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앤드루스섀멀라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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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드루스



≪조지프 앤드루스≫ 1742년 1권(Volume I)의 표지


조지프 앤드루스와 그의 친구 에이브러햄 애덤스 씨가 겪는 진기한 사건들. ≪돈키호테≫의 저자인 세르반테스의 수법을 모방함.

The History of the Adventures of Joseph Andrews, And of his Friend Mr. Abraham Adams. Written in Imitation of The Manner of Cervantes, Author of Don Quixote.


머리말1)

요즘 영국의 보통 독자들은 로맨스2)라는 작품 유형에 대해 서 이 작은 책자3)의 작가와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 기 때문에 그들이 그런 작품의 재미를 기대하면서 이 작품 을 읽는다면 예상은 빗나갈 것이다. 본 작가가 이 작품을 쓴 목적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본인의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우리말로 쓰인 적이 없는 새로 운 유형의 것이다. 그러므로 본인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 기 전에 그들에게 이것이 어떤 유형인가에 대해서 한두 마

1) 이것은 지은이 필딩이 쓴 머리말이다. 2) 일반적으로 17∼18세기 영국에서 로맨스(romance)는 노블(novel)과 함 께 황당하고 통속적이고 외설적이며 퇴폐적인 오락물이기 때문에 특히 부 녀자나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생각되었다. 이와 대조되는 것은 허구 (fiction)가 분명하지만 좀 더 사실과 현실에 근거해서 독자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유익한 유형이라는 의미가 담긴 히스토리(history)였 다.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필딩은 이 작품을 “히스토리”라고 하는데 그 것은 자기 작품이 로맨스가 아닌, 유익한 읽을거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 한 것이다. 즉 자신의 작품은 독자들이 픽션이라는 것을 다 알지만 사실에 근거한 유익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3) “이 작은 책자”는 “these little volumes”를 번역한 것이다. 4권(book)으로 된 ≪조지프 앤드루스≫의 초판은 2권(volume)으로, 즉 Volume I에 Book I․II, Volume II에 Book III․IV를 수록해서 출판했다. 영한사전에 volume과 book은 둘 다 “권”으로 되어 있는데, volume은 “종이를 묶은 것”이라는 뜻 이고 book은 장(chapter)의 상위 단위이다. 이 책 앞부분에 나오는 표지는 초판 Volume I의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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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미리 언급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연극에도 희극과 비극이 있듯이 서사시에도 비극 서사 시와 희극 서사시가 있다. 서사시의 아버지인 호메로스는 비극 서사시와 희극 서사시 두 가지를 다 썼지만 희극 서사 시는 오늘날 단 한 편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리스토 텔레스에 의하면 호메로스는 비극 ≪일리아드≫에 대비되 는 희극 작품도 썼다고 한다.4) 호메로스 이후의 고전 작가 들이 그의 희극 서사시를 모방한 예를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은 바로 호메로스의 이 원전이 상실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5) 그것이 남아 있었더라면 고전 작가들은 이 위대한 창시자의 비극 서사시를 모방한 것처럼 희극 서 사시도 모방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서사시는 비극이나 희극으로 쓰일 수 있듯이 시로 쓰일 수도 있고 산문으로 쓰일 수도 있다고 나는 서슴 없이 말하겠다. 서사적 산문은 비평가들이 말하는 서사시 의 구성 요소들 중에서 단 하나 즉 운율만 빠진 것이다. 그 4) 이 작품은 필딩이 ≪조지프 앤드루스≫ 제3권 제2장에서 언급하는 ≪마르 지테스(Margites)≫인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Bkk 1448b)에서 이 작품을 최초의 풍자 서사시라고 했다. 참고로 ‘Bkk’란 독일의 고전 학자인 아우구스트 임마누엘 베커(August Immanuel Bekker, 1785∼1871)가 정리한 아리스토텔레스 전집으로 출처 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이하, 아리스토 텔레스의 ≪시학≫ 해당 대목을 표시할 때는 ‘Bkk’는 생략하고 숫자 및 알 파벳만 쓴다. 5) OCD70에 따르면 단편적인 파피루스는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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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어떤 글이든지 운율 이외의 서사시의 다른 요소들, 예 를 들어 이야기 줄거리, 사건, 인물, 주제, 어법 등을 모두 갖 추었다면 그것은 내 생각에는 서사물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 할 것 같다. 어떤 비평가도 이런 작품을 기존의 어떤 문학 유형에 넣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명칭을 부여할 생각을 하 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캉브레의 대주교가 쓴 텔레마코스6) 는 내가 보기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마찬가지 로 서사적 유형인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을 그렇게 부르는 것 은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이 작품이 일반 서사시와 다른 점 은 단 하나의 요소, 즉 운율만 빠졌기 때문에, 다른 어느 점에 서도 닮지 않은 다른 유형의 작품과 이 작품을 혼동하는 것 은 잘못이다. 일반적으로 로맨스라고 부르는 그 방대한 작품 들, 예를 들면 ≪클렐리≫, ≪클레오파트르≫, ≪아스트 레≫, ≪카산드르≫, ≪키루스 대왕≫7) 같은 것들과 그 밖

6) 프랑스 캉브레(Cambrai)의 대주교 페늘롱(François Fénelon, 1651∼ 1715)이 쓴 ≪텔레마크(Télémaque≫(1699)는 율리시스의 아들 텔레마 코스의 역정을 묘사한 서사시 형식의 작품으로 당시 영국 독자들도 매우 즐 겨 읽었다. 7) 이들은 17세기에 영어로 번역된 전형적인 프랑스 대하 로망스들로 대중의 큰 인기를 누렸다. ≪클렐리(Clélie)≫(1654∼1660)와 ≪키루스 대왕(Grand Cyrus)≫(1649∼1653)은 스퀴데리(Madeleine de Scudéry, 1607∼1701)의 작품으로 각각 10권씩이며, ≪카산드르(Cassandre)≫(1644∼1650)와 ≪클레오파트르(Cléopâtre)≫(1647∼1656)는 칼푸르네드(Gaultier

de

Coste de La Calprenède, 1610∼1663)의 작품으로 각각 10권, 12권, ≪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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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무수히 많은 다른 작품들이 그런 것들인데 내가 보기에는 그 작품들은 교훈적 내용이나 재미가 거의 없는 것 같다. 희극적 로맨스는 산문으로 쓴 희극적 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장중한 서사시가 비극이 아니듯이) 희극은 아니다. 여기서는 액션은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훨 씬 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더욱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 장한다. 이것이 장중한 로맨스와 다른 점은 플롯과 액션이 다. 장중한 로맨스는 진지하고 독자를 심각하게 만드는 데 비해서 희극적 로맨스는 경박하며 조소를 자아낸다. 희극 적 로맨스는 인물들도 다르다. 거기서는 낮은 계층 사람들 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도 열등하지만 장중한 로맨 스에서는 최상층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희극적 로맨스는 주제와 문체도 장엄하지 않고 우스꽝스럽다. 희 극적 로맨스는 내가 보기에 때로는 문체 자체도 묘사 대상 에 대해서 조소를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런 예들이 내 작품 에서도 여러 번 나타날 텐데, 예를 들면 격투나 그 밖의 다 른 장면 묘사들이다. 고전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구태여 내가 이것을 지적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패러디나 벌레스크8) 부분들은 주로 그런 독자들이

트레(Astrée)≫(1607∼1628)는 오노레 뒤르페(Honoré d'Urfé, 1567∼ 1625)의 작품으로 5부작이다. 8) 패러디(parody)는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을 진지하게 모방한 작품 또는 모 방하기라는 뜻이다. 패러디는 원작을 조롱하는 작품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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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읽도록 의도한 것이다. 그러나 본 작가는 이 문체는 간혹 모방하겠지만 주제나 인물 묘사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 다. 작품 전체를 벌레스크로 만들 목적이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작품에서 그런 수법을 쓰면 그것은 결코 좋은 작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런 유형의 작품이 아니 다. 창작에서 희극을 쓰는 것과 벌레스크를 쓰는 것처럼 서 로 다른 것은 없다. 벌레스크는 기괴한 것과 비정상적인 것 을 묘사하는 것이며, 자세히 살펴보면 독자의 재미는 터무 니없이 부조리한 것을 보는 데서 일어난다. 예를 들면 최하 층 천민이 최상층 사람 행세를 하려고 할 때이며 또는 에 콘 베르소9)이다. 반면에 희극 작품을 쓰는 우리는 절대로 자 연스러운 것, 즉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우리가 지각 있는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재미는 자연을 정확히 묘사 하는 데서 나온다. 어느 다른 작가들보다도 희극적 작가가

작품이나 저자에 대한 가치 있는 간접 비평이나 찬사가 될 수 있고 간혹 원 작보다 더 나은 작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벌레스크(burlesque)는 주로 원저자나 그 작품을 웃음거리로 만들 의도로 원작을 흉내 내고 형체를 흉하 게 일그러뜨린 작품이기 때문에 원저자에게는 모욕적인 일이다. 이상이 OED나 여러 문학 용어 사전의 일반적인 설명이지만 이 두 용어는 시대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극히 한정된 개념으로 쓰일 수 있다. 여기서 화자가 예로 드는 벌레스크는 이 작품의 “격투나 그 밖의 다른 장면 묘사들”인데 그 대표적인 것은 제3권 제6장에서 조지프가 사냥개들과 싸우는 장면 같은 것 이다. 9) 에 콘베르소(é converso): 그 역(逆)도 성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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