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바로보기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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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로보기 언론 모니터의 이론과 실제

임동욱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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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미디어

소통과 설득 소통은 어렵다. 그러나 꼭 필요하다. 왜? 소통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함 께하기 어렵다. 동물들도 공생을 위해 소통을 한다. 개미들은 번식을 위해 한 집에 하나의 여왕개미만이 기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여럿의 여 왕개미들이 함께 공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여왕개미들이 기거하는 경우 최적의 생존을 위해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여왕개미만 선택한다고 한다. 병정개미나 일개미들이 최적의 선택을 위해 최강의 여왕개미만 남겨 놓고 때로는 자기 어미인 여왕개미까지도 제거한다고 한다. 개미들이 자기 어미인 여왕개미까지도 제거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최적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개미나 꿀벌들은 암묵적(본능적) 소통으로 종족 보존과 공존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암묵적인 소통이 있기에 개미들은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인 여왕 개미까지도 죽이며 공존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말과 글이라는 훌륭한 소통(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기 때문에 개미들처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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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말과 글 그리고 여타의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서로의 의사와 의 중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우리 인간은 다양한 의사소통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움을 하고 전쟁을 하면서 공멸의 길로 내몰리기도 한다. 공존을 위한 싸움도 아니고 나만 살자고, 남을 아무런 이유도 없 이 죽음의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세상은 말로 시작해 뜻을 나누며 사는 것이다. 말로 시작한다는 것 과 뜻을 나누며 산다는 것에는 모두 소통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가 말을 하더라도 뜻이 통하지 않으면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형식적인 의미만 포함된 말만 오간 것이지 뜻이 통하지 않은, 즉 서로 공감을 하지 않은 말만 오간 것은 소통이 아니다. 소통이란 의미에는 말하는 사람들의 뜻과 함께한다는 공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소통은 영 어로 하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인데, 커뮤니케이션은 원래 라틴어 ‘communis’에서 유래했다. ‘communis’에는 공통 또는 공유라 는 뜻이 담겨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사람 또는 생물체들이 지식, 정보, 의견, 신념, 아이디어, 감정 등을 다른 사람 또는 생물체들과 공유하거 나 함께한다는 의미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소통, 교통, 말길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소통은 두 사람 이상이나 개체가 기호를 매개로 하여 서로 공통된 의미, 즉 경험 영역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다.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은 두 사람이 공통 경험의 영역이 많아서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복잡 한 기호나 언어 없이도 잘 생활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부 사이도 경험의 영역이 잘 조화되어 소통(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부부는 평생을 해로하며 화목하게 살아간다. 경험의 영역이 겹치 지 않는 부부는 서로 자기의 경험만을 토대로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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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B 공유

B

그림 1-1. 공유의 의미

는 주장만을 되풀이하다가, 즉 의사소통이 안 되어 이혼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오랫동안 함께한 부부는 경험의 영역이 비슷해져서 얼굴도 닮 아가고 식생활 등의 생활 관습도 비슷해진다. 운동선수 사이에서도 호흡이 잘 맞는 선수들은 서로 눈빛만 보아 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경험의 영역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합숙훈련, 전지훈련,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경험의 영역이 공유되고 소통이 잘 되는 축구나 농구, 배구 선수 들은 보지도 않고 뒤로 패스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각각 서 로 다른 주장을 하며 조화가 안 되어 단합을 이룰 수가 없다. 인간의 언어는 다양한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소통의 수단인 매 체의 발전은 손짓, 발짓 등의 보디랭귀지, 그리고 무엇인가를 그리고 (그림), 표현(표지나 신호)했을 것이며, 그 후 말이 탄생했고 그다음 글 이 나타나게 됐다. 그 후 종이 형태의 책, 신문, 잡지가 등장했다. 아주 먼 원시시대에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 인간은 소통을 위 해 손짓, 몸짓, 발짓 등 다른 소통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했을 것 이다. 이른바 보디랭귀지로 의사소통을 했다. 점차 음성으로 의사소통 하는 원시적 음성소통의 단계를 거쳐 말이 생겨나고 그 후 신호나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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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 의사를 표시하는 형태가 발전하며 원시적 형태의 글이 발생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단계적 의사소통의 변화는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뜻을 함께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체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 연적인 발생이자 필연의 결과라 볼 수 있다. 설득은 소통을 위한 인간의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소통을 원 활히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우리는 온갖 노력을 다한다. 소통이 잘 안 되니 마음이 답답하고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니 섭섭하다.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뜻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과 비슷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 다른 사람 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내가 설득을 당하든지, 즉 두 사람의 뜻이 비슷 해지고 공유가 되어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설득이란 타인에게 특정 행동을 일으킬 것을 목적한, 즉 어떤 영향 을 미치기 위한 일련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설득 대상이 될 사람에게 그의 이성과 감정에 호소해서 그 사람으로부터 심리적 동의를 얻는 것 이다. 우리가 우리 주위의 사물들을 우리의 뜻대로 다른 방향으로 옮겨 놓는 것과 같이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능력을 설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지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사람과 뜻을 함께하는 것이 설득이다. 물론 인간은 총이나 칼로 위협을 한다든지 또는 돈으로 매수해서 다른 사람들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바 로 소통과 설득이라는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 은 싸움이나 위협 등을 통해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강제적으로 상대방 을 굴복시키는 방식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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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간은 싸움보다는 설득과 소통을 통하여 분쟁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인간들은 언어나 기호, 신호, 표시 등 의 소통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동물들이 가지지 못하는 소통의 수단이 다양하 고 설득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이 있기 때문에 동물과 구별된다. 우 리는 인간들이 폭력이나 강제적인 힘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의 의지나 행동을 바꿀 때는, 예를 들어 강도나 폭력배들이 칼이나 주먹 등을 사용 해서 다른 사람을 제압하거나 자기의 목적을 이룰 때에 우리가 그런 사 람들을 금수보다 못하다고 부르는 것은 바로 그들의 행동이 동물과 다 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폭력이나 전 쟁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답지 못한 행위다. 2003년 봄, 미국 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던 이라크에 대한 공격도 외교나 타협, 설 득의 방법이 아닌 무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나라들에서 비 난을 받았다. 특히 유엔이나 다른 여러 회의체 등을 통한 설득의 방법 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폭력적인 방법인 군사력을 고집하는 것 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통과 설득의 방법을 포기한 것이다. 미국에 의한 일방적 전쟁을 두고서 야만의 시대가 다시 왔다고 하는 이유가 바 로 이 때문이다. 또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소통이 부족하 고 설득이 결여되었다는 것은 4대강 등의 사업에서 시간을 두고 국민과 소통하기보다는 단기간에 밀어붙여 성과만을 내려는, 즉 설득 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성과주의는 소통과 설득을 우선시하기보 다는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행동이 앞설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이성의 시대에는 소통과 설득이 우위를 차지하고 야만의 시대에는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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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과 무력이 우선시되었다. 미디어 바로보기는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와 지식을 얻고, 그 지식과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과 잣대를 정하는 방법을 체득해 나간다. 미디어 읽기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과 방식을 배워 가는 과정을 말한다. 미디어 읽기 를 제대로 해야 우리는 세상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

미디어 읽기의 의미와 중요성 미디어 읽기란 넓은 의미의 미디어 읽기, 미디어의 역사나 매체 특성, 조직의 특성 등의 미디어 전반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좁은 의미 의 미디어의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내용의 모니터)을 모두 포함한다. 우리는 현대를 특징짓는 것 중의 하나로 주저하지 않고 매스미디 어를 꼽는다. 매스미디어는 우리말로 대중매체라고 하는데 대중매체 를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들여다본다. 최근에는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 매체들이 여론을 중시하고, 그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 각종의 여론조사 를 실시한다. 우리가 여론이나 지식, 정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을 우 리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최근에는 전자 우편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하 여 알게 된다. 다시 말하면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접해서 알게 된 지식이나 정보도 있지만 대부분의 세상사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하여 얻고 있다. 그런데 만약 텔레비전이나 신문이 알려주는 정보나 지식이 잘못 되고 우리가 여론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왜곡된 것이라면, 우리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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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세계나 그 세계에 관한 상식과 잣대도 잘못된 것이다. 이렇듯 대중매체는 우리의 일상사를 매일매일 지배하며 새로운 것들을 알려주 는, 즉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미디어(언론)가 말하는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 기만 할 뿐 그들이 말하는 세상이나 지식, 정보에 대해 의심을 가지지 않는다. 매일 매일의 노출에 의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에 스며들고 체 화되어 그들이 제공한 지식과 정보, 여론 그리고 그들의 시각이 우리의 시각으로 받아들여진다. 미디어 바로보기란 언론이 말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른 말로 하면 미디어 바로보기란 언론이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약간은 삐딱하게(?) 보자는 것이다. 삐딱하게 본다고 해서 언론이 말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무조건 틀렸다고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상당 부분이 진리나 진실 더 나아 가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언론을 대하자 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그들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분야, 예를 들어 정 치나 경제, 복지나 문화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식견이 있는 사람들조차 도 언론이 말하는 것을 상당 부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언론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언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 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언론을 꼼꼼하게 볼 수 있다. 좁은 의 미의 언론 모니터를 하더라도 넓은 의미의 미디어 보기를 하지 못하면 제대로 언론의 내용을 모니터 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신문 기사나 방 송 뉴스는 그 언론사가 처한 언론 정책과 제도의 영향을 받고, 그 정책 에 의하며 임명된 언론사 경영진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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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언론의 사회적 맥락을 모른다면, 아 이 기사는 잘 쓰였구 나 혹은 이 뉴스는 문제가 없구나 하고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읽기는 언론이나 미디어를 감시하고 감독하여 그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비판하고 격려하는 일종의 자기 헌신이 담겨 있다. 미디어 바로보기에는 낭만이나 멋보다는 진지함과 철저함이 담 겨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좁은 의미의 미디어 읽기, 즉 언론 모 니터에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를 시작하려고 해도 그 방법을 잘 모른다. 모니터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어떻게, 왜, 어디서 해야 하는지 모른다. 2000년대 들어, 특히 방송법에 미디어 액세스의 개념이 도입되 어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 특히 방송 모니터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디어 액세스란 이전의 일방적인 정보 송출 방식에서 벗어나서 수용자들을 매체에 접근시키자는 의도에서 도입된 개념이다. 수용자 들이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이 독자 참여의 확대나 옴부즈맨 프로그램, VJ 프로그램 을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방송국들도 방 송 모니터 요원들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주부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방 송국에서 모니터 요원을 뽑는다고 하면 모니터 요원이 상당히 매력 있 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모니터가 방송국과 관련되어 있어 매스컴과 관련된 모든 것은 멋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럴 것이다. 요사이 청소년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마이크를 들이대면 피하 는 것이 아니라 이 장면이 방송에 나가느냐, 방송에 나가면 나도 연예인 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해 오히려 마이크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들을 당황케 한다. 이런 반응은 예전의 대중을 피동적이고 수동적으로 바라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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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언론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제대로 된 언론 바로 보기가 되어야 한다.

미디어는 세상을 여는 창 미디어는 세상을 여는 창이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일들을 우리의 눈을 통해서 본 것이 아니 고,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서 보고 있다. 지금 본인이 글을 쓰고 있는 연 구실 앞에는 커다란 창이 있다. 그러나 그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주 로 주차장의 차들이나 건물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뿐이다. 다른 건물 들이나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풍경들은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본인이 볼 수 있는 것은 창 앞의 일들이나 풍경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세상은 광주, 한국, 세계, 우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온갖 일들이나 사물, 사건, 풍경들 중에서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다. 그러나 연구실의 창을 통해서 본 것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 다. 다른 사람의 창을 통해서 그리고 더더욱 많은 것들은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서 보고 배워 왔다. 미디어에는 그림 책, 글자 책, 전자 책, 잡 지, 신문, 방송, 영화, 광고,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인 스마트폰 등도 포함된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을 미디어를 통해서 보아 왔다. 그러나 그 미디어들도 극히 제한적인 것만을 보여 주었고 그나마 도 미디어가 보여 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 주었다. 미디어 읽기가 중요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대부분 이 진실 또는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 한 예로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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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적인 근거와 수많은 관찰에 의해서, 즉 갈릴레오가 본 창을 통해서, 지구는 둥글다고 말했으나 그 당시의 많은 사람들은 갈릴레오가 본 사 실들을 믿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본 창이나 자기가 믿고 싶은 일(사실이 아니고)만을 믿었다. 그 당시 대부분의 미디어들도 갈 릴레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을 보여 주 었다. 그러나 이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그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 지 않는다. 이렇게 확실한 사실도 누가, 누구의 창을 통해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일이 완전히 왜곡될 수 있다.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우리는 지금도 2002년 월드컵 당시 의 환희와 열광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2002년 월드컵 때도 본인은 한 국의 경기를 한 번도 경기장에 가서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광장 에서, 거리에서, 집에서 TV를 보며 열광을 했다. 그 때의 열광도 환희도 텔레비전 3사가 중계해준 경기, 즉 방송국이 제공한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말한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왜 우리는 현장에서 우 리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라는 타인의 창을 통해 서 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것을 잘 설명하는 것이 의제설정이론과 문지기이론이다.

의제설정 이론

우리가 미디어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민감한 여론의 형성에 중요한 역 할을 한다고 잘 설명하는 것이 미디어의 의제설정 이론(agenda setting) 이다. 의제설정이론이란 언론이 수많은 쟁점과 이슈 중에서 특정 쟁점 을 선택하여 중요한 것으로 강조하여 부각시킬 경우 수용자들은 언론 이 제기한 쟁점을 중요한 것이라고 여긴다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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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많은 정보와 지식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파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일들과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을 직접 우리의 눈을 통 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서 본다. 미디어는 세계를 보는 창이다. 우리는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서 현실을 인식한다. 그러나 과연 세계를 드러내는 창이 객관적으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가? 우리가 대부분 들여다보고 내다보는 세상이 정말 사실과 진실에 얼 마나 부합할까? 아니면 우리가 현실을 직접 보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을 다른 모습으로 비추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 가 내보내는 현실, 그중에서도 특히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사실 이라 믿고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매콤과 쇼(McCombs & Shaw)는 1968년과 1972년의 연구에서 언 론 수용자들은 언론을 통해 공공 이슈와 다른 사물들을 배울 뿐만 아니 라 미디어가 얼마나 크게 자주 그리고 중요하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그 이슈나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된다고 했다. 매스미디어 가 언제, 무엇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쟁 점이 결정된다. 언론의 정보 선택과 배열이 수용자의 인지에 영향을 미 친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구에서 언론이 보도를 통해 강조하는 이슈와 수용자들이 중요하다고 지각하는 이슈나 주제가 매우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사회적으로 대수롭지 않은 것도 언론이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보도하면 수용자들도 중요하다고 여기고 중요한 주제도 언론 이 작게 보도하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정연우, 1999: 40∼41). 의제설정 이론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막연하게 이야기할 때는 효 과가 없지만 무엇인가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더욱 효과 를 발휘한다. 막연한 화제나 주제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의제로 선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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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나 쟁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의제 설정 기능이 효과를 발휘한 다(이정춘, 1986: 399). 매콤과 쇼는 1968년 미국 대통령선거 캠페인 과 정에서 매스미디어가 유권자들의 태도 변화에는 별로 효과를 내지 못 했지만 공중에게 무엇이 당면한 주요 논제인가를 설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아냈다. 유권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높은 순 위를 매긴 논제들은 바로 매스미디어가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여 취급한 논제와 일치하는 성향을 보였던 것이다(최정호, 1995: 64). 예를 들어 언론이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문제를 크게 보도하고 연 일 월드컵 관련 뉴스를 싣거나 경기를 중계해 주면 사람들의 눈과 귀는 온통 월드컵 경기에 모아진다. 이와 상대적으로 남북문제나 경제 위기, 실업 등 심각한 문제는 월드컵에 가려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된 다. 민감한 쟁점이 떠오르거나, 아주 박빙의 선거가 치러지고 있을 때 는, 언론이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 따라, 즉 의제 설정에서 그 의제를 부 각시키거나 빼 버리거나 또는 의제를 다루는 방법에 따라 선거에 영향 을 미치게 된다.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 막바지에 터진 민주통합 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사건은 선거 막판에 큰 의제가 되었고, 이는 어 떤 식으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선거가 치러진 며칠 후에 조사된 여론조사에서도 김용민 후보의 ‘막말 사건’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조사되었다.

문지기 이론

언론은 수많은 정보를 차단하고 통과시키는 문지기(gate keeping) 기 능을 하고 있다. 정보의 게이트 키퍼로서 보도국은 보도해야 할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 그리고 보도 형식과 보도의 크기 등을 선택한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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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언론이 뉴스를 보도할 때 매일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 중 에서 극히 일부만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의제 설정 기능에 의한 선 별적 뉴스 선택 과정은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작업인 문지기 기능을 통 해서 이루어진다. 마치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키는 문지기와 같이 보도 국은 언론의 문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의제들 중 무엇을 세상에 보여 줄 것인가를 실무적으로 결정하는 과정 이 문지기 기능이다. 게이트 키핑 개념은 화이트(White)가 엄청나게 들어오는 통신정 보 중에서 소수의 제한된 뉴스 항목만을 선택하는 일에 종사하는 통신 사 뉴스 편집자의 활동을 설명하면서 제안되었다(McQuail, 1990: 200). 화이트에 의하면 기자들은 엄청난 정보 중에서 그들이 선택한 정 보만이 뉴스로 채택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는 정보 를 통제하는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뉴스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이다. 문지기 역할은 뉴스의 객관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의견과 사실의 엄격한 분리를 요구한다. 따라서 기자는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 적 시각에서 정보를 선택하고 처리해 수용자들에게 알리는 작업, 즉 문 지기 역할을 한다. 문지기로서의 기자의 인식은 수많은 정보들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찾고, 해설하고, 보도하는 능력에 기초한다. 그래서 기 자들은 언론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공직 서비스를 제 공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강명구, 1993: 62). 매퀘일(McQuail)은 구체적으로 기자들이 뉴스를 최종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들을 사람, 공간(장소), 시간이라고 지적했 다(McQuail, 1990: 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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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람과 관련하여 신문기자들은 그들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 원을 가지고 있으며 제도적인 수단에 의해 저명인사들 즉 신문협의회 와 광고 대행업자들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뉴스는 종종 사건 그 자체 를 보도하기보다는 사건에 대해 저명인사가 말한 것을 보도한다. 저명 인사의 말은 어떤 상황에서는 뉴스거리가 될 수 있으며 그 사람이 장래 의 사건에 대해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가능성이 더욱 크다. 둘째, 뉴스 수집 과정에서 장소는 중요하다. 뉴스는 과거에 뉴스가 치가 있는 사건이 일어났거나 공중의 장소, 예를 들어 법정, 경찰서, 의 회, 비행장, 병원 등을 관찰함으로써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공 간 개념으로 볼 때 뉴스 적용 범위를 사전에 계획하는 것은 뉴스 발생 가능 장소에 대한 일련의 가정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최 근 중동이나 극동 같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사건이 발생하거나 발생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지역에 뉴스 특파원의 파견이나 지사 등의 확충으로 미리 장소에 대한 예측을 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장소의 문 제는 물리적인 근접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뉴스의 흐름과 선택에 상당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수용자들이 거주하 는 도시, 지역 또는 국가에 더 가까울수록 뉴스가 될 가능성은 더 클 것 이다. 하지만 권력이 개입되는 사건, 규모가 크거나 부정적 이미지가 큰 사건이 발생하면 근접성은 무시될 수 있다. 셋째, 뉴스를 정의할 때는 이미 시간이라는 요소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뉴스 선택에서 시간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은 결코 놀랄 일 이 아니다. 적시성은 참신함과 적절성 모두를 의미하며,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시간의 장벽을 극복하는 능력을 증 대시킨다. 신문에서 최초 또는 특종의 중요성은 뉴스를 선택하거나 저 명성을 부각시키는 뉴스 제작 시 더 비중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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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도 뉴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때와 장소에서 그 사건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것은 방송의 예 상에 딱 들어맞는 사건들을 뉴스로서 보도할 기회를 증가시킨다. 따라 서 기자들은 그들의 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으로 뉴스의 유형을 개 발하고 있다. 뉴스 유형에 포함된 시간적 요소는 사건을 취급하는 경성 뉴스(hard news), 배경이나 시간에 제약이 없는 연성 뉴스(soft news), 즉각적이며 매 우 중요해서 프로그램 사이에 끼어드는 스폿 뉴스(spot news), 미리 예정되 어 있는 뉴스(pre-scheduled news), 예정되어 있지 않은 뉴스(unscheduled news) 또는 부정기적인 뉴스(non-scheduled news) 등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그 신문사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신문을 만들 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신문사의 기사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는 것을, 또한 방송국의 형태에 따라, 공영방송이냐 상업방송이냐에 따 라 방송의 내용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일반 시청자들은 방송 프로그램도 시청률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시청률은 광고에 영향을 미치고 광고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 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신료를 내지 않는 프로그램의 시청은 공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또한 이미 내가 제품 을 살 때 제품의 판매액에 광고료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는 넓고 꼼꼼히 보아야 한다. 언론 모니터라 는 것은 단순히 신문 기사의 내용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만을 들여 다보는 것만은 아니다. 언론의 사회적 맥락과 거시적 맥락을 알거나, 언론 모니터를 꾸준히 해 온 사람들은 언론의 내용만 보아도 기사나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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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램의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행간에 숨겨진 의미까 지도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언론 모니터에 고도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나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들에게만 기대할 수 있 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조차 하나의 매체에만 오래 노출되면 그 매체의 논리에 함몰된다. 그래서 언론 읽기가 필요하고 언론 읽기는 언론 내용 뿐만이 아니라 언론의 사회적 맥락 이해하기까지도 포함한다. 미디어를 바로 보는 것은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뿐만이 아 니라 언론의 역사, 언론 정책, 언론 조직의 성격, 저널리즘의 특성 등을 포함해서 미디어 전반을 꼼꼼히 넓고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미디어의 변화와 소통 인류는 소통(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축적해 온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산력을 끊임없이 증대해 왔다. 생산력의 증대와 부 의 축적은 크게 세 가지 혁명을 거치며 더욱 확대된다. 이 세 가지 혁명 은 인간이 서로의 뜻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소통 수단을 지속적으로 확 대해 온 결과다. 미디어는 생산 수단의 하나로서 인간은 미디어의 혁신과 확장을 통해 소통을 원활히 하고 설득을 하며, 때로는 투쟁과 정복을 통해 생산 력을 증대시켜왔다. 미디어의 변화와 혁신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 을 미쳤다. 생활방식과 생산양식은 인간의 소통(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소통 방식의 변화는 인간의 생산양식에 영향을 미 치며 소통수단인 매체의 발달을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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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

인류가 크게 경험한 세 가지 혁명의 하나는 농업혁명이다. 농업혁명은 대략 기원전 7,000년경 인류가 수렵·채집 경제에서 곡류의 재배, 가축 사육에 성공하여 생산력의 획기적인 증대를 이룬 것을 말한다. 신석기 혁명이라고도 부르는데 18세기 발생한 산업혁명과 맞먹을 만큼 인류 변천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간은 농업혁명을 계기로 이전의 채 집·이동의 시대를 떠나 정착·정주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원시인들은 주로 동굴에 살며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이동생활을 했다. 원시시대의 인간들은 자연 상태에서 채집을 하고 사냥을 하는 자 연 경제가 주를 이루었으나, 살아가는 방식의 혁신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동굴에서 나와 평지에 움막을 짓고 촌락을 이루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탈 농법으로 인해 농경지를 자주 바꾸어야 했기 때문에 거 주지의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점차 농경지의 규모가 큰 평야 지대로 이 동하여 생산력이 급격하게 증대된다. 사람들은 점차 한곳에 정착하여 모여 살게 되면서 더욱 큰 규모의 취락을 형성하게 된다. 농경과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인류 생활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 농산물의 경작과 가축의 사육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됨에 따라 인구 가 증가하고 부의 축적과 생산력의 증대가 이루어진다. 사회적으로는 혈연적인 씨족사회가 형성되었고 부의 축적이 이루어짐에 따라 부를 후대에 물려주려는 부계 사회가 강화된다. 원시시대의 생활방식은 동 물들의 생활 방식과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중심이 되는 모계사회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시사회는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식이 독립할 때 까지 어미가 돌봐 주는 모계 중심의 사회였으나, 농업사회는 부의 축적 이 이루어지고 권력이 집중되면서 아버지가 중심이 되는 부계 사회로 변화해 나간다. 모계 중심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모든 감각 수단을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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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복수 감각적 직접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적이며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루었을 것이다(박기태, 2006: 26). 농업사회에서는 인류의 평균 수명이 길어져 사회적으로는 사람들 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사회 경험이 축적되게 되는데, 이는 문화의 향수 와 학습을 가능하게 했다. 경제적으로는 농경, 저장, 주거 등을 향상시 키는 도구의 제작이나 기술의 개선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 연 환경에 순응하기보다는 의도적, 계획적으로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 한다. 인간의 기획력, 상상력이 급진전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의 사소통 수단도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이를 표현하고 즐기려는 취미생 활과 문화생활도 다양해진다. 앨빈 토플러가 제1의 물결이라고 부르는 신석기혁명 또는 농업혁명은 인류의 생활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왔다. 농업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표현하고, 말하고자 하는 의지는 더욱 늘어나고 이는 문자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문자의 기원은 구석기 중기인 기원전 5만 년경, 돌이나 뼈에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새긴 조각 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그 후 점차 흔해져 기원전 1만 년경에는 선 사인류(先史人類) 문명인이 흔히 사용하던 그림(회화) 문자가 된다. 초 기 그림 문자는 단지 기억을 보조해 주는 수단에 불과했으며, 의사소통 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인류의 문명이 크게 발달한 중국·메소포타 미아·이집트·마야 등의 문자를 들 수 있다.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는 회화 문자의 형태로 나타난다. 회화 문자의 초기 형태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자는 기 원전 6000년에서 기원전 5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의 그림 문 자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총체적으로 뭉뚱그려 나타내고 있다. 이 그 림 문자는 언어와는 직접 관련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이런 단계를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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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의 단계에 도달한 문자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이집트의 신성문 자(神聖文字:hieroglyph)로 표의문자에 가까운 것이다. 신성문자의 경우, 도구·식물·동물 등 주변에 있는 것으로 수를 표현했는데, 이는 상형문자의 형태로 해, 산, 물 등을 나타내는 그림을 각각 그렸다. 그 당시 사람들은 추상적인 관념을 표시하기 위해 상징적 인 방법을 사용했는데, 가령 다리 둘을 그려서 ‘가다·걷다’를 표시하 고, 두 팔과 방패, 창을 든 모양으로 ‘전쟁’을, 말과 물의 그림을 합쳐서 ‘목마름’을 표시했다(네이버 백과사전, 2012.4.19). 무엇인가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림문자인 회화문자, 상형문 자가 나타나고 이는 현대적인 형태의 글자로 발전하게 된다. 이 시기는 농업혁명이 도래하고(기원전 7000년), 농업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기원 전 6000년에서 5000년쯤이다. 완전 그림과 같은 초기의 회화문자를 거 치며 상형문자가 발전한다. 중국의 한자도 초기의 거북등을 형상화한 완전한 그림문자인 갑골문자를 거치며 진전된 형태의 그림문자인 상형 문자로 발전한다. 농업혁명을 거쳐 인간은 문자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 고 소통의 수단(매체)을 점점 발전시켜 나간다.

산업혁명과 커뮤니케이션 혁명

1760∼1830년경에 이르는 약 1세기 동안 기계의 등장으로 종래의 수공 업 소규모 생산에서 대량생산의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전환된 산업의 일대변혁을 일컬어 산업혁명이라 한다. 방직기계의 등장으로 영국이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철저히 경험했고, 차츰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 었다. 이 산업혁명을 거쳐 비로소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확립되었다(네 이버 지식사전, 2012.4.19). 산업혁명은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로 초래된 지식정보의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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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러온 직접적 결과이자 원인이기도 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 식·정보는 기존의 과학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 다(박기태, 2006: 23). 1445년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후 인쇄 기의 확산과 함께, 글자를 매개로 한 인쇄 미디어가 급격하게 확산된다.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산업혁명의 핵심인 에너지 혁명에 힘입어 지식· 정보의 대량 확산에 기여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 후 성서의 발간 이 대중화되고, 대중소설, 잡지, 신문 미디어가 대량 전달 체계의 중요 한 미디어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맥을 함께하는데, 자본주의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인 16세기 상업자본주의를 거쳐, 18세기에 이르러서는 본원적 축적을 이루게 되는 산업자본주의를 맞게 된다. 자본주의는 상 업자본의 활발한 전개로 원시적 자본 축적이 이루어져 가내수공업 형 태에서 공장제수공업(manufacture)으로 생산 방식이 바뀌게 된다. 이 는 다시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은 자본과 노동이라는 새로운 생산 관계를 만 들어 내면서 생산 방식도 변화시킨다. 산업혁명은 1780년대 초의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촉발되었으며 이 는 에너지 혁명이라고도 불리게 된다. 에너지 혁명은 석탄의 이용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증기기관의 사용은 이전의 농업사회에서 사용한 사람 의 힘, 소나 말 등 가축의 힘이나 수차, 범선 등과 같은 에너지와는 확연 하게 다른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에너지의 측정 단위가 완전히 바뀔 정도로 생산력의 급격한 증대가 이루어진다. 생산력의 급격한 증대는 생산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생산 방식이 종전까지의 주문생산 또는 제한된 수요를 목표로 한 한정 생산 이 아니라, 국내외의 시장을 통하여 판매될 것을 상정하고 상품 생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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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즉 한정적 의미의 수용자를 예상하고 생산 을 하는 소극적 방식이 아니라 팔려나갈 것을 전제로 한 대량생산 체제 에 돌입하게 된다. 이는 산업자본주의의 생산조직과 경제체제가 대량 생산과 대량소 비 체제로 돌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대량생산 체제는 대량소비를 위해 대량전달 체제를 필요로 한다. 매스미디어가 바로 대량전달 체제다. 자 본주의의 확장에 큰 기여를 한 산업자본가들은 미디어 산업에도 뛰어 들어 적극적으로 대량전달 체제의 확립에 나선다. 이 시기에 상업신문 이 출현하고 광고가 출현하게 된다. 신문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 고 새로운 매체인 신문에는 대량생산을 대량소비로 연결해 주는 광고 라는 매체가 등장한다. 광고야말로 대량생산을 대량소비로 연결해 주는 아주 효과적인 매 체다.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도 광고가 없는 자본주의 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고는 대량소비와 대량유통의 첨병역 할을 하는 대표적인 대량매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으로 신문과 잡지 등의 전달 체제가 대량으로 확장되고, 이 확장된 대량전달 체제에 광고라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연결해 주는 연결 매개체가 가세했 다. 자본주의의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에서 대량전달 체제인 대중매 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량 전달체계인 대중매체는 다시 자본 주의의 확장에 기여하는 상호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 혁명

인류는 책과 잡지의 대량생산으로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경험하게 되고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온다. 대량전 달 체제의 혁신으로 인하여 지식·정보가 축적되고 축적된 지식·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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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생산력의 증대를 가속화시킨다. 축적된 지식·정보는 이제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하여 제2의 커뮤니케이션 혁명인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ICT)혁명을 맞게 된다. 이런 급속한 변화의 양식을 두고 다니엘 벨은 후기산업사회라 불 렀고, 앨빈 토플러는 정보화사회 또는 제3의 물결이라 불렀다. 벨의 후 기산업사회나 토플러의 정보화사회는 그 의미나 강조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 오늘날은 이를 통칭하여 정보화사회라 부르고 있다. 이들이 강 조하는 정보화사회의 특징은 산업사회와의 차별성과 이탈성이다. 정 보화사회는 산업사회 또는 공업화사회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양식을 가 지고 있다고 한다. 벨은 정보사회라는 새로운 사회의 특성이 경제 영역 과 직업 분포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론적 지식과 지적 기술이 기축 원리 로 등장하며, 기술 통제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데 있다고 했다(강 상현, 1996: 105). 1960년대부터 서서히 언급되기 시작한 ‘정보사회론’은 월트 휘트 만 로스토우의 󰡔경제성장의 제 단계󰡕(1960), 다니엘 벨의 󰡔이데올로기 의 종언󰡕(1960), F.맥크립의 󰡔미국에서의 지식의 생산과 분배󰡕(1962), 피터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1969) 등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초기 의 정보사회론에서는 교육·연구 개발, 정보, 커뮤니케이션과 서비스 부문 등을 지식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오리가 사, 1996/2004: 75∼77). 1980년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에 이어 정보화사회를 제3의 물결이라고 부르 며, 정보화사회는 생산양식과 생활양식 등 여러 가지 면이 근본적으로 산업사회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보사회는 컴퓨터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인터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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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져 급속한 진전을 하게 된다. 컴퓨터, 인터넷, 디지털 기술의 결합 은 심화하는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위력을 가장 잘 보여 주면서 자본의 확대 재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들어 지식과 정보, 커뮤니 케이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대기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들 미디어 기반 기업들은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급성장해 나간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확산은 개인과 조직, 집단의 커뮤니케이션 능 력을 무제한적으로 넓히며 생활양식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인터 넷은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영역을 만들며 시공간의 개념을 없앴다. 시간적으로는 예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선박이나 비행기 를 이용한 정보 전달 그리고 전화나 전보에만 의존했던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 우편, 메신저,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등 즉각적이고 동시 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되었다. 시간의 개념뿐만 아니 라 공간의 개념도 무너졌다. 인터넷으로 인하여 예전에 존재했던 국경 이나 물리적인 장벽의 개념도 없어져 지구 어느 곳이라도 소통이 가능 해졌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지식, 정보의 처리를 유기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하기 때문에 국경 등 물리적 장벽을 무너뜨리 고 시간적인 제약도 없애 버렸다. 인터넷은 출발 당시부터 시·공간의 개념을 무너뜨려 정보의 교류를 원활히 하면서 개방적인 형식의 소통 을 가능하게 했다. 전자 우편, 메신저, 문자 메시지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상호 네트워

* 이 주장은 정보화 사회가 자본주의와는 차원이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이냐, 즉 생산 양식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포함하는)이 근본적으로 다르냐하는 논쟁으로 이어진다. ** 타임워너, 뉴스코퍼레이션, 월트디즈니 등의 본격적 미디어 기업들만 아니라, 이제 마이 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기반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도 세계 500대 기업에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지식, 정보, 미디어 관련 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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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커뮤니케이션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로 진화한 인터넷의 상호작용성과 개방성 그리고 네트워크 체제는 소셜 미디어라는 또 다른 미디어를 만들어 냈다. 시공간의 자유로움과 개방 성, 상호 연결성은 지구촌과 세계 시장이라는 개념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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