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읽기 쓰기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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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읽기 쓰기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지식에 대한 욕구 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지식을 쉽게 알고자 하는 대중이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일러두기 ∙ 이 책의 일부 내용은 아래 문헌의 일부분을 발췌·보완한 것입니다. 2. 글쓰기 공간은 이재현(2012). 글쓰기 공간으로서의 SNS: 재 매개, 환유, 에크프라시스. 󰡔커뮤니케이션이론󰡕, 8권 1호, 323∼ 351; 4. 하이퍼텍스트 소설은 이재현(2004). 󰡔멀티미디어와 디 지털 세계󰡕.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5. 디지털 에크프라시스는 이재현(2009). 디지털 에크프라시스. 󰡔한국언론학보󰡕, 53권 5호, 243∼267; 10. 탈어쿠스마틱 청취는 이재현(2007). 멀티미디어 로서의 ‘보이는 라디오’. 󰡔언론과 사회󰡕, 15권 3호, 71∼95.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 이 책에 실린 삽화는 이근명 화백이 그렸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디지털 시대의 읽기 쓰기 이재현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디지털 시대의 읽기 쓰기

지은이 이재현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3년 2월 2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commbooks.com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재현, 2013 ISBN 978-89-6680-181-7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읽기와 쓰기 관습의 변화

문명비판: 디지털 시대, 읽지도 쓰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량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성인 월평균 0.8권이라는 통계수치는 알지 못 해도 피부로 느낀다. 이는 우리나라 일만은 아니다. 독서 량의 감소는 흔히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 때문으로 간주된 다. 스벤 버커츠(Sven Birkerts, 1994)의 󰡔구텐베르크 애 가(The Gutenberg Elegies)󰡕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독서 량이 줄어든다고 한탄하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인터넷 읽기는 늘어난다고 하는데, 과연 인터넷 읽기는 어떠한 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의 저자인 니 컬러스 카(Nicholas Carr, 2011)는 책의 제목처럼 인터넷 이 우리를 생각하지 못하는, 얄팍한 사람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발 더 나간다. 짧은 글들의 연결로 구성된 하이 퍼텍스트는 인터넷의 글, 정확히는 월드와이드웹 글의 구 조와 이용 양태를 극명히 보여 준다. 글은 카드 조각처럼 파편화되어 있고 우리는 하나의 글에 침잠하지 못하고 짧 은 그런 글을 점프하듯이 옮겨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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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카가 보기에 이런 짧은 글, 그리고 얄팍한 읽 기를 만들어낸 것은 구글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다. 그는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고 단언한다. 더 나아 가 그런 글을 읽게 되면 우리의 뇌 구조 자체가 바뀐다고 주장한다. 뇌과학자들은 비판하지만, 가소성을 가진 뇌가 미디어라는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쓰는 것은 어떠한가. 펜으로 쓰든 타이핑을 하든, 양도 줄어들었지만 글의 외양도 많이 바뀐 것 같다.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글의 길이가 짧아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글쓰기를 차례로 보면, 홈페이지에 이어 블로그를 거쳐 최근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과 같은 SNS에 이르기까지 글의 길이는 지속적으로 짧아져 왔다. 심지어 트위터는 영문 140자, 한글 70자밖에 쓰지 못한다! 글의 길이가 짧아진 것은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한편 으로 속도의 논리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사회의 요 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속도도 빨라져 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모바일 미디어가 보편화되는 상 황에서 ‘틈새시간 미디어’를 활용해 긴 글을 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짧은 글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짧은 글만 쓰이고 소비되는 것이 문제다. 나아가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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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는 타자기의 등장 이후 글쓰기를 보고 손이 글로부 터 소외되었다고 존재론적 진단을 내린 적이 있다. “타자 기가 손의 본질적 영역 즉 말의 영역으로부터 글쓰기를 분 리시킨다.” 타자기가 기계화된 글쓰기의 시작이라면 워드 프로세서로 대표되는 전자적인 글쓰기는 사고와 글쓰기 를 원천적으로 분리시킨다는 점에서 소외된 글쓰기를 한 단계 더 심화한 것 같다. 독일의 미디어학자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A. Kittler, 1999)는 19세기 타자기의 등장으로 새롭게 출현한 직종인 여성 타자수가 근무를 마치고 왜 극장에 가는지 질 문을 던진 적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와 상관없이 그의 말 은 되새겨볼 만하다. 하루 종일 자음과 모음으로 분절화 하는 일을 하고 나면 분절화된 상태에서 하나로 통합해 내 는 것을 지향하게 된다고. 영화에서 초당 24장이 영사되 는 프레임들이 움직이는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그 결핍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분절화의 테크놀로지 인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19세기 말의 영화와 같은 것이 있는가. 한편 미디어 산업, 특히 신문 산업과 출판 산업은 디지 털 시대를 맞아 읽기와 쓰기가 감소함에 따라 산업 자체가 쇠락을 길로 접어들어 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문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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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NIE, Newspaper In Education), 대학의 읽기 강좌 지원 등은 말한 것도 없고, 신문 산업 진흥 정책, 새로운 산업 방향, 성공 사례 등에 관한 수많은 보고서들은 신문 과 출판 등 종이 미디어 산업의 읽기와 쓰기에 대한 우려 를 반영하는 것이다.

종이 미디어를 넘어: 미디어 독특성 이론 디지털 시대의 읽기와 쓰기는 단순히 문명 비판적 관점의 우려와 한탄을 넘어서는 문제다. 디지털 읽기와 쓰기는 디지털 미디어 고유의 그 무엇이 구현되는 것이기에 디지 털 미디어의 속성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미 디어는 전통적인 미디어, 특히 종이 미디어와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이 책은 이른바 ‘미디어 독특성 이론(medium specificity theories)’을 출발점으로 삼아 디지털 미디어가 어떻게 새로운 읽기와 쓰기 관습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살 펴보고자 한다. 미디어 독특성 이론의 역사는 길다. 문학과 예술의 경 계를 설정하고자 했던 18세기 고트홀드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을 비롯해 텍스트와 이미지의 차이를 논 구한 넬슨 굿맨(Nelson Goodman), 에른스트 곰브리치 (Ernst H. J. Gombrich),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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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 도상해석학(Mitchell, 1986), 그리고 최근에는 캐서 린 헤일즈(N. Katherine Hayles)의 미디어 이론에 이르기 까지 텍스트에 의존하는 미디어, 비디오에 의존하는 미디 어, 오디오에 의존하는 미디어 등은 서로 구별되는 독특한 속성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렇다면 디지털 미디어는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가? 디지털 미디어가 다기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의 구현물이 기 때문에 이를 간단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전통적인 미 디어와 구별되는 공통적 속성은 대체로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내용 측면에서 디지털 미디어는 멀티미디어 (multimedia)다. 용어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텍스트나 이 미지 어느 하나를 주로 표현하던 전통적인 미디어와 달리 디지털 미디어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 등이 매끄럽게 통합된 미디어다. 전통적인 미디어 중에서 도 멀티미디어를 구현한 것이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전 통적 미디어와 구별되는 점은 표면적으로는 미디어 다중 성(multi-mediality)이 구현되어 있지만, 심층적으로는 미 디어 객체(media objects)라는 각 요소들이 개체적 독립 성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텍스트 구조(architecture) 측면에서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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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다. 여기서 하이퍼텍 스트라 함은 멀티미디어 백과사전, 하이퍼텍스트 소설 등 과 같이 하나의 상품으로 출시된 산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 니라 정보의 조직화 원리와 그 구조를 지칭하는 것이다. 정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은 선형적(linear) 방식 과 비선형적(non-linear) 방식이 있는데, 하이퍼텍스트는 비선형적 조직화 원리의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가 일상적 으로도 접하는 바와 같이, 디지털 시대의 모든 표현물이 하 이퍼텍스트 구조로 조직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셋째로 미디어와 이용자 관계 측면에서 디지털 미디어 는 상호작용(interactive) 미디어다. 미디어에서 상호작용 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과 인간과 미디어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 과 관련해서 중요한 측면은 후자, 즉 기계 상호작용 (machine-interaction)이다. 기계 상호작용은 인간 즉 미 디어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미디어의 어떤 부 분이 변경되고 이것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의 발전은 상호작용성 의 고도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디지털 미디어는 네 트워크(network) 미디어다. 텍스트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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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에 의해 하이퍼텍스트라는 텍스트 네트워크를 구성 한다면, 미디어 이용자는 인터넷과 같은 기술적 네트워크 를 통해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를 형성해 낸다. 주목할 점은 네트워크를 통해 단순히 사회적 관계만이 형 성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네트워크 행위가 콘텐 트의 상호 연결과 유통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미디어의 경우에는 주로 콘텐트 제공업자에 의 해 콘텐트가 유통되었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 SNS)에서 보듯, 디지털 시대에는 이용자가 옮기는 콘텐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읽기와 쓰기 그렇다면 이러한 속성을 갖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읽기 와 쓰기 관습은 어떠한가. 기술결정론적 위험을 무릅쓰고 위에서 제시한 속성들을 중심으로 읽기와 쓰기 관습의 변 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디지털 미디어는 미디어 양식(medial modality) 차원에서 미디어 다중성(multi-mediality)를 구현한 것이 기에, 감각 양식(sensory modality) 차원에서는 미디어 양 식에 대응해 다중 감각적 관여(multi-sensory eng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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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요구한다. 결국 문자, 비디오, 이미지, 사운드 등이 통합 된 텍스트를 읽게 될 경우, 감각적 반응은 단일한 미디어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읽을 경우와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패드(iPad)나 아마존의 킨들(Kindle)과 같은 전자책(e-book) 단말기를 이용할 경 우는 시각과 청각을 넘어 촉각까지도 동원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촉각적-시각(tactile-vision)’이라는 양식이 발현되 기도 한다. 그다음 둘째로, 정보가 하이퍼텍스트 구조로 조직화될 경우, 하이퍼텍스트 글쓰기는 일종의 텍스트 네트워크 구 축 작업이 된다. 하이퍼텍스트 소설의 저작 행위에서 보 듯, 전체적인 내용의 구성도 비선형적인 이야기 구조로 구 상해야 하고, 단위 텍스트들을 네트워크 구조로 짜내기 위 해 단위 텍스트들을 링크를 통해 어떻게 연결 지을지도 구 상해야 한다. 이런 하이퍼텍스트를 읽는 것은 갈림길에서 해야할 선택과 같이 주어진 링크를 선택해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의 하이퍼텍스트 를 읽을 경우, 개별 이야기는 독자가 선택하는 길을 따라 매우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하이퍼 텍스트 읽기는 다선형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하이퍼텍 스트의 또 다른 특징은 텍스트의 범위가 링크에 의해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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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독자의 링크 클릭이 라는 행위에 의해 구현된다. 셋째로, 상호작용성이 고도화된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 독자에게 상호작용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변경 가능한 요소들을 텍스트 쓰기에서 마련해 놓아야 한다. 예를 들 어, 상호작용성의 결정 요인으로 간주되는 독자의 반응이 반영되는 속도(speed), 변경 가능한 속성의 수를 의미하 는 범위(range), 독자의 반응이 텍스트의 변화로 치환되 는 매핑(mapping) 등이 바로 상호작용적 글쓰기 과정에 서 고려해야 할 속성들이다. 읽기 행위는 인터페이스와 텍스트가 제공하는 이러한 변경 가능한 요소들을 조작하는 것이 된다. 즉, 주어진 인터페이스의 어포던스(affordances) 를 조작하는 것이 읽기 행위의 핵심이 된다. 조작성이 부각 된다는 것은 전통적인 읽기에서 요구되는 몰입(immersion) 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의 읽기가 얄 팍하다는 니컬러스 카의 비판은 바로 이런 점에 기인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사회적 관계망을 구현하 는 네트워크 미디어라는 점도 쓰기와 읽기 관습과 직결된 다. 네트워크 미디어는 쓰기 측면에서 ‘협업적 글쓰기 (collaborative writing/authoring)’라는 새로운 관습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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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낸다. 과거에도 이런 관습이 있었지만, 위키피디아 (Wikipedia)에서 보듯, 집합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 의 구현이라고 할 만한 이런 협업적 글쓰기는 네트워크 미 디어가 제공한 것이 분명하다. 저작 도구의 발달과 거대한 미디어 객체인 인터넷은 메뉴에서 선택(selection by menu)이나 라이브러리에서 선택과 같은 ‘무에서의 창작 (creation from scratch)’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도 한다. 한편 읽기의 경우, ‘소셜’ 읽기라는 새로운 관습이 형성되는 것 같다. 과거의 읽기에도 ‘소셜’한 측면이 있었 는데, 예를 들어 밑줄 쳐진 부분, 다른 사람이 읽으며 메모 해 놓은 부분 등은 물론이고, 독서를 전후해 소개, 비평, 토 론 등을 통해 ‘소셜’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는 ‘읽고 있는 시간’에 소셜한 영향이 주어진다는 것이 다. 킨들의 ‘다른 사람의 밑줄 친 부분(Popular Highlights)’ 기능은 바로 이런 읽기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읽기와쓰기: 새로운관습인가작은변이인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읽기 및 쓰기 관습은 역사적으로 어 떤 의미를 갖는가. 읽기 측면에서 집합 지능을 구현하는 협업적 글쓰기와 라이브러리나 메뉴에서 선택과 같은 저 작 방식(mode of authoring)은 전통적인 저작 또는 글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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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관습과 구별되는 ‘새로운’ 것인가. 다른 한편으로 쓰기 측면에서 여러 화면에 펼쳐져 있 는 여러 텍스트를 넘나들며 읽는 다중적 읽기(multiple reading), 읽는 과정에서 다른 독자와 영향을 주고받는 ‘소 셜’ 읽기(social reading), 그리고 텍스트 위에 또 다른 정보 레이어가 부가된 ‘증강된 텍스트(augmented text)’를 읽는 증강 읽기(augmented reading)와 같은 새로운 읽기 관습 은 전통적인 읽기 관습 즉 소리를 내어 읽는 음독(vocalized reading)에 이어 등장한 소리를 내지 않고 읽는 묵독(silent reading)의 전통에서 탈피할 것이라는 징조인가? 역사적으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새로운 읽기 와 쓰기 관습을 형성해 왔다. 기록 미디어가 등장한 기원 전 소크라테스 시대, 코덱스(codex)가 등장한 기원후 시 점, 그리고 활판인쇄술이 등장한 15세기 등 변화의 시점 에는 항상 읽기와 쓰기 관습의 변화 여부, 새로운 관습에 대한 평가와 인식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었다. 데이비드 제이 볼터(David Jay Bolter, 2001)에 따르면, 활판인쇄술 이 발명되고 나서도 과거의 채색서적 전통은 200년 이상 지속되었다. 이런 점에서 물질적, 도구적, 기술적 변화가 읽기와 쓰기 관습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야기하는 것은 아 니다. 우리는 새로운 관습의 등장이라는 변화에 주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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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런 관습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서 제시한 문제에 대한 답은 읽기와 쓰기의 쇠락이라는 사회적 우려가 있다고는 해도 잠시 유보할 필 요가 있다.

참고문헌 이재현(2012). 듣기와 읽기, 말하기와 쓰기. 임영호 외 (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당신을 위하여󰡕 (71∼93쪽).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Birkerts, S.(1994). The Gutenberg Elegies: The Future of Reading

in an Electronic Age. Boston: Faber and Faber. Bolter, J. D.(2001). Writing Space: The Computer, Hypertext, and

the Remediation of Print (2nd edition ed.).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Associates. Carr, N.(2011).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 New York: W. W. Norton & Co. Heidegger, M.(1999). Martin Heidegger on the Hand and the Typewriter. Excerpted from Parmenides. In F. A. Kittler.

Gramophone, Film, Typewriter (G. Winthrop-Young & M. Wautz, Trans.). (pp. 198∼200).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Kittler, F. A.(1999). Gramophone, Film, Typewriter (G. Winthrop-Young & M. Wautz, Trans.).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Mitchell, W. J. T.(1986). Iconology: Image, Text, Ideology. Chicago & 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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