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게임이란 무엇인가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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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게임이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의 일부 내용은 아래 문헌의 일부분을 발췌ㆍ보완한 것입니다. 전경란(2009), 󰡔디지털 게임 게이머 게임문화󰡕, 커뮤니케이션북스, 전경란(2003), 󰡔디지털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상호작용성과 서사 성의 충돌과 타협󰡕,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디지털 게임이란 무엇인가 전경란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디지털 게임이란 무엇인가

지은이 전경란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전경란, 2014 ISBN 979-11-304-0115-7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디지털 문화를 읽는 코드, 디지털 게임

왜 디지털 게임인가? 컴퓨터가 단순히 연산 작업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표현을 위한 도구가 되면서 디지털 게임은 디지털 기술이 지닌 표현적 잠재력을 가장 분명하고도 극적으로 보여 주 는 문화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디지털 게임은 디지털 기술이 사회와 어떤 상호 작용을 주고받으며 전개되고 있 는지 드러내는 구체적인 사례이며, 문화적으로나 경제적 으로 큰 파급 효과를 지니고 있다. 디지털 게임은 현대 대 중문화의 지형에서 의미 있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이다. 물론 디지털 게임을 살펴보는 의의는 디지털 게임 그 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디지털 게임은 하드웨어이면서 동시에 소프트웨어이며,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 자 게이머가 이미지와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는 멀티미디 어 표현물이다. 디지털 게임은 이미 독립적인 텍스트이지 만, 이용자와 상호 작용을 통해 최종적으로 구현되는 텍스 트이다. 그 상호 작용은 게임과 게이머 간에 일대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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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지거나 다수의 게이머가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며, 정신적인 것인 동시에 육체적인 경험이다. 또한 디지 털 게임은 대중문화 상품이지만 독자적인 미학적 가치를 지닌 문화물이다. 이러한 양면적인 속성들이 디지털 게임 을 설명하는 요소다. 디지털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 역시 양면적이다. 디지털 게임은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형식으로 영 상 미디어 시대에 영화와 텔레비전이 지녔던 위상만큼이 나 중요한 대중문화물이며, 디지털 시대의 산업 동력으로 그 가치가 평가되어 보호, 육성되는 분야다. 또한 디지털 게임은 새로운 형태의 삶의 도구로서 단순한 놀이를 넘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과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 로도 평가받는다(Gee, 2007). 그러나 한편으로 디지털 게 임은 디지털 기술이 파생시킬 수 있는 혼란과 온갖 사회적 병리 현상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새로운 디지털 게임이 우선적으로 선보이는 곳이자, 디지털 게임과 관련한 사회문화적 현상이 어느 사 회보다 역동적으로 가시화하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이 과 정에서 디지털 게임은 이용자를 중독으로 유도하며, 폭력 성과 폭력 행위를 유발하거나 도박에 빠지게 하는 원인으 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게임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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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립하는 관점들이 경합하는 담론의 장인 것이다. 디지털 게임이 지닌 양면적인 속성과 그것을 둘러싼 사 회의 평가는 디지털 게임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디지털 게임은 진지한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점차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게임의 존재 가치가 부상했지만, 게임에 대한 학문적 관심 은 게임을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상정하고 그 부작용을 경계하거나, 산업으로서 게임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용적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 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근에야 디지털 게임을 현대 사 회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보고 디지털 게임에 대한 연 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게임은 이제 디지털 문화의 한가운데에 존재하 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게임에 대한 정리는 디지털 게임 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을 가시화하고, 그것을 둘러싼 사 회문화적 맥락을 파악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나아가 그 작업은 디지털 문화를 이해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게임의 생성과 전개 과정, 그리고 디지털 게 임이 지닌 기본적인 속성과 기술적, 사회문화적 의미를 정 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디지털 게임과 관련해 논의되 고 있는 주요 문화현상들을 검토함으로써 보다 총체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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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디지털 게임과 디지털 게임이 구성하는 문화적 지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게임의 역사 디지털 게임을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전자 게임, 비 디오 게임, 콘솔 게임, 컴퓨터 게임, 모바일 게임 등등이 그것이다. 게임 역사가들은 용어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디지털 게임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이는 초기 게임의 역 사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게임들을 배제하는 문제가 있다. 1947년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컴퓨터에서 체스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했고, 같은 시기 토머스 골드 스미스(Thomas T. Goldsmith Jr.) 등에 의해 아날로그 전 자 장치에 기반을 둔 비디오 게임기가 제작되는 등 디지털 기술 이전에 이미 게임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958년 윌리 히긴보섬(Willy Higinbotham)이 오 실로스코프(oscilloscope)와 아날로그 컴퓨터를 이용하여 만든 <두 사람을 위한 테니스 게임(Tennis for Two)>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후 게임은 당시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었 던 대학을 중심으로 개발이 시도되었는데, 대표적으로 1961년 시험작이 만들어져 1962년 완성된 <스페이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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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war)>를 들 수 있다. <스페이스워>는 우주선 결투 형식의 2인용 게임으로, 최초의 컴퓨터 게임으로 평가된 다. <스페이스워>는 비록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컴 퓨터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1970년대 초반 비디오 게임, 아케이드 게임 버전으로 제작이 이어지는 등 초기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게임에 대한 비전을 보여 준 선구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는 다양한 게임 플랫폼이 등장한 시기로, 동전 으로 작동되는 최초의 비디오 게임인 <갤럭시 게임(Galaxy Game)>이 1971년 제작되었으며, 텔레비전 스크린을 이용 한 비디오 게임기인 <오디세이(Odyssey)>가 1972년 출시 되었다. <오디세이>를 개발한 랄프 배어(Ralph Baer)는 게 임을 텔레비전 스크린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최초로 고안했 을 뿐만 아니라 케이블을 통해 게임을 거실로 들여오는 아 이디어를 창안했다(Hunter, 2013). 이를 통해 당시에 벌써 지금의 비디오 게임, 콘솔 게임의 형식이 시도되었다는 점 과 게임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 도 입되어 새로운 여가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맥락 을 파악할 수 있다. 게임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이 시기에 게 임 산업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놀런 부시넬(No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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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hnell)이 아케이드 게임들을 개발하면서, 게임 산업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발명가이자 엔지니어인 부시넬의 최고 발명품은 게임이 아니라 게임 산업 그 자체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시넬은 게임 산업의 탄생에서 중 요한 인물이다. 부시넬은 <스페이스워>의 아케이드 게임 버전으로 <컴퓨터 스페이스(Computer Space)>를 만들 어 그것을 동전으로 작동하는 기계에 접목시켜 대중화를 시도했다. 이로써 게임이 대학의 연구소에서 나와 쇼핑몰 이나 아케이드, 휴게소 등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 물로 사회에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부시넬이 설립한 게 임 회사인 아타리(Atari)에서 발매한 <퐁(Pong)>은 비디 오 게임 산업을 일으킨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컴퓨터 스 페이스>보다 훨씬 쉽고 간단하게 조작이 가능한 <퐁>은 당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재편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 를 끌었다. <퐁>은 1970년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유 원지나 당구장, 다방 등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비디오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 외에 개인용 컴퓨터를 플랫폼으로 하는 게임이 등장했으며, 게임의 또 다른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존재가 가시화했다. 다이토(Taito)가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로 엄청난 인기 몰이를 했으며, 닌텐도(Nintendo)가 오목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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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선보이며 게임 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페이 스 인베이더>는 수많은 아류 게임을 양산하며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980년대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은 디지털 게임기의 소 형화, 경량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아케이드 게임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게임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1985년 발매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thers)>의 전 세계적인 성공을 기반으로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가 인기를 끌었다(켄트, 2002). 또한 개인용 컴퓨터 가 대중화하면서 컴퓨터 게임이 비디오 게임 혹은 콘솔 게 임의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디지털 게임 은 하드웨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게임 장르의 분화, 게임 그래픽과 게임 내용의 발전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성숙도 함께 이루었다. 1990년대는 관련 기술의 혁신과 발전이 거듭되면서 비 디오 게임과 컴퓨터 게임의 고사양화가 이루어졌으며, 인 터넷의 보급으로 네트워크 게임이 주요 장르로 등장했다. 특히 한국에서 이 시기는 디지털 게임이 산업적으로, 그리 고 사회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현상으로 부상한 때다. 블 리자드(Blizzard)에서 개발한 네트워크 게임인 <스타크래 프트(Starcraft)>는 한국에서 높은 판매고를 거두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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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아니라 프로 게임 제도와 프로 게이머, 게임 전용 케이 블방송 채널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제도와 현상을 만들어 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는 게임 폐인과 중독 등 문제 현상과 함께 그 독특한 게임 문화를 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다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MMORPG, Massively Multi-user Online Role Playing Game)의 등장은 게이머들이 집단적으로 그리고 상시적 으로 참여하는 가상 세계와 가상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하 는 장이 되었으며, 그에 따른 새로운 게임 문화 현상을 드 러내 주었다.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게임은 더욱 진일보한 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를 기반으 로 첨단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모바일 게 임의 발전을 주목할 수 있다. 휴대전화와 함께 부상한 모 바일 게임의 경우 초기에 제한된 인터페이스와 기술적 한 계로 단순한 캐주얼 게임 위주였던 것이 휴대전화의 고사 양화와 더불어 게임 자체의 대용량화와 복잡화는 물론 거 의 모든 장르의 게임을 모바일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여 기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에 수렴된 거의 모든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보다 정교화해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기반을 둔 소셜 게임과 같이 게이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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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관계와 인맥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게임 형식의 등 장은 물론, 위치 기반 서비스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게임까지 디지털 게임은 모든 가능한 테크놀로지를 수렴 하며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도입은 스마트 게임을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게임의 역사는 게임이 테크놀로지의 산 물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렇다고 디지털 게임이 전 적으로 테크놀로지의 발달에만 의존하여 발전한 것은 아 니다. 디지털 게임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수 렴하며 그 형식과 내용을 발전시켜 왔지만, 시기별로 사회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실제로 디지털 게임이 발아해 발전하기 시작한 1960년대는 예술과 테크놀로지 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적 실험이 이루어진 시기다. 컴 퓨터 그래픽 기술, 동전 게임기, 텔레비전, 영화 등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와 우주여행과 우주개발 계획 등 새로운 비전의 영향 속에서 디지털 게임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Wolf, 2001). 또한 디지털 게임은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해 온 다양 한 문화적 유산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재현한 것이기도 하 다. 즉, 디지털 게임은 컴퓨터 관련 기술의 발달에 의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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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지만 그 존재 자체에 이미 인류가 발전시켜온 스포 츠, 놀이, 여가 활동과 이미지의 역사를 포함하고 있는 것 이다. 또한 핀볼, 아케이드 오락, 스포츠 산업 등 대중오락 산업의 기반이 디지털 게임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 여했지만, 반대로 디지털 게임이 한 사회의 여가문화나 오 락문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작용하기도 했다. 디지털 게임은 기술적, 사회문화적인 영향 아래 발전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만들어 내며 대중문화의 한 부분을 구성해 온 것이다. 미디어의 역사는 다양한 미디어가 각기 상이한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계속 새로운 문화 현상과 감수성을 형성해 왔음을 보여 준다. 실례로 인쇄 미디어는 문자를 기반으 로 한 시각적 정보를 통해 ‘읽는 재미’를 선사했다. 읽기는 선형적으로 사유하는 의식구조를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 라 문자라는 제한적인 정보 양식이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 을 더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텔레비전이나 영화와 같은 영상 미디어는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아 니라 직접 보여 줌으로써 ‘보는 재미’를 만들어 주었다. 이 미지 중심의 영상 미디어는 문자 미디어보다 감각적인 감 수성을 계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게임은 텍스트를 읽거나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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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을 하도록 한다. 더욱이 점점 더 신체 밀착도가 높은 방향으로 게임의 인터페이스가 진화하면서 게임 속 가상 의 행위가 실제 현실의 체험과 분리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기본적으로 개별 게이 머들의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동시에 여러 게이머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하지만 조직화해 있지 않으며, 이들은 자 발적으로 결집했다 흩어짐을 반복한다. 이러한 속성은 인 터넷에 의해 추동되는 현대 문화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현대인들의 삶은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동시에 집단적이고 공동적인 문화적 실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게임은 디지털 기술이 조 성하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문화의 변화를 해독할 수 있는 단서를 끊임없이 보여 주고 있다.

디지털 게임의 특징 인간은 문명이 형성되기 전부터 놀이와 게임을 즐겼다. 놀이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인간의 본질이 놀이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놀 이는 정신적인 창조 활동의 하나로,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이러한 창조 활동으로부터 문화가 파생되었 을 뿐만 아니라 놀이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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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징아, 1989). 게임은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놀이 욕 구를 반영한 것으로, 구조화한 형태를 띤 놀이(structured playing)라 할 수 있으며, 디지털 게임은 다양한 놀이와 게 임들을 컴퓨터 장치에서 구현한 것이다. 실제로 놀이와 게임, 디지털 게임이 공유하고 있는 유 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디지털 게임은 그 자체로 고유한 물질적인 기반을 지니고 있으며, 그에 따라 “컴퓨터 장치를 매개로 하는 놀이물”이나 “다양 한 하드웨어상에서 특정한 내용물이 일정한 규칙에 의거 하여 게이머의 행위를 통해 진행되어 나가도록 프로그램 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정의된다(김창배, 1999). 디지털 게임에 대한 정의는 게임이 지닌 속성과 특징들을 드러내 준다. 먼저, 디지털 게임은 컴퓨터 기기 혹은 디지털 장치를 통해 구현된다. 디지털 게임은 기술이 허용하는 여건에 따라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플랫폼으로 하여 발전해 왔으 며, 그러한 기기적 다양성은 그 자체로 디지털 게임을 설 명하는 속성이다. 또한 놀이와 게임을 디지털 기기를 통 해 구현하기 때문에 디지털 게임이 기존의 주사위 게임이 나 카드 게임, 축구 게임을 모방하거나 완벽하게 모사 (simulate)할지라도 디지털 게임만의 독특한 의미를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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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된다. 즉, 디지털 게임하기는 게임 장치를 통한 모사 행 위로 일종의 가상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게임에서 카 드를 뒤집는 행위, 축구에서 공을 차는 행위는 버튼을 누 르거나 마우스를 움직이는 등 게임기의 인터페이스를 조 작하는 행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게임은 게임 장치를 매개로 한 독특한 상 호 작용을 구현한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게임은 게임기와 게이머의 상호 작용을 전제하고 있으며, 게임을 매개로 게 이머들 간의 상호 작용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게임에서 일어나는 상호 작용은 게임의 내용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결정하는 정신적인 경험이지만 동시에 게이머의 몸이 직 접 움직여 게임을 수행하는 육체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디지털 게임은 그것이 어떤 플랫폼을 통해 구현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정신적, 육체적 경험을 만들어 낸다. 디지털 게임의 또 다른 속성은 그것이 특정한 규칙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게임은 일종의 의미 체 계이며, 게임을 한다는 것은 반복된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체계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세일런과 짐머만(Salen & Zimmerman, 2004)은 디지털 게임이 크게 세 가지 규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본다. 첫째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 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규칙으로, 체스판의 말을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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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나 캐릭터와 유닛들을 조작하는 규칙들을 말한다. 게 이머들은 이 규칙에 준거하여 인터페이스를 조작하고 게 임을 진행해 간다. 또 다른 디지털 게임의 규칙은 게이머 들에게 제시되는 규칙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게임 내부의 수학적 논리 구조를 말한다. 이로 인해 게임은 알 고리즘에 기반을 둔 시스템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마지막 규칙은 게임 행위 전반을 규제하는 규칙으로 일종의 게임 에티켓이나 문화적 규범들을 포함한다. 이상의 특징은 디지털 게임의 윤곽을 그려 주는 중요한 요인들이지만, 디지털 게임이 지닌 고유한 속성을 모두 드 러내 주지는 못한다. 디지털 게임의 본질적인 특징들을 매체미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모든 미디어는 고유한 미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 다. 여기에서 미학, 즉 매체미학은 아름다움에 관한 이론 이나 예술에 관한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의 표현 양식과 예술적 가치, 수용 경험의 의미를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일종의 이론적 틀을 말한다(강태완, 1998). 다른 미디어물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게임 역시 디 지털 게임만의 매체미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복합감각 성, 공간성, 과정성, 개별성이 그것이다(전경란, 2009). 디지털 게임은 그래픽, 음향, 문자 등이 복합적으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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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되는 양상을 보인다. 복합적인 표현 양식의 구현은 모 노 미디어가 특정한 단일 감각을 강조해 온 것과는 달리 다양한 인간의 감각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인간은 미디어 를 이용할 때 각각 다른 감각기관을 사용하여 지각한다. 채프먼과 채프먼(Chapman & Chapman, 2000)은 이러한 각기 다른 지각 방식을 감각 양식(modalities)이라 지칭했 다. 인간은 글자를 읽을 때, 그림을 볼 때, 음악을 청취할 때 매번 감각 양식을 전환해 간다. 여러 미디어가 복합적 으로 구성되어 있는 멀티미디어의 경우 각 감각 양식의 결 합을 필요로 한다. 디지털 게임은 청각, 시각, 촉각 등의 감각기관을 통합적으로 자극한다. 디지털 게임은 다양한 감각기관에 다중적이며 총체적으로 소구해 디지털 게임 만의 독특한 감각 양식을 계발해 내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게임은 게이머에게 움직여 돌아다닐 수 있 는 공간으로 제시된다. 즉,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단순히 공간을 시각적으로 재현할 수 있지만 디지털 게임은 게이 머의 움직임을 가상공간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장소가 된 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출시 되면서 디지털 게임의 공간은 하나의 고정된 화면에서 벗 어나 생생한 가상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되었 다. 이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게임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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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시각적으로 현실감을 더하게 되었고, 그것은 게이머 에게 더 생생한 공간 인식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디지털 게임이 주는 이러한 공간감은 게이머로 하여금 가상의 공 간에 실제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함으로써 현실감과 몰입감을 강화해 줄 수 있다. 디지털 게임의 또 다른 매체미학적 특징은 과정성이다. 디지털 게임은 정해진 결말 자체가 의미 없는 경우가 많 다. 디지털 게임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건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다 실패하거나 끝까지 생존 하여 게임의 결말을 보게 된다. 게이머는 정해진 결말을 향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다 보 니 디지털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 는가보다는 게임을 진행해 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해진 다. 더욱이 <리니지(Lineage)>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와 같은 다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 이르러서는 아예 결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게이머들은 디지털 게임이 펼쳐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결말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상사회와 가상 공동체의 경험이 창조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이 대부분 경쟁의 과정이 라는 점이다. 게임 시스템과 벌이는 경쟁이든 게이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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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경쟁이든 디지털 게임은 본질적으로 경쟁을 포함하며 따라서 승패가 갈리는 긴장과 갈등이 내포되어 있다. 더 많은 점수를 얻고자 하는 욕망,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망, 남들보다 우월하고픈 욕망은 게임에의 몰입을 강화 하며, 이는 자칫 과몰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디지 털 게임은 게이머로 하여금 그 경쟁을 보다 극적으로 경험 토록 하기 위해 사행성이나 폭력적 표현을 더하기도 한다. 디지털 게임이 게이머와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게이 머의 개인적인 선택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게임 이 지닌 중요한 특징이다. 물론 디지털 게임 외에 여러 디 지털 미디어와 콘텐츠에서 이용자의 개별성을 반영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게임은 게이 머의 개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게임 캐릭터의 선 택, 게임의 전개 방향과 방법, 게임하는 스타일 등 게이머 의 개별성을 다른 어떤 미디어물보다 폭넓게 반영하고 있 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하기는 게이머의 주관적인 체험으로만 구성되며, 개별 게이머들은 저마다 자신의 선 택과 기호가 반영된 맞춤형 텍스트를 창조하게 된다. 게 임의 재미가 이러한 자유로운 변형과 창조 놀이에서 파생 되기도 한다. 다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경우는 게이머가 자신의 정체성까지 스스로 재창조할 수 있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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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연령, 성별 등 기본적인 정체 성을 구성하는 요소를 선택할 수 있음은 물론 게임을 수행 해 가면서 사회적인 정체성까지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가 상의 정체성은 가상 세계에서 사회성을 획득하게 되면서 현실의 일부가 되는 양상까지 이르고 있다. 매체미학적 특징들은 특정한 미디어의 본질과 문화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미디어의 형식 자체가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 준 다. 즉, 각 미디어는 고유한 표현 양식과 문법을 지니고 있 으며, 그러한 요소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문화 형식을 형 성하게 된다. 디지털 게임이 지닌 매체미학적 특징들 역 시 디지털 게임이 무엇인지, 다른 문화물과 어떻게 차별되 는지 드러내며, 나아가 디지털 게임이 어떤 체험을 만들어 내며 어떻게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다른 미디어와 콘텐츠들이 그러하듯이 디 지털 게임 역시 다양한 속성을 지니며 복잡다단한 사회문 화적 맥락 속에 존재한다. 일차적으로 디지털 게임은 다 양한 플랫폼과 장르로 분화해 있는 다양한 게임들의 집합 체이며, 각 장르의 게임은 저마다 다른 체험과 재미를 제 공해 준다. 디지털 게임은 몰입의 즐거움과 중독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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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위험이 공존하는 놀이이며, 단순한 이미지로 그려질지 라도 정교한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허구적 세계이며, 가상 과 현실이 맞닿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또 다른 삶의 현장 이다. 또한 놀이의 확장으로만 여겨졌던 디지털 게임은 이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며 그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디지털 게임을 교육, 의료와 각종 기능 훈련을 위한 목적 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도 디지털 게임을 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능력(game literacy)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게임은 멈춰 있지 않고 기술 발달과 사회문화적 요 구를 수렴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 테크놀 로지는 디지털 게임과 그 맥락을 혁신하며 게임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디지털 게임이 지 닌 다양한 면모를 디지털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론적 논의와 사례 연구들을 기반으로 풀어 정리해 보고 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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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태완(1998). 매체미학을 통한 탈시뮬레이션 전략. 김성재 외, 󰡔매체미학󰡕(189~210). 나남. 김창배(1999). 󰡔21세기 게임 패러다임󰡕. 지원미디어. 전경란(2009). 󰡔디지털 게임 게이머 게이문화󰡕. 커뮤니케이션북스 켄트, 스티븐 저, 이무연 역(2002). 󰡔게임의 시대: 재미를 쫓는 천재들의 숨은 비즈니스 찾기󰡕. 파스칼북스. 하위징아, 요한 저, 김윤수 역(1989). 󰡔호모 루덴스󰡕. 까치글방. Chapman, N. & Chapman, J.(2000). Digital Multimedia, New York: John Wiley & Sons. Gee, J.P.(2007). What Video Games have to Teach Us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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