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마치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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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서곡

인류의 역사라든가, 선악이 신비하게 뒤섞인 인간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하는 행동에 깊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 누가 성 테레사1)의 생애에 대해 잠시나마 깊이 생각해 보지 않겠는가? 어느 날 아침, 그 가련한 소녀가 어린 남동 생의 손을 잡고 무어인의 나라에서 순교하기 위해 떠나려 했던 걸 생각하면 친절한 마음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눈을 크게 뜨고 불안한 표정으로 아빌라의 자갈길을 아장아 장 걸어가는 그 모습은 마치 한 쌍의 아기 사슴 같았다. 그들 도 인간의 자식, 그 어린 가슴은 벌써 국가의 이상에 부응해 서 고동치고 있었다. 그러나 가정이라는 현실은 끝내 큰아 버지란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와 그들을 이 위대한 결단에 서 돌아서도록 했다. 이 어린애같이 유치한 순례 여행은 그 녀다운 삶의 시작이었다. 이상을 동경한 열정적인 성녀 테 레사는 서사시적인 생활을 추구했다. 기사도에 관한 로맨스

1) 테레사 데 세페다 이 아우마다(Teresa de Cepeda y Ahumada, 1515∼ 1582): 아빌라의 테레사라고도 불린다. 로마 가톨릭의 신비가이자 수도원 개 혁에 전념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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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똑똑한 여성이 사교계를 정복하는 이야기책 몇 권이 그 녀에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녀 내부에 타오르 는 불꽃은 그런 쓸모없는 연료를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그 리고 내면의 불길에서 무한한 만족을 추구했다. 그것은 절 대로 지치지 않는 목표였기에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한 절망 과 자아 초월적 삶에 대한 황홀감은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교단 개혁에서 서사시를 찾아냈던 것이다. 300년 전의 이 스페인 여성이 이런 부류 중에서 마지막 인물은 확실히 아니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테레사가 태어 나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명성을 드높일 서사적 삶을 찾아 내지 못한다. 고귀한 정신은 있지만 그런 정신을 발휘할 기 회가 없어서 실수투성이 삶을 살 것이다. 그들의 실패가 아 무리 비극적이라 해도 그 실패를 읊어줄 훌륭한 시인이 없 으며, 죽어서 잊혀도 그들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없다. 그들 은 캄캄한 미로 속에서도 희미한 등불에 의지해 고상하게 사상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결국 보통 사람 들 눈에는 그런 노력도 다만 추상적인 모순으로만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 뒤늦게 태어난 테레사들에게는 그 열렬히 자발적인 영혼에게 지식의 역할을 해줄 일관된 사회적 신념 이나 사회적 질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들의 열 정은 막연한 이상과 평범한 여성의 동경 사이에서 방황하게 31


되는데, 전자는 몰상식하다고 거부되고 후자는 타락했다고 비난받게 된다. 그들이 그처럼 실수투성이 삶을 산 것은, 고약하게도 조 물주가 여성의 본성을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쁘게, 분명하 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만일 여성이 얼 마나 무능한지, 그 무능함의 정도를 이를테면 셋 이상의 수 는 세지 못한다는 식으로 정확히 정했다면, 여성의 사회적 운명도 과학처럼 정확하게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성의 본성은 여전히 애매하다. 더구나 그 다 양함으로 말하자면, 여인의 머리 모양이나 그들이 좋아하는 산문이나 운문의 사랑 이야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기저기 오래된 연못에는 백조 새끼가 거북하게 오리 새끼에 뒤섞여 자라지만, 자신과 같은 물갈퀴를 가진 백조와 사이좋게 헤 엄칠 수 있는 활기찬 연못은 찾지 못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성 테레사 같은 여성들이 여기저기서 태어나지만, 아 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도달하기 어려운 선을 추구하지만, 그녀들의 애정 어린 심장의 박동과 흐느낌은 길이 역사에 남을 행위에 집중되지 못하고, 수많은 장애를 만나 결국 기 진맥진해 떨다가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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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브룩가(家)의 맏딸 제1장 브룩 양에게는 수수한 차림새 때문에 한층 더 돋보이는 그 런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손과 손목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탈리아 화가들이 상상한 성모 마리아의 차림새처럼 검소 하고 장식 없는 옷소매라도 아주 잘 어울렸다. 또한 큰 키와 몸짓뿐 아니라 수수한 의상 때문에 그녀의 옆모습은 더욱 품위 있어 보였다. 촌스러운 시골 옷차림에 비해, 그 모습은 마치 신문 기사 속에 인용된 성서의 훌륭한 한 구절이나 옛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본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뛰어 나게 총명한 아가씨라고 알려졌지만, 늘 동생인 실리아가 더 사려 분별이 있는 아가씨라는 단서가 붙었다. (…)

분명 브룩 씨 안에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청교도적 열정이 있었지만 잠자고 있었다. 그러나 조카인 도로시아의 열정은 늘 불타올랐다. 그것이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었 다. 그 때문에 그녀는 종종 큰아버지의 ‘태만한’ 토지 관리를 안타깝게 여겨서, 어서 자신이 성년이 되어 세상 사람을 위 한 너그러운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음대로 쓸 33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고대했다. 그녀는 유산 상속인이었다. 요컨대 이 자매에게는 부모가 각각 남긴 7백 파운드의 연간 수입이 있었을 뿐 아니라, 도로시아가 결혼해서 아들을 낳 으면 그 아들이 1년에 지대(地代) 수입이 약 3천 파운드 정 도로 추정되는 브룩 씨의 재산을 상속받기로 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지대 수입이면 이 지방 사람들이 볼 때는 막대한 재산이었다. (…)

그런데 무엇이 도로시아의 결혼을 막는 것일까? 이토록 아름답고 부유한 아가씨인데 말이다. 그녀는 극단적인 것을 좋아해서 어떤 관념에 따른 절제된 생활을 고집했다. 그런 기호나 관념 때문에, 신중한 남자라면 그녀에게 청혼하기를 망설일 것이며, 그녀 또한 모든 청혼을 결국에는 거절할 것 이다. 그러나 이 밖에는 그녀의 결혼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명문 집안에 재산도 많은 이 젊은 아가씨는 병 든 노동자를 간병하다가 갑자기 벽돌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마치 자신이 12사도 시대에 사는 것처럼 열렬히 기도를 하 는가 하면, 또 이상한 변덕으로 가톨릭교도처럼 금식을 하 거나, 오래된 신학 서적을 탐독하기도 했다! 이런 여자를 아 내로 맞는다면,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자는 사람 을 깨워서 그녀의 수입을 낭비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는 34


결국에는 국가 경제나 가정 경제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이런 여자와 평생을 같이하려고 하기 전에 당연히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이다. (…) 새로 온 이 자매에 대해 이 고장 사람들 대부분은−가난 한 농사꾼들조차−상냥하고 순진해 보이는 실리아 쪽에 더 호의적이었다. 한편 눈이 큰 언니 쪽은 그녀의 신앙처럼 너 무 유별나고, 눈에 띄는 것 같았다. 가여운 도로시아! 그러 나 도로시아에 비해 순진해 보이는 실리아가 오히려 빈틈없 고 세상 물정에 밝다고 하겠다. (…) 도로시아는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전혀 오만하지 않았 다. 실제로 그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기 같은 사람은 도 저히 따라갈 수 없는 매력이 실리아에게는 있다고 동생을 칭찬하는 모습은 보기에 흐뭇했다. (…) 그녀는 진실로 바 람직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아버지처럼 남편이 히브리어 든 무엇이든 그녀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오랫동안 도로시아는 자신의 삶을 아주 보람차게 만들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연함이 짙은 여름 안개처럼 드리워 있어서 괴로웠다. 무엇을 할 수 있을 까, 무엇을 해야 할까? 그녀는 이제 겨우 피어나기 시작한 35


처녀로서 활발한 자각과 원대한 정신적 욕구를 가지고 있었 다. 생쥐가 여기저기 조금씩 갉아 먹는 것처럼 그 나름으로 산만하게 판단해 보는 소녀가 받는 교육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활발한 양심과 위대한 정신적 욕구를 갖고 있었던 것 이다. 그녀가 운 좋게 좀 우둔하고 교만한 성격을 타고 났더 라면, 장차 어떤 남자와 하게 될 결혼을 염두에 두고 젊고 부 유하며 신앙심 깊은 귀부인으로서 마을의 자선 활동에 참여 하고, 가난한 신부들을 후원하고, 구약 성서에서는 사라가, 신약 성서에서는 도르가가 은밀히 경험한 것을 기록한 ≪성 서에 등장한 여성들≫이란 책을 읽으며, 내실에서 수를 놓 을 때도 자기 영혼에 대해 생각하는, 그런 생활에서 이상적 인 삶을 찾았을지 모른다. 물론 그 배경에는 결혼을 한다는 목표가 있다. 그 남성은 그녀만큼 엄격한 신앙은 없어도, 그 녀는 그를 위해 기도하고 기회가 되면 그를 신앙의 길로 인 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련한 도로시아는 그런 생활에 만족 할 수 없었다. 강렬한 종교심이 그녀의 생활을 압박하더라 도, 그녀가 가진 열정적이고 이론적이며 지적으로 논리적인 성격의 일면을 나타낼 따름이다. 이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 이 좁은 오솔길이 뒤엉킨 미로처럼 보이는 세상과 상대한다 는 것, 말하자면 담으로 둘러싸여 출구도 없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작은 미로에 갇혀 편협한 교육에 구속되어 몸부림친 36


결과는 확실히 보는 이에게 모순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지식으로써 완벽 하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자기 행동을 규제하는 기준으 로 삼을 마음이 없는 규율을 인정하는 척하는 삶은 살고 싶 지 않았다. 오늘날까지 그녀는 이와 같이 영혼의 갈망에 청 춘의 정열을 전부 쏟아왔다. 그녀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결 혼이란, 무지에 휘둘리는 소녀의 상태에서 해방시켜 더없이 넓은 길로 이끌어내는 안내자를 그녀가 자진해서 자유롭게 따르는 그런 결합을 의미했다. “그렇게 되면 난 모든 걸 다 배울 수 있어.” 숲 속의 승마 길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면서 그녀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 분의 중요한 연구를 더욱 잘 도와드릴 수 있도록 공부하 는 게 이제부터 내 임무가 되겠지. 우리 생활에서 하찮은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일상이 우리에게는 위대한 의미를 갖 게 될 거야. 마치 파스칼과 결혼한 것처럼 말이야. 사물을 바라보는 위대한 사람들과 같은 견지에서 진리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렇게 되면 나이가 들면 내가 뭘 해야 할지, 내 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되겠지. 이곳에서 지금, 말하자면 이 영국에서 어떻게 하면 숭고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해. 지금은 어떻게 선을 행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그러 니까, 마치 사명을 가지고 언어가 다른 나라로 떠나는 듯한 37


기분이야. 농민을 위해 좋은 집을 지어주는 일이라면 다른 문제니까, 거기에는 아무 의심도 없지만. 정말로 로윅 사람 들이 좋은 집에서 살게 되면 좋을 텐데. 틈나는 대로 부지런 히 설계도를 많이 만들어둬야지.”

제4장 “고맙습니다, 큰아버지.” 도로시아는 확신에 찬 밝은 목소리 로 말했다. “캐소본 씨께 매우 고맙게 생각해요. 만약 그분 이 청혼을 한다면 받아들이려고요. 전 이제껏 만난 그 어떤 분보다 그분을 진심으로 존경하니까요.” 브룩 씨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머뭇거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아, 그래? 몇 가지 점에선 그가 좋은 신랑감이겠지. 하지만 뭐냐, 체텀 군도 훌륭한 상대야. 게다가 우리 땅은 서로 붙어 있지. 얘야, 네 소망에 반대하려는 건 아니란다. 결혼이니 뭐니 하는 건 사람마다 자기 뜻대로 해야지. 물론 한계가 있지만 말이야. 난 항상 그렇게 말해왔지. 어떤 한계 가 있는 법이야. 난 네가 잘 생각해서 결혼하길 바란단다. 그리고 체텀 군이 너와의 결혼을 원한다고 믿을 만한 충분 한 근거도 있어. 내가 말해주마.” 38


“제임스 체텀 씨와 결혼하다니, 당치도 않아요.” 도로시 아가 말했다. “만일 그분이 저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면, 그 건 대단한 착각이에요.” “바로 그거야. 아무도 모르지. 난 체텀 군이야말로 여자 들이 좋아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큰아버지, 그런 말씀이라면 다시는 그분 얘기하지 마세 요.” 도로시아는 조금 전의 분노가 다시 치미는 듯했다. 브룩 씨는 도로시아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여자란 아무 리 연구해도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자에 대해 확실한 예측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체텀 같은 사람이 청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캐소본 군 얘기다만. 서두를 건 없어. 널 위해 하는 말이야. 사실 그 사람은 해마다 늙는 걸 느끼니 말이야. 아무튼 마흔 다섯이 넘었으니까. 그는 너보다 무려 스물일곱 살이나 연상이란다. 확실히 모든 걸 다 갖추긴 어 렵지. 학문도 필요하고, 지위도 있어야 하고, 그런 거 다 갖 추자면 말이야. 그 사람에겐 상당한 재산이 있지, 교회와 별 도의 수입 말이야. 대단한 수입이지. 하지만 젊진 않아. 게 다가 너한테 숨기지 말아야 하니 말인데 내 생각에는 건강 도 그리 좋은 편이 못 된다. 그 밖에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저는 제 또래 남자를 남편으로 맞을 생각 없어요.” 도로 39


시아가 엄격하고도 확고하게 말했다. “전 판단력으로 보나 지식으로 보나 저보다 뛰어난 사람을 남편으로 맞고 싶어 요.”

제5장 다음은 캐소본 씨가 도로시아에게 보낸 편지다.

친애하는 브룩 양, 저는 당신의 후견인인 큰아버지로부 터 무엇보다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문제에 관해 당신 에게 편지 드려도 좋다고 허락받았습니다. 당신을 알게 됐을 즈음, 마침 저는 저 자신의 생활에 어떤 필요가 생 겼음을 깨달았는데, 이 사실에는 단순히 때의 일치 이상 으로 뜻깊은 일치가 있다고 해도 잘못이 아니라고 확신 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이야 말로 제게 필요한, 아마도 더없이 훌륭하고 적합한 분이 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 필요감은, 그 일의 특수성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연구에 몰두하는 몸이지만 계속 속일 수 없는 감정적 활동과 관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후 계속 당신 모습을 볼 때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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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이 더욱 깊어져서, 이미 예상한 바대로 당신이 적임 자라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으며, 그 때문에 지금 언급한 제 감정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일전에 나눈 대화로 제 인생의 방침과 목적은 충분히 아셨을 거라 믿습니다. 그 방침이 세상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건 저도 압니다. 하 지만 저는 당신에게서 고상한 사상과 헌신하는 능력을 간파했습니다. 이런 능력이 활짝 꽃 핀 처녀나 우아한 여 성과 양립할 수 있을 거라고는 이제껏 생각지 못했습니 다. 이 우아한 여성다움이, 당신이 가진, 앞서 말한 지적 특질과 결합될 때는, 여성의 이름을 높이며 그 여성의 우 수성을 떨칠 겁니다. 강인함과 매력을 한 몸에 지니고, 내가 진지하게 연구할 때는 연구를 돕고, 한가할 때는 매 력적으로 나를 대해줄 이런 보기 드문 여성을 만날 거라 고는 전 상상도 해본 적 없음을 고백합니다. 만일 당신을 소개받지 못했다면, 필경 저는 결혼을 통해 외로움을 달 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았을 겁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당신을 소개받은 때와 제게 어떤 필요가 싹튼 때가 일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것은 평 생을 걸고 하려는 계획의 준비 단계로서 하나님께서 섭 리하신 거라 믿습니다.) 브룩 양, 이상으로 제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당신 마음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제 행복한 예감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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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줄지, 후의를 믿고 감히 물어봅니다. 저를 당신 남편 으로, 그리고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지상의 수호자로 받 아들여 주신다면, 제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최대 은총으 로 간주하겠습니다. (…)

에드워드 캐소본

(…) 캐소본 씨, 저를 마음에 두시고 당신 아내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 생각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 다. 당신과 평생 함께하는 것보다 더한 행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말씀드린다면, 같은 말을 장황히 늘 어놓는 셈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지금으로서 는 당신과 평생 함께하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로시아 브룩

그날 저녁 늦게 도로시아는 큰아버지의 뒤를 따라 서재 에 들어가서 이튿날 아침에 상대방에게 전해달라고 편지를 건넸다.(…) “이제 내가 무슨 연구든 당신 없이 어찌 해낼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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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소본 씨가 말했다. 그는 그녀의 깨끗한 이마에 입을 맞추 면서 특별히 하나님께서 모든 면에서 그의 필요에 적합한 선물을 주셨다고 느꼈다. 자기도 모르게 그는 눈앞의 이익 이나 머나먼 미래의 결산을 전혀 따지지 않는 사람에게 매 력을 느꼈다. 도로시아는 이익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처럼 어린애 같았으며, 또 머리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지 만 이토록 바보였다. 캐소본 씨의 발밑에 몸을 던지고−비 유적으로 말해−마치 그가 교황이나 된 듯 그 낡아빠진 구 두 밑에 입을 맞추고 있는 지금이 그 좋은 예다. 그녀는 캐소 본 씨를 향해, 당신이 과연 내게 어울리는 훌륭한 남편인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면서 그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 고, 오직 자신이 과연 캐소본의 아내가 될 자격이 있는지 걱 정스럽게 자문하고 있었다. 이튿날, 그가 떠나기 전에 결혼 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반대할 까닭이 없었다. 캐소본에게 는 부부가 살 집이 마련되어 있었다. 목사관이 아니라 넓은 토지 위에 지어진 훌륭한 저택이었다. 목사관에는 부목사가 살고 있었으며, 그 부목사는 일요일 아침에 설교하는 일만 빼고 교회의 모든 임무를 다 맡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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