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연기와 모놀로그_맛보기 by Communicationbooks

머리말

오디션은 연기가 산업화하면서 생긴 개념이다. 그리스 시대 비극부터 중세의 연극과 현대의 실험극단 연극에 이르기까지 연극 무대에서는 오 디션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늘 같이 작업하던 연출자와 연 기자들이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를 만들어 갔기 때문이다. 공연 예 술에서 오디션이 활발히 도입된 것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발달하 면서부터였다. 뮤지컬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주연과 조연 배우를 모 집하고 막이 내리면 해체하고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 갔기 때문에 보다 방대한 배우 풀과 이 배우 풀에서 적절한 배우를 선택하는 오디션과 이 과정을 진행할 캐스팅 디렉터라는 신종 직업을 만들어 냈다. 한국에서도 극단 위주의 연극에서 오디션은 그렇게 보편화하지 못 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공연 예술에서 뮤지컬이 강세가 되 면서 극단에 소속되지 않은 낯선 배우를 오디션을 통해 뽑아 공연팀을 꾸리는 작업 방식이 어느덧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오히려 오디션은 영화에 적합한 배우 캐스팅 방법이다. 영화는 극단 처럼 오래도록 같이 공동 작업하는 팀이 존재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기반 으로 매번 다른 감독과 프로듀서가 그 작품에 적합한 배우들과 촬영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에서 주연 배우의 캐스팅을 제외한 조연 배우 나 단역 배우에 대한 캐스팅은 캐스팅 디렉터나 연기자 에이전시를 통해

선발하며, 그 과정에서 오디션을 보아 시나리오의 해당 캐릭터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션은 배우들에게 직업 연기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구직 창구이자 자신의 잠재된 연기력을 테스트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오디션은 매년 대학교 연극영화과 입시에서도 유사하게 반복 된다. 최근의 연극영화과 입시는 수능이나 학생부 성적보다는 연기 실 기 고사가 중시되는 수시 지원이 주를 이룬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고 자 하는 수험생은 단 3분의 제한된 시간에 주어진 연극 독백이나 영화 모놀로그를 치러야 하며, 이어서 미리 준비하는 자유연기 또한 독백을 연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연기를 하려면 대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분석, 상대 배우와의 앙상블, 무대나 영상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필요하 다. 하지만 입시라는 물리적 제약 때문에 연극영화과 실기 시험은 오디 션 형태를 띠게 됐다. 최근 TV 프로그램에도 오디션은 매우 흥미로운 프로그램 포맷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가수를 배출하는 <아메리칸 아이돌>이란 프로그램이 2002년 시즌1부터 현재 시즌13을 방영 중이고, 슈퍼모델을 배출하는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톱 모델>은 2003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13년 시즌20까지 방영할 만큼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에 서도 한국 실정에 맞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 <서바이벌 오 디션 K팝스타>,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 <기적의 오디션> 등이 높은 시청률을 올린 바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는 도전 자들의 경쟁을 지켜보면서 함께 마음 졸이며 스릴과 감동을 느낄 수 있 기 때문일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전설적인 캐스팅 디렉터 마이클 셔틀르프는

“연기를 하려면 배역에 대한 오디션은 필수다. 스타나 이름난 감독, 제 작자와 특별한 친분이 있지 않는 한 배우를 직업 삼아 살아가려면, 혹은 아직 직업 삼지 못했어도 연기하려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오디션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라고 지적한다. 뮤지컬 오디션이라면 노래와 춤 실력으로 오디션을 보고, 정통 연극은 연극 대본으로 오디션을 보며, 영 화인 경우 카메라 오디션을 볼 것이다. 배역을 얻는 배우가 1명이라면, 배역을 얻지 못하는 배우는 100명 아니 1000명에 이른다. 지금도 어딘 가에서 배우들은 배역을 맡기 위해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며 노력하 고 있다. 오디션에서 탈락하여 거절당한 배우들은 정확한 이유나 피드 백을 듣지 못한 채 그저 캐릭터에 맞지 않는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오디션 연기라는 것은 실제 작품 연기와는 다 를 수 있다. 명배우이자 훌륭한 연기 선생이던 우타 하겐은 캐스팅을 위 해 오디션에 참가하는 것은 배역을 맡아 작업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 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히려 우타 하겐은 오디션 연기가 마치 잘 포장된 상품을 마케팅을 통해 판매하는 것과 같다면서, 배우 자신이 ‘잘 관리된 배우라는 상품’을 효과적으로 파는 것이 오디션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오디션을 보는 배우의 태도 또한 그에 맞게 달라져야만 한 다. 자신을 효과적으로 캐스팅 디렉터에게 어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 의 연기가 오디션을 심사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디션 연기는 배우 수업에서 다루는 모놀로그 연기나 일반적인 연극이나 영화 촬영에서 이루어지는 독백 연기와는 조금 다르 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디션 연기는 준비를 해야 하지만 그 준비에 집 착하지 말고 오디션 현장에서 요구되는 캐스팅 디렉터나 연출자의 의도 에 맞춰서 상호 교감과 의사소통을 통해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즉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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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가깝다. 오디션에서 제공되는 모놀로그는 제안된 양식이며, 연기 자가 글자 그대로 그 프레임에 맞출 필요는 없다. 캐스팅 관계자들은 연 기자에게 의외성과 기대감, 신선한 캐릭터 분석과 접근을 기대한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 연기자는 수백 대 일의 가능성을 향해 큰 한 걸음을 내 딛게 된다. 오디션 과정은 그 오디션에 참가하는 배우뿐만 아니라, 그 오디션 장에 있는 감독·캐스팅 디렉터·프로듀서들과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 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스태프들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종종 이 과정을 통해 대본에서 작가가 제시한 캐릭터는 크게 바뀌기도 한다. 어 떻게 보면 그들은 첫 관객이다.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자신이 즉흥으로 창조한 세계를 첫 관객에게 보여 주며, 자신이 모방으로 재현한 세계를 투사한다. 이럴 때 오디션은 감독이나 프로듀서 입장에서 단순히 배우 를 뽑는 지루한 프리프로덕션 작업이거나, 배우 입장에서 직업 배우로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짜증 나고 두려운 거절의 나쁜 경험이 아니 라 보다 창조적인 작업 과정이며, 이 오디션을 통해 본 작품 작업의 방향 과 틀이 변화할 수 있고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명배우 하비 케이틀은 영화 <비열한 거리(Mean Streets)>에서 마 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오디션에서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겪었던 공동 작업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마티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나 자신의 일부를 만났다는 걸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마티와 일하면 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우리 사이의 작업 방식은 결코 ‘저 지점 까지 걸어간 뒤에 돌아오세요’ 같은 경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라는 존 재를 함께 탐구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발견해 가는 것이었다.” 오디션은 하나의 예술 작업이며 또 다른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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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연기에도 미학이 있고, 이를 형상화할 적합한 방법론이 있다. 이 책에 실린 남자 배우를 위한 영화 모놀로그 60편과 여자 배우를 위한 영 화 모놀로그 60편은 배우들이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는 데 참고 자료로 도움이 되고자 영화에서 발췌하여 편집했다. 배우의 삶은 오디션에서 시작해 오디션으로 끝나는데 이에 대한 미 학이나 실제 방법론에 대해 한국의 연극학계나 영화학계에서 별로 논의 된 바가 없다. 특히 대학교 연극영화과 입시가 오디션 방식으로 이뤄지 고, 졸업한 학생들이 오디션을 통해 직업 연기자의 길로 뛰어드는 데도 이에 대한 이론적 정리가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오디션에 대한 방법론을 이론화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쉽지 않 다. 오디션은 영화 산업에서 상당히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작업 과 정이며 방대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 으로 이런 오디션 영화 연기 저서의 부재가 이 책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이 책은 오디션의 미학에서부터 구체적인 메소드와 테크닉까지, 또 한 오디션에서 사용되는 모놀로그의 선택 방법과 대본 분석, 연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저자들의 오랜 오디션 심사위원 경험과 연기 지도 경험을 토대로 배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사항들을 정리했다. 이 책에서 다룬 카메라를 위한 오디션이나 연 극영화과 입시 연기 오디션 같은 챕터는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지 식일 것이다. 이 책에는 남자 배우를 위한 영화 연기 모놀로그 60편과 여 자 배우를 위한 영화 연기 모놀로그 60편이 실려 있다. 모두 현재 영화 오디션 현장이나 연극영화과 입시 오디션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모놀 로그이기도 하다. 이 모놀로그들은 전부 최근 한국영화에서 저자가 직 접 발췌하여 보다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하는 데 적합하다.

이 책이 영화 오디션을 준비하는 수많은 배우들이나 연극영화과 입 시를 준비하는 배우 지망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2014년 10월 저자 송낙원·박서연

차례

머리말

1장 오디션 영화 연기의 이해 오디션 연기의 미학

오디션 영화 연기의 메소드와 테크닉 모놀로그 선택과 연기법 모놀로그 대본 분석

21 24

카메라를 위한 오디션 연기

연극영화과 입시 오디션 연기

2장 남자 배우를 위한 영화 연기 모놀로그 60편 추구의 캐릭터 <국가대표> 현태 역(하정우)

<즐거운 인생> 현준 역(장근석) <미녀는 괴로워> 상준 역(주진모)

46 48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일순 역(정지훈) <천하장사 마돈나> 동구 역(류덕환) <주먹이 운다> 태식 역(최민식)

50 52

모험의 캐릭터 <고지전> 신일영 대위 역(이제훈)

<영화는 영화다> 수타 역(강지환)

<더 게임> 노식 역(변희봉)

<반칙왕> 달치 역(명계남)

추적의 캐릭터 <용서는 없다> 이성호 역(류승범) <검은 집> 마용식 역(유승목)

64 66

<와일드 카드> 방제수 역(양동근)

<살인의 추억> 박두만 역(송강호)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우 형사 역(박중훈) <넘버3> 검사 마동팔 역(최민식)

구출의 캐릭터 <블라인드> 조 형사 역(조희봉)

<수상한 고객들> 병우 역(류승범) <박쥐> 상현 역(송강호)

복수의 캐릭터 <황해> 면가 역(김윤석)

<악마를 보았다> 수현 역(이병헌) <이끼> 덕천 역(유해진)

<공공의 적 1-1> 철중 역(설경구) <세븐 데이즈> 남자 역(김미숙)

88 90

<올드보이> 대수 역(최민식)

<올드보이> 우진 역(유지태)

사랑의 캐릭터 <건축학개론> 납뜩이 역(조정석)

<원더풀 라디오> 광태 역(우상기)

<시라노 연애조작단> 상용 역(최다니엘)

100

<아내가 결혼했다> 덕훈 역(김주혁)

102

<달콤 살벌한 연인> 대우 역(박용우)

104

<광식이 동생 광태> 광태 역(봉태규)

106

<연애의 목적> 유림 역(박해일)

10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철수 역(정우성) <봄날은 간다> 상우 역(유지태)

110

112

금지된 사랑의 캐릭터 <미쓰 홍당무> 서 선생 역(이종혁)

11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윤수 역(강동원) <너는 내 운명> 석중 역(황정민)

118

<달콤한 인생> 강 사장 역(김영철) <파이란> 박용식 역(손병호)

116

120

122

<번지점프를 하다> 서인우 역(이병헌)

124

유혹의 캐릭터 <공모자들> 영규 역(임창정)

126

<내 아내의 모든 것> 성기 역(류승룡)

128

<범죄와의 전쟁> 익현 역(최민식)

130

<부당거래> 검사 주양 역(류승범)

132

<비스티 보이즈> 재현 역(하정우)

134

<바람난 가족> 지운 역(봉태규) <라이방> 준형 역(조준형)

138

136

희생의 캐릭터 <밀양> 종찬 역(송강호)

140

<우아한 세계> 인구 역(송강호)

142

<오래된 정원> 현우 역(지진희)

144

<복수는 나의 것> 류 역(신하균)

146

성숙의 캐릭터 <완득이> 완득 역(유아인)

148

<파수꾼> 동윤 역(서준영)

150

<고고 70> 상규 역(조승우)

152

<가족의 탄생> 형철 역(엄태웅)

154

<용서받지 못한 자> 태정 역(하정우)

156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채권 추심원 역(김수로) <여자, 정혜> 정혜 전남편 역(박성웅) <박하사탕> 영호 역(설경구)

160

162

3장 여자 배우를 위한 영화 연기 모놀로그 60편 추구의 캐릭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미숙 역(문소리) <미녀는 괴로워> 한나 역(김아중) <댄서의 순정> 채린 역(문근영) <말아톤> 경숙 역(김미숙)

170

172

<복수는 나의 것> 영미 역(배두나) <꽃섬> 옥남 역(서주희)

168

176

174

166

158

모험의 캐릭터 <도둑들> 예니콜 역(전지현)

178

<써니> 소녀시대 리더 역(김예원)

180

추적의 캐릭터 <와일드 카드> 강나나 역(한채영)

182

<살인의 추억> 언덕녀 역(서영화)

184

<공동경비구역 J.S.A> 소피 역(이영애)

186

구출의 캐릭터 <세븐 데이즈> 지연 역(김윤진)

188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영군 역(임수정) <4인용 식탁> 연 역(전지현)

190

192

복수의 캐릭터 <죽이고 싶은> 하 간호사 역(서효림) <오로라 공주> 순정 역(엄정화)

196

<친절한 금자씨> 금자 역(이영애) <장화, 홍련> 은주 역(염정아) <폰> 호정 역(김유미)

194

198 200

202

사랑의 캐릭터 <쩨쩨한 로맨스> 다림 역(최강희) <시라노 연애조작단> 희중 역(이민정) <바보> 지호 역(하지원)

208

<행복> 은희 역(임수정)

210

<해바라기> 희주 역(허이재)

204 206

212

<사랑따윈 필요없어> 민 역(문근영)

214

<광식이 동생 광태> 윤경 역(이요원)

216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유정 역(엄정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수진 역(손예진) <불어라 봄바람> 화정 역(김정은)

218

220

222

<동갑내기 과외하기> 수완 역(김하늘)

224

금지된 사랑의 캐릭터 <아내가 결혼했다> 인아 역(손예진) <미쓰 홍당무> 미숙 역(공효진)

226 228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연아 역(장진영) <너는 내 운명> 은하 역(전도연)

232

<올드 보이> 미도 역(강혜정)

234

<파이란> 파이란 역(장백지)

236

<정사> 서현 역(이미숙)

238

유혹의 캐릭터 <비스티 보이즈> 여정 역(배우 미상) <무방비도시> 백장미 역(손예진) <타짜> 정 마담 역(김혜수)

240 242

244

<작업의 정석> 지원 역(손예진) <연애의 목적> 홍 역(강혜정)

246 248

<해피엔드> 최보라 역(전도연)

250

희생의 캐릭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유정 역(이나영) <괴물> 현서 역(고아성)

254

<웰컴 투 동막골> 여일 역(강혜정) <고스트 맘마> 인주 역(최진실)

256 258

252

230

성숙의 캐릭터 <건축학개론> 서연 역(한가인)

260

<내 깡패 같은 애인> 세진 역(정유미) <밀양> 신애 역(전도연)

262

264

<라디오 스타> 김 양 역(안미나)

266

<천하장사 마돈나> 동구 엄마 역(이상아) <가족의 탄생> 선경 역(공효진) <인어공주> 나영 역(전도연)

268

270 272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경진 역(전지현) <싱글즈> 동미 역(엄정화)

276

<싱글즈> 나난 역(장진영)

278

<고양이를 부탁해> 혜주 역(이요원) <인터뷰> 영희 역(심은하)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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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영선 역(이미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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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284

2장 남자 배우를 위한 영화 연기 모놀로그 60편 추구의 캐릭터 모험의 캐릭터 추적의 캐릭터 구출의 캐릭터 복수의 캐릭터 사랑의 캐릭터 금지된 사랑의 캐릭터 유혹의 캐릭터 희생의 캐릭터 성숙의 캐릭터

국가대표

미국에 입양된 전 미국 스키 국가대표였던 현태는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다.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되어 금메달만 딴다면 엄마와 함께 살 아파 트를 주겠다는 코치의 약속으로 대회에 나가지만 성적은 아쉽게도 메달 권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대표단은 김포국제공항에 들어서자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김포국제공항 / 낮 선수단 게이트로 걸어 나오는 팀원들. 밝은 표정이다. 여기저기서 터지 기 시작하는 카메라 플래시들. 팀원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현태… 순간, 그의 시선에 낯익은 누군가가 보인다. 엄마다. 그녀는 용기가 없어서인 지 사람들 틈에 섞여서 그를 바라만 본다.

현태 다른 사람들이 다 말했잖아요. 나 정말 잘 컸으니까 나 보낸 기억 때문 에, 그 기억 때문에 평생 아프면서 살지 말라구… 나… 행복하다구. 그런데, 난 아니에요. 엄마 찾아가서 만나면… 나 왜 버렸냐구… 당신

추구의 캐릭터

정말 나쁘다구. 그 말 할려구 그렇게 찾았는데. (눈물이 나는지 다른 곳을 보며) 아… 진짜… 아파트를 못 구했네… 우 리 엄마한텐 집 구해 가지구 가야 되는데….

(큰 소리로) 그러니까 엄마!! 무조건 기다려!! 내가 다음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 가지고, 아파트 구해 가지고 갈 꺼니까. 그때까지 무조건 기 다려… 기다리라구!!

현태 역: 하정우 김용화 감독, 2009

즐거운 인생

현준은 20대답게 젊고 자신감 넘치고, 보컬 실력과 외모까지 갖췄다. 겉 으로 툭툭 내뱉는 말들만 보면 싸가지 없어 보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 처럼 음악에 대한 사랑은 충만하다. 아버지와 같이 밴드 활동을 하던 아 저씨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현준의 집 / 낮 기영, 들어와서 잠시 현준을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현준에게 기타를 내민다.

현준 음악 안 해요?…. 이러려고 아빠 기타 가져갔어요? (조롱하듯) 대학가요제 예선에도 못 나가고 포기했다면서요?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맘대로 해요.

현준, 기영을 노려보다 기타를 빼앗더니 높이 쳐들어 부수려 한다. 기영

추구의 캐릭터

막으려 달려든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기타 산산조각 난다. 기영, 화를 참지 못하고 현준을 주먹으로 갈긴다.

(현준, 천천히 일어나며) 어렸을 때부터 내 유일한 장난감이 이거였어요. 눈 뜨면 보는 게 아부지 기타 치는 거였고, 난 세상에서 그게 젤 좋은 건 줄 알았어요.

나… 아빠보다 기타 잘 치는 게 꿈이었어요. 나… 아빠보다 노래 잘 하는 게 꿈이었다구. 그런데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 다음에 보니까, 아무 쓸모없는 거였어. 기타도 노래도… 아부지처럼 아무 쓸모도 없다구.

현준 역: 장근석 이준익 감독, 2007

미녀는 괴로워

음반 프로듀서인 상준은, 몸매는 봐 줄 만하지만 음치인 가수 아미를 키 우고 있다. 그는 아미 대신 뒤에서 노래를 불러 주는 뚱녀 한나를 아미가 질투하자 한나가 같은 곳에 있는 줄 모르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없 이 한다.

나이트클럽 여자화장실 / 밤 화장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상준과 아미. 한나가 있는 줄 모르고 이야 기한다.

상준 (화를 억누르며) 나 발렌타인 30년 계속 먹고 싶거든? 우아하게! 근데 너 때문에 다시 소주 마시게 될 거 같다?! 포장마차에서 혼자… 아주 우울 하게. 너 다시 백댄서 하고 싶어? 그럼 니가 노래를 해!! 난 강한나 좋아서 잘해 주는 거 같아? 니가 그렇게 지랄 안 해도 걘 거울 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지는 애야. 그냥 놔둬도 무너져. 그 전

추구의 캐릭터

에 우리한테 온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돼. 몰라?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사람들은 니 노래 안 듣는다. 니 몸에 열광하지. 집 키, 카드, 다 내놓고, 차 키도 반납하고, 기자들 불러 줄 테니까 너 립 싱크 가수라는 거 멋있게 기자회견 한 번 하고… 그리고 버릇 고쳐라.

상준 역: 주진모 김용화 감독, 2006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정신 병동에 입원해 있는 일순은 남을 관찰하고 특징을 흉내 내어 자신 만의 세계를 만들어 산다. 자격지심, 콤플렉스가 심하다.

복도 정신과 치료실 앞 복도 / 낮 나란히 복도를 걷는 일순과 설미.

일순 스무 살 때 절도로 재판 받는데 판사가 선고를 내리면서…. 나한테만 들리게 이러는 거예요. (판사 흉내 내어) 새끼야, 너는 점으로 소멸될 거다. 교도소에서 별짓을 다 했어요, 자꾸 소멸되는 거 같아서…. 다른 사람 옷도 훔쳐 입고…. 처음엔 여기 들어와서 약 먹구, 이빨 잘 닦구 좋아졌는데… 퇴원하니까 또…. 이름도 바꾸고… 다른 사람처럼 하고 다니다가 사기죄로 걸렸거든요…. 교도소엔 안 갔지.

추구의 캐릭터

정신분열증에 반사회적 성격장애, 안티 소셜이니깐. …근데 왜 나보구 안티 소셜이라 그러는지 몰라. 난 사정이 있어서 훔치는데… 소멸될 거 같아서…. 나는요, ‘안티 소멸’이에요, 누나. …안티 소셜은 치료법이 없잖아요. 그래도 의사가 희망을 가지래요. …삼사십 년 지나서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고…. …이런 식으로 사십 년 버틸 수 있을까, 소멸되지 않고? 어떻게 생각해 누난?

일순 역: 정지훈 박찬욱 감독, 2006

천하장사 마돈나

고등학생인 동구와 종만은 십년지기 단짝 친구다. 동구는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남자가 아닌 여자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런 동구에게 종만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얘기하자, 동구는 화를 낸다.

차이나타운 / 밤 동구는 소주를 병째 들이켜고 있다. 얼큰히 취한 얼굴. 종만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말하자, 종만을 주먹으로 어설프게 치기 시작하는 동구.

동구 …내 희망…? 그거…? 그게 나한테 얼마나 잔인한 줄 알아? 난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기분! 살아도 사는 거 같지 않은 기분! 그걸 니가 알아? 하고 싶은 게 없어? 앞이 막막해?

추구의 캐릭터

그렇게 배부른 소리나 해대면서 겁이나 내고! 적어도 난 그렇게 살진 않아! 너처럼 쉽게 포기하면서! 그렇게 살진 않는다고! 질까 봐 무서운 게 아니라, 무서우니까 지는 거야! 그 잘난 고추 달았으면 값을 하란 말이야, 이 쪼다야! 기집애처럼 핑계나 대지 말고 꽉 잡아! 샅바부터 꽉 잡으라고! 이 병신 새끼야!

동구 역: 류덕환 이해영 · 이해준 감독,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