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실라소 시전집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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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ías de Garcilaso de la Vega 가르실라소 시전집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합니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시선집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Poesías de Garcilaso de la Vega 가르실라소 시전집 가르실라소 데 라 베가(Garcilaso de la Vega) 지음 최낙원 옮김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일라이어스 리버스(Elias L. Rivers)가 편집한 ≪가르실 라소 데 라 베가 시집(Garcilaso de la Vega, Poesías Castellanas Completas)≫(Madrid, Editorial Castalia, 1984)을 원전으로 사용 했습니다. ∙ 이 책은 원전을 모두 번역했습니다. ∙ 이 책의 모든 주석은 옮긴이가 달았습니다. ∙ 본문 중 들여쓰기 되어 있는 시행은 원문에 따른 것이며, 원문에 서 이탤릭체로 강조된 부분은 굵은 글씨체로 표시했습니다. 다만 원문의 시행이 길어 지면의 너비 관계로 하나의 행이 부득이하게 나뉘는 경우에는 다음 행으로 넘겼습니다. ∙ 이 작품은 국내에서 처음 번역된 것입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 다.


차례

소네트 1 ·····················3 소네트 2 ·····················4 소네트 3 ·····················5 소네트 4 ·····················6 소네트 5 ·····················7 소네트 6 ·····················8 소네트 7 ·····················9 소네트 8·····················11 소네트 9·····················12 소네트 10 ····················13 소네트 11 ····················14 소네트 12 ····················15 소네트 13 ····················17 소네트 14 ····················19 소네트 15 ····················20 소네트 16 ····················22 소네트 17 ····················24


소네트 18 ····················25 소네트 19 ····················26 소네트 20 ····················28 소네트 21 ····················29 소네트 22 ····················31 소네트 23 ····················33 소네트 24 ····················34 소네트 25 ····················36 소네트 26 ····················37 소네트 27 ····················38 소네트 28 ····················39 소네트 29 ····················40 소네트 30 ····················42 소네트 31 ····················44 소네트 32 ····················45 소네트 33 ····················46 소네트 34 ····················48 소네트 35 ····················49 소네트 36 ····················51 소네트 37 ····················53 소네트 38 ····················55


소네트 39 ····················56 소네트 40 ····················58 칸시온 1·····················59 칸시온 2·····················63 칸시온 3·····················67 칸시온 4·····················71 칸시온 5·····················80 애가(哀歌) 1 ···················89 애가 2 ·····················107 보스칸에게 보내는 서간시 ············118 목가시 1 ····················123 목가시 2 ····················150 목가시 3 ····················266

해설 ······················291 지은이에 대해··················314 옮긴이에 대해··················315



가르실라소 시전집



소네트 1

잠시 멈추어서 나의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고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의 허망함을 볼 때 이대로 가면 더 많은 악 가운데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그 길을 잊은 지금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악에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죽을 거라는 것, 나의 근심이 언젠가는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그것이다.

나는 죽을 것이다. 맘만 먹으면 내 목숨을 잃게 할 그리고 잃게 할 방법을 알고 있는 그 사람에게 기꺼이 내 생명을 내드릴 것이다.

나의 의지가 그것을 원하고 내가 아닌, 그 사람의 의지가 내 목숨을 끊을 수 있음을 아는 바에야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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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 2

마침내 나는 당신 손 앞에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괴로움으로 내가 결국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당신께 불평이라도 하면서 내 마음의 근심을 달래려고 합니다.

항복한 사람이 갖고 있는 칼이 얼마나 작은지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나의 삶이 유지되어 온 것이 아니라면 나의 삶을 무엇이 지탱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나의 눈물은 지금까지 마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무뚝뚝함과 냉담함과 나의 운명이 그 눈물로 하여금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충분합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눈물의 양은! 사랑하는 여인이여! 제발 더 이상 연약한 나에게 복수하지 말아 주세요. 복수하시려거든 차라리 나를 죽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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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 3

너무도 고통스러운 나는 바다도, 땅도, 그리고 모든 행복도 놓아 버렸습니다. 매일매일 내가 알았던 사람들, 관습들, 그리고 언어와도 멀어졌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 너무 못 미더워서 상상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봅니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는 가장 확실한 것은 나의 생명과 근심이 끝나는 바로 그날입니다.

임이여, 당신을 볼 수 있고 또 그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어떠한 고통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아픔을 치료할 방법은 죽음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방법이 있다 한들 나는 그것을 가질 수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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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 4

잠시 희망이 솟아오르는가 했더니 오르는 것이 피곤한지 다시 떨어졌습니다. 그러더니 내 의지와는 반대로 불신의 자리로 가 앉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어느 사람이 행운이 불운으로 변해 버리는 이 가혹함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오, 피곤한 나의 마음이여! 힘을 다해 네 비참함 속에 머물러 있어 다오! 흔히 고난이 지나면 축복이 온다고 하지 않소.

나는 이 강한 팔로 다른 사람이 어찌 못하는 이 산을 부숴 버릴 것이오. 아무리 강한 방해물이 나를 막는다 하더라도.

죽음, 투옥, 고난, 그 어떤 것이라도 내가 보고 싶을 때, 당신 보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오. 속일 수 없는 나의 영혼, 살과 뼈를 가진 남아 대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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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시온 1

1 뜨거운 태양의 열기로 달아오른 건조한 모래가 가득 찬 도저히 살 수 없는 사막 같은 땅에 혹은 얼어붙은 얼음과 차디찬 눈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그러한 곳으로 어떤 우연한 일로 또는 잔인한 운명의 장난으로 당신을 그곳으로 옮겨 놓는다 하더라도 또 당신의 냉담한 마음이 잔인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그곳에 미친 듯이 당신을 찾으러 가겠노라. 설사 당신의 발밑에 엎드러져 죽을지라도.

2 당신의 오만과 나를 피하는 그 태도 이제 종식을 고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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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행사하고자 하는 그 사람의 힘이 이미 다했기 때문입니다. 잘 보십시오. 당신이 이렇게 함으로써 사랑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는가를.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며 구원받을 자리를 찾도록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나의 잘못에 대한 회한, 혼란도 고뇌도 지나갈 것입니다. 당신에게 이러한 의구심이 남아 있는 것을 압니다. 비록 내가 나 때문에 고통 받고 있을지라도 내 안에 있는 당신에 대한 아픔이 다른 방법으로 가장 민감하고 부드러운 곳에서 나를 고통 주고 있다는 그 의구심 말입니다.

3 이렇게 해서 나의 삶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나의 감각에 증폭시키며 말입니다. 사실 고통으로 나의 감각은 이미 모든 기능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고통은 충분치 않 은가 봅니다. 계속 나의 처지를 알려 주고 있으니까요. 하느님께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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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이 잠시나마 내가 나를 살릴 방법을 생각하 는 데 도움이 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내가 당신을 보니 당신은 오로지 이 비참한, 낙망한 자를 핍박하는 것 외에는 다른 소원이 없는 것처 럼 보이는군요. 나는 지금 엎드려 죽음의 표시를 당신께 보이고 있고 당신은 반대로 오직 나의 이 불행을 먹고살고 있습니다.

4 내 얼굴의 창백함도 주인의 허락 없이 나온 저 눈물도 저 깊은 침묵도 내가 아무리 가치 없는 자라도 태어나 수많은 세월 고통 받았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알게 해 줬을 그 어떠한 크고 작은 감정을 당신에게서 일으켜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연약함이 내 방어 무기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이 연약함으로 이 좁은 공간에 내가 묶여 있음을 알고 얼마나 나 자신과 싸우고 있는지도 알게 해 줬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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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래여, 내가 좋은 상태에 있든, 나쁜 상태에 있든 제발 나를 외인 취급해서는 안 되네. 나 외에도 배울 사람은 자네에게 부족하지 않으니 말 일세. 만일 자네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마음에 꺼려진다면 내가 했던 것에 대한 나의 권리 때문에라도 사랑의 아픔이 나에게 했던 것 이상 하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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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시 2 등장인물: 알바니오, 카밀라, 살리시오, 네모로소59)

알바니오 이 맑은 샘의 달콤한 물은 한겨울에는 온화하고 여름에는 차가운 눈보다도 시원하다네. 오, 굽이치는 맑은 물이여! 내가 너를 어찌 바라보고 있 는지 아는가? 너를 바라보노라면 내 영혼이 전율하며 뜨거워지는 지난날의 기억이 떠오른다네. 맑은 네 안에서 나의 즐거움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흐려지는 것을 보았네. 너를 얻고, 나의 친구는 잃어버렸지.

59) 살리시오와 네모로소는 시인 자신을 가리키고, 알바니오는 알바 공 작 집안의 한 구성원, 구체적으로 공작의 동생인 돈 베르날디노 데 톨레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카밀라는 그의 사촌 중의 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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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고통 받는 사람의 위로로 내 마음은 고통을 받으니, 이와 같은 고통을 그 어떤 사람이 겪을 수 있겠는가! 물결의 달콤한 속삭임 바람에 이는 나무들의 움직임 꽃이 피어 있는 초원의 부드러운 향기 이것들은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병든 불만족한 양치기들이라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데 오직 나 홀로만이 죽고 싶은 마음만 들고 있다네. 인간이 되었다는 것,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오, 맑은 눈! 오, 황금빛 머리카락! 오, 상아 같은 목! 오, 희디흰 손! 어찌하여 그토록 즐거운 삶이 지금은 슬픈 통곡으로 변해 버렸단 말인가! 어찌하여 나의 모든 보물이 그리도 빈약한 것으로 변해 버렸단 말인가!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네. 그럼에도 내가 떠날 때, 거의 소진된 나의 영혼이 남긴 상처의 일부가 아직 있겠지. 내가 떠나면, 모든 고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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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떠날 것이라고 믿었던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생각이었으며 얼마나 철저한 속임수였던 가! 아, 피곤한 나의 육신이여! 너를 피곤하고 연약하게 만드는 그 고통은 어찌도 그리 단단하단 말인 가. 오, 여기서 잠시라도 잠이 들 수 있다면! 그러나 깨어 있어도 절대로 평안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혹 잠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 기쁨은 금방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네. 그럼에도, 잠이여! 나는 그대에게 나를 맡기고 싶구나.

살리시오 달콤한 고독에 휩싸여 근심 없이 살며 영혼을 방해하며 훼방 놓는 것과 관계없이 사는 그 사람은 얼마나 복 있는 사람일까! 그는 사람이 가득 찬 광장을 보지 아니하며 저 권세 있는 귀족들의 교만하게 솟아오른 대문을 보지 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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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특혜를 기대하는 배고픔으로 가득 찬 아첨꾼들을 보지 않고 산다네. 부탁하고, 짐짓 꾸미고, 두려워하고, 뭔가 불만을 토로하 는 일도 그를 어찌하지는 못하지.

그는 높은 소나무와 참나무 또는 튼튼하고 파란 떡갈나무 그늘에서 노닐고 푸른 숲 옆에 있는 빈약한 축사의 소와 양 떼의 수를 세는 일을 하지. 정제된 질 좋은 은이나 빛나는 순금은 그에게는 낮고도 천한 것으로 보이고 물질적인 염려를 완전히 벗어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것을 아주 싫어한다네. 또한 정신이 온전해서 부와 권세에 무거운 목을 가까이하지 않지.

맑은 샘이 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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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부드러운 물소리가 그를 달콤한 잠으로 초대하고 그리고 주인 없는 새들이 배우지 않은 노랫소리로 달콤한 화음으로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네. 바쁜 벌이 속삭이는 소리로 그늘을 날며 그것들의 동반자가 되고 여러 향기 사이를 다니며 여린 꽃들을 탐하고 있네. 나무들과 바람 역시 자신의 몸짓으로 그의 잠을 도와주고 있지.

아니, 여기에 누가 자고 있지? 내가 찾고 있는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아, 여기 있구나! 자네 참 행복하게도 보이네! 생각과 욕망의 끈을 느슨히 풀고서 말이야. 오, 자연이여! 당신은 이 세상에서 아주 적은 일들을 택해 당신 손으로 복은 늘리고 고뇌는 줄여 놓았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마음에 잠을 주었습니다. 인간은 잠에서 깨면 잠들기 전보다 더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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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기쁘고 편안해지며 건강하게 되지요.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잠드는 기간을 기회로 만들어 새로운 즐거움으로 행복을 절대 잃지 않습니다. 잠은 생각에 지친 영혼을 자비심이 많은 술로 목욕을 시키고 찢어진 마음을 치료해 줍니다. 이 짧은 휴식, 그 안정은 기력을 회복하기에 충분하고 사람은 그 힘으로 힘든 여정을 계속해 나가지요. 조심스레 가까이 접근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자 합니다. 혹 내가 아는 사람인 지 슬픔 속에 있는 사람인지 또는 행복한 사람인지 알고 싶 습니다. 이 잠든 사람은 알바니오 아닙니까? 아니 내가 잘못 보 았나요? 맞습니다. 알바니오 맞습니다. 그는 잠들어 있군요. 피곤하고 고뇌에 빠진 미소년 알바 니오 맞습니다. 인간 삶의 과정을 끝내고 유명(幽明)을 달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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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안전한 항구로 인도된 그 사람은 얼마나 더 큰 자유를 누릴까요! 이 세상에서 부러움 없이 즐겁고, 고귀하고 높은 지위를 누리며 살다가 결국 미친 운명에 쓰러져 버린 사람보다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사랑스러운 자산들로 풍부했던 그가 지금은 가난하고, 비참하고, 부족한 자가 되어 버리고 말 았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통곡을 하며 이 사랑에 빠진 사람의 흔치 않은, 심각한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입니다.

알바니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분명 내가 그녀의 흰 손을 만졌 단 말인가? 오, 꿈이여! 지금 네가 나를 놀리고 있구나! 사실 나는 너를 미쳤다고 믿었지. 오, 어리석은 나여! 네가 빠른 날갯짓으로 상아 문60)을 날아다니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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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 엎드려 울고만 있었구나. 나의 영혼이 깨어 항상 느끼는 그 심각한 고통만으로는 부족하더냐?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영혼이 불확실한 삶으로 죽어 가는데 이것만으로 부 족하더냐?

살리시오 알바니오, 울음을 그만 멈추시오. 그것을 듣노라니 나 또한 고통이 크구려.

알바니오 아니, 나는 한없는 고통으로 울고 있는데 내 옆에 있는 당신은 대체 누구요?

살리시오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려고 온 사람입니다.

60) 상아로 만든 문으로, 이 문을 통해 거짓 꿈들이 지나간다고 전해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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