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오일도 시선_맛보기

Page 1

오일도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합니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시 선집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오일도 시선 오일도 지음 김학중 엮음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편집자 일러두기 ∙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 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 이로 추천했습니다. ∙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 석을 덧붙였습니다. ∙ 이 책은 ≪현대시학≫, ≪저녁놀≫(1976, 근역서재), ≪지하실 의 달≫(문화공론사, 1977)을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습니 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 했습니다. ∙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 잡았습니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습니다. ∙ 주석은 현대에는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 현대의 독자들이 쉽게 뜻을 알기 어려운 한자어, 원전의 글씨가 잘 안 보여 엮은이가 추 정한 글자, 사투리, 토속어, 북한어 등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 달았 습니다.


차례

내 창이 바다에 향했기에 ··············3 가을 하늘·····················5 코스모스꽃 ····················6 地下室의 달····················8

봄 아침 ·····················10 봄비 ······················11 바람이 붑니다 ··················12 十月의 井頭園 ··················13 松園의 밤 ····················15

별 ·······················16 도요새 ·····················17 白沫 ······················19 五月 花壇 ····················20

누른 葡萄잎 ···················22 노랑 가랑잎 ···················23 壁書 ······················24

내 戀人이여! 가까이 오렴! ·············25


가을은 ·····················27 人生의 曠野 ···················29

눈이여! 어서 나려 다오 ··············30 窓을 남쪽으로 ··················32

아기의 눈 ····················34 올빼미 ·····················36 돌팔매 ·····················38 爐邊 哀歌 ····················39 解放의 거리 ···················41

멀리 오시는 님 어이 맞으오리까 ··········45 찬 壁 ······················51 검은 구름 ····················53 그믐밤[除夕] ···················55 꽃에 물 주는 뜻은·················57 새해 아침 ····················60 물의 誘惑 ····················61 한가람 白沙場에서 ················62 흰 구름 ·····················63 저녁놀 ·····················64


부록 積雪 ······················67 江村雪月夜逢故人 ················68 滿洲行一束 ···················69 夜發大邱驛 ··················69 鴨綠江 ····················70 胡馬 ·····················71 胡酒 ·····················72 寄舍兄 ····················73 戱與王道書院長 ················74 幼子 ·····················75 賭博軍 ····················76 靑樓怨(過間島靑樓街見朝鮮女人有感)······77 隣家喪(見隣家平壤人喪老母有感) ········78 歲暮 ·····················79 又 ······················79 南飛雁 ····················80 病窓錄 三篇 ··················81 夏夜苦 ····················82 霖雨 ·····················83 暮春 ·····················84


夕暮 ·····················85 秋感(懷) ···················86 酒後愁 ····················87 自傷 ·····················88 悲秋 ·····················89 城邊柳 ····················90 春色 ·····················91 園中匏 ····················92 春日 ·····················93 雨後江村 ···················94 白雲 ·····················95 白鷗 ·····················96 別恨 ·····················97 春恨 ·····················98 籬下菊 ····················99 招友人圍碁 ·················100 秋雨·····················101 西峯月····················102 寒梅·····················103 春暖·····················104 有客叩門 ··················105


苽(瓜)亭(오이집) ···············106 述懷·····················107 小屋成····················108 幽居·····················109 江山逢故人 ·················110 春日三兒 ··················111 夜無火····················112 螢火·····················113 迎春燕····················114

해설 ······················115 지은이에 대해··················129 엮은이에 대해··················133



오일도 시선



내 창이 바다에 향했기에

내 창이 바다에 향했기에 저녁때면 창에 기대어 저− 水平線을 바라봅니다.

白色의 아득한 海路−

내 視線은 멀리 힌 돛에 닿았건만 그러나 나는 누구 오기를 기다림도 아닙니다.

마음 없이 옛날 노래도 부르며 집 지키는 少女처럼 또 휘파람 붑니다.

슬픈 日課가 거듭는 동안

3


물결은 부딪쳐 砂洲의

빈 조개껍질을 몇 번이나 옮겼는고!

오늘도 해가 저물어 엷은 볕 물 위로 사라지고 無心한 갈매기만

저 홀로 섬[島]을 돕니다.

4


가을 하늘

藍碧의 하늘이 동그란 蓮잎처럼

바람에 말려 나날이 높아 간다.

紙鳶을 딸는 아기의 마음으로

나는 발돋움하며 언덕에 여기 섰나니.

저 한 점 白雲이 어린 날 風船球보담 더 타고 싶어…

제비도 날아 닿지 못하는 곳 저기, 가을 女神의 치마 끝이 나부낀다.

5


코스모스꽃

가을볕 엷게 나리는 울타리 가에 쓸쓸히 웃는 코스모스꽃이여!

너는 田園이 기른 淸楚한 女詩人.

남달리 深僻한 곳, 늦피는 性格을 가졌으매 세상의 榮譽는 저 구름 밖에 멀었나니.

높은 想念의 나라는 쉽사리 닿을 길 없고 차디찬 가슴에 남모를 哀愁가 짙었도다.

멀지 않아 서릿바람 높고 하늘이 차면 호젓한 네 魂을 어느 江山에 붙이리!

제비의 엷은 나래도 이미 鄕愁에 지쳐 나란히 電線 위에 모여 앉아 江南行을 꾀하나니.

6


마음에 零落의 輓歌가 떠돌고 寒夜의 기러기 엷은 꿈을 깨워 주기 전.

해말쑥한 너 입술 위에 나는 키스를 남기고 가노라.

7


地下室의 달

깊은 椅子에 허리가 빠졌다. 담배 연기 따라 저 천정 끝으로 가늘어지는 내 視線

한 손으로 늙은 棕櫚樹를 휘잡노니 棕櫚樹!

너도 故鄕이 그리울 게다.

하늘과 달과 구름을 밖에 두고 陰徽의 地下室 한구석에 앉아

또 쓴잔을 손에 듦은 아−

내 靈魂과 내 帽子는 막고리1)에 걸렸나니

8


새아씨여! 갈 때에 부디 벗겨 주오.

1) 막고리: 옷 따위를 걸게끔 벽에 박은 고리.

9


봄 아침

한겨울 앓던 몸 따스한 햇발 따라 뒷산으로 오르니 어느새 잔디밭 눈이 녹고 마른 가지 끝으로 가벼운 봄이 벌[蜂]과 같이 도네. 이 몸에 병이 낫고 이 산에 꽃이 피거든 날마다 이 산에 올라 파−란 하늘이나 쳐다볼까!

10


봄비

한강에 살포시 눈뜨는 버들 버들 타고 봄비는 비가 나려요.

천실만실 고요히 나리는 정은 끝도 없는 靑春의 눈물이라오.

보슬보슬 온종일 울며 나려도 십 릿벌 모래밭을 못 적시거든.

江南 千 里 먼먼 길 물길 터지어

님 타신 배 순순히 언제 오시랴!

11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붑니다. 따스한 바람이! 잎 피는 바람 입니다. 비가 옵니다. 은실의 봄비! 봉오리 터지는 봄비입니다.

님이여 어서 오소서 서울 하늘 白孔雀 나래 햇발 아래에 …꽃은 피리다 …꽃은 피리다.

12


十月의 井頭園

물새는 찍− 찍− 잎사귀 바삭바삭.

한 걸음 두 걸음 세상과 멀어지는 곳.

높이 푸른 저 전[杉]나무 몇 百 年 자랐기에 저처럼 클까! 곧 하늘을 찌를 듯하 이.

나무 밑으로 걷는 人生이 더욱 작은가 싶어 우러러보곤 다시곰 熱淚를 삼키다.

물새는 찍− 찍− 잎사귀는 바삭바삭

여기, 靑春의 哀愁가 歲月 함께 짙었도다.

13


한낮에도 햇볕 못 보는 검은 그늘에 여기저기 빈 벤치만 놓여 있을 뿐.

죽음의 나라처럼 사람 소리라곤 하나 들을 수 없고 실낱같은 바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우수수 못가에 갈 대가 운다.

14


松園의 밤

聖衣의 자락처럼 沈黙이 무거운 松園의 밤.

마을은 白羊의 꿈속에 잠기고

비 개인 모래밭 맨발이 죄스러워…

敬虔한 祈禱에

처녀는 머리칼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15


가지 사이로 별이 보인다.

千年萬年 叡智에 찬 눈.

宇宙는 永遠히 滅亡 않으리!

16


도요새

물가에 노는 한 쌍 도요새.

너 어느 나라에서 날아왔니?

너의 方言을 내 알 수 없고 내 말 너 또한 모르리!

물가에 노는 한 쌍 도요새.

너 작은 나래가 푸른 鄕愁에 젖었구나.

물 마시고는 하늘을 왜 쳐다보니?

17


물가에 노는 한 쌍 도요새.

이 모래밭에서 물 마시고 사랑하다가

물결이 치면 포트럭2) 저 모래밭으로.

2) 포트럭: 새가 날며 내는 ‘푸드덕’ 소리를 거친 느낌이 나도록 표현한 시 적 표현.

18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