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속고돈에울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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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나오는 사람들

철수: 홍도 오빠 홍도: 누이동생 광호: 홍도의 남편 혜숙: 약혼녀 봉옥: 광호의 누이동생 부: 광호의 부 모: 광호의 모 월초: 서생 노복: 혜숙의 집 청지기 춘홍: 기생 수련 중실: 혜숙의 오빠 김군 이군 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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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개막 장소: 홍도의 집 무대: 밥상에다 보자기를 덮어 놓았다. 홍도, 분주히 집 안 을 치우고 있다.

(철수, 세수수건을 목에 걸고 중앙 후면에서 나온다. 걸음 을 계속하여 마루로 올라간다.)

철수 광호 군은 아직 안 왔니? 홍도 네. 오빠 지금 몇 시유? 철수 (시계를 보며) 아홉 시가 넘었어. 시간이 넘도록 이 사

람이 웬일일까?

(홍도, 대문 편으로 향하여 살핀다. 철수, 상보를 제키며 본다.)

철수 야! 오늘 반찬은 아주 굉장하구나. 홍도 오빠! 보지 말아요. 철수 얘 홍도야, 맨날 이 오래비에게는 된장찌게에다 콩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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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먹이드니 오늘은 광호가 온다니까 반찬이 아주 굉장하구나. 홍도 참, 오빠두− 철수 참 오빠두 아니라 그렇지 뭐냐? 그래 너는 이 오래비보

담 광호가 제일이야. 홍도 물론, 그리고 광호 씨는 손님이 아니에요. 철수 손님이 아니라 장래 네 남편이니까 그렇다고 솔직히

고백을 하렴. 홍도 아이참 오빠두. (부끄러운 듯) 철수 하여튼 나는 배가 고파서 광호가 올 때까지 더 기다릴

수가 없다. 먼저 먹어야 하겠다. (상을 잡아다가 먹을 려고 한다.) 홍도 오빠− 이왕 기다리신 길이니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광호 씨가 오거든 같이 잡수세요. 철수 뱃가죽이 등에 가 붙을 지경인데 어떻게 더 기다려. 싫

다. 나 먼저, 먹겠다. (이것저것 집어 먹는다. 손으로) 홍도 배가 툭 터지도록 많이 잡수세요. 철수 (먹다가) 뭐 배가 툭 터지도록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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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배가 툭 터지도록 많이 잡수시구려. 철수 아니, 얘 어떻게 하는 말이야. 그럼 내가 네− 오래비

가 아니라 네 하인으로 취급하는 거야? 홍도 누가 하인이라고 그랬세요. 철수 그만두어라. (화를 내고 일어서며) 오늘부터 네가 지

어 주는 밥을, 안 먹으면 그만이지. (상의를 입으며 내 려선다.) 홍도 오빠− 어디 계실려우? 철수 아니꼬워서 그 밥 어디 먹겠니? 나가서 설렁탕이나 한

그릇 사 먹으면 그만이지. (나간다.) 홍도 오빠 정말 노했수? 철수 그만두어! (나간다.)

(대문 앞에서 들어오는 광호와 마주친다.)

광호 아니 여보게 어디 가나? (홍도에게 인사) 철수 어서 자네나 들어가서 배가 툭 터지도록 먹게. 광호 이 사람아, 배가 툭 터지도록 먹으라니 무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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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하여튼 배가 툭 터지도록 먹으라니까. 광호 (홍도에게로 가며) 홍도 씨 저 사람이 미치지 않았습

니까? 철수 이 사람 미치다니? 광호 (대답 없이) 홍도 씨 뭣 때문에 저 사람이 저럽니까? 철수 광호, 이 사람 내 말은 말 같지가 않고 그래 홍도 말만

말 같다는 것인가? 광호 그렇다고야 하는 게 아니지만. 홍도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그만두시고 올라오

세요. 광호 대체 뭣 때문이에요. 철수 내가 말하지. 자네 들어 보게. 그래 세상에 남매지간에

이런 법이 어디 있겠나? 내가 오늘 아침에 말이야. 좀 일찍 일어났드니 몹시 시장하데그려. 그러나 자네를 기다릴려니 도무지 뱃가죽이 들창에 닫는 것 같아서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내가 먼저 밥을 먹을려 고 막 한 숟갈 뜰려고 하니까 저 홍도가 하는 말이 배 가 툭 터지도록 잡수세요. 이러질 않겠나. 그러니 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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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래비더러 그런 말버릇이 어디 있겠나. 광호 그거 화나게 됐네. 철수 그래서 지금 막 설렁탕 사 먹으러 나가는 중일세. 광호 홍도 씨. 이 사람의 말이 사실입니까? 철수 아니 이 사람아 정녕코 내 말은 신임할 수 없고 저 홍

도의 말만 신임하겠나? 홍도 오빠. 정말 제가 잘못했어요. 철수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니? 홍도 정말 잘못했어요. 철수 그럼 나도 잘못했다. 그만두자. 광호 (웃음) 하….

(홍도, 철수 같이 웃는다.)

철수 자− 어서 올라가세. 정말 나는 자네 기다리다가 허기

져 자빠지겠네. (올라간다.) 홍도 (광호에게) 그런데 지금이 몇 시예요? 광호 (시계를 보며) 왜요? 저는 약속 한 시간 아홉 시 정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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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 문전에 들어섰습니다. 홍도 거짓말씀 마시고 늦어서 미안하니 용서하십시오 하고

사과나 하세요. 지금이 아홉 시가 아니라 아홉 시 반이 에요. 광호 그럴 리 없어요. 이 시계는 적어도 월삼(月三)1)이랍니

다. 철수 여보게 월삼(月三)은 30분씩이나 덜 가는 건가? 그런

덴뿌라 시계2)는 일찌감치 엿이나 사 먹게. 광호 하하…. 그렇게 됐는가요? (홍도에게) 미안합니다.

(곡겍이로 절을 한다.) 홍도 하하… (웃는다.) 철수 어서 올라오게.

1) 월삼(月三): 월섬(Waltham). 미국 매사추세츠 주 동부에 있는 도시다. 1854년 유명한 시계 제조사인 ‘아메리칸 월섬 시계 회사’가 설립되었 다. 여기서는 월섬에서 나온 시계를 말한다. 2) 덴뿌라 시계: 겉은 금을 입혔지만 부품은 싸구려인, 유명 브랜드의 모 조 시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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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올라가 앉으며 홍도도 올라가 앉는다. 3인 서로 권하 며 밥을 먹기 시작한다. 철수, 밥을 몇 숟가락 급히 먹다가 걸린다. 광호, 철수의 등을 쳐 준다.)

광호 왜 이래. 이 사람. 철수 물 물−

(홍도 물을 따라 준다. 철수 물을 마시고 숨을 돌린다.)

광호 이 사람아 무엇이 그리 급해. 철수 찬찬 먹다가는 자네들 두 사람에게 맛있는 반찬 다 뺏

기면 어떡하게. 광호 원 사람두. 철수 여보게. 대관절 이 요리는 누가 만든 것인지 아나? 광호 글쎄. 철수 대한요리협회에 회장으로 계시는 황홍도 양께서 만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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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 과연 요리 맛이 훌륭한데. 철수 정말 훌륭한가? 광호 정말 훌륭해− 철수 그러면 요거 하나 먹어 보게. (집어 준다.)

(광호 입을 벌린다. 철수 자기 입에다 넣어 버린다. 철수 또 하나 집어서 준다.)

철수 요번에는 정말 맛 좀 보게.

(광호 받아먹는다.)

철수 맛이 어떤가? 광호 아주 훌륭하이. 철수 그래. 그러면 요것 또 하나 맛보게. (준다.) 어떤가? 광호 아주 맛있는데. 철수 뭐가 이 사람아 그렇게 훌륭하고 맛이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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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는 모두가 매웁고 짜고 싱거운데 그래 자네 입 에만 그렇게도 좋은가? 그래 이 사람아 사랑에 빠지면 반찬에까지도 빠지는 건가? 광호 예끼 사람두. 철수 홍도야 너두 그러냐? 홍도 참 오빠도, 어서 밥이나 잡수세요. 철수 응. 그래 잠자코 밥이나 먹으마.

[3인(三 人) 다시 먹기 시작. 철수. 갑자기 시계를 보고 일어선다.]

철수 이크 벌써 10시가 다 되었구나. 광호 왜 그래. 철수 10시 정각에 화신 앞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이

있어. 광호 그렇지만 먹던 거나 마저 먹고 가게나그려. 철수 갔다 와서 또 먹지. 홍도 그러면 물이라도 많이 잡숫고 가세요. (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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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예끼 내가 붕어 새끼야, 물이나 많이 먹으라게. 광호 하…. (철수 내려선다.) 철수 얘 홍도야 내가 나가거든 사랑하는 광호하고 재미있

게 속삭이며 많이 먹어라. 응−

(홍도 부끄러워 돌아선다.)

광호 잔소리 말고 어서 다녀나 오게. 철수 걱정 말게. 어서 갈 테니. 홍도야 다녀오마. 홍도 빨리 다녀오세요. 철수 그래 해 가거든 돌아올 테니. (나간다.) 광호 자− 홍도 씨 보기 싫던 오빠도 나가고 했으니 우리 같

이 겸상해서 재미있게 먹어 봅시다. 어서 올라와요.

[간신히 올라간다. 철수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2인(二 人)의 거동을 살피며 한 편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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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 자− 어서 먹읍시다. (먹는다.)

(홍도 밥을 먹는다.)

광호 가만있어요. 반찬은 내가 집어 드리지요. (집어 가지

고) 자− 아 해요. 어서− 어서 자− 아− 해요.

(간신히 입을 벌린다. 철수 달겨들어 크게 소리친다.)

철수 아− (2인 당황해진다.) 하…. 광호 아니 이 사람 벌써 다녀왔나? 철수 하…. 사실은 내가 이 장면을 방해할라든 게 아니라 모

자를 두고 나가서 모자 가질러 들어온 걸세. 미안하이.

(홍도 모자를 집어 든다.)

철수 (모자를 받어 든다.) 홍도야. 이번에는 정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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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 정말 가는 건가? 철수 정말 가네. (나간다.)

(철수 나가 다시 숨는다. 광호 철수가 숨는 걸 본다.)

광호 (반찬을 집어 들고 홍도에게 준다.) 자− 이번에는 정

말 받아먹어야 해요. 자− 자.

(홍도 또 입을 벌린다. 철수 또 뛰어나오며)

철수 아− (입을 벌린다.) 광호 아− (철수 입에다 넣어 준다.)

(철수 받아먹는다. 3인 크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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