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언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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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언론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3년 정책용역으로 지원받아 연구 되었던 정책보고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통한 뉴스 콘텐츠 경쟁력 제고 방안 연구󰡕(신동희 · 김장현 · 최명군)의 내용을 수정 · 발전시 켰습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빅데이터와 언론 신동희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빅데이터와 언론

지은이 신동희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신동희, 2014 ISBN 979-11-304-0130-0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저널리즘의 융합

들어가며 데이터 저널리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빅데이터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2010년경이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 며 의료, 과학, 경영, 문화의 분야에 적용이 되는데, 언론 분야에는 어떻게 응용이 되는지 궁금해 하면서 데이터 저 널리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널리즘적 가치를 추구 하는 언론과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빅 데이터가 융합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분명 흥미로운 주 제였다. 그런데 연구를 하면서 관련 연구나 자료가 현저 히 부족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빅데이터가 새롭게 출현하면서 관련 연구가 정립이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잘못된 이해도 많은 것 같다. 데 이터 저널리즘을 단순히 데이터 통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던가, 보기 좋은 비주얼 그래픽을 삽입하는 것, 아니면 조 금 더 나아가 인터랙티브 뉴스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데이터 저널리 즘 정책 연구를 수행하며 한국형 데이터 저널리즘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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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지침서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국내에는 데이터 저널 리즘이라고 할 만한 기반이나 환경이 아직 잡혀 있지 않 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라 할 만한 공 공 데이터 개방도 안 된 상황이고, 데이터 저널리즘을 표 방하는 언론기관도 1, 2개 정도다. 그나마도 정치적 편향 성 논란에 휩싸여 데이터 저널리즘이 특정 정치성이나 이 념으로 투영되는 현실은 아쉬운 점이다. 고무적인 일은 최근에 공공 데이터 개방과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더불 어 언론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추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사나 통신사들은 데이터 저널리즘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신문사들도 특집기사나 기획기사 형태로 데이터 저널리 즘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있다. 신문사들은 인포그래픽이나 탐사보도의 도구로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언론이 데이터 저널리즘의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은 좋은 일이지만, 데이터 저널리즘을 기사를 보기 좋게 비주 얼로 시각화하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 언론 환경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컴퓨터 활용 취재 (Computer-Aided Reporting)의 연장선이나 단순 도구로 써 데이터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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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저널리즘의 본연의 가치인 공정성, 객관성, 정확 성을 답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데이터 기반 저널리즘 (Data-Driven Journalism) 측면을 인식하고 궁극적으로 독자 대중과 소통하고 독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콘텐츠 자체에서 생겨난 것이고 플랫폼의 다변화에서 기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언론사들이 전 세계적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 을 벗어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에 전혀 문외 한인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도 “저널 리즘의 미래가 데이터 저널리즘(Data-driven Journalism is the Future)”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널리즘과 테크놀로 지의 융합으로 생겨난 데이터 저널리즘은 위기에 빠진 국 내 저널리즘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만이 저널리즘을 위기에서 구 할 수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데이터 저널리즘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명확 한 정의는 아직 없다.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컴퓨터 프 로그래머인 조너선 스트레이(Jonathan Stray, 2011)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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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 저널리즘을 일반 대중이 흥미를 느끼는 자료를 찾아 서 잘 조직화해 대중에게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 의했다. 시스템 설계자이자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인 미 르코 로렌츠(Mirko Lorenz, 2010)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가리켜 ① 자료에 깊게 파고들어, ② 정보를 찾아내고, ③ 그래픽이나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정보를 시각화해, ④ 주 어진 정보와 특정한 이야기를 연결시킴으로써, ⑤ 독자들 에게 가치 있는 매체를 만드는 모든 작업의 흐름이라 했다. 데이터 리포터이자 웹 전략가인 반 에스(Van Ess, 2012) 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전에 몇 가지 도구들로써 처리해야 할 데이터들에 기반을 두어 객관적 사실을 보여 주고자 하는 저널리즘이라 정의했다. 여러 정의들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데이터에 대해 얘기 하고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기본적으로 많은 양의 데 이터에 기반을 두어 자료를 수집·정리해 의미 있는 정보 를 만드는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를 통 해 데이터 저널리즘의 주목적은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이 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저 널리즘에서 이야기하는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오픈된 프 로토콜을 사용해 누구나 어디서든지 데이터에 쉽게 접근 이 가능한 오픈형 자료(open data)를 강조하고 있다.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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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 저널리즘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뿐만 아니라 분 석과 시각화 작업을 위해 필요한 도구 역시 오픈형 소스 (open source)의 이용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 의 오픈형 움직임은 공개된 방대한 자료 분석에 독자들을 참여하게 함으로써 전통 미디어에서 배제된 대중의 역할 을 적극적인 참여로 탈바꿈시켜 미디어의 새로운 역할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은 대중 의 참여를 끌어들이며 독자의 참여와 협력의 플랫폼을 제 공한다. 그러한 플랫폼들이 모여 건전한 미디어의 생태계 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제는 오픈 데이터의 시대이자 오픈 데이터 저널리즘 의 시대다. 미디어는 더 이상 일방적인 정보 전달 과정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누구든지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단지 대중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의견과 자료를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이너나 개발자와 함 께 협력해 양방향성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물을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콘텐츠 생산 과 정의 선순환 구조가 데이터 저널리즘의 핵심이다. 저널리 즘은 바로 이런 오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런 개방 형 플랫폼이 데이터 저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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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왜 필요한가 데이터 저널리즘은 단순히 ‘데이터를 활용한 저널리즘’에 그치지 않고 저널리스트들이 컴퓨터와 인터넷망, 모바일 망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이전에는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웠던 데이터들을 이용·정리·분석해 자신들이 의도 하는 언론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 데이터 저널 리즘의 특징은 데이터 그 자체에도 있지만, 많은 독자들이 정보의 취합, 선별, 취재, 공표에 이르는 제반 과정에 참여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다는 것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확산은 ①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의 보급, ② 각종 공개, 비공개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성 강화, ③ 기존 수용자들이 극도로 다양화한 커뮤 니케이션 미디어를 이용해 뉴스 아이템 제보에서 빅데이 터 분석까지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 인협회(ICIJ)와 공조를 통해 한국인과 북한인 명의의 조세 피난처 금융계좌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일곱 차례에 걸쳐 소유주(추정)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채 분석하지 못한 150 여 명의 한국인(또는 북한인) 추정 계좌를 2013년 6월 15 일에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재해 일반 네티즌들의 분석 참여를 촉구했다. 소위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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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한 데이터 저널리즘의 수행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국내외 데이터 저널리즘의 사례가 속속 보고되 고 있으나, 과연 새로이 등장한 데이터 저널리즘과 빅데이 터 기술이 실질적으로 저널리즘의 질을 향상시키고 뉴스 콘텐츠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느냐는 물음에 섣부른 예 단으로 답을 하기에는 이르다. 그 이유는 다매체 간 극심한 경쟁 속에서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분석은 상당히 많은 사 람들의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노동집약적(labor-intensive)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역시 자체 취재 역량 을 총동원해 조세 회피처에서 계좌를 사용한 사람들을 추 적했지만, 그들 전부의 신상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를 느끼 고 결국에는 일반 독자들의 집단지성에 호소하기에 이르 렀다.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변화된 언론 환 경 속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 향후 언론 기업의 뉴스 콘 텐츠 경쟁력 향상과 독자를 위한 서비스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찰해 보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공유 개방 협력의 데이터 저널리즘 영국 가디언신문사의 데이터 저널리스트 사이먼 로저스 (Simon Rogers)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핵심적 가치를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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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개방, 협력이라 말한다. 이 세 가지 가치를 아우르는 말이 데이터 민주화일 것이다. 기자나 언론사가 독점했던 정보가 공유되고, 정보의 공유로 인해 새로운 콘텐츠가 생 산·확대되고, 독자, 언론사, 정부의 협업으로 새로운 가 치를 창출하는 것이 데이터 저널리즘이다. 로저스는 빅데이터시대에 저널리스트들은 말(혹은 스 토리)보다는 데이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다. 전통적인 언론은 말에 초점을 두고 숫자를 참고하는 반면, 데이터 저널리스트들은 숫자를 보고 그 속에서 패턴 을 끌어내고 통찰을 한 후 스토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데이터 저널리즘은 언론사의 그래픽 툴이나 서버의 데이터 기량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데 이터를 분석해 독자들이 이해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수준 으로 설명하며 이를 통해 데이터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전과 같이 기자가 독자에게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전달 하는 모델에서 벗어나 독자 역시 기자를 도와 데이터를 분 석할 수 있는 쌍방향 절차를 추구하는 것이다. 기자가 매 일 다른 주제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하듯 데이터 저널리 즘도 새로운 부분을 데이터를 통해 이해·분석해 스토리 를 짜내어 대중에게 풀어헤쳐 놓는 것이다. 기자가 모든 데이터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많은 대중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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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는 반드시 특정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있고, 이들이 데이터 분석과 기사 작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이 데이터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참여와 더불어 데이터 공유도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를 기자나 언론사에서 단순히 소유하는 상태에서 독자와 나 누는 협력 관계로 변해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도 공적 인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가디언(guardian)≫은 데 이터 공유의 장을 언론이 만들면 훨씬 더 많은 정보가 공 유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로저스(logers)를 중심으로 데 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로저스는 단순히 기업이나 연구소가 발표하는 데이터를 받아쓰는 데 그치 지 않고 직접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최근 가디언이 공개 한 영국 정부 예산 지출 현황 인포그래픽은 약 19만 개에 이르는 항목을 담아 독자에게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정부 문서가 활용되었고, 특히 기계 판독형(machine -readable) 문서가 타깃분석 대상이 되었다. ≪가디언≫ 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해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또 다른 데이터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적극 권장한다. ≪가디언≫은 전 세 계 언론사 중에서 데이터를 공개해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 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언론사다. 이 점이 가디언을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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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저널리즘의 선구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결국 데이터 저널리즘의 본질은 시각화나 인포그래픽이 아닌 데이터 공유와 이로 인한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국내 데이터 저널리즘의 현주소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떠오르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 국은 데이터 저널리즘의 불모지라 말할 수 있다. 데이터 저 널리즘은 기존의 언론사 안에서 이루어진 제반 또는 일부 언론 과정을 바꿔야하는 일종의 혁신(innov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은 로저스가 얘기하듯이 새로운 아이디어, 물건, 또는 과정을 모두 포괄한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저널 리즘이 포함하는 사전 조사, 취재, 취재된 내용을 걸러내고 다듬는 게이트키핑(gatekeeping), 출판 및 보도의 과정의 일부 또는 전체에서 작동할 수 있는 유연한 혁신의 일종이 다. 그런데 위계질서가 엄격한 보수적 편집국 문화가 만연 한 한국 언론의 특성상 데이터 사이언스(Science)에 대한 이해로 무장한 새로운 엘리트의 편집과정 진입을 쉽게 허 락하지 않는다. 이같은 언론의 조직 문화는 데이터 저널리 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첫째, 커뮤니케이션 채널 측면에서 한국 언론사의 특성 상 대인 채널에 주로 의존해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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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뉴미디어나 조사담당 부서의 장이 회사의 다른 리더 들을 얼마나 대면적으로 잘 설득해 내느냐가 데이터 저널 리즘 채택의 관건이 되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사회 체계 성격 측면에서 한국의 언론사 내에서 개개인의 업무 수행 방식 자체는 자유로운 편이나, 데스 크, 편집자, 사주의 게이트키핑 권한이 권위적으로 집중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경직된 조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언론사에서의 데이터 저널리즘 채택은 인적 요인에 상당히 좌우된다. 마지막으로 개혁주도자의 추진 노력의 정도는 여러 가 지 측면을 지닌다. 최근 언론의 흐름은 종편 도입, 신문 부 수 감소, 노사관계 대립 등으로 인해 언론사 경영층이 데 이터 저널리즘의 중요성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것을 충 분히 추진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신문사의 종편 진입 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 등을 고려해 본다면, 과연 데 이터 저널리즘과 같은 분야에 경영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면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는 언론사 간 경쟁이 극도로 심한 시장 환경에서 한 회사 가 데이터 저널리즘을 채택하면, 다른 언론사도 경쟁적으 로 채택하게 될 확률도 적지 않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의 데이터 저널리즘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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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경영진, 편집자를 비롯한 인적 요인과 극심한 부수 경 쟁과 같은 신문 시장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으며, 지 금까지 부진했던 데이터 저널리즘의 채택 역시 그러한 변 수들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한국식 모델 데이터 저널리즘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래한 모델인데, 과 연 국내의 상황에 맞는 한국식 모델의 데이터 저널리즘이 도출하여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국의 상황을 보자면 국내의 미디어 산업은 지나친 경쟁으 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 모 투자를 통한 데이터 저널리즘의 도입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시도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경향성이 존재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의 ‘스마트 정부(smart government)’ 또는 ‘정부 2.0(government 2.0)’에 이어 등 장한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government 3.0)’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를 과감하게 공개해 국민 개개 인의 요구를 찾아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이것을 바 탕으로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개인화된 정부 서비스 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공공 데이터를 프라 이버시 침해가 없는 한에서 적극 공표하라는 사회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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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부의 실천 의지가 모두 높은 긍정적 상황이다. 특히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같은 민간단체가 적극 적으로 행정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서 시민단체와 언론의 공조와 협력을 통한 기사 생산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그런 협력적 기사 생산과 소비의 건전한 선순환 구 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겨레≫는 2011년 동 단체와 공동으로 국회 운영의 문제점에 관한 시리즈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기사를 통해 국회의 원들이 발간하는 ‘정책 자료집’의 문제점, 국회 운영 비용 지출상의 문제점 등을 상세히 보도해 정치인들이 특권을 버리는 입법안을 상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 국회 가 보유하고 있던 정보를 과감하게 요청해서 함께 분석한 뒤, 기사화를 통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의 협 업적 저널리즘이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모델이야 말로, 앞으로 정부 3.0의 흐름과 발맞 출 수 있는 대안 형태의 기사 작성 방향이라고 하겠다. 앞 으로 정부 지출에 관한 데이터나 원자력 발전소 운영 실태 에 관한 자료가 정부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된다면, 꽤 많은 보도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3.0은 소위 웹 3.0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미래학자 존 스마트(John Smart)는 “웹 3.0이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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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세계는 곧 제1세대 메타버스(metaverse), 즉 물리적인 세계와 가상공간이 융합되는 세계에서 TV 수준의 비디오 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3D 시뮬레이션, 증강현실, 문맥 이 해가 가능한 서비스, 브로드밴드 인터넷, 무선 연결망, 수 많은 감지기들이 적극 활용되는 세계를 의미한다”고 말했 다. 정부 3.0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공 익적 또는 (윤리성이 보장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한다 면 인류의 문명은 새로운 지평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그 좋은 예가 바로 데이터 저널리즘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공약집에서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 게 알려야 합니다.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정부에 대 한 신뢰가 쌓일 수 있고, 그래야만 국민통합도 가능합니 다”라고 설파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역시 “열린정부 사업(Open Government Initiative)”을 2기 임기 첫날부터 핵심 의제로 선정하고, 정부 지출을 상시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하여 시민에게 투명한 행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이 가뜩이나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는 미디 어 기업에 의해서 잘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데이터 저널리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가장 긍정적인 형태의 데이 터 저널리즘 모델은 공공 데이터(public data)를 적극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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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생산하는 정부와 그러한 데이터를 역시 적극적인 자세 로 대중에게 의미 있는 정보로 재구성해 내는 역량을 가진 미디어의 양자 간 상호의존, 또는 협조 관계를 통해서 가 능하다. 여기서 공공 데이터가 반드시 정부에 의해서 생 산되는 데이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미디어가 가장 크게 의존해 온 뉴스 정보의 원천이 정부와 공공기관이었음을 고려하면 그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데이터 저널리즘 제언 데이터 저널리즘은 기존 언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 다.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는 곳(a news-and-information site)에서 뉴스와 정보를 상호작용적으로 처리해 내는 플랫 폼(a more interactive news-and-information platform)으 로 전환되는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의 측면에서 기존 언론 사들은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해 데이터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해야 한다. 즉, 언론사들은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분 석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 허브로 발전할 필 요가 있다. 데이터 허브는 반드시 모든 사용자들이 접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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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aS(Information-as-a-Service)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를 통한 데이터의 재사용이 가능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사 중심의 데이터 허브 모델 구축은 당장의 생존을 위 협받고 있는 한국의 언론사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익 을 창출해야 생존을 할 수 있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운 단 체가 중심이 되어 데이터 허브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데이터 저널리즘 센터(데이터 허브) 를 구축해 정부 데이터를 포함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 정리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 록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독립적인 기관은 데이터 허브 모 델이 보여 주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데 이터 저널리즘의 교육과 인력 양성, 다양한 컨퍼런스와 세 미나를 통한 데이터 저널리즘 관련 지식 공유의 장을 개최 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실제로 유럽 저널리 즘 센터(EJC, European Journalism Centre)는 데이터 저널 리즘 발전을 위해 교육과 지식 공유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 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둘째, 언론이 사회를 투명화하고 민주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영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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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미디어 기업뿐만 아니라 독립적 비영리 단체들 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데이터 저널리즘과 같은 탐사 보도는 질 좋은 기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만큼 전통적 저 널리즘의 방식에서 생산된 기사들에게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저널리즘을 통한 질적인 기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는 언론사들의 노력 에 대한 적절한 보조금 마련이 시급하다. 기금 마련은 비 단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영리 기 관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기부금 면세 혜택이라는 정 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실현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은 일부 비영리 공 익센터들과 포털 탐사보도팀들이 상업성을 내세우는 거 대 미디어 기업의 탐사보도 예산 삭감과 연성 뉴스 집중에 대해 비난하고 새로운 탐사 보도를 자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는 비영리 공익 재 단에 기부금 면세 혜택을 국가적으로 보장해 주었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비영리 단체에 기부를 해 비영리 기관 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마지막 제언은 바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 경제 (shared economy)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관 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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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드소싱은 언론 수용자의 참여적 활동을 촉진해 뉴스 콘텐츠 자체를 매우 풍부하게 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시 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CNN이 제공하는 ‘<아이리포트 (iReport)>’는 시청자가 직접 취재한 영상보도물을 CNN 이 선별해 방영하는 체계로서, 뉴스 제작의 전 과정에 시 청자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혁신을 보 여 준다. 현재 일고 있는 공유 경제의 움직임은 정보를 가 진 사람이라면 데이터 저널리즘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는 철학과 가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 철학은 인간애적이면서도 개인의 사익과 공익을 조화시 키는 것으로, 철저히 시장주의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 미 실패한 사회주의의 전철을 답습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 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에 공유의 가치를 투사하여 예전 에 실행해 내지 못했던 자원의 효율적 재활용과 ‘공공적 활동과 이윤 추구 활동의 조화’를 이뤄내려는 일종의 신 문화운동이다. 이러한 공유 경제의 관점 아래에서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데이터 저널리즘 역시 앞으로 많은 사회적 기업들을 배출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언론 활동이 갖는 본원적 공공성에 이미 많이 보편화된 시 민들의 참여가 결합된다면 공유 경제의 철학을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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