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남과 북의 맞춤법 김하수 · 연규동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하나의 언어와 두 개의 맞춤법
맞춤법의 개념과 간단한 역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맞춤법’이라는 말은 언 어를 글자로 어떻게 적어 내야 하는지를 규정한 규칙을 말 한다. 이것을 정서법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서양식 개념인 ‘orthography’를 직역한 말이다. 철자법이라는 말도 있지 만 보통 한국인들에게는 맞춤법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어떤 사회든지 글자를 사용하게 되면 당연히 그 글자를 ‘공식적으로’ 또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이용할 수 있 게 하기 위해 공통 규범인 맞춤법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 통 영어 스펠링(spelling)을 외운다고 할 때, 이것 역시 영 어 표기의 맞춤법인 것이고, 한자의 획 같은 것 역시 중국 문자의 맞춤법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 사람들이 편하게, 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문자의 사용 법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마치 어떤 기계를 사용할 때 그 사용법을 익혀야 그것의 효용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나 마 찬가지다. 그러나 이 맞춤법은 하나의 제도이고 규정일 뿐이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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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이나 윤리와는 별 관계가 없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해 서 그 사용자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으며, 그 사람의 윤리를 문제 삼을 수도 없다. 단지 사회적이고도 문화적 인 제재만 취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제재란 형벌이나 징계 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양이 없다고 비웃든지 아니면 사 회적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든지 해서 망신 주는 일 이다. 그 이상의 제재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적인 사회생활에서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제재는 대단 히 아프게 느껴진다. 그래서 누구든지 맞춤법이 틀리면 무척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조심을 하거나 글 쓰는 것을 두 려워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맞춤법도 모든 언어와 문 자의 사용을 완전하게 통제하거나 제어하지 못한다. 대개 의 맞춤법은 해당 언어의 가장 ‘공식적인 부분’을 규정할 뿐, 방언이나 통속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곧 방언을 표기하려면 그 방언 사용자가 알아서 적을 뿐, 그것을 ‘바르게 적도록 하는 규정’은 사실상 거의 없다. 외국어의 표기도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다. 우리 한국어는 무척 오랫동안 지금의 중국 지역에서 발 달하여 형성된 한자를 그 표기 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 글자가 워낙 복잡하고 우리말의 체계를 적절히 반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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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못해서 문자로서 기능적 한계도 많았다. 또 그 표기 규범의 큰 뼈대를 결정하는 힘이 중국에 있고, 우리에게는 몇 가지 변이형을 활용하는 일종의 ‘민속적’, 그리고 ‘부차 적’ 영향력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사회 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서나 문자 사용을 누릴 수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15세기에 와서 이른바 ‘훈민정음’이라는 새로운 글자 체계로 뒤늦게 적절한 표기 수단을 가지게 되 었다. 그러나 훈민정음은 당시 고급문화를 독점하던 상류 지배층의 이해관계에도 적합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전근 대 사회의 사회문화적 제약 때문에 이 문자를 바탕으로 일 반 대중의 전면적인 사회적 소통과 문화생활을 기대하기 는 어려웠다. 19세기 말에 와서야 한글의 가치를 깨달은 선구적 지식인 들에 의해 맞춤법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어 갔지만, 식민지 가 된 이후에야 조선총독부에서 제정한 ‘언문철자법(1930)’ 이라는 이름으로 속칭 ‘구식 맞춤법’을 일단 사용하게 되 었다. 이 맞춤법은 그 이전에 비해 꽤 정리가 된 편이었지 만 우리 언어를 유용하게 적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일부 교육 기관이나 초창기 성서 번역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1933년 당시 조선어학회의 노력으로 비로소 갖출 것을 제 대로 갖춘 맞춤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조선어학회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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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 통일안(이하 ‘통일안’)’을 제대로 제도화할 수 있는 공적인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작가, 언론인, 학자 와 교육자의 자발성에 기대어 보급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45년 이후 공식적인 제도를 창출할 수 있는 여 건이 만들어진 다음에 이 맞춤법은 진정 ‘사회적 권위’를 가지고 ‘규범’으로서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광복의 순간은 동시에 분단의 순간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신기하게도 분단된 양측은 당연하다는 듯이 ‘통일 안’을 받아들였다. 애당초 이 ‘통일안’이 모든 전문가들로 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던 ‘안’은 아니었다. 처음 부터 이 안에 반대했던 사람들, 이 안을 만드는 데는 협조 했지만 세세한 조항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 은 광복 이후에도 이 ‘통일안’에 적잖은 비판과 대안을 제 시하며 다른 의견들을 주장했다. 이 세력들은 분단된 북 쪽에서는 ‘조선어 신철자법’이라는 이름으로, 남쪽에서는 ‘한글 간소화’라는 이름으로 다른 대안들을 제시했지만 결 국은 ‘통일안’의 진정한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후 1954년, 북에서는 ‘조선어 철자법’이라는 이름으 로 개정된 표기 규범이 시행되면서 우리의 언어를 표기하 는 또 하나의 다른 방법이 생겨났다. 여기에는 이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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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있던 ‘통일안’의 일부 내용을 비판적으로 반영한 몇 가지 사항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표기 규범의 개선을 도모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는 이 때문에 하나의 규범이 흐트러지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에서는 1966년 이른바 ‘문화어’라는 것을 남쪽 중심의 ‘표준어’에 대안으로 제시하여, 그에 맞 는 문화어 표기 규범을 제정함으로써 또 한 번 변화를 겪 게 된다. 그러나 사실 문화어는 표준어와 언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좀 더 언어 순화를 많이 하 고, 유용한 방언 어휘를 더 많이 받아들임으로써 그 나름 우리말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적 으로는 남과 북의 언어 표기 방식에 이런저런 편차를 불러 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어느 부분은 더 심하게 달라졌 고, 또 다른 부분은 오히려 같아졌다. 따라서 이 시기 이후 양측의 맞춤법 차이를 가지고 어느 쪽 책임이냐 하는 문제 를 따지는 것은 그리 생산적이지 못하다. 양측의 냉전 분 위기가 많이 가신 1980년대 이후에나 서로 맞춤법을 공통 으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지, 그전 에는 각자 자신들 나름대로의 ‘개선’만을 생각해 온 면이 강했다. 남에서도 1988년에 맞춤법을 개정하여 현재 우리가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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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규범의 모습을 확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처 음 ‘통일안’ 작성 때부터 맞춤법의 제정과 개정의 주도적 인 역할을 담당했던 한글학회(조선어학회의 후신)가 아닌 국가 기관이 결정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언어 규범 문제에 국가가 개입함으로 써 더욱 신뢰할 수 있고, 공권력이라고 하는 정책적 동력 을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시민 문 화 활동의 한 부문인 언어 규범 문제에서 민간 주도의 자 발적 역량을 꺾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입법의 주체가 바뀌어 재출발한 남쪽의 맞춤법 은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재조정된 북의 맞춤법(1987년) 과 함께 지금 이 시기 우리 언어 규범의 중요한 축을 이루 고 있다. 원칙적으로 하나의 언어이니만큼 하나의 규범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서로 다른 규정 을 가지게 되어, 땅만 둘로 나뉜 것이 아니라 문화와 언어 까지 두 동강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감성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동안 언어 규범의 차이를 발생 시킨 여러 여건과 환경에 분노와 비난을 퍼붓고 싶은 마음 도 있겠지만, 차라리 우리가 달라진 이 언어 규범에 대해 차분히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훨씬 바람직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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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기본 차이 북에서 출간된 서적 중 남쪽 사람들의 눈에 띄는 가장 생 소한 것은 두음법칙을 반영하지 않은 표기일 것이다. 곧 ‘로인, 량심, 녀자’와 같은 말들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 는 것은 아니겠지만 몹시 눈에 거슬린다. 그것은 두음법 칙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의 맞춤법은 두음법칙 을 반영하여 어두의 ㄹ 소리를 ㅇ으로 표기하고, 모음 ㅣ (이) 앞에 오는 ㄴ 소리 역시 ㅇ으로 표기한다. 그리고 북에서는 합성어의 사이시옷을 폐지하였다. 처 음에는(1954년) 이른바 ‘사이표’라는 것을 제시하였는데, 이 ‘사이표’라는 것은 영문자를 쓸 때 준말 따위를 표시하 는 아포스트로피(’)와 같은 모양의 부호로, ‘촛불’과 ‘냇가’ 를 ‘초’불’과 ‘내’가’로 표기함으로써, 가운데 들어가던 ㅅ 을 쓰지 않게 한 것이었다. 이후 이 ‘사이표’는 다시 변화를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촛불’과 ‘냇가’가 북에서는 ‘초불’과 ‘내가’가 되어 버린다. 또한 용언의 어간 다음에 오는 어미의 모음 표기와 관 련된 문제도 남북이 다르다. 우리말에서는 과거 시제를 나타낼 때, 쉽게 말해서 모음 ㅏ나 ㅗ 다음에는 ‘-았-’을, 그 밖의 모음 다음에는 ‘-었-’을 쓴다. 단지 ‘-하다’로 끝나 는 말들은 특별히 모두 ‘-였-’을 쓴다. 그러나 북에서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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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로 끝나는 말만이 아니라 어간이 ㅣ 모음으로 끝난 ‘기 다, 개다, 베다, 되다, 쥐다’와 같은 말의 과거형을 ‘기였다, 개였다, 베였다, 되였다, 쥐였다’로 표기하게 하였다. 이것 은 부사형 어미 ‘-어·아·여(서)’도 마찬가지여서 ‘기여 서, 개여서, 베여서, 되여서, 쥐여서’로 적도록 했다. 북은 말소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음운(혹은 음 소라고도 함)’의 규칙을 가지고 맞춤법의 기본 틀을 일관 성 있게 구조화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아무 리 전통적인 것이라 해도 되도록 논리적인 체계에 더 가깝 게 맞추어 내려고 애썼다. 그 결과 자모의 이름도 남쪽에 서는 그 옛날 훈몽자회부터 익숙하게 사용한 ‘기역, 디 귿, 시옷’을 ‘기윽, 디읃, 시읏’이라고 ‘일관성 있게’ 처리한 것이나, 한글 자모의 ㅇ이 첫소리에서는 아무 소릿값이 없음을 근거로, 첫소리 ㅇ을 자모 순서에서 모음 표지로 만 인정해서, 사전을 찾을 때에는 ㅇ으로 시작하는 단어 는 모두 모음 항목에 집어넣는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또 우리가 된소리라고 하는 것을 나타내는 쌍자음 글자 를 독립적인 음운으로 간주해서 ㅎ 다음에 따로 순서를 부여하기도 했다. 된소리가 예사소리와 다른 독립적인 소 리이며 이것을 표기하는 된소리 글자를 예사소리에 종속 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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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이 된소리 글자를 마치 예사소 리의 버금가는 존재인 양 ㄱ 다음에 ㄲ, ㄷ 다음에 ㄸ을 배치해 온 관행을 ‘음운 규칙에 의해’, ㅎ 다음에 별도 항목 으로 다룬 것은 한편 혁신적이기는 하지만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퍽 불편하다. 물론 북에서는 그동안 교육과 제도를 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들기는 했을 것이다. 어떻든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의 맞춤법은 통일성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남과 북은 서로 자신들의 맞 춤법을 개선해 나가는 작업에만 몰두했다.
무슨 원리가 이러한 차이를 불러왔을까 남과 북의 언어 규범이 달라진 것을 두고, 마치 상대방 측 이 음흉하고 못된 생각이 있어서 우리 공통 언어의 바람직 한 규범의 모습을 망가뜨린 것이라는 추측을 할 필요는 없 다. 양쪽이 모두 그 나름 ‘더 잘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 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북쪽이 우리 언어를 유물론적이 고도 사회주의적인 속성을 가지게 하려는 음모를 꾸몄거 나 남쪽에서 자본주의적 착취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맞춤 법을 변조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념 문제 에 대단히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평가가 가능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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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있겠지만 일단 언어학적 타당성을 중심으로 본다면, 남 과 북 모두 일리 있는 근거를 가지고 규정을 만들었다. 우선 남의 맞춤법은 우리 전래의 언어 의식과 표기 통 념을 존중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근대화 시기 주시경과 선구적인 학자들의 언어적 이상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19세기 이전의 표기 방식에 비해 혁신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 로 인습과 전통을 급격하게 건드리는 것을 삼갔다고 볼 수 있다. 그와 달리 북에서는 남에 비해 더욱 더 혁신을 도모 하려 한 흔적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남쪽의 우리는 북쪽 이 너무 앞서 가려는 듯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통일안’은 기본적으로 언어의 의미적 요소를 매우 중시 하는 원칙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같은 뜻 을 가지고 있는 요소는 역시 하나의 요소로 표기한다는 말 이다. 바로 이 점을 ‘어법에 맞도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천 원’이라는 말의 ‘천’과 ‘삼천리[삼철리]’라는 말 의 소리는 [천]과 [철]로 달리 나더라도 ‘천’이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적도록 되어 있다. 나타나는 자리에 따라 발 음은 달라질 수 있다 해도 표기는 똑같이 해서 의미를 파 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한 원칙이었다. 합성어에서 ‘젓어미’가 [저서미]가 아닌 [저더미]로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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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헛웃음’이 [허수슴]이 아닌 [허두슴]으로 발음되더라 도, 이렇게 나타나는 소리의 변동은 맞춤법에 반영하지 않 는 것이 원칙이다. 원래의 형태로 표기해야 그 ‘뜻’을 제대 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맞춤법은 처음 제정 될 때부터 이렇게 한 가지 요소는 어느 위치에 가든지 하 나의 형태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오로지 두 음법칙만을 예외로 표기에 반영했다. 그러나 ‘통일안’에서 두음법칙을 표기에 반영하여 ‘하나의 뜻에는 하나의 표기’ 라는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그 비판자들의 중요한 논 지였고, 북에서는 이것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바로 이런 주장이 북의 맞춤법에 반영된 것이다. 더구나 두음법칙은 우리말에서 그리 보편적 현상이 아니다. 고유어에는 그런 현상이 없고, 외래어에서는 두음을 모두 발음하고 있으며, 오로지 한자어만 두음법칙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맞춤법의 원칙으로 정해진 ‘어법’에 반드시 정밀하게 맞추기 어려운 ‘발음의 문제’는 허다하게 생긴 다. 그와 관련된 것 가운데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사 이시옷 표기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말의 유별난 특징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일정한 의미를 보여 주 는 것 같기도 하면서 또 많은 경우에 의미와 아무 관계없 이 된소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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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적으로’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때 우리 남쪽에서 ‘냇과’니 ‘촛점’이니 하는 표기를 하다가 나중에 폐지한 것 도 이와 같은 논리적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에서 는 우리말의 사이시옷 역시 ‘어법에 맞도록’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폐지했지만 그 대신에 뒤쪽 말에 나타나 는 된소리를 표기하기 위해 한동안 사이표라는 것을 사용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사이시옷은 우리의 맞춤법을 몹시 번거롭게 만 든다. 무엇보다도 번거롭기 그지없는 것은 자음과 자음 사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밥’이 [김빱]으 로 소리 나기는 하지만 이것을 ‘김ㅅ밥’으로 표기한다면 (과거에는 이런 식의 표기가 있었음) 오히려 불완전한 표 기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요즘 각종 도로 명칭에서 나타 나는 ‘경찰섯길’ 같은 표기는 오히려 그 의미 파악을 더욱 헛갈리게 한다. 또 개념의 통일성도 방해한다. 식물 분류 를 위해 ‘미나릿과’라는 범주가 있는 데 반해, 장미 종류의 식물은 ‘장미과’라고 쓰게 되어 있다. ‘장미(薔薇)’는 한자 어이기 때문이다. 사물을 분석할 때 하나의 개념은 하나 의 표지로 나타내는 것이 훨씬 능률적일 텐데 이렇게 복잡 하게 구분을 하게 한 것은 일상적인 언어생활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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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둣국’이나 ‘장맛비’ 역시 작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큰 이익을 포기한 것 같다. 북쪽의 맞춤법은 바로 이런 문 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였다. 그러나 모 든 단호한 조치는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사이시옷을 쓰지 않기 때문에 ‘대잎’과 ‘배머리’는 [댄닢]과 [밴머리]로 발음하게 하는 또 다른 규정이 필요하기도 했 다. 또 사이시옷의 대체재로 사용된 사이표는 10여 년 후 에 결국 폐지한다. 언어 현상을 글자가 아닌 부호로 표시 하기에는 무척 불편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되새겨볼 만한 설명이 1971년 에 나온 조선말규범집 ‘해설’의 52쪽에, “사이소리 현상 이 문화어에서 일부의 경우에 특히 고유말의 경우에는 없 어지는 경향이 점점 커져가고 있으며 일부 경우 특히 한자 말의 경우에는 새로 늘어나는 경향이 점점 커져가게 되면 서 사이표(’)를 치는 문제가 글을 쓰는데서나 써놓은 글을 읽는데서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을 쓰는데서 사이표(’)를 쳐야 할것인지 치지 말아야 할것인지 분간하 기가 비교적 어려운 경우가 많게 되여 실천상 불편을 많이 줄수 있는 것이다”라는 매우 주목할 만한 언급이 나온다. 다시 말해 10년 남짓 사용한 사이표가 결국 퇴출되기는 했지만 그 언어의 합법칙성과 질서를 잡는 데에는 어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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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기여한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제도적 개선은 가능한가 남과 북의 맞춤법 차이와 그에 대한 논쟁거리는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중 굵직한 것을 중심으로 보면 결국은 ① 두음법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② 사이시옷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③ 용언의 활용에서 ㅣ 계통의 모음 다음 에 ‘-어’가 아닌 ‘-여’를 쓰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④ 자 모 순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 네 가지가 가장 구체 적이면서 또 다른 조항에 영향을 많이 주는 대목이 될 것 이다. 다시 말해 이 네 가지 문제만 잘 해결한다면 다른 문 제는 훨씬 쉽게 통합적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네 가지 항목을 또 따로따로 생각하면 자칫 모순된 판단을 내리기 쉬워진다. 이 네 가지를 지배하는 상위의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맞춤법을 지배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문제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하 는 점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상위 의 원리는 소리를 중심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의미를 중심 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사 실상 이미 나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한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소리를 중심으로 해야 하고,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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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의 세부 사항에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소리를 중심으로 해야겠지만 과연 한 언어의 소리들이 그리 체계적인가, 과연 제대로 질서 있게 정리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본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대 답할 수밖에 없다. 사이시옷의 문제가 그리 복잡하듯이, 동식물의 성(자웅)을 가르는 ‘암-’과 ‘수-’라는 접두사만 하 더라도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수컷들을 일컬을 때 ‘수-’를 쓰게 되어 있지만, ‘개, 닭, 당나귀, 돼지’ 들에게는 ‘수캐’처럼 거센소리로 쓰도록 한다. 그리고 ‘양, 염소’ 등은 ‘숫-’을 붙인다. 문법은 체계적일 수도 있지만 발음은 그리 체계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맞춤 법 규정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규정에 또 다른 동물 들의 명칭을 시험 삼아 붙여 보자. ‘고래, 하마, 하이에나, 야크, 고릴라, 반달곰’처럼 우리에게 좀 덜 익숙한 동물의 이름들을 나열해 보면 이들의 암수를 표현하기가 무척 껄 끄러워진다. 우리가 쓰는 암수라는 접두사는 우리 생활에 친숙한 것들을 중심으로 써 왔고, 생소하거나 외국어로 불 러야 하는 짐승들의 이름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까닭은 언어라는 것이 보편적 원리에서 시작하는 것 이 아니라 뭇 사용자들의 일상생활에서 비롯하여 복잡해 지는 과정에서 일부는 새로운 면이 생겨나기도 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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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기존의 소리가 변하거나 사라져 가기도 하기 때문 이다. 따라서 보편적 원리는 추상적인 구조화에서나 가능 하지 구체적 언어 현실에서는 언제나 이러한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곧 말의 소리는 언어에서 보편적 원리를 캘 수 있는 통로가 되기는 하지만 그 원리가 바로 체계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언어의 표기를 오로지 말소리의 원리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한편 퍽 과학적이면서도 다른 한편 언어 현실에서는 뒷감당이 안 되는 한계를 보여 주게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북의 맞춤법은 말소리의 원리를 매우 강조 했기 때문에, 아주 체계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그 것이 불편한 점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남쪽은 지난날의 인습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편리함이라 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과거의 군더더기들이 많이 남아 있 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맞춤법이라는 제도의 개혁은 자 잘한 항목보다는 큰 틀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 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한글이 어떠한 소리든지 다 잘 표기할 수 있다 는 장점에 큰 자부심을 가지면서, 맞춤법은 당연히 말소리 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우리의 말, 더 나아가 다른 언어들도 말소 리가 대충은 체계적이지만 구석구석 규칙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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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숱한 예외라든지 관행, 옛날 표기의 잔재, 또 변화 도중에 있는 것들 등 하나의 평면에 다 그려 넣을 수 없는 입체적인 현상들이 끝없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면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이 있다. 바로 ‘언어 현실’이다. 지구의 모양은 공처럼 생 겼다. 이것을 평면인 지도에 표현하려면 불가피하게 그 모양을 왜곡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왜곡된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해 주어야 한다. 언어 역시 우리가 글을 쓰 듯이 그리 선형적인 것도 아니고, 평면적이지도 않다. 무 척 입체적이며, 경우에 따라 시차를 소거하기도 하면서 동 시에 여러 현상을 동기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선형 적으로 나타내는 글자의 연속체에 ‘완벽하게’ 구성해 낸다 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이러한 논리를 응용하여 분단된 맞춤법의 재통합을 생 각해 본다면 일단 ‘발음과 맞춤법의 일치’라는 신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일단 기본적인 ‘발음의 규칙성’을 맞 춤법에 반영한 뒤에는 해당 단어의 규범상 발음과 현실 발 음을 (영어처럼) 사전에 표시해 주거나, 매체 언어를 통하 여 끊임없이 제시해 주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대 안적인 방식이다. 어휘와 발음의 불일치가 끊임없이 생기는 또 하나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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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들어보자. 우리 맞춤법은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로 ‘닭’이라는 가축을 동일하게 표기한다. 그리고 단독으로는 [닥]이라고 발음하지만 모음이 따라붙으면 ‘[달기](닭이)’, ‘[달글](닭을)’로 발음하게 한다. 더 나아가 암탉과 수탉도 각각 [암탈기, 암탈글]과 [수탈기, 수탈글]로 발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닭’이라는 요소가 최근에 와서는 ㄹ 소리가 없이 [닥]으로만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 다. 이런 현상을 두고, 더욱 규칙적인 발음을 강요하거나 아니면 맞춤법의 예외를 만들어 ‘*암탁, *수탁’ 등을 허용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닭’이란 형태가 가지는 의미적 기 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같은 현상으로 ‘여덟’이라 는 단어도 점점 [여덜]로 발음하는 현상이 보편화하고 있 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우리가 사이시옷과 같은 표기를 통해 우리의 발음을 정밀하게 일일이 적어내려 하는 것은 그 가 치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는 일이라 생각된다. 사 이시옷이 없으면 너무 큰 문제가 나타날 것 같은 몇몇만 제외하고 어휘 합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된소리를 사전에 표기하고, 발음 교육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 이다. 그리고 분단된 언어 규범을 통합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두음법칙도 반영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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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상이한 발음을 변이형으로 인정해 두면 훨씬 간 단하게, 그러면서도 언어적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통 합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북에서도 지나치게 말소리의 원리를 중심으로 체 계화하려는 태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자모 순서를 소릿 값을 중심으로 한 일관성이 강한 원칙으로 정해 놓으면, 원 래의 발음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옛말 어휘의 표기 는 어떻게 사전에 반영해야 하는지 매우 난감한 것이 사실 이다. 차라리 남쪽에서 사용하는 자모 순서의 역사적 관행 계승에 함께하는 것이 여러 모로 편리한 길이 아닐까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맞춤법은 도덕이나 신념이 아 니라 편리함과 효율성이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대중의 참여’다. 이 대중의 참 여를 이룩하려면 맞춤법은 지나치게 상세한 규정으로 대 중에게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방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성취된 맞춤법(그리고 언어 규범)을 대중 이 스스로 알아서 사용하고, 퍼뜨리고, 바로잡게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그리고 발전적 방식이다. 지금까 지 남과 북에서 이른바 ‘전문가’들에 의해 교조적으로 보 급되고, 규정되고 그리고 규율이 잡혀 온 맞춤법은 이제 그 주인인 대중에게 돌려줄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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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남과 북의 맞춤법 통합이 바로 그 방아쇠가 되길 바랄 뿐이다.
참고문헌 국립국어원(2004). 남북어문규범비교연구. 국립국어원(2005). 남북어문규범연구사. 국어사정위원회(1966). 조선말규범집. 국어사정위원회(1988). 조선말규범집. 김수경(1947). 朝鮮語學會 한글 맞춤법 통일안 中에서 改正할 몇 가지. 勞働新聞(1947.6.6~6.10). 김하수(1997). 남북 통합 맞춤법에 대한 구상, 한글 맞춤법, 무엇이 문제인가. 태학사.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출판사. 조선어규범변천사(2005). 사회과학출판사. ‘조선말규범집’해설(1971). 사회과학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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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하나의 언어와 두 개의 맞춤법
01
낱글자의 이름
1
02
낱글자의 순서
13
03
두음법칙
04
어미
05
접미사
06
사이시옷
63
07
띄어쓰기
77
08
문장부호
89
09
발음
97
10
어휘
109
23
37 51
v
01 낱글자의 이름
남북 맞춤법에서 첫소리 글자의 이름은 ‘ㅣㅡ’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남에서는 ㄱ, ㄷ, ㅅ의 이름만은 예외라는 차이를 가진다. 남의 맞춤법이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 반면에, 북의 맞춤법은 ㄱ, ㄷ, ㅅ의 이름도 다른 글자의 이름과 동일한 방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생겨난 것이다.
첫소리 글자의 이름 한글 자모의 첫 글자인 ㄱ의 발음은 [ㄱ]다. 이는 로마자 g 의 발음이 [ㄱ]이고, 가나 문자 が의 발음이 [가]인 것에 비 유될 수 있다. 하지만 ㄱ을 가리켜 말할 때는 ‘기역’이라고 한다. 즉, ㄱ이라는 글자의 이름은 ‘기역’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글의 모든 낱글자에는 각기 이름이 있다. 남과 북의 맞춤법에서 첫소리 글자들의 이름은 각각 다 음과 같다. 남북 모두 첫소리 글자들의 이름은 대부분 ‘ㅣㅡ’ 형식 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ㅁ의 이름 ‘미음’은 ㅣ의 초성 과 ㅡ의 종성에 ㅁ을 넣은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자음 ㅁ이 실제로 음절의 처음(‘미’)과 끝(‘’)에서 각각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 낱글자의 이름을 가지고 그 사용법까지 함께 제시하는 요령 있는 방법이다. 첫소리 글자의 이름 중 남북 맞춤법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다음 표에서 ◆표식을 붙여 놓은 ㄱ, ㄷ, ㅅ의 이름이 다. 북에서는 이 글자들 역시 다른 글자처럼 ‘ㅣㅡ’ 형식으 로 되어 있어서 ‘기윽, 디읃, 시읏’이지만, 남에서는 ‘기역, 디귿, 시옷’이 되어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정리하자면, 남북 맞춤법에서 첫소리 글자의 이름은 ‘ㅣㅡ’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남에서는 ㄱ, ㄷ, ㅅ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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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첫소리 글자의 이름 첫소리 글자
남
북
ㄱ◆
기역
기윽, 그
ㄴ
니은
니은, 느
ㄷ◆
디귿
디읃, 드
ㄹ
리을
리을, 르
ㅁ
미음
미음, 므
ㅂ
비읍
비읍, 브
ㅅ
시옷
시읏, 스
ㅇ
이응
이응, 응
ㅈ
지읒
지읒, 즈
ㅊ
치읓
치읓, 츠
ㅋ
키읔
키읔, 크
ㅌ
티읕
티읕, 트
ㅍ
피읖
피읖, 프
ㅎ
히읗
히읗, 흐
◆
만은 예외라는 차이를 가진다. 남의 맞춤법이 ‘한글 맞춤 법 통일안(이하 ‘통일안’)’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 반면, 북 의 맞춤법은 ㄱ, ㄷ, ㅅ의 이름도 다른 글자의 이름과 동 일한 방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생겨난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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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소리 글자 이름의 유래 ‘통일안’에서 정해진 첫소리 글자들의 이름은 1527년 간행 된 훈몽자회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훈몽자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한글 첫소리 글자들의 이름을 제시하고 있다.
ㄱ其役 ㄴ尼隱 ㄷ池末 ㄹ梨乙 ㅁ眉音 ㅂ非邑 ㅅ時衣 ㆁ異凝 ㅋ箕 ㅌ治 ㅍ皮 ㅈ之 ㅊ齒 ㅿ而 ㅇ伊 ㅎ屎
첫소리 글자의 이름을 짓는 방식인 ‘ㅣㅡ’ 형식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로서는 전혀 낯 선 문자였던 한글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이미 익숙 한 문자였던 한자를 이용하여 보여 준 것이다. 우선, 두 글자로 이름이 되어 있는 것과 한 글자로 되어 있는 것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두 글자로 되어 있는 글자 들인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 등은 한국어에서 음절 의 처음에 사용될 수도 있고 끝에도 사용될 수 있다. 즉, 해당 낱글자들은 한자 其(기), 尼(니), 池(디), 梨(리), 眉 (미), 非(비), 時(시), 異()처럼 음절 초에서 사용될 수도 있고, 役(역), 隱(은), 乙(을), 音(음), 邑(읍), 凝(응)에서 처럼 음절 끝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해당 낱글자 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한자를 선택하여 나란히 배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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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훈몽자회
출처: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영인본.
놓음으로써, 각 낱글자의 이름이 된 것이다. 각 낱글자에 사용되는 한자를 선택할 때 첫소리는 모음 이 ㅣ인 한자를, 끝소리는 모음이 ㅡ인 한자를 고르는 것 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한글의 사용 례를 보여 주는 데에는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 발음 이 ‘윽, 읃, 읏’인 한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윽’에 대해서는 이와 비슷한 役(역)으로 대신한 다. 비록 모음은 조금 다르지만 ㄱ이 받침으로 사용되는 것을 잘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役이 선택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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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역]으로 발음되는 亦, 易, 逆, 域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어차피 ㄱ이 받침으
로 쓰이는 것을 고르는 것이었으므로, 岳(악), 億(억), 玉 (옥) 등 ㄱ으로 끝나는 한자라면 어느 글자이든 무관했을 것이다. 만약 받침은 ㄱ이지만 役과 음이 다른 한자가 선 택되었다면, 현재 ㄱ의 이름은 ‘기역’이 아니라 ‘기악, 기 억, 기옥’ 등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읃, 읏’은 ‘윽’보다 더 곤란한 상황이었다. 한국 한자음 에서 ㄷ이나 ㅅ으로 끝나는 한자는 아예 없었기 때문이 다. 그렇기에 당시의 고유어에서 ㄷ, ㅅ 받침을 갖는 음절 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선택된 것이 ‘末’(귿 말)과 ‘衣’(옷 의)이다. 이 두 한자의 새김 ‘귿’과 ‘옷’에 ㄷ, ㅅ이 받침으 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末과 衣를 음으로 읽지 말고 새김 으로 읽으라는 의미로 한자에 ○를 둘러 末, 衣와 같이 보 여 주게 된 것이다. ‘기역, 디귿, 시옷’이라는 이름의 유래 가 바로 이에 기인한다. 그런데 ㅋ, ㅌ, ㅍ, ㅈ, ㅊ, ㅿ, ㅇ, ㅎ의 여덟 글자는 지 금과는 달리 받침으로 사용될 수 없었다. 그 당시 표기법 으로는 ‘낮, 덮고’는 각각 ‘낫, 덥고’와 같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여덟 글자는 받침으로 쓰이는 예를 보여 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모음이 ㅣ인 한자 治(티), 皮(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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之(지), 齒(치), 而(), 伊(이), 屎(히)만 제시되었던 것이
다(治의 당시 발음이 현대와는 달리 ‘티’였기 때문에 ㅌ가 사용된 한자는 治로 되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키’라 는 음을 가진 한자가 없었기 때문에 箕(키 기)자를 새김으 로 읽으라는 의미로 箕와 같이 ○를 두르게 된 것이다. 지 금은 ㅋ 이하의 모든 첫소리 글자들은 모두 받침으로 쓸 수 있으므로(예, 부엌, 같다, 짚, 잊다, 꽃 등) 현대에서는 ㅋ 이하의 글자들도 모두 ‘ㅣㅡ’ 형식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편, 북에서는 첫소리 글자의 이름에 대해 ‘그, 느, 드, 르’와 같이 한 음절로 된 이름도 허용하므로, 결과적으로 첫소리 글자의 이름이 두 개 있는 셈이다.
첫소리 글자의 발음 지금까지 살펴본 첫소리 글자들을 발음할 때에는 그 이름 과 달라지는 경우가 일부 있다. 이는 남의 맞춤법에만 기 술되어 있는 것으로, 다음과 같이 발음하도록 되어 있다.
디귿이[디그시]
디귿을[디그슬]
디귿에[디그세]
지읒이[지으시]
지읒을[지으슬]
지읒에[지으세]
치읓이[치으시]
치읓을[치으슬]
치읓에[치으세]
키읔이[키으기]
키읔을[키으글]
키읔에[키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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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읕이[티으시]
티읕을[티으슬]
티읕에[티으세]
피읖이[피으비]
피읖을[피으블]
피읖에[피으베]
히읗이[히으시]
히읗을[히으슬]
히읗에[히으세]
글자의 이름대로 읽는다면 ‘디그지, 지으지, 치으치, 키 으키, 티으치, 피으피’가 되어야 할 텐데, 현실 발음을 고려 하여 [디그시, 지으시, 치으시, 키으기, 티으시, 피으비]로 읽으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말에는 ㅎ으로 끝나는 명사가 ‘히읗’밖에 없으므로 ‘히읗이, 히읗을, 히읗에’ 등을 각각 [히 으시, 히으슬, 히으세] 등으로 읽도록 정해 놓았다.
가운뎃소리 글자의 이름 모음 글자의 이름은 자음 글자의 이름보다는 간단하다. 남북 모두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듯이, 가운뎃소리 글자 역시 훈몽자회에 그 기원을 둔다. 다만 한자 중 ‘으, 이’로만 발음 하는 것이 없 기 때문에 應(응)은 ‘끝소리 안 씀’이라는 보충 설명을, 伊 (이)는 ‘가운뎃소리만 씀’이라는 보충 설명을 달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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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가운뎃소리 글자의 이름 가운뎃소리 글자
훈몽자회
남북
ㅏ
阿
아
ㅑ
也
야
ㅓ
於
어
ㅕ
余
여
ㅗ
吾
오
ㅛ
要
요
ㅜ
牛
우
ㅠ
由
유
ㅡ
應(끝소리 안 씀)
으
ㅣ
伊(가운뎃소리만 씀)
이
겹자모의 이름 겹자모란 ㄲ(←ㄱ+ㄱ), ㅙ(←ㅗ+ㅏ+ㅣ)와 같이 두 개 이상의 기본 자모가 어울려서 이루어진 자모를 말한다. 겹자모 중 첫소리 글자는 ‘ㄲ, ㄸ, ㅃ, ㅆ, ㅉ’이 있으며, 이 들의 이름은 남에서는 ‘쌍-’으로, 북에서는 ‘된-’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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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자음 겹자모의 이름 자음 겹자모
남
북
ㄲ
쌍기역
된기윽, 끄
ㄸ
쌍디귿
된디읃, 뜨
ㅃ
쌍비읍
된비읍, 쁘
ㅆ
쌍시옷
된시읏, 쓰
ㅉ
쌍지읒
된지읒, 쯔
자음 겹자모의 이름을 ‘쌍-’으로 하느냐, ‘된-’으로 하느 냐에는 중요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쌍-’은 둘씩 짝을 이 룬 것이나 두 짝으로 이루어진 것을 나타내므로, 이는 글 자의 모양에 주목한 것이다. 즉, ‘쌍기역, 쌍디귿’ 등으로 부르는 것은 ㄲ, ㄸ 등이 각각 ㄱ+ㄱ, ㄷ+ㄷ으로 구성 되어 있음을 나타내 주는 이름이다. 반면, ‘된-’은 명사에 붙 어서 ‘매우 심하다, 거칠다, 세다’라는 의미를 더해 주므로, 이는 글자의 소릿값에 주목한 것이다. 즉, ‘된기윽, 된디읃’ 등으로 부르는 것은 ㄲ, ㄸ 등의 소릿값이 ㄱ, ㄷ 등보다 긴장을 일으켜 내는 소리라는 점을 나타내 주는 이름이다. 이처럼 남에서는 자형을 기준으로 자음 겹자모의 이름을 붙였지만, 북에서는 소릿값을 기준으로 명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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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모음 겹자모의 이름 모음 겹자모
남북
ㅐ
애
ㅒ
얘
ㅔ
에
ㅖ
예
ㅘ
와
ㅙ
왜
ㅚ
외
ㅝ
워
ㅞ
웨
ㅟ
위
ㅢ
의
모음 겹자모는 남북 모두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모음 겹자모의 이름은 소릿값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ㅐ, ㅔ 등이 각각 [ㅐ, ㅔ] 등으로 발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 남에서는 자음 겹자모의 이름은 자형을 중심 으로, 모음 겹자모의 이름은 소릿값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다소 일관성이 없다. 반면 북에서는, 겹자모는 첫소리 글 자이든 가운뎃소리 글자이든 모두 소릿값을 기준으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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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다. 언어는 때에 따라 늘 변화하므로 소릿값도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음가보다는 자형에 기준을 둔 자모 의 이름이 일정한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자음 겹자모의 이름은 ‘된-’보다는 ‘쌍-’이 더 좋고, 모음 겹자모의 이름도 ‘ㅐ, ㅒ, ㅔ, ㅖ’보다는 ‘아이, 야이, 어이, 여이’ 등으로 지칭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실 제 대화에서도 ‘ㅐ’와 ‘ㅔ’ 등을 구별할 때, ‘아이, 어이’ 등으 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과, ‘ㅄ, ㄺ’ 등의 겹받침의 이름이 각각 ‘비읍시옷, 리을기역’이라는 점을 참고할 수 있다.
참고문헌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출판사. 이기문(1970). 훈몽자회 연구. 서울대학교 한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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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낱글자의 순서
남의 맞춤법에서는 기본 문자만을 자모로 인정하기 때문에 24개만을 제시하고 겹자모는 별도로 나열하고 있지만, 북의 맞춤법에서는 기본 자모와 겹자모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자모 40개를 한꺼번에 제시하고 있다.
첫소리 글자의 순서 남과 북의 맞춤법에서 첫소리 글자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되어 있어 남북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모를 바라보는 입장이 남과 북에 차이가 있다. 남의 맞춤법에서는 기본 자모 24개만을 제시하고 겹자모 는 별도로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글자의 모양을 기준으로 삼아 기본 문자만을 자모로 인정하는 것이다. 북의 맞춤법 에서는 기본 자모와 겹자모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자모 40 개를 한꺼번에 제시하고 있다. 이는 소릿값을 기준으로 하 여 기본 자모가 결합한 겹자모를 모두 자모로 인정하는 것 이다. 훈민정음, 훈몽자회 이래 여러 문헌에서 기본 자모만이 주로 언급되어 왔고, 한글 자모는 24개라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거의 상식처럼 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 면, 기본 자모와 겹자모를 구별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첫소리 글자의 순서는 낱글자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훈
<표 5> 첫소리 글자의 배열 순서 남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ㄲㄸㅃㅆㅉ
북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ㄲㄸㅃㅆ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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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자회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당 시의 우리말에서 첫소리와 끝소리에 다 사용되던 글자를 먼저 배열하고, 오로지 첫소리에만 쓰이는 글자를 뒤에 배 열하고 있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 (첫소리와 끝소리에 다 사용) ㅋ ㅌ ㅍ ㅈ ㅊ ㅿ ㅇ ㅎ (첫소리에만 사용)
이 순서는 자음의 경우 ㅈ과 ㅊ의 위치가 현재와는 조 금 다르고, 지금은 쓰이고 있지 않은 ㅿ, ㆁ 등이 들어 있 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글의 순서와 거 의 비슷하다. 또한 각 글자들 내에서 배열 순서는 해당 소리가 입안 에서 나는 위치에 따라 구분되었다. 즉, 당시의 용어대로 설명하자면 아음(牙音), 설음(舌音), 순음(脣音), 치음(齒 音), 후음(喉音)의 순서대로 배열된 것이다. 이 소리들을
현대 음성학 용어로 바꾸면 아음은 연구개음, 설음 및 치 음은 치조음, 순음은 양순음, 후음은 성문음이 된다.
∙ 첫소리와 끝소리에 모두 사용되는 글자들: 아음(ㄱ), 설음(ㄴ, ㄷ, ㄹ), 순음(ㅁ, ㅂ), 치음(ㅅ), 후음(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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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소리에만 사용되는 글자들: 아음(ㅋ), 설음(ㅌ), 순 음(ㅍ), 치음(ㅈ, ㅊ, ㅿ), 후음(ㅇ, ㅎ)
첫소리 글자의 사전 배열 순서 첫소리 글자의 순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사전에 올릴 때 의 순서는 남북에 꽤 다른 점이 있다. 남에서는 첫소리 글 자의 순서를 기술하는 맞춤법 조항 내에 사전에 올릴 때의 순서를 기술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만, 북에서는 사전 에 올릴 때의 순서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앞서 살펴 본 자모의 차례를 원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 사전에서 배열 순서를 함께 비교하여 보이면 다음과 같다. 사전의 자음 배열에서 남과 북이 크게 다른 점은 ㅇ의 위치와 겹자모의 위치다. 남의 사전에서는 초성의 ㅇ과 종성의 ㅇ을 똑같이 처리 하고 있는 반면, 북의 사전에서는 배열 순서에 ㅇ이 빠져 있다. 우리말에서 단어의 처음에 오는 ㅇ은 소릿값이 없
<표 6> 첫소리 글자의 사전 배열 순서 남
ㄱㄲㄴㄷㄸㄹㅁㅂㅃㅅㅆㅇㅈㅉㅊㅋㅌㅍㅎ
북
ㄱㄴㄷㄹㅁㅂㅅㅈㅊㅋㅌㅍㅎㄲㄸㅃㅆ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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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단지 글자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사용되는 글자다. ‘아 버지’라는 단어의 사전 배열로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 다. 즉, 남에서는 ㅇ도 ‘아’라는 글자의 모양을 이루는 역 할을 하므로 글자의 순서대로 ㅅ 다음에 위치한다. 하지 만, 북에서는 그 발음 [ㅏ버지]의 첫소리에 자음이 없으므 로,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의 배열을 모두 마친 다음에 위치하는 것이다. 즉, 북의 사전에서는 ㅉ 다음에 모음으 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오게 된다. 또한 남에서 겹자모는 기본 자모 다음에 배치하고 있어 서 ㄲ, ㄸ 등은 ㄱ, ㄷ 다음에 위치하지만, 북에서는 기본 자모의 배열이 모두 끝난 다음에 겹자모들만 모아 따로 배 치하고 있다. 몇 가지 단어가 남북 사전에서 어떻게 배열되는지 비교 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 남: 가방 - 꿀 - 따르다 - 뿔 - 사랑 - 알다 - 윷 - 정의 - 흙 ∙ 북: 가방 - 사랑 - 정의 - 흙 - 꿀 - 따르다 - 뿔 - 알다 – 윷
가운뎃소리 글자의 순서 남북 맞춤법에서 가운뎃소리 글자의 순서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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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서는 첫소리 글자의 순서와 마찬가지로 기본 자모 만을 제시하고 겹자모를 별도로 나열하고 있는 데에 비해, 북에서는 기본 자모와 겹자모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한꺼 번에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표 7> 가운뎃소리 글자의 배열 순서 남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ㅐㅖㅔㅖㅘㅙㅚㅝㅞㅟㅢ
북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ㅐㅒㅔㅖㅚㅟㅢㅘㅝㅙㅞ
가운뎃소리 글자의 순서 역시 훈몽자회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모음 ㆍ를 제 외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순서와 똑같다.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ㆍ
남북이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모음 겹자모의 배열 순서다. 겹자모만 따로 모아 보면 <표 8>과 같다.
<표 8> 모음 겹자모의 배열 순서 남
ㅐㅒㅔㅖㅘㅙㅚㅝㅞㅟㅢ
북
ㅐㅒㅔㅖㅚㅟㅢㅘㅝㅙ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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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남 맞춤법에서는 ‘ㅏ(ㅐ), ㅑ (ㅒ), ㅓ(ㅔ), ㅕ(ㅖ), ㅗ(ㅘ ㅙ ㅚ), ㅜ(ㅝ ㅞ ㅟ), ㅡ (ㅢ)’처럼 결합된 앞 자모의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 데 에 비해, 북 맞춤법에서는 문자 두 개의 결합과 문자 세 개 의 결합으로 나눈 다음 ‘ㅣ(ㅐ ㅒ ㅔ ㅖ ㅚ ㅟ ㅢ), ㅏ (ㅘ), ㅓ(ㅝ), ㅣ(ㅙ ㅞ)’ 등과 같이 부가된 자모를 기준으 로 배열되어 있다.
가운뎃소리 글자의 사전 배열 순서 가운뎃소리 글자의 사전 배열 순서 역시 남북이 크게 차 이가 난다. 남의 맞춤법에서는 이 순서가 따로 규정되어 있지만, 북에서는 모음의 배열 순서를 원용하도록 되어 있 다. 이들을 비교하여 보면 <표 9>와 같다.
<표 9> 가운뎃소리 글자의 사전 배열 순서 남
ㅏㅐㅑㅒㅓㅔㅕㅖㅗㅘㅙㅚㅛㅜㅝㅞㅟㅠㅡㅢㅣ
북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ㅐㅒㅔㅖㅚㅟㅢㅘㅝㅙㅞ
사전의 모음 배열에서 남은 결합된 앞 자모의 순서에 따라 배열하였으므로 기본 자모와 겹자모가 섞여 있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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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비해, 북은 기본 자모의 배열이 끝난 다음에 겹자모가 배열되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몇 가지 단어들이 남과 북 의 사전에서 어떻게 배열되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차 이를 보인다.
∙ 남: 아이 - 애교 – 어깨 - 예의 – 오리 - 완벽 - 왜가리 외국 - 원칙 - 웬 - 위 – 유학 - 의사 - 이불 ∙ 북: 아이 – 어깨 – 오리 - 유학 - 이불 – 애교 – 예의 - 외 국 - 위 - 의사 - 완벽 - 원칙 - 왜가리 - 웬
즉, 북의 사전에서는 ‘아이, 어깨, 오리, 유학, 이불’처럼 기본 자모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먼저 배열되고 ‘애교, 예 의’ 등과 같이 겹자모가 그 뒤에 배열되는 한편, 남의 사전 에서는 이 둘이 섞여 배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외 국, 위, 의사, 완벽, 원칙, 왜가리, 웬’ 등 겹자모의 배열도 남북이 서로 다르다.
끝소리 글자의 배열 순서 남북 사전에서 받침 글자의 배열 순서는 각각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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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0> 끝소리 글자의 배열 순서 남
ㄱㄲㄳㄴㄵㄶㄷㄹㄺㄻㄼㄽㄾㄿㅀㅁㅂㅄㅅㅆㅇㅈ ㅊㅋㅌㅍㅎ
북
ㄱㄳㄴㄵㄶㄷㄹㄺㄻㄼㄽㄾㄿㅀㅁㅂㅄㅅㅇㅈㅊㅋ ㅌㅍㅎㄲㅆ
남 맞춤법에서는 글자의 모양을 기준 삼아 배열하고 있 지만, 북 맞춤법에서는 두 개의 소리로 인식되는 ㄳ, ㄵ은 앞 자모 뒤에 놓고, 하나의 소리로 발음되는 ㄲ, ㅆ은 뒤로 돌린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참고문헌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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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두음법칙
남과 북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차이가 나는 맞춤법이 두음법칙이다. 남의 맞춤법에서는 첫소리가 ㄴ, ㄹ인 한자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 현실 발음에 따라 ㄴ, ㄹ이 탈락되거나 변한 소리대로 표기한다. 반면에 북의 맞춤법에서는 단어의 첫머리이건 아니건 어느 경우에나 일정하게 한자의 본음 ㄴ, ㄹ을 밝혀 표기한다.
첫소리가 ㄴ, ㄹ인 한자어의 두음법칙 남북한 맞춤법에서 달라지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두 음법칙이다. 다만, 두음법칙은 첫소리가 ㄴ, ㄹ인 한자어 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칙이므로, 다음과 같은 고유어나 외래어 단어들은 두음법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 냠냠, 녀석, 니(‘너’의 구어형), 니글거리다, 니나노, 니은, 님 ∙ 라디오, 러시아, 런던, 레알 마드리드, 레이저, 로망, 로켓, 르네상스
남의 맞춤법에서는 첫소리가 ㄴ, ㄹ인 한자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 현실 발음에 따라 ㄴ, ㄹ이 탈락되거나 변 한 소리대로 표기한다.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면 본음대로 적는다. ㄴ은 ㅑ, ㅕ, ㅖ, ㅛ, ㅠ, ㅣ 등과 같이 ㅣ와 관련 있는 모음 앞에서만 탈락하지만, ㄹ은 어떤 모음이든 모 음 앞에서 변화를 겪는다. 반면 북의 맞춤법에서는 단어의 첫머리이건 아니건 어 느 경우에나 일정하게 한자의 본음 ㄴ, ㄹ을 밝혀 표기한 다. 따라서 남에서 ‘여자·남녀, 노인·경로, 양심·개량’ 등으로 위치에 따라 구별해서 발음하고 또 표기하지만,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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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1> 두음법칙 가운뎃소리 단어의 첫소리
ㄴ
ㅣ와 관련 없는 모음
ㅣ와 관련 있는 모음
두음법칙 적용 안 함
ㄴ 탈락
남자(男子) 장남(長男)
여자(女子) cf. 남녀(男女)
ㄹ→ㄴ
ㄹ 탈락
ㄹ
노인(老人) cf. 경로(敬老)
양심(良心) cf. 개량(改良)
비고
ㅏ, ㅐ, ㅗ, ㅚ, ㅜ, ㅡ
ㅑ, ㅕ, ㅖ, ㅛ, ㅠ, ㅣ
에서는 ‘녀자·남녀, 로인·경로, 량심·개량’ 등으로 위 치와는 관계없이 일관되게 발음하며 표기한다. 이 외에도 남북에서 두음법칙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 예들을 몇 가지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앞쪽이 남, 뒤쪽 이 북의 표기).
年歲
연세 / 년세
樂園
낙원 / 락원
來日
내일 / 래일
禮義
예의 / 례의
料理
요리 / 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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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명사 ‘냥(兩), 년(年), 리(里)’ 등은 항상 수를 나타 내는 말 뒤에 붙어 쓰이므로 단어 첫머리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다섯 냥, 몇 년, 몇 리, 천 리). 또한 ‘까닭, 이치’의 뜻을 가진 의존명사 ‘리(理)’도 항상 용언의 관형사형 어미 ‘-을’ 뒤에 쓰이므로 (그럴 리가 없다), 두음법칙에 따라 표기될 필요가 없다.
모음이나 ㄴ 받침 뒤 ‘렬, 률’의 두음법칙 ‘先烈, 比率’과 같은 한자어에서 烈(렬), 率(률)은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두음법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으며, 따 라서 이들은 각각 ‘선렬, 비률’로 적어야 한다. 그러나 남의 맞춤법에서는 이들이 각각 [서녈, 비율]로 발음되는 현실 을 고려하여 두음법칙을 적용하고 ‘선열, 비율’로 적는다. 즉, 남에서 ‘렬, 률’로 끝나는 한자어는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올 때, 두음법칙에 따라 ‘열, 율’로 표기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렬, 률’로 표기한다. 이와 같은 규정에 의해서 남북에서 표기가 달라지는 예 들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표 12>에서 ‘그 외’를 제외 하고 남과 북이 서로 다르게 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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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2> ‘렬, 률’로 끝나는 한자어 표기 예 한자
조건
한자어
남
북
모음 뒤
羅列 排列 序列 齒列
나열 배열 서열 치열
나렬 배렬 서렬 치렬
ㄴ 받침 뒤
分列 陳列
분열 진열
분렬 진렬
그외
一列
일렬
일렬
모음 뒤
卑劣 優劣
비열 우열
비렬 우렬
ㄴ 받침 뒤
賤劣
천열
천렬
그외
拙劣
졸렬
졸렬
모음 뒤
義烈
의열
의렬
ㄴ 받침 뒤
先烈
선열
선렬
그외
激烈
격렬
격렬
모음 뒤
四分五裂
사분오열
사분오렬
ㄴ 받침 뒤
龜裂 分裂
균열 분열
균렬 분렬
그외
決裂
결렬
결렬
모음 뒤
規律 自律 調律
규율 자율 조율
규률 자률 조률
ㄴ 받침 뒤
旋律 韻律
선율 운율
선률 운률
그외
法律
법률
법률
列
劣
烈
裂
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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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慄
조건
한자어
남
북
모음 뒤
-
-
-
ㄴ 받침 뒤
戰慄
전율
전률
그외
悚慄
송률
송률
모음 뒤
比率 失敗率 利率 增加率
비율 실패율 이율 증가율
비률 실패률 이률 증가률
ㄴ 받침 뒤
百分率 出産率 割引率
백분율 할인율 출산율
백분률 할인률 출산률
그외
合格率 確率
합격률 확률
합격률 확률
率
파생어, 합성어의 두음법칙 남의 맞춤법에서는 파생어나 합성어에서 해당 단어의 구 성 요소 가운데 일부가 독립성이 있으면 비록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일지라도 두음법칙에 따라 적 는다. 예를 들어 ‘新女性, 事業年度’ 등 한자어에서 女(녀), 年 (년) 등은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두음법칙이 적용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각각 ‘신녀성, 사업년도’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각각 ‘新-女性, 事業-年度’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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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되어 있으며, 구성 요소인 ‘女性, 年度’ 또한 독립성이 있는 단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비록 단어의 첫소리는 아 니지만, 단어의 구성상 첫머리로 볼 수 있으므로 두음법칙 을 밝혀 적는다. 하지만 북은 두음법칙을 표기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러한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新)+여성(女性)
→ 신여성
사업(事業)+연도(年度)
→ 사업연도
이와 같은 규정에 의해서 남북에서 표기가 달라지는 예 들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반면 ‘婦女-子, 高冷-地, 寒冷-前線, 靑綠-色’ 등과 같은 단어들에 포함된 ‘女, 冷, 冷, 綠’ 등은 어느 경우에도 단어 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두음법칙에 따를 이유가 없다. 이 단어들은 남북에서 모두 동일하게 ‘부녀자, 한랭전선, 고 랭지, 청록색’으로 표기되며 발음된다. 하지만 남의 맞춤법에서 두음법칙의 예외로 처리하는 예들도 있다. ‘파렴치, 수류탄, 미립자, 소립자’ 등의 단어 들은 ‘破-廉恥, 手-榴彈, 微-粒子, 素-粒子’처럼 두음법칙 을 적용하면 각각 ‘파염치, 수유탄, 미입자, 소입자’ 등으로 적어야 한다. ‘파(破), 수(手), 미(微), 소(素)’와 같은 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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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3> 파생어, 합성어의 두음법칙 예 한자어
남
북
年末-年始
연말연시
년말년시
空-念佛
공염불
공념불
失-樂園
실낙원
실락원
海外-旅行
해외여행
해외려행
熱-力學
열역학
열력학
沒-廉恥
몰염치
몰렴치
非-論理的
비논리적
비론리적
登-龍門
등용문
등룡문
五十-六
오십육
오십륙
純-利益
순이익
순리익
사처럼 쓰이는 한자어와 ‘염치(廉恥), 유탄(榴彈), 입자 (粒子)’가 결합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들은 남의 맞춤법에서는 현실 발음을 인정하여 예외로 표 기되며, 결과적으로 ‘파렴치, 수류탄, 미립자, 소립자’ 등 은 남북의 표기가 동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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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어와 한자어 결합 단어의 두음법칙 고유어나 외래어 뒤에 1음절 한자어가 결합한 경우에 뒤 에 오는 한자어는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므로, 독립성이 있 다고 보아 남의 맞춤법에서는 두음법칙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欄, 구름-量’과 같은 단어에서 뒤에 오는 ‘欄, 量’은 고유어 뒤에서 독립성이 있으므로 비록 단 어의 첫머리는 아니지만 ‘스포츠난, 구름양’으로 적힌다. 북에서는 두음법칙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므로 ‘스포츠란, 구름량’이 되어 남북이 다른 표기가 된다. 이와 관련된 예 들을 모아보면 <표 14>와 같다.
<표 14> 고유어와 한자어가 결합한 단어의 표기 예 단어
남
북
모임-欄
모임난
모임란
어린이-欄
어린이난
어린이란
유머-欄
유머난
유모아란
나도잠자리-蘭
나도잠자리난
나도잠자리란
나도제비-蘭
나도제비난
나도제비란
거품-量
거품양
거품량
허파숨-量
허파숨양
-
vector-量
벡터양
벡토르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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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자어 뒤에 오는 ‘欄, 量’은 한자어+한자어의 결합이므로 하나의 단어로 굳어졌다고 보아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讀者欄, 廣告欄, 備考欄, 肺活 量, 勞動量, 分子量’ 등은 각각 ‘독자란, 광고란, 비고란,
폐활량(북은 ‘페활량’으로 표기), 노동량, 분자량’으로 표 기되므로, 두음법칙에 관한 한 남과 북의 표기가 동일하게 된다.
음절이 중첩된 단어의 두음법칙 첫소리가 ㄴ, ㄹ인 한자음을 가진 음절이 중첩되는 단어 의 경우 남의 맞춤법에서는 두 가지로 구분, 표기된다. 첫째, ‘늠름하다(凜凜--)’와 같은 한자어에서 중첩되 는 한자 凜(름)이 처음에 나올 때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늠’ 으로 표기되지만, 두 번째 나올 때에는 두음법칙을 따를 필 요가 없으므로 처음 나오는 음절과는 다르게 ‘름’으로 표기 된다. ‘세세연년(歲歲年年), 연년생(年年生), 연년세세(年 年歲歲), 낙락장송(落落長松), 낭랑하다(朗朗--), 냉랭
하다(冷冷--), 역력하다(歷歷--), 적나라하다(赤裸 裸--)’와 같은 예들 또한 중첩되는 한자 年(년), 落(락), 朗(랑), 冷(랭), 歷(력), 裸(라) 등이 위치에 따라 다르게
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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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유상종(類類相從)’과 같은 한자어는 중첩되는 한자 類(류)가 두음법칙을 따르는 첫음절의 표기 ‘유’를 중 첩되는 둘째 음절에도 그대로 반복하여 표기한다. ‘누누이 (屢屢-), 연연불망(戀戀不忘)’과 같은 예들도 중첩되는 屢 (루), 戀(련)을 두음법칙에 따르는 첫음절의 표기 ‘누, 연’ 을 반복한다. 이처럼 두음법칙을 인정하는 남에서는 현실 발음을 그 대로 표기에 반영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게 보이는 표기 를 하게 된다. 하지만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 북의 맞춤 법에서는 어느 것이나 동일하게 표기하므로 ‘름름하다, 세 세년년, 년년생, 년년세세, 락락장송, 랑랑하다, 랭랭하다, 력력하다, 적라라하다’ 및 ‘류류상종, 루루이, 련련불망’으 로 일관성 있는 표기를 유지할 수 있다.
북에서 발음이 변한 단어들 첫소리가 ㄴ, ㄹ인 한자가 단어의 첫머리에 오는 한자어 중에는 남북의 표기법이 달라져야 하지만, 남북이 동일 한 표기를 보이고 있어 주목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나팔(喇叭)’ 같은 단어는 원래 북에서는 ‘라팔’이라고 적어야 할 것이지만 남한과 동일하게 ‘나팔’로 표기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예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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螺絲
나사
藍色
남색
櫓
노
綠豆
녹두
籠
농
療飢
요기
琉璃
유리
이 단어들은 두음법칙을 따르는 남의 표기와 두음법칙 을 따르지 않는 북의 표기가 동일하게 되어, 어떤 의미에 서는 마치 북에서도 두음법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 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을 가지고 북의 맞춤법에서도 두음 법칙을 따르는 예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1992년 북에 서 간행된 조선말대사전에는 이 단어들이 한자어라는 표시가 달려 있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단어들은 이미 20세기 초엽에 스스로 발음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에 그냥 그것을 인정해 고유어화했다고 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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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양진(2003). 남북한 맞춤법 통일 방안 : 형태 규범(표기법)을 중심으로. 우리어문연구, 20. 우리어문학회. 김하수(1997). 남북한 통합 맞춤법에 대한 구상, 한글 맞춤법, 무엇이 문제인가. 태학사. 김현진(2002). 남북한 맞춤법 규범의 비교연구, 상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박동근(2006). 남북한 맞춤법 통일 방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겨레어문학, 37. 겨레어문학회. 박샛별(2011). 남북 언어 통합 사전 편찬을 위한 어문 규범 연구: 두음법칙 표기와 사이시옷 표기를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백미애(2009). 남 · 북한 맞춤법의 차이점과 그 원인 연구.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출판사. 이명숙(2011). 두음법칙과 한자의 한글 표기.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이은정(1989). 남북한 맞춤법 비교 검토. 한글, 205. 한글학회. 조규태(1999). 두음법칙 표기에 대하여. 배달말, 25. 배달말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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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어미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ㅣ 또는 ㅣ로 끝나는 모음 다음에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는 경우에, 남의 맞춤법에서는 ‘-어, -었-’의 원형을 밝혀 ‘되어, 되었다’로 표기하는 반면, 북의 맞춤법에서는 소리 나는 대로 ‘되여, 되였다’로 표기한다.
‘어법에 맞도록’의 원리 남의 맞춤법 기본 원리는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북의 맞춤법 에서는 “단어에서 뜻을 가지는 매개 부분을 언제나 같게 적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면서 일부 경우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어법에 맞도록’은 ‘단어 에서 뜻을 가지는 매개 부분을 언제나 같게 적는 원칙’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원리에 기반을 두고 체언은 조사와 원형을 밝혀 구별하여 적고, 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원형을 밝혀 구별하여 적게 된다. ‘떠글 멍는다, 꼬치 만타’ 라고 발음하여도 체언 ‘떡, 꽃’과 조사 ‘-을, -이’를 구별하여 ‘떡을, 꽃이’라고 적고, 용언 ‘먹-, 많-’과 어미 ‘-는다, -다’를 구별하여 ‘먹는다, 많다’로 적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몇 종류의 어간과 어미들은 이러한 원리를 따르 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에 대한 처리도 남북 맞춤법에 서 달라지는 부분이다.
‘-아 · 어’로 시작하는 어미 연결어미 ‘-아·어, -아도·어도, -아서·어서’와 선어말어 미 ‘-았·었-’ 등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들은 모음조화를 지키는 어미들이므로, 앞에 오는 용언의 어간 모음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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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5>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의 표기 남북 어간의 모음 ‘-아’로 시작하는 어미
ㅏ
낳아, 낳았다 따라, 따랐다 막아, 막았다 잡아, 잡았다 넣어, 넣었다 먹어, 먹었다 접어, 접었다
ㅓ ㅑ
얇아, 얇았다 겪어, 겪었다 엷어, 엷었다
ㅕ
ㅗ
‘-어’로 시작하는 어미
돌아, 돌았다 보아, 보았다 쏘아, 쏘았다 올라, 올랐다
ㅜ
꾸다, 꾸었다 눌러, 눌렀다 두다 두었다 불러, 불렀다 울어, 울었다 주어, 주었다
ㅡ
그어, 그었다 들어, 들었다 흘러, 흘렀다
ㅣ
치러,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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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아·어’의 선택이 달라진다. 즉, 용언의 어간이 양성 모음일 때에는 ‘-아’로 시작하는 어미, 용언의 어간이 음 성모음일 때에는 ‘-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게 되며 이 는 남북 맞춤법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용언 ‘하-’의 경우는 어간의 모음이 ‘아’이기는 하 지만 ‘하여, 하였다’가 되며, 이 또한 남북이 동일하다. 남북에 차이가 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이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ㅣ 또는 ㅐ, ㅔ, ㅚ, ㅟ, ㅢ 등 ㅣ로 끝나는 모음 다 음에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는 경우다. ‘되어, 되 었다’ 등의 실제 발음은 남북 모두 [되여, 되였다]이지만, 남의 맞춤법에서는 ‘-어, -었-’의 원형을 밝혀 ‘되어, 되었다’ 로 표기하는 반면에, 북의 맞춤법에서는 소리 나는 대로 ‘되여, 되였다’로 표기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표기의 차이도 동일한 원리에 의한 것이다.
∙ 남: 도리어, 드디어, 깨어나다, 깨어지다, 뛰어나다, 미어지다, 빼어나다, 태어나다, 피어나다, 헤어나다, 헤어지다, 헤엄치다, 휘어지다 ∙ 북: 도리여, 드디여, 깨여나다, 깨여지다, 뛰여나다, 미여지다, 빼여나다, 태여나다, 피여나다, 헤여나다, 헤여지다, 헤염치다, 휘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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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6> 끝음절 모음이 ㅣ, ㅐ, ㅔ, ㅚ, ㅟ, ㅢ인 어간의 ‘-아·어’ 표기 어간의 모음
남
북
ㅣ
기어, 기었다 비어, 비었다 피어, 피었다 모이어, 모이었다 생기어, 생기었다
기여, 기였다 비여, 비였다 피여, 피였다 모이여, 모이였다 생기여, 생기였다
ㅐ
개어, 개었다
개여, 개였다
ㅔ
메어, 메었다 베어, 베었다
메여, 메였다 베여, 베였다
ㅚ
되어, 되었다
되여, 되였다
ㅟ
쥐어, 쥐었다 사귀어, 사귀었다
쥐여, 쥐였다 사귀여, 사귀였다
ㅢ
띄어, 띄었다 희어, 희었다
띄여, 띄였다 희여, 희였다
하지만 ‘구태여’는 남북이 동일하게 표기한다.
ㅂ 불규칙 용언의 어간 ㅂ으로 끝나는 일부 용언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 서 어간의 ㅂ이 ㅗ·ㅜ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ㅂ 불규칙 용언이라고 한다. 동사의 어간 ‘굽-’(고기를 굽다) 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굽다, 굽고, 굽지만’ 으로 활용하지만,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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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구우-’로 바뀌어서 ‘구워, 구우니, 구울, 구웠다’로 활용하는 것이다. ㅂ 불규칙 용언이 아닌 동사의 어간 ‘굽 -’(허리가 굽었다)이 어느 경우에나 일정하게 ‘굽다, 굽고, 굽지만; 굽어, 굽으니, 굽을, 굽었다’로 활용하는 것과 대 비된다. 이처럼 어간이 바뀌면 바뀐 대로 적는 것은 앞서 언급 한 바 있는 ‘어법에 맞도록’ 또는 ‘단어에서 뜻을 가지는 매 개 부분을 언제나 같게 적는 원칙’에는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먹-’이라는 용언의 어간이 어미 ‘-는다’와 결합할 때 ‘멍-’으로 바뀌어도 원형을 밝혀 그대로 적는 것과는 다 른 처리다.
굽-+-어
→ 구우-+-어 → 구워
cf. 먹-+-는다
→ 멍-+-는다 → 먹는다
<표 17> ㅂ 불규칙 용언의 활용 종류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ㅂ 불규칙
굽-다[炙], 굽-고, 굽-지만
구우-어, 구우-니, 구우-ㄹ, 구우-었다
정칙
굽-다[曲], 굽-고, 굽-지만
굽-어, 굽-으니, 굽-을, 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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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불규칙 용언의 어간에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경우 남과 북의 맞춤법에 차이가 보인다. 즉, 남에서는 ㅂ 불규칙 용언 어간의 모음과 상관없이 모두 ‘우’로 바뀌 지만, 북에서는 어간의 모음에 따라 ‘오·우’로 구분하여 적는다. 우선 다음과 같은 경우는 남북 맞춤법에서 동일하다.
깁다: 기워, 기웠다 맵다: 매워, 매웠다 무겁다: 무거워, 무거웠다 밉다: 미워, 미웠다 쉽다: 쉬워, 쉬웠다 춥다: 추워, 추었다
하지만 ㅂ 불규칙 용언 어간의 마지막 모음이 ㅏ, ㅗ인 경우는 남북의 표기가 달라진다. <표 18>과 같이 남에서는 어간의 ㅂ이 ㅜ로 바뀌지만 북에서는 ㅗ로 바뀌는 것이다. 반면, ‘곱-, 돕-’과 같은 단음절 어간의 ㅂ 불규칙 용언은 어간 모음이 ㅗ이므로, 남 맞춤법의 원리에 의하면 어간 의 ㅂ이 ㅜ로 바뀌어야 한다(고워?, 도워?).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남에서도 ㅗ로 바꾸도록 되어 결과적으로 북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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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8> ㅂ 불규칙 용언 활용의 남북 차이 어간 모음
ㅏ
ㅗ
ㅂ 불규칙 용언
남
북
가깝다
가까워, 가까웠다
가까와, 가까왔다
고맙다
고마워, 고마웠다
고마와, 고마왔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아름다웠다
아름다와, 아름다왔다
괴롭다
괴로워, 괴로웠다
괴로와, 괴로왔다
일하게 되었다.
돕다: 도와, 도왔다 곱다: 고와, 고왔다
어미 ‘-오 · 요’ 종결어미 ‘-(으)오’는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서 이른바 ‘하 오’체의 설명, 의문, 명령 어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종결어 미이므로 ‘-(으)오’가 빠지면 다음에서 보듯이 문장이 성립 되지 않는다.
그대를 사랑하오. *그대를 사랑하-. 나는 요새 이 책을 읽으오. *나는 요새 이 책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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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결어미 ‘-요’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따위를 열거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이것만으로는 문장이 끝나지 않고 뒤에 다른 문장이 연결되어야 한다.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붓이다.
그런데 종결어미 ‘-(으)오’와 연결어미 ‘-요’가 계사 어간 ‘이-’나 형용사 ‘아니-’ 다음에 오면 표기가 남북이 달라진 다. 남에서는 종결어미와 연결어미를 구분하여 각각 ‘-오’ 와 ‘-요’로 적는 반면, 북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모 두 ‘-오’로 적는다. 아래 예문에서 ‘책이오, 책이요,’ ‘아니오, 아니요’는 모 두 그 발음이 각각 [채기요], [아니요]로 동일하다. 한국어 에서 ㅣ 모음 다음에 바로 모음이 이어지게 되면, 뒤에 오
<표 19> 어미 ‘-오 · 요’ 표기의 남북 차이 어미
남
북 -이오.
종결어미 ‘-(으)오’ 연결어미 ‘-요’
아니오. -이요,
-이오,
아니요,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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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모음에는 [j] 소리가 삽입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남에서 는 종결어미로서 ‘오’와 연결어미로서 ‘요’를 구분하기 때 문에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른 표기를 갖는다.
종결어미 ‘-(으)오’: 이것은 나의 책이오. 그는 나의 친구가 아니오. 연결어미 ‘-요’: 이것은 나의 책이요, 저것은 그의 책이다. 그는 나의 친구가 아니요, 오히려 적입니다.
반면 북 맞춤법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같 이 표기한다.
종결어미 ‘-(으)오’: 이것은 나의 책이오. 그는 나의 친구가 아니오. 연결어미 ‘-오’: 이것은 나의 책이오, 저것은 그의 책이다. 그는 나의 친구가 아니오, 오히려 적입니다.
한편 듣는 이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서 사 용되는 ‘-요’는 종결어미 ‘-(으)오’나 연결어미 ‘-요’와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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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것이다. 보조사 ‘-요’는 문장에서 생략되면 존대의 등급 만 달라질 뿐 문장의 성립에는 이상이 없다. 남북에서 동 일하게 표기된다.
은행잎이 지고 있어요. cf. 은행잎이 지고 있어. 갈 사람은 가지요. cf. 갈 사람은 가지.
된소리로 발음되는 어미 우리말에는 ㄹ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는 어미들이 있다. 그러나 이 어미들은 그 실제 발음과 관계없이 예사소리로 표기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실제 발음은 [살께]이지만, 그 표기는 ‘살게’로 적게 되는 것이다. 남북 이 동일하게 표기하고 있다.
[내가 내일 밥 살께] → 내가 내일 밥 살게
이와 같은 어미들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으)ㄹ거나: 네 방은 언제 닦을거나? -(으)ㄹ걸: 한결이가 너보다 키가 더 클걸. -(으)ㄹ게: 내일 다시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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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ㄹ세: 그 사람 참 어리석을세. -(으)ㄹ세라: 바람 불면 날아갈세라. -(으)ㄹ수록: 이 책은 읽을수록 새로운 감동을 준다. -(으)ㄹ시: 이것은 고려청자일시 분명하다. -(으)ㄹ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으)ㄹ지니라: 너희는 내 말을 믿을지니라. -(으)ㄹ지라도: 불합격할지라도 부정행위는 하지 않는다. -(으)ㄹ지어다: 자식은 마땅히 부모의 말씀을 들을지 어다. -(으)ㄹ지언정: 차라리 굶을지언정 도둑질은 하지 않 겠다. -(으)ㄹ진대: 우리가 이웃일진대 서로 도와야 한다. -(으)ㄹ진저: 정의를 위해 싸울진저. -올시다: 지나가는 나그네올시다.
하지만 ㄹ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는 어미 중 의문형 어미는 남과 북의 맞춤법에 차이가 난다. 즉, 남에서는 된 소리로 적지만, 북에서는 다른 어미들과 마찬가지로 예사 소리로 적는 것이다. 실제 사용례를 비교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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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0> 된소리로 발음되는 의문형 어미의 표기 남
북
-(으)ㄹ까? -(으)ㄹ꼬? -(으)ㄹ쏘냐?
-(으)ㄹ가? -(으)ㄹ고? -(으)ㄹ소냐?
∙ 남: 내일은 날씨가 맑을까? 우리는 언제 떠날꼬? 내가 너에게 질쏘냐? ∙ 북: 내일은 날씨가 맑을가? 우리는 언제 떠날고? 내가 너에게 질소냐?
다음과 같은 의문형 어미들은 ㄹ로 시작하지 않기 때문 에 굳이 여기서 다룰 필요는 없지만, 이들은 남북이 똑같 은 표기를 가지고 있다.
-(스)ㅂ니까? -(으)리까?
그러므로 남의 맞춤법에서는 ㄹ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 되는 어미는 예사소리로 적는 경우와 된소리로 적는 경우 가 구분되지만, 의문형 어미는 모두 일관되게 된소리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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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되어 있다. 반면, 북의 맞춤법에서는 ㄹ 뒤에서 된소리 로 발음되는 어미는 모두 예사소리로 적지만, ㄹ이 아닌 소리 뒤에서 된소리로 나는 경우는 된소리로 적는다는 차 이를 낳는다.
참고문헌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출판사. 이은정(1989). 남북한 맞춤법 비교 검토. 한글, 205.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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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접미사
‘꿀꿀거리다, 꿀꿀대다, 꿀꿀돼지’ 등의 단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근 중 ‘꿀꿀’은 여기에 ‘-하다, -거리다’가 붙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형태를 고정시켜 ‘꿀꿀이’로 표기한다. 하지만 ‘얼룩덜룩, 얼룩말, 얼룩무늬, 얼룩지다’ 등의 단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근 ‘얼룩’에는 ‘-하다, -거리다’가 붙을 수 없기 때문에 ‘얼루기’라고 표기한다.
명사,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 어근에 접미사가 붙어서 형성된 새로운 단어를 표기할 때 어근과 접미사를 밝혀 적는다는 점은 남북 맞춤법에서 동 일하다. 특히 어느 정도 생산성이 있는 어근일 경우에는 그 형태를 고정시켜 동일한 어근에서 파생된 단어들의 의 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꿀꿀 거리다, 꿀꿀대다, 꿀꿀돼지’ 등의 단어에 공통으로 나타 나는 어근 ‘꿀꿀’을 고정시켜 ‘꿀꿀이’로 표기하게 된다. 하 지만 남북 맞춤법에서는 세부적인 면에서 몇 가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다음 단어들과 같이 ‘-하다,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접 미사 ‘-이’가 붙어서 파생된 명사, 부사의 경우, 남북 맞춤 법에서 모두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다음은 남북 어느 한쪽에서만 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단 어들이지만 각각의 원리에는 충실하게 표기되어 있다.
∙ 남: 홀쭉이 ← 홀쭉-하다 깔쭉이 ← 깔쭉-거리다 삐죽이 ← 삐죽-거리다 ∙ 북: 홀쪽이 ← 홀쪽-하다 훌쭉이 ← 훌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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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1> 명사,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의 표기 어근에 붙는 형태소
파생된 품사
예
남북
납작-하다
코납작이
불뚝-하다
배불뚝이
깨끗-하다
깨끗이
꼿꼿-하다
꼿꼿이
납작-하다
납작이
따뜻-하다
따뜻이
뚜렷-하다
뚜렷이
반듯-하다
반듯이 (‘반듯하게’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
빵긋-하다
빵긋이
뿌듯-하다
뿌듯이
삐죽-하다
삐죽이
어렴풋-하다
어렴풋이
오뚝-하다
오뚝이
깜짝-거리다
눈깜짝이
꿀꿀-거리다
꿀꿀이
생긋-거리다
생긋이
해죽-거리다
해죽이
명사
-하다 부사
명사 -거리다 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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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에 ‘-이’로 시작하는 접미사가 붙어 명사, 부사가 된 것은 남북 모두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얼룩덜룩, 얼룩말, 얼룩무늬, 얼룩지다’ 등의 단어에서 공통으로 어근 ‘얼룩’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여기에 ‘-하다, -거리다’가 붙을 수 없기 때문에 ‘*얼룩이’라 고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 명사: 개구리, 기러기, 깍두기, 꽹과리, 날라리, 누더 기, 매미, 부스러기, 뻐꾸기, 얼루기, 칼싹두기 ∙ 부사: 갑자기, 반드시(‘꼭’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 우), 슬며시
‘-하다,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에 ‘-이’로 시작하는 접미사가 붙어서 부사가 된 것 중에 남북에서 표기가 달라 지는 예들은 <표 22>와 같다. 하지만 이러한 표기들은 남북에서 나름대로 원칙을 지 키고 있다. 북에서 ‘곰곰히’라고 표기하는 이유는 남의 사 전과는 달리 북의 사전에 ‘곰곰하다’가 수록되어 있기 때 문이다. 그러므로 북에서 ‘곰곰히’라고 적는 것은 ‘꾸준하 다, 딱하다’에서 파생된 ‘꾸준히, 딱히’와 같은 원리를 따른 것이다. 남에서 ‘곰곰이’라고 표기하는 이유는 부사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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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2> 접미사 ‘-이’ 표기의 남북 차이 품사
부사
남
북
곰곰이
곰곰히
더욱이
더우기
일찍이
일찌기
에 ‘-이’가 붙어서 새로운 부사를 만들어 낸 것으로 파악하 기 때문이다. 이는 부사 ‘더욱, 일찍’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 아 ‘더욱이, 일찍이’로 적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 단어들은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이지만, 북에서는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 예들이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다른 표기를 보여 주 는 것이다. 북의 표기는 다소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표 23>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붙은 접미사 ‘-이’의 표기 품사
예
남
북
더펄-거리다
더펄이
더퍼리
살살-거리다
살살이
살사리
쌕쌕-거리다
쌕쌕이
쌕쌔기
푸석-거리다
푸석이
푸서기
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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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서는 ‘오뚝하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와 부사 모두 ‘오뚝이’로 표기한다. 북에서는 ‘오뚝하다’에서 파생 된 부사 ‘오뚝이’만 있다. 반면, 북에서는 ‘오똑하다’ 또한 사용되는데, 이 단어는 남에서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는다. 북에서는 ‘오똑하다’에서 파생된 명사는 ‘오또기’로, 부사 는 ‘오똑이’로 구분하여 표기하고 있다.
<표 24> ‘오뚝이’ 관련 남북 어휘 종류
품사
남
북
명사
오뚝이
-
오뚝-하다 부사
오뚝이
명사
-
오또기
부사
-
오똑이
오똑-하다
정도 관련 접미사 ‘넓다, 깊다, 크다’ 등의 형용사와 결합하여 정도의 차이 를 나타내는 접미사인 ‘-다랗다, -직하다’가 붙은 단어 들의 표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다음은 남북이 동일하게 표기하는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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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랗다: 가느다랗다, 곱다랗다, 굵다랗다, 기다랗다, 길다랗다, 깊다랗다, 높다랗다, 되다랗다, 두껍다랗 다, 머다랗다, 잗다랗다, 좁다랗다, 커다랗다 ∙ -직하다: 가느직하다, 굵직하다, 깊직하다(북에서만 사용), 나직하다, 높직하다, 느직하다, 늙직하다, 무 겁직하다, 묵직하다, 좁직하다, 큼직하다
남북의 표기가 서로 달라지는 경우는 ㄼ으로 끝나는 어 근에 접미사 ‘-다랗다, -직하다’가 붙을 때다. 이 같은 차이 가 발생한 원인은 남에서 ㄼ 받침을 가진 어근 뒤에서는 소리나는 대로 ‘–따랗다, -찍하다’를 쓰고 그 외의 경우에 는 모두 ‘-다랗다, -직하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 면에 북 맞춤법에서는 어느 경우에나 일관성 있게 ‘–다랗
<표 25> ㄼ으로 끝나는 어근에 붙는 접미사의 표기 접미사
-다랗다
어근
남
북
넓-
널따랗다
넓다랗다, 널다랗다
얇-
얄따랗다
얇다랗다
짧-
짤따랗다
짧다랗다
넓-
널찍하다
널직하다
얇-
얄찍하다
얄직하다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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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직하다’를 사용하고 있다. 어근이 ㄹ로 끝나는 몇 단어들에 ‘-죽하다, -직하다’가 붙는 경우에도 남북의 표기가 서로 달라진다. 하지만 어 떤 이유에서인지 ‘멀찍하다’는 북 맞춤법에서 유일하게 ‘찍하다’를 사용하고 있는 단어다.
<표 26> ㄹ로 끝나는 어근에 붙는 접미사의 표기 접미사
어근
남
북
걸-
걸쭉하다
걸죽하다
길-
길쭉하다
길죽하다
길-
길찍하다
길직하다
-죽하다
-직하다 멀찍하다
멀-
접미사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어근이 ㄼ으로 끝나는 형용사 ‘넓-’과 관련된 단어들의 표기도 다음과 같이 남북 이 달라지고 있으므로 <표 27>에 정리하여 둔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북에서만 사용되는 다음 단어에서 는 유일하게 ‘넓’으로 표기되고 있다.
넓적글자: 하나의 소리마디를 단위로 하면서 글자의 짜 임이 대체로 넙적한 네모 모양으로 된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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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7> ‘넓-’과 관련된 단어들의 남북 표기 차이 남
북
넓적넓적
넙적넙적
넓적다리
넙적다리
넓적다리뼈
넙적다리뼈
넓적스름하다
넙적스름하다
넓적이
넙적이
넓적코
넙적코
넓적하다
넙적하다
넓죽하다
넙죽하다
무엇을 받아먹거나 대답을 하느라 자꾸 입을 벌렸다가 닫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과 관련이 있는 다음 단어들은 실 제 ‘넓-’과는 관련이 없는 단어이므로 남과 북에서 모두 다 음과 같이 ㄼ을 드러내는 표기를 하지 않는다.
넙적넙적, 넙적대다
된소리로 발음되는 접미사 남북 맞춤법에서 된소리 표기가 달라지는 접미사들이 있다. 명사 뒤에서 어떤 일을 잘하거나 즐겨 하는 사람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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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를 더하는 접미사는 남에서는 ‘-꾼’으로, 북에서 ‘-군’으 로 구별하여 적는다.
<표 28> 접미사 ‘-꾼 · 군’의 표기 차이 접미사
남
북
-꾼 · 군
구경꾼 나무꾼 농사꾼 심부름꾼 일꾼 익살꾼 장난꾼 장꾼
구경군 나무군 농사군 심부름군 일군 익살군 장난군 장군
접미사 ‘-깔·갈, -쩍다·적다’는 남의 맞춤법과 북의 맞 춤법에서 다른 표기를 쓰는 경우도 있고, 같은 표기를 쓰 는 경우도 있다. <표 29>에서 보듯이, 남에서는 일관되게 ‘-깔, -쩍다’로 적는 반면에, 북에서는 된소리 표기와 예사 소리 표기로 구분하여 적는다. 접미사 ‘-꿈치, -때기, -빼기, -배기’는 남북 맞춤법에 그 표기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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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9> 접미사 ‘-깔 · 갈, -쩍다 ·적다’의 표기 차이 접미사
남
북
-깔/갈
때깔 맛깔스럽다 빛깔 색깔
맛갈스럽다 빛갈 색갈 성깔 태깔
객쩍다 맥쩍다 멋쩍다 별미쩍다
객적다 맥적다 멋적다 별미적다
-쩍다/적다
겸연쩍다 미심쩍다 수상쩍다 의심쩍다 행망쩍다
-꿈치: 발꿈치, 팔꿈치, 뒤꿈치 -때기: 귀때기, 등때기, 배때기, 볼때기 -빼기: 이마빼기, 코빼기 -배기: 언덕빼기
참고문헌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맞춤법. 박이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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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사이시옷
남에서는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의 두 단어가 결합하여 합성어를 이룰 때, ㄴ(또는 ㅥ) 소리가 덧나거나, 뒤에 오는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바뀌고, 앞에 오는 단어가 모음으로 끝나면 사이시옷을 적는다. 반면 북에서는 사이시옷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다.
남 맞춤법 규정 사이시옷 문제 역시 남북 맞춤법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우선 사이시옷 표기가 왜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하여 두 단어가 결합한 ‘새+집’, ‘잔치+집’을 예로 들어 합성어의 된소리가 어떻게 표기되는지 살펴보자. ‘새+집’ 은 그 발음이 ‘새집’이므로 ‘새집’으로 표기하는 데 아무 문 제가 없다. ‘잔치+집’은 ‘잔치찝’으로 소리 나므로 이러한 된소리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사이시옷 표기다. 된소리로 나지 않는 ‘새집’과 비교하여, ‘잔치집’에 서 된소리로 변이한다는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 표기에 반 영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잔치찝, 잔칟집, 잔칫집, 잔 치ㅅ집’ 등과 같은 여러 방안 중에서 남 맞춤법에서는 ‘잔 칫집’을 선택하여 표기하는 것이다. 남 맞춤법의 규정은 다음과 같이 ①∼④의 네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④-1은 예외다.
① 두 단어가 결합하여 합성어를 이룬다. ② ㄴ(또는 ㅥ) 소리가 덧나거나, 뒤에 오는 단어의 첫 소리가 된소리로 바뀐다. ③ 앞에 오는 단어가 모음으로 끝난다. ④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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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합성어다. ④ -1 한자어+한자어라 할지라도 ‘곳간(庫間), 셋방(貰 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 數)’의 여섯 단어는 예외적으로 사이시옷을 적는다.
합성어 이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이시옷은 두 단어가 결합하여 합성어를 형성할 때 표기한다. 합성어는 두 개 이상의 실질형태소가 모여 새로운 뜻을 가진 한 단어 가 된 말로서, 실질형태소에 접사가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 가 된 파생어와는 구별된다. 이를테면 ‘솜버선’은 합성어이 고 ‘덧버선’은 파생어인데, 이 단어 둘 다 각각 ‘솜+버선, 덧+버선’의 결합으로 만들어졌기는 하지만, ‘솜, 버선’이 모두 자립적으로 사용되는 실질 형태소인 반면 ‘덧-’은 반 드시 다른 말 뒤에 붙어서 사용되는 접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님, 나라님’을 ‘*햇님, *나랏님’으로 적지 않 는 이유는 ‘해’와 ‘나라’에 붙는 ‘-님’이 접미사이기 때문에 ‘해님, 나라님’은 합성어가 아니라 파생어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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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변이 두 단어가 결합하여 합성어를 이룬다고 해도 소리의 변화 가 없으면 사이시옷을 적을 필요가 없다. 이는 당연한 것으 로 사이시옷은 소리의 변이를 표기에 반영하기 위해 만들 어진 규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래방, 참새구이’는 각각 ‘노래+방, 참새+구이’이지만, 아무런 소리의 변이 가 없으므로 굳이 여기에 사이시옷을 표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말에서 두 단어가 결합할 때 일어나는 소리의 변이 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머리 +가락’과 같은 결합이 ‘머리카락’이 되는 경우, ‘해+쌀’과 같은 결합이 ‘햅쌀’이 되는 경우, ‘활+살’과 같은 결합이 ‘화살’이 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사이시옷 표기 는 ㄴ(ㅥ) 소리가 덧나거나, 뒤에 오는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바뀌는 두 경우에만 적용된다.
수도+물 → [수돈물] → 수돗물 깨+잎 → [깬닙] → 깻잎
위의 예들에서 보듯이 ‘수도, 깨’가 각각 ‘물, 잎’과 결합 할 때 원래 발음에는 없던 ㄴ 소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 를 표기에 반영하기 위해서 ‘*수도물, *깨잎’이 아니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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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물, 깻잎’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해+볕 → [해뼏] → 햇볕 갈비+대 → [갈비때] → 갈빗대 회+집 → [회찝] → 횟집 등교+길 → [등교낄] → 등굣길
위의 예들은 두 단어가 결합할 때 뒤의 단어의 첫소리 가 된소리가 되는 것으로, 이처럼 된소리로 변하는 것을 표기에 반영하기 위해 사이시옷을 적는다. 여기에서 혼동하기 쉬운 것은 ‘허리띠, 갈비뼈’의 표기 다. ‘허리띠, 갈비뼈’ 역시 각각 두 단어의 결합으로 이루어 진 합성어이고, 뒤에 오는 단어의 소리가 된소리이기는 하 지만, 이를 ‘*허릿띠, *갈빗뼈’와 같이 적지 않는 까닭은 이 단어들에서 소리의 변이가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띠, 뼈’는 원래부터 된소리였을 뿐 단어가 결합되는 과 정에서 된소리로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 쳐 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위층, 나루터, 코털, 뒤풀이’ 등도 각각 ‘*윗층, *나 룻터, *콧털, *뒷풀이’ 등으로 잘못 사용되는 예가 보이기 는 하지만, 뒤에 오는 단어인 ‘층, 터, 털, 풀이’ 등은 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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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아닌 거센소리이며, 또한 소리의 변이가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적을 까닭이 없다.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 두 단어가 결합하는 합성어가 소리의 변이가 있다 하더라 도 앞 단어가 반드시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에만 사이시옷 이 부가된다.
가을+비 → [가을삐] → *가읈비 → 가을비 우산+속 → [우산쏙] → *우속 → 우산속
위의 예에서 보듯이 ‘가을비, 우산속’은 각각 ‘가을삐, 우 산쏙’처럼 된소리로 바뀌는 단어이지만, 어느 경우에도 사 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가읈비, *우속’처럼 적지 않는다 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 조건은 아주 중요하지만, 실제로 ‘읈, ’과 같이 시각적으로 낯선 음절이 생겨나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적용하기란 그다지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
고유어가 포함된 합성어 사이시옷 표기를 해야 하는 합성어는 반드시 어느 한쪽이 라도 순우리말 즉 고유어를 포함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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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자어끼리 결합하는 경우는 다른 조건을 모두 만족한 다 하더라도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다. <표 30>에서 사이시옷을 표기하는 예들은 앞이나 뒤의 단어 중 하나는 고유어가 포함되어 있는 것들이다(고유어 는 ‘-’로 나타내었다). 반면,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 단어들은 모두 한자어로만 이루어진다.
<표 30> 사이시옷 표기 사이시옷 표기함
사이시옷 표기하지 않음
방앗간(--間)
마구간(馬廏間)
수돗물(水道-)
수도세(水道稅)
소줏집(燒酒-)
소주잔(燒酎盞)
기댓값(期待-)
기대치(期待値)
최곳값(最高-)
최고가(最高價)
귓병(-病)
폐병(肺病)
머릿수(--數)
번지수(番地數)
월셋집(月貰-)
월세방(月貰房)
전셋집(傳貰-)
전세방(傳貰房)
꼭짓점(--點)
가산점(加算點)
갯과(-科) 고양잇과(-科) 쥣과(-科)
기린과(麒麟科) 하마과(河馬科) 낙타과(駱駝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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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외래어와 결합하는 경우에도 사이시옷 표기는 이 루어지지 않는다. ‘보랏빛(---), 장밋빛(薔薇-)’은 사 이시옷이 표기되어 있지만, ‘핑크빛(pink-)’은 고유어 ‘빛’ 이 외래어 ‘핑크’와 결합되어 있으므로 그 발음이 [핑크삗]으 로 된소리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호프찝, 피자찝]으로 발음되는 ‘호프집, 피자집’을 ‘*호 픗집, *피잣집’으로 적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사이 시옷을 받쳐 적는 ‘맥줏집(麥酒-), 대폿집(---)’과 비 교하여 볼 수 있다.
예외 조건 원칙적으로 한자어+한자어의 결합은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이는 두 음절로 이루어진 한자어도 마찬가지여서 ‘치과(齒科), 초점(焦點), 개수(個數), 부수(部數), 대가 (代價)’ 등도 모두 [치꽈, 초쩜, 개쑤, 부쑤, 대까]처럼 된소 리로 발음되지만, ‘*칫과, *촛점, *갯수, *부수, *댓가’처럼 적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에 제시되는 2음절 한자어는 예외적으로 사이시옷을 표기에 반영한다. 이들은 그저 예외로 규정된 것이므로 일일이 암기하여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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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 (退間), 횟수(回數)
사이시옷 표기의 전제 조건 모든 맞춤법 표기가 다 그렇지만 사이시옷을 제대로 표기 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중요 하다. 발음이 정해지면 표기는 발음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이를테면 “노래의 가사를 가리키는 말”과 “인사할 때 주 고받는 말”의 발음이 각각 [노랜말, 인산말]인지 [노래말, 인사말]인지 생각하여 보자. 전자라면 이 합성에는 ㄴ소 리가 덧나고 있으므로 ‘노랫말, 인삿말’로 적을 것이오, 후 자라면 아무런 소리의 변이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노래말, 인사말’로 적어야 할 것이다. 이 단어들의 표준 발음은 각 각 [노랜말], [인사말]이므로 이들은 ‘노랫말’과 ‘인사말’로 구분하여 적어야 한다. 마찬가지 원리로 ‘존댓말, 혼잣말’ 과 ‘예사말, 머리말’로 구분된다.
노래+말 → [노랜말](ㄴ 소리 첨가) → 노랫말 인사+말 → [인사말](소리의 변이 없음) → 인사말
또한 “동물의 수컷, 수컷인 소”는 그 발음이 각각 [수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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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여서 된소리와 관련이 없으므로 ‘수소, 수놈’으로 적 지만 “수컷인 양, 염소, 쥐”는 각각 [순냥, 순념소, 숟쮜]처럼 ㄴ(ㅥ) 소리가 덧나거나 뒤에 오는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 리로 바뀌므로 각각 ‘숫양, 숫염소, 숫쥐’처럼 적어야 한다. “장마 때에 오는 비, 순대를 넣고 끓인 국”은 각각 [장마 삐, 순대꾹]으로 발음되므로 ‘장맛비, 순댓국’으로 적어야 한다. “놀이방, 마루방, 아기방”과 “가겟방, 건넛방, 구둣 방, 아랫방, 잔칫방”을 구분하여 표기하는 것도 그 발음의 차이에 기인한다.
북 맞춤법의 사이시옷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 맞춤법에서 정한 사이시옷 규 정은 꽤 복잡한 편이다. 반면 북 맞춤법에서는 사이시옷 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다. 따라서 북 맞춤법에서는 다음 에 제시하는 몇 가지 예외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이시옷 을 표기하지 않는다.
∙ 샛별: 새벽에 동쪽하늘에 밝게 나타나는 별.(cf. 새별: 갑자기 새롭게 등장하여 이름을 떨치는 사람을 비유 적으로 이르는 말.) ∙ 빗바람: 비를 몰아오면서 부는 바람. 또는 온갖 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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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과 모진 시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cf. 비바 람: 비와 바람.) ∙ 샛서방: 남편이 있는 여자가 남편 몰래 상관하는 남 자.(cf. 새서방: 갓 결혼한 남자 또는 새 남편.) ∙ 견짓살: 닭의 겨드랑이에 붙어 있는 흰 살. ∙ 갯지네: 지렁이의 한 종류
다만 ‘덧신, 햇가지, 웃집, 옛말’ 등과 같은 단어를 보면 북에서도 마치 사이시옷을 표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다. 하지만 이들에 포함되어 있는 ‘덧-, 햇-, 웃-, 옛-’ 등이 이미 그 자체에 ㅅ을 가지고 있는 접두사이므로 이 단어 들은 사이시옷과는 관련이 없다. ‘웃집’은 남 맞춤법의 표 기라면 ‘윗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북 맞춤법처럼 사이시옷을 전혀 표기하지 않게 되면, 표기와 발음 사이의 괴리가 너무 심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그래서 표기만으로는 발음을 예측할 수 없어서 발음을 일일이 암기하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 다. 아래 예문에서 ‘바다가’는 각각 [바다가, 바다까]와 같 이 다르게 발음되지만, 이러한 사실이 표기만으로는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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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마을 바다가 근처에서 놀고 있다 (cf. 바닷가 근처에서 놀고 있다).
심지어 표기의 영향으로 뜻하지 않은 발음의 변화까지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음 예를 보면 실제 발음과 는 상관없이 ‘내가에, 잿더미’를 [내까에, 재떠미]에 아니라 [내가에, 잿더미]로 발음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에 가서 놀았다. 재더미가 되었다.
그 외 합성어의 표기 사이시옷 표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합성어에서 소리가 바뀌는 경우 남북에서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를 두어 가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이[齒, 虱]’가 합성어나 이에 준하는 말의 표기는 남북 이 달라지는데, 남에서는 이들이 [니] 또는 [리]로 소리 나 므로 ‘니’로 적지만, 북에서는 그 원형을 밝혀 적는다. 생물에서 새끼를 배지 않거나 열매를 맺지 않는 쪽의 성을 가리키는 접두사 ‘수-’가 붙는 단어들의 표기도 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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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1> ‘이[齒, 虱]’에 관련된 합성어 등의 표기 단어
남
북
이[齒]
간니, 덧니, 사랑니, 송곳니, 앞 간이, 덧이, 사랑이, 송곳이, 앞 니, 어금니, 윗니, 젖니, 톱니, 이, 어금이, 웃이, 젖이, 톱이, 틀니 틀이
이[虱]
가랑니, 머릿니
가랑이, 머리이
<표 32> ‘수’에 관련된 파생어의 표기 남
북
수놈, 수컷, 수개미, 수거미, 수게, 수고양이, 수고래, 수곰, 수구렁이, 수꿩, 수비둘기, 수단추, 수벌, 수사돈, 수사자, 수소, 수잠자리, 수제비, 수자라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 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
수강아지, 수개, 수기와, 수닭, 수당 나귀, 수돌쩌귀, 수돼지, 수병아리
숫양, 숫염소, 숫쥐
수양, 수염소, 수쥐
북에서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북에서는 이들을 모두 일 관되게 ‘수-’로 표기하지만, 남에서는 경우에 따라 표기가 달라진다. 깨끗한, 순진한의 의미를 가지는 접두사 ‘숫-’은 ‘숫처녀, 숫총각’과 같이 남북의 표기가 동일하다. 다음과 같은 표기도 남북이 달라진다(/ 앞쪽이 남, 뒤쪽 의 북의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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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 / 햇쌀 볍씨 / 벼씨 살코기 / 살고기
참고문헌 김양진(2003). 남북한 맞춤법 통일 방안 : 형태 규범(표기법)을 중심으로. 우리어문연구, 20. 우리어문학회. 김하수(1997). 남북한 통합 맞춤법에 대한 구상, 한글 맞춤법, 무엇이 문제인가. 태학사. 김현진(2002). 남북한 맞춤법 규범의 비교연구, 상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박동근(2006). 남북한 맞춤법 통일 방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겨레어문학, 37. 겨레어문학회. 박샛별(2011). 남북 언어 통합 사전 편찬을 위한 어문 규범 연구 : 두음법칙 표기와 사이시옷 표기를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백미애(2009). 남 · 북한 맞춤법의 차이점과 그 원인 연구.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출판사. 이은정(1989). 남북한 맞춤법 비교 검토. 한글, 205.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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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띄어쓰기
남북의 띄어쓰기는 단어를 띄어 쓰고 조사는 앞 단어에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고유명사와 의존명사 등 몇 부분의 띄어쓰기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의 띄어쓰기 규범은 그 이전까지 복잡했던 것에 비해 2000년에 많이 간소화하였다.
의존명사 남 맞춤법에서 ‘것, 수, 만큼’ 등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의존명사는 다른 말에 기대어 쓰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사 용되지는 않지만, 별개의 단어이므로 띄어 쓰는 것이다. 하지만 북에서 불완전명사라고 부르는 의존명사는 그 이 름 그대로 불완전성, 의존성에 주목하여 앞 단어에 붙여 쓴다.
<표 33>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남 아는 것이 힘이다. 나도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도착했다. 먹을 만큼 먹어라. 아는 이를 만났다. 네가 뜻한 바를 알겠다. 그가 떠난 지가 오래다. 새댁은 밥을 지을 줄 모른다. 시장할 터이니 어서 들어라.
북 아는것이 힘이다. 나도 할수 있다. 첫번째로 도착했다. 먹을만큼 먹어라. 아는이를 만났다. 네가 뜻한바를 알겠다. 그가 떠난지가 오래다. 새댁은 밥을 지을줄 모른다. 시장할터이니 어서 들어라.
하지만 ‘겸, 대, 등, 따위’와 같이 두 단어를 이어 주거나 열거할 때에 쓰이는 말들에 한해서는 남북 모두 동일하게 띄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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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겸 과장 청군 대 백군
책상, 걸상 등이 있다 사과, 배, 귤 등등 사과, 배 등속 부산, 광주 등지 상추, 호박, 고추 따위 열 내지 스물 이사장 및 이사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역시 의존명사이므로 동일한 원칙을 따른다. 즉, 남에서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 고 북에서는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표 34>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의 띄어쓰기 남 한개 차한대 금서돈 소 한 마리 옷한벌 열살 조기 한 손 연필 한 자루 버선 한 죽 집한채 신 두 켤레
북 한개 차 한대 금 서돈 소 한마리 옷 한벌 열살 조기 한손 연필 한자루 버선 한죽 집 한채 신 두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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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에서는 다음과 같이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려 쓰이는 경우에만 붙여 쓸 수 있다. 그러므 로 이 경우에는 남북의 띄어쓰기가 동일하게 되는 것이다.
∙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 두시 삼십분 오초, 제일과, 삼 학년, 육층 ∙ 숫자와 어울려 쓰이는 경우: 1446년 10월 9일, 2대대, 16동 502호, 제1실습실, 80원, 10개, 7미터, 18세
‘급(級), 성(性), 식(式), 용(用), 적(的), 형(型)’ 등과 같 은 단어들을 앞에 오는 단어와 붙여 쓰는 것은 남북이 동 일하다. 하지만 이 단어들에서 남북이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북에서는 이들 뒤에 오는 단어를 남과는 달리 앞 단 위에 붙여 쓴다는 점이다. 게다가 북에서는 ‘고개, 나이, 성상, 세월, 평생’ 등과 같 이 시간과 관련된 명사들도 단위명사에 준하여 붙여 쓰고 있어서 남북의 띄어쓰기에 차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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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5> 특정 접미사 뒤에 오는 단어의 띄어쓰기 남
북 대사급외교관계 전염성질환 전자식심장박동측정기 학생용가방 전국적조사 최신형비행기
대사급 외교 관계 전염성 질환 전자식 심장 박동 측정기 학생용 가방 전국적 조사 최신형 비행기
<표 36> 시간 관련 명사의 띄어쓰기 남
북 마흔고개 70살나이의 고령 20여성상 3년세월 육십평생
마흔 고개 70살 나이의 고령 20여 성상 3년 세월 육십 평생
‘정도, 이하’와 같은 명사도 남은 앞에 오는 말과 띄어 쓰 지만, 북에서는 붙여 쓴다.
수 ‘만’ 단위로 띄어 쓰는 남과 ‘백, 천, 만, 억, 조’를 단위로 하 여 띄어 쓰는 북에서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또한 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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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나부터 아흔아홉까지의 수는 ‘구십팔, 98’과 같이 한 덩이로 붙여 쓴다.
<표 37> 수의 띄어쓰기 남
북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천팔백구 십팔 12억 3456만 7898
십이억 삼천 사백 오십육만 천 사백 구십팔 12억 3천 4백 56만 7천 8백 98
‘수, 여, 몇, 여러’ 등이 수사나 명사와 잇달려 양적 의미 를 나타낼 때에도 남북이 차이가 난다.
<표 38> 수와 관련된 단어의 띄어쓰기 남 수백 명 수십여 개 몇천명 여러 사람
북 수백명 수십여개 몇천명 여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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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용언 보조용언은 본용언 뒤에 쓰여, 본용언에 보조적인 의미를 더해 주는 용언을 말한다. 보조적으로 사용되기는 하지 만, 보조용언 역시 하나의 단어이므로 남에서는 원칙적으 로 띄어 쓰는 것과 붙여 쓰는 것을 동시에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북은 띄어 쓴다.
<표 39> 보조용언의 띄어쓰기 남
북
불이 꺼져 간다. 불이 꺼져간다. 내 힘으로 막아 낸다. 내 힘으로 막아낸다. 어머니를 도와 드린다. 어머니를 도와드린다. 그릇을 깨뜨려 버렸다. 그릇을 깨뜨려버렸다.
불이 꺼져 간다. 내 힘으로 막아 낸다. 어머니를 도와 드린다. 그릇을 깨뜨려 버렸다. -
하지만 ‘듯하다, 만하다, 법하다, 성싶다’ 등과 같은 구 문은 남에서는 보조용언으로 취급하지만, 북에서는 의존 명사 구문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북에서는 붙 여 쓰고 있다. 남에서는 허용 표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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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0> ‘듯하다, 만하다, 법하다, 성싶다’의 띄어쓰기 남
북
비가 올 듯하다. 비가 올듯하다. 그 일은 할 만하다. 그 일은 할만하다. 일이 될 법하다. 일이 될법하다. 비가 올 성싶다. 비가 올성싶다. 잘 아는 척한다. 잘 아는척한다.
비가 올듯하다. 그 일은 할만하다. 일이 될법하다. 비가 올성싶다. 잘 아는척한다.
남에서는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동사인 경 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그 뒤에 오는 보 조용언은 반드시 띄어 쓰도록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보 조동사를 띄어 쓰는 북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앞말에 조사가 붙은 경우: 잘도 놀아만 나는구나! 책을 읽어도 보고……. 그가 올 듯도 하다. 잘난 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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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말이 합성동사인 경우: 네가 덤벼들어 보아라. 강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다음 단어들은 남에서는 한 단어로 굳어진 합성어로 보 아 붙여 쓰지만, 북에서는 보조동사 구문으로 여겨 띄어 쓰는 차이가 있다(/ 앞쪽이 남, 뒤쪽이 북의 표기).
들어오다 / 들어 오다 찾아오다 / 찾아 오다
고유명사 남북 모두 사람 이름에 대해서는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 로 한다. 또한 인명의 앞에 관직명이나 호칭이 오는 경우 에도 띄어 쓴다.
∙ 인명: 김구, 이수광, 주시경 ∙ 인명의 앞에 관직명이나 호칭이 오는 경우: 교수 박지 원, 다산 정약용
하지만 사람 이름 뒤에 붙는 관직명이나 호칭을 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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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남과는 달리 북에서는 모두 붙여 쓴다.
<표 41> 관직명, 호칭의 띄어쓰기 남 송강호 박사 유재석 선생 전지현 아주머니
북 송강호박사 유재석선생 전지현아주머니
그러나 사람 이름이 아닌 고유 명사는 남북의 표기에서 차이가 난다. 남의 경우에는 사람 이름 이외의 고유명사 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단위별 로 띄어 쓰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북에서는 이 모든 것 을 다 붙여 쓴다. 다만 <표 42>의 마지막 예에서와 같이 북에서도 사이 에 조사가 있거나 단계적으로 내려갈 때에는 단계마다 띄 어 쓴다. 이 점은 남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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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2> 인명 이외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남
북
샛별 유치원 샛별유치원
샛별유치원
만성 골수병 백혈병 만성골수병백혈병 중거리 탄도 유도탄 중거리탄도유도탄
만성골수병백혈병 중거리탄도유도탄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참고문헌 민현식(2002), 남북 띄어쓰기 규범 문제의 현안 -새로 나온 <조선말 띄여쓰기 규범>과 비교하여-. 국제고려학회 서울지회 논문집, 3. 국제고려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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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문장부호
문장부호는 문장과 문장 내 구성 성분의 관계를 구별하여 글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한 장치다. 현재 남북의 문장부호는 그 명칭과 부호의 대응 관계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꽤 있다.
동일한 문장부호 문장부호는 문장과 문장 내 구성 성분의 관계를 구별하여 글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한 장치다. 현재 남북의 문장 부호는 그 명칭과 부호의 대응 관계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꽤 있다. 다음에 이러한 차이를 살펴보며, 아울러 남북 문장부호 중 그 용법에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경우를 소개한다. 문장부호 중 남북이 모양과 이름이 동일한 것들은 다음 과 같다.
,
반점
?
물음표
!
느낌표
∼ 물결표
다음 부호들은 모양과 이름은 동일하지만 사용되는 부 호들의 개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즉, 줄임표로 설명하자 면 사용되는 점의 개수가 남은 여섯 개이고 북은 세 개라 는 차이가 있다. 숨김표는 남북 개수의 차이 외에도 북에 서는 숨김표의 모양에 따라 이름을 따로 부를 수도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 ○○○, □□□는 각각 ‘가위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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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동그라미숨김표, 네모숨김표’라고도 구별하여 부른다.
줄임표
…… (남) … (북)
숨김표
××, ○○ (남) ×××, ○○○, □□□ (북)
명칭이 다른 문장부호 다음에 제시되는 문장부호들은 모양은 같지만, 남북이 부 르는 이름이 서로 다른 것들이다.
<표 43> 남북에서 명칭이 다른 문장부호 문장부호
남
북
.
온점
점
:
쌍점
두점
()
소괄호
쌍괄호, 소괄호
{}
중괄호
대괄호
〔〕
대괄호
꺾쇠괄호, 중괄호
-
붙임표
이음표
─
줄표
풀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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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과 명칭이 다른 문장부호 다음은 남북에서 사용되는 기능은 동일한데, 서로 다른 모양의 문장부호를 사용하며 그에 따라 명칭도 달라지는 것들이다.
<표 44> 남북에서 모양과 명칭이 다른 문장부호 남
북
“ ”
큰따옴표
≪≫
인용표
‘ ’
작은따옴표
〈〉
거듭인용표
˙
드러냄표
.....
밑점
어느 한쪽에만 있는 문장부호 다음은 남과 북 어느 한쪽에서만 사용되는 문장부호들이다. ∙ 남에만 있는 문장부호: ․
가운뎃점
/ 빗금 □ 빠짐표 ∙ 북에만 있는 문장부호: ˝ 같음표 ; 반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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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세로쓰기용 문장부호 역시 남에만 있는 것 이다. 북은 원칙적으로 세로쓰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표 45> 남에서 사용하는 세로쓰기용 문장부호 종류
남
가로쓰기에서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호
。
고리점
온점
、
모점
반점
겹낫표
큰따옴표
「 」
낫표
작은따옴표
˚
드러냄표
드러냄표
용법의 차이 남북에서 문장부호는 매우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어서 남 북의 용법을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는 남북의 문장 부호 중 눈에 띄는 차이점만을 간단하게 언급하기로 한다. 수사의문문의 경우에 남에서는 물음표(?)로 끝내지만, 북에서는 점(.)을 친다. 하지만 남에서도 의문의 정도가 약할 때는 물음표를 쓰지 않기도 하고, 북에서도 의문의 정도가 강하면 물음표를 쓰기도 한다.
93
남북통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남북통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으로 한 말의 경우에 남은 작은따옴표(‘ ’)를 사용 하지만, 북은 소괄호(( )) 등을 쓴다.
처녀는 여전히 손톱끝으로 방바닥을 꼭꼭 내리누를뿐 전혀 반응이 없었다. (첫대면이니 그럴수 있지.) 현정식은 좋게 생각하였다.
문장의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하는 경우에도 남 에서는 작은따옴표(‘ ’)를 사용하지만, 북에서는 인용표 (≪ ≫)를 사용한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 겠다.
문장을 두드러지게 하거나 강조할 때 남은 글자 위에 드러냄표(˙)를 찍지만, 북은 글자 밑에 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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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다. 한글의 원래 이름은 훈민정음 한글의 원래 이름은 훈 .민 .정 .음 .이다. 줄표(풀이표)는 남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 부호의 앞뒤 를 모두 띄우지만, 북에서는 앞뒤를 다 붙인다.
비는 억수같이 ─ 마치 세상을 다 쓸어버릴 것처럼 ─ 쏟아졌다. 비는 억수같이─마치 세상을 다 쓸어버릴 것처럼─쏟 아졌다.
참고문헌 김기종(1993). 문장부호법에서 표현되는 북남조선의 차이점. 중국조선어문, 64. 길림성 민족사무위원회. 임보선(2012). 남북 문장부호 규정의 비교와 통일 방안 -내용적 측면 중 기능에 대해서. 반교어문연구, 33. 반교어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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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발음
남북의 발음 중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모음 ㅖ와 ㅢ의 발음, 겹받침 ㄼ의 발음, ㄹ과 ㄴ이 연이어 나타날 때의 발음, 준말의 발음 등이 있다.
모음 남북의 단모음 중에서 발음이 동일한 것은 다음과 같다.
ㅏ, ㅓ, ㅗ, ㅜ, ㅡ, ㅣ, ㅐ, ㅔ
하지만 ㅚ, ㅟ는 남에서는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함께 허용하 고 있다. 북에서는 이들을 단모음만 허용하고 있어 차이 가 난다. 다만 규정과는 달리 발음은 남북 모두 이중모음 으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므로, 실제로는 차이 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중모음 중 ㅑ, ㅕ, ㅛ, ㅠ, ㅒ, ㅘ, ㅙ, ㅝ, ㅞ, ㅢ 등의 발음은 모두 동일하지만, 하지만 ㅖ의 발음은 차이가 난다. 즉, 남에서는 ‘예, 례’를 제외하고는 [ㅖ]로 발음하지만, [ㅔ] 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는 반면, 북에서는 ‘계, 례, 혜’를 [ㅔ]로 발음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북에서는 ‘예’의 발
<표 46> 모음의 발음 차이 모음
남
북
ㅚ ㅟ
ø, wɛ ɶ, wi
ø 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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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에서만 [ㅖ]가 되는 셈이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표 47> ㅖ의 발음 차이 표기
남
북
계 례 몌 예 폐 혜
[계, 게] [례] [몌, 메] [예] [폐, 페] [혜, 헤]
[게] [레] [메](표기도 메) [예] [페](표기도 페) [헤]
ㅢ의 발음은 앞에 자음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난다. 우선 ‘의사, 의리’와 같이 자음이 없이 모음만 오는 ‘의’를 이중모음 [ㅢ]’로 발음하며, ‘강의, 정의’ 에서처럼 첫음절이 아닌 경우에는 [ㅣ]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남북 모두 동일하다. 또한 조사 ‘-의’를 이 중모음 [ㅢ] 또는 단모음 [ㅔ]로 발음하도록 허용하는 것 역시 남북이 다름이 없다. 다만, ㅢ 앞에 자음이 오는 경우에는 남북이 조금 다르 다. 남에서는 ‘희망, 무늬’에서처럼 ㅢ 앞에 자음이 오는 경우에 [ㅣ]로 발음해야 하지만, 북에서는 이 경우도 모두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북에서도 ‘띄어
99
<표 48> ㅢ의 발음 차이 구분
의
예
남
북
의사 의리
[의사] [의리]
강의 정의
[강의, 강이] [정의, 정이]
우리의 (소원)
[우리의, 우리에]
희망 무늬 자음+ㅢ 띄어쓰기 씌우다
[히망] [무니] [띠어쓰기] [씨우다]
[희망] [무늬] [띄어쓰기, 띠어쓰기] [씌우다, 씨우다]
쓰기, 씌우다’처럼 된소리 자음과 결합할 때에는 단모음으 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한다.
겹받침 ㄼ의 발음 받침 ㄼ의 발음 또한 남과 북에서 다르다. 남에서는 받침 ㄼ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때 [ㄹ]로 발음하지만, 북에서 는 [ㅂ]로 발음한다. 따라서 ‘넓다, 짧지’의 발음이 남에서 는 [널따, 짤찌]가 되지만, 북에서는 [넙따, 짭찌]가 되는 것 이다. 하지만 동사 ‘밟-’의 경우에는 남북에 조금씩 예외가 있
100
<표 49> 겹받침 ㄼ의 발음 차이 남
북
ㄹ 발음이 원칙
ㅂ 발음이 원칙
[널따] [짤찌]
[넙따] [짭찌]
구분
ㄼ 받침
동사 ‘밟-’
비고 넓다 짧지 밟다 밟지 밟고
‘넓-’의 일부 합성어
[밥따] [밥찌] [밥꼬]
원칙대로
남 예외
[발꼬]
남북 모두 예외
넓죽하다 넓둥글다
[넙쭈카다] [넙뚱글다]
남 예외
여덟
[여덜]
북 예외
다. 즉, 남에서는 ‘밟-’이 활용하는 경우에는 모두 [ㅂ]로 발 음하므로, ‘밟다, 밟고, 밟지’가 [밥따, 밥꼬, 밥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북에서는 받침 ㄼ을 원칙적으로 [ㅂ]로 발 음하지만, 그다음에 ㄱ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오는 경우에 는 [ㄹ]로 발음하도록 하고 있어 [밥따, 밥찌], [발꼬]의 차 이를 낳는다. 남에서 ‘넓-’의 일부 합성어는 예외적으로 [ㅂ]로 발음하 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넓죽하다, 넓둥글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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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은 남북이 동일하다. 또한 북에서는 ‘여덟’의 경우에 만 [ㄹ]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또한 남북이 동일 한 발음을 갖는다. 이를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남에서는 받침 ㄼ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때는 [ㄹ]로 발음하는데, 동사 ‘밟-’과 ‘넓죽하다, 넓둥글다’에서는 예외적으로 [ㅂ]로 발 음한다. 북에서는 받침 ㄼ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때에 는 [ㅂ]로 발음하는데, ㄱ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는 예 외적으로 [ㄹ]로 발음한다. 또한 ‘여덟’의 발음도 예외다.
설측음화 관련 설측음화란 ㄹ과 ㄴ, ㄴ과 ㄹ이 연달아 나타날 경우에 일 어나는 소리의 변이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과 북 모 두 ㄹ-ㄴ, ㄴ-ㄹ의 연쇄에서 설측음화가 적용되어 [ㄹㄹ] 로 발음된다.
∙ ㄹ-ㄴ 연쇄: 물난리 [물랄리], 별나라 [별라라], 줄넘기 [줄럼끼], 할는지 [할른지] ∙ ㄴ-ㄹ 연쇄: 광한루 [광할루], 근로자 [글로자], 난로 [날로], 신라 [실라]
102
하지만 북에서는 일부 굳어진 단어는 적은 대로 발음하 도록 되어 있어서 남과 발음이 달라지는 예들이 있다. 북 사전에서도 이러한 단어들은 따로 발음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표 50> 설측음화 관련 발음 차이 연쇄
예
남
북
ㄴ-ㄹ
결단력 생산량
[결딴녁] [생산냥]
[결딴력] [생산량]
ㄴ-ㅇ/ㄴ-ㄹ
선열/선렬 순열/순렬 순이익/순리익
[서녈] [수녈] [수니익]
[선렬] [순렬] [순리익]
준말의 발음과 표기 어간의 끝 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 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는다. 이 는 남북이 동일하다.
간편하게
간편케
다정하다
다정타
연구하도록
연구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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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결하다
정결타
가하다
가타
흔하다
흔타
발명하게
발명케
선선하지 못하다
선선치 못하다
시원하지 못하다
시원치 못하다
주저하지 않다
주저치 않다
고려하지 않다
고려치 않다
만만하지 않다
만만치 않다
편안하지 못하다
편안치 못하다
풍부하지 못하다
풍부치 못하다
우연하지 않다
우연치 않다
하지만 남에서는 음절 ‘하’ 직전에 오는 음절의 끝소리 가 [ㄱ, ㄷ, ㅂ]일 경우에는 음절 ‘하’ 전체를 줄이는 반면에 북에서는 위와 동일하게 모두 모음 ㅏ가 줄어든 것으로 본다. 흔히 ‘서슴지 않다’를 ‘*서슴치 않다’와 같이 발음하고 표 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서슴하다’라는 동사가 없으므로 ‘* 서슴치 않다’는 잘못된 것이다. 이는 남북 동일하다. 또한 ‘여하튼, 하여튼, 어떻든’ 등도 남북은 동일하게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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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1> 준말 관련 발음 차이 ‘하’ 앞음절의 끝소리
본말
준말
남북
남
북
거북하지
거북지
거북치
넉넉하지 않다
넉넉지 않다
넉넉치 않다
똑똑하지
똑똑지
똑똑치
생각하건대
생각건대
생각컨대
생각하다 못해
생각다 못해
생각타 못해
익숙하지 않다
익숙지 않다
익숙치 않다
깨끗하지 않다
깨끗지 않다
깨끗치 않다
못하지 않다
못지 않다
못치 않다
섭섭하지 않다
섭섭지 않다
섭섭치 않다
ㄱ
ㄷ ㅂ
다만 ‘아무튼’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북의 사전에서는 이 단어가 따로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으며 다음과 같이 ‘아무렇다’의 뜻풀이에 ‘아뭏든’이 나 오는 것으로 보아 ‘아무튼’보다는 ‘아뭏든’을 사용하게 되 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아뭏다: ≪아무렇다≫의 준말. 주로 ≪아뭏게나≫, ≪아뭏게≫, ≪아뭏든≫, ≪아뭏든지≫, ≪아뭏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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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 형태로 쓰인다. ∙ 아무렇든: …… [=] 어쨌든. 여하튼. 어쨌든간에. 아 무튼. 어떻든.
하지만 ‘아무렇든’의 동의어로 ‘아무튼’이 제시되어 있 고, ‘아무튼’은 다른 표제어들의 예문에서도 자주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북에서도 ‘아무튼’은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 고분고분: 그렇게 고분고분 숙어들줄 몰랐는데 배동 무의 수가 센 모양이구만. 아무튼 됐소.(장편소설 ≪준엄한 전구≫) ∙ 뭉게뭉게: 아무튼 자기 한생을 보람있게 빛내려는 부 푼 희망이 뭉게뭉게 피여올랐다.
참고문헌 김양진(2003). 남북한 맞춤법 통일 방안 : 형태 규범(표기법)을 중심으로. 우리어문연구, 20. 우리어문학회. 김하수(1997). 남북한 통합 맞춤법에 대한 구상, 한글 맞춤법, 무엇이 문제인가. 태학사. 김현진(2002). 남북한 맞춤법 규범의 비교연구, 상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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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근(2006). 남북한 맞춤법 통일 방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겨레어문학, 37. 겨레어문학회. 백미애(2009). 남·북한 맞춤법의 차이점과 그 원인 연구.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연규동(1998).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출판사. 이은정(1989). 남북한 맞춤법 비교 검토. 한글, 205.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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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휘
남북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바로 ‘어휘’다. 된소리와 예사소리의 표기 차이, 방언에 따라 달라지는 어휘, 한자어가 다른 경우, 순화된 어휘가 다른 경우, 외래어 표기가 다른 경우 등 몇 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된소리 표기와 예사소리 표기의 경우 남북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바로 ‘어휘’이 다. 여기서는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다만, 여기 에 제시되는 북한 어휘들은 사전을 참고한 것이므로,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변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 어휘들은 남에서는 된소리로 표기되지만, 북에서 는 예사소리로 표기되는 예들이다. 표기는 다르지만, 발 음은 ‘널판대기’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북이 동일하다.
(남/북) 날짜 / 날자 널판때기 / 널판대기 빛깔 / 빛갈 색깔 / 색갈 손뼉 / 손벽 숨바꼭질 / 숨박곡질 이빨 / 이발 잠깐 / 잠간 조카뻘 / 조카벌
반면에 남에서는 예사소리로 표기하지만 북에서는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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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표기하는 예들도 있다. ‘안간힘’의 발음은 [안깐힘] 으로 동일하다.
안간힘 / 안깐힘 원수(怨讐) / 원쑤
방언에 따라 달라지는 어휘 남은 서울말을 중심으로 하는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북에서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어’를 표준 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기반이 되는 방언이 달라짐 에 따라 선택되는 어휘가 달라지게 된 경우다.
(남/북) 갈치 / 칼치 개고기 / 단고기 거위 / 게사니 귀리 / 귀밀 달걀 / 닭알 들르다 / 들리다 상호 / 호상 수줍어하다 / 수집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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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 안해 위/ 우 으스대다 / 으시대다 의붓딸 / 이붓딸 이삭줍기 / 이삭주이 줍다 / 줏다
다음 어휘들은 남북이 다 쓰고 있지만, 북에는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다른 어휘도 있는 경우다. 역시 기반이 되는 방언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남/북) 구름다리 / 허궁다리 귀를 기울이다 / 강구다 금방 / 가지 단짝 / 단짝친구, 딱친구 도시락 / 밥곽 별똥 / 별찌 (값이) 싸다 / 눅다 여위다 / 까지다 연고 / 무른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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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 끌힘 (나이가) 지긋하다 / 지숙하다 채소 / 남새 치솔 / 이솔 콧등(코등) / 코허리 한솥밥 / 한가마밥 화장실 / 위생실 힘차게 일어서다 / 일떠서다
동사의 사동형 어미와 피동형 어미도 남북이 조금 다르
<표 52> 사동형 어미와 피동형 어미의 차이 남
북
늘리다, 불리다, 아무리다, 얼리다
늘구다, 불구다, 아물구다, 얼구다
가리다, 꿰이다, 떼이다, 흐리게 하다
가리우다, 꿰우다, 떼우다, 흐리우다
뜯기다, 벗기다, 쫓기다, 찢기다
뜯기우다, 벗기우다, 쫓기우다, 찢기우다
끌리다, 달리다, 말리다, 찔리다, 팔리다
끌리우다, 달리우다, 말리우다, 찔리우다, 팔리우다
꺾이다, 놀래다
꺾이우다, 놀래우다
생각나다
생각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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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 또한 기준이 되는 방언이 다르기 에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에서는 ‘-우-, -추-’가 사동 형 어미로 사용되지만, 북에서는 ‘-이우-’ 형태의 어미가 매우 생산적으로 사용된다. ‘-이우-, -구-’는 사동과 피동에 모두 사용된다.
한자어가 다른 경우 남과 북이 만든 한자어가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남/북) 곡예(曲藝) / 교예(巧藝) 산책로(散策路) / 유보도(遊步道) 상이군인(傷痍軍人) / 영예군인(榮譽軍人) 솔선수범(率先垂範) / 이신작칙(以身作則) 양로원(養老院), 장애인 보호소(障碍人 保護所) / 양생 원(養生院)
또한 남북이 다 쓰고 있지만, 북에는 비슷한 의미로 사 용되는 다른 한자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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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중가요(大衆歌謠) / 대중가요, 군중가요(群衆歌謠) 대풍년(大豊年) / 대풍년, 만풍년(滿豊年) 반찬(飯饌) / 반찬, 식찬(食饌) 수행(遂行) / 수행, 성수(成遂) 자포자기(自暴自棄) / 자포자기, 자기포기(自己暴棄) 진열대(陳列臺) / 진렬대, 매대(賣臺) 항문(肛門) / 항문, 홍문(肛門)
순화된 어휘가 다른 경우 남에서는 한자어나 외래어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 우가 흔한 반면 북에서는 고유어의 형태로 바꾸어 사용하 는 언어 순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정책이 남에서는 자율적으로 시행되지만 북에서는 다소 강제적 이고 적극적으로 실시된다는 차이를 보인다. 다음 예들은 남에서는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북에 서는 이들 한자어를 고유어로 순화한 것들이다.
(남/북) 관절 / 뼈마디 교목 / 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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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 / 늙은눈 월동 / 겨울나이 월동준비 / 겨울나이차비, 과동준비(過冬準備) 장인 / 가시아버지 홍수 / 큰물
다음 예들은 외래어를 북에서 고유어로 순화한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얼음보숭이’로 순화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스크림’은 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노크 / 손기척 레코드 / 소리판 스프레이 / 솔솔이, 물쭈리개 카스텔라 / 설기과자, 카스테라 커튼 / 창가림 투피스 / 나뉜옷 프리킥 / 벌차기 훅(hook) / 맞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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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3> 외래어 표기의 차이 구분
남
북
balance
밸런스
바란스
block
블록
블로크
candle
캔들
간데라
champagne
샴페인
샴팡
conveyor
컨베이어
콘베아
cover
커버
카바
cup
컵
고뿌
dance
댄스
딴스
data
데이터
데타
distoma
디스토마
지스토마
jazz
재즈
쟈즈
jelly
젤리
쩨리
manteau
망또
만또
manufacture
매뉴팩처
마누팍뚜라
minus
마이너스
미누스
missile
미사일
미싸일
nut
너트
나트
pomade
포마드
뽀마도
pulp
펄프
팔프
race
레이스
레스
radio
라디오
라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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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남
북
rail
레일
레루
razer
레이저
레이자
ribbon
리본
리봉
robot
로봇
로보트
romance
로맨스
로만스
sack
색
사크
shower
샤워
샤와
shutter
셔터
샤타
skate
스케이트
스케트
skirt
스커트
스카트
television
텔레비전
텔레비죤
tractor
트랙터
뜨락또르
외래어 표기가 다른 경우 남과 북은 각각의 어문 규범에서 서로 다른 외래어 표기 법을 사용하고 있다. 남북 외래어 표기의 특징은 남의 외 래어 표기법은 주로 영어의 영향을 받아 영어식의 발음을 표기하는 것이 주된 경향인 반면, 북의 외래어 표기법은 러시아어와 일본어의 영향이 함께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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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외래어 표기의 차이는 국가 이름과 도시 이름에 서 표기 차이를 낳기도 한다.
(남/북) 그레나다 / 그레네이터 그리스 / 희랍 기니 / 기네 나이지리아 / 나아제리아 네덜란드 / 화란 덴마크 / 단마르크 루마니아 / 로므니아 마다가스카르 / 말가슈 몰디브 / 말디브 방글라데시 / 방글라데슈 베냉 / 베닌 베트남 / 월남 벨기에 / 벨지끄 보츠와나 / 보쯔와나 불가리아 / 벌가리아 브루나이 / 부르네이 상투메 프린시페 / 산토메 프린시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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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질란드 / 스위질랜드 스웨덴 / 스웨리예 스페인 / 에스빠냐 시리아 / 수리아 아랍에미리트 / 아랍추장국 아이슬란드 / 이슬란드 엘살바도르 / 쌀바도르 오스트레일리아 / 오스트랄리아 오스트리아 / 오지리 이집트 / 애급 자메이카 / 져메이커 적도기니 / 적도기네 카보베르데 / 베르데갑 카타르 / 까따르 캄푸치아 / 캄보쟈 코모로 / 꼬모르 터키 / 토이키 튀니지 / 뜌니지 폴란드 / 뽈스까 헝가리 / 웽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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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예들은 도시 이름의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다.
(남/북) 다마스쿠스 / 다마스끄 무스카트 / 마스까트 바르샤바 / 와르샤와 바티칸 / 바띠까노 방콕 / 방코크 베이루트 / 바이루트 부다페스트 / 부다뻬슈뜨 부쿠레슈티 / 부꾸레슈띠 브뤼셀 / 브류셀 빈/ 윈 산살바도로 / 싼쌀바도르 상투메 / 산토메 세인트조지스 / 쎄인트죠지스 아테네 / 대아테네 안타나나리보 / 안따나나리부 알제 / 알좌자이르 울란바토르 / 울란바따르 은자메나 / 느쟈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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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 까히라 캔버라 / 캔베라 코나크리 / 꼬나크리 코펜하겐 / 쾨삔하븐 콸라룸푸르 / 꾸알라룸뿌르 튀니스 / 뜌니스 팀부 / 팀푸 파리 / 빠리 프놈펜 / 프놈뻰 프라이다 / 쁘라야 프르토노브 / 꼬또누 뽀르또노보
참고문헌 김정숙(1989). 남북한 어휘 비교. 어문논집 28, 민족어문학회. 박시균 · 권병로(2003). 남북한 언어에 대한 비교 연구- 발음과 어휘를 중심으로-, 국어문학 38, 국어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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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루르대학교 어문학 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장, 한국사회언어 학회와 한국 사전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2008년부터 2013 년 9월까지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원장으로 있었다. 언어학이 언어의 내적 규칙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언어 행위를 통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지를 밝혀내야 한 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 규범과 정책, 남 북 언어 문제, 언어 사용 문제, 민족어 형성 문제, 외국인을 대 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등에 이론적, 실천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현재는 민족국가 건설 과정에서 한국어와 한국어 연구자 들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연규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강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미국 UCLA 방문교수 등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A Description in Najkhin Nanai(2011, 공저), 인문학을 위한 컴퓨터(공저, 2003), 통일시대를 위한 한글 맞춤법(1998) 외 알타이어학, 한국어학 관련 다수의 논저를 저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