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오메가 설득 이론 이현우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설득의 지름길은 저항을 없애는 것이다
설득으로 가는 두 가지 길 사회생활을 하면서 ‘설득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망 설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경험 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설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득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경우에 따라서 설득을 하는 주체가 되거나 혹은 설 득의 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영리 목적의 마케팅 커뮤니 케이션은 물론이고,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정치 커뮤 니케이션, 심지어 시민 단체에서 공익 목적으로 펼치는 각 종 설득 전략과 기법들은 우리들을 아찔하게 만든다. 설 득 능력은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필수 ‘스펙’의 하나로 굳 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을 설득하는 데는 알파 전략과 오메가 전략이라고 하는 두 가지 유형의 전략이 존재한다(Knowles & Linn, 2004). 알파 전략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접근법이다. 상 대방으로 하여금 내 제안이나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설득 메시지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거나 매우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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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정보원을 사용하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는 경험을 통해서 남을 설득하기란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 요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설득은 저절 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득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설득에는 항상 저항이라는 반작용이 뒤따른 다. 설득이 쉽다는 말은 저항이 적다는 말과 동일하다. 반 대로 설득이 어렵다는 말은 저항이 크다는 말이다. 그런 데 왜 지금까지 우리는 태도변화를 위한 설득 연구에는 그 토록 열중하면서도 저항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설득 전략의 둘째 유형인 오메가 전략은 상대방의 저항 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는 접근법이다. 태권도나 유도 같은 무술을 배우다 보면 공격 기술 못지않게 교육자 들이 신경 쓰는 부분이 방어 기술의 습득이다. 아무리 자 신의 무술이 출중하다 해도 상대방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 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도 수비 능력이 출중 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수비 축구의 명가라고 부 르는 이탈리아는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경기력을 자 랑하고 있다. 하지만 설득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는 이러 한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공격 중심의 알파 전략으로 많이 치우쳐 온 게 사실이다. 수비 중심인 오메가 전략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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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은 저항이다. 성공적인 오메가 전략의 수행을 위해서 는 저항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알파 전략과 오메가 전략은 설득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 정하는 데 각자 독립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 해, 설득의 최종 결과는 알파 전략과 오메가 전략의 합으 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득의 결과 는 다음의 공식에 따라 결정된다.
설득의 결과=메시지 파워(알파 전략의 영역)-저항의 크기 (오메가 전략의 영역)
알파 전략은 저항의 크기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메시 지 파워를 높이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보원의 신 뢰도를 높이고,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는 다양한 종류의 노력을 우리는 알파 설득 이론이라고 부른다. 한편 메시 지 파워를 키우지 않고서도 상대방의 저항을 줄여서 설득 의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들을 우리는 오메가 설득 이론이 라고 부른다. 돌라드와 밀러(Dollard & Miller, 1950)의 접근 ‒ 회피 갈등 모델(approach-avoidance conflict model)은 알파 전략과 오메가 전략의 관계 역학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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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모델은 우리 의 행동이 목표 지향적이라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 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서 너무 멀리 있게 되면 접근의 동기가 더욱 크게 활성화해 우리를 목표 근처로 이끌게 된 다. 그러나 우리가 목표에 거의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회 피의 동기가 크게 활성화하면서 우리를 멈추게 만든다. 이 두 가지 동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교차로 영역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낳고 있다. 알파 전략에서 나오는 파워 의 총합이 저항 파워의 총합보다 크면 우리는 목표를 향해 접근하게 된다. 반면에 저항 파워의 총합이 알파 전략 파 워의 총합보다 크면 우리는 더 이상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 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알파 전략보다는 오메가 전략이 효과적인 설득의 결과를 위해서 더욱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설득 이론은 알파 전략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오메가 전략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졌다. 이 책의 목 적은 최근 들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오메가 설득 이론 을 소개해 설득의 영역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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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전략 오메가 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관심은 비교적 최근 의 일이지만 역사상 최초의 설득 기록이라는 성경의 일화 도 따지고 보면 오메가 전략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성경 창세기를 보면, 뱀이 이브를 유혹해 선악과를 따 먹으라고 권유한다. 이브는 하느님이 이 과일을 먹으면 죽으리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저항한다. 그때 뱀은 이브에 게 “너는 죽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뱀은 이브를 설득하 기 위해 설득 파워를 높이는 알파 전략을 우선적으로 사용 하지 않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뱀은 이브 에게 과일을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고 온갖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먼저 말하 지 않는다. 그 대신 뱀은 가장 먼저 이브의 저항의 핵심을 공격한다. 이브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과일을 먹으면 하느님 말씀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 두려움에 기초를 둔 저항을 뱀은 직접적으로 공격한다. “아니, 괜찮 아, 너는 죽지 않을 거야.” 저항의 핵심을 공격받고 뱀에게 설득 당한 이브는 선악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 다. 선악과가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 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을 바꾼 이브는 결국 뱀의 유혹에 따라 선악과를 따먹게 된다. 오메가 전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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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간 이브 때문에 인류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고난의 역사를 살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오메가 전략의 핵심인 저항이라는 개념 이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있다. 사람은 왜 설득에 저항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외부 의 새로운 설득 시도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적응 차원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진화 관점에서 설 명하면,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정보에 대해 개방적으로 대 처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한 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만일 우리가 새로운 정보에 대해 항상 개방적으로만 반응한다면 우리는 현실에 대한 안정적인 관점을 갖지 못한 채 계속해서 변화하는 불완전 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의 설득 시도에 저항해 자신의 기존 태도나 신념을 지키는 것은 환 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반면에, 이러한 저항 성향이 너무 지나쳐서 새로운 정보를 전혀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 될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변화에 대한 수용과 기존 관점의 보존에 대한 딜레마를 ‘근원적 이율배반(basic antinomy)’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Jones & Gerald, 1967).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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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외 부의 설득 시도에 대해 언제 저항하고 언제 저항하지 말아 야 할지를 현명하게 결정하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저항(resistance)’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저항의 정의 학자들은 대체로 저항이 분명 변화를 요구하는 외부로부 터 나오는 압력에 대해 반작용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에는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저항이라는 개념의 정의에 대해서는 최소한 네 가지 유형의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다. 첫째, 저항에 대한 가장 일반적 정의는 결과(outcome) 의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저항은 외부의 변 화 압력에도 불구하고 태도 변화가 부재한 상태 혹은 심지 어 설득 메시지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태도 변화가 발생한 상태(이를테면 부메랑 효과의 경우)를 지칭한다. 둘째, 저항은 과정(process)의 관점에서도 정의되고 있 다. 이 관점을 따르면 저항은 변화를 요구하는 설득 메시 지로부터 자신의 태도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 기제(機制)를 지칭한다. 설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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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반론 제기, 자신의 기존 입장에 대한 강화, 설득 메시지의 정보원에 대한 폄하 등 다양한 수단을 저항을 위 한 도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셋째, 저항을 동기적 상태(motivational state) 관점에 서 접근하는 학자들은 저항이 다양한 동기를 충족하는 목 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저 항은 기존 태도를 유지하고 싶은 동기를 충족시키고(예를 들면 접종 이론), 자신의 자유를 유지하고 싶은 동기를 충 족시키고(예를 들면 심리적 반발 이론), 또한 자신의 기존 자아 개념을 유지하고 싶은 동기를 충족시키고 (예를 들 면 자기 가치 확인 이론) 있다. 마지막으로 저항은 사람의 유형(typology)을 설명하는 도구로 정의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유형의 사람(예를 들면 독단주의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대체로 설득하기 가 용이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그들의 저항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설득의 결과는 저항 성향에 대한 개인차에 의해 결정된다.
저항 전략의 유형 저항이 설득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인식은 설득 연구자들로 하여금 사람들이 저항의 도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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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할 수 있는 전략의 유형을 찾는 데 학문적 관심을 집 중하게 만들었다. 이 분야의 대표 연구자인 줄리아 잭스 와 킴벌리 캐머런(Jacks & Cameron, 2003)에 따르면 우 리들은 저항의 목적으로 최소한 일곱 가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그 내용들을 간단히 소개하자. 첫째, 반론 제기(counterarguing)는 자신을 설득하려는 메시지의 논리에 직접적으로 반박 논리를 제시하면서 저 항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하루 세 끼 먹는 것이 영양과 잉으로 사람들을 살찌게 만든다는 메시지에 대해 하루 세 끼 먹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세 끼를 통해 섭취하 는 총칼로리 열량이 문제라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을 반론 제기라고 한다. 둘째, 태도 강화(attitude bolstering)는 설득 메시지의 논리에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대신 자신의 기존 태도를 강 화하는 새로운 생각들을 추가로 제공함으로써 저항하는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남한과 북한 간 감정의 골이 깊어서 남북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동서 간 통일을 훌륭히 성취한 독일의 사례들 생각해 내어 남북통일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생각을 고수하는 전 략을 태도 강화라고 한다. 셋째, 사회적 증거 제시 전략(social validation)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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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기존 태도와 동일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저항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 지 않으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또래 집단의 압력에 자신과 친한 친구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저항하는 전략을 말한다. 넷째, 정보원 폄하(source delegation)는 자신을 설득 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을 비난하거나 정보원 의 신뢰성이나 전문성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저항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보호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자신의 생각만이 세 상에서 가장 옳은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 은 정말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으로 반응하 는 전략이다. 다섯째, 부정적 정서(negative affect)는 설득 메시지에 대해 감정적으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응해 저항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벌컥 화를 내면서 “그딴 소리들은 고려할 가치가 하나도 없어”라고 거칠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부정적 정서 전략이라고 부른다. 여섯째,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은 자신이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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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 당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거나 그러한 상황을 피하려고 애써 노력하는 방식으로 저항하는 전략 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신문이 나 잡지를 아예 구독하지 않거나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과 는 아예 만나지도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존 태도를 유지 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자신감 공표(assertions of confidence)는 자신의 생각을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함으로써 저항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자신을 설 득하려는 사람에 대해 “자유와 평등에 대한 내 생각은 누 가 무슨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선제적으로 공표함 으로써 저항하는 전략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잭스와 캐머런(2003)은 사람들이 앞에 소개한 일곱 가 지 유형의 저항 전략들 중에서 어떠한 전략을 가장 선호하 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저항 전략은 메시지 대응 전략인 반론 제기와 태도 강화 전략이 었다. 반면에 사회적인 관계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인 정보원 폄하 전략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저항 전략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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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전략이 가장 선호되고 있고 또한 어떠한 전략을 가장 선호하지 않는지를 밝혀내는 문화적 관점에서 저항 전략 의 유형을 접근하는 연구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저항의 네 가지 얼굴 저항은 다양한 양상을 띠면서 나타난다. 저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저항이 최소한 네 가지 다른 면모로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Knowles & LInn, 2004). 이들은 장 님이 코끼리라는 하나의 대상을 전체로 보지 못하고 부분 적인 접촉을 통해 이해하려고 할 때 어느 부분을 먼저 만 지느냐에 따라 코끼리에 대한 지각이 달라지듯이 저항이 라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 어떤 입장에서 접근하느냐에 따 라 달라지는 지각의 결과치라고 말하고 있다. 첫째, 반발(reactance)은 저항의 얼굴 중에서 가장 명확 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가 외부의 압력(예를 들면 설득 메시지)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생 각되면 심리적으로 크게 반발한다. 둘째, 불신(distrust)은 설득 메시지 혹은 설득 메시지의 정보원을 대상으로 하는 저항의 얼굴이다. 사람들은 자신 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는 설득 메시지의 내용을 불신하 고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의 동기를 경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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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게 된다. 예의주시(scrutiny)는 저항의 셋째 얼굴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설득의 타깃이 되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자연스럽 게 주위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자신을 설득하려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설득 메시지의 논리는 의심스러운 점 이 없는지 더욱 정교하게 검토한다. 넷째, 현상유지(inertia) 역시 저항을 나타내는 얼굴 모 습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현상유지는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발견하기 어려운 저항의 모습 이다. 하지만 내부 심리를 평형 상태로 유지하려는 동기 는 변화를 요구하는 외부의 압력에 대처하는 강력한 저항 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오메가 전략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열 가지 설득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이론에 대한 연구 경 향을 세밀하게 논의하는 것은 이 책의 성격과 부합하지 않 기 때문에 각각의 이론들에 대한 대표 논문들이나 혹은 기 존의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메타 분석의 방 법론을 취하고 있는 논문들을 중심으로 각 이론의 핵심 개 념과 주요 연구 결과들만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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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저항이라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지 만 이 책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조금 자세하게 소 개해 보자. 먼저, 이 책의 처음 2개 장을 통해 저항의 본질 을 다루는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장에서 소개하는 잭 브렘(Jack Brehm)의 심리적 반발 이론은 맥과이어의 접종 이론과 함께 1960년대 저항 이론의 학문적 전성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브렘 은 설득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 문에 심리적 반발이라는 저항을 낳게 되며, 이 심리적 반 발의 크기가 궁극적으로 설득 메시지의 효과를 결정한다 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둘째 장에서는 저항의 본질을 설득 메시지에 반응하는 개인차에 기초해 설명하고 있다. 개인차 이론은, 심리적 반발 이론의 경우처럼 저항의 근원을 외부적 설득 압력이라는 상황적 요인으로 보는 대신, 우리의 성격, 정 보처리 능력, 그리고 본인의 저항 능력에 대한 생각 차이 들이 설득 메시지에 대한 저항의 근원이 된다고 이해하고 있다. 이 책의 중간 부분에서는 3개 장을 통해 태도 변화에 대 한 압력에 저항하는 능력을 높이는 관점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와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외부의 부당한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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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해 저항하는 능력을 높이는 방법에 최초로 관심을 가 진 학자는 접종 이론을 주장한 윌리엄 맥과이어(William McGuire)다. 그는 생물학적 유추를 사용해 마치 우리 몸 이 예방 접종을 통해 미래의 질병에 대처하고 있듯이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외부의 설득 메시지 역시 사전 접종을 통 해 저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넷째 장은 웬디 우드(Wendy Wood)와 제프리 퀸(Jeffrey Quinn)이 실시한 메타 분석을 통해 사전 경고와 저항의 관 계를 자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설득 메시지에 대한 저항을 만들어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누군가가 당 신을 설득하려 한다고 사전에 경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 타 분석의 결과는 사전 경고 효과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 다고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의 다섯째 장에서는 교육 기반 저항 이론을 소개하 고 있다. 브래드 사가린(Brad Sagarin)과 로버트 치알디니 (Robert Cialdini)는 맥과이어의 접종 이론을 확장해, 상업 광고의 부당한 설득 압력에 저항하는 능력 역시 소비자 교 육을 통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다섯 개 장에서는 외부의 설득 압력에 대해 우리의 저항이 무력해지는 특수한 상황들을 소개하 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곧 저항을 약화시키려는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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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실행되는 오메가 설득 전략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여섯째 장은 후회 이론을 통해 시간과 저항의 함수 관계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있 다. 의사결정을 미래로 미루면 저항이 약화된다는 주장은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일곱째 장은 내러티브 효과를 다루고 있다. 논리적인 설득 메시지보다 서사적 구조를 갖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저항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부드러운 햇살이 강한 바람 을 이긴다는 이솝 우화를 연상시킨다. 자기 가치 확인 이론의 관점을 따르는 학자들은, 브렘 과는 달리 설득에 대한 저항의 본질을 자아 개념에 대한 위협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반면에 자아 개념이 자기 가 치 확인에 의해 강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저항이 오히려 약화된다는 발견은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어 지는 아홉째 장은 유머와 저항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특 히, 상업 광고에서 유머의 역할은 광고 실무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마지막 장은 로이 바우마이 스터(Roy Baumeister)와 마크 무라벤(Mark Muraven)에 의해 주로 연구된 자아 고갈 이론을 통해 저항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동기적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우리는 저항의 대상을 선택하는 데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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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저항하느라 에너지를 다 소모해 버리면 정작 저항이 필요한 일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Dollard, J., & Miller, N. E.(1950). Personality and psychotherapy. New York: McGraw-Hill. Jones, E. E., & Gerard, H. B.(1967). Foundations of Social
Psychology. New York: Wiley. Knowles, E. S., & Linn, J. A.(2004). Resistance and Persuasion. New Jersey: Lawrence Erlbaum 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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