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옌끼에우 천줄읽기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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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yện Kiều 쭈옌 끼에우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 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

Truyện Kiều 쭈옌 끼에우 응우옌주(Nguyễn Du) 지음 안경환 옮김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원전 분량 총 3254행 가운데 약 1810행을 발췌했습니 다. ∙ 이 책의 주석 중 옮긴이가 붙인 것은 ‘옮긴이 주’로 표시했습니 다. 그 외 주석은 모두 베트남어 판 ≪투이끼에우 쭈옌 뜨엉 쭈≫ 에서 번역한 것입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 다.


차례

해설 ······················vii 지은이에 대해 ··················xv

나오는 사람들 ··················3 제1장 브엉씨 가문 ················5 제2장 담띠엔의 묘 ················7 제3장 낌쫑과 끼에우의 첫 만남 ··········11 제4장 예언 ···················13 제5장 비밀 약혼 ·················16 제6장 낌쫑과의 이별 ···············28 제7장 끼에우의 희생 ···············30 제8장 유랑 ···················42 제9장 서카인 ··················49 제10장 파멸 ···················56 제11장 끼에우와 툭 ···············61 제12장 툭과의 이별 ···············65 제13장 납치 ···················68


제14장 툭과 끼에우의 재회 ············73 제15장 또 다른 불행 ···············78 제16장 끼에우와 뜨하이 ·············85 제17장 끼에우의 심판 ··············92 제18장 뜨하이의 죽음 ··············99 제19장 자살 ··················103 제20장 구출 ··················107 제21장 낌쫑의 귀향 ···············112 제22장 낌쫑과 끼에우의 해후 ··········119 에필로그 ····················122

옮긴이에 대해··················124


쭈옌 끼에우



나오는 사람들

낌쫑(金重): 젊은 선비. 끼에우의 약혼자. 투이끼에우(翠翹): 주인공. 브엉(王)씨 부부의 장녀. 투이번(翠雲): 브엉(王)씨 부부의 차녀. 브엉(王)씨 부부: 투이끼에우, 투이번, 꽌의 부모. 브엉꽌(王寬): 브엉(王)씨 부부의 외아들. 1남 2녀의 막내. 담띠엔(淡仙): 재색이 뛰어나고 노래를 잘하는 여자로 요절 함. 쭝(終): 아전(衙前). 마잠신(馬監生): 투이끼에우의 첫 번째 남편. 뚜바(秀婆): 뚜쟁이. 마잠신의 동료. 서카인(楚卿): 사기꾼. 뚜바의 공범. 마끼에우(馬嬌): 끼에우의 친구. 툭끼떰(束其心): 끼에우의 두 번째 남편. 툭(束) 영감: 툭끼떰의 아버지. 호안트(宦書): 툭끼떰의 본처. 호아노(花奴): 끼에우가 하녀로 있을 때의 이름. 짝뚜엔(濯泉): 끼에우의 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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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주엔(覺緣): 비구니. 초은암(招隱庵)의 주지. 박바(泊婆): 초은암(招隱庵) 인근에 사는 여자 뚜쟁이. 박하인(泊倖): 끼에우의 세 번째 남편. 뚜쟁이 박바의 조카. 땀헙(三合): 비구니. 점술가. 여자 도인. 뜨하이(徐海): 끼에우의 네 번째 남편. 호똔히엔(胡宗憲): 황제의 특사. 선무사. 총독. 도(都): 보띡(無錫)현의 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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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브엉씨 가문

명(明)나라 가정(嘉靖)1) 시대에 온 누리가 화평하고, 두 경도(京都)가 모두 융성하였네. 브엉(王)씨라 불리는 생원이 있었으니 가산은 중류 정도라. 막내로 아들이 하나 있었으니 관명(冠名)은 브엉꽌(王寬)으로 유가의 후예라. 위로는 아리따운 딸이 둘 있는데, 투이끼에우(翠翹)는 언니요, 동생은 투이번(翠雲)이라. 몸매는 매화 가지 같고, 마음씨는 백설처럼 청순하니 제각각 아름다움이 절세하구나. 번(雲)은 보기에 유달리 정숙하고, 얼굴은 보름달 같고, 눈썹은 짙더라. 미소는 꽃 피는 듯, 목소리는 옥이 구르는 듯 단아하고, 먹구름은 머릿결에 못 미치고, 백설은 피부색을 당하지 못 하네. 끼에우(翹)는 재치도 있고 기지도 있으니

1) 명나라 2대 황제 세종 시대(1522∼1566)의 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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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색을 견주자면 동생을 능가하네. 눈은 추수 같고, 눈썹은 멀리 뵈는 춘산 같으니 꽃들이 시샘하고, 수양버들은 푸르름이 못 미침을 원망하 네. 한두 번 눈짓에 나라 잃고, 성(城)을 앗길 정도니 미색과 재색을 견줄 자 없구나. 총명함을 본래 하늘로부터 타고난지라, 시화는 물론이요, 영가에도 뛰어났네. 궁상의 오음도 통달하였고, 특히 비파에 능하여, 손수 음을 골라 작곡한 <박명(薄命)>이란 곡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네. 계례를 올릴 나이가 된 끼에우, 휘장의 안온 속에서 자라온지라, 동편 담장에 나니는 벌 나비엔 관심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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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담띠엔의 묘

어느덧 봄날은 베틀에 제비 북 오가듯 세월이 가니 구십춘광도 이미 육십 일이 흘렀네. 지평선 끝까지 햇잔디 푸르고, 배나무 가지는 한두 송이 흰 꽃으로 치장되었네. 춘삼월 절기론 청명2)이라 산소 찾아 풀 다듬고, 들놀이하는 절기로다. 원근 각처에서 꾀꼬리, 제비 떼 지어 날아드니 투이끼에우 형제자매 매무시하고 봄바람 쐬러 나갔네. 앞뒤로 재자가인 붐비고, 말과 수레는 물 흐르듯, 형형색색 옷들은 빼곡히 길을 메 우네. 혼잡한 언덕 이끌려 오르니 부적 금덩이 땅에 밟히고, 지전 태운 재 하늘을 난다.

2) 청명일(淸明日)로부터 날이 화창해지기 때문에 청명이라고 한다. 24절기 가운데 다섯째에 해당하며, 춘분과 곡우 사이에 든다. 음력으로는 3월이지 만, 양력으로는 4월 5, 6일 무렵이다. 보통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한식과 겹 치는 날이 많다. 이즈음에 지전(紙錢)이나 부적 금덩이를 태워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빈다(옮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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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으로 기우니 오누이 손에 손 잡고 유유자적하며 귀가하네. 실개천 따라 천천히 발걸음 옮기며 푸르름을 머금은 풍경 감상하는구나. 길옆에 누운 나지막한 산소엔 풀 끝은 시들어 반은 누르무레 반은 푸르무레하구나. 하는 말인즉, “아니 청명인데, 여긴 향 피운 연기조차 없다니?” 브엉꽌이 점점 가까이 오더니 하는 말, “옛날에 기녀였던 담띠엔(淡仙)의 묘라. 당대에 재색이 뛰어나, 문밖엔 꾀꼬리와 제비들로 늘 북새통을 이루었지. 하지만 미인은 박명이라 한창 나이에 갑자기 천향(天香) 가지 꺾어지고 말았다네. 사랑 실은 배 막 당도하였으나, 이미 비녀는 오래전에 부러지고 꽃병은 떨어졌다네! 전생에 인연이 없었던 것은 내세를 기약하는 징후라. 추(楸)나무로 된 이중 관과 진주 상여를 마련하여 비록 화초 무성치 않으나, 나지막하게 봉분하여 모셨다네. 수없이 해가 지고 달이 바뀌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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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인 없는 분묘를 누가 찾으리!” 마음이 상하고 답답한 듯 이 말을 들은 끼에우, 진주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는구나. “아! 슬프다. 비참한 여자의 운명! 미인박명이란 말은 우리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려니. 조물주는 왜 이다지도 짓궂단 말인가! 한때 푸르렀던 청춘, 왜 주름은 홍안을 시들게 하는지. 생시엔 온갖 사람들의 부인 되었건만, 아! 죽어서는 남편 없는 귀신 되어버렸구나! 그리워하는 사람도, 애달파하는 사람도 없으니 여기 가져온 향불 몇 개 피우노라. 길 가다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나 행여나 황천에 있는 그대는 이 모습을 보리라.” 넙죽 엎드려 몇 마디 중얼거리더니, 묘 앞에서 머리를 몇 번 조아리고는 뒤돌아서는구나. 시든 풀 위로 석양이 드리우고 바람은 산들산들 갈대꽃 머리를 흔드는구나. 심신은 갈수록 얼이 빠져 할 말을 잃고 침묵에 잠겨 서 있네. 침울함에 젖은 꽃 같은 모습, 슬픔에 북받쳐 진주 같은 눈물 멎을 듯하다가 이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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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번이 말하기를, “언니도 우스꽝스럽기는. 눈물도 흔하지, 옛날에 죽은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리다니!” 끼에우 대답하기를, “미인은 자고로 박명하지 않은 사람 없었다지! 여기 누워 있는 자 보니 앞으로 내 어찌될는지?” 꽌이 참견하니, “하는 말마다 듣기 거북스럽소!” 끼에우 대답하기를, “재색을 갖춘 자,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살아 있는 것이라.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는 쉬운 것이니 기다려 보면 분명 영혼이라도 나타날 것이라.” 말을 마치고 미처 답도 듣기 전에 갑자기 한바탕 회오리바람 불어오네. 대충 바람결 따라가 보니, 이끼 위 걸어간 발자취가 선명하구나. 바라보니 얼굴엔 놀라움이 그득한데, 끼에우 하는 말, “이는 내 정성의 덕이라. 나의 애틋한 정으로 서로 만나게 되었으니 그대 저세상에 있고 나 이 세상에 있으나, 이제는 한 자 매라.”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현신하였으니 끼에우, 감사의 말 몇 마디 더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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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낌쫑과 끼에우의 첫 만남

집에 돌아갈까 더 있을까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말 요령 소리 가까이 들려온다. 멀리서 선비 홀로 다가오는데, 보아하니 말고삐 느슨히 잡고 지름길로 오고 있네. 멀리서 오는 사람 얼굴 겨우 알아볼 듯한데, 말에서 내려 인사하려는 듯 다가오네. 브엉(王)은 얼굴이 익은 사람이라 인사하는데, 끼에우 자매 수줍어 꽃 밑으로 몸을 숨기더라. 그는 본디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이웃 사람으로, 성은 낌이요, 이름은 쫑으로 명문가 자제라. 부잣집에 재주도 있고 명망도 있으니 집안에서는 풍류를 즐기며, 밖에서는 호방하고 의협심도 많더라. 낌쫑은 한 지방 사람으로, 브엉꽌과는 동창생이라. 규방이 산과 강으로 가로막혀, 남모르게 짝사랑하기 얼마였던가. 운 좋게 약속도 없이 만나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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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놀이 하다 마음에 드는 꽃 찾은 격이로다. 경국지색의 미인에 천재가 만나니 내심으론 사랑하나 얼굴엔 아직 수줍음이 서려 있구나. 꿈인지 생시인지 어리둥절한데 그냥 있기도 불편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어렵게 되었네. 저무는 해는 끼에우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데, 낌쫑이 말에 오르니 끼에우는 눈을 떼지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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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예언

끼에우 꽃 휘장 드리워진 제 방으로 돌아오니 해님은 산머리에 걸려 있고 징 소리는 날이 어두워졌음을 알리네. 동편의 해당화 머리를 숙이고, 이슬 먹은 나뭇가지 땅에 닿았네. 끼에우 홀로 달그림자 감상하노라니 방금 전 일이 먼 장래 자신의 일로 다가와 상념에 잠겨 있네. “어찌 사람이 그렇게 왔다가 가는지, 담띠엔의 화려한 삶도 역시 덧없는 것이로구나. 방금 만났던 그 사람은 도대체 무엇인지, 백년가약의 인연이나 있는 것일까?” 달빛은 발 사이로 스며들고, 끼에우는 홀로 의자에 기대어 살포시 잠들었네. 고개를 번쩍 드니 웬 낯선 낭자가 서 있는데, 정숙하기도 하고 청신도 하더라. 반갑게 맞으며 묻는데, “아니 선녀님이 길을 잃으셨나 여긴 웬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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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기를, “늘 이심전심이었던 것을, 바로 오늘 낮에 서로 만난 것을 잊으셨나요? 이미 당신 마음이 나를 향해 찾아와서 금옥 같은 말 몇 마디 던져주었지요. 회주한테 잘 살펴보라 청하였더니, 단장회(斷腸會)3) 명부에 당신 이름이 올라 있더이다. 전생에 인연이 있었는지 같은 회원으로 한 배를 타게 되었으니 어찌 사이가 멀 수 있으리!” 담띠엔이 돌아가려 꽃 섬돌에 내려서니 끼에우는 붙잡아 놓고 몇 마디 말을 건네는구나. 어디선가 갑자기 바람 불어 죽렴을 뒤흔드니 끼에우 잠 깨어 자신이 꿈을 꾸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디엔가 향내만 남아 있는 듯하구나! 적막한 밤 홀로 생각에 잠겨, 먼 인생길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서네. 낙화는 물에 흐르고, 부평초 떠다니는 게 정해진 것이고, 내 인연이, 운명이 그런 것이라면 그뿐인 것을!

3) 박명한 아녀자들에게 창자를 자르는 아픔을 준다는 모임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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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에우의 이어지는 탄식 소리 난장(鸞帳)4) 방에 퍼지니 모친 갑자기 잠을 깨어 무슨 일인지 묻는다. “밤늦도록 잠 안 자고 뭐 하느냐? 아니 예쁜 배꽃이 빗물에 젖지 않았니?” 대답하기를, “낮에 담띠엔의 묘에 갔었는데, 선잠이 든 사이 꿈에 나타났었지요. 꿈에 본 징조를 생각하면, 앞으로 제 운명이란 별 볼일 없을 것이니!” 끼에우는 모친이 달래는 말씀에 순종하려 하다가 곰곰이 꿈 생각하고는 눈물을 쏟더라. 창밖엔 노란 꾀꼬리 지저귀고, 담장 옆 버들개지 죽렴 앞에 날아드는구나. 서편 툇마루에 달그림자 기우는데, 혼자 외로이 깊은 수심에 잠겼구나.

4) 주(周)나라 목(穆)왕 때 외국에서 조공으로 바친 물건 중에 봉황을 그린 죽 렴(竹簾)이 있었는데, 봉황이 그려진 발이 쳐진 끼에우의 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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