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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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 한국언론학회 엮음 박은희 · 김성해 · 류재형 · 신동희 · 홍경수 지음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2014 한국언론학회 기획연구 2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

엮은이 한국언론학회 지은이 박은희 · 김성해 · 류재형 · 신동희 · 홍경수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10월 17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하여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한국언론학회, 2014 ISBN 979-11-304-0235-2 이 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서문 디지털 변혁의 시대 한국의 언론학 교육 모델을 찾아 박은희 대진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 언론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언론학 교육의 길을 묻다 2006년 한국언론학회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당시의 언론학 교육 을 반성, 진단하고 미래 언론학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위원 회를 구성한 바 있다. 언론학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의 일 환으로 출범한 ‘한국언론학회 언론학미래위원회’는 서울대학교 강명구 교수를 위원장으로 10명의 위원이 1기(2006∼2008), 2기(2008∼2009) 로 활동하였고, 그 결과를 묶어 2009년 󰡔언론학 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언론학미래위원회는 “… 언론학 교육자인 우리들의 책무가 언론학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공하는 교육의 내용 이 교육수혜자인 학생들의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가라 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윤리적 헌신을 확인하고자 했다”(한국언론학 회 언론학미래위원회, 2009)는 언급에서 보듯이 언론학자이면서 교육 자로서의 책무를 각성하고, 언론학 교육이 학생들의 삶에 진정으로 도 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러한 인식을 모든 언론학자들이 공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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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촉구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학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마디마다 이슈로 등장해 왔 다. 1997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미디어가 변화하는 당시에도 위원 회까지는 아니지만 언론학 교육 위기 진단과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다 각의 노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정보화시대 언론학 교육의 방향과 과 제”(차배근, 1997), “언론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정진홍, 1997)가 ≪저널리즘 비평≫에서 기획 특집으로 다뤄졌을 만큼 언론학 교육에 대한 변화 요구를 학회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 고 다시 10년이 지나 2006년 언론학미래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이 시 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다시 융합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언론학 교육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도 일종의 저널리즘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2005년 ‘Carnegie-Knight Initiative’라는 이름하에, 의사와 변호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질적 도약에 비해 언론인 양성을 위한 교육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 고 기능적 실무교육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컬럼 비아대학교, 버클리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남가주대 저널리즘대학, 하버드소렌슨센터 등이 참여했으며, 그 결과로 “뉴스 비즈니스: 저널리 즘의 차세대 도전”과 “저널리즘의 자신감 위기: 차세대 도전”이라는 두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저널리즘 학부의 위상을 높 이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역사, 정치, 고전 및 철학 등의 주제 에 대한 인식과 공중과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커리큘 럼 개혁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미래위원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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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과 언론 산업의 외연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언론학의 정체성, 언론학의 영역, 범위 등 모든 면에서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는 ‘미디어’가 갖는 의미와 역할처럼 태생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디어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더 나가 융합미디어로 확장하면서 미디어들 간의 융합만이 아니라 과학, 기술, 예술,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융합해 내는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조정과 중재와 개입과 참여를 핵심 가치로 하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입체교차로 한가운데서 나아갈 길을 찾아내도록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토대로 2009년 언론학미래위원회는 미래 언론 학 교육의 패러다임으로서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s) 교육’을 제 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성찰적 실천 교육이란 지식 전수를 넘어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행동적 학습(active learning), 실행적 학습(learning by doing),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 습(learn how to learn)으로 구성, 실천·관여·개입·참여를 통한 학습 을 전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미래위원회는 성찰적 실천교육으로서 언론 교육이 교과과정 안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구체적 대답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최소한 언론학의 정체성, 지향해야 할 가치, 사회적 책무 등에 대한 포 괄적인 답을 내놓았다고 판단된다. 미래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10가지 과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결론을 제안함으로써 3년간의 활동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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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미래위원회가 던진 10가지 제안(2009)

1. 언론학 교육의 기본 철학을 재확인한다. “언론학 교육은 산업이 요구하 는 인력 양성뿐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 말할 권리, 들을 권리 등 공공의 이해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언론학회가 ‘언론학 교육위원회’를 상설할 것을 제안한다. 3.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에 기초한 언론학 교육과정의 구축을 제안 한다. 4. 언론학 교수의 채용과 평가에서 교육에 대한 헌신과 성과를 포함한 평가 척도와 평가 제도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5. ‘성찰적 실천교육(education of reflective practices)’의 패러다임에 기초 한 언론학 교육을 제안한다. 6. 전문적 실무 능력 훈련의 질적 수준을 확실하게 높이는 운영과 평가 시스 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7. 언론학 교육은 개별 매체(media specific)를 뛰어넘어 통합 매체(cross media) 교육을 지향할 것을 제안한다. 8. 전문성이 강화된 학제간 융합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한다. 9. 특성화된 산학 연계 프로그램의 개설을 제안한다. 10. 우리 언론학 교육자들은 언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책무를 지 고 있고, 한국언론학회는 인재 양성의 책무가 언론학이라는 학문을 지 키는 책무보다 더 무겁다는 책임감을 공유하는 공동체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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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위원회에서 찾아낸 결과와 제안은 5년이 지난 지금 들여다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이다. 언론학 교육에 실무 능력의 강화, 개별 매체 를 넘어 통합 매체 교육, 학제 간 융합 교육, 산학 연계 프로그램 개설을 필요로 한 것은 미디어와 미디어의 융합 현실, 더 나아가 미디어와 사물 과의 융합으로 확장되는 생태계의 변화 때문이다. 2009년에 이루어진 것 이지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디어 환경이 당시 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는 점, 당시 제기된 문제들이 한층 심 화되고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제기된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한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것은 당시의 문제 진단이 여전히 유효하다 는 것을 의미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의 제안들이 규범적 선언에 머문 채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언론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 비전 미디어 기술, 미디어 시장, 미디어 기업 환경 모두가 변화하고 있다. 최 근의 변화 양상이나 속도로 볼 때 ‘변화’라는 표현으로는 이 급격한 차 이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변혁이라고 해야 할까, 얼마 전 ≪뉴욕타임 스≫가 발표한 “2014 NYT 혁신보고서”는 이러한 변혁의 움직임을 조 직 안에 담기 위한 총체적인 고민과 노력을 보여 준다(The New York Times’ Innovation Report, 2014).

2014 NYT 혁신보고서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혁신을 위한 제안의 핵심은 수용자 확충 (Growing our audience)과 뉴스룸 강화(Strengthening our new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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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다. 언뜻 보기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제안이지만 이 제안을 내 놓기까지 ≪뉴욕타임스≫가 현실 인식을 얼마나 처절하게 했을지 보고 서 곳곳에 드러나 있다. 디지털 시스템에서 신생 미디어의 우위를 인정 하고, 저널리스트의 권위에 사로잡혀 독자의 사용자 경험을 무시해 왔 다는 자기반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용자 확충을 위해서는 양질의 기사로 독자를 끌어오던 종전까지의 전략에서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콘 텐츠 유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로 세계 최고의 권위 를 자랑하던 ≪뉴욕타임스≫가 스스로 그 자부심을 내려놓고 변화된 환경에 조응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두 번째 제안인 뉴스룸 강화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뉴스 룸 조직에 비즈니스와 편집국의 협업을 꾀할 수 있도록 하고, 뉴스전략 팀을 구성하고, 무엇보다 편집국에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개념을 도입하여 종이 신문의 제약에서 벗어나 디지털 뉴스 생산에 가능한 모 든 역량을 투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NYT 혁신보고서”에 대해 여전히 결과는 미약하고, 융합의 결과를 진단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는 비판도 있으나 디지털로의 진화는 급 속한 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NYT 혁신보고서” 분석 기사를 연재한 ≪조선일보≫ 우병현 기자는 “ NYT 보고서는 국내외 신 문사와 방송사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3년 안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나중에 NYT의 경고음 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땅을 칠 것이다”(우병현, 2014. 7. 24)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디지털 변혁에의 조응이 기업 존 폐에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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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퍼스트

우리 미디어에서의 변화 조짐도 눈에 띈다. ≪수원일보≫는 디지털 퍼 스트를 선언하고 2014년 7월부터 종이 신문 인쇄 중단을 결행했다. 100%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하고 앱 개발, SNS를 통한 뉴스 공급 강화, 모바일 뉴스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수원일보≫의 자 체 조사에 따르면 ≪수원일보≫ 독자들 100명 중 96명은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한다고 한다. 단 4%만이 종이 신문을 통해 기사를 본다는 것 이다(≪미디어오늘≫, 2014. 7. 23) 인터넷으로의 이동은 지역의 작은 신문들에게로 점차 확장되어 가는 추세다. ≪한국일보≫ 역시 60주년을 맞아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하며 처음 으로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채용했다는 소식이다(≪미디어오늘≫, 2014. 8. 4). 한국일보사 창간 60주년 특집 기사로 다룬 “2030년 한국일 보 뉴스룸을 가다”(≪한국일보≫, 2014. 6. 4)에서는 2030년 6월 9일 자 아침판을 끝으로 종이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글을 실었다. 비록 가 상의 글이지만 ≪한국일보≫가 향후 15년간 디지털 퍼스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엿볼 수 있다. 한편 미디어의 디지털화는 급기야 기사의 자동 생산이 가능한 현 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 혹은 알고리즘 저널리즘이라는 이른바 뉴스 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저널 리즘이 생겨난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회사 오토메이티드인사 이트(Automated Insights)는 초당 9.5개의 기사를 생산하는 속도로 2013년 총 3억 개에 이르는 기사를 생산했으며, 2013년 로봇이 생산한 월평균 1만5000개의 기사를 미국 주요 언론사에 판매했다는 소식이다. 내러티브사이언스(Narrative Science)는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 기사뿐 아니라 경제 전문 미디어 기업 포브스에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낸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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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가디언≫도 2013년 11월, 알고 리즘에 의해 자동 생산하는 주간지 ≪길지만 좋은 읽을거리(The Long Good Read)≫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TLGR≫은 ≪가디언≫ 뉴스 사 이트에서 길이가 긴 기사를 댓글, SNS 공유 등의 기준에 따라 선별한 후 자동 편집해 24쪽의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인쇄한 종이 신문이다. 사람 의 편집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종이 신문으로 이른바 ‘로봇 저널리즘’ 혹은 ‘알고리즘 저널리즘’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강정수, 2014). 디지털은 미디어 현장의 변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1995년 니콜라 스 네그로폰테의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인류가 신문이건, 엔터테인먼트건 섹스건 간에, 이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미래를 향해 필연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듯이, 이제는 생태계 전 체가 김홍탁의 표현대로 ‘디지털 존재(Digital Being)’로 변화하고 있다 (김홍탁, 2014). 이 때문에 미디어도 더 이상 미디어 융합에 머물지 않고 사물과의 융합으로 확장되는, 그리하여 개별 미디어에 대한 이해나 개 별 사물에 대한 이해로는 환경을 해석해 내기 어려운 현실에 도달했다.

언론학 교육의 현실

디지털 미디어에서 융합 미디어로 넘어가는 시기에 사회적으로는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고 한다면, 융합 미디어에서 이른바 사물 미디어라고 지칭될 만큼 사회 전반의 융합 시대로 들어서면서는 디지털 마당에서 뛰어놀 ‘창의 인재’에 대한 요구가 부상하고 있다. 정 치적인 용어 개발의 결과일 수도 있으나 언론 현장에서는 다른 어떤 분 야에서보다 특별히 더 창의성을 강조하고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창의 인재 양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늘 그래 왔듯 인재의 양성이 교육기관 따로, 정부기관 따로 각자 행해지면서 인재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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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시너지를 확립할 기회를 놓치고, 실제 창의 인재 양성의 모델을 구 축하지도 못한 채 예산과 시간의 낭비, 시행착오의 되풀이 등을 경험하 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언론학 교육의 현장은 어떠한가? 아마도 변화에서 가장 더딘 행보를 보이는 곳이 교육 현장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과거의 교육을 받은 교육자들은 미래의 교 육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며, 디지털 생태계는 거의 속도전이라 할 만큼 변화가 빨라서 학교 교육이 이를 쫓아가기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언론학 교육의 자성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도 같은 문제들을 토로하고 있다. 니만저널리즘연구 소(Nieman Journalism Lab)의 소장인 조슈아 벤톤(Joshua Benton)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의 언론인 육성이 어떻게 변 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교수들은 대체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어떻게 변하고 있 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 둘째, 변화를 인식하기는 하지만 기존 방식 이 옳고 새로운 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들에게 교 육을 받다 보니 ‘디지털 세대’인 20대도 전통적 의식에 길들여져 있다. 게다가 학교는 주로 기술 중심적인 교육을 한다. 학생이 저널리즘스쿨 을 졸업할 때쯤이면 영상, 사진촬영도 잘하고 팟캐스트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기술을 조금 추가하는 것이다. ‘디지 털 환경’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존 저널리즘에 기술 교육만 시키는 게 문제다”(≪미디어오늘≫, 2014. 8. 4). 이 문제는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날로그에 디지털 기 술을 덧입히는 정도의 변화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현장에서 따 라갈 수 있을 정도의 기술 교육이라도 되어 있으면 다행이다. 이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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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실습, 취업을 위한 스펙 중심의 교육, 인문학 적 상상력의 부재를 낳는 기초 교양의 부실 등 2009년 미래위원회가 조 사한 바에 따르면 언론학 교육이 현장에서의 요구를 제대로 채워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전공 관련 동아리 활동’,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 ‘개별 스터디 그룹’, ‘공모전’, ‘취업 특강’, ‘사설 아카데미’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는 결국 교과과정과 취업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학부생들이 각 자 별도의 비용을 들여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언론학미래 위원회, 2009). 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산학 연계는 대학 별로 아주 미미하게나마 행해지고 있을 뿐이고, 현장에서의 요구에 조응 하지 못하는 학교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은 결국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사교육 시장은 점점 더 융성해 가고 있다. 대학은 구조조정의 칼 날 앞에서도 변화에 조응하기 어려운 구조 그대로다. 융합과 통섭에 대 한 지향은 있으되 전공별, 학과별, 학부별, 단과대학별, 대학별 칸막이 교 육은 여전해서 개별적인 노력에 온 힘을 빼는 것도 여전한 현실이다. 기업은 어떠한가? 신입을 뽑아 교육하려는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력직 사원을 채용하거나 혹은 대학 시절의 현장 관련 업무 경 험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 시장에서는 경력 같은 신입이 늘고, 나이 장벽도 무너져 막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이현택, 2013). 그나마 1년을 주기로 신입을 육성 하는 시스템은 고작해야 일간지와 종합편성채널, 지상파방송 정도다. 다른 규모가 작은 신문이나 잡지, 독립제작사, 광고회사들은 매년 신입 을 채용하지도 않는다. 신입사원 공채시스템이 점차 미디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적자원이 필요 없어서라기보다는 새로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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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창출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게다. 그만큼 언론사들 이 직원 채용과 양성에 비용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졌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미디어 현장의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이전에 비해 점점 보수나 대우 등 전반적인 노동 환경은 악화 일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학의 미래,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위기를 인식하고 주위를 돌아보면 희망은 곳곳에 있다. 미디어 시장이 열악해진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전통적 미디어의 쇠락일 뿐 새로운 신생 미디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이 생겨나고 있 다. 디지털이기에 가능한 방송통신 융합은 다양한 미디어들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뉴스 미디어만 보더라도 ≪뉴욕타임스≫가 혁신보고서 를 내놓으면서 경쟁 상대로 지목한 ≪버즈피드(BuzzFeed)≫처럼 수용 자가 올린 기사와 제휴 미디어의 뉴스를 단순 편집, 정리만으로 고객을 끌어들인 소셜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이미 잘 알려진 블로그형 미디어 인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나 동영상 중심의 뉴스 콘텐츠 업체 인 바이스(Vice)도 이미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초 잡지 에서 시작한 바이스는 2013년부터 유튜브를 이용, 다큐멘터리 전문 바 이스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BBC는 2014년 들어 인스타그램용 뉴스 생 산에 들어갔다. 인스타팩스라고 불리는 인스타그램 뉴스 동영상은 13 초짜리 뉴스로, 13초 안에 스토리텔링을 해내는 방식이다. 젊은 세대에 게 다가가기 위한 뉴스 전달 방식의 사업 모델은 미국에서도 등장했다. NBC는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와 협업하여 NBC는 뉴스의 자료 화면을 제공하고, 나우디스뉴스는 모바일에 친숙한 이들에게 13초 동 안 짧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동영상에 담아 넣는 작업을 한 다. 이처럼 전달 방식에 따라서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게 미디어 시장의 최근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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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미디어 기업의 등장은 우리에게 희망이고 도전이다. 언론 학 역시 이 도전의 장에 맞설 준비를 갖춰 나가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언론학이 위기라고는 하지만 사실 대학 내부에서 보면 다른 학문 영역 에 비할 게 못된다. 전통적인 교육이라고 비판받지만 그래도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가장 혁신적인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새로운 미디어 시 장에 맞는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커리큘럼을 혁신하기도 한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문제의식을 크게 느낄 뿐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 한국에서의 언론학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수평, 수직 네트워크가 잘 발달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른 어떤 학문 분야에 비해 인적 자원의 연결고리가 강하다는 것, 개방의 가능성이 크 다는 것, 연대적 책임과 활동을 지향한다는 점 등은 충분히 자부할 만하 다. 이 모든 것들이 학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은 우리 언론학이 변화 할 수 있고, 끊임없이 진일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다주는 요인이기 도 하다.

디지털 변혁의 시대 언론학 교육의 사회적 책무 언론학 교육 고유의 정체성 찾기는 학문이 지닌 사회적 책무를 직시하 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009년 미래위원회의 첫 번째 항목에서 제안했 듯이 “언론학 교육은 산업이 요구하는 인력 양성뿐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 말할 권리, 들을 권리 등 공공의 이해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 는 데 목적이 있다”는 기본 철학은 언론학 교육의 변하지 않는 근간이 다. 언론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어떤 기여를 해야 하도록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흔들리지 않는 철학을 공유해야만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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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스럽고, 변화무쌍한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학 전공자들의 고유한 힘 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힘이 지난 50여 년간 언론학 전공자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서 한국 사회에서 언론을 키워 내는 저력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최근의 언론 세태가 이 환경을 만든 데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을 필 요로 하지만 그 때문에라도 더욱 언론학 교육의 기본 철학을 다시 되새 기고 교육 현장에서의 내부 혁신을 채찍질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언론학 교육의 사회적 책무는 비단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디 지털 변혁의 시대 언론학 교육은 다른 학문들의 틈입을 허용하고 있으 면서 동시에 여타 학문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학문 간의 융합은 언론학이 디지털 미디어가 지닌 특징인 공유와 개방과 연 결의 중심에 서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변혁의 중심에서 여타 학문들 간의 연결과 공유, 개방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융합해 낼지 를 보다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종사자들은 결국 보편적 글쓰기와 표현하기를 통해 지식, 감정, 인식, 사고, 정서 등 모든 공유 가능한 것들을 수용자에게 전달하 는 사람이다. 어떤 학문도 미디어가 없이는 대중적 공감을 얻어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중적 설득도 불가능하다. 언론학의 외연이 확장되면 서 언론학 전공자들의 미래가 미디어기업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서 활동하더라도 보편적 글쓰기와 표현하기를 통한 공유의 활동 을 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보편적 글쓰기와 표현하기는 다른 삶에 대 한 보편적 이해와 성찰, 공감의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를 위한 역량이 필요하다. 디지털 변혁의 시대 사회의 요구가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지만 그 모든 것의 기초는 결국 다른 삶에 대한 보편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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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공감이다. 다른 삶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키워 내는 능력이나, 사회의 여타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은 공동체 삶에 대한 성찰적 이 해와 시선이 바탕에 깔려 있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게 된다. 언론 교육 의 사회적 책무인 공공의 이해에 봉사하고, 다른 사회 분야와의 연결, 개 방, 공유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내는 것이야말로 언론학 교육이 갖는 고유의 정체성이자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적 언론학 교육 모델을 찾아서 한국적 언론학 교육 모델을 고민하는 작업은 사실 이상에 가깝다. 언론 교육의 기본 철학에 대한 인식은 같다 하더라도 최종 목표에 대한 교육 종사자 간의 합의, 공유하는 철학도 같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각 대학, 학과, 지역 등에 따라 문제의식이나 지향해야 할 목표도 다르다. 이 점 을 인식했기 때문에 2009년 언론학미래위원회도 미래 언론학 교육에 대한 방향과 당시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실용적인 실질적 방안 모색보다는 큰 틀에서의 제안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이번 2014년 언론학교육위원회 역시 한국적 언론학 교육 모델을 찾아낸다는 야심 찬 기획에서 출발했으나 실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 로 연결하는 데까지는 여전히 미흡하다. 다만 해외에서 변혁을 시도하 고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국내의 경우 실제 혁신적 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사례들을 찾아내고, 이들이 성공 할 수 있는 여건은 무엇인지, 다른 대학들로 확산할 가능성은 있는지 등 을 찾아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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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교육위원회는 이번 약 10개월간의 활동을 통해서 언론학 교 육 모델의 현장을 찾아보고자 했다. 사례 발굴을 위한 세 차례의 세미나 와 워크숍을 통해 각 대학에서 실제 행하고 있는 변혁에 조응하는 창의적 프로그램들을 공유하고, 각 대학에서 행하는 교육 모델 중 확산 가능한 모델은 무엇이며,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그 결과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동서대학교의 미디어컴퍼니를 지향한 학부-교내 현장 실습 모델 은 융합형 실무 인재를 양성하여 현장에 곧바로 투입 가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었고, 대구대학교의 MC+와 같이 대학과 현장을 창조적으 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도 있었는가 하면, 방송사와의 협력 모 델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사례, 그 외에도 학부는 아니지만 저널리즘스쿨로 이미 미디어 현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세 명대학교 사례까지 실제 운용되는 방식과 아웃렛을 통해 공개되는 학 생들의 결과물들까지 모두 접해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사례로 제시한 혁신의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첫째,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 제작에 참여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 둘째는 DUS 미디어아웃렛, MC+나 단비뉴스 처럼 미디어아웃렛을 만들어 모든 창작물들을 공개적으로 퍼블리싱하 고 있다는 점, 셋째는 지역사회 생태계와 긴밀히 결합함으로써 학교와 산업이 동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운용되고 있다는 점, 넷째는 무엇 보다 개별 교수들의 헌신과 열정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교수 개개인의 노력 없이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든 프로그 램들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물론 여기 소개된 대학뿐 아니라 실 제 혁신의 교육 현장은 더 많을 것이다. 훨씬 더 많은 교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교육에 힘을 쏟고 있음을 세 번의 토론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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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소개하지 못한 다른 대학들의 사례 들도 향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언론학교육위원회를 마감하면서 “한국적 교육 모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몇몇 교수님을 모시고 좌담회를 개최했다. 애초 언 론학교육위원회가 구성된 취지로 돌아가 과연 우리는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우리가 제공하는 교육의 내용이 교육 수혜자 인 학생들의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 시 한 번 짚어 보는 자리였다. 한국적 교육 모델을 찾는 것과 이를 단일하게 적용하기는 불가능 하지만 가능한 대학들이 서로 수평으로 연결하는 장으로 확대할 수 있 을 거라는 것과 이를 위해 학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협업의 장을 만들어 보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밖에 언론학교육위원 회를 상설하여 각 대학 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교육 모델 개발을 위한 워크숍 등의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을 권유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진정 제대로 가르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이제까지처럼 성공 모델만을 제시하는 현재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끊임없이 더하기 교육을 강요하는 세태를 되짚어 보고 진정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교육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아프게 새기면서, 미래위원회가 제안한 “언론학 교육자들은 언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움을 깨닫고, 이러한 책임감을 공유하는 공동체임을 확인하고자 한다”는 마지막 열 번째 제안을 새삼 무겁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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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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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육 변화의 현장 김성해 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글로벌 디지털 사회. 언론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 학은 디지털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분야로 진정한 의미의 융합 과 통섭이 가능한 분야다. TED와 위키피디아(Wikipedia)와 페이스북 (Facebook), 트위터(Twitter)와 같은 디지털 기업은 물론 허핑턴포스트 (Huffington Post), 데일리 캔디(Daily Candy), 업워시(Up Worthy) 등은 모두 언론학과 관련이 깊다. 뉴스, 광고, 영상물 등은 이들 기업의 주력 상품이거나 다른 사업을 위한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예컨대 구글 (Google)과 야후(Yahoo) 등에서 뉴스는 가장 중요한 사업 영역 중 하나 며, 언론 매체로 알려진 BBC와 CNN 방송을 비롯해 ≪월스트리트저널≫ 과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은 복합 미디어 업체로 전환 하고 있다. 물론 초기 언론학 교육은 종이 신문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 기술 을 가르치기 위한 소박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미국의 워싱턴&리 (Washington & Lee University)대학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언론학 교육은 영문학과의 한 과목에 불과했다. 20세기 초반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출범한 저널리즘스쿨 역시 정식 학과로 독립되지는 못 했고 직업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언론학 교육은 그 이후 라디오,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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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과 인터넷 등의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등장과 미디어 기업의 성 장을 거치면서 큰 폭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저널리즘과 매스커뮤니 케이션(Journalism & Mass Communication)학과로 대표되는 언론학 분야는 이제 광고와 홍보, 공공외교를 비롯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조직 커뮤니케이션과 휴먼 커뮤니케이션, 문화 연구와 미디어 연구 및 정책 연구 등을 포괄하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언론학 교육은 크게 저널리즘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이론과 실습을 통합하는 형태,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가 주도하는 이론 중심, 및 공학과 경영학 등 다른 학문과 융합하는 형태 등으로 구분할 수 있 다. 디지털 혁명을 맞아 학문의 외연 자체가 날마다 확장될뿐더러 이미 방대한 규모인 언론학 분야를 모두 살펴보는 것은 따라서 거의 불가능 에 가깝다. 동일한 언론학 분야라고 하더라도 국가별 차이도 상당하다. 미국처럼 대학과 대학원 중심으로 언론학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도 있 지만 프랑스와 독일처럼 언론 유관 기관이 운영하는 직업학원에서 교 육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이라는 언론의 특성을 감 안해 광고, 홍보 및 스피치 커뮤니케이션과 분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국과 같이 한꺼번에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글로벌 현장은 그중에서도 저널리즘스쿨 (J School)이나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언론학 관 련 이론교육을 비롯해 뉴스, 광고와 영상 및 팟캐스트 제작과 같은 직무 교육을 병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여기에는 의과대학 과 같이 강의·실습과 연구 등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일체형 모델, 외 부 언론사와 인턴십이나 콘텐츠 제휴 등이 이루어지는 산학협력 모델, 저널리즘학과를 넘어서, 비즈니스, 공학, 정보과학, 예술 등 다른 학문 과 융합을 시도하는 노력 융합 모델 및 학교 내 디지털 랩 설치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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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혁신 모델 등이 포함된다. 먼저 일체형 모델은 디지털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미디어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학 부설 병원처럼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협 동조합에 가까운 모델이다. 미국의 뉴욕시립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버클리대학교,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등에서는 학교 부설 언론사를 설 립해 운영이며, 이 회사를 통해 인턴십은 물론 향후 대기업에 가는 데 필 요한 전문 훈련을 소화한다. 또한 산학협력 모델은 대학과 언론사가 일 정한 영역에서 콘텐츠 제휴 관계를 맺거나, 인력을 파견하거나, 또는 특 강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된다. 공익재단과 대학이 프로젝트 형태로 진 행하거나, 외부 언론사와 대학이 공동으로 언론사를 운영하는 경우 또 는 대학이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설 및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경우 등 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밖에, 학제 간 융합 모델은 경영학이나 공학 등 다른 학문 영역과 언론학이 결합한 유형이다. 미국 뉴욕시립대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창업가형 저널리즘(Entrepreneurship Journalism)이나 디지털 혁신 기업을 연구하는 저널리즘 랩(Journalism Lab) 등이 여기 에 해당한다. 끝으로, 자체 혁신 모델은 대부분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지만 취업과 같은 보다 명확한 목적을 지 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멀티미디어 전공을 새로이 신설하는 등의 경우가 포함된다. 물론 이 장에서 다루는 언론학 교육 모델은 유일한 것도 모든 것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혁신의 현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모 델별로 구분을 했지만 실제 학교에서 이들 모델은 통합적으로 진행된 다. 기존의 산학협력을 유지하면서 일체형 모델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 고 자체 혁신을 위한 노력도 계속한다. 게다가 주로 다룬 미국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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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로벌 사회 전체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모델 간 중첩되거나 명확한 경계선이 없는 경우 역시 있다. 그러 나 미국 사례는 단순히 특정한 국가의 예외적인 경우를 넘어선다. 미국 학계는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을뿐더러 언론학 교육의 모델을 정 립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이유가 있다. 디지털 혁명에 대 응해 새로운 언론학 모델을 정립하고자 하는 유럽과 아시아 각국은 이 런 배경에서 미국식 모델을 적극 모방하고자 한다. 혁신의 현장을 직접 참관하고 그 내용을 보다 심도 깊게 살펴보지 못한 한계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형 언론학 교육의 모델을 탐색하는 데 있어 미국에서 현재 어떤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일체형 모델1) 언론학 교육은 다른 학문과 달리 이론과 실습의 통합이라는 특징을 갖 는다.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언론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계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 언론의 규범적 역할, 언론과 민주주의 등의 과목을 중요시 한다. 광고, 영상, 다큐멘터리 등 상징물을 다루는 전문적 중개

1) 지역공동체의 정보 수요를 채워 주기 위한 일체형 모델의 필요성은 연방커뮤니케이션위 원회(FCC)가 펴낸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정보에 관한 나이트 위원회 보고서(Knight Commission Report on Information Needs of Democracies)”에도 잘 나와 있다. 당시 보 고서에는 “병원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저널리즘대학은 그들이 속한 지역공동체에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다”는 점과 “지역병원이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고 연구를 병행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제작하고, 혁신의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거론되어 있다(최민재 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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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Professional Communicator) 양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할 경우에도 성찰적이고, 비판적이고, 분석적이면서 또한 대중적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복합적 능력은 중요시된다. 언론 현장에서는 이와 달리 영상을 촬 영하고 편집하는 능력, 글쓰기, 디지털을 활용한 그래픽 작업과 같은 업무와 관련한 실습을 강조한다.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 고 현장에서 따로 가르쳐야 한다는 점과 전통적인 언론학은 오히려 제 대로 된 저널리즘 활동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비판, 그리고 현장에서 언 론학 전공자의 비중이 별로 높지 않다는 점 등이 이러한 시각과 연결되 어 있다. 미국의 언론학 교육은 이런 갈등을 일찍부터 교과과정에 반영 하고자 노력했으며 학교 내 방송국과 신문사를 활용하거나 실습과목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법으로 타협점을 모색해 왔다. 일체형 모델은 이론과 실습이라는 이분법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디지털 혁명의 직접적 결과다. 방송국과 신문사 등을 설립하기 위해서 는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필요했고 장소와 관리비 등도 문제였다. 디지 털 기반의 온라인 언론사는 이와 달리 설립과 관리 비용이 거의 필요 없 다. 블로거 등의 형태로 바로 시작할 수도 있고, 유튜브를 활용해 동영 상도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다. 대학 당국이나 학생회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야만 운용할 수 있는 학내 방송국이나 신문사와 달리 단일 학과 차원에서도 쉽게 운용할 수 있다. 뉴스룸 공간은 학과의 빈 공간 을 이용하고, 카메라와 컴퓨터와 같은 기자재를 같이 쓰고, 또한 매년 일정하게 공급되는 학생들을 인턴, 신입 및 경력 등으로 분류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 모델은 의과대학에서 강의, 실습과 의료서비스 제공 등을 일체화시킨 것처럼 이론 수업과 직무 훈련 및 실제 경영 등이 모두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지역사회에 있는 의과대학이 지역민을 대상으 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경영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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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미국 대학의 일체형 모델 사례 대학명

매체

세부분야

뉴욕시립대학교

Voice of NY

저널리즘

리먼칼리지

The Bronx Journal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Neon Tommy

비디오 저널리즘

애리조나주립대학교

Cronkite News

복합미디어

일리노이대학교

CU-CitizenAccess

탐사저널리즘

몬태나대학교

Reznet News

교육용 저널리즘

텍사스대학교(엘파소)

Borderzine

교육용 저널리즘

텍사스대학교(오스틴)

Reporting Texas

저널리즘

템플대학교

Philadelphia Neighborhoods

멀티미디어

컬럼비아대학교

The New York World

저널리즘

그림 1 뉴욕시립대학교, Voices of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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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 모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언론사가 채워 주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정보수요를 충족시킨다. 표 1은 2014년 현재 미국의 주요 저널리즘스쿨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다. 언론학 분야의 의과대학 모델(Hospital model)에서 언론사의 유 형은 다양하다. 블로거처럼 아주 단순한 형태도 있고, 동영상과 팟캐스 트 등을 모두 활용하는 복합 미디어도 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역밀착형 뉴스를 주로 다루며 여기에서 학생은 일종의 일하면서 공 부하는 직업인이 되며, 교수는 현장 에디터와 교육자라는 이중 역할을 한다. 디지털 혁명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점에서 등장 시기는 주 로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웹사이트는 스마트 미디어로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콘텐츠의 형태 역시 텍스트, 영상, 팟캐스트, 그래픽, 다큐멘터 리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몇 개 사례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맨해튼은 수많은 언론사와 학교 및 금융기관과 국제기구 등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연히 저널리즘대학(원) 도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퓰리처상을 주관하는 컬럼비아대학교를 비 롯해 비즈니스저널리즘으로 유명한 뉴욕대학교와 공립 대학으로 저렴 한 학비와 양질의 교육으로 유명한 뉴욕시립대학교가 있다. 현직에 있 는 전문 언론인을 강사로 초빙할 수 있다는 점, 학생들에게 폭넓은 인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현업 기자들과 더불어 손쉽게 산학협력이 가능하다는 점, 또 일체형 모델에 적합한 소비자와 뉴스 콘텐츠 시장이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그중에서 뉴욕시립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은 맨해튼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는데 2008년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양질의 우수한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재의 위치에 둥지를 틀었다. 일반 기업의 뉴스룸과 같은 환경을 갖춘 3층과 강의실 중심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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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Neon Tommy

층을 연결해 활용한다. 보이스오브뉴욕은 이 대학원이 소유하고 있으면 서 대학원생과 교수가 직접 운영하는 일체형 모델이다. 매체의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뉴욕주와 맨해튼 인근의 소수 자 이민사회와 유색인종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했 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이슬람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각성에서 시작했다. 2011년 봄, 대학 이 사회의 결정에 따라 미디어 얼라이언스(Media Alliance)로부터 소유권 을 확보했다. 뉴스 콘텐츠는 텍스트, 영상, 오디오, 사진 및 그래픽 등으 로 다양하다. 웹페이지의 주요 지면은 이민자, 정치, 문화, 라틴커뮤니 티, 아시안커뮤니티를 비롯해 브롱크스, 브루클린, 맨해튼과 퀸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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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로 구분된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학교 에서 운영하는 매체에 참가해야 하며 졸업 이후에도 일정 기간 지역밀 착형 언론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외부 언론사와 동일하게 페이스북, 트 위트, 구글 플러스, 레딧과 같은 SNS를 적극 활용한다. 학생들은 자신 의 실명으로 작성된 뉴스를 게재하며 이 과정에서 언론계 경험을 있는 교수의 지도를 받는다. 보이스오브뉴욕에 실린 기사는 때로 ≪뉴욕타 임스≫를 비롯해 주류 언론에 실리기도 한다. 미국에서 저널리즘대학(원)이 발달한 또 다른 지역은 캘리포니아 주로 LA와 샌프란시코와 같은 대도시가 있다.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를 보자. 국내에서 남가주대로 알려진 이 대학은 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 이 통합된 아넨버그스쿨(Annenberg School)로 유명하다. LA 다운타운 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LA 타임스≫, ≪LA 비즈니스 저널≫, ≪할리우드 리포트≫, ≪버라이 어티≫ 같은 신문과 잡지·방송·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가 있다. 저널 리즘대학 교수진은 대부분 현업 경험이 풍부한 과학 전문 기자, 비즈니 스 전문 기자 또는 작가 출신이다. ‘네온토미’라는 매체는 이 대학에서 직접 운용하는 매체로 온라인 전용으로 24시간 업데이트된다. 네온토미의 편집 방침은 엄격하다. 다른 매체에 있는 뉴스를 단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편집한 콘텐츠만 활용한 다. 최신 뉴스가 아니거나 부정확한 뉴스 또는 잘못 전달된 뉴스는 학생 들이 운영하는 편집회의를 통해 걸러진다. 당연히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s)를 지향하고 있으며 디지털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 웹페이지의 섹션은 크게 뉴스, 스포츠, 오락, 예술과 문화 및 의견으로 구분된다. 먼저 뉴스는 LA 지역, 미국 전국 및 국제사회 등으로 구분되 는데 모두 학생이 직접 기사를 작성한다. 가령, 최근의 국제뉴스로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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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애리조나주립대학교, Cronkite News

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불법 도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의 러시 아 망명 및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선거 갈등 등이 있다. LA 지역 뉴스의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련 집회 취재, 대학 당국의 학자금 융자 정책, 지역 교통 정책 등이 있다. 문화와 예술 섹션에는 음악, TV와 영 화, 대학 문화 행사 등이 포함되어 있고 대학 및 인근 지역의 문화 행사 에 대한 평론도 싣는다. 또한 디지털 뉴스의 장점을 살려 트위터와 버즈 (Buzz) 등을 통한 실시간 뉴스 중계 서비스를 실시한다. 일반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경력과 숙련 정도에 따라 취재, 편집, 칼럼 등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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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을 맡는다. 일체형 모델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으로는 애리 조나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피닉스는 뉴욕, LA, 시카고, 휴스턴과 필라델 피아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특히 노년층이 퇴직 후 정착하는 곳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크론카이트 (Cronkite)저널리즘대학은 이 도시의 중심부에 있다. 1984년부터 미국 언론계의 전설로 불리는 CBS 방송의 앵커 월크 크론카이트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 대학은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학교로 성 장했는데 2005년 부임한 크리스토퍼 캘라한(Christopher Callahan) 학 장의 역할이 컸다.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이적한 그는 비즈니스 저널리 즘을 위한 레이놀즈센터를 영입하는 것을 비롯해 일체형 모델인 ‘크롱 카이트 뉴스’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14년 7월, PBS 피닉스 지부가 아예 저널리즘대학 내부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도 깊이 개입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및 교수가 같이 운용하는 이 매체는 2010년 9 월 설립되었다. 애리조나주와 관련한 현안을 매주 일반 뉴스, 탐사보도 와 흥미 기사 등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뉴스룸은 워싱턴 DC 와 피닉스 두 곳에 있으며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력 언론인의 도움을 받 는다. 크롱카이트 뉴스는 일종의 복합미디어로 볼 수 있는데 <크롱카 이트 뉴스와치(Cronkite News Watch)>를 비롯해 카네기나이트재단 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뉴스 21’과 같은 프로젝트를 모두 한 사이트에서 관리한다. 뉴스는 전국, 지역 및 국제사회를 포괄하고 학부생과 대학원 생이 공동으로 뉴스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크롱카이트 뉴스와치>는 학생 2명이 직접 앵커가 되어 진행하는 30분짜리 뉴스 전 용 프로그램이다. 유튜브를 통해 관련 기사를 무료로 공유하며 SNS를 통한 뉴스 중계 서비스 역시 활성화 되어 있다. 언론 분야에 진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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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교육용 저널리즘, Reznet News

어려운 소수 인종을 대상으로 학교 당국과 저널리즘스쿨 또는 학과가 공동으로 운용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에는 높은 산이 별로 없다. 캐나다에서 내려오는 로키산맥이 있지만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돌덩어리다. 대평 원 이남으로 내려오면 산을 보기는 더욱 어려운데 유독 스모키산(Great Smokey Mountain)은 예외다. 산 정상 해발은 약 2000미터 정도로 노 스캐롤리아와 테네시주에 걸쳐 있다. 미국에 유학을 간 한국 학생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가끔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유럽의 백인 에 의해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강제로 추방되었던 인디언 원주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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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은 비극의 현장이다. 1830년 5월 26일. 미국 20달러 화폐의 주인공이면서 군인 출신 대 통령이었던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은 “인디언말살법”에 서명했 다. 미국 남동부에 살던 인디언은 이 법으로 인해 미시시피강 서쪽에 세워진 보호구역으로 강제로 이주 당했다. 행군 동안 수많은 노약자가 길에서 죽었고 역사는 당시를 “통곡의 오솔길(Trail of Tears)”로 기록 하고 있다. 이 길의 중간쯤에 스모키산이 있었고 지금도 그 흔적은 남 아 있다. 그러나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인디언 상당수는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 정부가 보상을 위해 허락한 카지노 사업을 통해 정체성을 급속히 상실했다. 일부 교육자들과 언론인들이 이런 후세를 위해 마련한 전략이 저널리즘인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고유한 언어 로 말하고, 문화로 집단의 정체성을 다시 형성하며, 당당한 주체로 살 아가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미국 언론계에는 이런 목적에서 시작된 소 수민족을 위한 저널리즘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언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일부 교육자들과 언론인들이 후세를 위해 마련한 전략이 저 널리즘인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미국 언론계에는 이런 목적에서 양 성된 소수민족이 상당히 많다. 몬태나주에는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 매코믹재단(McCormick Founation), 나이트재단(Knight Foundation) 과 몬태나대학교(University of Montana) 저널리즘스쿨은 이 지역에 사 는 원주민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주류 언론 및 지역공동 체를 위해 일할 미래의 전문적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한 보다 혁신적인 모 델은 이렇게 탄생했다. 디지털 창업이 돌풍을 일으키던 2006년이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뉴스 콘텐츠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경력 기자들도 채용했다. 몬태나에 있는 ≪나바호(The Navajo) 신문≫의 경력 기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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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텍사스대학교(엘파소), Borderzine

그림 6 템플대학교, Philadelphia Neighborh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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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 대학 출신이었던 제이슨 버게이(Jason Begay)를 편집국장으로 임 명하고 5명 정도의 상근 직원을 고용했다. 학생들은 이들의 지도를 받으면 서 뉴스 콘텐츠를 생산했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이 경력을 활용해 ≪뉴 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AP, ≪스타 트리뷴≫, ≪디트로이트뉴스≫, ≪시애틀타임스≫ 등에서 인턴십을 밟 을 수 있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많은 라틴계 학생이 있 는 텍사스대학교의 상황 역시 이와 비슷하다. 미국의 텍사스주는 석유 자원과 광대한 사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Texas)는 이곳의 대표적인 주립대학으로 오 스틴(Austin), 샌안토니오(St. Antonio), 엘파소(El Paso)와 댈라스 (Dallas) 등 여러 곳에 캠퍼스가 있다. 그중에서 엘파소는 멕시코와 국경 을 맞댄 지역으로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유적이 많다. 지역적 특 성으로 인해 라틴 계열의 이민자 학생이 다수다. 텍사스대에서는 ‘보더 진(Borderzine)’이라는 매체를 운영한다. 국경에 위치한 디지털 잡지라 는 의미다. 다른 일체형 모델과 달리 대학 당국과 공익재단 및 커뮤니케 이션학과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매체로 현직 경험이 풍부한 현직 언론인 이 편집과 경영 등을 맡고 라틴계 학생들이 주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한 다. 학생들은 일종의 객원기자 또는 프리랜서(계약직)로 일하는데 웹사 이트에는 이들의 사진과 전공 및 특기 등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 멀티미 디어 저널리즘을 통해 미국 내 라틴계 목소리를 변방에서 중앙으로 전달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웹사이트의 주요 섹션은 커뮤니케이션학과의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다시 말해, 뉴스를 기본으로 멀티미디어, 라틴 문화, 블로거, 예술 과 문화, 기획기사 등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지역공동체에 사는 인 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뉴스를 비롯해 학생 기자가 촬영하고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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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짧은 동영상, 영화와 음악회 등에 대한 관람 기사 등도 있다. 뉴스는 크게 인물기사와 교육, 경제, 공공안전과 법률 및 비즈니스로 구분된다. 최근 뉴스로는 엘파소 지역의 교육정책, 국경 지대의 투명성을 강화하 기 위한 캠페인, 지역사회의 여성 지도자 비중을 높이기 위한 공청회 등 이 있다. 독자층을 감안해 영어와 스페인어를 같이 사용한다. 그 밖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 점 등은 다른 사례와 유사하다. 미국 독립선언서가 처음 발표된 필라델피아는 동남부의 대표 도시 다. 위로는 워싱턴 DC와 인접해 있고 볼티모어를 아래에 두고 있다. 명 문 사립대를 지칭하는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학교를 비롯 해 드렉셀대학교(Drexel University), 템플대학교(Temple University) 와 피어스칼리지(Peirce College) 등이 있다. 주요 신문으로는 ≪필라 델피아인콰이어러(The Philadelphia Inquirer)≫와 ≪필라델피아데일 리뉴스(Philadelphia Daily News)≫가 있고 케이블 방송국과 인터넷 관련 기업이 많다. 이 중에서 템플대학교는 대표적인 공립학교로 상대 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흑인과 이민자 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재학생 대부분은 펜실베이니아 출신이며 흑인의 비중은 약 15%로 흑 백 갈등이 간혹 발생한다. ‘필라델피아네이버후드’는 대학 내에 있는 멀 티미디어 어반 리포팅 랩(Multimedia Urban Reporting Lab)이 발간하 는 매체다. 저널리즘학과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뉴스 양식은 텍스트, 방송, 웹, 디지털 미디어 등으로 다양하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발전이 더딘 지역민과 관련한 뉴스를 발굴해 보 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들은 매 학기 주류 언론에서 배제된 지역밀착형 뉴스를 제작해 이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교수를 비롯해 대 학원생 등이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생들은 정규 교과과정 및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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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로 뉴스를 만든다.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 매체의 콘텐츠는 대 부분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섹션은 크게 주제 및 지 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문화, 경찰, 범죄, 경제, 교육, 패션, 정부, 건강, 주책, 음악, 정치, 종교, 과학, 사회이슈, 테크놀로지와 교통 등으로 주 제는 세분화되어 있으며 해당 주제별로 관련 기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지역은 필라델피아 동서남북을 비롯해 리버 워즈(Riber Wards)로 구분되어 있다. 그 밖에,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나가 있는 학생들 이 제작한 뉴스를 위한 인스타그램(Instagram) 섹션도 있다. 디지털 환 경에 맞도록 뉴스는 사진, 동영상과 텍스트 등이 복합적으로 활용된 유 형이 대부분이다.

산학협력 모델 일체형 모델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언론학 교육의 주류 모델은 산학협 력이었다. 장차 언론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직무와 관련한 기술을 익 히고, 현장감을 키우며, 언론계와 인맥을 쌓게 한다는 점 등에서 실제 두 모델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차별성 역시 존재한다. 가령, 학 교 또는 학과가 해당 매체를 소유하고 있는지, 언론 전공 학생이 편집과 제작 등에 있어 주도권을 갖고 있는지, 또 학생들의 참여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등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산학협력의 경우 주도권을 외부 언론사가 갖기 때문에 학생 중 일부분만 참가할 수 있고, 교수진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적고, 콘텐츠의 주제와 형식의 결정에 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산학 모델은 표 2에 나오는 것처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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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산학협력 모델 대표사례 유형 프로젝트

명칭 News 21 Initiative Challenge Fund for Innovation in Journalism Education Great Lakes Echo(미시간주립대학교)

공동운영

Newsy.com(미주리대학교) Reznet News(몬태나대학교) The News Outlet(오하이오 북부 대학 및 언론사 간 연대)

대학후원

Investigative Reporting Workshop(아메리칸대학교) 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보스턴대학교) Raycom Media & 오번대학교

제휴 관계

W2O Group & 시러큐스대학교 PBS 애리조나 &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양하며 그중에는 대학이 사무실과 일부 학생을 지원하거나 특정 대학 과 지역 매체 간 체결된 사례도 있다. 프로젝트나 공동 운영의 경우에 는 개별 학교 차원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되는 일체형과 달리 복수 의 공익재단과 언론사 및 대학이 협력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프로젝트 모델

미국 내 산학협력 모델 중에는 우선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례 가 있다. 공익재단이 자금을 지원하고, 저널리즘대학(원)과 전통적인 언론사가 참여하는 형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언론학 교육과정 을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편하고 뉴스비즈니스를 이끌어 갈 양질 의 차세대 언론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뉴스 21’을 꼽을 수 있다. 나이트재단(Night Foundation)과 뉴욕카네기재단(Carnegie Cor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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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News 21’ 선도 과제

of New York)이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각 대학이 일정한 비용을 분담 하는 이 프로젝트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4년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메릴랜 드대학교, 버클리대학교와 노스웨스턴대학교, 오클로호마대학교 및 오리건대학교 등 많은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2005년 카네기재단이 처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그 이후 복수의 공익재단이 참가를 결정했고 모든 저널리즘대학에 문호를 개방했다. 협업 관계를 맺은 대학은 공익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전공 학 생이면 누구도 참가할 수 있다. 해당 대학이 있는 지역 언론에 근무하 는 현직 언론인과 공동으로 탐사보도물이나 기획보도물 등을 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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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온라인뉴스협회, Challenge Fund for Innovation in Journalism Education

다. 공동체 차원에서 고품격 저널리즘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성격으로 인해 공동 작업의 결과물은 NBCNews.com, ≪워싱턴포스트≫, 공공 청렴성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 ≪덴버포스트, ≪애리조나리퍼블릭≫, 민포스트 등에도 게재된다. 프로젝트 주제는 매년 다르게 결정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10년의 주제는 “미국 바꾸기(Changing America)”였고 2011년에는 “당신의 음 식은 안전합니까(How Safe is Your Food)”가 주제였다. 2012년에는 “투표할 수 있는 유권자(Who Can Vote)”를 주제로 한 공동기획이 열렸 고 2013년의 주제는 “귀향: 9/11 테러 희생자들이 겪는 오래된 고통”이 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뉴스 중에는 “생환자들의 치솟는 의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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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희생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실태, 청각 상실의 고통을 겪는 희생자들” 등이 있다. 온라인 뉴스협회가 재정적인 후원을 하고 저널리 즘대학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온라인뉴스협회는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모두 2000개 이상의 회원이 참가하고 있으며 대부분 온라인 언론사에 종사 하는 전문 언론인이다. 디지털 저널리즘 분야의 혁신과 탁월성을 목표 로 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온라인 저널리즘 관련 수상과 언론인 교육 및 젊은 디지털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장학 프로그램 등이 있다. 언론 학 교육 혁신을 위한 펀드는 이 협회가 주관하는 프로젝트로 디지털을 활용한 획기적인 기획보도나 탐사보도 등을 지원한다. 2014년 펀드 수 상자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뉴욕시립대학교,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텍사스주립대학교, 일리노이대학교, 미주리대학교, 뉴멕시코대학교, 오크라호마대학교, 위스콘신대학교 등이다. 취재 주제로는 “디지털 감시 장비를 통한 수질 개선 방안, 지역 소 외 계층의 소통 강화를 위한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 전략, 뉴멕시코의 포 털 뉴스와 저널리즘의 품격, 음악 저널리즘이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효 과” 등이 있다. 기존에 선정된 대학과 주제로는 컬럼비아칼리지(시카 고)의 “모바일 뉴스 카페 실험”, 드폴대의 “모바일 저널리즘을 활용한 시카고 지역공동체 취재”, 하워드대의 “뉴스 오아시스”, 머서대의 “지역 정보수요 충족을 위한 새로운 지역뉴스” 등이 있다. 디지털 뉴스 생태 계를 맞아 대학, 언론사와 공익재단이 공동으로 언론사를 설립해 공동 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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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운영 모델

대학의 언론학 교육이 당면하는 고민 중 하나는 빠르게 변해 가는 현장 을 제때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으며 공동 운영 모델은 아카데미라는 환경에 현장의 역동 성을 통합할 수 있는 기회다. 공익재단과 언론사 역시 공동 운영에 관 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포털이나 뉴스 재가공 전문 업체 등에 광고 수 익을 상당 부분 잠식당한 상태에서 지역 언론사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뉴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특정한 지역에 기반을 둘 경 우 독자도 제한적이고 당연히 광고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지역공동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데 있어 뉴스는 일종의 물과 공기와 같은 공공재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라는 꽃은 산소라는 언 론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매코믹재단, 나이트재단, 카네기뉴욕재단 등 저널리즘에 많은 관심을 가진 공익재단은 이에 따라 지역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모델을 고 민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프로퍼블리카 (Propublica)≫, ≪텍사스트리뷴(Texas Tribune)≫, ≪미네소타포스 트(Minn Post)≫, ≪캘리포니아와치(California Watch)≫ 등은 모두 이 들 공익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의 탐사저널리즘은 이를 계기로 어 느 정도 활성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는 충분 하지 않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언론사와 협업을 모색한 배경이 다. 공공 이익을 매개로 대학, 공익재단과 지역 언론사가 찾고자 하는 상생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오대호로 알려진 ‘Great Lakes’는 5개의 큰 담수호를 말한다. 가장 넓은 슈피리어호를 비롯해 휴런호, 미시간호, 이리호와 몬타리오호가 있다. 미시간주를 비롯해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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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환경 전문 매체, Great Lakes Echo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와 뉴욕주에 접해 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레이트 레이크 에코(Great Lakes Echo)’는 오대호와 그 주변의 환경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출범했다. 인근에 있는 미시간주립대학교의 환경저널리즘을 위한 나이트센터가 운영한다. 현 직 언론인, 저널리즘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참가한다. 미시간주의 랜싱 지역을 담당하는 캐피탈뉴스서비스(Capital News Service)라는 통신사와도 협력을 하는데, 저널리즘스쿨에 다니는 학생들 중 일부가 특파원으로 선발되어 일을 한다. 주요 콘텐츠는 모두 환경과 관련이 있다. 웹사이트의 섹션은 오대 호와 관련한 수질, 호수 주변, 토양, 휴양지, 야생동물, 기후, 에너지, 폐 기물 및 대기오염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이슈’라는 섹션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오대호 주변 사진, 환경 관련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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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비디오 저널리즘, 뉴시닷컴(Newsy.com)

소송, 드론을 이용한 항공사진, 오대호 주변의 겨울 풍경 및 호수를 이 용한 맥주 산업 관련 뉴스로 구성되어 있다. 오대호 주변의 뱀, 철새, 곤 충, 물고기, 포유류 등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뉴스는 야생동물 섹션에 마련되어 있다. 또한 사설과 칼럼에 해당하는 ‘코멘트(Commentary)’ 코너가 있으며 교수, 학생 및 일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페이스북, 트 위터, RSS 및 이메일을 활용한 뉴스 알림 기능도 있고 검색을 통해 관련 뉴스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미주리대학교의 저널 리즘스쿨 및 레이놀즈저널리즘연구소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혁신 기업 사례인 ‘뉴시닷컴(Newsy.com)’도 흥미로운 사례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편리할 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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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적인 언론인이 집단 작업을 통해 ‘편집’된 뉴스가 아닌 자신 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뉴스가 정말 중요한지, 신뢰할 수 있는지, 어 떻게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는 고민이다. 만약 누군가 2분에 서 3분짜리 동영상을 통해 동일한 주제에 대한 언론사별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고 보다 큰 그림을 통해 진실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어떻 게 될까? 뉴시닷컴은 디지털 시대의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혁신적 뉴미디어다. 2008년 처음 시작한 이후 미주리저널리즘대학과 포인트 재단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로 성장 했다. 본사는 대학 부근에 있고 임원이 직접 동영상 뉴스 제작 강의를 실 시한다. 저널리즘 전공 학생들은 수업시간의 과제를 하는 것처럼 공동 작업에 참여한다. 가령,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보도가 있 을 경우 이들은 담당 PD와 공동으로 뉴스 보도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짧은 동영상 뉴스 제작에 참가한다. 2014년 현 재 약 30명 정도의 상근 PD와 웹디자이너 등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 각자가 짧은 동영상 뉴스를 제작한다. 지난 2013년 미디어 재벌 스크립 트사(E. W. Scripps Company)는 이 매체를 3500만 달러에 인수했으 며 운영 방식과 직원은 그대로 승계했다. 뉴스 섹션은 크게 국제사회, 미국, 정치,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오 락 및 과학과 건강으로 구분된다. 국제 섹션의 경우, 미군의 전쟁범죄 를 고발한 줄리언 어산지의 최근 근황, 미군의 공습 재개와 이라크전쟁 의 현황,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상황 및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민항기 보도 등이 있다. 모든 뉴스에는 분석에 활용된 CNN, BBC, ≪LA타임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비즈니스인사 이더, ≪USA 투데이≫, Rox,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안내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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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신디케이트 저널리즘, ‘더 뉴스 아웃렛(The News Outlet)’

이 있다. 페이스북과 링크를 활용한 SNS 알림 기능과 스마트 미디어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앱(Apps)도 잘 구비되어 있다. 그 밖에, 특정 대학 과 언론사 간 협력 관계를 넘어 복수의 대학과 언론사가 공동으로 운영 하는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 미디어 등은 일상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맛난 음식을 찾아, 보다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좋은 강의 를 듣기 위해 사람들은 정보를 찾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귀찮아서 잘 몰라서 불편함을 참고 살던 시대는 저물었다. 정부나 대학본부 또는 누 군가가 해 주기 전에 SNS를 통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고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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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으로 옮기기도 한다. 2010년 이래 ‘아랍의 봄’에서 본 것처럼 전 세 계에 흩어져 있으면서도 필요할 경우 후원금을 보내기도 하고, 조직을 만들고, 나아가 정부나 특정 기업이나 단체를 압박하기도 한다. 그렇지 만 인터넷 강의, 시청각 자료의 이용, 웹 자료 검색 등을 제외하고 국내 에서 디지털 실천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졸업하기 전에 학생들에 게 꼭 필요한 인턴십 기회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형편이다. 지역 언론 사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인턴십 전용 미디어 기업을 창업할 생 각은 못했다. 뉴스 아웃렛은 이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대표적인 공동 운영 모델이다. 언론을 공부하는 데 있어 지리적 조건은 아주 중요하다. 대부분의 명문 저널리즘스쿨은 뉴욕, 보스턴, 시카고, LA,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애틀랜타 등에 몰려 있다. 비즈니스 여건이 좋기 때문에 인턴을 할 수 있은 언론사도 많고 졸업 후 쉽게 취직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 렇다면 언론사의 규모도 작고,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학생도 별로 없는 지역의 경우 대안은 무엇일까? 일체형 모델을 도입하면 좋겠지만 주류 언론 출신의 경력자를 초빙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하이오 북 동부 지역의 대학과 지역 언론사들은 그래서 일종의 신디케이트 저널 리즘을 시작했다. 영스타운주립대학교(Youngstown State University), 켄트주립대학교(Kent State University), 아콘대학교(University of Akron)를 비롯해 WYSU-FM 라디오, 빈디케이터(The Vindicator), 아 콘저널(The Akron Beacon Journal)과 러버 시티(Rubber City) 라디오 방송국 등 7개 기관이 참가했다. 2009년 처음 시작했고 존웨인재단 (John Wean Foundation)과 나이트재단의 재정적 후원을 받았다. 목표는 명확했다.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것, 지역 대학의 학생들 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저널리즘 현장을 미리 경험하고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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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양질의 언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 지역에 있는 학자·기 자·학생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 디지털 매 체에 적합한 다양한 포맷의 뉴스를 생산하고 이를 지역사회 전반에 유 통시킬 것. 주로 다루는 주제는 따라서 일반적인 언론사와는 차이가 있 다. 우선 지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우선 과제(agenda)가 무엇인가를 설 정한 다음 교육, 안전, 빈곤, 지역개발에 관한 관련한 뉴스를 공동으로 제작한다. 지역공동체, 환경, 건강, 정치 등으로 뉴스 영역을 구분하는 것 역시 이 매체의 특징이다.

대학 후원 모델

디지털 혁명은 시간과 공간의 압축이라는 선물을 가져왔다. 탐사보도 영 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프로퍼블리카≫, ≪캘리포니아와치≫, 민포스트 등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사무실의 규모나 시설은 국내의 웬만 한 언론사보다 별반 나을 게 없다. 책상 1∼2개, 노트북과 프린트 시설 과 간단한 테이블 정도가 전부다. 클라우딩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대 량으로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작업은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 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정도만 있으면 동영상 촬영은 물론 오디오 파 일도 제작하고 편집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아도 사무실 하나를 구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학과 비영리 소규모 언론사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여기에 있다. 대학은 강의실 한 곳을 개조해 사무실과 관련 장비를 제공한다. 디 지털 언론사를 운영하고 싶은 경력 기자나 피디는 그 대신 학생들을 가르 치고 수업시간을 활용해 직접 뉴스를 제작한다. 뉴스 콘텐츠만 좋으면 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은 많다. 유튜브를 활용할 수도 있고 콘텐츠 에 목말라하는 주류 언론사에 제공할 수도 있다. 임대료는 물론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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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아메리칸대학교, ‘탐사보도워크숍(Investigative Reporting Workshop)’

와 프린트 사용에 필요한 운영비 부담이 거의 없고 더욱이 저널리즘 전공 학생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비싸게 팔 필요도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워싱턴 DC에 있는 탐사보도워크숍(Investigative Reporting Workshop)과 보스턴칼리지(Boston College)에 있는 뉴잉글랜드탐사 보도센터(New England 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가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말도 있다. 국내에는 흔하지 않지만 미국 사회에서 뜻있는 언론인이 나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성공한 사례는 꽤 많다. 미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여론을 조사하던 기관에 불과했던 퓨리서치센터 (Pew Research Center)는 ≪LA타임스≫ 특파원을 역임했던 톰 로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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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Tom Rosenstiel)을 만난 이후 “탁월한 저널리즘을 위한 프로젝트” 를 출범했다. 미국 저널리즘에 관한 최신의 분석과 정보를 제공하는 싱 크탱크로 부상하게 된 계기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월터 크롱카이 트라는 전설적인 언론인을 영입함으로써 명문 저널리즘스쿨로 부상한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사례도 있다. 미국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 DC 도심 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교의 사례도 이와 유사했다. 찰스 루이스(Charles Lewis) -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 만 탐사저널리즘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다. 방송저널리즘의 새 지평 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CBS의 <60분(60 Minutes)>에서 1989년까지 담 당 피디로 일을 했다. 공공청렴성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를 비롯해 여러 탐사보도 전문매체를 설립했고 지금은 아메리칸대학교에 서 ‘탐사보도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저널리즘 전공 대학원생들과 현 역 언론인이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으며, 탐사보도 기획물은 미국 전 역의 언론사에 제공된다. 역시 같은 장소에 머물고 있는 PBS의 <프론 트라인(Frontline)>이라는 뉴스 프로의 제작도 같이한다. 언론사의 재 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날로 위축되고 있는 탐사보도를 되살리고 광 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는 모델을 목적으로 2009년 설립되었다. 최근 다 루고 있는 뉴스로는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을 비롯해, 내부 고발자와 안보 문제, 교통신호를 무시하는 학교 버스 및 미국 가족 운영 기업의 전쟁 비즈니스 등이 있다. 대학의 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학교도 홍보 하고 또 학생들에게 실전 경험도 쌓게 하려는 목적 역시 대학 후원 모델 의 특징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국내 언론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언론사도 부도가 날 수 있고, 언론인도 정리해고의 대상이며, 언론사의 생존은 사회적 책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2008년 미국의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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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보스턴칼리지, New England 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

융위기 역시 비슷한 교훈을 남겼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대안 언론이 급증하고 광고 수익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때마침 휘몰아친 금융위기로 인해 많은 언론인들이 직장을 잃었다. 국제보도나 탐사보도 같은 전문 적 지식과 장시간의 투자 및 고비용이 불가피한 뉴스는 당연히 소외되 기 시작했다. 탐사보도를 담당했던 조 바간티노(Joe Bergantino) 기자 와 매기 멀빌(Maggie Mulvihill) 피디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커뮤니케이션대학 학장은 지하 한 곳을 비워 사무실을 열도록 도왔 다. 노트북과 카메라 등 필요한 장비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 다. 탐사저널리즘 강의를 맡아 준다는 것과 학생들이 뉴스 제작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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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도록 해 줄 것, 그리고 제작된 뉴스를 학교가 후원하고 있다는 것 을 명시할 것 등이 조건이었다.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방학 동안 고 등학생을 대상으로 저널리즘 캠프를 유료로 열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 다. 2009년 창립 이후 탐사보도 전문 매체의 명성을 꾸준히 축적한 결과, 매년 30명 안팎의 고등학생들이 전국에서 몰려온다. 운영 수입의 약 70% 정도가 캠프 운영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까지 캠프를 다녀간 학생 수는 무려 300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저널리즘 교육 프로그램이다. 보스턴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도 있다. 웹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탐사보도와 관련된 주제다. 미 국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인 선거후원금, 사법정의, 교육, 에너지와 환 경, 정책 투명성, 건강과 안전, 비즈니스와 후원사업 등이 주로 다루어 진다. 뉴스 콘텐츠는 제휴 관계를 맺은 언론사들에게 제공되며 기부를 적극 권장한다. 제휴 관계 모델은 산학협력 중에서 강도가 가장 약한 것으로 대학과 특정 기업 간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휴 관계 모델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은 삶의 기본 조건이다. 디지털을 통해 보다 활성 화된 측면은 있지만 인류 역사를 조금만 돌아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에 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 서구 사회가 자랑 하는 인권, 다양성, 톨레랑스, 자유, 정의와 민주주의 역시 백인의 전유 물이 아니라 동양과 서양이 끝없이 서로를 배우는 가운데 얻어진 인류 의 공동자산이다. 물물교환이 발달하게 된 것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 기 위해서였고 때로 전쟁을 하기도 했지만 인류는 그만큼 더 가까워졌 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질병, 팔레스타인의 고통, 온실효과와 미국의 불법도청에 대한 분노 등은 이제 인류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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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파트너십을 통한 교육 혁신

그림 15 통합형 모델, PBS애리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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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관계가 부쩍 늘어난 것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학은 학생을 가르치고 장차 먹고살 길을 열어 주길 희망한다. 기 업체는 양질의 인력을 선발해 회사를 키우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심 이 있다. 대학과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지역공동체 역시 이들과 운 명을 같이한다. 대학의 수준이 높아지고 인기가 많아지면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 젊은 세대가 떠나면 지역 경제도 죽고, 공동체는 쇠퇴한다. 국내에서는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다. 지역대학과 지역 사회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대학의 많은 시설은 방학과 주말 동안 공 동묘지로 변한다. 지역의 기업 또한 정작 관심을 두어야 할 지역 학생 에게는 무관심하다. 서울의 우수한 인재를 뽑아도 그들은 금방 떠나간 다. 미국 상황은 분명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지역공동체에 기반을 둔 기업은 우선순위를 지역사회와 대학에 둔다. 투자를 한다. 지역의 현안 이 있으면 같이 머리를 맞댄다. 레이콤미디어와 오번대학교의 사례는 이러한 상생 관계를 잘 보여 준다. 미국의 남쪽에 위치한 앨라배마주는 과거 목화 농장으로 유명했 다. 최근에는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지 공장을 건립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전체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속한다. 전체 등록학생 규모 가 2만 5000명이 넘는 오번대학교는 미국에서도 꽤 큰 공립대 중 하나 다. 레이콤미디어(Raycom Media)는 주의 수도인 몽고메리에 있는 회 사로 약 40개의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 그림 14에 나오는 기사는 레 이콤이 약 35만 달러 정도를 투자해 대학생이 직접 방송과 디지털 실습 을 할 수 있도록 건물, 장비 일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내용 이다. 학생들은 이 건물에서 교육도 받고, 직접 뉴스 제작에 참가한다. 대학의 교수진을 물론 레이콤에 근무하는 기자와 피디가 직접 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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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회사는 이 기회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미리 선점할 수 있고, 대학 은 현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며, 학생들은 인턴십과 취 업 기회를 얻게 된다. 학생이 직접 운영하는 매체가 없고 또 자율성과 독립성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동일한 공간에서 일하면서 배운다는 점에 서 의과대학 모델의 한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2014년 대학 안으로 사 무실을 완전히 옮긴 PBS피닉스의 사례 또한 제휴 관계의 한 유형이면 서 일체형에 가까운 사례다. 국제 사회의 일반적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미국은 독특한 점이 많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 민간의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 지만 미국은 다르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이 당연 한 교도소와 소방서와 전기, 의료보험 등도 미국에서는 민간이 관리한 다. 일종의 지역자치구에 해당하는 카운티(County)별로 자체적인 경 찰을 운영하고 주별로 결혼, 음주, 이민법 등도 다르다. 영국의 BBC, 독 일의 DW, 일본의 NHK, 한국의 KBS 등은 모두 공영방송이지만 미국에 는 공영방송이 거의 없다. 유일한 예외가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와 해외에서 운영하는 VOA(Voice of America) 등이다. PBS의 주요 재원은 콘텐츠 판매와 지역별로 거두어들이는 기부금 이다. 비영리 방송국으로 미국 전역에 354개 회원사가 있다. PBS애리 조나는 그중 하나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목표로 했던 기부금을 채우 지 못했다. 몇 명을 부득이 정리해고했고 건물 임대료나 시설비 등 고 정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저널리즘 스쿨 역시 강의, 실습 및 네트워크와 연구 등이 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명문 저널리즘대학을 원했던 대학본부는 운영하고 있는 방송 채널과 웹사이트를 포함해 PBS애리조나의 소유권 을 아예 인수했다. 일체형 모델에서 추구했던 교육과 실습을 위한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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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아예 인수한 것으로 보면 된다. 물론 이전에도 대학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언론사는 없지 않았 다. 가령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의 경우, 경영대학이 운영하는 ‘마켓플 레이스오브아이디어(Marketplace of Idea)’라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아넨버그커뮤니케이션스쿨이 운영하는 팩트체 크(Factcheck.org)라는 디지털 매체도 있다. 그러나 학교 안으로 언론 사 전체가 완전히 이전한 사례는 없었고 이들의 목적이 교육과 저널리 즘을 통합한 경우도 아니었다. 산학이 협력하는 방식은 그 밖에도 다양 하다. 예를 들어, 시러큐스대학교의 뉴하우스저널리즘대학은 W2O 그 룹과 협약을 맺어 인턴십과 취업 등을 해결하고 있다.

융합 모델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와 다산 정약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문학, 철학, 자연과학, 천문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으면서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했다는 점이다. 흔히 르네 상스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이러한 인물들은 과거만 하더라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신학에서 철학이 분리되고, 정치경제학에서 정치와 경 제가 분리되고, 시회학과 언론학 등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예전처럼 모 든 것에 통달한 인재는 별로 없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노하우(Know How)가 아닌 노웨어(Know Where)가 더 강조되고 특정한 분야의 전 문지식을 기본으로 다른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면 서 융합의 필요성은 오히려 줄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성형외과, 피 부과, 신경과, 소화기과, 산부인과, 임상병리과, 정신과, 가정의학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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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구분이 없었지만 질병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점점 분야가 갈라 진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든 아니면 공동체 차원 의 집단지성이든 융합 자체는 인류 역사의 보편적 법칙이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 인도의 타지마할과 같은 건축물은 정밀한 엔지니어링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로마제국 을 건설했던 카이사르의 군대도 병법은 물론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한 심 리학,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리더십 및 수리적 계산을 위한 수학자와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았다. 전대미문의 문제를 해결하 는 과정에서도 융합은 필요했다. 관객 1700만을 돌파한 영화 <명량>에 서 보듯이 이순신 장군은 지식의 융합을 통해 승리를 얻어 냈다. 조류 에 대한 지식(해양학), 울돌목이라는 지형에 대한 지식(지리학), 군사 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적을 유인하는 데 필요한 지식(심리학) 및 왜군 의 군함에 비해 훨씬 튼튼한 조선 군함의 특징에 대한 지식(공학)이 있 었다. 언론학에서 제기되고 있은 융합의 열풍 또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17세기 종이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된 언론의 역사는 그 자체가 융 합이었다. 종이 신문에 담긴 내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철 학, 의학, 과학 등 전 분야를 망라했다. 국가공동체에 몸을 담고 있는 모 든 사람이 종이 신문이라는 광장에 등장했다. 당연히 과학자도, 의사 도, 물리학자도, 영화인도, 소설가도 뉴스의 대상이었다. 다르게 말하 면, 정치행위에 있어, 경제행위에 있어, 정체성 형성에 있어 언론은 항 상 거쳐야 하는 관문이자 광장이었다. 언론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과학적, 문학적 정보만 전달하는 수동적인 중재자가 아니라 현실을 재 창조하는 적극적인 참가자였다. 언론사를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경영과 테크놀로지를 알아야 했고, 언론은 실제 라디오, TV, 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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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융합 모델의 대표적 사례들 대학

관련 프로젝트

뉴욕시립대학교

Tow-Knight Center for Entrepreneurial Journalism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Annenberg Innovation Lab

시러큐스대학교

Newhouse Center for Digital Media Entrepreneurship

아메리칸대학교

J-Lab

애리조나주립대학교

New Media Innovation Lab

컬럼비아대학교&스탠퍼드대학교

The Brown Institute for Media Innovation

이블과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적극적으로 융합하면서 발전 했다. 디지털 혁명을 통한 융합 역시 그 연장선이다. 언론은 무한 진화하고 있다. 무인비행기를 활용한 취재, 기획기사 를 만들기 위한 빅데이터의 활용, 로봇을 이용한 뉴스의 자동 수집과 편 집, 알고리즘을 활용한 포털의 뉴스 편집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저널리즘이 등장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를 이용한 뉴스 확산과 방문객을 끌기 위한 웹 디자인, 보다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한 디지털 스토리텔링 등 거의 모든 새로운 시도는 융합을 통해 가능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뉴스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 보하기 위해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양질의 뉴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저렴하게 전달하기 위해 언론학은 이제 공학, 예술, 경영 전문가를 한 곳 으로 모으고 있다. 표 3에 나오는 융합 모델은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국내 언론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 배경은 외환위기 이후의 경기침 체와 기업의 광고비 삭감 및 IT 혁명에 따른 인터넷 매체의 급성장 등과 무관하지 않다. 종이 신문 중 상당수가 실제 인원을 줄였고 대기업과 정부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 언론 위기의 상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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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은 주류 언론에 관한 것으로 인터넷 언론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 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언론사가 부도난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종이 신문을 비롯해 언론사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양질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또한 제대로 된 여론을 형성하고 외부적인 도전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 국가 공동체의 바람직한 집 단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공동체의 규범적 가치와 정서를 공유하 는 데 있어 언론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았다. 언론의 위기가 아니라 정 파성과 전문성 부족에 시달리는 언론사와 언론인의 위기라는 말이 끊 이지 않는 이유다. 특정 정당과 지역과 담합해 자사이기주의에 빠진 언 론사를 돕는 데 앞장설 학자나 시민단체나 공익재단도 없다. 광고와 구 독료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뉴테크놀로 지를 이용해 보다 다양한 양질의 뉴스를 모색하고, 보다 디지털 친화적 인 매체를 고민하는 미국과는 상당히 다른 풍경이다. 미국에서 융합 모델로 분류되는 사례는 크게 다양한 직업 경험을 활 용해 창의적 매체를 유도하는 방향,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을 혁신 센 터에 모아 대안적 언론 모델을 모색하는 것 및 학과별 통합을 통해 혁신 사례를 모색하는 것 등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뉴욕시립대의 창업 저널리즘,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미디어혁신랩과 컬럼비아대학교 와 스탠퍼드대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브라운연구원 등이 있다.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학교와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학협력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에 일찍이 눈을 뜬 이 대 학은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에 사무실과 연구 공간 및 우수한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팔로알토를 중심으로 하는 이 지역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역동적인 문화가 넘쳐났다. 애플의 CEO 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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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6 뉴욕시립대, Entrepreneurial Journalism

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이 지역에는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박힌 둥근 말뚝 같은 이들이 넘쳐났다. 1970년대에는 히 피문화로 유명했고, 존 바에즈 같은 음악가도 인근에 살았다. 휴렛패커 드, 구글, 야후, 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 고 지금도 본부를 두고 있는 이유가 있다. 제프 자비스(Jeff Jarvis) - 뉴욕시립대학교의 저널리즘대학원 교 수면서 전직 기자였던 그가 원했던 모델도 이와 유사했다. 그는 일찍부 터 디지털 혁명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야후의 캐럴 바츠,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오라클의 래리 앨리 슨, 지넨테크의 아트 레빈슨,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등에 주목했 다. 젊고 유능한 인재가 넘쳐나고, 전 세계 문화가 함께 숨을 쉬고, 저널 리즘이 가장 꽃을 피운 곳. 동부의 맨해튼은 서부의 팔로알토에 결코 뒤 지지 않았다. 대학본부의 지원과 토 재단(Tow Foudation) 및 나이트재 단의 후원으로 창업저널리즘센터가 마침내 들어선 것은 2009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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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저널리즘이 아닌 파격적인 형태의 저널리즘은 불가능한 가? 경제적으로 지속 능한 디지털 저널리즘의 모델은 없는가? 다양한 경 력의 인재들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언론 분야의 벤처기업을 만들 수 는 없을까? 창업 저널리즘 석사과정은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경쟁 상 대인 컬럼비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 비해 지명도에서는 떨어지지만 저 렴한 학비와 잘 갖추어진 시설, 다운타운이라는 지리적 장점도 있었다.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는 조건도 엄격하게 설정했다. 맨해튼이라 는 최적의 시장을 통해 아이디어를 바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 다. 최소한 5년 정도의 전문직 경험이 있을 것, 저널리즘에 대한 기본적 인 이해를 갖고 있을 것, 졸업 이전에 자신만의 벤처기업을 만들 것 등 이 조건이었다. 전직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 기자, 작가, 음악가 등이 석사 과정에 들어왔고 그들에게는 경영, 테크놀로지, 마케팅과 소 비자 조사와 같은 실용적인 지식이 전달되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성과 가 이 과정을 통해 등장했다. 주류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의 얘기를 전달하는 언론 - 2012년 가을에 첫 선을 보인 내러티블리(Narratively)의 목표다. 석 사 과정을 마친 노아 로젠버그(Noah Rosenberg)가 설립자다. 겨우 2 년이 지난 지금 상근 근무자는 30명에 달한다. 매주 하나의 주제만 다 루고 매일 한 개의 기사만 올린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장문의 글과 사진 등으로 구성된다. 디지털과 스마트 미디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 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킬크러시(Skillcrush) 역시 이 학교 졸업생이 었던 아다 버니르(Adda Birnir)의 작품이다. 일종의 온라인 강의로 10 일 간의 무료 이용기간을 거친 후 정식으로 등록하게 된다. 일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팟캐스트로 전달하는 브로드 익스피리언 스(Broad Experience)도 흥미로운 성공 사례다. 영국 출신으로 작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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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7 애리조나주립대, New Media Innovation Lab

서 라디오 리포터였던 애실리 마일타이트(Ashley Milne-Tyte)가 세웠 다. 많은 일하는 여성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그 밖에, 전직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만든 키프러(Keepr)란 실험도 있다. 유명 파워블로거가 올리는 메시지 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달해 주는 서비스다. 목표 는 동일하지만 방식은 조금 다른 사례로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혁신 랩이 있다. 미디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이고 매력 있는 프로그 램이나 서비스는 없을까? 창업 저널리즘 석사 과정에 입학하는 학생들 이 꼭 기억해야 할 질문이다. 강의는 물론 토론과 다양한 실험은 모두 랩(Lab)에서 이루어진다. 학생들의 전공은 컴퓨터 엔지니어링, 디자인, 비즈니스 등으로 다양하다. 2006년 처음 설립되었으며 미국 최대의 신 문 기업인 가넷(Gannett)사가 후원을 한다. 뉴스 게임을 비롯해 모바일용 앱, 데이터베이스, 위젯,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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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디지털 저널리즘 선도 대학 대학

혁신 내용

리먼칼리지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신설 및 복합미디어센터 구축

시러큐스대학교

디지털 뉴스센터 구축

애시랜드대학교

디지털 저널리즘 및 디지털 프로덕션 과정 신설

오하이오노던대학교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전공 신설

템플대학교

저널리즘 단독 과정 및 복합미디어 센터 구축

그림 18 대학 간 합작 프로젝트, 브라운연구소(Brown Insti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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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9 리먼칼리지, 멀티미디어센터(Multimedia Center)

앱 등이 학생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애리조나주에 있는 모든 정치인 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는 ‘AZ 정치인 인명부’라는 앱도 이 랩에서 나왔다. 학생들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으로 창업을 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가넷사 디지털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학의 두 학과가 공동으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MIT의 미디어랩(Media Lab)은 공학과 미디 어를 융합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알려진다. 1997년 설립된 카네기 멜론대학교의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도 유명하다. 공통적으로 대학 내부의 자원에 속하는 공학,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접 목한 경우다. 브라운연구소는 좀 더 파격적인 시도였다. 미국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스탠퍼드공대와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 교육을 제공하 는 컬럼비아저널리즘대학원이 만났다. 한쪽은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 를 맡고 다른 쪽은 매체라는 하드웨어를 담당한다. 목표는 디지털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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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보다 잘 소통될 수 있는 생각을 발굴하고, 도구를 개발하고, 상상 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2012년 설립된 이 연구소가 운영되는 방식은 독특하다. 매년 각 대 학원 학생들은 팀을 만들어 매직상금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한다. 독창 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또한 연구소는 교수나 연구원을 보조하는 장학생을 선발하는 데, 기간은 1년이지만 연 장이 가능하다. 그 밖에, 각 대학에 근무하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초 빙해 특강을 듣거나 “컴퓨터와 저널리즘의 만남”과 같은 학술대회를 개 최하기도 한다.

자체 혁신 모델 언론학 교육은 항상 외부적 환경에 민감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용 적인 직무 능력을 제공하는 한편, 뉴테크놀로지의 변화에도 적극적으 로 대응했다. 교과과정의 강조점은 1970년대의 탐사보도, 1980년대의 금융 저널리즘, 1990년대의 공공 저널리즘, 2000년대 이후의 디지털 저 널리즘 등으로 꾸준히 바뀌었다. 인쇄, 방송, 디지털 등 매체별 전공이 개설되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정치, 경제, 국제관계, 과학 등 주제별 세분화 역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곧바로 적응해야 하는 언론 계와 달리 대학의 특성 또한 남아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파격적 실험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보다 일반적인 양상은 교 수진, 학생 및 대학본부와 합의하는 방식의 점진적인 내부 개혁이다. 대학의 목표는 미국이나 국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장차 현장에 나 가 보다 잘 적응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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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이 원 하는 곳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도우며,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준비를 시키는 것 정도다. 대학은 이에 따라 인턴십 기회를 늘리고, 변화하는 현실에 맞 도록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는 노력을 지 속한다. 그래서 학과 회의를 하고, 외부에서 부족한 예산을 끌어오기도 하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을 하고, 미래의 고용주들과 네트워크 를 강화한다. 미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체 혁신 모델 역시 이러한 범 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표 4는 최근 디지털센터를 구축하는 한 편 교과과정을 개편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리먼칼리지(Lehman College)의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전공은 인 문예술대학에 속해 있다. 정식 전공 명칭은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과 시에터(Theatre)다. 2010년 애플과 소니사의 도움으로 멀티미디어센 터를 설립한 직후 개설된 전공이다. 디지털 뉴스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 는 숙련된 언론인을 양성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했던 종이 신문 ≪브롱크스저널(Bronx Journal)≫을 디지털로 전 환하고 브롱크스TV와 브롱크스넷 등 기존의 매체를 모두 통합했다. 복합 미디어 플랫폼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도록 전공필수 과목도 조정했다. 전체 42학점을 이수하는데 공통과목은 ‘영화 속의 저널리즘, 뉴미디어, 멀티미디어 편집과 교정, 브롱크스저널 온라인 워크숍, 온라 인 뉴스 페이지 디자인 및 편집, 인턴십’ 등이 있다. 학생들은 또한 자신 이 취업을 원하는 분야에 맞게 프린트 미디어, 방송 미디어 및 다국어 저널리즘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한다. 리먼칼리지와 유사한 사례로는 오 하이오노던대학교(Ohio Northern University)가 있다. 문제의식의 시작은 동일하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종이 신문 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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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0 시러큐스대학교, 디지털뉴스센터(Digital News Center)

더 이상 텍스트만 고집할 수 없다. 웹 출판을 위해 필요한 사진, 영상 및 오디오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방송 리포터 역시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영상을 직접 편집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복합적인 능력은 광고나 홍보 또는 영화 전공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전공 학생들은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WONB-FM 라디오, ONU3-TV 방 송, 노던리뷰온라인(Northern Review Online)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한편 인근 지역의 방송국과 신문사 등에서 인턴십을 거친다. 전공필수 과목으로는 ‘융합미디어의 이해,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실습, 융합출판, 영상스토리텔링, 웹 디자인 및 개발’ 등이 있다. 디지털 뉴스센터를 개설 한 시러큐스대학교의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시러큐스는 미국 뉴욕주의 북부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나이아가라폭포를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곳이 다. 뉴하우스(Newhouse)공공커뮤이케이션스쿨은 이 대학의 간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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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2014년 5개의 스튜디오, 디지털뉴스센터, 디지털미디어창업센터 등을 포함한 대규모 센터를 개설했다. 전공은 광고, 방송과 디지털 저 널리즘, 그래픽 디자인, 잡지, 신문과 온라인 저널리즘, 사진, 홍보 등으 로 다양하고 학부에서 박사 과정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디지털 저널리 즘은 방송과 묶고, 온라인 저널리즘은 신문과 통합해 운영한다. 디지털 전공의 경우 필수 과목으로는 ‘멀티미디어 세상의 뉴스, 방 송과 디지털 뉴스제작, 뉴스 비평, 디지털 뉴스 제작과 발표, 뉴스제작과 경영’ 등이 있다. 또한 온라인 전공에는 ‘기사 작성, 신문 편집, 신문과 잡 지 실습, 뉴스 비평, 주제별 심층 기사’ 등이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에 단 순히 대응하기보다는 기존의 교과과정을 충실히 하면서 새롭게 등장하 는 테크놀로지를 제대로 활용하자는 교육 철학이 반영된 교과과정이다. 학생들은 이 외에 디지털 창업센터를 통해 뉴스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공 부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발 전시키는 코스도 밟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고와 홍보 및 저널리즘 등 으로 통합된 학과를 저널리즘 단독 학과로 전환하는 한편 멀티미디어 저 널리즘 전공을 새롭게 개설한 사례는 템플대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 템플대의 혁신은 2000년대 초반 학과의 본격적인 교과과정 개편과 무관하지 않다. 2001년 당시만 하더라도 저널리즘학과는 광고 및 홍보가 같이 있는 1200명 규모의 대형 학과였다. 학과 개편 과정에서 홍보 분야 는 전략커뮤니케이션학과로 독립했고 광고 역시 별도의 학과로 분리되 었다. 광범위한 매스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저널리즘 영역에 충실해야 한 다는 데 합의한 교수진을 중심으로 지금의 저널리즘학과가 출범했다. 학생들은 공통 과목으로 ‘저널리즘과 사회, 저널리즘 글쓰기, 오디 오-비디오 뉴스 수집, 저널리스트를 위한 디자인, 멀티미디어 스토리 텔링, 저널리즘과 법, 저널리즘학, 멀티미디어 리포팅 랩 실습’ 등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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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1 미국 내 디지털 저널리즘 과정 개설 학교 현황 2)

강한다. 석사 과정의 경우, ‘다큐멘터리 저널리즘, 저널리즘 비평, 디지 털 뉴스 편집’ 등을 추가로 듣는다. 물론 이 정도의 노력은 대부분의 대 학에서 이루어진다. 교과과정의 개편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웬만 한 곳은 미디어센터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내부 혁신 노력은 대부분 앞서 언급한 일체형 및 융합형 모델과 병행해서 진 행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잘 적용되는 사례다. 디지털 저널리즘 과정은 보통 학부 또는 석사로 이루어진다. 저널 리즘스쿨이 별도로 있는 곳도 있지만 매스커뮤니케이션 또는 커뮤니케 이션학과와 공동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광고, 홍보, 영화 제작 등 모든 전공이 디지털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수는 아 니다. 그러나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경우 과거와 같은 신문, 방송, 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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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인터넷의 구분은 줄어들고 그 대신 멀티미디어 통합형 과정은 크게 증가했다. 그림 21은 미국 내에서 디지털 또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과 정을 개설 또는 신설한 대학의 현황이다. 2012년 기준으로 약 110개 정 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학 교육이 디지털 혁명을 수용할 것 인가 하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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