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신명 커뮤니케이션 윤태일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신명 나는 소통, 신명 나는 세상
피로 사회, 감정 노동, 정서적 허기 “이제 한국 사회에서 문제는 신명이다!” 이런 주장을 가능 하게 하는 세 가지 열쇳말은 피로 사회, 감정 노동, 그리고 정서적 허기다. 극심한 감정 노동으로 감정적 부조화에 시달리는 피로 사회에서 한국인의 정서적 허기를 달래 줄 신명, 신바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선, 한국도 이제 피로 사회로 접어들었다. 재독 철학 자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2012)가 철학 서적으로는 이 례적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는 점이 그것을 방증한 다. “무엇을 하지 말라”는 부정성이 지배하는 성과 사회에 서 “넌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이 과잉되는 피로 사회로 접어 들면서 한국인들은 극심한 탈진 상태(burnout)와 우울증 을 호소한다. 그 결과 한국인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8 년째 1위이며, 행복지수는 전체 34개국 중 32위로 최하위 권에 머물렀다. 피로 사회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이유 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사람들이 겪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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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부조화와 피로감이다. 특히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 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자신이 실제로 느끼지 않는 (긍 정적)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 정 부조화를 겪게 된다. 따라서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 드(Arlie Russell Hochschild, 2003/2009)가 말한, 감정적 부조화를 겪기 쉬운 ‘감정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꼭 서비 스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조직 내에서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일을 해야 한다. 그동안 주로 조직의 합 리적 효율성에 치중했던 조직 커뮤니케이션이 이제는 구 성원의 감정에 주목하는 것도 감정 관리가 그만큼 중요해 졌다는 의미다. 극심한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피로 사회에서 정서적 허 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창윤(2012)은 레이먼드 윌리 엄스(Raymond Williams)의 ‘정서의 구조’ 개념을 원용하 여, 정치·경제·문화적 경험들이 용해되어 심층적으로 깔려 있는 상호주의적 경험을 정서적 허기라고 개념화했 다. 한국 사회에서 불안과 좌절의 정서가 두드러지게 부 상하면서 사람들이 위로, 분노, 정의감, 공감 등의 감정 상 태에서 궁핍해 있으며 그러한 정서적 허기가 텍스트, 담 론, 의례 등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 노동으로 피로 사회에 접어든 한국인이 정서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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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허기를 느끼는 감정으로 여러 가지를 나열해 볼 수 있겠 지만 한마디로 신명·신바람이라 할 수 있다. ‘신바람 나는 일터’ 혹은 ‘신명 나게 한판 놀아보자’라는 표현에서 보듯 신 명·신바람은 이제 일과 놀이 양쪽 영역에서 한국인이 갈 망하는 정서적 체험이다.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일터가 아 니라 신바람 나는 일터, 피로 사회를 넘어 신명 나는 사회를 위해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 에서 출발한 것이 신명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신명 커 뮤니케이션 연구는 ‘삶을 불행하게 하는 부정적 심리 상태 가 아니라 긍정적 정서를 연구하고, 개인의 강점과 미덕을 추구하여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말한, 행복한 삶 (eudaimonia)으로 이끌어 줄 학문’(Seligman, 2004/2006, p.13)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긍정심리학과 궤를 같이한다.
신명의 하강과 개념적 확장 그렇다면 신명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 사전에는 신명을 ‘흥겨운 신이나 멋’으로 정의하고 있다. 흔히 ‘신명 난다’, ‘신바람 난다’, ‘신 난다’처럼 신명, 신바 람, 신은 일상에서 서로 비슷하게 쓰인다. 사전에서 신바 람은 ‘신이 나서 우쭐우쭐해지는 기운’으로 설명하고, 신 은 ‘어떤 일에 흥미나 열성이 생겨 매우 좋아진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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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하고 있다. 조동일(2006)은 각자의 내면에 있는 신명이 일제히 밖 으로 나와 여럿이 함께 누리는 것을 신바람이라 새기면서 신명과 신바람을 구별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민·한성열 (2009)은 신명과 신바람은 단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 에 따라 사용되는 맥락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았다. 문맥에 따라 신명보다는 신바람의 어감이 더 역동적인 느낌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신명, 신바람, 신 은 서로 혼용해서 쓸 수 있는 비슷한 말로 여기서는 신명 으로 통일해 사용하겠다. 순우리말인 신명은 또 한자어 神明과 같은 뜻으로 새기 기도 한다. 국어사전에 신명을 찾아보면, 身名(몸과 명 예), 身命(몸과 목숨), 神冥(신의 가호) 神命(신의 명령) 晨明(새벽녘), 그리고 神明(천지의 신령, 생명 활동의 기
운) 등 여러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이 중에서 생명 활동의 기운, 정신 의식과 사유 활동, 천지의 신령 등을 뜻하는 神 明이 동양의 전통에서 순우리말 신명과 같은 문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조동일(2006)은 사람의 기(氣) 가운데 흥(興)으로 발현 하는 것을 신명이라 규정하고 한자어 신명(神明)과 같은 것으로 본다. 여기서 신은 서양처럼 귀신(鬼神)의 신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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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고 정신(精神)의 신으로 사람 속에 내재하는 신령스러 운 기운 즉 신기(神氣)다. 활동운화(活動運化)하는 신기 혹은 생의(生意)가 밖으로 나와 자신의 생명력을 표출하 는 신기발현(神氣發現)이 곧 신명이다. 신명은 개인적이 기도 하지만 집단적이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더욱 잘 지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잘 전이되며, 놀이성을 갖고, 제의(祭儀)와 관련이 깊다. 대체로 정서적 체험에 가깝지만 인지 작용은 물론 행동과도 직결된다. 윤태일(2009)은 한국 문화사에서 신명의 의미가 확 대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본래 성(聖)의 영역이었던 신명 이 속(俗)의 영역으로 내려오는 신명의 하강 현상이 일어 났다는 것이다. 우선 신명은 본래 종교적 신비 체험이었다. 시베리아와 만주 지역에 걸쳐 있던 샤머니즘 문화에서 샤먼 즉 무당은 신에 사로잡힌 상태가 된다. 이것은 바로 빙의(憑依) 혹은 접신(接神) 상태다. 마을굿에서 무당이 신들려서 신명의 상태가 되고, 굿이 점점 무르익으면서 마을굿에 참여한 모 든 사람에게도 이런 신들린 상태가 전이되어 집단적으로 신명을 체험하게 된다. 1930년대 개성 덕물산 도당굿에 대한 민속학적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무당과 마을 사람뿐 아니라 연행 집단인 굿중패와 사당패까지 참여, 모두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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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체되어 집단적인 신명의 도가니에 빠져든다(김헌선, 2009). 이처럼 굿에서 집단적으로 신들린 상태에서 맛보 는 종교적 신비 체험이 바로 신명의 원초적 형태다. 그런데 앞의 개성 도당굿 사례에서 보듯이 굿에는 춤 과 노래와 연극 등 연행적 요소가 많이 있다. 실제로 풍물 이나 판소리, 탈춤, 꼭두각시놀음, 민요 등 대부분의 우리 전통 연희는 전통 제의인 굿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본래 굿에서 맛보던 종교적 신비 체험이었던 신명을 전통 민속 연희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신명 나는 탈춤 한 마당’처럼 전통 민속 연희의 핵심적인 정서 체험으로 이해되었다. 전통 민속 연희가 1960∼1970년대 탈춤 부 흥 운동과 1980년대 마당극(굿) 운동 등으로 계승되면서 신명은 민중 문화 운동 진영의 대표적인 미학 이념으로 부 각되어 예술 체험으로 개념화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신 명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미학적 구성 원리로 이해되기도 하여, 조동일(2006)은 신명의 미학을 서구의 카타르시스 미학과 견주어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신명은 역동적으로 표출되면서 일 상에서 느끼는 짜릿한 황홀 체험으로 이해되었다. ‘신명 나는 일터’라는 표현은 일상적인 수사법으로 자리를 잡았 고, 신바람을 서구적 합리성(ration)과 결합한 신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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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baration)이란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산업공학자 이 면우(1992)는 W이론을 만들자란 책에서 한국의 독자 적인 경영 철학인 W이론의 요체는 바로 신바람이라고 주 장했다. 경영학에서 이장우·이민화(1995)는 신바람 관 리 사이클의 개념적 모형을 제시했고, 윤태일·정연구· 송현주(2012)가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전문 학술 서적은 아니지만 황수관(1996)의 신바람 건강법, 펀(fun) 경영 을 접목한 윤복만(2006)의 신바람 경영, 한민·한성열 (2009)의 신명의 심리학 같은 책들이 나와 신명을 대중 화하는 데 일조했다. 2002년 이후 의례화되다시피한 월드컵 붉은악마의 길 거리 응원, 2002년과 2008년의 대규모 촛불시위, 사물놀 이나 난타같이 세계시장에서 확인된 전통문화 상품, 그리 고 대장금 같은 드라마와 싸이의 K팝 같은 한류(韓流)의 콘텐츠 등 이 모두를 아우르는 열쇳말은 신명이다. 그리 하여 신명은 이제 굿 같은 제의나 민속 연희같은 예술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비일상적인 황홀 체험이 아니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환희 체험으로 이해되었다. 이렇 게 신명이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빈번하게 관찰되 는 사회현상으로 부각되면서, 그에 대한 학술적 관심도 높 아져 기존의 인문학적 접근 외에도 심리학, 경영학,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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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관광 마케팅,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그 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오래된 미래 ‘신명’ 이제 신명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문화 유전자이며, 오늘에 되살려야 할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유전자는 자신의 유 전자를 복제할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할 때 의미가 있는 것 이고, 전통은 새로운 문화 창조를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할 때 진정한 전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이며 한국 문화의 원형으로서 신명은 분명한 현재성을 갖 는다. 자기 가치감의 확인, 표현 행동, 공감과 공동체적 참 여, 놀이성, 제의성 등은 신명 체험의 중요한 특성이다(한 민·한성열, 2009). 디지털 매체 기술에 힘입어 이러한 신 명이 발현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신명이 반드시 집단적인 체험은 아니지만 원래 신명은 전통적인 촌락공동체에 뿌리를 둔 것은 사실이다. 도시화 가 진전되면서 전통적인 촌락공동체는 붕괴되고, 개인은 파편화되고 노동 소외 현상이 일어났다. 그 결과 촌락공 동체의 마을 사람들이 함께 기쁨을 만끽하는 신명의 물적 토대가 많이 허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디지털 매체 기술의 발달로 사이버공간에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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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형태의 공동체 즉 커뮤니티가 출현했다. 이들은 전 통적 촌락공동체에 정주하는 개인과 달리 하나의 커뮤니 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그래서 이들은 디지털 유목민, 혹은 게릴라적 특성을 나타내며 하 나의 정체성으로 구성되는 것을 거부한다. 2000년대에는 대중이 실천적 주체로 부상하기 시작했 다. 이들을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게릴라와 그 방식에서 흥겨움을 즐기는 놀이족으로 나눌 수 있다. 자기를 발랄 하게 표현하면서도 타인과 관계 맺기에도 적극적이기 때 문에 이들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신명을 지피는 새로운 주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자기 존재감을 확 인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디지털 매체 기술의 발달에 힘 입어 공동체적 공감을 바탕으로 현실 문제에도 거침없이 발언하고 개입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존재감을 확 인함으로써 신기 발현하는 신명 체험을 만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민기자를 적극 도입한 인터넷 언론사를 비롯하여 수 많은 논객 사이트는 권위 있는 저널리스트와 독자의 구분 을 모호하게 만들어 일반인들도 자기 존재감을 쉽게 확인 할 수 있게 했다. 블로그는 물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그리고 이른바 디카폰(디지털 카메라폰)의 대중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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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제작이 손쉬워지면서 누구나 자기를 발랄하게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와 패러디 사이트의 대중화로 모든 사람이 이미지의 생산자가 되었고 권위에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팬카페와 팬픽의 활성화 로 스타의 소비자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개인을 도피적이고 사적 영역으로 퇴각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비판적 담론 공중의 부상에 일조하여 참여적이고 공적인 영역을 확대하는 측 면도 있다. 디지털 시대에 신명의 또 다른 측면인 놀이성도 부각되 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꾸미기는 기본적 으로 실용적 목적보다는 유희적 오락적 동기가 강하다. 댓글 놀이, 패러디 놀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인터넷의 많 은 행위는 재미있고 흥겨운 놀이다. 취미 카페, 디지털 게 임, 그리고 모바일을 기반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카카오톡 이나 밴드 등도 실용 목적보다는 재미있는 놀이의 추구가 주목적이다. 놀이는 공동체적 제의와 연결된다. 인터넷 자체가 놀 이터이면서 난장판이다. 온갖 욕설과 악플이 난무하고 논객과 게릴라가 뒤엉켜 활동하는 가상공간은 자신의 욕 망을 거침없이 발산하는 난장의 영역이다. 이러한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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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오프라인을 접목하면서 광장과 축제의 공간을 창출하 고 그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재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제의 적 기능을 수행한 사건이 촛불집회와 월드컵 길거리 응원 이다. 촛불집회와 붉은악마 응원이야말로 신명이 가장 강 렬하고 대규모로 분출한 사건으로, 아래로부터의 제의이 며 ‘제의를 통한 저항’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자기 가치감의 확인, 표현 행동, 공감과 공동체 적 참여, 놀이성, 제의성 등은 신명 체험의 중요한 특성으 로 디지털 매체 기술에 힘입어 더욱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 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촌락공동체에 뿌리를 둔 신명 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미래에 더욱 활성화할 ‘오래된 미 래’라고 할 만하다.
자아 준거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모색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 문화의 ‘오 래된 미래’라 할 수 있는 신명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측면 에서 규명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 나름의 자아 준거적(self-reference)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주장과 같은 맥락이 다. 자아 준거적 이론이란 ‘지금 이곳’ 현장의 문제의식에 서 출발하여 이론적 문제와 과제를 선정하고 그러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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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론을 말한다. 자아 준거적 신명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구중심주의는 Eurocentrism 혹은 Westocentrism의 번 역어다. 유럽중심주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서 Euro 는 지리적 의미에서 유럽이 아니라 유럽에 뿌리를 둔 북미 지역까지도 포괄한다는 의미에서 서구중심주의로 번역한 다. 서구중심주의는 남성중심주의, 백인중심주의처럼 인 간에 의한 인간의 여러 억압 유형 중 하나로 비서구인들의 사고에 침투하여 여러 가지 해악을 끼친다. 강정인(2004) 은 특히 학문 영역에서 발생하는 서구중심주의 병폐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학문적 문제의식을 서구화하여 자신들의 문제의 식을 갖지 못한다. 둘째, 한국 현실을 동화주의적으로 해 석하여, 서구 이론으로 설명이 잘 되지 않으면 후진적 현 상으로 간주하고 자꾸 서구 이론에 한국의 사회현상을 꿰 어 맞추려 한다. 셋째, 서구 현상에만 주목하여 서구를 중 심에 놓고 한국 현실을 주변화한다. 마지막으로 지식 생 산의 식민성 혹은 학문의 대외 종속성이 심화된다. 이러한 폐단을 갖고 있는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려고 노력할 때 자아 준거적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정립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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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그것은 서구 이론을 특수화하여 서구적 보편주의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해체하는 것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 션 분야에서도 서구중심주의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연구 를 토착화하려는 노력들이 탈서구화(De-Westernizing) 혹은 비서구화(Non-Westernizing) 커뮤니케이션 연구 라는 이름으로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조르제트 왕 (Georgette Wang, 2011)이 엮은 탈서구화 커뮤니케이 션 연구(De-Westernizing communication research)는 탈서구화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대한 아시아 커뮤니케이 션 학계의 최근 논의와 성과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아시아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의 활발한 논의에 비해 한국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은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는 탈서구화 연구에 대체로 무관심한 편이다. 그동안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이었고 당위론적 주장 에 그친 감이 있다. 윤태일(2009)은 그동안 한국적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하나는 거트 호프스테드(Geert Hofstede)나 에드워 드 홀(Edward Hall) 등의 문화유형학에 근거하여 비교문 화적 관점에서 한국적 현상을 외국(주로 미국)과 비교하 는 연구다. 그런데 이런 문화유형학은 시작부터 불공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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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중심주의적 접근으로 편향된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 다. 왜냐하면 이러한 접근은 서구 사회의 특징을 중심에 놓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측면을 비서구 사회 에 투영함으로써 문화 간 위계성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 틀로 자꾸 한국을 바라보다 보면 결국 한국은 서구에 비해서 역사 발전이 덜 된 후진 문화 이고, 기껏해야 ‘고상한 야만인(noble savage)’ 수준의 상 찬만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또 하나는 한(恨), 정(情), 체면, 연줄, 눈치 등 우리의 일 상적인 경험과 용어를 중심으로 한국적 커뮤니케이션 현 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이것은 이른바 한국인심리학의 연구 성과 등을 자양분으로 삼은 것인데, 한국적 커뮤니케 이션 현상을 일상적인 영역에서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별로 긍정적이 지 못한 현상과 개념에 치중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때는 한국 문화의 특성으로 ‘가냘픈 선(線)의 미’, ‘한 의 정서’, ‘체념의 미학’, ‘은둔과 애상’, ‘은근과 끈기’ 등 어 딘가 역동적이지 못하고 처량하고 퇴행적인 면이 많이 부 각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이다. 조동일(2006)은 한 과 같이 이런 부정적 특성은 한국인의 일면이기는 하지만, 식민지과 한국전쟁, 군부독재 때 겪은 좌절 때문에 지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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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확대되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었다고 지적한다. 그 러면서 이제 한 타령은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일갈했다. 그래서 요즘 좀 더 긍정적인 한국 문화의 특성으로 멋 이나 풍류(風流), 흥취(興趣) 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멋이나 풍류는 놀이나 여가 예술 등과 주로 관련되어 있 다. 한국 문화의 특성을 너무 멋이나 풍류에서 찾다 보면 옛날의 한량(閑良)처럼 놀기만 하고 일은 제대로 하지 않 아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조동일(2006) 은 지금 한국문화론에서 제기해야 하는 핵심 질문은 ‘한국 인은 어떤 때 열심히 일하는가?’이며, 그 답변은 한국인은 신명 나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질문을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도 제기해 볼 수 있다. 한국인은 어떤 때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는 가? 신명을 서로 나눌 때다. 한국인은 신명을 서로 나눔으 로써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고 그 결과 억지로 시키 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여럿이 함께, 뭐든지 잘한다. 따라서 신명의 나눔이야말로 한국적 커뮤니케이션의 요 체라 하겠다. 따라서 신명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서구중심주의를 넘어 ‘지금 여기’ 현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자아 준거적 커뮤니케이션 이론 정립의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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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커뮤니케이션의 구성 이 작은 책자는 신명을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살펴보려 는 시도다. 모두 10개의 주제어로 구성되었지만 크게 보 면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처음 세 장은 신명의 의미에 대한 서론 부분이다. 1장에서는 신명을 한국 문화권 및 다른 문 화권의 유관 개념과 비교함으로써 그 의미를 좀 더 분명하 게 서술했다. 2장에서는 신명의 커뮤니케이션 의의를 설 명하고, 3장은 신명 커뮤니케이션 모형을 제안하고 그 특 징을 논의했다. 둘째 부분은 신명 커뮤니케이션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 되는가를 분석한 것이다. 4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효능 감의 개념을 토대로 실제로 신명 나면 잘 통하는가를 분석 해 보았고, 5장은 소비 체험으로 신명의 개념화를 시도했 고, 6장은 신명 나는 소비 체험 중 특히 축제 브랜드와 관 련해 축제 체험을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다. 7장에서는 조 직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에서 신명 감정 관리 모형을 제시 했고, 8장은 미학적 구성 원리로서 신명의 서사에 대해 살 펴보았다. 마지막 부분은 신명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의의를 다루 었다. 9장에서는 문화 유전자 및 한류의 핵심 기반으로서 신명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10장에서는 신명 커뮤니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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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연구가 한국적 특수성을 넘어 동아시아적 보편성, 그리 고 더 나아가 세계적 보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 보았다.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의 하나로 펴낸 이 책은 신명 커 뮤니케이션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를 우선 중간 점검해 본 결과물이다. 앞으로 이 분야를 함께 연구하는 길벗이 많 아져 우리 나름의 자아 준거적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정립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참고문헌 강정인(2004).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 서울: 아카넷. 김헌선(2009). 경기도 개성 덕물산 도당굿 연구: 마을사람 무당 굿중패 사당패가 만든 신명의 도가니를 사례로. 한국무속학, 18집, 69∼107. 윤복만(2006). 신바람 경영. 서울: 리더스하이. 윤태일(2009). 신명커뮤니케이션 서설(序說). ≪커뮤니케이션 이론≫, 5권 1호, 8∼50. 윤태일 · 정연구 · 송현주(2012). 신명 나는 일터는 어떻게 만드는가?: 춘천마임축제 자원봉사자의 사례를 통해 본 ‘신명감정 관리모형’ 탐색. ≪홍보학연구≫, 16권 1호, 112∼147. 이면우(1992). W이론을 만들자. 서울: 지식산업사. 이장우 · 이민화(1995). 신바람 관리: 개념적 모형. ≪경영학연구≫, 38권 2호, 339∼369. 조동일(2006). 탈춤의 원리 신명풀이. 서울: 지식산업사. 주창윤(2012). 좌절한 시대의 정서적 허기: 윌리엄스 정서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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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비판적 적용. ≪커뮤니케이션 이론≫, 8권 1호, 142∼176. 한민 · 한성열(2009). 신명의 심리학. 서울: 21세기북스. 한병철 저, 김태환 역(2012). 피로사회. 서울: 문학과지성사. 황수관(1996). 신바람 건강법. 서울: 서울문화사. Hochschild, A. R.(2003). The managed heart: Commerci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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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ing questions and changing frameworks. NY: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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