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동시선집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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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초록별


토끼와 귀

토끼 동무 모여서 숨바꼭질하안다.

바위 뒤에 숨었다. 하얀 귀 보인다.

나무 뒤에 숨었다. 하얀 귀 보인다.

숨기는 숨어도 하얀 귀가 보여서 애구 술레한테 이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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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길

福바위 뒤에

토끼길. 초록길.

낮에는 나리꽃에 감춘 길. 토끼길.

南山골 토끼 白서방

장가 가마 꽃가마. 넘는 길. 쉬는 길.

달밤에는 두세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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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는 길. 초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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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었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두 귀가 얼룩 귀 귀가 닮었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울 아기는 또록눈 엄마 닮었네.

송아지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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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뚜룩눈 눈이 닮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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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방아*

낼모레 설날이다 떡방아 찧자 엄마 토끼 누나 토끼 흰 수건 쓰고 오콩 콩콩 콩 한 되 찧고. 오콩 콩콩 팥 한 되 찧고.

애기 토끼 때때옷은 색동저고리. 누나 토끼 설 치장은 하얀 고무신. 오콩 콩콩 한 호박 * 찧고. 오콩 콩콩 두 호박 찧고.

계수나무 절구에 福떡을 찧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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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도끼로 깎아 낸 나무절구. 오콩 콩콩 쌀 한 되 찧고. 오콩 콩콩 조 한 되 찧고.

그믐날 밤이래서 어두워지면 초롱불 켜 들어라 수박 초롱 오콩 콩콩 한 호박 찧고. 오콩 콩콩 두 호박 찧고.

* ≪산새알 물새알≫(문원사, 1961)에서는 <토끼 방아 찧는 노래>로 제목이 바뀌었다. ** 호박: ‘절구’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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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토끼 귀 소록소록 잠이 들고 엄마 토끼 소오록 잠이 들고 애기 토끼 꼬오박 잠이 들지요.

* ≪산새알 물새알≫에서는 <아기 토끼>로 제목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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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옛날 村驛에 가랑비 왔다. 초롱불 희미한 밤 가랑비 왔다.

초롱은 종이 초롱 하얀 驛 초롱. 毛良驛 세 글자

젖어 뵈는데,

옛날 村驛에 가랑비 왔다. 초롱불 희미한 밤 가랑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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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외양간 당나귀가 아직 아직 어려서 그래서 두 귀가 콩잎만큼 적을 적에 그때가 옛날이지.

아저씨댁 삽사리 아직 아직 어려서 그래서 마루 위로 흙발로 다닐 때 그때가 옛날이지.

사랑방 할머니가 아직 아직 어려서 할머니 나막신이 초생달보다 적을 적에 그때가 옛날 옛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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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제비

옛날 옛날 옛날에 흥부 집은 오막집. 하얀 돌담 외딴집.

오막집 울안에는 박포기가 자라고, 오막집 울 밖에는 옹달샘*이 소옷고,

흥부는 尙州골에 매품** 팔러 가고, 尙州골은 칠십 리

해 저물어 오는데,

박포기에 물은 누가 주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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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우나. 숫제비가 한 모금 모금어다 주우고, 암제비가 한 모금 모금어다 주운다.

* 원문에는 ‘옹당샘’. ** 매품: 예전에, 관가에 가서 삯을 받고 남의 매를 대신 맞아 주 는 데 들이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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