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교육하기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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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로 교육하기 기업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사례연구교수법

안동윤

대한민국, 서울, 학이시습, 2014


책을 내며

사례는 우리가 일해야 할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장이야말로 전문가교육이 지향하는 ‘실용적 교육’의 출발점이다. 사례에 분석과 토 론을 더한 것이 사례연구다. 이 방법은 경영대학원에서 오랫동안 전문 가적 사고와 행동을 가르치는 교육 방법으로 사용해 왔다. 경영대학원 뿐만이 아니다. 법대, 의대 등에서도 사례중심교육, 사례기반교육, 문 제중심교육 등으로 부르는 사례연구를 많이 활용한다. 사례연구야말 로 실용적 교육을 구현하는 데 이상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례연구가 실용적 교육을 구현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업교육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짧은 예시와 토론 사 례는 많이 사용하지만, 경영교육에서 사용하는 사례연구 형식은 찾아 보기 힘들다. 기업이 현장연구사례의 보물 창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육용 사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기업에 서 다음과 같은 고민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 어떤 사례를 개발해야 하나? 사례연구의 형식과 운영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반 쪽짜리의 간단한 관리행동사례부터 백 쪽짜리 기업 분석사례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리고 사례는 혼자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사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사례연구를 달리 생각한다. 어떤 이는 간단한 토론용 사례를 별것 아닌 것처럼 얘기하고, 또 어떤 이는 ‘하버드 경영 사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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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며 부담스러워한다. 사례개발자로서 어떤 사례를 개발해야 할 까? 둘째, 어떻게 개발해야 하나? 사례를 개발하려고 하니 절차를 알기 가 쉽지 않다. 국내에는 사례 개발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 많지 않다. 단 지 교육방법론 교재 속에서 교수 방법의 일부로 간단하게 소개할 뿐이 다. ‘사례연구’라는 제목을 단 서적들은 사례연구방법론 혹은 실제 경영 사례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연구가 경영교육 분야의 대표적인 교육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례 개발 방법은 부족한 실정이다. 셋째,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사례 개발 방법뿐만 아니라 교수법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교육방법론 교재에서는 주로 사례연구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서 다룬다. 이는 사례연구교수법이 별로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사례연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사례연구는 참여자 간에 수준 높은 분석과 토론이 요구되는 교육 방법 이다. 집단 역동성을 활용하고 개별화된 학습을 도와주는 촉진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교육 방법이다. 무엇보다 그 기술을 몸으로 익히는 데는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기업에서 사례를 개발할 때 겪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 을 준다. ‘언젠가 제대로 된 사례를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첫발을 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에서 사례 개발과 강의 경험이 있다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 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고민들과 연관 지어서 크게 네 부분으로 나 뉜다. 1장에서는 사례연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기업과 경 영대학원을 비교하고 기업의 사례연구 특징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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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사례 개발을 어떻게 계획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여러 개의 후보 사례들 중에서 괜찮은 사례를 선정하고, 교육 과정의 특징에 맞춰 설계해 가는 과정을 볼 것이다. 3장에서는 사례를 구성하고 작성하는 방법을 파악할 것이다. 사례 가 갖추어야 할 기본 형식에 맞춰 이야기를 구성하고, 사례 특유의 스타 일과 문체를 적용한다면 원하는 사례와 교안을 개발할 수 있다. 4장에서는 사례연구 강의 방법을 볼 것이다. 사전에 사례연구 강 의를 준비하고, 개인연구와 팀연구를 거쳐 발표와 피드백이 이어지는 과정을 본다. 4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사례연구의 확장과 관련한 최 근 이슈에 대해 이해할 것이다. 이 책은 기업에서 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우선 고려했다. 특히 1장은 이들이 고려해야 할 사례연구교수법의 환경을 다루고 있다. 기업 외에 공공조직이나 평생교육기관의 교육담당자들도 이 책을 사용 할 수 있다. 이들과 기업의 교육담당자 모두 교육용 사례를 직접 개발 하거나 현장전문가를 도와서 사례를 개발한다. 사례를 빨리 개발하는 데 더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1장 ‘사례연구의 이해’를 건너뛰고 2장 ‘사례 계획’부터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현장전문가를 위해 썼다. 사례를 갖고 있는 사 람은 현장에 있는 전문가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대신해 사례를 개발한다. 진정한 사례는 현장전문가에게서 나오고, 그들이 직 접 가르칠 때 최고의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교육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그들에게 직접 배우기를 원한다고 믿는다. 현장전문가는 이 책의 3장 ‘사례 작성’과 4장 ‘사례연구 강의’를 중심으로 읽는 것이 도움 이 될 것이다. 사례를 개발하는 것은 교육 장면의 교육용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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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직원의 역량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선발, 승 진, 배치, 개발 목적으로 활용하는 역량평가센터(Assessment Center) 에서도 사례를 활용한다. 또한 교육효과성 분석을 위한 현장연구 목적 으로도 활용한다. 특히 프로그램을 평가하기 위해 그 프로그램의 목적 과 산출물을 규정하고, 측정 지표를 정의하고, 체계적으로 자료를 수집 하고, 평가하고, 해석하는 일련의 절차는 사례연구의 진행 절차와 유사 하다. 성공사례나 실패사례를 중심으로 주요 결과와 인과관계의 고리 를 밝혀내는 노력은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기도 하다. 사례를 활용한 연구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정량 적 연구 방법에서는 집단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사례만 표집해 서 본다. 일부 사례를 갖고 전체의 모습을 추론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 례는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다. 따라서 많은 사례를 볼 수록 전체의 특징에 확신을 갖는다. 그러나 그 반대도 있다. 정성적 연 구 방법에서는 사례 하나를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전체를 이해하려고 한 다. 비록 하나의 사례지만 그 속에 내재된 어떤 독특함에 매료되어 사례 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독특함을 통해서 전체의 본질을 진정으로 이 해하려 든다. 이때 이해는 단순히 ‘안다’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사례연구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 또한 두 가지 목표를 갖는다. 첫째, 교육참가자에게 가급적 많은 사례를 접하게 하는 것, 둘째, 사례에서 드러나거나 숨겨진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깊이 있게 논의하여 이 해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례를 개발하고 강의하는 것 이 어느 정도 표준화된 형식과 프로세스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기본 이다. 그다음으로 현장연구에 필요한 방법론적 훈련, 글쓰기 능력, 토 론을 통해 참가자들의 지적 통찰을 이끌어 내는 능력까지 배움의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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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사례의 유용함을 발견하고 교육 현장에서 많 이 활용하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형식을 익히는 데 힘이 들고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익숙해지면 자신의 창의성과 재능을 활용 하는 데 능숙해질 것이다. 사례 개발은 현장연구라는 과학적 방법론과 글쓰기라는 창의적 표현이 만나는 곳이다. 마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는 하구처럼 사례는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 가능성을 함께 만 들어 가는 사람들이 언젠가 배움의 길 위에서 만나기를 소망해 본다. 끝으로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내 삶의 지표를 제공해 주시는 중앙대학교 이희수 교수님과 사람 과 일의 의미를 늘 되새기게 해 주시는 LG전자 하용호 상무님께 감사드 린다. 이분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감히 책을 쓸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건국대학교 송영선 교수, 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 김혜영 교수, LG전자 천보영 차장, 김민정 과장, LG인화원 정재만 차장은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었다. 또 학이시습 편집부는 책의 기획과 편집 과 정에서 무심한 저자를 친절하게 인도해 주었다. 무엇보다 나의 아내 박 현정과 아들 승환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책을 쓴다는 핑계로 버려둔 빈자리를 인내하고 사랑으로 채워 주었다. 그저 미안하 고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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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의 이해

교육개혁으로서 사례연구 사례연구교수법은 교육개혁의 상징이다. 1870년 하버드대학교 법학대 학원에 학장으로 온 크리스토퍼 C. 랑델(Christopher C. Langdell) 교 수가 부임 후 첫 학기 계약법 과목에서 이 방법을 처음 사용했다. 사례 연구가 미국 대학교의 법학대학원에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연구한 브루 스 A. 킴벌(Bruce A. Kimball)에 의하면, 당시에는 사례연구라는 이름 도 없이 ‘랑델의 수업 방식’이라 불렀고, 그저 한 개인의 기이한 행동으 로 치부했다. 이 수업 방식은 랑델 교수가 착수한 다른 개혁 조치들과 함께 하버드대학교의 교수, 학생, 동창생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랑델 교수의 첫 강의 후 20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 었다. 이론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게 되었고, 실력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 야 한다는 교육개혁론이 확산되었다. 비로소 사례연구교수법은 전통적 교육 방법을 대체하게 되었다. 이후 사례연구는 경영대학원, 의대에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직업교육의 방법론으로 널리 전파되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전문가 양성 단계에서 좋은 성적 을 거둔 사람, 즉 강의실에서 실력을 발휘한 사람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전문가로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신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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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실제로 다루는 문제를 강의실에서 똑같이 다루어 야 한다. 즉, 실제 문제야말로 사례연구교수법의 핵심이다.

실제 문제와 사례

사례란 과거에 발생한 실제 사건을 묘사한 것이다. 사례는 이야기 형식 을 빌려 묘사된다. 그러나 사례는 일반적인 이야기와는 구별된다. 이야 기는 재미와 감동을 목적으로 만들기에 허구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가 능하다. 그러나 사례는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만든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전달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한다. 사 례의 목적은 실제 사건과 관련된 정보들을 읽고 토론하는 가운데 지적 영향을 주려는 데 있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전통적으로 사례 작성을 할 때 ‘사실적 묘사’를 강조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사례연구 수업의 글쓰기 강 의를 담당했던 엘릿 교수는 “사례란 경영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 는 한두 장의 빈약한 묘사가 아니라, 경영대학원이나 기업에서 이루어 진 실질적인 연구 내용이다”라고 했다(Ellet, 2007:7). 캐나다 웨스턴온 타리오대학교의 린더스, 모펫-린더스, 어스킨도 “(사례와 관련한) 학문 적 정직은 데이터 출처와 연구방법론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하며, “학 생들은 실제성에 의심이 가는 순간부터 관심과 진지함이 사라진다”고 말한다(Leenders, Mauffette-Leenders, & Erskine, 2010:5). 사례를 그 저 가볍고 부담 없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진지한 얘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질 것이다. 사례를 ‘실질적인 연구’의 결과물로 보는 것은 경영대학원이 대학 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사례를 수업을 흥미롭 고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지는 않는다. 사례 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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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가 연구 대상이다. 사례를 개발할 때 엄격한 연구방법론을 적용하고, 여기서 도출되는 객관적 사실을 중시해 왔다. 사례는 현장연구 그 자체 로서 이론 형성의 방법으로, 동시에 교육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용 사례를 개발할 때 엄격한 연구 방법 을 적용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갖게 된다. 자기 회사 내의 구성원을 대상 으로 일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 사례의 활용 목 적과 범위다. 이를 고려한다면 사례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업 내 실무자들에게 대학의 교수나 연구원 수 준으로 연구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한다면 사례 개발에 더 큰 어려움 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례를 작성한다고 했을 때, 과연 객관적 사실이 중요한 것 일까? 사례연구를 과학이 아닌 예술적 관점에서 조망한 그린할은 사례 를 사실적, 객관적, 중립적이라고 규정하는 관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사례 자체가 실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례는 그저 ‘자연적 이야기(natural narratives)’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발생한 (발생했다고 추론한) 사건 경험을 언어로 요약한 것이다. 즉, 사실이라 고 믿는 사건을 사례 작가가 사실처럼 묘사한 것일 뿐이다(Greenhalgh, 2007:183∼184). 사례에 등장하는 대화, 중심인물의 생각과 의도, 상황 에 대한 묘사가 모두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볼 때 사례연구의 시작은 ‘사실’보다는 ‘실제적 묘사’와 더 관련이 있다.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원에 이어서 경영대학원의 사례 연구 도입과 발전에 크게 공헌한 곳 또한 하버드대학교다. 1908년에 설 립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은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원 출신의 은 행가 월리스 도넘(Wallace Donham)이 1919년에 제2대 학장으로 취임 하면서 사례연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사례연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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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했다. 현직 경영자를 초빙해서 ‘실무에서 부딪히는 실제 문제’에 관 한 이야기를 학생들 앞에서 하게 했다. 수강생 전원은 그 경영자의 문제 에 관해 분석하고 해결책을 보고서로 만들어 이틀 뒤에 제출하게 했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 그 경영자를 다시 초빙해서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 행했다. 고루한 일방적 이론 강의보다 사례연구가 학생들로부터 훨씬 큰 환영을 받았다. 이후 교수진이 현직 경영자를 초빙하는 것이 점차 어 려워지자 자신의 연구진을 기업에 파견하여 사례를 작성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사례의 형식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사례연구에서는 사실보다 실제적 묘사가 더 중요하며, 이것이 교 육적 목적에 더 가깝다. 그렇지만 사실에 기반을 둔 사례일 때 더 신뢰 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례의 품질은 사례 개발의 과정에 서 충분한 조사와 신중한 검토에 의해 좌우된다. 교육참가자가 ‘이 상황 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라고 생각할 때, 사례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 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한다.

전문가처럼 생각하고 토론하기

사례연구에서 ‘사례’라는 단어 다음에 ‘연구’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경영 수업이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경영자로서 ‘생각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연구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생각의 내용 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안을 만드는 것이다. 사례연구가 시작된 법학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이 법조인처럼 생각 하도록 판례, 즉 사례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소크라테스문답법’을 적용 했다. 다음의 이야기는 1973년에 개봉한 영화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 들(The Paper Chase)>에 나오는 장면이다.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원 의 킹스필드 교수는 반원 형태의 계단강의실을 꽉 채운 신입생들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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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 사례연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법률 공부는 여러분 대부분에게 새롭고 낯선 방식이에요. 이전 학교에 서의 수업 방식과 달리 우리의 수업은 ‘소크라테스문답법’이라고 부릅 니다. 내가 여러분 중 누군가를 지명해서 질문을 하고, 그 사람은 답변 을 해야 합니다. 왜 그냥 강의를 하지 않을까요? 내 질문을 통해서 여러분이 스스로를 가르치도록 하려는 것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질문하고 답하고, 질문 하고 답하고, 질문하고 답하면서 사회구성원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방 대하고 복잡한 사실관계들을 분석하는 능력을 개발하려는 것입니다. 질문과 답변을 하다 보면 때론 정답을 찾았다고 느낄지도 몰라요. 그 것은 완벽한 착각임을 내가 보증합니다. 정확하고, 완벽한 최종 답변 을 여러분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내 수업 시간엔 늘 또 다른 질문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한 답변에 따라 이어지는 질문, 답변과 질문, 계속되는 쳇바퀴죠. 내 질문들은 여 러분의 정신을 작동시킵니다. 여러분은 내 수술대 위에 있고, 내 질문 은 여러분의 뇌를 조사하는 손가락이 되어 뇌수술을 하는 것이죠. 여 러분은 자신에게 스스로 법을 가르칩니다. 나는 정신을 훈련시킵니 다. 무지의 상태로 이곳에 들어와 법률가처럼 생각하며 나가게 될 겁 니다.

교수들의 기대와는 달리 사례연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학습 태도 에는 실망스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사례연구를 처음 접한 학생들은 방대한 사례를 읽고, 요약하고, 주어진 과제에 답하는 것으로 자기 역 할을 제한한다. 그러나 사례에 나온 사실을 활용해 자신의 의견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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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는 것을 알고는 놀란다. 사례연구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권 위자가 주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편리성, 사회적으로 인정된 진리라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부담과 더불어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주는 불안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Ellet, 2007:27). 법학대학원뿐만 아니라 경영대학원에서도 경영자로서 생각하도 록 분석과 의사결정을 연구하게 한다. 사례를 통해 복잡한 경영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에 내재된 원인과 이슈를 발굴한다. 다양한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질문하는 능력을 배양한다. 해결안에 내재된 모순과 위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영자로서 ‘생각하는 능력’을 연습한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직업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늘 변화하는 상 황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직업교육의 목적은 무엇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있다. 강의식 수업과 사례연구 수업의 철학적 배경을 연구한 아달란은 사례를 활용 한 교수법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실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 하다고 지적했다. 강의식 교수법에서 강사는 이론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 관심을 갖지만, 사례연구교수법에서 강사는 이론과 실제를 어떻게 잘 통합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개념적 이론 체계를 현실 세계의 문제에 연결하고 해결하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Ardalan, 2006:268∼270). 강사는 개념적 이론 체계를 갖고 질문하고, 요약하고, 질문하고, 요약한다. 그러면서 교육참가자들의 현실 세계를 다루는 능력이 점차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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