발생하게 하니, 그 죄가 얼마나 무거운가! 이는 모두 마땅히 서로 삶으로 전해져야 하는 부류인데, 지 금 이처럼 지통을 끊어 인류를 절멸시키려 하니, 하늘이 오 랫동안 그 후세[世類]17)를 끊을 것이다. 지금 인간의 삶은 모두 천기(天氣)를 품고 있으며, 이를

단기간에 축적되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축적되어 후손에게 업보의 형 태로 주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졸고, <초기(初期) 도교(道敎)에 나타난 ‘자연(自然)’ 관념(觀念)에 관한 고찰(考察)>, ≪도교문화연구≫ 13집, 1997, 236쪽]. 또한 승부 개념을 불교와의 관계에서 파악하는 연구들도 있다. 막스 칼텐마르크(Max Kaltenmark)는 승부와 사훼지행(四毀之行)의 개념이 중국 불교와 교섭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The Ideology of Tai-Ping Ching>, ≪Facets of taoism≫, edited by Holmes Welch and Anna Seidel(New Haven, 1979) 24쪽 각주, 35쪽]. 오후치 닌지(大淵忍爾)와 리강 (李剛)도 승부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긍정한다. 이 밖에도 명대 불 교는 일생 동안 행한 공과(功過)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도교의 공 과격(功過格) 사상을 차용해 대중화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승부 개념 이 각색되어 쓰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17) 세류(世類)는 본래는 가세품류(家世品類), 즉 출신 성분을 말한다. 일반 적으로 가문이나 신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서 ≪한서(漢書)≫ 권41 <樊 酈滕灌傅靳周傳第十一>에 “仲尼稱, 犁牛之子騂且角, 雖欲勿用, 山川其 舍諸? 言士不繫於世類也”라는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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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추고서 세상에 나온 것이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의 모 습이고, 발이 각진 것은 땅의 모습이다. 사지는 네 계절을 본뜬 것이며 오장은 오행을 본받았다. 이목구비의 일곱 기 관은 삼광(三光)18)을 본받았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기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직 성인만이 그것을 알고 있다. 인간의 삶은 모두 음양을 갖추고 있는데, 날과 달이 지나서 출산일에 도달하면 이에 태를 열고서 아기가 태어난다. 그 리고 천지를 본떠서 마땅히 계속 성장해, 결국 함께 선인의 큰 줄기[先人統]를 전하고, 하늘이 만물을 낳는 것을 돕고 땅이 기르는 것을 돕는다. 지금 천지의 신이 이 집안을 믿으니, 천지 신의 큰 줄기 [天地神統]가 이 사람에게 와서 기생하는 것인데, 사람이 도 리어 그것을 해치니 하늘이 이를 크게 미워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서로 금지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하늘이 나로 하여 금 이 책을 내게 해서 후세에 보여 주도록 한 것이다. 일이 이미 드러나 알게 되었는데도 일부러 그런 행위를 하는 자 18) 삼광(三光)은 해, 달, 별이다. 칠정(七政)과 삼광을 붙여 읽으면서 이목구 비는 북두칠성과 해·달·별을 본받았다고 주해했다. 칠정은 원래 천문학에 서 칠요(七曜)라 불리기도 하며, 해·달과 오성(五星, 火·水·金·木·土) [≪서경(書經)≫ <순전(舜典)>,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 記)>], 북두칠성[≪사기(史記)≫<천관서(天官書)>], 이십팔수 가운데

동·서·남·북에 각각 있는 일곱 개의 별자리 등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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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일컬어 고의로 하늘의 법을 범한다고 하니, 그 죄는 갑절 로 늘어날 것이며 세상은 후대가 끊어질 것이 의심할 수 없 이 분명하다. 진인들은 삼가며 스스로 힘쓸지어다, 스스로 힘쓸지어다!” “예, 예.” “그대들은 지금 이미 이러한 일을 분명히 알게 되었는데, 그런데도 그 책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 대신 죄를 얻어 연좌될 것이다.” “감히 그럴 리 없습니다. 감히 그러할 리 없습니다.” “가라. 돌아가서 각자 자신을 위해 도모하도록 하라.” “예, 예.”

이상에서는 가난함과 부유함을 나누어 설명해, 군왕이 행하는 자리가 길하도록 했고, 사람들이 지통을 단절하는 것을 금함으로써, 남녀를 흥하게 하고 왕정이 평상시와 같 이 회복하도록 했다.

眞人前, 子連時來學道, 實已畢足未邪. 今天師不復爲其說 也, 以爲已足, 復見天師言, 迺知其有不足也. 今意極訖, 不 知所當復問. 唯天師更開示其所不及也. 行, 眞人來. 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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何者稱富足, 何者稱貧也. 然, 多所有者爲富, 少所有者爲 貧. 然, 子言是也, 又實非也. 何謂也. 今若多邪僞佞盜賊, 豈可以爲富邪. 今若凡人多也, 君王少, 豈可稱貧邪. 愚暗 生見天師有敎, 不敢不言, 不及有過. 子尙自言不及, 俗人 安知貧富之處哉. 今唯天師令弟子之無知, 比若嬰兒之無 知也, 須父母敎授之乃後有知也. 善哉, 子之言也. 太謙, 亦 不失之也. 諾. 眞人自精, 爲子具言之. 富之爲言者, 迺畢備 足也. 天以凡物悉生出爲富足, 故上皇氣出, 萬二千物具生 出, 名爲富足. 中皇物小減, 不能備足萬二千物, 故爲小貧. 下皇物復少於中皇, 爲大貧. 無瑞應, 善物不生, 爲極下貧. 子欲知其大效, 實比若田家, 無有奇物珍寶, 爲貧家也. 萬 物不能備足爲極下貧家, 此天地之貧也. 萬二千物俱出, 地 養之不中傷爲地富. 不而善養, 令小傷爲地小貧. 大傷爲地 大貧. 善物畏見, 傷於地形而不生, 至爲下極貧. 無珍寶物, 萬物半傷, 爲大因貧也. 悉傷爲虛空貧家, 此以天爲父, 以 地爲母, 此父母貧極, 則子愁貧矣. 與王治相應. 是故古者 聖王治, 能致萬二千物, 爲上富君也. 善物不足三分之二, 爲中富之君也. 不足三分之一, 爲下富之君也. 無有珍奇善 物, 爲下貧君也. 萬物半傷, 爲衰家也. 悉傷爲下貧人. 古者 聖賢迺深居幽室, 而自思道德, 所及貧富, 何須問之, 坐自 知之矣. 善哉善哉. 今唯天師幸哀帝王久愁苦, 不得行意, 以何能致 此貧富乎. 善哉善哉. 子之難問也, 已入微言要矣. 然所行 得失致之也. 力行眞道者, 迺天生神助其化, 故天神善物備 足也. 行德者, 地之陽養神出, 輔助其治, 故半富也. 行仁 者, 中和仁神出助其治, 故小富也. 行文者, 隱欺之階也, 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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欺神出助之, 故其治小亂也. 行武者, 得盜賊神出助之, 故 其治逆於天心, 而傷害善人也. 道者, 乃天所案行也. 天者 最神, 故眞神出助其化也. 地者養, 故德神出助其化也. 人 者仁, 故仁神出助其化也. 文者主相文欺, 失其本根, 故欺 神出助之也. 上下相文, 其事亂也. 武者以刑殺傷服人, 盜 賊亦以刑殺傷服人. 夫以怒喜猛威服人者, 盜賊也. 故盜賊 多出, 其治凶也. 盜賊多以財物爲害, 故其治失於財貨也. 故古者上君以道服人, 大得天心, 其治若神, 而不愁者, 以 眞道服人也. 中君以德服人. 下君以仁服人. 亂君以文服人. 凶敗之君將以刑殺傷服人. 是以古者上君以道德仁治服人 也, 不以文刑殺傷服人也. 所以然者, 乃鄙用之也. 上君子 乃與天地相似, 故天迺好生不傷也, 故稱君稱父也. 地以好 養萬物, 故稱良臣稱母也. 人者當用心仁, 而愛育似於天地, 故稱仁也. 此三者善也, 故得共治萬物, 爲其師長也. 夫欺 刑者, 不可以治, 日致凶矣, 不能爲帝王致太平也, 故當斷 之也. 今眞人以吾書付有道德之君, 力行之令效 立與天相 應, 而致太平, 可名爲富家, 不疑也, 可無使帝王愁苦, 反名 爲貧家也. 今民間時相謂爲富家, 何等也. 是者但俗人妄語 耳, 富之爲言者, 迺悉備足也. 一事不具, 輒爲不具足也. 故 古者聖賢不責備於一人者, 言其不能備之也, 故不具責之 也. 今八十一域國, 物各少不備足也, 不能常足也, 故從他 國取之也. 今一家有何等富哉. 眞人其好隨俗人妄言邪. 不 敢不敢. 子旣學愼言, 無妄談也. 夫妄談, 乃亂天地之正文, 不可爲人法, 愼之. 唯唯. 今天師旣加恩愛, 乃憐帝王在位, 用心愁苦, 不得天意, 爲其每具開說, 可以致上皇太平之路. 愚生受書衆多, 大眩童蒙, 不知當復問何等哉. 唯天明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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悉具陳列其誡. 善哉善哉. 然天法, 陽數一, 陰數二. 故陽者 奇, 陰者偶. 是故君少而臣多. 陽者尊, 陰者卑, 故二陰當共 事一陽, 故天數一而地數二也, 故當二女共事一男也. 何必 二人共養一人乎. 尊者之傍不可空, 爲一人行, 一人當立坐 其傍, 給侍其不足. 故一者, 迺象天也. 二者, 迺象地也. 人 者, 乃是天地之子, 故當象其父母. 今天下失道以來, 多賤 女子, 而反賊殺之, 令使女子少於男, 故使陰氣絶, 不與天 地法相應. 天道法, 孤陽無雙, 致枯, 令天不時雨. 女者應 地, 獨見賤, 天下共賤其眞母, 共賊害殺地氣, 令使地氣絶 也不生, 地大怒不悅, 災害益多, 使王治不得平. 何也. 夫男 者, 乃天之精神也. 女者, 乃地之精神也. 物以類相感動, 王 治不平, 本非獨王者之過也. 迺凡人失道輕事, 共爲非, 其 得過非一也, 乃萬端. 故使治難平乖錯也. 天地之性, 萬二 千物, 人命最重, 此賊殺女, 深亂王者之治, 大咎在此也. 今 天師爲王者開闢太平之階路非, 夠平之眞經出, 爲王者但 當游而無事, 今是傷女爲其致大災, 當奈何之乎. 善哉, 子 之問也, 得天心矣. 然天下所以賤惡女者, 本惡過在其行. 何謂也. 願聞之, 試得記於竹帛, 萬萬世不敢去也. 善哉, 子 今能記之, 天下無復殺女也. 唯唯. 願記之, 以除帝王之災, 吾所樂也, 以救冤女之命. 善哉, 子已得益天筭矣. 何謂也. 然, 活人名爲自活, 殺人名 爲自殺. 天愛子可爲已得增筭於天, 司命易子籍矣. 不敢也, 不敢也. 無可復讓, 此迺天自然之法也. 然天下所以殺女者, 凡人少小之時, 父母自愁苦, 絶其衣食共養之. 非獨人也, 跂行亦皆然. 至於老長巨細, 各當隨其力而求衣食, 故萬物 尙皆去其父母而自衣食也. 賢者得樂, 不肖得苦. 又子者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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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 力日強有餘. 父母者日衰老, 力日少不足也. 夫子何男 何女, 智賢力有餘者, 尙乃當還報復其父母功恩而供養之 也. 故父母不當隨衣食之也. 是者名爲弱養強, 不足筋力養 有餘也, 名爲逆政. 少者還愁苦老者, 無益其父母, 父母故 多殺之也. 今但爲乏衣食而殺傷之, 孰若養活之者, 而使各 自衣食乎. 眞人. 是誠冤絶地統, 民之愚甚劇也. 今小生聞 是, 心大悲而恐㤥, 知冤者誠多, 當奈何哉. 然, 夫好學而不 得衣食之者, 其學必懈而道止也, 而得衣食焉, 則賢者學而 不止也. 當使各有所利, 不當使其還反相愁窮也. 何謂也. 夫女者無宮, 女之就夫, 比若男子之就官也, 當得衣食焉. 女之就夫家, 迺當相與倂力同心治生, 乃共傳天地統, 到死 尙復骨肉同處, 當相與倂力, 而因得衣食之. 令使賢且樂, 令使不肖者且苦. 比若土地, 良土其物善, 天亦付歸之. 薄 土其物惡, 天亦付歸之. 不奪其材力所生長也. 天地尙不奪 汝功, 何況人乎哉. 如是則凡人無復殺其女者也. 善哉善哉, 一大深害除矣, 帝王太平已至矣. 眞人何以知之乎. 然, 夫 父母與子, 極天下之厚也, 不得困愁焉, 不宜殺之也. 毋乃 殺其子, 是應寇賊之氣, 大逆甚無道也. 故其亂帝王治最深. 夫女, 今得生不見賊殺傷, 故大樂到矣. 然, 子說是也, 可謂知之矣. 今天下一家殺一女, 天下幾億 家哉. 或有一家乃殺十數女者, 或有妊之未生出, 反就傷之 者, 其氣冤結上動天, 奈何無道理乎. 故吾誠☐☐重知之也. 夫人各自衣食其力, 則令婦人無兩心, 則其意專作事, 不復 狐疑也. 苦而無功, 則令使人意常不和調. 此者, 乃天性自 然之術也. 眞人愼之, 無去此書, 以付仁賢之君, 可以除一 大冤結災害也. 愼吾書言, 以示凡人, 無肯復去女者也, 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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則且應天地之法也, 一男者得二女也. 故天制法, 陽數者奇, 陰數者偶. 大中古以來, 人失天道意, 多賊殺之, 迺反使男 多而女少不足也. 大反天道, 令使更相承負, 以爲常俗. 後 世者劇天下惡過, 甚痛無道也. 夫男者迺承天統, 女者承地 統. 今迺斷絶地統, 令使不得復相傳生, 其後多出絶滅無後 世, 其罪何重也. 此皆當相生傳類, 今乃絶地統, 滅人類, 故 天久久絶其世類也. 又人生皆含懷天氣具迺出, 頭圓, 天也. 足方, 地也. 四支, 四時也. 五藏, 五行也. 耳目口鼻, 七政 三光也. 此不可勝紀, 獨聖人知之耳. 人生皆具陰陽, 日月 滿乃開胞而出戶, 視天地當復長, 共傳其先人統, 助天生物 也, 助地養形也. 今天地神信此家, 故天地神統來寄生於此 人, 人反害之, 天大咎之, 而人不相禁止, 故天使吾出此書 以示後世也. 事已發覺, 而復故爲者, 名爲故犯天法, 其罪 增倍, 滅世不疑. 眞人愼之, 自勵自勵. 唯唯. 子今旣已發覺 此事, 而逃亡其書, 子代人得罪坐之矣. 不敢不敢. 行去, 各 爲身計. 唯唯. 右分別說貧富君王行之立吉禁人斷絶地統以興男女平復王 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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