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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어 프레젠테이션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한 단어 프레젠테이션 정상수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한 단어 프레젠테이션

지은이 정상수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정상수, 2014 ISBN 979-11-304-0122-5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한 단어’로

성실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 직장인 2명 가운데 1명은 프레젠테이 션 능력이 연봉과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 자 신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에서 가장 부족한 점은 ‘핵심 사항 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지 못하는 발표력’이라고 했다. 또 프레젠테이션이 가장 힘들게 느껴질 때는 ‘생각지 못한 질 문에 답변이 막힐 때’라고 했다. 그렇다면 청중에게 핵심 사항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방법은 뭐지? 󰡔한 단어 프레젠테이션󰡕은 그 방법을 소개 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 책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가장 중요한 ‘한 단어’를 청중의 뇌리에 심는 방법을 설 명한다. 키워드 10개를 중심으로 주로 프레젠테이션의 심 리적 측면을 다루었다.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서점 의 서가가 넘칠 정도다. 그런데 대부분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슬라이드 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멋진 슬라이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설명한다. 또 무대에서 프레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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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어떤 자세로 발표하면 좋은가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 렇게 슬라이드를 멋지게 만들고, 프레젠터가 자세를 바르 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눈에 보이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이 시대와 잘 어울린다. 성형이나 포토숍을 좋아하는 추세에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하다. 떡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무슨 떡을 만드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형식이 아무리 중요해도 내용을 뛰어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 서 이 책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아가 내용을 압축하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메시지 가 너무 많아서 쇼가 끝난 후 청중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 커다란 손실이다. 프레젠테이션은 성실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조사와 연구를 통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자 랑하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숙제 열심히 했다고 칭찬받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은 더욱 아니다. 다 마친 후 청중이 한 단어만 기억할 수 있어야 대성공이다.

인생은 프레젠테이션의 연속 프레젠테이션은 세일즈다. 파는 기술이 프레젠테이션 이다. 전설적인 카피라이터인 데이비드 오길비(David MacKenzie Ogilvy)는 “팔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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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l or else)”란 말을 했다. 우리는 판다. 또 세일즈 전문가 인 블레어 싱어(Blair Singer)는 󰡔세일즈 도그(Sales dogs: you do not have to be an attack dog to be success)󰡕에서 ‘인생에서 세일즈는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매일 누 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판다. 정치가, 교사, 종교인, 아이들, 부모도 모두 뭔가를 팔고 있다. 반대 의견에 끊임없이 대처 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프레젠테이션은 청 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설득은 쉽지 않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상황 에 대해 연구했다. 무서운 것은 깊은 물속, 외로움, 병, 죽 음, 재정적 어려움 등이었다. 그러나 그중 1위는 ‘청중 앞 에서 말하기’였다. 남 앞에서 말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귀찮아서 그러기도 하고, 좋지 않은 반응이 두려워 그러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람들과 어 울리고 말을 섞는 것이 싫다고 혼자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이다. 귀찮아도 소통해야 한다. 󰡔성자가 된 청소부󰡕의 주 인공처럼 작은 칠판을 목에 걸고 다니며 글로만 소통할 수 는 없지 않은가? 어울려 살려면 발표해야 한다. 내 생각은 어떤지 말을 해야 한다. 상대가 내 생각에 동의해 주기를 바란다면 더욱더 나서서 말을 해야 한다. 상대가 나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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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좋아하지 않더라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결국 원하 는 것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기 쉽다. 상대 도 먼저 말하기 귀찮아한다면 더욱 얻기 쉽다. 그런 귀찮 음이 심해지면 ‘무대 공포증(stage fright)’이 생긴다. 남 앞 에 서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귀밑부터 빨개진다. 너무나 긴장해서 입술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신인 배우들에게 흔 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극복할 수 있다. 적절한 준비와 연 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하는 것이다.

요약이 실력 애써 무대 공포증은 극복했다. 할 말도 준비했다. 그런데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메시지를 단순하게 만 들어야 한다. 짙은 화장을 지워야 한다. 화장을 했는지 모 를 정도로 덜어 내야 한다. 문제는 간결함이다. 준비가 덜 될수록 말이 길어지는 법이다. 말을 압축하자. 요약하자. 이번 프로젝트에서 전달하려는 당신의 메시지는 무엇인 가? 그것을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가? 그것을 ‘한 단어 (OW, One Word) 콘셉트’라고 부른다. 전달하고 싶은 말을 오직 한 단어로 줄이기는 쉽지 않 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나이키의 슬로건처 럼 짧은 문장으로 줄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한 단어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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떻게 줄이지? 줄일 수 있다. 주제와 관련이 없는 것은 과감 히 없애 버리는 것이다. 지어 내기가 어렵지 지우기는 쉽 다. 빈 종이를 앞에 놓고 쓰고 싶은 것을 다 쓴다. 그런 다 음에 주제와 관련이 적은 것부터 지워 나가는 것이다. 한 단어로 압축될 때까지 계속 지운다. 물론 컴퓨터의 문서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더욱 편리하다. 저장도 쉽지만 지우기도 쉽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오한 사상도 압축이 가능하다. 혹시 상대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는 반드시 다시 물어본다. 그때 자세히 설명해 주면 된다. 링컨(Abraham Lincoln)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한 단어 로 요약하면 ‘자유’다. 예수의 산상수훈을 한 단어로 요약 하면 ‘황금률’이다. 상영 시간이 3시간이 넘는 영화 <닥터 지바고>의 내용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사랑’이다. 한 단어 를 던져라. 그것이 이른바 ‘꽂히는 말’이고, ‘먹히는 말’이 다. 특히 상대가 시간이 없을 때 OW 콘셉트가 필요하다. 나의 아이디어를 듣고 솔깃하게 만들려면 일단 ‘키워드’를 던져 관심을 갖게 하라. 약간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재빨리 부연 설명에 들어가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 령도 2012년 재선 캠페인에서 ‘전진(Forward)’이란 한 단 어로 당선됐다. 요약이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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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도 보고서를 간결하게 쓰기 시작했다. 낭비 요 소를 없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 에서도 보고서의 40퍼센트는 읽히지 않고 버려진다고 한 다. 커다란 손실이다. 바쁜 최고 경영자가 빠르고 원활한 의사결정을 하게 하려면 간단한 보고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의 보고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① 첫 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보고받고 싶게끔 하려 면 제목을 잘 뽑아야 한다. ② ‘신경영’ 같은 핵심 용어를 잘 사용해야 한다. 상사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80퍼센트, 상사가 처음 들어 본 내용을 20퍼센트 비율로 섞는 게 좋다고 한다. ③ 오탈자가 없어야 한다. 정성과 신뢰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④ 한 장에 하나의 주제를 담아야 한다. ⑤ 옷을 잘 입혀서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LG는 보고서의 구성을 ‘결론−이유−경과’의 순서로 작성하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론−본론−결론’ 의 삼단 구성과는 순서가 다르다. “제품이 많이 팔리지 않 는 게 문제”라면 “지금의 영업 조직을 고객의 유형에 맞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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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개편하면, 제품 판매를 2년 안에 50퍼센트 늘릴 수 있 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의사당의 복도에서 다 이루어진다고 한다. 의원들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시간 안에 보좌관들이 의원 의 귀에 대고 어디에 투표할지 알려 준다는 것이다. 또 미 사여구나 추상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가능한 한 도표나 그 래프를 사용하며, 사실과 의견, 생각 또는 정보를 확실하 게 구분하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다. 발표를 하는 이는 불안하 다. 그래서 혹시 상대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처음부터 장 황하게 설명한다. 우선 상대에게 배경을 이해시켜야 한다 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마지막에 내 아이디어를 말한다. 그 반대로 하는 것이 좋다. 보고를 받는 이는 늘 마음이 급 하기 때문이다. 상급자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머릿속 에 담고 있다. 나보다 더 바쁘다. 모두가 보고하기 때문에 조직 안의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 설사 다 알지 못 해도 자신은 그렇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웬만큼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면 “알아, 알아! 그런 거 이전에 다 했어”라 고 말하며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시간을 뺏는다는 느낌 을 갖지 않도록 결론 먼저 이야기하자. 하고 싶은 말을 압 축해 보자. 키워드 중심으로 말해야 설득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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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기억하는 청중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도 청중은 결국 한 번에 하 나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도 운이 좋으면 그렇다. 내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줬을 때 그렇다. 그러므로 프레젠테 이션도 관점을 바꾸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획할 때 내 가 주인공이었다면, 프레젠테이션 할 때는 상대가 주인공 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을 배려하는 일이다. 청중이 나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를 읽어내 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청중이 듣기를 원하 는 말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한 단어로 압축해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일본의 기업연수 강사인 혼마 마 사토(本間正人)와 우키시마 유미코(浮島 由美子)는 󰡔요 약력(できる人の要約力)󰡕에서 이런 조언을 한다. “요약 할 때는 명문(名文)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의미가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리된 명문(明文)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약의 필수조건은 명확함과 간결함이라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것을 명함 뒤에 요약할 수 없다면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조언도 있다. 변 호사들은 첫 변론을 30초 분량으로 요약해 제시한다. 그 런 다음에 앞으로 며칠이나 몇 주 동안에 그 주장의 진실 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한다. 변호사뿐이 아니다. 정치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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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는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반복해야 승리한다는 것 을 알고 있다. 아니면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멍청해 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정보가 너무도 많아서 회피하는 것이다. 광고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헤드라인으로 뽑는 이 유도 마찬가지다. 일단 헤드라인이 먼저 독자의 눈을 끌 면 자연스럽게 보디카피로 눈이 옮겨간다. 청중을 설득하려면 마음을 잘 읽어 내야 한다. 프레젠 테이션의 청중은 대개 세부 사항에는 관심이 없다. 큰 그 림에만 관심이 있다. 대세가 무엇인지 알려고 한다. 그리 고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려는 마음을 갖는 다. 문제를 다루는 관점이 중요하다. 크리스 세인트 힐레 어(Chris St. Hilaire)는 󰡔백만 불짜리 설득(27 Powers of Persuasion: Simple Strategies to Seduce Audiences & Win Allies)󰡕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적절한 관점 안에 집어 넣는 것이 승리의 핵심이라고 알려 준다. 그런 것을 정치 에서는 ‘스핀(spin)’이라고 말한다. 정책을 홍보하거나 정 보를 조작하는 일이다. 말 그대로 관점을 나에게 유리하 도록 살짝 돌리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앵글(angle)’이라 부른다. 보는 각도를 틀어 왜곡해서 보도하는 일이다. 광 고에서는 ‘피치(pitch)’라고 말한다.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프레젠테이션하는 일이다. 법정에서는 ‘변론’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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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 용어는 모두 같은 뜻이다. 결국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제시하는 메시지’를 말하 는 것이다. 이제 ‘엘리베이터 테스트’는 고전이다. 다음 상황을 만 나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나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 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를 만났다. ‘내 시나리오를 이 사람에게 꼭 팔 아야 하는데. 이 사람이 사주기만 하면 전 세계적으로 흥 행에 성공할 수 있는데, 처음에 뭐라고 말을 걸지? 내 이름 부터 말해야지? 근데 듣기나 할까? 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일까? 저 사람 책상에는 전 세계에서 들어온 영화 시나 리오가 수천 권이 쌓였을 텐데. 그나저나 저 사람 곧 내릴 텐데’라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만의 전략이 저절로 생 긴다. 최단 시간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상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 기 전에 한 가지 단어만 기억시키면 성공이다. 한 번 만나 자는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

청중의 공격에 대응하기 프레젠터는 청중의 기습에 대비해야 한다. 청중이 언제, 어떤 식으로, 무슨 이야기로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지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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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습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매끄럽 게 발표를 이어 가기 위해 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마 음속에 몇 가지 요령을 익히고 있으면 대응이 쉽다. 리더 십 전문가인 존 코터(John Kotter)는 설득을 잘 하려면 “반 대자를 끌어들이라!”고 조언한다. 프레젠터는 청중의 지 지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사람들은 본 능적으로 남의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 와 달리 당혹스러운 질문과 공허한 논평으로 공격한다. 그러면 맞받아치게 된다. 그러지 않아야 한다. 부당한 지 적을 받으면 화가 나듯이 바로 반격하면 상대도 화가 난 다. 슬기롭게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리석은 공격 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유도의 원리를 기억하면 도움이 된 다. 들어오는 상대의 힘을 이용해 물리치는 것이다. 반대 자를 끌어들인다는 것은 그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화내지 않으면서 짤막하고 상식에 맞는 말로 대응하는 것 이 좋다. 프레젠테이션에서 공격을 받으면 대부분의 프레 젠터는 반사적으로 그에게 초점을 맞추어 설득하려고 한 다.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 소수의 마음을 돌리려고 시간 을 낭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공격자에게 집중하면 51퍼 센트의 지지를 확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성 공적인 실행은 보장받을 수 없다. 80퍼센트 이상의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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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받아야만 장애에 부닥칠 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행동 에 나서 제안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프레젠터는 발표하는 동안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아 이디어를 설명하다 보면 이유 없는 반대에 부딪쳐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안 드시지요? 바로 다시 해 오지요”라고 말하고 발표를 멈춘 다. 그렇게 더 이상 공격할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상대의 힘을 빼는 것이 유리하다. 프레젠테이션은 비즈니스다. 무엇인가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내게 유리 한지 생각해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프레젠터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너무 도취되어 청중 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달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혼 자 떠들어대면 청중의 주의를 금방 놓치고 만다. 아이디 어 설명에 몰입은 하되 잠시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울러 프레젠터는 공격을 받더라도 의견을 자신 있게 주 장해야 한다. 만일 아이디어에 확신이 없었다면 프레젠테 이션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다시 번복 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 있게 제시하라. 어차피 프레젠 터는 약간의 선동가 기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청중은 까 다롭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귀찮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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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갖고 있다. 강하게 주장하면 따라온다. 프레젠터는 커 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엉켜 있는 그 모든 복잡다단한 문 제를 가장 짧고 단순하게 만들어 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몫이다. 어느 프로젝트건 문제를 하나만 갖고 있을 리는 없다. 그러나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확신을 가지고 한 번에 하나의 해결책 을 제시하라. 그러면 이해시키기가 쉽다. 그러면 따라오 기 쉽다. 때로 준비해 간 아이디어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을 한 나머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청중이 지적을 하거나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더욱 그런 반응 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평가에 관한 한 최대 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내 아이디어가 중요 하다면 청중의 아이디어에도 역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준비해 간 아이디어보다 그것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마음속에 갈등이 생 긴다. 그 아이디어를 수용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지금 그 아이디어를 잘라 버리자니 양심에 거리낀다. 그러나 내가 봐도 그 아이디어가 더 효과적이라고 느낄 때는 그렇 다고 인정하라.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말을 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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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달변의 프레젠터가 아이디어를 팔러 나선다. 그러 나 지나치게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뛰어난 말솜씨가 연애 초기에는 유리하지만, 프레젠테이 션에는 그리 유용하지 않다. 진지한 커뮤니케이션 회의를 스탠딩 코미디나 개그 콘서트로 착각해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어 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세일즈맨십 은 피하자. 진정성이 없어진다. 듣는 이도 의심하고 경계 하기 시작한다. 유머 감각은 잃지 않되 다소 진지할 필요 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흥미의 곡선은 하락한다. 아무리 중요한 설명이라도 듣는 이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훌륭 한 아이디어는 그렇게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처음 아 이디어를 이야기하고 몇 초 지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대개 안다.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길게 설명할 이유는 없다. 역효과를 만들 뿐 아니라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재미있어야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도 웬만큼 재미있기 전 에는 오래 보기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라. 또 아이디어를 팔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한다. 프레젠테 이션을 하는 도중에 나오는 청중의 지적이나 의견을 잘 들 어보라. 십중팔구 그 속에 답이 들어 있다. 상황과 약간 빗 나간 아이디어를 파는 중이라 해도 그런 이야기를 잘 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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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거기에 맞추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약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카메라 앵글을 돌리듯이 그의 관점에 맞 추어 설명해 주면 아이디어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대 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져서 그가 먼저 많이 말하게 하 라. 그것을 주의 깊게 들어 보라. 아이디어는 내가 내야 하 지만 결국 그가 다 말해 준다. 현명한 질문 안에 현명한 답 이 들어 있는 법이다. 아이디어가 잘 먹히지 않거나 비난에 가까운 지적을 받 으면 화가 난다. 건설적인 비평은 좋지만 별 이유 없이 계 속해서 비난을 받으면 참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서 건설적인 비평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비즈니 스란 그렇게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화가 나도 바로 받아 치지 마라. 화날 때는 오히려 말을 천천히 하라. 빨리 다른 생각을 하라. 집요하게 나를 공격하는 그를 불쌍하게 생 각하라. 화를 화로 이기지 못 한다. 말을 천천히 해서 불필 요한 상대의 열을 식혀 버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에서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열 심히 준비한 내용을 딱 ‘한 단어’로 말해 보라. 안 되면 다 시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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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블레어 싱어 저, 이주형 역(2004). 󰡔세일즈 도그󰡕. 황금가지. 혼마마사토(本間正人) · 우키시마 유미코(浮島 由美子) 저. 황미숙 역(2009). 󰡔요약력󰡕. 영진미디어. 크리스 세인트 힐레어 저, 황혜숙 역(2011). 󰡔백만 불짜리 설득󰡕. 비즈니스북스. 존 코터 · 론 화이트헤드 저, 윤규상 역(2012). 󰡔생각을 훔친 완벽한 시나리오󰡕. 비즈니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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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핵심 메시지를 ‘한 단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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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단순함의 힘

02

커뮤니케이션 목표의 단순화

03

‘한 단어’ 콘셉트

04

청중의 이해

05

프레젠터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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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비주얼의 단순화

61

07

스토리보드 원고 작성

08

스피치 연습

09

청중 반응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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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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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단순함의 힘

우리는 지나치게 똑똑하다. ‘오버 싱킹’을 없애자. 쉽게 생각하면 쉽게 풀 수 있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 복잡하게 만든다. 정답인데 고쳤다가 틀린 적은 없는가? 개인이나 비즈니스나 어렵게 생각하면 막힌다. 미련해질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그래야 명쾌한 해결책이 나온다. “Less is More(적은 것이 많은 것)”란 말을 기억하자. 단순함의 원리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단순함이 인생과 비즈니스의 기름기를 말끔하게 빼 준다. 단순함의 힘을 믿어 보자.


적은 것이 많은 것 인생은 복잡하다. 매일 아침 해결할 일이 새로 생겨난다. ‘해야 할 일’ 목록은 자꾸만 늘어난다. 개인의 문제는 물론 비즈니스의 문제도 더욱 복잡해진다. 명쾌한 해결책이 필 요하다. 하지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일이 많다. 왜 어 려운 문제는 모두 내게만 찾아오는 걸까? 어떻게 해결해 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쉽게 생각 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애초부터 어려운 문제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스스로 쉬운 문제를 복잡 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심리학 교수 수잔 놀랜 혹스마(Susan Nolen Hoeksema) 는 이를 오버 싱킹(over-thinking)이라 표현했다. 어떤 문 제에 대해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자신이 이야기하는 이유가 모두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중에서 가장 극적 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답으로 채택한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다가 급기야는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까지 끄 집어내서 문제를 더 키우곤 한다. 스스로 화가 나서 직장이 나 학교를 그만두거나, 약속을 취소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일은 여성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을 자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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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 40퍼센트, 이미 일어 난 일에 대한 걱정이 30퍼센트, 안 해도 될 사소한 걱정이 22퍼센트,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걱정이 4퍼센트라고 한다. 결국 걱정이 있어도 정작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걱 정거리는 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복잡하기만 한 문제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문 제를 단순하게 만들어 보자.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올 것이 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답이 술술 나올 것이 다. 이것이 단순함의 원리다. “Less is More(적은 것이 많 은 것)”란 말을 기억하자. 현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 람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조언이다. 단순함의 원리를 인생에 적용하면 삶이 명쾌해진다. 비 즈니스에 적용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단순함은 인생 과 비즈니스의 기름기를 말끔하게 빼준다. 매일 만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맞게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영국의 창의력 전문가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는 󰡔단순성(Simplicity)󰡕에서 단순함에 관한 열 가 지 법칙을 들려준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① 우선 단순함을 추구하기로 굳게 마음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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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은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 다. 누군가의 조언에 자극받아 한 번 마음먹기는 어 렵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인생에 도움을 받으려면 지속적으로 문제를 단순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②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열심히 생각해 서 절묘한 아이디어를 냈지만, 엉뚱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좋아하는 일이 생긴다. 해결해야 할 문제 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무조건 단순화 해 버리면 곤란하다. ③ 여러 개의 대안과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 답이 딱 하나로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문제에 는 늘 다른 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의 무지와 게 으름 때문에 답이 하나라고 고집하는 일은 없는가? 내가 찾은 답에 확신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이게 정 말로 가장 단순한 답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 아야 한다. ④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요소들에 도전하라. 그리고 그것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이미 세상에 소개 되어 널리 알려진 답을 나만의 발견이라고 우기는 일은 없는가? 여기저기 조사해 보고 새롭지 않으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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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전부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때로 수정하다 가 더욱 복잡해지는 일이 생긴다. 애써 낸 아이디어 는 버리기가 아깝다. 다른 것과 붙여서라도 다시 살 려보려다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열 받은 컴퓨터는 리셋(reset)이 필요하다. ⑥ 문제를 더 작은 단위로 쪼개라. 복잡하게만 보이는 문제를 여러 개로 잘게 잘라 보자. 꼬인 것처럼 보이 던 문제 자체가 쉬워지니 풀기도 쉬워진다.

한 가지에 집중하기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며 컴퓨터 과학자인 MIT 미 디어랩의 존 마에다(John Maeda) 교수 또한 󰡔단순함의 법칙(The Laws of Simplicity)󰡕에서 인생과 비즈니스를 명쾌하게 만들어주는 10가지 법칙을 말한다. “축소, 정리, 시간, 학습, 차이, 맥락, 감정, 신뢰, 실패, 한 가지”가 그것 이다. 모든 일의 군더더기를 없애는 그의 조언을 통해 한 수 배워 보자.

① 축소하라. 신중하게 생각해 축소하는 것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압축하고, 숨기고, 구체화하라. 망가져서 버릴 때까지 한 번도 눌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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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은 버튼이 20개도 넘게 붙어 있는 TV 리모컨이 대표적이다. 전자회사 연구원의 능력과 기술을 자랑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불편하다. ② 정리하라. 잘 정리하면 많은 것도 적게 보이도록 만 들 수 있다. 아무리 방대한 자료도 컴퓨터의 폴더처 럼 방을 여러 개 만들면 정리가 쉽다. 속옷과 양말 서랍을 분리해야 아침에 편하다. 그는 정작 가장 중 요한 것은 20퍼센트 정도라고 말한다. ③ 시간을 절약하라. 시간을 절약하면 단순함이 보인 다. 사람들은 컴퓨터 화면에 뜨는 ‘진행 막대’를 보 면서 컴퓨터가 작업을 더 빨리 하는 것처럼 느낀다 고 한다. ④ 차이를 인식하라. 단순함과 복잡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 둘의 리듬이 가장 중요하다. ⑤ 맥락을 잘 읽어라. 복잡함과 단순함은 아무것도 없 는 것과 무언가 있는 것 사이의 균형에서 찾을 수 있 다. 마에다 교수는 복잡함은 무엇인가 잃어버린 느 낌이고, 단순함은 무엇인가를 찾은 느낌이라고 비 유했다. 마치 동양화처럼 화면을 다 채우지 말고 많 이 비울수록 유리하다. ⑥ 한 가지. 단순함이란 명백한 것을 제거하고 의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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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만을 더하는 것이다. 한 예로, 오픈소스(opensource) 기술이 등장해 다수의 힘이 소수의 힘을 능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둘째로 큰 투자개발 회사의 대표 게리 켈 러(Gary Keller)는 󰡔원 씽: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 의 힘(The ONE Thing: The Surprisingly Simple Truth Behind Extraordinary Results)󰡕에서 제목 그대로 “한 가 지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일을 더 적게 하라. 그러면 상 대적으로 그 일에 깊게 집중해 더 크게 성공한다는 것이 다. 애플은 여러 제품 중 아이폰에, 인텔은 마이크로프로 세서에 집중했다.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가치, 단 한 명의 사람, 단 하나의 아이디어에 집중하면 삶을 변화시키고 세 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 싱(The One Thing)’은 무엇인가? 바로 결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만 잘 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예는 우리 주 변에 너무도 많다. 게리 켈러는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우 리가 신화처럼 믿고 있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과감하게 버 리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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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모든 일이 다 중요하다. ② 멀티태스킹은 능력이다. ③ 성공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온다. ④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 ⑤ 일과 삶에 균형이 필요하다. ⑥ 크게 벌이는 일은 위험하다.

잘 버리는 기술 미국의 브랜드 컨설턴트 앨런 시겔(Alan Siegel)은 미국 국세청의 한 장짜리 세금신고서 양식을 개발하고 통계국 문서 양식을 단순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심플(Simple)−일상과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오 다(Simple)󰡕에서 제품이나 각종 양식, 행정문서 등의 “복 잡함”은 반드시 검거해야 할 범죄자라고 말한다. 복잡함 은 사람들에게서 시간과 돈, 인내심과 이해력, 자신감을 훔쳐 간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복잡함은 돈벌이 수단이 된다.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많은 기업들이 읽을 수도 없는 계 약서를 만들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 시스템 을 걷어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아무도 떠 맡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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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계속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 상책 이라고 믿는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기는 쉬워도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그는 단순함은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인 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공감하기, 필요 없는 것 들은 추려내고 버리기, 그리고 이해하기 쉽고 명확해지도 록 핵심에 집중하기 등이다.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뉴욕시 장은 전화번호 수천 개가 적혀 있는 14쪽짜리 시청 전화번 호부를 단 하나의 번호 311로 통일했다. 사우스웨스트항 공은 다양한 기종 대신 오직 보잉 747기로만 운행하는 단 일 서비스를 채택하고 단순한 기내식을 제공했다. 구글의 초기 화면은 이 세상 어느 홈페이지 화면보다 단순하다. 구글은 기존 홈페이지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 할 때마다 ‘제로 베이스 접근법(zero-based approach)’이 라는 방식을 채택한다. 홈페이지가 조금씩 복잡해지는 것 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에서는 시각적 요소를 하나 라도 늘리려면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서체의 스타일과 크기, 색상을 바꿀 때마다 점수를 할당하는데 점수가 낮을 수록 좋다. 총점이 3점 이상이면 탈락이다. 수백만 명이 단지 날마다 변하는 구글의 로고를 구경하려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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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찾는다. 구글은 군더더기로 보일 수 있는 수많은 요소 들을 신경 쓰면서도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쾌 한 요소를 잃지 않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애플은 세 개의 버튼을 단 하나로 줄였고 복잡한 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을 도입했다.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 (IDEO)는 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단순하게 디자인해 달라 는 의뢰를 받았다. 아이디오 직원들은 병원에 가서 하루 종 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환자들이 그러니까. 그래서 환자 들은 오랫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병실 천장을 산뜻하게 바꿨다. 단순한 처방이다. 미국의 클리블랜드병원에는 ‘10-4 규칙’이란 것이 있다. 환 자가 10피트 이내로 다가오면 미소를 보내며 눈을 맞춘다. 4피트 이내로 다가오면 말을 건넨다. 환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사소한 데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의 치료는 복잡하지만 마음의 치료는 단순하다. 오리는 하늘을 날고 싶었다. 다른 새들이 날지도 못하 는 게 새냐고 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학교에 입학 했다. 거기서 ‘나무 오르기’, ‘달리기’, ‘높이뛰기’ 등 여러 과목을 배웠다. 그런데 졸업할 때가 되자 수영하는 법을 잊어 버렸다. 인생에서 한 가지를 정말 잘하는 게 좋은 전 략이다. 비즈니스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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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수잔 놀렌 혹스마 저, 나선숙 역(2013). 󰡔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생각의 늪에 빠진 여자들을 위한 3단계 심리 처방󰡕. 지식너머. 존 마에다 저, 윤송이 역(2006). 󰡔단순함의 법칙󰡕. 럭스미디어.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저, 구세희 역(2013). 󰡔원 씽: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비즈니스북스. 엘런 시겔 · 아이린 에츠콘 저, 박종근 역(2013). 󰡔심플(Simple): 일상과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오다󰡕. 알에이치코리아. Bono, Edward de(2009). Simplicity. London: 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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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커뮤니케이션 목표의 단순화

커뮤니케이션은 쉬워야 한다. 그러려면 메시지를 단순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하나만 남겨야 한다. 아니면 전달되지 않는다. 메시지를 한 가지도 남기지 않고 빠짐없이 전달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깝게도 수신자는 모든 걸 다 기억하지 않는다. 하나만 기억해 줘도 다행이다. 그래서 먼저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단순하게 설정해야 한다. 가장 강한 한 가지만 전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오늘 누군가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할 일이 있는가? 왜 하려 하는가? 그것이 목표다. 목표가 딱 한가지인가?


아이디어를 왜 발표하는가 인도의 어느 시골 마을에 나무를 깎아 코끼리를 만드는 유 명한 노인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 팀이 취재를 하러 가서 물었다.

“코끼리를 어쩌면 그렇게 잘 만드시는지, 비결을 좀 알려 주 세요.” “일단 나무 한 토막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조각칼을 준비합 니다. 그다음에 코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부분을 다 깎아 내 버리는 거죠.”

머릿속에 소용돌이치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표현할 때 기억하면 유용한 조언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다 빼 버 리라는 충고다. 지금 코끼리를 조각해 달라는 의뢰를 받 았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머릿속에는 코끼리의 긴 코와 상아, 굵은 다리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 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 한다 면 머리가 더욱 복잡해진다. 긴 속눈썹, 커다란 눈망울, 주 름, 펄럭이는 귀 등을 어떻게 표현하지? 코끼리의 전체를 한꺼번에 다 표현하려 하지 말고 가장 강력한 특징 하나만 잡아라.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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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은 쉬워야 한다. 그러려면 메시지를 단순 화해야 한다. 전하고 싶은 내용이 아무리 많아도 버리는 것이 좋다. 나무 코끼리 조각가처럼 하나만 남기고 다 버 려야 한다. 아니면 전달되지 않는다. 메시지를 한 가지도 남기지 않고 빠짐없이 전달했다고 혼자 만족하면 곤란하 다. 발신자는 전달한 바가 있지만, 수신자는 받지 않은 경 우가 많기 때문이다. 받았다 해도 여러 이야기 중 하나만 기억해 준다. 그것도 다행이다. 그래서 먼저 커뮤니케이 션 목표를 단순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러니까 가장 강한 한 가지만 전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오늘 누군가 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할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목표가 무엇인가? 시작하기 전에 왜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 다. 기업이 광고를 하는 이유에서 배우자. 기업은 왜 광고 를 하는 것일까? 판매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잘 팔 기 위해서다. 물론이다. 그러나 더욱 많은 이유가 있다. 론 카츠(Ron Kaatz)가 33가지로 정리했다.

∙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 사용 빈도를 늘리기 위해 ∙ 다른 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늘리기 위해 ∙ 다른 식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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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량을 늘리기 위해 ∙ 바꾸어 쓰는 빈도를 늘리기 위해 ∙ 구매하는 계절을 더 늘리기 위해 ∙ 다른 브랜드를 쓰는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 ∙ 브랜드군을 함께 소개하기 위해 ∙ 불리한 것을 이롭게 바꾸기 위해 ∙ 새로운 세대의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 이미지·품위·리더십을 창조, 강화, 유지하기 위해 ∙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 오래된 제품을 다시 한 번 소개하기 위해 ∙ 새로운 회사를 소개하거나 알리기 위해 ∙ 프로모션을 지원하기 위해 ∙ 업계 전체를 키우기 위해 ∙ 판매 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 새로운 회사 이름을 알리기 위해 ∙ 어느 회사를 다시 자리매김하기 위해 ∙ 경쟁 제품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 ∙ 전문적인 승인이나 보증을 얻기 위해 ∙ 전문적인 승인이나 보증을 유지하기 위해 ∙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 판매 팀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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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를 우세하게 만들기 위해 ∙ 조사를 하기 위해 ∙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 브로셔나 보고서를 제공하기 위해 ∙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 ∙ 주장에 반대하기 위해 ∙ 비방 기사에 맞서 싸우기 위해 ∙ 급히 어떤 일을 알리기 위해

단지 널리 알리기 위해서만 광고나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러려고 광고한다. 그러나 의외의 목 표가 주어지기도 한다. 장사가 잘돼 현장에서는 지금 광 고를 별로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데, 최고 경영자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올해의 마케팅 예산 이 남아 그것을 소진하기 위해 유지 광고를 하는 수도 있 다. 연말까지 광고를 충분히 집행하지 않아 광고비가 남 으면 다음 해에는 예산을 삭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것은 매우 행복한 일부 기업의 경우다. 대부분의 기업은 마케팅 예산이 부족하다. 한정된 예산을 쪼개어 쓰고, 또 쪼개어 써야 한다. 그러므로 비즈니스 맥락을 잘 읽어 정 확하게 한 가지 목표만 설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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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에 ‘앤드’는 없다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세우기 전에 앞의 ‘광고를 하는 33가 지 이유’를 꼭 읽어 보라. 참고서로 활용하면 좋다. 물론 그중에서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 정확하게 왜 이번 광고 를 하는지, 무슨 효과를 노리는지를 한 가지만 정해야 한 다. 한 프로젝트의 목표는 하나다.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세우다 보면 가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 의 장점이 너무나 많아 더 담고 싶을 때가 생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광고에 한 가지 이야기만 담기에는 아무래도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 광고하는 김에 여러 가지 장점들 을 알리고 싶어진다. 혹시 빼놓은 것은 없는지 챙기려는 마음에서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고 싶어 한다. 광고 예산 이 상대적으로 적은 광고주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러 가지 목표를 다 적어 놓으면 적어도 마음속으로 숙제 를 다했다는 안도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 번에 한 가지 이야기만 해야 효과적이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단순함을 추구한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 나 유용하지 않은 정보는 아예 차단한다. 안타깝게도 광 고도 거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커뮤니케이션 목표에는 절대로 ‘~과(and)~’를 넣지 않아야 한다. 목표에 ‘앤드 (and)’는 없다. 무심한 상태의 청중에게 느닷없이 탁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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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를 한 번에 던져 보라. 운동 신경이 매우 뛰어나거나 운이 좋으면 하나 정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목표도 이와 같다. 광고 한 편에는 반드시 하나의 목표만 담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콘셉트도 하나로 정리된다. “우리 집 강아지 뽀삐. 언제나 우리 집엔 뽀삐. 뽀뽀뽀 뽀뽀뽀 삐삐삐삐삐삐 뽀삐 뽀삐”라는 CM 송은 40년 전에 등장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광고를 처음 제작할 때의 광고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시장에 선보이는 ‘뽀삐’라는 브랜드 네임을 고지하는 것이 단일 목표였을 것이다. 만일 그 단 일목표 외에 우수한 품질과 세련된 포장 디자인, 물에 잘 녹는 재질, 부드러운 느낌, 믿을 수 있는 기업의 제품임을 고지한다는 목표를 모두 광고에 담았다면 오랜 세월이 지 난 지금까지 다 기억에 남았을까? 그 많은 메시지를 한 편 의 광고에 물리적으로 다 넣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광고 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꾹 참고 다 버리는 것 이 좋다. 사람들은 한 번에 하나만 기억한다. 그래도 꼭 한 가지를 더 말하고 싶다면 그래도 좋다. 결국 광고비는 광 고주가 대는 것이니 목표도 광고주 마음대로 결정하면 된 다. 다만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 려움이 앞서서 욕심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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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슬로건을 기억하는가? 공통점이 있다. 한 가지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빨래엔 피죤” “맞다, 게보린!” “또 하나의 가족−삼성” “사랑해요 LG” “깨끗함이 달라요−화이트” “하이마트로 가요!” “일요일은 오뚜기 카레” “일요일엔 짜파게티”

우리의 기억 속에 성격을 확고하게 심어 준 브랜드들이 다. 지금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유명한 브랜드를 머 릿속에 몇 개 떠올려 보라. 과연 위의 예처럼 브랜드 네임 과 한 가지 특징이 잡히는가? 조선 왕조의 역대 왕 이름처 럼 자동으로 입에서 튀어 나오는가? 아깝게도 그렇지 않 다.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하나로 모아지지 않 는다. 좋다는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성격이 무언지 기억할 수 없는 브랜드가 태반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우 리에게 주는지 바로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브랜드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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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너무도 많다.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다. 마케팅 예산 을 열심히 쓰고 있지만, 어디로 새 나가는지 모른 채 열심 히만 일해서 그렇다. 한 가지만 기억시키는 목표를 정하자. 그래야만 고객은 “화재 신고는 119”, “전화번호 문의는 114”처럼 확실하게 외운다. 사람들은 바쁘다. 가뜩이나 외울 것이 많은 세상 에 광고 문구까지 외우며 살 수는 없다. 구체적인 말로 다 가가자. 세심하게 설계해 브랜드가 가장 전하고 싶은 목 표 하나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시키자.

측정 가능한 목표 세우기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다. 목표를 정할 때 염두에 둘 것이 하나 더 있다. 가능한 한 측정이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유명한 러셀 콜리(Russel Colley) 의 DAGMA(Defining Advertising Goal for Measured Advertising Result)다.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기업의 광고 비는 점점 늘고 있지만 그 효과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전 미광고주협회에서 광고 효과 측정에 관한 통일 기준을 만 들었다. 예를 들어 광고 목표를 ‘새로 출시하는 제품의 매 출을 올린다’라는 식으로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광고를 집행한 후에 효과를 측정할 방법이 없는 까닭이다.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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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큼의 제품을 팔아야 할지 구체적인 목표와 기준을 정하 지 않았으므로 측정할 방법도 없다. 그러므로 ‘현재의 매 출액을 기준으로 매출을 15퍼센트 더 올린다’든지 ‘현재의 35퍼센트인 브랜드 인지도를 광고 집행 후 50퍼센트까지 끌어올린다’는 식의 구체적 목표를 적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우선 욕 심을 버려야 한다. 전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딱 한 가지만 고른다.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단일 목표를 세워야 한다. 공 10개가 한 번에 날아오면 다 받지 못한다. 한 개만 날아 와도 그 한 개 받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한 프로젝트에는 단 한 가지 목표만 담기로 하자. 그렇게 목표를 정한 다음 에는 내용을 점검해야 한다. 나중에 효과를 측정할 수 있 도록 목표를 숫자로 명확하게 설정하면 좋다. 물론 그럴 수 없는 목표도 있다. 인생에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목 표가 더욱 많으니까. 사랑하는 이를 99.5퍼센트 사랑하거 나 27.89퍼센트 사랑한다고 계량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되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목 표를 달성하기 쉽다. ‘해외여행 가고 싶다’는 목표에는 잘 못이 없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그래서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갈지 머릿속에 그릴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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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자세할수록 좋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체셔캣이 앨리스에게 말 한 것처럼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법’ 이다.

참고문헌 러셀 콜리 저, 윤선길 역(1998). 󰡔DAGMA 광고이론󰡕. 커뮤니케이션북스. Ron Kaatz(1995). Advertising & Marketing Checklists(2nd edition). New York: McGraw-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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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한 단어’ 콘셉트

‘한마디로 말하면’ 당신의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전달하려는 아이디어를 딱 한 단어로 말할 수 있는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딱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다. 한 문장으로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단어로 복잡다단한 전략적 메시지를 압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행하기 전에 이 작업을 마치자. 진행 과정에서 의문이 생겨도 바로 이 잣대로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이디어를 요약할 수 없다면 강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키워드가 바로 ‘OW 콘셉트’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마디(In One Word)로 무슨 얘기야?”라는 반응이 나온 다. 발표나 보고가 길어지면 그렇게 된다. 사람들은 바쁘 다. 실제로 바쁘지 않아도 그렇게 여기며 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그렇다. 모두들 마음이 급하다. ‘빨리, 빨리!’ 가 몸에 배어 뭐든지 빨리 하려 한다. 피난 열차에 타지 못 하면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그렇게 됐다고 한다. 그런 급한 마음이 우리나라를 이만큼 잘살게 만들었다고도 한 다. 그렇게 사는 것이 좋다 나쁘다 따질 시간도 없다. 그렇 게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광고회사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브리프(Creative Brief)’를 쓴다. ‘브리프(brief)’란 말 뜻대로 제작 팀에게 짧게 브리핑을 해주는 일이다. 전략기획서이기도 하고, 광고 제작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건축 과정에 비유하면 멋진 건물을 짓기 위한 설계도다. 이름은 브리프지만 그 안에는 작업에 관한 모든 자세한 계획이 들어 있다. 이 문 서만 보면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의도를 확 실하게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콘 셉트다. 프로젝트의 방향이 될 콘셉트는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듣는 순간 바로 상상이 되고, 머릿속에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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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그려지는 단어가 좋은 콘셉트다. 사실 브리프의 콘셉트가 잘 나오면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가 다 나온 것 이나 마찬가지다. 때로 잘 표현된 콘셉트의 문구가 광고 의 슬로건이 되거나 카피로 그대로 사용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어느 광고회사의 기획서에는 마지막에 한 칸이 더 있다. 바로 ‘한마디로 말하면(In One Word)’을 적어야 하 는 칸이다. 다각도로 연구해 세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딱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적기가 쉽지 않다. 한 문장이면 몰라도 한 단어로 복잡다단한 전략적 메시지를 압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획서에서 이미 이 작업을 마치면 나머지 과정은 만사형통이다. 진행 과정에 서 어떤 세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바로 이 잣대로 점검할 수 있다. 그래야 도중에 실수로 방향이 틀어질 일이 없다.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결국 한마디로 아이디어를 요약할 수 없다면 강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콘셉트를 설명하는 단어만 들어도 바로 영감이 떠오를 정도의 키워드를 정해야 OW 콘셉트다. 때로 콘셉트를 표 현하는 단어를 아무리 잘 찾아도 사람들은 해석을 달리하 기도 한다. 하물며 콘셉트를 여러 문장으로 정리하면 어 떻겠는가? 나중에 그것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표현될지 상 상하기가 어렵다. 방향과 콘셉트를 정해야 하는 단계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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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시간이 없어도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기획 과정은 골 치 아프고, 진전이 더디다. 콘셉트가 자신이 없어 공격받지 않을 정도로 폭넓은 키워드를 하나 뽑는 경우도 있다. 아무 리 시간이 없어도 기획에 80퍼센트의 시간을 쓰고, 실행에 20퍼센트의 시간을 쓸 수 있도록 계획하는 편이 좋다. 일 단 일에 착수하고 진행하면서 콘셉트를 찾아 좁혀 나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같은 일을 두세 번 반복해 시간을 더 낭 비하는 일이 생긴다. 단추가 많이 달린 옷을 입을 때 아무 리 급해도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 대충 하다가 나 중에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은 것을 알고 다시 시작하 려면 옷을 찢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도 있다. 전략은 길고 복잡하다. 그것이 문제다. 잣대가 너무 많 고 복잡하다는 것은 준비가 철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검열하는 잣대가 지나치게 많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결코 나올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아 무리 복잡하고 주도면밀해도 콘셉트는 단순해야 한다. 전 하고 싶은 메시지의 길이를 줄여야 한다. 단순히 줄이는 일이 아니다. 메시지를 가장 단순한 형식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나의 지루한 보고를 참지 못한 상사의 반응 속에 힌트가 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압축적으로 잘 표현할 ‘딱 한마디’를 찾는 일이다. 바로 그것을 ‘OW(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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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 콘셉트’라고 한다.

한 가지만 기억하는 야속한 당신 메시지를 단순화하자. 광고 커뮤니케이션뿐이겠는가? 삶 의 방식도, 아이디어도 단순해야 이익이다. 성실성만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효과’를 잘 따져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성인이 사물에 집중하는 시간은 약 9초라고 한다. 게다가 광고 하나를 딱 2초 본다는데 무얼 자꾸 더 담겠는 가? ‘똑딱똑딱’ 이게 2초다. 단순한 내용일수록 기억하기 쉬운 것은 자명한 이치다. 빽빽하게 들어간 대리점 전화 번호가 중요할 때도 있지만, 광고 한 편에는 한 가지 내용 만 넣어야 유리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래전 헤 어진 동창생들을 떠올려 보라. 한 사람에 한 가지 특징밖 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착한 아이, 똑똑한 아이, 돈 많은 아이, 신경질적인 아이 등등. 길게 쓰지 않는 게 유리한 시 대다. 무조건 길이를 짧게 쓰자는 게 아니다. 할 말을 잘 압축해 절묘한 시점에 들이밀자는 뜻이다. 심지어는 한 단어도 쓰지 않는 게 훨씬 효과적일 때도 있다. 상대가 내 아이디어를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좀 더 자세히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내가 노력한 부분을 상대가 너무 몰라주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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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성실성에 따라 보수 를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자기 돈으로 전보를 친다고 생각해 보라”거나 “명함 뒤에 자기 아이디어를 요약할 수 없다면 그건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는 선배 고수들의 충고 를 기억하자. 광고는 엄청나게 짧은 순간에 메시지의 핵 심만 던져서 공감을 얻는다. 그러려면 내용과 형식이 극 도로 단순해야 한다. 그래서 광고를 ‘뺄셈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쉬운 방법이 있다. 일단 쓰고 싶은 문장을 쓰라. 그런 다음에 거기서 한 단어씩 빼보라. 하나씩 빼면 뺄수 록 읽는 이는 더욱 궁금해진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작가의 페이스에 말려들 어가게 마련이다. 반대로 궁금하지 않은 건 아무도 읽지 않는다. 빼면 궁금해진다. 다음은 󰡔홍당무󰡕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쥘 르나르 가 쓴 <뱀>이라는 시다.

“뱀, 너무 길다.”

길기만 할까? 미끄럽고, 징그럽고, 꿈틀거리고, 무섭고, 혀를 낼름거리고, 독을 품었을 것 같고, 잡아서 달여 먹으 면 건강에 좋을 것 같고, 길이가 길다. 그런데 다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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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만 짧게 표현한 함축미가 재미를 준다. 일본의 단가 (하이쿠) 작가들도 응축 기술의 고수다.

“하루 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이다−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오래된 연못, 개구리 풍덩!−바쇼(芭蕉)”

성격 급한 사람은 손해다. 길게 보자. 아이디어 만드는 일도 길게 봐야 한다. 그러려면 길게 봐도 식상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한다. 또한 지구력을 갖고 그것을 꾸준히 가꾸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오래오래 살아남는 가 장 좋은 방법은 단순 명료함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은 자신도 모르게 차단해 버린다. 좀 따라가려고 애쓰다가 머리가 꼬여 귀찮아지므로 기억하기를 포기하고 만다. 세 상에 재미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남의 브랜드나 그것의 콘셉트 따위를 기억하며 살겠는가? 꿩고기를 맛있게 먹었 다면 그만이다. 거기서 만족해도 좋다. “꿩 먹고, 알 먹고, 깃털 뽑아 베개 하고, 둥지로 불 때고” 식의 욕심을 버려 라. 하나만 가져라. 콘셉트건 재물이건 많아지면 머리가 꼬인다. 지키기도 어렵다. 필요 없는 것은 버리자. 전략이란 그런 것이다. 경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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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는 “전략의 핵심은 무엇을 할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까’를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송곳처럼 어느 한 점을 향해 일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뾰족한 생각 하나면 된다. 다 잘라 버리고 하나로 몰아야 생각이 커진다.

단순하게, 놀라게, 미소 짓게 대담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작은 아이디어를 떨쳐 버리 는 이런 전략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번트 슈 미트 교수는 ‘빅 싱크 전략(Big Think Strategy)’이라고 했 다. 그는 “위험하고 대담한 생각만이 비즈니스 세상을 바 꿀 수 있다. 매일 똑같은 방식, 똑같은 형태로 생각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 결과물이 별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조금 더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만이 큰 성공을 거 둔다”라고 말한다. 그는 빅 싱크 전략의 사례로 ‘트로이의 목마’를 든다. 장난감으로만 여겼던 ‘목마’가 10년간 이어 졌던 트로이전쟁을 하룻밤 만에 끝냈다. 대담하고 무모한 발상이 세계사를 바꾸었다. ‘엘리베이터 테스트’라는 말은 이미 고전이다. 아이디 어를 잘 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빠른 시간 내에 발 표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마음속에 늘 사표를 품고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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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간다는 사람도 많지만, 마음속에 영화 시나리오 하나쯤 은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만일 엘리베이터에 유 명한 영화 제작자와 함께 탈 기회가 생겼다면? 앞으로 30 초 안에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것이다. 평소에 는 느려 터져 답답하게만 느꼈던 엘리베이터가 오늘은 왜 이리 빠른가? 과연 그가 내리기 전에 내 시나리오 아이디 어를 팔 수 있을까? 그가 감동해 그의 방이 있는 층에서 나 를 따라 내리라고 할 것인가? 과연 어떻게 해야 찰나의 순간에 가장 강력하게 아이디 어를 전달할 것인가? 찰나는 75분의 1초다. 그 순간에 한 단어로 표현된 OW 콘셉트를 찾아내야 한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자유’ 다. 예수의 산상수훈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황금률’이다. 상영 시간이 3시간이 넘는 영화 <닥터 지바고>의 내용은 한 단어로 요약하면 ‘사랑’이다. 한 단어를 던져라. 그것이 이른바 ‘꽂히는 말’이고, ‘먹 히는 말’이다. 과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제작자가 내 리기 전에, 내가 꼭 만들고 싶은 영화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인가? 그는 필시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을 것이 다. 소재는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흔한 소재라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면 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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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의 OW콘셉트를 듣고 솔깃하게 만들려면 일단 ‘키워 드’를 던져 관심을 갖게 하라. 약간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재빨리 부연 설명에 들어가라. 그런데 나의 키워드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섭섭 해할 것 없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콘셉트를 더욱 뾰족하 게 다듬어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세 가지 S를 기억하라. 세 가지 S는 ‘Simple(단순하게), Short(짧게), Smart(슬기롭게)’다. 세 계적인 광고대행사인 BBDO의 키스 라인하트(Keith Reinhard) 회장이 들려준 좋은 광고 아이디어의 기준 3가 지에도 S가 있다. ‘Simple(단순하게), Surprise(놀라게), Smile(미소 짓게)’이다. 이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아이디 어를 내기란 쉽지 않다. 사실 아이디어를 낼 때는 그중 하 나라도 살릴 수 있으면 상당히 뛰어난 아이디어다. 다음 광고문들은 3S를 충족한 문장이다.

당신이 키스 경험이 있다면 이미 이 맛을 알 것이다 − 헤네시 코냑

크리넥스로도 닦을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 − 크리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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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 − 오버클래스 아이디

남자는 떠나고 여자는 또 아름다워진다 − 시세이도

우리는 욕심과 집착을 버리지 못한 채 오로지 성취를 위해 앞만 보며 달린다. 마음의 수양과 연습을 통해 단순 한 생활의 길로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래서 평생 그 길로 가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경우 도 많다. 그러니 아이디어든 인생이든 단순화하자. 그래 야 강해진다. 꼭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그것을 줄이고 줄여서 한 단어로 만들 수 있는가?

참고문헌 번트 슈미트 저, 권영설 역(2008). 󰡔빅 싱크 전략󰡕. 세종서적. 정상수(2010). 󰡔스매싱: 아이디어가 막힐 때 돌파하는 힘󰡕.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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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청중의 이해

프레젠테이션의 청중이 누구인지를 미리 잘 파악해야 한다.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과연 누가 사는지 알아야 한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상대 회사의 사장인지, 회장인지, 임원인지 조사해야 한다. 누가 최종적으로 아이디어를 채택할 권한이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같은 메시지라도 그것을 접하는 대상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청중의 눈높이를 미리 알아내어 거기에 맞춰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지겨워하는 청중 ‘청중’은 영어로 ‘오디언스(audience)’다. 그런데 마케팅에 서는 ‘타깃 오디언스(target audience)’란 말을 즐겨 쓴다. 커뮤니케이션하려 하는 목표 고객을 말한다. ‘표적 수용 자’라고도 하고 ‘소구 대상’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냥 오 디언스가 아니라 ‘타깃 오디언스’다. 타깃은 양궁이나 다 트 게임의 과녁을 말하니까 한가운데를 맞춰야 성공한다 는 것이다. 욕심스럽게 전 국민을 고객으로 보면 곤란하 다. 범위를 좁혀야 한다. 그런 걸 알면서도 일을 하다 보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략을 세우려는 유혹에 빠 지기 쉽다. 하지만 고수들의 조언은 다르다. 딱 한 사람에 게 말하라는 것이다. 연애하듯 하라고도 했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고객은 결코 멍청하지 않다. 그녀는 당신의 아 내다”라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레젠테이션의 타 깃 오디언스, 즉 청중이 누구인지를 미리 잘 파악해야 한 다.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과연 누가 사는지 알아야 한 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상대 회사의 사장인지, 회장 인지, 임원인지 조사해야 한다. 누가 최종적으로 아이디 어를 채택할 권한이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같은 메시지 라도 그것을 접하는 대상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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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므로 청중의 눈높이를 미리 알아내어 거기에 맞 춰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금연 캠페인도 청중에 따라 접 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금연하자는 메시지는 같다. 하 지만 20대 남녀 흡연자에게 던지는 방법과 중학생 흡연자 에게 던지는 방법은 다르다. 또 목표 대상이 군인 흡연자 라면 접근 방식이 또 달라진다. 임신부 흡연자에게도 다 른 식으로 다가가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내용이 반이라면 그 형식이 나머지 반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지만, 그 것을 잘 파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이디 어가 정말 괜찮았는데 잘 팔지 못해 사장되고 만 아이디어 는 세상에 너무도 많다. 그러므로 세일즈맨십을 배워 몸 에 익혀야 한다. 그 첫 단계가 바로 타깃 오디언스, 청중에 대한 이해다. 청중의 심리를 연구하자.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에 들어오는 청중은 대개 수동적 이다. 여러 가지 업무와 자신의 개인 생활로 너무도 바쁘 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프레젠테이션 청중 의 심리 상태는 대개 적극적이지 않다. 보통의 청중이 당 신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면서 어떤 마음 상태를 갖고 있 을지 그려 보자. ‘나는 아이디어 설명을 듣고 나면 우선 궁금한 내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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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질문을 할 것이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한 동안 가만히 있을 것이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온 당신은 과연 내가 누군지 3분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가? 많이 미안하지만 당신이 설명하려는 아이디어에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프레젠테이션 듣는 일이 오늘 내 가 해야 할 업무 중 하나니까 묵묵히 할 뿐이다. 어떤 때는 듣는 것도 귀찮다. 그 정도 이야기를 하려면 그냥 내가 직 접 하는 게 낫다는 마음도 갖고 있다. 당신이 뭐라고 하든 눈곱만큼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또 나는 웬만한 아 이디어에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들은 내가 이미 다 알고 있거나 본 것들을 갖고 마 치 위대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떠들기 때문이다. 어떤 때 는 내가 공부하라고 미리 준 자료를 다시 갖고 와서 내게 다시 설명한답시고 10분 이상 읊어댈 때도 있다. 프레젠테 이션을 통해 세상을 바꿀 만한 네 아이디어가 듣고 싶지 내 가 이미 아는 걸 재확인하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용건만 간단히 말할 순 없나? 왜 했던 이야기 또 하고, 그 얘길 또 하는가? 난 다음 미팅도 두 개나 더 들어가야 한다. 빨리 요 점만 이야기하라니까. 간단명료하게. 또 항상 ‘그래서 어 쩌라고(So what)?’ 질문에 대답하라. 아이디어를 이야기했 는데,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마음에 별로 와 닿는 게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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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그걸로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너라면 이걸로 우리 사 장님에게 보고할 수 있겠나? 야단이나 맞지 않겠나? 당신 말대로 하면 내 브랜드가 정말 뜨는가? 출시하자마자 재 고가 바로 바닥이 날까? 장담할 수 있나? 미안해. 이거 정 도로는 곤란해. 다음에 다시 한 번 해 봐. 뭐 좀 좋은 거 하 나 없어? “팍” 하고 와 닿는 거 말이야. 꽂히는 거. 빨리 마 무리하고 가. 됐다고. 접으라고. 자, 그럼 다음에….’ 이것이 나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광고주의 일반적인 자세다.

청중의 마음 헤아리기 그럼 어떻게 해야 저 벽창호 같은 청중의 눈과 귀를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키 맨에 집중하라

한 명에게 광고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 다. 방해 요소가 없어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디어 프레젠테이션에는 여러 명 의 청중이 참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의가 필요하다. 열심히 설명을 해도 참석자들은 대개 즉각적인 반응을 보 이지 않는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윗사람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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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을 알 수 없으므로 의견이 있어도 가만히 있거나, 사실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면 어떻게 구체화할지 잘 모르기 때 문에 가만히 있게 되는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 되는 일에 대한 중요한 결정인 만큼 느끼는 대로 그냥 대 답했다가 광고가 실패할 수도 있어 모두 조심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설명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면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어떤 느낌을 받았느냐고 물어본다. 그러 나 그렇게 시작된 프레젠테이션은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무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지 첫 번째 반응을 이끌어 내라. 그 래야 이어진다. 그런 식으로든 대화가 진행되면 의도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하면 위험한 순간도 많이 생긴다. 아이디 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불쑥불쑥 나올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국 결정은 한 사람 이 한다. 건설적인 의견은 모두 수렴하지만, 어떻게 해서 든지 가장 강력한 하나의 아이디어를 골라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나의 아이디어를 살 키 맨에게 집중하라. 광고 아이디어를 팔기 전에 최종 적으로 누가 그것을 살 것인지를 미리 알아 두는 것이 좋 다. 그래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키 맨에 집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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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프레젠테이션 도중 가끔씩 시선 접촉을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참석자들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 다. 그것이 비즈니스다.

청중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하라

프레젠테이션에는 두 회사의 청중이 참석한다. 광고 제작 을 의뢰한 광고주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대행사의 기획, 제작 담당자들이 참석하게 된다. 그런데 프레젠터 에 대한 태도에 따라 청중을 보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우호적인 청중 프레젠터를 이미 잘 알고 있어 그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 해도 존중해 주는 청중이다. 오랫동안 공동 작업을 통해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다. 또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처 음 만났지만, 기본적으로 이해심이 많고 예의가 바른 청중 일 수도 있다. 그러한 청중을 만나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 다.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는 청중은 마지막에 실행 결과 가 어떻게 나올까 항상 불안해한다. 아이디어는 설명을 통해 잘 이해했지만 완성되면 늘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 문이다. 그런데도 발표자의 입장을 이해해 긍정적으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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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성향의 청중을 만 나면 마음속으로 다른 프로젝트보다 훨씬 열심히 하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② 적대적인 청중 기본적으로 실패를 많이 맛본 청중이다. 그래서 매사에 의심이 많고 프레젠터가 설명하는 내용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프레젠터로서는 정말 까다로운 청중이다. 열성적 으로 제안을 해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가만히 있 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받아들인다. 궤도를 벗어난 질문도 자주 한다. 특히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이러한 성향의 청중을 자주 만나게 된다. 제시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최 대한으로 객관적인 자세를 취하려는 입장을 보이다가 도 가 지나치면 이유 없는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불에 불로 맞서면 원하지 않는 사고가 생긴다. 그러므로 그러한 청중에게는 최대한 차분하게 다가가야 한다. 프레 젠터 개인에게 나쁜 감정이나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평상심을 잃지 말고 하나하나씩 설득적인 말투로 설명한 다.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에 미리 그러한 성향의 청중 이 있는지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프레젠터가 당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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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정치적인 청중 설득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상대다. 아이디어를 승인하는 것도 아니고, 거부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아이디어에 대한 설명이 다 끝나도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 는다. 그러다가 어떤 지배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슬그 머니 편승한다. 특히 상사의 의견에 따라가는 경향을 보 인다. 개인적으로는 대세를 따랐으니까 안전하지만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리고 언제 변할지 모른다. 흐름에 민감하기 때문에 입장 을 자주 바꾸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상대하기가 가장 어려운 청중이다. 가끔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 해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을 던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분 위기를 몰아가기도 한다. 아이디어에 대해 공격할 때 예 산 이야기를 해 초점을 흐려 버리기도 한다. 이런 청중이 있는지도 미리 잘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또 청중을 성향에 따라 다섯 가지 스타일로 나눌 수도 있다.

① 직선적인 스타일 보통 의사결정권자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성격이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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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늘 바쁘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론과 핵심 내용에만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우리가 얻는 게 뭡니까?”라는 식 으로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하기 일쑤다. 공격을 슬기롭게 피해야 한다. 사실 위주로 발표하고 간결하게 끝내는 것 이 좋다. 공격적인 질문이 나와도 대답을 길게 하면 당한 다. 단답형으로 재빨리 대답하는 것이 좋다. 그랬다가 추 가로 묻거나 관심을 보이면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이유나 자료를 제시한다.

② 분석적인 스타일 이들은 세부 사항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숙제를 잘해 왔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제안이 사실인지, 근거가 확 실한지 따진다. 재무, 회계, 조사 등 엄밀함이 요구되는 분 야에 많다. “출처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을 좋아한다. 숲에는 관심 없고, 나무 한 그루에 관심을 보인다. 나무에 열린 열매 하나하나에 대해 묻고 따진다. 의사결정권자보 다는 참모일 확률이 높다. 도와주지는 못해도 망치게 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증빙 자료와 차트나 그래프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후 관계를 먼저 잘 설명한 후 본론 으로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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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사회적인 스타일 동료들과 사회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발표 내용에 대해 다른 청중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자신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달라도 좀처럼 말하 지 않는다.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 시하거나 제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④ 내향적인 스타일 프레젠테이션 청중 중에 가장 많다. 소심해서 자신의 의 견을 잘 말하지 않는다. 물어 보아도 반응이 없다. 급한 마 음에 몰아 부치거나 자꾸 물으면 곤란하다. 대답하기 쉬 운 질문으로 서서히 마음을 열어야 한다.

⑤ 이기적인 스타일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려 한다. 제 안 내용에 반대하고, 시비를 걸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과시적인 동시에 비판적이라 조심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통제하며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교통정리가 필요한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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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 분석 체크리스트 프레젠테이션의 청중을 분석하기 위한 몇 가지 체크리스 트를 소개한다.

∙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있는가? ∙ 그들의 의사결정 패턴은 어떤가? ∙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 ∙ 프레젠테이션 주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 어떤 스타일의 프레젠테이션을 기대하고 있는가? ∙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 ∙ 담당업무는 무엇이며, 교육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프레젠테이션 시점에서 특별히 고려할 사항이 있는가? ∙ 언급하면 안 될 주제나 단어가 있는가? ∙ 고려해야 할 정치적 요소가 있는가?

알지 못하는 청중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가 있 다. 그럴 때는 사전에 인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는 검색엔진의 인물정보를 통해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속 회사의 홈페이지 에서 찾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언론사의 인물정보를 찾아 본다. 업계 전문지의 기사나 기고문을 찾는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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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는 3.5명만 건너면 아는 사이라고 한다. 알 만한 사람 을 추적하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경력이나 학력 등 기본 정보 외에도 취미나 성향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런 기 초 정보를 알고 시작하면 프레젠테이션을 순조롭게 진행 할 수 있다. 자신의 배경을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청중 은 눈초리가 다르다.

참고문헌 김경태(2006). 󰡔프레젠테이션 7 step󰡕. 멘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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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프레젠터의 유형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프레젠터도 유형이 다 다르다.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과연 어떤 유형의 프레젠터가 능력 있는 전문가로 평가받을까? 유형을 알아본 후 모자라는 점을 보충해야 한다. 그래야 청중으로부터 질투 섞인 비난을 받지 않는다. 비난은 무시하자. 프레젠테이션을 아무리 잘 마쳐도 비난할 사람은 비난한다. 자신보다 잘할까 봐 비난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청중 앞에 설 수 있도록 계속 연습하자. 정말로 상대를 돕고 싶고, 그러려고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팔 수 있다.


실패하는 프레젠터 프레젠터는 배우다. 그것도 모노 드라마의 배우다. 무대 에서 독백하며 혼자 연기하는 배우다. 무대에 오르는 순 간부터 청중의 심판을 받는다. 그래서 잘하기는 어렵지만 비난받기는 쉽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 리고 말을 잘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듣고만 있는 청중도 프레젠터가 되고 싶어 한다. 또 자신이 하면 프레젠터보 다 더 잘할 것이라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런 질투심 때 문에 정작 무대에 올라간 프레젠터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평가를 한다. 대개 칭찬보다 지적이 더 많다. 잡코리아 (www.jobkorea.co.kr)와 인사인트앤뷰 출판사가 직장인 154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꼴불견 유형 의 프레젠터는 ‘외국인형’이었다. 외래어를 남용해 발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유형이다. 실패하는 프레젠터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 고무줄형: “마지막으로”란 말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늘리는 유형이다. ∙ 철학자형: 시종일관 유머 감각이 전혀 없이 심각하게 진행하는 유형이다. ∙ 뉘신지형: 차트를 너무 많이 사용하며 발표해 강사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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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 기억나지 않는 유형이다. ∙ 대충형: 겁에 질린 프레젠터가 남은 분량을 대충 해치 우는 유형이다. 청중의 주의를 끝까지 집중시킬 수 없 어 실패한다. ∙ 얼렁뚱땅형: 프레젠테이션을 장난처럼 생각해 청중 의 반응을 무시하는 유형이다. 프레젠테이션에 믿음 이 가지 않는다. ∙ 사시나무형: 너무도 긴장해서 할 말을 잊어버릴까 봐 떠는 유형이다. 해야 할 말을 꺼내지 못해 준비해 온 자료만 더듬더듬 읽는다. 귀담아들어 줄 청중은 없다. ∙ 노점상형: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청산유수처럼 말 하는 유형이다. 청중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 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 무색무취형: 일반적인 실패 유형이다. 청중과는 상관 없이 본인의 이야기만 일관된 목소리 톤으로 끝까지 진행한다. ∙ 중구난방형: 뷔페처럼 프레젠테이션의 핵심과 우선 순위 없이 수많은 자료만 펼친다. ∙ 수치 남발형: 다양한 그래프와 수치 위주로 진행한다. 청중도 본인만큼 그래프와 수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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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 빈 강정형: 끝나도 남는 것이 하나 없다. 다양한 화 면 효과, 말솜씨로 청중을 압도하지만 핵심이 빠져 있다. ∙ 자기 잘난형: 거부감을 주는 유형이다. 최상급 형용사 를 남발하며 자랑만 늘어놓지만, 명확한 자료와 근거 가 부족하다. 청중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달변형’이 있고 ‘눌변형’이 있다. ‘논리적’인 유형이 있고 ‘감성적’인 유형도 있다. ‘역동적’인 유형과 ‘정적’인 유형도 있다. 얼굴이 서로 다르게 생긴 것처럼 프 레젠터의 유형도 이처럼 다양하다.

색이 다른 프레젠터 프레젠터의 다양한 유형을 색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길 비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론 호프(Ron Hoff)는 󰡔당신 벗은 거 보여(I Can See You Naked)󰡕에서 프레젠터의 색 상 분류표(Presenter’s Color Scale)를 소개했다. 모든 프 레젠터는 성향과 능력에 따라 빨간색, 파란색, 회색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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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프레젠터는 열정적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아드레날 린 분비가 왕성해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편이다. 창조적이 고, 즉흥적이며, 대담해 놀라움을 준다. 카리스마가 있어 청중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이끌어 낸다. 다만 체계적이지 는 못하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끝나면 청중이 들은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파란색 프레젠터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생각이 합리적이며 조직적이다. 자질 배양이 잘되어 있 다. 지성적이고, 실용주의적이면서 절제할 줄 알고 배려 할 줄 안다. 사고와 표현에 주관이 있다. 통찰력이 있고, 분석적이며 분명하다. 명석한 두뇌로 단숨에 청중을 매료 할 줄 안다. 매우 합리적이어서 청중이 반론을 제기할 여 유를 주지 않는다.

회색 프레젠터는 미온적이다

중용의 입장을 취한다. 보수적이며 조심스러워서 헌신적 이지 않다. 융통성이 있고, 자주 모호한 입장을 보인다. 예 측 가능해 지루하다. 전통을 중시하고 타협을 잘하며 중 립적인 반면, 모험을 싫어한다. 대부분의 프레젠터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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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속한다. 사회생활에서 오래 살아남는 유형이다. 또 청중보다 자기 위주로 사고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스 타일이다.

보라색 프레젠터는 창의적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중간으로 논리적인 면과 열정적인 면 을 겸비한 유형이다. 탁월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청중과 주 제에 따라 태도와 언어를 변화시킨다. 매우 치밀하다. 청 중의 지적, 정서적 수준에 손쉽게 맞추어 행동할 수 있다. 말과 시각 자료 선택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힘 안들이고도 능숙하다는 인상을 보여 주려고 애쓴다. 거의 절대적인 설 득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말은 흡착력이 있으며 이들의 아 이디어 판매는 반드시 성공한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 조지 패튼(George S. Patton) 장군, 데이비드 오길비 등이 이 유 형에 속한다.

모든 프레젠터 중 빨간색이 15퍼센트, 보라색이 5퍼센 트, 파란색이 20퍼센트, 회색이 6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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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팔아야 프레젠터 프레젠터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우선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 이라서 마지못해 참가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문제 해결을 진심으 로 돕고 싶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공익을 위한 것이든, 상 업적 목적을 위한 것이든 내 일처럼 생각하고 덤벼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에도 자주 상대 방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란 말보다 ‘당신’ 이란 말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감수성 도 잘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또 청중의 수준에 맞추어 언 어를 구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할 때는 물론 경청할 때도 상대를 직시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핵심을 곧장 파 고들면서도 상대가 공감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 다. 이해가 어려운 문제는 머릿속에 시각화를 해서 쉽게 표현해 주는 것이 좋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노력하면 도달이 가능하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 중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러야 인정받는다.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아 어려워진 상황을 슬기롭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경지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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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청중의 압력도 능숙하게 처리해 상대가 적대감을 가졌어도 감정을 폭발하지 않아야 한다. 심각한 상황에 희생되지 않는 낙천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능력 있는 프레젠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프레젠테이션의 몇 가지 기 교를 익힌다고 해서 능력 있는 프레젠터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세일즈의 대가 지그 지글러(Zig Zigler)는 성공적인 세일즈 대가들이 꼭 배워야 할 것으로 ‘솔직함’, ‘신뢰’, ‘경청’을 들었다. 비록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지만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솔직하게 임해야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다. 세일즈의 거장 린다 챈들러(Linda Chandler)도 성공한 세일즈 대가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선 꼭 팔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신념을 갖고 프레젠테이 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용기를 보여 줘야 청중 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인 고객을 사랑하 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팔겠다는 목적에 사로잡혀서 은근히 상대를 무시하며 혼자 달려서는 성공 할 확률이 낮다. 또 한 번으로 마음을 접지 말고 지속적으 로 학습할 것을 권한다. 실패했다고 지워 버리지 말고 거 기서 배우라는 것이다. 아니면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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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하게 된다. 그리고 연습을 거듭할 것을 주문한다. 아무 리 완벽하게 준비했어도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연습만이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독특한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케팅의 기본이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 중에 내 생각이 채택되게 하려 면 어떤 식으로든 독특해야 한다. 󰡔포지셔닝(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의 저자 잭 트라우트(Jack Trout)는 󰡔차별화하라, 아니면 죽어라(Differentiate or die)󰡕 라는 책을 써서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과연 어떤 유형의 프레 젠터가 능력 있는 전문가로 평가받는가? 사실 어느 유형 에 속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와 다른 유형 안에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좋은 성향이 있다면 배우면 된다. 유 형을 알아본 후에는 능력 있는 프레젠터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사시나무형’이라든지 ‘속 빈 강정형’이라는 질투 섞인 비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비난은 무시하는 것이 좋다. 프레젠테이션을 아무리 잘 마쳐도 비난할 사람은 비난한다. 자신보다 잘할까 봐 비 난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청중 앞에 설 수 있도록 계 속 연습하자. 정말로 상대를 돕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준 비한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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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용갑(2008). 󰡔프레젠테이션 1막5장󰡕. 프롬북스. Ivan R. Misner & Don Morgan(2007). Masters of sales. New York: Entrepreneur Press. Jack Trout(2001). Differentiate or Die: Survival in Our Era of

Killer Competition. New York: Wiley. Ron Hoff(1992). I Can See You Naked. New York: Andrews McMeel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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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비주얼의 단순화

시각화는 설득에 유리하다. 메시지를 문자와 말만으로 표현하면 지루하다. 청중이 몰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거듭해서 설명하면 더욱 어려워진다. 그럴 때 그림이 큰 도움이 된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그림 한 장으로 바꾸어 보자. 프레젠테이션에서 비주얼을 선택하는 일은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요즘 사람들은 글보다 이미지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내용일수록 시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문자만 가득 찬 슬라이드는 보는 이의 관심받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글보다 그림을 좋아해 “그림 한 장에 천 마디 말을 담을 수 있다는데, 왜 나는 당 신을 못 그릴까요(If a picture paints a thousand words, then why can‘t I paint you)?” 브레드(Bread)가 부른 노래 ‘이프(If)’의 첫 소절이다. 그림 한 장이면 천 마디 말이 아 니라 그 이상도 표현할 수 있다. 그림을 볼 때는 논리적인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프레젠테이 션에서는 더 그렇다. 지루한 말과 글의 잔치 중에 떠오른 비주얼은 청중의 기분을 부드럽게 한다. 그래서 보는 순 간 바로 받아들인다. 극도로 난해한 내용이 아니라면 아 무래도 이미지를 글보다 부드럽게 소화할 수 있다. 또 주 어진 이미지를 보며 상상력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어 좋 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청중이 비주얼을 너 무 자유롭게 해석해 작가의 의도대로 좇아오지 않는 경우 가 종종 생기는 까닭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비주얼을 선택하는 일이 전체 과정 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요즘 사람들은 글보다 이미 지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광고를 볼 때도 좀처럼 활자 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국제적으로 상을 많이 받은 광고들을 보면 문자로 된 카피를 도무지 찾아보기 어 렵다. 국제 광고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이미지 하나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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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슬쩍 넣은 광고에 대상을 주곤 한다. 그래서 각국 광고 제작자들도 이미지 위주의 광고를 대량생산해 내고 있다. 자기 나라 언어로 카피를 붙여 봤자 알아듣지 못하고, 상 을 탈 승산도 없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사상이 나 사고를 비주얼 한 장만으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다. 오길비앤매더의 월드와이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탐 카이 멩(Tham Kai Meng)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십중팔구 사람들의 눈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바로 이미지 다. 그러니 신문에서 잘라 낸 이미지와 도표와 차트, 제품 평가 이미지처럼 지루한 이미지는 피하라. 또한 ‘너무 평범 하다’고 느껴지는 이미지도 피하라. 비주얼 속에는 뭔가 이 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독자들이 놀랄 만한 어떤 신호 가 들어 있어야 한다. 눈길을 멈추고 볼 가치가 있는 것이어 야 한다. 멋진 풍경 속에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는 것만으로 는 부족하다. 혹시 허수아비들이 가득 차 있는 풍경 속에 차 가 있다면 시선을 멈출 수도 있겠다. 위대한 비주얼은 다른 어떤 도움도 필요 없이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치 상형문자처럼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말을 건넨다.”

복잡한 내용일수록 시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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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만 가득 찬 슬라이드는 보는 이의 관심 받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어려운 메시지를 극도로 단순화한 비주 얼로 압축해 표현해야 능력 있는 프레젠터다. 그런 면에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압축의 고수다. 그의 슬라이드 에는 알기 쉬운 이미지만 들어 있다. 메시지를 짧은 동영 상, 사진, 차트, 도형 등으로 바꾸어 누구나 빠르고 정확하 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신제품이라 자랑할 내용이 넘쳤을 텐데 복잡하고 긴 문장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가급적 시각 화한 메시지로 바꾼다. 그래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봐 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 같은 자료 도 간단한 그래프로 그린다. “제품이 출시된 지 17일 만에 100만 개 팔렸다”는 메시지를 설명할 때도 슬라이드 한복 판에 ‘100만 개’라는 단어만 크게 보이도록 디자인한다. 중 요한 단어를 시각화해 한눈에 쏙 들어오게 구성하는 것이 다. 색깔도 적게 사용해 단순함을 잃지 않는다. 가토 마사하루(加藤昌治)는 󰡔생각의 도구(考具: 考え るための道具, 持っていますか)󰡕에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아이디어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종이를 뛰 어넘어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곧 입체적인 것이 좋 은 아이디어다. 비주얼이 가진 정보의 양은 상상의 영역 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실로 방대하다. 아이디어를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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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면 어떤 질문이 쏟아져도 대답할 수 있다. 시각화는 설득에 유리하다. 메시지를 문자와 말만으로 표현하면 지루하다. 청중이 몰입하지 않아 설명하기도 어 렵다. 그래서 거듭해서 설명하다 보면 더욱 어려워진다. 그럴 때 그림이 큰 도움이 된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그림 한 장으로 바꾸어 보자. 내용을 의외로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빅데이터가 우리를 짓누르는 시대에 깔끔하게 정리한 인포그래픽(infographic) 한 장이 청중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물론 문자 정보를 단순히 시각 정보로 바 꾸는 일이 시각화가 아니다. 시각화란 관점의 전환이다. 비유나 상징을 담은 그림 하나로 어렵게만 여겼던 내용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능력이다. 시각화란 복잡함을 단순화 하는 기술이다. 여러 가지 감각 중에서 시각적 자극이 단 연 빠르다. 그러므로 시각화를 잘하면 청중의 감성을 자 극해 얼어붙은 마음을 쉽게 녹일 수도 있다.

비주얼은 교통 표지판처럼 프레젠터가 시각화의 도움을 제대로 받으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청중의 기대 수준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십 중팔구 지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을 청중의 마음은 늘 바쁘다. 내용이 복잡할수록 마음이 멀리 떠난다.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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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하겠다고 애써 삽입한 다양한 차트와 그래프가 오히려 역효과를 만들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교통 표지판 처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통 표지판의 그림은 매우 단순하다. 우리의 목숨에 관련된 정보를 압축해서 담았기 때문이다.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거리를 점령한 가게의 간 판들과는 다르다. 너무 압축해서 청중이 오해할 여지가 있 다면 한두 단어의 문자 정보도 곁들인다. 프레젠테이션의 모든 슬라이드를 교통 표지판처럼 단순하게 만들자. 그래 야 청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비주얼로 메시지를 표현할 때 유의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비주얼로 표현해 놓고 같은 내용의 문자 정보를 덧 붙이는 일이다. 혹시 청중이 이해하지 못할까 봐 설명을 붙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자로 충분히 설명 해놓고 무언가 심심해 보여 꼭 필요하지 않은 비주얼을 덧 붙이는 시도도 필요 없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친 절해서 좋지만, 청중의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처음 부터 빈 슬라이드에 뭔가 채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리 는 것이 좋다. 그림과 글을 슬라이드에 가득 채우려는 유 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림을 너무 많이 넣어 복잡하게 만들거나 폰트를 여러 가지 섞고, 레이아웃에 지나치게 공 을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내 실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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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쇄 광고에는 전통적으로 ‘최소한 다섯 가지 요소’가 들어간다. 헤드라인, 비주얼, 보디카피, 로고, 태그 라인이 다. 그런데 레이아웃을 아무리 잘해도 한 화면에 그것들 을 다 넣으면 복잡해진다. 그중 하나만 빼도 좀 단순해진 다. 3개로 만들면 훨씬 좋아진다. 2개라면 더욱 좋다. 만 일 모든 요소를 다 버리고 1개로 만들 수 있다면 국제 광고 제 수상감이다. 광고 고수들의 조언이다. 당장이라도 수 상작품 모음집을 뒤져 보면 알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 아마노 노부코(天野暢子)는 󰡔유 혹하는 프레젠테이션(図解 話さず決める!プレゼン 15秒 で納得させる“通る資料”のつくり方)󰡕에서 비주얼을 활

용한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조언한다. 우선 프레젠테이션 제목을 잘 뽑아내라고 한다. ‘초두 효과(primary effect)’를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첫인 상이 가장 중요하다. 게다가 그 인상은 생각보다 오래간 다. 그러므로 슬라이드를 띄우는 순간부터 청중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제목은 내용을 잘 함축해야 한다. 영화로 말하면 예고편이다. 예고편만 봐도 우리는 본 영화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본문 내용을 단순하 게 만들수록 호응도가 높다. 그는 특히 프레젠테이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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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기획의도, 기획내용 같은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 히 삭제하라고 말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다 보면 정 말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프레젠터나 청중 모두 논 리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논문처럼 서론, 본론, 결론의 삼단 구성을 적용해야 안심한다. 그래서 지 루하고 재미없어진다. 엄밀함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핵심 아이디어를 짓누르면 주객전도가 된다. 프레젠테이션이 핑계의 무덤이 되고 만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로켓을 달나라에 보내는 내용이 아니라면 굳이 복잡하게 구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할 내용을 프 레젠터나 청중이 서로 알고 있지 않은가? 주장을 뒷받침 할 근거나 기타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책자나 DVD에 담 아 나중에 배부하면 된다. 좀 더 용기 있게 하려면 본론으 로 바로 나가는 것도 좋다. 서론 부분을 최대한 압축하면 된다. 과감하게 순서를 바꾸어도 좋다. 아이디어의 핵심 인 본론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광고 프레젠테이션이라 면 다짜고짜 광고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그 러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왜 그런 아이 디어를 냈는지, 근거가 있는지 등을 물으면 그때 대답하면 된다. 또 슬라이드에도 짧고 간결한 문장을 쓰라고 한다. 보고서 쓰듯이 장점만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청중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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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집중시킬 수 없다. 장점을 말하고 싶다면 단점도 말하 고, 경쟁 상대와 비교 분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 슬 라이드에 가끔씩 숫자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숫자를 제 시하면 누구나 긴장하게 되므로 호소력을 높일 수 있다. 차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글꼴을 통일하는 것도 효과 적이다. 시종일관 한 가지 글꼴을 사용해야 시각적 통일 감을 준다.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색도 너무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산만한 느낌을 주므 로 색은 세 가지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슬라이드 한 장을 예술 포스터처럼 그렇다면 비주얼을 단순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령은 무 엇일까? 우선 슬라이드 표지부터 신경 써서 디자인해야 한다. 영화관에서 객석의 불이 서서히 꺼지는 순간을 상상해 보 라. 곧 만나게 될 영화에 대한 청중의 기대감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처음으로 청중의 눈에 보이는 장면은 무엇인지, 처음으로 귀에 들리는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무엇일지 결정하자. 표지가 첫인상을 좌우한다. 특히 표지에 적힌 오늘의 제목이 중요하다. 앞으로 다룰 내용을 담되 시의 제목이라고 생각하고 뽑아내자. 유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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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제목이라고 생각해 보자. 제목부터 지나치게 딱딱하면 처음부터 청중의 숨을 막히게 한다.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암시적인 제목을 구상하자. 짧게 표현하면서도 청중에게 이익이 될 내용을 담으면 유리하다. 마치 광고의 헤드라 인에 소비자 혜택(consumer benefit)을 담아야 효과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대영도서관 온라인 이용 시 스템 구축”보다는 “대영도서관이 내 손가락 끝에”가 낫다.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손가락 도서관”이라 할 수도 있겠 다. ‘뭐야, 이건?’이라고 생각하는 청중도 있겠지만, 그 정 도면 반응을 이끌어 낸 셈이다. 다음으로는 목차를 단순하게 구성하는 일이다. 단순한 목차는 프레젠터의 생각을 정리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청중을 안도하게 해준다. 슬라이드에 10줄의 항목이 나타 난다고 생각해 보자. 시작도 하기 전에 청중의 마음은 도 망간다. 목차에는 큰 헤드라인만 표시하자. 또 글꼴은 무조건 굵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청중 에게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은 수동적인 형식이다. 적극 적으로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청중의 주의를 끌 려면 프레젠터의 목소리만큼이나 글꼴도 커야 한다. 좋아 하는 글꼴이 다 다르므로 좋아하는 것을 골라 쓰면 된다. 그러나 슬라이드에는 글꼴에 꼬리가 없는 고딕 종류가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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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견고딕’이 무난하다. 그러나 ‘맑은고딕’이 더욱 세련되 어 보인다. ‘명조’는 너무 가늘게 생겨 가독성을 해치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영문 글꼴의 경우는 역시 꼬리가 없 는 ‘에어리얼(Arial)’이나 ‘버다나(Verdana)’ 종류가 슬라 이드에서 잘 보인다. 창의적으로 표현한다고 코믹 상 (comic san) 같은 글꼴을 쓰면 잠깐은 눈에 띄지만 유치해 보일 수 있다. 최근에는 손 글씨가 일대 유행이다. 제목이 나 중간 제목에 자유로운 느낌의 손 글씨를 적절히 쓰면 느낌이 좋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글꼴을 한 가지로 통일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그래야 세련되어 보인다. 세계 적인 명품일수록 장식이 적다.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마치 예술 포스터처럼 디자인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비용이 들더 라도 인쇄 광고 레이아웃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 다. 실제 현장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의 내용을 정리하느라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일이 많다. 그러다가 발표 전날에 슬라이드를 디자인하기 시작하기가 일쑤다. 그러나 청중 은 그런 작업 과정이나 비용은 알 바 없다. 이왕이면 단순 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옷을 입은 슬라이드에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아이디어는 시원치 않은데 분장만 화려하게 한 프레젠테이션은 실패한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좋은데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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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프레젠테이션이 받아들여지 지 않는 일도 많다. 슬라이드의

배경도

단순하게

정리하자.

전경

(foreground)과 배경(background)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꼭 여러 가지 색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면 단색으 로 만드는 것이 좋다.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배경도 눈에 거슬린다. 없애자. 그라데이션(gradation)도 없애라. 멋 있어 보이지만 글꼴이나 비주얼과 붙어서 번져 보일 수 있 다.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검은 셔츠와 청바지 를 즐겨 입은 이유를 생각해 보자. 옷이 없어서 그랬을리 가 없다. 단순한 터틀넥 스웨터도 알고 보면 명품 브랜드 다. 그가 주인공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의도다. 소개하는 신제품과 발표용 슬라이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자기 는 숨는 전략이다. 황금색이나 무지개 색 옷을 입지 않아 도 어차피 돋보이니까. 연극 무대를 전환할 때 무대 스태 프들이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주인 공은 하나다. 혹시 동영상이나 플래시로 만든 멀티미디어를 삽입하 고 싶다면 길이에 주의하자. 정말 재미있지 않은 동영상 이라면 아예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보여 주더라도 되 도록 짧게 편집하는 것이 좋다. 재미없는데 길면 프레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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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션의 흐름만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현장에서 자주 벌어진다. 또 동영상 파일의 용량이 지나치게 크면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재생에 문제가 생 기기도 한다. 그리고 코덱이 깔려 있지 않아 재생이 되지 않거나 재생이 가능한 플레이어가 깔려 있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일도 많다. 동일 폴더에 파워포인트 파일과 동영 상을 함께 넣지 않아 연동이 되지 않는 실수도 잦다.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맡길 수 없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 자. 되도록 슬라이드를 비우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슬 라이드 한 장에 단어 하나만 들어가면 불안한가? 비주얼 을 하나만 넣고 나니 왠지 작은 비주얼이 하나 더 들어가 야 설명이 될 것 같은가? 괜찮다. 청중은 그것도 보지 않는 다. 무슨 그림을 넣은들 뭐 그리 재미있어 하겠는가? 청중 은 무심하다. 청중은 수동적이다.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어차피 슬라이드 세부 내용에 별 로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좀 과감해 진다. 한 번 생각해서 결정하기 어려운 건 버려라. 대세에 지장이 없다. 자동차를 사려는 고객이 앞유리 구석에 붙 은 스티커 한 장까지 보지 않는다. 그 스티커는 왜 붙어 있 느냐고 물으면 그때 대답해도 늦지 않다. 한마디로 고객 에게는 돈 내면 돌아올 가치(value for money)가 중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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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에게 얼마나 좋은 차인지만 중요하다.

참고문헌 가토 마사하루 저, 박세훈 역(2004). 󰡔생각의 도구󰡕. 에이지21. 아마노 노부코 저, 정은지 역(2009). 󰡔유혹하는 프레젠테이션: 15초 안에 비주얼로 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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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스토리보드 원고 작성

프레젠테이션은 스토리텔링이다. 그러므로 우선 스토리의 구조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욱 실감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조는 ‘?’ → ‘!’ → ‘.’로 이어진다. 감상자는 처음에 ‘뭐지?’ 하며 궁금해하다가 답을 알고 나서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조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청중에게 잊지 못할 ‘한 단어’를 남겨야 한다. 훌륭한 스토리텔러는 딱딱한 모든 이야기를 압축해 딱 한 가지만 남긴다.


프레젠테이션은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은 스토리텔링이다. 그러므로 우선 스토리 의 구조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욱 실감나는 스 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story)는 사건 의 시간적 기록이다. 실에 꿰어 놓은 염주처럼 사건을 연 속적으로 이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줄거리를 듣는 사람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효 과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조는 ‘?’ → ‘!’ → ‘.’로 이어진다. 감상자는 처음에 ‘뭐지?’ 하며 궁금해하다가 답을 알고 나 서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조다. 이는 그리스 의 고전 작품에서 시작했다. 물론 오늘날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등 재미있는 스토리의 구조는 역시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먼저 왜 이런 스토리가 시작됐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다음에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 나온다. 그 부분이 클라이맥 스다. 그리고 대답 부분이 스토리의 결말이다. 이것이 스 토리텔링의 기본 구조다. 이를 머릿속에 담고 구상하면 프레젠테이션에서 전할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물론 기본 구조는 어디까지나 기본이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조언처럼 “스 토리는 시작, 중간, 끝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꼭 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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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를 지킬 이유는 없다.”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로 시작 해도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쥐만 잘 잡는다면 고양이 색깔 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프레젠테이션의 목적은 설득이다.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아네트 시몬스 (Annette Simmons)는 󰡔대화와 협상의 마이더스−스토리 텔링(The Story Factor)󰡕에서 “이제 일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던 시대는 지났으므로, 설득하려 들지 말고 스토리로 우회하라”고 조언한다. 강요하지 말고, 상 대가 스스로 가슴을 열고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스토리 는 듣는 이 스스로가 느낌과 의사를 결정하도록 결정권을 부여해 준다. 그러므로 발표자는 너무 앞서 가거나 초조 해하지 말아야 한다. 스토리를 통해 절대로 상대방을 변 화시키려 하지 말고, 상대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심어 주 겠다는 의도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내가 옳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확신시키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내면에 잠 들어 있는 지혜를 흔들어 깨워 주면 된다고 말한다. 또 항 상 요점만을 말하는 것은 피하라고 한다. 요점에 색깔을 입히고, 스토리에 이미지와 냄새와 소리를 덧붙이면 사람 들을 논점으로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토리텔링 전문가 스티븐 데닝(Stephen De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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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라(The Leader’s Guide to Storytelling)󰡕에서 스토리텔링이 각광받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스토리는 빠르고 강력하다. 스토리 는 강한 흡인력을 가진다. 스토리의 재미와 감동은 호소 력이 강해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들며, 아무리 복잡한 아이 디어도 스토리를 통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스토 리는 공짜다. 스토리는 설비나 시스템에 대한 값비싼 투 자나 고액 연봉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능통할 수 있다. 스 토리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능력이다. 셋 째, 스토리는 재미있다. 개념 설명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대중은 살아 있는 이야기에 끌리며, 동시에 활기 없는 것 들은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스토리는 늘 우리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낸다. 넷째, 스토리는 늘 감성에 호소한다. 감 성은 이성보다 강력하게 참여를 유도하고 행동을 촉진한 다. 감정의 존재인 인간에게 스토리는 가장 적합한 형식 이다. 다섯째, 스토리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추상적 개념 이 쉽게 잊히는 이유는 그것이 아무런 감동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감정에 맞닿아 개인적으로 그 내용을 받아들이게 만들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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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작할까 “데이터에 의존하는 사회는 막을 내리고 있다. 정보와 지식 이 컴퓨터의 몫이 되면서 인간의 능력 중에서 자동화할 수 없는 측면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감성과 상상 력, 이야기, 예의, 감성적인 언어가 구매 결정부터 협력까지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이야기에 뛰어난 기업이 번영할 것이다. 이야기가 상품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톰 피터스(Tom Peters)의 조언이다. 따라서 프레젠테 이션의 스토리보드 구성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청중 의 입장을 헤아리는 일이다. 발표의 목적을 청중에게 맞 추는 것이 좋다.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때로 다급하고, 때로 부정적인 청중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 수 있다. 잘 설계한 스토리로 그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건드려서 설득 해야 한다. 우선 도입부를 어떻게 열지 생각한다. ‘와우!’ 하는 소리 가 저절로 나올 만한 도입부를 준비해야 한다. 시작이 반 이라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한다. 시작하는 순간 청중이 주목해 준다면 성공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용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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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시작하는 것이다. 발표할 주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명사들의 인용문을 찾아 보자. 지나치게 관념적인 위인들 의 말보다는 쉬우면서도 공감 가는 인용문을 찾는 것이 중 요하다. 청중이 재미있어 할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 다. 단, 머리를 써야 풀 수 있을 골치 아픈 문제는 피하자. 퀴즈가 지나치게 어려우면 상대방은 도망가기 때문이다. 풀기 어려울 것 같으면 바로 마음을 닫고 아예 풀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반대로 유치하거나 어리석 은 질문을 던지면 첫인상을 망친다. 그러면 끝까지 회복 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발표 주제에 대한 힌트를 담되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을 준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 지 점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해주면 금상첨화다. 농 담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내게는 포 복절도할 이야기가 청중에게는 짜증을 유발하는 이야기 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동영상을 준비했다가 발표장의 불이 꺼지면 보여 주면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음악과 영상 의 힘으로 초반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또 프 레젠테이션의 결론을 맨 처음에 제시해 효과를 볼 수도 있 다.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고 아이디어만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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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하는 방법이다. 답을 알게 된 청중은 곧 다양한 각도 에서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이 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 지만, 어떤 방법으로 시작하든지 간에 처음부터 청중을 놀 라게 하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프레젠테이션의 도입부 에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면 만사형통이다.

어떻게 풀어갈까 본론으로 들어가면 준비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며 진행 한다. 모든 주장은 논리에 맞아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주 장을 했다면 근거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주 장을 들은 청중은 마음속으로 ‘응? 왜 그렇지?’라는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그 순간 질문을 하는 청중도 있지만 대개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고 의심을 품는 일이 많다. 객관적 인 사실과 데이터, 사례 등을 제시해 이해시킨다. 단, 대답 하기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이 좋다. 빠른 시간 내에 조사하겠다고 하고 발표를 계속 이어간다. 발표를 듣는 청중은 아무래도 이것저것 따지거 나 묻는 일이 많으므로 발표 중에 항상 대답할 준비를 하 고 있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의 논리를 풀어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방법은 연역법과 귀납법이다. 연역법은 이미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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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된 명제를 전제로 새로운 명제를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대전제 → 소전제 → 결론’ 형식의 삼단논법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가 대전제라면,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는 소전제다. 그러므로 ‘소크라테 스는 죽는다’라는 결론이 되는 것이다. 귀납법은 개별적인 사실이나 원리로부터 일반적 명제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 다.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거기서 답을 얻어내는 것이 다. 또 에스컬레이션(escalation) 방법도 있다. 작은 부분 에서 점차 큰 부분으로 확대하며 설명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전문가 하영목은 󰡔프레젠테이션의 정 석󰡕에서 POSST 방법을 권장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 할 때는 반드시 인상적인 펀치 라인(Punch line)을 준비해 서 던진다. 다음으로는 발표할 대략적인 내용(Overview) 을 예고한다. 발표할 내용을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링 (Storytelling) 한다. 발표를 마친 후에는 내용을 다시 요약 (Summary)한다. 마지막으로 감동적인 말(Touch line)로 마무리한다. 그 밖에도 프레젠테이션에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 개하기 위한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문제−해결’ 방식이다. 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생각한 후 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상황 분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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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방식도 있다. 제시한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중요도 순’ 방식도 있다. 가장 중요 한 것부터 다루고 점차 덜 중요한 것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다. ‘시간 순’ 방식도 있다. 과거에서 시작해서 현재 이야 기를 하고 마지막으로 미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프로 젝트의 성격에 맞추어 프레젠터가 선호하는 방식을 선택 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방식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단 순한 방식이다. 배경 지식이 없는 이가 들어도 쉽게 윤곽 을 잡을 수 있도록 명쾌한 방식이 좋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TBWA를 대표하는 단어는 ‘단절 (disruption)’이다. 그래서 그 회사에서는 새로운 생각을 찾기 위해 가장 단순한 틀을 고안해 냈다. 전략 기획서에 시장 상황이나 경쟁 상황 등 복잡한 내용부터 적지 않는 다. ‘기존 관념(convention)’−‘단절(disruption)’−‘미래 상(vision)’만 적는다. 기존상황을 뒤집으면 되니 쉽다. 일 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 일에 대한 ‘기존 관념’이 무엇 인지 생각한다. 그런 다음에 그것과 단절하는 것이다. 기 존 관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다음에 어떻게 되고 싶은지 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다. 이보다 단순할 수는 없다. 물론 제안을 듣는 청중의 기대 수준을 너무 벗어나면 실패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청중의 눈치만 보다가 적정 수준에서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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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하면 아이디어의 수준이 현격히 낮아진다. 실제로는 꼭 주장하고 싶었지만 정치적인 관계 등을 이유로 절충안을 제시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확신이 가는 아이디 어라면 자신 있게 주장해야 한다. 문서만으로는 설득하기 어렵다. 프레젠터는 청중에게 그 아이디어를 팔아야 한 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다. 또 어려운 프로 젝트일수록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생각을 지나치 게 많이 하면 명쾌한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그만큼 걱정도 많다. 실패할 때를 대비하는 것 은 좋다. 하지만 그때를 예상해서 지나치게 걱정만 하면 단순 명쾌한 아이디어를 얻지 못한다.

어떻게 마무리할까 결론 부분에 가서는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이야기를 정리 한다. 반복이 중요하다. 아까 이야기했으므로 지금 기억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요한 부 분과 핵심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마지막에도 기억 에 남을 인용문을 하나 준비해 두면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이 책의 제목은 󰡔한 단어 프레젠 테이션󰡕이다. 제목처럼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청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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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한 단어’를 남겨야 한다. 훌륭한 스토리텔러는 딱딱한 모든 이야기를 압축해 딱 한 가지만 남긴다. 스토리텔러는 21세기에 가장 가치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광고인, 교사, 기업가, 정치가, 체육인, 종교지 도자 같은 직업들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그들 의 청중을 사로잡을 것이다. 미래학자 롤프 얀센(Rolf Jensen)의 말이다.

참고문헌 스티브 데닝 저, 안진환 역(2006).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라󰡕. 을유문화사. 아네트 시몬스 저, 김수현 역(2013). 󰡔대화와 협상의 마이더스−스토리텔링󰡕. 한언출판사. 하영목(2007). 󰡔프레젠테이션의 정석󰡕. 팜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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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스피치 연습

프레젠터는 연극배우다. 그것도 텅 빈 무대에서 홀로 연기하는 모노드라마 배우다. 대단한 무대장치나 특수효과도 없으므로 혼자 모든 것을 표현한다. 표현 도구는 목소리와 동작뿐이 다. 관객도 그 배우 외에는 볼 것이 없다. 관객이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모노드라마 배우는 어렵다. 그래서 프레젠터는 연극배우처럼 부단히 연습을 해야 한다. 혹시 내 이야기가 지루하지는 않은가? 어떤 이유로든 청중을 졸게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했다. 지루하지 않게 말하는 연습을 하자.


프레젠터는 모노드라마 배우 프레젠터는 연극배우다. 그것도 텅 빈 무대에서 홀로 연 기하는 모노드라마 배우다. 대단한 무대장치나 특수효과 도 없으므로 혼자 모든 것을 표현한다. 표현 도구는 목소 리와 동작뿐이다. 관객도 그 배우 외에는 볼 것이 없다. 관 객이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모노드 라마 배우는 어렵다. 그래서 끊임없이 연습한다. TV드라 마와 영화배우보다 무대에 서는 모노드라마 배우는 훨씬 오래 연습한다. 몇 달씩 한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 기 때문이다. TV나 영화배우는 카메라로 촬영하기 때문 에 실수를 해도 연기를 다시 할 수 있다. 무대 위의 배우에 게는 실수가 그냥 실수다. 한창 몰입해 연기하다가 틀렸 다고 관객을 쳐다보며 다시 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프레젠터는 연극배우처럼 부단히 연습을 해야 한 다. 공연 현장에서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발표 현장 에는 밀려오는 적막감과 청중의 무서운 눈초리와 굳세게 다문 입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것은 없다. 어차피 인생은 셀프다. 누 가 도와주지 않는다. 발표를 맡은 프레젠터는 자신감을 가지고 평소보다 더욱더 당당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설득할 수 있다. 설득까지는 못해도 청중이 발표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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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확실히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 레젠터가 배우처럼 상황에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 청중도 관심을 갖고 게임에 들어온다. 발표에서 우선 주의할 점은 낭독조가 아니라 자신의 말 투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슬라이드에 적힌 글을 책 읽듯 줄줄 읽는 식이면 곤란하다. 청중이 감정이입이 되 지 않고, 내용에 몰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준비한 내용에 대해 되도록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발표하는 일은 중 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열심히 발표하다가 자기도 모르 게 자기 아이디어에 빠져 들어가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 다. 반대로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서도 곤란하다.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보이려 는 의도로 그런 식으로 발표하다가 원하지 않은 부정적 반 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까닭이다. 아무리 심각한 사안을 다루더라도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레젠터의 절실한 감정이 청중 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비평이나 비난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어떤 아이디어를 보고 그 반대로만 이야기 하면 되니까. 하지만 분석적인 능력을 보여 주려다가 원 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 다. 긍정적인 자세로 청중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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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유도한다. 또 결론을 말할 때 반드시 ‘청중을 주어’ 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래서 귀사는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득을 얻게 됩 니다” 식으로 말한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세상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프레젠테이션 의 청중도 마찬가지다. 내 이야기가 아니어도 세상에는 재미있는 자극이 참 많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내 이야기 를 주의 깊게 들으려는 사람이 없다. 고개만 돌리면 더 재 미있는 것이 널려 있는데 굳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청중은 프레젠테이션에서 하는 내 이야기가 그 모든 이야기보다 확실히 재미있어야 마지못 해 들어주는 척한다. 결국 세상의 모든 재미있는 이야기 는 나의 적이다. 그 적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래야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TV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얻기 위해 개그맨 들은 매주 오디션에 참가한다. 준비한 아이디어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한다. 하지만 담당 작가와 연출자가 웃지 않으면 두말없이 퇴장이다. 운 좋게 출연 기회를 얻어 무 대에 올라가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없으면 다음 주부터는 바로 퇴출이다. 어느 개그맨은 자기 인생을 ‘하루살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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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한 주 살이’라고 말한다. 약 1000개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3개 정도가 채택된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방송에 나가는데도 보는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한다. 재미 없다고 한다. 집어치우라고 한다. 프레젠터도 마찬가지 다. 그렇게 이유 없이 깐깐하고 까다로운 청중이 집어치 우라고 하기 전에 그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청중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 이야기가 먹혀들까? 왜 나의 상사 나 동료들은 내 아이디어를 잘 듣지 않으려 하는 걸까? 듣 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마다 듣는 사람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된다. 매 순 간 상대가 과연 내 말을 어떻게 듣고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말하면 된다. 글을 쓸 때나 말을 할 때마다 그런 훈련을 해 야 한다. 미국의 언어 코치인 프랭크 런츠(Frank I. Luntz) 박사는 󰡔먹히는 말(Words that Work: It’s Not What You Say, It’s What People Hear)󰡕에서 “당신이 무엇을 말하느 냐?”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듣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 조한다. 듣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아내라는 것이다. 그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에 대해 그들의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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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사람들에게 먹혀들어간다. ‘먹히는 말’이란 쉽고 간결하고 진실이 담겨 있어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말이 다. 상대의 마음을 파고들어 그를 독려하고, 결국엔 말하 는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말이다. 듣자마자 단숨에 꽂히는 말, 이것이 바로 ‘먹히는 말’이다. 먹히는 말을 하기 위한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선 쉽게 말한다. 쉬워야 먹혀든다. 그리고 청중을 한마디로 제압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짧은 것이 긴 것을,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을 이긴다. 또 원고를 읽지 말고, 프 레젠터 자신의 말로 발표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청중이 믿음을 갖는다.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 다. 일관된 메시지는 듣는 이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 내린 다. 또한 생생한 말을 찾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편안한 목소리와 운율이 살아 있는 말은 청중의 감각에 호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청중이 꿈을 꾸게 하고,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런츠 박사의 조언이 여러 가지 말하는 기술에 관한 것 이라면, 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신뢰감이 다. 청중은 프레젠터와 그가 전하는 메시지가 믿을 만하 다고 여길 때 비로소 마음을 연다. 그런 심리를 잘 활용하 라. 상대에 대한 호감은 그의 헤어스타일과 옷, 시계,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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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외모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별말 없어 도 왠지 믿음이 가는 인물이 되는 방법을 연구하라. 가끔 던지는 한마디에 신뢰가 묻어나오게 할 묘책을 찾아야 한 다. 매력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청중이 무슨 생각 을 하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쉴 새 없이 연구하자. 나 를 쳐다보기는 하지만 눈만 껌벅거릴 뿐 왜 내 말을 제대 로 안 듣는지 그 이유를 연구해야 한다. 청중의 반응을 면 밀하게 살피며 속도를 자주 바꾸어 가며 말하는 것이 좋 다. 그러지 않으면 청중은 다른 생각에 빠진다. 한번 놓친 주의를 다시 끌기는 정말 어렵다. 갑자기 책상이라도 두 드리며 비명이라도 지르기 전에는 좀처럼 다시 집중하지 않는다. 아울러 평소에 청중을 사로잡을 화술을 연구해야 한다. 연기를 위한 ‘화술’에서 몇 가지 원리를 배워 두면 평상시 에도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연극에서는 대사 발성의 원활도를 가리켜 ‘엘러큐션(elocution)’이라 한다. 어떤 배 우에게 “엘러큐션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커다란 칭찬이 다. 대사가 겉돌아 맥없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의 어조가 정확하며,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저항을 느끼지 않게 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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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히는 화술의 기초 필자가 연기와 교육 경험에서 얻은 화술의 기초 몇 가지. 이를 참조하면 프레젠테이션에서 지루하지 않게 말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말의 리듬과 템포를 계산하라

말은 음악이다. 그 안에 리듬이 있고, 템포가 있다. 이를 무시하면 청중이 당신을 무시한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 에 두 손으로 무릎을 치며 ‘강’, ‘약’, ‘중강약’을 배운 기억이 있지 않은가? 말도 그렇게 하라. 말하면서 그 리듬을 생각 하라. 표현이 다채로워진다. 말속에 별 내용이 없어도 빠 져들게 마련이다. 단조로운 말은 수면제다. 설득은커녕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아울러 말하면서 템 포를 의식하라. ‘안단테’와 ‘라르고’를 내 말에 적용해 보 라.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갑자기 꿈결처럼 느릿느릿 말해 보라. 어느새 청중이 내 말에 따라온다.

말의 높낮이에 신경 써라

영화 <대부>의 말런 브랜도(Marlon Brando)처럼 하나의 톤으로 단조롭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는 일부러 그런 것 이다. 중국어나 영국식 영어를 잘 들어 보라. 마치 노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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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멜로디가 살아 있어 뮤지컬 대사처럼 들린다. 15세기 경에는 우리말에도 중국어처럼 ‘성조’가 살아 있었다고 한 다. 듣는 이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면 다양한 멜로디를 기 억했다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잠시 쉬었다 말하라

말은 말소리와 침묵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침 묵이 없으면 말이 살지 않는다. 그런데 마음이 급한 사람 들은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린다. 말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사람들은 잘 듣지 않는다. 가끔씩 쉬어야 한다. 이것을 ‘포즈(pause)’라 고 한다. 러시아의 연출가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스타니슬랍 스키(Konstantin Sergeevich Stanislavskii)는 포즈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의미 전달의 오류를 막기 위한 ‘문법적 의미의 포즈’와 ‘심리적 의미의 포즈’가 그것이다. 특히 심 리적 포즈를 잘 활용하라. 잠시 말을 멈추면 청중의 주의 를 쉽게 환기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강조하고 싶은 단어 바 로 앞에서 잠깐 쉬면 그 단어를 강조할 수 있다. 호흡은 들 숨과 날숨으로 이루어지는데, 잠깐 쉬는 동안 호흡이 바뀌 어 새로운 날숨으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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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듣기 싫어할 말버릇을 없애라

사람들은 누구나 독특한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진 말투는 바꾸는 것이 좋다. 마치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처럼 고정된 말투도 사용하지 말자. 기계 적인 말투로 신상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의 도우미처럼 말 중간을 늘이는 버릇은 좋지 않다. “이 제품의 특징으으 은~” 하는 식으로 말하지 말자. 듣기 싫다. 특히 말끝을 조 심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길게 늘이는 버릇을 가진 프레 젠터가 많다. “아이디어가 어떻습니까? 조오치 않습니까 아아?’ 하는 식으로 늘이면 피곤하게 들린다. 또 조급한 마 음에 빨리 말하려다 보면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호흡 단위로 끊어 말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말버릇이 어떤지 확인하려면 녹음을 해보면 된다. 금세 고칠 수 있 을 것이다.

비디오로 연습하기 혹시 내 이야기가 지루하지는 않은가? 어떤 이유로든 청 중을 졸게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했다. 지루하지 않게 말 하는 연습을 하자. 3분이 넘는 독백을 똑같은 템포와 어조 로 말한다면 그것은 말이 아니다. 일종의 전자음이다. 청 중에게는 마치 ‘뚜우우우우우’ 하고 한 음으로만 길게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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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그것은 고문이다. 실 제로 단조로운 기계음을 오랫동안 강제로 듣게 하는 고문 이 있다고 한다. 잠을 재우지 않는 것보다 훨씬 괴로울 것 이다. 청중을 고문하지 말자. 프레젠터는 교장 선생님이 되지 말아야 한다. 왜 초등학교 조회 시간의 ‘교장 선생님 말씀’은 지루함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말의 지루함을 피 하기 위해 연극배우들은 긴 대사를 연습할 때 ‘속도(pace) 바꾸기’를 자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의 주의를 놓치지 않 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 자료를 갖고 빈 회의실로 들어가 큰 소리로 읽어 보라. 그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의 베테 랑 선배들도, 배우들도 모두 그렇게 한다. 설득에 왕도가 있을 턱이 없다. 말하는 연습을 하자. 이왕이면 큰 소리로. 그래야 자신감이 생기고, 그 기를 모아 청중을 설득할 수 있다. 청중은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 앞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심리를 이용하자. 속으로 반대하고 싶어도 그 기에 눌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선다. 팔고 싶으면 배짱을 키워라. 기는 전달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에 반드시 내 부 고객을 상대로 연습을 하자. 내부 고객에게 팔 수 있어 야 외부 고객에게도 팔 수 있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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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 프레젠테이션을 비디오로 찍어 보기를 권한다. 요즘 에는 좋은 장비가 필요 없다. 스마트폰에 동영상 촬영 카 메라가 들어 있으니 그것을 활용하면 된다.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으로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꼭 시간을 내 어 프레젠테이션을 촬영하고, 그것을 재생해 보는 것이 좋 다. 기계를 통해 녹화한 내 목소리를 재생해 보기 바란다. 처음에는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아 이상하다. 그 러나 기계를 통해 재생한 내 목소리가 진짜 내 목소리에 가깝다. 사실 내가 아는 내 목소리는 진짜 내 목소리가 아 니다. 보통 때 알고 있는 내 목소리는 머리에서 공명이 되 어 들리기 때문이다. 재생한 내 목소리와 말투에 이상한 부분이 반드시 드러난다. 찾아서 교정하자. 잠시 짬을 내어 연극배우가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 다. 유명한 햄릿의 독백을 제대로 소리 내어 읽어 보라. 아 니, 말해 보라. 말의 단조로움을 막으려면 어디에서 쉬었 다 말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연습을 위해 띄어쓰 기를 무시하고 붙여 써 놓았다.

사느냐죽느냐이것이문제다.잔인한운명의돌팔매와화살을 마음속으로참는것이더고상한가,아니면고난의물결에맞서 무기를들고싸워이를물리쳐야하는가?죽는것은잠자는것.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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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그뿐.만일잠자는것으로육체가상속받은마음의고통과육 체의피치못할괴로움을끝낼수만있다면그것이야말로진심 으로바라는바극치로다.죽음은잠드는것!잠들면꿈을꾸겠 지?아그게곤란해.죽음이란잠으로해서육체의굴레를벗어난 다면어떤꿈들이찾아올것인지그게문제지.

물론 때론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무리 말을 잘한 다 해도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순간들이 있게 마련 이다. 특히 논쟁이 길어지거나 일방적으로 내 아이디어를 무시하려 들 때는 일단 말을 멈춰라. 그랬다가 다시 기회 를 노려 제시하라.

참고문헌 프랭크 런츠 저, 채은진·이화신 역(2007). 󰡔먹히는 말󰡕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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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청중 반응과 대응

프레젠테이션의 청중은 대개 냉담하다. 발표를 듣는 입장이라 소극적이다. 아랫사람이나 협력업체에서 보고를 받을 때는 더욱 그렇다. 제안 내용에 좀처럼 감정이입을 하려 하지 않는다. 늘 수동적이다. 도가 지나쳐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프레젠터는 청중의 기습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청중이 언제, 어떤 식으로, 무슨 이야기로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습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매끄럽게 발표를 이어 가기 위해 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마음속에 몇 가지 요령을 익히고 있으면 대응이 쉽다.


청중에게 슬기롭게 맞서기 프레젠테이션의 청중은 대개 냉담하다. 아무래도 발표를 듣는 입장이라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발표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기대는 한다. 하지만 마음속으 로 프레젠터는 자신보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래서 무슨 아이디어를 제시하든지 자신의 것보다 못하리 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자신은 이미 다 아는 것을 이야기 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한다. 특히 동등한 입장이 아닌 아랫사람이나 협력업체에서 보고를 받을 때는 더욱 비평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그 선을 넘어 한 수 알려 줘야 겠다는 마음도 먹는다. 제안하는 내용과 상황에 좀처럼 감정이입을 하려 하지 않고 늘 수동적인 자세를 갖는다. 도가 지나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격적이거나 비판적 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모든 청중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프레젠터는 청중의 기습에 대비해야 한다. 청중이 언제, 어떤 식으로, 무슨 이 야기로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습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매끄럽게 발표를 이어 가기 위 해 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마음속에 몇 가지 요령을 익히고 있으면 대응이 쉽다.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 많은 광고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면서 익힌 대응방법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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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소개한다.

비난은 우선 수용하라

아이디어를 설명하다 보면 비난성 비평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럴 때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넘겨야 한다. 서양 인들은 대화하다가 나도 모르게 상대를 조금이라도 비평 하는 말을 하면 바로 비평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변 명 같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다. 우리는 좀 다르다. 내 의견 과 다르면 거리낌 없이 비평한다.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화낼 일이 아니다. 화는 나지만,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나와 의견이 같을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이해할 수 있다. 비난을 일단 수용하고 다시 기회를 보아 반박한 다. 절대 바로 맞받아치지 않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바로 받아칠 경우 나를 지적한 이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과 위신을 세워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더 큰 비 난을 퍼부을 것이다. 참기는 힘들겠지만 빨리 다른 생각 을 하고 넘어가라.

궁지에 몰리면 거기서 중단하라

아이디어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거센 반대에 부딪쳐 궁지 에 몰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계속 우겨 봐야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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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만 상하게 된다. “아이디어가 마음에 안 드시지요? 바 로 다시 해 오지요”라고 말하고 발표를 멈춘다. 그렇게 더 이상 공격할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상대의 힘을 빼는 것이 유리하다. 당신을 공격한 이는 당신을 공격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전에 상사에게 야단을 맞았거나, 아내나 남편과 다투었거나, 혼자 살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짜증을 낼 기회가 없었을 수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빨리 접고 철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아무 잘못 없이 공격받거나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는 강하게 맞 서고 싶은 생각이 머리끝까지 치밀 것이다. 그러나 프레 젠테이션은 비즈니스다. 무엇인가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 다. 어느 쪽이 내게 유리한지 생각해 보고 판단해야 한다.

혼자 달리지 말자

자신의 이야기와 아이디어에 너무 도취한 나머지 청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달리는 경우가 있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다만 오랫동 안 들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렇게 혼자 떠들어 대 면 청중의 주의를 금방 놓치고 만다. 숨 쉴 사이를 두는 것 이 좋다. 말하는 입장에서나 듣는 입장에서나 주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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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시간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몇 시간 동안 숨죽이고 보게 되는 셰익스피어의 장막 비극에도 잠깐씩 숨을 돌리 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햄릿󰡕 같은 심각하 고 무거운 이야기에도 무덤 앞에서 인부들이 해골을 들고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을 ‘코믹 릴리프 (comic relief)’라고 한다. 관객이 긴장 상태를 풀고 숨을 돌리는 시간을 말한다. 그동안 잠깐 기침도 하고, 옆 사람 과 속삭이기도 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에도 그런 휴식 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가끔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하고, 중 간에 따라오고 있는지 슬그머니 확인을 해보는 일도 필요 하다. 그렇다고 매번 “아시겠죠?”, “기억나시죠?”를 남발 하면 갑자기 지루했던 교실 생각이 나서 역효과를 내게 된 다. 아이디어 설명에 몰입은 하되 잠시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자신 있게 주장하라

오늘 제시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누가 가장 많이 생각했는 가? 내가 가장 많이 생각했다. 만일 아이디어에 확신이 없 었다면 가져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다시 번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 있게 제시하라. 어차피 프 레젠터는 약간의 선동가 기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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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까다롭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귀찮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강하게 주장하면 따라온다.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으면 따라와 준다. 어 차피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완벽할 수가 없는 법이다. 완 벽은 인간의 일이 아니다. 청중 입장에서는 함량이 조금 모자라는 아이디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 앞에서는 귀찮아서라도 동의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청중의 것이지만, 그것에 대한 해결책 은 프레젠터의 것이다. 프레젠터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다. 엉켜 있는 그 모든 복잡다단한 문제를 가장 짧고 단순 하게 만들어 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커뮤니케이션 전문 가의 몫이다. 어느 브랜드건 문제를 하나만 갖고 있을 리 는 없다. 그러나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확신을 가지고 한 번에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라. 그러 면 이해시키기가 쉽다. 그러면 따라오기 쉽다.

청중의 이야기가 맞으면 바로 수용하라

때로 준비해 간 아이디어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을 한 나머 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청중이 지적 을 하거나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더욱 그런 반응을 보 이게 된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평가에 관한 한 최대한 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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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정답이 없는 게임이다. 내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면 청중의 아이디어에도 역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준비해 간 아이디 어보다 그것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마 음속에 갈등이 생긴다. 그 아이디어를 수용하자니 자존심 이 상하고, 지금 그 아이디어를 잘라 버리자니 양심에 거 리낀다. 그러나 내가 봐도 그 아이디어가 더 효과적이라 고 느낄 때는 그렇다고 인정하라. 프레젠테이션은 장기 자랑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발표하는 입장 에서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받겠지만, 그것은 순간이 다. 누구의 아이디어건 좋은 아이디어면 된다. 특히 광고 에서는 예술가처럼 아이디어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다. 내가 아이디어의 모티브를 제공할 수는 있어도 그것 이 내 것은 아니다. 광고계에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머 리를 모아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최종 아이디어가 승인되 고 실제로 집행된다. 그런데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디어에 대해 청중이 지적을 하거나 자기 의견을 내면 대부분의 전 문가들은 바로 받아친다. “그건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고,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이건…” 하며 일축해 버린다. 한 번 더 생각하라. 지적 받은 당신만 기분 나쁘고,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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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시된 청중은 기분이 좋으리라 생각하는가? 누가 일 을 주었는지, 누가 당신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기회를 주 었는지 잠시 생각해 보라. 당신은 그의 일을 대신하는 중 이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서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그 아이디어를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지 적은 겸허히 수용하자. 죽어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치에 맞지 않는 아이디어라면 기분 나쁘지 않게 물리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지적받는 것은 싫어한다. 아직 입도 떼지 못하는 갓난아기도 눈만 맞추어 보면 누가 자기를 예뻐하는지 싫어하는지 다 안다.

말재주 자랑하지 마라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말을 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 부분 달변의 프레젠터가 아이디어를 팔러 나선다. 그러나 지나치게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뛰 어난 말솜씨가 연애 초기에는 유리하지만, 프레젠테이션 에는 그리 유용하지 않다. 쓸데없이 엄숙한 회의를 좋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모든 비즈니스 회의의 분위기는 좀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못하면 브랜드가 사라지거나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지한 커뮤니케이션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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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를 스탠딩 코미디나 개그 콘서트로 착각해 자신의 독무 대로 만들어 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세일즈 맨십은 피하자. 진정성이 없어진다. 듣는 이도 의심하고 경계하기 시작한다. 유머 감각은 잃지 않되 다소 진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실제로 그렇게 실행할 수 없는데도 혼 자 흥분해서 말하고, 자신이 말한 이야기에 다시 흥분해서 과장해서 말하면 나중에 실수할 확률이 높다. 평소에 말 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본 사람은 그 유혹에 더욱 빠지 기가 쉽다. 자신의 설명에 도취한 나머지 이야기가 곁가 지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잊어버려 마무리 가 지리멸렬해지는 일을 예방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 문가 자격으로 청중 앞에 섰지만, 나 혼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떠드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 처럼 전문 용어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게 되 고, 약간의 전문 기술을 빌미로 청중의 객관적 지적을 무 시하는 일이 발생한다. 생각해 보라. 청중은 전문적인 사 항을 알 필요가 없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낫다. 그것은 당신의 일이다. 그래서 당신을 고용한 것임을 기 억해야 한다. 잘난 척하는 수위를 잘 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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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다고 생각하면 빨리 멈추라

시간이 갈수록 흥미의 곡선은 하락한다. 아무리 중요한 설명이라도 듣는 이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훌륭 한 아이디어는 그렇게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처음 아 이디어를 이야기하고 몇 초 지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대개 안다.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길게 설명할 이유는 없다. 역효과를 만들뿐 아니라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바쁘다. 특히 비즈니스계의 사람들은 더욱 바쁘 다.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은 당신에게는 중요하지만, 듣는 이에게는 여러 개의 하루 일과 중 하나다. 빨리 끝내고 다 음 일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오히려 아이디어에 대한 설 명을 빨리 끝내고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대화의 장을 너무 넓게 열어 놓으면 어이없이 아이디어가 해체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수위를 조절하면서 청중이 내 아이디어를 공격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적극적 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내게 된 동기나 과정을 곁들여 설명하면서 동 의를 유도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뒷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다. 아이디어를 개발할 때의 에피소드나 실제 있었던 재미있었던 일을 슬쩍 이야기해 주면 청중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내가 열정적으로 설명하기만 하면 다들 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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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에 빠져들어 감동을 받게 되리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이 좋다. 재미있어야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도 웬만큼 재 미있기 전에는 오래 보기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라.

아이디어를 팔려면 먼저 잘 들어라

대부분의 프로젝트 담당자는 아는 것을 말하기 좋아한다. 일을 의뢰하는 상대에게 말해 주어야 할 것이 너무도 많 다. 결국 한 번에 한 가지 이야기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숙제를 전달하려고 애쓴 다. 어차피 문제와 답은 한 세트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도중에 나오는 청중의 지적이나 의견을 잘 들어보라. 십 중팔구 그 속에 답이 들어 있다. 상황과 약간 빗나간 아이 디어를 파는 중이라 해도 그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거기에 맞추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약간 수정할 수도 있다. 그 런 경우는 대개 프레이밍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사 물이나 현상을 다른 눈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같은 아 이디어를 놓고 이야기하면서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서 로 다른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는 카메라 앵 글을 돌리듯이 그의 관점에 맞추어 설명해 주면 아이디어 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져 서 그가 먼저 많이 말하게 하라. 그것을 주의 깊게 들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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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아이디어는 내가 내야 하지만, 결국 그가 다 말해 준 다. 현명한 질문 안에 현명한 답이 들어 있는 법이다.

말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적절한 제스처를 사용하라

우리는 유교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예의를 잘 갖추도록 훈련받아 왔다. 어른 앞에서는 늘 다소곳한 자세를 유지 해야 한다는 것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미덕에 속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법도에 지나치게 얽매여 자연스러운 행 동에 구속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결재를 받으러 가면 군인처럼 부동자세를 유지해 상대에게 예를 표한다. 인사를 할 때도 두 손을 배꼽에 대 고 인사하는 백화점 도우미처럼 양식화한 동작을 보인다. 침대에 누워 편히 쉬다가도 웃어른에게 전화를 받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전화기를 쥐고 인사 하며 통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은 좋 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프 레젠테이션은 지루하다.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동안 움직 이지 않고 한 자리에 서 있으면 더욱 지루하다. 몇몇 지점 을 설정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라. 필요할 때는 스크린에 들어가기도 하고, 가벼운 제스처를 사용하며 부드러운 인 상을 만드는 것이 좋다. 경직된 자세에서는 경직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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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듣는 이도 부지불식간에 따라서 경직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말라

아이디어가 잘 먹히지 않거나 비난에 가까운 지적을 받으 면 화가 난다. 건설적인 비평은 좋지만 별 이유 없이 계속 해서 비난을 받으면 참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건설적인 비평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말이 존재하 는지도 의심스럽다. 우아한 분위기에서 서로 따뜻한 격려 의 말을 세련된 어법으로 주고받다가 피곤해서 기지개라 도 켜면 옆에 있던 가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은 예쁜 여 성이 크리스털 와인 잔을 건네주는 장면은 보기 어렵다. 실제로 비즈니스란 그렇게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7성급 호텔 그랜드볼룸의 멋진 연단 앞에서 턱시도 입고 서서 호 박 빛깔 조명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프레젠테 이션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 다. 비즈니스는 전쟁이다. 내가 먼저 살아남아 잘돼야 주 위를 돌아보며 공익사업도 하고 사회로 환원도 생각해 볼 여유를 찾는 것이다. 화가 나도 바로 받아치지 마라. 화날 때는 오히려 말을 천천히 하라. 빨리 다른 생각을 하라. 집 요하게 나를 공격하는 그를 불쌍하게 생각하라. 오죽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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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흥분할까 생각하고 그의 말을 무시하라. 비즈니스 가 전쟁이라면 전쟁에서는 이겨야 한다. 반드시. 그리고 그가 공격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다. 상대가 자신의 회사 일 수도 있고, 몇 달째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매 출 곡선일 수도 있다. 대형마트에 주말마다 도우미를 10 명 투입해 지속적으로 가격 할인 행사를 벌이는 경쟁사일 수도 있다. 그의 분노의 대상은 결코 당신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일 수도 있다. 출근 직전에 아내와 말다툼 벌이다 가 일방적으로 야단맞았던 기억일 수도 있다. 화를 화로 이기지 못한다. 말을 천천히 해서 불필요한 상대의 열을 식혀 버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참고문헌 정상수(2010). 󰡔스매싱: 아이디어가 막힐 때 돌파하는 힘󰡕.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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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프리셀링

‘프리셀링’이란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전에 ‘미리 판다’는 뜻이다. 광고도 프리셀링에 속한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에 프리셀링이 필요하다. 왜? 청중은 발표한 아이디어가 기대하던 바와 너무 다르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당황한다. 그러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에 미리 예고를 해서 안심을 시켜야 한다.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아이디어의 방향이나 뼈대만 넌지시 던져 보자. 그러면 상대의 반응을 미리 엿볼 수 있다. 프리셀링은 충격을 줄이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충격을 줄이는 프리셀링 ‘프리셀링(preselling)’이란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판매하 기 전에 ‘미리 판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광고도 프리셀링 에 속한다. 프레젠테이션의 프리셀링 역시 개념은 같다. 곧 나올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예고해서 사람들의 충격 을 완화하거나 기대감을 키우는 방법이 프리셀링이다. 사 람들은 입으로는 늘 변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변화나 충 격을 싫어한다. 그 마음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청중은 발 표한 아이디어가 기대하던 바와 너무 다르거나 받아들이 기 어려우면 당황한다. 그러므로 미리 예고를 해서 안심 을 시켜야 한다.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아이디어의 방향이나 뼈대만 넌지시 던져 보자. 그러면 상대의 반응 을 미리 엿볼 수 있다. 프리셀링은 충격을 줄이는 것 외에 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부모와 떨어져서 대학 기숙사에 살고 있는 딸이 부모에 게 쓴 편지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대학에 입학해서 집을 떠나온 지도 벌써 석 달이나 됐네요. 그동안 편지를 제대로 쓰지 못해 미안해요. 무심함을 용서 하세요. 편지를 읽기 전에 일단 의자에 앉으세요. 아니면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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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힘드실 테니까요. 아셨죠?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낸답니 다. 머리가 좀 깨지고, 뇌진탕에 걸리긴 했지만요. 처음에 기숙사에 온 날, 제 방에 불이 나는 바람에 창문으로 뛰어내 렸다가 그렇게 됐는데, 이젠 거의 다 나았어요. 병원에 겨우 2주 입원했고, 시력도 거의 정상으로 회복했어요. 다행히 기숙사에 불이 난 것과 제가 뛰어내린 걸 가까운 주유소 종 업원이 봤어요. 그래서 소방차와 구급차를 불러 주었지요. 그 남자가 문병도 오고, 기숙사가 불에 타 오갈 데 없는 저를 자기 아파트에 함께 살게 해주었어요. 우린 사랑에 빠졌고, 머지않아 결혼도 할 생각이에요. 물론 날짜는 아직 잡지 않 았지만, 확실한 건 제가 출산하기 전에 할 거라는 거죠. 그 래요. 엄마, 아빠! 제가 아기를 가졌어요. 결혼이 좀 늦어지 는 건 남자 친구가 전염병에 걸려 그런 거랍니다. 저도 그만 부주의로 그 병을 얻어서 출산 전 혈액 검사를 못하고 있어 요. 하지만 매일 페니실린 주사를 꾸준히 맞고 있으니까 틀 림없이 곧 나을 거예요. 두 분께서 열린 마음으로 그이를 가 족으로 받아 주시리라 믿어요. 그이는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정말 친절해요. 꿈도 있고요. 우리와 피부색도 다 르고, 종교도 다르지만 너그러이 받아 주실 거죠. 두 분도 내가 그이를 사랑하는 것 못지않게 그이를 사랑해 주시리라 믿어요. 집안도 아주 좋아요. 그이의 아버님께서는 옛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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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카 고향 마을에서 유명한 총잡이셨대요. 이게 그동안의 제 소식이에요. 그런데 사실은 기숙사에 불 이 나지 않았어요. 뇌진탕도 걸리지 않았고 머리도 멀쩡해 요. 물론 매독에 걸리지도 않았고, 남자 친구는 없었어요. 그런데 역사 학점이 D가 나왔네요. 프랑스어는 낙제고요. 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제 학점을 좀 새로운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두 분의 사랑스런 딸, 도로시 올림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로시는 나쁜 학점 이야기를 약화하기 위해 부모님께 쓴 편지에서 효과 적인 프리셀링(pre-selling) 기술을 보여 준다. 낙제 성적 표를 보고 놀라기 전에 충격 완화용으로 편지를 활용한 전 략이다. 편지나 휴대전화 문자는 그런 점에서 유용한 프 리셀링 도구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며 하기 어려운 이야 기를 이메일로 하는 경우도 많다. 해고 통보를 이메일이 나 문자로 하는 회사도 있다. 이처럼 곧 나올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예고해서 사람들의 충격을 완화하거나 기대 감을 키우는 방법이 프리셀링이다. 사람들은 입으로는 늘 변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변화나 충격을 싫어한다. 그래 서 주변 환경이나 업무 처리 방식이 바뀌면 거부 반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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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새삼스레 다시 배우기 귀찮은 까닭이다. ‘좀 내버 려두라’며 좀처럼 바뀌려 하지 않는다. 그 마음을 뚫고 들 어가야 한다. 무슨 아이디어든 그 장벽을 통과해야 침투 할 수 있다.

프리셀링의 장점 프리셀링은 충격을 줄이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아이디어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첫인상이 오래가는 법이다. 아무래도 한번 본 아이디어는 다음에 볼 때 친밀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단,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아, 그거 본 거잖아’라며 대충 흘려들을 수 있다. 그러므로 두 번째 제시할 때는 약 간 손을 보는 것이 좋다.

그 아이디어가 좋은 이유를 시간을 갖고 설명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프레젠테이션 시간은 대개 정해져 있다. 그래서 길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여유 있 는 시간에 상대를 미리 만나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하면 설 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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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한 아이디어를 수정할 기회가 생긴다

만일 미리 제시한 아이디어가 처음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 으면 수정을 할 여유가 있다. 어차피 아직 본격적인 발표 가 아니므로 지적을 수용해 고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프리셀링은 기대감을 높이는 것 외에 어떤 효과 가 있을까? 바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이디어 파는 방식을 재점검할 수 있다

프리셀링의 반응을 본 후 방향을 완전히 바꿀 필요는 없다. 어떻게 해야 상대가 잘 받아들일지 미리 알아냈 으므로 앞으로 상대의 입맛에 맞추어 파는 방식을 준 비할 수 있다.

프리셀링을 많이 할수록 아이디어 팔기에 유리하다

프리셀링을 한 번 이상 하면 쉽게 받아들여진다. 처음 듣 는 아이디어에 대한 충격을 완화해 주고, 듣는 이도 아이 디어를 지적하고 수용하면서 함께 창조하는 기분을 맛보 게 되기 때문이다. 단,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수용하면 상 대의 구미에만 맞는 아이디어로 변질될 수 있는 점은 경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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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비앤매더의 교육 담당 디렉터인 데이비드 레빗 (David Levitt)은 프리셀링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디어를 팔 때, 무턱대고 시안부터 설명하려 들지 마세 요. 세부 사항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프랑스 식당의 주방장은 절대로 급하게 주문을 받지 않습니 다. 만일 그날 팔아야 할 것이 생선 요리라면 살아 있는 생 선을 들고 나와 눈앞에서 직접 보여 주면서 권유합니다. 그 러면 웬만한 사람들은 대개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지요. 그저 주방장이 유도하는 대로 따릅니다. 바로 그것 이 프리셀링의 기술입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듣는 사람 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유를 가지세요. 마치 주방 장처럼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는 하나하나 정성껏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주방장은 자기가 애써 만든 여러 가지 음 식을 결코 한 접시에 담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파는 우리 는 웨이터가 되기보다는 주방장이 되어야 합니다.”

프리셀링은 연애의 기술 큰맘 먹고 100만 원도 넘는 디지털 카메라를 산다고 가정 해 보자. 판매자의 말 몇 마디에 충동적으로 구매를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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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 같은가? 어림도 없다. 아마도 당신은 다음과 같은 준 비 행동을 차례로 하게 될 것이다. 일단 어떤 브랜드가 좋 은지 카메라를 먼저 사서 쓰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제조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카메라의 기본 사양과 특징을 살펴본다. 사용자 동호회나 카페에 가서 분위기를 살핀 다. 얼리 어댑터들의 사용 후기를 꼼꼼히 읽어 본다. 액세 서리와 가방 디자인도 알아본다. 무슨 렌즈를 더 사야 할 지 알아본다. 이미 갖고 있는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지,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있는지 알아본다. 전문 작가들은 어떤 기종을 많이 쓰는지 알아본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들어 가 최저가를 알아본다. 날 잡아서 백화점이나 전자상가에 가서 직접 물어본다. 카드로 결제한다면 무이자 할부는 없는지 알아본다. 홈쇼핑에서는 같은 구매 조건에 무엇을 더 끼워주는지 확인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잘 받을 수 있 는지,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 규정은 어떤지, 중고로 되 팔 때의 가격 등을 알아본다. 이런 준비 행동은 카메라를 사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신용카드로 구매했다 면 환불이 가능한 일주일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다. 성격 에 따라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이것이 가격이 높은 고관 여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마음 상태다. 그래서 마음 이 복잡한 그들에게 프리셀링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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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사라고 다짜고짜 들이밀면 놀란다. 정보부터 제공해야 한다. 프리셀링을 할 때 주의점은 듣는 이에게 불필요한 충격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이왕 벌어진 일이니 솔직하 게 말하는 것이 멋있을 것 같아 폭탄선언을 하는 일은 피 하라. 듣는 이는 폭격을 맞아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프리셀링은 물건 팔 때만 필요한 기술이 아니다. 세상 을 부드럽게 하는 기술이자 연애의 기술이다. 작업계의 고수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여건이 될 때까지 기다 린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상대를 이해하려 애 쓴다. 그러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듣는다. 결국 말해 주는 내용 안에 답이 있으므로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잡아낼 수 있다. 그런 다음 그것을 열심히 해결해 준다. 그 러면 상대는 감동하게 마련이다. 프리셀링에는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냥 한 방에 팔면 될 것을 미리 예고편을 만들어 반응을 떠보는 일이기 때문 이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프리셀링을 잘하려면 그것을 예고편이나 티저(teaser)로 생각하라. 사람들은 의견을 개 진할 때는 변화나 개혁을 외치지만 개인 생활에서는 안정 을 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아이디어를 팔 때도 마찬가지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날 느닷없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2초 안에 내 생각에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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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해 달라고 요구하지 마라. 영화처럼 예고편을 미리 몇 차례 상영해 본 편에 대해 대략적인 이해를 시켜라. 그래 서 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하라. 그다음에 본 편을 차근차 근 이야기하라. 그것이 비결이다. 만나자마자 결혼하자고 했을 때 좋다고 말할 사람이 있겠는가? 세상에는 우호적 청중과 적대적 청중이 있다. 무슨 아 이디어를 가져가도 다 받아 주는 우호적 상대라면 프리셀 링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디어 비 즈니스에는 적대적 청중의 수가 더 많다. 따라서 의심 많 고, 무슨 아이디어를 들어도 늘 불안해하는 적대적 상대에 게 아이디어를 팔아야 한다면 프리셀링만으로는 부족하 다. 프리-프리셀링(pre-pre-selling)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의사 :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환자 : 그럼 좋은 소식부터 말씀해 주시죠. 의사 : 선생님은 앞으로 24시간밖에 살지 못합니다. 환자 : 뭐라고요? 그럼 나쁜 소식은 뭐요? 의사: 음…… 어제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깜빡 잊었네요.

아이디어를 팔려면 프리셀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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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로버트 치알디니, 이현우 역(2002). 󰡔설득의 심리학󰡕.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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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수 청주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평생교육원장도 맡고 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와 대학원에서 연극영화 연출을 전 공했다. 청주대학교에서 광고영상 제작, 아이디어 발상 등 크 리에이티브 과목을 강의한다. 국내 최초의 광고대행사 오리콤에서 TV 광고 프로듀서로 광 고 일을 시작해 20여 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오길비앤드매더, 금강오길비그룹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모토 로라,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좋은느낌, 하기스, 더페이스샵, 유 니레버의 도브, 피자헛, 아이비엠, 코닥필름, 스프라이트, 네스 카페 광고 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광고주의 큰 신뢰를 받 아 왔다. 뉴욕페스티벌, AME 어워즈 등의 심사위원과 한국광 고PR실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산국제광고제 부집행 위원장과 SBS 시청자 위원, 대한적십자사와 중앙선거관리위 원회 홍보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KBS 라디오의 <성 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저서로 󰡔스매싱󰡕(2010), 󰡔텔레비전 광고제작󰡕(2012), 󰡔CF 직업󰡕(2013), 󰡔광고와 스토리텔링󰡕(2009), 󰡔함께해서 놀라 움을󰡕(2011), 󰡔아우야 한 잔 받아라󰡕(1982), 역서로 󰡔잠자는 아이디어 깨우기󰡕(1999), 󰡔데이비드 오길비의 어록󰡕(2003), 󰡔씽킹 플레이어󰡕(2002), 󰡔잘나가는 광고 만들기󰡕(2004), 󰡔미 운 오리 새끼󰡕(2002), 󰡔효과적인 TV 광고 제작론󰡕(1995) 등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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