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임의 등급 분류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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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게임의 등급 분류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법률의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 법률 이름만 밝혔고 구체적인 조문 번호는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 본문에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법률의 내용은 출간 당시 현행법 기준 입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영화·게임의 등급 분류 황승흠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영화·게임의 등급 분류

지은이 황승흠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황승흠, 2014 ISBN 979-11-304-0152-2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등급 분류의 이념적·법적 기초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 사이의 균형점 영화와 게임의 등급 분류는 선진국 대부분이 실시하는 보 편적인 제도다. 등급 분류는 표현의 자유 보장과 청소년 보호 사이의 균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보호를 목 적으로 하는 등급 분류는 영화 상영과 게임 유통의 사회적 신뢰를 보장하는 핵심 장치다. 그 자체로는 제약이기는 하지만 그 제약이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이 신뢰를 통해 영화와 게임의 유통이 더욱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확대시킨다. 아무런 제약이 없 는 상태가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품이 가질 수 있는 위험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그것에 대 한 우려 또는 공포가 오히려 유통의 장벽이 될 수 있다. 등 급 분류는 영화나 게임이 가질 수 있는 우려와 걱정에 대 한 사회적 관리 장치다. 이 관리 장치를 통해 소비자들이 우려와 걱정을 제어하고 안전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 어 가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소비자들의 우려와 걱 정을 제도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소비자들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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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와 걱정을 제어함으로써 영화와 게임이 안전한 것이라 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여 유통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표 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의 균형점이라 하는 것이다.

상영 허가에서 등급 분류로 전환 창작자나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등급 분류는 창작의 자유 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년도 채 되지 않은 1997년 전까지는 정부가 영화의 상영을 허 가하였다. 이것은 명백히 검열이다. 등급 분류는 유통을 금지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때 영화를 만들었 던 제작자나 감독들은 지금도 여전히 원로 영화인이다. 이들의 기억에는 상영 허가가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시니어 영화인들에게는 영화를 만들면 정부가 가위질을 하는, 법적 용어로 검열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들에 게는 지금도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때의 공연윤리위원회 와 지금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무엇이 다르지? 다 같은 정부기관이 아닌가? 지금도 등급 분류를 안 받으면 영화 를 못 틀고 있잖아? 그래서 옛날과 무엇이 달라졌는데? 이 러한 질문이 현실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법 제도와 기관의 형태는 계속 바뀌어 왔지만 사람들은 그 대로다. 법 제도 역시도 옛 제도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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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많다. 그럼에도 현재의 등급 분류와 영상물등급위 원회를 검열과 검열기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완전한 등 급 분류인가에는 다소 의문이 있지만 완전한 등급 분류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업자들의 자율 규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늦게 출발한 뉴미디어인 게임에 대해서는 제작 과정과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반영하여 유 연한 등급 분류 제도로 변모하고 있으며 사업자 자율 규제 도 상당 부분 도입했다. 지금의 영화·게임 등급 분류를 한마디로 말하면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의 강을 건넜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검열이라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등급 분류 제도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통제 원리가 작동하고 또한 견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영 화와 게임 시장이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커졌다. 이 지 구에서 영화와 게임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다. 1년에 영화 관람객의 수가 2억 명을 넘었다. 2억 명이라니! 이 숫자는 사람들 대부분이 1년에 10번 정 도 영화 상영관에 간다는 것이다. 게임 수출액이 3조 원이 넘은 지가 꽤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등급 분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관객 친화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이 고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에서 영화 등급 분류를 도입한 것이 1997년이고 등급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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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보류가 폐지되고 제한 상영가 등급이 도입된 것이 2002 년이다. 온라인게임도 2002년에 등급 분류를 시작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등급 분류가 제약이겠지만 등급 분류 를 도입한 이후 영화와 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 다. 검열의 시대에 영화 시장은 암흑이었다. 그런데 등급 분류 시대에 영화와 게임 시장은 놀랄 만큼 커졌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다고 등급 분류가 이것들의 요인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는데 등급 분류가 시장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사회 적 사실로만 보면 등급 분류가 확대해 가는 시기와 영화와 게임의 시장이 확대해 가는 시기는 정확히 일치한다. 사 회적 사실을 가정할 수는 없지만 만일 검열이 그대로 이어 지고 있었다면 2000년 이후에 영화와 게임 시장의 폭발적 확대가 가능하였을까? 등급 분류가 영화와 게임의 시장 확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의 과제다. 한 세대가 검열과 등급 분류를 동시에 경험했 기 때문에 가위질의 시각으로 등급 분류를 보려 하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이제 영화와 게임의 시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며, 글로벌 시장의 맥락에서 보 아야 한다. 등급 분류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하나다. 등급 분류를 가위질의 시각이 아닌 시장 확장의 시각에서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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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기에 이 시대에는 등급 분류를 더욱더 확대하고 강화 해 가는 길밖에 없다.

부모의 자녀양육권과 등급 분류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관객, 게임 이용자라는 제한적인 의 미의 용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소비자라는 좀 더 보편적인 의미의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영화나 게임도 상품이나 서비스의 하나이므로 이를 관람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모두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청소년이 주로 관람하거나 이용하는 영화나 게임의 경우 에는 소비자라는 시각이 보다 생산적이다.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화나 게임은 실제로 관람하거나 이용하 는 것은 청소년이지만 이를 구매하는 것은 부모들이다. 경제적 의미에서 소비하는 것은 청소년이 아니라 부모다. 부모는 자신이 비록 그 영화를 관람하지 않거나 게임을 이 용하지 않는다 해도 경제적 의미에서 이를 소비한다는 점 에서 엄연한 소비자다. 영화는 게임과 같이 집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상영관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어린 연령 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는 부모도 표를 구매하여 같이 관 람하기도 한다. 이제 영화나 게임에서 이를 소비하는 사 람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도 포함되며 영화나 게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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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라고 하면 관람객이나 이용자 외에도 청소년 관객 이나 이용자의 부모도 이에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 은 등급 분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등급 분류를 이끌어 왔던 것은 부모인 소비자들이다. 등급 분류 서비 스의 소비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지지하는 것이 부모들이다. 등급 분류는 부모들이 자녀들 양육에 관한 결정을 할 때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녀양 육권과 등급 분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를 위해 서 먼저 청소년과 등급 분류의 관계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등급 분류 서비스의 도달점에 있는 청소년 역시 자신이 보거나 하고 싶은 영화·게임을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를 제약으로 인식한다. 물론 그 제약은 사업자가 가지는 제약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청소년은 인지나 판단 능력이 성장하는 시기에 있어 이들의 결정이나 판단을 성 인의 그것과 동등하게 보는 것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 다. 기본적으로 허구의 세계를 묘사하는 영화나 게임의 표현이 미성숙한 인지나 판단 능력과 결합하여 예기치 못 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개연성이 청소년에게 자신의 연령에 적절한 영화나 게임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 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의 토대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에서 아동에게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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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도 같은 생각에서 접근한 것이다. 물론 하나하나의 청소년이 갖는 성장 과정이 동 일하지 않으므로 그들의 인지나 판단 능력의 발달 정도도 다르다. 따라서 어떤 청소년에게는 그 연령에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영화·게임의 내용이 실제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라는 측면에서는 이와 같은 미세 한 차이를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그래서 형식적이고 획일적 기준이 요청되는데 12세, 15세, 18세 라는 일률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의 실제 발달 과정이 다양하다는 현실 때 문에 등급 분류가 온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그 청소년에 대한 정보와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부모가 구체적 으로 조절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형식적이고 획일적으로 제시된 등급 분류 결과를 그대로 실제 상황에 적용하면 적 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부모는 관련 기관이 제 시한 등급 분류 결과를 기준으로 하여 자신의 자녀에게 적 정한 결정을 내린다. 어떤 연령 등급에 대해서 부모는 자 신의 자녀가 그 연령에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해도 그 등급 의 영화를 보게 할 수 있는 결정을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등급 분류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부 모에게 자녀에 관한 결정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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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의 핵심 이념인 청소년 보호라는 것도 획일적으로 청 소년에게 어떤 것을 제한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자 신의 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다시 말해 부모가 자신이 양육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협력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부모들에게는 그들의 자녀에 대한 양육권 이 있으며, 이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어떤 방식으로 양육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이해해 왔다. 내 자녀들에게 어떤 영화를 보게 하고 게임을 하게 할 것 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부모의 자율적인 자녀양육권에 당 연히 포함되는 전형적인 것이다. 현대 국가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회, 즉 전통사회를 포함하여 근대 초기 국가 시 기의 사회에서는 자녀 양육에 관하여 부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 누구도 이에 간섭할 수 없었다. 대가족 사회이기도 하였지만 가족 문제에 다른 사회의 구성원이, 더구나 국가는 이에 절대로 개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근 대 국가에 들어오면서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국가 시대에는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하면서 가장이나 부 모의 지배력은 점차 약화되어 왔고 부모는 자녀의 양육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국가에 요구하게 되었 다. 현대 국가가 전통적 의미에서 가족이나 사회 영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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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았던 청소년 보호 문제에 개입하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적어도 국가가 청소년 보호를 업무 로 하는 것은 부모의 자녀양육권을 강화하거나 보충하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그렇게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 강 제 등급 분류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국가 작용의 하나이며 이 역시 부모의 자녀양육권 강화를 위한 협력 장치로 볼 수 있다. 사업자 자율 규제에 따른 등급 분류 또한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데 부모의 자녀양육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사업자가 소비자인 부모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협 력 장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등급 분류를 부모의 자녀양 육권 강화를 위한 협력 장치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 장치 의 한계를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등급 분류라는 것 은 부모의 자녀양육권을 강화하는 것이지 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양육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없게 하고 획일적인 등급 분류의 결정을 강제하는 것은 등급 분류의 본질에 위배되는 것이다. 부모는 개개 자녀 의 발달 상황에 대해 국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 다. 부모는 국가에서 제시한 연령 등급을 기준으로 자신 의 자녀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을 하기 원한다. 비록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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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그 연령 등급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부모의 판단으로, 적어도 부모가 동반한다는 전제에서 그 연령 등급의 표현 물을 보게 하고 싶다. 그런데 국가가 강제하는 등급은 부 모도 준수해야 한다. 자신의 자녀에 대한 결정을 했다고 해도 그 부모 또한 제재 대상이 된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그 부모는 자신의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침해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등급 분류에서는 옛 유통 허가의 잔재 또는 이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데다가 청소년 보호에 관한 국가 기능을 가부장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 이 있다. 따라서 국가가 정한 등급 분류 결과는 부모이건 상관하지 않고 강제해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게임 등급 분류는 12세이용가나 15세이용가 등급조 차도 부모가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는 강제 등급이다. 이에 비해 영화 등급 분류의 12세관람가와 15세관람가 등급은 부모가 동반한다면 이에 반할 수 있는 권고 등급이다. 영 화건 게임이건 청소년 불가 등급은 부모도 어쩔 수 없는 강제 등급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부모의 자녀양육권 강 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 부 모의 자녀양육권과 협력이라는 관점은 청소년 보호라는 등급 분류의 법적 토대를 굳건히 해 주며 이와 함께 국가 강제 등급 분류가 부모의 자녀양육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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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분류의 한계를 명확히 해 주는 이중 역할을 한다. 물 론 표현의 자유 확대나 청소년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등급 분류를 보는 관점은 여전히 유용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 유는 그 자체로는 고귀한 것이지만 영화나 게임 서비스를 파는 사람의 관점에서 말해진다는 한계가 있고 청소년 보 호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는 약점이 있다. 청소년의 인권 은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강점이 있음에도 청소년 보호와 빚는 긴장은 여전히 있다. 인간으로서 청소년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 과정의 미성숙을 이유로 누구 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인권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다만 성인과 청소년을 가 르는 기준에 대해서는 청소년 인권 문제에서 보면 불만이 있다. 법률 행위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책임 문제가 있으니 까 충분히 성숙한 이후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받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근로를 할 수 있는 시기보다 표현물을 향 유할 수 있는 시기가 더 늦어야 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등급 분류의 확장과 미래 이 책에서 영화와 게임의 등급 분류를 다룬 것은 그것이 등급 분류의 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등급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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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원형을 제시한 맏형이다. 게임은 문화 산업 중에서 가 장 규모가 크며 디지털 문제에 가장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 다는 점에서 등급 분류의 진전된 모습을 보여 준다. 영화 와 게임의 등급 분류를 서로 비교하면 등급 분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윤곽을 잡을 수 있다. 1997년에 영화로 시작 한 등급 분류는 1999년에 게임과 비디오물로 확대되었고, 2000년에 방송 프로그램 등급이, 그리고 2012년에는 뮤직 비디오의 등급 분류가 도입되었다. 비디오물 등급 분류는 영화와 같은 법에 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구조가 기본 적으로 동일하다. 뮤직비디오 등급 분류도 크게 보면 비 디오물 등급 분류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 등급은 영화나 게임과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데 방송 사 업자가 자체 등급 분류를 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등 급 분류 기준과 사후 통제를 담당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방송의 특성상 등급 준수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프 로그램 등급은 원칙적으로 정보 제공의 의미를 갖는다. 뮤직비디오 등급 분류는 이제 막 새로 도입되었다. 제도 적으로만 보면 비디오물과 같이 취급해야 하지만 그것이 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 그리고 직접적인 대가 지급 없이 무상으로 유통된다는 점, 표현물이기는 하 지만 상업적 표현물에 가깝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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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비디오물 등급 분류라는 무겁고 딱딱한 제도 를 입힐 것이 아니라 사업자 자율 규제라는 좀 더 가볍고 부드러운 제도로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영화, 게임, 비디오물, 방송 프로그램, 뮤직비디오를 포 괄하는 등급 분류는 표현물 유통을 관리하는 핵심 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표현물 유통을 관리하는 제도가 등급 분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등급 분 류와 함께 청소년 보호를 위해 표현물의 유통을 규제하는 것이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기 능은 등급 분류와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대부분 나라에 서는 등급 분류만 채택하고 별도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제 도를 채택하지 않는다. 두 제도를 동시에 운용하는 나라 는 우리나라와 독일뿐이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청소년 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어떤 매체물이 청소년에 유해 하다는 결정을 하여 고시하면 그 매체물은 청소년유해매 체물이 되며, 청소년이 이에 접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 유해 표시와 포장을 해야 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 이 아닌 것과 구분·격리하여 판매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출판물을 대상으로 발전한 것 이다. 그렇지만 청소년보호법이 정하는 매체물에는 출판 물뿐만 아니라 영화, 비디오물, 게임, 방송 프로그램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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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포함되어 있다. 등급 분류의 대상이 아닌 출판물은 청소년 보호 장치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가 작동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데, 등급 분류의 대상이 되는 영화나 게임에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를 이중으로 적용할 수 있 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성인과 청소 년을 구분하는 연령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유통 이후에 규 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가능하 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나 청소년이용불가 등 급의 게임은 이것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인가에 대한 의문 이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한 해답의 단서는 청소년보호 법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법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 닌 매체물에 대해 등급 분류를 할 수 있고 등급은 해당 매 체물을 관장하는 심의기관에서 정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를 해석하면 등급 분류가 되었다는 것은 청소년 유해매체물이 아닌 매체물이라는 것이 되며, 영상물등급 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관람불가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므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게임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닌 매체물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불가 등급이 곧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는 견해가 존속하고 있으며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것은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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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에서 청소년이 고등학생을 포함한 만 18세 미만의 자 이고, 청소년유해매체물에서 청소년이 연나이 19세 미만 의 자로 연령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소년불 가 등급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는 두 입장이 동일하지만 연령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은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만일 연령이 일치되면 두 제도는 중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령 불 일치가 아니라 두 제도는 본질적으로 구분해 운영해야 한 다는 접근이 보다 타당하며 두 제도를 함께 운영하는 독일 청소년보호법에서는 명시적으로 청소년접근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와 게임은 청소년유해매체물 목록의 등재 대상 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끝으로 국가 강제 등급 분류와 사업자 자율 규제 에 대해 말하려 한다. 이 점은 이 책의 본문에서 여러 차례 언급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하게 해 두고 싶은 것은 등급 분류에 대 해 제기되는 주된 공격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영업의 자 유 구속, 부모의 자율적 판단 침해, 청소년 인권 침해 등은 주로 등급 분류 자체가 아니라 국가 강제 등급 분류에 대 한 것이다. 국가가 법적 의무로 등급 분류를 강제한다는 것 때문에 이 제도의 약점이 발현되는 것이다. 국가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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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의무로 강제하는 것은 비판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하 여 청소년 보호를 위한 등급 분류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국가 강제를 대체하는 사업 자 자율 규제라는 대안이 얼마든지 있고 적어도 기능적으 로 청소년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반드시 국가 강제일 필요는 없다. 자녀 양육을 위한 부모의 통제권을 강화하 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가 강제 등급 분류 를 보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업자 자율 규제도 일시에 도입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업자 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축적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사업 자의 비용 부담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조금 더 중간 단계까지는 국가 강제 등급 분류의 기본 틀을 유 지하면서 사업자 자율 규제를 소프트 랜딩하는 전략이 필 요하다. 부드럽고 소프트한 등급 분류로 전환했을 때 그 것이 국가 강제 등급 분류인지 사업자 자율 규제인지가 모 호해지는 그런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소프트 랜 딩 전략이 우리 등급 분류가 가야 할 방향이며 그것이 이 미 국가 강제 등급 분류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이 책 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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