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고로드의 바딤 −5막 운문 비극
나오는 사람들
류리크(Рурик)1): 노브고로드의 공후2) 바딤(Вадим): 시 장관(市長官)3)이자 사령관
1) 원문의 러시아어 “Рурик(루리크)”는 오늘날 “Рюрик(류리크)”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현대 표기법에 따라 류리크로 표기했다. ≪원초 연대기≫ 와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북구의 바이킹족(러시아인들은 그들을 바랴크 인이라 불렀다)은 러시아 영토 여러 곳에 정착했으며 러시아 국가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초 연대기≫는 바랴크인들의 지도자인 류리크(Р -юрик, ?∼879)가 862년 노브고로드를 통치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고 기 록한다. 전설에 따르면 그 초청에 응해 러시아에 온 사람은 류리크, 시네우 스, 트루보르 3형제였다. 그중 최후까지 살아남았던 류리크가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따라서 후세 사람들은 고대 러시아 국가를 노르만인 류리크가 건설했다고 생각했다. 류리크는 류리크 왕조의 기초를 세웠다. 이후 1598 년 이반 4세의 아들 표도르가 후손 없이 죽을 때까지 러시아를 지배한 차르 (왕)는 모두 류리크의 자손이 차지했다. 러시아 국가를 건설한 류리크의 전 설은 여러 학자들에게 논의의 대상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대개 노르웨이설 이 진짜라고 믿는 쪽과 류리크가 도착하기 아주 오래전에 러시아 국가가 건 설되었다는 반(反)노르웨이설을 주장하는 두 부류로 나뉜다. <노브고로 드의 바딤>은 이런 역사와 전설을 기초로 작가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러시아어 “князь”는 “공후”로 번역된다. “공후”는 “왕이나 황제”를 의미하는 “차르(царь)”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전 공국(княжество)의 통치 자를 일컫는 말이다. 역사에서는 공후와 왕을 혼용하기도 한다. 3) 러시아어 “포사드니크(посадник)”는 고대 러시아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선 출된 행정 관리인 “시(지방) 장관”을 말한다. 공후가 임명했다. 포사드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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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다(Рамида): 바딤의 딸 프레네스트(Пренест): 시 장관 비고르(Вигор): 시장관 이즈베트(Извед): 류리크의 친구 셀레나(Селена): 라미다의 친구 군인들(Воины) 민중(Народ)
노브고로드 광장에서 일어난 일
는 공후와 행정 업무를 분담했고, 필요한 경우에는 포사드니크가 공후로부 터 도시의 이익을 보호했다. 포사드니크는 공후의 주요 동료이자 조력자로 서 공후가 부재중일 때 행정과 군대를 책임졌다. 니콜라스 랴자놉스키의 ≪러시아의 역사(상)≫(조호연 옮김, 까치, 2011) 127∼129쪽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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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제1장 밤 프레네스트와 비고르
비고르 바딤이 전쟁을 명예롭게 끝내고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오는군. 아니, 그런데 왜 모든 국민에게 귀환 소식을 알리지 않고 우리 두 사람하고만 만나자는 건가? 왜 하필이면 햇빛이 우리 눈을 비추기도 전인 이런 이른 시간에 바로 이 광장4)에서 만나자는 거지? 예전에는 민중이 고매한 자유에 의해 오직 법과 신에게만 예속되어 있었고 북방의 모든 나라에 법규를 제공한 그토록 성스러운 이 노브고로드의 광장에서 말이야. 프레네스트 지금 독재 정권은 모든 것을 말살하고 있고
4) 민회(民會, вече)를 열었던 광장을 말한다. 18세기 러시아 사상가들처럼 크냐지닌 역시 노브고로드 공국의 전통적인 국가 형태가 공화국이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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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리크는 수세기 동안 이곳에서 재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자, 보라고, 내 생각엔 바딤이 조국에 반역하는 비밀스러운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 죽어 가는 사람들 앞에서 왕좌로 피신한 그는 자신이 농노들과 같은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네. 아, 저기 그가 오는군!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원정에서 영예를 얻은 민병 무리가 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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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바딤의 뒤를 따라 예전에 함께 참전했던 사령관 몇 명 등장, 프레네스트와 비고르
바딤
관대한 비고르와 프레네스트, 내가 자네들을 보다니!
프레네스트 저희는 항상 당신 명령에 충실하면서
당신의 성스러운 명령을 수행해 왔습니다. 바딤
여보게 친구들, 정말 조국에서 자네들을 다시 만나다니? 새벽노을은 이미 망루 꼭대기를 물들이고 노브고로드의 위상은 구름에 닿을 만큼 높아져 있네. 저기 뇌성이 잠들어 버린 페룬5) 신전을 보건대 페룬은 악행을 지켜보며 가만히 잠들어 있네. 마치 신처럼 소수의 국민에게도 위대하고 평등하게 이 나라의 자유를 확고히 보호해 왔고 존경스러운 이름으로 떨고 있는 왕에게
5) 페룬(Перун)은 슬라브인들의 뇌신(雷神)으로 천둥번개를 다스리며, 재난 과 불행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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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법을 선사하던 저 명예롭고 성스러운 궁정, 우리의 고관이여. 오, 노브고로드여! 예전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무엇이 되었단 말인가? (모두에게로 돌아서며) 영웅들이여! 노브고로드의 위대함을 보시오. 나는 족쇄가 채워진 노브고로드를 바라보며, 내 삶을 증오하고, 슬픔으로 무력해질 뿐이오. 자네도 떨고 있는가? 노예제라는 깊은 수렁에서 사랑하는 조국의 옛 모습을 우러러볼 때 어찌 전율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조국 앞에서 무력했던 북방의 힘은 모두 적을 알지 못한 채 두려움 속에서 그 위력과 신의 위력을 비교했다. 그런데 지금 이 화려한 도시와 이 북방의 군주…. 우리가 이러한 모욕을 조금이라도 예상할 수 있었던가! 이 당당한 거인이 예전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모두 잊어버리고 스스로 군주의 발 앞에 쓰러졌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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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단 말인가?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시선이 가는 곳마다 모든 것이 쇠퇴해 가는 조국의 영광을 표현하고 있네. 저 들판을 바라보았는가. 아직도 그곳에선 감히 우리의 적이었던 고트족6)을 격파한 뇌성이 울린다네. 시선을 도시 내부로 돌리면, 기쁨과 자유가 함께 흐르던 강물이 거만한 왕들이 무익한 싸움 끝에 우리에게 복종했던
6) 고트족(Готы)은 3∼4세기 경 슬라브족과 이웃하고 있었던 고대 게르만족 의 하나다. 3세기 흑해 북쪽에 제국을 건설했으며, 5세기 말 테오도릭 대왕 때 이탈리아에 고트 왕국을 세웠다. 고트족은 동고트족과 서고트족으로 구 분한다. 특히 동고트족은 발트 해 북쪽에서 침략해 들어와 돈(Дон) 강에서 드네스트르(Днестр) 강과 흑해에서 프리퍄티(При́пять) 습지대(벨라루스 남부 지역)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세웠다. 고트 왕국은 에르마나리크 왕 시대에 절정에 이르렀으나, 370년경 동고트족이 훈족에게 패하자 에르마 나리크 왕은 노년에 자살했다고 한다. 키예프 남쪽과 동남쪽 지역에서 동 고트족의 무덤이 많이 발굴되었으나 고트 왕국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 의 없다. 3세기에 이미 읽고 쓸 줄 알았던 듯하며, 로마인들과의 교역도 상 당히 발달해 있었다. 훈족에게 패배한 뒤 약 80년 동안 역사적 기록에 나타 나지 않다가 그 후 로마 연합군으로 다뉴브 강 중류 판노니아(Pannonia)에 살게 되었다. 중부 유럽으로 종족이 대부분 이주한 뒤에도 일부가 크림 반 도에 남아 있으면서 중세 시대까지 종족 주체성을 보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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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따라 사방으로 흐른다네. 여기가 바로 그 존경스러운 사건들의 증인이 있는 곳이네. 군주들의 은인인 우리 민중이 쫓기던 바랴크7) 왕을 잡아와, 민중의 적들을 공포에 떨며 침묵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곳이네. 시민 여러분! 영광으로 충만했던 그 시대를 기억하시오. 그러나 이것도 기억하시오. 추악한 억압을 물리치기 위해! 오, 부끄럽도다! 이 왕이라는 자는 예전에 우리에게 복종하며 비탄에 잠겨 기도하면서 군중 가운데 머리를 내놓고는 우리 앞에서 고개 숙이던 자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오, 무서운 운명이여! 그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 류리크가 말이다! 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7) 바랴크(Варяг)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만인(바이킹족)으로 19세기에 러시아에 들어와 러시아인들을 통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통치 지역이 노브고로드 공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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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네들 마음은 스스로 회한 속에서 내 목소리가 행하지 못했던 것을 완수하게 해 줄 것이네. 비고르 재난에 빠진 조국이 당신의 슬픔을 꾸짖은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꾸짖었습니다. 우리는 실망 속에서 헛되이 조국의 운명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바딤
애도한다고? 오, 무서운 말이로군! 애도한다고? 도대체 자네들은 어떤 사람인가? 혹시 여잔가? 아니면 류리크가 자네들 영혼을 바꾸어 놓았는가? 운명을 망쳐 버렸다면, 자네들은 얼마나 눈물을 흘리겠는가?
프레네스트 우리는 당신 뒤를 따라
영원히 스스로를 찬양하며, 오만한 왕좌를 격파해 조국이 영광되기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슴속에 열정이 타오른다 할지라도, 그 열정에 부합하는 수단이 미흡합니다. 험난하고 추악한 날들을 개의치 않으며, 만일 죽어야 한다면 죽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죽음이 악으로부터 헛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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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조국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속박 속에서도 족쇄를 끊어 버리려고 애쓰며 더 이상 그러한 족쇄로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바딤, 당신은 알고 계신지요? 류리크가 이 땅에서 아무런 장애도 없이, 모든 민중의 청원에 따라 오른 옥좌를 파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십시오! 그에게 빼앗긴 자유가 얼마나 매혹적인 권력8)으로 바뀌어 버렸는지 당신은 알게 될 것입니다? 그의 국가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삶을 갉아먹는 농노제를 애통해하며, 자유도, 삶도, 명예도 모두 그의 손아귀에 들어 있는 이 죽음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을 부끄러워할 진정한 인재가 조국에 얼마나 부족한지 알고 있습니까? 류리크의 교활함으로 민중의 힘은 약해지고 말았습니다.
8) 여기서 ‘매혹적인 권력’이란 ‘유혹적이며 기만적인 권력’, 즉 ‘나쁜 권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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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음울한 도시는 바랴크 군대로 꽉 차 있습니다. 신들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내려 주시도록 우리는 영원한 도움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바딤
정녕 신에게만 의지하며, 명예도 없이, 무리 지어 비참한 생활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단 말인가? 그러나 신은 우리에게 자유를 회복하게 해 주셨네. 가슴은 주저하지 않고 행동을 감행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손은 모든 것을 격파하기 위해서! 바로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조력자들이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나가세, 기어가게, 그리고 헛되더라도 그들의 뇌성을 기다리게. 그럼 나는 자네들을 대신해 혼자 이곳에서 분노에 북받쳐 군주들을 용납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쓰고 나갈 것이네! 오, 운명이여! 3년이나 조국과 떨어져서, 그 영광스러운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던 나는 이제 자유와 이 군중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지극한 행복을 버리고, 그 오만함을 전멸하기 위해 나갈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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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공적의 열매들은 모두 민중에게 돌릴 것이네. 도대체 내가 이곳에서 보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자유를 상실한 고관이 겁을 먹고는 비굴하게 황제 앞에 허리를 굽히고, 권력의 힘 아래서 자신의 멍에에 입이나 맞추고 있는 꼴이라니. 말해 보게, 자네는 어떻게 이 조국이 멸망해 가는 것을 보면서, 수치 속에서 한시라도 삶을 계속할 수 있었나? 그리고 자네가 자유를 보전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이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비고르 옛날처럼 우리는 조국을 향한 사랑으로
마음이 불타오릅니다. 바딤
말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네. 자네의 피로 보여 주게! 자네의 값진 말을 신성하게 내뱉게나. 아니면 우리 조국이 장차 노예가 될 수 있지.
비고르 슬픔으로 괴로워하는 경건한 마음을 갖고도,
당신은 혼란스러운 분노 때문에 무모하게 우리와 맞서 죄 없는 사람들을 그런 무자비한 잘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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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고 있습니다. 군대 앞에서 당신이 조국과 이별하자마자 많은 고관들이 죄악의 수단을 찾으면서 곧바로 강력한 조국을 재난에 빠뜨렸고, 오만과 질투, 증오와 반란을 도시로 끌어들였습니다. 평온한 마을은 지옥으로 변했지요. 거룩한 진실은 이렇게 떠나 버렸지요. 자유는 공포에 떨며 멸망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담대한 인물들과 치른 내란은 동포의 시체 더미 위에 죽음의 집을 지었습니다. 모든 민중은 탐욕스러운 고관들의 양식이 되고자 애쓰면서, 폭군에게 선택되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볼호프 강9)은 솟아오르는 피로 들끓었습니다. 오, 통곡하는 노브고로드여! 너는 구원자를 만나지 못했느냐!
9) 볼호프(Волхов) 강은 북러시아 라도가(Ладога) 호수로 흘러드는 강을 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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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처한 모든 상황 아래, 아들을 모두 잃고도 그들을 애도하기보다는 국민의 불행을 슬퍼했던 백발이 성성한 존경받는 고스토미슬10)은 우리에게 내려진 단 하나의 불멸의 기쁨이었다. 그는 이 류리크에게 도움을 간청했고, 류리크는 그의 칼로써 우리에게 행복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오랫동안 재난에 지친 고스토미슬은 평온함이 조국을 부활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쁨에 젖은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류리크의 용맹을 칭송하며, 민중에게 그들의 탄식과 불행을 종식할 권력을 류리크가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우리 민중은 위대한 인물의 공적에 감동해서 저마다 그 구원자를 군주로 인정했습니다. 10) 고스토미슬(Гостомысл)은 노브고로드의 전설적인 시 장관이었다. 그의 이름은 노브고로드 공국 바랴크 공후들의 호칭과 관련 있다. 고스토미슬은 외손자에게 권력을 양도했는데 볼틴(И. Н. Болтин), 타티셰프(В. Н. Тати щев), 셰르바토프(М. М. Щербатов)와 같은 18세기 역사가들은 류리크를 고스토미슬의 외손자로 간주했다. 예카테리나 여제도 자신의 역사적인 글 에서 그러한 의견에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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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딤
군주라고! 류리크를! 누가 민중을 구원했는데? 우리를 돕겠다고 와서 그자가 우리를 위해 한 일이 대체 무엇인가? 그는 빚을 갚은 것뿐이야…! 그러나 만일 그의 선행을 그가 갚아야 할 당연한 보상으로 생각한다면, 자네는 자네의 자유를 바쳐 보답하고, 공적에 대한 선물로 자네의 농노를 선사하겠는가? 오, 비열한 영혼이여! 운명 아래 주저앉으며, 끊임없이 우연에 정신이 팔린 자들이여, 아! 자네가 스스로를 존경할 수 있다면! 제왕의 자홍색 예복을 입었을 때 우리 시민들에게 평등할 수 있었다면 류리크는 축복받았을 텐데. 황제들 사이에서 영구히 찬양받았던 그 위대한 직함과 영예로써 그가 더욱더 칭송받을 수 있었다면. 전하시오. 자네들의 용맹을 확신했던 고스토미슬이 불행을 종식시킬 책임을 자네들에게 유언으로 남기셨다니. 시민의 자유가 그의 유산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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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면 누구든지 제압할 수 있는 바로 저 동물들처럼 똑같이 그가 자네들을 내팽개쳤단 말인가?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자만심에 빠져, 자신의 피와 황제의 피를 결합하면서, 만연한 재액을 근절하겠다는 핑계로 그는 아들딸에게 이곳 권력을 넘겨주었다네. 그런데 나는 비굴하지도, 그렇다고 고상하지도 않은 마음으로, 내 뒤를 따라 조국이 구원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모든 치명적인 것들을 초월해 삶도 아끼지 않고 그에게 단 하나뿐인 혈육, 딸을 주게 된단 말이네. 라미다, 그렇게 소중한 아이를 내가 주게 된단 말이네. 폭군들의 적장이−내 아들이라니! 그녀에 대한 자네들의 정열을 난 알고 있네. 자네들은 알고 있지,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황제들이 나와 혈연관계를 통해서 명예를 얻으려 갈망했다는 사실을. 그러나 나는 폭군을 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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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는 것을 경멸했다네. 나는 시민, 오직 노브고로드의 시민만을 원했다네. 보여 주게, 자네들은 노브고로드인이라 할 만한가? 아니면 농노들의 우상을 지도자로 세워 놓고 나와 명예, 이 모든 것을 그에게 재물로 바치겠는가? 공포에 떨며 죽어 가는 내 딸을 보게. 비고르 그 존귀한 손에 합당한 사람이 되려고
류리크는 자신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저 무수한 군대와 홀로 맞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프레네스트 제 마음이 행복을 갈망하는 만큼,
조국 또한 사랑합니다…. 손에 무기를 들고 당신에게 보여 주겠습니다. 비고르 신성한 페룬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진심으로 맹세하건대 라미다에게 매혹당한 자에게 무슨 일이든지 감행할 것이라고…. 프레네스트 제 맹세도 받아들이십시오. 바딤
오, 영웅들의 열정이여! 이제야 자네들을 알겠네! 자네들은 민족의 희망이요, 조국의 기쁨이네! (그와 함께 온 사령관들에게) 나의 옹호자들이여! 도시의 장벽을 허물자. 그리고 약한 어둠의 잔재를 이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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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두운 밀림으로, 우리 여기서부터 떠나자. 승리를 기약한 나의 무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조국이 입은 피해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노했고, 죽기를 각오했고, 왕위를 전복시킬 각오를 했다. 비고르는 우리 뒤를 이어 저 영웅들을 따르고 프레네스트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이곳에 남는다. 자, 전진하라!
(사령관들과 비고르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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