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타야단편집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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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Ночь



아침, 알렉세이 페트로비치의 엄마1)는 입이 찢어지도록 하 품을 한다. 브라보! 전진! 새 아침이 밝았다. 선인장은 반짝 이고, 커튼은 가볍게 팔랑거린다. 이미 어둠 왕국의 성문은 세차게 닫혔다. 사나운 용들, 버섯들, 그리고 무서운 난쟁이 들은 지하 세계로 다시 사라졌다, 새 삶을 경축한다, 전령은 나팔을 분다. 새 아침이다! 새 아침! 뿌-뿌-뿌-우-우 -우! 엄마는 손가락으로 숱이 거의 없는 머리를 재빠르게 긁 는다, 파란 핏줄이 불거진 육중한 다리를 높은 침대 밖으로 내민다. 잠시 그렇게 멈추어 생각하게 한다: 엄마가 80년간 차곡차곡 축적해 온 135킬로그램의 무게를 어떻게 지탱하 고 다닐 것인가? 알렉세이 페트로비치는 눈을 떴다. 잠의 여운이 서서히 그의 몸에서 빠져나간다. 마지막 까마귀 한 마리가 기억 저 편, 심연 속으로 사라지고 어둠의 방문객들은 어지럽게 흩 어진 자신들의 조잡한 소품을 챙겨 다음 공연 시간까지 무 대를 떠났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바람이 알렉세이 페트 로비치의 벗겨진 머리를 희롱하고, 뻣뻣한 턱수염이 손바닥 1) 원문에서 ‘엄마라는 ’ 단어의 첫 알파벳은 항상 대문자로 표기되어 있다. 이 러한 특징을 살리기 위해 본 번역본에서는 진한 글자로 구분한다. 첫 알파벳이 대문자로 표기된 다른 단어들도 동일하게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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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찌른다. 일어날 때가 된 건 아닐까? 엄마는 곧 치장을 할 것이다. 거대한 산과 같은 우람한 엄마의 풍채. 그에 비해 알렉세이 페트로비치는 왜소하기 그지없다. 엄마는 모든 것 을 알고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말 그대로 전능자다. 그녀 가 말만 하면 모든 일은 그녀의 뜻대로 될 것이다. 반면, 페 트로비치는 늦둥이, 자연의 실수, 말라버린 씨앗, 잡초, 아 궁이에 던져질 운명이나 우연히 알곡들 틈에 끼게 된 쭉정 이, 그때 마침 ‘씨 뿌리는 자가 ’ 알곡들과 함께 대지에 뿌렸 다. 이제 일어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직 이른 걸까? 칭얼 대지 말자. 엄마는 아침의례를 치루고 있는 중이다: 손수건 으로 팽-코를 풀고, 기둥 같은 다리에 스타킹을 씌우고 잡 아당긴다, 육중한 허벅지에 이르러 하얀 고무줄로 흘러내리 지 않도록 단단히 묶는다. 열다섯 개의 단추가 달린 낡은 아 마포의 코르셋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가슴을 곧추세워 고정 시킨다. 아마도 열다섯 개의 단추가 등 쪽에 있었다면 그것 을 채우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곧이어 엄마는 헝 클어진 머리칼을 머리 꼭대기로 틀어 올릴 것이다. 그다음 밤새 깨끗한 컵에 갇혔던 틀니가 물기를 살살 털며 날아오 를 것이다. 곧이어 흰색 내의를 입을 것이다. 그것은 등에 늘어진 동아줄, 작업용 사다리, 비상구를 감쪽같이 가려준 다. 곧바로 웅장한 건물은 뻣뻣한 푸른색 씌우개로 가려질 16


것이다. 그리고 그 웅장한 궁전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놀랄 일이야. 늘 하나도 틀림이 없어, 엄마는 대단해. 모두가 잠에서 깨어났고, 주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 자와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웅성거린다. 요란스럽게 방 문 닫히는 소리, 사람들이 와글와글 양치질하는 소리, 옆방 에서는 접시 덜그럭거리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렇게 새벽 배는 선착장을 떠났다, 배는 돛에 한껏 바람을 머금고 푸른 물살을 가르며 질주한다. 멋진 의상을 입은 유람객들, 선상 에서 서로에게 웃음을 던지며 이야기를 나눈다. 앞에 보이 는 저 육지는 어디지? 배를 운전하고 있는 엄마는 이 배의 선장이다. 엄마는 갑판 꼭대기에 서서 시퍼런 바다의 수면 을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다. “알렉세이, 일어나! 면도하고, 이 닦아야지. 귀도 물론이 야! 깨끗한 수건 가지고 가. 치약 뚜껑은 돌려서 열어라! 물 내리는 거 잊지 말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 알아들었니?” 알았어요, 알았어. 엄마. 엄마는 항상 옳은 말만 한다. 드 넓게 펼쳐진 지평선처럼 그녀의 말은 언제나 간단명료하고 이해하기 쉽다. 노련한 안내인과 함께하는 항해는 얼마나 안전한가! 선장실에는 컬러판의 낡은 지도가 펼쳐져 있다, 지도 표면에는 배의 항로가 붉은 펜으로 그려져 있고, 곳곳 에 도사리는 모든 위험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호로 표 17


시되어 있다. 어떤 곳엔 성난 사자가 그려져 있고, 어떤 해 변에는 코뿔소가, 또 다른 곳엔 고래가 등에서 분수를 내뿜 고 있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큰 눈과 꼬리를 가진 가장 위험한 바다 처녀도 있다. 그녀는 매우 미끈한 몸매와 독기 어린 눈빛을 빛내며 유혹적인 자태를 하고 있다. 이제 알렉세이 페트로비치는 세수를 하고 단장을 해야 한다. 엄마는 바닥에 물을 흘리지는 않았는지 늘 검사하러 온다. 바닥을 더럽히면 옆방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기 때문 이다. 그러고 나면 맘마 먹을 시간이다! 엄마는 오늘 뭘 줄 까? 욕실로 가려면 부엌을 지나야만 한다.2) 그곳에서는 할 머니들이 가스레인지 앞에 모여 수군대며 독약을 끊인다, 그들은 이상한 풀뿌리들을 냄비에 넣는다, 기분 나쁜 시선 으로 지나가는 알렉세이 페트로비치를 응시한다. 엄마! 그 들이 나를 못살게 굴지 않게 해줘! 바닥에 물을 조금 흘렸다. 어쩌지. 복도는 이미 북새통이 되었다. 여자들과 남자들이 현관 을 나서며, 요란스레 열쇠와 지갑을 챙긴다. 불투명한 유리로 된 구석방 문이 열려 있고, 문지방에 욕 2) 알렉세이와 엄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 중의 하나인 공동 주택(코 뮤날카)에 살고 있다. 여기에서는 여러 가구가 하나의 화장실과 욕실,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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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쟁이 바다 처녀가 서서, 실실 웃으며 알렉세이 페트로비 치에게 윙크를 한다. 삐딱하게 서서 담배 연기를 내뿜더니, 슬쩍 치마꼬리를 들추고 다리를 내보이며 그물을 던진다: 내 그물에 걸려들지 않으련, 응? 그러나 그때 엄마가 탱크처 럼 돌진해 온다, 붉은 바퀴를 거세게 굴리며 경적을 울려댄 다. 길에서 비켜, 비키라고! “이 쌍년아! 저리 꺼져버려, 내 말 안 들려! 아직도 모자 라 병든 사람까지 꼬시냐!” “허! 재수 없어!” 바다 처녀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방으로 잽싸게 달린다. 살았다. 휴-우-우. 여자들은 이상해. 뭘 원하는 건지 알 수 없어, 하지만 가슴이 울렁거 려. 지나가면… 묘한 냄새가 나고… 그리고 그들에겐 다리 가 있어. 거리에 그들은 아주 많다, 모든 집에, 이 집에도, 저 집에도, 또 저 집에도, 모든 집에 있다. 그들은 숨어서, 허 리를 굽히고 무언가 헤집기도 하고, 때로는 손뼉을 치며 시 시덕거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알렉세이 페트로 비치에게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는 책상에 앉아 여 자들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언젠가 엄마는 근교 해변으로 그를 데려갔었다. 그곳엔 여자들이 아주 많았다. 한 여자가 있었다…. 털이 북슬북슬 난 요정 같은… 아니 강아지 같 은…. 알렉세이 페트로비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었다. 그 19


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뭘 보고 싶어?−요정이 소리를 질렀다−저리 가. 꺼지 라고, 재수 없어!”

엄마가 뜨거운 냄비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냄비 속을 들여다본다. 그 곳엔 장밋빛의 퉁퉁 부은 소시지가 있다. 알 렉세이는 신이 났다. 엄마는 소시지를 접시에 놓고 비닐 껍 질을 벗긴다. 알렉세이의 손가락 사이에서 작은 칼이 자꾸 미끄러진다. 식탁의 한 귀퉁이, 식탁보를 찍찍 긁을 뿐이다. “손으로, 손으로 소시지를 집어!” 아, 그렇지, 엄마는 완벽한 길잡이 별이다! 황금의 별! 온 갖 지혜로 복잡하게 엉킨 어떤 실타래도 풀어낸다! 출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어떤 미로도 위대한 손으로 부숴버릴 수 있고, 어떤 장벽도 허물어버린다. 그리고 나면 탁 트인 평탄한 대로! 이때 용감하게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 그러나 얼마 후 다시 빽빽하고 어두운 숲이 나타난다. 알렉세이 페트로비치의 머릿속에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 다. 그 세계는 참된 세계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 다. 반면, 바깥 세계는 어리석고, 부정하다. 이 세계에서 선 과 악을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세상 사람들은 서 로 조건을 만들고 약속을 하며, 너무나도 어려운 규칙을 써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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