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자유화 기술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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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총서 145

소셜 미디어, 자유화 기술 래리 다이아몬드 · 마크 플래트너 엮음 반현 · 노보경 옮김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서론 래리 다이아몬드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만큼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와 시민사회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 온 것 도 없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수많 은 블로그 공간이 생겨났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플리커 등과 같 은 소셜 미디어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모바일 폰은 디지털 미디어로 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켜 주었다. ICT는 사람들을 이어주고 네트워 크를 분산화하면서 사람들이 시민사회를 구현하고 정치적 목적을 이루 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데 필요한 역동적이고도 새로운 수단이 되어 주 었다. 디지털 ICT 이용률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2006년 12월 당시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200만 명이었다. 그러 나 2008년 8월과 2010년 6월, 각각 1억 명과 5억 명을 돌파한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2012년 상반기에는 8억 명을 넘어섰다.1) 특히 신흥국 (이 머징 마켓 국가)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상 황임을 감안해 볼 때, 이 책이 출판될 즈음의 페이스북 인구는 10억 명 을 넘어 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2008년 초반 일일 트윗 (트윗 메시지) 수는 30만 건이었지만, 2009년과 2010년은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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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250만, 3500만으로 급증했으며, 2011년 중반에는 2억 건을 기록 했다.2) 유튜브도 비슷하다. 2005년 12월 출시 당시 유튜브의 일일 기 준 조회 수는 800만이었다. 그러나 2006년 7월에는 1억, 2009년 10월에 는 10억, 그리고 2010년 5월은 7개월 전보다 2배나 증가해 20억을 기록 했고,3) 2011년 5월에는 하루 30억 명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엑 스프라이즈(X Prize)재단 이사장이자 신간 󰡔풍요(Abundance)󰡕의 저 자인 피터 다이아맨디스가 주장한 것처럼, 이제는 케냐의 대평원에 살 고 있는 마사이족 전사라도 모바일 폰 하나만 있다면 1980년대 중반의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보다 모바일 통신에 접근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나아가 그가 스마트폰까지 가지고 있다면, 1990년대 중반의 빌 클린턴 대통령보다 온라인으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디지털 시대는 아프리카 구석까지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4) ICT 이용자들 대부분은 정치 활동가들이 아니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그리고 시민사회 구현을 위해 ICT를 이용하긴 하지만 그들은 단 지 온라인으로 정보과 의견들을 교환하고 주고받을 뿐이다. 디지털 시 대에는 독자와 기자, 뉴스와 의견, 정보와 행위 간의 경계가 모두 모호 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블로그 수는 2006년 후반기와 2011년 말까지 5 년 동안 3500만 개에서 1억8100만 개로 5배나 증가했다.5) 대부분 블로 거들과 트위터 이용자들은 정치가 아닌 가족, 친구, 문화, 소비 등 사소 한 개인사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난 6년 동안 소셜 미디어는 선진국 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선거 캠페인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소셜 미디어 도구는 중요한 전략 수단이었다. 오바마의 재선 성공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소셜 미디 어였다. 그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폰 메시지를 통해 선거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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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모금했고 일반 열성 지지자들을 동원할 때도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상대 후보들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선거 캠페인을 벌일 수 있었다. 디지털 ICT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 정치적 논쟁, 시민운 동, 자선활동, 매스미디어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정치적 토론과 논쟁의 장은 이전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탈중앙적 속성 도 강해지고 있다. 소수의 목소리와 사회적 기업가들에서도 훨씬 더 많 이 개방되고 있다. 단점도 있다. 네트워크의 폐쇄성 때문에 이용자들이 다양한 관점에 노출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 즉 이념적으로 배타적인 환 경에 놓이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는 민주 정치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훼손시킨다고 보아 야 하는가?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디지털 ICT가 권위주의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 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폰, 그리고 급증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없었다면 시민들이 집결하여 자유와 책임성을 구현 할 수 없었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혹은 아예 180도 달리 생각해 디지털 ICT가 권위주의 정부에게 민주주의 운동가들과 반체체 인사들 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 통제 수단이 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권위주 의 정부에 감시와 통제 기술을 매도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인 이용자들 의 온라인 행위를 감시하는 민간 기업들은 어떤 역할과 책임을 져야 하 는가? 디지털 도구가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기능 때문에 시민들이 정치적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혹 소셜 미디어가 시민들에게 디지털 수단을 통한 정치 참여도 정치적 행위라 는 인식을 주고, 단순히 표면적으로나마 정치에 참여했다는 시민 의식 을 가지게 하여 시민들의 민주적 투쟁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 은 없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디지털 ICT가 민주주의자들과 권위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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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모두에게 강력한 새로운 도구라면, 이 기술은 어느 입장에 더욱 유리 하게 작용할 것인가? 이 책에서 다루려는 내용은 바로 이 부분이다. 즉, ICT가 권위주의 국가와 그 시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세부 사항까 지도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민주주의 구현 을 위한 전 세계의 투쟁에 관한 프로젝트를 마무리 작업 중이었던 몇 년 전은 인터넷, 블로그 공간, 소셜 미디어, 모바일 폰 이용률이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던 때였다. 그때 나는 그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도구 들이 얼마나 민주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되었다. 디지털 도구들이 권위주의 정부의 권력 남용을 폭로하고 독재정권의 통제와 검열을 피해 정보와 의사소통시켜 주는 대체 통로가 되고, 더 나아가 선 거의 공정성 감시 및 시민 집결을 통해 시위를 독려하는 역할까지 한다 는 사실에 많은 감동을 받았던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디지털 ICT는 2007년까지 일어난 사례들만 보더라도 많은 영향력 을 가지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왔다. 2001년 대통령을 실각시킨 필리핀 시민혁명의 1등 공신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였다. 필리핀 시민 들이 문자메시지를 전송, 거리로 집결해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우크 라이나의 오렌지혁명과 레바논의 백향목혁명도 생각해 보자! 시민들은 인터넷 채팅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대규모 대중 시위를 벌였다. 바레인 왕실의 거대한 궁들의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도 인터넷으로 유포되어 그 공화국의 빈익빈 부익부, 즉 부의 독점 현상을 세상에 알려 주는 매체 역할을 했다. 수십만 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를 통해 중국 샤면시 화학 공장이 가지는 환경적 유해성이 알려지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에서의 2007년 선거 부정에 관한 자료들도 있다. 그 리고 저자가 ICT를 “자유화 기술(Liberation Technology)”이라 명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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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동기는 바로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다. 시민들에게 ICT 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맞서 대항하고 견제하며, 책임을 질 줄 알게 하는 정부를 만드는 수단이자, 더 나아가 독재정치에서부터 사회를 자유화 시킬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6) 그러나 이러한 나름대로의 근거에도 불구하고, “자유화 기술”이라 는 명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질타를 가해 왔다. “자유화 기술”이라는 뉘앙스에서 풍기듯, 마치 디지털 ICT가 ‘자유화’를 추구한다는 선입견을 드러내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유, 책임 그리고 민주주의 구현에 서 마치 ‘ICT라면 무조건 좋다’라는 식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표현이 라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1장에서 설명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정치, 사회, 경제적 자유의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면 그 내용 에 상관없이 자유화 기술이라 명명해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물론 제한 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자유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서 자유화가 이루어지는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쟁을 거치고 증 거가 제시될 때만, 진정한 자유화 기술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연구들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주최한 “권위주 의 정부하에서의 자유화 기술” 학회에서 발표된 것으로, 모두 실증적이 고 개방적인 접근방법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크게 소셜 미디어의 이용자적 관점과 권위주의 정부 관점을 기반으로 자유화 기술을 논하였다. 전자의 관점으로 문제를 조명한 논문들은 중국과 중 동 지역의 개개인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보여 준 끈질김과 혁명 정신을 모티브 삼고, 어떻게 그들이 자유화 기술을 이용하여 권위주의적 제약 들 속에서 생존 방법을 찾는가를 기술하고 있다.1 이와는 반대로, 후자

1 샤오 창, 패트릭 마이어, 필립 하워드, 무잠밀 후세인, 왈리드 알사콰프, 메흐디 야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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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논문들은 권위주의 정부들이 혁신적으로 바뀌어 가고 경험을 쌓아가 면서 디지털 도구의 통제 방법들을 강화해 나가고 어떻게 빨리 변화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논의하고 있다.2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 출발했건, 모든 논문들은 다음 두 가지 공통 점을 가진다. ① 인터넷은 보편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하며 반드시 자유 공간으로 존재해야 한다. ② 사람들은 개인의 사생활권을 보장받으면 서, 동시에 디지털 ICT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보도하고, 정보를 교환하여 정치적 변화를 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규 제의 완전 철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린이 같은 취약층과 지 적재산권 정도 등에 준하는 요소들을 보호하는 규제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명제적 시각과 이 책에 수록 된 많은 실증적 자료들의 교차점을 통해 우리는 국제 정책에 맞는 보편 적 의제를 발견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에 관한 내용은 다니엘 칼링거 트가 저술한 마지막 장을 읽어 보기 바란다.

자유화 vs 사이버 통제

자유화 기술의 현상을 소개하는 첫 장은 이 책에서 언급될 내용에 대한 기본적 메커니즘을 알려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장에서 저자는 자유 화 기술은 “시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독립적 커뮤니케이션과 시민 집결을 촉진시키며 새로운 시민 사회를 강화시킨다”고 언급하고 있다. 단 여기서 ‘권한부여’라는 어휘의 의미를 정치적인 시각으로만 해석하

네자드와 엘함 기탕시의 글을 읽어 보기 바란다. 2 로널드 데이버트, 라팔 로호스키, 에브게니 모로조프, 레베카 매키넌, 그리고 왈리드 알

사콰프의 논문 일부를 읽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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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말기 바란다. ICT는 건강관리, 자녀 교육이나 자원을 배분할 때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상품을 팔고자 할 때도, 혹은 개인 스스로의 안전 을 지키고자 할 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많은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빈국 사람들에게 ICT는 가난을 벗어나게 해주는 도구다. 시장 개방과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용한 정보 제공을 통해 그들을 가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 어 4D란 어휘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4D는 ‘발전을 위한’이란 뜻의 For Development의 약어이고 ICT4D란 ‘발전을 위한 정보통신기술’을 의 미한다.7) 그러나 이 책에서 지칭하는 4D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여기 서의 ‘D’는 발전이 아닌 ‘Democracy’, 즉 민주주의를 뜻하기 때문이다. 즉, ICT4D란 ‘민주주의를 위한 정보통신기술’을 의미한다. 지난 10년은 전 세계 시민들이 권위주의 제약에서 벗어나 비민주적 행위 보도와 폭로, 그리고 집결과 저항하는 데 ICT와 소셜 미디어가 어 떠한 역할을 해 주었는가를 보여 주는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책은 대표적으로 중동 지역과 중동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 만, 개인적으로 나는 말레이시아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안적 온라인 저 널리즘도 권위주의 정부의 정보 독점을 견제할 수 있고, 부패, 인권학 대, 인종차별, 경찰 폭력 등 비민주적 행위를 폭로하는 데 일익을 담당 한다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에서도 모바 일 폰을 통한 정치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좀 더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선거 감시, 예산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 부패와 인권학대 퇴치를 위 한 시민 교육, 학대 발생 지역과 다른 인종 간 폭동 발생 지역을 지도에 시각화하는 매핑 기술이 그 예다. 그러나 대량의 양방향성 메시지 송수 신이 가능한 프론트라인 SMS(Frontline SMS)와 ‘위기 매핑’ 플랫폼인 우샤히디(Ushahidi) 같은 개방형 소프트웨어가 개발, 확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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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이러한 노력들은 결코 그렇게 빨리 진척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저자들이 언급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강조하 건대, “기술은 단순히 기술일 뿐, 그 기술이 어떤 목적으로 쓰여야 한다 는 당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은 온라인 범죄, 아동 포르노, 테러 리즘, 사이버전쟁, 그리고 기업과 정부 비밀 도용 등 ICT의 어두운 면에 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이 부분은 2장을 읽어 보기 바란다). 그보다는 정부가 온라인 저항 감시, 반체제 인사들 억압, ‘유해한 내용’ 검열과 삭제, 핵심 비평 인사들의 수색과 체포 작업에서 자유화 기술을 어떻게 철저하게 이용했는가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2007년 미 얀마, 2009년 이란, 그리고 2011년 바레인 사건들은 초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자유화 기술이 악용된 사례들이다. 시민들이 모바일 폰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집결·시위하고, 일부가 현장 모습을 영상으로 전파 시키면, 정부는 잔인하게 시민들을 진압했다. 또한 국가 안보대를 출두 시켜 온라인 사진들과 영상물을 수색, 삭제시키는 등 인터넷 검열과 감 시를 강화하며, 심지어 ICT를 이용하여 시위대 지도자들을 색출, 체포 하는 식의 패턴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보통신기술을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도구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억압의 도구로서 보아야 하는가? 이 둘 간의 균형은 유 동적이고 역동적이다. 단 9장에서 왈리드 알사콰프가 언급했듯, 이제 는 반정부 단체들도 검열 우회도구를 이용하며 심지어 우회 기술의 질 적 향상을 꾀할 줄 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자유화 기술은 민주적 의식과 역량을 높이고,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도 민주적 인 변화를 이끌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민 주주의 국가와 독재주의 국가 간에 벌어지는 기술 경쟁도 그 연장선상 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즉, 오늘날 민주주의자들이 인터넷 검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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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회할까 고심하고 있다면, 독재 국가들은 인터넷 검열 행위를 정당화하고 확대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다니엘 칼링거트(11장)가 언급 한 것처럼, 이 모든 문제는 민주주의 정부들이 ① 모두에게 자유롭고 동 등한 인터넷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② 권위주의 정부의 첨단 검열과 감시 기술을 얻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 이 두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자유화 기술은 ‘자유화’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로버트 데 이버트와 라팔 로호진스키(2장)는 자유화 기술들의 어두운 면과 악용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민주주의 구현을 이룩한 자유화 기술이 위협받 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지하드 사이트가 있었기에 알 카에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지하디스트 와 무장대원들은 지하디 사이트라는 공동의 가상공간에서 집결하여 그 곳에서 악의 소굴이 되어 세력을 확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들은 “사이버공간은 무법지대”가 아니며, 오히려 그보다는 “여 러 다양한 목적을 가진 활동가들이 미약한 결속 관계를 가지며 복잡하 고 변화무쌍한 공간에서 혼재되어 존재하는 곳”이라 주장한다. 즉 사이 버공간을 “갱들이 지배하는 뉴욕판”으로 비유하며 “경쟁관계의 공공기 관과 민영기관, 시민조직, 범죄조직망, 그리고 지하경제 세력들이 얽히 고설키어 움직이는 네트워크”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현실 공간처럼, 사이버공간에서도 자유와 통제, 투명성과 사기, 협동과 약탈, 관용과 과격주의 등이 대립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 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듯, 자유와 선의가 언제나 억압과 착취를 물리쳐 낼 거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데이버트와 로호진스키가 밝히듯, 멀 웨어(범죄, 사보타지, 감시 목적으로 PC 이용자의 컴퓨터 통제권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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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악의적 소프트웨어) 생산이 정품 소프트웨어 수보다 많고, 암흑시 장의 성장세가 이를 증명한다 하겠다. 권위주의적 정부는 인터넷을 감시, 검열, 단속한다. 최근에는 중 국, 미얀마, 티베트 및 구소련의 여러 국가들은 인권 및 친민주주의 단 체들의 공격에 가담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민 주주의 정부들이 (과거의 수동적인 입장에서 탈피하여) 인터넷을 감독 하고 사이버전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처럼, 권위주의 정부도 예전보다 는 자신들의 과격한 행위들을 쉽게 정당화시킨다. 그래서일까. 이제 권위주의 정부들은 인터넷 검열보다 훨씬 강력 한 다양한 ‘차세대’ 통제 방법으로 사이버공간을 지배하려 한다. 다음은 그 방법들이다. ① 사이버공간의 반정부성향 논평 및 보도를 규제, 위 협, 혹은 기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도입함, ② 정부의 허가를 받아 인 터넷 서비스 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이 온라인 행태를 감 시하고, 민감한 내용물을 삭제하거나 위험 소지가 있는 기관의 웹 사이 트로의 접근을 금지시킴, ③ 중요한 정치적 순간에 특정 사이트에 침투 하여, 디도스 공격처럼 저항 세력들을 무력화시키는 적시 차단 행위를 실행함, ④ 정부가 소셜 멀웨어 공격, 특정 대상 감시, 국수주의 기반의 해킹(예를 들어, 중국의 우마오당과 이란 사이버 군대)을 지시함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데이버트와 로호진스키는 새로운 기술 개발만으로 “자유, 개인 프 라이버시권 그리고 안보가 효율적으로 보호되는 사이버공간, 그리고 자유로운 사이버공간을 단시간 내에 통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신 사이버공간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창의력의 생산화, 그리고 자유민주주 의적 가치 실현을 위한 규제를 실시하면서 서서히 변화를 유도해야” 한 다고 조언을 남기며 2장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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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사이버공간이 국제무대에서는 어떠한 메커니즘 과 역동성을 가지고 통제되는 것일까? 이 부분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통 제를 국제무대로 넓힌 데이버트의 3장을 읽기 바란다. 사이버공간 통제 에 관한 기존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 개별 국가들의 정책과 행위에 중점 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ONI의 책임연구원인 데이버트는 3장에서 국가 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최우수 사례, 스킬, 기술’들을 전수받고 공유하는 국가 간 협력 사례들을 제시한다. ONI(OpenNet Initiative)는 사이버공간 통제를 감시하는 대표적인 국제기관8)이다. 인터넷 검열 도 구 사용의 글로벌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대부분의 권위주의 국가들은 시민들의 거센 저항이나 시위가 개시되면 SMS(모바일 폰의 문자메시 지)와 인스턴트 메시징(즉석 교신 서비스)을 중단시킨다. 이것은 다른 나라들의 대응 사례를 모방한 행위다. 시민사회 조직 간의 최우수 사례 와 기술 공유 사례들이 많아지는 것도 조직들의 글로벌 협력이 가능하 기에 생길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인권,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많 은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제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무대에 서는 세계무대(연간 800억 달러 규모의 사이버 안보시장)에서 네트워킹 기술로 상업적 기회와 이익을 꾀하는 민간 부문 활동가도 국제적 메커 니즘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데이버트는 “국가의 주도적 인터넷 통제가 보편적 규범이 되어”가는 현 추세에 우려 를 표명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이버공간의 인프라 구조 대부분을 소유, 운영하는 민간 부분 활동가들도 인터넷 통제를 실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ONI 보고서를 바탕으로 데이버트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서 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국가와 “결탁하여 인터넷 접근 감시 과정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자료들을 제시한다. 이들은 망중립성 원 칙을 위반하는 ‘심화 패킷 검사’와 ‘트래픽 조정 역량을 갖춘 상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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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 인터넷 감시, 사보타지, 통제 면에서 현재 ‘폭발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경쟁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기업과 권위주의 정부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인터넷주소관리기구(International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d and Number, ICANN), 국제전기통신 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 인터넷거버넌스 포럼(the Internet Governance Forum, IGF)들에 대한 새로운 분석도 제 시한다. 학자들 사이에서나 인터넷 통제를 원하는 정부들에게 이러한 기관들의 포럼을 ‘정책 형성 및 보급 전달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이 그의 분석이다. 실례로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이러한 다양한 국제 포럼에 참 가하는 것은 ‘사이버공간 주도권이 국가에 귀속된다’는 국제 합의를 재확 인하고 중국의 사이버 통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이제는 국 가 안보 문제가 토론될 정도로 포럼이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했다. 상하이협동조직(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같은 지역 조직들은 인터넷 감시와 통제를 위한 권위주의 국가들의 전 략들을 조정,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양자 간 협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이 인터넷 검열과 감시 기술을 수출하고 확산하는 데 주도적 역할 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조직의 활성화와 연관된다 하겠다. 오늘날 권위주의 국가들은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테러리 즘을 감시 퇴치하기 위해 혹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도입하는 행위들을 모방 실행함으로써 자국의 인터넷 통제 정책들을 정당화한다. 사이버 전에 대해서도 중국과 미국과 같은 국가들이 먼저 사이버전을 시작했 기에 그에 대한 대응으로 사이버전 역량을 강화시키는 거라고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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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각자의 행위를 정당화시킬 정도로 사이버전 군축 경쟁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테러와의 전쟁’, ‘저작권 보호를 위한 통제’와 같은 보편적인 기준들이 오히려 권 위주의 정부들이 자신들의 사악한 행위를 정당화시켜 주는 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데이버트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일관성, 투명성 및 책임성을 갖춘 국제적 기준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 부분이 궁금하다면 에브게니 모조로브가 집필한 4장을 읽어 보길 바란다. 그 는 여러 불길한 징후들을 근거로 인터넷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 그 리고 혁신적 기술 발전으로 인터넷 자유 억압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설 명한다. 더 나아가 더욱 정교해지고 영향력 있는 인터넷 통제의 기술은 사회정치적 통제와 결합되었을 때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고 주 장한다. 이용자들의 게재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블로깅 플랫폼에 부과 한다거나, 온라인상에서 개인 자유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체포, 구금 시키는 행위들은 모두 사회정치적 통제 방법에 해당한다. 이것은 혁신 적인 기술 도구만으로 인터넷 자유권을 수호할수 있다고 믿고, 기술적 인 무기 경쟁만이 도전 과제라고 인식하는 근시안적 사고는 위험하다 고 모조로브는 경고한다. 그의 주장처럼 토르 같은 검열 우회 기술이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권위주의 국가들이 온라인 자유를 탄압하기 위해 이용하는 기술들은 인터넷 검열 기술보다 추적이 용이하지 않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에 역량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예가 디 도스(DDoS) 공격이다. 디도스 공격은 “개인 혹은 기관 전체의 목표 대 상의 웹페이지를 엄청난 분량의 과부하 트래픽으로 작동 중지시키는” 행위다. 거의 대부분 추적 가능한 증거를 남기지도 않지만, 일정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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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웹사이트를 패쇄시킬뿐만 아니라 공격 당한 기관에게 정신적, 재 정적, 그리고 비용 손실을 야기시킨다. 따라서 효율성 면에서는 검열보 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처럼, 영리하고 정보가 풍부한 권 위주의 국가들은 파괴 공작원들과 함께 부도덕하고 교묘한 온라인 네 트워크 침투 방법의 완성체를 선보이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인위적으 로 분열시키고’ 커뮤니티 관리자들을 선동하여 ‘가혹하고 회원들이 납 득하기 어려운 조치’들을 취한다. 또한 ‘정보 자주권’을 주장하며, 상당 한 정보기술이 발달되어 있는 중국을 따라 독자적인 이메일 시스템, 검 색 엔진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도구들을 생산 하여 글로벌 인터넷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이버공간을 구축하려고 한다. 인터넷 통제를 민간 기업에게 위임하는 추세에 대해서도, 모조로 브도 3장에서 데이버트가 언급한 것처럼 해당 인터넷 기업에 비즈니스 허가에 대한 대가성으로 자발적으로 ‘자가 규제자’ 역할을 시키는 행위 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같은 접근법은 국가가 직접 통치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민간 기업들은 “탈중앙화되어 있고 정부 검열 관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속성들을 더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규범 에 위배되는 콘텐츠를 더 잘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적 이익 실 현을 위한 치열한 경쟁 상황에 직면해 있는 민간 기업들은 오웰적인 감 시 도구 개발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혁신을 꾀할 것이다. 시각적 영상 장면을 검색하고 인덱싱하는 새로운 컴퓨터 소프트웨어, 이용자 개개 인을 식별하고 소셜 네트워크나 다른 사이트에서 동일한 인물의 사진 을 찾아 주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그 예에 해당한다. 이미 구글 같은 검색엔진 기업들과 다양한 인터넷 기업들은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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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 수억 명의 온라인 행태(그들의 사고와 기호)를 바탕으로 방대한 개인 정보들을 캐내고 저장해 왔기 때문에 인터넷 검열과 통제의 정교 함과 질적 수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이미 탁월한 역량의 검열 도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인공지능과 소셜 네트워킹 분석 결과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비즈니스 경쟁력을 유 지하면서도 정교하게 인터넷을 통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3장과 4장의 저자들이 한결같이 주장했듯, 온라인 범죄와 표절 행위, 그리고 사이버 전쟁들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구축하려고 하는 법적 노력이 조금이라도 정치적 자유를 통제하기 위한 행위로 비 쳐질 때, 권위주의 정부들은 이를 호재로 보고, 유사한 조치를 내릴 수 있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의 자유화 기술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은 자유화와 통치 중 어느 쪽과 더욱 긴밀한 관련 이 있을까? 중국은 이에 대한 분명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여러 이유들 중 명백한 확인이 가능한 이유들도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권위주의 국가이고, 민주주의가 구현되지 않았음에도 가장 급속 한 경제적 발전(그리고 정치적 안정)을 이끌어 낸 모델 국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서양 민주주의 모델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으 로 민주주의에서 볼 수 있는 갈등, 정책 유보, 그리고 간헐적인 정치적 교착상태 없이 효율적이고 순응적인 통치라는 더 나은 독자적인 방법 을 구축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5장과 6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지금 중국은 정치적 저항을 직면하고 있다. 비단 인터넷에서만이 아니다. 부 정 부패 척결, 책임성 확대 및 권리 옹호를 추구하는 중국인들은 인터 넷, SNS와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집중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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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 이용자 수는 총 5억 명으로 세계 최고다. 이것은 미국의 2배, 인도의 4배에 달하며, 전 세계 인터넷 인구의 약 1/4을 차지하는 수 치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전체 중국 인구의 40퍼센트) 선진국 기준보 다는 다소 낮은 수치지만(선진국에서는 인터넷 보급률이 70∼80퍼센트 에 이른다), 2011년 한 해만도 증가한 이용자 수가 5000만 명이 넘을 만 큼 가장 빠른 속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들 중 모바일 폰으로 인터 넷에 접속하는 인구는 약 3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9) ‘마이크로블 로거’의 수는 2억 명에 육박한다(이들은 트윗글보다 짧은 블로그 포스팅 을 하며, 트위터 자체는 중국에서 금지되어 있다).10) ≪중국 디지털 타임스≫의 발행자이자 편집장인 샤오 창은 5장에 서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어떻게 디지털 도구들을 이용하여 표현 영역을 확대시키고 새롭고도 자율적인 형태의 정치 참여와 반정부 행 위를 만들어 내는지, 그럼으로써 어떻게 ‘국가와 사회 간의 게임의 규칙 을 바꾸는지’ 보여 준다. 실제로 1949년부터 중국공산당의 기본적인 정 책 규범이었던 정보의 독점 통제는 혜성같이 나타난 디지털 커뮤니케 이션의 등장으로 전면적으로 검열과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샤오는 2007년 푸젠성 샤먼시 화학공장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 주 도의 환경 시위에서 얻은 가장 큰 쾌거는 대중여론의 등장이라고 분석 한다.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지, 그리고 모바일 폰 사진은 시위를 조직 하는 처음부터 급속도로 확산되기까지 통로가 되어 주었다. 평범한 중 국인들도 디지털을 이용하여 정책 의제 형성에 기여할 수 있었기 때문 이다(전통 미디어의 구조적 요소들과 융합시키면서). 이를 두고 샤오 는 “블로그, 검색엔진, RSS 리더,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 등은 중국 네티 즌에게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어 주었다”고 주장한다. 중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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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수백만 명의 이용자들이 주축이 되어 콘텐츠를 생산· 유통·소비할 수 있는 시민 네트워크 공간을 만든 것이고, 동시에 이 공 간은 국영 미디어에서보다 사회정치 이슈들을 훨씬 더 대담하게 표현 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율적인 ‘유사 공공 영역’이 되어, 종국에는 이를 통해 샤먼시 화학공장 건립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오는 중국의 만리장성 인터넷 온라인 검열 시스템이 가지 는 거대함과 역동성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통제, 감시, 투옥, 선전 및 수십만 개의 국제 사이트들이 살아있으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이 그가 정의하는 중국의 검열 시스템이다. 2010년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인터넷 방화벽이 전면 선제적으로 실 행될 때는 어떤 뉴스도 차단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검열관을 피해 정부 관리들이 민감해하는 정보를 폭로하고 중 국공산당을 비판하며, 심지어 조롱한다. 은유법, 상징어들을 이용하고, 다양한 형태의 대중문화(풍자, 농담, 노래 등)를 활용한다. 그의 표현처 럼 “댐 안의 구멍을 통해서 엄청난 양의 물이 분출”되듯, 이 모든 것들은 통제의 범위를 넘어서 폭포수처럼 분출될 수 있다. 이는 설사 5만 명의 인터넷 경찰이 동원되어 이 모두를 다 소탕한다 해도, 금세 우후죽순처 럼 생겨날 수 있고, 중국 정부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공공(보편적) 지식’ 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오는 자발적인 시민의 디지털 집결은 “화해, 협상 그리고 규칙을 바꾸는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 그렇기 에 디지털 ICT가 중국에 자유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하며 자발적 인 온라인 목소리들이 “기존 미디어의 진보적 요소와 융합되어, 이념 기 반의 사회주의적 중국공산당 통제에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강력한 힘” 이 지금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6장의 레베카 매키넌은 샤오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낙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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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보인다. 그녀는 글을 통해 ‘정보화된 권위주 의’라는 새로운 모델이 중국에서 등장하고 있다며, 그 틀 속에서 디지털 ICT는 향후 중국의 헤게모니를 잠식시키기보다는 존속시킬 것이라고 강조한다(다른 권위주의 정부들도 이러한 기법을 모방할 수 있는 가능 성도 제시했다). 그녀가 말하는 정보화된 권위주의의 특징은 디지털 커 뮤니케이션과 중국의 고도 감시와 통제가 공존한다는 데 있다. 즉, 웹 에서의 공론 공간과 정부 정책과 사회문제를 비평할 수 있는 소셜 네트 워킹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모든 것이 구조적이고 기술적으로 교묘한 감시와 통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녀가 말하는 정보화된 권위주의다. 그녀는 “중국 정부는 서양인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성 공적으로 인터넷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중국 정부 와 인터넷의 관계는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속성을 가진 물과 인간이 가 지는 관계와 같다고 비유했다. 중국 인터넷 경찰은 창의적이고 독창적 인 방법으로 웹의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 했다. 실제로 오늘날 중국은 “중국계든 외국계든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인터넷 기업들에게 중국 법규에 따라 검색 엔진, 블로깅 플랫폼, 그리고 SNS에 등장하는 모든 내용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 이것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24시간 내에 인터넷 이용자들을 감시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이 실행하는 억압 정책은 많다. 사이버 공격, 지역 접속 포인트에서 인터넷 행위를 추적하고 차단시키는 도구와 네트워크 통제, 미허가 사이트나 익명의 사이트를 수색하는 도메인네임 통제, 시 위 기간 동안 인터넷 차단 및 이용 규제, 인터넷과 모바일 폰 이용자들 에 대한 무자비한 감시, 그리고 온라인 담론을 중지시키려는 선제적 공 격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모든 전략들이 가지는 목적은 단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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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정치적으로 위협이 될 만한 모든 디지털 행위들을 선제공격으로 차단하고, 소탕하며, 응징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유일한 목적이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디지털 도구들을 당의 선전도구로도 적극 활 용하고 있다.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에서 “인터넷 혹은 모바일 이용자들 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율성과 디지털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조차도 자기 조국의 모습이 어느 정도 까지 조작된 것임을 알지 못할” 정도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논 의할 때도 표현의 자유와 조직 권한은 극도로 제한된다. “사법부는 정 부의 부속 도구일 뿐이며, 정부가 위험인물로 분류한 사람들이 구금”되 는 곳이 중국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매키넌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시민사회는 책임성과 정의를 위한 지역전투에서는 승리하고 있 는지 모르지만, 정치적 생존을 위한 전투의 승자는 여전히 중국의 당정부 체제가 될 거라고 말한다. 심지어 중국식 통치 구조를 지배구조 모델로 삼는 국가들이 중국 식의 ‘정보화된 권위주의’를 모방할 수도 있다며 매키넌은 이미 러시아, 구소련 국가들 및 중동 일부 국가들이 중국의 도구와 전략들(특히 인터 넷 검열보다 심하지만 여전히 합리적이면서도 지배적 속성의 정치 도 구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데이버트, 로호진스키, 모조로 브가 앞서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매키넌은 중계자에게 부과 되는 책임 위임과 무자비한 감시 같은 사악한 관행들을 피하고, 사법절 차와 정치적 과정에 따라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개혁을 위해 인터넷 통 신의 개방화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이상적인 민주주의 모델을 선보여야 하며, 이를 위한 국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운동은 하루 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검열과 감시 기술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 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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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와 매키넌의 논쟁은 컵의 물이 “반이 차 있다”와 “반이 비어 있 다”는 식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들은 권위주의 지배 의 몰락이 가까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점, 중국의 사이버공간은 급증 하는 중국 네티즌들이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 어느 정도의 자 율성이 허용되는 혼재된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ICT가 국가체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달 랐다. 디지털 ICT가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중국공산당 통제의 근 간을 약화시킨다는 샤오의 주장과 달리, 매키넌은 중국은 지금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교묘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역동적인 권위주의적 지배 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시대-사실은 새로운 모델-가 열리고 있다는 상반된 견해를 제시한다.

중동의 자유화 기술

중국 공산당 통치자들은 과도할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가 그들의 통치 권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다. 2011년 젊은이들 주도의 저항 운동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여 분노에 찬 시민들이 집결하여 시위를 벌였고, 마침내 이러한 시민 항거는 최장 기간 동안 권좌에서 권력을 누렸던 이집트와 튀니지 독재자 두 명을 축 출하는데 성공했다. 샤오 창이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아랍 세계의 급 격한 변화를 상징하는 아랍의 봄에 충격을 받은 중국 당국은 주요 중국 검색 엔진에서 ‘이집트’ 어휘를 차단시켰고, 중국 네티즌들이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같은 민주화 운동을 온라인에서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 일 때는 ‘재스민’을 차단했다.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의 장기집권 독재자들을 권좌 밖으로 내몰 았던 민주화 운동에서 자유화 기술이 얼마만큼 현저한 차이를 가져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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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며, 또한 바레인, 예멘, 리비아와 시리아에서의 대중시위와 혁명, 그 리고 이란의 이슬람 권위주의 정부를 거의 무너뜨릴 뻔 했던 민주화 운 동(그로부터 2년 후 부정선거로 이란 시민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거리 시위를 벌였다)에 이러한 사건들이 실질적인 도화선 역할을 했는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이 책의 “중동의 자유화 기술” 섹션은 디지털 도구 가 출현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온적이였던 저항 세력들이 권위주의 정 부들에 대한 항거와 도전 과제확산에 발빠르게 움직였고, 그리하여 디 지털 도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7장에서 패트릭 마이어가 소개한 새로운 디지털 위기 매핑(crisis mapping)은 이집트의 2010년 11∼12월 의회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위기 대응 도구다. 이집트가 이미 비대해진 입법부의 다수당이 되 기 위해 투표 결과를 부정 조작했던 의회 선거 부정은 다음 해인 2011 년 1월 25일 호스니 무바라크 축출을 위해 저항한 대규모 민중 시위의 전조가 되는 사건이었다. 웹 기반의 매핑 플랫폼인 우샤히디의 위기 매 핑 책임자이자 사회과학자인 마이어는 우샤히디가 선거 부정을 금지하 는 데 어떤 공헌을 했는가를 설명한다. 인권유린, 선거 부정행위, 자연 재해, 부패 사례, 그리고 여러 유형의 위기 및 갈등 사례들을 지도에 시 각화하는 디지털 도구인 우샤히디는 “누구든지 특정 사건이나 상황을 알려 주는 실시간 멀티미디어 지도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무료 개방형 소 프트웨어”다. 2008년 1월, 목격자들의 SMS 메시지를 기반으로 케냐의 선거 후 폭동을 지도에 시각화하자는 취지에서 고안되었지만, 지금 이 플랫폼은 40여 개국에서 1만 개 이상의 지도를 구축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그 후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샤히디는 이제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이메일 및 음성 메일 등 여러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도구와 결합된 멀티미디어 도구로서도 그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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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마이어는 카이로 소재의 시민사회단체인 개발제도 화지원센터(Development and Institutionalization Support Center, DISC)가 추진한 우샤히드(아라비아어로 ‘증거’를 의미한다) 프로젝트 를 중심으로 우샤히디를 분석했다. 우샤히드 프로젝트는 의회 선거 감 시라는 전제 아래, 선거 과정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이해를 높이고, 선 거법 위반 사례 폭로, 그리고 선거 유세와 투표 기간 동안 공정한 관행 에 대한 인식 제고 등에 구체적인 목표를 두고 출발했다. 그리고 이 프 로젝트는 선거 감시와 함께 시민 참여를 높이고 시민들의 정치적 인식 을 제고시킨 결과를 가져왔다고 마이어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집트 우샤히드 이용자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내용 분석 결과, 비록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낸 만큼의 가시적인 성과 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프로젝트를 통해 “이집트 정부가 구축 한 중앙 감시 감옥을 전복시키거나 이집트 정부의 규제에 반격을 가할 수 있었고, 이를 발판으로 2011년 무라바크를 축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결론으로 글을 맺었다. 필립 하워드와 무잠밀 M. 후세인은 보다 대담한 결론을 제시한다. 8장에서 그들은 디지털 미디어가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발생한 시민 저 항 시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아랍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들려주는 설득력 있고 “지속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 셜 미디어,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폰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전한다. 즉, 디지털 미디어는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 기반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 및 사회 자본 창 출”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아주 신속하게 집결”시켜 주었다고 말한다. 자유화 기술은 천재지변과 도 같은 많은 혁명적 사건들을 이끌어 내었다. 튀니지 시위의 도화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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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준 것은 거리행상이었던 모하메드 부아지지였다. 경찰로부터 모 욕을 당한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을 때, 그의 참혹한 비극이 신속하 게 확산된 것도, 그리고 그저 단순히 지역 사건으로 끝났을 수 있는 그 사건을 전국 이슈로 탈바꿈시킨 것도 소셜 미디어였다. 어디 그 뿐인가! 폭포수 같은 유튜브 비디오 확산과 열정적인 블로그들 그리고 정치 부 패와 알 아비딘 벨 알리의 무분별한 권력 남용을 희롱한 SMS 문자들! 튀니지 정부가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를 금지했을 때 활동가 들은 국제 해커 집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튀니지 정부의 방화벽을 우 회할 수 있었고, SM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위험인물로 찍한 블로 거들을 수감시켜도 유동적이고도 지도자도 없는 시민혁명을 정부는 좌 초시키지 못했다. 그리하여 결국 처음 시위가 일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2011년 1월 14일 벤 알리는 축출되었다. 튀니지 시민들의 저항 시위는 다른 아랍 국가들에게 삽시간에 확 산되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집트는 “더욱 적극적이고 네트워크화된 시민 국가”라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의 시위들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고 강조한다(사실, 2008년 4월 6일 청년 운동은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우선 이집트의 온라인 광장에서는 튀니지의 시위에 관한 소식 이외에도 많은 이슈들이 핫이슈로 민중들 의 힘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경찰 부패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2010년 1 월의 어느 날 인터넷 카페에서 끌려나와 구타로 죽음을 당한 한 젊은 이 집트 청년을 애도하기 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 (Khaled Said)다”라는 페이스북 그룹도 이집트인들의 봉기에 기폭제가 되어 주었다. 구글 이집트 지사인 웰 고님이 오픈한 페이스북 그룹은 ‘집 단적인 애도와 저항의 집결 장소’이자 ‘정보 확산의 도구로써 일시적으 로나마 커뮤니티라는 강한 집단의식’을 심어 주는 공간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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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을 가진 젊은 이집트인들이 디지털을 통해 서로 간의 동질감을 확 인하고 모바일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시위에 나서게 된 것 이다. 그들은 엄청난 규모로, 순식간에 모여 일사불란하게 시위를 위해 집결했고, 정부와 국내외 지지자들은 그 규모와 속도, 그리고 질서에 모두 손을 들었다. 그 후 1월 말, 무바라크의 인터넷 접근 차단 시도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기도 했고, 전면적 차단은 커녕 오히려 시위에 가담하지 않고 집에 있었던 많은 중산층 사람들까 지도 시위로 참여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 그리하여 결국 시위 촉발부 터 유지, 확산, 조정까지 디지털 미디어 기반의 평화 시위는 무라바크 의지지 기반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2011년 2월 11일, 그는 대통령직에 서 하야했다. 지금도 이 지역 어느 곳에선가는 디지털로 촉발된 유사 시위를 두 려워하는 독재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레인과 시리아의 경우, 정 부의 대대적인 폭력적 억압이 있었기에 그러한 시위들이 일어난 것이 었고, 심지어 리비아에서는 그러한 시위가 충분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는 볼 수 없다. 이와 관련 하워드와 후세인은 사회 정치적 불만이 기폭 제가 되어 아랍 권위주의 정부들의 위상이 흔들린 것이라고 하면서도, ‘사회적 불만은 단시간 내에 형성되지 않고’ 반드시 성숙의 시간을 거 쳐 단합과 조직화가 된 후에야 효율적인 시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 조했다. 많은 아랍 국가 시민들이 처음으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기 시 작했던 2010년 말까지만 해도, 그들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혼동 상태를 ‘실행 가능한 전략과 목표’ 단계, ‘집 단적 인성’ 기반의 ‘구조화된 운동’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및 기타 사이트를 이용하여 시민참여 행위를 위한 계획들을 전 달’하는 최종 단계까지, 영리한 사회운동으로 탈바꿈시켜 준 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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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였다. 소셜 미디어로 전송된 모바일 폰 사진들과 영상들 은 국내외 시위자들에게 도화선이 되어 주었고, 잔인한 억압 체제의 국 가들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비록 아직까지는 시리아의 바사르 알-아 사트 정권을 제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심지어 아랍의 위성통 신인 알자지라와 같은 전통 미디어도 디지털 미디어에 의존해 소용돌이 속의 국가들로부터 전달된 정보와 영상을 수집했으며, 정부들조차 디지 털 미디어를 이용하거나 억제시키는 방법을 이용해 반격에 나섰다. 이미 처음부터 시민 저항 세력보다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는 정부들 도 있었다(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러한 아랍 국가의 인터넷 통제와 인터넷 우회 기술들은 9장에 자 세히 설명되어 있다. 예멘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업자 인 알사콰프는 아랍 국가에서 온라인 행태 연구학자일 뿐만 아니라 활 동가로서 디지털 소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그는 예멘인들 을 위해 뉴스, 오피니언 기사들, 영상, 블로그 및 기타 온라인 도구들을 수집하는 콘텐츠 애그리게이터인 예멘 포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멘 포털은 정부, 반정부, 그리고 독립 미디어로부터의 모든 정보 취재원을 수집해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 포털 사 이트가 반정부 내용의 정보 접근을 위한 공공장소로 통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정부는 예멘 포털 접근을 금지하는 방화벽을 구축했다. 바 로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아랍어로 ‘검열’을 뜻하는 ‘알카시르’ 였다. 다른 유사 도구들처럼 알카시르는 다양한 프록시 서버를 통해 차 단된 웹사이트로의 터널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터널 이용자들은 직접 접속하는 것처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단,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다). 이제 9장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2012년 1월 기준, 알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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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에는 아랍 국가에서 무려 1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차단되었다는 내 용이 보고되었다. 무료 소프트웨어인 알카시르를 이용하는 아랍 네티 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아랍 국가에서의 인터넷 검열의 현 주소 를 보여 주고 있다. 알카시르를 통해 집계된 알사콰프의 조사에 의하면, 아랍 국가들에서 인터넷 검열은 상당히 ‘침투되어 있고’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일반 소셜 미디어와 멀티미디 어 공유 사이트 이외에, 가장 많이 차단된 사이트들은 뉴스, 반정부 의 견, 정부 비판, 인권유린 보고 등 권위주의 정부들이 전통 미디어를 이 용하여 검열했던 것과 유사한 내용물들을 게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멘과 더불어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많은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도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알사콰프의 분석은 심정적 추론에 바탕을 둔 자료 해석 및 부가적인 내용을 제공한다는 제한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 지만, 적어도 아랍 국가가 뉴스, 온라인 콘텐츠, 소셜 네트워크와 멀티 미디어 공유를 진압하기 위한 방화벽 구축에 상당 부분을 투자하고 있 다는 점, 그리고 그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를 제시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총 6만 명 이상의 이용자들 중 3만 명 이상이 알카시르 소프트웨어 를 이용하는 횟수가 300만 번 이상이고(그들 중 3분의 2가 시리아인들 임), 나머지 3만 명의 이용자들도 차단된 사이트를 접근한다는 통계 자 료를 바탕으로 알사콰프는 권위주의 아랍 국가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자들과 우회 기술 개발업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 게 될 거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란의 그린 무브먼트를 소재로 소셜 미디어의 이용을 조명한 9장 은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인터넷 액티비즘을 조명한다. 저자 중 한 명 인 야흐네자드는 페르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페르시아어 소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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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인 발라타린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자들은 10장 을 통해 2009년 이란의 부정 대선 이후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발라 타린, 트위터(당시는 지금보다는 이용도가 낮았던) 같은 소셜 미디어 도구가 어떻게 이란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시위 집결로 이어 지는 데 이용되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뉴스와 정보 공유를 위한 안전하고 신속한 방법을 제공한 소셜 미디어 도구들은 아이디어 의 공유를 가속화시키고, 민주적인 정치 문화를 조장하여 궁극적으로 그린 무브먼트라는 시민 집결을 위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는 결론을 제 시했다. 혁명적인 여러 사건들(대통령 부정선거에 대해 이란정부가 시민 시위를 유혈 진압했던 사건들)이 일어났던 2009년 이전에도 이란인들 은 이미 자유화 기술을 민주적 변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해 왔다.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열 번째를 기록하는 한 블로그 공간은 반정부주의자들 세력의 집합소로, 네티즌 사이에서 이미 선거 전부터 ‘관용, 민주주의, 다원주의를 위한 담론’의 공간으로 통한 곳이었다. 대통령 선거 유세 기 간에 페르시아어로 운영된 이 블로그는 개혁주의자들을 위한 공간답게 정부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차단 시도를 저지했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 어를 활용하여 역대 최고 수치에 달하는 많은 젊은이들을 집결시키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란은 디지털 도구의 저변확대로 충분한 정보전달 인프라가 구축 되어 있는 나라다. 이란인들도 디지털 도구를 익숙하게 다룰 줄 안다. 이란 대선 부정 규탄 시위가 일어났을 때, 온오프라인 구별없는 정부의 각종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란 상황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온라인 캠페 인이 가장 절정에 이룬 순간으로는 ‘시민들의 비폭력 시위운동에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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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폭력적 진압’을 보여 주는 영상 장면을 시민들이 모바일 폰에 저 장했던 그때일 것이다. 정부의 극악무도함을 보여 주는 상징의 아이콘 은 네다 아그하-술탄이었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테헤란 거 리에서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한 여성의 끔찍한 장면이 상징 적 아이콘으로 유포되었고 SMS와 위성 TV도 웹 기반 도구의 중요한 보 완 매체 역할을 해 주었다(BBC와 VOA는 이란에서 온라인으로 보기 어 려운 유튜브 콘텐츠를 재전송해 주었다). 이러한 비폭력 시위와 디지털 미디어는 시민들의 시위를 유지해 주는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유화 기술만으로는 이란을 자유화시킬 수 없었다. 인터넷 검열에 능숙한 이란 정부도 상대적이지 만 소셜 미디어를 배우고 적응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저 항 세력들이 사용했던 그 미디어를 이용하여 그들의 전술적 전략들을 감시했고, 시위 날짜도 알아내 시위 현장을 장악했고, 그들의 온라인 담화 감청을 통해 단서를 잡아 많은 시위자들을 체포했다. 그러나 야흐 야네자드와 기탕시는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과 더불어 소셜 미디어가 이란의 민주적 변화 구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하면서도 우 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란 그린 무브먼트의 실패를 통해 훈련, 전 략, 중추적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복잡한 이슈 및 전 술 실시에서, 소셜 미디어(공개적이고 수평적 속성을 가진)는 오히려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맞는 이야기다. 이란의 그 린 무브먼트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11장은 인터넷 자유 수호와 장려에서 국제 정책이 직 면한 기회와 도전을 설명한다. 다니엘 칼링거트는 “미국 정부는 인터넷 자유를 위한 지원을 분명하게 밝혔고, 미국 외교 정책에서도 주요 의제 인 인터넷 자유를 영향력 있는 기관들도 지지하고 있다”며, 힐러리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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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턴 미 국무부 장관과 오바마 행정부가 주체가 되어 검열 우회 및 사생 활 보호 기술, 디지털 활동가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그리고 인터넷 자 유 이슈를 주요 미국 외교 정책으로 격상시키면서 인터넷 정책 의제를 추구해 나가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우려의 쓴소리도 했 다. 오늘날 오히려 인터넷 자유에 대한 제약이 늘어가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강력한 단일 행동이 요구된다고 강 조했다. 또한 이 책의 대다수 저자들이 설명하고 있듯이 이란과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인터넷 통제에 상당히 능숙해 있다는 점을 프 리덤하우스 보고서 결과를 인용하면서 구체적인 상황들을 설명했다. 즉 보다 많은 나라들이 온라인에서의 정치적 내용물을 검열하기 시작 했고, 이전보다 더 많은 도구를 이용하고 전략들을 도입한다는 것은 결 국 “온라인 자유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절망스러운 상황을 극복 하기 위한 그의 권고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위험에 처해 있는 블로거들과 사이버 반 정부 인사들을 보호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인터넷 와해나 권위주의 국가들의 공격적이고 탄압적인 온라인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민 군 공용 정책 발의안들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다른 저자들도 강조하는 이 부분에서, 그는 미국 정부-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권위주 의 정부-가 암호화된 메시지를 해독하거나 감청할 수 있는 부도덕한 기술들을 개발하지 않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셋째, 미국 미디어 기업 들에게 확실한 지원을 약속하고, 미국 기업이 외국 기업의 감시와 검열 에 대한 수요에 선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힐러리 전 국무부 장관이 주장했던 조항이기도 한 이 부분과 관련하여, 그는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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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국가들에게 감시 및 검열 기술의 수출 금지, 그러나 이것이 현 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라면 최소한 미국 기업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필터링하거나 이용자 개인 데이터를 넘겨 달라는 외국 정부의 요구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 국제 포럼에서 인터 넷 검열 금지를 인권 이슈 및 자유 무역 제한과 동급의 가치를 가지는 이슈로 격상시켜야 한다. 다섯째, 목표한 외교적 발의안을 실현하여 규 제를 받고 있는 인터넷 법과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 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디지털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시키며 그들의 지 원 정책들을 합의 조정하기 위해 하나가 되어 행동한다.

자유인가? 통제인가?

디지털 ICT는 자유화 도구일까? 아니면 사회정치 통제 도구인가? 현 상 황에서 이를 결정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심지어 자유 민주주의 국가 시민들조차 자신의 사생활권을 국가와 기업에 빼앗길 수 있다고 두려 워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범죄나 테러리즘과의 전쟁, 그리고 전쟁 자체 에 대한 재해석이 요구될 만큼 모든 국가들이 기술 발전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성된 정부들도 헌법의 자유적 근간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듯이 권위주의 국가에게도 기술적 힘의 균형점을 찾기란 어려운 문제다. 이 집트와 튀지니에서는 젊은 민주주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듯하지만, 이들 국가와 바레인, 리비아, 시리아, 예멘 정부들은 사실상 오늘날 중 국공산당이 직면하고 있는 정당성의 위기를 더욱 심하게 겪었다. 튀니 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국민들의 지지를 잃은 것처럼 중 국공산당도 ‘하늘의 뜻’을 잃게 된다면, 아무리 공격적이고 교묘한 방법 으로 인터넷을 통제한다고 해도, 다시 원래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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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군인들이 시위 현장을 이탈하고 방관했던 그 상황이 중국에도 일어날 수 있다. 방대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중국 의 인터넷 경찰과 정보 검열관들도 위기의 순간에는 그들의 충성심을 버릴 수 있다. 설사 중국이 다층적인 구조의 강화된 방식의 디지털 통 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시스템의 효율성은 그를 유지할 국민이 있 을 때 의미가 있다. 1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승자를 결정짓는 것은 기술 이 아닌 사람, 조직 그리고 정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패트릭 마이어가 인터뷰했던 이집트 디지털 활동가의 내러티브를 읽어 보자.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찾기 바란다.

기술은 원래 중립적인 도구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입 니다. 정보는 정치적 담화와 미디어 논쟁을 이끌어 가는 열쇠입니다. 정보는 밝혀져야 합니다. 이를 억압하려는 자들은 더욱더 힘든 시기 를 겪게 될 것입니다. 반면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지지하는 자들은 승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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