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지식에 대한 욕구 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지식을 쉽게 알고자 하는 대중이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2010년 세종대학교 교내 연구비 지원을 받았습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 이 책에 실린 삽화는 이근명 화백이 그렸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한창완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지은이 한창완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3년 2월 2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commbooks.com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한창완, 2013 ISBN 978-89-6680-858-8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만화의 문화 기능과 역동성
만화 연구의 목적 만화는 장르, 형식, 구조 등의 관점에서 문화와 산업을 아 우르는 융합적 기능의 콘텐츠다. 문화와 산업의 기반을 형성하는 본질적 기능으로부터, 다양한 변수가 발현되고 직설적이면서도 간접적인 메시지를 피하주사식으로 전달 한다. 이러한 기능은 곧 일반화의 자연스러움 덕분에 그 기능의 효용성과 영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에 늘 직면한다. 만화의 고민과 숙제는 바로 그 부분에서 출발한다.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이면서도 가장 저평가된 가치사 슬의 끝으로 인식되는 만화. 실제로 일반 콘텐츠 가치사 슬의 시작이 되어야 할 만화가 항상 미디어 스펙트럼 (media spectrum) 분석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는 원인 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에서 도태되어 매몰되어 가는 만화를 다시 분석하려는 노력이 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이 글은 답하려 한다. 본 연구는 분석이 필 요한 연구문제들의 시작을 열고, 현 시점에서 그러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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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들이 어떠한 사회적 동인을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은 만화에 그치지 않고, 본질 적으로 키치(kitch)적 소비를 전제로 부상한 문화의 각 측 면에서 새롭게 제시될 연구의 출발점을 공유할 것이다. 만화는 장르적 특징으로 ‘문화 정치의 힘’을, 형식적 특 징으로는 ‘작가주의의 예술성’을, 구조적 특징으로는 ‘산업 적 원형의 잠재력’을 보여 준다. ‘문화 정치’란 사회적 메시 지의 공론화 과정을 만화가 담당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사 회적 메시지를 읽어내고 그 메시지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해석해서 제시하는 힘을 의미한다. 사회적 의제(agenda) 를 이슈(issue)화 하는 기능이 만화라는 장르에 탑재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또한, 다른 여타의 예술분야에도 있지만 만화는 아방가 르드(avant-garde)적인 실험예술의 힘을 갖고 있다. 새로 운 장르와 캐릭터 디자인의 초현실적인 감각은 대중적 실험 에 의해 정착화하는 과정에서 만화의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만화가 갖는 또 다른 관점이 ‘작가주의’다. 그러한 작가주의가 장르와 캐릭터성을 인정받아 혁신 적인 시장을 새롭게 형성해 내면, 만화 원작의 검증력을 바탕으로 만화 자체가 플랫폼의 위상을 갖게 되는 ‘산업 원형’의 가치가 형성된다. 그로부터 콘텐츠산업의 성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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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인 ASMD(Adaptive Source Multi Device), 즉, 다양해진 플랫폼과 기기 및 시장에 탄력적으로 맞춤형 원작형태를 제공하는 순환상품의 원형 기능을 만화가 담당하게 된다. 연구 대상으로서 만화가 갖는 역동성은 비판력을 지닌 과장된 풍자 메시지와 고급문화를 겨냥한 키치의 반발력, 콘텐츠시장 지향의 스토리보드 기능까지 창의적인 발상 과 다양한 응용력에 그 근거를 둔다. 이 책에서는 21세기 만화가 갖는 의미를 재조명하고, 문화 정치−작가주의− 만화 산업−웹툰으로 이어지는 만화의 진화 과정을 그 연 계지점마다 중요한 사례와 개념, 그리고 통계지표와 발표 된 2차 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이러한 연구는 앞으로 만화가 지향해야 할 문화와 산업 의 지형성을 연구하고, 그로부터 구축해야 할 미래 문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만화의 문화 원형을 바 탕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스토리텔링 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만화의 역할과 기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화를 통해 문화의 현재 와 미래, 발전 과정의 변수와 비전의 가치까지도 실험 (simulation)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제시된 요소들을 기 반으로 세분화된 틈새시장을 육성(incubating)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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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문화 정치 만화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기록의 문화다. 보고 즐 기며, 남기고 싶었던 사건과 상황들을 그림과 글로 동시에 기록하면서 시작된 만화는 특징적인 캐릭터의 묘사와 실 시간으로 표현되는 대사의 미학들, 의성어와 의태어로 구 성되는 상황적 리얼리티를 통해 다른 여타 문화적 미디어 보다 강력한 대중 흡입력을 갖게 된다. 이는 곧 대중의 영 향력을 통해 여론의 향방을 움직일 수 있는 문화 정치의 힘을 갖게 되었고, 신문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강력한 비판 력과 풍자기능을 소유하게 된다. 인류의 근현대사는 종교개혁과 십자군전쟁, 산업혁명 과 공화정으로 변혁을 거쳤고, 세계전쟁과 식민화 과정 등 을 거치면서 혼돈과 혁신의 소용돌이를 경험해 왔다. 인 류의 삶이 격변하고, 민중의 삶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그러한 고민과 삶의 편린들은 기록되고, 회자되고, 공유 된다. 만화의 대중화는 그러한 시대적 아픔으로부터 출발 한다. 공유하고 싶은 역사의 아픔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고, 그러한 시대적 비판의 기록들은 판화와 유인물로 퍼진다. 벽화와 회화적 형식들이 유통되기 쉬운 형식의 기록물로 전해지면서, 만화는 문자와 그림이라는 도구를 전제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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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한 사회적 메시지의 전달자가 된다. 일반 무가지 유인물의 복제와 공유로부터, 흥미롭고 비 판력 있는 통쾌한 주제에 관해서는 유료판매까지 확대되 기 시작한 만화적 형식은 이후 인기 작가의 팬덤 현상까지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작가들에 의해 지속적인 판매가 현실화되고, 일정한 경제 규모를 형성하게 되면서 만화는 예술장르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역할을 검증받게 된다. 이후 1900년대 초 신문이 기업화하면서 만화는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시키는 키-번들링(key-bundling) 콘텐츠로 각광받게 된다. 또한 이렇게 대중화가 본격화되면서 만화 는 스타 작가와 팬덤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장르와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다. 만화를 B급 저급문화라고 평가하는 대중의 일반화는 사회적 이슈를 자유롭게 문제 제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위험도(risk)를 희석시키는 순기능으로 작 동한다. 만화의 담론으로 제기한 정치적 문제의식은 이성 적인 비판력으로 감성적인 수용을 선동한다. 그러나 실제 비판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이나 집단들은 그러한 비 판의 문제의식에 대해 이성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만화의 담론은 감성적인 수용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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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회적 비판기제로서 책임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키치적 소비로 일컬어지는 만화 소비 행태는 객관 적인 시장의 반응을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 베드(test-bed) 기능을 하기도 한다. 만화는 역사 적으로 기록과 비평의 선도적인 실험을 계속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보여 준 시대적 풍자와 대안 모색의 노력은 여전 히 문화 정치의 기능과 역할을 재생산하고 있다. 만화가 갖는 비언어적 소통의 기제는 문화 정치의 영역을 글로벌 화하기도 한다. 이미 1930년대에는 영국의 만화코드가 시간차를 극복 하고, 미국의 신문 산업에 차용되었으며, 1940년대를 넘 어서면서 미국의 신문 만화는 전 세계 신문의 주요한 비판 지대를 네트워크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신문 만화도 1970 년대 이후 미국의 신문 만화를 다국적 신디케이션 시스템 을 통해 도입했으며, 국내 독자들은 그러한 미국의 만화를 통해 국제적인 문화 트렌드를 공유하는 문화 정치의 동일 한 창구(window)로 편입되어 가기 시작했다. 만화의 문화 정치는 곧 사회적 메시지를 세계화하는 동 력으로 기능했으며, 세계적인 스타 만화가는 한 편의 만화 를 1000여 개 신문사에 동시에 공급하는 차별화된 스타시 스템을 현실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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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와 만화 문화의 고급화 만화는 만화 문화를 제9의 예술이라고 정의한 프랑스의 작가주의를 통해 예술의 한 장르로 부상했는데, 최근 명품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만화의 사회적 가치를 확 대하기 시작했다. 만화가 보여 주는 미학적 표현의 근간 은 문자적 기표와 도상적 기표가 변증법적으로 혼재되면 서 독자 중심의 융합된 해석이 기의로 발생한다는 데 있 다. 그러한 기의는 반복되면서 중독성 있는 또 다른 기표 로 대체되며, 독자들에 의해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된다. 만화와 명품 브랜드의 콜래보레이션이 가능하게 된 것 은 만화를 창작하는 만화가의 사회적 위상이 명품 브랜드 와 동일한 위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제적 상품의 수준으 로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또 만화 원작을 통한 다양한 콘 텐츠의 성공모델이 일정한 사회적 평가의 검증 시스템에 서 인정받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원작이 대부분 인기 만화의 스 토리텔링과 캐릭터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특이한 장르 의 영화적 상상력은 스토리보드(storyboard)와 콘셉트 아 트(concept art)를 스타 만화가에게 의뢰함으로써 시작되 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만화가의 일러스트 레이션(illustration)이 고가의 디자인으로 상품화되어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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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브랜드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만화가 갖는 상상력과 독창성은 그 자체로 브랜드이며, 메시지가 되고, 새로운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기존에 고정관념화되어 있던 작가주의의 정형은 이제 순 발력과 탄력성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차별화된 고급문 화의 계급적 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만화가 갖는 작가주의의 표현 영역과 지향성은 창의력 과 다양성이다. 장르적 실험을 지속하면서 만화는 표현 영역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형식과 구조를 창의적으로 개선해 내고 창출한다. 기존 영화에서 이미 장르화한 공상과학(SF), 호러(horror), 외계인과 에 일리언(alien), 대재난 등의 소재는 그 아이디어의 시작이 만화의 실험적 스토리와 배경, 캐릭터 설정에서 비롯한 것 이다. 만화는 기존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서사 구조와 스토리텔링의 지속적인 방향성 이외에도, 주요한 캐스팅의 시각적 레이아웃(layout)을 미리 제시해 주고 검 증해 주며, 대사의 톤(tone)과 주요 배경의 구성과 변형까 지도 지정한다. 독자들은 만화가 보여 주는 참신하고 실 험적인 작가주의를 통해 풍요로운 콘텐츠의 상상력을 미 리 체험하고, 그러한 독자들의 공감대와 팬덤, 투자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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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하면서 콘텐츠시장의 범위는 확대 재생산된다. 만 화의 작가주의가 문화의 위상과 산업의 범위를 동시에 격 상하고 확대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만화의 작가주의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과 콜래보레이션은 풍요로운 장르와 창의적 지대를 확장해 서 소비자 잉여를 유발하고, 콘텐츠의 고정관념을 반전시 켜 독자와 관객들의 끊임없는 참여와 소비를 낳게 한다. 만화의 작가주의가 갖는 예술성이 스타성과 융합되면서 만화는 콘텐츠의 문화적 위상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문화 지대(culture rent)로서 기능하게 되었고, 독 자들은 기존 만화가 갖는 문화적 미디어의 일회성 구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계소비와 확장된 팬덤 현상을 집 적시켜 간다.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와 산업 미학 만화 산업은 유아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습 만화 시장을 비롯해 10대 청소년 대상의 서사 만화와 웹툰, 중장년층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 만화, 성인 만화, 실버 만화 등 으로 시장 세분화를 모색해 다양한 독자층을 만화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 전략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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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사례보다 정교하다. 미국은 10대 청소년 중심의 만화 소비가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20대와 30대로 연계된다. 이에 반해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의 사례와 같은 마니아층 이외에도 일반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만화를 선별적으로 선택해서 구독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스토리와 작가들을 프로듀싱(producing)함으로써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성별, 연령별, 계층별, 직업군별, 세대별 등 다양한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만화 잡지(manga magazine)를 기획하고 개발해 독자들의 선택폭을 극대화 했으며,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맞춤형 출판전략으로 만 화독자층을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만화 독자층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유형을 보이는 캐릭터 마니아층을 형성해 냈고, 만화 주인공으로 시작된 캐릭터는 세대별로 확대된 여러 아이 템에서 캐릭터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진행하게 했다.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 전략은 결국, 독자들의 지속적인 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만화 산업의 경제 규모를 확대시키는 정 교한 전략으로 작동한 것이다. 또한, 시장 세분화 전략은 기존 마니아층의 전문화를 배가시켜 신화적 요소를 계층 화한다. 이러한 전략은 시대적인 대중의 요구와 맞물리면 서 현실적인 소비유형으로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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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후기자본주의시대에 포스트모던한 소비생활이 심화되면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 의 유아 회귀 본능이 만화를 통한 선택적 소비로 나타나곤 한다. 캐릭터들의 피규어(figure)와 코스프레(costume play) 등에서 필요한 의상과 아이템을 수집하는 성인들의 피터팬 신드롬도 만화가 만들어낸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 며, 틈새시장을 확장시키는 시장 세분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만화적 상상력의 구현은 만화적 리얼리즘의 실현 을 모색하게 만들고, 그런 노력들이 실질적인 소비행태로 연계될 수 있도록 만화 산업의 가치사슬(value-chain)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만화 원작이 갖는 산업적 미학은 잠 재소비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거대 자본의 지속적 투자를 유도하고, 확장된 2차 콘텐츠의 생산으로 만화 시장의 선 순환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웹툰의 진화와 수입 만화 대체 효과 웹툰은 일본 수입 만화의 시장 점유율을 축소하고, 10대 들의 만화 소비를 극대화하며, 중장년층의 만화 시장 참여 를 가능하게 했다. 현재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웹툰 경제는 한국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으로 평가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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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웹툰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기존 만화방 만화의 디지털형 공급(1세대 웹툰)으로부터, 만화 출판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한 2세대 웹툰, 그리고 기획 제작부터 디지털 방식에 기반한 3세대 웹툰까지 기술 개발과 함께 역동적 으로 진화해 왔다. 2000년 이후 국내 유력 포털사이트의 전략적인 접근으 로 독자적 지형성을 구축하게 된 웹툰 시장은 기존 오프라 인 만화의 디지털화라는 부분적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데스크톱 컴퓨터의 인터넷 환경을 전제로 맞춤형 디지털 만화를 창작하고 연재하게 된다. 웹툰은 시장 진입 장벽 을 최소화하여 언제 어디서나 신인작가가 자신의 아이디 어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을 연재할 수 있으며, 독자들로부터 실시간으로 평가받아 연재의 연속성을 평 가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또한, 독자들의 평가를 객 관화하고, 조회 수를 기반으로 대중성을 검증받아, 다른 플랫폼 혹은 미디어 장르로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투자의 신뢰도로 작용하게 된다. 독자들의 구독행태는 웹툰을 조회하고 반복적으로 재 구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상 을 작가에게 피드백(feed back)하며, 더 나아가 시나리오 의 조언과 콘텐츠 기획의 자문까지도 제안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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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작가를 연계하는 실시간 네트워크는 웹툰 창작자 들의 창작의욕을 배가시키고, 실질적인 수익모델을 보강 해주는 긍정적 측면뿐만 아니라 노동강도와 창작시간을 확대시키는 부정적 측면 또한 보여 주게 된다. 그러나 무 엇보다도 웹툰의 보이지 않는 성과는 다양한 창작자 층의 진입을 활성화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의 장르 개발을 가능 케 하여 독자들의 수용자 복지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한국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은 웹툰의 경쟁력으로부터 시작된다. 2012년을 기점으로 일본 수입 만화 시장은 약 30%의 감소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곧 웹툰 시장의 안정 화와 스타 작가를 중심으로 한 스타시스템의 경쟁력 강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국내 웹툰의 구조적 경쟁력 이 일본 수입 만화의 국내 지형성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웹툰의 발전 과정에는 개방성, 객관성, 효율성 등의 특 징이 내재한다. 자생적으로 유입되는 작가군의 풍요로움 을 조성하며, 이로 인한 역동성은 스토리텔링과 장르까지 도 변혁하고 있다. 웹툰−탭툰−앱툰까지 구조적으로 혁 신하고 있는 웹툰의 역동성은 한국 만화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해외로 진출하는 K-코믹스의 대안으 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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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화 시대의 키워드 분석 이 연구는 만화 산업을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 는 플랫폼 환경과 가치사슬의 구조적 변화, 신인 작가층의 지속적인 유입과 성공모델의 등장, 웹툰의 약진과 일본 수 입 만화의 한계, 만화 장르의 사회문화적 기능과 위상의 변화 등 새로운 현상들을 제시하고 분석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 이후 만화 잡지와 단행본 체제가 축소되고, 학습 만화와 웹툰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이 재편되면서, 일 본 수입 만화의 국내 시장 점유비율도 예외 없이 감소하고 있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일반화한 만화 원작의 콘텐츠 기 반 기능도 또한 범세계적으로 일상화되고 표준화된 현상 이 되고 있다. 결국 만화는 작품 자체의 가능성에서 출발 하여 산업적 융합 가능성으로 잠재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 으며,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문화 장르에서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응용력 높은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만화를 기획-창작-제작-유통하는 가치사슬의 구 조적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화해 가면서 분야마다 전문적 인 프로듀서와 에이전트 그룹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신 인작가의 발굴과 혁신적인 장르와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창의력 있는 프로듀서들이 전문가 그룹으로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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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되면서 국내 만화계에서 신선한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 다. 능력 있는 만화가 그룹을 분야별로 특화하고, 스토리 작가와 그림작가들의 전문성을 부각시키며 국내 시장뿐 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지로 소 개하는 에이전트 그룹들도 그 실체적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노력들은 한국 만화의 세계화와 신한 류를 선도하는 성과로 연결되고 있으며, 신진작가들의 새 로운 목표 의식에 경쟁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만화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이 대격변을 겪 으며 단일화된 문화권의 공격적인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 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에 기반을 두고 ‘비판문화의 대중 화로서 만화의 진화’, ‘시사만화의 정치성과 글로벌 신디 케이션’, ‘만화의 작가주의로부터 출발하는 콜래보레이션 미학’, ‘만화 산업의 시장 세분화’, ‘가치사슬의 구조적 혁 신’, ‘만화 원작의 산업 미학’, ‘망가 매거진의 시장한계’, ‘학습 만화의 패러독스’, ‘웹툰과 탭툰의 진화’, ‘웹툰의 수 입 만화 대체효과’ 등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이같이 현재 만화 문화와 만화 산업의 다양한 키워드를 재정립하고, 그로부터 제안되어야 할 만화의 가 능성과 기회에 대해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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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만화의 문화 기능과 역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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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만화의 진화, 비판문화의 대중화
02
신문 시사만화의 정치성과 글로벌 신디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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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만화 작가주의와 콜래보레이션의 미학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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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만화 시장의 세분화와 피터팬 신드롬
05
만화 제작자와 산업의 가치사슬
06
만화 원작의 산업 미학
07
망가 매거진의 독자층 확대와 한계
08
학습 만화의 패러독스
09
웹툰과 탭툰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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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웹툰의 수입 만화 대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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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만화의 진화, 비판문화의 대중화
최초의 만화는 기록과 소통의 목적으로 시작된 그림과 글의 형태로 이루어졌고, 종교나 시사 문제가 적혀 있는 익명의 전단지 형태였다. 이후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과장되고 왜곡된 표현의 캐리커처가 일반화했으며, 초기 만화는 주로 풍자와 유머가 중심이었다. 신문 시사만평으로 시작된 만화의 형식은 잡지를 통해 대중과 교감하는 과정이 본격화되었다. 신문 연재만화를 모은 만화책(comic book)의 초기 형태가 출판되었다.
만화의 시작 영국에서 만화 형식의 시작으로 평가받는 역사적 증거는 익명의 목판화로, 종이나 양피지로 제작한 ‘전단지’ 형태 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주로 종교나 시사 문제를 담고 있 었다. 전단지는 거리의 판매원이 팔았으며, 일반적으로 독자가 문맹층이었기 때문에 대개 그림과 글이 담겨 있었 지만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표현되어 있 었다. 이 당시 전단지에 표현된 그림과 글의 형식이 오늘 날 만화로 구분되는 형태, 즉 글, 그림, 칸, 의성어, 의태어 등의 초기 텍스트를 보여 줌으로써 만화의 본격적인 역사 가 시작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대량으로 유통 판매되었던 전단지 형태가 인쇄술의 발 달로 대량 생산되었고, 그 시장규모를 더욱 확장시킨 근거 는 공개 처형을 둘러싼 산업의 성장 덕분이었다. 예술가 들은 이 끔찍한 공개 처형 사건의 인상을 그려 기념품으로 팔았다. 영국에서 공개 처형의 중심지는 런던의 타이번이 었다. 1300년에서 1783년까지 대략 1만 명의 사람들이 이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처형되었고, 교수형과 화형이 가 장 일반적인 처형 형식이었다. 교수대 주변에는 대중을 위 한 관람석까지 있었으며 관중이 10만 명을 넘을 때도 흔했 다. 판매원들은 그들 사이에서 열심히 그림을 팔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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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된 목판화들은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수익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그 품질이 조악했다. 이후 목판화를 만들던 예술가들은 점차 유머를 포함하 기 시작했다. 유명인을 희화화한 캐리커처(caricature, 풍 자 만화)와 재미있는 그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초 의 그림들은 값이 비쌌고 정치적 지식을 갖춘 부유한 중산 층을 위해 제작되었으나, 이후에는 노동자 계층까지 소비 할 수 있는 이해하기 쉽고 유머러스한 만화가 제작되었다. 실제로 이 전단지들은 유머러스한 것이라는 뜻의 ‘코미컬 (comicals)’로 불렸으며 때로는 만화라는 뜻을 가진 ‘코믹 스(comics)’로 줄여 말하기도 했다. 동판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흐릿한 목판화와 달리 그림 은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고, 만화 전단지를 전문적으 로 제작하고 판매하는 인쇄소와 전문 유통 형태가 형성되 었다. 1820년대에는 이른바 ‘풍자 산업’이 런던에 기반을 두고 영국의 주요 도시로 확대되었는데, 이는 만화가 초기 부터 산업혁명의 어두운 이면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하 나의 대중적 산업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 준다. 동판 인쇄술이 발전했으나 대부분의 만화 전단지는 그 품질이 조악했고, 예술가들은 더욱 열악한 창작 환경에 직 면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작가들은 탁월한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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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중산층을 겨냥한 만화 잡지 ≪주디(Judy)≫ 발행인 길버트 댈 지엘(Gilbert Dalziel, 1853~1930) ⓒ 커뮤니케이션북스
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사회적 스타로 떠올랐는데, 당시 대 표적인 작가로는,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1697 ∼1764), 제임스 길레이(James Gillray, 1757∼1815), 조 지 크뤽샹크(George Cruikshank, 1792∼1878), 토머스 롤랜드슨(Thomas Rowlandson, 1757∼1827) 등이 있다.
만화 잡지의 등장 1800년대 중반, 책을 만드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됨으 로써 출판사들은 인쇄비용을 줄이고 더 값싼 출판물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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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잡지 형태의 책자 생산이 본격 화되어 현재 만화 잡지로 구분되는 형식이 가능하게 된다. 대영제국으로 묘사되는 빅토리아 시대에는 풍부한 자 원과 산업혁명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산업 이 발전하고 있었다. 그 결과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제목을 가진 잡지들이 주 단위나 월 단위로 발행되었다. 유머 잡 지는 글과 그림의 혼합이었지만 전단지에 비해 훨씬 더 시 각적이었다. 이 잡지 형태는 중산층을 위한 전단지의 전통 에 따라 산업혁명 이후 획기적으로 전환된 도시와 시장, 새 로운 계급의 달라진 사회상을 풍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 었다. 대표적인 잡지로는 월간지 형태의 ≪펀치(Punch)≫ (1841)가 급격한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잡지가 대중화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치적 캐리커처가 주된 내 용인 것과 함께 잉크로 그려진 그림의 인쇄 품질이 혁신적 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었다.
만화 잡지의 마케팅 만화 잡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사회적 원인은 저렴한 가격 이외에 당시 상황을 잘 응용한 마케팅도 한몫했다. 출판 사들은 다양한 가두판매 방식을 이용했다. ≪앨리 슬로퍼 의 반나절 휴일≫은 다른 잡지들처럼 신문 잡지 판매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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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판매했다. 특히, 기차 여행자들의 구매가 본격화하 면서 철도 구내매점을 통해 인기리에 팔려나갔다. 여행자 들은 만화 잡지를 출발 직전 구입해서 여행하는 동안 읽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 버렸다. 따라서 만화 잡지는 ‘철도 문 학’으로 불리게 되었고, 독자들에게 상해 보험을 ‘사은품’ 으로 제공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철도 여행은 아직 초기 였으므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그래서 열차 사고 사망자 중 ≪앨리 슬로퍼≫를 소지한 사람에게는 출판사 에서 들어준 생명보험이 지급되는 조건이 독자들에게 매 력적이었다. ≪앨리 슬로퍼≫의 주요 독자는 노동계층이었지만 중 산층 독자도 상당히 많았다. 주인공 슬로퍼는 국가적 명 사가 되었고, 1890년대에는 슬로퍼를 이용한 머그컵, 포 스터, 인형 등 다양한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어 오늘날 캐 릭터 산업의 초기 형태까지 보여 주었다. 더 중요한 사실 은 이 만화 잡지의 형식, 특징, 마케팅이 미래 잡지의 기본 형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만화 잡지 미국은 영국과는 달리 풍자 형태의 전단지 만화가 아닌 신 문의 연재만화에서 잡지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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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퍽(Puck)≫, ≪라이프(Life)≫, ≪저지(Judge)≫와 같은 ≪펀치≫스타일의 잡지가 있었고, ≪만화로 보는 런던 뉴스≫와 같은 종류의 잡지들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만화의 형식이 신문의 판매고를 끌어올렸 다. 새롭게 진입하는 독자들의 대부분이 신문 연재만화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선 한 컷 형태의 만화가 특집 으로 실렸고, 그다음에는 적당한 크기의 연재만화가 등장 했다. 그러나 곧 컬러 형식의 증보판으로 발전했는데 그 내용이 대개 4∼8면에 달했다. 증보판은 거의 항상 일요 일에 배포되었기 때문에 얼마 후에는 ‘선데이 퍼니스 (Sunday Funnies, 일요 만화)’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영국과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만화(comics)’라는 용어가 신문의 중요 부분으로 자리 잡은 이 만화를 가리키게 되었 다. 20세기 초 만화는 폭발적인 대중성을 갖게 되었고, 전 문적인 만화 유통 기업들의 역할로 전국의 여러 신문에 똑 같은 만화가 공급되는 초기 신디케이션 형태가 본격화함 으로써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상업적 측면에서 만화라는 혁신적 발명품을 신문에 도 입한 이유는 대도시에 정착한 이민자들에게 다가가기 위 해서였다. 당대의 두 신문 재벌인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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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st)는 즉시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지만, 두 사람 의 목적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허스트가 리처드 펠튼 아웃코트(Richard Felton Out cault)의 ‘옐로 키드(The Yellow Kid)’로 먼저 대히트를 쳤 다. 이 만화는 1896년부터 ≪뉴욕 저널≫에 게재되었다. 아웃코트는 전에 중산층 잡지인 ≪라이프≫와 ≪저지≫ 에 기고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도시 빈민층의 삶을 도덕적으로 풍자하면서, 대중 예술계와 정치인들, 그리고 신흥 부르주아지를 대상으로 한 가십 형태의 비판적 내용 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비판적인 대사를 말풍선이 아닌 노란색으로 표현된 옷 위에 배치함으로써 오늘날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라는 선정적 언론 형태의 출발이 된다. ‘옐로 키드’ 이후 만화를 무기로 한 치열한 유통 전쟁이 시작되었다. 수백 종의 만화가 수준 높은 풍자에서 어이 없는 유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담게 되었고, 전국의 모든 신문에 그 형식이 일반화된다. 갑자 기 만화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신문 재벌들은 만화가 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예술적 측면 에서 당시 특히 뛰어난 만화가로는 윈저 맥케이(Winsor McCay), 라이오넬 파이닝거(Lyonel Feininger), 조지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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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George Herriman) 등이 있었다.
코믹스의 시작 1900년대 초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인기 있는 신문 연재 만화를 따로 모아서 출간하는 오늘날의 ‘만화책’ 형태가 출판되었다. 이 책들은 비정기적으로 출판되었고, 상업적 인 주제를 선호했다. 신문 연재만화와 만화책으로 출간된 서적들은 점차 대중성을 확보했으나, 올바른 독서를 해치 는 말과 그림의 혼합이 기존 책들에 비해 저급한 형식이라 는 비난이 일었고, 그런 만화 잡지가 대개 일요일에 발행 된다는 이유로 교회의 비판까지 제기되었다. 그러나 만화책이라는 형식의 도서형태는 이미 생산, 제 작, 유통의 사회적 구조를 형성했으며, 수익 또한 확장일 로에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비판과 저급한 형식이라는 인 식은 만화책 자체의 대중성을 막을 수 있는 시대적 기제가 아니었다. 또한 이 시기 만화의 대중성과 신문 연재만화 의 출판 붐은 이후 만화책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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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Sabin, Roger(2001). Comics, Comix & Graphic Novels: A
History Of Comic Art. 김한영 옮김(2002). 만화의 역사. 글논그림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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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신문 시사만화의 정치성과 글로벌 신디케이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초기 시민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는 만화는 대량 인쇄기술의 발달, 신문 산업의 폭발적인 확대와 함께 산업화하기 시작한다. 초창기 미국의 인기 신문 만화는 신디케이션 시스템에 힘입어 수천 종의 전국 신문과 각종 지면에 동시에 제공되었다. 풍자와 유머가 담긴 인기 신문 시사만화들은 다양한 지면에 실리면서 스타 시스템의 네트워크를 확장시켰고, 전 세계 신문에 연재되었다.
시사만화의 개념과 기능 시사만화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시사적 주제를 다루는 만화다. 일반적으로 신문에 연재되는 시사만화는 대상인 물의 특징을 과장해서 그린 인물화인 캐리커처(caricature) 와 사회현실을 풍자하는 한 칸 만화인 카툰(cartoon), 네 컷 이상의 코믹 스트립(comic strip)으로 분류할 수 있다. 캐리커처는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프 랑스 근대 풍자 만화가인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 등에 의해서 개척되었다. 근대 시사만화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도미에의 인물화는 비리와 뇌물 등으로 얼룩진 법 조계를 비판하고 정부와 중산층의 허구성을 풍자했다. 이 렇게 전통에 따라 유럽의 몇몇 지역에서는 여전히 캐리커 처라는 말이 시사만화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카툰은 일반적인 한 칸 만화를 지칭한다. 국내에서는 시사만평 형식으로 정착되었다가 1980년대 중후반부터 박재동, 김상택 등 몇몇 특출한 작가들의 실험적인 창작에 힘입어 오늘날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사만화 형태로 자리 잡았다. 최초의 신문 시사만화로 기록된 이도형 화 백의 ‘삽화’도 한 칸 만화였다. 한 칸 만화는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다 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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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시사만화의 기원이 된 인물화를 그린 풍자 만화가 오노레 도미에 (Honoré Daumier, 1808~1879) ⓒ 커뮤니케이션북스
한 칸 만화와 함께 한때 신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이 네 칸 만화다. 네 칸 만화는 형식상으로는 코 믹 스트립으로 볼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정치 풍자 성격 이 매우 강해 시사만화의 영역을 구축했다. 한국 만화100 주년 시사만화위원회(2009)에 따르면 통상 네 칸 만화에 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존재하는데, 그 캐릭터는 독자들 이 감정적으로 이입하기 쉬운 서민인 경우가 많았다. 국 내 정치가 서민들에게 웃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네 칸 만화를 연재한 시사만화가들은 특유의 해학과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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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으로 서민들을 대변했다. 따라서 네 칸 만화는 아주 오랫동안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시사만화는 신문에서 논쟁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시 사만화가는 당시에 발생한 중요한 이슈들을 작가의 주관 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해 독자들에 게 문제의식을 던지고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시사만화가는 그날 이슈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드러 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작가의 시 각과 창조적 발상은 창조적인 작업의 결과물로 생산되어 독자들에게 촌철살인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대중에게 선보인 시사만화는 대중에게 사회 공공적 이슈 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거나 자극함으로써 여론 형성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시사만화는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신문사의 정체성과 대 등한 입장에 서기도 한다. 최근 국내 신문사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시사만화가 신문사의 논조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 신문사와 시사만화가 논조가 다른 경우도 있어, 이를 통해 독자들이 한 신문 안에서 다양한 입장을 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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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시사만화의 풍자성 손상익(2005)은 신문 시사만화가 일반 대중만화와 구분 되는 점을 저널리즘 기능 관점에서 제기했고, 이는 현실의 부조리한 부분, 특히 정치 상황을 풍자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시사만화의 풍자는 결국 불완전한 형태인 인간이 조성하고 있는 정치권력을 대상으로 피지배 계층인 시민 계급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공적인 저널리즘 장 치가 된다는 것이다. 풍자적 표현은 유머, 과장, 왜곡 등의 요소로 엮여서 대중에게 전달된다. 풍자만화가 근대 이후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신문이라는 매체와 조화를 통해서였다. 신문은 글자 위주 의 뉴스 전달 기능에다 만화로 된 사회 비판·풍자 기능을 첨가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키워나갔다. 신문 시사만화 는 기사와 같이 객관적인 사건의 기술에 머물지 않고, 창 작자의 기발한 발상에다 독특한 형상의 그림체를 선보였 다. 만화는 근대 이전의 시민계급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 했던 문맹 계층의 독자에게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매 스미디어적 기능을 수행했다. 풍자만화는 근대 시민사회를 배경으로 시작됐다 시민 들은 군주와 권력층의 부당한 권력남용을 견제하는 저널 리즘의 한 형태로 풍자화를 발전시켰다. 대량 인쇄기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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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따라 풍자화가 근대 신문의 한 콘텐츠로 정착하면 서 ‘신문 시사만화’라는 특정 기능으로 분화됐다. 신문 시 사만화는 19세기 이후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신문 저널리 즘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됐다.
신디케이션 시스템 초창기 신문 만화 신디케이트의 출범은 1860년대 미국 위 스콘신의 앤슬 켈로그(Ansel Kellogg)에 의해서였다. 당 시 소도시 신문사들은 마땅한 취재처도 없었고 필명 있는 기자들의 확보나 국가 차원의 뉴스에는 접근이 제한되었 다. 지방 신문 편집자들은 발행경비를 줄이기 위해 처음 에는 켈로그의 신디케이트 같은 곳에서 인쇄 직전의 기사 들을 구입해서 썼다. 이런 기사나 연재만화의 구입방식은 특히 남북전쟁 기간 동안 신문 제작 종사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만화 연재물의 전국 단위 공급조합인 신디케이션 (sydicatioin)은 이러한 형식의 만화 배급에 대한 상업적 잠재력을 확인하고 나자 곧바로 등장했다. 윌리엄 랜돌 프 허스트(William Randoph Hearst)는 1895년 이전에 이 미 신문에 게재할 기획기사들을 패키지로 묶어 신문사 고 객들에게 공급했다. 1897년에는 조지프 퓰리처(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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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itzer)가 이 부문에서 선두주자로 나섰다. 필라델피아, 시카고, 보스턴 그리고 세인트루이스 같은 대도시의 신문 들은 10년에 걸쳐 독자적인 신디케이트를 구축했다. 독립 형태 신디케이트 회사도 있었는데 조지 매튜 애덤스 신디 케이트(George mattew Adams Syndicate)와 맥노트 신디 케이트(McNaught Syndicate)는 20세기의 첫 10년에 만화 를 팔기 시작했다. 1915년 11월 16일 모제스 쾨니히스베르크(Moses Koenigsberg)는 킹 피처 신디케이트(King Feature Syndi cate)를 출범시켰다. 이 신디케이트는 만화 공급사상 역대 최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는 명성을 얻었다. 물론 경쟁 사들도 다 함께 성장을 지속했다. 1935년에는 130개의 신 디케이트가 전 세계 1만 4000여 개 일간신문 또는 주말 판 만화 지면에 1600종이 넘는 기획 만화들을 제공했다. 이러한 신디케이트 조합은 만화가들에게도 중요한 기 회를 제공했다. 초기의 신문 만화가들은 신문사 미술부 직원으로 고용되어 받는 돈만큼 주말 만화를 그리거나 스 포츠면 혹은 사설란, 불발기사 땜질용 만화를 창작했다. 신디케이션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만화가들은 신문사 스 태프라는 얽매인 위치에서 벗어나 높은 수익과 자유로운 창작환경을 보장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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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익(2005)에 따르면 이후 미국의 만화 비즈니스는 신디케이트 중심으로 이뤄졌다. 신디케이트가 신문사들 에게 유일한 콘텐츠 제공자가 된 것이다. 만화가들은 콘 텐츠를 만들고 신디케이트는 그것을 내다파는 시스템이 다. 미국에서 신문 만화를 공급하는 대형 신디케이트로는 킹 피처스(King Features), 유나이티드 미디어(United Media), 유니버설 프레스(Universal press), 트리뷴 미디 어 서비스(Tribune Media Services), 그리고 크리에이터 스(Creators)가 꼽힌다. 이 신디케이트들은 제각각 매년 5000건이 넘는 만화 원고의 청탁을 받는다. 이 신디케이트 시스템의 대표적인 만화로는 찰스 슐츠 (Charles M. Schulz)의 연재만화 ‘피너츠(peanuts)’를 예 로 들 수 있다. ‘피너츠’는 1950년 10월 2일부터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7개 일간지에 연재된 이래 전 세계적 으로 가장 많은 신문에 최장 기간 실린 만화와 캐릭터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블론디(Blondie)’는 1930년 칙 영(Chic Young)에 의해 4컷 신문 연재만화로 탄생한 이래 1973년 칙 영이 사 망한 후에도 아들 딘 영(Dean Young)이 계속 그리고 있 다. 현재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2500여 개 신문에 연재 되고 있는 인기 가족만화가 되었다. 미국 대공황으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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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체를 겪으면서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사람들은 마침 그 시기에 막 연재되기 시작한 ‘블론디’의 매력에 빠 져들면서 잠시 그 시름을 달랬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1949년 9월부터 1950년 1월까지 ≪서울신문≫에 ‘뿌론디’ 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으며, 1954년부터는 ≪한국일보≫ 에서 연재되고 있는 장수 인기 만화다. 이 ‘블론디’에 영향 을 받아서 왈가닥을 주인공으로 한 많은 풍자물들이 등장 하기 시작했다.
참고문헌 손상익(2005). 한국 신문 시사만화사 연구: 풍자성과 사회비판적 역할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하종원(2009). 한국 신문 시사만화의 지형과 전망:정치성과 풍자성을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9권 3호. 한국 만화100주년 시사만화위원회(2009). 한국시사만화 100년. 도서출판 알다. ≪디지털만화규장각 Magazine≫, 세계 속의 한국 만화야사 http://www.kcomics.net/Magazine/column_view.asp?Cate Code=3340010&Seq=1506&Vol=100&intBnum=414_8&m ode=column_photo&page=2 ≪주간동아≫, 한창완의 만화 캐릭터 열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 ec&sid1=103&oid=037&aid=000000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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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만화 작가주의와 콜래보레이션의 미학적 가치
주류 대중만화와 다른 형태의 언더그라운드 만화는 반전, 반핵운동을 중심으로 한 히피 문화의 영향으로 출현해, 작가주의 만화로 발전했다. 이들 만화는 각국의 문화적, 만화 산업적 환경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으나, 최근에는 주류 시장의 차별적인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작가주의의 독립성과 저항성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고, 차별적인 상품성이 대두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와 아이템들의 콜래보레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작가주의 만화 작가주의 만화는 대중적인 만화들의 정형성이 시장의 주 류문화를 형성한 이후, 그렇게 표준화된 형식을 거부하고 거론되지 않았던 소재와 캐릭터 디자인, 작화 형식들을 실 험적으로 시도하는 만화를 의미한다. 대개 작가주의 만화의 시작은 1960년대 미국에서 출발 한 언더그라운드 만화[기존 대중적인 상업 만화가 코믹스 (comics)라면 언더그라운드 만화는 동일한 발음이지만 코믹스(comix)로 표기하기도 한다]로 반전, 반핵을 운동 으로 등장했던 히피 문화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로버트 크럼(Robert Crumb)을 위시한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만화 는 히피 문화의 열풍 속에서 태어났고, 곧 유럽으로 건너 가 1968년 혁명 이후 문화 정책에 따라 프랑스의 뫼비우 스[Moebius, 본명은 장 지로(Jean Giraud)]와 같은 천재들 을 자극해 유럽 작가주의 만화의 발전을 만들어냈다. 그 리고 이러한 문화적 혁신을 계기로 이후부터 정치적인 격 동, ‘자유’를 기치로 한 역동적인 문화 운동과 매우 밀접하 게 맞물려서 발전해 온다. 작가주의 인디 만화는 각국의 문화적, 만화 산업적인 환경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으며, 미국 보다는 유럽권에서 누적된 그래픽 문화의 자산을 기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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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문화의 열풍 속에서 태어난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대표 작 가 로버트 크럼(Robert Crumb, 1943~ ) ⓒ 커뮤니케이션북스
로 관습적인 틀을 벗고, 열린 성 담론을 기반으로 포스트 모더니티의 소비력과 함께 곧바로 주류 시장으로 진출해 안정된 영역을 확보하며 훌륭히 성장했다.
작가주의 만화의 사례 작가주의 만화는 장르, 소재, 연출, 제작 형식, 표현 형태 등에서 다양한 실험을 계속한다. 그러한 실험이 저항적인 독자들의 소비 형태와 맞물리면서 차별적인 시장을 형성 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작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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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만화의 사례로는 일본의 마츠모토 타이요(松本大洋) 와 다니구치 지로(谷口 ジロー), 미국의 아트 슈피겔만 (Art Spiegelman), 한국의 박흥용과 앙꼬 등의 작품에서 그 형식을 찾아볼 수 있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은 세계 만화가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준 작품으로 통한다. 주인공 호시노 유타카와 쓰 키모토 마코토는 가타세고교의 탁구부원이다. 중국 유소 년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콩웬거가 이웃 고교로 스카우트 되며 전국고교선수권 대회를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저자 는 ‘탁구대’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스피 디하게 연출하기 위해 어안렌즈, 광각렌즈를 통해 본 탁구 경기를 그림으로 표현했으며, 시합 중인 선수를 한 프레임 에 넣는 영화적 기법을 사용했다. 거친 펜 터치, 강렬한 흑 백의 대비로 마치 낙서 같은 그림체도 개발했다. 마츠모 토 타이요의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핑퐁 이외에도 죽도 사무라이, 하나오, 제로, 철근 콘 크리트, 오 넘버 파이브, GO GO 몬스터 등이 있다. 국내에 다양한 작품으로 소개된 다니구치 지로는 가장 현실적인 주제를 리얼리즘으로 표현하는 작화력과 연출 력의 귀재로 평가된다. 그의 대표작인 ‘열네 살’(원제 ‘머 나먼 고향’)은 시간을 건너뛰는 ‘타임 슬립’이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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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세 회사원인 나카하라는 본인이 14세 때 가출해 버린 아버지가 평생의 트라우마다. 아버지의 가출로 어렵게 공 부했고, 이제 나름대로 안정적인 디자이너로서 사업을 하 고 있는데, 지금의 본인 나이가 바로 아버지가 가출했던 때의 나이가 된 것이다. 아침 출근길, 전날의 과음으로 깜 빡 졸다보니 회사가 아닌 고향집 어머니의 묘지로 향하고 있었고, 어머니의 묘지 앞에서 잠에서 깨어나 보니, 의식 은 48세 그대로인데 본인의 몸과 현실은 지난 14세 때 중 학생이던 그 과거로 돌아간다. 결국 다시 살게 된 14세 중 학생 시절에 가출하는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자신의 나이 인 48세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열네 살’은 타임머신을 다룬 기존 SF만화와 크게 다르 다. 이 만화는 과거로 돌아간 것을 지난 시절에 대한 재경 험이 아닌 지나간 인생, 성인이 된 후 느낀 부모의 마음 등 중년의 경험치로 다시 바라본 삶을 표현하고 있어 문학적 향취가 물씬 풍겨난다. 추천자들은 이 만화만큼 삶에 대 한 깊은 통찰이 스며 있는 작품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1999년 일본의 제3회 문화성 미디어예술제의 만화부문에 서 우수상, 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30회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국내에 소개된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으로는 아버지, 창공,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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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미식가, 신들의 봉우리, K, 동토의 여행자, 시튼, 느티나무의 선물, 개를 기르다 등이 있다. 1992년 만화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트 슈피 겔만의 쥐(원제 Maus)는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만화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블라덱이 아들인 작가 아트에게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게 하는 이야기로, 기록문학적 세부 묘사와 소설의 생생함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이 만화는 나치주의자를 고양이로, 유대인을 쥐로, 폴란드인 은 돼지 등 사람을 동물로 바꿔 인종 간 역학관계를 확연 히 드러냈으며 상징과 비유를 통해 예술적인 효과를 극대 화했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블라덱의 치밀함과 간사함은 쥐의 모습과 흡사하다. 또한 만화 그림의 상식적인 배열 방식을 무시하고 위에서 밑으로 화면을 배치하다가 옆으 로 가서 다시 위에서 밑으로 그림을 배열하는 방식으로 등 장인물들이 천장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묘사하는 등 다양 한 형식실험을 시도했다. 국내 작가로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박흥용 작가 를 들 수 있다. 영화화되기도 했던 동명의 작품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1996년 ‘대한민국만화문화상저작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희재 작가와 더불어 1980년대부터 한 국 작가주의 만화를 지탱해온 박흥용 작가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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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벼슬하지 못한 시골 선비의 서자로 태어나 불평등한 사회를 비관하던 견자는 당대 최고 검객 황정학 을 만나 여정에 오르게 된다. 저자는 화면의 반복, 완급 조 절, 과장과 축소 등 장면 연출로 등장인물들의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투명한 선으로 그림을 그려 정적인 느 낌을 살리기도 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기왓장으로 남녀 간 사랑을 암시하는 등 다양한 표현기법을 사용했다. 전문가 들은 이 작품이 무협물과 달리 지극히 사회적이고 사실적 인 관점에서 조선 후기 권력과 계급 간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점 등을 들어 철학적 메시지와 그림, 대사가 완 벽하게 조화된 최고의 작가주의 만화로 꼽는다. 박흥용 작가의 주요 작품으로는 호두나무 왼쪽길로, 내 파란 세이버, 검, 그의 나라 등이 있다. 최근 새롭게 작가주의의 신예로 평가받으며, 팬층을 두 텁게 하고 있는 앙꼬(본명 최경진)도 여성작가가 볼 수 있 는 사회적 시각의 눈높이로 리얼리즘의 표현 영역을 확대 해 가고 있다. 앙꼬의 그림일기, 열아홉, 내가 살던 용산, 나쁜 친구 등의 작품을 통해 여고생의 시선으로 세상을 ‘날 것’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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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콜래보레이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이란 ‘협업’이란 뜻으로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작업을 가리킨다. 최근 마케팅의 콜 래보레이션 추세를 보면 서로 이질적인 두 개 이상의 브랜 드가 만나 함께 이익을 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개 발, 생산, 마케팅, 배급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협력하는 과정을 말한다. 가장 전형적인 콜래보레이션은 브랜드와 예술작품, 또 는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아트 콜래보레이션이 지만, 최근에는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나 시너 지를 얻는 마케팅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시 도들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 새롭고 신선한 이미 지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호하는 마케팅 방식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만화에서 콜래보레이션 사례는 다음과 같다.
‘빙키 앤 시바 플레이’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만화 제작자 맷 그로닝(Matt Groening)과 콜래보레 이션을 통해 탄생한 ‘빙키 앤 시바 플레이(Binky & Sheba PLAY)’를 2012년 5월 중순 전 세계에 동시 론칭했다.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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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브랜드 꼼데가르송과 만화가 맷 그로닛의 콜래보레이션 ‘빙키 앤 시바 플레이’
출처: 스타일 M, <꼼데가르송, 만화 제작자 맷 그로닝과 손잡다> http://stylem. mt.co.kr/styview.php?no=2011052410594823315&type=1
콜래보레이션은 1977년 처음 발표된 맷 그로닝의 주간연 재만화 ‘지옥 같은 삶(Life in Hell)’에서 착안했으며, 각 아 이템엔 주인공인 ‘빙키(Binky)’와 ‘시바(Sheba)’를 비롯해 만화 속 다양한 캐릭터가 유머러스하게 디자인되었다. 맷 그로닝이 직업 만화가로서 처음으로 대중매체에 출 간한 지옥 같은 삶은 LA의 복잡한 삶을 다룬 자전적 작 품으로 보잘것없는 직업에 형편없는 아파트에 살며 우울 증을 앓는 토끼 ‘빙키’와 그의 전 여자 친구 ‘시바’가 등장한 다. 그 밖에도, 빙키가 만취했던 어느 날 밤의 결과로 태어 난 사생아 봉고(Bongo), 두부 요리 식당과 티셔츠 숍을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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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는 형제 혹은 연인으로 추정되는 아크바(Akbar)와 제 프(Jeff) 등 만화 속 독특한 캐릭터를 콜래보레이션 아이템 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유니클로 그래픽 티셔츠 프로젝트
유니클로(UNIQLO)의 대표 아이템 UT는 매년 1000종류 이상의 그래픽 티셔츠를 선보이며 최고 문화 아이콘과 콜 래보레이션을 거듭하고 있다. 인기 애니매이션 ‘원피스’와 ‘스누피’의 인기 캐릭터를 비롯해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영웅 캐릭터를 프린터 한 UT시리즈, 그리고 세계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기업들 의 캐릭터, 로고, 패키지와 콜래보레이션된 UT 등으로 다 채롭게 전개된다.
발롱 블루 드 카르티에−카르티에 코믹스
카르티에의 명품시계 발롱 블루의 탄생을 기념해 제작된 오딧세이 앨범은 기발하게도 만화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세븐 나인 아트 작가들은 하나의 이야기에서 다음 이야기로 여정을 이어간다. 시간여행−뫼비우스, 장 지로드−블루 스톤을 둘러싼 기이한 생각들, 글렌 백스터 (Glen Baxter)−셰익스피어 소네트의 해석을 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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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브랜드 유니클로와 마블의 콜래보레이션
출처: 콜렉티 공식 블로그, http://collecteeblog.com/3014046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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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카르티에 코믹스
출처: 매거진M, http://mzine.mk.co.kr/index.php?RC=126&TM=M4
의 이야기, 로렌조 마토티(Lorenzo Mattotti), 스퀴턴 (François Schuiten), 타니구치 카즈코(Taniguchi Kazuko), 플로흐(Floc’h), 찰스 번즈(Charles Burns)의 작품들이 신 선한 재미를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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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조현경(2003). 문화 아트 디자인 콘텐츠. 진한도서, 131쪽. ≪동아닷컴≫, http://www.donga.com/ ≪매거진M≫, http://mzine.mk.co.kr/ 스타일 M, <꼼데가르송, 만화 제작자 맷 그로닝과 손잡다> http://stylem.mt.co.kr/styview.php?no=201105241059482 3315&type=1 아크로팬, http://www.acrofan.com/ 콜렉티 공식 블로그, http://collecteeblog.com/3014046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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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만화 시장의 세분화와 피터팬 신드롬
만화 산업은 유아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습 만화부터 10대 청소년 대상의 서사 만화와 웹툰, 중장년층 독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 만화, 성인 만화, 실버 만화에 이르기까지 시장 세분화를 모색해 다양한 독자층을 만화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캐릭터들의 피규어와 코스프레 등에서 필요한 의상과 아이템을 수집하는 성인들의 피터팬 신드롬도 만화가 만들어낸 일종의 사회 현상이며, 틈새시장을 확장시키는 시장 세분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만화 시장 현황 현재 국내 만화 시장은 크게 만화 잡지와 단행본, 웹툰 (webtoon)으로 구분된다. 만화 잡지 시장의 경우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불황 탓으로 많은 잡지가 폐간되었다. 단 행본 시장은 1997년까지 전국 골목마다 만화가게가 있을 정도로 번창했으나 지금은 쇠퇴했으며, 그나마 유아·청 소년 대상의 학습 만화가 단행본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 하고 있다. 이용훈(2012)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등장한 인터넷 시 대를 맞이해 국내의 만화계는 웹툰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 았다. 현재 포털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를 통해 많은 웹 툰이 연재되고 있으며 웹툰의 주간 조회수 또한 2억 회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고속 인터넷 보급에 따라 수용자 간 거리는 더욱 가까워지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공 유하는 현상도 늘어가고 있다. 따라서 매체 간 융합과 경 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매체 환경도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
아동용 학습 만화 백은지(2011)에 따르면 학습 만화는 전문 지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화라는 매체를 교육과 접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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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 학습 측면을 중시하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 작해 학습 대상에게 학습 동기 부여와 함께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국내의 학습 만화는 기존의 컬러 만화보다 상대적으로 작업 속도가 빠르고 게임과 애니메 이션 등에서 인기를 얻은 다양한 형태의 기존 캐릭터를 이 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 성향이 강한 어린이 만화들은 과거 아동 만화 시장을 대체하며 새로운 형태의 학습 내용을 담은 아동 만화로 진 화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코믹 메이플 스토리, 먼나라 이웃나라, 마법천자문, WHY, 살아남기 시리즈, 보물찾기 시리즈 등이 있 다. 학습 만화는 출판 만화 전체 시장 규모의 67% 이상을 차 지하며 한국 만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성인용 교양 만화 최근 성인을 위한 교양과 지식을 소재로 한 만화가 다양하 게 제작되고 있다. 일본의 오키모토 슈(Okimoto Shu)의 신의 물방울(神の雫)은 2004년 11월 일본 만화 주간지 ≪모닝(モーニング)≫에 연재를 시작해 지금도 계속되 고 있다. 국내에는 2005년 11월 처음 소개된 뒤 한국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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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판을 내고 있는 학산출판사는 고령층 독자를 위한 ‘와이드판’ 전집을 기획 했다. 기존 만화판과 달리 판형을 신국판으로 바꿔 본문 활자를 키우고 지질을 고급화한 교양 만화 시리즈를 선보 였다. 이는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며 물리쳤던 중년 남성층이 대거 독자로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허영만의 식객은 국내의 대표적인 성인 타깃의 교양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음식들을 집중적으로 다 루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음식이 한국 사람들의 정서를 통해 그려지고 있기에 먹거리와 연결된 우리의 삶이 더욱 감동적이다. 허영만 작가가 발품을 팔아 얻은 지식으로 쓴 식객은 각지 명물 음식점이 가진 노하우와 토종 식 재료의 진정한 맛을 찾아 파헤쳐가는 재미로 독자들을 중 독시킨다.
웹툰 시장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열린 ‘웹툰의 창작과 소비 활성화 를 위한 전략세미나’에서는 ‘웹툰’이란 웹(web)+카툰 (cartoon)의 약자로 ‘웹에 게재할 목적으로 웹의 속성에 맞게 창작된 만화’를 뜻한다고 정의했다. ‘웹툰’이란 용어 가 처음 국내 언론에 등장한 사례는 2000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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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인 타깃의 대표 교양 만화 식객을 그린 허영만(1947~ ) ⓒ 커뮤니케이션북스
≪한겨레신문≫으로 당시 ‘천리안’이 운영하던 포털사이 트에 새롭게 인터넷 만화를 오픈하는데 그 서비스 명칭이 ‘웹툰’이었던 것에서 출발한다. 1990년대 말 온라인 인터 넷망이 점차 확대되면서 시작된 웹툰은 2000년 초·중반 대형 포털사이트 등에서 만화를 연재물 형식으로 게재하 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었다. 인터넷 포털은 이용자의 수 가 곧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메일, 서비스, 커뮤니티, 카 페 서비스, 보도기사, 블로그 서비스 등 각종 무료 서비스 들로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작가는 출판매체와는 다른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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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환경 속에서 더 인기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던 포털과 만나 무료 콘텐츠인 웹툰 서비스를 시작 하게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웹툰의 현황 및 특성과 웹툰기반 OSMU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현재 웹툰은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의 원작으로 활발하게 활용되어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웹툰은 기존 출 판 만화의 이용자인 10대 중반∼20대 초반의 협소한 시장 에 비해 매우 광범위한 편이다. 포털사이트의 웹툰 담당 자들에 따르면, 웹툰의 독자층에는 과거 청소년기에 출판 만화의 전성기를 경험한 현재의 20, 30대 성인들이 독자 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추측한다. 이들은 생애 주기와 만화 이용이 중복되어 만화 전반에 대한 충성 도가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피터팬 신드롬과 키덜트 문화 배민희(2008)에 따르면 키덜트(kidult)는 키드(kid)와 어 덜트(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린이 의 감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맥밀란 사전(Macmillan dictionary)의 케리 맥스웰(Kerry Maxwell)에 따르면 키 덜트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의미는 성인처럼 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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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10대를 말하는 것이고, 둘째 의미는 어른이 된 후에 도 어린 시절에 누렸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성인 을 말한다. 어린이가 되고 싶어하는 환상 즉, 피터팬 신드 롬(Peter Pan syndrome)으로도 분석된다. 귀엽고 재미있 는 것을 좋아하고, 유치하거나 아이 같은 것에 대한 거부 감이 적어서 보다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행태 를 나타낸다. 피터팬 신드롬을 기반으로 한 키덜트가 언제 처음 나타 났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걸리버 여행기 같은 동화나 소설이 최초의 키덜트적인 장르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할리우드에서 어린이와 성인들의 흥미를 동시에 끌 수 있 는 <ET>와 <스타워즈(Star Wars)> 같은 영화를 만들기 시 작했다. 이 영화들은 공상영화 장르와 어린이 취향에 바 탕을 두고 있지만 성인의 마음을 끌어당기기도 했다. 키 덜트 용어가 명사로 사용된 최초의 기록은 1988년으로 그 때 사용된 의미는 지금과 달리 성인처럼 행동하는 어린이 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키덜트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월트 디즈 니(Walt Disney)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에 많은 성인 관객 이 모여들었던 1990년대였다. 디즈니는 원래 어린이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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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으나 어린이만으로는 수익 면에 서 충분하지 않아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 들게 되었다. 첫 번째 걸작인 <인어공주>의 성공 이후, 키 덜트 장르에 속하는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되었다. 특 히 최근 조앤 롤링(Joan K. Rowling)의 모험 판타지 소설 인 해리포터(Harry Potter) 시리즈는 키덜트 문화 신드 롬을 본격적으로 확산시킨 주역일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경향은 캐릭터 제품 또는 팬시상품의 소비와 연결되어 키 덜트 소비자는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 작했다. 임남정(2005)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키덜트족의 등장 배경을 복잡한 사회 속에서 꽉 짜인 일상을 거부하고 환상 의 세계를 동경하는 성인들의 일탈심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생존경쟁과 사회의 각박함에 식상해 맑고 순수했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말한다. 성인들도 과거와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개성 표 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아동적 취향을 서른 이 넘어서까지 유지하는 것은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 려움의 표출이며, 현대인의 피폐해지는 일상생활 속에서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함으로써 활력소를 얻는 것으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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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는 키덜트 현상을 “동 심이 깃든 상품을 소비하면서 각박한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편 정서를 안정시키고 재미와 유쾌함을 추구 하는 경향”이라고 제시했다.
키덜트 마케팅 어린 시절 또는 청년시절에 시청했던 <스타워즈> 시리즈 는 현재의 장년층과 노인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으로, 한 가정의 소비 주체로 자리한 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 부가적 인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에 동원되기 도 한다. <스타워즈>의 성공으로 현재 할리우드 산업은 키덜트 눈높이 전략에 충실하고 있다. 할리우드 키덜트 전략은 ‘코믹북(comic book)을 소재로 한 영화 출시’로 요 약된다. <배트맨(Batman)>, <슈퍼맨(Superman)>, <헐크 (Hulk)>, <스파이더맨(Spiderman)> 등을 비롯해 최근 <판타스틱 4(Fantastic 4)> 등이 코믹북을 소재로 한 히트 영화라 할 수 있다. 키덜트층 맞춤 마케팅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분야는 게임 시장이다. 게임 제작업체들과 퍼블리셔들은 위험을 최대한 분산하고 제품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끌어들이 기 위해 성인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스토리와 캐릭터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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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을 제작하고 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 협 회에 따르면 미국 게이머 평균 연령층은 30세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8세 미만이 전체 게이머의 35%, 18∼49세가 46%, 50세 이상 이 19%로 성인이 전체 시장의 65%나 점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키덜트 시장 중 가장 급속도로 시장이 커지는 것은 티 셔츠, 수첩, 볼펜, 목걸이, 핸드백 등을 망라한 캐릭터 제 품이다. 키덜트들은 하나의 소품 구입에 그치지 않고 시 리즈로 사서 모으는 소비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충성도가 높은 단골 고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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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배민희(2008). 디자인과 마케팅 분석을 통한 키덜트 트렌드의 시장가능성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백은지(2011). 성공한 학습 만화 사례 분석. 한국 만화애니메이션학회 2011 상반기 종합학술대회 자료. 이용훈(2012). 장르융합형 지식만화의 만화 시장 창출과정에 관한 연구. ≪만화애니메이션연구≫ 27호, 51∼78. 임남정(2005). 키덜트 문화에 따른 남성화장품 용기의 키덜트적 디자인에 관한 연구: 메트로섹슈얼 경향의 남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경의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재)부천만화정보센터(2009). 웹툰의 창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전략 세미나. 포털 웹툰산업의 실태와 문제점 자료집. (재)부천만화정보센터. 2009한국 만화연감. 한국콘텐츠진흥원(2012). 웹툰의 현황 및 특성과 웹툰 기반 OSMU 활성화 방안. ≪코카포커스≫ 통권 57호. 글로벌윈도우, http://www.globalwindow.org ≪동아닷컴≫, http://news.donga.com/3/all/20120530/46611215/1 ≪시사저널≫,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44325 ≪조인스 뉴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 d=266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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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만화 제작자와 산업의 가치사슬
한국 만화 생태계의 기본 구조는 ‘창작-제작-유통-소비’의 흐름을 가진다. 창작 단계는 개인 창작, 공동 창작, 수입 라이선스 만화로 나뉘며 제작 단계는 온라인과 만화전문 출판사, 일반 출판사, 대여점용 출판사 등으로 나뉜다. 이 밖에도 신문, 동인지 시장, 모바일 등도 제작 단계에 포함된다. 만화 산업은 다양한 제작 단계와 패키징 과정을 거쳐서 제작되며, 하나의 콘텐츠가 동시다발적으로 가치사슬을 만들며 활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 콘텐츠는 기획에서 다수의 가치사슬에 활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나서게 된다.
만화 산업의 가치사슬 한국 만화 생태계의 기본 구조를 ‘창작-제작-유통-소비’의 흐름에 따라 구분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우선 창작 단계 는 크게 개인 창작, 공동 창작(프로덕션 시스템), 그리고 해외에서 수입된 라이선스 만화로 나뉜다. 제작 단계는 크게 7개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우선 온라 인은 크게 웹툰과 뷰어형 만화로 패키징된다. 웹툰의 경 우 다시 스크롤 방식의 서사 만화와 한눈에 보이는 웹 카 툰(웹툰과 구분하기 위해)으로 나뉘지만 일반적으로 현재 ‘웹툰’이라 불린다. 뷰어형 만화는 별도의 뷰어 프로그램 을 설치해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화를 볼 수 있는 패키징 방식이다. 온라인과 대응되는 제작 단계로 출판을 꼽을 수 있다. 출판은 크게 3개로 구분되는데, 만화전문 출판사로는 대 표적으로 대원 CI,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의 3개 회사를 꼽을 수 있다. 주로 만화 잡지를 기반으로 국내 만화와 일 본 만화를 출간하는 출판사다. 일반 출판사는 만화를 출 판하는 만화전문 출판사를 제외한 모든 출판사다. 김영사, 랜덤하우스 등 대형 출판사,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나 개 별 브랜드인 애니북스(문학동네), 세미콜론(사이언스북 스, 민음사), 고릴라박스(비룡소) 등과 거북이북스나 길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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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한국 만화 생태계의 기본 구조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11), 2011 만화 산업 백서, p.119.
기 같은 만화만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까지 모두 일반 출판사에 포함된다. 대여점용 출판사는 주로 대여점용 유통 만화만을 전문 으로 취급하거나, 대여점용 유통에서 시작해 주로 대여점 용 만화를 출간하는 출판사를 뜻한다. 전자의 경우 만화 방 시절 일일만화, 작가 출판 등으로 불렸고 현재는 아주 소수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후자는 대명종, 삼양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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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등 일본 라이선스 만화와 대여점용 성인 만화를 출간하 는 출판사들이다. 신문은 크게 유료신문(일간신문, 스포츠신문)과 무료 신문으로 구분되어 패키징된다. 동인지 시장은 아마추어 시장으로 별도로 제작된 책이 판매전을 통해 독자를 만난 다. 마지막은 모바일이다. 모바일은 스마트 기기 이전 모 바일 기기에 서비스되는 모바일 만화, 스마트 기기에 애플 리케이션 방식으로 서비스되는 스마트 만화, 마지막으로 전자 잉크(e-Ink) 기반 e북에 서비스되는 만화로 패키징 된다. 7개의 제작 시스템을 통한 12개의 패키징 방식이 14개 의 유통 채널과 3개의 소비로만 구분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온라인 만화는 크게 웹툰과 뷰어 만화로 나뉜다. 웹 툰은 게시판에 이미지 파일로 올리는 패키징 방식이고, 뷰 어는 전용뷰어를 활용하는 패키징 방식이다. 이렇게 패키 징된 만화는 포털사이트와 전문 사이트 등의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를 만난다. 이 창작-제작-유통-소비의 가치사슬은 단순하다. 2000 년대 이전이었다면, 창작-제작-유통-소비는 하나의 가치 사슬을 만들고 다른 매체로 OSMU(One Source Muti Use) 되지 않는 이상 하나로 유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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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다르다. 뷰어 방식의 온라인 만화는 보통 디지털로 가 공된 오프라인 만화다. 즉, 만화전문 출판사에서 잡지로 패키징되어 잡지로 유통된 만화가 다시 단행본으로 만들 어져 유통되고, 이 만화를 또 디지털로 가공해 온라인 뷰 어 방식의 전문 만화 사이트와 포털사이트에서 유통한다 는 말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동시다발적으로 가치사슬을 만들며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중첩된 가치사슬로 이루어진 만화 생태계는 2000 년 이전 한국 만화와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큰 변화다. 현재 의 한국 만화 창작과 제작은 중첩된 가치사슬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복합 활용을 염두에 두고 기획, 진행된다. 하나 의 만화 콘텐츠가 제작되어 다수의 가치사슬을 만드는 것 은 한국 만화에서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만화의 제작 환경 온라인 창작ㆍ제작 환경
흔히 웹툰 작가들이라 불리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 는 작가들은 대개 개인으로 창작한다. 혼자 100%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일상을 다룬 에세이 만화나 개그 만화가 아닌 이야기 만화를 주 2회 정도 연재하는 경우에는 개인 이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량이 된다. 이 경우 글과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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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하거나 컬러링이나 배경작업을 외주로 처리한다. 웹 툰 작가들은 웹툰 작업을 할 경우 대개 포털사이트에 연재 를 한다. 포털사이트의 연재 코너에서 정식 작가로 활동 하기 위해서는 ‘도전 만화가’나 ‘나도 만화가’ 코너를 거치 거나 공모전에 당선되어야 하고, 아니면 일정 정도 이상의 지명도를 갖는 만화가여야 한다. 온라인 웹툰 창작 환경은 만화에서 직접 수익이 발생하 는 구조가 아니다. 포털사이트는 웹툰을 통해 방문자를 늘리고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이를 위 해 독자에게는 무료로 웹툰을 제공하고, 작가에게는 포털 이 예산을 세워 원고료를 지급하게 된다. 포털사이트가 아닐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화 전문 사이트는 일반적으로 뷰어형 만화를 연재하 는 사이트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코믹플러스 (www.comicplus.com)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만화 전문 사이트 중에 최근 웹툰 코너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연재 되는 웹툰은 대부분 무료이고, 사이트에서 작가에게 원고 료를 제공한다. 기타 사이트는 회사나 공공기관 등의 사 이트다. 이들 사이트에서도 웹툰을 연재하는 경우가 많아 졌다. 역시 무료로 공개되고, 사이트의 예산을 통해 작가 에게 원고료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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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만화 창작ㆍ제작 환경
199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된 일본식 잡지 시스템 은 성별 분화와 연령별 분화를 특징으로 한다. 연령은 초 등 저학년, 초등에서 중등, 고등 이상, 성인으로 구분된다. 관습적으로 남자의 경우 소년 잡지, 청년 잡지, 성인 잡지 로 구분하고, 여자의 경우 소녀 잡지, 레이디스 코믹으로 구분하나 잡지는 대개 3단계로 나뉘어 독자를 찾아간다. 독자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잡지로 옮겨가고 증간본이 나 오며 새로운 잡지가 창간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 대 중반에 일본의 잡지 시스템이 들어와 전성기를 맞았지 만, 지금은 쇠퇴한 상황이다. 만화 전문 출판사의 잡지-단행본 시스템은 일본 만화가 가장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는 만화 생태계이며, 이를 기반 으로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잡지를 통해 독자를 만나고 이후 단행본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모델로, 작가는 작품 연재 시 편집 프로듀스 시스템의 조력을 받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이런 편집 프로듀스 시스템 은 일본식 잡지 시스템의 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만화 전문 출판 3사는 일본식 편집 프로듀스 시스템 도입에 실패했다. 2000년대 이후 잡지-단행본 시 스템은 판매고 저하와 그에 따른 폐간 등의 악순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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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잡지-단행본 시스 템이 가장 활성화되었던 시기에 데뷔했던 중견작가들은 더 좋은 창작·제작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일본 진출을 활 발하게 시도하고 있다.
신문 만화 창작ㆍ제작환경
신문 만화는 전통적으로 ‘시사만화’의 영역이었다. 1개 신 문에 적어도 네 칸 만화와 한 칸 만화가 동시에 실리는 것 이 일반적이었으나 주요 일간지 등에서 네 칸 만화 지면을 폐지할 정도로 시사만화의 창작·제작환경은 점차 악화 되고 있다. 스포츠신문의 경우 이야기 만화가 여러 편 실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90년 ≪스포츠 조선≫이 창간되고 기존 ≪일간 스포츠≫, ≪스포츠 서울≫과 경쟁하게 되면서 스포츠신문에 만화섹션이 도입되었다. 허영만, 이현세, 방학기, 신일숙, 황미나 등 인기작가의 영입경쟁을 벌일 정도로 스포츠신문은 만화에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무료신문의 등장과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스포츠신문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주로 대여점 용 성인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과 협조해, 적은 비용 혹은 무료로 만화를 연재하게 되었다. 스포츠신문의 만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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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제작환경도 일간신문과 마찬가지로 악화된 것이다. 무료신문도 마찬가지다. 무료신문 창간 초기 경쟁국면 에서는 신작 만화를 대거 연재했으나 지금은 인터넷이나 스포츠신문에 연재되었거나 단행본으로 출시된 구작 만 화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동인지 만화의 창작ㆍ제작환경
동인지 시장은 소규모 아마추어 시장으로 개인이 만든 회 지를 아마추어 행사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구조로 되어 있 다. 일본의 경우 대형 행사는 물론 만화 전문 서점에서 동 인지 판매를 대행해 주는 등 무시하지 못할 규모를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도 않는 소규모 시장으로 존재하고 있다. 현재 아마추어 동인 시장은 대형 행사로 코믹월드를 개 최하고 있으며, 소규모 온리전 행사(2차 창작품을 발표하 고 판매하는 행사로, 하나의 장르나 주제를 정해 이와 관 련된 것들만 참가)들도 개최되고 있다. 유력한 대항 행사 였던 서드플레이스는 공금유용 문제나 내부 인력의 의견 대립 등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 며, 현재 홈페이지에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여러 분의 응원과 비판 모두 감사드립니다”라는 안내문만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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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모바일 만화 창작ㆍ제작 환경
2011년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창작·제작 환 경은 모바일 만화 시장이다. 2010년 아이폰(iPhone) 출시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될 핵심 아이템으 로 주목받고 있다.
참고문헌 한국콘텐츠진흥원(2011). 만화 산업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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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만화 원작의 산업 미학
만화 원작을 드라마 또는 영화로 제작하려는 시도는 1980년대부터 진행되었으나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국내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의 콘텐츠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어 만화 원작의 가치가 재인식되고, OSMU가 활성화되었다. 원작 만화의 검증된 인기와 탄탄한 스토리가 다른 콘텐츠로 전환하는 경쟁력이 되었다. 드라마 <궁>, <풀하우스>와 영화 <타짜>, <이끼>, 게임 <라그나로크>, <리니지> 등이 성공한 만화 원작 콘텐츠의 사례다.
만화 원작 산업 국산 만화 원작을 활용한 드라마, 영화 등은 1980년대부 터 제작되기 시작했으나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산 만화를 원작으로 활용해 제작된 문화 콘텐츠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 다. 온라인게임 <리니지>(1999)와 <라그나로크>(2002), 드라마 <다모>(2003) 등이 이러한 국산 만화 원작 활용의 신호탄 역할을 하며 국내 만화 원작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2004년 이후 국산 만화를 원작으로 활용한 작품들이 연 달아 크게 성공하면서 만화 원작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 제 작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2004년 드라마 <풀하우 스>, 2006년 드라마 <궁>과 영화 <타짜> 등 만화를 원작 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을 거두어 만화 원작의 가치를 입증하게 되면서 만화 원작 활용에 박 차를 가하게 되었다. 2005년 만화 산업 백서에 따르면 2004년까지 제작된 만화 원작 활용 영화는 <48+1>(이현 세), <테러리스트>(카론의 새벽, 이현세), <비트>(허영 만), <비천무>(김혜린), <바람의 파이터>(방학기) 등 다 섯 편에 불과했으며, 만화 원작 활용 드라마 역시 2004년 까지는 <미스터큐>(허영만), <풀하우스>(원수연) 등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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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 편이 제작되었지만 2005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 다. 또한 그동안에는 주로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서만 만 화 원작을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연극, 뮤지컬 등 공연 분 야에서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 드라마에서 만화 원작을 활용한 것으로 는 <폴리스>(1994, 이현세), <아스팔트 사나이>(1995, 허 영만), <미스터큐>(1998, 허영만) 등 소수에 불과했다. 2003년 조선여형사 다모(방학기)를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다모>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원작 의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사전 제작되어 방영 당시 ‘다모폐인’이라는 팬을 지칭하는 유행어까지 생겼을 정도 로 골수팬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후 <풀 하우스>(2004, 원수연), <궁>(2006, 박소희) 등 만화를 원 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크게 성공을 거두며 만화 원 작 활용은 드라마 제작의 한 틀을 이루게 되었다. 원작 만화의 인기와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가 드라마의 시청률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 만화 원작 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이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인기 만화의 명성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고 경 쟁력 있는 드라마로 만들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 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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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작 드라마 만화 원작 드라마의 초기 성공작 중 하나인 드라마 <풀하 우스>는 만화가 원수연의 풀하우스를 원작으로 제작되 었다. 드라마 제작 초기부터 원작 만화의 팬들로부터 관 심을 크게 받으며 원작 만화와 드라마의 괴리감에 대한 논 란을 불식시키고, 평균 시청률 31.9%, 최고 시청률 40.2% (TNS미디어코리아)라는 좋은 성과를 보여 주었다. 또한 드라마 <풀하우스>는 높은 완성도와 주연배우로 기용된 한류스타의 힘을 입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 어냈는데, 2005년 대만에서는 4.52%로 드라마 시청률 1위를(대만AGB닐슨), 태국에서는 최고 시청률 63%(타일 랜드닐슨), 2007년 중국에서는 평균 9%, 최고시청률 12% 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KBS미디어). 드라마 <궁>은 만화가 박소희의 궁을 원작으로 제작 되었다. 원작의 인기로 인해 배우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으며, 만화의 이미지를 거의 완벽하게 드 라마로 구현해 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작의 높은 인 기와 더불어 드라마 또한 완성도 높게 제작되어 평균 시청 률 22.6%, 최고 시청률 28.3%(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 했다. 그러나 후속으로 제작된 드라마 <궁s>는 인기가수 를 주연배우로 캐스팅해 주목을 받았지만 주연배우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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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연기와 부실한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외면 을 받았다. <궁>이 원작 만화의 설정과 스토리를 바탕으 로 제작된 반면, 후속작인 <궁s>는 만화 원작 없이 제작되 어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만화 원작 영화와 연극 만화 원작을 활용한 영화의 경우, 일본에서는 만화 원작을 영화로 제작할 때 크게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뉘어지는 반면, 국내에서는 거의 실사 영화만 제작하고 있다. 영화 또한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2000년 이후 만화 원작을 활용한 영화 제작이 급증했는 데, 특히 2006년은 만화 원작 활용 영화의 제작이 봇물을 이루었다. 강풀의 <아파트>, B급달궁의 <다세포소녀>, 허영만의 <타짜>, 허영만의 <식객>(2007), 강풀의 <바 보> (2008) 등이 제작되었으나 <타짜>를 제외한 작품들 은 흥행에 참패했다. 만화 원작은 대부분 장편으로 영화의 내러티브에는 맞 지 않아 만화의 설정과 주요 스토리, 중심인물을 각색해 재구성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시 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는 만화 원작의 인기가 높은 것과 상관없이 흥행에 실패하기도 한다. 즉, 만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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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자체의 완성도와 인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 또한 성패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임을 알 수 있다. 허영만의 <타짜>를 원작으로 한 영화 <타짜>는 만화 중 1부를 원작으로 활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는 1960 년대인 원작 만화의 시대 배경을 현대로 각색해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원작을 바탕으로 치 밀한 스토리와 만화 속 주인공들의 특징을 잘 살려낸 주연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타짜>는 총 관객수 684만 명을 기 록했다. 최근 만화 원작의 드라마·영화화는 주로 웹툰 원작 위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웹툰은 독 자들의 접근성이 좋으며, 콘텐츠로서 인기가 검증되었으 며, 흥행 여부를 미리 예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웹툰 실사화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시각화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설을 실사 영화로 제작한 다고 가정했을 때, 각색을 거치는 과정에서 소설 팬들의 반감을 흔히 사는 경우가 있다. 글에서 받은 느낌을 시각 적으로 표현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웹툰의 경우 이미지가 분명해 영화로 각색할 때 드는 품이 적다. 그러나 웹툰을 활용한 영화들은 내놓을 만한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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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남기지 못하다가 2010년에서야 포털사이트 ‘다음’이 연 재했던 만화가 윤태호의 ‘이끼’가 누적 조회수 3600만 회 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영화로 제작되어 영화진흥위원회 (KOFIC)의 통계 기준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했다. 이전의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원작만큼 의 인기를 거두지 못했기에 영화 <이끼>의 성공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현재 ‘패션왕’, ‘살인장난감’, ‘신과 함께’, ‘목욕의 신’ 등의 웹툰이 드라마화 또는 영화화 진행 중이다. 영화, 드라마 이외에 연극, 뮤지컬에서도 만화 원작이 활용되고 있다. 강풀의 웹툰 ‘순정만화’는 2005년 연극으 로 제작되어 꾸준한 인기를 끌며 앙코르 공연을 선보였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그대로 대사로 표현해 만화적인 느낌 을 강조하는 등 원작의 분위기를 연극으로 충실히 재현해 내었다. 작품의 인기를 바탕으로 <순정만화 시즌2-바보> 도 연극으로 제작되었다. 강도하의 웹툰 ‘위대한 캣츠비’는 뮤지컬로 제작되어 대 학로에서 선보였다. <위대한 캣츠비>는 일회성 위주인 웹 툰에 드라마성을 부여하면서 인기를 얻었는데, 2005년에 는 영화 판권 계약이 되었으며 2007년에는 뮤지컬, 이후 케이블TV를 통해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했다. 그러나 다른 장르에 비해 애니메이션에서 만화 원작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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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만화 원작을 활용해 제작 된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2000년 이후 더욱 감소하고 있으 며, 기존에 제작된 애니메이션들도 거의 유·아동용에 한 정되어 있어 한계점을 드러내었다. 일본의 경우 크게 인기 를 얻은 만화는 우선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아동용 에서 청소년, 소녀용, 성인용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TV애니메이션 방영은 캐릭터 상품 개발, DVD 판매, OST 판매,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양한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는데도 거의 외면 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만화 원작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향후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 가 있다.
만화 원작 게임 게임 분야의 만화 원작 활용은 초기에는 주로 PC게임이 중심을 이루었으나 만화가 신일숙의 <리니지>를 원작으 로 제작된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크게 성공하면서 만화 원작을 활용한 온라인 게임의 제작이 활성화되었다. 모바 일 게임 분야에서도 만화 원작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으 며, 기존의 만화 원작을 활용해 제작된 온라인 게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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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원작 만화 리니지 작가 신일숙(1961~ ) ⓒ 커뮤니케이션북스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신일숙의 만화 리니지를 원작으로 제작된 온라인 게 임 리니지는 1999년 서비스를 개시한 후 큰 사랑을 받았 으며 2003년 <리니지2>로 다시 서비스되어 국내뿐 아니 라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리니지2>는 오픈 일 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5만 5000명을 돌파했으며, 그해 12월엔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08년 그레시아 업데이트 때에는 최대 동시접속자 15만 명을 돌 파했다.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대만, 중국, 일본,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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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수출되었으며, <리니지2>는 2011년 1분기 전 세계 해외누적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명진의 만화 라그나로크를 활용해 제작된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는 2001년 서비스를 개시, 국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게임 한류의 중심축을 이루었다. 서비 스 시작 이후 66개국에 진출, 2700억 원에 이르는 매출과 약 4500만 명(2008년 기준)에 이르는 유저를 확보했다.
참고문헌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08). 만화 원작 활성화를 위한 기초조사. ≪서울경제≫, hankooki.com 영화진흥위원회, http://www.kof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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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망가 매거진의 독자층 확대와 한계
일본의 만화 산업은 잡지 문화의 발달을 토대로 성장했다. 만화 잡지는 지속적인 연재를 기반으로 한 확대 재생산의 용이함과 작품 광고 효과, 신인작가 발굴과 관리의 기회비용 최소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저렴한 가격과 주간지의 최단 상품 공급 주기가 잡지 발전에 기여했다. 국내에서도 ≪보물섬≫을 시작으로 ≪아이큐점프≫, ≪소년챔프≫ 등의 다양한 만화 잡지가 창간되어 일본 만화 수입붐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 망가키드와 일본 만화 오타쿠층이 양산되었다.
일본의 망가 망가(漫画)는 ‘만화’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이지만 지역에 따라 그 의미는 크게 변한다. 일반적으로 서양에서 망가 (Manga)는 코믹스(Comics)와 구별하는 의미에서 ‘일본에 서 제작된 만화’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단순하게 ‘망가(漫画)’라고 표현했을 경우, 아 동용 만화를 비롯해 예술적인 만화나 성인 만화에 이르기 까지, 일본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만화를 포함하는 일반 명사로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는 1950년 대 이후 만화방 문화부터 일본 형태 그대로 유입되면서 ‘망가’라는 개념이 일본 만화를 넘어서 초기 만화 문화의 전형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망가 매거진의 경쟁력 망가 매거진의 개념은 우선 1930년대 미국 만화 잡지 시 장에서 그 문화적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만화 잡지가 대개 슈퍼 히어로를 소개하는 개요 형식의 만화를 단편 옴니버스식으로 편집한 형식이었다면, 일본의 망가 매거진은 대형출판사에서 만화 단행본을 출간하기 이전 에 시장 검증과 독자들의 반응을 사전에 평가 분석하는 테 스트베드(test-bed) 기능의 플랫폼(platform) 형식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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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
1994년 잡지 ≪쓰쿠루(創)≫에서 비평가인 오쓰카 에이 지(大塚英志)는 “전후 일본에서 만화는 왜 다른 대중문화 매체들을 압도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라고 의문 을 제기하며, 그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제시한다. “가장 큰 이유는 만화라는 미디어가 철저하게 일관해 온 저렴한 가 격경쟁력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최대의 만화 잡 지인 ≪소년점프≫는 평균 428쪽 정도에 가격은 190엔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다. 프레드릭 쇼트(Frederick L. Schodt)에 따르면 전후 일 본의 청소년들은 굶주리던 시절에 무엇보다도 ‘값싼 오락’ 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만화의 저렴한 가격정책은 적중했 다. 특히 어린이들은 앞다투어 만화를 찾았고, 출판사도 어린이 잡지의 만화 쪽수를 대폭 늘렸다. 즉, 출판사들이 잡지의 질보다는 가격과 양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그 리고 마침내 1959년에 이르러 만화 잡지들은 그 고유의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이것은 그해 일본 최대 출판사들 중 하나인 고단샤(講談社)에 의해 제1호가 발행 된 ≪주간소년매거진≫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소년 만화 잡지의 선두 주자인 이 잡지는 곧 300쪽의 분량에 발행부 수 100만 부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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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에서 만화가 다른 대중문화 매체를 압도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렴한 가격경쟁력이라 주장한 오쓰카 에이지(大塚英 志, 1958~ ) ⓒ 커뮤니케이션북스
이처럼 만화 잡지가 다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 한 이유는 질 낮은 재생지와 흑백 인쇄, 대량생산에 의한 비용 절감을 통해, 일본 출판사들이 경제성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만화 잡지 출판사들 은 실제 만화 잡지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 만화 잡지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잡지 발행 비용 정도 에 그친다. 출판사의 진짜 수입원은 인기 연재만화의 단 행본 출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등과 같은 관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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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추가된 연계 수익이다.
주간잡지 중심의 경쟁체제
또한, 일본 만화의 경쟁력은 주간잡지 중심의 치열한 경쟁 체제 속에서 나온다. 일본은 1959년 고단샤의 ≪주간소 년매거진≫을 시작으로 주간잡지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아울러 주간잡지 시대의 도래는 만화가의 층이 그만큼 두터워지고, 만화가들에게 더 많은 작품 창작의 기회가 생 겨났음을 의미했다. 주간잡지 출현 후 경쟁력을 상실한 만화 월간잡지들이 1960년대 중반부터 잇따라 폐간되었 으나 인기 만화가들의 연재분량은 역으로 급증했다. 동시 에 주간잡지 시대의 도래는 아이들에게 매주 잡지를 사줄 수 있을 만큼 부모들의 경제력이 향상됐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화가 유통될 수 있는 최단기 사이클인 주간잡지의 출현에 힘입어 ‘만화의 일상 화’가 현실화됐다는 사실이다. 잡지 시장에서도 주간잡지 는 최단의 상품주기 공급 간격으로 인해 사실상 독자들로 하여금 일주일 내내 만화와 함께 생활하도록 유도하는 능 력을 지니며, 이는 만화의 ‘일상생활화’를 촉진한다는 점 에서 만화의 시장 확대는 물론 청소년의 정서와 문화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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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와 같이 만화 주간잡지 시대의 시작은 치열한 경쟁체 제를 불러왔다. 이들 만화 주간잡지들은 무제한의 경쟁을 하며 인기 유지를 생명으로 한다. 그래서 발생하게 된 원 고료제도가 ‘연동고료제’다. 인기도에 따라 작가의 원고료 가 연재 초기부터 책정되어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주간잡 지 매주 인기순위에 따라 책정된 순위별 원고료대로 작가 들에게 지급되는 정책이 ‘연동고료제’다. 결국 작가들은 매주 연재분량마다 스토리텔링의 절정을 묘사해 독자들 의 관심과 인기를 유지해야 하는 긴박한 창작 환경에 내몰 리게 되고, 일본 만화의 대부분이 지속적인 클라이맥스 (climax)와 폭발적인 복선(plot)연계를 보여 주는 것 또한 이러한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다. 바로 이러한 시장구조가 650만 부의 주간지 ≪소년점프≫의 탄생비화를 이해하게 해준다. 다른 일본의 산업들이 그렇듯이 출판 만화 산업의 경우 도 일본 출판사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치열한 일본 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극도로 까다로운 일본 독자들의 기호로 인해 일본 만화 상품은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순식간에 자연 도태되므로 국내 시장에서 생존하 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시도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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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쟁 심리에 의해 작품의 수준이 향상됨으로써 세계 시 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인 신인작가 기용
프레드릭 쇼트(Frederick L. Schodt)에 따르면 1968년 창 간한 ≪소년점프≫는 초기에는 인기 만화작가를 영입하 기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인기작가를 끌어들이 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소년점프≫는 젊은 신인작 가를 발굴해 길러내는 데 전력을 쏟았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대신에 장기적인 계약을 맺음으로써, 나중에 인 기작가가 되더라도 ≪소년점프≫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소년점프≫는 소속작가의 출판권, 캐릭터 사업, 애니메이션 등 모든 것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는 ≪소년점프≫의 확고한 편집 방침과 더불어 ≪소년점프≫의 성공을 이해하는 데 한 가 지 단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소년점프≫에서 1년에 두 번 있는 신인 만화상인 데즈카상, 아카스카상, 그리고 매월 실시하고 있는 월례상 등의 수상자와 응모자들은 훌 륭한 작가 공급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년점프≫의 신인 기용 성공은 다른 잡지들 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며, 굴지의 만화 잡지사 대부분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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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 수차례씩 응모전을 열어 신인 기용에 만전을 기하게 되었다. 이러한 만화 잡지사의 신인 기용은 일본 만화 잡 지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를 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기존 만화 잡지 출판사들이 1980년대부터 시작된 월별, 분기별, 반기별 신인만화공모전을 개최해 왔다. 이런 공모전에서 발굴된 신인작가들은 전속작가제 도를 유지하며 출판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작팀과 제 작스튜디오를 마련해 지속적인 창작 연재환경에서 작업 을 하게 된다.
망가 매거진과 만화 잡지의 한계
일본 내에서 발행되는 망가 매거진은 약 300여 종에 달한 다. 이처럼 주간잡지와 월간잡지 등에 평균 20여 종의 만 화가 연재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약 6000여 작품이 실시간으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 한 만화 시나리오의 건전한 경쟁이 일본 게임과 일본 애니 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을 담당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만화 잡지 시장도 일본 만화 잡지의 영향을 받아, 25종까지 발행되던 시장 활성화의 시기가 있었다. 세대별 로 아동, 소년, 소녀, 준성인, 성인 등으로 구분해서 다양 한 세대별, 성별, 계층별 잡지로 분화되기도 했으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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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곤볼, 슬램덩크 등의 연재 종료와 IMF 등의 경제위 기가 겹치면서 독자들의 구매력이 축소되기 시작한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급감하기 시작한 국내 만화 잡지 시 장은 대개 10종 이하로 감소했고, 기존 만화 잡지들도 웹 진(webzine), 만화포털서비스, 만화전문 앱(app)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주요 포털의 웹툰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이 독과점화되면서 기 존 만화 출판사들의 만화 잡지 이외 전략 모색이 본격화되 고 있다.
참고문헌 강기철(2000). 일본만화와 국내출판만화와의 관계 고찰. 경상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강기철(2007). 일본 만화를 통해서 본 일본의 사회ㆍ문화적 성격 연구. 경상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Frederick L. Schodt(1996). Dreamland Japan: Writings o Modern
Manga. 김장호ㆍ박성식(1999). 이것이 일본만화다-망가, 그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 다섯수레.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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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학습 만화의 패러독스
학습 만화란 지루한 내용도 재미있게 풀어 흥미를 가지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만화의 교육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학습에 만화를 접목시킨 것이다. 최근의 학습 만화는 단순히 나열에 의한 지식 전달이 아닌 새로운 발상의 학습법, 참신한 기획, 아동들에 대한 눈높이 마케팅, 게임의 만화화 등의 전략을 활용해 아동 독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국내 만화 시장은 도서대여점과 스캔 만화로 인해 크게 위축되었으나 학습 만화가 과거 아동 만화 시장을 대체하며 한국 만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학습 만화의 개념 하지영(2011)에 따르면 딱딱한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놓 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어 전문 지식까지 거부감 없 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 ‘만화’ 매체이며, 만화의 이 러한 교육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어 학습에 만화를 접목시 킨 것이 학습 만화다. ‘재미’와 ‘지식, 정보 전달’이 학습 만 화의 대표적인 개념으로 일반 만화가 이야기 위주로 재미 나 감동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학습 만화는 지식과 정보의 학습이라는 측면을 중시하며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학습 하기 위한 표현양식으로 만화를 선택한 것이다. 글과 그 림을 복합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관심과 흥미 를 불러일으키고 학습 동기를 부여해 지식과 정보를 효과 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한다.
국내 학습 만화 시장의 현황 이종규(2008)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형성된 대여 중심 의 만화 시장과 월간 아동 만화, 월간 만화 잡지는 1990년 대 다품종 대량 생산, 작가 관리 시스템을 갖춘 일본식 잡 지 스타일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국내 만화 시장에 만화 단행본 판매와 잡지 판매 시장이라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했으며, 시장 전체의 확대와 시장의 호황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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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출간된 대표적인 학습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 이원복 (1946~ ) ⓒ 커뮤니케이션북스
그러나 일본 만화의 시장잠식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시장 자체의 성장에 비해 발전하지 못한 한국 만화는 1997년의 IMF, 청소년보호법, 도서대여점의 난립으로 크게 위축되 었다. 이로 인해 출판사는 일본 만화 판매 중심의 영업 전 략을 펼치게 되고, 국내 만화 시장은 더욱 축소되었다. 이 어 인터넷 전용선 보급의 영향으로 불법 스캔 만화의 공유 시장이 더욱 커지면서 한국 만화 시장은 매우 축소되며 큰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만화 시장 자체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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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익숙한 작가군이 등장하면서, GUI(Graphic User Interface)에 익숙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체가 컬러로 제작된 학습 만화가 대거 등장했다. 이러한 형태의 학습 만화는 기존의 컬러 만화보다 상대적으로 작업속도가 빠 르고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서 인기를 얻은 다양한 형태 의 기존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성장하 고 있다. 이처럼 교육성향이 강한 어린이 만화들은 과거 아동 만화 시장을 대체하며 대중에게 새로운 형태의 학습 내용을 담은 아동 만화로 다가가고 있다. 학습 만화는 1970년대에 주로 ‘만화 전집’ 형태로 출판 되어 영업사원들이 나서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1987년 고려원에서 출간한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에 이르 러 대중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0년 만화 산업 백서 에 따르면 현재의 대표적인 작품인 Why?시리즈(예림 당)는 3000만 부를 돌파했고,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 화(가나출판사)는 2300만 부를, 먼나라 이웃나라(김 영사)는 1500만 부, 마법천자문(아울북)은 1300만 부, 코믹 메이플 스토리(서울문화사)는 1100만 부, 서바 이벌 만화 과학상식 시리즈(아이세움)는 1000만 부를 각 각 기록했다. 초판 발행 부수가 2000부도 넘지 못하는 현 만화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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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 부를 돌파한 현재의 대표적인 학습만화 Why? 시리즈 (자료 제공: 예림당)
본 시장에서 이러한 학습 만화의 강세는 단순한 유행이나 교육열을 넘어 학습 만화가 한국 만화 산업에 중요한 위치 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출판 만화 시장의 현황을 보면, 어린이 만화는 총 927종이 발행 되어 시장 규모가 2362억 원에 달해, 출판 만화 전체 시장 의 67%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만화 산업에서 중 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백은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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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백은지(2011). 성공한 학습 만화 사례 분석. 한국 만화애니메이션학회 2011 상반기 종합학술대회 자료. 이종규(2008). 매체전환에 따른 디지털만화의 제작체계에 관한 연구. 세종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하지영(2011). 학습 만화 읽기 활동이 학업성취도와 읽기 능력에 미치는 효과 연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 한국콘텐츠진흥원(2011). 2010 만화 산업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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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웹툰과 탭툰의 진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웹툰은 현재 어려운 출판 만화 대신 국내 만화 시장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짧은 에피소드 스타일의 일상툰, 감성툰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웹툰만의 연출법과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어 영화, 뮤지컬 등의 원작으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기업 홍보, 상품 정보 등을 알리는 브랜드 웹툰, 게임의 이해를 돕는 게임 프롤로그 만화 등에 이용되고 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인터랙티브 요소를 가미한 웹툰, 플랫폼에 따라 만든 탭툰 등 다양한 형태와 장르로 발전하고 있다.
웹툰의 발전 MS-DOS에서 윈도(window)로 컴퓨터의 기본 OS가 변 화하고 온라인 매체가 통신 시장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시장으로 바뀌면서 개인 홈페이지 제작의 열풍이 불어오 고, 그 속에서 초기 웹툰(webtoon)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노우캣>, <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등이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들은 감성툰, 에세이툰 또는 일상툰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기존의 출판 만화처럼 서사적인 스토리 라인과 연출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각각 의 에피소드에서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타 일의 웹툰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과 함께 급격히 퍼 져나갔다. 이러한 초기 웹툰에서는 스크롤 방식이라는 인 터넷 만화를 위한 새로운 연출법이 도입되었고, 모든 사람 들에게 만화 제작의 기회를 제공했다.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미디어다음’ 서비스를 만들고 그 안에 ‘만화속세상’이라는 웹툰 연재 서비스를 개설했다. 그해 강풀의 <순정만화>가 ‘만화속세상’에 연 재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에피소드 형식의 웹툰이 아닌 서사를 가진 이 작품은 연재 기간 동안 조회수 6000만 회 이상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최초로 성공한 장편 웹툰으로 주목을 받는다. 이후 웹툰은 기존의 에세이툰, 일상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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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성공한 장편 웹툰 <순정만화>를 그린 강도영 ‘작가명 강풀’ (1974~ ) ⓒ 커뮤니케이션북스
아니라 서사 구조를 갖추고 웹툰 특유의 연출법을 가진 많 은 작품들을 배출했다. 이미지를 아래로 내리며 감상하는 세로 스크롤 방식의 작품뿐 아니라, 만화 뷰어를 통한 웹 툰 또한 연재되고 있다. 웹툰이 활성화되어 많은 독자들을 끌어모으면서 다음 뿐 아니라 ‘파란(paran)’, ‘네이버(naver)’, ‘네이트(nate)’, ‘야후(yahoo)’ 등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도 웹툰 연재 서비 스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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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카툰 웹툰이 포털사이트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브랜드 카툰(brand cartoom)이라고 불리는 기업 홍보 만화도 최 근 주목을 받고 있다. 유명작가들을 캐스팅해 기업에서 포털사이트의 웹툰을 통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광고함으 로써 독자들에게 친근함과 짧은 기간 내 한 제품에 대해 여러 가지 광고를 보는 효과를 보여 준다. 특히, 이러한 홍 보 만화의 효율성이 검증되어, 기업들의 브랜드 카툰 기획 이 확대되고 있으며, 만화가 내에서도 전문적인 작가군이 형성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에피소드 형식이 아닌 장편 브랜드 웹툰의 경우, 광고하고자 하는 요소들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며 시각적, 감성적 효 과도 제시할 수 있다.
게임 프롤로그 만화 웹툰과 다른 장르의 융합 콘텐츠는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게임 프롤로그 만화(game prologue comics)는 게임 시작 전이나 게임 관련 홈페이지에 연재함으로써 게임의 방대 한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이야기, 캐릭터 간의 관계 등을 게임 사용자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한다. 이미 온라인게임업계에서는 새로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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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 출시 전이나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의 지속적인 관리 를 위해 게임 프롤로그 만화의 기획이나 업그레이드를 시 도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코믹스 김용현(2010)에 따르면, 인터랙티브(interactive)란 ‘상호 간’의 뜻을 지닌 인터(inter)와 ‘활동적’이라는 뜻을 지니는 액티브(active)의 합성어로 상호활동적인, 곧 쌍방향이라 는 의미다. 인터랙티브는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 어 현재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인간들의 상호작용을 넘어 서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능성은 인터랙티브 에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인터랙티브 디자인에서는 ‘움직임(motion), 공간(space), 시간(time), 외관(appearance), 질감(texture), 소리(sound)’ 를 기본 요소로 정의하며, 웹툰에서는 인터랙티브 요소로 서 주로 움직임과, 공간, 시간, 소리 등을 사용한다. 오비트 미디어에서 제작한 온라인 인터랙티브 코믹스 ‘오비트 코믹스’에서는 비선형적 스토리 구성과 움직임, 소리 등의 인터랙션 요소들을 적용한 만화들을 다루고 있 다. 비선형적 스토리 구성이란 이야기를 한 가지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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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 아니라 비선형적 또는 다중 형식으로 사용자들 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전개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또는 움직임을 이용해 장면을 전환하거나 텍스트의 움직 임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호기심과 몰입을 유도하는 형식 의 작품,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을 이용해 해당 텍스트나 움직임을 보여 주는 사례도 있다. 만화의 장면에 적합한 효과음, 음성, 배경음악 등을 이 용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독자들을 위한 선택 버튼으로 인터랙션 기능을 강화하며 청각적으로 주의를 집중시킨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디자이너 수투(Sutu)의 개인 포트폴 리오이자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개념을 적용한 사이트 ‘나울츠(Nawlz)’는 텍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애니메이션, 사운드, 인터랙티브 등으로 사용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 는 다양한 기능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버튼을 이용해 내 용 전개에 따른 텍스트와 애니메이션 효과를 도입해 이해 도를 높였으며, 인터랙티브한 애니메이션 제공으로 몰입 도를 증가했다. 이는 상황에 따른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시각적 관심을 이끌어 참여를 통한 몰입을 실현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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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툰 만화가 인터넷의 발전으로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파 생시켰듯 스마트 플랫폼의 빠른 혁신과 패러다임의 전환 에 알맞은 다른 형태의 만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삼성전 자의 태블릿PC의 번들 콘텐츠인 ‘탭툰(tabtoon)’의 경우 플랫폼의 기술 발전에 따른 기존과 다른 형태의 만화를 선 보였다. 개성 있는 유명가수들의 음악과 만화가들의 플래 시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형태로 태블릿PC의 터치기능을
<그림 5> 탭툰
출처: www.howtolivesmart.com/ta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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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한 시계 조정, 미니 게임, 아이템 조작 등의 인터랙티 브 요소를 강화시켰다. 또한 소비자들이 해당 기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웹으로 업로드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탭툰은 2011년 10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공개되 었으며, 유명 웹툰 작가와 뮤지션으로 이루어진 3개 팀을 구성해 한 달만에 조회수 1000만 건을 달성했다. 작품명 은 가수 김윤아와 작가 호랑의 ‘고객을 유도하는 스마트한 방법−다하지 못한 말’, 가수 다이나믹듀오와 작가 곽백 수의 ‘주말을 재미있게 보내는 가장 스마트한 방법−불타 는 금요일’, 가수 노브레인과 작가 조석의 ‘위기를 모면하 는 가장 스마트한 방법 −흔들흔들’ 총 3개의 작품이다.
오퍼레이션 아작스의 앱 뷰어 오퍼레이션 아작스(Operation Ajax)에서 개발한 앱 뷰어 는 동적 연출을 기본으로 게임 효과, 특화된 패널 트랜지 션(panel transition) 등의 기술 융합을 구현하고 있다. 오 퍼레이션 아작스(Operation Ajax)는 최적화한 융합기술 을 보여 주고 있다. 마블코믹스의 아이언맨(Iron man) 애플리케이션은 근 경, 중경, 원경에서 각각의 움직임 기능과 칸의 이동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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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코그니토 코믹스 <CIA: Operation Ajax>
한 게임 접목, 말풍선의 리딩 기능, 등장하는 객체를 따라 움직이는 기능 및 게임에서 표적 선택 등의 기술 융합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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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마블코믹스 애플리케이션
출처: <Iron Man-Ave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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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용현(2010) 웹툰에서의 몰입(Flow)을 위한 인터랙션 디자인 분석 연구. 한양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한창완(2011). 디지털만화의 융합화가 갖는 만화장르의 사회문화적 대안성(代案性) 연구.≪애니메이션 연구≫ 7권 4호, 189∼190. ≪월간잡지 WEB≫ 그리고, 쪼개고, 꿰매어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만화 Nawlz. 2009. 오비트 미디어, http://www.orbitmedia.com 오비트 코믹스, http://www.orbitcomics.com 오퍼레이션 아작스, www.cognitocomics.com 탭툰, http://www.howtolivesmart.com/tabtoon/ Nawlz, http://www.nawl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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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국형 웹툰의 수입 만화 대체 효과
초고속 통신망이 저렴한 대중 네트워크로 구축되고, 스마트 기기의 소비환경이 일반화되면서, 국내에서는 세로의 긴 스크롤 방식으로 이루어진 만화인 웹툰이 활성화된다. 만화 대여점과 스캔 만화의 위협 때문에 시작된 국내의 오프라인 출판 만화 시장은 계속 축소되고 있으나, 웹툰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서비스되어 국내 만화 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입 만화의 대체하면서 다양한 상품과 연계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웹툰의 역사 2000년 이후 인터넷의 보급은 우리 삶의 많은 모습을 온 라인으로 가능하게 탈바꿈시켰다. 만화 역시 대본소와 서 점용 단행본으로 인식되어 있던 모습이 디지털 형식으로 변모되었다. 1980년대를 대본소 만화의 황금기라 한다면, 현재는 웹툰(webtoon)의 황금기라 할 정도로 많은 양의 만화와 높은 수준의 만화들이 온라인, 웹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국내에서 ‘웹툰’이라고 불리고 있는 현재의 온라인 만화 는 세로의 긴 스크롤 방식으로 이루어진 만화로 인식되고 있으며, 더불어 무료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박혀 있다. 박석환(2009)에 따르면 ‘웹툰’이라는 용어가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한 사례는 2000년 8월 16일자 ≪한겨레 신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천리안’이 운영하던 포털 사이트에 새롭게 인터넷 만화 서비스가 오픈했는데, 그 서 비스 명칭이 ‘웹툰’이었다. 아마추어 성격이 강했던 초기 웹툰들은 주로 가볍고 신 변잡기적인 내용들을 하나의 에피소드 안에서 구체화하 는, 그림일기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포털에서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웹툰에 서사성이 도입 되었고 출판 만화에서 주류였던 극화 형식의 작품들도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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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했다. 또한 일정한 분량을 정해진 시기에 연재하면서 스토리의 완급을 조절하는 기법들도 적극 활용되기 시작 했다. 포털은 웹툰을 통해 인터넷에서 대량의 트래픽을 규칙적으로 유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에 따라 광고 노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업 모델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웹툰의 표현적 진화를 살펴보면, 제일 처음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만화는 온라인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인터페이스 모델링을 통해 온라인 감상 이 가능하게 했던 원작과 동일한 단순 스캔 형식이었다. 그 이후, 만화에 플래시 효과를 삽입하게 되면서 단순, 반 복적인 클릭 행위에 이벤트를 부여해 긴장감을 고조시키 는 형태가 나타났고, 또한 칸 구분 효과를 보이며 한 칸 한 칸씩 나열해 단순한 플래시 기능과 자체 편집 기능인 줌 인·아웃(zoom-in·out)을 통해 칸의 긴장감과 시간 흐 름 보이기 방식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 이후의 잡지 만화와 대본소 중심의 만화 시장 은 1990년 이후 PC가 보급되면서 디지털 만화 시장을 형 성했으며, 현재 한국 만화 시장은 웹툰이 그 중심을 이루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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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현황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인터넷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400만 명이 매월 네이버 웹툰을 방문하며, 인 기 작가는 팬클럽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웹툰 에 연재 중인 만화가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2007년 연재 개시 이후 2009년 1월까지 누적 조회 수 6억 회, 단행본 판 매 6만 부를 돌파했고, 2012년 4월 4월 누적 조회 수 13억 을 돌파(코리아하우스 집계)했다. 미디어 다음 ‘만화속세 상’에 웹툰을 연재 중인 만화가 강풀의 작품은 전편이 영 화로 제작되거나 판권이 판매된 상황이다. <그림 8>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11년 약 1200명 을 대상으로 온라인 만화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온라 인 만화 이용 경험은 ‘있다’가 62.0%, ‘없다’가 38.0%로 나 타나 온라인 만화 이용 경험이 있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 았다. 또한 2010년에 비해 10.2%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온라인 만화를 이용하는 방법에서는 <표 1>과 같이 ‘포 털 웹툰 이용’이 8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만화 전문 사이트 이용’은 14.8%, ‘스마트 만화 앱을 통해 이용’은 14.6%였다. ‘포털 웹툰 이용’은 2010년에 비해 38.0% 증 가했으며, 2011년에는 2010년에 비해 만화 사용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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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에 인기 만화 <마음의 소리>를 연재 중인 만화가 조석 (1983~ ) ⓒ 커뮤니케이션북스
<그림 8> 온라인 만화 이용 경험 없다 (38.0%)
없다 (48.2%)
있다 (62.0%)
있다 (51.8%)
2010년 (N=1,200명)
2011년 (N=1,226명)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만화 산업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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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온라인 만화 이용 방법 (단위 %) IPTV를 일반 만화 스마트폰 파일공유 태블릿 통해 휴대폰 전자책 전문 만화앱을 사이트를 PC (피처폰) 만화 다운로드 사이트 통해 통해 를 통해 을 통해 콘텐츠 이용 인용 다운로드 이용 이용 이용
기타
2010년 45.3
12.1
-
12.1
-
-
3.1
-
41.6
2011년 83.3
14.8
14.6
2.9
2.7
1.3
0.9
0.7
1.6
구분
포털 웹툰 이용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만화 산업 백서
더불어 현재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은 온라인 시장을 제 외하고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만화 시장의 축소 경향과는 반대로 만화의 생산, 특히 온라인 만화의 생산은 급증하고 있다. 웹툰의 이용자가 가장 많은 포털 다음과 네이버(<표 2> 참고)에서 연재 중인 웹툰의 주간 조회 수는 2억 회에 육 박한다. 10∼20대 사이에서 인기 만화가들은 팬클럽까지 거느린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다.
오프라인 만화의 대체 방안, 웹툰 2011 만화 산업 백서에 따르면 한국 오프라인 만화 시 장을 대체할 방안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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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온라인 만화 주 이용 사이트 (TOP 10) 순위
2010년 (N=622명) (%)
2011년 (N=760명) (%)
1위
네이버
70.9
네이버
63.6
2위
다음
15.1
다음
15.1
3위
네이트
2.7
T스토어
3.0
4위
야후
1.4
만화가게
2.6
5위
클럽박스
1.4
이코믹스
2.0
6위
위디스크
1.4
코믹 플러스
1.6
7위
온디스크
1.4
짱만화
1.5
8위
미스터 블루
1.4
코믹19
1.5
9위
파일구리
0.6
애니박스
1.5
10위
-
-
만화365
1.3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만화 산업 백서
<표 3> 2012년 1∼7월 네이버 만화와 다음 ‘만화속세상’의 순방문자와 도 달률 추이
∙ 순방문자: 해당 기간 동안 해당 사이트를 적어도 1회 이상 방문한 이용자 ∙ 도달률: 전체 인터넷 이용자 수 대비 순방문자의 비율 출처: 닐슨 코리안클릭(www.koreanclick.com) 데이터는 패널로 선출된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집계되는 통계적 추정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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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2012년 1∼7월 네이버 만화와 다음 ‘만화속세상’의 월평균 체류시 간, 월평균 재방문일수, 월평균 페이지뷰 추이
∙ 월평균 체류시간: 매월 순방문자 1인당 발생시킨 체류 시간의 평균 ∙ 월평균 재방문일수: 매월 해당 사이트에 방문한 순방문자 1인당 평균 재방문한 일의 수 ∙ 월평균 페이지뷰: 매월 해당 사이트에 방문한 순방문자 1인당 조회한 평균 페이지 조회 수 출처: 닐슨 코리안클릭(www.koreanclick.com) 데이터는 패널로 선출된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집계되는 통계적 추정치임
<표 5> 2012년 1∼7월 네이버 만화와 다음 ‘만화속세상’의 1회 방문시 평균 체류 시간, 1회 방문시 평균 페이지뷰, 1회 방문시 1분당 평균 조회수 추이
출처: 닐슨 코리안클릭(www.koreanclick.com) 데이터는 패널로 선출된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집계되는 통계적 추정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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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털 만화는 한국 만화의 국외 진출에도 많은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이는 시공간적인 한계성과 자본 규모의 제약 에서 자유로운 만화가 바로 온라인 디지털 만화이기 때문 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안정적이며 거대한 온 라인 만화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데다가 활발한 신인작가 의 유입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까지 이루어지고 있기 때 문에 앞으로도 그 장르적 성공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은 한국의 디지털 만화 시장에 대해 크게 주목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정부 관계기관에서도 뉴미디어 기기의 폭 발적 성장을 비롯한 디지털 만화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자 온라인 디지털 만화의 창작 지원과 디지털 유통 채널의 지원을 통해 적극적인 온라인 디지털 만화 산업 육성에 나 서고 있다. 현재까지 온라인 디지털 만화는 기존의 오프 라인 및 온라인 만화의 서비스 형태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급격한 디지 털 환경 변화에 따른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만화 서비스와 다양한 만화 애플리케이션, 만화 웹진의 등장이 예고되어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구축된 디지털 하드웨어 환 경을 어떻게 디지털 만화라는 소프트웨어와 적절히 융합 시켜 세계 만화 독자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느냐에 따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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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온라인 디지털 만화의 해외 진출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문헌 박석환(2009). 웹툰 산업의 실태와 문제점. 디지털콘텐츠와 문화정책. 한국콘텐츠진흥원(2011). 2011 만화 산업 백서. p.330. 한국콘텐츠진흥원(2012). 웹툰의 현황 및 특성과 웹툰 기반 OSMU 활성화 방안. ≪코카포커스≫ 57호 한국콘텐츠학회. 웹 만화의 표현 양식에 관한 연구: 스크롤 만화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 추계종합학술대회, session II-C: 게임콘텐츠/출판콘텐츠. 닐슨 코리안클릭, www.koreanclick.com ≪매일경제≫ http://news.mk.co.kr ≪헤럴드경제≫ http://bi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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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다.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미디어 경제학)을 전공 (박사)했다. 1995년 한국만화산업연구라는 저서를 시작으 로 만화ㆍ애니메이션 이론과 산업을 연구해 오고 있다. 최근에 는 게임과 캐릭터 산업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해 디지털 콘텐츠 의 새로운 융합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세종대학교 융합콘텐츠 산업연구소장과 (사)한국애니메이션학회 애니메이션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만화산업연구(1995), 애니메이션 경제 학(1998), 저패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의 영상전략 (2001), 애니메이션 용어사전(2002), 만화에 빠진 아이 만 화로 가르쳐라(2008), 만화(2012) 등이 있고, 번역서로 존 할라스의 유럽 애니메이션 이야기(1999),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의 모든 것(1999), 애니마톨로지: 애니메이션 이 론의 이해와 적용(2001), 움직임의 미학: 애니메이션 역 사와 미학 연구(2001), 21세기 애니메이션의 혁명가들 (2003), 애니메이터 서바이벌 키트(2004),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2004),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기획에서 프리젠테 이션까지(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