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 커뮤니케이션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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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김우룡·김해영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01 몸짓

몸의 움직임은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태도, 감정 상태, 환경을 통제하려는 욕구의 메시지다.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는 것은 미국에서는 편안함의 표시이나, 아랍권에서는 무례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많은 나라에서 혀를 내미는 것은 경멸의 뜻이지만 뉴질랜드 마오리족에게는 존경의 의사 표시다. 그러므로 몸짓은 중요한 문화적 표시다. 몸짓언어에는 몸짓, 자세, 얼굴 표정 등이 모두 포함된다.


부시의 V, 닉슨의 O.K. 몸짓언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마음을 정확하게 드러 내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정을 미세하게 표현해 준다. 세계적인 인간 행동 연구자 앨런 피즈(Allan Pease) 와 바버라 피즈(Barbara Pease)는 몸짓언어에 대한 30년의 연구 성과를 모아서 󰡔당신은 이미 읽혔다(The Definitive Book of Body Language)󰡕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들은 심 리학, 생물학, 뇌과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바탕 으로 몸짓언어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사람이 의사소통하는 데 언어가 차지하는 부분은 약 7 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93퍼센트는 비언어적인 몸짓, 표정, 자세 등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몸짓은 상대가 내 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나를 통제하려고 하는지, 거짓 말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다. 몸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다. 몸을 이용해 아이디 어와 의도, 느낌을 전달하는 여러 가지 작용과 활동이 곧 몸짓이다. 주로 팔과 손을 이용하지만, 얼굴과 머리 등 그 외의 부분도 빈번히 사용한다. 히틀러는 현란한 몸짓을 곁들인 연설을 통해 독일인들을 전쟁에 동원했으며, 위대 한 종교지도자들의 몸짓은 많은 이들에게 권위와 힘을 상 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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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가진 몸짓도 있다. 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사 용되는 신호가 대표적이다. 생방송 중 플로어 매니저는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미리 약속된 단순한 동작을 통해 다 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언어 사용이 제한된 환경에서 일 하는 소방관이나 경매 중개인, 카지노 딜러, 비행기 조종 사, 레스토랑 지배인 등은 모두 특유의 전문적인 제스처를 사용한다. 몸짓은 말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말의 흐름을 조절해 주며, 내용에 명확성을 더해 주기도 한다. 또한 다음에 이 어질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대화 중 팔짱을 끼거나 턱을 고이면 심각한 주제가 다뤄지고 있 다는 신호며, 눈물을 보이거나 슬픈 표정을 지으면 불행한 내용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 명백하다. 몸짓은 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 람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몸짓이 이처럼 중요한 의 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 몸에는 생물학적인 의미를 뛰 어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의 복잡한 맥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짓의 의미도 종종 문화적 인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부시(G. W. Bush) 대통령이 1993년 호주를 국 빈 방문했을 때, 리무진 뒷좌석에 앉아 두 손가락으로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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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V’ 표시를 해보였다. 다음날 호주 신문들은 “호주 국 민을 모욕한 대통령”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그 사진을 게재했다. 손등을 앞으로 내보인 ‘V’가 영국이나 호주 등 에서는 굉장한 욕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심코 범한 실 수였다. 앞서 닉슨(R. M. Nixon) 대통령도 손가락 동작 하 나 때문에 곤혹스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58년 당시 미 국 부통령으로 남미 순방에 나선 닉슨이 공항에서 군중들 을 향해 엄지와 검지를 붙여 ‘O.K.’ 신호를 보내자 군중이 격렬한 야유를 퍼부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괜찮다”, “좋 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수신호가 남미에서는 ‘개자식’과 같은 심한 욕임을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화였다. 같은 몸짓이라도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피노키오의 코’와 수화 주로 사용되는 몸짓들은 크게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적응 행위와 상징 행위, 설명 행위로 구분된다. 적응 행위 란 환경이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학습된 행위를 말한다. 추울 때 양손을 비비고, 눈이 부시면 손으 로 가리는 것처럼 본능적이고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몸짓 이다. 초초할 때 담배를 물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것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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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이다. 이외에도 멋쩍을 때 머리를 긁적거리거나 의아 할 때 턱을 괴는 등과 같은 적응 행위는 대개 무의식적이 고 습관적으로 이루어진다. 상징 행위는 언어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몸짓이다. 한국인에게 엄지를 추켜세우는 것은 ‘최고’를 의미하며,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드는 것은 ‘돈’을 의미 한다. 가까이 오라고 손가락을 까딱이거나, 두 팔로 하트 를 그리는 것, 헤어질 때 손을 흔드는 것, 새끼손가락을 애 인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 등이 모두 상징 행위에 속한 다. 말을 대신하는 상징 행위는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특정 집단 내 사회적 약속에 따라 전달된다. 따라 서 다른 문화권에서는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설명 행위는 주로 언어와 함께 사용되며, 언어를 강조 하거나 반복해서 뜻을 명확하게 해 주는 몸짓을 말한다. 귀여운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수고한 사람의 어 깨를 두드리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경우에 따라서 언어 적 표현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대개 말과 함께 사용함으로 써 의미를 확고하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B. Clinton)이 성추문과 관련된 청문회에서 코를 자주 만져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 코를 만지는 것이 거짓말의 신호라는 연구 결과 때문인데,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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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경우 안면의 혈류량이 증가해 코를 만지게 된다는 것이다.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 니다.

몸짓과 문화 몸짓은 언어가 전달하지 못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 지만, 그 의미가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이해 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나 평소 습관, 그가 속한 집단 문화 등에 따라 그 의미가 매우 상이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권 에서 자주 사용되는 제스처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인사는 커뮤니케이션으로서 몸짓의 가장 대표적인 형 태다. 동아시아에서는 만나거나 헤어질 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정중한 태도다. 그러나 서구 사회에서는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비굴한 짓으로 인식된다. 서양에서 통용되는 인사 방식은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 악수하는 것이다. 똑같이 악수를 하더라도 중동 지역에서 는 힘을 주어 악수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반면,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는 힘이 들어가지 않은 악수를 무례한 것 으로 여긴다. 반면 일본에서는 악수할 때 상대의 눈을 똑 바로 쳐다보는 것이 결례다. 인도나 태국에서는 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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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 합장하는 형태로 인사를 나누며, 남미 국가에서는 ‘아브라조(abrazo)’라고 해 포옹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사 법이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서로 코를 비비며, 티베 트에서는 혀를 내밀어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많은 몸짓은 모욕의 의도로 사용된다. 주먹 사이로 중 지를 내미는 ‘핑거(the finger)’는 대표적인 모욕적 제스처 이다. 이는 거의 대부분 문화권에서 모욕적인 몸짓으로 통용되는데, 로마 시대에서 기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 랍인들은 이를 변형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상태에서 중 지를 아래로 세우며, 러시아인들은 한 손의 검지로 다른 손 중지를 뒤로 젖힌다. 일반적으로 중지는 남자의 성기 를 상징한다. 과거 미국에 진출한 프로야구 선수가 선수 소개 시 가 운데 손가락을 올려 벌금을 물게 된 적도 있고, 프로축구 선수가 오른팔을 쳐들고 다른 팔로 오른팔 팔꿈치 안쪽을 치는 모욕적인 동작을 취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비언어 적인 몸짓은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상이하지만, 모욕적인 제스처의 경우 쉽게 전파될 뿐만 아니라 그 의미가 일반적 으로 통용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요한다. 또 다른 모욕의 의미를 가진 몸짓으로는 동물 흉내를 내거나, 아둔하다는 의미로 이마를 치는 것 등이 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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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등에서 ‘모우차(moutza)’라고 부르는, 손바닥을 내 밀어 상대방에게 정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 모욕적인 몸짓 이다. 이는 과거 전쟁포로에게 오물을 던지는 행위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아프리카에서는 이 동작이 ‘아비가 다섯 이나 되는 놈’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검지와 엄지를 붙여 만드는 ‘O.K.’ 표시가 프랑스에서 는 아무것도 없음을, 한국에서는 돈을 의미한다. 검지와 중지를 세워 만드는 ‘V’는 승리(victory)의 의미로 사용되 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영국에서 손등이 상대방에게 보이 게 할 경우 모욕의 의미가 된다. 프랑스와 백년전쟁 때 프 랑스군이 영국군을 잡으면 활을 쏠 수 없도록 검지와 중지 를 잘랐기 때문이다.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펼쳐 황소 뿔 모양을 만드는 제스 처 역시 나라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힌두교도들은 이 동 작을 소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미국의 인디언들도 들소를 나타내는 동작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표시가 악마의 뿔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대도시의 갱 등 특수한 집단에서는 인정의 표시로 사용되 기도 한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이 동작을 ‘코르누토 (cornuto)’라 해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모욕적인 뜻 으로 사용하며 브라질, 베네수엘라에서는 우둔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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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동시에 행운을 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손 가락 제스처에도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어디에서 사 용하느냐,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 가 발생한다.

제스처의 심리학 어떤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들이 구성하는 문장을 살펴야 하듯이 몸짓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연관된 제스처의 조화를 살펴야 한다. 하나의 제스 처는 그 이전의 몸짓과 일관되게 나타날 수도 있고, 정반 대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이른바 ‘신경질적인 웃음’이 나 ‘썩은 미소’가 이와 같은 부조화의 좋은 예가 된다. 몸짓의 조합을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상대의 마음 상 태를 이해할 수 있으며,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순간마다 나타나는 작은 몸짓을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지 만, 제스처의 조합들을 살펴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대화의 완성을 위해 적절한 제스처의 활용은 매우 중요 하다. 몸짓과 언어의 조화와 부조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매우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언의 대화를 해석하는 것은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처럼 매우 어렵다. 까닭에 상대방의 몸짓을 읽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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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나 사업상의 모임, 텔레비전 인터뷰나 좌담 프로그램 등의 관찰은 제스처의 적절한 용례와 해석을 위한 좋은 본 보기가 된다.

참고문헌 김영순(2001). 󰡔신체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기호학󰡕.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김우룡 · 장소원(2004).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론󰡕. 서울: 나남. 김만행 옮김(1994). 󰡔제스처로 사람을 읽는다󰡕. 서울: 현대미디어. 홍기선(1995).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분류에 관한 연구, 󰡔커뮤니케이션 과학󰡕 13, 고려대학교. Argyle, Micheal(1975). Bodily Communication, London: Methuen and Co, Ltd. Harper Collins Publishers(2004). Body Language, Glasgow: Harper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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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눈짓

눈은 마음의 창이다. 의사를 전달하는 사람의 신체 부위 가운데서 눈은 가장 민감한 뉘앙스를 전해 주고 있다. 사람의 얼굴 가운데 제일 중요한 메시지 수용 기관으로서 눈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상대방은 눈을 통해서 쉽게 의중을 파악한다. 연기의 중심도 눈의 시선 처리와 동공 굴리기에 있다고 한다. ‘눈의 연기’가 몸의 연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랑은 눈 맞춤과 눈빛을 통해 무르익는다.


눈으로 말해요 윙크하면 TV나 스마트폰이 켜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1970년대 인기를 끈 추억의 TV 외화 <내사랑 지니>에 나 오는 램프의 요정 지니는 윙크만 하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미용제품과 전자공학이 결합해서 윙크만으 로 각종 전자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이 탄생했다.” −≪조선경제≫, 2013.10.18.

브라질 가톨릭대학교 연구진은 모델이 윙크를 하면 금 속성 인조 속눈썹과 전도성 아이섀도에 전류가 흘러 전자 기기를 작동시키는 적외선이 나오도록 고안한 장치를 소 개한 바 있다. 원래 윙크는 기계를 움직이는 신호가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언어다. 윙크(wink)란 윙크를 보내는 사람(the winker)과 윙크를 받는 사람(the winked-at) 사이에 공유 된 비밀을 신호하는 의도적인 한쪽 눈의 깜박임을 가리킨 다. 한마디로 한쪽 눈을 깜짝이는 눈짓이다. 때로 윙크는 추파(秋波)의 뜻으로 좁게 해석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키 기도 한다. 왜냐하면 한국인의 경우 윙크를 ‘사랑의 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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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지시 나타내는 눈짓’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 이다. 눈은 얼굴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천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듯이 얼굴은 수천 가지 많은 표정을 나타낸다. 원 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라 함은 보디 랭귀지, 곧 신체언 어를 총괄한다. 얼굴 표정은 말할 것도 없고 손짓, 발짓과 몸의 자세, 제스처 등을 모두 가리킨다. 눈짓은 얼굴 표정 의 일부다. 얼굴 표정은 주로 화남, 슬픔, 놀람, 행복, 두려 움, 혐오감을 드러낸다. 항간에 청와대를 ‘얼음 궁전’이라고 부르는 이야기가 들 린다.

“대통령이 싸늘한 눈빛 한 번 준다든지 가벼운 질책 한마디 만 하면 청와대 모든 관계자들이 얼음이 된다더라. 대통령 앞에서 차렷, 부동자세가 된다던데 이런 것부터 고쳐야 약 속한 국민 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MBC 라디오 <손동호의 시선집중> 민병두 의원 인터뷰 중, 2013.10.24.

눈짓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임을 보여 주는 사례다. 그 가운데 눈의 움직임 역시 여러 가지 의미를 나타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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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타인과 상호작용 중에 어디를 보느냐, 언제 보느냐, 얼 마나 보느냐 등이 응시(gazing) 연구의 초점이 된다. 이 때 응시란 화자 상호 간 눈의 움직임을 말한다. 상대방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거부, 동의, 적극적인 지 지, 연모, 무관심, 위협 등등의 의미가 전달된다. 어떤 면 에서 세상만사는 눈에서 시작된다. 어떤 학자는 서구 사 회에서 이성 사이의 교제 발전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 다. 연인 간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과정이 매우 흥 미롭다.

① 눈으로 상대의 외모를 본다. ② 눈이 눈을 본다. ③ 목소리를 서로 나눈다. ④ 손을 잡는다. ⑤ 팔을 어깨에 올린다. ⑥ 팔을 허리에 감는다. ⑦ 입에 입을 맞춘다. ⑧ 손으로 머리를 만진다. ⑨ 손으로 몸을 만진다. ⑩ 입을 가슴에 댄다. ⑪ 손으로 성기를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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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성기에 성기를 또는 입을 성기에 댄다. 일부 단계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남녀 사랑이 대 체로 이와 같은 신체 접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사람들은 왜 상대방을 바라보는가? 정보를 보내려고 응 시하기보다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남을 바라본다. 눈 은 다른 사람의 비언어적 신호를 파악하는 수단이다. 아가일(Argyle)은 오래전에 다음과 같은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두 사람이 6피트 떨어져서 중립적 화제에 대해 대화할 때 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개인적인 응시

60%

들을 때

75%

말할 때

40%

힐끗 보는 시간

3초

눈 맞춤(상호 응시)

30%

서로 힐끗 보기

1.5초

‘눈은 마음의 창’ 눈은 ‘마음의 창(the window to the soul)’이다. 의사를 전 달하는 사람의 몸 가운데서 눈은 가장 중요하며 가장 민감 한 뉘앙스를 전달해 주고 있다. 얼굴 가운데 제일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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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수용 기관으로서 눈은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고, 상대방은 눈을 통해 쉽게 의중을 파악한다. 또한 눈은 커뮤니케이션 전환에도 주요 변화의 신호를 보낸다. 눈은 교통신호처럼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규제하는 기능도 해 주고 있다. 생리적으로 보면 눈은 어둠 속에서 동공이 커진다. 자 동적으로 렌즈를 열고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러나 눈의 팽창은 상당 부분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다. 정상적인 빛 속에서도 흥미로운 사물이 나타나면 동공은 저절로 팽창한다. 아름다운 여성과 잘 생긴 남성을 만나 든가, 혐오스러운 거미나 뱀을 보게 되면 동공은 팽창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눈의 움직임과 동공의 팽창은 스스로 통제 하기 어렵다.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옛날에는 여성들이 약초를 이용해서 동공을 크게 함 으로써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했으며, 최근에는 포토 샵 등을 이용해 눈이 커 보이도록 사진을 수정하기도 한다. 생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어떤 문제에 골몰해 있을 때 눈이 커진다. 경험으로 보면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응시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자주 보지 않는다. 또 정 보 처리 과정상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때 눈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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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백을 보내지 않게 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눈 맞춤은 결정적인 단서가 되고 있다. 식당에 가면 우리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웨이터와 눈을 맞추려고 애쓴다. 또 어떤 경우에 우리는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계 단이나 내리막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한눈을 팔지 않으려 고 노력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치 려 한다. 때로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과 마 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내리깔고 지나간다. 말하는 이는 대화 중에 듣는 이의 주의를 끌려고 노력 한다. 긴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연사는 아래를 내려다 본다. 그러나 수시로 그는 청중이 귀담아듣고 있는지 점 검한다.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까 궁리 중일 때는 눈 맞춤을 피하게 된다. 연설을 끝내면 청중을 다시 바라 보고 자리를 뜨게 된다. 이런 전체 상호작용 시간 가운데 25퍼센트에서 75퍼센 트 정도는 참석자들을 바라보는데 할애된다. 또한 서로 호감이 생겨나거나 토론에 깊이 참여하게 되면 서로 바라 보는 시간은 늘어난다. 반면 까다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눈 맞춤이 감소한다. 물리적으로 너무 가까이 있을 때도 눈 맞춤이 줄어든다. 윙크와 눈 맞춤(eye contact)을 포함한 응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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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관계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응시의 형태가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한다.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더라도 좋아 하는 사람이 말할 때 사람들은 더 많이 쳐다본다. 덜 좋아 하는 사람은 덜 쳐다본다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 은 상대적으로 응시하는 시간이나 횟수가 늘어난다. 응시는 기본적으로 시선을 주는 것과 시선을 떼는 행위 로 나누어볼 수 있다. 시선을 주는 행위는 다시 일방적인 응시와 상호 응시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방적인 응 시, 상호 응시, 시선 회피의 의미를 살펴보자.

함부로 눈길 주지마세요 일방적인 응시

많은 남자들은 매력적인 여성이 지나가면 흘깃 쳐다본다. 계속 뒤돌아보는 이도 없지 않다.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 를 타던 중에 아름다운 여성이 지나가자 뒤돌아보다가 넘 어져 다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 상대방은 전혀 무관심하다. 일방적 응시(non-reciprocal gaze)는 일 방적인 관심의 표시일 뿐, 우리가 보낸 시선이 되돌아오지 않음을 뜻한다. 때때로 일방적인 응시는 상대방의 사생활 (privacy)을 침해할 수도 있고,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평 가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자칫하면 교양이 없거나 점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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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상호 응시

상호 응시(mutual gaze)는 글자 그대로 화자와 청자가 서 로 쳐다보는 행위를 가리킨다. 마주보기, 눈 맞춤이 대표 적이다. 눈 맞춤은 응시하는 상대방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행위다. 상호 시선을 교환한다는 것은 대화의 준비가 되 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호의를 가지고 있거나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이기도 하다. 길에서 우연히 서로 모르는 사람이 지나쳐갈 때, 3미터 이내에서는 반드시 눈길을 피하려고 한다. 이 거리에서 타인을 응시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 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친밀도가 높 을수록, 또 관심이 많은 사이일수록 상호 응시 행위가 자 주 또 길게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상대 방에게 적대감을 갖고 공격하려고 할 때도 눈 맞추는 시간 은 길어진다.

시선 떼기

불안하거나 자신감이 없을 때, 당당하지 못할 때, 거짓말 을 할 때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눈을 피하게 된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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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시선 회피(gaze aversion)는 당당하지 못하든가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시선 떼기는 시선을 떼는 방향이 중요하다. 적대감이 없는 경우 대체로 아래 쪽을 봄으로써 시선을 피한다. 이때 상대방도 아래쪽으로 시선을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반대로 힘겨루기를 하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옆이 나 위쪽으로 시선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이 나 상사에 대한 존경심으로 눈을 내리까는 경우가 많다. 어른의 꾸중을 듣거나 공손함을 나타낼 경우 시선을 아래 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우는 ‘눈 연기’가 생명이다 이러한 응시 행위는 무슨 기능을 하는가? 첫째, 대화 흐름 을 조절하고 둘째, 피드백을 모니터링하고 셋째, 감정의 표현 수단이 되며, 넷째로 두 사람 간 관계를 파악할 수 있 게 해 준다. 예컨대 커뮤니케이션 흐름을 조절한다는 것은 이런 뜻 이다. 이야기를 걸고 싶을 때 시각적 접촉을 시도하게 된 다. 식당에서 무얼 부탁하려면 눈을 돌려 종업원을 찾는 다. 반대로 수업시간에 잘 모르는 문제에 관해서 교사가 학생에게 질문하면 답을 모르는 학생들은 교사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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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눈 맞춤을 피한다. 응 시는 관심의 표명이기도 하며 대화하려는 의지를 전달해 준다. 응시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열고 닫음 외에 교대 (turn-taking)의 신호로서 커뮤니케이션 흐름을 조절한다. 강연하던 사람은 청중보다 훨씬 덜 쳐다본다. 그러나 연 사는 이야기 중에 청중을 힐끗 쳐다본다. 듣는 사람의 반 응을 살피기 위함이다. 이를 피드백 모니터링이라고 말한 다. 이야기하는 중에 듣는 이가 딴 곳을 응시하고 있으면, 이는 나는 “당신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또는 “지루하다” 는 의미이기 쉽다. 주목한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호응 하고 있다는 뜻이다. 목사의 설교 중에 신도들이 “아멘!”, “할렐루야!” 하고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강력한 피 드백의 예라고 하겠다. 또 응시는 감정의 표시이기도 하다. 물론 눈 맞춤이나 응시가 그것만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얼굴의 한 부 분으로서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 들은 눈 주위만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면 눈꺼풀과 눈 주위 의 근육 표정, 동공의 움직임, 동공의 확대와 축소 등을 이 용해서 놀람, 두려움, 혐오감, 화남, 행복, 슬픔 등을 나타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응시의 또 다른 기능은 대화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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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 람이 낮은 사람보다 더 많은 시선과 주목을 받는다. 부하 직원은 상사가 말할 때 더 많은 응시 행위를 하게 된다. 또 한 응시 행위는 두 사람의 호불호 관계를 말해 준다. 친밀 도가 높은 사람에게 응시 행위가 증가하고 친밀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응시 행위가 줄어든다. 그 외에도 언쟁을 하 든가 상대방을 위협할 때 응시 행위의 횟수와 시간은 증가 한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우리는 두 사람이 연인인지 사제 관계인지 혹은 원한 관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원로 영화배우 신성일은 TV 방송에 출연해 눈의 시선 처리가 영화 연기의 중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최무 룡으로부터 동공돌리기와 눈의 표정 연기 훈련을 받았다 고 고백하며, 후배 연기자들에게 ‘눈 연기’가 무엇보다 중 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응시에 영향을 주는가 이러한 응시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 을까? 첫째,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영향을 미친다. 서로 대화 하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면 상호 응시 행위는 늘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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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으 면 자주 응시할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처럼 아주 가 까이 있으면 응시 회피가 일어난다. 둘째, 대화의 주제와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친밀하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서 개인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 응시 행위는 줄어든다. 또 주제가 당혹감, 수치심, 부 끄러움, 슬픔에 관한 것이면 응시 행위가 줄어든다. 대부 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려고 할 경우 눈 맞춤 을 피하게 된다. 눈은 진심을 말해 준다. 우리는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할 때 더 많이 응시한다. 피설득자는 눈길을 자주 보내는 사람에 대해 더 신뢰감을 보이고 믿음직스럽 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셋째, 신체의 특징이 주요 요인이다. 아이와 어른이 서 서 대화할 때 아이는 올려다봐야 하고 어른은 내려다봐야 한다. 따라서 진지한 대화를 하려면 눈높이를 맞춰야 한 다. 또 정상인이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을 쳐다볼 때 시선 의 양이 줄어들고 길이도 짧아진다. 넷째, 개인의 성격과 관련이 깊다. 수줍은 사람은 상대 방에게 호감을 느껴도 응시 행위를 적게 한다. 그러나 적 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시선의 양이 많고 응시의 길이 가 비교적 길다. 메시지 전달자의 기분, 관심의 정도,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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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응시 행위의 패턴을 결정한다. 다섯째, 남녀 간 차이가 있다.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자 주, 그리고 더 긴 시간 동안 쳐다보며 눈길의 교환도 많이 한다. 여섯째, 지위의 상하 관계가 주요 요인이다. 일반적으 로 지위가 높은 사람과 지위가 낮은 사람이 이야기할 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더 많이 쳐다본다. 아랫사람은 윗사 람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펴야 하지만 윗사람은 그럴 필요 가 없기 때문이다. 윗사람 앞에서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불손하게 느껴지 는 경우가 많다. 시선의 교환은 정보 제공의 기능을 하는 데 선글라스를 끼면 상대방이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 문이다. 이것은 무의식중에 윗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반대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통제할 때 검은 선글라스를 쓰는 것은 효과적이다. 독재자나 훈련 조교들이 선글라스 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곱째, 응시 행위는 사회‒문화 규범에 따라서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스웨덴 사람들은 영국 사람보다 시선의 횟수는 적지만 시선의 길이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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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우룡 · 장소원(2004).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론󰡕. 서울: 나남. Argyle, Micheal(1975). Bodily Communication, London: Methuen and Co, Ltd. Knapp, M. L.(1978). Nonverbal Communication in Human

Interaction, New York: Holt, Rinehart and Winston. Remland, M. S.(2000). Nonverbal Communication in Everyday

Life, NewYork: Houghton Mifflin Company 조선일보, “윙크하면 TV · 스마트폰이 켜진다”, 2013년 10월 18일 B3면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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