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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즈니스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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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즈니스 입문 김은영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영화 비즈니스 입문

지은이 김은영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월 ??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하여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김은영, 2014 ISBN 979-11-304-????-?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서문 십 년의 강의, 한 권의 책

오늘날 영화 관람은 개인과 집단에 특별한 감정의 순간을 제공하는 가 장 일상적이고 매혹적인 사회적 관습이 되었다. 누구나 영화관에서 혹 은 텔레비전과 모니터, 스마트폰에서 영화를 관람한다. 이토록 대중적 이고 입체적인 여흥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백여 년간 영화는 끊임 없이 예술적 혁신을 거듭하면서 한편으로는 대중의 기호와 영합하면서 끊임없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 제작, 배급, 상영이라는 일련의 공 정을 거친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장터’에서 관객이라는 외부 요소를 만 나, 이익을 지향하는 문화산업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영화가 예술적 이 상보다는 경제적 성공을 도모하고 상업적 본성을 가지는 것은 불가피했 다. 창작 행위도 언제나 박스오피스의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으로 평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상업의 이름으로 영화가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는 동안,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는 독자적으로 틈새시장을 만들면서 분투해 왔다. 시장에 편 입되지 못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문화적으로’ 보존해 온 곳은 시네 마테크와 예술영화전용관이다. 시네마테크와 예술영화전용관에는 관 습적이지 않은 영화를 ‘헌신적으로’ 좋아하는 보헤미안 관객이 꾸준히 모여든다. 그들은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경제적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다. 그러나 그 관객 수는 너무 적다. 더구나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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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영화를 출시하는 메이저의 영화들 때문에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입 지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영화제조차 대단히 상업적인 마케팅의 장으 로 바뀌었다. 지극히 사적인 것이 아니라면 예술영화라도 ‘비즈니스’에 뛰어들어야 한다. 배급과 마케팅, 상영이라는 체계와 제도(institutions) 가 붕괴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영화 관련 리포트와 저널들도 앞다투어 경제적인 성공과 실패 여부 를 기록으로 남긴다. 특히 관객 수와 ‘박스오피스’ 실적은 영화의 가치를 논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예술적 요소로 평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관객 수, 매출액, 이 익률 등에 따르게 된다. 즉 상업적으로 성공했는가만 중시된다. 그렇다면 영화창작자가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제작비를 확보하는 일에서 게으를 수 있는 프로듀서는 없다. 누군가의 투자와 지원은 경제적 대가를 요구한다. 특히 영화관 상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장편 극영화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가끔 ‘명예’를 원하 는 투자자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금전으로 보상해 주기를 원한다. 투자 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크게 입힌 프로듀서는 ‘실패한’ 영화인이 된다. 좋 은 영화를 만들어 보려는 그의 의지는 손쉽게 상처 받고, 새로운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으로 영화를 제 작하기란 매우 어렵다. 운 좋게 영화를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의 제도에 다시 의지하게 된다. 배급과 마케팅 영역도 그러한 제도 안에 구조화되 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듀서가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한다(producing)는 것은 이와 관 련된 수백 가지의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영화제작 현장에서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아야 하는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였다. 프로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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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이성적인 판단에 기대야 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창의적으로’ 수행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내가 가장 오래 강의해온 과목의 이름은 ‘영화 비 즈니스 총론’이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던 수업자료는 여러 해에 걸쳐 보완되었다. 강의한 시간이 그리 짧은 것도 아닌데, 그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게으른 탓 이었다. 영화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생기는 부담 감도 컸다. 늦게나마 발간을 결심하게 된 것은 그동안 이 분야에서 다양 한 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에 관한 체계적인 입문서가 출 간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종의 ‘모험심’을 자극하였다. 기왕에 강의를 해 왔으니 책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듀 서로서의 부담감을 다 내려놓고 원고를 끝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영화 비즈니스 총론’을 강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1990년대 초 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영화 비즈니스를 전자회사의 신규사업 팀에서 실무적으로 경험하면서 한편으로는 외국 책을 길잡이 삼아 배운 사람이었다. 당시에 국내 대기업 전자회사들은 비디오 기기나 CD 플레 이어 같은 하드웨어 제품을 보급하면서, 영상 콘텐츠나 음반을 제작· 유통하려 애썼다. 삼성전자는 특히 일본의 전자회사가 할리우드 메이 저 기업을 인수한 것에 자극받아 이와 유사한 신규 사업을 도모하고 있 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삼성전자에 입사한 나는 영화사업의 범위와 체계, 대략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당시에는 ‘콘텐츠’라는 단어 대신에 ‘소프트웨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부서 내에서 회람되던 각종 보고서와 시장분석 자료는 더없이 좋은 참고자료였다. 일본과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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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기업의 선진적인 동향은 늘 관심을 끌었다. 비즈니스를 익히는 과정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의 배 급사와 영화관의 거래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고, 제작과 투자의 관행도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웠다. 당시 국내 영화 비즈니스는 몸소 경험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영역이 너무 많았다. 참고할 만한 국내 서적도 많지 않았다. 비즈니스나 프로듀싱에 관한 책은 전혀 없었다. 간 혹 관련된 책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알고 싶어 하는 핵심 내용이 빠져 있 기 일쑤였다. 영화의 제작과 투자, 배급과 마케팅을 빨리 익히기 위해 선택한 방 법은 외국 서적을 읽는 것이었다. 해외에 출장 갈 일이 있을 때마다 한두 권씩 할리우드의 영화 비즈니스에 관한 책을 사들였다. 이 책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어 들을 알려 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비즈니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 었던 것은 아니었다. 책의 내용을 비교적 온전하게 이해하게 된 때는 내 힘으로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마케팅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였다. 비 즈니스 감각도 전반적으로 좋아지던 때였다. 그러나 책 한 권이 모든 궁 금증에 답해 주지는 못했다. 가끔 나의 사고를 자극하면서 새로운 궁금 증을 만들어 내는 책을 만나기도 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그것은 언 제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책의 제목을 ‘영화 제작 입문’이 아니고 ‘영화 비즈니스 입문’으로 정 한 이유에 대해 밝혀야 할 듯하다. 영화 현장에서 ‘제작’이라는 용어는 ‘필름메이킹(filmmaking)’과 ‘프로듀싱(producing)’으로 구분되어 사용 된다. 필름메이킹은 ‘영화 제작’이라고 번역하는데, 실제적인 영화 만들 기 공정을 말한다. ‘연출하기’를 뜻하기도 한다. 반면에 프로듀싱은 저 작재산권을 소유하게 될 프로듀서가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과 배급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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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비즈니스 일체에 관여하거나 책임지는 것을 뜻한 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에 ‘제작’보다 ‘비즈니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용어의 혼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본문 에서 ‘제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도, 그 주된 의미가 프로듀싱에 있 다는 점도 밝혀둔다. 책보다 더 친절하고 좋은 선생은 없다.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두려 움을 없애 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어떠한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이 영화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한 ‘입문서’이길 바란 다. 물론 영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읽어 볼만한 책이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따라서 이 책을 실무적인 경험이 없는 이들이 영화 비즈니 스의 특성과 범위, 프로듀싱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 성하려고 하였다. 본문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각 장은 영화 비즈니스의 단계에 따라 독립적으로 구성하되, 프로듀서가 숙지해야 하 거나 수행해야 할 직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1장은 먼저 문화산업을 정의하고 문화와 경제의 관계를 검토한 후, 영화라는 문화상품의 성격을 살펴보면서, 영화 비즈니스라는 ‘업(業)’의 특성에 대해 정리하였다. ‘싸구려’ 대중문화로 비난받으면서 성장한 문 화산업은 시장과 경제의 논리에 순응하면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할 리우드 영화는 그 정점에 있다. 이 장에서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서 영화시장을 제도화한 할리우드 영화를 예로 들어, 영화가 기업적 전략 속에서 어떠한 비즈니스 특성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검토한다. 2장에서는 프로듀서의 직무와 역할, 권한에 관해 알아보고 기획개 발 과정을 기술한다. 프로듀서는 영화의 아이템을 선정하여 시나리오 로 개발하고 자금을 확보하여 완성될 때까지 모든 일에 대해 책임과 권 한을 가지는 최고의사결정권자다. 여기에서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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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직무에 따라 구분하여 설명할 것이다. 프로듀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획개발이다. 기획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패키징인데, 이를 통해 프로젝트가 탄생하는 과정을 짚어볼 것이다. 프로젝트를 투 자자에게 피칭할 때 필요한 제작계획서를 작성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알 아볼 것이다. 3장에서는 프로듀서가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자금조달과 예산편성 에 관해 개관할 것이다. 영화제작비를 마련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이 장에서 자금의 출처와 파이낸싱 방식을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만, 할리우드와 한국영화 업계가 구사하는 몇 가지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영화의 총 원가는 크게 제작비와 배급·마케팅비로 나눈다. 영화 의 제작 원가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해야 하는가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원가 산정 기준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한국영화의 투자 자와 프로듀서가 합의해 온 가장 표준화된 양식을 기초로 하여 설명하 고자 한다. 4장에서는 저작권에 대해 개관한 후 영화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법적인 이슈들을 정리해 보고, 엔터테인먼트 계약의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프로듀서는 다양한 계약을 체결하 게 된다. 계약의 구속력과 저작재산권의 귀속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된 다. 이야기의 소재나 스토리를 개발할 때 원작을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투자 및 배급계약서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정의, 계약 당사자의 권 리와 의무, 최종편집권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5장에서는 실제 프로덕션 운영에 대해 알아본다. 프리프로덕션, 촬 영, 후반작업으로 이어지는 공정을 단계에 따라 살펴볼 것이다. 모든 영 화가 동일한 프로덕션 운영방식을 구사할 필요는 없지만, 영화촬영을 준비하고 촬영하고 후반작업을 하는 공정은 정해진 기술적인 단계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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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진행된다. 영화제작사를 설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장의 운 영체계를 확립하여 적절한 인력을 구성하여 배치하고, 대본 분석 후 최 종적인 예산을 확정하는 것, 이어 촬영 스케줄을 짜는 것 등 촬영단계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준비과정이 프리프로덕션에 속한다. 촬영이 끝나 면 후반작업이 시작되는데, 편집과 사운드 작업이 진행되고, 최종적으 로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프린트나 디지털 상영용 파일을 완성하 게 된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공정을 단계별로 기술하면서, 프로듀서가 제작을 위해 고용하는 인력의 직무를 분류하여 알아볼 것이다. 6장부터 9장까지는 완성된 영화가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6장에서는 영화 마케팅에 관해 알아본 다. 마케팅 전략에 따라 시장에서의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는 수없이 많 다. 이 장에서는 영화 개봉 이전부터 진행되는 마케팅 전 과정을 순서대 로 짚어 보고, 광고, 홍보, 판촉, 조사연구 등 그 도구에 관해 알아볼 것이 다. 마케팅 기획서 작성 요령도 살펴보고 마케팅 실행과정도 기술할 것 이다. 덧붙여 박스오피스 매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영 등급에 관해서 언급할 것이다. 7장에서는 영화관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영화관객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주장을 알아볼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대중은 ‘관객 수’라는 것으로 헌신하면서 개별 영화의 상업적인 성공과 실패 여부를 결정하는 데 기여한다. 영화관객은 영화로 인해 생성되고, 영화는 영화 관객으로 인해 그 존재가 영속된다. 이 장에서는 영화라는 예술의 수용 자이자 소비자인 관객에 관해 생각해 볼 것이다. 관객을 분류하고, 텍스 트에 의존하는 존재로부터 해독 주체나 시장의 소비자로 간주하는 관객 연구의 전통에 관해서도 검토할 것이다. 8장은 영화의 유통체계에서 첫 번째 윈도이자 가장 중요한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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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을 다룬다. 배급사는 영화제작자와 상영관 사이에 있는 중개인으 로서 영화 비즈니스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다. 이 장에서는 배급사가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관해 기술하고, 배급전략과 규모, 정산 방식에 대해서 개관할 것이다. 배급의 최전선에 있는 영화관과, 최초의 공식적인 흥행 데이터가 발표되는 영화관 매출 즉 박스오피스에 관해서 도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관과 배급사가 박스오피스 매출을 분배하는 방식을 놓고 한국영화계에서 벌어진 최근의 논쟁도 짚어볼 것이다. 9장에서는 영화의 후속 윈도 체계와 부가시장에 관해 기술한다. 디 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은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켰고, 영화의 2차 시 장인 홈 엔터테인먼트의 판도도 바꾸어 놓았다. 과거 가장 중요한 윈도 였던 홈비디오와 DVD 시장은 대폭 축소되어 그저 연명하고 있으며, IPTV와 디지털 케이블 TV에서 제공하는 TV VOD와 인터넷 VOD가 새 로운 윈도를 형성하며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 장에서는 새로 재편된 후 속 윈도 시장의 체계를 살펴보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매출원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외국 시장과 필름 마켓에 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10장에서는 새롭게 제기되는 쟁점들, 즉 영화라는 미디어가 직면 한 도전들과 환경 변화, 다양성 의제 등을 검토하면서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N 스크린’이나 스마트 미디어는 과거 의 습관적인 미디어 소비행태를 바꾸고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냈다. 이 장에서는 영화 비즈니스 관련 기업들의 최근 전략을 살펴보면 서 앞으로 전개될 영화 비즈니스의 동역학을 이해하고자 한다. 문화다 양성 이슈와 한류에 대해서도 성찰해 볼 것이다. 한류가 할리우드의 수 출전략을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있다 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영화문화 를 단일한 시장으로 축소하지 않으려면, 글로벌주의의 도그마에 빠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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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아야 한다. 국가의 경계를 넘는 문화가 교역의 대상인지 교류의 대상 인지를 재고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에 첨부한 ‘용어해설’은 그동안 잘못 번역됐거나, 마땅한 우 리말을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영어나 일본어로 쓰고 있던 용어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되도록 현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바꾸되, 필요 에 따라 새로운 번역어를 제시하였다. 본문에서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 은 낯선 단어는 ‘용어해설’을 참조하면 될 듯하다. 이 책은 그동안 영화제작과 산업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온 이들의 저술과, 영화 현장에서 일해 온 사람들의 성공 혹은 실패담, 프로듀서로 서 내가 익혀 왔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정리한 글이다. 따라서 이 책을 혼자만의 저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화 한 편이 수십 명 이상의 창작자 들이 모여 만든 저작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여러 사람의 경험 과 연구의 산물이다. 영화 비즈니스라는 영역을 항해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은 참으로 많다. 학습의 기회를 처음 제공해 주었던 삼성전자와 삼성영상사업단 선배와 동료들, 특히 ‘사업기획’이라는 전체 지도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준 길종철 선배에게 감사한다. 자신이 갖춘 능력보다 늘 겸손한 사람이었 으며,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퇴직 후 영화제작이라는 힘겨운 현 장에 뛰어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투자해 주고 더없이 좋은 여건을 만들 어준 강우석 감독은 언제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영화계 선배다. <사랑 니>(2005)가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 더 힘내라고 격려해 주던 순간을 평 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 자리에 있건 상관없이 조언해 주는 김인수 선배, 이미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늘 덮어놓고 나를 지지하면서 선배의 ‘위 신’을 세워 주는 이혜정과 최선희, 나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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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만든 동료들, 그들에게 아직 고마움을 표시하지도 못했고 아무것 도 갚지 못했다. <사랑니>로 인연을 맺은 정유미 배우에게도 고맙다. 그녀의 반짝이는 열의는 영화제작이라는 고단한 여정을 기꺼이 즐거운 일로 여기게 하였다. 초고를 쓰면서 영화 비즈니스의 한복판에서 일하 고 있는 동료들을 다시 만났다. 그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초고를 보완하 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곽용수, 김재민, 박철수, 윤용필, 이정석, 최 용배, 하정석…. 나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이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영화 비즈니스 총론’ 수업시간에 만났던 영상비즈니스과 학생들에게 고맙다. 강의록을 보완하는 데 학생들의 호기심은 언제나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졸업 후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제자들과 문답할 때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내 연구실 옆 방의 안성아 교수에게도 고맙다. 그녀와의 대화는 늘 신이 났다. 책의 구성과 글쓰기에 관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아쉬운 마음도 있다.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절친했던 동료를 잃었다. 문화경제 학자이자 추계예술대학교의 동료 교수였던 고 김휴종 교수, 그가 지근 거리에 있었다면, 이것저것을 주저 없이 질문했을 것이다. 인기가 있을 법한 책도 아닌데도 선뜻 출간을 결정해 준 커뮤니케 이션북스에도 감사한다. 특히 글쓰기 솜씨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 기획 력도 남다르지 않은 내게 친절하게 아이디어를 내준 전정욱 편집주간과 곽성우 편집자에게 감사한다. 이 책에서 내가 기술한 내용은 수많은 프로듀서의 현장 경험담이 다. 나는 이 경험담을 현장에서 일하는 프로듀서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었다. 특히 ‘인디펜던트’로서, 수공업적인 영세산업(cottage industry) 에서 탈피하려는 경제적 욕망과 다양하고 풍성한 삶을 꿈꾸는 문화적 실천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독립영화의 프로듀서들, 감독들과 공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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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책이 영화 비즈니스에 입문하거나 프로듀서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길잡이가 되어 두려움 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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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서문 십 년의 강의,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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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문화산업과 영화 비즈니스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영화 영화 비즈니스의 특성

02 프로듀서와 기획개발 프로듀서의 정의와 역할 패키징과 프로젝트의 탄생 소재 찾기와 스토리 만들기 제작계획서 작성

03 자금조달과 예산편성 자금의 출처 자금조달 방식과 투자과정 제작비의 구성요소와 예산의 규모 예산의 범주와 항목

04 저작권과 계약 저작권의 개념


엔터테인먼트 계약 영화제작과 계약서 작성

05 실제 프로덕션 운영 제작사 설립과 조직문화 프리프로덕션 촬영단계 후반작업

06 마케팅 영화 마케팅의 정의와 수단 마케팅 전략의 수립 마케팅 실행과 상영등급

07 영화관객 관객의 정의와 분류 영화관객에 대한 세 가지 시선 새로운 관객연구들

08 영화관 배급 배급사와 영화관 배급전략 배급 업무의 절차와 정산

09 후속 윈도 체계와 부가시장 후속 윈도 체계의 변화 TV VOD와 인터넷 VOD 시장 DVD와 텔레비전 시장

해외 배급


10 새로운 쟁점과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 미디어 환경의 변화 문화다양성 이슈와 한류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

용어해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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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과 영화 비즈니스

오늘날 문화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아이템이 되었다. 수많은 기업가와 정책입안자, 예술종사자는 앞다투어 문화와 문화산업의 역할을 강조한 다. ‘싸구려’ 대중문화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성장한 문화산업은 신자유 주의 시대에 ‘창조산업’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얻고,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미래 경제의 ‘역군’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문 화·예술과 경제는 친밀하지 않았지만, 영화와 같은 현대적 대중예술은 그 산업적인 잠재력 덕분에 경제와 협력하면서 성장했다. 특히 영화는 시장과 공생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진 지금에 이르러서도, 영화는 콘텐츠의 원천으로서 문화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둘러싼 논쟁을 알아보고, 영화 비즈니스의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문화산업과 문화상품 문화와 경제의 조우 문화산업은 문화·예술과 경제를 연관 짓는다. 문화산업 안에서 예술 과 시장이라는 이질적이고 때로는 대립적인 두 세계는 만난다. 현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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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에서 문화는 산업화한 오락 형태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 그 주변에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전략과 경험담이 넘쳐난다. 작은 기업들까지 ‘효율 (efficiency)’과 ‘경제(economy)’를 따지면서 다양한 문화 아이템을 사 업화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에 따른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탄력적 기업 운영이나 규제 완화와 같은 주장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전통적 인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조차도 경영 속에 문화를 담고 변화 하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쓴다. 기업은 문화라는 점잖은 단어 속에서 명분을 찾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참여한다. 소프트웨어 혹은 콘텐츠도 엔터테인먼트의 외피를 두르고 시장에 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문화산업의 생산물은 고유한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것이 상업적 거래의 토대를 제공한다. 성 공한 기업이 많아지고 시장이 성장하면, 문화산업은 국가의 미래 경쟁 력이라는 수사 속에서 지지와 후원을 받아 몸집을 불려 나간다. 창조산 업(creative industry)이라는 표현도 그럴듯하게 사용된다.1) 기업은 경

1) 창조산업이라는 단어는 영국 행정부에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s)가 신설되면서 초대 장관을 맡았던 크리스 스미스(Rt Hon Chris Smith)가 1998년에 저술한 책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창의산업’으로 번역되

기도 한다. 스미스는 인간적 삶에 가장 심층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문화와 창조성 (creativity)이라고 보고, 이것이 현대 영국의 모든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키워드라고 주장

한다. 그는 창조산업의 지속적인 성장(sustainable growth)을 도모하기 위해 1997년 정부 산하 기구로 창립된 창조산업전문위원회(Creative Industries Taskforce)의 의장이기도 했 다. 창조산업전문위원회는 1998년 영국의 창의적 활동과 관련된 경제 동향, 그 잠재력을 개관하면서, 이 분야의 고용, 소득, 가치, 성장률 등을 정리하고, 관련 부처 간의 협조를 얻 기 위해 일종의 지형도라 할 수 있는 󰡔창조산업: 1998 전략보고서(Creative Industries: 1998 Mapping Document)󰡕를 발간한다. 이 간행물이 강조하는 것은 정부정책과 산업계

의 유기적인 관계다. 창조산업에 포함되는 분야는 광고, 건축, 아트와 앤틱 시장, 공예, 디 자인, 디자이너 패션, 영화, 컴퓨터·비디오 게임 등 인터액티브 레저 소프트웨어, 음악, 공 연, 출판, 소프트웨어,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이다. Smith, Chris(1998), Creative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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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선택한다. 예컨대 허구적 소설이 나 영화, 뮤지컬, 대중음악 등이 경제적 잠재력이 큰 생산물로 간주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는 무역거래의 중심 아이템 중 하나가 되고, 가 용할 수 있는 모든 미디어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시장을 확대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문화가 경제 속에서 그 지위를 확고하게 인정받 게 된 것일까. 문화라는 단어는 유연하고 다소 덜 구체적인 삶의 요소들, 이를 테면 의미, 재현, 가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윌리엄스(1976)가 일갈 했듯이 문화는 손꼽힐 정도로 매우 복잡한 영어 단어로,2) ‘창조적 행위’ 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그 의미를 예술적 활동에 한정 하거나, 경작하는 농부의 일상생활까지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하 다. 반면에 경제는 명확한 목적성과 방향을 중시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차원을 가지고 있는 문화와 경제가 기업의 사업전략과 조우하면, 경제 적 과정과 실천에 따라 문화는 ‘개조’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그렇게 개 조된 문화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도모한다. 순수한 예술적 열망은 시장 에서 상업적 요구에 맞게 조절된다. 이때 문화의 품질은 중요한 고려사 항이 아니다. 문화를 경제와 일치시키려는 대표적인 문화적 산물이 영 화다. 다수 영화는 그 창조성의 목적을 ‘돈벌이’에 둔다.

문화상품의 정의 영화라는 ‘상품’을 알아보기에 앞서 문화상품을 정의해 보자. 트로스비 (2001)는 문화상품(cultural goods)이 생산과정에서 창조성을 내포하

London: Faber & Faber, pp.1∼11 & pp.32∼33와 Creative Industries Task Force(1998),

Creative Industries: 1998 Mapping Document, London: DCMS 참조. 2) Williams, Raymond(1976), Keywords: A vocabulary of culture and society, London: Fontana Press,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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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고, 지적재산권이 체화되어 있으며,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특징 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3) 문화상품을 창조성에 기초한 지적 산물로 본 것이다.4)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상품은 문화산업의 산물 (the output of cultural industries)이다. 유네스코(UNESCO, 1982)도 문화상품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적이고 상업적인 경로를 통 해 생산되고, 재생산되고, 저장되고 유통되는(produced, reproduced, stored, distributed on industrial and commercial lines)” 상품으로 본 다.5)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적이고 상업적인 경로’다. 산업 혹은 상 업은 ‘장사’를 전제로 한 것이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전제로 시장을 통해 각자의 이익을 실현한다.6) 이러한 문화상품은 여타의 상품들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을 통해 유통, 소비된다. 그중에서 도 영화는 대표적인 오락상품(entertainment goods)이다. 대다수 영화

3) Throsby, David(2001), Economics and Culture, 성제환 역(2004), 󰡔문화 경제학󰡕, 파주:

도서출판 한울, p.226. 4)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나 문화예술진흥법에서도 유사하게 정의한다. 문화

산업진흥기본법(시행 2013.3.13.) 제2조 1항과 2항에서는 문화산업을 “문화상품의 기획·개 발·제작·생산·유통·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으로, 문화상품을 “예술성· 창의성·오락성·여가성·대중성(이하 ‘문화적 요소’라 한다)이 체화(體化)되어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유형·무형의 재화(문화콘텐츠, 디지털문화콘텐츠 및 멀티미디어문화콘텐 츠를 포함한다)와 그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로 정의한다. 문화예술진흥법(시행 2013.8.6.) 제2조 2항에서도 문화산업을 “문화예술의 창작물 또는 문화예술 용품을 산업 수

단에 의하여 기획·제작·공연·전시·판매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5) UNESCO(1982), “Cultural Industries: A Challenge for the Future of Culture”, Paris: UNESCO, p.21. 따라서 문화상품은 대규모에 기초하고 문화의 발전보다는 경제적 고려

에 따른 전략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6) 문화상품이라 할지라도 다품종 소량 생산되는 경우도 많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독립

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등이 그러하다. 이 영화들은 대개 상업성보다는 예술적 성취 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작품’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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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흥을 전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영화와 달리, 국가나 공공기관의 지원 없이는 존립이 불가한 문화 상품도 있다. 상품이라 부르기 적절하지 않지만, 소수 소비자에 소구하 는 예술분야가 그러하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문화상품을 크게 영화, 방 송, 음반, 케이블, 출판 등 국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unsubsidized, market-based entertainment business)와, 문학·순수미술·고전음악 등 각종 공적 자금을 받는 전통적인 예술(subsidy-based traditional arts)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찍이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69)는 문화산업과 이에 기반 을 두고 있는 대중문화가 가진 부정적인 측면을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그들은 영화, 라디오, 잡지가 문화를 동질화시키고 획일화된 체계를 만 들어 낸다고 맹비난하면서, 대중매체가 그저 ‘장사(business)’를 목적으 로 할 뿐이며, 문화산업도 그저 하자 없는 규격품을 만들 듯이 인간을 재 생산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산업이 더 위험하게 여겨진 것은 그 위치가 확고해질수록 소비자의 욕구를 더욱더 능란하게 다루려하기 때문이었 다. 문화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만들어 내고 조종하고 교육하며 심지 어 재미를 몰수할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하고도 우려할 만한 유흥 (amusement)을 매개하는 산업으로 여겨졌다.7) 결국 현대인의 일상과 문화적 삶은 공장에서 대량 제조된 문화상품에 의해 설계된 것이다. 호 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대중문화를 상품화한 문화산업이 문화를 장 악한 것을 절망적으로 비판했다. 문화산업이 문화의 품위를 훼손한다

7) Horkheimer, Max& Theodor W. Adorno(1969), Dialektikder Aufklärung, 김유동 역 (2001), 󰡔계몽의 변증법󰡕, 서울: 문학과 지성사, pp.183∼193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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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본 이러한 주장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기업의 전략과 문화소비자 문화를 미디어와 통신사업과 연동시켜 사업화하려는 기업의 전략에 따 라 문화의 많은 영역이 산업 속에 편입되었다. 사실 문화 영역에서 영화 와 같은 오락적인 분야가 본격적으로 산업화하기 이전까지, 문화와 경 제는 서로 모순적인 관계에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많은 이 들이 문화는 경제활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 두 단어가 합성된 문 화산업이라는 조어에는 경제 담론(discourse of the economy)이 불가 피하게 개입된다. 경제담론 속에서 ‘문화사업’을 시작한 기업은 이른바 ‘업(業)’의 개 념을 조정하고, 사업의 목적을 인기 있는 문화상품을 출시하여 성공하 는 것으로 대체한다. 더 나아가 문화의 생산수단을 통제할 만한 힘을 가 지게 된 기업은 창작자의 작업 내용에까지 관여하려 한다. 이 때문에 창 작자는 점점 더 자립할 수 없게 되고, 시장에서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기업 에 의존하게 된다. 한편, 문화의 향유자는 ‘소비자(consumer)’라는 새로 운 이름을 얻게 된다. 섬세한 관객이나 수준 높은 예술의 향유자조차 마 케팅의 대상으로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시장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해 대중의 기호를 사로잡으려 는 일련의 마케팅 과정에서 문화의 지향성도 명확해졌다. 문화가 ‘잘 팔 리는 상품’처럼 기획되고, 문화산업의 역할과 그 위력은 더 커졌다. 개인 의 삶은 상품화된 문화에 사로잡히게 된다. 상품화된 문화는 문화상품 으로 구체화하고, 창작자의 열망과 그 결과물은 특정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형태로 거래된다. 이러한 논리를 가장 잘 따르는 것이 대중문화(mass culture, 때로는 popular culture)일 것이다. 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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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예술적 창조성은 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상업성’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의 가치는 대중문화보다는 고급문화(high culture)라는 범주 에서 더 많이 거론된다. 기업은 ‘진정한’ 문화의 가치를 크게 따지지 않 는다. 문화의 가치를 따질 때는 수익성과 관련될 때뿐이다. 수익성의 기 준에서는 문화가 고급인 것이든 대중적이든 상관없다. 고급문화와 대 중문화에 관한 논쟁에 관해서는 갠즈(1974, 1999)의 논의를 참고할 만 하다. 갠즈는 ‘문화전쟁(culture war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고급문 화에 익숙한 실천가들이 대중매체와 대중문화(popular culture)에 대항 해 온 과정을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문화전쟁은 문화적인[cultured(교 양 있는)] 이가 그렇지 못한 이를, 교육받은 자가 그렇지 못한 이를, 전문 가가 문외한을, 유복한 이가 가난한 이를 공격하는 계급갈등과 같다. 고 급문화를 교육받은 실천가들은 대중문화를 해로운 것으로 여겼다. 사 실 문화전쟁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더 나아 가 바람직한 삶에 관한 논쟁이기도 하다. 이는 문화적인 삶을 교양 있는 엘리트가 주도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장’에 내맡겨야 하는가의 문제를 내포한다.8) 물론 문화를 고급인 것과 저급한(혹은 대중적인) 것으로 구 분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화에 절대적인 위계가 있는 것은 아 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러한 논란에 개의치 않고 장사가 되는 모든 문

8) Ganz, Herbert(1974/1999)의 Popular Culture and High Culture: An Analysis and

Education of Taste Revised and Updated, New York: Basic Books, pp.4∼7. 갠즈는 사회의 비(非)엘리트집단을 관찰하면서, 다수 대중문화에 관심을 둔다. 그에 의하면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모두 공통의 미적 가치와 취향의 표준을 가지고 있으므로 취향문화(taste cultures)라 할 수 있다. 즉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는 그저 미학적으로 다를 뿐 ‘더 수준 높거

나’ ‘더 수준 낮은’ 것으로 판단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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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영역을 사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업이 만든 시장 안에서 대중은 여 지없이 소비자가 된다. 오늘날 문화의 생산자와 공급자는 더욱 강력해졌다. 문화생산자들 은 표준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충실하게 문화를 제공하 고, 기업합병에 가담하여 손쉽게 다른 기업으로 변모한다. 문화의 창조 자인 이들은 영화관에 몰려든다는 사실 외에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불 특정 다수의 대중을 유혹한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하우저(1951)가 말 했듯이, 아무 형상 없이 영화관으로 몰려들었다가 여전히 형상 없이 쏟 아져 나간다. 그들은 이질적이고 불투명하며 무정형한 군중이다. 그의 주장대로 영화는 매스 관중(Massenpublikum)을 위해 예술을 생산하려 한 최초의 시도였다.9) 대중의 기호는 영화의 탄생 시기부터 제작과 유 통에서 중요했다. 그들은 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예술을 즐기는 소비 자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영화 문화상품의 본성, 엔터테인먼트 요소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에서 문화와 경제의 괴리는 단숨에 제거된다. 더 나 아가 경제는 문화의 영토를 철저하게 지배하고 세속화한다. 경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현대에 이르러 엔터테인먼트라는 용어는 사회의 공용어가 되었고, 이에 문화의 내용도 크게 변화하였다. 엔터테인먼트

9) Hauser, Arnold(1953),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백낙청·염무웅 역(1974),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현대 편󰡕, 서울: 창작과 비평사, pp. 25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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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곧 세계적인 문화가 되었으며, 엔터테인먼트와 비(非)엔터테인 먼트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경제의 영토에도 문화가 점점 더 깊숙하게 관여했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폰이다. 원거리에 있는 이와 통신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전화기는 제 기능을 넘어서서 온갖 영상과 놀이를 체험 할 수 있는 다기능 무선 미디어로 변모하였으며, 그 자체로 총체적인 휴 대용 엔터테인먼트 단말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바일폰의 카메라로 사 진을 찍고 저장하고, 음악을 듣고, 게임까지 즐긴다. 말하자면 모바일폰 은 통신기술과 제조업, 문화 콘텐츠의 혼성물인 것이다. 사실 전화기가 오락적 콘텐츠를 필수적으로 탑재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다수 소비자는 모바일폰이 탑재한 오락적 기능과 그 사양에 현혹되어 구 매를 결심하게 된다. 애플의 혁신은 대단했다. 애플은 기술과 엔터테인 먼트 요소를 모범적으로 결합했고, 아이폰은 즐거움과 감동을 제공했다. 그 어느 기업도 문화를 배제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문화가 경제를 수용한 대표적인 문화상품은 영화다. 영화는 엔터 테인먼트 요소를 상품의 본성으로 본다.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의 하위개념이라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즐겁고 만족스럽게 하는 경험 을 뜻하며, 특별히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효과를 통해 실현된다. 영화관 을 찾는 관객은 시간을 소비한다. 그들은 두 시간 정도 영화를 본 후에 감정과 기억만을 가지고 돌아간다. 감정과 기억은 엔터테인먼트 속에 서 나온다. 엔터테인먼트가 충족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영화를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라고 하는 것이다.10) 영화

10) 쇼 비즈니스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데 비해, ‘쇼 아트(show art)’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아트’의 목적이 대중에게 보여 주는 ‘쇼’에 있지 않다는 점을 상기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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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처음부터 품질보다는 대중적 기호에 기대어 ‘판매용(prepared for sale)’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관객이 영화에서 원하는 오락이 언제나 같은 종류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마술적이고 신비한 요 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하는 기술적 장치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끌 어들이는 정서적 요소들과 그에 관한 입소문, 주관적인 감정과 직관이 통용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영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하 게 대중을 유혹한다. 영화에서 엔터테인먼트의 품질은 스토리의 흥미진진함과 출연 배 우의 연기, 영상 구성의 참신함이나 규모 등으로 차별화된다. 영화를 보 기 이전에는 그 누구도 그 품질을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 화는 경험재(experience goods)로 분류된다. 품질을 확신하지 못하는 잠재적 소비자들을 유인하려는 전략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스타 시스템 (star system)이다. 스타라는 유명인은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은, 그 자체 로 효과적인 마케팅 요소가 된다. 어마어마한 시각적 볼거리에 의존하는 블록버스터도 할리우드와 같은 주류 상업영화계가 선택하는 전략 중 하 나다. 메이저에게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야말로 돈을 버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할리우드 메이저가 블록버스터 영화 없이 손실을 만회할 방법은 거의 없다. 요컨대 스타가 출연하는 블록버스터야 말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상품인 것이다. 영화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여타의 산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화 창작과 배급 과정을 제조업의 생산과 유통 과정으로 일 반화하여 이해하려 한다. 반면에 영화산업이 제조업과 달리 스스로 독 특한 제작-배급 체계를 구축한 예외적인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주 장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입장에 서더라도 영화가 엔터테인먼트 요소 를 앞세워 시장에 접근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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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상품의 특징 영화는 스스로 문화상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장사’에 매진한다. 영화와 시장의 관계를 분석한 크레통(1997)은 영화가 어떻게 시장을 만들고, 시장이 어떻게 영화를 만드는가를 묻는다. 이 논제는 영화와 시장의 본 성과 규범과 직결된다. 영화는 관객 즉 소비자의 구성에 참여하고, 그것 은 시장이 된다.11) 다시 그 시장은 영화를 만든다. 관객이라는 소비자가 장악한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화업 종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상업적으로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는 과중한 부담감 속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영화는 미학적 탐구를 넘어서는 사업, 더 나아가 산업의 영역을 가지게 된다. 영화가 대중매체로 비판받으면서도 그 생산자나 소비자로부터 외 면당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비판의 근거들을 거리낌 없이 ‘사업적 수 완’으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영화야말로 문화산업이라는 테두리 안에 서 어떠한 걸림돌도 없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용인되는 품목이다. 영 화는 일찍이 미국의 거대한 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실적 좋고 모양새 나 는 대표적인 문화상품 중 하나였다. 미디어 산업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초국가적인 거대 미디어 복합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 재에 이르러서도 사업 다각화의 핵심적인 콘텐츠인 것이다. 문화상품으로서 영화가 가지는 특징을 보자. 첫째, 영화는 대량 복 제되고 반복적으로 소비(mass production and mass, repeated consumption)된다. 영화는 애초부터 기계 복제의 산물이었고, 산업적 인 대량 배급 체제에 의존하는 미디어였다. 한 편의 영화는 일회적으로

11) Creton, Laurent(1997), Cinéma et marché, 홍지화 역(2005), 󰡔영화와 시장󰡕, 서울: 동문

선,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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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소비되지 않는다. 영화가 완성되면 우선적으로 영화관에서 상영된 다. 영화관 상영 후에는 DVD로 복제·배포되고, TV VOD나 인터넷 VOD로 서비스되고, 지상파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된다. 영화가 산업의 지위를 본격적으로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기계적 복제(mechanical reproduction) 덕분이었다. 전 세계인은 무한복제가 가능한 이 매체를 반복적으로 소비한다. 벤야민(1936/1969)이 지적했듯이, 사진과 영화에서 시작된 기계적 복제는 예술형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대중은 과거 건축이나 서 사시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복제된 영화를 동시적이고 집단으로 수용 (simultaneous collective experience)하면서 정신분산(distraction)이 만들어 내는 오락적 요소에 길들여졌다.12) 기계복제 예술인 영화는 대 중을 오락으로 사로잡았다. 예술 감상에서 오락은 무엇보다도 중요해 졌다. 영화는 예술적 정당성(legitimacy)을 인정받으려는 창작자의 의 지와 상관없이, 상영 공간과 관객을 중시하는 ‘쇼 비즈니스’가 되어 산업 구조 속에 편입되었다.13) 둘째, 영화는 다른 경제 분야와 상호협력하면서 국제적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영화는 다른 어떤 예술분야보다도 기술의 진보와 혁신에 의 지한다. 카메라는 정교한 기계와 전자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12) Benjamin, Walter(1936),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Hannah Arendt(ed. 1969), Illuminations: Walter Benjamin, New York: Schocken, p.218, pp.234∼235, pp.239∼241. 벤야민은 회화와 같은 예술을 수용할 때에는 정신집중 (concentration)에 의존하게 되지만, 정신분산으로서의 오락에 집중하는 한 공중(the public)은 정신이 산만한 시험관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13) 김은영(2009), “영화관객 연구: 텍스트 결정론에서 소비의 맥락까지”, ≪영화연구≫ 42. 한국영화학회,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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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과 디지털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디지털 기 술의 발달로 후속 윈도의 사업범위는 획기적으로 확장되었다. 영화관 의 영사시스템도 디지털로 전환되었다. 영화는 어떠한 기술적 혁신도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는 매체다. 동시에 그 시장은 국가의 경계 안에 한정되지 않는다. 국제영화제와 영화 관련 저널이나 뉴스들은 영화를 홍보하면서 ‘장사’에 뛰어든다.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이러한 뉴스를 배 포하고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고 기호를 조절한다. 영화는 전 세계 시장 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world-wide market appeal)이 된다. 국가 간의 공동제작은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 때문에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영 화가 영화만의 단일한 비즈니스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영화도 지속적인 수익의 축적(incremental revenues)을 기대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한 편의 영화가 단명하지 않고 여러 매체에서 활용 되면서 수익을 도모한다는 점은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영화산업 종사 자들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특성에 주목한다. 한 번 흥행하면 긴 시간 누 적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대중음악과 비슷 하다. 대중음악은 음반으로 출시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원 시장에도 접 근하고,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쓰인다. 누적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특성 때문에 기업은 계속해서 저작권의 법체계를 유리하게 개정하려고 애쓴 다. 상품의 특성이 일회적으로 소진되지 않는 품목으로서 영화만큼 활 용도가 높은 문화상품은 거의 없다.

할리우드 할리우드는 문화를 경제화한 가장 성공적인 기업 집단이다. 할리우드 기 업들은 초창기부터 스튜디오 시스템(studio system)을 갖추고 영화 생산 의 전 과정을 통제하려고 했고,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으로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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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장악하여 체계적으로 매출을 관리하려 했으며, 새로운 미디어가 탄 생할 때마다 인수·합병을 감행해 미디어 복합그룹으로 변신하면서 그 힘 을 유지해 왔다. 이들은 영화 비즈니스를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한 장본인들이었다. 할리우드가 제도화한 틀 안에서 영화는 빠른 속도로 세 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지칭하는 ‘메이저(Majors)’는 역사적으로 영 화 시장에서 오랫동안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오면서, 상당한 양의 라이 브러리 자산과 스튜디오 시설(비록 지금은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을 보 유하고 있는 회사들(스튜디오)을 일컫는다.14) 크레통(1997)이 말한 대 로, 할리우드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의 월스트리트다.15) 많은 기업이 메이저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장벽은 만만치 않았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소수 메이저들의 지배력이 절대로 쇠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메이저가 경험한 도전과 실패담, 위기와 시련이 사소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대의 사업적 위기는 수직통합을 와해시킨 1948년 파 라마운트 판결(Paramount case)에서 비롯되었다. 이 판결에 따라 할리 우드 메이저는 상영업(극장업)에서 손 떼야 했고, 그동안 누렸던 시장에 서의 지위도 일부 잃었다. 이러한 제도적 제약은 영화제작을 보수적으 로 바라보게 했다. 제작 편수는 급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는 텔레비전에서 왔다. 그때까지 할리우드 비즈니스 체계는 영화관을 찾아오는 수많은 관객 덕분에 안정적으로 유 지되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등장하자 관객은 텔레비전 앞에 머물렀고,

14) Vogel, Harold L.(1998), Entertainment Industry Economics: A Guide for Financial

Analysis, 4th E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p.38. 15) Creton, Laurent(1997), p.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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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스튜디오가 구축해 온 산업적 안정성은 위협받기 시작했다. 텔레비전과 경쟁하면서 할리우드가 찾은 해법은 블록버스터 (blockbuster)

영화였다.

<죠스(Jaws)>(1975)와

<스타워즈(Star

Wars)>(1977)는 다시 한 번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블록버스 터의 성공으로 쇠락하던 스튜디오 시스템은 활력을 찾게 된다.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고, 대작 영화는 그 자체로 ‘거대한’ 상품이 되었다. 제작비는 급격히 증가하고, 영화의 투기적 성격은 더욱 강조되 었다. 덩달아 마케팅비도 증가했다. 마케팅비는 영화관 배급에서 빨리 승부를 내려는 배급사에 의해 급격히 상승했다. 원가가 상승하자 할리 우드는 시장을 넓히고 더욱 오락적 요소를 강화했다.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이 영화산업의 방향을 바꾼 계기가 된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곧 ‘히 트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화로 간주되었다. 일본 기업은 새로운 조력자였다. 특히 일본 전자회사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할리우드의 오래된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야심에 찬 기 획은 이후 영화 관련 기업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변모시켰다. 이로써 영 화와 무관해 보이는 비즈니스는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는 더욱 광범위한 범주 속에서 뒤섞였다. 1989년 9월 미국의 컬럼비아 스튜디오를 48억 달러에 인수할 당시에 소니는 이러한 전략의 효과를 시너지(synergy)라 고 표방하였다. 이후 소니는 일개 전자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소니가 보여 준 기업전략은 대단히 혁신적이 고 대담한 것이었다. 이후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이 가담하였고,16) 할리

16) 스티븐 J. 로스(Steven J. Ross)가 출범시킨 AOL 타임-워너(AOL Time-Warner)는 영

화와 여타의 미디어, 인터넷을 망라하여 수직통합을 이룬 대표적인 미디어 복합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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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 영화는 이들이 만들어 낸 ‘미디어제국’ 안에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1990년대 초반 소니를 비롯한 일본 전자회사의 기업전략을 오랫동안 벤치마킹했던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 문화 관련 사업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했지만,17) 엔터테인먼트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 단말기와 가전 기기 속에 그 요소를 심어 놓았다.

영화 비즈니스의 특성 원 소스, 멀티 유즈 영화산업은 경제 주기, 환율, 반독점 조치, 기술 진보, 이자율 같은 요인 들이 그 이윤과 가치평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과 큰 차이가 없다. 거시경제학적 측면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다.18) 그러나 미시적으로 보면, 영화 비즈니스는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

1969년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를 인수했던 그는 일찍이 영화 한 편의 체계적인 판권

활용에 주목하고, 비디오, 케이블, 테마파크 등 각종 부가적 수익원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을 꿈꾼 이였다. HBO와 씨네맥스(Cinemax)와 같은 케이블 텔레비전은 그러한 전략 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극장 수익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시장을 적절히 통제하여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마 이클 아이즈너(Michael Eisner), 20세기 폭스(20th Century Fox)를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 션(News Corporation)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도 로스와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17)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나이세스(Nices)라는 브랜드로 영화와 음반사업을 본격적으

로 전개했다. 1996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나이세스, 삼성물산의 케이블 채널인 캐치원 과 비디오유통사업부(Dreambox), 제일기획의 큐채널(Q Channel), 스타맥스(Starmax)를 통합하여 영화, 방송, 음악, 멀티미디어 사업 등을 총괄하는 삼성영상사업단을 설립하여 대대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했으나 2000년 모든 사업에서 철수하였다. 유사한 사 업을 전개하던 현대그룹과 대우그룹, LG그룹도 사업을 정리했다. 18) Vogel, Harold L.(1998.), 같은 책,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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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특성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여러 방식 으로 활용(one source, multi-use, OSMU)할 수 있는 콘텐츠 사업이라 는 점이다. 영화 한 편은 다양한 윈도(window)를 경유하며 이익을 실현 한다. 영화가 매력적인 사업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러한 가치 사슬(value chain) 때문이다. 극영화의 경우 영화 한 편은 콘텐츠의 본질을 유지한 채 판권 영역이나 매체별로 윈도 순서를 거스르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상영·방영·서비스되면서 이익을 창출한다. 영화 한 편이 여러 가지 판권(rights, 출판권)으로 활용되고 세분화 하면서 그 부가가치를 증대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유통 창구가 계속 이어 지는 윈도 효과 덕분이다. 판권 비즈니스에서는 이익의 극대화가 시장 결정의 주요인이며 거래가격은 각 윈도의 시장 규모와 성격에 맞게 정 해진다. 권리는 통째로 매매되거나 일정 기간 라이센싱된다. 판권기간 은 보통 5∼8년 정도이며, 영화 한 편의 총매출은 대개 첫 출시 후 2∼4 년에 걸쳐 발생하게 된다. 영화 한 편의 수익 창출은 영화관 상영에서 끝 나지 않는다. 영상물 활용의 일반적 순서는 국내외 영화관 배급(theatrical), PPV(pay-per-view) 또는 TV VOD와 인터넷 VOD, 유료케이블, 비디오 그램(videogram), 네트워크 텔레비전, 신디케이션(syndication) 등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판권가격에 따라 윈도의 순서는 뒤바뀔 수 있다. 영 화사는 영상물의 판권을 윈도별 시장에서 일정 기간 그 권리를 지속해 서 양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앞단에 배치되는 윈도는 영화관 배 급으로, 박스오피스(box office) 매출이 여기서 발생한다. 어떤 영화의 경우에는 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예술영화 전용관이나 시네마테크와 같 은 특수한 상영관(specialty houses)에서만 상영되는 영화도 있다. 이러한 윈도 효과는 영상물의 가치를 더욱 다양화하여, 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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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park), 의류, 완구 등 소비자 상품, 사운드트랙 음반(original soundtrack)까지 시장을 넓혀준다. 이러한 독특한 체계에서 한 편의 영 화가 취득할 수 있는 권리는 극장 상영권, VOD 전송권, TV 방영권, 비디 오그램과 기타 미디어 수록, 속편, 리메이크 판권, 상품화 권리 (merchandising), 사운드트랙, 음악출판 및 이용권리 등이다. 원작 개 편 및 프랜차이즈 권리, 번안권, 권리 이용과 관련된 작가의 성명 이용권 등도 발생한다. 윈도 활용도가 가장 높고 지속적인 아이템은 아마도 프랜차이즈 영 화(franchised film)일 것이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동일한 세계관과 주 요 등장인물들을 공유하여 각 편의 내용이 연관성을 가진 대작 시리즈 영화들을 말한다. 많은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주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기획에 공을 들인다. 한 편을 잘 기획하면 영화 스토리나 콘셉트를 응용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배급에 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시장을 윈도 체계로 제도화시킨 것은 할리우드다. 메이저는 윈도 체계로 인해 수익 분배 구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새로운 윈도가 나타나면, 오래된 영화들도 출몰한다. 라이브러리가 풍부한 메 이저는 과거 영화들을 출시하고, 주기적으로 텔레비전이나 VOD로 서 비스하여 또 다시 매출을 챙긴다. 그래서 할리우드가 모든 영화를 포도 주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자산으로 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하지만 이익을 기대하게 만드는 비즈니스 모든 영화가 이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손해 보는 영화가 더 많다. 많은 영화업계 종사자들은 영화가 “위험도가 높은 만큼, 이익 실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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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높다(high risk, high return)”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영화가 흥행에서 한 번 ‘터지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률이 높다고 유혹하 는 비즈니스 수사학에 가깝다.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요행을 바라고 영화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사업가도 많다. 사실 “이익 실 현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직하 다. 영화업 종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영화가 ‘태생적으로’ 위험한 비즈 니스라고 말한다. 시사회를 열기 전까지 좀처럼 그 품질을 분별하기 어 렵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risk-taking)은 불가피하다. 제작비 투입의 정도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가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즉 한 편 의 영화가 완성되기 이전까지 제작 중인 영화의 질을 확정 짓기 어렵다 는 것인데, 이 점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영화 비즈니스를 불안정하고 위험하다고 불평한다. 따라서 누구도 제작 중인 영화의 흥행 성적을 예측하거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 영화는 일종의 카지노-스타일 환경(casino-style environment)에 놓여 있다. 간혹 ‘히트작’이 나오면, 영화 경제는 되살 아난다. 이때 영화가 수익성이 높다는 수사학은 근거 있어 보인다. 투자 여건도 나아진다. 히트작이 영화 경제를 이끄는 근본적인 원동력이 되 는 것이다. 반대로 히트하지 못한 대다수 영화들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지는 이유는 한 편 의 영화가 때로는 한 기업, 더 나아가 한 국가의 영화시장이 경험한 손실 을 한순간에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 래서 투자자들이 영화 비즈니스를 어떤 자산은 돈을 벌고 어떤 자산은 돈을 잃는 ‘포트폴리오 산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영화 비즈니스가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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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영화산업의 핵심을 무엇보다도 이윤 추구라고 보는 와스코(2003)는 영화 매출이 박스오피스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그리 위험한 비즈니스 는 아니라고 일갈한다. 영화관은 윈도 연쇄의 시작점일 뿐이며, 유통 창 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다 해외시장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는 사업가들이 수익성을 위해 영화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19) 영화가 원금을 회수할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영화 비즈니스가 태생적 으로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이익 사슬을 드러내 지 않으려는 할리우드의 ‘엄살’인지도 모른다. 영화기업은 영화를 위험한 비즈니스라 떠벌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러한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에 몰두한다. 할리우드 비즈니스의 역사는 이러한 위험분산 전략과 관계 가 깊다. 할리우드 메이저가 구사하는 위험관리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 다. 데일(1997)은 메이저의 위험분산 전략의 예로 진입 장벽 강화 (barriers to entry), 사업 다각화(diversification),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 포트폴리오 전략(portfolio strategy), 품질관리(quality control),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검증된 인력의 채용 (proven talent), 원가관리(cost control), 마케팅(marketing), 프로그램 의 외부조달(external suppliers), 대차대조표상에 드러나지 않는 부외 자금조달(off-balance-sheet financing), 원가를 장기간에 걸쳐 여러 윈 도나 여러 편에 연결하여 변제하는 상쇄조건(cross-collateralization) 등 을 제시한다.20)

19) Wasko, Janet(2003), How Hollywood Works, London: Sage, pp.3∼5, p.222. 20) Dale, Martin(1997), The Movie Game: The Film Business in Britain, Europe and

America, London: Cassell, pp.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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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는 수직통합을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전략으로 본다. 수 직통합은 동종 업계 속에 있는 상이한 수준의 비즈니스를 장악하여, 수 익의 원천인 윈도 일체를 한 기업이 소유하려는 전략이다. 즉 배급과 소 매, 상영, 그 외 방송 채널, VOD 서비스 플랫폼 등 유통 채널을 수직적으 로 통합하는 것이다. 수평통합(horizontal integration)과 달리, 수직통 합은 한 산업 내 다른 수준의 레벨에서 발생하는 공정을 한 기업 내에서 통합한다. 즉 한 기업이 특정한 상품을 생산하여 유통하고 판매하는 수 단을 모두 가지는 것이다.21) 미국에서 영화산업의 구조가 수직통합을 도모한 시기는 1920년대 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영화사들은 거대한 국내 시장을 바 탕으로 자본을 늘려가면서 영화의 생산, 배급, 상영의 전 과정에 관여하 여 통제권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1948년 메이저가 영화관을 소유하는 관행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수직통합 의 통제 라인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영화사들은 회사의 자본을 늘리고 은행에서 돈을 끌어들여 스튜디오 시스템을 공고히 할 수 있었 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도 수직통합을 응용하여 기업을 연합시키는 전 략을 구사하였다.22) 수직통합으로 메이저는 자사가 소유하거나 계열화 한 윈도에 영화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출시 일정이나 영업 전략, 유 통 경비, 정산 등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상위 투자배급

21) du Gay, Paul(ed. 1997), Production of Culture/Cultures of Production: Culture, Media and

Identities, London: Sage, p.86. 수평통합은 한 기업이 영화 스튜디오, 음반 레이블, 출판사 를 가능한 한 여러 개 소유하거나, 한 회사가 중심 번화가에 여러 개의 신발가게를 운영할 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1995년 EMI가 37개국에서 65개의 음반사를 소유했던 것이 대 표적인 수평통합 사례라 할 수 있다. 22) Turner, Graeme(1988), Film as Social Practice, London: Routledge, pp.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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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은 수직통합을 시도해 왔다. 예를 들어 CJ E&M은 영화의 투자배급 사이면서 제작과 상영, 이후 방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윈도에 직간접 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확립했다. 또 다른 처방은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흥행의 성공 가능성을 넓히 기 위해 메이저는 사내 레이블(in-house labels)을 만들어 제작에 참여 하거나 예산을 다양화하여, 대작뿐만 아니라 동시에 저예산의 영화들에 도 투자한다. 말하자면 제작비 규모에서 차등을 두는 전략이다. 포트폴 리오 전략은 대개 예산 사용을 차등화하면서 흥행 성공을 확신할 수 없 는 신인 감독에게도 연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성공작의 속편 도 포트폴 리오 전략의 한 유형이다. 성공작의 후속편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대 중이 과거 성공작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도 수월하다. 품질관리는 상업성의 정도에 따라 영화를 ‘A급’, ‘B급’으로 구분하 여 마케팅하려는 전략이다. 여기서 품질의 기준은 상업성이다.23) 영화 의 품질이 높아지면, 흥행 성공률도 높아진다. 메이저가 편집권을 소유 하는 것은 상업적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흥행이 보장되는 배우나 감독을 기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영화가 개봉될 때 출연했다 는 사실만으로도 발휘되는 ‘마키 밸류(marquee value)’를 가진 스타는 이미 그 재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는다. 그 외 원가관리나 마케팅도 손 실을 최소화하여 위험을 감소시키려는 전략이다. 메이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제작된 영화를 선택하여 배급하는 네거티브 픽업(negative pick-up)이나, 여러 메이저가 초대작 영화의 판권을 공유하는 분할판권

23) 영화의 품질은 작품성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투자자, 배급사, 제작사, 비평가는 품

질을 각기 다르게 이해한다. 메이저의 기준으로 영화의 품질은 대중성과 오락성으로 평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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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split rights deal)도 위험분산 전략에 속한다.

문화적 요소를 가진 상품 영화 비즈니스의 세 번째 특성은 영화가 상품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문화적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영화는 시장, 산업, 비즈니스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문화적 산물이다. 특정한 의도나 문 화적 야망을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영화를 비즈니스로 이해하는 사람들과 달리, 영화를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산물이라고 보는 프로듀서 들은 자신의 역할을 문화적인 관점 속에서 파악한다. 이들은 경제적 욕 망보다는 문화적 신념을 중시하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영화제작의 목적을 그저 오락에만 두지 않기 때문 에, 상업영화가 추구하는 금전제일주의는 쉽게 비난받게 된다. 문화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은 외적인 혜택(external benefit) 을 사회에 제공한다. 특정한 사건이나 논쟁을 다루고 있다면, 많은 사람 들이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진다. 이것이 관람의 결과로 얻어진 긍 정적인 부대효과(positive side-effect)다. 영화도 시사, 뉴스, 다큐멘터 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행동에 영향력을 미친다. 영화가 교육적 기능 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24) 영화 제작자가 자신의 관점을 반영한 영화 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일례로, 역사영화는 과거를 이해하는 특정한 시각을 제시한다. 영화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효과 적인 영상 매체이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상업적 제도에 순응하지 않는 프 로듀서와 감독들이 각자 다양하고 혁신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24) Hoskins, Colin & Stuart McFadyen, Adam Finn(1997), Global Television and Film: An

Introduction to the Economics of the Busines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p.4, pp.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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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는 재창조되거나 재생산된 것이므로,25) 영화의 제작자 와 감상자 사이의 교감은 ‘문화적으로’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스터르큰 과 카트라이트(2001)가 말한 것처럼, 영화의 이미지들은 텔레비전, 사 진, 대중잡지, 예술, 패션 등과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이데올로기적 자아 를 구성하게 된다. 이미지의 재현 체계를 활용하면서 사람들은 이미지 의 제작자이자 관람자로서 삶의 조건들을 경험하고 해석하고 이해한 다.26) 이러한 이미지의 힘은 위력적이다. 우리의 사고는 우리가 본 이미 지들에 의해 교정되거나 변형된다. 영화 제작자는 특정한 의도로 영화 를 만들고, 이를 보는 관객은 그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영화와 관객의 상호작용은 영화관이라는 사회적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영화관은 영화가 소비되는 장소다. 이미지 수용자인 관객 은 자연스럽게 그것이 생산된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할리우드의 대다수 오락영화는 미국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충실해 왔다. 고머 리(1986)는 할리우드라는 개념은 아마도 가장 거대한 스튜디오 시스템 의 집합적 산물일 것이며, 여기에 참여한 회사들의 태도는 곧 전 세계적 으로 알려진 이데올로기적 구조물이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27) 결과적 으로 관객은 할리우드가 상업적으로 표현한 세계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간다. 관객은 오락에 집착하는 정신 산만한 수용자가 될 수밖에 없다.

25) Berger, John(1972,), Ways of Seeing, London: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 Penguin Books pp.8. 26) Sturken, Marita & Lisa Cartwright(2001), Practice of Looking, : An Introduction to

Visual Culture, 윤태진·허현주·문경원 역(2006), 󰡔영상문화의 이해󰡕, 서울: 커뮤니케이션 북스, p.44. 27) Gomery, Douglas(1986), The Hollywood Studio System, 이용관·영화언어연구회 역 (1992),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서울: 예건사,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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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독립영화(independent film)는 할리우드의 주류영화와 다른 입장 에 서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독립영화 집단과 동아리들은 주류 상업영 화와 다른 길을 모색한다. 이들의 창작 동기는 경제적 성공 너머에 있다. 그러므로 수입이 아주 보잘 것 없다 하더라도 창작을 멈추지 않는다. 대 신에, 문화적 명성을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들 은 상업적이고 제도적인 간섭을 벗어나기 위해 온갖 전략과 쇄신을 감 행한다. 주류 영화계와 독립영화를 넘나드는 프로듀서도 있다. 그는 주 류 영화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상업세계로 진입한다. 혁신적인 독립영화가 성취한 문화적 명성은 상징자본으로 전환된 다. 영화제는 문화자본의 격전지다. 특히 ‘세계 최고의 영화제’라는 상 징자본을 가진 칸영화제는 매년 새로운 영화의 예술적 성취를 찬양한 다. 영화 제작자는 이러한 영화제를 마케팅의 근거지로 삼아 문화적 명 성을 쌓는다. 물론 이러한 문화적 명성이 상업적 성공을 동반하여 경제 자본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제자본은 다시 문화자본으 로 전환된다. 이러한 순환 속에서 문화적 야망을 실현하면서도 ‘경제적 으로 살아남는’ 프로듀서가 등장한다. 이 격전지에서 문화는 상업을 이 용하고, 상업은 다시 문화를 선택한다. 메이저 배급사가 계열화한 제작 사에서 만들어 내는 스마트 시네마(smart cinema)나 상업적인 웰메이 드(well-made) 영화가 이 경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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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와 기획개발

프로듀서는 문화적 야망과 경제적 성공 모두를 실현하려는 영화의 생산 자다. 문화적 야망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몽상가이고, 경제적 성공 을 원한다는 점에서 사업가이기도 하다. 어느 쪽의 입장에 있더라도 시 장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스포츠 경기의 토너먼트처럼 주말마다 영화관에 출몰하는 새 영화들과 경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영 화의 품질은 오락적 요소로만 판단되고, 프로듀서의 문화적 야망은 좌 절되기 쉽다. 프로듀서가 영화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이유는 그가 영화 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기획개발에서부터 자금조달, 제작, 마케팅, 배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하는 일은 ‘기 획개발’이다. 기획개발은 아이디어나 실제 사건 등에서 영감을 받아 스 토리를 구성하고 시나리오로 완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에 알려진 원작을 구매할 수도 있다. 기획개발에서 흡족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 지 못하면 제작비를 조달할 수 없다. 이 장에서는 프로듀서를 구분하여 정의하고, 영화의 시작점에서 프로듀서가 해야 할 패키징과 기획개발, 제작계획서 작성요령 등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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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의 정의와 역할 프로듀서의 구분 영화 비즈니스에서는 프로듀서(producer)를 영화를 기획개발하고, 필 요한 재정을 확보하고, 영화 한 편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모든 일에 대 해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제1인자를 일컫는다. 그는 콘텐츠의 성공과 실 패를 좌우하는 것이 비즈니스라고 믿는 사람이며,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구체적으로 작품 선정 및 각본 수정, 감독과 주 연배우 확정에서부터 예산집행의 최고 결제권자이면서 편집에 대한 최 종 결정 권한을 가지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지멘스(2003)는 프로듀서 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내는 몽상가(dreamer)이자, 몽상을 만들 기 위해 돈과 재능을 구하는 판매원(salesman)이고, 그 몽상을 책이나 필름에 혁신적으로 담는 아티스트(artist)이며, 영화 만들기의 실제적 공 정을 이해하는 기술자(mechanic)이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개별적 참여 인력을 관리 감독하는 매니저(manager)이며, 언제나 실리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사업가(business person)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완성한 영화 를 소유하겠다(I’ll get the film made)”고 마음먹는 그는 광범위한 영역 에 걸쳐 어느 분야이든 어느 정도는 다 아는 만물박사(jack-of-all-trade) 다. 요컨대 프로듀서는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진정한 흥행 사다.1) 따라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 에 대해서도 스스로 이해할 수 있거나, 전문가를 고용할 만한 현실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영화 업계에서는 영화사 대표가 실질적인 프로듀서이며, 프로

1) Simens, S-S(2003), From Reel to Deal, New York: Warner Books, pp.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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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서의 상위 개념으로 ‘제작자’라고 부른다. 통상 제작 현장을 운영하는 라인 프로듀서를 프로듀서로 지칭하기 때문에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 다.2) 프로듀서가 영화사의 대표자 즉 ‘제작자’일 수도 있고, 프리랜서일 수도 있다. 프로듀서가 투자자와 어떠한 조건으로 계약했는가에 따라 완성된 영화에 대한 권리가 결정된다. 대개 투자자와 함께 저작권이 허 락된 동안 영화의 권리를 공동 보유하거나, 이익이 발생했을 때 흥행성 과급(participation)을 받게 된다.3) 프로듀싱 유닛의 모든 업무를 알아 야 하면서, 할리우드 메이저와 일할 때는 중간자로서 의사소통을 담당 하며 자본을 관리하게 된다. 프로듀서가 영화를 제작하려는 목적은 다 양하다. 대체로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둘 째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고도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셋째 손해를 보 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등이다. 프로듀싱 유닛은 프로듀서(producer), 어소시에이트 프로듀서 (associate producer), 이규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코 프로듀서(co-producer), 라인 프로듀서(line producer)로 나눌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이들은 대개 이규제 큐티브 프로듀서라 부른다. 경력이 화려했던 전직 영화 프로듀서가 프

2)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용 프린트에는 ‘제작자 ○○○’에 영문 자막으로 ‘Produced by

○○○‘라 기입한다. 국내 배급용 프린트에 명기된 프로듀서가 그 영화에 대한 저작재산 권을 보유한 이가 아니라, 제작자가 현장 운영을 전담시킬 요량으로 고용한 프로듀서(실 제로는 ‘라인’ 프로듀서)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 크레디트에 명기된 프로듀서라 하 더라도 저작권을 가지지 못했다면, 해외 수출용 마스터에는 ‘제작자’의 이름으로 교체된 다. 프로듀서가 기획개발 과정에만 관여하거나, 실제 프로덕션 운영만을 관리하는 등 제1 프로듀서의 역할 중 일부를 기능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에는 그 노동량에 따라 인건비만을 수령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권리는 없다. 3) 국내에서는 ‘제작지분’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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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젝트에 결정적 도움을 주거나, 감독이나 배우 등이 크게 기여했을 때 제공하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이규제큐티브 프로듀서의 주된 역할은 일반적으로 제작비 확보이며, 제작과정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재 정확보에 기여하는 것 외에도 공동제작이나 배급 등의 직무와 연관되기 도 하지만 그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미국 독립영화의 경우 에 제작비 투자 및 확보, 캐스팅 등 완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에 부 여한다. 국내에서는 보통 투자사 대표 혹은 담당 임원이나 담당자 등에 게 주어진다. 때에 따라 UPM(unit production manager)이나 프로듀서 의 친구가 이규제큐티브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을 받을 수도 있다. 코프로듀서는 영화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고, 때로는 자 신의 경제력 덕택에 제작비 투자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영 화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고, 기술 력이나 장비를 제공하고, 완성된 영화의 권리를 일부 소유할 수 있다. 제작비 투자로 그러한 권리를 소유할 수도 있다. 제작비를 투자할 수 있 다면, 그가 부동산 기업가이어도, 운송회사 소유주이어도, 의류 판매장 의 주인이라도 상관없다. 제작비를 구해야 하는 프로듀서는 영화를 전 문적으로 투자하는 기업 외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금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온갖 다양한 코프로듀서와 인연을 맺게 된다. 프로듀서는 코프 로듀서라는 타이틀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어 주게 된다. 어소시 에이트 프로듀서와 비슷하나 권리에서는 대개 그 비중이 크다. 어소시에이트 프로듀서는 프로듀서의 책임과 권한을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제2선의 프로듀서로서 비즈니스 영역(재정 후원 등)이나 창작 (각본 제공 등)에 기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자신이 투자할 만한 자금 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투자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인물이다.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이나 개인을 제작사와 연결해 주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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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간자로서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데에 그칠 수도 있고, 오프닝 타이틀 크레디트에 이름을 명기해야 할 수도 있 다. UPM이나 조감독의 공헌도가 높은 경우 ‘감사’의 표시로 부여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제작지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라인 프로듀서와 제작부 라인 프로듀서는 주어진 예산 내에서 실제적인 프로덕션을 관리한다. 제작현장에서 제작 현장의 실제비용 즉 선아래비용(below-the-line)을 관리, 집행하는 사람으로, ‘야전사령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카메라 등의 장비업체, 현상소, 조합 등과 직접 거래하고, 촬영 인력을 구성하 여 여하히 일정과 예산에 맞게 촬영할 방법을 터득하고 운영하는 사람 이다. 외국에서는 영화사에 고용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기 획이나 창작적인 측면에는 관여하지 않으므로 시나리오 회의에는 참석 하지 않는다. 프로듀서 라인에서 중요한 인력은 프로덕션 매니저(production manager, PM), 현장회계(production auditor), 제작부원(production coordinator)이다.

이들은

프로덕션

매니지먼트(production

management) 부서로 통합된다. 프로덕션 매니저는 프로듀서가 가장 먼저 채용하는 인력으로, 프로 듀서의 직접적인 지휘아래 스케줄링(scheduling)과 예산편성(budgeting) 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고 각 부서의 장들을 고용한다. 국내에서는 ‘제작실 장’이라 한다. 라인 프로듀서와 제작실장의 역할이 중복되어 명확하게 구 분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조직을 간소하게 운영하려는 프로덕션이나 저 예산 독립영화라면, 라인 프로듀서와 프로덕션 매니저 역할을 한 사람이 수행하기도 한다. UPM(unit production manager)은 촬영 팀이 둘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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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유닛이나 촬영지별로 구분한다. 현장회계는 모든 급여와 촬영에 드는 경비를 지급하고 예산 관련 기 록을 유지 관리하며, 프로덕션 매니저와 밀접하게 일한다. 메인 투자사 에서 직접 인력을 파견하여 그 업무를 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덕션 에서 사용하는 자금의 입출금 관리는 물론이거니와 이에 관한 장부를 작 성하고 관리하며, 프로덕션 회계(production accountant)라고도 한다. 프로덕션 코디네이터(production office coordinator)는 프로덕션 매니저와 여타의 제작 참여 구성원들 사이에서 사무적 일을 수행한다. 국내에서는 ‘제작부’로 통칭한다. 제작부에 속한 인원들은 각자의 업무 에 따라 배치되어 제작 현장을 관리하게 된다.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production assistant, PA)는 프로듀서, 조감독, 제작실장을 보조하는 사람으로 누구를 돕느냐에 따라 업무가 달라진다. PA는 대개 영화제작 현장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인턴이 많이 참여하는데, 로케이션 지도 를 만들 수도 있고 커피나 음료를 서비스하는 단순한 업무를 수행할 수 도 있다. 프로듀서의 업무를 돕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로케이션 매니저 (location manager)다. 한국영화에서는 제작부가 이 업무를 수행한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촬영장소를 섭외하고 해당 장소에서의 촬영이 가능 하게 모든 행정적 준비를 한다. 대개 지자체나 도시마다 행정적 절차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로케이션을 지원하는 영상위원회(film commission) 와 같은 전담기구가 있다.4) 지자체는 영화 촬영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지

4) 부산영상위원회, 서울영상위원회, 전주영상위원회, 경기영상위원회 등이 그러하다.

영화를 비롯하여 광고, 드라마 등의 촬영이 빈번한 세계 유명 도시나 지역에는 이러한 필 름 커미션이 있으며, 로케이션 매니저끼리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촬영지 정보를 공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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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홍보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지역 경제의 활성 화와 연계시키려 한다.

프로듀서가 가져야 하는 태도와 능력 프로듀서는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면, 보 유한 권리의 상당 부분을 투자자에게 양도해야 한다. 자신의 재능과 노 력으로 완성한 영화라 할지라도 금전적 대가와 맞바꾸는 것은 불가피하 다. 때로는 재능을 가진 실적 좋은 감독, 마케팅할 때 위력을 발휘할 만 한 배우, 촬영 장비 업체나 기술 인력에게도 그 권리를 나누어 주어야 있 다. 이 과정에서 프로듀서는 수많은 협상 조건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지나치게 고집하거나 불합리한 조건을 요구한다면, 협상이 중 단될뿐더러 영화를 완성할 수도 없다. 목표하는 영화의 최종 결과에 대 한 자신의 견해가 손상되지 않는다면, 때로는 모든 조건에 대해 탄력적 으로 사고하는 편이 좋을 때도 있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문화적 야망이 경제적 한계로 좌절되는 때도 수없이 많다.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한 프로젝트와 시나리오는 금세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로지 상업적 성공의 가능성 때문에 쉽게 제작되는 영화도 많다. 여기에 프로듀서의 딜레마가 있다. 크레통(1997)이 일갈한 대로, “산업은 자본주의 편이고, 예술은 보 헤미안의 결실”인지도 모른다.5) 영화산업 내에서 살아남으려는 프로듀 서는 상업주의가 요구하는 일종의 ‘할리우드 공식(Hollywood formula)’ 을 교본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의 문화적 야망은

5) Creton, Laurent(1997), Cinéma et marché, 홍지화 역(2005), 󰡔영화와 시장󰡕, 서울: 동문

선,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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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성공 욕구와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프로듀서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태도와 능력 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프로듀서에 게 필요한 첫 번째 태도는 자신이 어떠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지 정확 히 숙지하는 것이다. 아이템을 개발한 제작자로서의 이상적인 목표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은 다르다. 영화가 복잡한 기술적 공정 을 거치기도 하거니와, 돌발적인 변수가 많은 제작 현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예산의 규모, 영화가 목표하는 질적 수준, 참여 인력의 숙련도와 경험, 촬영 조건 등 주어진 여건에 맞게 참여 인력을 지휘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에 알맞게 한 방향을 향해 모든 인력이 움직이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때로는 기획한 영화가 초심 을 잃고 헤매다 애초 목표와 다른 엉뚱한 영화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 다. 그러므로 프로듀서는 언제나 스토리의 방향과 기술력 투입 사이에 균형이 맞았는가를 따져야 한다. 그것은 예산 운영이 적절한가와도 관 계가 깊다. 프로듀서의 지도력은 현장에 모인 인력의 재능이 충돌하지 않고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일찍이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프로듀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했던 시드니 루멧 (1996)은 예측이 불가한 영화제작 현장에서 감독인 자신과 동료들이 어 떻게 이견을 조율하고 한 방향을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백한 바 있 다. 루멧의 고민은 프로듀서의 고민과 거의 유사하다.

영화 만드는 데 사소한 결정은 없다. 각각의 결정은 좋은 작품이 되는 데 기여하거니와 몇 달이 지나서야 머릿속에서 맴돌다 영화 전체를 와 르르 무너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는 의견 일치를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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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때로는 의견이 일치할 때도 있다. 짜릿해지는 순간이다. (중략) 물론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에는 강제로 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이는 마지막 수단이다. 좋은 해결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쌍방이 주고받는 것이 좋다.6)

두 번째로 자신이 어떠한 유형의 프로듀서인가를 자가진단해 보는 것이다. 자신이 거래를 잘하는 프로듀서(producer-dealmaker)인지 영 화를 잘 만드는 프로듀서(producer-filmmaker)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 다. 영화 프로듀서가 ‘만물박사’이어야 할 때도 있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돋보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고, 취향이 남다를 수도 있다. 비 즈니스에 능통한 사람이거나, 메이저 배급사 혹은 투자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주류 영화계에 손쉽게 편입한다. 비즈니스 감각이 좋은 프로듀서는 메이저 배급사와의 인연을 유지하면서 상업성이 큰 영 화를 기획하기 마련이다. 메이저 배급사와의 인연도 없고 비즈니스 경험도 신통치 않은 이들 은 다른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를 도와 줄 전문가에 의지하거나, 메이저와 무관하게 영화를 만든다. 이들 이 가진 아이디어는 주류 영화계와 비교했을 때 혁신적이거나 예외적일 수도 있다. 이들이 독립영화 프로듀서다. 독립영화 프로듀서는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예술적 혁신을 비중 있게 고려한다. 기획개발만을 선 호하는 프로듀서도 있다. 시나리오 개발에서 실력을 발휘하여 코프로 듀서 크레딧을 얻기도 하고 영화의 성공 보수금을 받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프로듀서는 드물다. 그렇지만 프로듀서가 되려는 사람은

6) Lumet, Sidney(1996), Making Movies, New York: Vintage, pp.7∼8과 p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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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능력을 보완하여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유 형의 프로듀서가 되려고 하는가를 고민해 보고, 자신의 가용한 능력을 영화 만들기에 활용하는 것이 첫 출발점으로는 좋을 듯하다. 세 번째로, 프로듀서에게는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패키징 (packaging) 능력이 있어야 한다. 패키징은 영화의 요소를 구성하여 프 로젝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패키징 감각이 탁월할수록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스타 캐스팅이나 흥행 실적이 좋 은 감독, 좋은 스토리는 언제나 좋은 패키징의 요소가 된다. 시장의 변 화를 잘 읽어 내 마케팅에 보탬이 될 만한 어떠한 요소도 강조될 수 있 다. 실화이거나 당대의 사회적 이슈를 잘 반영하는 소재들도 포함될 수 있다. 패키징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더 설명할 것이다. 네 번째로 필요한 능력은 비즈니스 솜씨와 윈도에 대한 이해력이 다. 진정한 의미의 프로듀서는 아이템의 개발에서부터 시나리오 선택 및 완성, 감독과 작가 등 주요 스태프의 결정, 파이낸싱, 캐스팅, 실제적 인 프로덕션 운영, 마케팅, 배급에 걸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비즈니스가 개입된다. 마케팅, 매니지먼트 능력도 비즈니스 솜씨에서 나온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비즈니스도 중 요하거니와, 윈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완성된 영화의 권리 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견지할 수 있다. 프로듀서는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전형적인 흥행사이면서 동시에 경제적으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창의적이고 세련된 비즈니스 감각이 있다면, 그가 성공할 가 능성은 높다. 마지막으로, 스케줄링과 예산편성 능력이다. 이는 실제 영화제작 에서 반드시 필요한 실무적인 능력이다. 스케줄링은 촬영의 일정을 어 떻게 수립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정확한 촬영 일정은 예산의 낭비를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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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 천재지변만 아니라면, 프로듀서는 모든 여건을 점검하여 가장 경 제적이고 현실적인 촬영 일정을 짜야 한다. 스케줄링은 조감독과 프로 덕션 매니저의 업무이지만, 프로듀서가 이를 내버려두거나 내맡겨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산의 편성과 운영은 프로듀서의 능력에서 언제나 큰 논쟁거리가 된다. 투자사와의 분쟁도 예산운영에서 많이 발 생한다.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 투자사는 프로듀서의 예측 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따라서 스케줄링 과정에서 시나리오와 콘 티(continuity)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이에 합당한 촬영 회차와 셋업 (set-up) 수를 뽑아내야 예산이 왜곡되지 않는다. 예산의 초과는 대개 스케줄링과 예산편성의 오류에서 나오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정확하게 점검하는 것이 좋다. 프로듀서가 영화를 제작하는 이유는 또 다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문화적 야망과 경제적 성과가 수렴되는 분야를 영 화로 선택한 인물이다. 강자들은 점점 더 몸집을 불려 시장을 독식하려 하고, 시시때때로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대본이겠지만, 이것만으로 시장에서 살 아남을 수는 없다. 읽고 쓰는 능력, 자금, 조직, 에너지, 재능도 뒷받침되 어야 한다. 영화 한 편이 그의 책임감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한 책임감의 근원은 자신이 제작 현장으로 불러낸 사람들 속에서 나온다. 자신의 행보에 따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 ‘길을 잃지 않는 영화’를 계속 만들려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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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과 프로젝트의 탄생 패키징과 피칭 영화제작의 출발점은 크게 자기 생각을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은 개인적 욕망, 이를 영화라는 형식으로 독자적으로 표현하려는 예술적 의지, 대 중적 인기를 도모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가적 계산 등에서 비롯된다. 영화가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은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 이 복잡하고 그 규모가 크다는 데에 있다. 복잡한 기술적 공정에 의지하 지 않고 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영화는 없다. 특히 첨단 기술과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최근의 영화들에서 기업가적 계산은 개인적 욕망이나 예술적 의지보다 앞선다. 영화의 산 업적 맥락을 강조하고, 상업적 성공을 권장할수록 기업가적 계산은 더 욱 두드러진다. 기업가적 계산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보면, 영화제작은 ‘거래 (deals)’에서 시작된다. 그러한 거래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영화를 만들 기 위한 자산(property)이다. 대본, 책, 연극, 노래, 창의적인 ‘콘셉트’, 스타급 배우와 감독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메이저 배급사나 투자 사와의 친밀도는 자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이러한 요소를 끌어모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단 한 사람, 즉 프로듀서다. 그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개발하여 점차 자신의 가용 자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인물이다. 이러한 자산의 요소들을 거래의 조건으로 제시하기 위해 프로듀서 는 다양한 패키징의 기술을 구사한다. 패키징이란 영화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 특히 탤런트를 매력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며, 개발 과정에서 떼어낼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유명 배우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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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진 스타 파워는 개봉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끄는 신호음 효과 (signaling)를 제공하기 때문에 패키징에 빈번하게 활용된다. <도둑 들>(2012)은 출연배우들과 감독만으로도 강력한 패키징 효과를 거둔 기획이었으며, 결과적으로 25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1298 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는 순정만화나 팬 픽 등에 나타나는 미소년끼리의 사랑을 일컫는 이른바 ‘보이 러브(boy love, BL)’ 코드를 이용하여, 10대의 하위문화를 응용한 패키징으로 성 공하였다. 개발하고자 하는 영화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포스터 아트(poster art: billboard)나 신문과 광고 등에서 볼 수 있는 키 아트(key art)뿐만 아니라, 비디오카세트 포장 디자인 등에서 볼 수 있는 패키지 아트 (package art)를 동원하기도 한다. 각본을 보여 줄 때 키 아트를 곁들이 는 것은 효과가 크다. 잠재적인 투자자나 구매자들은 키 아트의 이미지 에 따라 프로듀서가 제시한 프로젝트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패키징을 잘할수록 제작비 확보의 기회는 더 커진다. 특히 기획 아 이템이나 시나리오를 피칭(pitching)할 때 패키징의 기술은 그 효과를 발휘한다. 피칭은, 간단히 말해, 자신의 기획을 패키징한 후 잠재적 투 자자나 후원자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하는 것을 말한 다. 모범적인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 만 자료 안에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고,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어야 한다. 프로듀서는 각종 피칭 형식을 경험하게 된다. 피 칭이 투자자의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이루어질 때도 있고, 비공식적인 회합이나 회식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때도 있다. 특정 소수에 한정하는 비공개 피칭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경쟁 심사를 전제로 다수를 대 상으로 하는 공개적인 피칭을 수행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수위로 피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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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내용을 구성할 것인가는 언제나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특히 사적 인 회합에서의 아이템 누출은 종종 업계의 뉴스거리가 된다. ‘모니터 (monitor)’이건 사적인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건 간에, 프로듀서는 자 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경험이 많은 프로듀 서들은 이를 경계한다. 신중한 프로듀서라면 사람이 북적대는 파티에 서 개발하고 있는 아이템이나 대본에 대해 자세하게 떠벌리지 않는다. 패키징에 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프로듀서지만, 할리우드 처럼 탤런트 에이전시나 변호사가 패키징하여 프로듀서나 영화사에 매 각하는 경우도 많다. CAA(Creative Artists Agency),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 Agency), 인데버(Endeavor), ICM, UTA 등의 탤런트 에이전시는 패키징을 통해 영화제작에 큰 힘을 발휘하는 기업이다. CAA는 20세기폭스가 거절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1998)를 위해 자사의 고객인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시나리오를 보내 프로젝트를 살려냈다. CAA는 중국 진출에 이어 2012 년 인도에 합작 법인을 만들고 영화와 텔레비전의 패키징과 판매, 음악, 광고계약, 스포츠 컨설팅, 라이선싱과 판촉, 라이브 이벤트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기획개발 패키징 전에 프로듀서는 최우선적으로 어떠한 스토리를 개발 (development)할 것인가에 몰두한다. 개발된 스토리가 있어야 패키징 이 시작될 수 있지만, 개발과 패키징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개발은 영화를 준비하는 최초의 단계이며,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대본으로 구현된다. 즉 개발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더 구체 적으로는, 콘셉트를 체계화하고 필요한 권리를 확보한 후 스토리의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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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시놉시스, 트리트먼트를 써가는 단계다. 시나리오의 초고가 완 성되면 각색과 윤색을 반복하면서 프로듀서가 원하는 각본을 완성하게 된다. 각본은 누가 언제 관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개발되는 중요 한 자산이다. 개발 중에 프로듀서는 영화의 제목(title), 주제(theme), 로그라인 (logline), 트리트먼트(treatment), 대략적 초안, 대본을 결정하게 된다. 로그라인은 18~25개의 단어로 구성된,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는 영화의 핵심 줄거리다. 한 문장으로 쉽게 정리되면, 일단 ‘잘 팔 수 있는’ 하이 콘 셉트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로그라인은 제목, 장르와 함께 마케팅에서 영화를 소개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로그라인이 하이 콘셉트 에 이르면, 대중과의 소통이 쉬워지므로 마케팅도 훨씬 쉬워진다. 트리 트먼트는 아직 대사와 지문이 분리되지 않은 상세한 시나리오의 밑그림 이다. 이들은 영화를 기획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기획개발은 여 러 경로를 통해 진행된다. 프로듀서나 감독, 작가가 아이템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고, 원작을 구매하거나7) 실화 소재를 선택하여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도 있다.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 나 시나리오 마켓에서 아이템을 발굴하는 경우도 제법 많다. 개발은 영화로 만들어 볼 만한 아이템을 스스로 생각해 내거나 다 른 이로부터 구매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프로듀서 누구든 개발 초기에 는 투자자의 어떠한 경제적 지원 없이도 독립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할

7) <엽기적인 그녀>(2001, 김호식 인터넷 소설), <살인의 추억>(2003, 연극 ‘날 보러 와

요’), <올드 보이>(2003, 일본 츠치야 가롱 만화), <스캔들: 조선남녀상렬지사>(2003, 프 랑스 소설 󰡔Dangerous Liaisons󰡕), <왕의 남자>(2005, 연극 ‘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 간>(2006, 공지영 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2011, 황선미 동화), <은밀하게 위대하 게>(2013, 최종훈 웹툰), <설국열차>(2013, 자크 로브 외 만화)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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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드 메이저는 일종의 ‘스토리 추적자(tracker)’를 고용해서 새로운 소 재라는 ‘먹잇감’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아이템의 개발 방향을 수정하거 나 이야기를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투자자를 찾지 않으려는 프로 듀서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프로듀서는 개발에 드는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 투자자와 접촉하게 된다. 경험이 많은 프로듀서는 아이템만 가지고도 개발비를 확보할 수 있 지만, 초고가 출력된 단계, 때로는 몇 차례의 수정을 거친 수정본 단계에 서 개발비를 투자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로듀서는 시놉시스나 시나 리오와 함께 제작기획서를 작성하여 투자자에게 피칭하고, 투자심사과 정을 거쳐 통과하게 되면 ‘개발계약(film development agreement)’을 체결하게 된다. 계약이 체결된 후 제작사는 투자사로부터 개발비를 받 게 된다. 개발비는 프로젝트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영화 의 경우 대략 1∼3억 원에 이른다. 개발비는 순수하게 시나리오를 개발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상업적 성공 가능 성이 높은 감독이나 제작사를 선점하기 위한 대기업의 전략에 따라 지 급된 선급금(advance)의 성격이 강할 때도 있다. 개발계약이 성사되면, 프로듀서는 투자자와 합의한 기간에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시나리 오 개발과정에 들어서게 되는데, 작가를 교체하거나 개발의 방향을 수 정하기도 한다. 프로듀서가 제출한 시나리오가 투자자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에 는 최종적인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개발은 중 단된다. 프로듀서가 개발한 아이템을 더 진전시키고 싶어 한다면, 투자 사로부터 받은 개발비를 돌려주거나, 다른 투자자를 찾아서 새로 개발 비를 받아 처음의 투자자에게 갚아 주어야 한다. 투자자와 프로듀서 간 에 크게 분쟁이 발생하여 프로젝트의 개발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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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는 턴어라운드 계약(turnaround deal)을 체결하기도 한다. 턴어라 운드 계약은 시나리오를 개발했으나 일정기간 내(6개월, 1년)에 제작을 포기할 경우, 프로듀서가 파이낸싱을 위해 같은 대본을 다른 투자자에 게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계약을 말한다. 메이저 스튜디오 등 투 자자는 다른 투자사가 제작할 경우, 이미 사용한 개발비를 회수한다. 이 개발비에는 경상비와 이자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처음의 투자자는 개발비를 완성될 영화의 투자비로 전환시켜, 영화 완성 이후 에 발생하는 이익 일부를 가져가기도 한다. 오랫동안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제작이 된 영화들도 많 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1994)는 워너가 10년 동안 개발하 다 포기하고, 콜롬비아를 거쳐 파라마운트에서 만들어진 영화였으며,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미라맥스에게 거절당하고 뉴 라인에 가서야 만 들어져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티(E.T. The Extra Terrestrial)>(1984)도 거절당한 프로젝트였다. 반대로 󰡔위대한 개츠비󰡕처럼 여러 번 만들어지 고 투자되는 스토리지만 매번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은 프로젝트도 있다. 성공을 예감할 수 있는 안전한 프로젝트란 없고, 생소한 소재라고 해서 실패할 것이라는 확신도 할 수 없다. 한국영화 <친구>(2001)도 여 러 투자사가 거절했던 기획이었다. 좋은 시나리오나 기획이 반드시 조 기에 투자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의 결정 과정은 콘텐츠에 해당 하는 시나리오 외에도 이를 둘러싼 환경, 이를테면 프로듀서와 제작사 의 능력과 경험, 시장 환경이나 사회적 분위기, 투자사와 배급사의 여력 이나 경쟁 관계 등에 영향을 받는다. 말하자면 개발되는 프로젝트를 둘 러싼 제반 환경, 즉 맥락(context)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물론 가장 중 요한 변수는 프로듀서와 제작사의 패키징 능력과 경험일 때가 많다. 프로듀서의 기획안이 투자자의 영화제작 투자심사를 통과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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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된 시나리오에 대해 투자자가 동의하게 되면, 투자자와 프로듀서 사이에 최종적으로 ‘영화투자계약서’ 혹은 ‘영화투자배급계약서’가 체 결되고, 본격적인 프리프로덕션 등 실제적인 촬영 준비가 시작된다. 투 자자가 시나리오에 대해 동의하기 전에 주연배우의 캐스팅이 먼저 진행 될 수도 있고, 투자자와 개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시나 리오를 개발하고 캐스팅까지 완료하는 프로듀서도 있다. 그 어떤 경우 에도 종내에는 영화제작비 전액을 파이낸싱해야 하는 프로듀서로서는 투자자와의 관계를 수평적이고 유연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캐스팅 을 끝내 놓고도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해 영화가 완성되지 못하는 경우 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개발의 투자 조건으로는 개발하고 있는 영화의 상업적 성공 가 능성, 수익분배의 기준, 제작비 규모, 캐스팅 수준 등이 거론된다. 프로 듀서의 능력은 이러한 투자 조건을 두고 투자사와 협상하는 데에 달려 있다. 특히 수익분배 방식은 투자사가 프로듀서의 능력을 평가한 결과 이므로, 프로듀서는 신중하고도 유연하게 협상에 임하게 된다. 개발비 의 규모는 개발이 시작된 시기가 언제인가와 어떠한 작가가 참여했는가 등에 따라 투자자와 프로듀서가 합의하여 결정한다. 개발비 투자 결정 이전에 사용된 비용에 대해서는 소급 정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획개발이라는 과정은 매우 지난하다. 개발비를 투입하여 시나리 오를 ‘완성’하였으나 투자자가 최종적으로 투자를 거부하거나 프로듀서 가 개발을 포기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한 거래 를 성사시킬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은, 의심의 여지없이, 개발하려는 작품 이 담고 있을 스토리일 것이다. 스토리는 언제나 프로듀서가 강조해야 할 패키징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느 프로듀서나 좋은 스토리, 훌륭한 대본을 찾으려 한다. 그는 쉬지 않고 아이템 ‘헌팅’에 나서고,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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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소설이나 시, 연극 등에 주목한다. 오로 지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다.

소재 찾기와 스토리 만들기 스토리는 언제나 새로 만들어질 수 있으며, 독창성이 높을수록 환영받 는다. 영화로 만들어질 만한 이야기는 다양하게 ‘개발’해 볼 수 있는 최 초의 자산이다. 아이디어, 콘셉트, 개요,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짧은 이 야기, 잡지의 글, 소설, 시나리오, 웹툰, 기타 배타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진 문학 형식 그 어느 것이든 영화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미 독자가 많은 소설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여전히 프로듀서 다수 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내 독창적인 스토리로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 나 이야기 찾기(story search)는 쉽지 않다. 작가가 새로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가장 좋은 스토리의 원천이 다. 완성도가 대단히 높아서 수정할 만한 사항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를 확보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시나리오조차도 촬영 조건과 감독과 출연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수정 기간은 짧 게는 1년 미만에서 길게는 5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프로듀서가 받을 법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스토리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형편없이 썼으며 토론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 둘째 잘 썼으나 토론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 셋째 잘 쓴 것은 아 니나 토론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 중에서 프로듀서가 주 목하는 이야기는 오직 세 번째의 경우다. 프로듀서 관점에서 보면, “잘 쓰기도 하고 서로 토론해 볼 만한 이야기”란 없다. 아무리 잘 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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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하더라도 반드시 수정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 쓰 지는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토론해 볼 만한 스토리”는 그 자체로 소중 한 자산이다. 이러한 스토리는 대개 개발 단계에 들어선다. 하지만, ‘좋 은 이야기’라는 믿음은 몇 차례의 모니터로 금세 좌절되기도 한다. 대중 적이지 않은 소재라거나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하는 이 야기는 매우 많다. 메이저 투자자가 선호하지 않는 스토리는 상업적으 로 변질하기 쉽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는 와스코(2003)의 지적대로 대 중의 기호보다는 산업적 의도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미국의 대중문화 다.8) 말하자면,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충실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생존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영 화가 상업적 목표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제작자들은 우선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찾는다. 그런데 좋은 이야기, 훌륭한 소재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기존의 저작물 옵션 방식 좋은 이야기를 찾는 프로듀서가 택하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법은 기존 의 소설이나 웹툰 등의 저작물을 옵션(option)하는 것이다. 하지만 옵션 은 돈이 많이 든다.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작을 옵션(literary rights option) 혹은 구매(acquisition)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그 파생물이나 각종 각색물(adaptations)을 옵션할 수도 있다. 옵션계약은 말하자면, 어떤 원작을 원하는 사람이 저작권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 하는 대가로 저작권자가 일정 기간(6∼18개월) 제삼자에게 저작권 사용 을 허락하지 않도록 하며, 정해진 시기 안에 계약자가 그 원작을 사용하

8) Wasko, Janet(2003), How Hollywood Works, London: Sage,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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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원하면 정식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형태다. 개발비에 대한 투자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일 경우가 많으므로, 프로듀서는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의 조건으로 최소 금액 만을 제공하고,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화하려고 애쓴다. 과 거 <오발탄>(1961)에서부터 최근의 <완득이>(2011), <은교>(2012), <화차>(2012), <설국열차>(2013)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가 원작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만을 뽑아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벤져스(Avengers)>(2012)는 마블의 캐릭터들이 한 영화에 등장하 는 예로,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블랙 위도우, 호 크 아이 등이 등장하는 새로운 슈퍼 히어로물이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인기 있는 ‘원전’ 저작물 중 하나는 웹툰이다. 웹 툰 원작 영화는 강풀의 <아파트>(2006)에서 시작되었다. <다세포소 녀>(2006)와 <바보>(2008), <순정만화>(2008)까지는 흥행에서 실패했 으나, <이끼>(2012)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이웃사람>(2012), <은밀하 게 위대하게>(2013), <26년>(2013) 등도 웹툰 팬의 열렬한 지원 속에 흥행에 성공했다. 웹툰은 한국영화에 새로운 스토리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관객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의 원 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연히 영화화 권리를 확보하려는 경쟁도 심해 지고 있다. 옵션계약에서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이에 상응하 는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옵션가격은 대개 구매가의 10% 정도 (down payment)에 이르며, 옵션의 기간이 만료되면 원작자와 합의하 여 2년 정도 연장(renewal)하기도 한다. 계약기간을 더 연장하고자 할 때에는 그에 따른 비용을 지급하고 연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옵션가 격(option price)은 프로듀서가 원하는 자산의 저자나 소유권자에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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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하는 구매가격(purchase price)의 일부 금액을 말한다. 이로써 프로 듀서는 앞으로 그 자산을 구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미리 확보하게 된다. 말하자면, 구매를 예약해 두는 것이다. 모두 성공 가능성이 대단 히 큰 기성(ready-made) 소재이므로 상업영화에서 많이 활용된다. “할 리우드의 어느 누구도 대본을 사지 않지 않는다. 옵션할 뿐(Nobody in Hollywood buys scripts-they option them)”이라는 표현은 괜한 주장 이 아니다.9) 할리우드 영화의 상당수는 서적, TV 프로그램, 만화책, 연극과 같 은 다른 콘텐츠에 기원을 둔 각색물이다. 대략 50%의 할리우드 영화가 각색물이다.10) 어느 국가에서나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은 영화로 만 들어지기 쉽다. 출판시장에서의 성공은 영화시장에서의 잠재적인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게 하는 지표가 된다.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성 공한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라면, 이미 잠재적인 관객을 확보한 것이 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고전적 소설들 역시 반복적으로 영화화된다. 그 스토리의 대중성과 유구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작권 기간이 만료 되어 그 누구에게도 저작권을 지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11) 만일 어떤 소설가가 고전소설을 변형하여 완전히 새로운 저작물을 출간 했는데, 그 속에 담긴 중요한 창작 내용을 영화에 활용하고 싶을 때에는 예외 없이 그 소설가와 옵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 저작물의 저작권

9) Simens, S-S(2003), 같은 책, p.63. 10) Wasko, Janet(2003), 같은 책, p.16. 11) 󰡔춘향전󰡕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고전 소설이다. 프로듀서와 작가는 그 어떤 제

약 없이도 자유롭게 이 스토리의 원형을 이용하고 변형하여 자유롭게 영화로 만들 수 있 다. 당연히 옵션계약도 필요 없다. <방자전>(2010)처럼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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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소설을 옵션해서 영화를 만들면, 그 영화를 원작 소설의 파생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창작물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작가와 프로듀서가 사전에 합의해 두는 것이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은 영화를 파생물로 보기 때문에 그 영화 의 속편(sequels)이나 개작(remakes) 등으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 비 즈니스가 자신의 원작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반면에 프로듀서는 영 화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 에 이에 관한 입장을 사전에 명확하게 하고 옵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영화들의 흥행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스파이더 맨>, <반 지의 제왕>, <해리 포터>, <슈렉> 시리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여고괴 담> 시리즈는 대표적인 한국의 프랜차이즈 영화다.

실화에서 영감을 얻기 실제 사건(actual events)이나 개인의 삶(life story)도 좋은 소재다. 실화 나 극적인 개인의 삶은 언제나 영감을 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원천 이다. 프로듀서는 조선 시대의 왕을 둘러싼 정쟁에서 소재를 찾을 수도 있고,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도 있고, 장애를 극 복하고 스포츠 스타가 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룰 수도 있다. 언론에 보도 되었던 사회적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그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 출간되었고, 그 내용에서 영감을 얻었을 때 에는 옵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팩션(faction)’이라고 표방하는 소설들은 영화화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다. 실화라 하더라도 개발과정에서 기존의 소설과 유사한 캐릭터나 설정을 부지불식간에 가 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모든 사회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곧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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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문화적 체험이 되었고, 보편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것은 그 이야기를 담는 내러티브였다. 원시 동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현대의 극 영화도 내러티브 자체가 되었다.12) 할리우드는 사회가 겪은 이야기와 개인의 실제적 삶을 내러티브 체계 안에 능수능란하게 압축한 창작집단 이었다. 그들의 창작 관습은 강력했고, 모든 실화는 다시 ‘영화적으로’ 재구성되었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룰 때 반드시 당사자나 유족의 허락을 받 아야 하는 것이 원칙은 아니지만, 이후 소송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 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허락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비용이 들 수도 있 다. 실존 인물이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사실이 있을 수도 있고, 영화화 하는 것을 원치 않는 유족이 있을 수도 있다. 당사자가 영화화하지 말라 는 유언을 남긴 경우도 있다. 이른바 ‘공인’의 이야기, 이를테면 과거 정 치인의 비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추문도 소재가 된다. 영화라는 허 구의 세계 안에서는 세상의 많은 사건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다양하 게 극화된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창작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가장 모험적인 시나리오 개발 방 식이다. 온전히 창작자의 사유와 취재에 근거하여 허구적인 이야기로 진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는 이를 위해 작가를 고용한다. 프 로듀서가 만들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방향이 명확하거나 직접 영향을 받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아이디어(original idea)를 개발하려는 의지 가 강할 때, 이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작가를 고용해야 한다. 당연히 작

12) Turner, Graeme(1988), Film as Social Practice, London: Routledge, pp.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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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 경력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인건비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작가 를 고용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면 직접 써야 한다. 스토리는 독창성(originality)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독창성은 내 용과 형식, 즉 탁월한 주제 선택과 독특하게 구체화한 이야기 방식을 합 체했을 때 성취되는 것이다.13)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이들은 온갖 지적이고 감성적인 감각을 동원하여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독창성을 구현하기 위해 매진한다. 한 명의 작가가 초고에서부터 완고 나 촬영대본까지 완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작가가 여러 판본을 만 들어 낼 수도 있다. 스토리가 진전되는 정도에 따라 여러 작가와 단계별 로 개발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다만 아이템의 ‘초심’을 잃지 않고 이야기가 경로를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프로듀서가 전체 과정을 꿰뚫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좋으면, 다른 언어권에 리 메이크 권리를 팔 수 있다.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권리가 본격적으로 팔 리게 된 것은 2000년 이후이며, 주로 일본과 미국,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구매한다. 리메이크 권리가 판매된 영화로는 <시월 애>(2000), <엽기적인 그녀>(2001), <복수는 나의 것>(2002), <거울 속으로>(2003), <친절한 금자씨>(2005), <김씨표류기>(2009), <아저 씨>(2010), <헬로우 고스트>(2010) 등이 있다. 판권가격은 30만 달러에 서 200만 달러 정도에 형성되어 있으며, 향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여겨 진다. 프로듀서가 이야기의 원안이나 트리트먼트까지 주도적으로 쓸 수

13) McKee, Robert(1997), Story: Substance, Srtucture, Style, and the Principle of Screenwriting, New York: itbooks,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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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있다. 원작을 옵션하거나 작가를 고용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경제적 여력이 없다면, 저 혼자 쓸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구성 해 줄 마땅한 작가를 찾지 못한 프로듀서에게 남겨진 방법이기도 하다.

각본 구매 프로듀서가 경제적인 능력이 있다면, 개발 중인 아이템이나 거의 완성 된 각본을 구매할 수도 있다. 작가, 프로듀서, 감독은 영화의 아이디어 나 콘셉트, 오리지널 각본을 가장 많이 제시하는 이들이다. 프로듀서는 이를 옵션하여 영화화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인물이며, 대본 매매(script market)에 관여한다. 메이저나 영화사의 개발 관련 부서의 중역들 (development executives)과 대본 매매 추적자(trackers)도 대본 매매 에 참여한다. 일반적으로 매매는 피칭, 즉 작가가 개발 관련 중역들이나 여타 잠재적 구매자에게 구두로 이야기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다수 대본은 프로듀서나 스튜디오에 팔기 위해 쓴 스펙 대본 (spec script)이다. 스펙 대본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완성대본’이다. 대 본을 읽는 이들은 주로 인턴사원, 학생, 최근 졸업한 이들, 배우려는 의 지가 높은 작가들이다. 대본의 판매 대리인도 이 스펙 대본을 회람시키 고 입소문을 내서 그 가치를 불려 나간다. 좋은 대본일수록 가격이 급격 히 오른다. 1990년대는 스펙 대본이 유행했던 시기였다. <리쎌 웨펀 (Lethal Weapon)>(1987)의 작가인 셰인 블랙(Shane Black)은 1990년 <마지막 보이 스카웃(The Last Boy Scout)>(1991)을 175만 달러에 판 매하였으며, 이후 <롱 키스 굿 나잇(The Long Kiss Goodnight)>(1996) 을 400만 달러에 판매하였다. 이후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대본이 일 반화되었다. 신인이었던 나이트 샤말란(M. Night Shyamalan)이 쓴 스 펙 대본인 <식스 센스(The Six Sense)>(1999)의 가격은 225만 달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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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렀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스펙 대본은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였다. 1960년대 후반, 이 대본 은 경매에 붙여져 40만 달러에 팔렸다. 이후 대본 매매 대리자들이 ‘판매용’ 대본을 마구 보내던 1988년 무 렵, 작가조합의 파업(Writers Guild strike) 이후 스펙 대본은 점점 많아 졌다. 스펙 시스템이 신인작가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영화의 대본 매매는 아직도 선택적이며, 일종의 ‘폐 쇄적인 경매(closed auction)’와 같다.14) ‘시나리오 마켓’을 표방하는 인 터넷 사이트는 좀 더 개방된 대본시장이라 할 수 있다. 각종 공모전에서도 구매할 만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조용한 가 족>(1998)은 ≪씨네21≫공모전에서 당선된 시나리오였으며, <미술관 옆 동물원>(1998)도 1997년 청룡상 시나리오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관상>(2013)의 시나리오도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에서 실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찾 으려는 프로듀서라면 공모전 수상작을 탐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스토리의 기준 대본의 질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있거나 모범적 답안이 있는 것은 아니 다. 그렇지만 배급사의 중역들, 투자자들은 언제나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commercially viable)” 이야기에 주목한다. 할리우드 영 화의 스토리 구조는 쉽게 참조된다. 할리우드 영화의 매력과 영향력은

14) Wasko, Janet(2003), 같은 책, pp.25∼31 & p.57. Wasko가 인용한 Taylor, T.(1999),

The Big Deal: Hollywood’s Million Dollar Spec Script Market, New York: William Morrow and Co., pp.7∼11와 p.57 추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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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와 보편성의 경향에서 유래한다. 영화의 스토리가 ‘3장 구조, 8개 시퀀스’로 구성된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내러티브 공식은 이러한 보편성 과 관련이 있다. 작품 내적으로는 미국이라는 풍요로운 공간, 영웅, 해 피엔딩 등 할리우드의 가치관이 기입된다. 단순하고 보편적인 스토리 구조를 시장은 받아들인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박스오피스에 의해 재 능이 판별되는 직업 논리를 이해해야만 한다.15) 재능과 전문성은 별수 없이 시장의 평가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하이 콘셉트(high concept)는 주류 영화계의 이러한 태도를 반영 한다. 하이 콘셉트는 상업영화 프로젝트의 투자유치를 위한 피칭에서 쓰이거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대중적이고 상투적인 문구다. 간단 하고 시장성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으면 좋은 프로젝트로 간주된다. 즉 높은 시장성을 보장하면서도 강한 인상 을 줄 수 있고, 그러면서도 쉽게 요약될 수 있는 내러티브를 지칭한다.16) 할리우드에서 하이 콘셉트는 상업영화의 제작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야기의 핵심 골자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쉽게 표현할 수 있고 지극히 상업적 아이디어를 내재한 하이 콘셉트 영화의 대본을 쓰 기 위해 작가들은 분투하기 마련이다. 할리우드의 대세라 할 만한 영화 들, 예를 들어 <귀여운 여인(Pretty Woman)>(1990)의 “신데렐라가 된 콜걸 이야기”가 대표적인 하이 콘셉트 영화라 할 수 있다. 스타가 출연 하는 액션이나 멜로드라마가 대개 이러한 전형을 따르게 된다. <스타워 즈>나 <인디아나 존스> <슈퍼맨> 시리즈와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는 하

15) 김은영(2006), “박스오피스: 영화경제와 시장 지배의 논리”, ≪영화연구≫ 30, 한국

영화학회, p.71. 16) Wyatt, Justin(1994), High Concept: Movies and Marketing in Hollywood, 조윤장·홍경우

역(2004), 󰡔하이 컨셉트: 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 서울: 아침이슬, pp.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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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셉트 영화의 전형들이다. 리부트, 프리퀼, 스핀오프처럼 전작의 성 공에 기댄 영화들 역시 확장성이 큰 스토리의 자원을 다양하게 재생산 하거나 재구성하는 전통을 가진 영화들의 계보 속에 있다. 이 영화들은 전통적이고 지배적인 3장 구조의 관습을 가지고 있다. 현대영화에 이르러서도 스토리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배적인 형식인 설정(setup), 대결(confrontation), 해결(resolution)이 라는 관습적인 접근방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17) 이러한 관습에 문제 제기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스토리도 많아졌다. 가장 안정적으로 여겨 졌던 3장 구조도 재고되었고, 비선형적(non-linear) 이야기와 혼종 (hybrid) 등 반(反)관습(counter-convention)의 대안적 시나리오들이 나 왔다. 그러나 투자자는 여전히 ‘대안적인’ 시나리오보다는 하이 콘셉트를 능란하게 이용한 스토리를 선호한다. 규칙을 벗어난 영화들의 시장 실패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다가, 하이 콘셉트가 마케팅하기 쉽기 때문이다. 프로듀서 관점에서 시나리오는 복잡하고 난해하기보다 깔끔할수 록 좋다. 위에(2005)는 시나리오가 영화의 출발점이지만, 그 자체로 ‘예 술품’은 아니므로 글쓰기가 문학적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일갈한다. 시 나리오는 필요 이상의 주석 없이 간결하고 명확해야 하며, 문체의 ‘효과’ 나 스크린에 보이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어떤 일탈적인 지적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18) 글쓰기도 간명할수록 좋다. 원작 구매이건 오리지널 시나리오이건 간에, 어느 경우이건 프로듀

17) Dancyger, Ken & Jeff Rush(2002), Alternative Scriptwriting: Successfully Breaking the

Rules, 안병규 역(2006), 󰡔얼터너티브 시나리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은 요즘 어떻 게 쓸까?󰡕,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p.13. 18) Huet, Anne(2005), Le Scenario, 김도훈 역(2006), 󰡔시나리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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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좋은 스토리를 확보하는 데 협상의 결정적 요소들이 있다. 첫 번째 로 중요한 요소는 이야기의 강도다.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협상력의 가 장 강력한 기반이었다. 최근에는 좋은 이야기보다는 ‘강한’ 이야기를 추 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두 번째 요소는 개발의 탄력성(flexibility of development)이다. 이는 “개발의 여지가 있는가”의 문제인데, 만일 수 정이 불가하거나 그 폭이 제한적이라면 프로듀서는 심각하게 옵션 여부 를 고민해야 한다. 프로덕션의 소요예산도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 요소 는 프로듀서와 여타 참여인력의 능력이다. 능력 있는 이들이 만들어 내 는 이야기는 점점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야기는 이를 만들어 내는 사 람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낼 요소가 있는 이야기인가를 점검해야 한다. 더욱 보편 적이고 대중적인 스토리일수록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마지막 으로 협상 당사자가 거래사안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할 의지가 있는가도 중요하다. 협상 당사자가 애초에 원했던 조건을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스토리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제작계획서 작성 제작계획서의 구성 요소 영화의 제작계획서는 특정 영화의 제작을 프로젝트로 삼은 일종의 사업 계획서라 할 수 있다. 제작계획서는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지만, 투자자가 회람하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차로 구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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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 제작사 및 프로듀서 소개 ∙ 프로젝트 개요 ∙ 업계 동향과 목표시장 ∙ 기획의도 ∙ SWOT 분석 ∙ 유사작 분석과 포지셔닝 ∙ 마케팅 전략 ∙ 배급 계획 ∙ 자금조달과 재무계획

요약(executive summary)은 프로듀서가 전체 내용 중 꼭 알려야 할 핵심적 내용만 정리한 것으로, 표지 다음에 바로 붙인다. 본 내용을 모두 읽지 않고도 프로젝트를 파악할 수 있도록 2∼3페이지 내로 압축 하는 것이 좋다. 그다음에는 제작사의 사업영역이나 실적, 특히 프로듀 서의 경력과 경쟁력을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여기서 프로듀서에 대 한 신뢰도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정직하고 신중하게 기술하는 것이 좋 다. 프로듀서의 경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투자자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개요는 프로듀서가 무엇을 기획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 는 가장 핵심적인 장이다. 제작할 영화의 ‘제원(specification)’을 소개하 는 장이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실현 가능한 계획안과 설득력 있는 근거 들을 제시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극영화(feature)인지, 다큐멘터리, 광 고영상, 기업홍보영화, 교육영상, 정보제공영상 등인지 명시하고, 영화 의 제목, 장르, 로그라인, 키워드, 소요예산, 등급 등 투자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빠짐없이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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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가 분석한 최근의 시장 환경의 변화나 주목할 만한 동향에 대해서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프로젝트가 소구하려는 잠재적 관객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셉트 테스트(concept testing)처럼 사전에 시장에서 기획 아이디어를 미리 평가받아 볼 수도 있다. 기획 의도는 영화제작의 목적과 부합한다. 기획에 영향을 준 사회 적 배경이나 사건, 문제의식을 담아 정리한다. 만일 프로듀서가 영화의 사회적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에 보람을 느낀다면, 제작계획서의 전체 기조는 영화의 문화적 의미나 사회적 효과에 강조점을 두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 반면에 시장에서의 경제적 성공에 주력하고 있다면, 상업적 매력을 잘 설명한 계획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경우에나 중요 한 포인트는 프로젝트의 자산에 상업적 가치를 보탤 수 있는 요소들과 더불어 즉각적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non-monetary values) 에 대해서도 밝히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프로젝트의 장점(strengths)과 단점(weaknesses),

기회요인

(opportunities)과 위협요인(threats)을 따져보는 SWOT 분석은 자신의 영화를 객관화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장단점은 영화의 내재적 요인, 즉 스토리의 강점이나 과거 실적이 좋은 감독이나 배우의 참여 여부, 장 르 등에 관해 기술하는 것이고,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은 영화를 둘러싼 외적 조건을 살펴보는 것이다. 유사작이나 참조영화는 자신의 영화가 어떠한 위치에서 잠재적인 관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지표 다. 유사작 분석은 소재나 장르, 스타일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영화들 을 분석하여 그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알아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포지 셔닝(positioning)은 기획한 영화가 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독자적인 위치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SWOT와 유사작 분석, 포지셔닝은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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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이후 마케팅 전략 수립 시 재검토된다. 마케팅 전략에서는 어떻게 관객을 유인할 것인가에 대해 체계적으 로 설명해야 한다. 배급에 대해서도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특별한 전 략이 있다면 설명해야 한다. 특히 해외배급 계획이 있다면, 프로듀서가 보유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계획을 밝혀 두는 것이 좋다. 자금조달 현황과 계획도 밝히고, 미리 손익을 잘 따져 보고 이에 근거한 ‘숫자들’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으면 꽤 괜찮은 기 획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계획서에서는 어느 정도의 문장력이 필요할까? 제작 계획서는 일종의 사업계획서이므로, 대단한 문학적 글 솜씨를 요구하지 는 않는다. 문학적 글쓰기는 대개 허구적 세계로 유인하는 감정적이고, 우회적이며, 주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에 사업계획을 밝히는 글 은 간명함(simplicity)과 명확함(directness)을 요구한다. 정보를 명확하 게 제시하지 않는 계획서는 좋은 제안서라 할 수 없다. 부록(appendix) 은 계획서 안에서 상세히 설명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 보충할 만한 자 료를 제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명민한 프로듀서들은 투자자의 성향, 투자 시기나 여건, 사회적 분위기, 영화시장의 변화에 따라 계획서를 각기 다른 유형으로 작성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는 대중영화와 저예산 예술영화의 계획서가 같을 수는 없다. 제작계획서와 동시에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문건은 시놉시스 (synopsis)와 트리트먼트(treatment) 혹은 시나리오다. 시놉시스는 영 화의 기본이자 시작이라 할 수 있으며, 1∼2 단락 정도면 충분하다. 구 성의 개요(plot summary)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제시하는 것도 좋다. 2 ∼3페이지 정도로 더 상세하게 정리한 구성 트리트먼트(plot treatment) 를 별첨할 수도 있다. 별첨 자료는 프로젝트 기획의 수준과 가치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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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또 다른 근거가 될 수 있다. 대략 다섯 가지의 첨부 자료를 들 수 있 다. 옵션 계약서, 책 등 원작 관련 자료, 배우의 출연 계약서, 감독 계약 서, 소요예산 혹은 확보한 자금 등이다. 프로듀서는 다른 작가의 스크립 트를 제출할 경우 그 소유권의 상태(ownership status)를 증명해야 한 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이거나 실화에 바탕을 둔 기획인 경우, 반드시 당사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미 출판된 소설 등 서적의 내용을 영 화로 만들고자 할 경우 이와 관련한 자료들을 첨부해야 한다. 인기 있는 배우나 실적이 좋았던 감독 등 ‘환상적인’ 영화인에게 연 기나 연출을 맡겼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나 서면 합의서를 첨 부해야 한다. 스타나 감독과의 어떠한 합의도 없이, 임의로 그 명단과 이 력을 써넣는 것은 좋지 않다. 자금계획을 첨부할 때는 지금까지 확보한 현금, 공동제작 계약, 제작인력과의 특별계약, 네거티브 픽업(negative pick-ups) 계약, 프리세일즈(pre-sales) 등 자금과 관련된 각종 서류와 근 거를 제시해야 한다. 예산서는 간략한 형식(short form)을 제시해도 되 지만, 실제 스크립트가 있다면 실제 예산서도 준비되어야 한다. 프로듀 서는 프로덕션 매니저가 스크립트 분석(script breakdown)으로 계산해 낸 전체 예산을 확인하여 신뢰할 수 있는 예산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강 추정한 예산서는 매우 위험하다. 투자자는 체계적으로 기획된 프로젝트 (well-planned project)일수록 투자 위험도가 낮다고 보기 때문에, 프로 듀서는 성실한 계획서를 준비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기준 프로젝트가 가진 강점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리바이슨(2001)은 네 가지를 제시한다.19) 첫째, “영화사가 독특한 기술과 경험(unique skills or experience)을 보유했는가”다. 이는 프로듀서가 그동안 어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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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어 왔으며 그 실적은 어느 정도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이를 테면 공포영화를 주로 만들어 업계에서 그 경험을 인정받는 프로듀서가 새로운 공포영화를 기획할 경우에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요컨대 프로듀서의 인정할 만한 경력이 있는가와 전문적 영역이 있는가 가 기준이다. 두 번째 평가 기준은 “경쟁작 대비 뛰어난 특징(distinctive characteristics)을 보유한 프로젝트인가”다. 이 기준은 프로듀서의 경험 이나 실적보다는 개발하고 있는 아이템 자체의 경쟁력을 고려한다. “좋 은 이야기인가” 혹은 “개발의 여지가 큰 아이템인가”를 평가하는 이 기 준은 모든 프로듀서의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다. 경험이 없는 프로 듀서라면 더 절박하게 이 기준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 기준은 “배급업자나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특별한 관계 (special relationships with distributors or other professionals)를 유지 하고 있는가”다. 상업적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영화는 제도권 내에서의 유통을 전제로 한다. 완성된 영화라 하더라도 적절한 배급사를 정하지 못하면, 사장될 수 있다. 프로듀서가 자가배급 등 특별한 배급·상영 전 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영화는 시장에 등장하지 못할 것이다. 따 라서 투자자는 프로듀서가 제작하려는 영화의 향후 배급계획이나 이 분 야에서의 네트워크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네 번째 기준은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독특한 여건(unique aspects of this business)을 가지고 있는가”다. 예를 들어 예술영화인 경우, 감독 에 대한 해외 유명 영화제의 호감도나 본선 진출 경험, 수상 실적 등은

19) Levison, Louise(2001), Filmmakers & Financing: Business Plan for Independents, Woburn: Focal Press, pp.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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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하다. 프로듀서는 영화의 문화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도, 적절한 투자비 회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실제로 손익분기점 을 웃도는 예술영화들도 적지 않다. 예술영화가 저예산으로 만들어지 는 경우가 많고, 영화제에서 수상할 경우 이를 전담하는 전문 배급사에 의해 전 세계의 아트시네마에 상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예산 대중영화를 만들어서 틈새시장(niche market)을 주로 공략하는 제작사 나 배급사도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대본을 좋게 만들어 주는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멘 스(2003)는 할리우드 공식에 의하면, 모든 대본이 다섯 개의 난제 (problems: “Uh-Ohs”), 다섯 개의 더 복잡한 말썽거리(further complications: “Oh-Shits”), 두 개의 반전(“Oh-My-Gods”)을 가지고 있어 야 한다고 말한다. 주인공이 처하게 되는 난제는 10~12분마다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바로 이어서 더 복잡한 말썽거리들이 생겨난다. 반전은 결말 5분에서 10분 앞서서 발생한다고 한다. 일반화의 오류가 있지만, 어떤 프 로듀서들은 이러한 주장을 기계적으로 응용하기도 한다. 대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평가 기준으로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있다.20)

∙ 3장 구조(three-act structure) ∙ 오프닝(opening) ∙ 처음 시작되는 10 페이지(first 10 Pages) ∙ 구성점(plot points) ∙ 서브플롯(subplots) ∙ 장면 구조(scene structure)

20) Simens, S-S(2003), 같은 책, pp.74∼76과 p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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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characters) ∙ 대사(dialogue) ∙ 갈등(conflict) ∙ 해결방식(resolution)

위의 고려 사항들은 영화가 관객에게 오락을 제공한다는 점을 전제 로 한다. 대다수의 장편 극영화들은 대략 2시간 내외의 러닝 타임을 유 지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관객이 지루해 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상업적 오락영화들은 과거 성공한 영화들의 특정한 패턴이나 반전 효과들을 도 입하려 한다. 어떤 투자자는 이를 마치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적용해 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나리오에 적용할 수 있는 불변의 공 식이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여러 번 고쳐 쓴다고 해서 반드시 상업적으로 좋은 시나리오로 거듭난다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개발에 참여한 작가나 프로듀서는 모니터와 수정 과정을 멈출 수 없다. 시나리오 닥터링(scenario doctoring) 명분으로 시나리오에 ‘칼’을 대는 전문가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시나리오를 일일이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프로듀서나 투자자를 위해 시나리오를 미리 읽고 평가서를 쓰는 일을 전담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 은 영화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용되는 평가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제작 가능성을 검토한다. 대본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항목을 정해 놓고 도식적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전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현장에서는 위 열 가지 사항이 회자된다. 영화의 제목은 세 단어를 넘지 말아야 할 것이며, 18∼25 단어로 정리된 로그라인으로 영화의 핵심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도 그러한 도식을 인정하고 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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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영화의 핵심을 ‘한 줄 콘셉트’ 로 뽑아 설명하려는 태도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모든 것이 마케팅이라는 광범위한 시장 활동 속에서 대중을 관객으로 유인하는 요 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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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자금조달과 예산편성

프로듀서가 불확실하고 험난한 파이낸싱의 여정을 피해 갈 방법은 별로 없다. 시나리오는 넘쳐나고 프로젝트 간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고 실적이 좋은 프로듀서라면 투자자를 구하는 데 별 어려움 이 없을 것이다. 반면에 영화를 처음 제작하거나 과거 실적이 신통치 않 은 프로듀서라면 장점이 많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화제 작비를 구하는 방법은 뜻밖에 다양하다. 기업에서 투자받는 방법이 가 장 일반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 프리세일즈로 기획단계에서 제작비의 상당액을 확보할 수도 있고, 은행에서 직접 융자받을 수도 있다. 두 개 이상의 제작사가 공동 으로 제작비를 분담할 수도 있고, 벤처 캐피탈이나 공적 자금 등으로 구 성된 펀드를 신청할 수도 있다. 독립영화라면 후반작업 업체와 특약을 맺어 그 인건비나 장비, 시설이용비를 후불제로 계약할 수도 있고 투자 로 전환하여 제작비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그 어떤 방법이든 자금조달 은 프로듀서의 경험과 역량이 요구된다. 이 장에서는 제작비를 조달하 는 다양한 방식과 영화에 드는 예산을 어떻게 편성하는지에 대해 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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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의 출처 프로듀서가 영화제작비를 구하는 방법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자금의 출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이나 영화사 경영에서 발생하는 재무활동(finacing)은 여타의 기업이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 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는 활동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 지만 영화라는 상품의 성격이나 유통의 체계가 특수하므로 그러한 재무 활동의 대상이나 체계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으 나, 영화제작비의 출처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투자배급사 등 전략적 투자자의 자금 프로듀서가 가장 선호하는 자금은 영화의 배급권리를 확보하려는 배급 사나 후속 윈도의 유통사업자가 직접 투자하는 돈이다. 이들은 전략적 인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 보유한 유통망을 유지하기 위해 콘텐 츠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목적으로 영화에 투자한다. 영화제작비의 최 대 금액을 투자하고 배급권리를 가져가는 이들은 대개 멀티플렉스 체인 기업과 같은 상영기업을 계열화하고 있거나 수직통합하고 있는 메이저 이며, 통상 이들을 ‘메인’ 투자배급사라고 부른다. 메인 투자배급사는 스 스로 투자 위험도 낮추기 위해 공동투자자나 부분투자자를 섭외하여 제 작비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려 한다. <설국열차>(2013)의 배급사인 CJ E&M은 이 영화의 배급권을 확보 하기 위해 투자도 병행하였다. 20세기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사도 <런닝맨>(2013)에 전액 투자했다. 한국영화에서 투자배급사가 가지는 크레디트는 ‘〇〇〇〇 제공’이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혹은 이벤트 영화 에 투자할 경우에는 동급의 경쟁사와 제휴하여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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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한다. 공동제작자로 참여하여 국가별로 혹은 특정 윈도별로 배급권 을 확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스터 고>(2013)의 메인 투자배급사 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는 중국의 화이브라더스에 중국과 홍콩, 대 만, 동남아시아에 대한 배급권을 넘겼다. 화이브라더스가 전략적 투자 자로서 순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5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관할 권 역의 배급권을 원했기 때문이다. 통신사인 SK는 VOD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광해, 왕이 된 남 자>(2012)와 <늑대소년>(2012) 등에 투자했다. 국제적인 공동제작으 로 국가별로 배급 권리를 나누어 가질 수도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은 독일의 판도라필름이 참여했는데, 함부르크시에 서 33만 유로의 지원금을 받아 제공하는 조건으로 후반작업비를 함부르 크시 내에서 써야 하는 조건을 걸었다. 이후 판도라필름은 독일어권 3 개국(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1) 웬만한 규모의 배급사는 영화의 배급권리 혹은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13∼25편 정도의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아무리 대형 배급사 라고 하더라도 연간 52주 내에서 배급할 수 있는 영화는 한정되어 있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영화의 상영기간을 주 단위로 계산하고 있거니 와, 만일 배급한 영화가 흥행실적이 좋으면 한 달 이상 상영해야 하는 경 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박영화’가 두 편 이상 될 경우에는 실제 로 배급할 수 있는 영화의 수를 급히 줄이거나 배급을 그다음 해로 연기 해야 한다. 따라서 배급사는 가급적 30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연간 배급 편수를 결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1) 영화진흥위원회(2004), “국제공동제작영화 사례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에서 <여친소>까지”, KOFIC IPD 2004-1, p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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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는 본성적으로 완성된 영화를 유통하여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기업이며, 양질의 영화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모험적 으로’ 투자를 감행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투자수익을 무엇보다 우선시 한다. 한국영화에서 메이저 배급사를 ‘투자배급사’ 혹은 ‘메인(main) 투 자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배급사가 메인 투자자가 될 경우에는 제작비와 더불어 마케팅과 배급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책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영화의 프로듀서들은 가급적 국내의 메이저 배급사를 메인 투 자자로 정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메이저 배급사들이 배급·마케 팅 비용을 지급할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전국적인 배급망을 갖추고, 멀티플렉스 체인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한국 영화시장에서 메이저 투자배급사로는 CJ E&M 영화사업부 문,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NEW(Next Entertainment World),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시네마서비스 등이 있으며, 모두 외국 기업과 무관한 ‘토착’ 배급사라 할 수 있다. 한국영화가 산업적으로 성장하기 시 작한 1990년대에는 삼성, 대우,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영화 투자를 주도 했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후에는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겪게 되었고, 이후 CJ와 오리온의 쇼박스, 시네마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배급사가 할 리우드 직배사와 함께 시장을 분할 점유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프로듀서가 영화관의 상영기간을 보장받을 방법은 없다. 오로지 배급사만이 영화관에 대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로듀 서는 배급사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 배급사가 배급과 투자를 결정하는 계기는 수익률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이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프로듀 서나 감독의 과거 실적이 좋거나 신뢰도가 높을 때에는 보수적인 배급 사라도 호의적으로 프로젝트를 심사하게 된다. 인기 소설이나 프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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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 영화처럼 잠재적인 관객을 강력하게 유인할 만한 패키지에 대해서 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인다. 제작사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도 한다. 2000년 이후에 한국 내 메이저가 된 CJ E&M은 ㈜JK필름과 전 략적인 제휴관계를 맺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획개발비를 선 급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요컨대 한국의 메인 투자자는 제작비에 직접 투자하면서도, 배급·마케팅 비용을 책임지고, 배급 후 매출에 대한 정 산과 관리를 전담하는 배급사다. 제작사는 네거티브 픽업(negative pick-up) 계약으로 배급사와 관 계를 맺을 수도 있다. 네거티브 픽업은 제작사가 배급사와 단매(flat deal)로 판매계약을 맺어 영화제작 후 배급에 따른 손익을 미리 확정하 는 방법이다. 제작사는 메이저 스튜디오 등 유력 배급사와 체결한 배급 계약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작품을 인 도하면서 동시에 약정금액을 수취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네거티브 픽 업은 영화의 완성을 조건으로 배급사가 배급계약을 통해 영화를 사들이 는 것이다. 제작사는 이 배급계약을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 다. 배급사는 완성된 작품의 네거티브 필름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융자 해 준 은행에 최소보증금(minimum guarantee)을 넣는다. 해당 영화를 배급할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는 보증금을 지급하 지 않아도 된다. 영화의 권리를 배급사에 넘긴 것이므로 흥행 여부는 제 작사와 무관한 것이 된다.

부분투자자 등 재무적 투자자 부분투자자는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로서, 창업투자회사나 금융기관, 방송사, 부가판권유통사, 개인투자자 등이 이에 속한다.2) 한 국영화에서 부분투자자들은 ‘공동제공’이라는 크레디트를 받는다.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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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투자하는 목적은 수익률을 극대화하여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다. 특히 영화는 투자한 자금의 회수기간이 짧아 빨리 자본을 회전키려 는 창업투자사가 매력을 느끼는 사업이다. 따라서 저작재산권을 소유하 려 하기보다 경제적인 이익 분배에 만족하려는 경향이 있다. 메인 투자 자가 영화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부족한 제작비를 부분투자자로부터 조성해야 한다. 부분투자자들은 원칙적으 로 영화 제작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금을 송금해야 한다. 투자 할 때에는 제작사보다 메인 투자사의 의견을 더 신용하는 때가 많다. 한국영화의 배급권을 가진 메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체 계정에서 직접 투입하는 금액의 비중을 가능한 한 줄여서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 려 하므로 나머지 상당한 금액을 제공할 부분투자자들을 구한다. 메인 투자사는 보통 제작비의 20∼30%를 투자하는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 면 본 계정에서 투입하는 금액을 늘려나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NEW 가 메인 투자하고 배급한 <신세계>(2013)의 부분투자자는 이수창업투 자, 리딩인베스트먼트, 케이티하이텔, 동문파트너즈, 화인컷, 캐피털원 등이었다. 쇼박스가 메인 투자하고 배급한 <황해>(2010)에는 20세기폭 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사가 부분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한국영화에서 대표적인 부분투자자는 투자조합이다. 1990년대 삼 성과 대우와 같은 대기업이 영화에 투자하기 이전에는 제작사가 지방의 배급사나 극장으로부터 일종의 선급금이라 할 수 있는 전도금을 받아 영화를 완성하였다. 대기업이 영화시장을 주도하면서 지방 배급사나

2) 2013년 현재 한국영화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부분투자자로는 유니온투자파트너스(구

소빅창투), CJ창투, 산수벤처스(구 BMC 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MVP창업 투자, 이수창투, 동문파트너즈, 캐피탈원, 아시아인베스트먼트, 우리인베스트먼트(구 보 스턴창투), 지온인베스트먼트, 대성창투, 미시간벤처캐피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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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극장의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에 이러한 전도금도 점차 사라졌다. 곧이어 등장한 새로운 투자 재원은 창업투자사였다. 1996년 일신창투가 한국영화에 투자한 이래 창투사의 금융권 자본은 빠른 속도 로 한국영화의 제작비로 유입되었다. 1999년 이후에는 이 회사들이 영 상전문투자조합을 설립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투자와 배급에 관여하였 다. 창투사는 스스로 업무집행조합원이 되어 투자를 주도하였고, 유한 책임 조합원과 공적 자금을 대는 특별조합원을 끌어들여 대규모의 자본 을 확보하였다. 영상전문투자조합이 자신의 자산 중 60% 이상을 영상 산업 관련 사업에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한국영화산업은 이의 혜택을 받아 크게 성장하였다. 영상투자조합이 크게 활약했던 2003년에는 34 개의 펀드가 운용되었으며, 총결성액은 3000억 원에 이르렀다. 2000년대 이르러 CJ와 오리온, 롯데와 같은 대기업이 새롭게 참여 하면서, 한국영화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영화 사들도 동반 성장하였다. 이 새로운 대기업들은 멀티플렉스 체인 기업 을 계열화하고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투자배급사의 면모를 갖추어 나갔다. 쇼이스트나 IM픽쳐스 등 많은 투자배급사가 생겨났다 가 사라졌으며, 시네마서비스와 오리온은 일부 사업부문을 분할 매각하 거나 합병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 투자의 물꼬를 트 고, 공공자금을 활용한 창투사의 투자펀드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풍성한 제작비를 확보한 한국영화는 다양한 소재와 높은 품질로 더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유인하였다. 최근 영화의 부분투자는 영상전문투자조합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영화 제작비 투자 총액 중 차지하는 투자 비율은 30∼50% 정도에 이른다. 이 투자조합들은 부분투자자로서 영화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데, 대개 한국모태펀드(Korea fund of funds)에 응모한다. 중소기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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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적 자금을 한곳으로 모아 2005년 4월 설립한 모태펀드는 개별 기업 의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창투사 등 벤처캐피탈이 결정하여 운영하는 투자펀드에 출자하는 거대 펀드를 지칭하는데, 2012년 8월 말 까지 1조4792억 원 규모로 조성되었다. 이 중에서 콘텐츠펀드 출자 재 원은 문산기금 2820억 원과 영화기금 1020억 원을 합쳐 총 3840억 원이 다. 운영은 한국벤처투자(주)가 맡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투자조합 출자사업도 2010년 이후 모태펀드 영화 계정으로 바뀌었다. 모태펀드에 응모한 투자조합이 심사에 통과하여 선정되면, GP(general partner, 업무집행조합원)로서 ‘자(子)펀드’를 만들어 영화 에 투자한다. 이 투자 재원이 한국영화 제작비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모태펀드에서는 영화 투자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펀드는 없지만, 기획개 발전문투자조합이나 다양성영화전문투자조합, 글로벌콘텐츠투자조 합, 중저예산영화전문투자조합처럼, 더 특화된 영역을 강조하는 펀드 를 꾸릴 수 있도록 공적 자금을 지원한다. 메인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 면, 부분투자자에게 투자의향을 묻고 그 규모를 합의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부분투자자인 창투사나 펀드 매니저가 메인 투자자에게 투자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부가판권 업체나 광고대행사가 영화의 부분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후속 윈도에서 콘텐츠를 서비스하려는 콘텐츠 공급자나 플랫폼 사업자 배급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제작비 일부를 투자하는 것이다. 예 를 들어 방송사는 방영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다. 광고대행사 는 광고대행권을 얻기 위해 투자한다.

공적 자금이나 각종 지원제도 상업적 잠재력이 높은 영화라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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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상업성이 낮은 독립영화라면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subsidy) 혹은 공적 자금(public fund)을 신청하는 것이 좋다. 공공기관은 공적 투자자(public investor)라고 할 수 있는데, 예술적 성 취를 열망하거나 교육적 효과와 사회적 정의 등 공동체의 이익에 일조 하는 영화의 제작을 지원한다. 영화를 위한 보조금 제도는 1930년대 독 일과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지원한 것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본격 적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였다. 그 목적은 할리우드 거대기업의 시 장지배에 저항하는 데 있었다.3) 공적 자금이나 정부 보조금, 각종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제작비 확보에 관한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를 산업적으로 육성하려는 국가들은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으며,4) 각종 예술 활동 장려금 지원제도, 더 나아가 세금감면(tax break)이나 세금우 대(tax benefit)와 같은 제도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 머니(soft money)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지원제도 는 자국의 영화산업 육성과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 장악에 대응하려는 전략 때문에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각종 예술위원회나 비영리 재단, 영화제 등에서 크고 작은 예술 기금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잘 이용하면 제작비의 45%까지 조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외 공동제작을 시도하는 프로듀서들은 이에 관한 정보와 절차를 숙지하고 있다.

3) Dale, Martin(1997), The Movie Game: The Film Business in Britain, Europe and America, London: Cassell, p.181. 4) 한국영화의 정책지원전담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의 보조금도 작지 않다. 영화진흥위

원회는 2002년부터 2008까지 영상전문투자조합에 연간 100억 원가량 투자하다가 2005 년 4월부터 한국 모태펀드를 통해 지속해서 한국영화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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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는 캐나다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고, 독일에서 투자를 받 고, 영국의 세금우대제도를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사기업의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프랑스의 공적 자금을 받기 위해 프랑스 회사 와 공동 제작할 수도 있다. 독립영화라면,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운영하 는 후버트 발스 펀드(Hubert Bals Fund)와 같은 기금에 프로젝트를 제 출해 상금을 받아 제작비에 보탤 수도 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공동제작을 지원하는 기금들도 있다. 유럽의 영상지원펀드인 유리마쥬(Eurimage)는 1989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 다. 36개국이 이 기금에 가입되어 있으며, 연간 60여 편의 장편영화가 이 기금을 이용하여 제작한다. 작품성을 가장 강조하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한 영화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MEDIA도 유럽 안에서 기획되 는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러한 지원제도는 궁극적 으로는 문화 다양성을 확대하고,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지배에 대응하기 위한 범유럽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는 지역별로도 170여 개의 공공펀드와 600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아시아 지역에는 이러한 초국적 공적 기금이나 제도가 아직 없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금들도 제법 많다. 영국의 글라스고우시가 유럽개발기금(Europe Development Fund)을 받아 지원한 신인감독의 영화가 <쉘로우 그레이브(Shallow Grave)>(1994)였다. 유럽개발기금 은 유럽 내의 도시 중 전체 평균보다 소득이 낮은 도시에 제공한 공적 자 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상위원회를 가지고 있는 지자체 대부분이 영화 기획개발이나 제작을 위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 산영상위원회는 지원을 확대하여 2013년부터 30억 원 규모의 기획개발 제작펀드를 운용한다. 보조금 운영의 목적은 지자체의 영상산업을 유 치하려는 것 외에도 지역 홍보나 관광산업과 연계시켜 지역 경제를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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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하려는 데에 있다. 국제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마켓에서도 제안서 심사나 피칭으로 제공되는 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일례로 1996년 창설 된 부산국제영화제는 PPP(Pusan Promotion Plan)이라는 프리세일즈 마켓을 부대행사로 운영해왔다. PPP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영화제에 서 운영하는 씨네마트(CineMart)처럼, 기획개발에 필요한 보조금을 주 는 일종의 시나리오 시장이었다. PPP에서 발굴된 상당수의 아시아 프 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 현재 부산 영화제는 APM(Asian Project Market) ACF(Asia Cinema Fund)를 통해 다양한 상금이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도둑들>(2012), <베를 린>(2012), <설국열차>(2013), <협녀>(2013) 등이 투자를 받기 전에 APM의 상금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오멸, 연상호 등의 독립영화 감독 들이 상금을 받았다. ACF는 개발비와 후반작업비를 지원한다. 전주영 화제도 프로젝트 피칭으로 개발비를 보조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 다. 따라서 자신의 프로젝트가 상업성보다는 예술성 혹은 사회적 메시 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면, 사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동시에 공적 자 금을 받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후불제 인건비지급계약과 PPL 등 기타 방식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한 인력이나 출연 배우들과 후불제 인건비 (deferred payment)와 같은 특별한 계약을 체결하여 제작비를 낮추는 전략도 있다. 주로 저예산으로 예술영화를 제작하려는 독립영화 제작사 가 선호한다. 요컨대 영화가 배급된 후 정산하여 인건비를 후불제로 지 급하기로 하는 대신 이익이 나면 인센티브를 얹어 주기로 하는 것이다. 장비를 보유하고 있거나 전문적 기술을 가진 제작 인력은 현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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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하고 이를 투자로 인정받거나 인건비를 후불제로 계약하여 영화 개 봉 후 이익이 났을 때, 애초 약속한 인건비와 이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받 을 수 있다. 녹음실이나 현상소 등 후반작업 전문 회사들과도 이러한 방 식으로 계약(lab deal)할 수 있다. 영화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할 수록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배우가 자신의 출연료를 제작 비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 섬에 가고 싶다>(1993)에 출연한 배우 안성 기와 문성근은 자신들의 출연료를 투자비로 전환하고, 이익이 생기면 돌려받기로 한 바 있다. 프로젝트가 우수하거나 프로듀서와 감독에 대 한 신뢰감이 높을 때 가능한 방법이다. 후불제 인건비를 추천할 만한 프로젝트는 재기발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이다. 때로는 제작비 규모가 제법 큰 영 화들도 제작비 절감을 위해 이 방식을 응용한다. 물론 연이은 상업적 실 패로 파이낸싱이 곤란해진 프로듀서도 구사하는 방법이다. PPL(product placement)은 영화를 제품 홍보의 한 유형으로 보고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과 제휴하는 전략이다. 영화사는 영화의 장면 속 에 제품과 브랜드 로고를 노출하는 조건으로 기업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제작비로 활용할 수 있다. 영화 속에 제품을 배치하여 광고 효과를 거두 려는 의류, 자동차, 쇼핑몰, 장난감, 과자, 담배, 음료, 패스트푸드점, 휴 대 전화기, 목욕 용품, 화장품, 냉장고 등 그 어떤 상품도 PPL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거울 속으로>(2003)는 자동차대여업체인 AVIS와 PPL 계약을 맺어 영화의 장면 속에 회사의 로고를 현시하는 조건으로 현금 외에도 차량을 지원받았다. <가문의 영광>(2002)도 현대카드를 PPL하고 현금을 받았다. PPL은 영화 속에 배치할 제품이 영화의 내용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 는 것이 자연스럽다.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과도한 노출은 관객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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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 는 선에서 노출 정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인공의 대사에 제품 에 대한 언급이 있으면, PPL 계약의 조건은 훨씬 유리해지고 더 많은 현 금이나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뜨거운 것이 좋아>(2007)에 서 여주인공이 놀이공원에 가는 장면에서 ‘에버랜드’라는 단어를 언급 했는데, 이 때문에 그곳에서의 촬영 조건이 훨씬 좋아지기도 했다. <007 스카이폴(Skyfall)>(2012)은 PPL로 총 4500만 달러를 거두어들인 것으 로 알려졌는데, 이는 총제작비의 1/3에 이르는 금액이다. 제임스 본드 가 하이네켄을 마시는 것도, 폭스바겐의 비틀이 망가지는 것도 모두 PPL과 관련이 있다. 이외에도 영화사업에 관심이 있는 개인, 제작사나 배급사와 업무상 연관된 광고대행사나 온라인 비즈니스 유관업체 등이 영화에 투자하기 도 한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는 제작사가 이익을 취하기 이전에 투자 원금과 그에 따른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먼저 회수하고자 한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투자 원금 모두를 되돌려 주기 전에 영화제작이나 개발을 위해 사용한 경상비 등의 간접비를 확보하고자 하는데, 여기에 서 발생하는 이견은 어느 편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따라 조정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는, 투자자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순서가 정해진다. 공적 자금의 회수는 후순위일 때가 많다. 때로는 회수 의무가 없는 장려금이나 상금일 때도 있다. 부분투자자인 제3의 수익참 여자는 메인 투자사와 제작사 측에서 구성하게 되는데, 투자 원금의 회 수방식은 수익 참여의 순서나 조건에 따라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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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조달이나 은행 융자금 자체 조달(full-financing)은 프로듀서나 감독이 직접 나서서 제작비를 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제작사는 자기자본 투자자가 된다. 과거의 흥행 사들 상당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프로듀서가 재력가일 수도 있다. 재력 가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아야 한다. 투자자를 구 하지 못하면, 친인척이나 지인에게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프 로듀서의 지인이 투자한 경우라 하더라도, 배급을 위해 배급사와 제휴하 거나 펀드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자체 조달 방식에서는 영 화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전적으로 제작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원천으로 자기자본이나 심지어 은행차입금을 활용하기도 한다. 제작비를 초과하게 될 경우, 프로듀서가 은행에서 대출하여 영화를 완성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을 때, 프로듀서는 프리 세일즈 가능성을 전제로 제작비의 부족분을 신청하는데, 금융기관은 선 불금이나 보증금을 담보로 취득하고 완성보증회사가 완성보증증권을 발행하면 프로듀서에게 자금을 융자해 준다. 자금을 제공한 은행에 이 익금을 분배해 줄 필요는 없지만,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미국영화업계에서는 은행 융자금이 제작비로 많이 투입되지만, 한 국영화에서 은행의 투자금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혹 프로듀서가 제작비를 초과한 프로젝트에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융자한 돈을 제작비에 투입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때 프로듀서는 흥 행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는데, 배급을 배급사에 위탁하여 다행스럽게 도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원금을 회수해 줄 수 있다. 투자 원금 을 회수하는 데에는 족히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자체 조달은 프로듀 서에게 경제적·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방식이다. 최근 IBK기업은행과 같은 금융권의 영화 투자나 융자는 주목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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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하다. 그동안 국내 금융권은 영화를 수익률이 낮고 불안정한 아이템이 라고 보고 투자를 꺼려 왔다. 금융권의 투자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한국영화의 수익률이 점차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IBK는 2011년부터 저리 융자나 펀드를 통해 한국영화, 드라마, 공연, 애니메이션에 간접적 으로 투자해 왔다. 2012년에는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콘텐츠사업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아직까지는 직접투자보다는 저리융자를 선호하 고 있다. 투자에 참여한 영화로는 <연가시>(2012), <타워>(2012), <베 를린>(2013), <설국열차>(2013) 등이 있다. 6억 원을 투자한 <연가시> 는 75%의 수익률을, 10억 원을 투자한 <베를린>은 24%의 수익률을 올 렸다고 한다.5)

자금조달 방식과 투자과정 지난 십 년 동안 한국영화가 빠르게 성장한 것에 비해 그 투자수익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은 2004년 3.1%, 2005년 7.9%에 이르렀으나 이후 계속 나빠져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40.5% 와 –43.5%까지 적자 폭을 넓혔다. 2012년에 이르러서야 13.0%로 개선 되었다. 불안정한 투자수익률은 투자 의지를 반감시킨다. 프로듀서는 더욱 절박하게 ‘안전한’ 투자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5) 류영상(2013.10.28.), “창조금융 바로 이런 것: 기업銀 <연평해전> 영화투자 눈길”, 매

경닷컴, http://people.incruit.com/news/ newsview.asp?gcd=21&newsno=1401753&pco=586&utm_campaign=Nsyndication&ut m_source=naver 참조. 기업은행은 <연평해전> 제작사가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 신청을 하자, 20억 원을 투자하고 투자주관사로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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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정적인 파트너는 투자까지 해 주는 배급사일 것이다. 투자 조건 에 따라 프로듀서가 배급사에 양보해야 하는 것도 있다. 향후 배급·마 케팅비를 구해야 하는 프로듀서로서는 배급을 보장해 주고 투자까지 해 주는 메이저의 ‘픽업’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배급사에서 투자받는 방식 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 영화마다 제작 여건이나 거래 조 건이 다르므로, 그 제작비를 조성하는 방식은 차별적으로 전개된다.

메이저 스튜디오 방식 자금조달 과정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지원을 받는 방식과 독립영화 방식 으로 나누어진다. 스튜디오와 일하는 프로듀서는 이른바 ‘PFD 계약 (production financing and distribution agreement)’을 체결하게 된다. 프로듀서는 재정적 측면에서는 부침 없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지만, 대 신에 창작에 대한 결정권(creative control)을 행사하기 어렵고, 많은 권 리와 이익을 스튜디오에 넘겨야 한다. 스튜디오 방식은 크게 일곱 가지 로 나눌 수 있다.6)

∙ 기획개발 방식(development route) ∙ 패키징 방식(packaging route) ∙ 갭 파이낸싱과 사전판매 방식(gap financing and pre-sell route) ∙ 배우-파트너 방식(actor-partner route) ∙ 공동제작(co-production route) ∙ 딜메이커 방식(dealmaker route)

6) Simens, S-S(2003), From Reel to Deal, New York: Warner Books, pp.99∼120을 기초

로 하여 쓰되, 내용을 추가하여 재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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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개발은 가장 일반적인 파이낸싱 방식이다. 누구든지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 메이저가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와 재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가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작가를 고용하여 시나리오를 개발하게 된다. 몇 차례의 수정본이 나오고 이에 대해 메이 저가 좋게 평가하면, 스타급 배우(A-list actor)에게 시나리오를 보내 출 연 의사를 타진할 수 있다. 메이저는 메이저대로, 주연배우는 주연배우 대로 각자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계속 고치기도 한다. 끝도 없이 시나리오를 고쳐야 하는 이른바 ‘개발 지옥(development hell)’이 시작되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개발 지옥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지만, 개발기간이 5년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 투자사는 스타급 주연배우가 확정되었을 때 훨씬 빠르게 투자를 결정한다. 패키징 방식은 미국에서 많이 활용해 온 방식으로,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 Agency), ICM, CAA(Creative Artists Agency), 인데버 (Endeavor), UTA와 같은 패키징 전문 회사들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파 이낸싱은 물론 주연배우를 캐스팅할 방법을 아직 잘 알지 못하는 프로 듀서가 접근해 볼 만하다. 패키징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작가, 배우, 감 독 등 예능인들 매출의 10%를 수수료로 챙긴다. 만일 에이전시가 전체 패키지를 완성하여 판매했다면, 전체 예산에서 3∼5%의 패키징 수수료 를 받을 수 있다. 덧붙여 흥행성과급을 더 받을 수도 있다. 개인이 패키 징만을 전문으로 하여 프로젝트를 메이저에 제안하여 성사시키고 이에 대한 성과급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영화에서 ‘기획 프로듀서’라는 타이 틀은 시나리오만을 개발한 경우 외에도 이러한 패키징을 주도한 프로듀 서를 가리킨다. 개인이 영화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특정 영화를 패키 징하고 그 대가로 제작사 지분에서 흥행성과급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 다. 패키징 회사와 다른 점은 수수료 대신에 제작사의 프로젝트 지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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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받는다는 점이다. 갭 파이낸싱과 사전판매 역시 활용도가 높은 자금조달 방식이다. 해외 구매자들이나 은행가, 보험회사 임원들을 밀어붙이는 능력이 필요 한 방식이다. 갭 파이낸싱에서는 많은 계약서와 문서작업이 수반된다. 칸영화제 마켓이나 AFM(American Film Market)에 참가하여 갭 파이낸 싱을 시도하는 프로듀서도 많다. 프로듀서는 대본과 예산, 감독과 배우 의 출연약속 등으로 구성한 패키지를 가지고, 필름 마켓에 참가해서, 국 가별로 사전판매하는 순서로 제작비를 조달한다. 사전판매 가격은 완 성 후의 판매가보다 약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사전판매에서 현금 을 받는 것은 아니며, 프로듀서의 프로젝트를 확약해 주는 재정 보증 (financial guarantees: pre-sell contracts, 사전판매계약)을 받게 된다. 현금은 외국 구매자가 완성된 필름의 네거티브나 디지털 마스터를 받은 후에 지급할 것이다. 그러면 프로듀서는 사전판매보증서를 은행에 제 출하고, 이를 담보로 제작비를 융자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갭 파이낸싱은 (은행이 ‘배급권’이라는 담보 없이도 제작비를 융자 해 주어) 제작비의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갭(아직 팔리지 않은 국 가나 권역)을 배급권의 판매를 전제로 예상 판매액을 정해서 은행에서 융자받으려 하는 방식이다. 만일 프로듀서가 사전판매로 제작비의 80% 를 구했다면, 은행은 나머지 20%를 줄 수 있다. 즉 제작비 예산과 배급 권 사전판매액 간의 차액인 갭을 메워 주는 것을 말한다. 융자의 규모는 과거 가격을 기준으로 팔리지 않은 지역의 배급권 가격을 예측하여 결 정하게 된다. 과거 미라맥스(Miramax)나 뉴라인(New Line)같은 배급 사들이나 코먼(Roger Corman), 스태블러(Steve Stabler), 커브(Michael Curb) 같은 저예산 영화의 프로듀서들이 이 방법을 활용하였다. 갭 파 이낸스 회사들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각본과 캐스팅, 배급이 결정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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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배급계약서, 완성보증증권(completion bond) 등이다. 융자기간 은 14∼18개월 정도다. 영화가 기획단계나 완성 이전에 판매되는 것 모 두가 사전판매라 할 수 있다.7) 배우-파트너 방식은 프로듀서와 배우가 파트너가 되어 제작비를 구 하고 영화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프로듀서는 ‘힘 있는’ 주연배우를 찾아 야 한다. 파트너가 될 만한 배우가 프로덕션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스튜디오 개발계약을 맺고 있고, 새로운 프로젝트와 대본을 구매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좋다. 배우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프로듀서 를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각 스튜디오는 개발과 프로덕션 파이낸싱을 하는 A급 배우의 회사 들과 연계한다. 디즈니(Disney)는 브루스 윌리스의 플라잉 하트(Flying Heart)와, 글렌 클로스의 트릴리움(Trillium Entertainment)과 협력하 고, 파라마운트는 톰 크루즈의 C/W, 멜 깁슨의 아이콘(Icon Films), 조 디 포스터의 에그 픽쳐스(Egg Pictures)와 관계가 깊다. 워너도 조지 클 루니의 섹션 에이트(Section Eight),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말파소 (Malpaso), 산드라 블록의 포티스(Fortis Films)와 함께 일해 왔다. 전 세 계적인 스타급 배우라면, 스튜디오와 기획개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 경우 창작에 대한 결정권은 여지없이 배우에게 넘어간다. 영화산업의

7) 2013년 2월 7일 발간된 유럽필름마켓(Europe Film Market)의 소식지인 ≪스크린 인터

내셔널≫은 <설국열차>(2013)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사전판매되는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설국열차>는 단지 10분 분량의 영상만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Weinstein Company)에 북미,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의 영어권 국가의 배급권을 판매했다. 이어, 프랑스, 일본, 동유럽, 남미, 스칸디나비아 반도, 중동, 동아시아 지역 등에도 판매하여 2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디 워>(2007)도 칸 영화제 기간 중 마켓에서 대대적인 사전 판매를 시도했다. 이후 상당수의 한국영화가 마 켓에서 괄목할 만한 사전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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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제법 커진 국가에서는 스타 배우가 대표이거나 배우의 소속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예도 증가하고 있다.8) 공동제작은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듀서나 두 개 이상의 제작사가 위 험을 분담하는 대신에 잠재적인 이익을 공유하려는 방식이다. 공동제 작자들은 현금이나 현물, 재능으로 다양하게 제작에 기여할 수 있다. 일 반적으로는 제작사가 공동투자자를 모집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작품의 판권에 대한 권리를 지분비율에 따라 이전한다. 일례로, 프로듀서가 선 위비용(above-the-line)을 책임지고, 파트너가 자국의 공적자금을 지원 받아 선아래비용(below-the-line)을 책임질 수 있다. 외국 파트너는 그 대가로 영화에 대한 자국 내 권리를 가지기도 한다. 할리우드에서는 대 작영화가 늘어남에 따라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튜디오끼리도 수 평적으로 공동제작을 시도한다. 해외 공동제작에 투자하여 거둘 수 있 는 수익의 기반으로는 투자자의 자국 내 배급권리, 세계 배급수익에 따 른 투자금회수청구권, 세계 배급이익에 따른 배당청구권 등이 있다. 공 동제작에서 발생하는 쟁점은 창의적 요소에 대한 결정권(creative control), 비즈니스에 대한 최종결정권, 수익분배 방식, 크레디트, 저작 권 소유 등이다. 딜메이커 방식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프로듀서가 자력으로 창의적 인 비즈니스 거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프로듀서는 스스로 훌륭한 대 본을 옵션 구매하고, A급 스타 배우의 출연약속을 받아낸 후 자금을 조 달한다. 프로듀서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국가별로 각기 다른 윈도

8) 배우매니지먼트회사인 NoA가 창립한 ㈜환타지오가 삼거리픽쳐스와 공동제작한 영

화 <러브 픽션>(2011)은 소속 배우인 하정우가 중심이 되어 제작된 영화라 할 수 있다. <도가니>(2011)도 당시 공유의 소속사였던 NoA의 계열사인 ㈜환타지오가 공동제작에

참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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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판권을 유리한 조건으로 사전판매하면서 제작비 전액을 끌어모은다. 아놀드 코펠슨(Arnold Kopelson), 브라이언 그레이저(Brian Grazer), 피터 구버(Peter Guber), 아논 밀션(Arnon Milchan), 조 로스(Joe Loth)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가장 성공적인 프로듀서의 전형이라 할 수 있 으며, 당연히 메이저와의 협상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오랫동안 프로 듀서로서 성공시킨 출중한 영화들이 많고, 그로 인해 획득한 상징자본 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단기간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메이저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 방식 메이저 배급사와 연관된 ‘안정적인’ 경로와 어떠한 연관도 맺지 않고, 자 금을 조달하는 ‘독립적인’ 프로듀서도 적지 않다. 독립적 방식은 메이저 에 휘둘리지 않고 창의적 결정권을 가지려는 프로듀서가 선호한다. 제 작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 프로듀서도 선택할 수 있는데, 우선 자기 자본 이나 지인의 돈을 받아서 영화를 완성한 후에, 만일 그 영화의 완성도가 훌륭하다면 거래를 시작해 보는 방식이다. 제작비를 투자하면서도 창 작에는 관여하지 않고 그 투자액의 한도에서 유한책임만 지는 출자자 (limited partner)를 찾아낼 수도 있다. 독립영화 프로듀서는 영화를 완성한 후 배급을 메이저에 맡길 수도 있다. 개별 영화의 성격이나 목표하는 시장에 따라 중소배급사에 맡길 수도 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배급사를 결정해 두고 싶으면, 좋은 시나 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나리오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는 때 가 이 시기다. 즉 메이저와 어떠한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지 못한 프로듀 서라면, 시나리오를 매력적으로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예산과 촬영 스케줄, 투자자가 호감을 느낄 만한 배우나 참여 인력, 스토리보드 등도 잘 챙겨둘 필요가 있다. 제작계획서에는 시놉시스와 예산서, 출연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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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핵심 인력의 이력, 출품하려는 영화제 목록, 배급 계획, 해외 판매 계 획 등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투자자가 반드시 영화 투자 경험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부동산 업자일 수도 있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대표일 수도 있다. 독립 프로듀 서라면 돈을 가진 그 어떤 기업이나 개인도 접촉해 볼 필요가 있다. 프로 듀서는 투자자에게 흥행 성과급의 조건에 대해 제시해야 한다. 원금 회 수의 순서를 정하고 어떤 투자자에게 최우선적 지위(first position)를 제시할 것인지, 투자금의 이자 등 금융비용을 어떻게 반환(interest return)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투자자와 합의해야 한다. 어떤 투자자도 손실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간혹 ‘예술’과 친숙해지 려는 투자자는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을 지향하는 영화들에 관심을 가진 다. 유명한 국제영화제에 참여하여 명성을 얻고자 하는 이들도 마찬가 지다. 비영리 기구나 재단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금도 제작비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후원해 줄 수 있는 단체와 비영리 기구의 지원 정책이나 기금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특 히 다큐멘터리나 특정한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극영화를 제작하려고 할 때에는 이러한 후원자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모금활동이나 캠페인을 통해 제작비의 상당액을 구할 수 있 다.9)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현재 독립영화가 가장 많이 이

9) 1993년 여름부터 장장 7년간 ‘100피트’ 후원 배지로 제작비를 모금한 다큐멘터리 <낮

은 목소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시리즈(1995/1997/1999)는 대표적인 펀딩 캠페인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보임제작소는 일본에서 히로시마 원폭 관련 다큐멘터 리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제작위원회(유한회사)가 이러한 캠페인으로 제작비를 모금한 사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유사한 기금모금을 전개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 일>(1995)도 모금 캠페인으로 영화를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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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는 자금조달 방식 중 하나다. 2000년대 이후 출현한 이 방식으로 제 작비를 마련한 영화들은 제법 많다. 국내에서는 2007년 처음 시작되어 2013년 15개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진행수수료는 5∼6% 수준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는 투자가 아니므로, 기부금이나 후원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3년 9월 미국에서 ‘지분투 자형 크라우드 펀딩(equity crowd funding)’을 가능하게 만든 신생기업 지원법, 일명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게 되면서, 주식 발행을 통해 이윤을 배당받을 가능성이 열 리게 되었다. 신생 기업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 이 법으로 영 화제작자는 더 많은 ‘미지의 투자자’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독립 영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영화는 지금까지는 법적인 제한점 때문에 지분투자형이나 대 출형보다는 기부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했다. <26년>(2012)은 순 제작비 46억 원 중 7억 4120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처음에는 굿펀 딩을 통해 후원금 10억 원을 목표로 했으나 기간 내에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제작두레를 통해 다시 후원금을 모집한 것이다. <지슬: 끝나지 않 은 세월2>(2013), <노리개>(2013), <또 하나의 가족>(2013)도 제작비 나 마케팅 비용의 상당액을 모금으로 확보하였다. <굿바이 보 이>(2011)나 <어머니>(2012), <1999, 면회>(2013)와 같은 저예산 독립 영화도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였다.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에게 더 적 극적으로 금전적 보상을 해 주기 위해 대출형 투자를 시도하는 영화들 도 있다. 제작비를 모금하면서 마케팅 효과도 거두려는 영화도 있다. <바람 난 가족>(2003)은 현재의 크라우드 펀딩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모금 캠 페인을 벌였다. 당시의 인터넷 펀딩은 제작비 일부를 대중으로부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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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정산을 해야 했다.10) 투자한 사람들은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렸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영화사는 제작비를 확보하면 서 동시에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들 이외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비를 조달하는 영화들이 등장하였다. 영화의 제작과 배급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투자의 방식도 달라졌다. 할리우드의 스튜디오가 지난 십 수 년 동안 구사한 가장 특이한 제작방 식은 경쟁 스튜디오와 공동제작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판권분 할(split rights)이라 할 수 있는 이 방식은 서로 협력할 것 같지 않은 경쟁 스튜디오들이 손잡고 제작비를 분담하고, 투자금액의 비율에 맞추어 시 장이나 권리를 나누는 방식이다. 흥행에서 실패할 경우, 투자사가 치명 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 고안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탄 력적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타이타닉(Titanic)>(1997)이다. 이 영화는 1억 3000 만 달러의 예산으로 출발했던 초대작이다. 당시 이 영화의 배급권을 가 진 20세기폭스는 홀로 투자를 감행하기에는 이 영화의 제작비가 너무 크 다고 판단하여 경쟁사인 파라마운트에 공동 출자를 제안한다. 말하자면, 시장의 경쟁자끼리 연합한 것이다. 파라마운트는 제작비의 절반인 6500 만 달러를 출자하되, 예산을 초과한다 할지라도 추가로 투자하지 않는다 는 조건으로 북미 지역의 배급권을 넘겨받는다. 파라마운트의 예상대로 <타이타닉>의 제작비는 2억 달러를 넘어선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10) 인터넷 펀딩은 ‘유사수신행위’로 간주하여 불법화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제작비 조

성 방식은 소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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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으로 성공하여,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21억 8500만 달러를 거 두어들이며 모든 기록을 경신한다.11) 파라마운트는 계약에 따라 추가적 투자 없이도 어마어마한 이익을 거두게 된 것이다. <브레이브 하트(Braveheart)>(1995)도 파라마운트와 20세기폭스 가 공동으로 출자한 영화다. 제작비의 40%를 투자한 파라마운트는 미 국 배급권을, 60%를 투자한 20세기폭스는 해외 배급권을 가졌다. <글 래디에이터(Gladiator)>(2000)는 드림웍스와 유니버설이, <라이언 일 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1998)는 앰블린(Amblin)과 드림웍 스, 파라마운트 등이 참여했다.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1997)도 소니픽쳐스와 디즈니, 비콘이 참여한 대작이다. 한국영화 <마이 웨 이>(2011)도 대기업인 SK와 CJ가 50%씩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시키려 한 영화였다. 두 번째 방법은 스튜디오가 독립영화사를 계열화하는 경우다. 메 이저와 독립영화사의 이러한 공조전략은 점차 증가하는 제작비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별개 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열화된 프로덕션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 에 속한 독립영화사가 만든 대표적인 영화가 <식스 센스(The Sixth Sense)>(1999)다.

디즈니는

1998년

스파이글라스(Spyglass

Entertainment)를 창설한다. 스파이글라스는 제작비 대부분을 출자회 사의 투자와 해외 사전판매만으로 조달하여, 은행차입을 최소화하였 다. 당시에 디즈니는 스파이글라스와 5년간 15편의 영화를 공급받기로

11) <타이타닉>의 북미시장에서 6억 5867만 달러, 해외에서 15억 2700만 달러의 박스오

피스 매출을 거두어들였다. http://www.the-numbers.com/movies/1997/TITAN.php 참 조(접속 열람일: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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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했었다. <식스 센스>는 제작비 3500만 달러에 제작되었는데, 브루 스 윌리스가 출연한 영화치고는 꽤 저예산이었다. 흥행은 보란 듯이 성 공하여 6억 5000만 달러를 거두어들였다. 메이저가 스스로 제작비를 낮추려는 이러한 전략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최근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한국영화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나 타나고 있다. 저예산 영화를 전담해서 배급하기 위해 창설된 브랜드도 있다. CJ E&M 내의 필라멘트(Filament)는 <화차>(2011), <티끌 모아 로맨스>(2011)에 투자하고 이를 배급한 바 있다. <화차>의 순제작비는 18억 원이었고, <티끌 모아 로맨스>는 13억 5천만 원이었다. 메이저가 관여한 이러한 양질의 영화를 스마트 시네마(smart cinema)라 할 수 있 는데, 공통적으로 소비문화의 순응주의보다는 선택의 가능성을 가진 차 이를 선호하는 관객에 소구한다.12) 메이저가 예술영화의 투자나 배급 까지 영역을 넓히는 경우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물론 예술성이 높으면 서도 대중성이 높은 영화일 때 투자한다.

투자과정 그렇다면, 투자사가 투자를 결정하고 배급한 이후 매출을 정산하는 과 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한국영화에서는 프로듀서가 메인 투자사에 시 나리오와 제작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프로듀 서가 투자사에 시나리오를 제출하면, 투자심사위원회가 소집된다. 투 자가 결정되면 제작에는 청신호(green light)가 켜지는 것이다. 일례로 CJ E&M에서는 전사 차원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심사하

12) Stafford, Roy(2007), Understanding Audiences and the Film Industry, London: BFI,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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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심사위원회의 구성원은 각 팀(투자, 마케 팅, 배급, 영화제작, 전략기획팀 등)의 팀장급이 된다. 이 자리에서 공식 적으로 투자 여부가 결정된다. 투자심사위원회가 투자를 결정하면, 메인 투자사는 회사의 본 계정 내에 있는 자체 자금에서 제작비의 20∼30%를 투입하기로 한다. 제작 비의 나머지 70%는 프로듀서와 함께 부분투자자를 섭외하여 확보한다. 부분투자자는 프로듀서가 제안하는 프로젝트의 품질과 대중성을 중시 하지만, 무엇보다도 투자배급사의 시장점유율을 따지게 된다. 투자 위 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분투자는 영화 제작에 참여하여 이익을 바라는 재무적 투자자들이다. 메인 투자사는 프로젝트의 위험성이 높을수록 부분투자자를 의욕적으로 유인하여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한다. 반대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면 자체 자금의 투자 비중을 높이려 한다. 영화제작은 일반적으로 프로덕션을 운영할 수 있는 제작사에서 진 행한다. 때로는 ‘문화산업전문회사(문전사)와 같은 별도의 특수목적법 인(special purpose company, SPC)’을 설립하여 입출금을 관리하기도 한다. 문전사는 콘텐츠 육성정책에 따라 한국영화 투자에서처럼 메인 투 자자가 없는 방송 드라마의 제작을 위해 고안된 조직이지만, 최근에는 영화제작에도 빈번하게 활용된다. <설국열차>(2013), <스파이>(2013), <국제시장>(2014) 등이 문전사를 설립하여 만들어졌다. 문전사는 특정 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후 프로덕션을 끝내고 정산까지 종료하 면 해산된다. 과세를 면해 준다는 측면에서 세금감면 정책의 일종이라고 도 볼 수 있다. 2012년 이후 중소기업청 등에서 제공하는 공적 자금이 투 입된 펀드는 문전사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전사 를 통한 영화제작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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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의 구성요소와 예산의 규모 제작비의 구성 영화의 제작원가는 크게 제작비(negative cost)와 배급·마케팅비(prints & advertising cost, P&A 비용)로 구분할 수 있다. 제작비는 필름 네거티 브나 디지털 상영용 원본 파일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하고, 배 급·마케팅비는 배급을 위해 필요한 프린트나 DCP(digital cinema package)를 복제하는 비용과 부대 비용, 마케팅 비용 일체를 합친 것을 지칭한다. 영화관이 디지털 상영 시스템을 채택한 이후 프린트 제작을 거 의 중단했기 때문에13) 이제부터는 P&A 비용이라는 표현을 배급·마케 팅비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텔레비전 제작비가 시청자의 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드는 원가 도 관람객의 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두고두고 활 용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제작비와 배급·마케팅비를 합친 총비용을 총제작비 라고 부른다. 제작비는 직접제작비(direct cost)와 간접제작비(indirect cost)로 나누어진다. 한국에서는 이를 순제작비라고 통칭한다. 직접제 작비는 선위비용(above-the-line cost)과 선아래비용(below-the-line) 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위비용은 영화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확정되는 원가인데, 스토리 권리(story rights), 프로듀서·감독·주연배우의 인 건비 등 창의적인 영역(creative elements)의 비용이라 할 수 있다. 선위

13) 한국에서 <몽타주>(2013) 이후 프린트는 거의 사라졌다. 프린트로 배급하는 영화들

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거의 모든 영화관이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프 린트 배급은 급격히 감소했다. 필름 현상소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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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속한 이들은 영화 성공의 과실을 서로 나누는 이들이다. 선아래비용은 스크립트에 기초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프로덕션 비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선위비용에 비해 변동 폭이 작고 예측 가능하 다. 간접제작비는 제작에 직접 소요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과 관련하 여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용이다. 간접제작비에는 뜻하지 않게 우발 적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처리비용에 해당하는 예비비(contingency), 보증보험(bond), 법인 경상비(corporate overhead) 등이 포함된다. 영 화제작사나 프로듀서가 개발하거나 제작하다가 중단한 영화의 비용을 여기에 포함할 수도 있다. 이자도 간접제작비에 합산된다. 예비비는 보통 (직접제작비의) 10%, 보증보험은 4%, 경상비는 15% 정도에 이른다. 한국영화의 경우 예비비는 제작비 중에서 실제 프로덕 션에 해당되는 비용의 5% 정도에 불과하며, 제작비 규모가 어느 정도인 지와 무관하게 정액(5000만 원∼1억 원)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제작 중에 발생하는 우발적 사고는 제작비 상승을 불가피하게 하는데, 5%의 예비비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투자사는 예비비가 높을수록 제작비 예산이 정교하게 산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 다. 즉 예비비가 높을수록 프로듀서의 제작비 관리가 소홀해질 것이라 고 우려하는 것이다. 예비비 책정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는 경상비 기준 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영화의 경상비는 프로덕션 기간과 무관하게 1억 원 미만의 정액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경상비는 주로 제작사 사무실 임대료나 운영 공과금과 경리 직원 인건비 등에 쓰이며, 세세한 정산보 다는 투자자에게 세금계산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갈무리한다. 배급·마케팅 비용은 완성된 영화의 배급을 위한 프린트나 디지털 상영용 파일 복제 비용과 마케팅비로 구성된다. 영화관의 영사 시스템 이 디지털로 전환되기 이전에는 프린트를 현상하여 배포하였다. 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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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 한 벌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0만 원 내외였고, 미국에서는 1000달러 정도 소요되었다. 최근에는 프린트 대신에 DCP를 많이 제작 하는데, 2013년을 기준으로 80만 원 정도의 디지털 상영관 사용료와 하 드 가격·전송·배송비와 같은 유지관리비 등 제반 비용 20만 원을 포 함하여 대략 100만 원이 소요된다.14) 한국영화에서는 배급·마케팅비 를 대략 20∼45억 원까지 사용한다. 대대적으로 배급되는 할리우드 영 화의 배급·마케팅비 비중은 총제작비의 27∼32%에 이른다. 한국에서 도 대동소이하다. 이외에도 영화제작원가에 포함하는 비용에 흥행 성공에 따른 분배금, 즉 흥행성과급(participation)과 배우협회 등 유관 단체에 제공해야 하는 재방송료(residual)가 있다. 흥행성과급은 영화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흥행의 결과에 따라 보상받는 금액이며, 이익성과급(profit participation) 혹은 로열티 성과급(royalty participation)이라고도 한다. 성과급의 종류는 공제 이전의 총매출분배(gross participation)와 순이익분배(net participation)로 나눌 수 있다. 총매출분배는 배급수수 료와 제 비용뿐만 아니라 프로덕션 비용을 공제하기 전의 총매출에 대 해 합의된 퍼센티지를 챙기는 것이지만, 다양한 조건이 있다. 총매출 전 체에 적용(first dollar gross)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겠지만, 이보다는 손 익분기점 이후의 매출에서 분배를 시작(gross after break-even)하거나, 배급·마케팅비 등 특정 비용을 공제한 후에 분배(adjusted gross 혹은 rolling gross)하기도 한다. 비용을 많이 공제할수록 순이익분배와 유사 해진다.15)

14) 영화관이 현재 보유한 디지털 영사 시스템 장비의 감가상각이 끝나면, 이 사용료는 사

라질 수도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배급사가 디지털 상영관에 800달러씩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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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분배로 계약했을 때에는 흥행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될 때가 비일비재하다. 투자배급사의 계산법으로는 좀처럼 이익으로 돌아서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배금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영 향력이 있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연배우와 감독 등이며, 결과적으로 제작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봉 후 영화가 박스오피스 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관객 수를 크게 상회할 경우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한 이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해야 하므로 이를 제작 원가에 산입해 야 하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에서는 주연배우나 감독이 아닌 기술 인력이 인건비를 수 령하지 않거나 작게 받고 흥행 후 분배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하기도 한다. 재방송료는 특히 미국에서 적용되는 비용인데, 순제작비의 6∼ 12%나 된다. 영화의 경우에는 극장 상영을 제외하고 기타 윈도나 재방 송을 할 때 조합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경우 에는 첫 방송을 제외하고 재방송 시에 지급한다. 재방송료를 수령하는 조합으로는 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SAG), 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WGA), 감독조합(Directors Guild of America, DGA), 연극노동자국제연맹(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and Stage Employees, IATSE) 등이 있다. 2013년까지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로는

<아바타

(Avatar)>(2009)로 4억 2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어 <캐리비언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the Caribbiean: At World’ End)>(2007)이 대 략 3억 달러의 제작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2

15) Alberstat, Philip(2000), Independent Producers’ Guide to Film & TV Contracts, Oxford: Focal Press,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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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영화제작 원가의 구성 선위비용 직접제작비 (순)제작비

선아래비용 간접제작비

예비비, 보증보험, 법인경상비 등

배급비

프린트/DCP 제작비, 디지털 영사기 사용료 배급/관리 수수료

마케팅비

광고비, 홍보비 등

제작참여에 따른 분배금

총매출분배, 순이익분배

배급·마케팅비

흥행성과급 재방송료

조합 납부금

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사용한 영화만 해도 40편에 이른다.16) 영화제 작비 예산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이는 할리 우드 스튜디오가 이에 관한 정보를 비밀에 부치기 때문이다. 공표한 예 산을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할리우드의 제작원가는 대략 표 1과 같다.

예산 규모에 따른 구분 할리우드에서는 모든 영화가 두 개의 예산-실제 예산(real budget)과 ‘부풀려진 마케팅 예산(grossly inflated marketing)’-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할리우드는 제작비를 정직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영화제작 비는 대개 300% 많게는 700%까지 부풀려 공표되는데, 이는 예산 규모 가 클수록 시장에서는 이른바 ‘흥행대작’으로 마케팅하기 쉽기 때문이

16) http://www.the-numbers.com/movie/budgets/all 참조(2013. 11. 13. 열람). 2013년

까지 <아바타>의 전 세계 매출은 27억 8392억 달러에 이르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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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제작비가 많을수록 대중이 ‘대작’으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 문이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프로듀서와 투자자 이외에는 실제 예산 을 알기 어렵다. 때로는 프로듀서도 총비용을 알 수 없다. 예산이 얼마 인가를 밝히지 않는 것을 계약조항에 넣고, 이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 조건을 걸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 비하면, 한국의 메이저와 제작사는 한국영화의 제작비와 총비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공개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30∼50억 원 정도에 이르며, 대략 100 억 원을 초과할 경우 대작으로 간주한다. 200억 원을 넘으면, 초대작으 로 본다. 10억 원 미만의 제작비가 들었을 때 저예산 영화로 간주하며, 메이저가 투자했을 경우에는 18억 원 이하의 영화를 저예산으로 본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한 편당 소요된 제작비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예산의 규모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 다.17) 우선 메가예산(mega-budget)은 우리가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 ‘초 대작’이라고 부르는 영화들에 해당된다. 2013년까지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영화는 4억 2500만 달러가 든 <아바타(Avatar)>(2009)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Caribean: At the End)>(2007), <다크나 이트 라이즈(Dark Night Rise)>(2012), <존 카터(John Carter)>(2012), <론 레인저(Lone Ranger)>(2013), <라푼젤(Tangled)>(2010) 등도 메가 예산의 영화들이다.18) 역사적으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1939), <클레오파트라(Cleopatra)>(1963)가 거대예산을 사

17) Simens, S-S(2003), 같은 책, pp.121∼127에서 재구성. 18) http://www.the-numbers.com/movie/budgets/ (2013.11.24. 열람). <캐리비안의 해

적: 세상의 끝에서>(2007)는 3억 달러가 소요되었고,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존 카 터>(2012), <론 레인저>(2013)는 2억 75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라푼젤>(2010)은 2억 6000만 달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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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했다. 한국영화로는 <쉬리>(1998)가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이름값 을 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최고의 제작비를 사용했다. 이후 <디 워>(2007), <마이 웨이>(2011), <미스터 고>(2013), <설국열차>(2013) 도 ‘초대작’으로 분류되었다. 두 번째로 하이픈 예산(hyphen-budget)은 영화 한 편이 두 가지의 예산을 가지고 있거나, 얼마부터 얼마까지의 제작비라고 말하기 위해 연자부호(連字符號), 즉 하이픈(hyphen, ‘-’)을 사용하는 예산을 일컫 는다. 정확한 제작비를 모르거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밝히기 곤란 할 때, 편의상 대략적인 예산의 범위를 말하면 된다. 예들 들어 “20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사이의 극영화($20∼30 million feature)”라고 말 한다거나, “3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 사이의 극영화($3∼$5 million feature)”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는 하이픈 예산을 사용하는 경 우가 거의 없다. 프로듀서가 배급·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의 예산을 모르는 경우가 없거니와, 예산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지 않기 때 문이다. 또 투자자와의 계약에서 대단한 비밀유지 조항이 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100만 달러 이하 예산(million-dollar budget or undera-million budget)이 있다. 일반적으로 35mm로 만들어지며, 미국배우 조합에 속한 배우와 제한된 촬영 장소에서 3주간 촬영하는 영화들이 이 에 속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영화가 100만 달러 예산으로 만들어지 지만, 이 영화들이 실제 사용하는 순제작비는 25만 달러에서 50만 달러 에 그칠 때도 많다고 한다. 웬만한 독립영화들이 이에 속한다. 네 번째로 마이크로예산(micro-budget)은 규모가 작은 영화의 제 작비를 일컫는다. 저예산(low budget), 초저예산(ultra-low-budget), 게 릴라영화(guerrilla film), 디지털 극영화(digital feature) 등으로 구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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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마이크로예산으로 만들어진 대표적 영화로는 <쉬즈 갓 어 해브 잇(She’s Gotta Have It)>(1986)이 있는데, 16mm로 고작 6만 달러에 만 들어져 1986년 8월 8일 개봉하여 713만 달러 이상(total gross)을 거두어 들였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The Blair Witch Project)>(1999)는 디 지털 비디오로 2만 달러에 만들어졌는데, 1999년 7월 16일 개봉하여 1억 4000만 달러 이상을 거두어들였다. 7500 달러에 만들어진 <엘 마리아치 (El Mariach)>(1992)도 1993년 2월 26일 개봉하여 200만 달러 이상을, 6 만 달러에 만들어진 <파이(Pi)>(1998)도 1998년 7월 10일 개봉하여 300 만 달러 이상을 거두어들였다.

저예산의 기준 저예산의 기준은 목표시장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 튜디오와 한국영화 독립영화의 저예산에 대한 기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멘스(2003)의 기준으로 저예산을 살펴보자.19) 할리우드 메이 저 스튜디오는 저예산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스오피스 스타가 출연하 지 않으면서도 하이 콘셉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간주한다. 조합에 속한 배우들(guild cast)과 노조에 가입한 제작인력(union crew)과 6~8 주간 촬영하고, 어지간한 수준의 프로듀서 인건비(producer fee)가 지 급된다. 영화에 수록되는 악곡은 대략 5~7곡 정도다. 완성보증보험도 갖추고 있고, 500∼700개의 영화관에서 상영한다. 예산으로 따져 보면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가 소요되는 영화들이다. <새로운 탄생 (The Big Chill)>(1983), <해방(Ferris Bueller’s Day Off)>(1986), <헤더 스(Heathers)>(1988), <모탈 컴뱃(Mortal Combat)>(1995), <사랑의 블

19) Simens, S-S(2003), 같은 책, p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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랙홀(Groundhog Day)>(1995) 등이 이에 속한다. 독립영화 배급사는 저예산 영화를 두세 명의 TV 배우가 출연하는 대사 위주의 영화(dialogue-oriented film)로 이해한다. 블랙 코미디, 성 인식영화(coming-of-age)나 강도질영화(heist-gone-bad) 등이 이에 속 한다. 4∼6주간 촬영하는 것이 보통이고, 수록곡은 예산 내에서 2∼3곡 만이 허용되고, 300∼500개의 상영관에 배급된다. 독립영화 배급사가 보기에 저예산 영화의 제작비는 300만 달러에서부터 500만 달러까지이 며, 이에 해당하는 영화들로는 <보디 히트(Body Heat)>(1981), <크라잉 게임(The Crying Game)>(1992), <더티 댄싱(Dirty Dancing)>(1987),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1999) 등이 있다. 소규모 배급사는 저 예산 영화를 한때 유명했으나 인기가 떨어진 한두 명의 배우 (over-the-hill actors)가 출연하는 공포, 액션, 섹스(T&A, tits and ass) 등 장르 중심의 극영화(genre-oriented feature)로 본다. 3∼5주간 촬영하 며, 50∼100개의 상영관에 제한적으로 배급되는,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에 이르는 영화들이다.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1992), <할로윈(Halloween)>(1978), <스크림(Scream)>(1996)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군소 판매대행사(sales agent)나 비디오 배급사는 저예산 영화를 유혈(blood), 좀비(zombie), 저질(slime), 악 몽(nightmare), 사령관(warlord), 학살(massacre), 복수(revenge), 용 사(warrior) 등이 난무하는 90분 정도의 영화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배 우조합(SAG)에 속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대체로 비(非)노조 인력들 이 참여하여 13∼18일간 촬영하는 영화를 지칭한다. 미국 내에서의 영 화관 개봉은 고려되지 않는다. 50만 달러에서 70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 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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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예산이 더 작은 영화들을 ‘무(無)예산(no-budget)’이나 ‘초 저예산(ultra-low-budget)’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무예산’은 5000달러 에서 7만 5000 달러 내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말하는데, <블레어 위치 프 로젝트>(1999)가 이에 해당한다. ‘초저예산’은 7만 5000 달러에서 15만 달러 사이에 만들어진 영화로,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1984)을 예로 들 수 있다. 루멧(1996)은 감독으로서 느끼는 예산에 관한 고충을 다음과 같이 털어놓은 바 있다.

내 담당 영역에서 부딪히는 또 다른 난제가 예산이다. 나는 “회사를 쪼 아라. 쓸 만큼 돈을 쓰겠다”고 말하는 감독은 아니다. 영화를 만들라고 수백만 달러를 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정말 고맙다. 내가 그런 큰돈 을 벌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제작부장이 정해 준 예산과 조감 독이 제시한 일정에 따라 일한다. 그 여건 내에서 가능한 한 인간적으 로 모든 노력을 다할 뿐이다.20)

감독에게 예산은 넉넉할수록 좋다. 영화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각 종 시각적 효과와 스타급 배우와 숙련된 기술 인력과 장비를 여한 없이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영화가 완성된 이후 시장 에서 투입한 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투자자 도 무한정 제작비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프로듀서가 적정한 예 산을 사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것 은 당연하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내에서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면, 더더

20) Lumet, Sidney(1996), Making Movies, New York: Vintage, p.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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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그러하다. 때로는 예산에 맞추어 시나리오를 수정하거나, 프로덕션 규모를 축소하기도 한다.

예산의 범주와 항목 예산과 관련해서 협상을 잘하는 것은 기본적인 프로듀싱 솜씨와 직결된 다. 프로듀서는 최종 촬영대본(shooting script)에 기초해서, 촬영일 수, 촬영장소, 하루 셋업 수,21) 현장 인력의 규모를 판단하여 예산서를 작성 한다. 예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예산의 범주(budget categories) 를 적절하게 나누고, 각 계열에 속하는 항목(line items)을 일목요연하 게 정리해야 한다. 예산서 작성을 위한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덕 션의 운영방식이나 제작하려는 영화의 특징에 따라 적절한 예산을 수립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서를 작성하면 된다. 다행스 럽게도 영화제작의 현장에서 추천하는 일정한 영화 예산서 양식이 있 다. 상세한 예산의 범주와 항목은 표 2와 같다. 제작사와 투자사는 표 2 의 항목에 따라 자체적으로 고유 번호를 부여하여 제작비 관리 프로그 램을 만들어 관리한다. 영화 순제작비의 소요예산서 표지 양식도 표 2 와 같다.

21) 셋업은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어 조명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촬영현장에서 걸리는 시

간을 계산할 때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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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영화제작비 소요예산서 표지 양식 대구분

중구분

내용

기획비

시나리오

제작파트

연출파트

주연배우

진행비

연기파트

촬영파트

조명파트

동시녹음

미술파트

특수효과

촬영진행

운송

필름

프러덕션 진행비

편집

SFX

음악

녹음

현상

DI 작업

포스트프러덕션 진행비

경상비

예비비

DEVELOPMENT

PRE-PRODUCTION

PRODUCTION

POST-PRODUCTION

OTHERS 합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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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04

저작권과 계약

영화는 저작권의 이름으로 가장 복잡하게 재산권이 행사되는 저작물의 하나다. 한 편의 영화가 발생시키는 저작권의 범위는 영화관에 상영할 수 있는 권리에서부터 후속 윈도까지 무한정 확대된다. 저작권은 하나 의 윈도 내에서도 권리 행사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분파된다. 최근 들어 영화가 직면한 새로운 법률적 이슈도 많아졌다. 특히 불법 다운로드와 복제·배포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었다. 영화의 후속 윈도 시장도 크 게 훼손되었다. 영화의 창작환경을 개선하고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보 완해야 하는 과제 속에서도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었다. 2013년 5월 영 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 화감독조합,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 영화감독협회와 함께 ‘시나리오 표준계약서’ 이행협약을 맺었다. 계약 주체로서 프로듀서가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권리와 의무는 더 많아졌다. 이 장에서는 저작권의 개념을 정의해 보고, 엔터테인먼트와 영화 비즈니스에서 프로듀서가 계약과 관련하여 숙지 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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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의 개념 저작권 개념의 시작 저작권법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이가 저작권을 침해했을 때, 민형사상의 구제방법을 마련함으로써 침해를 제압하고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 전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1) 역사적으로 저작물에 대 한 권리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15세기에 발명된 인쇄술과 그로 인한 대 량복제의 가능성이 대두한 때였다. 이후 저작권자의 권리는 1684년 독 일 황제의 칙령과 1709년 영국의 앤 여왕법 등 각국의 국내법에 근거하 여 보호되었다. 영국법은 저작권을 다른 이가 창작자의 허가 없이 저작 물을 복제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재산권이라 보았다. 저작 권에 경제적인 개념을 부여한 것이다. 반면에 유럽 대륙은 저작권을 ‘작 가의 권리(right of author)’로 이해했다. 유럽의 저작권은 반드시 미학적 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창적(original)이면 성립될 수 있었다.2) 저작권을 국제적으로 보호하자는 주장은 문학저작물의 시장이 급 성장한 19세기에 제기된다. 당시에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은 작가들은 1878년 파리회의에서 국제문학가협회를 설립한다. 이 협회는 1884년 에 이르러 예술가들까지 합류한 국제문예가협회로 확대된다. 국제문예 가협회는 문학작품들이 작가의 허락 없이 다른 언어로 번역, 출판되자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합의하여 국제협약의 초안을 만들게 된다.3) 이후 1886년 9월 9일 스위스의 베른에서 개최된 제3차

1) 최경수(2001), “지적 재산권과 문화산업”, 한국문화경제학 편, 󰡔문화경제학 만나기󰡕,

서울: 김영사, 2) Alberstat, Philip(2000), Independent Producers’ Guide to Film & TV Contracts, Oxford: Focal Press, p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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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작가들은 저작권을 국제적으로 서로 보호할 것을 약속하는 ‘베른협약(Bern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 문학 및 예술저작물 보호에 관한 베른협약 혹은 만국저작권보 호동맹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저작권에 관한 세계 최초의 다자간 협약 이 탄생한 것이다. 베른협약은 한 국가의 저작물이 국제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는 토 대를 만든 중요한 합의의 결과였다. 이 협약은 수차례의 개정을 거치면 서 저작권 보호에 관한 한 전 세계의 가입국이 준수해야 하는 기본적인 국제조약이 되었다. 가입국들은 베른협약을 기준 삼아 자국의 저작권 법을 수정해 왔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적 기구다. WIPO는 저작권 관련 베른협약, 저작인접권 관련 로마협약, 음반제작 관련 제네바 협약 및 산업재산권 관련 파리협약 등을 관장한다. WIPO는 지적재산을 예술작품을 넘어 정신세계의 창작물(creation of the mind)로 정의한다.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는 선진국의 요구 에 따라 지적재산권을 중시하여, 부속협정 중 하나인 ‘무역관련지적재 산권협정(Agreement Trade Related Aspect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 including Trade in Counterfeit Goods, TRIPs)’에 중요한 내용을 담았다. 이 국제 협정은 회원국에 베른조약의 제1조 또는 제21조 및 그 부속서를 따르라고 요구하고 있다(제9조 제1항). TRIPs 협정은 절묘하 게 저작권 비즈니스를 국제적으로 관리한다. 이 협정에 따라 외국인은 어느 나라에서나 동등하게 저작권을 보호받는다. 특정 국가 간의 조약

3) 당시 국제문예가협회의 명예회장은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Victor Hug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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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자기들끼리 혜택과 편의를 주고받는 것도 불가능해졌다.4) 우리나 라도 1995년 WTO에 가입한 이후 1994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저 작권을 개정하였으며, 협정회원국으로서 1996년 베른협약에 의무적으 로 가입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베른협약은 WTO 협정 회원국에 저작권 보호에 관한 국제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중요한 협약이 되었다. 베른협약 가입국들 은 서로 다른 가맹국 내에서 공표된 저작물은 물론이고, 아직 공표되지 않은 것이라도 서로 보호해야 한다.5) 베른협약 이외에 별도로 세계저작 권협약(Universal Copyright Convention)이 있지만,6) 베른협약이 우선 한다. 베른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의 저작권법은 그 내용과 보호기간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큰 틀에서는 유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각국의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저작물에 대하여 이를 창작한 자가 가지는 권리라고 본다. 저작권을 창작자가 아닌 제삼자가 가질 수도 있다. 소설 가가 소설을 창작했다면, 그는 자기의 원고를 출판하고 복제하여 배포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며, 그 소설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권리나 다른 언어로 번역하여 출판할 수 있는 권리, 연극이나 뮤지컬 등으로 공 연할 수 있는 권리, 방송물로 제작하여 방송할 수 있는 권리 등 여러 가

4) 최경수(2001), pp.519∼520 5) 이를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이라 한다. 이 원칙에 따라 만일 가입국 국민의 저작물이

가입국 이외의 장소에서 최초로 발표되었을 때는 보호받을 수 없다. 보호를 해야 하는 외 국인의 저작물은 그 국가가 자국민의 저작물에 대해 부여하고 있는 것과 같이 보호(내국 민 대우)해야 한다. 6) 195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체결되어 1955년 발효된 저작권 관련

협약으로, ‘유네스코협약’이라고도 한다. 출판물에 ⓒ 마크가 있으면 이 협약 가입국은 이 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1987년 우리나라도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가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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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권리를 가지게 된다. 예외적으로 이러한 권리 중 일부를 특약에 의해 창작자가 아니라 출판업자나 제삼자가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권리들 을 통칭하여 저작권이라 한다. 한국의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저작물은 창작 성이 있는 저작물을 넘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저작권이 인정되는 때는 저작물이 구체적인 유형물에 고정되어 있을 때다. 저작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 정한 수단과 매체에 기록되어 있어야 하고, 아이디어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다. 미국 저작권법도 저작권 인정 대상을 2-102조 (a)항에서 “구체 적인 표현 매체에 고정한 고유한 저작물(original works of authorship fixed in any tangible medium of expression)”로 명시하고 있다.

저작인격권 저작권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저작권은 저작한 때로부터 발생하고 등록이나 납본과 같은 절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제10조).7) 이와 같은 제도를 ‘무방식주의’라고 한다. 저작인격 권에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이 있다. 공표권은 저작자가 자기의 저작물을 공연·방송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 개하거나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제11조). 여기에는 공표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되므로, 타인이 저작자의 동의 없이 그 저작물을 공표 하는 것도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성명표시권은 저작자가

7) 1976년의 미국 저작권법은 모든 저작물에 ⓒ표시와 저작연도, 저작자성명을 표시하고

저작권청에 등록을 하게 하였다. 등록해야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방식 주의). 그러나 미국은 1988년에 이르러 베른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저작권 표시에 대한 의 무 제도를 폐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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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을 공표할 때, 실명이나 예명 또는 이명을 저작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표시하여 저작자임을 주장 할 수 있는 권리로, 성명을 표시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동일성유지 권은 저작자가 자기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를 원래의 상태대로 유지할 권리를 뜻한다(제13조). 따라서 저작자 이외의 타인이 어떤 저 작물의 내용이나 형식, 제호를 저작자의 동의 없이 변경하는 것은 동일 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의 이용으로부터 생기는 경제적인 이익을 보호하 기 위한 권리이다. 저작권은 부동산처럼 사고팔기가 가능한 배타적 권 리이고, 타인에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 용하고자 한다면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거나 합당한 금전적 대가를 지 급해야 한다. 저작권을 재산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저작재 산권이라 한다. 발명품, 문학예술저작물, 상징물, 이름, 이미지와 디자 인 등도 보호받을 수 있는 재산이 된다. 영화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저작 권이라는 말 대신에 ‘판권(版權)’이라는 용어를 병행 사용한다.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 권, 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권을 포함하고 있다(제16조 또는 제22조). 이 권리의 다발(bundle of rights)은 배타적 지배권이다. 이렇게 저작권 법에 규정된 권리는 각 지분권(支分權)으로 분리하여 양도하거나 이용 을 허락할 수 있다.8) 복제권은 저작권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인쇄, 사진, 녹

8) 정경석 편(2004),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쟁사례집󰡕, 서울: 청림출판,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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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녹화 등의 방법으로 유형물로 다시 제작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 면 소설 원고의 출판, 논문의 복사, 강연을 녹음테이프에 수록하는 것, 음악을 음반에 수록하는 것 등이 모두 복제에 해당한다. 복제의 개념에 는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하는 것과, 공연, 방송 또는 실연을 녹음하거나 녹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공연권은 그 저작물을 일반 공중이 직접 보거나 듣게 할 수 있는 권 리다. 공연은 저작물을 상연, 연주, 가창, 상영, 그 밖의 방법으로 일반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하며, 공연, 방송, 실연의 녹음·녹화물을 재 생하여 일반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도 포함한다. 즉, 판매용 음반을 방송 사나 음악감상실 등에서 사들여 시청자나 손님에게 틀어 주거나 노래 방, 단란주점 등에서 손님에게 노래반주기를 틀어 주는 것도 공연의 범 위에 해당하므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공중송신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공중에 송신할 권리다. 공중송신이란 저작물이나 실연, 음반, 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 이 수신하거나 이에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 에 따라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중송신에는 기존 의 방송과 전송 그리고 새로운 개념인 디지털음성송신이 포함된다. 그 밖에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여타의 송신 형태도 공중을 대 상으로 한다면 이에 해당한다. 방송권은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따라 음성, 음향 또는 영상 등을 송신할 권리를 말하며,9) 전송권은 공중 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장소와 시간에서 접근하여 저작물 등을

9) 아마추어 방송은 일반 공중으로 하여금 수신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방송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방송이나 중계방송도 모두 방송권의 대상이 되며, 저작권자에게 허 락을 받지 않고 방송한 경우는 저작권 침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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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하는 권리이며,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송신권을 포함한다. 인터넷 에서 저작물을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전송권 은 WIPO 저작권조약(WCT)의 공중전달권 개념을 수용하고 있다. 전송 권은 기존의 공연·방송·배포 개념과 달리 1대1, 이시(異時)송신, 쌍 방향성 및 무형성을 특징으로 한다. 디지털음성송신권이란 공중송신 중 공중으로 하여금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공중 구성원의 요청 에 의하여 개시되는 디지털 방식의 음 송신 권리를 말하며, 전송은 제외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음반을 공중이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송신하는 것이다. 전시권은 회화, 조각, 응용미술작품과 같은 미술저작물뿐만 아니 라 건축, 사진까지 모두 포함하는 저작물의 전시에 관한 권리다. 미술작 품의 원작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원작품을 전시할 수 있지만 그 저 작물의 복제물을 전시할 수 있는 권리까지 아울러 가지는 것은 아니다. 원작품이라 하더라도 가로, 공원, 건축물의 외벽, 그 밖의 일반 공중에 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 미술작품을 누구나 복제 할 수 있게 되므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배포권은 복제권에서 유래된 권리로, 저작물의 원작품 또는 그 복 제물을 판매, 대여, 대출, 점유 이전, 기타의 방법으로 일반 공중에게 제 공하는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저작권자가 일단 어느 원작품 또는 그의 복제물을 공중에게 배포한 때에는 그 배포권이 소멸한다(일차 배포의 원칙). 따라서 누구든 정당하게 취득한 저작물의 원작품 또는 그 복제물 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판매, 대여 기타의 방법으로 양 도할 수 있다. 대여권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저작물의 복제물을 대여하는 경우 저 작권자가 이를 허락할 수 있는 권리다. 수입권이란 일정한 지역(보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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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외부에서 저작물의 복제물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음반과 컴퓨터프로그램(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대 해서만 대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수입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권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 는 2차적 저작물 또는 그 저작물을 구성 부분으로 하는 편집저작물 (compilation)을 작성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차적 저작물이나 편집 저작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특히 원 저작물을 변형, 각색할 때 원저작물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내용의 동일 성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분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을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저작인접권은 저작물을 공중에 전달할 때, 자본을 투자하거나 창의 적으로 기여한 자에게 부여하는 권리를 말한다.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 송사업자 등이 대표적인 저작인접권자이다. 실연자는 저작물을 연기, 무용, 연주, 가창, 구연, 낭독 혹은 그 밖의 예능으로 표현하거나, 저작물 이 아닌 것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실연을 하는 자다. 실연을 지휘하거나 연출 혹은 감독하는 자, 배우, 가수, 연주자, 지휘자 등도 포 함한다. 음반제작자는 음을 유형물에 고정하는 일을 전체적으로 기획 하고 책임을 지는 자를, 방송사업자는 방송을 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실연자는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복제권, 배포권, 대여권, (생 실연)공연권, (생실연)방송권, 전송권, 판매용 음반 방송보상청구권, 디 지털음성송신보상청구권, 판매용 음반 공연보상청구권 등을 가진다. 음반제작자도 복제권, 배포권, 대여권, 전송권, 판매용음반 방송보상청 구권, 디지털음성송신보상청구권, 판매용 음반 공연보상청구권 등을 가진다. 방송사업자는 복제권, 동시중계방송권을 가진다. 물론 저작인 접권자의 권리도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일정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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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그 권리가 제한될 수도 있다. 2011년 6월 30일 개정된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의 보호 기간을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한다고 규정한 다(제39조 1항, 보호기간의 원칙).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도 맨 마지 막으로 사망한 저작자가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한다고 정하고 있다(제 39조 2항). 국내 저작권법이 지침으로 삼아야 하는 베른협약에서는 저작 권의 보호기간을 사후기산주의(死後起算主義)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고, “사후 50년보다 짧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제7조 1항). 즉 가 입국은 보호기간을 이보다 연장해도 되지만, 축소하지 못한다. 국내 저 작권 보호기간은 ‘사후 50년’이었으나, 한미 FTA 조인 이후 미국 저작권 법에서 정하고 있는 보호기간에 맞추어 ‘사후 70년’으로 연장되었다.10) 영화를 포함한 영상저작물(cinematographic works)의 보호기간 도 공표한 때로부터 70년간 존속되는 것으로 연장되었다(제42조).11) 베른협약에서 정한 영상저작물의 최소 보호기간은 저작자의 동의하에 공표된 때로부터 50년을 제시하고 있다(제7조 2항). 저작권 보호기간이

10) 미국의 저작권법은 1978년 1월 1일 이후 창작된 작품에 대해서는 저작자의 생존기간

과 사후 70년간 저작권이 보호되는 것으로 규정한다. 직무상 이외의 일정한 저작물은 최 초발행연도로부터 95년간, 창작연도로부터 120년간 중 짧은 쪽의 기간 동안 존속되는 것 으로 본다. <Happy Birthday To You>라는 노래는 1893년 밀드레드 힐(Mildred J Hill)과 패티 스미스 힐(Patty Smith Hill) 자매에 의해 <Good Morning to All>이라는 곡으로 선보 였으며, 밀드레드가 1916년 사망하여 1956년 보호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35년 제시카 힐(Jessica Hill)이 <Happy Birthday>로 출판(저작권 등록)하여 기간이 연

장되었다. 이후 1976년 미국의 저작권법이 보호기간을 75년으로 연장하고, 1998년 저작 권보호기간연장법에서 20년을 추가했기 때문에, <Happy Birthday to You>의 보호기간 은 1935년 등록일로부터 95년이 되어 결과적으로 2030년까지 연장되었다. 11) 제42조에서는 영상제작물이 창작한 때부터 50년 이내에 공표되지 아니한 경우, 보호

기간은 창작한 때부터 70년간 존속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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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 권리가 소멸하면, 만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 (public domain) 상태에 놓이게 된다.12)

엔터테인먼트 계약 계약의 유형 영화, 음악, 뮤지컬 공연,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이야기 소재 의 대부분은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이러한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도 저 작권 보호대상이다. 과거에는 저작권 보호 대상을 창작성 혹은 독창성 (originality)을 가진 작품에 한정하였으나, 최근에는 사상이나 감정까 지 확장한다. 물론 유형물에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의 저작권자는 자신이 독점적인 권리를 가진 저작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로열티를 받고 사용권을 제삼자에 허락할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계약은 이러한 거래의 조건이나 합의 내용을 담는다. 계약 당사자는 다른 계약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약조건을 두고 협상한 후

12) 일례로,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을 근거로 하여 보호되는 것이나,

미키마우스가 만화영화인 <증기선 월리(Steamboat Willie)>(1928)를 통해 처음으로 공표 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저작권청의 저작권등록부에는 1928년 11월 21일 저작 자인 월트 디즈니가 소유한 ‘영상저작물’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미술저작물이 아니라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근거로 하여 보호받는다. 반면에 뽀빠이 캐 릭터처럼 1929년 1월 17일 5컷짜리 신문용 연재만화로 처음 공표되었다가 나중에 만화영 화로 제작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을 근거로 하여 보호기간을 산정된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97년 7월 17일 일본 최고재판소도 뽀빠이 캐릭터 의 미술저작권이 이미 소멸하였다고 판시한 바 있다(≪아사히신문≫ 1997년 7월 18일 자 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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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사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다. 너무 불공정한 계약은 그 효력이 예 외적으로 제한될 수도 있지만, 현행 법규에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경우 그 대로 효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서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은 일방 계약당사자의 제안(청약)에 대하여 상대 방이 그 제안을 동의(승낙)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계약서에는 계약의 목적, 기간, 권리와 의무, 계약의 해지와 해제 사유,13) 해지와 해 제가 발생했을 때의 처리방안, 손해배상의 범위, 분쟁이 발생했을 때의 관할법원 등이 수록되어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많이 쓰는 계약서는 저작권양도계약이나 라이선스계약, 서비스제공계약, 투자계약, 배급 및 유통계약, 수출계약 등이다. 저작권양도계약은 저작권의 내용을 구성하는 전체적인 권리를 제삼자에게 이전할 때 발생한다. 반면에 라이선스계약은 그 권리의 일 부를 이전하는 것을 뜻하는데, 저작재산권을 소유한 자가 타인으로 하 여금 자신의 권리를 독점적, 비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이에 상응하여 로열티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은 1980년 대 이후 미국이 저작재산권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때부터 중요해졌다. 이에 속하는 계약으로는 음반제작계약, 콘텐츠이용허락계 약, 애니메이션화 허락계약, 캐릭터상품화계약, 비디오화권허락계약, 출판계약, 번역출판계약, 프로듀서계약, 영상화라이선스계약, 광고사 용계약, 콘텐츠서비스제공계약, 영화의 배포·상영허락계약, 서브출판 (Sub-publishing)계약, 소프트웨어라이선스계약, 공연출연계약 등이

13) 계약의 해지는 계속된 채권관계에서 장래를 향해서만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에, 계

약의 해제는 그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즉 해지와 해제는 소급 효과 유무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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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라이선스계약에서 소유권은 사용자에 이전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텔레비전방영허락계약과 같이, 저작권자는 단순히 특정의 라이선시에 그 저작권 내지는 그 저작물의 사용을 허락할 뿐이다. 따라서 라이선스 계약은 저작권의 ‘사용허락’과 ‘사용료(royalty)’의 지급조건을 중심으로 협상한다. 소설, 만화책 등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려 할 경우 프로듀서는 원작자에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해야 한다. 영화에 특정한 음악을 삽입하고자 할 때에도 이의 저작권을 소유 한 음악출판사(publisher)로부터 악곡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서비스제공계약 혹은 탤런트 계약은 음악 혹은 영상물을 제작할 때, 아티스트나 감독, 배우, 기술인력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체결하는 계약이다. 자신의 재능을 제공하는 전문 인력의 서비스는 다 른 이가 대체할 수 없거나, 그의 경험과 성취한 바를 판단할 수 있는 정 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 아티스트의 서비스제공계약은 계약법의 일반적인 규칙을 적용하면서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통용되는 특수 한 규칙을 적용하는 예가 많다. 계약의 내용이나 그 해석에 대해서도 동 종업계의 관례에 따른다는 조항을 넣는 것이 상식이다. 조합과 영화산업계가 협정한 규칙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저 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에 대한 조항도 있어야 한다. 영화는 ‘고용 저작물(雇用著作物, work made for hire)’ 즉 ‘직무상의 저작물’에 대한 규칙이 적용되는 저작물이므로, 별도의 특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저작 권은 제작자 혹은 프로듀서가 소유하게 된다. 대체로 그 저작권은 제작 비에 투자한 기업이나 개인, 제작자, 공동제작에 참여한 프로듀서가 공 동 소유한다. 자금조달과 관련된 투자계약도 체결해야 한다. 투자(배급)계약,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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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계약, 공동제작, 파트너십 등 자금조달과 관련된 계약은 수없이 많다. 프로듀서는 자금조달에서 다수 투자자와 투자조건을 협상해야 한다.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투자자는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러 므로 어떤 투자자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메이저 배급사는 전형적으로 제작투자 및 배급계약(productionfinancing and distribution agreement, PFD계약)을 체결한다. 대개 총 수입(gross receipts)에 근거해서 순이익(net profits)의 일정 비율을 프 로듀서에게 분배(net profits formula)해 주는 조건을 제시한다. 프로듀 서는 자금조달의 부담감을 덜게 되지만, 저작권과 최종편집권을 포함한 프로젝트에 대한 창의적 결정권과 배당금 등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자하여 자금을 확보하고 배급권을 양도하는 렌 더 파이낸싱(lender financing)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이때 프로듀 서는 금융기관에 완성보증을 제시해야 한다. PFD계약과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프로듀서가 프로젝트에 관한 창의적 결정권과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 그 외 파트너십(partnership),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리 미티드 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계약을 맺을 수 있다. 영화관 상영 이후 후속 윈도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양도 및 라이선 스 계약은 무수히 많다. IPTV나 디지털케이블TV에서 서비스하는 VOD 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들과 체결하는 부가판권계약의 계약 주체는 메 인 투자배급사인 경우가 많다. 독립영화는 프로듀서가 부가판권 업체 와 직접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관련 시장과 계약조건을 미리 파악 해야 한다. 수출계약, 운송계약, 보험계약, 환계약 등 해외 배급에 필요 한 계약도 많다. 해외 배급 대행사를 정해 위탁하면 되겠지만,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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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로듀서가 계약조건에 대해 협상하려면 이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 어야 한다.

계약의 구속력과 저작권의 귀속 계약은 언제나 상호합의(mutual assent)로 성립된다. 그러나 초안을 작 성한 계약자가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그가 고용한 변호사가 초 안을 작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계약서는 항상 ‘갑’의 위치에 있는 자 가 초안을 보낸다. 그가 더 많은 권리를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초안 계약서가 공정할 리 없다. 초안을 작성한 자는 분쟁이 발생할 때, 관할 법원을 자신의 사무실이 소재한 도시로 정한다. 분쟁이 발생하여 재판 이 진행될 때, 법의 보호를 받을 만한 자구책을 쉽게 찾아야 하기 때문이 다. 국제적인 계약을 체결할 때, 할리우드 기업들은 예외 없이 직접 초 안을 작성하려고 한다. 계약조건이 모두 합의되지 않았다면, 정식계약(long form agreement) 이전에 간단히 각서나 편지 형식의 약식 문서인 딜 메모 (deal memo)를 교환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딜 메모라 하더라도 주요 계약의 쟁점들(deal points)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을 때는 법 적인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하여 작성한다. 딜 메모 이후 계약당사자 쌍방이 상세하게 계약서 조항을 검토하고 합의하면 정식계 약을 체결한다. 구두계약(oral contract)도 계약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면 법적 으로는 유효할 수 있다. 구두계약에서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많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가능한 한 문서로 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 다. 또 다른 유형이 묵시의 계약(implied contract)이다. 묵시의 계약은 말이나 언어보다는 행위(conduct)로 인해서 당사자의 계약 체결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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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묵시적으로 나타나 계약으로 성립되는 것이다. 구두계약이나 묵시의 계약은 스토리 절도(story theft) 소송에서 그 근거로 제시되는데,14) 특히 작가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제 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프로듀서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작 가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아 영화나 텔레비전에 이용한 경우, 그 작가에 게 구제의 기회를 부여하는 근거가 된다. 누가 영화의 작가인가에 대한 논쟁은 저작권 소유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중하 게 합의한 후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프로듀서가 투자계약서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이슈 중 하나는 저작 권의 귀속문제다. 한국영화에서는 만일 투자배급사가 제작비와 배급· 마케팅비의 조달을 전적으로 책임질 때에는, 저작재산권을 제작사와 공 동 소유하고, 모든 판권의 매출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속편 등 을 제작할 권리는 기획개발과 제작을 맡은 제작사나 프로듀서가 보유할 수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속편이 만들 어질 때에는 메인 투자배급사가 투자우선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덕션 내에서 발생하는 계약의 주체는 프로듀서다. 패키징의 주체인 프로듀서는 영화판권 취득이나 탤런트와의 계약교섭, 자금조달 등 영화의 기획개발, 제작, 마케팅, 배급까지 관여하는 개인으로, 모든 단계의 계약 주체다. 영상저작물의 실제 창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많다. 이러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누구인가를 정하는 데 적용하는 규칙 이 ‘고용저작물’ 혹은 ‘직무상의 저작물의 규칙이다. 제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저작권자에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이다.

14) Litwak, Mark(1994), Contracts for the Film & Television Industry, Hollywood: GilmanJames Press, p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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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는 프로듀서, 감독, 출연배우, 촬영감독, 프로덕션 디 자이너, 작곡가, 편집, 사운드 엔지니어 등 수많은 창작 인력이 참여하 는 공동 창작물이다. 직무상의 저작물 규칙은 감독이나 배우, 제작 인력 을 프로듀서가 고용한 종업원으로 본다. 이 규칙은 영화를 그 고용의 범 위 내에서 새롭게 창작된 저작물로 이해하고 해당 영상물의 대표자인 프로듀서에게 저작권을 귀속시킨다. 프로듀서가 제작을 총괄하는 수장 으로서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기획개발에서부터 완성, 배급, 정산, 흥 행 결과까지 책임지기 때문이다. 만일 제작 인력 모두 저작자로서 권리 를 행사하게 되면 권리관계가 너무 복잡해져서 비즈니스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각본에 관한 저작권도 저작권법상 고용저작물의 규칙에 따라 프로 듀서가 취득하게 된다. 다만 미국에서는 작가에게 일정한 조건에서 그 스토리를 연극에 이용할 수 있는 권리(dramatic right)나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권리(publication right)를 인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작가에게 최종편집본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15) 영화 제작에 가장 많이 이바지하는 또 다른 사람은 감독이다. 감독은 기획과 정에서 프로듀서가 정할 수도 있고, 감독이 프로듀서를 섭외할 수도 있 다.16) 프로듀서는 감독에게 합당한 인건비를 제공하고 정해진 예산과

15) 미국에서는 1988년에 이르러서야 작가가 최종편집본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주어졌다. 각본작가에 관한 크레디트는 WGA 협정서를 근거로 하면, “written by”는 극작 가가 자기 자신의 스토리를 기초로 각본을 작성한 경우에 부여하고, “screenplay by”는 극 작가가 기존의 원작을 기초로 각본을 작성했을 때, “from a story by” 또는 “based on a story by”는 원작자를 표시할 때 사용한다. “story by”는 극작가가 기존의 원작을 기초로

속편의 스토리 또는 각본을 작성한 경우에 부여한다. 16) 감독이 아이템을 기획하여 프로듀서를 찾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프로듀서

가 시나리오를 확보한 후 패키징 과정에서 이에 적합한 감독을 섭외하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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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내에서 연출직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감독에게 흥행성과급 을 제공할 수도 있다. 프로듀서가 서명하는 감독계약서에는 이러한 권 리와 의무가 명시된다. 유명한 감독에게는 “○○○ 감독 작품(A Film by ○○○)”이라는 크레디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모든 계약서에는 저작권 을 누가 보유하는지 명시한다. 영화의 소재나 스토리는 이미 출간된 소설이나 공연된 바 있는 연극 등에서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기존의 음악곡도 사운드트랙에 이용된 다. 영화가 활용한 소설, 연극, 음악 모두는 완성된 영화와 무관하게 저 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들이다. 프로듀서는 영화제작 이전에 이 들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 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스토리를 구성하고 기존에 발매된 음악을 삽 입했다 하더라도, 새로 만들어진 영화는 편집저작물, 2차적 저작물로서 새로운 저작물이 된다. 이로써 프로듀서는 새 영화의 저작권자가 된다.

영화제작과 계약서 작성 영화화할 수 있는 권리의 확보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할 때 작성해야 하는 계약서의 수는 적게는 수십 개 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른다. 계약서는 단순히 말하면 계약의 당사자 가 “무엇을 할 것인가”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합의하고 그 내용 을 기술한 것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프로듀서는 기획개발 단계에서 메 이저 투자배급사와 개발계약의 체결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 이전에 작

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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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야 하는 것이 스토리를 확보하는 계약서다. 스토리를 확보하는 방법의 하나가 소설의 원작을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만만치 않은 경제적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프로듀서가 이 계약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권리는 소설을 영화화할 수 있는 권리, 즉 영화(출) 판권이다. 이 권리를 반영한 계약서가 영상화허락계약 혹은 영화판권 취득계약이다. 일반적으로 프로듀서는 옵션계약을 통해 원작을 일정시 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다. 옵션계약은 파생적 작품을 만들 권 리를 확보하고 독점적인 선택권을 가지기 위해 프로듀서가 체결하는 가 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 계약에서 프로듀서는 영화로 만들 수 있는 독 점적인 권리를 일정 기간 보유한다. 옵션이라는 사고방식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일관하는 기본 적인 방법이면서, 프로듀서가 최소의 의무를 부담하면서 최대한의 권리 를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17) 옵션 기간이 만료되면, 1년 혹 은 2년 정도의 갱신권이 인정된다. 이 기간에 원작자는 제삼자에게 해 당 저작권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 옵션으로 영화화 권리를 취득하는 경 우에 프로듀서는 판권료 전액을 지급하지 않고 이의 10~20% 정도만을 선지급하고 촬영 무렵 나머지를 지급하게 된다. 옵션으로 계약하려면, 영상화허락옵션계약서를 체결한다. 계약기간 내에 프로듀서가 그 원작 을 사용하기를 원하면 정식계약으로 전환한다. 보통 원작과 영화는 2차적 저작물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영화가 원 작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는 영화가 원작의 2차적 저작물인지 아니

17) 福井健策, 曾根香子, 小原恒之, 重田樹男 편저(2003), エンタテインメントの眠-ア

メリカ映畵 音樂、演劇業界の契約ガイド, 김원중 역(2004), 󰡔엔터테인먼트 계약의 함 정󰡕, 서울: 새빛컬쳐,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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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전혀 다른 별개의 새로운 독립적 저작물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2차 적 저작물이라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원작과 영화 사이의 저작권 침해 문제에 관한 판결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주로 2차적 저작물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실질적 개변’ 여부 나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 또는 ‘종속성’ 여부를 따지는 판 결이 있다. 둘째, 영화로부터 원저작물의 ‘본질적인 특징’을 감득할 수 있 는지를 검토하는 판결이 있다. 셋째 2차적 저작물의 성립 여부는 차치하 고 바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만 살피는 판결도 있다.18) 자신이 기획개발하는 스토리가 혹시 기존의 저작물과 상 당히 유사하다면, 그 저작물을 옵션하거나,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시나리오(original scenario)를 집필하거나, 소설 등의 원작을 각색하거나, 혹은 다른 이의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경 우 모두 작가와 각본계약서를 체결한다. 계약서 조항에는 타인의 저작 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진술과 보증이 있어야 한다. 진술과 보증 조항은 작가가 제출한 시나리오와 모든 자료는 작가가 창작한 것이고 타인의 저작권 등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조항이다. 이 조 항은 프로듀서가 원작자와 옵션 계약할 때 작가가 제공하는 진술 및 보 장조항과 유사하다. 실화를 영화화할 경우에는 라이프스토리권리(life story rights)를 확보한다.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소송을 예방하고, 실재 인물 의 일기나 사진, 회고담 등 기초자료를 얻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계약을 통해 프로듀서는 실재 인물을 묘사할 때 수 정 보완할 수 있는 재량, 즉 스토리를 허구적으로 변형할 수 있는 권리

18) 정경석 편(2004), 같은 책, pp.375∼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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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tic license)까지 확보할 수 있다. 각본계약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작가가 정당한 인건비를 받지 못해 계약을 해제한 경우 그 시나리오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다. 작가가 최초로 시나리오를 썼다면, 작가가 저작권자가 되는 것이 원 칙이다. 프로듀서가 시나리오의 아이템과 구체적으로 개발된 시놉시스 를 작가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저작권은 작가의 것이다. 그 러나 작가와 프로듀서 두 사람이 공동으로 개발했다면, 공동이 소유한 다. 그런데 시나리오의 아이디어나 기획이 프로듀서의 것이라면 저작 권은 누구에게 귀속될까? 만일 창작성을 가진 구체적인 시놉시스를 프 로듀서가 제공했다면, 시나리오 자체의 저작권은 작가가 가진다 할지라 도 시놉시스에 대한 저작권은 프로듀서가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작가는 프로듀서가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 그 시나리오를 활용할 수 없다. 반대 로 프로듀서도 작가와 합의하지 않고 그 시나리오를 활용할 수 없다. 따 라서 기획개발 초기에 작가와 프로듀서의 친밀도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 라도, 앞으로 발생할 만한 저작권 분쟁에 대비하여 각본계약서를 체결 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시나리오 작가와 체결하는 각본계약 혹은 작가고용계약의 쟁점으 로는 각본 집필에 따른 인건비의 규모와 지급방식, 집필기간, 프로듀서 의 각본 수정 요구 횟수, 크레디트 표기방식, 작가의 교체 가능성, 각본 집필에 따른 진행비 사용액에 대한 반환 의무 여부, 권리 및 퍼블리시티, 권리구제의 제한, 진술 및 보증 등이 있다. 집필기간은 얼마나 잡을 것 인지와, 작업 시작 시점과 각본 제공 시점, 개정본 제공이나 윤색기간 등 에 관해 명시해야 한다. 작가고용계약에서 오리지널 작가가 개작이나 속편에 참여할 수 있는지, 제작을 허락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도 명 시해야 한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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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통 오리지널 작가는 최초거절권(right of first refusal) 이나 최초 협상권(first right of negotiation)을 가질 수 있다.20) 그 외에 도 시나리오 출판권이나 연극 등으로 매체를 전환해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누가 가지는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인건비 지급이나 보상 의 방법도 중요한 사항이다. 대개 계약 직후 50%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초고 완성 시에 나머지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 여러 작가와 단계별로 계약(step deal)하는 것을 선호하는 프로듀서도 많다. 단계별 계약은 오리지널 시나리오라 면 트리트먼트, 초고, 재고, 3고, 4고 윤색 등 개발의 단계에 따라 다양한 작가와 작업할 수 있다. 각본의 진전 정도에 따라 어느 단계에서든 중단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개발 방식이다. 저작권의 귀속문제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종종 발생한다. 공모는 ‘우수현상광고’처럼 넓은 의미의 계약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즉 주최 자의 광고는 계약의 청약에 해당하고, 작가의 응모는 ‘계약의 승낙’이라 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모하는 이들은 공모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본 후 응모해야 한다. 공공적 성격을 표방하지 않는 사기업이 공모 한 것이라면, 저작권은 대체로 주최자가 가진다.21)

19) 개작은 기존의 영화를 새롭게 제작하는 것이며, 속편은 오리지널 영화의 사건 전개 이

후에 일어난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말한다. 20) 작가가 최초거절권을 가지려면 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가 제작되었어야 하고, 전편

영화에서 작가가 단독 크레디트를 받고, 각본 집필에서 기여한 바가 컸어야 한다. 21) 조광희·안지혜·조준형(2003), 󰡔영화인을 위한 법률 가이드󰡕, 서울: 시각과 언어, pp.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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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의 용어들 계약서에 사용하는 용어는 계약당사자가 반드시 합의하여 정의해야 한 다. 용어를 달리 해석하여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 화제작 및 투자 배급계약서’에서 사용하는 일반 용어들을 정리하면 다 음과 같다.

제○조 일반 용어의 정의

(1) 극장 상영권: 영화를 국내외에서 극장상영(theatrical), 비 극장상영(non-the atrical), 비디오로 상영할 수 있는 권리. (2) 홈 비디오 배급권: 영화를 국내외에서 홈비디오, 소매용(sell-through)으로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 비디오에는 모든 종류의 테이프 방식(VHS, Beta, 등)과 DVD 계열을 포함한다. (3) TV 방송권: 영화를 국내외에서 공중파 TV, CATV, 위성 TV(Pay & Free), 지 상파 및 위성 DMB로 방송할 수 있는 권리, PPV(pay-per-view) 권리, VOD(video-on-demand) 방식으로 방송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 ① 공중파 TV 방송권: 영화를 국내외에서 모든 형태의 공중파 방송(국영, 공 영, 민영 방송 모두 포함)을 통해 방송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 ② CATV 방송권: 영화를 국내외에서 모든 형태의 유선방송(호텔의 Pay TV, 선박 및 비행기에서의 방송을 포함)을 통해 방송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 (4) 부가판권: 위 (1), (2), (3)을 제외한 본건 영화로부터 현재 및 향후 발생 또는 파생 가능한 직접적·간접적인 모든 저작재산권을 양도 또는 사용 허락하는 권리. ① 비디오 디스크 판권: 국내에서 영화의 CD, CD-ROM, Video CD, LD, DVD 등을 제작, 판매할 수 있는 권리. ② 음반 및 음원 판권: 국내외에서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및 관 련 음반을 제작, 판매할 수 있는 권리와 음원을 디지털화하여 사용허락 또 는 양도할 수 있는 권리. ③ 유·무선 인터넷 판권 등: 국내외에서 유·무선 인터넷 판권 및 기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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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술에 의하여 영화를 전송할 수 있는 권리. ④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 작성권 등: 영화를 번역, 변형, 각색, 영상 화, 편집 등의 방법으로 개작한 저작물을 제작,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서, 캐릭터에 대한 권리, 서적 및 기타 출판물 판매권, 게임판권, 머천다이징 판권 등을 말한다. (5) 해외배급권: 영화에 대한 극장상영권, 홈비디오 배급권, TV방송권 및 부가판 권 등을 국내를 제외한 세계 전 지역에 양도 또는 사용 허락할 수 있는 권리. 제○조 매출액 관련 용어의 정의

(1) 총매출액: 영화에 관하여 발생한 다음 (2)호에서 (7)호까지 매출액의 합계. (2) 극장상영 매출액: 영화를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한 후 발생한 매출액으로서 극장에서 발행한 부금계산서의 금액(제세공과금 제외함)으로 ‘갑’이 극장으 로부터 받는 순매출 금액. (3) 홈비디오 매출액: 국내에서 홈비디오 판매를 통하여 발생한 매출액(반품수 량 제외) 중 ‘갑’에게 발생한 순매출액으로서, 대행사를 통한 판매의 경우에 는 로열티 금액, 직접 판매의 경우에는 특약사항 부속서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 른 금액. (4) TV방송권 매출액: 국내외에서 모든 형태의 공중파 및 유·무선 방식의 TV를 통해 방송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 또는 사용 허락함에 따른 총 매출액으로 하 며 대행수수료가 있는 경우 이를 제외한 금액. (5) 부가판권 매출액: 국내에서의 비디오 디스크판권, 음반판권, 인터넷판권, 2 차 저작물 작성, 편집저작물 작성 등 위의 (2), (3), (4)를 제외하고, 영화로부 터 현재와 미래에 발생 또는 파생 가능한 직접적, 간접적인 모든 저작재산권 을 양도 또는 사용 허락하는 데 따른 수익을 의미하며, 대행수수료가 있는 경우 이를 제외한 금액. (6) 해외배급 매출액: 영화의 극장 상영권, 홈비디오 배급권, TV 방송권 및 부가 판권을 국내를 제외한 세계 전 지역에 양도 또는 사용 허락하는 데 따른 수익 을 의미하며 대행수수료가 있는 경우 이를 제외한 금액. (7) 협찬금 매출액: 영화의 제작 및 배급 등의 과정에서 제삼자가 광고목적이나 지원목적으로 ‘갑’이나 ‘을’에게 지급하는 협찬금 또는 지원금, PPL(pro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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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ment) 대금의 총액 중 대행수수료와 제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말하 며, 특약사항의 부속서에 정한 비율에 따른다. 제○조 비용 관련 용어의 정의

(1) 총제작비: 영화에 관하여 발생한 다음 (2)호에서 (7)호까지의 비용을 더한 금 액과 ‘갑’과 ‘을’ 사이에서 제작비용에 추가로 산입하기로 합의한 금액을 합한 금액. (2) 순제작비: ‘갑’이 영화의 제작완료를 위하여 직접 또는 ’을‘을 통하여 지출하 는 인건비, 장비사용료, 필름비 등의 제작비용으로 다음 각 호의 비용들도 포 함한다. ① 개발비 및 사전 선급금: 영화의 제작과 관련하여 제작여부, 시장조사, 기 획 등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하여 본 계약의 체결 이전에 ‘갑’과 ‘을’ 간 계약으로 지급했던 비용. ② 본 계약 체결 이후에 영화의 제작 완료까지 발생하는 ‘을’의 사무실 유지비 등의 경상비. (3) 배급·마케팅 비용(P&A 비용): 영화의 개봉 및 배급을 위하여 발생하는 비 용으로 디지털 상영용 파일(과거 프린트) 제작비, 입회비, 발송비, 배급진행 비 등과 마케팅을 위해 광고 및 홍보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4) 해외수출 영업비: 해외 수출을 위하여 발생하는 모든 비용으로 번역료, 프린 트비, 자막작업료, 홍보물 제작비 및 해외 광고, 홍보비와 마켓, 영화제 참가 비용 등을 포함한다. (5) 판권판매 수수료: 영화의 판권 판매를 위한 극장배급대행수수료, 해외판매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와 제반 비용, 별도의 대행을 의뢰할 경우 대행사와 합의한 계약조건에 따른다. (6) 기타 비용: 영화와 관련된 관리수수료, 회계감사와 법률자문비용, 이자나 송 금관련 금융비용. (7) 흥행성과급: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인력에 별도의 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분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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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와 의무 계약서의 핵심은 계약 당사자인 ‘갑’과 ‘을’에 주어지는 권리와 의무에 관 한 조항이다. 권리와 의무를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는 계약서는 영화의 메인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체결한 ‘영화제작 및 투자 배급계약서’다. 여기서 명시하는 권리와 의무 조항의 예는 다음과 같다.

제○조 ‘갑’ 의 권리

(1) ‘갑’은 영화에 대한 극장 상영권, 홈비디오 판권, TV 방송권 및 부가판권 판매 권, 해외 수출권을 포함, 기타 판권과 이후 기술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매체의 판권물에 대한 운영권을 가진다. (2) ‘갑’은 영화를 이용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반 홍보 및 판매 전략 을 결정하고 적절한 수익창출방법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3) ‘갑’은 영화의 제작과 배급의 전 과정에서 있어서 유입되는 모든 수입과 지출 되는 모든 비용을 감독하고 관리할 권리를 가진다. (4) ‘갑’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본건 영화의 전 과정에 ‘갑’의 인력을 파견하 여 자금의 운영 및 일정의 관리에 참여할 수 있다. (5) ‘갑’은 영화의 촬영된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이나 디지털 마스터 파일, 사운 드 필름, 마스터 포지티브 필름, 듀프 네거티브 필름 및 프린트의 소유권을 가진다. ‘을’은 ‘갑’의 동의를 얻어 본건 영화의 프린트나 디지털 파일 및 기타 제반 물품을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있다. (6) ‘갑’은 영화의 시작부분에 ‘갑’의 로고 동영상을 붙일 수 있으며, 영화의 광고, 홍보와 관련한 모든 매체에 ‘갑’과 제3의 투자자의 이름 및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7) ‘갑’과 ‘을’은 현재 관행적으로 영화제작 과정을 촬영 제작하는 메이킹 필름의 제작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갑’은 메이킹 필름과 관련된 저작권 및 상업화 권 등 일체의 권리를 보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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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을’의 권리

(1) ‘을’은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할 권리를 가진다. (2) ‘을’은 영화를 이용한 수익의 창출을 위하여 제안할 권리를 가진다. (3) ‘을’은 개봉일로부터 ○년 간 본건 영화를 이용한 수익 발생분에 대하여 제15 조의 규정에 따라 일정액의 성공 수당금을 분배 받을 권리를 가진다. (4) ‘을’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업무가 아니라면 계약 영화의 제 작자로서 가지는 명예와 능력의 평가 등에 관하여는 자신이 창작자임을 알 릴 수 있는 크레디트권을 보유한다. 제○조 ‘갑’의 의무

(1) ‘갑’은 본 계약에 따라 총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다. (2) ‘갑’은 본건 영화를 이용한 수익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성실히 노력하여 야 한다. (3) ‘갑’은 본건 영화의 수익금 및 비용을 성실히 관리, 보관하며 그 내역을 ‘을’이 원할 경우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제○조 ‘을’의 의무

(1) ‘을’은 양질의 영화제작을 위해 계약 영화의 기획과 제작에 최선을 다해야 하 며, 합의된 제작예산 및 개봉일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2) ‘을’이 ‘갑’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영화의 제작 및 배급 등 기타 계약영화와 관 련하여 제삼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약속한 경우, 그러한 계약이나 약속으로 인하여 영화제작과 배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을’ 은 이에 따른 ‘갑’ 또는 제삼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등 모든 책임을 부담하고 ‘갑’을 면책시켜야 한다. (3) 계약 영화의 제작과 관련된 인력고용 및 출연계약, 장비사용, 촬영 등 제작과 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민, 형사상의 분쟁에 대하여 ‘을’이 자신의 비용으로 모든 분쟁을 해결키로 하고 ‘갑’은 면책시켜야 한다. (4) ‘을’은 ‘갑’이 업무협력을 약정한 업체와 계약영화의 제작과 관련된 진행을 하 여야 하며 그렇지 아니할 시 사전에 ‘갑’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5) ‘을’은 ‘갑’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영화와 관련되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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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익을 직접 수령할 수 없다. (6) ‘갑’이 계약 영화에 대하여 현물이나 현금을 투자하려는 제삼의 투자자를 유 치하려는 경우 ‘을’은 투자자의 유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7) ‘을’은 영화의 개요 및 제작일정 부속서에 기재된 일정에 맞추어 영화의 시나 리오와 캐스팅 및 제작을 완료하여야 한다. (8) “을”은 계약영화 촬영 종료 후 잉여의 네가 필름(현상 전의 촬영용 필름)과 소 품, 의상의 제작 및 구매 물품, PPL 협찬 물품 등을 ‘갑’에게 반납하여야 한다. (9) ‘을’은 영화의 서울지역 개봉이 완료될 때까지 추가의 비용 없이 계약영화의 해외수출을 위하여 M&E를 분리한 녹음테이프와 음악 저작권 사용 현황 및 음악 큐시트를 작성하여 ‘갑’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최종편집권과 음악저작권 감독계약서를 체결할 때 거론되는 협상의 쟁점은 공평한 분배(equitable remuneration)와 최종편집권(the right of ‘final cut’)이다.22) 제작자나 프로듀서는 ‘용역 제작’을 하지 않은 경우라면, 완성된 영화에 대한 저작 권을 소유할 수 있다. 프로듀서가 제작비에 소요되는 자금을 구해오고 기획개발부터 배급까지 영화 비즈니스의 전 과정에서 걸쳐 의사결정권 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감독을 비롯하여 다른 인력은 특약을 체 결하지 않는 한 영화에 관해 별도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간혹 감독 이 제작자이거나 프로듀서를 겸하면서 저작권과 최종편집권을 공동 소 유하는 경우도 있다. 독립영화 제작 시스템은 창작 과정이 고단한 반면,

22) Alberstat, Philip(2000), 같은 책,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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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의사결정권과 저작권을 지켜낼 수 있는 방식이다. 감독은 저작권을 소유하지 못하는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인건비를 수령한다. 인건비가 충분치 않다면, 제작자나 프로듀서는 이들의 창의 성이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미리 고민해야 한 다. 감독의 기여도에 따라 흥행성과급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주연배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종편집권은 프로듀서가 가진다. 그러나 한국영화에서는 프로듀 서가 감독에게 편집을 맡기고, 사전에 합의한 러닝 타임(running time) 을 지키는 선에서 순서편집에서부터 최종편집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시 간을 보장해 준다. 다만 최종편집권에 이견이 생겼을 때에는 프로듀서 가 결정 권한을 가지도록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편집에 관한 한 감독 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프로듀서도 있지만, 대개 편집본에 대한 상호 간 의 이견을 예방하기 위해 감독과 사전에 합의한 러닝 타임을 계약서에 명시하여 이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최종본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때에 따라 DVD를 출시할 때 감독이 원하면 ‘감독판(director’s cut)’ 으로 제작하여 출시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기도 한다. 프로 듀서는 영화관 배급용 버전과 감독판 모두 DVD로 출시하기도 한다. TV VOD, 지상파 방송, 인터넷 스트리밍 윈도 등에 영화관 배급용 최종편집 본으로 서비스할 것인지 감독판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합의 하는 것이 좋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기존의 음악을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주의해 야 하는 사항이 많다. 특정한 음악을 영화에 사용하려는 것과 사운드트랙 앨범을 판매하는 것은 별개의 합의 사항이다. 작곡가와 작사가의 저작권 문제를 합의하는 것과 그 곡의 마스터 음원에 대해 권리 처리하는 것도 별 개다. 음악 사용에 관해서는 크게 네 가지의 권리-공연권(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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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right), 싱크로나이제이션권(synchronization right), 개작 권(adaptation right), 기계적 복제권(mechanical right)-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공연권은 대중 앞에서 악곡을 노래, 연주, 상연, 상영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일반 공중에 공개하는 것을 말하며, 공연이나 방송되거나 실 연되는 것을 녹음·녹화한 것을 재생하여 일반 공중에 공개하는 것을 포함한다.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음악이 들어간 영화를 영화관에 서 상영하는 데 필요한 권리다. 미국에서는 저작권을 관리하는 음악출 판사(publishing company)나 에이전트가 공연권 사용료를 직접 획득 하고 있으나, 그 외의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공연권 관리단체가 영화의 상영으로 얻은 총수입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을 공연권에 대한 대가로 징수하여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한다. 싱크로나이제이션권은 음악을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삽입할 수 있 는 권리다. 음악을 영화의 이미지와 동기화시켜야 해서 이처럼 명명한 다. 프로듀서는 사전에 음악저작권자와 협상하여 이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 싱크로나이제이션권은 그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연권까지는 포함하지 않고 있으나, 편의상 이 두 권리를 동시에 허락하고 사용료를 징수한다. 개작권은 원곡을 개작하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기존 음악 을 편곡하거나 가사를 바꾸는 등 변형하여 사용할 때 필요하다. 영화를 영화관 상영 외에 DVD나 비디오 등으로 복제하여 판매하 는 데 필요한 권리가 기계적 복제권이다. 특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original soundtrack, OST)의 발매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권 리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존의 음악을 영화에 사용하고자 할 때는 작곡 가와 작사자에게 이용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한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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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작물의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가 음악 저작물의 공연권, 방송권, 복제권 사용료를 징수하여 저작권자에게 분 배한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해당 저작권 사용을 요청하면 된다. 계약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수행해야 한다. 에 이전트나 외국계 음악출판사에 자신의 저작권 관리를 맡기는 음악가들 도 있다. 2013년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 사용료의 징수규 정 중 영화에 해당하는 조항은 제34조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4조 영화 등 영상물의 사용료

ⓛ 사용료 규정 제34조 1항에 의해 복제·배포·공연 등을 일괄적으로 허락하는 경우의 곡당 사용료는 다음의 산식에 의하여 계산한다. 300만 원 + (스크린당 곡단가 X 개봉 첫날 스크린 수) ∙ 스크린당 곡단가는 13,500원으로 한다. ∙ 개봉 첫날 스크린 수는 영화진흥위원회 극장 입장권전산망 집계를 기준으 로 하다. ∙ 순제작비 10억 미만 영화의 경우에는, 위 기준에 의하여 산출된 사용료의 1/10로 한다. ∙ 협회는 사용료 규정 제34조 제1항의 적용에 있어 저작인격권 동의서를 요 구하지 아니하고, 음악의 사용과 관련하여 저작인격권 침해 분쟁이 발생하 는 경우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② 영화에 음악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복제와 공연을 별도로 허락하기로 특 약이 있는 경우 곡당 복제사용료는 다음과 같다. 사용량에 따른 구분

5초 이상 1분 미만

1분 이상 5분 미만

5분 이상

일반 상업영화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

저예산 독립영화(제작비 4억원 미만)

20만원

40만원

60만원

영화제 출품

4만원

8만원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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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제2항의 특약이 있는 경우 사용자는 복제사용료와 별도로 영화상영이 종료된 후에 협회가 관리하는 곡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곡당 공연사용료를 정산하여 납부한다. 해당영화 관람객수 x 평균관람료 x 0.97(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가금 공제) x 음악사용료율 비고1) 영화상영관이 공연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납부 주체인 ‘사용자’는 영 화제작자로 하고, 영화제작자가 사용료를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영화 상영관에게 납부를 요구할 수 있다. 비고2)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가금’ 비율의 변동에 따라 위 부가금 공제 비율 을 조정한다. 비고3) 음악사용료율이란 음악 1곡의 기여도로서 사용된 양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분화한다. 사용량

5초 이상 1분 미만

1분 이상 5분 미만

5분 이상

음악사용료율

0.06%

0.1%

0.2%

음반제작자에게도 저작인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 가수나 연주자 의 저작인접권료는 음반제작자가 대표로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음반에 녹음된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해당 음원에 대한 사용 허락 도 받아야 한다. 이는 저작권이 아니라 제작자의 저작인접권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작권이 소멸한 음악이라 할지라도 음반으 로 고정되어 있으면, 그 어떤 경우라도 무단 사용할 수 없다. 이때 프로 듀서가 취득해야 하는 것이 저작인접권자의 마스터 사용 라이선스 (master use license)다. 음악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저작권자를 찾기 힘들면, 퍼블리싱 회사에 음악 사용에 관한 비즈니스를 위탁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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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곡을 사용할 경우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등록된 곡일 경우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사 용 허락에 필요한 절차를 수행한다. 만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 되어 있지 않을 때에는 음반제작사에 직접 연락해야 한다. 메이저 음반 사인 경우에는 계열사로 운영하고 있는 음악출판사를 접촉해야 한 다.23) 리메이크된 곡을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리메이크곡을 제작한 음 반사와 원곡을 제작한 음반사에 모두 연락해서 저작권자와 저작인접권 자를 정확히 확인해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음악출판사들은 저작권을 팔거나 위탁한 음악가들의 음악 을 복제하는 권리를 관리하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수많은 음악출판사 중 에서 저작권자를 찾아주는 에이전트도 있다.24) 저작권자가 어디에 있는 지를 찾아서 거래조건을 협상해 주고,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수령하 는 대행사인 뮤직 클리어런스 하우스(music clearance house)도 있다. 각국에는 공연권관리단체나 복제권관리단체들이 있어서 저작권자들을 대신해 상업적인 공연이나 방송을 모니터하여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 곡의 가치나 음악가의 의견에 따라 사용료는 천차만별이다. 수많은 음악 이나 효과음을 수록하고 있는 뮤직 라이브러리(music libraries)를 이용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음악들은 대개 고용저작물이거나 권리 처리가 끝난 저작물이다. 저작권을 뮤직 라이브러리 운영자나 판매자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를 간소하게 처리할 수 있다.

23) SONY/ATV Music Publishing, Universal Music Publishing, BMG Music Publishing, Warner Chappel, EMI Music Publishing 등이 메이저 음반사들이 계열화하고 있는 음악

출판사들이며, 국내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24) 미국의 Harry Fox Agency는 음악출판사들의 대표를 맡는 대표적인 에이전트다. 캐나

다에는 CMRRA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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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용허락계약에서는 사용료가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용허락의 지역적 범위 역시 중요한데, 전 세계 지역에서 허 락받는 것인지 아니면 자국 내에서만 허락받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 다. 허락받는 권리는 “영화배급을 위해 필요한 모든 권리”와 같이 포괄 적으로 획득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용 허락하는 매체에 관해서도 “현존 하는 그리고 이후에 발명될 모든 매체”로 해야 한다. 오리지널 사운드트 랙의 발매 조건도 꼼꼼하게 협상해야 한다. 새로운 음악을 영화에 수록하기 위해 작곡가에게 의뢰할 수도 있 다. 영화음악의 작곡가는 음악을 작곡하고 동시에 이를 편곡하고 오케 스트라와 녹음해서 영화에 맞게 동기화시킬 수 있는 마스터를 프로듀서 에게 제공한다. 일종의 ‘음악 프로듀서’로서 작곡가는 다른 뮤지션을 고 용할 수도 있다. 음악 프로듀서가 기존에 출시된 음반에서 곡을 발췌하 여 영화에 사용하기 원하면, 프로듀서는 그 곡의 저작권자는 물론 마스 터 권리를 가진 레이블과도 사전에 협상해야 한다. 영화에는 사용하게 하고, 별개의 OST 앨범에 복제하여 출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 기 때문이다. OST 매출과 정산에 관한 조건은 영화에 참여한 작곡가나 음악 프로듀서, 음반사 등과 협의하여 결정한다. 작곡가는 프로듀서가 영화에 사용한 곡의 레코딩과 OST 음반 제작에 사용한 모든 비용을 회수 하기 전까지는 분배금을 가져갈 수 없다는 전제로 계약조건을 협상한다. 어떠한 계약도 계약 당사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계약 내 용에 위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해제되거나 해지될 수 있다. 계약의 해제 는 계약이 성립된 후에 계약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계약관계를 소급 하여 해소하여, 당사자 사이에 처음부터 계약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이행되지 않은 채무가 있는 경 우에는 그 이행이 불필요하게 되며, 이미 이행된 채무가 있는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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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서로 반환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다. 반면에 계약 의 해지는 임대차나 고용, 위임 등과 같은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장래에 향하여 그 계약관계를 소멸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약의 해제가 소급하여 계약관계를 소멸하는 것에 비하여, 계 약의 해지는 계속적 계약관계에서 장래의 효력만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해지와 해제권은 그 효력이 장래에 국한되는가 아니면 소급하여 적 용되는가만 구분될 뿐 그 외의 효과는 일치한다. 계약서에 명시한 것 이 외의 분쟁에서는 상호 간에 합의하는 것이 좋겠지만, 조정이 불가할 경우 에는 소송에 이르게 된다. 계약은 일종의 약속이고 양 당사자가 이 약속 을 지키려 노력해야 하지만, 약속이 깨지면 법으로 수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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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프로덕션 운영

프로덕션은 한 편의 시나리오를 영화로 바꾸는 실제적인 제작 과정이 다. 프로덕션 과정은 재능이 다른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일종의 ‘레고 블록 쌓기’와 같다. 레고 블록의 최종적인 모습은 블록 쌓기에 참여한 사 람들이 내놓은 블록의 수와 모양에 따라 다를 것이다. 블록을 창의적으 로 조합하는 노하우도 중요하다. 영화 제작도 마찬가지다. 제작 현장에 모인 다수의 창의적 인력, 기술을 다루는 전문가, 관리와 지원을 담당하 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야 한다. 영화마다 주어진 블 록의 수와 모양은 다르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소망했던 영화를 완성하 기 위해 전체 인력의 직무를 정확히 파악하여 프로덕션에 적절하게 배 치하려고 한다. 모범적이고 현명한 프로듀서의 전형은 없다. 모든 영화 가 동일한 프로덕션 운영방식을 구사할 필요도 없다. 만일 프로듀서가 제작 전반의 기술적 공정을 이해하고 있다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고 제작비를 줄일 수도 있다. 실제 프로덕션 제작비의 산정 근거가 그 운영 과 관리방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긴 기획개발 과정을 거 쳐 시나리오를 끝낸 후 자금까지 확보한 프로듀서가 실제 ‘현장’에서 프 리프로덕션, 촬영, 후반작업 단계를 거치면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해 가 는 실제 과정을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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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설립과 조직문화 프로듀서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같은 목표 를 가지고 있기를 희망한다. 프로듀서가 영화를 제작하려면, 투자를 받 거나 공적 자금을 신청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대외적이고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별도의 적법한 조직, 이를 테면 영화제작을 업으로 하는 법인형태의 영화(제작)사를 설립해야 한 다. 투자와 예산의 관리와 정산의 편의성을 위해 문화산업전문회사와 같은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company, SPC)을 설립할 수도 있 다. 이러한 조직이 있어야 투자사나 배급사, 기술업체 등 다른 법인과 기획개발계약이나 투자배급계약, 수출계약 등을 체결할 수 있다. 법인 회사체가 아니더라도 개인사업자나 프로젝트별로 움직이는 유연한 조 직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 어떤 조직이든 영화를 만들고 앞으로 비즈니 스 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토대를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제작사는 프로듀서가 목적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이들이 모인 법인체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영화 비즈 니스의 중심 조직이다. 제작사 대표는 ‘제작자’이자 프로듀서가 된다. 프로듀서가 상주하는 제작사 사무실(production office)은 프로덕션의 심장부로 커뮤니케이션과 운영 센터로 기능한다. 이곳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협상하며, 인력이 고용되고, 의미 있는 문서작업과 생생한 정보가 생산되고 유포된다. 조직이 잘 만들어지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록, 프로덕션은 더 순조롭게 진행된다.1) 사무실 공간에는 프로듀서

1) Honthaner, Eve Light(2001), The Complete Film Production Handbook, 3rd edition, Oxford: Focal Press,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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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감독, 프로덕션 매니저나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제작부와 연출부, 회 계담당, 미술부서가 배치된다. 회의실과 응접실, 사무기기가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간단한 부엌이 있으면 더욱 좋다. 제작사는 야구팀처럼 든든한 팀워크로 운영되어야 좋다. 제작사는 기본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매출액, 당기순이 익, 수익률과 같은 재무적 성과를 얻기 위해 조직 구성원의 협력을 필요 로 하게 된다.2) 이러한 협력을 체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조직관리 측 면에서 제작사 대표나 프로듀서가 할 일이다. 비영리적인 프로덕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일 좋은 방법은 조직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조직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고 개인의 발전까지도 달성하게 할 수 있는 제도나 기술의 체계 를 내부에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하여 확실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인재라는 경영자원은 능력이 같더라도 인센티브 지급 여하에 따라 조직에 대한 공헌도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인력을 육성하여 배출 하는 조직이라면 더욱 좋다. 특히 영화제작은 개인의 창발성에 기초하 여 일시적으로 많은 일을 집중해서 해야 하므로 팀워크에 힘을 쏟는다. 물론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규모가 어떠한가에 따라 조직은 달리 운영되 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작사는 제작사가 확보한 자금과 경험을 기반 으로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인력을 찾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며, 그에 맞는 분업화도 이루어 내야 한다. 조직 관리에 실패하면 제작하고 있는 영화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2) 고동희·길재욱·김상수·류태수·문준연·심원술·전상길(2002), 󰡔경영학원론: 디지털 사

례를 중심으로󰡕, 제3판, 서울: 명경사, pp.28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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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벤처회사처럼 유연 하게 프로덕션을 운영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하여 항상 연구해야 한다. 조 직문화는 특히 중요하다. 일종의 유기체처럼 움직일 수 있는 현장을 운 영하기 위해서는 제작사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 안에 구성원이 공 유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조직 문화 속에서 ‘고유한’ 영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프로젝트 별로 프로덕션 사무실을 개설했다가 영화제작과 정산을 끝내면 조직을 해체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제작사는 영화 인력과 노동조건을 합의해야 하는 계약의 주체다. 따라서 영화 인력의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제작 현장에 요구된 준수사항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2006년 초 한국영 화산업노조가 출범하면서 임금단체협상이 진행되었는데, 이에 따라 단 체협상에 적용되는 영화 인력의 노동조건이 다소 개선되었다. 기본적 으로는 2007년 7월 1일 이후 발효된 영화 노사 간의 단체협약을 고려해 야 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영화산업노조와 임금단체협상이 진행될 것이므로, 프로듀서는 이 협상의 결과에 따라 프로덕션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프리프로덕션 현장 운영체계 확립과 인력 구성 제작인력을 프로젝트의 성격과 예산에 맞게 구성하는 일은 프로듀서의 중요한 직무 중 하나다. 각 인력의 업무수행 능력을 어떠한 기준으로 평 가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완성될 영화의 모양을 예측할 수 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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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로듀서가 제일 먼저 정하는 인력은 제작실장 (production manager)이다. 라인프로듀서를 먼저 고용하기도 한다. 라 인프로듀서와 제작실장의 업무는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제작실장은 실제 프로덕션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에 앞서 인력을 구성하는 일에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감 독이나 주연배우, 작가, 핵심적 인력 등은 프로듀서가 직접 결정하지만, 그 외의 모든 인력을 섭외하는 일은 제작실장이 맡는다. 제작인력의 경 험이나 창의력이 영화와 잘 어울리는가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제작실장 은 직능별 전문가의 경력과 인건비 수준, 업계 내에서의 평가 등을 조사 하여 제시하기 때문에, 프로듀서의 실질적인 조력자가 된다. 프로젝트 규모가 크면 2명 이상의 제작실장이 역할을 나누어 수행할 수도 있다. 제작실장이 프로덕션 인력을 구성하는 동안, 프로듀서와 감독은 주 연배우를 접촉한다. 주연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은 아이템 단계나, 시 나리오 완성 후 혹은 자금을 확보하는 동안에도 계속 진행된다. 자금조 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연배우다. 흥행 성적이 좋은 유명 배우라면 더욱 그렇다. 투자사는 스타의 캐스팅을 프로듀서의 가장 중 요한 능력 중 하나로 간주한다. 투자사가 캐스팅 결과에 따라 투자를 결 정하려 하므로, 프로듀서는 주연배우를 먼저 캐스팅한다. 파이낸싱과 주연배우 캐스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영화에서는 프 로듀서가 패키징 회사의 도움 없이 주연배우의 출연 의사를 직접 타진 하거나, 배우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와 직접 협상한다. 프로듀서가 캐스팅 디렉터(casting director)를 고용하여 배우 섭외 를 전담하게 할 수도 있고, 공개 오디션으로 주연배우까지 정할 수도 있 다. 주연배우와 조연배우가 정해지면, 감독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서 연출의 방향을 설명하고. 촬영대본을 읽어가면서 전체적으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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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 균형을 맞추어 간다. 영화산업을 전통 제조업과 유사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시나리오, 배우, 감독, 제작인력이라는 원재료를 통하여 영화라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유통하는 과정이 전통 제조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3) 그러나 영화사의 조직 운영 방식은 제조업과 많이 다르다. 거의 모든 인력이 창의적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프로듀서가 유 연한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면 좋다. 직능 별로는 촬영감독(혹은 ‘기사’), 조명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 등의 수장 을 중심으로 제1조수, 제2조수, 제3조수 등이 모인다. 제작사가 이들과 계약할 때에는 직능별 수장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거나, 개별 계약을 체 결한다. 임금단체협상에 따라 모든 조수급 인력도 개별 계약을 체결해야 하 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저예산 독립영 화라면 주요 인력이 열악한 경제적 여건을 무릅쓰고라도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후불제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 결하거나, 시설이나 장비를 현물투자로 전환하여 계약할 수도 있다.

대본 분석과 촬영일정 수립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은 영화의 아이디어를 문서에 기록하고 실제적인 촬영을 준비하면서 현장의 운영체계를 확립하는 과정을 말한 다. 프리프로덕션의 최우선 과제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전체 프 로덕션 공정을 계획대로 진전시키고,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프리프로덕션은 촬영기간을 예비하는 과정이

3) 삼정KPMG그룹(2002), 󰡔영화, 문화에서 산업으로󰡕, 서울: 삼정KMPG그룹,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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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로, 촬영 자체보다 더 중요하고도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대 본이 완성되면, 프로듀서는 그 대본을 기초로 하여 현실적이고 구체적 인 촬영일정을 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본이 다소 수정되기도 한다. 프로젝트가 실현해야 하는 특별한 목표가 있다면, 프리프로덕션 단 계에서 충분하게 토의해야 한다. 만일 CG(computer graphic) 작업을 동반하는 영화라면, 감독과 프로듀서, 촬영감독, 미술감독 등이 참여하 는 회의에 CG 슈퍼바이저가 참여하여 이미 확정된 신과 컷에 대한 작업 계획을 설명한다. 이때 CG 컷 리스트를 정하고, 회의를 통해 보완해 간 다. CG 슈퍼바이저는 촬영 시에도 현장에 나가 CG 작업에 활용할 수 있 는 영상 소스를 확보하는 데 조력해야 한다. 대본의 수정작업이 끝나면, 제작실장은 촬영대본을 장면별로 쪼개 서 정리한 대본분석서(script breakdown sheet)를 작성해야 한다. 이 분석서는 예산을 확정하고 촬영 스케줄도 현실적으로 짜기 위해 작성하 는 문서인데, 장면별로 촬영에 필요한 요소를 직능별로 점검하고 이를 기록한다. 몇 차례의 수정 과정을 거처 이 문서를 완성하게 되면, 구체 적인 예산 규모를 확정할 수 있다. 장면별로 한 페이지에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00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대본이라면 100장의 분석서를 만들게 된다. 프로덕션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으 며, 상세할수록 활용도가 높다. 장면별 분석서의 예는 그림 1과 같다. 이 단계에서 촬영을 위한 스토리보드(storyboard)가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콘티(continuity)가 구성된다. 이를 근거로 세부 제작일정과 예산을 짜는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전체 촬영의 청사진이자 상세 한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콘티는 매 컷마다 출연 배우, 대사, 카메라와 조 명의 위치, 의상, 소품, 로케이션 장소와 배경 설명, 세트 정보, 촬영시간 등을 알려 주기 위해 작성된다. 이때 프로듀서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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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장면별 분석서(script breakdown Sheet) 양식 작성날짜: 제작사명

분석지 No.

제목

대본 버전 No.

장면 No.

장면 제목

장면 설명 밤/낮

실내/실외 스턴트

단역

엑스트라

보험/교사

소품

운송/동물

세트업 수

예상 촬영 소요시간

출연배우

특수효과

의상 특기사항/ 저작권 점검 특수장비

탕으로 정확한 스케줄 운영계획과 예산안을 수립해야 한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근거로 프로듀서의 스태프인 라인프로듀서 나 제작실장은 조감독과 촬영 일정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어떻게 분 배 사용할 것인지를 정한다. 콘티의 특징에 따라 예산은 세부적으로 조 정된다. PPL(product placement)로 제작비를 절감할 수도 있고, 협찬 사의 요구에 따라 특정 대사나 화면을 추가해야 할 때도 있다. 프로듀서 는 영화 내에 제품을 현시하여 마케팅 효과를 거두려는 기업의 요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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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완성도를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수용해야 한다. 촬영 스케줄(scheduling)은 콘티에 따라 짠다. 밤낮의 길이, 날씨, 계절, 제작인력의 숙련도, 촬영장소 등의 여건도 상세히 계산해 넣어야 한다. 계획적인 촬영과 즉흥적인 촬영에 대한 대비책을 동시에 마련해 두어야 하며, 이렇게 수립된 스케줄의 결과에 따라 최종적인 예산이 확 정된다. 촬영일정을 확정하는 것은 예산을 편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 한 일이다. 촬영일정은 대본을 장면별로 분석한 것을 근거로 효과적으 로 촬영할 수 있는 일정을 공간과 시간별로 분류하여 짠다. 최종적으로 는 하루에 촬영할 수 있는 분량을 예측하여, 구체적인 날짜가 명기된 프 로덕션 스케줄을 짜게 된다. 하루에 촬영할 수 있는 분량은 ‘회차’로 묶 을 수 있는데, 참여한 인력의 숙련도와, 배우의 연기나 촬영의 난이도, 카메라와 조명기의 위치가 바뀌는 셋업(set up)의 수, 촬영지까지의 거 리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일정은 촬영 준비 상태와 촬영의 난이도, 모든 여건에 따라 탄력적 으로 운영되어야 하므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게 된다. 프리프로덕션 기간에 프로덕션 사무실의 회계는 투자자나 제작사를 위해 현금흐름도 를 준비해 둔다. 촬영 기간과 회차가 늘어나면 예산은 급격하게 증가하 게 된다. 촬영일정을 방만하게 운영하게 되면 프로덕션의 경제성은 급 격하게 훼손되고 촬영 기간이 연장되어 결과적으로 제작비가 상승한다. 제작비 상승은 곧바로 프로듀서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정을 정하는 것이 좋다. 2002년 영화인회의가 발간한 “한국영화 제작환경개선을 위한 연 구” 보고서는 촬영 스케줄이 촬영 단계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인 이 프로듀서가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정확한 일정과 예산안을 내 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였다.4) 예산을 초과하면, 투자자는 프로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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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뜨거운 것이 좋아> 촬영 일정표 사례(2007년 5월 13∼26일까지 13∼21회차 기준) 일

13/off

14/13회차 15/14회차 47D 카페 영미-경수 -카페주인 34N 서서갈비 아미-영미강애

20/17회차 33D 무대뒤 영미-경수 37D 소극장의상창고 영미-경수 -화정

21/off

16/off

17/15회차

18/off

19/16회차

48D 에버랜드 영미-경수

22/18회차 12N 식당 영미-경수 58N 식당 영미-경수 -윤주 61N 식당앞 영미-윤주

23/off

31N 찜질방 아미-승원 27D PC방 아미‘탐크루즈’ 17N 길거리 아미-승원

44D 승원사무실 아미-승원 22D 소극장무대/분장실 영미-경수화정

24/19회차 25/20회차

26/21회차

46D 학교도서관, 강애-미란 46-1D학교 도서관, 강애-미란 66D 학교음악실, 강애 -미란

53D 승원 집 아미-승원 86D 승원 집 아미 87D 승원 집 화장실, 아미

18N 승원 집 아미-승원 19N 승원 집 아미-승원

서에게 책임을 묻는다. 예산편성은 가장 중요한 프로듀서의 직무 중 하 나다. 촬영 스케줄을 제대로 짜지 못하면, 정확한 예산을 수립할 수 없 다. 초과한 예산만큼 투자사가 추가 지급하기로 하고 제작사의 지분에 서 그만큼 돌려받는 ‘패널티’ 특약에 서명한 프로듀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프로듀서가 흥행을 성공시키고도 자신의 몫을 챙겨가지 못하는

4) 이현승 외(2002), “한국영화 제작환경개선을 위한 연구”, 영화인회의 정책연구보고 2002-1, p.18.

147


그림 3 <사랑니> 장면연결표 사례(S#1∼10, 일부 수정)

S#

장소

D L C E O U N S T

등장인물 내용

인영 이석 인영 정우 영어샘 30 17 17 30

비 고

1

학원 교무실

D

O

영어선생이 인영에게 친조카 3 나 다름없는 아이라며 학생을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2

학원 강의실

D

이석 부와 통화하는 인영, 학 O 10 원에 온 이석을 보고 곤혹스런 얼굴이 된다.

학원 강의실

N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인영. O 18 수업 후 이석을 따로 불러 목 표하는 대학을 상담한다.

3A 학원 주차장 4 앞

N

L

1 학원 문을 나오는 학생들

5

학원 교무실

N

O

인영은 이석이 수학문제를 풀 3 지 못한다고 얘기하고 이석 부 는 불쾌한 감정을 보인다.

6

학원 강의실

N

O

한동안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 5 고 이석에게 말하는 인영/이 석의 커피를 얘기하는 인영.

7

도로, 인영의 차 안

N

L

이미 집을 지나치자 10분만 5 더 가자는 이석의 말을 거절하 고 차를 돌리는 인영.

8

이석 아파트 주차장, 인영차안

N

L

인사를 하고 아파트 현관 안으 7 로 뛰어 들어가는 이석과, 이 석을 쫓는 인영의 시선.

9

이석의 아파트 7층 현관 앞

N

L

이석 집 앞에 서 있는 인영, 이 4 석이 나오자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간다.

이석의 아파트 전경

N

L

1

계단 센서 전등이 6층, 5층, 4 층 순으로 내려가며 들어온다.

N

L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는 인영 4 과 우산을 들고 나오는 이석이 만난다.

타이틀 3

10 이석의 아파트 1층 현관 앞

148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 장소를 물색하는 로케이션 스카우팅(location scouting)도 프 리프로덕션에서 이루어진다. 로케이션 찾는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인 력도 있다. 지자체에서 설립한 영상위원회(film commission)는 영화 촬 영을 유치하여 단기적으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촬영지를 관광자 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많은 장소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으므로, 먼저 공개된 자료에 접근하여 조사한 후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경제적 이다. 촬영지로 정할 때에는 촬영 기간, 사용 시간, 사용료, 촬영지연 시 연장 여부와 조건, 파손 시 배상 처리 방안 등 상세한 조건을 합의해야 한다. 제작인력의 상해보험, 기자재 보상보험, 완성보증보험 등 각종 사 고에 대비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프리프로덕션에서 할 일이다. 프리프로덕션에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작업양식은 촬영일정표, 장 면연결표, 인물구성표 등이다. 이 표들은 연출과 제작에 필요한 사항을 간 명하게 정리하여 공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프로덕션 현장에서 전체 인력은 이를 숙지하게 되고 더 상세한 정보와 준비사항은 스토리보드에서 확인한다. 스토리보드는 감독이 주도하여 촬영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 가 참여하여 일정 기간 워크숍을 개최하여 합의한 콘티를 토대로 완성한 다. 일반적으로 이 워크숍에는 ‘스토리보드 작가’도 참여하여 여기서 합의 된 촬영방식을 그림으로 시각화한다. 이를 기준 삼아 장면의 연결감이나 컷의 수와 길이, 카메라의 움직임과 필요한 장비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149


촬영단계 촬영현장 운영 프리프로덕션이 끝나면 영상과 음향을 필름에 기록하는 촬영단계에 돌 입한다. 현장에서 촬영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면 조감독과 제작실장의 촬영 일정 운영에 따라 회차별로 정해 둔 분량을 끝내기 위해 모든 직능 별 인력이 분주하게 움직이게 된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미술부서는 세트를 제작하고, 제작부와 연출부는 회차별로 준비해야 하는 사항을 점검하고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모든 제작 인력은 직능별로 배치되어 각자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한다. 산업노조나 조 합과 합의한 노동시간이나 임금조건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배우들은 콘티가 제시하는 지침과 감독의 주문에 따라 카메라 앞에 서 예행연습 즉 리허설(rehearsals)을 하게 된다. 수차례의 블로킹이 끝 나면, 촬영감독이 조명장비 배치를 지시한다. 최종 리허설이 끝나면 본 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각 숏은 여러 테이크(take)로 불연속적으로 촬 영된다. 주연배우의 감정 흐름을 손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찍으려면 촬영대본의 순서에 따라 촬영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 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촬영여건이나 편리성에 따라 장면과 숏을 분리하 여 촬영하게 된다. 감독은 현장에서 만족할 만한 테이크에 ‘OK’ 컷이라 명명하고, 후 보로 ‘OK’라 할 만한 컷을 ‘킵(keep)’이라 기록해 두라고 스크립트 슈퍼 바이저에게 주문한다. 이후 편집실에는 ‘OK’ 컷의 정보가 고스란히 전 달되어 편집으로 연결될 중요한 근거가 된다. 동시녹음 기사는 현장에 서 녹음된 대사와 현장음을 채집한다. 촬영단계에서 프로듀서는 촬영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 상

150


황에 대처해야 한다. 가장 큰 위기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 작품의 내용을 조절하고 통제해야 할 때도 있고, 부족한 제작 비를 끌어오는 조건으로 자신의 지분을 넘기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상 태는 촬영이 중단되는 경우다. 실제로 촬영의 20∼30%가 진행된 후에 도 제작이 중단된 영화도 있다. 예기치 않은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고, 급격한 일기변화로 촬영이 지연될 수도 있다. 프로듀서는 이 모든 위험 을 잘 관리해야 한다. 촬영이 지연되면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제작 인력의 인건 비를 재조정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촬영 일정에 따라 확보한 예산을 분 배하고, 집행 후 정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듀서는 투 자사와 합의한 예산 항목에 따라 분류된 코드 내에서 적절하게 예산을 운영하게 되는데, 주로 메인 투자사가 제공한 예산 항목과 코드에 따라 정산하게 된다. 타인의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점검하 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정 사용(fair use)이 가능한 저작물이라면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다른 이의 저작물을 사 용할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자를 확인하여 이에 대한 보상비용을 제작비 에 반영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조기에 저작권자와 합의하여 PPL로 전환 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 촬영 장소에 있는 회 화나 조각, 사진 혹은 건축물 등에 대해서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기존의 영상물 인용 시 사용기간과 방법, 사용료, 당해 영상물의 저 작권자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방송사의 자료를 사용할 때에는 해당 방송사의 정책과 기준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사용할 음악에 대해 서도 사전에 저작권료를 확정해 두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문서들로는 소집통보문(call sheet), 일일

151


그림 4 일일 프로덕션 보고서 사례 영화제목:

회차:

제작사:

촬영시작일

촬영종료 예정일

촬영기간일수

경과일수(잔여일수)

촬영일지 내용

일정

시각

회차 Scene

누적촬영진행률

촬영일자

전체집합시간

예정

날씨

현장도착

전 회차까지

일출

촬영개시

오늘(현 회차)

일몰

촬영종료

오늘(현 회차)까지

집결지

뒷정리종료

진행률

Cut

Film(ft)

촬영분량 S# Cut D/N

S/O/L

극중장소

내용

S/O/L

극중장소

내용

촬영장소

주연

조연 단역 보조출연

미촬영분량 S# Cut D/N

사유

Production Check 촬영인원 내용

인원(명)

진행시간표 구분

시각

진행 내용 (S#)

부서별 집합시간/ 작업종료 시각 부서

제작

기상

제작팀

연출

조식

연출팀

촬영

현장집합

촬영팀

조명

촬영시작

조명팀

동시녹음

미술팀

미술/세트

소품팀

152

집합 작업종료시간 총시간 시간


촬영인원 내용

진행시간표 인원(명) 구분

시각

진행 내용 (S#)

부서별 집합시간/ 작업종료 시각 부서

소품

의상팀

의상

분장팀

분장

동시 녹음팀

CG

기타

집합 작업종료시간 총시간 시간

특수효과 특수분장

배우 집합시간/ 촬영종료시각

스틸/메이킹

주조연

현장편집

배우1

무술/스턴트

배우2

집합 시간

종료시각

총시간

촬영장비/그립 운송(버스/발전 /탑차) 특수차량 슈퍼크레인 주연

보조출연 집합시간/ 촬영종료 시각 장소

인원

집합시간

종료시각

조연 단역 식사

특별출연 매니저

구분

보조출연

조식

마케팅

중식

내방/기타

석식

Total

야식

인원

단가

장소

153


촬영파트 구분

예정

오늘

전화차까지

오늘까지

사용률

비고

예정

오늘

전화차까지

오늘까지

사용률

비고

예정

오늘

전화차까지

오늘까지

사용률

비고

카메라A 카메라B 촬영장비 특수장비 지미집 스테디캠 슈퍼크레인 MCC 추가렌즈( ) 조명파트 구분 기본 텅스텐 기본 HMI 기본 키노플로 조명 크레인 추가 HMI

6K 12K 18K

기본 발전차 추가 발전차 특수효과 및 기타 구분 강우기/살수차 강풍기/제설기 기타 특효기재 기타 특효기재

154


특수효과 및 기타 구분

예정

오늘

전화차까지

오늘까지

사용률

비고

와이어 스턴트맨 특수차량( ) 특수차량( ) 촬영버스 기타( ) 차량 장비/업무차량

수량

기타 차량

제작

감독/PD

촬영/그립

의상/분장

조명/발전

특효/특분

동시녹음

버스

특수장비차량

식당차

미술/소품

기타( )

수량

특기사항

프로덕션 보고서(daily production report), 스크립트 슈퍼바이저의 일 일 보고서(script supervisor’s daily report) 등이다. 소집통보문은 문서 로 작성하기보다는 유·무선 전화나 문자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일 일 프로덕션 보고서는 한국영화에서는 제작실장이 작성하는데, 회차별 로 촬영 진행 상황과 참여 인력, 장비를 상세하게 기록한 촬영일지다. 연출부에서 스크립트 수퍼바이저가 작성하는 일일 보고서는 촬영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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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촬영했는가를 컷별로 기록한 현장의 상황 보고서다. 편 집실에서는 이 보고서에 기입되어 있는 OK 컷을 골라 순서대로 편집한 다. 촬영한 컷의 연기, 대사, 배우의 움직임, 카메라 앵글, 렌즈 사이즈, 소품 외에도 특이한 촬영 환경도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

직능별 주요 인력의 역할 감독(director)은 각본을 영화의 이미지와 사운드로 바꾸는 사람으로, 영화의 창조적인 측면에 대해 총체적으로 책임진다. 크레디트에는 ‘감 독 〇〇〇(directed by 〇〇〇)’로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〇 〇〇 감독 작품(film by)’로 표기하려는 감독이 있지만, 이러한 크레디 트 표기를 반대하는 작가들이 많으므로 이에 관해서는 프로듀서가 확실 하게 뜻을 결정해야 한다. 스토리를 직접 쓰고, 프로듀서 기능까지 동시 에 수행했으면서 최종편집권과 저작권까지 가질 수 있는 감독이라면, ‘〇〇〇 감독 작품(film by)’이라는 크레디트를 주장할 수 있다. 거장 감 독의 작품이나 독립 예술영화라 하더라도 본인의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2004년부터 미국작가조합이 감독조합에 이러한 요구사항을 전달하여 서로 합의한 바 있다. 감독의 조력자인 제1조감독(1st assistant director)은 감독의 지휘 를 받아 촬영, 스태프, 일정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촬영 스케줄을 짠다. 프로듀서 라인의 프로덕션 매니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제2조감독 (2nd assistant director)은 배우의 분장과 의상을 준비시키기 위해 배우 와 해당 인력의 호출시간을 정하고, 엑스트라를 지휘하는 일을 돕는다. 제작에 관련된 문서를 각 부서에 전달하는 책임도 지고, 스크립트 슈퍼 바이저의 도움을 받아 촬영 당일의 제작보고서를 작성한다. 캐스팅 디렉터(casting director)는 연기자에게 주요 배역, 일당 연기

156


자, 단역 등의 역할을 배정한다. 스크립트 슈퍼바이저(script supervisor) 는 영화의 콘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록담당이라고 할 수 있다. 감 독과 나란히 자리 잡고 앉아서 장면과 테이크 수(take number), 카메라 위치와 앵글, 사용한 렌즈, 연기의 연속성(연기자의 의상, 헤어스타일, 소 품 등), 대사의 변화, 숏의 길이 등 콘티뉴이티를 검토하고 세세한 부분까 지 촬영 스크립트에 기록한다. 로케이션 매니저(location manager)는 촬 영 장소를 물색하여 적절한 장소를 추천한다. 선정한 장소에서 촬영하는 데 필요한 각종 허가절차와 문서작업을 수행하고, 장소사용료 및 기타 조 건을 협상하며, 주차공간도 확보한다. 촬영감독(director

of

photography,

DP)은 시네마토그라퍼

(cinematographer)로서, 카메라와 조명 인력을 지휘하면서 장비를 선택 하고 조명스타일과 각 장면의 노출을 결정한다.5) 카메라 기사(camera operator)는 감독이나 촬영감독의 구상을 숙지하면서 실제로 카메라를 조 작하는 사람이다. 카메라맨 제1조수(1st assistant cameraman, 1st AC)는 각 숏에 적당한 렌즈와 필터를 장착하고 초점을 맞춘다. 그는 피사체까지 의 거리를 측정하며 렌즈를 조정하여 초점을 맞춘다. 카메라맨 제2조수 (2nd assistant cameraman, 2nd AC, loader)는 필름을 장전하거나 푸는 일을 담당하며 카메라를 장치하고 이와 관련된 모든 장비를 유지 관리한 다. 또한 카메라 부서와 관련된 모든 사무 처리, 카메라보고서, 운송라벨, 각 테이크를 위한 슬레이트를 준비하고 담당한다. 개퍼(gaffer)는 전기 파트의 책임자(chief electrician)로, 촬영감독

5) 한국의 영화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촬영과 분리 독립된 ‘조명기사’가 개퍼의 역할을 해

왔다. 조명기사는 촬영기사의 조수가 아니므로 미국에서처럼 DP의 강력한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조명을 설치한다. 최근 DP 시스템을 선호하는 촬영기사가 점차 늘어나 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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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휘에 따라 움직인다. DP가 정한 조명의 패턴을 실행한다. 조명 제1 조수(gaffer’s best boy)는 조명과 전기관련 장비의 조작을 지휘하며 조 명기를 설치한다. 전기담당(electrician)은 개퍼와 조명 제1조수의 책임 아래 조명과 전기 장비를 챙기고 조종하거나 케이블을 관리하는 일 등 을 담당한다. 무대 전원 혹은 현장발전기에서 조명기에 이르기까지 케 이블을 끌어오고 발전기와 연결하여 세트에 전원 플러그를 가설하는 일 을 한다. 키 그립(key grip)은 감독과 DP의 책임하에 망치 그립(hammer grip)이라고도 부르는 현장의 육체노동자를 지휘 감독하는 그립 책임자 다. 조명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개퍼를 보조한다. 움직이는 숏에서 카메 라 이동, 카메라 지지대 제작, 달리 트랙 놓는 일, 카메라 장비, 조명 스탠 드, 세트 장비를 결정하기도 한다. 달리 그립(dolly grip)은 키 그립과 DP의 책임 하에 달리와 크레인 장비들을 조종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한 다. 달리 그립이 없으면, 보통 키 그립이 대신한다. 프로덕션 디자이너(production designer)는 미술부의 총책임자다. 영화의 전체적인 시각적 모습(look)을 설계하는 것이 임무다. 감독, DP 와 함께 영화의 스타일을 정하고 모든 시각적인 설계를 도모하고 그 실 행을 지휘한다. 색조의 구성, 세트 디자인뿐만 아니라, 촬영장소 선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를 지원하기도 한다. 의상, 세트 건설, 소품 등 여러 파트의 작업이 예술적으로 통합되어 그 영화의 시각적인 스타 일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프로덕션 디자 이너는 영화의 다양한 사회적 해석자로서 공간의 감성을 만들기 위해 대화하고 고민하는 사람이자, 영상 이미지 생산자로서 현 시대의 이야 기 공간을 서술하는 이라고 할 수 있다.6) 아트 디렉터(art director)는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창안한 세트를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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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하고 실제로 만드는 책임을 지는 인물로,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지휘 하에 미술 각 파트에 임무를 부여한다. 때에 따라 아트 디렉터가 미술파 트를 책임지기도 한다. 세트 디자이너(set designer)는 세트, 소품, 미니 어처 등을 그리는 작업을 포함해, 미술 파트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계획과 청사진을 제작한다. 또한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 인에 따라 실제 세트가 기초로 하게 될 기본 모델을 디자인하고 만든다. 세트 장식담당(set decorator)은 페인트공과 세트 건축 인부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세트를 장식한다. 가구, 그림, 잡지 등 세트를 장식하는 모든 물품을 고르는 일을 책임진다. 세트 마무리담당(set dresser)과 함 께 소품담당자와 협력하여 세트장식을 유지한다. 조경담당(greenman) 은 초목이나 꽃을 선택하거나 심는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storyboard artist)는 촬영에 앞서 영화 스크 립트를 시각적인 형태로 변환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세부적 스토리보 드는 카메라 세트업 단위로 그려지며 카메라 움직임을 지시하는 몇 개 단위로 나누어질 수도 있다. 감독을 대신해 영화의 전체 혹은 특정 시퀀 스에 대한 감독의 비전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대신해 감독에게 세트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에 관한 그의 비전을 전달해 주는 역할도 한다. 특수시각효과 슈퍼바이저(special visual effects supervisor)는 프 로덕션 디자이너가 고안한 미니어처나 모형 등을 만들고 조작한다. 소 품기사(prop master)는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확보하고, 이의 배치와 유지, 보관을 책임진다. 특수효과 담당(special effects coordinator)은 바람, 눈, 비와 같은 날씨 효과, 불, 연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며, 격투

6) 이현승·배윤호·신보경(2003), 󰡔프로덕션 디자인의 이해󰡕, 서울: 소도, p.6과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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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등에 나오는 가구 부수기와 같은 일도 담당한다. 의상 디자이너(costume designer)는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정한 디자인에 따라 촬영을 위한 모든 의상의 구매, 디자인, 제작을 지휘 한다. 의상 슈퍼바이저(wardrobe supervisor)는 의상 파트의 작업을 책 임진다. 배우들의 의상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착용을 도우며 의상목 록을 작성하고 유지한다. 분장책임(key make up artist)은 출연자의 분 장을 담당하며, 얼굴을 제외한 신체분장담당(body make up artist)과 분장부서의 조수들을 감독한다. 헤어 스타일리스트(hair stylist)는 배우 들의 머리, 가발, 부분 가발 등을 자르고 염색하고 모양을 만든다. 사운드 믹서(production sound mixer)는 녹음 장비를 선택하고 소 리의 크기와 질을 조절하며 사운드 리포트를 작성하며, 다른 음향 스태 프의 기술적 작업도 감독한다. 붐 오퍼레이터(boom operator)는 사운 드 믹서의 지휘를 받아 붐에 마이크를 달고 대사나 배경음을 채집한다. 케이블 담당(cable puller, cable person)은 음향 녹음 장비와 관련된 모 든 케이블을 배열하고 연결한다.

후반작업 후반작업의 공정 후반작업은 촬영된 영상과 음향 등 소스를 최종적으로 조합하여 영화로 완성하는 공정 일체를 말한다. 후반작업의 목적은 영화관에서 디지털 로 영사할 수 있는 포맷인 DCP(digital cinema package)로 첫 번째의 완 성본 파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영화의 촬영과 후반작업이 필름으로 진행되던 때에는 ‘프린트’를 만들었다. 후반작업을 충실하게 할수록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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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촬영한 분량 내에서 편집을 통해 내용을 삭제 하거나 변형할 수도 있고, 기술의 도움이나 보정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2개월간 촬영했다면 후반작업은 4∼6개월 이상 하는 것이 좋 다. 후반작업이 까다로운 프로젝트라면 그만큼 기간이 길어져야 한다. 다수 한국영화는 촬영을 2∼6개월간 진행하고, 후반작업을 짧게 잡아 2 ∼3개월 내로 끝낸다. 개봉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후 반작업의 모든 공정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기간을 줄이고 후반 작업을 길고 충실하게 하는 것이 제작비를 경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도 좋다. 영화의 완성도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촬영기간을 줄이려면,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더 늘어나야 한다. 즉 준비를 철저히 하 여 촬영기간을 단축하고, 남은 시간을 후반작업에 써야 한다. 만일 프로 덕션이 1∼2년 소요되는 프로젝트라면, 프리프로덕션 4∼6개월, 촬영 2 ∼4개월, 후반작업 4∼8개월을 배분하는 것이 좋다. 공정은 크게 편집실, CG작업실, DI실, 녹음실 등에서 이루어진다. 촬영된 원본 데이터는 DI실에 넘겨져 용량을 축소하여 편집 작업을 위 해 편집실로 보내진다. 원본 데이터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편집장비에 서 원활하게 작업하기 위해 용량을 축소하는 것이다.7) 편집은 촬영만큼 중요한 과정이며, 이후의 작업에도 가장 심대하게

7) 과거에 후반작업 공정은 크게 편집실, CG작업실, 현상소, 녹음실 등에서 이루어졌다.

촬영된 네거티브 필름(original negative film, ON)은 현상소에서 현상되어 텔레시네 (telecine)된 후 편집작업을 위해 편집실로 보내졌다. 대개 한국영화는 편집을 위해 35mm

초벌(rush) 필름을 제작하는 대신에, 텔레시네를 해서 경제적으로 편집할 소스를 만든다. 즉 디지털 편집을 위해 네거 현상 후 소스를 뜨는 것이다. 텔레시네는 촬영이 진행되면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최익환(2004), 󰡔연출부·제작부가 꼭 알아야 할 영화 후반작업󰡕,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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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을 미치는 공정이다. 촬영된 분량 내에서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 라 여러 가지 버전의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다. 때로는 장르를 바꿀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영화를 ‘편집의 예술’이라 부르는 것이다. 계약상으로 는 최종편집권이 제작자 즉 프로듀서에 귀속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감독이 예정된 러닝타임 내에서 편집을 주도한다. 할리우드에서 감독 이 최종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예 편집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 편집실에서는 비디오와 오디오를 입력하고,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 진 현장편집본을 검토하면서 ‘순서편집본’을 만든다. 순서편집은 스크 립트 슈퍼바이저가 기록한 ‘OK’ 컷을 중심으로 대강 이어놓은 것이다. 순서편집에 이어 가편집(rough cut)과 본편집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완성본인 최종편집본(final cut 혹은 fine cut)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 서 편집의 연결감이 부자연스럽거나 누락된 장면이나 컷이 있다고 판단 하면, 재촬영하거나 보충촬영을 시도할 수도 있다. 감독과 프로듀서가 참여한 내부 모니터 시사가 끝나고 최종편집본 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편집실에서는 완성된 편집본의 EDL(edit list)을 DI실로 보내고 DI실은 촬영된 데이터에 부여된 고유의 키코드에 따라 원본 영상 데이터의 편집을 하게 된다.8) CG 컷도 별도로 정리한 다. CG 작업은 장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촬영할 때에도 CG 슈퍼바이저의 지침에 따라

8) 최종편집본이 합의된 후, 편집실이 컷 리스트를 신 순서에 따라 각 컷의 시작과 끝의 키

코드와 길이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리스트를 만드는데, 이를 어셈블 리스트(assemble list, 신 리스트라고도 한다)라고 한다. 필름으로 작업할 때 어셈블 리스트는 오리지널 네

거를 커팅(cutting)하는 데 기준이 되었다. 영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00여 컷을 실수 없이 잘라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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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움직임을 설계하여 이후 후반작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상 소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최근에는 CG의 도움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혁신적이고도 풍성 한 영상을 제시한 영화들이 많으므로, 이를 활용하려 할 경우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작업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개봉일정이나 예산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충분한 시 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DI실에서는 CG 컷을 포함한 모든 영상을 색보정(color correction)을 통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맞는 균 일한 톤으로 맞추는 작업을 하여 영상을 완성하게 된다. 녹음실에서는 음향편집자(sound editor)가 설계한 음향과 기타 영화 에 삽입할 개별 음향을 조합하는 공정에 들어간다. 이때 대사를 재녹음 (dubbing 또는 looping)하거나 음향효과를 추가하는 등 모든 사운드를 재배열하고 조정하게 된다. 녹음실에서는 프리믹싱(pre-mixing) 기간에 각 사운드 소스를 만들거나 수정한다. 이 기간에 동시녹음 기사가 채집한 대사와 현장음 외에도, 후시녹음(automatic dialogue replacement, ADR, looping이라고도 한다)로 ‘사운드 NG’라고 판단되는 대사를 다시 녹음하 거나 새로운 대사와 사운드를 제작한다. 폴리(foley) 과정으로 발소리처 럼 육체적 움직임으로 화면에 맞는 특수한 소리를 만들거나 더빙 (dubbing)할 수도 있고, 음향효과(sound effect)로 화면에 보이는 실제 소 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최종 믹싱(final mixing) 단계에서는 모든 개별 적 음대가 마스터 트랙으로 합성된다. 음악감독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영화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기성곡을 사용하려 할 경우에는 사전에 프로듀서와 협의하고 예상 되는 저작권료를 확인해야 한다. 후반작업 시에는 기성곡이나 신곡을 녹 음한 마스터를 녹음실에 가지고 와서 사운드트랙에 적절하게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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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의 역할은 새로 작곡한 음악이나 기성곡을 어디에 넣을지를 감 독과 의논하여 스포팅(spotting) 지점을 결정하고, 이에 맞게 음악을 배 치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해외 배급을 위해 별도의 사운드 마스터를 미 리 만들어 둔다. 국가별로 상영 환경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등급 체계나 사회적 관습과 정서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 등 저작권의 사용 범 위도 확인하여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국가별 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확인하여 해외 수출용 마스터의 버전이 적절할지 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프로듀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 나다. 따라서 미래의 비즈니스를 위해 프로듀서는 믹싱 단계에서 M&E(music & effect)를 분리한 마스터를 미리 만들어두어야 한다. 구매 국가가 형편에 따라 편집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다. 믹싱이 끝나면, 마스터링(mastering)을 해야 한다. 마스터링은 영 화관에 설치된 스피커 배치에 따라 사운드를 분배하여 코딩하는 공정이 다. 전면의 좌·우 스피커, 중앙과 좌·우의 서라운드, 서브우퍼가 배치 되어 있다. 이를 ‘5.1 채널’이라 한다.9)

9) 과거에는 마스터링 공정에서 사운드를 분배하여 돌비로 코딩하였다. 다수 영화관이 돌

비 서라운드 시스템(Dolby Surround System)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비 시스 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화 5000달러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다. 최종 사운 드는 돌비 인코딩 후 MO(magneto optical) 디스크 형태로 출력되었다. 이를 광학녹음실 로 가져가면 사운드 네거가 만들어졌다. 광학녹음된 사운드 네거는 현상소에 보내졌다. 한편, 앞서 편집실에서 최종편집본의 컷 리스트(cut list)를 기준 삼아 커팅(cutting)한 네 거 필름도 현상소로 이송되었다. 네거 편집본은 CG 작업과 색보정을 거쳐 사운드 네거와 함께 프린트로 만들어졌다. 즉 현상소에서 최종적으로 영상과 음향을 모두 합친(married) 양화 프린트를 인화하게 된다. 색보정은 옵티컬 색보정처럼 적색, 청색, 녹색의 농도를 조 절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바꾸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거나, DI처럼 네거 편집본을 스 캐닝하여 보정하는 디지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화한 최초의 프린트를 앤 서 프린트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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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사운드는 다시 DI실로 보내고, DI실에서는 완성된 영상과 사 운드를 합하여 DCP로 영화의 최종 결과물로 내놓게 된다. DCP는 후에 유실되거나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영상자료원에 보내 관리 를 맡기는 것이 좋다. 후반작업에 속하는 공정은 다음과 같다.

∙ 촬영된 원본 데이터 용량 축소 ∙ 순서편집 ∙ 본 편집 ∙ 보충촬영 ∙ 최종편집 ∙ 최종 데이터 편집 ∙ CG 작업(크레디트 포함) ∙ 디지털 색보정(영상 톤 조절, 화면 효과 포함) ∙ 프리믹싱과 최종 믹싱 ∙ 사운드 마스터링 ∙ 최종 DCP 완성

기술시사 첫 DCP를 영사하여 점검하는 것을 기술시사라고 한다. 디지털 영사 시 스템이 완전히 도입되기 이전에는 대개 A 프린트(answer print)로 영사 하였다. 기본적인 목적은 영화관이나 영화관과 동일한 환경으로 만들 어진 시사실에서 제작에 참여한 인력이 모여 기술적 결함이 없는가를 확인하려 하는 비공개적인 시사다. 이때 영화의 시각적 모습, 화면의 밝 기, 떨림이나 색 번짐, 초점, 대사, 크레디트 표기 등을 확인해야 한다. 기술시사를 할 영화관의 환경을 사전에 점검해 두고 그 환경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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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P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들어 기술시사에는 투자자나 마케터가 참여한다. 영화의 상 업적 가능성을 예측해 보기 위해서다. 시사 결과에 따라 배급계획과 마 케팅 전략이 수정되기도 한다. 개봉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크게 손볼 시 간은 없다. 만일 부분적인 편집 등으로 영화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전격적으로 후반작업을 다시 하거나 재촬영을 시도할 수도 있다. 최초 의 기술시사 후 새로 DCP를 제작해야 할 때도 있다. 기술시사의 결과가 흡족하면 후반작업을 종료하고, 마케팅과 배급 을 담당하는 팀에 마스터를 비롯한 영상과 음향 자료를 넘긴다. 기술시 사의 결과가 너무 나쁘면 배급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배급·마 케팅비조차 회수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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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제작이 완료된 영화는 개봉을 기다린다. 영화관은 영화의 소비자인 관 객이 영화를 만나는 첫 번째 장소다. 프로듀서는 이 첫 번째 윈도에서 관 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영화관에서 성공해야 후속 윈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매출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관객에 게 제공하는 것은 ‘감정’뿐이다. 관객이 영화에 어떠한 감정을 가지는가 에 따라 박스오피스에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따라서 영화기업은 개봉할 영화의 품질과 성격에 따라 마케팅 환경을 분석하고, 동시에 관 객의 동향과 경쟁영화 등 외적이고 거시적인 환경과 영화의 내적인 자 원을 따져 보게 된다. 마케팅 전략 덕분에 관객은 영화에 관한 정보를 얻 는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누구도 그 품질을 판별할 수 없다. 이러 한 점에서 모든 영화는 ‘발견’인 셈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발견하 게 하는 것은 마케터의 직무다. 마케터는 영화라는 상품과 영화관이라 는 시장의 일치를 최적화하면서, 많은 관객을 유인하려고 애쓴다. 형편 없는 영화를 마케팅으로 성공시킬 수는 없지만, 평범한 영화를 마케팅 으로 성공시킬 수는 있다. 이 장에서는 영화 마케팅의 도구와 전략, 실 행계획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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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케팅의 정의와 수단 감정을 판매하는 시장 활동 마케팅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과 구매자를 연결하는 시장 활동으 로, 제품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품을 제시하고(presenting), 광 고하고(advertising), 판매하려는(selling) 이론적이고도 실천적인 전 과정 이라 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마케팅에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코틀러와 켈러(2006) 는 마케팅을 다른 사람과 함께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고 제 공하며 또한 자유롭게 교환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 는 것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과정이라고 본다.1) 이러한 태도 에서는 판매가 마케팅의 일부가 된다. 사실 판매와 마케팅은 지향점이 다소 다르다. 판매는 기업이 고객의 요구와 상관없이 당장 매출을 기대 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유통하려 하지만, 마케팅은 구매자가 원하는 것과 그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매 대상 자와 끊임없이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려고 한다. 요컨대 마케팅은 고객 지향적인 사고에 기초하여 미래의 시장을 예측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의 관점에 서면, 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려면, 무엇보다도 유연한 마케팅 조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화기업의 마케팅 조직은 특히 그러하다. 영화 비즈니스에서 고정된 마케팅 원칙이나 전략이 없다. 개봉하는 영

1) Kotler, Philip & Kevin Lane Keller(2006), Marketing Management, 12th Edition, 윤훈연

역(2006), 󰡔마케팅 관리론󰡕(12판), 서울: 도서출판 석정, p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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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성격이 각기 다르고 시장 환경도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영 화라는 제품의 구매자가 관객이므로, 그들로 하여금 영화표를 구매하게 하여 영화관으로 유인하는 것 즉 모객(募客) 활동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을 뿐이다. 영화가 시장에서의 실패를 모면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마케팅밖 에 없다. 마케팅을 영화와 가장 강력하게 연결한 것이 하이 콘셉트(high concept)다. 하이 콘셉트 영화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시장의 수요에 가 장 직접적으로 응답한 개념이었다.2) 하이 콘셉트일수록 시장 친화적이 기 때문에 마케팅하기 쉽고 실패할 가능성도 낮다. 리버만(2002)은 영화 마케팅을 흥행 실패의 방지책이자 성공을 위 한 지원 체계라고 말한다.3) 손실을 최소하거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마 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 마케팅은 총체적인 엔터테인먼 트와 일반 상업 마케팅 속에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4) 상당히 섬세한 전 략을 필요로 한다. 경쟁은 불가피하다. 시장점유율에 따라 개별 영화는 시장의 리더(market leader), 도전자(challenger), 추종자(follower), 틈 새공략자(nicher)로 분류될 수 있다. 따라서 개봉할 영화가 어느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 있는지 냉정하게 예측하고 표적시장(target market)을 정해야 시장에서의 제 위치를 포지셔닝(positioning)할 수 있게 된다.

2) Wyatt, Justin(1994), High Concept: Movies and Marketing in Hollywood, 조윤장·홍경우

역(2004), 󰡔하이 컨셉트: 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 서울: 아침이슬, p.111 3) Lieberman, Al(2002), The Entertainment Marketing Revolution: Bringing the Moguls, the

Media, and the Magic to the World, New Jersey: Prentice Hall, p.41. 4) Creton, Laurent(1997), Cinéma et marché, 홍지화 역(2005), 󰡔영화와 시장󰡕, 서울: 동문

선,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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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영화관에서 영화표를 구매하여 영화를 관람한 후 얻는 것은 ‘상품’이라기보다는 ‘감정’이다. 그 감정은 영화표라는 구체적인 유형물 이 제공한 것이다. 영화시장은 이러한 감정과 영화표를 맞바꾸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영화관은 감정을 상품화(merchandising of emotion)하 는 장소인 것이다.5) 따라서 영화 마케팅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영화를 보 고 싶어 하게 만들면서, 이미 본 사람의 감동을 확산시키려는 전략 두 가 지를 동시에 수행한다. 변덕스러운 관객을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시도가 영화 마케팅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객은 잠재적으로 티켓을 구매할 의사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자 이들의 집합체이고, 이 집 합체가 곧 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구매행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된다. 관객이 영향을 받는 요소, 즉 영화 흥행의 변수는 배우, 감독, 영화 제 수상, 장르, 등급, 개봉 시기, 제목, 사회적 관심 등이다. 프로듀서는 흥행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흥행 요소가 언제나 흡 족할 만한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말마다 다양한 층위의 영화 가 쏟아져 나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배급사가 배급할 영화의 회전율이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이러한 환경에서 흥행의 변수 를 부각시키려고 한다. 수많은 영화 정보를 접한 대중이 무슨 영화를 봐 야 할지 정하지 못할 때, 마케터의 추천은 효력이 있다. 다수의 관객은 이러한 마케팅 활동에 의존하게 된다. 마케팅 전략은 배급사의 마케팅 전담 인력과 프로듀서가 수립하게 된다. 배급사는 홍보, 광고, 판촉, 조사 등 마케팅에 관여하는 회사들과

5) 1982년 4월부터 MGM/UA의 마케팅부서 중역이었던 리차드 칸(Richard Kahn)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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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를 참여시킨 일종의 마케팅 T/F 팀을 조직한다. 마케터가 반드 시 제작 인력과 같을 필요는 없다. 감독이 마케팅 회의에서 배제되는 것 은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연출 의도를 ‘배신’하지 않는 마케팅을 원하는 감독이 종종 마케터와 신경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는 마케팅 관점에서 영화를 기획하고 완성한 영화를 잘 이해하는 인물일 테지만, 언제나 마케터의 분석과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하게 된다. 시장의 최전 선에 서 있는 마케터만큼 관객을 잘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마케팅의 대상 언뜻 생각하기에는 일반 관객만이 영화 마케팅의 대상이라고 간주하기 쉽지만, 명민한 프로듀서와 마케터는 크게 세 부류의 관객-영화업 관 계자들, 비평가 그룹, 일반 대중-을 상정한다. 첫 번째 관객은 영화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 있는 업계의 ‘동업자들’ 이다. 동업자 중에서도 배급사와 영화관이 가장 중요한 ‘영업’ 대상이다. 미처 배급사를 결정하지 못한 영화라면, 배급사의 담당자가 일차적인 관객이 될 것이다. 배급사가 정해지면 영화관이 다음 관객이 된다. 배급 사는 영화관을 섭외해 줄 것이고, 영화관은 영화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멀티플렉스 등 영화관의 프로그램을 결정 하는 담당자 혹은 책임자는 가장 중요한 최초의 관객이자 일종의 리트 머스 혹은 지표(indicator)가 된다. 그의 의사결정에 따라 상영 여부와 객석 규모, 상영기간 등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최종 소비자와 일 상적으로 만나는 영화관 직원의 감각이나 선호도 역시 중요하다. 영화 포스터나 예고편의 극장 내 배치가 관객의 호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텔레비전 방송사의 판권구매 부서나 비디오 판매업자, 기타 부가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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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를 도와주는 중개업자도 중요한 ‘관객’이다. 업계 동업자들의 평가 는 현실성 높은 손익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며, 마케팅의 규모를 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들이 영화를 호의적으로 평가하면 할수록 영화 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관객은 영화의 홍보와 판촉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기자와 평론가, 파워 블로거,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의 비평가 그룹이다. 이들은 영화가 개봉되기 이전에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고 비평하기 때문에, 긍 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반 대중에게 영향을 끼친다. 기자와 평론가는 가장 오랫동안 일반 관객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influencer)이었다. 최 근에는 파워 블로거나 인기 트위터 계정을 가진 유명인들의 영향력도 증가했다. 이들의 평가와 논평은 영화의 개봉 무렵에 퍼지는 입소문의 진원지가 된다. 프로듀서와 영화 마케터는 이들의 평가를 모니터하면 서 관심과 지지를 발 빠르고 유리하게 활용할 만할 방안을 모색한다. 영화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영화제는 언론의 주목을 받고, 경제적 인 부담 없이 많은 비평문을 확보할 수 있는 장이다. 독립영화 프로듀서 라면 예외 없이 영화제에 출품하여 호평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되어 포털 사이트에서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매기는 평점이 대중적으로 퍼져 나가기 전까지, 이 비평가 그룹은 영화 마케터 가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관객이 된다. 세 번째 관객은 박스오피스에서 만날 일반 대중이다. 마케터에게 는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목표대상, ‘세상의 모든 이들’이다. 영화에 서 일반 관객이라는 용어는 ‘소비자’, ‘시청자’ 혹은 ‘시장의 부분’과 같이 평범하고 모호한 개념들 또는 대중이라는 용어와 혼용된다. 예술 분야 에서는 관객을 모든 종류의 예술적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을 지칭하지 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느냐와 무관하게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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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 노출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이거나 수많은 가구의 수를 의미한다. 광고의 관점에서 보면, 일반 관객은 영화를 볼 의사가 있는가와 상관없 이 광고에 노출될 수 있는 ‘전 지구인’이다. 그들은 영화관으로 모여들어 어두운 공간에서 같은 자세, 같은 기다림, 같은 시선 속에 있다고 가정된 대중이다. 일반 대중은 영화표를 구매하여 영화를 보는 박스오피스 매출의 기 여자이지만, 변덕스러운 취향을 가진 소비자다. 이 때문에 영화 마케팅 은 시장을 세분화(market segmentation)하여 관객을 소집단으로 분류 하고 이에 적절한 마케팅 수단을 쓰려고 한다. 누가 자신의 영화를 원하 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민한 마케터라면 아무리 작은 틈새시 장에서라도 일반인을 영화관으로 유인하여 관객으로 만들 적합한 방법 을 찾아낼 것이다.

영화 마케팅의 도구 영화가 가장 의존해 온 보편적인 마케팅 도구는 신문광고와 비평가의 리 뷰(review)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자 신문광고와 비평가 리뷰의 영향력은 감소했다. 특히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와 영화표 예매시스템 은 영화 마케팅의 중심을 온라인으로 이동시켰다. 이로써 인터넷 매체는 영화의 가장 활력적인 온라인 마케팅 도구가 되었다. SNS(social network system) 역시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했다. 공동판촉 활동(tie-ins promotion)도 증가하였다. 영화에서 활용하는 마케팅 도구를 광고 (advertising), 홍보(publicity), 판촉(promotion), 조사분석(research)측 면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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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광고는 비용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대중 매체의 지면이나 시간을 확보 하여 널리 알리는 ‘유료 커뮤니케이션(paid communications)’이다. 영 화가 제작되는 시기에는 홍보가 주도하지만, 개봉 한 달 전부터는 광고 를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봉 이전에 집행하면 예고광고라 하고, 개봉 이후에는 본고광고라 부른다. 광고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지리적 으로 분산된 대중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한꺼번에 도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영화표를 구매하라고 설득하 고, 여론을 환기하고, 퀄리티를 확신하게 하는 데 광고처럼 직접적이고 유용한 도구는 드물다. 광고 매체로는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인터넷, 옥외광고 등이 있 다. 영화는 특성상 동영상으로 ‘짧고 강하게’ 알리는 광고가 많다. 동영 상 광고는 텔레비전에서 현시될 때 광고의 효과가 가장 위력적으로 나 타난다. 물론 광고료는 가장 비싸다. 텔레비전 매체 안에서도 시청자 수 나 영향력에 따라 광고료는 차별적이므로, 15초, 20초, 30초, 60초 분량 에 맞게 영상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것이 좋다. 시청률이 높거나, 목표관 객층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 혹은 프라임 타임 시간대일 때 광고 효과가 높겠지만, 그만큼 광고료도 높아진다. 따라서 마케팅 비용에 알맞게 텔 레비전 광고 운영방식을 조절해야 한다. 비용 대비 광고 효과가 큰 동영상 광고는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 용한 경우다. 팝업이나 배너 광고는 접속률이 높은 대중적인 포털 사이 트에서 효과적이다. 특히 영화표 예매사이트의 배너 광고는 정기적으 로 영화를 보는 관객에 소구하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 옥외 광고는 대도 시에서 여전히 활용도가 높고 효과도 만족스럽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 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 광고의 효과가 크다. 건물 외벽을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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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현수막도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영화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는 개봉 2∼3주 전부터 개봉 첫 주 까지다. 개봉 후 박스오피스 매출이 부진하면 이후의 윈도에서도 만족 할 만한 매출을 거둘 수 없으므로, 배급사는 개봉 이전에 가용한 광고 자 원을 거의 모두 쓴다. 예고광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은 개봉 첫 주 말이 박스오피스 전체 매출의 20%를 거두어들이는 가장 결정적인 시기 이기 때문이다.6) 개봉 첫 주의 스코어가 만족할 만하면 본고광고비가 점차 증가할 수 있다. 광고 물량이 영화의 흥행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개봉 이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배급사는 마케팅 예산을 일정한 수 준 이상의 금액으로 책정해 둔다. 완성된 영화가 신통치 않지만 개봉 첫 주말에 많은 관객을 동원하 려고 ‘광고의 힘’에 의지하는 영화도 있다. 특히 제작비가 많이 들었지만 품질이 낮은 대작영화가 그러하다. 가끔 광고의 힘에 의지해서 성공하 는 영화도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마케팅 우선주의를 초래하여, 비용 을 상승하게 한다. 영화의 품질이 다소 낮아도 마케팅으로 어느 정도 성 공하게 할 수 있다는 태도는 배급사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거의 모든 배급사가 마케팅 부서를 강화하고 모든 마케팅 활동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홍보 홍보의 목적은 개봉할 영화를 대중이 신뢰하게 하는 데 있다. 홍보는 출 시할 제품에 관한 정보와 서비스 또는 개념을 뉴스 아이템이나 스토리 의 형식으로 PR(public relations)하는 것을 포함한다. 홍보는 영화의 마

6) Lieberman(2002), 같은 책, pp.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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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 단계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포장’ 활동이다.7) 광고와 달리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영화에 관한 긍정적인 소문 (buzz)을 유포시키는 것이다. 악소문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논쟁거리 를 제공해서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것(noise marketing)도 그리 나쁜 전 략은 아니다. 영화 마케팅에서는 대체로 홍보마케팅사가 미디어 캠페인을 대행 하게 된다. 홍보대행사의 일차적인 임무는 미디어에 많이 노출하여 인 지도를 높이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선호도를 높여 잠재적인 관객을 영화관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홍보대행사가 정해지는 시기는 제작이 시작될 무렵이다. 홍보담당자는 시기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의 기자나 평론가에 제공할 보도자료(press kit)를 만들어 배포한다. 보도 자료에는 영화의 기획의도와 시놉시스, 출연배우와 감독 등 주요 제작 인력을 소개하고, 영화 장면을 보여 주는 스틸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를 동봉한다. 촬영 중에 ‘현장 공개’를 통해 기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게 할 수도 있다. 프레스 정키트(press junket)처럼 기자들을 초청해 이국적인 촬영장이나 특정 장소로 단체 취재 투어를 떠날 수도 있다.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는 언론사 담당 기자와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통해 최종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 든 언론사에 동일한 내용을 제공할 수도 있고, 언론사에 따라 다른 기삿 거리를 구분하여 제공할 수도 있다. 기자회견으로 모든 언론사를 한 자 리에 모을 수도 있고, 특정 언론사만을 위해 독점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다. 텔레비전의 영화 관련 프로그램은 강력한 홍보수단이기 때문에

7) 채윤희·김미희·심재명·이미연(2001), 󰡔영화 프로듀싱과 홍보 마케팅 입문󰡕, 서울: 소

도,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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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활용한다. <출발 비디오 여행>, <영화가 좋다>, <접속 무비 월 드> 등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부터 <한밤의 TV 연예>와 같은 연예 정 보 오락 프로그램이나 심야 토크 쇼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홍보할 수 있 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비평가 그룹이나 저널리스트 등 전문가의 리뷰가 좋다면 이를 확산 시키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이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홍보 전략을 찾아 야 한다. 리뷰의 호불호가 갈리면 논쟁거리 자체를 대담하게 이슈화하 여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좋다. <디 워>(2007)는 품질에 대한 논란이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의 찬반논쟁까지 이어져 관객 동원에 이 용되었던 사례다. 리뷰 결과와 흥행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 므로 대중 시사회를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리뷰 결과가 나빴지 만,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제법 많다. 최근에는 전문가의 리뷰보다도 관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인터 넷 포털 사이트의 관객 평점의 영향력이 더 크다. 예를 들어 한국영화에 서는 영화 전문 잡지에서 공개하는 비평가의 별점보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의 일반인 평점이 흥행 결과와 더 많이 일치한다. 따라서 홍 보담당자는 기자와 평론가 중심의 전문가 그룹에 공을 들이는 만큼 일 반 대중에 대해서도 영화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해야 한다. 시사회를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콜드 오프닝(cold opening)’이라고 하는데, 영화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인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8) 개봉 즈음에 영화제작 과정을 다

8) Marich, Robert(2005), Marketing to Moviegoers, 김상훈·안성아 역 󰡔영화마케팅 바이블󰡕,

서울: 북코리아,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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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멘터리로 기록하여 텔레비전의 영화 프로그램에 제공하는 메이킹 필름 의 역할도 중요하다. 메이킹 필름이 마케팅 전략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 더 욱 좋다. 그 영상을 온갖 방송 채널에서 반복적으로 방영할 수 있는 데다 부분적으로 편집된 클립을 인터넷에 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 이거나 예술영화라면 영화제나 시상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독 립영화에게 영화제는 가장 경제적인 홍보의 장이기 때문이다.

판촉 판촉은 광고를 제외한 모든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말하는데, 제품과 서비스에 구매 가치를 추가하여 주목도를 높이는 총체적인 활동이다. 특정 영화를 다른 영화들보다 눈에 띄게 하여 영화표의 판매를 촉진하 는 것이 목적이므로, 마케터는 영화 개봉이 임박해서 온갖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사은품, 일시적 할인, 수당, 프리미엄 오퍼, 쿠폰, 경연, 내기 등이 판촉에 활용될 수 있다. 이때 관객의 프로파일은 성별, 나이, 교육 수준, 수입, 종교, 인종, 직업, 주거지, 관심사, 구매 패턴, 주요 구매 동기 등에 따라 목록화되고, 마케터는 이를 기준 삼아 다양한 판촉활동을 전 개하게 된다. 거대 예산을 사용하여 마케팅에서 일관된 체계를 이루고 있는 할리 우드 영화의 판촉전은 현대 사회가 보여 주는 스펙터클의 일부다.9) 대 작영화의 대형 포스터, 각종 동영상, 시각적 조형물은 도시의 풍경을 바 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가 공동판촉활동이다. <스타워즈 (Star Wars)> 시리즈는 장난감, 패스트푸드, 컴퓨터 판매점, 음반점, 서 점, 슈퍼마켓, 펩시콜라 등과 연계하여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펼쳤다.

9) Creton, Laurent(1997), 같은 책,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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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한 타이인은 특정 제품과 연계하여 광고 효과를 공유하는 공동판촉활동인데, 원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 략의 하나로 고안된 아이디어였다. 여행상품, 가전제품, 이동통신사, 패 밀리 레스토랑, 화장품, 음료, 보석 등 그 어떤 제품과도 연계할 수 있다. <토이 스토리(Toy Story)>(1995)는 버거킹과, <뮬란(Mulan)>(1998)은 맥도널드의 ‘해피 밀(happy Meal)’과, <아마겟돈(Armageddon)>(1998) 은 스위스 아미(Swiss Army)와 노키아(Nokia)와, <매트릭스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2003)는 삼성전자와 타이인한 바 있다. 북미 지역에 500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맥도널드는 디즈니의 타이인 파트너였다. 디즈니는 10년간의 계약을 통해 2007년까지 1억 달 러의 로열티 외에도 타이인 광고의 협조 대가로 수천만 달러를 챙긴 것 으로 알려졌다.10) 영화와 무관한 제품이 특정영화와 공동으로 판촉활 동을 벌이는 이유는 영화의 대대적인 마케팅에 편승하여 제품의 이미지 나 선호도를 높이려는 데에 있다. 만일 영화의 목표관객과 타이인 제품 의 고객이 일치한다면, 양측의 광고 효과는 배가된다. 영화의 예고편을 PPL(product placement)처럼 컴퓨터나 텔레비전 모니터 광고에 현시할 수도 있다. 물론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특히 출연배우의 초상권과 관련해 서 반드시 출연배우의 동의를 얻은 후에 합의해야 한다. 출연배우의 동 의가 있다면, 그의 초상을 판촉에 활용할 수 있다. 목소리까지 판촉이나 머천다이징에 활용할 수 있는지도 배우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영화 사는 PPL의 대가로 금전이나 물품을 지원받는다. 프로듀서는 PPL로 제 작비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고, 과외의 수입을 거둘 수도 있다.

10) Marich, Robert(2005), 같은 책,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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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분석 조사분석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수행하는 사전활동이다. 분석 과정에는 시장 조사(marketing research) 등 과학적 접근법들이 포함되는 데, 크게 전화 인터뷰나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의견청취(random dialing)로 자료를 수집하는 경쟁작 대비 포지셔닝조사(competitive positioning studies), 마케팅기회조사(marketing opportunities studies), 초청 시사회에서 채집하는 관객반응조사(audience reaction studies), 쇼 핑몰이나 서점가에서 불시에 면접 조사하는 예고편 조사(competitive trailer studies) 등이 수행된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조사는 간단명료하고 논리 정연해야 하며, 비용에서 효율적이어야 한다. 조사분석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정보는 인지도와 선호도다. 인지도와 선호도는 개봉날짜가 정해진 주 요 영화들을 대상으로 개봉 6∼10주 전부터 매주 단위로 추적 조사 (audience tracking survey)한다. 배급 형태나 시기, 목표관객, 영화표 판매의 유인요소(sales hook), 마케팅의 논조(tone) 등을 조사할 수도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시장 환경을 분석하거나, 관객의 반응을 데이터베 이스화하여 활용할 수 있다. 목표관객의 성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나 이별로 구분하여 그 특성에 맞추어 시장에 접근하기도 한다. 조사 내용과 흥행 결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많은 배급사의 중역이나 마케팅 부서 임원은 조사 내용보다는 자신의 직관이 나 본능을 더 신뢰한다. 마케터는 이 두 가지의 입장을 신중하게 검토해 야 한다. 조사 내용에 대한 해석도 유연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 하고 관객의 성향이나 영화를 소비하는 패턴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 다. 매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하는 “영화 소비자 보고”와 같은 기초 자료를 보고, 달라진 영화 관람층을 잘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텔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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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나 인터넷 다운로드, 모바일, VOD 등 달라진 영화 관람 패턴이나 영화관 선택의 기준을 자신이 목표한 시장에 적용해 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마케팅 전략의 수립 마케팅 전략은 영화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고민하되, 본격적으로는 촬영 중반이나 후반작업 초기에 확정한다. 전략은 투자배급사의 마케팅 전담 부서와 홍보마케팅대행사, 온라인마케팅대행사, 포스터 디자이너, 예고 편 제작프로덕션, 광고대행사 등이 모여 수립한다. 개봉 즈음 경쟁 환경 이 달라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 에, 마케팅 전략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초기에 정한 마케팅의 방향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보다는 배급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완성한 영화가 기획단계에서 기대한 바에 못 미칠 때가 있 다. 이때 마케팅 전략과 그 실행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케팅 기획서 작성 마케팅 전략과 목표관객 수를 담은 마케팅 기획서는 마케팅팀 전원이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수록하고 있어야 한다.

∙ 개봉날짜와 배급전략 ∙ 시장 환경과 경쟁 영화 분석 ∙ 로그라인·콘셉트와 카피라인 ∙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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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사작과 포지셔닝 ∙ 인지도 및 선호도 제고 전략 ∙ 목표관객 수 ∙ 마케팅 포인트 ∙ 마케팅 예산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개봉날짜로 구체화한다. 개봉날짜에는 배급 전략의 핵심이 담겨 있다. 배급 규모와 방식은 개봉할 영화의 성격이나 경쟁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배급사가 결정한다. 영화가 개봉 첫 주말에 거둔 박스오피스 실적에 따라 상영기간이 결정되기 때문에 배급사는 개 봉날짜를 정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만일 영화에 맞는 마케팅 전략 을 짤 수 없거나 흥행 실패가 예측된다면, 개봉날짜를 변경하는 것도 하 나의 방법이다. 다수의 상업영화는 개봉 첫 주에 거의 모든 마케팅 자원 을 쏟아 붓는다. 개봉 첫 주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으면 상영되는 기간 내에 이를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주의 실적이 나빠지면 원래 계획했던 상영기간도 급격히 짧아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영화관을 찾는 성수기는 영화시장의 ‘대목’이다. 미국 영화시장의 성수기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여름이다. ‘6주간의 눈보라 (six-week blizzard)’가 몰아치는 이 기간에 연간 박스오피스 매출의 40%가 발생한다. 한국영화는 이 두 성수기 외에 두 개의 ‘대목’-설날 연 휴와 추석 연휴-를 더 가지고 있다. 이 시기에는 할리우드 대작이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한국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한다. 시장 환경이나 관객의 소비 패턴, 경쟁 환경을 분석하는 것은 영화 의 외적 조건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개봉날짜를 정하는 배급사 와 홍보마케팅사가 이를 주도하는데, 개봉 전후의 2∼3주 이내에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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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경쟁 영화의 품질과 입소문, 마케팅 방향 등을 파악한다. 특히 1∼2 주 전부터 관객 수가 증가하고 있는 영화의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 경쟁 환경이 나쁘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경기, 선거 캠페인이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콘셉트(concept)는 한 편의 영화 전체를 열쇳말로 간단하게 스케 치한 것이고, 로그라인(logline)은 영화의 핵심적 스토리를 좀 더 구체 적으로 정리한 하나의 문장이다. 스토리 콘셉트와 로그라인은 잠재적 인 관객에게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전달해 줄 수 있으며, 동시에 어떠 한 장르적 성격을 가졌는지까지 알려줄 수 있으면 좋다. <아저 씨>(2010)의 스토리 콘셉트는 “아내를 잃고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던 전 직 특수 요원, 유일한 친구였던 옆집 소녀가 납치되자 소녀를 구하기 위 해 세상으로 나온다”다. 프로듀서가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부터 공유해 온 콘셉트와 로그라인이라 하더라도, 개봉전략을 수립할 때에는 마케팅 팀과 재점검하여 더욱 ‘시장 친화적인’ 단어와 문장으로 수정해야 한다. 카피 라인(copy line 혹은 cut line)은 스토리를 완성하는 몇 마디의 단어들인데, 주로 광고에 쓸 목적으로 만들어 낸다. 카피 라인은 포스터 의 시각적 정보와 함께 전달되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감성을 자극하는 단어로 조합할수록 좋다. 물론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담기 도 한다.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카피 라인도 많다. <살인의 추억>(2003) 의 포스터에 얹혀 있는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 는가”, 다큐멘터리 <송환>(2003)의 “간첩과 지낸 12년의 기록”, <건축 학개론>(2012)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등이 그러한 예 다. 한국영화에서 오래도록 회자하였던 대표적인 카피 라인의 하나는 <결혼이야기>(1992)의 “잘까 말까 끌까 할까”와 “남 주기 아까우니 우 리 결혼하자”였다. <플래툰(Platoon)>(1986)의 카피 라인은 “최초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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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 희생자는 순수함(The first casualty of war is innocence)”이었다.11) SWOT 분석과 유사작 분석은 제작계획서를 보완하여 다시 정리한 다. 자신이 개봉할 영화의 장단점,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마케팅의 방향을 제대로 정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는 경쟁 영 화나 정치·사회적 여건, 유사작의 흥행 실적 등 영화를 둘러싼 외적 조 건을 잘 살펴야 한다. 완성된 영화를 바꿀 수는 없지만, 사회적 분위기 나 경쟁 환경을 기회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영화 가 가진 장점과 기회 요인을 잘 활용해야 하지만, 단점과 위협 요인에 대 해서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유사작을 분석하는 이유는 공통점이 있는 영화들의 흥행 성공과 실 패의 원인을 알아보면서,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개봉 시기 에 경합할 만한 7∼8편의 영화들 사이에서 자신의 영화가 어떠한 위치 에 서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개봉할 영화가 고유한 시장을 새롭게 개 척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seed형)인지, 관객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needs형)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어떤 영화인가에 따라 마케팅 의 출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봉이 임박해지면 그동안 축적해 온 인지도를 넘어 높은 수준의 선호도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것이 마케팅 활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선호도는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려는 욕구를 나타내는 지표다. <은밀하 게 위대하게>(2013)는 개봉 전 기대감이 매우 높은 영화였다. 그 결과 개봉 이전의 영화표 예매율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인 80%를 넘어섰 다.12) 예매율이 이 정도까지 높았던 것은 인지도는 물론이거니와 개봉

11) <플래툰>의 이 카피 라인은 이후 클리오 광고상(Clio Advertising Award)을 수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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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선호도는 일차적으로는 원작 웹툰에 대한 호감과 인기 배우의 출연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이를 유 지하고 확대하려 한 마케팅 활동의 역할도 주효했다. 인지도가 높아야 선호도가 높아질 여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 은 영화도 많다. 선호도가 낮으면, 잘 알려진 영화라 하더라도 영화표가 팔리지 않는다. 따라서 마케팅팀은 개봉 한 달 전부터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애쓴다. 보통 최우선 선호도를 15% 이상으로 높일 수 있으면 좋다. 목표관객 수는 영화의 품질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때 로는 목표관객 수를 의욕적으로 잡고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손해를 최소 화하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의 경우에 그러하 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달 불가할 정도로 무모하게 목표를 설정하면,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손해 액을 더 보태는 데 ‘기여’하여 손익분기점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화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침착하게 고려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영화관객 수를 개봉 전에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에 관해서는 여러 연구가 발표되었지만 그 결과는 늘 신통치 않다. 흥행의 변수가 다양하 고 매주 단위로 시장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좀 더 정교한 시스 템이 발표되고 있는데, 2013년 구글(Google)이 발표한 ‘영화관객 수입 예측 시스템’은 주목해 볼 만하다. 구글의 수입예측 시스템은 개봉 4주 전 영화의 예고편과 관련 정보가 얼마나 검색되었는가를 보고 개봉 첫 주의 수익을 예측하는 것이다. 분석 근거는 광고 클릭 수와 스크린 수, 관

12)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티저예고편은 공개 하루 만에 63만 뷰를 넘어서고, 베스트 포

토&무비클립에서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전의 기대평은 1만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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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 평점 등이다. 인터넷 검색 수치가 박스오피스 결과와 비슷한 흐름을 가진다고 전제한 것이다. 예를 들면, “영화가 개봉하기 전 7일 동안 다른 영화보다 25만 건 더 검색된다면, 개봉 주말에 400만 달러까지 흥행 기록 을 세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13) 주지하다시피 미국에서는 새 영화에 대한 정보의 60% 이상이 온라인에서 검색된다. 한국에서도 영화에 관한 많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고 있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실험이나 연구들 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봉 이전에 관객 수를 예측하는 것은 여 전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프로듀서, 마케팅팀, 배급사가 개봉 조건과 영화의 품질, 시장의 반응을 다각적으로 판단하여 현실적인 목표관객 수 를 정하고 이에 도달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마케팅 포인트를 뽑아내는 것은 잠재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판매의 계기(sales hook)를 찾는 과정이다. 이 계기는 관객의 시선을 끌 어들이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목표관객을 유인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 는 가장 고유하면서도 선동적인 요소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평판이 높은 감독, 스타의 출연, 사회적 이슈와의 연관성, 예 술적 경지에 오를 만한 특수 효과 등이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스 필버그는 ‘위대한 감독’이라는 자신에 대한 평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 았으며, <타이타닉>(1997)은 감독의 평판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특수 효과를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해 영화를 선전했다.14) 때로는 제작비의 규모 그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블록 버스터”라거나 “최초의 1억 달러 제작비” 등의 수사학은 제작비 규모 자

13) ≪Hollywood Reporter≫(2013.6.6.), “Google Unveils Model to Predict Box Office Success.” 영화진흥위원회(2013.8), ≪한국영화≫ 41, pp.10∼11에서 재인용. 14) Bosko, S. Mark(2003), The Complete Independent Movie Marketing Handbook, Studio City: Michael Wiese Production, pp.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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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예다. 특히 장르는 관객에게 단순 명쾌하게 영화의 성격을 알려주기 때문 에 마케팅 캠페인에 많이 사용된다. 장르가 관객의 영화 선택의 결정요 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프로듀서는 성공적인 대중 장르를 반복하 라는 시장의 압박을 피해 가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도 당대 관객 의 경험과 기대에 의존한다. 따라서 마케터가 장르를 규정할 때에는 그 것이 시대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유연하게 정해야 한다. 과거 성공했던 프랜차이즈 영화라면 고민이 줄겠지만, 복 합적인 장르적 요소를 가진 영화라면 우선 보편적인 장르를 규정하고, 이를 수식할 만한 조어를 보태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예를 들어 코미디, 스릴러, 공포, 범죄가 섞여 있는 <조용한 가족>(1998)은 ‘코믹 잔혹극’이 라는 신조어로 영화를 소개했다. 제법 설명력 있고 감각 있는 장르를 만 들어 낸 것이다. 마케팅 예산은 배급·마케팅 비용에 포함된다. 그 규모는 배급 규 모와 흥행 가능성에 따라 달라진다. 대개 프로듀서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케팅 예산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되도록 영화의 품질, 개봉 환경, 비용의 효용성과 캠페인 효과, 예상 수익과 흥행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예산을 정하는 것이 좋다.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 은 채 과도한 예산을 수립했을 경우 손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 이다. 개봉 후에 관객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면 비용을 더 써야 하지만, 관객 수가 급격히 줄면 비용을 줄여야 한다. 한국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광고비, 홍보비, 배급비로 항목을 구 분한다. 광고는 신문 예고와 본고, 주간지 등의 인쇄 매체, 텔레비전 등 의 영상 매체, 최근에는 인터넷에 지면이나 시간을 확보하거나. 지하철 이나 버스, 쇼핑몰, 옥외 설치물 등에 포스터나 영상을 배포하는 등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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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려는 전략에 따라 수행된다. 홍보전략 수립과 실행은 영화 마케팅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외부 대행사에 맡 기는 경우가 많다. 홍보비에는 홍보책임자의 인건비, 광고 디자인, 온라 인 홍보대행비, 홍보진행비, 마케팅진행비뿐만 아니라 각종 자료비, 발 송비, 조사비, 사진 인화비, 스틸사진 제작비, 포스터 제작비, 메이킹 필 름 제작비, 예고편 제작비 등 홍보기획 및 진행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포 함된다. 그 외에도 광고용 동영상 제작비, 텔레시네(telecine), 인터넷 홈 페이지 제작비, 극장 내외에 설치할 배너 및 조형물 제작비 등도 포함된 다. 제작발표회나 시사회, 프로모션, 이벤트에 들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2013년을 기준으로 30억 원 내외의 순제작비로 제작된 한국영화를 2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했을 때 사용하는 배급·마케팅비는 약 18억 원이다. 이 비용에는 인건비 2∼3억 원, 마케팅 진행비 1억 원, 광 고·홍보물 제작비 4억 원, 판촉비 1∼2억 원, 광고집행비 7∼12억 원, 배급진행비 1억 원, 디지털 상영 시스템 이용 시 지급해야 하는 가상프 린트비(virtual print fee, VPF) 2∼3억 원 내외가 포함된다.

독립영화의 마케팅 독립영화의 프로듀서는 영화시장에는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있고, 이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언제나 자 기 영화의 고유한 능력을 발견하여 시장에 대응하려고 한다. 그에게 가 장 중요한 관객은 기자와 평론가, 영화제 프로그래머, 전문가 집단, 지 식인 등이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마케팅의 상당한 부분을 호평 (strong reviews)이나 입소문(word of mouth)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에서 최우선 선호도를 획득하는 선두주자와 대등하게 경 쟁할 수 없으므로, 독립영화의 전략은 상업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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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다. 마케팅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영화가 배급사에 픽업되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아니라면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돈 드는 광 고보다는 경제적인 홍보에 집중하고,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겨냥 하여 특정 소수에 소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광고비를 지출할 능력 이 없거니와 대대적인 조사 분석에 공들일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져서 손익분기점이 낮기 때문에 어지간 한 관객 수로도 손해 보지 않을 수 있다. 시장에서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은 선두주자와 대결하지 않고 전혀 다른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독립영화는 예술영화전용관 과 같은 특수 상영관에서 장기 상영할 방법을 모색한다. 마케팅에 SNS 를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SNS는 특히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에 효 과적이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2011)은 컴 퓨터상에서 사용하는 트윗덱(TweetDeck)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7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이례적인 독립영화였다. 이러한 영화들은 선두 주자가 장악하지 못한 틈새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틈새시장에서는 품질 우선주의가 강조되고, 일종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감독이나 프로듀 서가 유리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자들은 더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접 근하려 한다. 마케팅 비용은 박스오피스 기대치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물론 마케팅 비용을 지급할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도 달라진 다. 미국에서 독립영화라 하더라도 제작비가 2000만 달러 이상 들고 8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한다면, 대중을 대상으로 메이저 영화와 별다른 차이 없이 대대적으로 마케팅한다. 하지만 대다수 독립영화는 그럴 만한 여력이 없으므로 소수의 열성적인 목표관객에 맞추어 제한적 으로 홍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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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와 예술영화가 선호하는 마케팅의 장은 영화제다. 영화제 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배급업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의 반응 까지 알아볼 수 있는 대단히 경제적인 장소다. 제주도의 4·3항쟁을 다 룬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도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후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이후에 언론 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제는 당장 경제적 이익 을 주지는 않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감독에게 ‘예술가’라거나 ‘수상 감독’이라는 상징자본을 부여해 준다. 영화제를 흥행의 엔진으로 삼은 영화들은 많다.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1999)는 1999년 오스카 작품상 수상과 호평이 흥 행의 ‘엔진’이 되어 38주간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3억 4860만 달러를 거두어들였다. 16개의 스크린에서 개봉된 첫 주의 흥행은 1400만 달러 에 불과했으나, 넷째 주에 스크린 수는 1226개로 늘어나 1100만 달러를 거두었다. 이어 아카데미상 8개 부문 노미네이션과 5개의 오스카상 수 상으로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으로 3370만 달러를, 작품상 수상 후 2160만 달러를 거두어들였다. <피에타>(2012)처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을 수상한 이후에 ‘영화제 효과’를 톡톡히 본 한국영화도 있다. 이 영화 의 제작비는 1억 5000만 원이었고 배급·마케팅 비용은 7억 원이었다. 국내 영화관에서 손익분기점은 25만 명이었는데, 이를 크게 상회하여 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밀양>(2007)도 칸국제영화제에서 여 우주연상을 받은 이후에 그 덕을 본 영화다. 논쟁거리를 제공하거나 잡음을 일으켜 미디어를 시끄럽게 달구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시사회로 호의 적인 구전을 퍼트릴 수도 있다. <화씨 9/11(Fahrenhait 9/11)>(2004)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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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2004)처럼 대중적 관심을 끌 만한 정치적 이슈나 논쟁거리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은 전형적인 ‘풀뿌리’ 마 케팅을 활용한다. 논쟁적 영화들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때로는 악소문 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그만큼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제영화제 에서 수상하게 되면 홍보효과는 배가된다. <슈퍼 사이즈 미>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화씨 9/11>은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이후 두 영화 모두 성공적으로 전 세계에 배급되었다. 첫 번째 윈도를 극장 개봉으로 시작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인터넷이 나 케이블 방송에서 먼저 공개할 수도 있다. 인터넷 개봉은 초저예산으 로 만들어진 <블레어 윗치(Blair Witch Project)>(1999)가 시도하여 대 대적으로 성공한 방식이다. 아티산(Artisan)은 영화의 목표관객이 온라 인에 있다고 판단했고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블레어 윗치> 의 성공은 인터넷 마케팅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 영화는 고 전적인 마케팅 도구나 보수적인 언론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만을 이용하여 1억 4000만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거두어 들였다. 최근 들어 ‘독립’과 ‘주류’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독립영화의 마케팅 방식을 이용하는 메이저 스튜디오 계열의 영화사들도 많아졌다. 이 영화 사들은 독립영화와 메이저의 마케팅 방식이 가진 장점을 동시에 취한다. 1993년 디즈니가 8000억 달러에 인수한 미라맥스(Miramax), 소니픽처 스엔터테인먼트의 소니픽처스클래식, 20세기폭스의 폭스서치라이트, 유니버설픽처스의 포커픽처스, 워너브러더스의 워너인디펜던트픽처스 와 뉴라인시네마 등은 대표적인 스튜디오 계열사들이다. 편의상 이들을 ‘미니메이저(mini-major)’라고 부른다. 미니메이저는 메이저에 흡수되 어 과거의 실험적인 정신을 잃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고, 독립영화의 마케팅 비용을 상승시킨 ‘주범’으로 공격받기도 하지만, 그 활약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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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다채롭다. 폭스서치라이트의 <28일 후(28 Days Later)>(2003)도 독 립영화가 많이 활용하는 인터넷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한 바 있다. 이 영화사들은 ‘적당한’ 예산을 들여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거 나, 독립영화의 배급권리를 확보해 미디어의 호평을 이끌어내 인상적인 관객 수를 확보한다. 앞으로도 메이저 배급사가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 는 경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마케팅 실행과 상영등급 마케팅 전략이 수립되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현실적인 여건이나 마케팅 자원, 관객의 반응에 따라 일부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지만, 마케팅팀에 속한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실행계 획안이 제시한 지침을 숙지하게 된다. 배급 환경, 상영등급, 혹은 개봉 전략에 따라 마케팅 실행의 순서는 탄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상영 등급은 영화의 내재적 성격과 목표관객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마케팅의 실행과정에서 현실적인 기준점을 제공한다.

마케팅 실행 마케팅 실행은 개봉 날짜에 맞추어 역순으로 주 단위의 수행업무를 체 계적으로 정리한 계획안에 맞추어 진행한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순서 로 진행된다.

∙ 영화 제목과 로그라인 홍보로 인지도 형성 ∙ 비주얼 콘셉트 및 포스터와 극장 선재물 제작·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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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편, 동영상 광고, 홍보 영상물 배포 ∙ 온라인·오프라인 광고, 홍보 실행 ∙ 제한적 시사와 관객 반응 조사 ∙ 선호도 제고 ∙ 기자 및 배급 시사회 ∙ 일반 관객 시사회 ∙ 주연배우의 무대 인사 ∙ 개봉 후 출구조사 ∙ 입소문 형성과 전파

영화의 제목(title)은 영화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매 력적이고 간명할수록 좋다. 영화의 콘셉트를 명료하게 전달하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고 호감을 느끼게 하는 제목을 찾는 것이 쉬운 것은 아 니다. 만일 ‘가제’인 상태로 영화를 완성했다면, 개봉 전에 제목이 적합 한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실화일 경우에는 제목에 태그라인 (tagline)을 붙여 사실에 기초한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좋 은 제목을 가진 영화로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1989), <더티 댄싱(Dirty Dancing)>(1987), <엽기적 인 그녀>(2001), <공공의 적>(2002), <장화, 홍련>(2003), <왕의 남 자>(2005) 등을 꼽는다. 제목과 함께 로그라인, 장르도 유출하여 사전 인지도와 기대감의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포스터나 전단(flyer), 극장의 내·외벽의 광고물, 기타 판촉물의 디자인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러한 시각적 자료들은 영화의 이미지를 더욱 또렷하게 제시하여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장르에 맞게 제목과 키아트(key art)를 제시할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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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키아트는 영화를 판매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주얼 콘셉트로, 주로 포스터나 신문광고, 스탠디(standee),15) 홍보 자료에 쓰이는 이미지다. 마케팅팀은 주요 비주얼 콘셉트와 디자인을 전담하는 디자인 업체와 토 론하면서 영화에 적합한 시안을 심사하고 마케팅 단계별로 어떤 디자인 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한다. 포스터의 이미지는 영화 촬영 중에 스틸 기 사가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진 스튜디오에서 새로 촬영 하기도 한다. 영화 마케팅 과정에서 비주얼 콘셉트와 포스터, 카피 라인은 가장 중요한 점검사항이다. 키아트를 활용한 포스터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의 도구이며,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상어와 수영하 는 여자를 담은 <죠스(Jaws)>(1975)와, 달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자전거 를 담은 <이티(E.T. The Extra-terrestrial)>(1982)의 포스터는 이미지를 하이 콘셉트와 연관 지은 대단히 성공적인 예다. 예고편(trailer)은 영화관에 자주 방문하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동영상 홍보물이다. 마케 터는 영화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티저 예고편(teaser trailer)과 본 예고 편을 구분하여 제작한 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영화관 객석에 앉 아 있는 관객에게 개봉 전에 보여 주는 예고편의 영향력은 대단히 직접 적이고 막대하다. 매리치(2005)는 예고편을 스토리에 대한 감각을 전달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료 샘플과 같다고 본다.16) 따라서 극적이고 풍성 하게 편집해서 많은 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영상과 사운드로 구성해야

15) 영화 판촉을 위해 판지로 만들어 세워 두는 대형 홍보물로, 포스터에서부터 3차원의 조

형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영화 개봉 이전에 주로 영화관 로비나 음반 매장에 현시된다. 16) Marich, Robert(2005), 같은 책,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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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대개 영화의 장면을 발췌해서 편집하게 되지만, 때로는 새로운 장 면을 촬영해서 예고편에 삽입하기도 한다.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1996)처럼 배급사인 미라맥스사가 액션과 전쟁 장면 을 강조한 남성용 예고편과 로맨스를 앞세운 여성용 예고편을 따로 만 들어 배포하여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예도 있다.17) 예고편에는 영화의 내용을 축약해서 보여 주는 유형과 내용을 숨기 고 호기심만 유발하는 질문형도 있다. 영화관과 인터넷에 공급하는 예 고편은 본 영화의 개봉 직전에 누구나 볼 수 있는 등급의 수준으로 상영 된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개봉일 4∼6주 전에 배포 상영된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 <배트맨(Batman)> 시리즈, <스 타워즈(Star Wars)> 등의 이벤트 영화(event picture)는 사전홍보용 티 저 예고편을 배포하여 대중의 관심을 끈다. 티저 예고편은 짧고 상징적 이며 우회적인 콘셉트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진다. 예고편이나 광고와 홍보를 위한 동영상은 영화관, 텔레비전, 인터넷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동영상은 지하철이나 옥외 광고 디스플레이 어디에서든 현시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또 다른 홍보 영상물이 ‘메이킹 필름’ 영상이다. 메이킹 필름은 영화제작 초기부터 제작발표회, 촬영과 그 이후까지 전 과정을 스케치한 영상물이다. 영화 마케팅과 관련하여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광고와 홍보의 효 과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더 크게 나타난 점이다. 인터넷이 영 화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수록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접근이 대단히 용이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2012년 영화소비자의 51.5%는 인터넷에서 영화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있

17) Lieberman, Al.(2005), 같은 책,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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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18) 영화의 정보원으로서 인터넷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한 편으로 인터넷은 ‘소비자밀착형’ 미디어로서 가장 효과적인 바이럴 마 케팅(viral marketing)의 기반을 제공한다. 게다가 인터넷 예매율이 증 가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온라인 광고비중도 획기적으로 커졌다. 결과적으로 영화 예매 사이트는 온라인 마케팅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되었다. 인터넷 홍보의 시기와 방법은 영화의 성격이나 배급 일정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 캠페인의 효과는 대개 개봉 두 달 전이나 한 달 전에 고조된다. 영화에 대한 악소문에 대처하는 것에서부터 더 나아가 배급 사나 홍보대행사의 관계자들이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서 과도한 칭 찬 일색의 리뷰나 기대 평점을 유포하는 때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 릿 PC 등 휴대용 단말기도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으로 등장하였다. 인터 넷 홍보에서 캠페인 전문가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이들은 제작보고회 같은 홍보성 행사의 사진과 보도자료, 동영상을 유튜브나 개인 블로그 등에 대대적으로 유포시킨다. SNS도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었다. SNS의 발달은 누구나 영화담 론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과거와 같이 피라미드형으로 정 보가 전달되었던 방식이 그물처럼 정보를 퍼트리는 네트워크형으로 바 뀐 것이다. 세대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20∼30 대 관객에게 더 효과적이다. <건축학개론>(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은 SNS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둔 영화들이다.

18) 영화진흥위원회가 실시한 “2012년 영화소비자조사”를 게재한 ≪한국영화≫(2013. 4), 37호, p.38 참조. 다수 영화소비자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하지만, 21%가 TV에서도, 16.3%가 주변인에게서도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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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반응에 대한 조사는 최초의 상영본이 나왔을 때 이루어진다. 이를 테스트 시사(test screening) 혹은 프리뷰 시사(preview screening) 라고 한다. 1차 편집 본으로 100여 명에게 보여 주고 만족도와 추천도를 조사할 수 있다. 청소년관람가라면, 20∼24세, 25∼29세, 30세 이상으로 연령을 구분하여 5점 척도로 조사한다. 만족도와 추천도 모두 3.5 이상 이면 좋다. 액션이나 호러와 같이 고정관객(built-in audience)이 확보된 장르 영화가 아니거나 장르 규정에 혼돈이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 시사회 (sneak preview)를 통해 영화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 시사의 대상은 사 전에 영화의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서명하고 참가한 일반인이다. 이들은 표적집단(focus group)으로서 설문이나 면접조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평점을 매기거나 제목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들이 가제보다 더 좋은 제목을 제안할 때도 있다. 쉽고 명료하고 매력적 제목은 그 자체로 상당히 대중 친화적인 아이템이 된다. 더 나아가 표적집단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반영해서 영화를 재편집할 때도 있다. 감독에게는 달갑지 않은 절차이지만, 코미디나 공포 영화처럼 관객의 반응이 분명하게 나 타나는 영화는 재편집되는 경우가 제법 많다. 마케터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 분석하여 마케팅 실행에 반영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개최한 후 수집한 ‘평점’은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에 매기는 점수이기 때문에 흥행의 지속성이나 평단의 호응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5점 만점일 때 만족도 4.2이상이 나오면 일단 안심할 만하다. 평점이 예상보다 낮을 때에는 개봉 전략을 일부 수 정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대폭 축소하기도 한다. 테스트 시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감상평이나 의견이 외부로 유출되어 마케터를 곤란하게 하는 때도 있다. 특히 영화가 신통치 않을 때 나쁜 소문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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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으므로 마케터는 조심해야 한다. 한 편으로는 영화의 결말이나 중요한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 사전조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제목, 배우, 카피 라인과 포스터 시안 등에 대한 호감도를 설문하는데, 이메일을 활용하거나 영화관에서 현장 조사한다. 더 섬세하게는 인지도와 선호도를 기준으로 관객을 세분화 하여 목표관객의 성향과 구매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만든 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영화예매 사이트와 연계하여 전국적으로 500 ∼1000명 내외의 무작위 표본을 뽑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할 수도 있 다. 영화 제목과 주연배우의 인지도, 장르에 관한 호감, 그 밖에 영화별로 필요한 항목을 설문에 포함할 수 있다. 제작 초기부터 여러 번 조사하여 그 추이를 마케팅에 반영할 수도 있다. 조사자료는 마케팅 실행에서 주요 한 지표가 된다. 마케팅의 단계에 따라 경쟁영화의 마케팅 성취에 따라 선호도가 변화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전략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자신이 마케팅 할 영화가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면, 개봉 첫 주말의 선두주자로서 박스오피스 점유율을 유지·확대하는 전략을 쓴다. 2∼3위 정도의 도전자일 것으로 예상하면, 선두주자와 직 접 대결해야 한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선두주자를 이기기 어려우므 로 선두주자가 주력하지 않는 목표관객에 접근할 수도 있다. 선두주자 가 아니면서도 성공한 예는 어린이 관객이나 중장년층, 예술영화 애호 가에 소구하는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등급이 다를 경우에도 시장 에서 생존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선호도가 높은 관객은 실제로 영화표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최 우선 선호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때로는 3순위 선호도가 관리 지 표가 되기도 한다. 3순위 선호도는 최우선으로 볼 다른 영화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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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더 보게 된다면 그때 조사자가 제시한 영화를 보겠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3순위 선호도는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최우선 선호도보다 2배 이상이 나오면 좋다.19) 시사회는 개봉 이전에 기자와 평론가 또는 상영관을 대상으로 개최 한다. 시사회의 목적은 좋은 기사로 관객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개봉 전에 입소문을 낼 요량으로 유료시사회 혹은 특별시사회의 명목으 로 개봉 날짜를 앞당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영화의 내용이나 성격에 따 라 초청 대상을 한정하여 단체 관람시킬 수도 있다. 스포츠영화라면 스 포츠 동호회를, 노인 문제에 관한 영화라면 노인을, 어린이영화라면 어 린이를, <여고괴담> 시리즈라면 여고생을 시사회에 먼저 초청할 수 있 다. 영화 잡지나 주간지에는 마감 일자를 고려해서 미리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리뷰는 개봉 직전에 매체에 실려야 효과가 나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추어 시사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다. 주연배우의 팬 사인회나 개봉관 인사 등은 개봉 초기를 위해 기획 된다. 개봉 후에는 관람한 관객을 대상으로 출구조사(exit surveys)를 실시하고 만족도와 추천 의지 등을 조사하여 향후 마케팅의 방향에 반 영한다.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점검 할 수도 있다. 3순위 선호도가 높은 관객층을 확인해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개봉 후에는 관객이 대화의 화제로 삼아 자발 적으로 퍼트리는 입소문이 가장 중요하므로 이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 를 찾아내야 한다. 개봉 첫 주말 스코어의 40% 이상을 이어지는 평일 (월, 화, 수)에 유지하면,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입소문은 흥행의 ‘엔진’이다. 장기적으로 흥행하는 ‘다리를 가진 영

19) 최건용(2011), 󰡔한국영화산업󰡕, 서울: 형설출판사,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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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picture with legs)’의 일등공신은 예외 없이 ‘감염’처럼 퍼지는 입소 문이다. <늑대소년>(2012)이나 <7번방의 선물>(2013)은 입소문 덕분 에 개봉 첫 주 스코어보다 둘째 주에 관객 수가 더 증가한 영화들이다. <디 워>(2007)와 <설국열차>(2013)는 논란과 쟁점 더 나아가 악평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결과적으로 관객 동원에 도움을 준 사례다. <화씨 9/11>(2004)처럼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의 내재적 가치와 상관없이 사 회적 이슈로 만들어 아예 논쟁 자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간혹 개봉 전까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입소문이 뒤늦게 퍼져 성공 하는 슬리퍼(sleeper) 영화도 있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운 좋 은 영화들이다. 어떤 영화들은 목표관객이 명확하면서도 확장성이 커서 광범위한 관객층을 형성한다. 이러한 영화들은 특정 관객층이 먼저 입소문을 내 고, 이어 다른 관객층이 새롭게 영화관에 몰려들어 대대적으로 성공한 다. 이러한 현상을 크로스오버(crossover) 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타이타닉>(1997)은 처음에는 젊은 층의 사랑을 받다가 평단의 극찬이 쏟아지자 성인 관객이 대거 몰려 성공했고, <슈렉>(2001) 역시 아이를 둔 가정을 위한 가족 영화였으나 청소년과 성인관객이 몰리면서 크로스 오버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20) <7번방의 선물>(2013)도 가족영화로 출 발해서 입소문을 타고 틴에이저와 성인이 골고루 본 영화라 할 수 있다. 입소문이 효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개봉 3∼4주 무렵이며, 6주차에도 입 소문이 좋으면 대단한 흥행몰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입소문의 전조를 발견하게 되면, 통합전산망의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경쟁 환경을 확인 후 광고 물량을 추가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20) Marich, Robert(2005), 같은 책, pp.2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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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등급 상영등급(rating)은 흥행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한국영화의 관람 등급은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영화 및 비디오물 등급분류 기준’에 의거한다. 등급분류위원회가 중시하는 사항은 크게 주제, 선정성, 폭력 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 위험 요소다. 미국의 등급분류와 비교했을 때 그 체계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기준은 그보다 엄격한 편이다.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제시하는 등급은 다음과 같다.

∙ 전체관람가 ∙ 12세관람가 ∙ 15세관람가 ∙ 청소년관람불가 ∙ 제한상영가

‘전체관람가’는 모든 나이에 해당하는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선정성이나 폭력성의 요소가 없거나 매우 약하게 표현되어야 하며, 대 사에서는 저속한 언어, 비속어가 없거나 약하게 표현되어야 하고, 공포 의 요소와 약물 사용 장면도 없거나 약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모방 위험 의 요소도 없거나 매우 약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그 밖에 특정한 사상, 종교, 풍속, 인종, 민족 등과 관련하여 모든 나이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표현이 없어야 한다. <마음이>(2006), <마당 을 나온 암탉>(2011),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2013) 등이 ‘전 체관람가’를 받았다. 주로 어린이영화나 애니메이션, 가족영화가 ‘전체 관람가’를 받는다. ‘12세 이상 관람가’는 12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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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에는 12세 미만도 관람이 가능한 등급이 다. 부적절한 부분이 약하게 표현되어 있거나 건전한 인격 형성과 교육 적 근간을 저해하지 않는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선정성과 폭력성, 공포, 약물, 모방 위험의 요소가 경미하고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어야 하며, 저 속한 언어, 비속어, 욕설 등이 경미하고 가족, 대인관계 및 교육과정 등 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용된 영화가 해당한다. 중고등학생 관 객에서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마케팅하려는 <장화, 홍련>(2003), <괴물>(2006), <완득이>(2011) 등이 이 등급을 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는 15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며,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에는 15세 미만도 관람이 가능한 등급이 다. 주제는 부적절한 부분이 일부 표현되어 있으나 사회, 가족, 학교 등 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통하여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야 하며, 범죄, 폭력, 청소년 비행, 성적 문란을 미화하거나 권장하지 않아야 한다. 선 정성과 폭력성의 요소가 있으나 지속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아야 하며, 대사에서도 저속한 언어, 비속어, 욕설 등이 사회적인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약물 사용을 조장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 이 아니어야 한다. 모방도 마찬가지다. <살인의 추억>(2003), <사랑 니>(2005), <왕의 남자>(2005), <도둑들>(2012), <베를린>(2013), <7 번방의 선물>(2012) 등이 해당한다. ‘청소년관람불가’는 청소년이 관람할 수 없는 영화다. 과거 ‘18세이 상관람가’와 같다.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수용하기 어려 워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는 주제를 담고 있을 때 부여한 다. 선정성이나 폭력성의 요소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노골 적이거나,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성적 표현과 정서적, 인격적인 모욕감 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수준의 대사, 공포 요소, 약물 사용, 모방 위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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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될 때에도 해당한다. <친구>(2001), <공공 의 적>(2002), <올드보이>(2003), <이끼>(2010), <도가니>(2011), <신 세계>(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등이 이에 속한다. 2002년 도입된 ‘제한상영가’는 주제와 내용이 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여 국가 정체성을 현저히 훼손하거나 범죄 등 반인간적이고 반사 회적인 행위를 미화하고 조장하여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문란하게 하는 영화나, 선정성, 폭력성, 공포, 약물 사용, 모방 위험 등의 요소가 과도하 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왜곡하거나 성욕만을 자극하여 사회 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하는 영화에 부여한다. 과거 <거짓말>(1999)이 근 5개월의 등급보류 끝에 ‘18세이상관람가’를 받은 바 있다. <죽어도 좋아>(2002), <악마를 보았다>(2010), <줄탁동 시>(2012>, <뫼비우스>(2013) 등도 이 등급으로 판정된 바 있다. <뫼비 우스>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세 번의 재심사 후 일부 내용을 재편 집하여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아 개봉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제한상 영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다. 제한 상영관이 없으므 로 현실적으로 개봉은 불가하다. 참고로 미국의 상영등급을 살펴보자. 등급은 민간기구인 미국영화 제작자협회(MPAA) 산하의 등급분류소위원회(The Classification and Ratings Administration, CARA)에서 자율적으로 부여한다. 소위원회 위원은 MPAA 회장이 임명하는데, 이들의 신분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 에 영화사나 배급사의 로비에 노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상영이 불 가한 영화는 없다. 미국의 등급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21)

21) http://mpaa.org/ratings/what-each-rating-means 참조(접속 열람일: 201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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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전체 관람 가) ∙ PG(부모 지도 필요) ∙ PG-13(13세 이하는 부모의 강력한 지도 필요) ∙ R(제한상영:17세 미만은 부모 혹은 성인 동반 필요) ∙ NC-17(17세 이하 관람 불가)

‘G(general audience) 등급’은 모든 나이에 허용되는 ‘전체관람가’라 고 할 수 있으며 주제, 언어, 노출과 섹스, 폭력 등에서 문제가 없어야 한 다. <라이언 킹(Lion King)>(1994), <토이 스토리(Toy Story)>(1995),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2003)가 대표적이다. ‘PG(parental guidance suggested) 등급’은 아동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일부 있는 경우 이므로 부모의 지도를 권장하는 등급이다. 불경스럽거나 약간의 폭력이 나 단순한 노출이 있을 수 있지만, 약물 사용 장면은 없어야 한다. <이 티>(1982), <나 홀로 집에(Home Alone)>(1990), <슈렉>(2001)이 이에 속한다. ‘PG-13(parents strongly cautioned) 등급’은 13세 이하 어린이 에게 부적합한 내용과 수위가 높은 폭력, 노출, 성행위, 언어 등을 포함하 고 있으므로, 부모의 강력한 지도가 필요한 등급이다. 최근 들어 가장 많 은 영화가 PG-13에 분류되고 있다. <타이타닉>(1997),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행위를 위한 노출이 있고, 폭력이 너무 거칠고 지속적이면 ‘R(restricted) 등급’으로 분류된다. ‘R 등급’은 17세 미만이 영화를 보고자 할 때 반드시 부모나 성인과 동반할 것을 요구받는다. 명백한 성인영화로 언어, 폭력, 노출, 마약 사용의 수위가 높다. ‘R 등급’을 받은 영화로는 <파 리, 텍사스(Paris, Texas)>(1984),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1992),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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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Matrix


Reloaded)>(2003) 등이 있다. ‘R 등급’을 받았으면서도 세계적으로 흥행 에 성공한 예도 적지 않고,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Lambs)>(1991) 처럼 ‘예술’로 찬사를 받거나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도 많다. ‘NC-17(no one 17 and under admitted) 등급’은 17세 이하는 관람이 불가한 등급으 로 1990년 이전의 ‘X’ 등급에 해당한다. NC-17을 받으면 박스오피스 수입 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화사들은 문제의 장면을 삭제하거나 수위를 조정하여 최소한 ‘R 등급’이나 더 좋은 등급을 받으려고 애쓴다. 흥행에 크 게 영향을 미칠 만한 14∼16세의 관객이 유실되기도 하거니와 마케팅 활 동 전체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1997년 등급을 다시 받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1972), <크래쉬(Crash)>(1996), <셰임 (Shame)>(2013)이 해당한다. 등급분류소위원회의 등급 판정에 불복할 경우에는 등급항소위원 회(Rating Appeals Board)에 이의신청하면 된다. MPAA 소속 영화사가 아니면 등급 판정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관람등급을 받지 않으면 배급에서 상영관 예약이 어렵고 상영을 한다 하더라도 박스오피스 실적 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거의 모든 영화가 등급을 받으려 한다. 광고나 예고편은 ‘G 등급’을 받거나 아니면 ‘R 등급’을 받아야 한다. ‘G 등급’에는 녹색 인식표가, ‘R 등급’에는 빨간색 인식표가 부여된다. ‘R 등 급’ 예고편은 ‘R 등급’이나 ‘NC-17 등급’의 영화가 상영될 때에만 보여 줄 수 있다. 미국영화가 다른 나라에서 상영될 때 동일한 등급을 받지 못하 는 경우도 있다. 국가마다 문화와 등급 분류나 판정의 기준이 다소 다르 기 때문이다. 미국 MPAA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개봉된 영화의 등급별 시장 점유율을 발표한 바 있는데, ‘PG-13 등급’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아 36.3%를 차지하고, 이어 ‘R 등급’ 23.26%, ‘PG 등급’ 17.53%, ‘G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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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로 나타났다.22) ‘전체관람가’ 영화라고 해서 모두가 환호하는 것 은 아니다. 특정한 나이를 넘어야 볼 수 있는 ‘청소년관람불가’라 해도, 좋은 영화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22) http://www.the-numbers.com/market/MPAARatings/ 참조(접속 열람일: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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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영화관객

영화관객은 영화라는 텍스트가 영화관에서 기적적으로 만나는 존재다. 따라서 영화관객을 탐구하지 않은 채 영화라는 사회적 행위를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영화관객은 영화의 전제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오랜 기간 영화관객은 영화의 이론적 전통 속에서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되어 왔으며, 대중문화를 비관적으로 보았던 일부 엘리트주의적인 지식인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아니면 영화산업 종사자의 기업적 이치 에 맞게 ‘소비자’로 분류되었다. 한편, 영화 제작자들은 기업 전략과 협 상하면서 난폭한 시장에 순응하던가, 아니면 이를 벗어나기 위해 혁신 적인 실험을 거듭해야 했다. 영화와 영화관객, 영화 생산자의 복잡한 관 계는 영화관이라는 특정한 공간에 수렴되어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관 계망에 놓이게 되었다. 관객을 개념화하는 문제는 이러한 맥락을 동시 에 검토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이 장에서는 ‘관객 수’라는 것으 로 헌신하면서 영화 비즈니스와 분리할 수 없는 결정적 요소로 등장한 관객에 대해 이론적으로 고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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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정의와 분류1) 관객, 영화관에 몰려드는 사람들 영화는 사회적 제도다. 이 제도 내에서 사람들은 영화제작과 영화보기 를 구성하고, 영화제작자, 배급업자, 상영업자, 영화관객 각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2) 그중에서도 영화관객 은 영화라는 고유한 형식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사회적 산물이다.3) 이 들은 영화라는 매체를 규정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단일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관객의 정의와 관련하여 많이 거론되는 전제 중 하나 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알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이라는 점이다. 단순 하게 말하면, 영화관객은 영화관에 가서(cinemagoing) 영화를 보는 구 체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 밖으로 나와서’ 영화표를 구매하고 영화 관에 가는 집단이므로, 텔레비전 시청자와 예술 관객의 경계 어디엔가 있다. 당연히 영화관은 육체를 가진 관객이 실제로 한 곳으로 모여드는 (real gathering) 사회적 공간이 된다. 크레통(1997)은 영화관이 역사적 으로 사회관계에 적합한 공간으로 경배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고독한 군중의 통행 장소였다고 말한다.4) 영화관에 가는 사회적 실행은 어떤

1) 이 장은 김은영(2009), “영화관객 연구: 텍스트 결정론에서 소비의 맥락까지”, ≪영화

연구≫, 42호, 한국영화학회, pp.117∼161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하였다. 2) Stafford, Roy(2007), Understanding Audiences and the Film Industry, London: BFI, p.73. 3) 영화관객은 때로는 정신분석학에서 영화의 감상자로, 때로는 텔레비전 등 매스커뮤니

케이션 전반에서 ‘수용자’ 때로는 ‘수신자’로 번역된다. 여기서는 미디어 수용자와 구분하 여 ‘영화관에서 영화보기를 경험하는 사람들’만을 영화관객으로 간주하므로, 텔레비전 등 여타의 미디어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은 논외로 한다. 4) Creton, Laurent(1997), Cinéma et marché, 홍지화 역(2005), 󰡔영화와 시장󰡕, 서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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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게는 섬세하고 조용한 의식의 공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소란스럽고 자유로운 놀이터다. 사람들은 “관객 안에 있을 때” 관객이 된다.5) 하루의 피로감을 해소 하는 기분전환 때문에, 또는 제의적인(ritual) 성격을 가지고 영화관에 모여든 영화관객은 텔레비전 수용자보다 그 규모에서는 작지만 오랜 기 간 형성되어 왔다. 아주 많은 사람이 일 년에 겨우 한 번 영화관에 간다. 한 번도 영화관에 가지 않는 이도 있다. 그렇지만 한 달에 한 번 이상 규 칙적으로 영화관에 가는 습관적 영화관 방문자(frequent cinemagoer) 도 많다. 이러한 습관을 수많은 사람이 공유한다. 영화관객이 마케팅적인 전제를 가지게 되면, 상당히 구체적인 ‘시 장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중(mass)은 불가피하게 관객 수·통계·시청자·시청률 등에 연결된다.6) 시장 안에서 영화는 예술 에서 산업으로 바뀐다. 영화산업은 관객에게 영화표를 사라고 종용하 고 많은 영화를 관람하라고 요구한다. 관객은 예외 없이 영화의 수신자 가 된다. ‘관객 동원’이라는 마케팅 목표는 영화의 공급자가 시장에서 관 객의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관객과 대 중은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성공이 박스오피스라는 개 념으로 축소되면, 그 안에서 관객은 대중으로 전락한다. 영화표를 살 수 있는 잠재적 소비자로 이해되는 한 그렇다. 영화관은 본질적으로 산업사회의 공적 공간이며 영화와 시장의 정

선, pp. 275∼276. 5) Ross, Karen & Virginia Nightingale(2003), Media and Audience: New Perspectives, Berkshire: Open University Press, p.6. 6) Creton, Laurent(1997), 같은 책, pp.2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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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대결 장소다. 그곳은 이미지의 스펙터클이 관객에 의해서 평가되는 극적인 장소이며, 이를 보려는 다양하고 많은 군중을 받아들여 그들을 관객으로 만들기 위해 연합한다. 영화관은 단절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연결된 대중을 관객으로 구축해 낸다. 결국 영화는 관객을 통해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관객을 통해 영화를 만든다. 서로 대립적이라고 생각했 던 문화와 시장의 공생-즉 영화의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야망-은 영화 관에 모이는 관객을 통해 구현된다. 일찍이 하우저(1953)는 영화관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이질적이고 불투명하며 무정형한 군중으로서 그 윤곽은 유동적이며 단지 어떤 일정 한 계급이나 문화에 속해 있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녔을 따름이라고 지 적하였다. 예술에서 작품 생산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고정된 고객 집단만을 ‘관중(觀衆 혹은 청중)’이라고 생각한 그에게 영화 관람객의 무리는 항상 새로운 매력을 써서 그때마다 새로 붙잡아야 하는 대상으 로만 이해되었다. 영화는 고작해야 평균적인 관객인 소시민층에 평준 화된 여흥을 제공하고 있는 저속화된 예술이며, 영화관도 무비판적인 낙관주의가 넘치는 일종의 사회적 로맨티시즘이 성취되는 곳이었다.7) 하우저가 보기에 영화는 19세기 중반 이후의 신문소설, 거리극장 등과 같은 통속예술의 후계자이며, 목적에 따라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오락 산업의 핵심이었다.8)

7) Hauser, Arnold(1953),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백낙청·염무웅 역(1974),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현대 편󰡕, 서울: 창작과 비평사, pp.250∼255. 8) Hauser, Arnold(1974), Soziologie der Kunst, 최성만·이병진 역(1983), 󰡔예술의 사회학󰡕,

서울: 한길사, p.255. 하우저는 대중예술을 18세기 통속예술의 탈인격화된 상품이라고 보 았고, 마음의 심화 대신 오락과 감동을 준다고 이해한다. 대중예술에서는 창조적 자발성 이 배제되고, 타협주의가 득세하게 된다. p.272 추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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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태도는 영화라는 기술적인 장치가 경이적인 집단 경험-그 것이 바람직하든 우려할 만한 것이든-을 일으켜 대중에게 특정한 의식 을 심어주는 것처럼 여기게 하였다. 일찍이 러시아의 혁명가들과 마르 크스주의자들은 영화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간파했다. 그들은 영화 가 사람의 사고를 ‘진보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도 하고, 반대로 ‘허위의 식’을 재생산하고 유포하기도 하는 매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립스러드(2009)는 1970년대의 기호학적이 고 정신분석학적 스크린이론(Screen theory)은 이러한 전통에서 분파 된 이론이라고 주장하였다.9) 바우만(2007)은 영화관객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연구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는 초창기에 상업영화가 노동계급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 리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영화가 “가난한 사람들의 싸구려 볼거리(the cheap show for cheap people)”로 정착되었다. 노동자가 오페라와 같 은 값비싼 오락을 선택할 경제적 여력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잔돈으로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영화를 경멸 하게 되었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1920년대까지 모든 계급이 영화를 즐 겼고 영화보기 자체가 존경할 만한 행위로 인정받았다. 프랑스 역시 처 음에는 노동계급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제작자들은 중산층을 목표 관객으로 삼았다. 중산층 관객은 증가했고, 관객의 구성도 변화했다. 바 우만은 영화보기에 대한 존경 혹은 경멸의 시선이 유럽과 미국 노동계 급의 출신성분이 서로 다른 점에서도 유래한다고 본다. 유럽의 노동계 급은 문화적 성향에서 중간·상류계급과 유사하지만, 미국의 노동계급

9) Gripsrud, Jostein(2009), “Film Audience”, in The Oxford Guide to Film Studies, John Hill & Pamela Church Gibson(ed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pp.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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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다양한 이주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국의 영화는 더 광범위한 관 객에 소구하기 위해 덜 세련된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10) 유럽과 미국이 보여 준 상이한 관객의 형성 과정은 관객의 정의를 더 어렵게 하 였다. 관객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표 구매자라는 측면 에서는 단일한 속성을 가진 대중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태도 안 에서 관객은 손쉽게 박스오피스를 풍성하게 하는 영화시장의 필수불가 결한 생산적 존재가 되었다. 문화 그 자체도 문화산업의 산물이 되었고, 곧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11) 영화관객을 구매자 로 인식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관에 모인 관객 모두가 유사한 집단이라고 재빠르게 결론짓는 것은 부조리하다. 사실 그들은 모두 다 른 존재이며, 다른 곳에서 왔다. 영화를 해독하는 방식도 각기 다르다. 영화관에 모여 같은 자세로 앉아 영화를 관람한다고 해서 동일한 집단 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시장은 이렇게 단순화할 수 없는 다양한 관 객을 나이, 성별, 교육 수준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분류한다. 영화관객은 영화에 감동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러 영화관에 가지만, 영화제 작자와 배급업자가 목표(target)로 삼은 시장의 일부가 되어 고객 (customer), 소비자(consumer), 시장조사의 대상이 된다. 관객이라는 사회적 존재는 그저 영화 광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불특정 다수일 뿐이다. 영화시장은 그러한 대중을 진정한 ‘세계의 소비자’로 추앙한다.

10) Baumann, Shyon.(2007), Hollywood Highbrow: From Entertainment to Art, New Jersey: Prinston University Press, pp.23∼28. 11) Throsby, David(2001), Economics and Culture, 성제환 역(2004), 󰡔문화 경제학󰡕, 파주:

도서출판 한울, pp.23∼24와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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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분류 관객 분류(segmentation)는 인구 사회학적인 변수들로 사회계급을 분 류하는 데서 구체적으로 시도되었다. 사회계급에 따라 미디어를 분류 하는 것은 광고산업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방식을 영화산업이 도입 한 것이다. 영화산업은 영화관객이 어디에 있는가를 실용적으로 판단 하고자 했다. 영화의 제작자나 공급자는 마케팅을 위해서 이러한 분류 를 응용했다. 관객의 복잡한 심리를 범주화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마케터들은 교육, 소득, 성별, 거주지 등 ‘고객’ 의 사회적 사실들(social facts)을 파악했고, 잠재 관객의 사회적 행동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이 데이터들은 광고에 활용되었다. 관객을 분류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은 영국 정부가 직업에 따라 분류한 사회계급 분류 체계다. 이 분류 체계는 사회계급을 크게 여섯 그룹으로 나눈다.12)

∙ 그룹 A : 전문직(변호사, 의사 등), 과학자, 대규모 조직의 관리자 ∙ 그룹 B : 상인, 농부, 선생, 사무직 ∙ 그룹 C1: 상급 숙련공(장인, 목수, 상점 점원, 간호사) ∙ 그룹 C2: 하급 숙련공(전기기술자, 용접공) ∙ 그룹 D : 준 숙련공(버스 기사, 트럭 운전사, 조립공) ∙ 그룹 E : 비숙련공(일반 노동자, 바텐더, 짐꾼)

이러한 분류는 미디어 수용에서 사회계급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활 용되고 있으며, 영화관객의 분류체계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관객은 사 회계급으로 간소하게 정의된다. 이를테면 중간계급은 ‘ABC1’에, 노동계

12) 영국 정부가 만들어 내는 ‘The Registrar General's Social Scale’에 따른 분류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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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은 ‘C2DE’에 속한다.13) 예를 들어 채널 4(Channel 4)와 보통 신문은 ‘ABC1’에 소구하고, 타블로이드는 주로 ‘C2DE’가 읽는다. 영화와 관련하 여 예를 들면 “2004년 영국의 전체 인구는 ABC1이 48%를 C2DE가 52% 를 차지하였는데, 연간 흥행 20위 안에 드는 영화의 관객 프로파일을 보 면 ABC1이 59%를, C2DE가 41%를 차지하였다”라고 말할 수 있다.14) 또 다른 분류법으로는 관객의 가치와 태도를 범주화하는 ‘VALS(values, attitude and lifestyle)’가 있다. 이 분류법은 모든 사람을 심리적으로 분류한 후 적용한다. 예를 들면, 광고의 젊은 수용자는 유행 추종자, 이기주의자, 청교도주의자, 혁신자, 반역자, 연예인모방자, 탈 락자, 전통주의자, 공상가, 냉소주의자, 카우보이 등으로 분류된다. 미 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도 가능한데, 이를테면 방 송 잡지 구독자를 거실 소파에서 빈둥대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es)’, 특정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전문가, 시트콤과 코미디 중독자, 프라임 타임 이후 시청하는 불면증 환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ACORN’ 방식은 미국에서 우편 번호 체계를 활용하여 목표관객을 확인 하는 방식을 말한다. 우편번호 체계는 거주지가 농촌인지 도시인지, 오 래된 주택가인지 아닌지, 경제적 삶의 수준이 어떠한지, 인종적 분포는 어떠한지 등을 우선 파악하게 하는데, 이러한 변수들은 텍스트의 배급 에 유용하게 쓰인다.15) 영화관객을 양적으로 묘사하려면 측정방법을 도입해서 하위집단

13) Lacey, Nick(2002), Media Institutions and Audiences: Key Concepts in Media Studies, New York: Palgrave, p.183. 14) Stafford, Roy(2007), 같은 책, p.45. 15) Lacey, Nick(2002), 같은 책, pp.18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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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다양하게 분류해야 한다. 특히 관객이 ‘소비자로서의 공중(public as consumers)’으로 개념화되면, 그 존재 가치는 금전으로 규정된다. 영화 그 자체도 누군가 관람하기 이전에는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된 다.16) 관객은 영화에서 정치적 힘을 즐겁게 누릴 수도 있고, 사회로부터 도피하는 퇴행적인 쾌락을 즐길 수도 있다. 영화 관람의 속에 있는 이러 한 즐거움의 복잡한 층위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자유가 시장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 은 더욱더 분명해졌다.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은 합리적인 곳으로 소개되지만, 사실 소비자는 제한된 선택권을 가졌을 뿐이다. 영화는 처 음부터 ‘판매용’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영화의 잠재 관객이 되어 인 지도와 선호도 측정의 도구가 되고 말았다.

영화관객에 대한 세 가지 시선 지금까지 영화관객은 크게 세 가지 전통 속에서 연구되어 왔다. 첫 번째 연구전통은 텍스트 중심 접근법(text-centered approach)으로 영화관 에 배치된 관객의 수동적인 영화체험에 주목한다. 두 번째 전통은 관객 의 자율적 수용을 강조한 문화연구에서 출발한 경험론적 관점들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연구들은 시장에서의 마케팅적 고려와 경제적 관점 에서 출발한 실용적인 연구들과 기업 보고서에서 나왔다. 특히 소비의 맥락에서 영화 보는 행위를 이해하려는 최근의 연구들은 영화관객의 역 사적 형성과 그 성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했다.

16) Stafford, Roy(2007), 같은 책,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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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연구는 다른 연구 전통 속에서 특정한 측면만을 강조해 왔 다. 레이시(2002)는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관객이론을 ‘효과이론(effect debates)’, ‘이용과 충족(uses and gratifications)’ 모델, ‘부호화/해독 (encoding/decoding)’ 모델, 민속지학(ethnography, 혹은 문화기술지) 으로 분류한다.17) ‘효과’ 모델은 관객이 비판 없이 미디어의 메시지를 흡수한다는 전제 에서 출발하는데, ‘피하주사 모델(hypodermic model)’이라고도 한다. 대 중문화의 본질이 ‘쓰레기’라고 주장한 1920년대와 1930년대의 프랑크푸 르트학파의 연구 전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파의 성향을 가진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도 영화는 도덕적 혼란과 사회적 근심거리를 만들어 내는 혐 오할 만한 텍스트에 불과하였다. ‘이용과 충족’ 모델은 수동적인 소비자 보다 역동적인 관객을 설정하고, 관객이 주도적으로 미디어를 사용한다 고 주장한다. 관객이 미디어 사용으로 개인적 정체감을 얻고, 정보를 수 집하며, 오락을 추구하고,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관객을 희생자로 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자율적인 존재 로 보지도 않는 ‘부호화/해독’ 모델은 텍스트의 생산과 이의 ‘의미심장한 담론(meaningful discourse)’에 연루된 복잡성을 개념화하려 한다. ‘민 속지학’ 모델은 통계나 추상적 모델보다는 관객의 사회적 맥락을 중시 하여, 관객이라는 ‘실재 사람들(real people)’을 탐구하려 하며, 질적 연 구방법인 ‘참여관찰(participant observation)’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민속지학적 연구에서 연구자는 스스로 관객의 일부가 된다. 민속지학 모델은 관객의 해독을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 외부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17) Lacey, Nick(2002), 같은 책, pp.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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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시의 미디어 관객의 연구 분류방식은 영화관객 연구에서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다시 정리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의 전통에서 관객성 에 주목하고 텍스트 결정론에 입각한 수동적 존재로서의 관객에 주목한 연구들, 텍스트의 해독 주체로서의 수용자에 주목한 문화연구 입장, 소 비자로서 ‘시장의 고객’이 된 관객을 이해하고자 하는 다소 실용적인 연 구들이 그것이다. ‘효과’, ‘피하주사’ 모델은 텍스트 결정론에 속한다. ‘이 용과 충족’과 ‘부호화/해독’ 모델, 민속지학적 연구들은 문화연구 전통 속에 수렴된다.

관객성과 텍스트 의존적 존재 영화 관람 행위는 인간의 무의식적 요소와 복잡하게 연관된 정신과정과 욕망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영화 텍스트와 개별 관람자 사이에 는 관객성(spectatorship)이 형성된다.18) 이러한 관객성에 몰두하는 연 구 전통은 정신분석학 속에 있으며, ‘관객 위치(spectator position)’라는 아이디어는 고대 수사학 이론과 문학에서의 현상학적, 해석학적 이론의 연장선에서 나왔다.19) 관객성 이론은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쾌락, 욕망, 시각 세계와의 관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관 객은 영화적 경험을 지닌 관찰자이자, 영화적 장치(apparatus)와 주어 진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축되는 ‘이상적 주체’다. 초기의 관객성 이론은 프로이트와 라캉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라 캉(1949)은 1930년대에 정신분석학에서의 자아 형성을 설명해 주는 거 울단계(mirror stage)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단순한 관찰자가 ‘바라보기’

18) Stafford, Roy(2007), 같은 책, p.79. 19) Gripsrud, Jostein(2009), 같은 글,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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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실천에서 주체로서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생후 6개월에 서 18개월까지의 아이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보면서 거울 속 이미지의 움직임과 거울에 반사된 주변 환경과의 관계, 자신의 신체, 거울 속에 되풀이되는 실재와 가상적 복합체와의 관계가 작용하고 있음 을 경험한다. 아이는 자신이 비치는 ‘거울-이미지’를 완전한 것으로 보 고, 동일시(identification)한다. 이것을 정신분석학에서 이마고(imago) 라고 하는데, 라캉은 거울단계의 기능을 이마고 기능의 특별한 양상, 즉 유기체와 그것이 처한 현실 또는 내적 세계(Innenwelt)와 주변 세계 (Umwelt)와의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간주한다.20) 영화는 이러한 자기애적인 동일시 과정을 재연하는 것이다. 라캉의 거울단계 개념을 수용한 메츠(1977)는 관객이 영화적 경험으 로 자아를 인식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메츠는 관객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매 번 눈에 보이는 것을 두고 진실처럼 믿기도 하지만 동시에 믿지 못하는 미 묘한 태도를 반복해서 취한다고 말한다. 영화는 어느 정도는 꿈(rêve)과 환상(fantasme) 뿐 아니라 관음증(voyerisme)과 노출증(exhibitionisme) 사이에서 교차하는 교환(échange)과 동일시-카메라의 일차적 동일시와 등장인물과의 이차적 동일시-의 요소들을 내포한다.21) 영화는 필연적으

20) Lacan, Jacques(1949), “The Mirror Stage as Formative of the Function of the I as Revealed in Psychoanalytic Experience”, Écritics, Alan Sheridan(trans.1985), 황유진 역 ((1999), “정신분석학적 경험에서 나타난 자아의 기능형성 요소로서의 거울단계”, 윤난지 (ed. 1999),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서울: 눈빛, pp.19∼25. 거울단계의 경험은 아

이가 최초로 자신의 통일적 전체성을 획득하는 즉 자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아이는 18 개월부터 자아의 기본 틀을 형성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주변의 존재 즉 어머니로부 터 자신을 분리시키게 되면서 소외를 느낀다는 것이다. 21) Metz, Christian(1977), Le Signifiant Imaginaire, 이수진 역(2009), 󰡔상상적 기표; 영화,

정신분석, 기호학󰡕, 서울: 문학과 지성사,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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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상상적’이다. 영화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침묵하면서 부동의 자세 를 유지하는 관객은 영화의 이미지와 소리 때문에 다양한 현실들을 혼란 스럽게 뒤섞으며 ‘매력적인 환각’의 순간-진짜 환각은 아니다-까지 몰 두하게 된다. 메츠는 영화적 흐름이 꿈의 흐름과 유사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영화 가 꿈과 다른 점을 지적한다. 영화적 상태와 꿈 상태는 관객이 잠들기 시 작할 때 혹은 꿈꾸는 자가 깨어나기 시작할 때, 서로에게 근접하는 경향 이 있다. 그러나 영화와 꿈이 혼동되지 않는 것은 영화관객은 깨어 있고, 꿈꾸는 자는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22) 이러한 특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 영화업 종사자들이다. 영화산업은 영화의 허구성과 내러티브로 현실적 효과를 안정시키고 차별화·체계화하면서 만족감이라는 정신적 효과 를 제공함으로써 그 자체의 가능한 조건들을 재생산한다.23) 정신분석학의 전통 속에서 가장 논쟁적인 논문은 멀비(1973)가 ≪스 크린≫(전신은≪Screen Education≫)에 게재한 1975년 글이었다. 멀비 는 영화의 매혹이 어디서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밝히기 위해 정신분석학 을 활용한다. 멀비는 성적 차이(sexual difference)에 따른 사회적으로 고정된 해석방식을 영화가 반영하고 있으며, 할리우드의 내러티브 극영 화가 남성편향적인 시각적 쾌락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영화 속의 가 부장적인 무의식에 따라, 남성은 활동적인 감상자가 되고, 여성은 ‘남성 적 응시(male gaze)’, 즉 그의 시각적 쾌락의 수동적 대상이 된다. <이창

22) Metz, Christian(1977), 같은 책, pp.139∼148. 이 책에 수록된 1973년에 쓰여진 논문 “픽션영화와 관객: 메타심리학적 연구” 참조. 심지어 공상적인 영화관객은 자신이 영화

관에 있다는 사실을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메츠는 꿈은 유아기/밤에 속하고, 영화와 공상 은 성인기/낮(대낮이 아닌 저녁)에 속한다고 말한다. p.184 추가 참조. 23) Metz, Christian(1977), 같은 책,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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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r Window)>은 남성적 응시의 전형이다. 영화가 제공하는 시각쾌 락증(scopophilia)은 대상화된 타자를 능동적으로 통제하는 감각으로 바라보게 하는데, 관음주의적 환상을 만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노출증을 억압하고 그 욕망을 연기자(performer)에게 투사한다. 주류 영화의 관 습은 이러한 시각쾌락증에 집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라보기(looking) 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능동적/남성과 수동적/여성으로 구축된 쾌락에 맞추어 양식화된다. 예를 들어 히치콕의 <현기증(Vertigo)>은 성적인 차이에서 양분된 능동적/보는 것(active/looking)과 수동적/보여지는 것(passive/looked-at)의 암시와, 남자주인공에 함축된 남성의 상징적 권력을 보여 준다.24) ≪스크린≫에 소개된 논문들은 텍스트 분석의 발전에 중대한 공헌 을 했으나, 재현과 텍스트의 역할에 주목하였으므로 극단적인 텍스트 결정주의라 비판받았다. 텍스트가 수용자를 이야기 구조의 특수한 관 계 속에 ‘봉합’시킴으로써 그들에게 위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수용자들 은 텍스트가 의도하는 바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관객의 위치를 결정하고 구성하는 것은 영화 그 자체

24) Mulvey, Laura(1973), “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in Audience Studies Reader, Willl Brooker and Deborah Jermyn(eds. 2003), Oxon: Routledge, pp.133∼142.

이것은 일종의 ‘보는 방식’에 대한 문제였다. 역사적으로 남성은 이상적인 관람의 주체로, 여성은 대상화된 존재였다. 시각문화에서 ‘보는 방식(ways of seeing)’을 탐구한 버거도 이 미지란 재창조 또는 재생산된 시각이라고 일갈하며, ‘바라보기’가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 서의 관계를 바라보는 것이라 지적한다. 유럽의 누드화의 예술형식에서 볼 수 있듯이 화 가와 ‘이상적인’ 관람자-소유자(spectator-owner)는 남자였고, 여성은 오브제 즉 대상으 로 다루어졌다. 남성은 관람의 주체였고, 누드화는 남성적 시각의 즐거움을 반영한 대표 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이러한 시각은 광고, 텔레비전, 영화 등 현대적 미디어의 이미지에 서도 여성을 보는 방법이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Berger, John(1972), Ways of Seeing, London: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 Penguin Books, pp.63∼6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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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스크린≫의 텍스트 결정론적 입장은 1990년대에 이르러 ‘남성 적 응시’를 부정하는 전복적인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도전받는다. 이미 1970년대부터 영국의 문화연구자들은 이들 후기 프로이트학파와 정신 분석의 페미니즘적 해석에 반대하고 있었으며, 텍스트의 수용해독에서 능동성을 가진 비판적 관객이 있다고 믿었다. 이후 관객의 구성은 여성, 어린이, 퀴어, 인종 등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점점 세분된다. 미학적 개념에도 새로운 경향-특히 여성 관객성에 대한 페미니즘 연구 와 같은 현대적 이론들-이 도입되어, 문화연구는 미디어와 영상이론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체감을 억압하고 스크린 과 동일시한다는 퇴행적인 영화관객 개념은 점차 약화한다.

텍스트 해독 주체로서의 수용자 1980년대까지 무시되어온 존재인 관객은 문학비평에서의 독자반응과 해독이론에서 영향을 받아 미디어 연구(media studies)에서도 주목받 는다.25) 이 관점의 연구자들은 관객을 단순히 영화의 효과로 이해하지 않았으므로, 텍스트결정론은 당연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문화연구 자들은 송신자(sender)가 수신자(receiver)에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 낸다는 사실만으로 커뮤니케이션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수용자 연구는 문화연구의 본래 대상인 삶과 일상생활을 학문적 전통 속에 연관하려는 시도이자, 당시 학계의 엘리트주의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들은 문화적 텍스트를 소비하는 사회적 조건에 관심 을 가졌으며, 모든 텍스트가 모든 수용자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은

25) 당시의 미디어에서의 ‘수용자 중심적인’ 연구 대다수는 텔레비전 수용자에 한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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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대중영화에 대한 관심은 문화연구의 전개과정 속에서 수용자 연구와 관련이 깊었다. 문화연구자들에게 대중영화의 관객은 능동적인 존재였 다. 1970년대 초 버밍햄대학교 현대문화연구소(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 CCCS)의 홀과 그의 동료들은 대중영화가 지배 이데올로 기의 산물이라는 편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던 텍스트 결정론과 ≪스크 린≫이 표방하는 이른바 ‘스크린 이론’을 비판하였다.26) 홀(1973)은 전형 적인 송신자/메시지/수신자의 선형적 도식을 비판하며, 메시지의 구조적 다의성을 해명하고자 하였다. 그에 의하면 메시지의 생산/소비는 다양한 영향력에 의해 중층 결정되며, 부호화/해독(encoding/decoding)의 과정 을 통해 부호화한 자의 의미 결정과 해독자의 의미생성이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 해독은 지배적(dominant-hegemonic), 교섭적 (negotiated), 대항적(oppositional) 방식으로 분류되었다. 홀이 발견한 것은 메시지의 수신자, 즉 관객이 때때로 일탈 해독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 로 텍스트에 접근한다는 사실이었다.27) 관객은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 고 다양한 일상적 실천 속에서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질서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였다. 관객들은 영화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기도 하지 만, 거부하기도 했다.

26) 당시에 ≪스크린≫은 유럽의 기호학과 구조주의 이론과의 연관 속에서 영화와 텔레

비전의 텍스트 분석에 집중하였는데, ‘진보적인’ 텍스트를 선호하는 전위적인 입장을 통 해 대중문화에 대한 엘리트주의적인 해석을 제시하고 있었다. 27) Hall, Stuart(1973), “Encoding/decoding”, in Culture, Media, Language, Stuart Hall, Dorothy Hobson, Andrew Lowe & Paul Willis (eds. 1980), London: Routledge, pp.128∼ 138. 1973년 현대문화연구소 등사본(Paper no. 7)에서 채록한 글로 원제는 “Encoding and Decoding in Television Discours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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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1978) 역시 스크린 이론과 텍스트 결정론을 맹렬하게 비판한 다. 그는 스크린 이론이 사회와 역사적 구조뿐 아니라 여타의 텍스트로 부터 텍스트-독자의 만남을 고립시켜 다양한 담론을 거부한다고 비판 한다. 스크린 이론은 주체와 텍스트(담론)의 상호작용 장소에서 일어나 는 분투를 인정하지 않는다.28) 이후에 몰리(1992)는 가정 내 텔레비전 수용자 연구를 통해 부호화/해독의 회로에서 접합(articulation)이 일어 나는 상호담론(interdiscourse) 개념을 제시하고, 담론의 다의적 특질 (polysemic nature), 소비되는 맥락(context of consumption), 수용자 즉 관객의 사회적 환경을 중요하게 부각한다.29) 관객의 텍스트 해독능 력은 일방적인 기준에 의해 획일적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선구적으로 주장한 그의 연구는 이후 관객에 대한 연구 차원을 넘어 일 상생활과 담론들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영화관객 연구뿐만 아니라 미디어 전반의 수용자 연구에서 관객의 개별적 쾌락을 부각한 가장 획기적인 연구는 아마도 앙(1982)의 미국 드라마 <달라스(Dallas)>에 관한 연구와 래드웨이(1984)의 로맨스소설 연구일 것이다. 앙은 미국에서 수입된 텔레비전 드라마 <달라스>가 네 덜란드의 시청자를 어떻게 열광시키고 혐오하게 하였는지를 민속지학 적 방법으로 연구한다. 그녀는 ‘여성적’ 장르의 사용가치에 주목하였으 며, 텔레비전의 수용과정을 개별적 쾌락과 즐거움(pleasure)의 관점에서 보게 하였다. 그 즐거움은 원인은 ‘감정의 비극적 구조(tragic structure of

28) Morley, David(1978), “Texts, Readers, Subjects”, in Culture, Media, Language, Stuart Hall, Dorothy Hobson, Andrew Lowe & Paul Willis (eds. 1980), London: Routledge, pp163∼167. 29) Morley, David(1992), Television, Audience and Cultural Studies, London: Routledge, pp.64∼65. 소비의 맥락은 pp.159∼16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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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와 멜로드라마적인 상상에서 기인하는 것이었으며, 혐오의 감정 은 ‘대중문화 이데올로기(ideology of mass culture)’와 관련된 것이었 다.30) 텔레비전 시청자는 그 정체성이 원래 불안정하고, 문화적, 심리적 경계가 근본적으로 불확실한 사람들로 파악되었다.31) 한편 래드웨이(1984)는 여성이 왜 로맨스 소설을 읽는가를 연구했 다. 그녀는 대다수 여성이 가사 일을 하면서 그 속박으로부터 ‘도망치기 (escape)’ 위해 책을 읽는다고 주장했다. 로맨스 소설이 ‘엄마’ 역할로 자 기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여성들이 겪는 실제 삶의 압박과 일상의 긴장으 로부터 피해 갈 수 있게 하는 ‘가벼운’ 읽을거리라는 것이다.32) 앙과 래 드웨이의 연구의 의의는 관객, 독자 등 수용자의 즐거움과 저항적 행위 에 대한 단서들을 구체적이고 경험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스크린 이론 등 의 엘리트주의적인 텍스트 결정론을 적극적으로 부정한 데에 있다. ‘쾌락’, ‘즐거움’을 도입한 것은 연구의 방향을 크게 바꾸었다. 일찍 이 텍스트의 즐거움을 제시한 바르트(1973/1978)의 영향은 대단했다. 그에게 저자라는 존재는 문학적 무대 저 끝에 있는 단역배우처럼 축소 되어, 자신의 자리를 독자에게 내어주고 죽어야 하는 존재다.33) 바르트

30) Ang, Ien.(1982), Watching Dallas: soap opera and the melodramatic imagination, New York: Roultedge, pp.44∼46, pp.78∼83, pp.92∼96. 앙은 네덜란드의 여성 잡지 ≪비바 (Viva)≫에 미국의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 <달라스>를 시청한 사람들의 감상문을 원한다

는 광고를 내고 이에 응답한 독자들의 편지를 분석했다. 앙이 언급하는 ‘대중문화 이데올 로기’는 보통 사람들이 “대중적 오락은 열등하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책 p.94 참조. 31) Ang, Ien(1991), Desperately Seeking the Audience, 김용호 역(1998), 󰡔방송 수용자의 이

해󰡕, 서울: 한나래, p.56. 32) Radway, Janice(1984), “Reading the Romance: Women, patriarchy and popular culture”, in Audience Studies Reader, Willl Brooker and Deborah Jermyn(eds. 2003), Oxon: Routledge, pp.21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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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쾌락의 한 측면을 이데올로기에서 분리한다. 그에게 텍스트의 즐거 움은 고전, 문화, 지성, 아이러니, 섬세함, 행복감, 자제력, 삶의 기술인 안정감이다.34) 그것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자연의 산물이다. 바르트 에게 즐거움은 잠재적으로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이 되기 도 하며, 성적 쾌락, 웃음, 자동차 추격전의 스릴 등 설명되지 않은 경험 영역조차 연구대상이 된다. 피스크와 하틀리(1978)는 바르트의 쾌락 개념을 적용하여 텔레비전 을 이데올로기적 통제에 맞서는 유쾌한 저항으로 이해한다.35) 알렌 (1987/1992)은 독서행위(reading act)에서 독자의 역할을 강조한 최근의 이론 틀-독자반응비평(reader-response criticism), 수용이론(reception theory), 독자 지향 비평(reader-oriented criticism) 등-을 영화와 텔레 비전과 같은 미디어 생산물에 확대 적용한다.36) 그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 의 관계가 상호 협력적이거나 복종적 또는 갈등적으로 개념화될 수 있으 며, 텍스트의 장르적 성격-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고 보았다. 그것은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 행위이기도 하며, 때로는 텔레 비전에서처럼 공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을 가진 동시적인 시청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터너(1992)는 쾌락, 문화적인 힘, 욕망, 그리고 대중문화 사

33) Barthes, Roland(1973, 1978), La Plaiser du texte/Leçon, 김희영 역(1997), 󰡔텍스트의

즐거움󰡕, 서울: 동문선, pp27∼35. 바르트가 1968년 ≪망테이아(Manteia)≫에 쓴 “저자 의 죽음”에서 인용. 34) Barthes, Roland(1973, 1978), 같은 책, p.99. 35) Fiske, John & John Hartley(1978), Reading Television, London: Routledge(Methuen)

참조. 36) Allen, Robert C. (ed. 1987/1992), Channels of Discourse, Reassembled: Television and

Contemporary Criticism,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pp.1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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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관계들이 아직 이론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욕망과 쾌 락은 연구되었지만, 공유된 집단적 경험은 아직 개척되지 않았다. 쾌락 이 우리에게 지배적인 세계관을 부여할지 또는 그것에 저항하게 할지 아직 알지 못한다.37) 터너는 정신분석학적 이론, 텍스트 결정론을 비판 하고자 했던 수용자 연구가 텍스트를 무시한 채 독자만을 선호하여 개 인적인 해독의 무한한 다의성만을 연구한다고 비판한다.

영화 소비자로서의 시장의 고객 영화관객에 대한 최근 연구와 각종 보고서에는 ‘소비자로서의 관객’, ‘관 객의 세분화 및 특성 분석’ 등 실용적인 주제들이 자주 등장한다. 끊임없 이 출판되는 영화 마케팅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관련 실용서적에는 영화관객을 유인하는 전략이 수록되어 있다.38) 이 서적들은 대개 엔터 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는 전략과 기업가적 가치를 제시한다. 하우저(1974)의 주장처럼, 영화는 본질적으로 생산자와 수용자의 협동 과 상호작용을 포괄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영화의 생산과 수용도 상호종속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39) 생산자는 관객의 욕망 과 만족, 선호하는 것을 선택, 가공, 재현하고, 이에 의지하는 영화들은

37) Turner, Graeme(1992), British Cultural Studies An Introduction, 김현종 역(1995, 󰡔문화

연구입문󰡕, 서울: 한나래, pp.251∼252. 38) Avrich, Barry(2002), Seeling the Sizzle: The Magic and Logic of Entertainment Marketing, Toronto: Maxworks, Lieberman; Al & Patricia Esgate(2002), The Entertainment

Marketing Revolution: Bringing the Moguls, the Media, and the Magic to the World, New Jersey: Prentice Hall, Bosko; Steven Mark(2003), The Complete Independent Movie Marketing

Handbook, Studio City: Michael Wiese Production 등의 마케팅 관련 책들은 예외 없이 불 특정 다수를 잠재적인 영화 ‘소비자’로 이해하고, 영화관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소개한다. 39) Hauser, Arnold(1974), 같은 책,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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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없이 다수 관객에 소구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이익을 제공하는 관객은 두 집단-가족 시장, 즉 30세에서 45세의 부모와 5세에서 12세에 이르는 자녀들의 가 족시장과, 13세에서 29세에 이르는 젊은이 관객집단-으로 분류된 다.40) 영화제작자들은 주요 관객층인 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 게 되고, 관객도 목표화(targeting)되어 고객으로 ‘대접’받으면서 순식간 에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 영화 비즈니스의 실용서적들과 연구서들은 예외 없이 경제적인 관 점을 제안한다. 영화관이라는 ‘장터’에서 유발되는 관객의 여흥은 엔터 테인먼트 산업으로 수렴된다. 영화관에서 박스오피스 신화가 시작되 고, 영화예술도 자본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 시장에서 박스오피스는 절 대적인 기준이 되고, 관객은 ‘숫자’로 대체된다. 광역배급(wide or ‘blanket’ release)과 같은 시장전략 속에서 메이저의 위치는 강력하다. 그들은 시장에서의 권력자로서 그 지위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멀 티플렉스도 한순간의 여가, ‘영화의 한 순간’을 체험했다는 감정을 판매 하기 위해 영화 기업이 구축한 것이었다. 제작자들은 성공적인 드라마 구성 모델로 할리우드 공식(Hollywood formula)을 주장하기도 한다. 영화시장에서 관습적인 할리우드 극영화의 전개방식은 시장잠재력의 요건으로 간주한다. 와이어트(1994)는 하이 콘 셉트(high concept)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분산된 주제와 복잡한 내러티브를 꺼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하이 콘셉트는 높은 시장성을 보장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내러티브다. 이러한 하이 콘 셉트 영화가 많이 제작되면서 영화와 마케팅, 머천다이징은 강력하게

40) Stafford, Roy(2007), 같은 책,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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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되었다.41) 하이 콘셉트는 영화를 ‘판매’하기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 었다. 리버만(2002)은 하이 콘셉트의 조건으로 알려진 배우나 감독, 단순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스토리라인, 반복할 수 있는 단일 이미지의 마케 팅 동기, 기존의 연작·연극·음악 등과의 연관성, 머천다이징을 내세 운다.42) 하이 콘셉트는 영화 마케팅에서 결정적 요소가 되어버린 시장 조사의 인기와 관련이 있었으며,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관객의 ‘친숙성’ 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실패에 대비하는 필수조건이 되었다. 영화의 상 업적인 매력도를 극대화하는 패키징(packaging) 역시 강조되는데, 영 화 시장조사의 영향력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43) 할리우드 영화기업의 성공 전선에 서 있는 마케팅은 전 세계의 불 특정 다수를 상대로 가상의 관객을 만들고,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의 범위와 방향을 정한다. 능력이 탁월한 할리우드 제작자 등 산업 종사자 는 이익을 위해 쾌락을 사용한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라는 매혹은 자 본주의 상업문명의 풍요로움, 영웅, 해피엔딩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현 대적 스펙터클의 표상이다. 다수 관객에 호소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보 편적인 정서의 추구에 근거하여 마케팅에 전념한다. 마케팅은 제품과 시장의 일치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신자인 관객은 중심

41) Wyatt, Justin(1994), High Concept: Movies and Marketing in Hollywood, 조윤장·홍경우

역(2004), 󰡔하이 컨셉트: 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 서울: 아침이슬, pp.24∼33. 스물다섯 개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면 좋은 영화 아이템이라고 한 스필버그의 말은 하이 콘셉트와 일치한다. 42) Lieberman, Al & Patricia Esgate(2002), The Entertainment Marketing Revolution: Bringing

the Moguls, the Media, and the Magic to the World, New Jersey: Prentice Hall, pp.46∼47. 43) Wyatt, Justin(1994), 같은 책, pp.24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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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복원된다. 마케팅은 실상 ‘영화보기의 안내서’이며, 소비의 규범은 일정한 방향으로 정해진다.44) 잠재적인 관객이 되는 대중은 알 필요도 없는 영화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은 그 자체가 스펙터클의 일부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를 통합시킴으로써 영화의 장 을 무한대로 확장해 나간다. 입소문(word-of-mouth)과 같은 구전효과(buzz effect)조차도 전 략적으로 만들어 내는 위력적인 마케팅으로 결국 대중은 관객 수의 증 가에 연루된다. 아카데미상과 같은 영화상이나 세계적인 영화제들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기제가 되며, 그에 속한 비평가 그룹도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영화의 마케터들은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여, 극장으로 몰려가게 하려는,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전 략과 전술을 구사한다. FGI(focus group interview), 서베이, 심층 인터 뷰 등은 배급사의 의사결정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그들은 어떻 게든 시장 실패에 대비한다. 마케팅의 목적은 소비자를 “영화를 보고 싶 어 하는 사람들”로 전환하는 것이다.45) 마케터에게 그들은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전 세계 다수 관객을 성공적으로 정복한 미국영화는 블록버스터로 예외적인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일종의 벤처사업이다. 대형 스타(A list star)를 동반한 마케팅 캠페인은 박스오피스에서의 압도적인 성공과 명

44) 영화가 대량 소비를 위해 만든 대표적인 표준화의 사례는 러닝 타임(running time)과

등급(rating)이다. 이에 맞추어 특정 장면이 삭제되거나 검열의 이유가 된다. 영화관의 시 간표는 대략 두 시간 간격으로 구분되며, 관객 역시 한 편의 영화의 관람 시간을 이에 따라 연상한다. 영화는 관객의 상상력을 사로잡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두 시간 내에서 용인 된다. 45) Lieberman, Al & Patricia Esgate(2002), 같은 책,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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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보장한다. 흥행 성수기인 여름 방학과 크리스마스 시즌은 대형 영 화의 전쟁터가 된다. 스타는 영화에서 불가피하게 그 이미지로부터 독 특하고 특권적인 위치를 제공한다. 스타는 그 자체로 영화 현상이 되어 하나의 사업으로서 기능하는 동시에, 종종 스타 이미지를 운반하는 장 치로서 영화를 활용하기도 한다.46) 드보르가 일찍이 주장했듯이 스타 는 유명인사, 즉 살아 있는 인간 스펙터클의 표상이며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전 세계적으로 자신을 표출하기 위해 존재한다.47) 그러한 의 미에서 스타는 현대의 시장 경제 속에서 ‘흥행가치’로 등식화할 수 있는 완전한 상품으로 군림하는, 스펙터클의 인간적 현신이 된다. 이러한 비 즈니스 세계를 관객과 연관하여 탐구하려는 연구자들도 많아졌다. 한편, 상업영화의 기업가들은 시장이 원하는 관객의 상으로 허구적 인 세계에 빠져 즐거워하는 유아적인 수용자를 만들어 대중에게 ‘관객 이 되는 법’을 익히게 한다. 좋은 영화의 관객은 의미 있는 대중이 되지 만, 미디어나 평론가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영화의 관객은 그저 오락만 을 추구하는 단순한 소비자가 된다.48) 그들은 시장질서 안에서 ‘목표화 (targeting)’되어 관객 규모(expected audience size)로 축소된다. 기업

46) Dyer, Richard(1979), Stars, 주은우 역(1995), 󰡔스타: 이미지와 기호󰡕, 서울: 한나래, p.124. 47) Debord, Guy(1967), Society of the Spectacle, 이경숙 역(1996), 󰡔스펙타클의 사회󰡕, 서

울: 현실문화연구, p.43. 48) 윌리엄스(1976)는 재화와 용역의 분야에서는 소비자(consumer)라는 용어보다 사용

자(user)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소비자’라는 표현은 18세기 중 반 부르주아의 정치경제에서 중립적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나, 현대에 이르 러서는 낭비하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게 되었다고 한다. Williams, Raymond(1976), Keywords: A vocabulary of culture and society, London: Fontana Press, pp.78∼7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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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들의 저작재산권은 곧 ‘현금(cash)’이 된다.49) 따라서 영화의 저작권 은 영화관객을 시장의 고객으로 이해하는 기업집단에게 양보할 수 없는 권리이자 ‘사업’의 명분이 된다.

새로운 관객연구들 관람의 맥락 관객에 대한 최근의 새로운 연구들은 영화 소비에 관심을 둔다. 영화 소 비는 사회적 행위다. 영화 관람은 가장 쉽고 편리한 이벤트로, 영화관에 가는 행위는 오페라 하우스에 가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공공 도서관 에 가는 것보다는 즐거우며, 놀이공원에 가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있는 여 가활동이다. 영화 관람의 이러한 측면에 관심을 두는 연구들은 영화의 결 정적 의미가 특정한 맥락 의존적인 관습(certain context-dependent conventions)에 따라 관객에 의해 구성된다고 본다. 이렇게 맥락을 중시 하는 연구들은 해석학적, 현상학적, 기호학, 영국의 문화연구, 심지어 인 간의 뇌에서 영화 ‘과정’에 집중하는 인지학적 접근과 같은 다양한 이론적 전통 속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50) 영화 관람은 ‘의미들’을 생산하고, 사 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담론화된다. 문화경제학 관점도 영화산업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맥락을 중시한 다. 특히 몰리(1992)는 관람의 대상(object of viewing)만큼 관람의 맥 락(context of viewing)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영화를 보는 것(seeing

49) Lieberman, Al & Patricia Esgate(2002), 같은 책, p.6. 50) Gripsrud, Jostein(2009), 같은 책,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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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보다는 영화가 상영되는 ‘사회적 건축물(social architect)’이라 할 ‘영화관에 가기(going to the pictures)’ 현상에 더 주목하였다.51) 사람들 은 재미와 흥분이 결합한 이완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밤 시간에 영화관 으로 향한다. 몰리는 텍스트가 관객의 능력과 이해도에 따라 접수되거 나 거절되는데, 그 수준이 관객에 따라 차이(differences)가 나므로 영화 가 소비되는 맥락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차이는 개인적 특 이성보다는 계급, 젠더, 문화적 정체성에서 오는 것이다. 이 차이들은 더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을 생산하고 정당화하고 재생산하려 한다. 소비의 맥락과 도시 공간 속에서 영화관객을 연구한 이들도 있다. 얀코비치와 페어, 스터빙스(2003)는 행위로서의 영화 소비(film consumption)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영국 노팅햄시의 도시 공 간 형성과정과 영화관의 관계를 민속지학적 관점에서 조사, 검토한다. 이 연구에서는 영화 소비라는 용어가 관객이 스크린에 투사된 영화와 맺는 관계 속에서 검토되는데, 소비 행위 속에는 영화와 관련된 체험 모 두가 포함된다.52) 저자들은 도시 공간의 의미와 기능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권력의 국제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전제한다. ‘세계적 도시 (world cities)’에서 문화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도시는 생산의 장소에서 소비의 장소로 그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경쟁적인 세계 경제 속에서 현대적 삶은 미디어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53) 이들은 영화 소 비의 서로 다른 양태가 도시의 문화지리학 내의 위치와 연관이 있다고

51) Morley, David(1992), 같은 책, pp.157∼158. 52) Jancovich, Mark, Lucy Faire, Sarah Stubbings(2003), The Place of the Audience:

Cultural Geographies of Film Consumption, London: BFI, pp.3∼13. 53) Jancovich, Mark, Lucy Faire, Sarah Stubbings(2003), 같은 책, p.17. 로스앤젤레스는

대표적인 ‘포스트모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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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 이러한 과정들은 계급, 젠더, 인종, 나이와 같은 서로 다른 변수에 따라 매개된다.

예술영화의 관객 아트시네마(art cinema)도 영화관객의 관람환경을 변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영화관에 대한 질문은 ‘영화관에 가는 것’에 대한 질문으로 연장 될 수 있다. 요컨대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연구가 영화관객에 대한 연구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상영에 관한 사회 문화사적 연구 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주류 영화관과 달리 특정한 목적과 지역에 기반 을 두고 있는 인종적 소수자의 영화관이나 아트시네마에 대한 연구는 상업영화 소비자 연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관객을 설명해 준다. 퀄 리티 영화(quality film)에 대한 열망은 그 수는 적지만 헌신적인 관객 (small but devoted audience) 덕분에 문화적으로 유지된다. 아트시네 마에 가는 행위는 제의적 성격이 강하며, 그곳의 관객은 영화보기를 문 학작품을 읽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메이저가 출시하는 ‘스마트 시 네마(smart cinema)’는 보헤미아 관객(bohemian audience)이 꾸준히 즐기는 영화다. 스마트 시네마 관객은 소비문화의 순응주의를 혐오하 고, 선택의 가능성을 가진 차이를 선호한다.54) 예술영화의 대중적 인기 를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 시네마에 관한 의견도 다양해졌다. 예술영화 관객에 대한 주목할 만한 연구는 윌린스키(2001)와 바우 만(2007)이 시도하였다. 윌린스키는 미국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관습

54) Stafford, Roy(2007), 같은 책, pp.156∼157. 스마트 시네마는 과거 예술영화의 급진

성보다는 관습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이들은 좌파의 분방한 가치와 우파의 도덕 적 확신 양자에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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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지 않는’ 영화(‘offbeat’ films)를 보고자 아트시네마의 ‘객석을 차지 하는 관객(sure seaters)’을 연구한다. 아트시네마는 갤러리 건물에 부속 되어 있어 전시를 보고, 팝콘 대신 우아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지적 이고 대안적인 고급문화 공간이다. 이 공간에 모여드는 중간계급의 관 객은 ‘일상적인’ 관객과 다르다. 이러한 아트시네마의 문화적 맥락은 영 화관 경험의 다른 유형을 구성하는 요인을 탐색할 수 있게 한다.55) 1940년대 후반 전후에 등장한 아트시네마의 원조 격인 아트하우스 들은 오랜 시간 영화산업에서 배제됐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주류 영 화시장에 점점 편입되고 있다. 대안적 문화에 대한 열망과 영화산업 내 에서의 생존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아트시네마는, 할 리우드가 퀄리티 영화를 즐기는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려고 배급하는 저 예산 ‘특제영화(specialty films)’들의 상영관으로 변모했다.56) 아트시네마는 할리우드의 특제영화, 스마트 영화 속에서 더 대중화 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중영화를 즐기는 ‘일상적인’ 관객의 영화 경험 역시 변화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저예산 독립 아트시네마’는 점점 늘어 날 것이며, 대중화 속에서 아트시네마의 관객 수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 다. 최근에는 메이저 배급사조차 예술영화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과 거와 같은 완전히 ‘독립적인’ 아트시네마는 흔하지 않다. 바우만(2007)은 유럽과 달리 미국이 영화 역사 초기에 영화를 위한 예술 세계의 창조에 몰두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르러서야 미국의 영화인들은 예술로서의 영화의 제작과 소비에 관심

55) Wilinsky, Barbara(2001), Sure Seaters: The Emergency of Art House Cinema, University of Minnesota, pp.1∼10. 56) Wilinsky, Barbara(2001), 같은 책,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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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졌다. 당시 영화계 밖의 미학적 전환(aesthetic transformations)은 할리우드의 규범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는 당시 의 문화적 위계 내에서 고급예술 형식과 연관되었다. 1960년대 교육 수 준이 향상되고 대학생과 같은 새로운 영화 세대의 관객이 등장함에 따 라 고상화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바우만은 문화적 위계의 결정요인 분 석에서 사회적 지위와 연관된 예술 소비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 장한다.57)

상호텍스트성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은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들과 맺는 관 계성을 의미한다. 특정한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은 과거 이와 유사했던 영화들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관계 속 에서 영화를 소비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양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상 호텍스트성은 한 편의 영화라는 특정한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서는 몇 개의 다른 영화에 대한 지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58)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스타, 심지어 신념과 가치에 대해서도 일정한 취향을 가진 대중 관객은 이러한 관계망에서 영화를 선택하면서 취향 집단을 형성해 나간다. 특정한 시기에 유행한 영화들은 당시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59) 관객은 각각 다른 개 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은 환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텍스트를 해

57) Baumann, Shyon.(2007), 같은 책, pp.44∼52. 58) Stafford, Roy(2007), 같은 책, p.83. 59) 한국영화에서 IMF 직후 <쉬리>(1998)나 남북의 화해 분위기 속에서의 <공동경비구

역 JSA>(2000)의 성공은 영화의 내재적 성격 외에 각 영화들이 상영된 사회적 맥락과 연 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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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한다. 갠즈(1974/1999)는 현대사회에서 나이, 젠더, 인종이 과거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으며, 사람들이 한 가지 문화만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본 다. 융합(convergence), 이질성(divergence), 잡식성(omnovores)은 현대 대중문화의 주요한 특징이다.60) 문화적 선택과 계급적 취향은 나 이, 젠더, 인종에 따라 이질화된다. 이를테면 청년문화는 나이에 따라 더 세분화된다. 잡식성은 사람들이 시간, 경제적 여유, 교육기회가 증가 함에 따라 문화적 취향이 다양해진 것을 말한다.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 며 상호 호환적인 취향을 형성해 가는 현대 영화관객은 그 스스로 텍스 트와 복잡한 관계를 맺는다. 혼종 장르의 등장은 취향의 경계를 분쇄하여 관객의 취향을 더욱 복잡한 것으로 만든다. 일찍이 MTV의 등장은 영화의 내러티브와 편집 등에 영향을 미쳤으며, 포스트모던한 스펙터클을 제공하였다. 텔레비 전과 영화의 상호텍스트적인 관계도 융합으로 인하여 더 친밀해졌다. 이제 텔레비전은 영화와 더 이상 경쟁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 며 공생의 관계를 구축한다.

현대 관객과 남은 과제 영화에서의 대중 즉 관객은 기틀린(2006)이 본 것처럼 그저 미디어의 급류에 떠밀려 다니는 수동적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고,61) 반대로 ‘텍스

60) Ganz, Herbert(1974, 1999), Popular Culture and High Culture: An Analysis and

Education of Taste Revised and Updated, New York: Basic Books, pp.10∼12. 61) Gitlin, Todd(2001), Media Unlimited: How the Torrent of Images and Sounds Overwhelms our Lives, 남재일 역(2006), 󰡔무한 미디어: 미디어의 독재와 일상의 종말󰡕, 서울: 휴먼북

스, pp.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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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 결정론’에 굴복하지 않고 대항적인 수용해독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영화관객의 복잡한 감정은 측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론적으 로 만들어진 상상의 산물도 아니다. 때로는 매우 구체적으로 시장에 맞 게 범주화·계량화·단순화할 수 있는 존재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영 화관객을 텍스트의 일방적 의미에 수동적으로 의존한다고 보는 소극적 이고 비관적인 태도나, 수용자의 자의성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여 관객이 무한한 창조적 힘을 가지고 보는 태도 모두 옳지 않다. 관객은 무 조건 수동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저항적으로 해독하는 것도 아니다. 관객은 영화에 의해 단순히 ‘위치 지어지는’ 유아적 존재에 불과한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완전하게 분리된 존재도 아니다. 관객과 텍스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는 양자의 상호작용에 따라 생성되며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영화의 텍스트와 관객은 상호보완적이 고 어느 정도 의존적인 관계다. 따라서 영화 텍스트에 대한 분석만으로 영화관객이 어떻게 영화에 반응하는지 알 수 없다. 자율적 수용해독 혹 은 일탈해독만으로 관객의 영화체험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다. 한편으 로 영화관객은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도피주의(escapism)와 그 쾌락의 효과를 따라가기도 한다. 관객과 분리된 텍스트중심 연구와 마찬가지 로, 텍스트와 분리된 관객 연구도 부적절할 것이다. 앞으로 관객 연구의 방향은 상영의 맥락이나 공급의 측면에서 더 많이 다루어질 것이다. 특히 상영의 맥락이나 사회문화사적 연구가 많 아질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영화 소비가 거대 쇼핑몰에 부속된 멀티플 렉스 영화관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력적인 집객능력을 가 진 멀티플렉스를 고려하지 않고 영화관객을 연구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영화의 공급 측면도 중요해질 것이다. 배급사는 균질한 대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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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제시해 왔지만, 현대의 관객은 한 가지 취향에 만족하지 않는다. 관 객은 단일하게 설명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따라서 관객을 재 고하는 것은 영화 상영의 맥락을 탐색하는 실증적인 연구들과, 관객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구조를 성찰하는 사회학적 사고를 동시에 요구한다. 관객의 실체는 비평가 집단, 제작자 등 산업종사자, 정치적 규제 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집단이 아니다. 관객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모든 영화는 세계화된 특권을 누리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속에서 박스오피스의 평가라는 가장 손쉬운 기준으로 ‘객관화’ 될 것이며, 관객은 기업적 이치에 맞게 단순한 소비자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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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배급

영화시장의 리더는 배급사다. 배급사는 영화제작에 도전하는 ‘순진한 마음’과 이를 즐기는 대중의 ‘감정’을 비즈니스로 엮어 내는 기업이다. 대중의 감정을 잘 알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온 기업집단인 할리우 드 메이저는 일찌감치 영화를 유통하는 체계가 영화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적인 기반이라는 것을 알고, 사업의 중심을 배급으로 전환했다. 지 난 백 년 동안 그들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의 등장이 영화와 영화관을 위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오히려 미디어산업과 정보통신을 껴안고 몸집을 불리거나 반대로 영화관에 대 한 교섭력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더욱 강화했다. 지금도 전 세계 거의 모든 영화 관련 기업들이 할리우드 메이저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고 때로는 본보기로 삼으면서 절박하게 닮고 싶어 한다. 이 장에서는 영화 의 이익 사슬에서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윈도라고 할 수 있는 배급에 대해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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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와 영화관 배급업의 정의와 역할 완성된 영화는 배급(distribution)이라는 고유한 유통체계를 통해 관객 과 만나게 된다. 배급업자(distributor)는 영화 제작자(producer)와 상 영업자(exhibitor) 사이에 있는 중개인(middleman)이다. 배급업의 일 차적인 사업목표는 영화관에 공급할 영화의 배급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다. 영화관 유통에 한정해서 배급업을 요약하자면, 연간 52주를 기준으 로 약 20∼40편의 영화를 상영업자인 영화관에 공급하고 박스오피스 총매출의 절반을 매출로 획득하는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배급사는 제작비 투자의 조건으로 배급권리를 확보하거나, 네거티 브 픽업(negative pick-up)으로 제작사로부터 특정영화의 배급권리를 미리 구매할 수도 있다. 프로듀서는 제작하려는 영화의 상영권을 배급 사에 미리 넘기고 제작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손 익을 미리 확정할 수 있는 대신에 개봉 후 흥행의 성과에 대한 권리가 없 다. 배급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영화를 직접 제작하거나 투자할 필요는 없다. 이미 완성되어 배급사를 찾고 있는 영화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배급사는 배급위탁계약에 따라 배급·마케팅 비용(P&A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단순히 배급만을 맡을 수 있다. 또는 배급·마케팅비를 사용하여 배급한 후 그 비용을 먼저 회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공무원이다>(2011)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배급·마케 팅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배급을 대행한 영화다. 영화에서 배급이라는 유통 채널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보다도 영화 로 인한 매출의 최초 원천이라는 점에 있다. 영화의 성공과 실패는 영화 관에서 일차적으로 판가름 난다. 영화관 배급은 이후 남겨진 윈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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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수익률을 보장받기 위해 벌이는 총체적인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관에서 성공해야 이어지는 후속 윈도 시장에서도 이익 이 보장되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배급사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영화관 유통에만 관여하는 배급사가 있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중견 규모를 가진 배급사라면 후속 윈도 전체와 해외배급까지 맡는다. 배급사의 시장지배력과 협상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개봉할 영화를 상영할 “상영관(screen) 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와 “상영기간을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가”와 밀접하다. 만일 배급사가 영화관을 계열 화하고 있거나 멀티플렉스 체인과 제휴하고 있다면, 그 협상력은 배가 된다. 프로듀서가 영화관에 대한 협상력이 강한 배급사의 ‘힘’을 이용하 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관 배급만으로도, 배급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배급수수료 덕분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서 배급사가 구사하는 전략은 직접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급사는 메인 투자자가 되고, 제3의 투 자자들 유인하여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킨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 할 경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패키지를 선택하는 데 열을 올린다. 직접 시나리오를 개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광해>(2013)는 투자배급사인 CJ E&M이 직접 기획개발한 후, 제작을 맡을 프로듀서와 제휴하여 공동 제작한 프로젝트다. 그렇다면 프로듀서 입장에서 배급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영화관 개봉에 소요되는 배급·마케팅비를 지급해 줄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서다. 상업영화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제작비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프로듀서는 거의 없다. 한국영화 경우 제작비가 30억 원 이상 들었을 때 배급·마케팅 비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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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억 원이 소요된다.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극장 개봉을 위해 추가 적으로 배급·마케팅 비용을 구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므로 배급사의 ‘간택’을 원하게 된다. 배급사가 지급하는 배급·마케팅 비용으로 비로 소 광고와 홍보, 판촉이 진행된다. 배급사를 구하지 못한 영화가 일반 영화관에서 대대적으로 상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돈을 들이지 않고 마케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관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마케팅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주도할 배급사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배급사가 다수의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 봉 시기에 정해지는 상영관의 수는 영화의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 치는 요소다. 상영관 수는 곧 배급사가 시장에서 가지는 지배력을 구체 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배급사는 영화관에 영화를 공급하면서 그 소유 주와 협력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비즈니스 파트너다. 더 나 아가 영화관을 계열화하거나 멀티플렉스 체인 영화관에 투자하기도 한 다. 한 번 구축한 유통 채널을 유지하면서 배급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구축한 배급사는 곧 메이저로 성장한다. 배급사의 영향력에 따 라 상영관의 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상업영화의 프로듀서는 메이저의 배 급라인을 선호하게 된다. 메이저의 힘이 크면 박스오피스에서 밀려나 지 않는다. 수많은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토너먼트에서 살고 죽는다. 영 화가 상영되는 동안 무작위로 새롭게 등장하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도전 해 오기 때문이다.1) 새 영화가 도전해도 상영관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든든한 배급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셋째, 상영기간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영화관은 배급사의 라인업

1) de Vany, Arthur(2004), Hollywood Economics: How extreme uncertainty shapes the film

industry, London: Routledge,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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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up)에 촉각을 세운다. 라인업은 ‘배급 후보작들’의 출시 계획과 순 서를 말한다. 라인업에 대작이 있으면, 영화관은 당장 상영해야 할 영화 가 박스오피스 실적이 낮아도 일정 기간 상영을 보장해 준다. 장래에 대 작을 상영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배급사가 상영관에게서 대략 2∼4 주간 상영을 보장받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물 론 좌석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상영이 종료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 게 된다. 최소상영기간을 6일로 정하기도 한다. 물론 강제성은 없다. 상영관의 좌석 규모에 대해서도 배급사와 영화관이 협상할 수 있 다. 배급사는 상영관 당 좌석의 규모가 다양한 멀티플렉스 체인에 배급 할 때, 대형 상영관을 약속받을 수 있다. 박스오피스 실적이 저조하면 작은 상영관으로 옮기기도 한다. 어쨌거나 배급사는 그다음에 배급할 영화와 스케줄이 부딪히지 않는다면 현재 배급하는 영화의 상영기간을 가급적 길게 요구한다. 배급사는 좀처럼 손해 보려 하지 않는다. 순진한 프로듀서가 아니 라면 배급업자의 수사학들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대략 이해한다. 미 국의 경우 배급업자가 “동업하자”는 것은 매출을 챙기겠다는 뜻이며, “배급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을 포함하여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의사결정 을 하고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뜻이다. 배급사가 표준수수료(standard fee)로 정하자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금액을 챙기겠다는 뜻이고, 매출 에서 공제할 비용(recoup expenses)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도 해외 판매의 명분으로 여행 경비까지 포함하겠다는 뜻이다. 이익이 나면 50%를 주겠다는 것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손익분기점은 배급수수료나 비용의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따라 달 라진다. 따라서 이익분배율보다는 비용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 하다. 이익이 없을 경우의 50%는 아무리 높은 지분율이라 하더라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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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무의미한 것이다. 이익분배율이 높다는 사실에 기분 좋아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 배급사가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프로듀서에게 필요한 비용을 빌려주는 것에 가깝다. 이에 대한 이자도 25%에 이르기 때문에 웬만한 프로듀서가 배급사를 상대로 유리한 거래조건을 협상해 내기는 쉽지 않다. 메이저 스튜디오가 독립영화의 미국 내 배급권리를 획득하 려고 할 때는, 제작비의 25∼45%만 투자하는 조건으로 비디오와 텔레 비전 판매를 포함하여 전체 수익의 55% 이상을 가져가기도 한다.2) 55% 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메이저가 윈도 매출을 통제하는 능력이 그만 큼 크기 때문이다. 메이저 배급사의 지위가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배급 사가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라이온스게이트(Lionsgate)는 미 니메이저였지만, 2012년 <트와일라잇(Twilight)> 프랜차이즈를 가진 서미트 엔터테인먼트(Summit Entertainment)를 인수하는 한편, 북미 지역의 박스오피스에서 4억 달러를 거두어들인 <헝거 게임: 판엠의 불 꽃(The Hunger Game)>(2012)의 배급으로 단박에 메이저로 급부상했 다. <헝거 게임>은 텐트폴이 될 만한 프랜차이즈 영화이기 때문에 이 기 업이 메이저로 성장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2010년대 초 약진한 국내 배급사인 NEW도 주목해 볼 만하다. NEW는 상영업을 계열화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배급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데 힘입어 짧은 시간에 국내 시장점유율을 두고 상위권을 다투는 배급사가 되었다. 한국영화산업에 본격적인 의미의 배급사가 등장한 시기는 1980년 대 말과 1990년대 초였다. 1988년 시작된 할리우드 메이저의 직접배급

2) Marich, Robert(2005), Marketing to Moviegoers, 김상훈·안성아 역 󰡔영화마케팅 바이블󰡕,

서울: 북코리아,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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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은 배급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제도적으로는 중소기업육 성업종으로 분류되어 있던 영화업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변경 되었고, 배급업 참여 조건이 완화되었다. 1994년 외화의 프린트 벌 수 제한도 완전히 철폐되어 한 편의 영화를 광역개봉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가 마련되었다.3) 대기업이 배급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이 마련된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 한국영화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영화사와 지방 흥행사였다.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는 지방 흥행사와 직접 거래하면 서 오랫동안 배급까지도 겸했다. 메이저 배급사의 중앙집권적 직접배 급체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삼성영상사업단이나4) 대우전자 등 대기 업 집단의 영상사업 진출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 대기업은 할리우 드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대기업의 영상사업 진출은 더 많은 다른 자본을 유인하였고, 배급시장도 점차 양성화되기 시작했다. 요컨대 1990년대는 한국영화산업이 국내 대기업의 참여로 획기적으로 성장한 시기이면서, 동시에 시장개방이라는 외부적 충격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반대로 지방 흥행사의 영향력은

3) 영화 배급에서 프린트의 벌 수를 얼마로 정하는가는 영화관 수와 직결된다. 과거에는

외화의 프린트 수를 12벌 이내로 제한했다. 지역별로 한 벌 정도씩 배정해 상영하게 했는 데, 흥행에 성공하면 장기 상영하거나 프린트 한 벌을 인근 영화관과 공유해서 상영하기 도 했다. 1989년에는 12벌로 제한되어 있던 프린트는 매년 한 벌씩 늘어나다 1994년에 이 르러 무한정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프린트 벌 수 제한이 완전히 철폐되면서부터 광역개 봉이 가능해졌다. 4) 삼성영상사업단은 삼성그룹 내에서 영화, 방송, 음반, 멀티미디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

는 계열사나 자회사들-삼성전자의 광소프트사업팀(nices), 삼성물산의 드림박스와 캐 치원, 제일기획의 Q채널과 오렌지 음반레이블, 스타맥스-이 통폐합된 일종의 한시적 ‘TF(task force)’ 조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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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소멸하였다.5) 대기업은 투자와 배급을 주도하면서 근 10여 년간 메이저로 활약했으나, IMF 구제금융체제 이후 사업을 정리하고 시장에 서 사라졌다. 2000년 이후 한국영화시장은 급성장했고, 이 시기에 시네마서비스 (Cinema Service)와 같은 새로운 세대의 ‘토착’ 배급사의 시장지배력도 강화되기 시작했다.6) 이에 따라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이 시기부터 한국영화의 시장경쟁력이 할리우드 영화와 맞먹기 시작했 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2001년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50.1%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는 할리우드 직배사의 시장 지배력이 1990년대에 비 해 약화한 반면에 한국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기업들 은 영화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한 외국 영화도 늘어났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배 급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요긴했다. 시네마서비스가 대작 외화를 확보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배급시장에서 할리우드 직배사보다 더 영향 력이 컸기 때문이었다.7) 그 영향력은 한국영화가 유리하게 배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갔다. CJ도 가세했다. 1998년 CGV 멀티플렉스를 개관하면서 배급업을 개시한 CJ는 드림웍스(Dreamworks)의 영화를

5) 1990년 초부터 2000년까지 서울의 중앙배급사는 대도시 30여 개를 직접 관할하고, 나

머지 지역은 지방 배급사에 위탁 배급시키는 간접배급방식을 혼용하였다. 6) 시네마서비스는 강우석프로덕션에 이어 강우석 감독이 설립한 영화제작·배급사로, 1997년 서울극장 배급라인을 위탁 운영하면서 독립적인 배급사로 자리를 잡았는데, 대기

업들이 사업에서 철수하던 2000년대 초 한국영화에 투자 배급하면서 ‘기업형’ 영화사로 성장했다. 시네마서비스는 한국영화의 제작, 투자, 배급으로 국내 영화산업의 성장에 핵 심적인 역할을 한 새로운 투자배급사이자, 2001년과 2002년 배급사별 시장점유율에서 1 위를 차지했던 토착 메이저였다. 7) 최용배 외(2003), “한국영화 배급시스템 연구”, 영화인회의 정책연구보고 2003-1,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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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하면서 한국영화에도 투자했다. 오리온그룹의 계열사인 쇼박스도 메가박스 씨네플렉스를 기반으로 하여 사업에 참여했다. 한국영화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은 할리우드 직배사에 게 배급시장을 빼앗기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분할 장악하고 있었기 때 문이다. 영화산업이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자국 기 업이 영화배급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할리우드 메 이저가 배급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메이저가 직배 를 시작한 1989년 이래, 몇 년간의 침체기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메이저 는 배급의 주도권을 할리우드에 빼앗기지 않았다. 특히 IMF 구제금융 시기에 국내 배급사는 그 영향력을 더 강화했다. 이후 CJ E&M, 쇼박스 (주)미디어플렉스, 시네마서비스 등이 배급시장을 과점하였으며, 이후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의 선전과 NEW의 진입으로 배급시장 에 대한 한국 기업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국내 대기업은 배급사 가 되어 영화사업에 참여했다. 대기업이 영화에 투자하는 이유는 배급 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배급권을 확보하면 별다른 위험 요소 없이 배 급수수료를 선취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8) 2010년대 이르러서도 한국의 배급사들은 50∼6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첫 번째 윈도, 영화관 영화관은 영화 경제의 문지기로서 대표적인 영화의 상영 장소(exhibition sites)이자 배급시장의 최전선이다. 그곳은 영화가 문화적인 동시에 경제 적인 야망을 실현하는 최초의 공간이다. 배급사는 영화관과 우호적인 관

8) 최건용(2011), 󰡔한국영화산업󰡕, 서울: 형설출판사, p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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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영화관을 소유한 상영업자는 배급사의 영화 가 필요하고, 배급사는 영화관이 일차적인 소매시장이므로 배급의 외적 자원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애쓴다. 영화관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신통치 않으면 후속 윈도에서 원가를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배급사와 영화 관은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영화관을 개관하는 데는 비용이 크게 들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영업에는 자금력을 가진 엔터테인먼트관련기업이 나 부동산업자 등이 참여한다. 상업적 영화관 외에도 예술영화나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이나 시네마테크, 미디어 센터와 기타 상영 공 간들, 박물관 또는 기록보관소 등도 특수한 영화관으로 기능한다. 상영업의 현대화 움직임은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 즉 베뉴(venue) 의 복합화에서 나타났다. 상업센터 문명의 상징인 쇼핑몰과 함께 성장 한 멀티플렉스(multiplex 또는 multi-screened complex)는 영화관 경 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멀티플렉스는 영화관을 상업 관행을 상징하는 슈퍼마켓으로 변모시켰다. 전통적인 단관 영화관은 빠른 속도로 쇠퇴하였고, 대신에 멀티플렉스는 이들 영화관의 관객을 흡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1998년 4월 4일 강변테크노마트에 CGV강변이 개관되 면서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렸다. 이듬해 9월 롯데시네마가 일산점을 시 작으로 영화관사업에 참여하면서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되었다. 도시 번 화가의 개봉관, 변두리의 재개봉관, 동시상영관으로 이어지던 과거의 위계는 사라졌다. 멀티플렉스 덕분에 영화는 강력한 레저 및 상업센터 의 중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여가로 확장되었다. 멀티플 렉스 체인 기업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때로는 배급사보다 우위 에 서서 상영기간이나 조건을 결정하기도 한다. CGV와 프리머스,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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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메가박스·시너스 체인망이 상영관을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 에 이른다. 2013년 전국 극장 수는 334개이며, 전체 상영관 수는 2184개 (전체 좌석 수는 34만 9669개)다. 이 중에서 멀티플렉스인 영화관 수는 278개이고 그 상영관 수는 2072개에 이른다.9) 영화관의 또 다른 알짜배기 수입원은 매점이다. 매점에서 팔리는 팝콘이나 음료수 등 먹을거리의 매출을 캔디 세일(candy sale)이라고 하는데, 대작영화가 상영될 때 그 매출이 급증하기 때문에 영화관이 포 기할 수 없는 비즈니스다. 때로는 매점의 매출이 극장매출의 30%에 육 박하기도 한다. 따라서 상영관은 배급사와 박스오피스 수입을 분배하 는 조건이 다소 나쁘더라도 이벤트영화나 대작영화를 상영하려고 한다. 영화관은 영화 관람료를 높이려고 호시탐탐 애쓰면서도, 한편으로 는 관람료를 시간대별로 차별화하여 더 많은 관객을 유인하려고 한다. 2013년 들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관람료를 인상하면서 주말 과 주중, 오후 4시 이전의 주간, 심야 관람료를 차등화하기 시작했다. 이 러한 가격의 다변화는 영화관의 위치나 관람객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데, 좌석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전술로 여겨진다. 프로그램도 탄력적으 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의 유연한 운영은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는 데 효력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상영업자가 제작이나 배급에 참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CJ

9) 가장 많은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2013년 미국의 상영관 수는 캐나다

지역까지 포함하여 4만 2814개에 달했다. 이 중 아날로그 영화관은 2990개, 디지털 영화 관은 2만 4042개, 디지털 3D 영화관은 1만 5782로 분포되어 있다. 714편이 등급을 부여받 았고, 659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개봉된 영화 중 3D 영화가 45편이었다. MPAA(2014), “Theatrical Market Statistics 2013”, p.6 와 p.22.http://mpaa.org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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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처럼 상영업자가 영화제작에 투자하는 일도 생겼지만,10) 최근에는 영화관이 배급업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생겼다. 2011년 미국과 캐나 다에서 548개 영화관에서 6700개의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는 최대의 영화 관 체인 기업인 리갈(Regal Entertainment Group)은 346개 영화관에서 5034개의 상영관을 보유한 2위 영화관 체인 AMC(AMC Entertainment Inc.)와 합작투자하여 배급사인 오픈로드필름(Open Road Films)을 설립 했다. 오픈로드필름은 연간 10여 개의 영화를 두 체인에 공급하고 있으 며, <그레이(The Grey)>(2012)와 같은 성공작을 배급하기도 했다.11) 한 편 중국의 완다그룹처럼 2012년 미국의 영화관 AMC를 약 3조 원에 인수 해 단박에 세계 영화관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기업도 있다. 단박에 거대 영화 체인 사업자가 된 것이다. 영화관 상영업자의 사업 확장은 기존 메 이저 스튜디오를 긴장시킬 만하다. 상영업자가 배급업에 적극 진출하여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 결국 기존 메이저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게 되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다.

영화의 최초 수입원, 박스오피스 박스오피스 매출이 발생하는 곳은 영화관이다. 영화관에서 대중은 불 가피하게 관객 수, 예매율, 통계, 시장점유율, 시청자, 박스오피스의 결

10) CJ CGV는 상영업자이지만, 2013년부터 저예산 예술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완성

된 영화는 예술영화를 전담 상영하는 ‘무비꼴라쥬’ 상영관에 공급된다. 11) 송용진(2012.9.1), “미국, 이제는 영화관이 배급사 역할도 한다”, ≪Global WIndow≫, KOTRA, http://www.globalwindow. org/ gw/overmarket/GWOMAL020M.html?BBS_ID=10&MENU_CD=M10103&UPPER_ MENU_CD=M10102&MENU_STEP=3&ARTICLE_ID=2155105&ARTICLE_SE=203 02 (접속열람일: 2013. 10. 16). 중국의 완다그룹(Wanda Group)이 AMC를 인수했기 때

문에 이들 영화관 체인과 배급사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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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들에 연결된다. 영화시장에서 관객의 모든 실존은 ‘관객 수 한 명당 수 입’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양적인 가치는 영화시장에서 객석점유율이 나 흥행 순위처럼 객관적으로 보이는 기준처럼 제시된다. 박스오피스 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와 같은 기능을 가진다. 관객이 자유롭게 선택한 프로그램 또는 예술적 취향의 민주적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영화관 입장 권 구매 행동도 경제의 건강 정도를 표현하는 증권 지표, 환율, 이율처럼 취급된다. 따라서 상영관 수, 시장점유율, 박스오피스, 랭킹, 통계 등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지표처럼 소개된다.12) 영화는 다수 관객에 의한 빠른 인정, 즉 영화관의 수입총액인 박스 오피스의 성과에 의존한다. 박스오피스는 영화의 첫 번째 수입원이며, 그 매표수입은 후속 윈도의 매출을 연이어 결정하게 되므로 최초의 경 제적 가치 척도가 된다. 특히 개봉 첫 주의 영화표의 예매율은 텔레비전 의 시청률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사실 이 수치는 영화의 운명에 결정 적이다.13) 영화산업의 특성상 박스오피스 매출은 즉각적 배급업자에게 는 매출로 인식된다. 관객 수가 변하면 매출액도 변한다. 미국에서는 모든 영화의 65∼70%가 개봉 첫 주에 최대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거둔다. 입소문 덕에 예외적으로 장기간 상영되는 영화도 있다. 개 봉 첫 주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박스오피스 매출 총액의 35%를, 두 번째 주 는 19%를, 세 번째 주는 12%를 차지하게 된다. 각 주 매출의 70∼72%는 주말에 거두어들인다.14) 관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박스오피스 실적이

12) 김은영(2006), “박스오피스: 영화경제와 시장지배의 논리”, ≪영화연구≫ 30, 한국영

화학회, pp.65∼66. 13) 김은영(2006), 같은 글, pp.67∼68. 14) de Vany, Arthur(2004), 같은 책,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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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면 좋을수록, 대중은 그 영화를 곧바로 현세대의 감성에 맞는 새로운 영화로 인식한다. 따라서 모든 프로모션 전략은 개봉 첫 주에 집중된다. 경제적 명령에 따라 결정되는 영화들은 점점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기 위 해 마케팅에 매달리게 된다. MPAA가 발간한 201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시장의 규모는 359억 달러에 이른다. 북미(미국과 캐나다) 시장은 109억 달러에 이르러 전 세 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이어 중국이 36억 달러, 일 본이 24억 달러, 영국이 17억 달러, 프랑스가 16억 달러, 인도가 15억 달 러에 이른다. 한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14억 달러로 6위를 차지한다.15) 2013년 한국의 영화산업 매출은 1조 8839억 원이었다. 총 관객 수 는 2억 1332만 명이었고, 이 중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1억 2727만 명으 로 59.7%를 차지했다. 한국영화의 제작 편 수는 207편이었고, 외국영화 는 846편이 수입되었다.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admissions per capita)는 4.25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도 크게 개선되어 15.2%의 흑자를 기록했다.

배급전략 개봉날짜의 결정 개봉날짜는 개봉할 영화의 내재적 가치, 경쟁 환경, 개봉 이후 주 단위별

15) MPAA(2014), 같은 보고서, pp.4∼5와 pp.9∼10. 참고로 2013년 미국의 총 관객 수는 13억 4000만 명에 달했고,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4.0회이었다. 평균 영화표 가격은 8.13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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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감소 폭을 예상한 후 결정하게 된다. 흥행 예측은 우선 개봉할 영화 그 자체가 가진 자원이나 장점만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개봉에 임박하 여 표적집단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 결과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사회 관람객의 반응을 점검하는 것은 중요한 절차다. 스토리, 감독, 출연배우, 장르 등 영화의 내재적 가치만을 보고 판단할 때는 인지 도, 선호도, 만족도, 추천도 등을 고려하게 된다. 대체로 5점 척도를 제 시한다. 인지도와 선호도는 마케팅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개봉 당일과 첫 주말의 박스오피스 매출에 직접 기여한다. 반면에 만족도와 추천도 는 개봉 첫 주말의 관객 동원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후 관객의 증감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 다. 만족도와 추천도가 높을수록 장기적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높아지 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만족도와 추천도가 4.0 이상이라면 개봉 첫 주 대비 차주의 관객 수의 감소율(‘drop ratio’라고도 한다)이 10∼20% 미 만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영화로 간주한 다. 마케팅 전략은 이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 개봉 2주차에 관객 수가 증 가하는 영화들은 만족도와 추천도가 높은 영화들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배급사는 영화의 내재적 가치만으로는 흥행을 확신할 수 없으므로, 개봉 즈음의 경쟁 환경을 분석한다. 매주 개봉되는 영화 중 경쟁 관계에 놓인 5∼6편이 분석 대상이다. 경쟁 영화의 성취에 따라 자 신이 배급할 영화의 흥행 성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악재로 작용 할 만한 요소들, 이를테면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경기 시즌이나 장마나 폭설과 같은 날씨 등을 체크하는 것도 필수다. 올림픽이나 월드 컵은 사람들의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체 를 장악하기 때문에 영화를 홍보할 기회는 줄어들고 광고비도 기하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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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이 시사 이슈로 이동하는 선거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내재적 가치와 경쟁 환경을 분석한 결과, 관객 수의 감소율이 50%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가급적 개봉 날짜를 변 경하는 것이 좋다. 영화는 주로 목요일에 개봉된다. 주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배급 사와 영화 마케터는 개봉 첫 주말에 관객을 유인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 울인다. 개봉 첫 주말에 인상적인 흥행실적을 거두지 못하면, 2주차에 관객 수가 급감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별로 없다. 새로 개봉할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렉 2(Shrek 2)>(2004)처럼 전략적 으로 수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들도 있다. 경쟁영화들에 앞서서 미리 입 소문을 내거나 ‘바람몰이’하기 위해서다. ‘유료시사회’라는 것도 입소문 을 내기 위해 활용하는 전략이다. 개봉 첫 주말의 관객 수는 등급과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개 봉일인 목요일 관객 수를 1이라고 보았을 때 금요일은 목요일의 1.2∼ 1.3배, 토요일은 금요일의 2배, 일요일은 토요일의 85∼90% 수준의 관 객 수를 예측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보다 높은 배율로 관객 수가 늘어나 면 장기적으로 흥행할 수 있는 영화로 볼 수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할 때 개봉 첫 주말의 관객 수가 70만 명 이상일 경우 흥행 가능성은 매 우 높다.16) 공포영화나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일 경우에는 금요일 대비 토요일 상승률은 2배에 못 미친다. 반면에 애니메이션이나 가족영화는

16) NEW가 배급한 <7번방의 선물>(2013)의 첫 주말 관객 수는 124만 명이었고, <신세

계>(2013)는 86만 명, <변호인>(2013)은 175만 명에 달했다. 모두 첫 주말 관객 수에서 흥 행이 예상된 영화들이었다. 첫 주말 관객 수가 대단치 않으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 다. 첫 주말 관객 수가 56만 명에 그쳤던 <건축학개론>(2012)은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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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배, 때로는 5∼6배로 늘어나기도 한다. 영화의 개봉 시기는 성수기와 비성수기로 나누어진다. 전통적인 성수기는 여름방학과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6월 중순에 시작되는 여름 방학은 대형 영화들이 한꺼번에 출시되는 가장 큰 성수기다. 메이저 배 급사가 블록버스터를 배급하는 시기는 점점 빨라져 6월 초, 5월 말부터 성수기가 시작된다. 미국에서 5월에서 8월까지 여름방학 기간에 미국 영화가 거두어들이는 박스오피스 수입은 약 43%에 이른다.17) 한국영화 시장의 여름 성수기는 할리우드 영화의 ‘격전지’였지만, <엽기적인 그 녀>(2001)가 성공한 후 한국영화 대작도 많이 출시된다. <여고괴담> 시 리즈 같은 공포 장르 영화가 꾸준히 배급되기도 한다.18)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족영화나 로맨틱 코미디와 같은 즐거운 영 화가 많이 상영된다. 예술적으로 칭찬받는 영화들도 많이 나온다. 아카 데미상을 겨냥한 영화들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출시된 영화가 수상하게 되면, 다음 해 상반기 매출은 급격히 신장한다. 배급사는 대작 영화가 아니더라도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에 편승하여, 제법 괜찮은 품질의 영화를 전략적으로 배급한다. 한국의 영화시장에는 여름방학과 연말연시 외에도 두 개의 성수기, 설 연휴와 추석 연휴가 더 있다. 이 두 시기에 한국영화의 흥행 실적은 상당히 두드러진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삼삼오오 영화관에 나들이 가는 것은 익숙한 이벤트다. 이 시기에 경쟁할 만한 미국영화는 거의 없다. 미국시장이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17) Marich, Robert(2005), 같은 책, p.247. 18) 2013년 여름성수기에는 공포영화를 대체할 만한 스릴러 <숨바꼭질>(2013)이 배급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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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품질이 우수하고 장르가 다양해지면,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 분이 모호해지기에 십상이다. 비수기라 하더라도 개봉 날짜가 ‘어린이 날’ 등 공휴일이 주말과 연결되면 성수기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한다. 공 휴일이 겹친 주말에는 언제나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렵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시험기간 직후도 ‘12세관람가’나 ‘15세관람가’ 영화들이 주목 하는 시기다. 특히 대학입학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는 최대의 호기라 본 다. <초능력자>(2010)와 <늑대소년>(2012)은 ‘수능 특수’를 톡톡히 누 렸다. 비수기라고 해서 언제나 흥행 성적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전략적 으로 비수기에 개봉해서 인상적인 매출을 거둔 영화는 많다.

배급의 규모와 전략 배급할 영화의 성격에 따라 개봉 상영관 수를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인가 를 정하는 문제는 배급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다. 상영 관 수가 늘어날수록 배급비용은 상승한다. 최근에는 영사 시스템이 디 지털 방식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프린트 대신에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가상프린트수수료(virtual print fee, VPF)로 영화관에 지급한다.19) 배급방식은 상영관 수에 따라 크게 일반배급(general release), 플랫 폼 배급(platform release), 영화관 전세상영 혹은 대관상영(four-walling) 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 배급사가 가상 프린트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

다. 국내에 국내 영화관에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는 2007년 CGV와 롯데시네 마가 50%씩 출자하여 설립한 디시네마오브코리아(DCK)라는 회사다. DCK는 초기 설비 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배급사가 영화를 개봉할 때 상영관 1개당 80만 원을 VPF 로 징수해왔다. 한편 영화관은 대략 1억 원에 이르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자한 비용의 1/3을 부담하고 10년 동안 유지 및 관리비를 DCK에 납부하면, 향후 소유 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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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배급은 주말에 200∼1000개의 상영관에 대량 배급하는 경우 를 지칭한다. 상영관 수는 영화의 목표관객 수와 성격, 등급에 따라 정 하고, 개봉 지역의 특성에 따라 배정한다. 지역은 크게 서울, 경강(경기 와 강원), 충청, 호남, 경북, 경남으로 나눈다. 목표관객 수가 100만 이하 면 250개 이하, 200만 명이면 350개, 300만 명이면 400개, 400만 명이면 450개, 500만 명이면 550개 내외의 상영관을 섭외한다. 500만 명 이상 을 목표하면 6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한다. <아이언 맨 3(Iron Man Three)>(2013)처럼 개봉 첫 주에 1228개의 상영관에서 대대적으로 개 봉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대략 3000개에서 6000개의 상영관에서 개 봉하는 것을 말한다. 메이저 배급사는 승부수를 던질 만한 대작영화 몇 편을 성수기 시즌에 배치하는 텐트폴 릴리즈(tent-pole release)로 시장 에서 영향력을 유지한다. 텐트폴로 대작의 배급날짜가 정해지면 다른 영화들의 배급 순서도 정해진다. 과거에는 배급사가 미국 대작을 텐트 폴 삼아 한국영화를 앞뒤에 배치하는 라인업 전략을 구사했으나, 최근 에는 한국영화가 텐트폴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도둑들>(2012)과 <설국 열차>(2013)는 극성수기인 7월 말과 8월 초에 이르는 여름 시장에서, <마이 웨이>(2011)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텐트폴 역할을 하였다. 플랫폼 배급은 특정 지역을 선택해 거점으로 삼고, 그곳에서 관객의 관심을 끌게 되면 플랫폼의 규모를 확대해 가는 방법이다. 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가 플랫폼 배급을 많이 구사한다. 특히 예술적으로도 잘 만들 어진 대중영화인 스마트 영화(smart cinema)는 대개 뉴욕이나 로스앤젤 레스와 같은 대도시에서 소규모로 배급했다가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과 입소문에 따라 상영관 수를 늘려 나간다. <시카고(Chicago)>(2002)는 미라맥스가 배급했는데, 처음에는 77개의 상영관으로 시작하여 616개 까지 확대하고, 아카데미시상식에 가까워지자 2400개로 늘렸다. 아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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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서 6개 부문에서 상을 타자 상영관 수는 2700개까지 늘어났다. 한국 영화로는 <박하사탕>(1999), <워낭소리>(2009)가 있는데, 소규모로 상 영을 시작했다가 예상치 않은 인기로 상영관 수를 확대한 사례다. 영화관을 전세 내어 상영하는 자주(自主)상영은 제작사나 프로듀 서가 단일의 영화관을 직접 임대하여 상영하는 방식으로, 배급업자를 구하지도 못하고 어떠한 배급조건에도 합의하지 못한 영화들이 최후에 선택하는 방법들이다. 프로듀서가 광고비를 지급하고 영화관을 임대하 여 매표소에 앉아 표를 직접 판매하여 매출을 챙긴다. <빌리 잭(Billy Jack)>(1971)은 이러한 대관상영계약으로 이름을 떨쳤다.20) 사회적 이 슈를 다룬 영화이거나 개인적 영화(personal film), 실험영화를 특정 소 수의 관객에 소개하려는 활동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닐 영(Neil Young)이 제작, 각본, 감독, 음악을 모두 맡은 저예산 영화 <그린데일 (Greendale)>(2003)은 29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린 영화였다. 닐 영은 콘서트 투어를 다니면서 극장을 임대하여 홍보하며 영화를 상 영했다고 한다. 프로듀서가 모든 일을 다 하는 대신에 그 누구와도 이익 을 나눌 필요가 없다. 이 방식으로 영화를 배급해서 성공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 외에 독립영화가 구사하는 다양한 배급방식이 있다. 로드쇼 (roadshow)는 3∼5개의 프린트를 제작하여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 겨 다니며 영화관에서 순회 상영하는 방법이다. 상영 후 반응이 좋으면 상영관 수를 확대할 수 있다. 역시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메이저 테스 트(major test)는 대관상영과 로드쇼의 혼합형이다. 대관상영하거나 2

20) Vogel, Harold L.(1998), Entertainment Industry Economics: A Guide for Financial

Analysis, 4th E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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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마켓에서 상영한 후, 배급사와 계약하여 전국에 상영한다. 대 학 내 학생영화관을 섭외하여 배급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부상하는 방 법 중 하나는 인터넷 상영이다. 인터넷 배급은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 기 때문에 메이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배급하려는 디지털 영화의 프 로듀서들이 선호한다.21) 과거에 독립영화는 영화제 등을 통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 후에 순회 상영하거나, 천천히 관객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소수 영화관에서 장기간 상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DVD나 인터넷 등 부가판권 윈도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그 출시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한꺼번에 극장 에서 개봉하고 서둘러 상영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해졌다. 배급사가 개봉 기간을 줄이고 부가판권 매출을 더 챙기려고 하기 때문 이다. 인지도와 선호도가 웬만한 수준이지만 만족도와 추천도가 낮은 영 화라면, 확대 개봉을 선택한다. 대안프로그래밍(counter-programming) 으로 맞설 수도 있다. 대안프로그래밍은 ‘큰’ 영화가 개봉될 때 대안을 제 시하는 2등 전략이다. <배트맨(Batman)>(1989)과 같이 개봉한 <애들이 줄었어요(Honey, I Shrunk the Kids)>(1989)는 1억 3000만 달러를 벌었 다. <노팅 힐(Notting Hill)>(1999)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Star Wars: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1999)의 대안으로 제시되어 성공한 영화였다.22) <풍산개>(2011)는 <트랜스포머 3(Transformers: Dark of the Moon)>(2011)와, <더 테러 라이브>(2013)는 <설국열차>와 같은 시

21) <파이(Pi)>와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는 인터넷 상영으로 화제가 되

어 성공한 영화들이다. 22) 김희경(2005), 󰡔흥행의 재구성: 히트하는 영화의 진실 혹은 거짓󰡕, 서울: 지안출판사, p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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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개봉하여 2등 전략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 하 는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배급 전략을 개봉 당일 상영관의 수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크게 광역개봉(wide release), 선별개봉(selective release), 플랫폼개봉 (platformed release)으로 나누기도 하고, 좀 더 상세히 구분하여 독점 상영(exclusive run), 한정개봉(limited release), 확대 개봉(wide release), 대대적 개봉(saturation), 초대대적 개봉(super saturation), 지 역적 개봉(regional release)으로 나누기도 한다. 미국 내 영화배급에서 독점상영은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한 개의 상영관씩 개봉하는 것을 말 한다. 대도시에서는 최대 세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할 수도 있다. 한정개 봉은 한 도시 당 몇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것을 말한다. 광역개봉은 전국적으로 600∼1999개, 대대적 개봉은 2000∼2999개, 초대대적 개 봉은 3000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개봉할 때를 말한다. 광역개봉은 일종 의 ‘팡파르 효과’를 기대하는 대작에 이용된다.23) 한국에서도 200개 이 상의 상영관을 확보했을 때 광역개봉으로 간주한다. 개봉 첫 주말의 비 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요란한 개봉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데이앤드데이트(day and date) 전략도 할리우드 메이저의 대표적인 개봉방식이다. 데이 앤드 데 이트의 기준은 4주다. 즉 4주 안에 전 세계에서 개봉하는 것으로, 프랜차 이즈 대작 영화들이 이렇게 개봉된다. <매트릭스: 레볼루션(The Matrix Revolutions)>(2003)처럼 전 세계에서 거의 같은 날 동시 개봉시키는 것 은 데이앤드모멘트(day and moment) 전략이라고 한다. 개봉 날 96개 국가에 공급된 이 영화의 프린트 수는 1만 8000개에 이르렀다.24)

23) Marich, Robert(2005), 같은 책, pp.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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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영화관에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직접배급과 간접배급으로 도 나눌 수 있다. 직접배급은 배급사가 영화관과 일대일로 직접 계약하 여 영화를 상영한 후 수입을 분배하는 것이다. 배급사의 영업 범위가 전 국적으로 확대되고 멀티플렉스 체인이 많아지면서 일반화된 방식이다. 반면에 간접배급은 중앙배급사가 각 지역권에서 배급망을 구축한 중간 배급사나 지방흥행업자와 배급대행계약을 맺고 이후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수익배분방식은 수수료나 단매로 정할 수 있다. ‘우라’ 퍼센 트 방식처럼 특정 도시나 지역에는 근접 도시의 시장규모와 비교하여 정할 수도 있다. 직접배급이 일반화되면서 배급사가 영화관에 강제적 으로 행사하던 맹목입찰(blind bidding)이나 일괄구매(block booking) 도 거의 사라졌다.

배급 업무의 절차와 정산 개봉 준비 개봉날짜와 상영관 수, 상영관의 소재지가 결정되면 배급사는 현상한 프린트를 발주하거나, 디지털 영사를 위해 보안키라 할 수 있는 KDM(key delivery message)을 발급하여 배급을 준비한다. 배급사는 영화관이 디지털 상영 시스템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디지털 파일이 담긴 DCP(difital cinema package) 상자를 보내야 한다. 그 이전에 최종편집 본을 시사하고 최종적으로 배급 전략과 경쟁 환경을 점검한다. 동시에 개봉하려는 영화의 마케팅 선재물(marketing materials)을 영화관에 공

24) 김희경(2005), 같은 책, pp.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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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면서 구체적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영화의 실제적인 개봉 준비는 개봉날짜가 정해져야 시작되겠지만, 배급사는 촬영 종료 후 편집본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부터 배급 환경을 분석하여 구체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배급의 규모나 개봉날짜, 흥행 목표가 정해지면, 그에 합당한 배급·마케팅 비용도 최종 확정된 다. 배급사가 편집본을 호의적으로 보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견이 있으면 프로듀서와 의논한 후 새로 편집해서 최종적으로 개봉 시기와 그에 따른 흥행 목표치를 수정하기도 한다. 이때 제한적인 시사회 등을 통해 관객의 만족도나 추천 의사를 점검하여 반영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개봉 60일 전에는 티저 포스터, 예고편, 전단, 배너 등 을 영화관에 배포하여 관객에게 개봉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인지시킨다. 모든 선재물은 개봉 영화의 존재를 노출하여 잠재적인 관객을 유인하는 데 활용된다. 개봉 상영관 수가 많으면 선재물의 발송 분량도 늘어난다. 포스터는 대국전(670×950mm), 2절(540×788mm), 4절(394×594mm, 일명 ‘후로킹’)로 구분하여 제작, 배포한다. 포스터를 디지털 디스플레 이로 현시하는 영화관에는 포스터 디자인을 파일로 전송할 수도 있다. 영화에 따라 영화관 로비에 스탠디 등의 조형물을 설치할 수도 있다. 본격적인 개봉 마케팅이 시작되는 개봉 40일 전 즈음에는 영화관이 요구하는 모든 선재물을 적절하게 발송해야 한다. 영화에 대한 구체적 인 정보를 담고 있는 ‘본 포스터’는 대국전은 15장 이내, 2절은 25장 이내 를 보내고 전단은 영화관별로 1만 장 이내를 입고시킨다. 전단은 대개 50만 장을 미리 발주한다. 예고편은 개봉이 예정된 영화관의 70% 이상 이 상영할 수 있는 정도로 발주하여 영화관에 배포한다. 배급사는 마케팅 선재물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영화관을 방문하 여 제대로 게시되어 있는지 파악한다. 영화관 로비는 개봉 시기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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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이 일시에 마케팅을 전개하는 각축장이다. 이곳에서 특정한 영화 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배급 담당자는 영화 관의 프로그래머나 직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자신이 배급하는 영화에 더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제작사가 최초로 만들어 낸 ‘A 프린트(answer print, 현재는 DCP로 맨 처음 만든 디지털 파일)’를 만들어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 는가를 점검하는 것이 기술시사다. 기술시사로 발견된 오류는 수정을 거쳐 영화관에서 상영할 만한 최종 버전으로 완성된다. 이 최종 버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프로듀서는 이를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에 등 급신청서와 대본 12부 등을 보내 상영등급을 판정받아야 한다. 대략 2 주 후 상영등급이 확정되면, 배급사는 등급필증을 영화관에 송부해야 한다. 등급필증을 받으면 마케팅팀은 개봉 2주 전후에 ‘언론·배급시사 회’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시사회를 나누어서 개최한다. 언 론·배급시사회는 언론사와 비평가 그룹, 영화관 프로그래머를 대상으 로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언론·비평가의 평가가 내려지는 동시에 대략적인 개봉 상영관의 수가 결정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는 입소문의 진원지가 되기 때문에 마케팅팀이 매우 신경을 쓰는 대중적 행사다. 이 자리에서 집계되는 인 지도와 선호도, 만족도와 추천도는 개봉 전략에 반영된다. 상영관 수가 결정되면, 디지털 영사를 위해 DCP를 준비해야 한다. 국내의 거의 모든 영화관이 디지털 영사 시스템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배급사는 영화 관에 상영관 당 80만 원(80회 상영 기준)의 VPF(virtual print fee)와, 하 드 가격과 전송비 등 유지관리비 20만 원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즉 상 영관 당 100만 원의 디지털 파일 제작비가 소요된다고 보아야 한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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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F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소요된 장비의 감가상각을 고 려하여 책정된 금액이나 프로듀서와 배급사, 영화관 사이의 논쟁을 불 러일으켰다. 디지털 파일은 오리지널 마스터(original master source) 를 만들어 복사해 사용한다. 상영관이 확정되면 예매가 개시된다. 예매량이 많으면 상영관 수 가 추가되거나 같은 영화관 내에서도 좌석 수가 더 많은 상영관으로 변 경된다. 대작은 개봉 2∼3주 전부터 예매를 시작하지만, 흥행이 불확실 하면 최대한 늦추기도 한다. 개봉일인 목요일 5시경 흥행에 대한 비교 적 정확한 예측치가 나오게 되는데, 이날의 관객 수로 배급전략을 보완 하기도 한다. 개봉 후에도 실제 관객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통합전산망으로 영화표의 매표 전산화가 구축되기 이 전에는 배급사가 입회(attendance checking)를 위해 영화관에 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입회인는 영화관이 관객에게 표를 주지 않은 채 입장 하게 하고 그 표를 다른 이에게 되파는 이른바 ‘표 돌리기’ 관행을 감시하 기 위해 파견한 인력이었다. 영화관은 ‘표 돌리기’로 박스오피스 매출을 축소하였고 탈세까지 감행했다.26) 입회는 배급사가 제 몫인 부금을 제 대로 돌려받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영화관 상영이 종료되면 배급사와 영화관은 사전에 계약한 조건에 따라 정산을 시작한다.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투자비와 배급·마케팅

25) 과거에는 최소 개봉 7일 전에는 프린트를 발주해서 200개 정도의 기본 물량을 제작하

고, 개봉 2∼3일 전까지 확정된 수량을 확보했다. 프린트 제작비는 100분 기준으로 편 당 130∼150만 원이 들었다. 원판 네거티브(original negative) 필름을 보호해야 했으므로, 듀

프 네거티브(duplication negative)를 별도로 여러 개 만들어 100벌까지 복제하였다. 26) 최용배 외(2003), 같은 글, pp.97∼98.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배급사들은 거의 모든

지방 영화관에 입회인을 파견했다. 영화 한 편당 입회비 총액은 대략 1억 원 내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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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을 언제 회수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겠지만, 프로듀 서의 입장에서는 정산의 결과로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배급사가 배급 비용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손익분기점은 달 라진다. 배급 비용의 상한선을 정해두지 않으면, 자칫 마케팅과 배급의 명목으로 과도한 비용이 원가로 산입되어 프로듀서의 흥행성과급이 줄 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가가 높아지면 손익분기점도 높아지기 마 련이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배급비용의 범위와 상한선을 계약서에 명 시해야 한다.

영화관 매출의 정산 배급사와 영화관은 개봉 영화의 ‘상영계약서’를 체결하고 상영기간과 수익배분방식, 결제조건 등을 합의하게 된다. 영화관은 영화표 가격에 서 영화발전기금 3%와 부가세 10%를 공제한 금액을 매출로 삼아 서로 합의한 부율, 즉 극장부금(film rental)의 비율에 따라 배급사와 나눈다. 영화관과 배급사는 대략 박스오피스 매출의 절반씩 나누어 가진다. 배 급사가 영화관의 매출에서 성과에 따라 받는 분배금이 극장부금이다. 극장부금은 배급사가 영화관에 프린트나 DCP를 대여해 준 대가로 지급 되는 금액인 셈이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영화관이 입금한 이 금액이 최 초의 영화관 매출, 즉 박스오피스 총수입(gross receipts)이 된다. 부금을 지급하는 시기는 계약조건에 따라 다른데, 상영 종료 후 30 일 이내로 정하기도 하고 상영 종료 후 45일 이내로 정하기도 한다. 배급 사와 영화관은 부금계산서와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다. 배급사는 부금 계산서를 입수하여 관객 수와 부금액을 확인한다. 이어 월 단위로, 영화 관별로 부금액에 상응하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지방 배급사를 포함 하여 배급수수료를 산정한다.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거둔 매출의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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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본사를 통해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월말 정산을 기본으로 하고, 다 음 달 말 현금 결제하며, 이외 영화관은 종영 후 45일 이내에 현금으로 받는다. 영화관은 관객에게 현금을 받아 보유하고 있다가 1∼2개월 후 에 배급사에 결제해 주는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할리우드 직배사는 종 영 후 30일 내 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한다. 미국에서 영화관이 배급사 에 부금을 지급하는 시기는 영화 개봉 이후 30∼45일 이후다. 이 기간에 발생하는 이자수입인 ‘플로트(float) 때문에 배급사와 영화관 사이에 논 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배급 거래에 표준적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단매(flat-fee deal), 총매출분배(gross deal), 순이익분배(net deal)로 구분한다.27) 단 매는 영화를 배급할 수 있는 권리를 일정한 금액을 받고 통째로 팔아치 우는 것(buyout)으로 개봉 이후 흥행 결과의 성공 실패 여부와 관계없 이 그 권리를 매수한 이가 이익을 독식하는 대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배급권리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개봉 이전에 영화의 손익을 예상하여 매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배급사는 개봉 후 예상과 달리 흥행이 실패한 다 하더라도 책임질 일이 없다. 반대로 성공한다 하더라도 보상받지 못 한다. 1990년대 말 전국적인 직접배급 구조가 만들어지기까지 근 40년 간 한국영화시장에서 유지되었던 지역별 간접배급이 단매방식이라 할 수 있다.28) 그 이후에도 직접배급이 미치지 못하는 권역이나 매출 관리

27) 단매와 총매출분배, 이익분배에 관한 설명은 Simens, S-S(2003), From Reel to Deal, New York: Warner Books, pp.376∼378을 참조하여 재구성하였다. 28) 직접배급과 달리 간접배급은 전국의 상권을 여섯 개-서울과 그 변두리, 부산 경남,

광주 호남, 대구 경북, 대전 충청, 경기 강원-로 분할하여 일종의 일괄구매(block booking) 체제로 만들어, 각 상권을 책임지는 지방 흥행업자가 배급을 전담하는 체계였

다. 영화사나 배급사는 지역별로 배급을 담당하는 중간배급사(혹은 지방흥행사)에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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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여의치 않은 지역에 잔존했던 방식으로, 자신이 전담하는 지역에 영 화관을 소유하고 있던 지방흥행업자들이 선호했다. 영화표의 매표 시 스템이 전국적인 규모로 전산화되어 영화표 판매실적을 정확하게 확인 하여 국세청이 과세할 수 있게 된 이후에는 단매방식과 간접배급체계는 붕괴하였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체인 사업 참여와 직배체제의 강화 도 간접배급의 붕괴를 가속화했다. 총매출분배와 순이익분배는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준으로 삼는다. 직접배급을 전제로 흥행의 성과에 따라 분배받는 방식이므로, 영화관은 배급사의 마케팅 전략의 규모도 고려하여 상영을 결정하게 된다. 분배 의 방식은 배급사와 상영관의 계약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총매출분 배와 순이익분배는 영화의 배급으로 발생한 이익금을 분배할 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실행할 것인가에 따라 세분된다. 분배금의 수령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은 퍼스트달러총매출 분배(first dollar gross deal)다. 스필버그 감독이나 루카스 감독, 톰 크 루즈와 같은 배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쥬라기 공원>, <스타 워즈>, <미션 임파서블>과 같이 흥행이 보장되는 영화에서 이들은 박스

권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전도금을 미리 받았다. 지역별로 분담된 이러한 전도금은 일본에 서 유래한 일종의 계약금으로, 극장에서 제작사나 지역배급업자에게 작품을 상영하는 조 건으로 사전에 지급하는 보증금이었다. 지역배급사는 선금을 보낸 후, 흥행성적에 따라 이 를 총액에서 공제하였다. 영화제작비를 지방 흥행사들이 조달했으므로 이들의 영향력은 막 강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영화제작비의 투자자이기도 했는데, 감독, 출연배우, 시나리오 만을 보고 제작전이나 제작 중에 지역배급판권을 이른바 ‘입도선매’하는 방법으로 제작에 참 여했다. 간접배급의 정산방식으로는 수수료, ‘우라’, 단매 세 가지 방식이 있었다. 수수료 방 식은 관객 수를 기준으로 배급수수료를 정산하는 방식이며, ‘우라’ 방식은 직접 확인하기 어 려운 중소도시의 흥행예상액을 주변 대도시의 흥행실적에 연동하여 산출하는 방식이다. 예 를 들어 창원은 마산의 60%로 추정하여 가격을 결정했다. 김미현·정종화·장성호(2003), “한 국영화 배급사 연구”,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자료집(2003-6), pp.14∼19 추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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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매출에 대한 퍼센트를 가져갔다. 박스오피스 매출분배 다음으 로 유리한 조건은 퍼스트달러분할분배(first dollar split deal)인데, 선급 금이나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면 50%씩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조정된 총매출분배(adjusted gross deal)는 총매출분매라기보다는 순이익분배 에 가까운 거래방식이다. 프로듀서가 선금을 받고 배급업자가 모든 비 용을 공제한 후에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70-30 메이저분배(70-30 major deal)는 순이익분배와 총매출액분배의 혼합형이다. 배급업자는 특정비용을 우선 공제하고 남겨진 모든 금액에 대해서 70%를 가질 수 있다. 변동분배(sliding scale deal)도 가능하다. 변동분배는 70-30분배와 유사하나, 매출액이 늘어낼 때마다 탄력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말한 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 이후 분배비율을 65-45로, 500만 달러 이후 60-40, 1000만 달러 이후 55-45 등으로 바꿀 수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는 배급사와 상영업자와의 관계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변동부율 을 기본으로 한다. 영화에 따라 분배비율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배트 맨 포에버(Batman Forever)>는 개봉 1∼2주차에 70%, 이후 60%, 50% 등으로 순차적으로 분배율을 차등화하였다. 50-50 순이익분배(50-50 net deal)는 배급업자가 배급수수료(15∼ 40%. 보통 35%)를 제일 먼저 챙기고, 각종 비용을 공제한 후에 남은 금 액을 제작자와 50-50으로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를 표준배급분배 (standard distribution deal)이라고 명명하지만, 실제로 제작자가 이익 을 분배받는 경우는 드물다. 제작자가 50%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배급업자가 공제하는 수수료가 높고, 각종 비용의 범위가 모 호하고 넓기 때문이다. 이익은 이 총수입에서 배급수수료(distribution fees)와 배급에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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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경비(distribution cost), 제작비(production cost), 기타 경상비 등 모든 비용을 공제해야 산출해 낼 수 있다. 배급사의 협상력이나 배급조 건, 국가별 영화시장의 규모나 형편에 따라 배급수수료나 기타 경비의 규모나 공제방식이 결정된다. 회계정보는 체계적이어야 하며, 흥행성 과급 분배를 매출이익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경상이익 기준으로 할지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배급사가 영화관 매출에서 공제하 는 비용과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다.

∙ 국내 영화관 배급수수료 ∙ 관리수수료 ∙ 국내외 판권판매수수료 등 모든 경비 ∙ 마케팅 기획비 ∙ 배급·마케팅 비용 ∙ 순제작비 ∙ 기타 비용(감사 지급 수수료, 금융 관련 수수료 등) ∙ 흥행성과급

배급수수료는 배급사가 영화를 배급해 주는 대가로 챙기는 수수료 다. 국내의 메인 배급사는 지방배급사 수수료를 먼저 공제한 후 전체 극 장 매출액에서 10%를 챙긴다. 할리우드 메이저가 배급수수료로 25%에 서 35%를 공제하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 오들은 영화관의 배급수수료로 미국 내 극장매출에서 30∼35%를, 해외 부금에서 30∼40%를 챙긴다. 텔레비전 배급수수료는 10%에서 40%까 지 시장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29) 관리수수료는 메인 투자자가 투 자와 제작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대가로 챙기는 것이며, 제작관리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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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라고도 한다. 보통 총제작비의 2% 내외를 공제한다. 판권판매수수료는 영화의 판권판매를 위해 발생하는 각종 용역수 수료 및 제반 비용을 의미하며, 별도의 대행을 위탁할 경우 해당 대행사 와 맺은 계약의 내용에 준하여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해외 수출을 위 한 배급수수료도 포함된다. 마케팅 기획비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그 프로세스를 총괄한 배 급사가 받아내는 비용이다. 한국영화에서는 영화 한 편 당 일정액을 정 해 배급사가 공제한다. 이어서 배급·마케팅 비용과 순제작비, 기타 제 경비가 포함된 총제작비를 공제한다. 해외수출 제 경비에는 수출대행 료 15∼25%와 홍보 선재물 제작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대행수수 료만으로도 배급사는 얼마간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제 작사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배급사가 상영관으로부터 받은 부금에서 각종 수수료와 모든 비용 을 공제한 후 순이익이 발생하면,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그 이익을 계 약조건에 따라 분배한다. 한국영화의 흥행에 따른 이익 분배율은 60∼ 80%와 20∼40% 사이에서 정해진다. 투자배급사의 입장에서 보면, 제 작사에 분배해 주어야 하는 흥행성과급 20∼40%까지 공제하고 남은 금 액이 이익금이 된다. 만일 투자자들이 60%의 이익지분을 가지기로 했 다면 제작사에는 40%를 흥행성과급의 몫으로 제공한다. 흥행성과급은 일종의 ‘성공수당금’이다. 이때 투자배급사는 대개 메인 투자자가 되는 데, 부분투자자에게도 투자 조건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익이 발생하면 제작사는 투자배급사에서 20∼40%의 흥행성과

29) Alberstat, Philip(2000), Independent Producers’ Guide to Film & TV Contracts, Oxford: Focal Press, pp.45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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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을 받게 된다. 한국영화에서는 투자배급사가 제작사에게 흥행성과급 을 지급하는 최초의 시기를 영화 상영이 종료된 후 3개월 이내에 정산한 후 그로부터 15일 이내로 정하고 있다. 이후에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 는 계약조건에 따라 분기별로 혹은 연 2회로 정산하여 배분한다. 부율이 달라지면 객단가도 달라진다. 객단가는 배급사의 극장 매출 을 추정하는 기준이 된다. 객단가는 상영등급이나 상영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3200원에서 4000원 사이에서 정해진다. 객단가에 관객 수 를 곱하면 배급사의 극장 매출이 된다. 배급사의 부율이 높아지면 이 객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배급사가 극장으로부터 받는 부금이 커진다. 결 과적으로 영화제작에 참여한 제작사의 흥행 수익 지분도 높아진다. 한 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제작에 참여한 사람이 곧 바로 그에 따른 수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배급조건이나 경비의 산입 방식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작 인력이 자 신의 재능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고액의 인건비를 받는 것에 만족할 때 도 있다. 매출액이 아무리 커도 원가에 산입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면,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율 논쟁 한국영화의 배급시장에서 영화관 부금의 비율은 오랫동안 논쟁거리였 다.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외국영화의 배급사가 가져가는 부율이 60%인 데 비해서 한국영화는 50%로 낮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영화의 박스 오피스 매출이 한국영화보다 월등히 높았던 시대에 정해진 거의 고정된 비율이었다. 외국영화의 흥행 성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절에는 외국영화의 부율에 대한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2013년 부율에 대한 논 쟁이 본격화되었다. 2000년대 이르러 한국영화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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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상영관을 계열화한 한국영화 배급사 의 영향력이 커진 데에도 그 이유가 있었다. 결국 영화관 상영업자들은 한국영화의 부율을 상향 조정해 달라는 영화인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였다. 2013년 7월 1일 최대 상영업체 인 CJ CGV가 한국영화의 부율을 기존 50%에서 55%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롯데시네마도 8월 29일 부율을 55%로 조정한 것이다. CJ CGV는 서울 지역의 직영 극장에 한해서, 롯데시네마도 서울 지역 직영 15개 극 장에 한해서 부율을 우선 적용했다. 이 시기에 부율이 조정된 이유는 영 화인이 지속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대기업 집단과의 거 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갑을관계’가 사회적인 논쟁거리가 되어 비 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무관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배급사가 상영관과 어떠한 계약을 맺어 매출을 관리할 것인가는 언제나 민감한 문제였다. 2010년대 국내에서는 미국의 변동부 율방식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었다. 영화관과 배급사가 분배 조건을 탄력 적으로 적용하는 변동부율방식에 따르면 어느 영화나 개봉 후 시간이 지 남에 따라 배급사의 몫은 줄어드는 반면에 영화관의 몫은 증가한다. 예 를 들어 개봉 주에는 배급사가 박스오피스 매출의 80∼90%를 가져가지 만, 상영기간이 늘어날수록 순차적으로 영화관의 몫은 늘어난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관이 변동부율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의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중 하나인 AMC는 변동부율 대신에 영화관이 박스오피스의 매출 40%을 고정적으로 가지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고정 부율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변동부율로는 54%를 챙길 수 있었으나, 첫 주에만 ‘반짝’하고 2주차부터는 관객 수가 급감하는 영화들 때문에 매출 은 늘 불안정했다. 광역개봉 후 조기에 종영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도 원인을 제공했다. 변동부율의 불안정한 수익구조보다는 작더라도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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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고정된 수입을 챙길 수 있는 방법으로 바꾼 것이다.30) 영화관 입장 에서 보면, 변동부율이 고정부율보다 더 나은 조건이라는 근거는 없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보다는 불리한 조건으로 상영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영화시장이 다양한 레벨에서 경쟁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미국에 서 독립영화 배급사는 메이저보다 10% 정도 낮게 40∼50%의 부금을 받 기도 한다.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부금이 35 ∼40%로 더 낮아질 때도 많다. 영화관 측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다 광고나 판촉 경비를 부담한다는 이유로 제 몫을 더 늘리는 것이다. 고정부율을 고집하고 있는 국내 영화관도 2013년부터 조정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변동부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영화관이나 독립영화 상영관이 먼저 변동부율을 탄력적으 로 적용할 수도 있다. 배급사의 협상력이 높아지면, 부율도 높아질 것이 다. 흥행할 만한 작품 수가 적고 영화관끼리 경쟁이 심해질 때에도 배급 사가 유리해진다. 반대로 배급할 영화가 많아서 상영관이 부족할 때는 영화관의 협상력이 향상할 것이다. 미국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고정부율과 변동부율을 단순 비교하여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변동부율을 적용한다고 하 더라도 최소보장금액의 인정여부, 종영 조건, 상영관의 객석 규모, 영화 표 할인정책 등 합의해야 할 사항은 많다. 따라서 영화관의 성격이나 개 별 영화에 따라 고정부율과 변동부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 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시장의 자율에 맡겼을 때, 중소배급사가 ‘힘 있는’ 멀티플렉스 체인 기업에 대항하여 협 상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

30) 김희경(2005), 같은 책,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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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보인다.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가 부당하게 시장에서 배제되는 것 을 막을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중소배급사가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면,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제작사와 프로듀서에 이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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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윈도 체계와 부가시장

2000년대 이후 영화라는 원천 콘텐츠의 생산구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영화관 상영 이후의 후속 윈도 체계는 크게 변 화하였다. 통신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디지털 기술이 가세하여 미디어 간의 융합이 가속화된 덕분이었다. 과거 비디오·DVD, 유료 텔 레비전, 지상파, 케이블, 인터넷, 멀티미디어 등으로 이어지던 전형적인 부가시장도 재편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관람의 최우선 플랫폼은 여전히 영화관이고, ‘원 소스, 멀티유즈’라는 수사학도 유효하다. 그러 나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영화의 2차 윈도로서 근 30년간 굳건히 자 리를 차지해 온 홈비디오는 사라졌고, 이를 계승한 DVD도 명맥만을 유 지하고 있다. 텔레비전 판권 시장도 대폭 축소되었다. 2010년대 이르러 영화의 2차 시장에서 ‘효자’ 윈도가 된 것은 TV VOD와 온라인 스트리밍 에 기반을 둔 인터넷 VOD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른바 ‘N-스 크린(N-screen)’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 영화의 후속 윈도 시장이 어떻 게 구조화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윈도 순 서도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변화를 겪고 있는 영화의 후속 윈도 체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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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윈도 체계의 변화 한국에서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견인차는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였다. 2007년부터 거대 통신사업자 주도로 도입된 IPTV는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영화관 매출에 의존하던 영화 산업의 편향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였 다. 특히 IPTV가 제공하는 유료 VOD(video-on-demand) 서비스는 가 입자가 매달 지급하는 수신료 이외에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영화의 중요한 ‘부가시장(ancillary market)’으로 성장하였다. VOD로 인해 종전의 후속 윈도 모두는 서로를 경쟁자로 간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IPTV가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IPTV 사업자가 판권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고, 가입자 수도 적었다. 판권료도 임의로 책정되어 혼란스러웠다. IPTV가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인터넷 불법복제로 비디오·DVD 시장이 급속히 쇠락할 때였 다. 자연스럽게 영화사와 배급사는 IPTV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1) IPTV에서 서비스하는 유료 VOD 매출 중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0%에 이르렀고, 그 수익은 영화산업에도 분배 되었다. 새로운 플랫폼 기업은 다양한 유형의 유료 VOD 상품을 제시하 여 일회적으로 영화를 구매하던 패턴을 서서히 바꾸어 놓았다. VOD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방식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혔고 시장 확대에도 이바지하였다. VOD는 가입자가 이용료를 내는 방식에 따라 유료와 무료로 구분한다. 유료 VOD는 이용자가 이용 건수 단위로 요금

1) (사)미디어전략연구소(2013.4), “유료 VOD 이용실태 및 유통활성화 방안”, 영화진흥

위원회,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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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종량제나 정액제로 지급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RVOD(real VOD),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무제한 이용하는 SVOD(subscription VOD), 편성표에 따라 채널 형태로 제공되는 콘텐 츠 중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요금을 지급한 뒤 해당 콘텐츠 가 방송되는 시간대에 이용하는 PPV(pay-per-view) 등으로 나누어진 다. 무료 VOD는 유료와 구분하기 위해 FOD(free-on-demand)라고도 한다. VOD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영화의 반복소비(re-viewing)는 훨씬 쉬워졌다. 각 윈도마다 장수할 수 있었던 영화의 수명 주기는 짧아졌다. 판권의 매체별 출시 유예 기간(holdback)이 느슨해졌기 때문이었다. 한 편의 영화가 그 가치를 유지하고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이익을 예측 할 수 있었던 ‘호시절’은 지나갔다. 한편으로 디지털 융합 미디어 시대에 기민하게 대응한 새로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했고, 그에 따라 새 로운 윈도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가능성도 열렸다. 후속 윈도 시장과 관련하여 한국영화가 당면한 고질적인 문제는 영 화 한 편의 총 매출액 중 후속 윈도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 에 불과하다는 데에 있다. 이는 영화관의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 게 높다는 것을 뜻한다. 즉 영화가 영화관 흥행에서 실패하면, 후속 윈 도에서 그 손해를 만회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한국영화가 이러 한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TV VOD와 온라인 다 운로드가 등장한 것이다. 윈도는 한 기업이 영화관 상영을 비롯하여 비디오·DVD, 케이블, 방송 등 특정한 산업에서 영화를 대여, 판매하여 매출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독점권을 허가받은, 월 단위로 계산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적어도 2000년대 중반까지 영화의 후속 윈도는 영화관 상영이 종료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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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비디오·DVD와 케이블,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서 적이나 음반,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상품 등 부가상품으로 체계 화되어 있었다. 부가판권의 수입 규모는 영화관 배급 실적에 따라 결정 되었다. 프로듀서가 부가시장 매출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프로 듀서나 배급사가 영화관 개봉만을 고려한다면, 영화제작과 투자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다. 그러나 부가시장까지 고려하면 꽤 괜찮은 비즈니스 가 된다. 영화관 개봉으로 마케팅을 이미 끝냈으니 별도의 비용이 크게 추가되지 않을 것이고,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거나 다시 보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기대감은 아동 관객이 애 니메이션의 속편을 기대하거나, 어른 관객이 특이하게도 ‘장난감을 애 호하는’ 성향을 보여 주는 것과 유사하다.2) 영화관에서 관람 기회를 놓 친 이들은 후속 윈도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영화를 ‘다시 보기’할 수 있다. 전형적인 윈도 체계는 고정되어 있었다. 한 편의 영화가 영화관에 서 1∼2개월 간 상영된 후 종영되면, 비디오·DVD가 4∼9개월 이내에, PPV가 1∼2개월 이내에, 유료케이블(pay cable)이 4∼6개월 이내에, 기본 케이블(basic cable)이 3∼6개월 이내에 순차적으로 재활용하였 다. VOD 시장이 조기에 형성된 국가에서는 영화관 종영 직후 VOD를 서비스하기도 했다. 이어 지상파 텔레비전(TV network)에서 방영된 후 그로부터 12∼24개월 이내에 신디케이션에서 재방영되었다. 국내에서 는 지상파 텔레비전의 비중이 크고 판권료도 높아서 기본 케이블보다 앞서는 경우가 더 많았다. 판권료는 영화관의 박스오피스 매출 결과에 따라 결정되었고, 후순위의 판권료가 크게 상승하지 않으면 이 윈도의

2) Lee, John J. Jr.(2000), The Producer’s Business Handbook, Burlington: Focal Press, p.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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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는 뒤바뀌지 않았다. 순서를 역행할 경우에는 앞자리를 차지한 윈 도의 판권료가 상승했다. 기타 부가판권 관련 상품-소설, 사운드트랙 과 음악출판(music publishing), 비행기판권(in-flight), 완구와 머천다 이징 상품, 멀티미디어, PPL, 게임 등-은 이와는 별도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후속 윈도의 체계는 획기적 으로 변화하였다. 비디오시장은 그 위력을 상실한 채 DVD로 대체되어 겨우 연명했다. VOD 시장의 급격한 성장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후순위 에 있던 VOD가 가장 중요한 매출원이 된 것이다. 매체별로 출시 유예 기간을 획일적으로 적용했던 과거의 규칙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윈도의 순서도 무의미해졌다. VOD 시장을 두고 경쟁적으로 뛰어든 기 업은 다양한 전략으로 영화 애호가를 새로운 소비자로 유인하였다. 영 화 애호가들은 각자의 취향과 다수의 플랫폼 기업이 제시한 과금 방식 에 따라 파편화되었다. 2013년 현재까지 새롭게 체계화된 후속 윈도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TV VOD(IPTV와 디지털 케이블 TV) ∙ 인터넷 VOD(온라인 다운로드) ∙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 블루레이와 DVD ∙ 유료케이블 ∙ 지상파 텔레비전 ∙ 기본 케이블

전송 수단은 많아졌고, 소비자는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이 거의 모든 것을 흡수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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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어떤 플랫폼에서 보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IPTV, 케이블, 위성,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전통적인 방송 플랫폼 사업자도 인터넷과 모바일을 수 용했다. 고정형 TV 수신기뿐만 아니라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에서도 방 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TV에서 이탈하고 있는 젊은 세 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다양한 단말기 에서 언제든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통적 방송과 인터넷 동 영상 플랫폼은 시청자의 24시간을 확보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도 가세하였다. 모바일로 인터넷이 연결되고 그 네 트워크가 고도화되면서, 시간과 공간 제약은 완전히 사라졌다. 애플리 케이션을 통한 개별 콘텐츠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모바일 기기의 가치 도 높아졌다. 이제 소비자는 한 편의 영화를 고정형 TV에서 모바일까지 여러 플랫폼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영화관 종영 직후 출시되는 블루레이와 DVD는 주로 마니 아를 위한 시장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텔레 비전도 과거와 달리 영화관에서 흥행한 성공작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서도 영화는 서서히 사라졌다. 그 만큼 지상파 텔 레비전 판권 시장은 축소되었다. 영화 한 편이 여러 윈도를 거치면서 수 익을 챙기던 수명주기도 3∼5년에서 1∼2년으로 줄어들었다. 영화관에 서의 흥행 실패를 만회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IPTV 덕분에 새로 운 윈도가 만들어져 구작(舊作)이나 라이브러리 판권을 판매할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그 어느 것도 과거의 홈비디오나 지상파 텔레비전 판권 처럼 만족할 만한 규모를 가진 시장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 로 한국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영화관의 박스오피스 매출에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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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VOD와 인터넷 VOD 시장 TV VOD와 인터넷 VOD TV VOD 시장은 IPTV와 디지털 케이블 TV가 주도하고 있다. 정보통신 정책연구원(Korea Information Society Development Institute, KISDI) 이 조사한 바로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유선방송(종합유선+중계유 선)의 가입 가구는 감소했지만 위성방송과 IPTV는 증가했다. 그중 IPTV 가입 가구가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IPTV가 인터넷을 결합시킨 상품 으로 마케팅(38.1%)하고, 다양한 채널을 구비(32.7%)하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특히 IPTV 가입 가구에 속한 구성원의 VOD 이용률은 33.5% 로, 디지털 케이블 가입 가구 구성원의 이용률 9.8%에 비해 현저하게 높 았다. 이들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3%와 44.5%였 다. 반면에 VOD 이용자들의 월평균 이용 편수는 IPTV 가입자가 4.5편,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가 4.2편으로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3) 2013년 TV VOD 시장 규모는 2012년 대비 32.6% 성장하여 1737억 원에 달했다. 이는 디지털 온라인 시장 전체에서 64.9%를 차지하는 규 모다. TV VOD 가입자 수는 2014년에 이르러 1500만 명을 넘어섰다. 2013년 4월 기준으로 IPTV 가입자 수는 700만 명에 달했고, 2014년 3월 에는 890만 명에 이르렀다. 디지털 케이블 TV 가입자도 계속 증가하여, 케이블TV 가입자 수 1489만 9362명 중 541만 5055명(36.3%)으로 나타 났다. 이들 가입자가 VOD를 이용하는 비율은 평균 19.9%다. 가입자 10

3) 정용찬(2013.8.26.), “IPTV 이용 행태 분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STAT 리포트, pp.1∼12,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대상은 전국에 거주하는 총 3,453가구에 거주

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6,441명이었다. 조사방법은 구조화된 설문지(가구 설문과 개인 설문)를 이용한 일대일 개별면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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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중 2명이 VOD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11월에는 가입자 수 가 612만 명으로 증가했다.4) 현재의 VOD 시장은 이러한 TV VOD 이용 자 덕분에 성장했다. TV VOD의 성장 속도에 힘입어, 2008년 당시 30만 명 규모로 시작 한 IPTV 시장은 이제 위력적인 ‘콘텐츠 장터’로서 영화계의 수입원이 되 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영화관 종영 이후 후속 윈도로서 매출의 비중 이 가장 큰 시장이 된 것이다. IPTV는 인터넷망을 사용하지만, 방송통 신사업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시장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급 성장하여 한국영화가 의외의 지속 가능한 후속 윈도를 가지게 된 것은 대형 통신사의 과열경쟁과 마케팅 덕분이었다. KT(Olleh TV)가 맨 먼 저 IPTV 서비스를 시작했고, LG유플러스(U+ TV)는 2009년 1월 1일부 터 실시간 채널과 함께 본격적으로 IPTV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SK브 로드밴드(B TV)도 2008년 프리미엄 VOD를 서비스하면서 과열경쟁에 가담했다. 통신 3사는 앞 다투어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등과 묶어 IPTV를 결합상품으로 판매했다. VOD 시장이 커지자 영화제작사와 배 급사도 IPTV를 DVD의 대체 시장으로 인식하였다. 성장의 또 다른 이유는 불법복제였다.5) 영화제작사와 배급사는 영 화관 상영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영화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4) (사)미디어전략연구소(2013.4), 같은 글, p.1과 방송통신위원회(2012) “2012년 방송매

체 이용행태 조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간 보고서, 영화진흥위원회(2014.2), ≪한국영 화≫ Vol 47, pp.25∼26 추가 참조. 5) 저작권보호센터의 보고에 의하면, 2012년 영화물의 불법복제 시장규모는 2008년 2074억 원, 2009년 1563억 원, 2010년 1118억 원, 2011년 616억 원으로 줄었다. 2012년에

는 전년대비 11% 증가한 681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중 온라인 불법 복제물의 시장규모는 456억 원에 이른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저작권보호센터(2013.6.), “2013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 pp.97∼98과 p.11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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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유포되자 VOD 서비스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건축학개 론>(2012)과 <은교>(2012)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IPTV에 서둘러 서비스한 것도 온라인 파일 공유 사이트에 동영상이 유출되었기 때문이 었다. <건축학개론>은 관객 수가 400만 명을 넘어설 때, <은교>는 영화 관 상영 종료 일주일 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화사와 배급사가 불법복 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익 분배 방식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영화는 배급사와 상영관 사 이에 박스오피스 수입에서 각자의 몫을 배분하는 부율이 합의되어 있지 만, IPTV에서 플랫폼인 통신사와 콘텐츠를 공급하는 영화배급사 사이 에 합의된 표준적인 분배 원칙은 없다. KT, SK, LGU+는 영화제작사나 배급사로부터 영화를 단매하거나 RS 방식(revenue sharing)으로 확보 하여 서비스를 제공한 후, 매출이 발생한 다음 달에 수익을 대략 절반씩 분배한다. 예를 들어 콘텐츠제공자(contents provider, CP)인 영화제작 자 혹은 배급사가 콘텐츠유통업자(master contents provider, MCP)와 콘텐츠제공계약을 맺으면, 이후 콘텐츠유통업자가 플랫폼사업자 (service provider, SP)에게 상영서비스권리를 넘긴다. 플랫폼사업자의 수입은 관람료의 40∼60%이고, 콘텐츠유통업자의 온라인유통수수료 는 플랫폼사업자의 수입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의 10∼30%에 이른다.6) 최종적으로 콘텐츠제공자의 몫은 3500∼4500원일 테지만, 계약조건에 따라 그 금액은 달라진다. 영화관에서 아직 종영되지 않은 영화가 프리미엄 VOD로 조기에 서 비스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신작은 신규 거래되지만, 과거에 출시되었

6) 만일 온라인관람료가 1만 원이라면, 플랫폼사업자의 수입은 4000∼6000원이고, 콘텐

츠유통업체의 수수료는 500∼1500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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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이른바 ‘구작(舊作)’은 여러 편을 묶어 패키지로 판매된다. IPTV 입장 에서는 영화관 개봉 시에 전개한 마케팅 효과가 여전히 유지되는 시기에 신작을 빨리 서비스할수록 매출이 증대하기 때문에 조기에 판권을 구매 하려고 한다. 작품마다 다른 조건을 제시하여 매출을 차등화하려는 전략 도 구사한다. 이에 따라 영화의 출시 유예 기간은 훨씬 복잡해졌다. IPTV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영화의 후속 윈도로서 그 비중 이 작지 않은 것이 디지털 케이블 TV 시장이다. 1995년 출범한 케이블 TV는 2005년 2월 CJ헬로비전(과거 CJ케이블넷)부터 디지털로 전환되 었다. IPTV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케이블 TV 가입자도 유료 VOD로 영 화를 보고 있다. CJ헬로비전 등 5개사가 연합한 홈초이스는 국내외 다 양한 콘텐츠를 구매하여 디지털 케이블 TV 가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홈초이스 가입자 수는 2013년 약 400만 명에 이르렀다. 영화 한 편 당 서 비스 가격은 1000∼2000원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영화 한 편당 3500 원이며, 판권 소유자와 홈초이스가 60:40으로 분배한다. 케이블 TV 시장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최근의 사건은 미국의 최 대 케이블 TV 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가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 (Time Warner Cable)을 452억 달러에 인수한 일이다. 이로써 컴캐스트 는 미국 케이블 가입자의 3/4인 3300만 가구,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에서도 35.9%에 이르는 2300만 가구를 확보하게 되었다. 2011년 NBC 유니버설을 인수하여 NBC, CNBC, MSNBC, E!, 훌루(Hulu)의 프로그 램을 편성할 수 있었던 컴캐스트가 또 다시 인수합병에 나선 것은 CNN 과 HBO의 편성권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여 거대한 콘텐츠 사업자가 되 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케이블 TV 사업자가 당면한 고충은 넷 플릭스나 아마존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 가입자를 빼앗기고 있는 데 있다. IPTV의 급성장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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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 속에서 케이블 TV 사업자들이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는가에 따라 향후 후속 윈도 시장도 변화할 것이다. 국내 케이블 TV 플랫폼도 미국에 서와 같이 상위 MSO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TV VOD 못지않게 중요한 윈도가 인터넷 VOD(‘온라인 다운로드’ 라고도 부른다)다. 인터넷 VOD는 IPTV와 같이 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다. 국내 시장규모는 2012년 618억 원, 2013년에는 729억 원 정도이며, TV VOD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된 성장 속도를 보여 준다. 웹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VOD 시장은 네이버 등의 특정 포털 사이 트나 웹하드업체 등에서 서비스되는데, 구매자가 3500원 정도를 지급하 고 다운로드하거나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영화, 드라마, 연 예오락 프로그램, 성인물 등이 서비스되는데, KT의 MCP(master contents provider)인 KTH가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씨네21i, 컨텐츠로드, 루믹스, 나우콤 등도 서비스하고 있다. 영화만을 기준으로 보면 KTH가 5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인터넷 VOD 사업에 참여하는 영화 전 문 배급사도 등장했다. CJ E&M과 NHN이 공동 출자한 온라인 콘텐츠 유 통사 엠바로도 출범했고, 인디플러그처럼 독립영화만을 서비스하는 사이 트도 생겨났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 VOD를 제공하는 지상파연합 플랫폼(pooq)도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다. 푹은 지상파의 모바일 TV로, IPTV와 경쟁하면서 모바일에서 스마트 TV로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 다. SK텔레콤의 네이트 호핀(Hoppin), 다음의 TV팟에서도 다양한 콘 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기업들 모두 VOD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다.7) 인터넷은 어느새 영화를 포함한 영상콘텐츠의 주요 공급처가 되어

7) 진성철, 박원준(2012), “인터넷 VOD 서비스 이용자의 영화 콘텐츠 이용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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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방위적인 윈도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할리우드 부가시장의 주요 사업자가 된 기업은 약 45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Netflix)다. VOD 플랫폼 기업으로서 넷플릭스는 1997년 우편 을 통해서 DVD를 대여하는 업체로 출발했지만, 2007년 디지털 스트리 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존의 우편 발송은 그대로 유지했다.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텔레비 전을 넘어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종 온라인 매체를 총체적으 로 활용하는 서비스에서 비롯되었다. 2012년 이 회사는 월정액제 VOD 서비스로 27억 유로의 이익을 거두어들였고, 2013년 주식시장에서 미 국의 모든 기업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평가되었다. 미국의 비디오 유통업체인 블록버스터가 파산한 시장에서 넷플릭스 가 찾은 해법은 콘텐츠 확보와 자체 제작, 배급 형태를 변화시킨 것이었 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드라 마를 자체 제작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릴리 해머(Lily Hammer)>(2012) 와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2013)를 선보인 것이다. 배급 형태는 더 호응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한 편씩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텔레 비전과 달리 시리즈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해 서비스했다. 사용자들은 환 호했고, 미국 2위 케이블방송사업자인 HBO까지 제치게 되었다.

≪한국전자통신학회논문지≫ 8(2), pp.255∼256. 동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방식을 크게 OTT(over-the-top)와 커넥티드 TV(connected TV)로 구분하기도 한다. OTT는 범 용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방식인데, 훌루(Hulu),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 tube), 국내 기업으로는 지상파연합플랫폼(pooq), 티빙(Tving) 등이 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 한다. 커넥티드 TV는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가 가능한 TV로 직접 인터넷망에 접속하여 인 터넷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웹 검색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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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HBO에 앞선 것은 ‘사건’이었다. 2012년까지의 손실은 2013년 만회되었고, 주가는 급등했다. 해외시장에서의 실적도 증가했 다.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도 점차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가입자의 과거 시청 정보를 분석해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는 ‘시네매 치(Cinematch)’와, 가족이나 친구가 선호하는 영화 목록을 참고할 수 있 는 프로파일 서비스도 운영하였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시사해 주는 바 는 크다. 넷플릭스는 시장의 선도자라 하더라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 면 순식간에 하위기업으로 밀려날 수 있으며, 반대로 신규업체라 하더 라도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 을 보여준 기업이다. 위성방송도 VOD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의 위성방송시장은 KT의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Skylife)가 경쟁자 없이 독주하고 있다. 단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유료 가입 자 420만 명에게 150∼200개의 채널을 제공하면서, 가입자에 한해서 PPV로 유료 VOD를 서비스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에서 서비스하는 PPV 방식 VOD의 편당 요금은 보통 4000원 내외이고 프리미엄 VOD는 1만 원 내외다. 모바일 판권은 인터넷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무선 인터넷 VOD 판 권으로 구별된다. 지금까지 모바일 시장은 신규 플랫폼으로 간주되어 별도로 판권이 거래되었다. 모바일 미디어가 영화의 후속 윈도로서 확 실한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의견이 많다. 모바일 기기의 화면이 작아서 고화질과 대형 화면을 보여주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 해 보인다. 앱스토어도 매출을 신장시킬 것이다. 고성능의 태블릿 PC와 스마트 디바이스가 점점 진화하고 확산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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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스크린 한 편의 영화가 가지는 시장은, 극단적으로 보자면 영화관의 박스오피 스와 N-스크린 두 가지로 양분된다. N-스크린은 모든 VOD 서비스를 통 합하는 체계다. ‘다수 스크린’이라는 뜻을 가진 이 신조어는 2000년대 이후 기업의 전략보고서에 자주 등장했는데, 하나의 콘텐츠를 개인화된 TV, PC,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서 시간, 장소,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공유하여 볼 수 있다는 뜻의 관용어였다. 영화를 서비스할 수 있는 스크 린 수가 ‘N개’로 무한정 증가한다는 것이다.8) N-스크린 서비스가 국내 에서 시작된 시기는 2011년 말이었다. 이를 상용화한 것은 KT, SK, LG 와 같은 통신사였다.9) N-스크린 서비스로 ‘스마트폰 판권’과 같은 새로 운 매출원도 생겨났다. N-스크린 체제로 인해 과거처럼 특정업체가 지배적인 위치에서 모 든 것을 다 가지는 비즈니스는 불가능해졌다. 고정형 TV에 대한 의존도 도 낮아졌고, 지상파의 ‘본방송 시청률’도 하락했다. 소비자의 시청 패턴 이 VOD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통신사와 영상 관련 대기업, 방 송사, 포털 사이트 중 그 어떤 기업도 ‘절대 강자’가 되지 못한 채, 모두가 영화의 후속 윈도에서 가용한 모든 매체를 열어놓고 각축전을 벌이게

8) 혹자는 N-스크린을 합법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부가서비스로 이해

한다. 아직은 판권과 기술적 문제, 과금 방식 때문에 제한이 있지만, 앞으로 N-스크린 서 비스는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방송과 VOD를 스마트 폰과 태블릿 PC로 볼 수 있다. 9) 2013년 1월 SK는 N-스크린의 일종이라 할 이어보기 서비스인 ‘호핀’을 시장에 내놓았

다. 구매자는 자신이 신청한 영화를 스마트폰에서 보다가 정지한 부분부터 TV와 컴퓨터 모니터로 이어 볼 수 있다. KT도 ‘올레TV나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LG U+도 ‘U+슛 앤드플레이’를 출시했다. KTH도 ‘플레이(Playy)’로 디지털 기기끼리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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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것이다. 거의 모든 기업이 N-스크린 시장에서 경쟁하는 체제가 된 것 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동향은 주목할 만하다. 장거리 스튜디오 디 지털 장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미국에서 개시된 울트라바 이올렛(Ultraviolet)은 2012년 1000만 명의 가입자를 기록하며 성장하 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라이선싱 프로그램이다. 울트라바이 올렛 서비스는 DECE(Digital Entertainment Content Ecosystem)라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의 콘텐츠를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하여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DECE에는 워너, 20세기폭스, 파 라마운트, 라이언스게이트, BSkyB, LOVEFiLM와 같은 메이저 배급사 와 제작사,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삼성, 도시바, 인텔, AMD, IBM 등의 하드웨어 제조업체, 그리고 넷플릭스, 블록버스터와 같은 DVD 및 영화 배급업체 등 70여 개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10) 지금까지 소비자는 콘텐츠를 구매하여 저장장치에 담아 두는 것까 지만 할 수 있었지만, 울트라바이올렛 시스템 안에서는 콘텐츠를 온라 인 상태로 두거나 데이터로 간직할 수 있다. 사용자는 12개의 단말기를 등록하여 자신이 구매한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할 수 있

10)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에 참여한 워너는 2011년 디지털 포맷으로 제작된 영화를 소

비자들이 직접 구매, 정렬 및 관리 가능한 ‘플릭스터(Flixster)’를 8500만 달러에 인수한 후 플릭스터 컬렉션(Flixter Collectons)’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도 킨 들 이북(Kindle e-book) 리더 버전 이외에도 다른 단말기에서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울 트라바이올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러브필름은 영국, 독일, 스칸디나비아를 기반으 로 하는 DVD 우편배달과 VOD 스트리밍 기업으로 아마존의 계열사다. 반면에 애플은 이 러한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이튠즈 필름의 시장을 잠식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 시장에 대응해서 어떠한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 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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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11) 울트라바이올렛 기능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세대(household) 계정을 등록한 후 최대 6명의 친구나 가족을 한 계정 에 묶어 계정 내에 수집한 디지털 영상 콘텐츠를 공동으로 즐길 수 있다 고 한다. 물론 고화질로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 할 수 있다. 이제 “한 번 사고, 어디에서나 이용하라(Buy once, play anywhere)” 는 슬로건은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의 중요한 사업전략이 되 었다.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울트라바이올렛과 같은 개인용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 다. 영화 콘텐츠는 또 하나의 시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디지털 융합은 방송·통신·인터넷을 가로질러 가속화될 것이며, N-스크린 서비스도 확대될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세계의 리더가 되었 고, 이들의 플랫폼 자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방송시장도 변화를 겪 고 있다. 미국의 훌루, 넷플릭스 등이 주도하는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는 유료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기 업들도 가세했다. 모든 비즈니스 체계도 뒤흔들리고 있다. 콘텐츠 유통 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가 세계적 경향에 흔들리고 있다. 불안정한 비즈니스 체계에서 박스오피스 실적을 기준으로 부가시장의 매출을 미 리 확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영화사가 부족한 제작비를 조달 할 수 있었던 부가판권의 사전판매(presales)도 애매해졌다. 영화가 중

11) 울트라바이올렛과 연계된 블루레이, DVD로 출시된 영화나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

용 영화를 통틀어 울트라바이올렛 미디어라 부르는데, 울트라바이올렛 기능을 탑재한 전 자기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든 등록된 계정으로 접속해 해당 콘텐츠를 시청 할 수 있다. 앞으로 컴퓨터, 태블릿 PC, 게임기, 방송수신기, 블루레이 플레이어, 인터넷 TV, 스마트폰 그리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에 울트라바이올렛 기능이 도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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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콘텐츠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과거 후속 윈도에서 거두어들이던 매출을 만회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DVD와 텔레비전 시장 DVD와 블루레이 시장 가정용 비디오, DVD, VCD, 블루레이 등 패키지 미디어를 통칭하는 비 디오그램(videogram)은, 적어도 2000년대 이전까지는 영화관에서 개 봉된 날로부터 2∼6개월 후 출시되는 가장 중요한 후속 윈도였다. 홈 비 디오가 출시되는 때는 영화관 개봉 시 전개한 마케팅 효과가 남아 있는 시기였다. 비디오는 크게 대여용(rental) 비디오와 소매용(sell-through) 비디 오로 나누어졌다. 대여용 비디오는 대여점에 공급하여 소비자가 빌려 볼 수 있게 하는 비디오이지만, 소매용 비디오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되었다. 소매용은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이나 가족 드라마나, 소장 가 치가 있는 대작이나 예술영화를 위해 형성되어 있었다. 대형 비디오 상 점에 ‘판매진열대를 채울 용도로’ 판매되는 저예산 장르영화 타이틀은 영화관 개봉을 거치지 않고 비디오로 곧장 출시(direct-to-video, DTV)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에어로빅이나 골프, 자동차 관리, 빵 굽는 법 등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정보제공 비디오를 위한 시장도 생겨났다. 이 시장은 그대로 DVD로 이전되었지만, 대폭 축소되었다. 미국에서는 관행적으로 한 편의 영화는 ‘대여용 상품’의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1년 정도가 지나면 ‘소매용 상품’으로 전환되었다. 비디오 매출은 다수 영화가 거둘 수 있는 가장 높은 단일 수입원이었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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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메이저의 비디오 유통사업부는 비디오대여점과 거래처를 대상으 로 별도의 발매 전략을 구사하였다.12) 1990년대 국내 비디오 시장의 규모는 대단히 컸다. VCR(video cassette recorder, 혹은 video tape recorder, VTR)을 제조 판매하는 삼 성전자와 대우전자는 비디오 유통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시장을 확대 했다. VCR을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비디오대여점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1996년 전국의 비디오대여점의 수는 2만 5000개에 이르렀 다. 시장규모도 1조 원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영화관 매출의 5배에 이 르는 규모였다. 경쟁이 심해지자 비디오유통사는 비디오로 유통할 영 화를 미리 구매하기 위해 비디오판권료를 한국영화에 제공하기 시작했 다. 비디오판권료는 선급금으로 지급되었고, 많은 영화사가 그 자금으 로 한국영화를 제작하였다. 때에 따라 애니메이션이나 가족영화를 소 매용으로 동시에 발매하기도 하였다. 판권가격은 영화관 흥행 성공의 정도와 배급사의 영향력에 따라 결 정되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었다. 비디오판권을 거래하는 방식은 크게 수수료방식, 로열티 방식, 확정된 선급금, 판매대행 등을 나누어졌다. 수수료방식은 배급사가 비디오유 통사에 판권을 양도하고 총매출에서 15∼20%의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 이다. 로열티 방식은 비디오유통사가 라이선스를 획득한 후 비디오 1장 당 1만 5000원 내외의 로열티를 배급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판권료를 확정하여 선급금으로 배급사나 제작사에 지급하기도 했다. 이 선급금 은 대개 한국영화 제작비로 흡수되었다. 유통만 외주업체에 맡기고 비 디오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배급사가 직접 집행하는 판매대행방식은 할

12) Lee, John J. Jr.(2000), 같은 책, pp.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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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드 직배사들과 시네마서비스, CJ가 선호했다. 비디오 시장은 2000 년 중반까지 한국영화의 든든한 자금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07년 온라인 유통인 VOD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과거 후 속 윈도에서 패키지 미디어로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던 비디오는 사 라졌다. 비디오 시장은 1999년 8900억 원에 이르렀다. 불과 십 년 만에 시장규모가 현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비디오를 대체하면서 공존해 온 DVD도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고, 블루레이는 영화를 소장하려는 마니 아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그 수요는 매우 감소하여, 2001 년 7700억 원에 달했던 시장규모는 2012년 300억 원으로 축소되었다. 현재 비디오유통대행사들은 RS(revenue share) 방식으로 비디오를 출 시하고 있는데, 홈 비디오는 장당 1만 3500원을, DVD는 출고가의 35% 를, VCD나 블루레이는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제외하고 난 이익의 50% 를 판권 소유자에게 분배한다. 물론 단매로 계약할 수도 있다. 소매용 시장도 대폭 감소되었다. 미국의 DVD 시장도 마찬가지로 축소되었다. DEG(Digital Entertainment Group)에 의하면, DVD 매출규모가 2006년을 정점으로 연간 200억 달러까지 성장하였으나, 2009년에는 164억 달러로 줄어들 었다. 2007년과 2011년 사이에 DVD와 블루레이의 수익이 43%까지 하 락했다고 하는 보고도 있다. 이렇게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매우 축소 되자, 2013년 파라마운트는 600여 편의 DVD 라이브러리를 3년간 워너 브라더스에 관리해 달라고 위탁하기도 했다. 파라마운트가 모든 영화 의 관리를 넘긴 것은 아니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대부> 시리즈, <타이타닉>과 같은 히트작 100편의 DVD 권리는 넘기지 않았다. 어쨌 거나 워너는 6000편이 넘는 영화를 보유한 할리우드 최고의 라이브러 리 회사가 되었고, 자체 온라인 서비스인 플릭스터(Flixter)를 통해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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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영업라인을 공고히 했다.13) 그동안 워너는 최근 급격히 하락 중인 DVD 영화 매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디지털 포맷의 영화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다. 워너의 홈 엔터테인먼트 부분 매출 역시 2007년 34억 달러를 정점으로 2010년에는 21%가 줄어든 2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내림세를 보이고 있었다. 비디오그램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 첫 번째 요인은 무엇보다도 불법 다운로드였다. 디지털 기술이 온라인에서 만족할 만한 화질과 음질을 제공해 준 것도 이를 가속했다. 미국의 비디오·DVD 대여시장에서 과 거 20여 년 넘게 1위를 지켜온 블록버스터는 2010년 9월 파산을 신청했 으며, 디쉬 네트워크(Dish Network)가 파산 경매에서 인수하였다. 블 록버스터가 온라인 대여 서비스 업체로 변모하고 있지만, 파산 경험은 영화의 후속 윈도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텔레비전 시장 오랫동안 영화와 텔레비전은 경쟁하면서 협력해 왔다. 텔레비전 덕분 에 영화는 부족한 제작비를 구하고 수입창구를 확대하면서 생명을 연장 해 왔고, 텔레비전은 영화 덕분에 더 많은 시청자를 안방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모든 영화는 텔레비전 방영을 예정하고 있었다. 특히 영화전 문 유료 케이블은 영화를 성공 수단으로 삼았다. 한편으로 텔레비전은 자신을 스스로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의 프로모션 기구로 만들어 버 리기도 했다.14) 때로는 문화적 사명을 가지고 독립영화의 제작비에 투

13) 영화진흥위원회(2012.11), ≪한국영화≫ 32, p.11. 14) Creton, Laurent(1997), Cinéma et marché, 홍지화 역(2005), 󰡔영화와 시장󰡕, 서울: 동문

선, pp.19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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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한 파트너이기도 했다. 텔레비전은 영화의 협력자이자 후원자가 되 었고, 가정이라는 공간까지도 영화의 소비시장으로 전환했다. 2010년대 이르러 브라운관과 리모컨 일부는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 드로 대체되었다.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와 전통적인 방송 서비 스가 점차 경쟁 관계에 진입하면서 텔레비전 시장 역시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영화 이외의 콘텐츠 수도 많아졌다. 지상파 텔레비전의 영 화 방영은 과거의 희소가치를 잃게 되었고, 영화의 텔레비전 판권 거래 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유료 케이블은 더 혼란에 빠졌다. 1995년 이래 별 탈 없이 안정적으 로 성장해 온 케이블은 케이블 가입자 수가 1500만 가구에 도달했으나, VOD 시장의 팽창으로 영세한 PP는 쇠퇴할 지경에 놓여 있다. 영화 채 널은 10여 개가 있지만, 판권 구매 시장은 CJ E&M이 독식하고 있다. 1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보니 케이블 판권을 판매하지 못하는 영화도 많 아졌고 판권 가격도 낮아졌다. 시장규모는 7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판권이 거래될 만한 케이블방송은 PPV(pay-per-view), 유료케이블(pay cable), 기본 케이블(basic cable), 리스 액세스(lease access), LO/PA(local origination and public access) 등으로 나누어진 다. LO/PA는 소규모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저급 무료 채널이고, 리스 액세스는 LO/PA보다는 낫지만 부동산, 가구, 찜질방 등의 정보를 제공 하는 채널이라 할 수 있다. 기본 케이블은 광고가 있는 상업 프로이며, ‘기본패키지’로 40∼50개의 채널이 제공된다. 유료 케이블은 많은 영화 를 구매하여 방영하는 전문 채널이며, 방영독점권을 요구하기 때문에 판권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미국에서는 HBO, 씨네맥스(Cinemax), 쇼 타임(Showtime), 더무비채널(The Movie Channel), 앙코르(En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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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즈(Starz), 디즈니채널(The Disney Channel) 등이 이에 속한다. 영 화 구매 계약은 통상 3∼7년간의 장기적인 묶음거래(output deal)의 형 태가 많으며 판권 가격은 박스오피스 성적과 가입자 수에 따라 결정된 다. PPV는 영화 개봉 직후 가정에서 영화를 보려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유료케이블 이전에 전화로 신청하여 10∼30분 이내에 가정에 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판권은 케이블과는 별도로 단매 거래된다. KBS, MBC, SBS 3개의 지상파 텔레비전은 인기 있는 대작 위주의 영화 를 단매로 구매한다. 3년간 3회 방영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 다. 계약을 연장할 경우 2년에 2회 방영하는 것을 관례로 한다. 최근 케 이블시장의 성장과 스카이라이프와 같은 위성 채널의 활약, 다른 윈도 의 증가에 따라, 지상파 텔레비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구매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방송사들이 구매하는 영화의 수도 급감하고 있 다. 판권가격은 대폭 낮아져 5000만 원에서 2억 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규모도 50억 원 정도로 감소했다.

기타 부가판권 항공기내 영화 판권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승객에게 영 어 자막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월 1∼2편씩 구매한다. 대한항공은 유 로커뮤니케이션즈가, 아시아나항공은 스카이미디어가 구매 대행한다. 판권료는 1000만원 내외이며, 단매 거래된다. KTX 상영권을 판매할 수 도 있다. DVD방에는 영화관 상영 종료 후 1∼2주 이내에 전국적으로 네트워크 방식으로 공급되는데, 편당 3000원씩 과금하여 판권사와 50% 씩 나눈다. 주사업자는 온타운이다. 숙박시설이나 PC방 등에서와 같이 별도의 서버나 영사장치를 이용해 제한된 장소에서 서비스하는 인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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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판권도 단매 거래된다. 비디오 출시와 같은 시기에 서비스되며, 온타 운이나 스퀘어엠을 통해 제공된다. 편당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에 단매 거래된다.

해외 배급 국제적인 필름 마켓 할리우드 영화는 외국 시장에서 총 매출의 절반을 거두어들인다. 전 세 계인이 좋아할 만할 영화를 공급하기도 하거니와,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탁월한 전략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시장을 크게 두 개의 권역, 북미지역(North America)과 외국(foreign)으로 구분한다. 북 미지역에는 미국과 캐나다가 속하며, 외국시장은 웬만한 시장 규모를 가 진 30여 개의 국가와, 중동(Middle East),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동아프리카(East Africa) 등 5개의 권역으로 나눈다. 각 국가와 5개의 권 역에는 다수의 영화관 배급업자, 케이블방송, 비디오·DVD 유통업자 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판권을 구매한 영화를 자국에서 복제, 배포하 기 위해 적절한 언어로 바꾸고 마케팅 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license)하 게 된다. 매년 2000여 개의 영화제가 정해진 장소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10 여 개의 필름 마켓(film market)이 연례적인 행사로 열리고 있다. 필름 마켓에는 전 세계의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몰려든다. 마켓에 참여 하는 판매자들은 미니메이저 배급사, 독립 배급업자, 해외 판매 전문 회 사나 개인들, 프로듀서들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는 주요 국가에 지사를 설치하고 직접 배급하고 있기 때문에 마켓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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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없다. 필름 마켓에서는 공동제작이나 프리세일즈 등 다양한 영 화 비즈니스 활동도 전개된다. 그러므로 영화를 완성하기 이전에 제작 비를 모을 요량으로 마켓에 참여하여 전 세계 배급업자를 상대로 분할 판권거래(split rights deal)를 하려는 프로듀서들도 참가한다. 마켓에서 거래되는 권리는 전 세계 판권을 비롯해서 지역이나 국가별로, 윈도별 로 실로 다양하다. AFM(American Film Market)처럼 영화를 사고파는 일에만 집중하 는 마켓도 있지만, 영화제 기간 중에 부대행사처럼 동시에 개최되는 혼 합형 마켓도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와 달리 미라맥스나 뉴라인과 같은 미니메이저들은 해외 지사를 둘 여력이 없으므로, 필름 마켓에 참가하 여 판권을 판매한다. 소규모의 배급사들이나 판매대행사(sales agent) 는 마켓에 참가하여 호텔 방 하나를 빌려 구매자들과 면담을 시도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구매자는 약정서나 계약서를 작성하고, 판권가격의 20% 정도를 계약금(down payment)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80%를 은 행의 조건부 증서와 함께 보내거나 신용장(letter of credit, LC)을 설정 하고, 2세대 네거티브와 M&E 트랙을 송부한 후, 이것이 세관을 통과하 면 은행계좌로 송금한다. 해외 판매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필름 마켓 과 개최 장소, 시기는 다음과 같다.

∙ AFM(American Film Market):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 모니카, 매년 11월 ∙ EFM(European Film Market):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매년 2월 ∙ 홍콩필름마트: 중국 홍콩영화제 기간, 매년 3월 ∙ 베이징필름마켓: 중국 베이징국제영화제 기간, 매년 4월 ∙ MIF(Marché du Film):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기간, 매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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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필름마켓: 한국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매년 10월

국제영화제는 행사기간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일시에 많이 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켓이 열리게 된다. 마켓이 열리면 정해진 장소에 참가한 업체들이 부스를 마련하고, 면담일정에 따라 구매자와 미팅하면 서 거래조건을 협상하게 된다. 매매가 반드시 부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부스를 반드시 차릴 필요는 없다. 마켓 바깥에서 성사되 는 거래도 많아서 반드시 마켓에 참가할 필요는 없으나, 신규시장 개척 을 위해 홍보가 필요하거나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으로 활용해 볼 만하다.

해외 마케팅과 판매 전략 필름 마켓 외에 전 세계의 영화 판매자들이 마케팅에 활용하는 제도는 영화제와 영화주간과 같은 국제적인 행사들이다. 이러한 행사는 각국 의 영화진흥기구가 지원한다. 영화제는 영화의 예술적 성취를 장려하 기 위해 열리는 행사인데,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의 장 이다. 매년 선댄스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베를린영화제, 홍콩영화제, 칸영화제, 로카르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토론토영화제, 산세바스티 안영화제를 이어 부산영화제로 이어지는 영화제 투어는 대단히 중요한 마케팅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문화 교류’를 위해 해외 공관의 지원 속에 개최되는 ‘한국영화주간’도 특정 영화나 감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는 행사다. 한국영화의 해외 수 출도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공적 기구의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 다. 드라마와 K-팝(K-pop)이 촉발한 한류라는 큰 흐름을 활용하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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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한국영화의 수출을 돕고 있다. CJ E&M과 같은 메이저 배급사는 사내에 해외 판매를 전담하는 인 력을 두고, 지속해서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소규모 배급사나 독립영화 프로듀서는 화인컷과 같은 전문적인 해외 판매대행사에 위탁한다. 이 회사들은 판매할 만한 영화를 구하기 위해 제작사나 배급사를 상대로 영업한다. 해외 판매 대행 수수료는 20∼25% 정도다. 외국의 판매대행 사에 전 세계 판매를 위탁할 수도 있다. 때로는 할리우드 메이저가 판매 를 맡는다. <폰>(2002)은 브에나비스타코리아가, <박쥐>(2009)는 유 니버설픽처스가, <황해>(2010)는 20세기폭스가 해외 판매를 맡았다. 해외 판매 대행사는 해외의 영화 잡지나 인터넷 사이트에 판매할 영화를 소개하고 홍보성 기사나 리뷰를 게재한다. 외국의 구매 대상자 에게 전자우편 서비스로 영화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거에 거래한 경험이 있거나 개인적 인간관계를 유지해 온 구매자는 더욱 특 별히 ‘관리’한다. 해외 판매대행사를 선정하여 ‘해외위탁판매계약’을 체 결할 때에는, 보유한 영화의 해외 판매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검토 한 후, 판매대행의 조건을 단순 수출대행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선급금 을 지급하고 판매할 것인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마케팅 비용은 판매 가 능한 지역과 매출을 예상한 후 그 규모를 정하는 것이 좋다. 자칫 마케팅 비용이 매출을 웃돌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판매대행사는 마켓에 참가하기 전에 국가별로 예상 판매가격을 정하고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마켓이 개장되기 한 달 전부터 영문 보도자료나 각종 선재물을 이용하여 홍보를 시작하고, 구매 대상자와 상 담 일정을 조율하거나, 마켓에서 임대할 부스와 영상장비 및 상영 소스를 준비하고,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사 일정을 정하게 된다. 마켓 기간에 거래가 성사되면, 2∼3장 정도의 약식계약(deal memorandum)으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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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성사시키고, 이후에 정식계약서(long form distribution agreement)를 체결하게 된다. 판매자를 라이선서(licensor), 구매자를 라이선시 (licensee)로 명시할 수도 있다. 계약서 이름을 ‘영화라이선스계약(Motion Picture Licensing Agreement)’이나 ‘영화리싱계약(Motion Picture Leasing Agreement)’으로 할 수 있다. 계약서에는 라이선스 기간, 양도하는 권리, 국적, 양도 지역, 양도 기간, 사용 언어, 최소보장금액(minimum guarantee)의 계약금(down payment)과 잔금(balance payment) 지급시기와 방법, 이익 발생 시 분 배(overage) 조건 등을 명시해야 한다. 이익 분배에 관해서 우선공제 (cost off the top deal, COT)하기로 했을 때에는 이에 대해서도 기재해 야 한다. 우선 공제 되는 비용은 마케팅비와 배급비 정도다. 정산 절차 와 최소보장금액의 지급 시기와 방법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최근에는 해외 배급에서 단매 거래가 많지 않다. 최소보장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보통이다. 구매자는 윈도 매 출을 상쇄(cross-collateralization)하는 조건을 요구한다. 분배 비율은 윈도별로 발생하는 매출에 적용하는데, 구매자가 제 경비를 회수할 때 까지 윈도별로 매출을 상쇄해야 부당하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상쇄조 건은 여러 영화의 이익 분배(pictures cross-collateralization)에 연결하 여 적용할 수 있다. 해외 판매대행사와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할 때는 독점적 판매대행 권을 줄 것인지 아닌지 결정해야 한다. 해외 판권의 종류를 일일이 구분 하여 판매할 것인지, 아니면 현존하는 모든 매체와 앞으로 등장할 매체 모두를 포함하는 모든 판권 일체(all rights)를 판매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판권을 보유한 자가 대행사에 판권을 양도할 때에는 저작재산권 이나 초상권 등 법적인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없도록 보증할 의무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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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계약기간은 5년 정도로 하고, 추후 연장하는 것이 좋다.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는 선재물 제작비나 홍보비를 사전에 확정하 여 판매 이후 우선으로 공제하는 것이 좋다. 해외 배급수수료는 마케팅 비용을 제한 후 15∼25% 정도로 정한다. 수익 정산 시기와 방법에 대해 서도 정해야 한다. 제작사와 프로듀서는 촬영대본, 예고편, 영화 본편, 각종 마케팅 선재물을 대행사에 제공해야 한다. 예고편과 홍보 동영상, 영문 보도자료와 프로덕션 노트, 영문 대사 목록, 시놉시스, 스틸 사진 은 필수적이다. 영문 대본 외에도 중국어나 일본어 대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영문 전단과 포스터는 해외 판매에 적합한 키아트로 교체하여 인 쇄할 때가 많다. 영문 자막을 넣은 디지털 파일이나 DVD 스크리너도 준 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팔릴 만한 영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출 연하거나 상업성이 높은 대작, 국제영화제 수상작인 경우가 많다. 한국영 화는 국제영화제 수상작이거나 수상 경험이 있는 감독의 신작이 비교적 잘 팔린다. 한때 일본 기업들이 한류의 붐을 타고 제법 높은 가격에 한국영 화를 구매하기도 했다. 영화의 소재가 좋으면, 리메이크 판권도 판매된다. <엽기적인 그녀>(2001)는 <마이 쌔시 걸(My Sassy Girl)>(2008)로, <시월 애>는 <레이크 하우스(Lake House)>(2006)로, <거울 속으로>는 <미러 (Mirrors)>(2008)로, <중독>(2002)은 <포제션(Possession)>(2008)으로, <장화, 홍련>은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The Invited)>(2009)로 리메이크되었다. 해외 마켓에서는 공동제작(co-production)도 시도된다. 공동제작 은 애초에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해외 마켓을 조기에 개 척하거나 완성 후 제작에 참여한 국가에서의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전략 과 무관하지 않다. 후속 윈도를 잘 활용하는 프로듀서라면, 영화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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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전에 해외 판권을 사전판매(pre-sales)하면서 공동제작을 모색하 는 것이 좋다. 판권은 국가나 권역별로도 판매할 수 있지만, 한 국가 내 에서도 윈도별로 쪼개서 판매할 수도 있다. 때로는 해외 판권의 구매자 가 유력한 공동제작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마켓을 이용 하고 있는 사례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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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쟁점과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

융합, 빅 데이터, 스마트 미디어, SNS, 유튜브, 클라우드, N-스크린, 울 트라바이올렛 등 영화 비즈니스가 대응해야 할 키워드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의 개념은 달라졌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새 롭게 부상하는 도전자들도 많아졌다. 시청자도 능동적인 이용자로 변 화했다. 개인이 직접 미디어를 관리하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만인의 미 디어’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정보의 송수신이 무한정 가능해졌고, 그에 따 라 기술 표준이나 저작재산권 분쟁도 함께 증가했다. 미디어는 문화를 소비하는 또 다른 문화가 되었고, 콘텐츠 비즈니스도 엔터테인먼트 요 소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당연히 미디어는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 하는 상업화된 기업으로 변모했다. 미디어의 상업화에 맞서는 활동도 증가했다. 문화다양성 개념을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에 맞게 보완하자 는 의견도 나왔다. 영화 비즈니스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졌다. 이 장에서는 달라진 미디어 생태계와 다양성의 측면에서 제기되 는 이슈를 영화 비즈니스 안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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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의 변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의 등장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과 영화관 배급체계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미디어가 등장하는 바람에 후속 윈도 시장은 복잡해졌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콘텐츠를 대량 확보함으로써 제작과 배급을 일원화하고 있고, 텔레비전도 덩달아 스트리밍 서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역동성으로 인해 비교적 안정적이었 던 영화의 후속 윈도 체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다수의 새로 운 기업과 개인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업과 개 인이 뒤섞여 경쟁하고 연대하면서 미디어 시장은 전례 없는 변화를 겪 게 되었다. 이제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통로에서 소규모 기업이나 수용자가 실시간으로 피드백(real-time feedback)하면서 참여할 수 있 는 일종의 ‘시장(marketplace)’처럼 변모하였다. 소셜 미디어는 이를 더 부추겼다. 2004년 창립된 페이스북(Facebook)은 전방위적인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고 있고, 2006년 시작된 트위터(twitter)도 수많은 ‘추종자 (follower)’가 지지하는 새로운 여론 주도자들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마이크로’ 블로그로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미 디어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 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 현상-미디어 융합(media convergence), 스마 트 미디어(smart media), 소비자중심시장(buyer’s market)-에서 비롯 되었다. 첫 번째 현상인 미디어 융합은 디지털 기술의 진보에 따라 나타났 다. 현대의 미디어는 허브 (hub) 웹사이트와 포털 등을 통해 일체화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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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고, 통신은 방송과 섞였고, 방송과 인터넷의 경계도 흐려졌다. 일례로 IPTV는 통신사가 방송을 융합하여 새롭게 구축한 플랫폼이었다. 가전 업체도 비즈니스 영역을 상호 월경(crossover)하면서 시장을 확대하였 다. 국가 간의 경계도 사라졌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멀티미 디어 기능을 넘어서 경계 없는(borderless) 시장을 만들었다. 미디어 기 업은 전 세계를 단일한 시장으로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콘텐츠 공급자 의 거래처도 같아졌다. 소비자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환 경에서 습관적인 미디어 소비행태도 변화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에서 벗어나 ‘N-스크린’을 이용하여 미디어를 자유롭게 이용하게 되었다. 특 히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많은 소비자를 케이블 및 위성 TV보다는 온라인 콘텐츠 감상으로 유도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케이블 과 위성 TV 가입자 다수가 이른바 ‘코드 커팅(cord cutting)’으로 서비스 를 해지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돌아섰다. 넷플릭스, 훌루, 아 마존의 인기는 이를 더욱 가속하였다. 기존의 케이블과 위성 TV는 위기 감을 느끼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의 약진도 주목해 볼 만했다. 2007년 애플 TV 셋톱박스를 출시 하면서 TV산업에 진출한 애플은 아이튠즈에서 다운로드 받은 콘텐츠를 애플 TV 셋톱박스에서 연결한 TV 모니터에서 볼 수 있게 하고, 에어플 레이(Airplay) 기능으로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이클라 우드 서비스는 저장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여러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 게 했다. 2013년 애플은 더 나아가 케이블과 위성 TV와 협력하여 최적 화된 TV 시청 플랫폼을 제안했다. 애플 TV도 출시할 것이라 발표하는 바람에, 기존의 케이블 및 위성 TV, TV 제조업체, 셋톱박스 제조업체 모 두가 긴장했다. 애플 TV 셋톱박스는 현재 넷플릭스, 훌루 등의 애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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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션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 로 케이블 및 위성 TV까지 협력하게 되면 애플이 TV 시장에서 원스톱 콘텐츠 플랫폼 제공자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TV를 직접 제조하게 되면 삼성, LG, 소니 등과도 경쟁할 것이다.1) 이러한 경쟁을 유인한 키 워드가 바로 미디어 융합이다. 두 번째 현상은 스마트 미디어에서 왔다. 애플은 미디어 융합을 주 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스마트한’ 세상을 꿈꾼다. 스마트 미디어는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대로” 즉 인간 본위(human centric)의 미디어를 꿈꾼다. 인간이 원하는 만큼 미디어를 ‘확장’시키고자 한 것이다. ‘스마 트한’ 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1∼2012년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이 러한 경향을 더욱 재촉했다. 앞으로 TV가 스마트해지면, 과거의 TV 시 청방식은 더욱 변모할 것이다. 스마트 TV 서비스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처럼 개방된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송 서비스와는 다르다. 이 름 없는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탐색하는 ‘고 객(customer)’로 변모했다. 기업은 고객의 정보를 쉽게 확보했다. 삼성 전자와 같은 제조업체도 스마트 TV를 보급하면서 사용자들의 정보를 분석하여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 TV 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던 수동적인 시청자,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도 점차 감소했다. 기존의 고정형 텔레비전 시청이 이동형 스마

1) 송용진(2013.7.27.), “애플과 구글 때문에 머지않아 미 TV 산업지도 바뀔 듯”, ≪글로벌

윈도≫ KOTRA. 송용진의 보고에 의하면, 애플은 장기적으로 TV 제조업에도 참여할 것 으로

보인다.

http://www.globalwindow.org/gw/overmarket/GWOMAL020M.

html?BBS_ID=10&MENU_CD=M10103&UPPER_MENU_CD=M10102&MENU_STE P=3&ARTICLE_ID=5005183&ARTICLE_SE=20302 참조(접속열람일: 201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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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폰 시청으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디바 이스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인 애플이다. 아이폰은 혁신적인 단말기와 앱 플랫폼으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이동통신 산업의 패 러다임을 혁신했다. 애플이 아이튠즈(iTunes), 앱스토어(AppStore), 자 체 플랫폼인 iOS를 통해 제시한 모바일 생태계의 위력은 대단했다. 과 거의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업의 지배적인 관계와 폐쇄적인 기술 구조는 애플의 개방형 플랫폼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도전도 만만치 않 았다. 2005년 개방형 무료 오픈 소스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면 서 모바일 생태계로 진입한 구글은 애플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다. 세 번째 현상은 수용자가 주도하는 소비자중심시장의 등장에서 비 롯되었다. 미디어가 소비자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소비자의 이용편 의성(usability)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콘텐츠 공급과 수요의 구조도 변화했다.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한 덕분이었다. 특히 IPTV 가입 가구가 증가하고 유선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수용자 는 종전의 수동적인 시청자에서 전송 수단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이 원 하는 시간에 선호하는 콘텐츠를 골라 보려는 능동적인 소비자로 변화했 다. 자신이 선택한 미디어에서 프로그램을 선별하여 주문하는 참여형 소비자(customers)가 된 것이다. 이제 이들의 선호도가 미디어의 영향 력을 결정하게 되었다. 하나의 미디어를 시청자 다수가 보는 패턴도 한 명의 시청자가 다 수의 미디어에 접근하는 패턴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도 ‘1인 1TV’ 추세를 확대했고, 가전업체로 하여금 ‘N-세대형’ 1인용 소형 패션 TV를 출시하게 하였다. 일상적인 미디어는 ‘참여하는 문화’의 도구 로 변화하였다. 미디어 이용자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운영하면서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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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소비하는 문화생비자(prosumer)로 거듭났다.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보급하는 지위에까지 진입한 것이다. 이러한 능동적인 문화생산자들은 참여와 개방, 공유, 창의적 소비를 중시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만들어 냈다. 새로운 문화 주체들의 활동 속에서 대중매체는 퍼스널 미디어와 마 이크로미디어로 바뀌고, 엔터테인먼트를 탑재하면서 미디어 네트워크 자체를 가상의 놀이터로 전환했다. 재전유와 재전송도 일반화되었다. 2005년 2월에 창립된 유튜브는 개인이 제작한 동영상을 공유하는 사이 트로 문화생비자의 전 세계적인 활동무대가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저렴한’ 초국적 인터넷 덕분이었다. 세계는 단일한 시청권으로 묶였다. 결국 공급자도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전통적인 방 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마이크로미디어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인터넷 과 모바일로 영역을 확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세계 시 민이 되어 이러한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더 스마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미디어 기업의 전략과 빅 데이터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인 훌루에서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 중은 전체의 10%에 이른다. <뽀로로>와 <타요>는 어린이 콘텐츠에서 상위 5% 안에 들었다고 한다.2) 한국 콘텐츠가 미국 내에서 나름의 경쟁

2) 송용진(2013.10.26.), “미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훌루) 관계자에게 듣는 콘텐츠업체

진출방안”, ≪글로벌윈도≫, KOTRA. 훌루는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콘텐츠를 제공 하고

있다.

http://www.globalwindow.org/gw/overmarket/GWOMAL020M.

html?BBS_ID=10&MENU_CD=M10103&UPPER_MENU_CD=M10102&MENU_STE P=3&ARTICLE_ID=5007570&ARTICLE_SE=20302#nolink 참조(접속열람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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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일 훌루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게 된다면 영화의 후속 윈도는 어떻게 될까. 현재까지는 한국 에서 훌루의 콘텐츠를 볼 수 없다. 시장이 국가별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 이다. 한국영화를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가 국내에서 서비스한 다면, 영화 생산자 입장에서는 전 세계에 일시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국내의 플랫폼 사업자는 세계적인 거대 미디어 사업자와 경쟁해 야 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둔 스트리밍 비즈니스가 어떠한 방향으로 갈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미디어 기업들의 비즈니 스 전략은 상당히 유사하다.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통합하는 M&A와 전방위적인 합작 전략 을 구사하거나,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다양 한 생산자와 연대하고 있다. 기업은 미디어 시청자를 잠재적인 소비자 로 보고, 소비를 유발할 만한 다양한 편의를 동시에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디어를 전자상거래와 연결한 프로그램 서비스다. 미디어는 콘 텐츠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을 연결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하는 종합적인 허브 사이트로 거듭났다. 수요자를 재생산 하는 체계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기업은 수요자에 대해 더 상세히 알고 싶어 했다. 수요자에 대한 정

11. 13). 훌루는 2007년 NBC, 폭스, 디즈니가 합작 투자한 업체이다. 사용자는 훌루 웹사

이트에서 무료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으며, 콘텐츠 중간에 배치된 광고를 봐야 한다. 월 8달러를 내면 훌루 플러스 회원이 되어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훌루 플러스

는 상대적으로 광고 수가 적다. 2012년 훌루의 매출은 6억 9500만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 는 2011년보다 65% 증가한 금액이다. 유료 서비스 가입자도 300만 명으로 2011년보다 2 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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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를 구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 스마트 경제 시대에 살아남으려는 기업 의 성공 조건이 되었다.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가 더없이 중요한 자 원이 된 것이다. 빅 데이터란 데이터의 양, 생성주기(실시간 생산), 형식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 포괄) 등에서 과거의 데이터보다 규모가 크고 형태가 다양하여 기존의 방법으로는 수집, 저 장, 검색, 분석이 어려운 방대한 크기의 데이터를 의미한다.3) 빅 데이터 는 2010년대에 이르러 보편화되었는데, 규모(volume), 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 가치(value)가 큰 데이터, 즉 ‘4V’를 가진 데이터다.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비즈니스에 성공한 기업은 미국의 아마존 (Amazon)이었다. 아마존은 정보를 제공하는 ‘1세대 기능’과, 멀티미디 어 서비스가 가능한 ‘2세대 기능’, 인터넷 접속과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3 세대 기능’까지 모두 갖춘 뉴미디어로 출발했으며, 온라인 서점에서 마 켓 플레이스로, 다시 온라인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영화, TV 프 로그램, 음악, 잡지, 전자책 등을 보유한 업계의 리더가 되었다. 아마존 사이트에 있는 상품 자동추천 알고리즘은 바로 이러한 빅 데이터 분석 을 응용한 것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학자를 고용하여, 사이트 방문자 가 특정 페이지에 머문 시간, 상품 구매 패턴과 선호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로 개발된 상품 자동추천 알고리즘 덕분에 아마존의 매출은 35% 신 장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 덕분이었다. 반면에 수많은 점포를 가 진 최대의 서점 체인이었던 반스앤노블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빅 데이터가 생성되는 대표적인 공간은 인터넷과 SNS다.

3) 정용찬(2012), “빅 데이터 혁명과 미디어 정책 이슈”, KISDI 프리미엄 리포트 2012-02,

정보통신연구원,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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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3억 건의 액티브가 생성되는 페이스북과, 4억 건씩 생성되는 트위 터, 초당 1시간 분량의 동영상 업데이트가 일어나는 유튜브는 개인의 행 동 패턴, 정치 성향, 특정한 기호, 특히 좋아하는 콘텐츠를 파악할 수 있 는 빅 데이터의 ‘바다’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분석만으로도 콘텐츠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위치 파악으로 특정 지역의 소비행태까지 알 수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한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인터넷에 ‘지울 수 없는’ 기록을 남겨 자신을 숨길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비자의 정 보는 고스란히 인터넷에 남아 빅 데이터로 축적된다. 이것이 빅 데이터 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반면에 기업은 이러한 사적인 정보를 기업전략 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를 캐내는 ‘데이터 광부(data miner)’ 가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빅 데이터를 자원으로 활용하여 오차 없는 정보를 얻으려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훌루는 ‘한국드라 마(Korean drama)’를 별도로 구분해 놓았고, 유튜브는 ‘K-팝(K-pop)’을 장르로 신설했다. 이는 데이터를 공유하려는 이용자의 요구와 기호에 따라 데이터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예다. 빅 데 이터는 전수조사가 가능하므로 과거 어느 연구보다 정확도가 높을 것으 로 보인다. 미디어 이용자의 프로파일은 응용통계학자와 소프트웨어 전문가,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와 이를 말로 전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에 의해 더 많이 분석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 미디어는 대중매체와 경쟁하면서도 그 시장을 잠식하지 않은 채 공존할 것이다. 스마트폰도 25억 명의 사람들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연결할 것이다. 미디어 기업과 콘텐츠사업자는 이러한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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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가 만들어 낸 생태계에서 경쟁해야 한다. 영화는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문화다양성 이슈와 한류 문화다양성과 세계화 문화다양성 논의는 문화 사이의 차이를 보장하고 문화 확산을 위한 인 프라를 구축할 방법을 찾고자 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 논의는 1988년 부터 1997년까지 유네스코가 도모했던 ‘세계문화발전 10년 계획(World Decade for Cultural Development)’에서 비롯되었다. 문화다양성 이슈 의 배경에는 문화가 경제와 맺는 관련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초월하려는 욕구가 놓여 있다. 이러한 관점은 1996년 7월 지역의 현장 활동가, 예술가, 학자들에서부터 공무원 정치가를 위해 유네스코가 발 간한 안내서인 “우리의 창의적 다양성: 문화와 개발을 위한 세계위원회 보고서(Our Creative Diversity: Report of the World Commission on Culture and Development)”에 집약되었다. 다양성 이슈는 이른바 ‘지 구 윤리(global ethics)’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다시 논의하게 하였다.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 ‘발전’의 개념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유네 스코는 인간의 존엄과 복지가 경제적 성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전 제하고, 발전을 위한 노력이 실패한 원인이 ‘인간적 요소’를 중시하지 않 은 데 있다고 말한다. UN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이 고안한 ‘인간발전(human development)’이라 는 개념은 “인간의 선택 확대(the enlargement of human choices)”를 뜻하는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자유에서부터 건강하고 교육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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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며 생산적이며 창조적이며 자기 존엄과 인권을 누릴 수 있는 개인의 기회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능력으로 발전을 바라보는 것이었다.4) 그 목적은 인간이 다양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잠재능력을 확장하는 데 있었다. 문화다양성 관점에서는, 제각기 독창성을 유지하는 생물처럼, 세 계 안에서 복수의 문화들이 그 독창성을 인정받으면서 공존하는 것을 세계의 문화로 본다. 트로스비(2001)에 의하면 문화는 자연과 유사하 다. 그는 자연의 균형을 지탱하는 ‘자연적 환경 시스템’의 기능이 인간 문명의 문화적인 생활과 활력을 유지하게 하는 ‘문화적 환경 시스템’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생물의 다양성이 중요한 것처럼, 문화적 다 양성도 문화 체계의 유지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즉 다양성은 문화자본 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5) 이러한 공존과 문화적 자유가 인정되지 않 는다면 인간 발전이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문화는 발전의 목적이 되고 경제적 발전은 문화의 한 부분에 속하게 된다. 발전에 관한 재정의는 다원주의(pluralism)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 으켰다. 다원주의는 관용(tolerance)을 가지고 타문화를 존중할 것을 제 안하기 때문에 국가 간의 문화적 거래에서 매우 중요한 원리다. 한 민족 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그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6) 이러 한 입장에서는 ‘소수파(minorities)’가 가장 주요한 열쇳말이다. 소수파

4) UNESCO(1996, 7.), “Our Creative Diversity: Report of the World Commission on Culture and Development” Summary Version, Paris: UNESCO, p.14. 5) Throsby, David(2001), Economics and Culture, 성제환 역(2004), 󰡔문화 경제학󰡕, 파주:

도서출판 한울, pp.86∼87, p.94, 6) 1993년 말리 대통령인 코나레(Alpha Ouma Konaré)가 한 유명한 말로, 유네스코의 “Our Creative Diversity” 요약본 보고서 p.19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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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고유한 문화적 이념을 갖고서 다수파의 그늘에 사는 공격 받기 쉬운 집단이다. 소수파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은 16세기에 종교논 쟁에서 시작되었으며,7)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국제연합(UN)이 주도 하고 있다.8) 특히 언어는 다원주의 관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진다. 모든 언 어는 인간의 경험과 세계 그 자체를 보여 주는 독특한 것이므로, 언어의 다양성은 인류의 귀중한 자산이다. 언어가 소멸한다는 것은 지식과 문화 의 도구가 손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바(Amadou Hampâté Bâ)가 “아프 리카에서 노인 한 명이 사망하는 것은 한 개의 도서관이 불태워져 없어지 는 것과 같다(In Africa, when an old man dies, a library disappears)”고 말한 바와 같이,9) 소수파의 언어가 가지는 문화적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 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라는 하나의 언어가 세상의 모든 언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단일한 언어가 세상의 모든 문화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정책도 다양성, 다원주의 관점에서 모든 분야에서 창의 성을 촉진하기 위해 신중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문화권(cultural rights) 의 핵심은 문화적 활동을 서열화하지 않고 각 사람이 다양한 기회를 선

7) 종교적 소수파를 보호하기 위한 회합으로는 1555년 아우스부르크 화의(和議),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을 들 수 있다. 이어 1767년과 1775년 폴란드와 러시아사이의 협정에서 폴란드 내 반체제 인사들의 권리가 보호되기 시작했다. 1815년 비엔나 평화조약에서는 종교적 소수파에 종교 자유와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1919년 평화조약은 모든 국가에 출 생, 국적, 언어,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거주자를 충분히 보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8) 소수파에 관해 최초의 포괄적인 기준이 마련된 것은 1992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국가,

종족, 종교, 언어적 소수자에 속한 사람들의 권리헌장(Declara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Belonging to National or Ethnic, Religious and Linguistic Minorities)’을 채택하

면서부터였다. 9) UNESCO(1996, 7), 같은 글,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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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고 문화생활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예술과 유산에 한정되어 있던 문화정책의 범위도 더 넓어져야 한다. 문화정책의 수행과제로 선정되는 ‘문화발전(cultural development)’ 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문화발전’에는 경제 적 의미만이 강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문화를 인간의 총체적 삶의 방식, 윤리, 습관, 가치를 포괄하는 것이자 우리의 세계를 해석하고 형성 하는 능력이라 정의한다면, 지금까지의 문화정책은 ‘문화적으로’ 재검토 되어야 한다. 요컨대 문화적인 것을 포괄하지 않고 경제적 성장만을 기준으로 삼 는다면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이것이 문화다양성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핵심적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세계화 자체는 불 평등하고 비대칭적인 과정이다.10)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용인되고 경제 정의가 사라지므로, 다양한 문화는 길을 잃고 만 다. 세계화는 20세기 말 광범위한 사회 경제의 변화 운동에 들어가는 일 련의 모든 현상을 포함하지만, 명백히 평등과 공정을 경시하므로 개인 이 소멸하는 거대한 움직임이다.11) 사실 냉전체제 이후 이데올로기보 다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세계화는 그리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12)

10) UNESCO(1996, 7.), 같은 글, p.15. 11) 김은영(2006), “박스오피스: 영화 경제와 시장 지배의 논리”, ≪영화연구≫ 30, 한국

영화학회, p.73. 12) 경제 선진국들은 1948년 이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을 통해 세계의 무역 질서를 재편해왔다. 세계무역기구 (WTO, World Trade Organization)는 GATT의 제8차 다자간무역협상인 우루과이라운

드(1986∼1994)협상의 타결로 1995년 1월 1일 출범한 기구다.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로 공산품 관세 인하,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서비스 및 금융산업 개방, 지적재산권 분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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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동반한 이러한 현상은 문화와 관련된 교역에서도 첨예하 게 드러난다. 세계화는 경제적이자 기술적이고 문화적인 요소들로 복 잡하게 얽혀 있다. 문화와 관련한 무역마찰은 지역적인 무역 분쟁을 넘 어서 세계무역기구가 당면한,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 중 하 나가 되었다. 영화의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였다. 영화 비즈니스 가 세계화의 경제 체제를 피해 갈 방법은 거의 없다. 영화가 세계화된 특 권을 누리는 대표적인 무역 거래 품목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본성 적으로 글로벌주의의 도그마에 봉사해 온 할리우드는 효율성과 욕망의 완전한 만남을 조직하는 이 시스템의 정수를 나타낸다.13) 할리우드 영 화의 소비자는 전 세계인이다. 전 세계인은 대대적인 관객으로 이 시장 에 참여하여 할리우드 영화의 이익률 제고에 이바지한다. 할리우드 영화로 세계적인 문화 권력을 소유한 미국은 다수 산업에 서 선구자가 되어 풍요로운 상업 문명과 현대성의 상징이 되었고, 미국 이라는 산업국가의 부가가치를 감성적으로도 높였다. 미국이 소비 사 회의 지도자가 되는 동안, 할리우드는 수입의 절반을 외국에서 거두어 들이면서 영화의 ‘월스트리트’가 된 것이다.14) 세계화는 할리우드 영화 가 포기할 수 없는 지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승리자 소수가 시장을 장악 할수록, 규격화된 대중문화가 다수의 시장 실패자와 소수의 ‘문화들’을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그 삶에서도 몰아낼 것이다. 결국 다양한 영화문 화도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세계화의 부정적 결과다. 세계화 속에서 모

정비, 반덤핑 규약의 구체화 등이 이루어졌다. 현재 WTO는 국가 간의 무역 규범을 다루 는 유일한 국제기구다. 13) Creton, Laurent(1997), Cinéma et marché, 홍지화 역(2005), 󰡔영화와 시장󰡕, 서울: 동문

선, p.139. 14) 김은영(2006), 같은 글,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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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창의적 활동은 상품 시장 속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세계화를 역전시 킬 수는 없겠지만, 그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제동을 거는 문화적 활동도 다양해져야만 한다.

문화의 교류와 교역 미국은 영화를 수익성 높은 무역거래의 품목으로 취급해 왔다. 미국의 가치를 전 세계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었다. 영화는 곧 대외여론정책의 도구이기도 했다.15) 한편으로 영화 는 ‘돈벌이’였다. 할리우드의 상업영화는 전 세계를 그저 시장으로 여겼 고, 다른 국가의 문화를 배려하지 않았다. 미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들의 영화문화는 위기에 빠졌다. 이처럼 문화의 국가 간 이동을 ‘교 류’의 측면에서 보지 않고 ‘교역’으로 보려는 태도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러 더욱 강화되었다. 교역은 이익과 손실이라는 결과를 남기는 사적인 경제 활동이다. 따라서 공익을 고려하지 않는다. 세계화는 이러한 폐해를 가속하였다. 승자는 계속해서 이익을 얻고, 패자는 뒤처졌다. 세계화된 경제에서 할

15) Cull, Nicholas J.(2008), The Cold War and the 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

American Propaganda and Public Diplomacy, 1945∼1989,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108∼113. 미국의 대외적인 공보활동과 대외여론정책(public diplomacy)은 1953년 설립되어 1999년에 폐지된 USIA(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 미국공보처/해외공보처)가 주도하였다. USIA는 해외 공보, 방송, 문화, 인력교

환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일종의 대외정책 지원 기구였으 며, 해외 각국에 설치한 지부는 USIS(United States Information Service)로 알려졌다. USIA 는 영화와 텔레비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전형적인 USIA 영화는 공산주의자 의 거짓을 폭로하는 적극적인 반공영화이거나 미국의 외교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 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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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드는 집중과 독점 전략으로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문화는 문화 산업으로 쉽게 축소되었다. WTO는 전 세계의 복지를 최대화한다는 명 분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제적으로 무장 해제시켰다. 문화를 교역 상 품으로 보는 미국의 태도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 WTO에는 과거 GATT 가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해 오던 일을 멈추고 협상 일정을 잡는 정치적 권리만 남겨졌다.16) 문화의 국가 간 이동을 교류로 보는 입장은 이와 다르다. 교류는 지 구윤리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문화적 공익을 위해 서로가 우호적 으로 협력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교류의 입장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 하는 조절된 세계화를 요구한다. 그 안에서는 집중과 독점을 제한하고, 각각의 문화산업과 국민경제가 존중받고 살 길을 모색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제적 합의로 사적 영역의 교역을 제한할 방법은 많지 않다. 문화다양성의 기준을 개방적인 무역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기업 전략이 추구하는 상업성과도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산업에서 만이라도 ‘예외’ 혹은 ‘면제’를 인정하자는 주장을 할리우드와 이를 지원 하는 경제권력 집단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요 소가 강한 문화상품은 교역의 대상으로, 전통적인 ‘고급’ 예술은 교류의 대상으로 구분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영화와 시청각 자료 사이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문화적 예외(cultural exception)’는 문화를 일반 무역조항에 구속

16) Cohen, Elie(2000), Globalization and Cultural Diversity, World Culture Report 2000 –

Cultural Diversity, Conflict and Pluralism, 박상연 역(2000), “세계화와 문화다양성”, UNESCO,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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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문화적 예외는 1993년 프랑스와 미국 이 문화와 시청각 분야 개방에 대해 논쟁하면서 구체화되었는데, 1994 년 유럽이 GATT 협상안에서 문화적 예외 조항을 채택하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프랑스는 이보다 더 강력하게 ‘문화적 면제’, 즉 협상 에서 문화를 완전히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예외’ 대신에 ‘승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트로스비(2001)는 ‘예외’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경제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문화가 세계 무역체제의 통합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 무역 에서 경제적 가치가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는 문화상품과 충돌하지 않으 려면 ‘문화적 승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17) ‘예 외’이든 ‘승인’이든, 협상은 녹록치 않다. 애초에 문화상품에 대한 ‘예외’, ‘면제’, ‘승인’의 국제적 합의 가능성 은 마라케시(Marrakech)협정에서 제시되었다.18) 현재 WTO는 임시적 이지만 문화적 면제 조항을 가지고 있는 마라케시협정에 구속받는다. 이 협정에서는 작품 자체와 상품의 차이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원작에 는 반드시 국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오락산업의 문화상품은 다른 상품 과 같은 것인가 등에 대한 기초적인 답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미국을 제 외한 다수 국가의 문화생산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채 갈등하고

17) Throsby, David(2001), 같은 책, pp.193∼194와 pp.231∼232. Cohen, Elie(2000), Globalization and Cultural Diversity, World Culture Report 2000 – Cultural Diversity,

Conflict and Pluralism, 박상연 역(2000), “세계화와 문화다양성”, UNESCO, p.34 추가 참조, 18) WTO 설립을 위한 협정으로, 4개의 부속서를 통하여 다자간 및 복수국간의 협정을 포

함하고 있다. WTO는 1994년 4월 15일 마라케시 각료회의에서 채택되어 1995년 1월 1일 에 발효되었다. 4개의 부속서는 부속서 1A)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 부속서 1B) 서비스무 역에 관한 협정, 부속서 1C)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 부속서 2) 분쟁해결양해, 부속서 3) 무역 정책검토제도, 부속서 4) 복수국가의 무역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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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문화적 면제를 옹호한다 하더라도 자국 언어, 국내 제작자, 국내 영토라는 경계 안에서 일반 무역의 규범을 따르면서 할리우드처럼 ‘건 강한’ 무역수지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국가의 공적 기구들은 일반 조치, 공적 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등 중에서 어떤 정책을 구사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공적 기구가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시청각 작품의 제작을 후원하며 영화산업 을 보호하려는 정책은 그 국가 내에서는 합법적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공적 기구가 세계화를 향한 전진과 문화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의 긴장을 중재하지 못한다. 문화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다국적 기업의 제한 없는 상업 활 동 역시 인정해야 하는 무역자유화의 모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 에 관한 적합한 통치 포럼은 아직 없다.

스크린 쿼터와 한류 정체성, 다양성, 다원주의를 구현하는 영화를 공급하는 것과 이에 접근 (access)할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영화산업에서도 중요한 이 슈다.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국내 영화인이 전개한 ‘스크린 쿼터사수운동’은 할리우드의 기업전략에 맞서 지속 가능한 자생력을 미 처 갖추지 못한 국가의 문화생산자들이 벌인 일종의 ‘문화전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압력과 스크린 쿼터 폐지 요구는 강력했다. 결국 한 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2006년 한국영화의 의무상영일 수 를 136일에서 72일로 대폭 축소하였다. 스크린쿼터제도(Screen Quota System)는 1967년 한국영화를 보 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법제화한 제도였다. 스크린쿼터사수운동은 문화 적 예외를 주장하는 국가와 문화다양성을 지키려는 전 세계 영화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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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연대하게 하였다. 문화다양성은 스크린쿼터사수운동에 가 치를 부여한 철학적 기반이었다. 스크린쿼터제도의 변천 과정을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 1966년 1차 개정영화법: 연간 6편 이상, 연간 90일 이상의 한국영화 상영 ∙ 1970년 3차 개정영화법: 연간 3편 이상, 총 상영일수 30일 이상 ∙ 1973년 4차 개정영화법: 연간 의무상영일 수 3분의 1이상(121일) ∙ 1984년 5차 개정영화법: 연간 의무상영일 수 5분의 2이상(146일) ∙ 1996년 영화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최대 40일 감면 가능(실질적 의무 상영일 수는 106일) ∙ 2006년 7월 1일부터 연간 의무상영일 수를 1년의 20%로 축소(73일)

1990년대 후반 본격화된 스크린쿼터사수운동은 미국의 통상압력 과 할리우드 직배영화의 국내시장 지배력에 저항하기 위해 국내 영화인 들이 전개한 길고 복잡한 ‘전쟁’이었다. 1989년부터 할리우드 메이저가 직접 배급한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날로 좋아진 반면에 한국영화는 평 가도 나빴고 흥행에도 실패하고 있었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20% 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스크린쿼터감시단은 영화인의 자발적인 기구였 는데, 영화관이 한국영화의 의무 상영일 수를 준수하고 있는가를 감시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고발했다.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것보다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던 영화관에 스크린쿼터를 지키라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 영화인의 위기의식은 1997년 IMF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고조 되었다.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금모으기운동’과 함께 시작된 ‘한국영 화보기’ 캠페인은 효과적이었다. 스크린쿼터를 없애라는 미국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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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영화인들은 저항했고, 저항의 과정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후 10여 년에 걸쳐 한국영화는 그 어떤 국가도 도달하기 어려웠던 자국영화 시 장 규모 40% 이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스크린쿼터제도는 유지되었 고, 한국영화는 양질의 영화를 선보이며 안정적으로 성장하였다. 한국영화의 일취월장 배경에는 스크린쿼터가 있었다. 미국의 무역 대표부는 한국을 미국영화의 수출시장으로 전제하였다. 미국은 영화정 책을 전담하는 국가적 기구가 없는 대신에 국무성이나 무역대표부의 통 상압력을 통해 해외 수출을 지원하였다. 특히 무역대표부는 미국영화 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 요인을 제거하려고 했고, 할리우드는 미국이 이를 기반으로 하여 성장하였다. 만일 미국 무역대 표부의 요구에 따라 1990년대에 스크린쿼터제도를 폐지했다면 현재와 같은 한국영화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2006년, 한국영화의 의무상영 일 수가 73일로 대폭 감소했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았으나, 다수 영화인은 한국영화의 자생력이 어느 정도 회복 되었다고 여겼고 이를 받아들였다. 문화가 경제를 초월하지 못한 채 기업 전략과 무역 거래에 휘둘리 는 상황은 아시아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되었다. 한국영화가 한류의 이 름으로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에 사로잡혀 아시아의 문화산업이 취약 한 국가를 ‘변방시장’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할리우드 메이저가 문화산 업의 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시장’으로 보고 접근하는 전략과 크게 다르 지 않다. 전 세계 영화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할리우드를 제외하 고 중상위 수준의 영화산업을 가진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또는 문화적으 로 유사한 ‘변방시장’을 가지고 있다. 한국영화의 변방시장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다. 이 변방시장에서 한류는 한국영화를 교역 품목으로 간주한다. 한류 현상은 영화를 비롯한 영상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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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갖춘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불균형의 결과이기도 하다. 혹여 한류가 길게 유지되지 못할까 걱정하는 정책기구의 전략도 예 외 없이 경제제일주의를 우선시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정책적으로 지 원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언제나 국제적 경쟁력과 산업논리가 있 다. 무엇보다도 한류의 잠재적인 위험성은 상업화된 문화상품 출시를 권장하고 수출실적을 칭찬하는 문화산업 담론 속에 있다. 즉 한류도 할 리우드처럼 문화산업 취약국가의 영화관객을 소비의 주체로만 호명하 는 시장주의 전략에 의지한다. 이러한 담론 속에서 정작 문화의 가치는 실종된다. 영화가 정체성 파괴의 합법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 된다. 한류는 한국의 상업적 경쟁력을 앞세운 오락과 미디어산업이 문 화산업 취약국가의 자구적 노력을 압도한 대표적 사례다. 문화생산자로서 영화제작자가 교역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은 당연 하다. 한국영화는 미국영화의 직접배급에 저항하여 자국 영화 시장을 구해낸 바 있지만, 동시에 다른 국가의 시장을 파괴할 위험성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만일 우리가 영화문화를 기업을 위 한 단일한 시장으로 축소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교역과 교류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성찰해야 한다. 시장의 법칙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류는 무엇보다도 수용자의 접근성을 배려한다. 수용자의 접근성 을 확대하는 것은 다양성의 핵심이다. 한국에서도 베트남이나 인도네 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다양한 생산자 가 공급하는 다수 영화가 공존해야 하고 이를 다양한 수용자가 볼 수 있 는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류에 편승한 한국영화의 우월적 지 배는 문화 생태계의 조화를 깨뜨릴 것이다. 더 나아가 질적인 다양성도 고민해야 한다. 문화 생태계는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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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파의 대안적 영화가 풍성하게 제작되고, 수평적이면서도 쌍방향으 로 상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이루어 낼 수 있다. 영화는 명백히 국제적 교역을 전제하는 상업적 상품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혁신적으 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한류의 부작용은 지금과 같은 콘텐츠 의 일방적 수출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문화적 예외 주장과 신자유 주의자 전략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의 원칙을 고려하는 생산자와 공급자가 서로의 이치에 맞는 교류를 생각해 야 한다. 영화산업의 격차가 문화의 격차는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비즈니스의 미래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영화 비즈니스가 경제적 야망을 실현 하면서도 문화다양성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 는가. 미디어는 개인이나 한 사회의 존재 방식과 행위에 크게 영향을 미 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다. 이 새로운 문화는 다른 문화들의 존 재조건과 가치 생산에 대해 결정적이고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안호림과 박태순(2013)은 이러한 현상들을 메타문화(meta culture) 로 정의한다. 메타문화는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들의 생산, 교환 및 소비 여건을 지배하면서 동시에 문화다양성의 필수적 환경을 제공한다. 저자 들은 특히 디지털 융합 미디어 세계에 문화공유지(cultural commons)를 형성하는 것이 공공이익의 핵심적 사안이라고 보는데, 이를 안정화하고 확장하는 데 문화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마트 TV, DMB, 휴 대형 융복합기, 인터넷, 다중 플랫폼, SNS 등으로 개인 생활 전반에서, 그리고 사회 전반의 작동 메커니즘 속에서 구현되는 메타문화는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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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내므로, 디지털 문화공유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기제가 될 수 있다.19) 이러한 디지털 문화공유지가 활발하게 살아남으려면 소수에 의한 무리한 상업적 착취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는 여전히 강력한 상업적 콘텐츠지만, 개인과 한 사회의 정체감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현대적인 산물이다. 영화를 산업으로 축소해버리 면 이토록 혼란스러운 미디어 각축장에서 새로운 문화공유지를 건설하 려는 노력은 실패할 것이다. 문화공유지가 파괴되면 2000년대 이후 산 업과 미학의 차원에서 한국영화가 보여 준 유례없는 성취도 흔적도 없 이 사라질 수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영화는 자국의 영화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할 만한 상업영화를 제작하고 동시에 국제적인 지명도를 획 득하면서 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직접배급체제에 맞서 한국영화를 재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였다. 한국영화 재건의 일등공신은 영화의 창작자들이었다.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저항 한 이들도 창작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성장주의는 균 형 있는 발전보다는 메이저 중심의 사업적 성과를 장려하였다. 그 부작 용은 메이저 배급사, 즉 대기업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났다. 영화창작자들의 주장은 ‘갑’이 가진 ‘비즈니스’ 일변도의 성과주의 사고방식과 충돌했다. 창작자들은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열매가 소수의 메이저 배급사에 돌아갔으며, 자신들은 여전히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메이저 배급사는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에 고심

19) 안호림·박태순(2013), “융합미디어 환경에 따른 문화다양성 범주 설정 및 분석 프레

임 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63호, p.81과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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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한국 메이저는 세계시장에서는 ‘마이너’에 불과했다. 한국 메이저 는 할리우드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했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 는 무리가 따랐다. 할리우드 영화의 인기는 여전했고20) 창작자들의 저 항감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영화 투자와 배급의 수익률도 낮았다. 한 국 메이저는 할리우드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이것은 할리우드 메이저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토착’ 메이저의 딜레마였다. 앞으로 한국영화 시장은 한국만의 시장이 아닐 것이다. 한국영화 도 세계시장에 더 깊숙이 편입될 것이다. 그나마 어렵게 성취해 낸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문화공유지가 붕괴하면, 거 의 모든 영화가 세계적 비즈니스 속에 함몰될 것이다. 그나마 사업경험 이 있는 기업들은 ‘제휴’라는 수사학 속에서 세계적인 미디어복합기업 의 인수·합병 대상이 될 것이다. 육식공룡처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 는 거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위장한 ‘큰손들’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있는 배짱 두둑한 콘텐츠 기업은 많지 않다. 건강한 문화공유지를 만들 어 내지 못하면, 비즈니스 환경도 부실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미래도 없다. 융합의 이름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콘텐츠 사업으로 두고 합종연횡할 때, 이를 의심하고 탈융합(de-convergence)의 방향으로 거꾸로 움직이 는 기업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 사이몬프레이저대학교 의 진달용 교수는 최근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탈융합(De-convergence

20) 할리우드는 한국영화시장을 영화의 시험대(test bed)로 삼기도 했다. 일례로 <아이언

맨 3(Iron Man 3)>(2013)는 미국보다 일주일 먼저 한국에서 개봉되었고, 그 흥행 결과를 토대로 전 세계 배급의 규모가 정해졌다. 국내에서 <아이언맨 3> 상영관 수는 1300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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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Global Media Industries)󰡕이라는 저서를 통해 융합을 시도했던 기업 이 위기에 처하게 되자 2000년을 기준으로 융합을 멈추고 그 이전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상했던 만큼의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합병했던 바이아콤과 CBS 그룹도 갈라섰다. AOL타임워 너도 다시 AOL, CNN, 타임 등으로 분리되었다. 이 미디어 회사들의 융 합 실패율은 68.7%에 달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이종 업종끼리의 융합 과 합병은 감소한 대신에 동종 업종끼리의 합병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합병한 것이 그 예다. 과거에는 온갖 융합을 꾀 하는 복합미디어 기업이 강자였다면, 이젠 특정 미디어에서 두각을 나타 내는 기업이 강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21) 방송과 영화, 통신이 각 영역을 월경하면서 융합을 가속하는 와중 에, 한편으로는 탈융합이 시도되는 이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시간 이 더 걸릴 듯하다. 따라서 지금의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융합 혹은 탈융 합으로 단정할 수 없다. 융합 혹은 탈융합, 그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든 매체별 출시 유예 기간은 언제나 파괴되고 변화할 것이다. 사실 윈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언제나 장래에 생겨날 미디어를 예비하고 있는 체 제다. 영화 생산 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완성 후 유통 방식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해질 것이다. 그래도 영화는 ‘오리지널’ 콘텐츠 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인 개인의 집합이 만들어 내는 그 생 산 구조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한 사회의 창의적 결실이자 온전 한 콘텐츠로서, 윈도 체계가 어떠한 변화를 겪는다 하더라도 제 역할을

21) 원용진(2013. 5. 1), 곤경에 처한 종편과 질주하는 CJ가 경고하는 미디어 산업의 미래:

미디어 융합과 탈융합, ≪미디어스≫,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88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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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창작의 진입장벽은 낮아질 것이다. 의욕적 인 다수의 문화생비자들이 영화제작 분야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메이저의 독과점으로 유지되는 배급체제가 쉽게 붕괴하지는 않겠 지만, 개성을 가진 틈새시장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특히 제작 부문 에서 과거 전문가 중심의 ‘이너 서클’은 무의미해졌다. 영화는 더 다양해 질 것이다. 문화공유지는 이러한 활동을 담아내는 ‘장소’이자, 한국사회 에 속한 개인의 정체감과 고유성이 유실되지 않는 시장이기도 하다. 콘텐츠유통업자와 플랫폼사업자도 문화공유지가 없어지면 궤멸한 다. 아니면 세계적 기업에 흡수되어 단일한 시장을 위해 복무하게 될 것 이다. 한국시장의 주요 경향과 소비패턴을 정교하게 판독할 수 있는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접근하려는 세계적 기업이 있는 한, 이들의 성장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된 한국에서 영화를 서비 스할 수 있는 세계적인 플랫폼이 쉽게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지속해서 생존하려면 콘텐츠 제공자의 창의력을 존중해야 한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문화적 레 퍼토리가 할리우드 스타일로 축소되는 것을 막아내고, 창작자와 함께 콘 텐츠를 생산·유통할 수 있는 고유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IPTV는 윈도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통신 3사가 성장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TV가 대중화되면 시장은 또 한 번 급변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 TV를 구매하면서 IPTV 수요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 이다. 콘텐츠의 유통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든 간에 영화 비즈니스는 플 랫폼보다는 콘텐츠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 문화산업을 이루는 창작 자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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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배급사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복합미디어그룹을 꿈꾸는 CJ E&M도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통신사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기 업과 힘겹게 경쟁해야 할 것이다. 외국 기업이 인수·합병 전략으로 국 내 영화관 배급업에 뛰어들 수도 있다. 다수의 미디어가 창궐하면서 영 화 비즈니스의 경계도 모호해질 것이다. 미디어 생태계가 변하면, 영화 의 유통체계도 변화할 것이다. 그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영화의 생 산자와 관객, 다수의 문화생비자들 그리고 기업의 관용을 가진 활동뿐 이다. 관용을 가지지 못한 시장은 함께 성장하지 못한다. 관용이 사라진 시장에서는 다양성이 훼손되고 이에 대한 저항감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 이다. 한국영화 시장 안에서도 다양성의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메이저 배급사의 이른바 ‘스크린 독과점’ 논쟁은 당면한 과제가 되었다. 2006년, <괴물>이 개봉 상영관을 과도하게 장악하여 ‘작은’ 영화들이 상영할 기회를 잃게 되자 영화창작자들은 크게 반발했 다. 메이저의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점점 많아졌고, 그 시장지배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마이너쿼 터’를 만들어 독립영화의 상영을 보장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메이저의 수직통합 구조도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영속화하기 위해 불공정한 시 장 관행을 용인하는 체계라고 덩달아 비난받았다. 수직통합은 영화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추구해 온 대표적인 위험분 산 전략 중 하나였다. 한국의 메이저도 이 전략으로 시장의 리더가 되었 다. 각 메이저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계열화한 것 은 멀티플렉스 체인 기업이었다. 수직통합은 불가피한 전략이었지만, 그 폐해는 작지 않았다. 그러나 수직통합 전략 없이 메이저가 될 방법은 거의 없다. 2000년대에 활동했던 다수 배급사가 사업을 정리했다.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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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공통적으로 상영업을 계열화하지 못한 기업들이었다. 이러한 딜레 마는 한국 메이저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메이저들은 자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메 이저와 경쟁해야 한다. 만일 한국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시장의 리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국내 시장은 할리우드 메이저에 장악당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메이저 배급사가 없던 1990년대 초 할리우드 직배영화가 한국시장에 진출했을 때,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낮았다. 이후 여러 ‘토착’ 메이저 배급사들이 등장하 면서 시장은 재건되었다. 요컨대 할리우드 메이저의 지배력에서 자국 영화 시장을 지켜내는 일등공신은 ‘토착’ 메이저들이다. 지난 십여 년간 ‘토착’ 메이저들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었으므로,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영화는 점점 메이저에 의존하게 되었다. 한국영화가 전례 없는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지금, 메이저와 연합하지 않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영화 는 점차 줄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배제되는 영화들도 많아졌다. 예술 영화 상영관이 늘어났지만 배급사의 관심도는 여전히 낮고, 상영관을 구하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스크린 독과점과 수직 통합에 대한 영화계 내부의 거부감이 고조된 것이다. 영화정책도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흔들렸다. 김동호 (2005)는 정부와 문화예술이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관계에 있다 고 말한다. 정책이 지원과 진흥을 우선시하면 문화예술이 꽃피고, 통제 하고 억압하면 시들고 쇠퇴한다는 것이다.22) 과거 한국영화는 정치권 력의 관점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수출 담론은 한류로 이어졌고, 영화를

22) 김동호 외(2005), 󰡔한국영화정책사󰡕, 파주: 나남출판,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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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한 문화적 산물은 다시 광범위한 ‘문화융성’의 우산 속에 자리를 잡 았다. 한국영화도 국가적 관심 속에 콘텐츠의 중심으로서 어느 때보다 도 많은 정책적 혜택을 누리며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가 겪고 있는 시장의 혼란과 불균형한 구조에 대해 이렇다 할 해법 을 제시하는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실 한국영화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국내 메이저의 독점적인 시 장 행동 때문만은 아니다.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가 처한 어려움은 한 국의 대형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와 뒤엉켜 싸워야 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할리우드의 힘은 위력적이고, 각국의 ‘토착’ 메이저는 이 힘의 일부를 되찾으려 한다. ‘아시아의 메이 저’, ‘글로벌 마이너’가 되려는 한국의 메이저도 할리우드 메이저와의 경 쟁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그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건 간에 ‘토착’ 메이 저는 자국의 영화창작자와 그들의 창의성 속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자국 영화를 사업의 기반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다양 성은 대체 불가한 자원이자 ‘토착’ 메이저의 비즈니스 원천이다. 따라서 상업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영화들’을 배제하는 것은 어리 석다. ‘작은 영화들’도 한국의 문화공유지가 공동으로 창조해낸 상상력 의 산물이고, 한국인의 삶의 에너지와 영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영화가 영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어가 획일화될 수 없는 것처럼 영화도 획일화될 수 없다. 다양성의 관점은 모든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꾼다. 영화는 언제나 그러했 던 것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담을 것이고, 미디어 생 태계에서 살아남아 그 스스로 문화공유지의 거름이 될 것이다. 만일 ‘사다리 걷어차기’로 승자가 된 소수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 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승자 소수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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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가진 역동성을 담아낼 수 있는 문화공유지를 재건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이저는 경제적 ‘패자’의 문화정체성을 염려하고, 영 화창작자의 권고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영화정책도 모든 이가 격차 없 이 창의적 재능을 발현하고, 동등한 기회와 액세스권을 행사할 수 있도 록 배려해야 한다. 문화와 문화산업은 동일하지 않다. 영화도 영화산업 과 동일하지 않다. 공공영화관은 관람료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어 경제 적인 이유로 영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화적 약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보 격차와 소외를 걷어 내고 결국 모든 이의 풍경 (everyone’s landscape) 속에 다양한 영화가 삶과 공존하게 하는 것, 그 것이 영화가 성취할 수 있는 문화다양성의 최종 목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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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해설

above-the-line costs 선위비용(ATL). 시나리오 확보와 개발비용과, 프로듀

서, 감독, 주연배우 등 영화의 창의적 요소를 책임지는 주요 인물들에게 제공하 는 인건비와 기획 관련 진행비를 뜻한다. below-the-line costs 참조. adaptation 각색. 새로 창작한 오리지널 스토리(original story)와 달리, 소설

이나 만화, 웹툰 등 원작이 있는 것을 시나리오로 바꾸는 것이다. adjusted gross participation 조정총매출분배. 광고비나 프린트 복제비용

과 같은 특정 비용, 배급업자나 세일즈 에이전트가 내야 할 세금 등 일정한 비용 을 공제하고 계산한 총수입의 분배금. ‘rolling gross’라고도 부른다. advance 선급금. 향후 수익을 기대하여 미리 지급하는 돈으로, 로열티에서 회

수의 대상이 되는 돈이다. 개런티처럼 회수하지 않는 선금은 환불 의무가 없다. 프로듀서가 지역별 배급권을 넘기고 영화제작비로 받는 선금도 해당한다. ancillary market 부가시장. 극장 개봉 이후 비디오·DVD나 텔레비전 등 부

가적으로 영화를 제공할 수 있는 판권 시장. answer print 앤서 프린트 혹은 ‘A 프린트’. 네거티브 필름을 영상과 음향을 결

합하여 상영이 가능한 포지티브로 현상한 첫 번째의 프린트로, 보통 개봉 이전에 기술적으로 보정할 만한 것이 있는가를 점검하기 위해 쓰인다. 디지털 상영 시 스템으로 바뀐 이후 디지털 파일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사라지고 있다. back end 배급비용과 프로덕션 비용, 혹은 둘 중 하나를 회수한 이후 한 영화

에서 받는 이익분배금. below-the-line costs 선아래비용(BTL). 선위비용(ATL) 이외의 제작비로,

세트 제작, 카메라 장비, 필름, 현상 등 실제 프로덕션 항목에 속하는 기술적 비 용과 인건비를 말한다. above-the-line cost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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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project 영화를 만들지 않는 휴지기. biopic 전기영화(biographic film)의 약어. blind bidding 맹목입찰 혹은 입도선매. 배급사가 상영관에 영화를 보여 주지

않은 채 사전구매하여 상영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block booking 일괄구매. 영화관에 다수 영화를 한꺼번에 파는 판매방식으

로, 1930년대부터 1948년 파라마운트에 대한 미국 대법원이 금지하도록 할 때 까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영화관에 요구했던 악습이었다. 일괄구매 속 에는 스타가 출연한 ‘A’급 영화 외에도 ‘2등급’ 영화가 끼워져 있었으며, 메이저 의 계열사가 아닌 ‘독립’ 영화관은 이 영화들을 보지도 못한 채 상영해야 했다. blockbuster 블록버스터. 막대한 흥행 수입을 거둔 영화이거나, 기획 단계부

터 성수기 배급을 목표로 오락성을 크게 강조한 대작 영화. box office gross 영화관의 박스오피스에서 영화표를 판매하여 어떠한 비용

이나 퍼센티지를 공제하기 이전에 거두어들인 총 매출. 이 매출의 절반 정도가 스튜디오·배급사에 부금(rental payment)의 형태로 지급된다. 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BEP). 영화의 순이익이 마이너스에서 제로에

진입하는 시점. 즉 수익도 손실도 없는 판매액에 도달했을 때를 말한다. 손익분 기점을 넘으면 이익이 발생하고, 이에 못 미치면 손실을 본다. clearance 한 지역에서의 특정 영화에 대한 독점상영권을 얻는 것을 말하며,

영화관은 이 기회를 얻고자 한다. 보통 7주로 한정된다. click 흥행에서 히트(hit)하는 것을 말한다. cold opening 평론가 시사회를 하지 않고 영화를 개봉하는 것을 말한다. completion bond 완성보증증권. 프로듀서가 제작비를 초과하여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확신할 수 없을 때 영화의 완성을 보장해 주는 증권이다. 종종 프로 덕션에 융자해 주거나 투자하려는 은행이나 투자자가 요구한다. 증권이 실행되 면, 완성보증회사(completion guarantor)는 프로덕션 전체를 관리 감독하게 되 고, 모든 투자자에 대해서 최상위의 매출회수 순서를 차지한다. 투자자 입장에 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 증권이 필요하겠지만, 프로듀서는 영화를 완성 하는 데 이 증권이 반드시 필요한지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제 작비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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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uity 콘티. 영화제작 시 각본을 기초로 전체 장면과 컷의 순서와 이음매

를 글과 이미지를 배열하여 상세히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제작에 참여하 는 인력은 이 콘티뉴이티를 분석하여 촬영에 필요한 사항을 사전에 점검하고 계획을 수립한다. copy line 카피 라인. 광고에 게재할 짧은 슬로건으로 컷 라인(cut line)이라고

도 한다. cost off the top deal 우선공제계약(COT). 배급사가 배급·마케팅비와 기

타 비용을 먼저 공제한 후 나머지 수입을 나누는 조건으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cross-collateralization 상쇄조건. 배급사가 특정한 미디어나 시장에서 재정

적 손실을 상쇄하려는 수완으로, 한 지역이나 국가 또는 특정 윈도에서 벌어들 인 수익을 다른 지역이나 국가 또는 특정 윈도에서의 손실로 차감하는 것을 말 한다. 제작 원가를 장기간에 걸쳐 여러 윈도나 여러 영화에 연결하여 변제할 수 도 있다. 이 때문에 ‘창조적 회계’라는 비난을 받는다. 예를 들어 영화관 부금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합치고, 두 시장에서 발생한 비용을 공제하고 남는 게 있다면, 이익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배급업자는 상쇄조건을 선호하지만, 프로 듀서는 자신의 영화가 시장에서 상호 상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예상되는 이 익의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crossover audience 크로스오버 관객. 애초에 주요 목표관객은 아니었으나

박스오피스 성공이나 호평을 듣고 뒤늦게 영화관으로 몰려드는 관객. 크로스오 버 관객이 몰려들면 영화는 대성공한다. crossover film 특정 시장(specialty market)을 겨냥해 만들어진 영화이나 더

큰 시장에서 환영받는 영화. day and date 한 개 이상의 도시에서 두 개 이상의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하는 것. deferred payment 후불제 인건비. 독립영화에서 작가나 감독, 배우, 기타 참

여 인력이 제작비 예산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의 일부 혹은 전부를 영화 배급 후 거두어들인 수익에서 받기로 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가 손해를 보면 인건비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에 이익이 나면 원래 받기로 한 금액에 성과급을 얹어 받기로 계약할 수도 있다. development 기획개발. 스토리가 될 만한 최초의 아이디어를 시나리오로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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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소설 등을 옵션하는 것과, 작가에게 트리트먼트, 초 고, 재고, 각색, 윤색을 맡기는 것이 포함된다. distributor 배급업자 혹은 배급사. 영화를 시장에서 판매하는 자로, 영화관이

나 DVD, 텔레비전 등에 영화를 공급한다. 광고와 판촉 등 마케팅 전략을 수립 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한다. ‘스튜디오’, ‘메이저’ 등은 시장지배력이 큰 할리우 드의 배급사를 지칭한다. dollar house 동시 상영관 domestic rights 국내 배급권. 미국은 전 세계 시장을 북미지역과 해외로 나

눈다. 북미시장에는 미국과 캐나다가 속한다. feature film 장편 극영화. 일반적으로 영화관 상영을 위해 만들어지는 상업

용 극영화를 뜻한다. film rental 필름대여(료) 즉 부금. 영화관 소유주가 영화를 상영하는 조건으

로 배급사에 지급하는 금액. 어림잡아 박스오피스 총수입의 절반 정도가 필름 대여료로 지급된다. 개봉 후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을 상영관과 배급사의 몫으 로 정할 수 있다. 50:50이나 40:60 등 고정부율로 정할 수도 있지만, 변동부율로 정할 수도 있다. final cut 최종편집본. 사운드 합성만을 남겨놓은 채 더 편집할 것이 없는 완결

판을 말한다. 최종편집에 대한 권리는 궁극적으로 영화 전체에 걸친 예술적 통 제권을 결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튜디오나 자금조달을 책임 지는 프로듀서가 최종편집권을 가지게 된다. first-dollar gross 총수입에서 흥행분배금을 받아가는 가장 유리한 방식. 수

수료, 세금, 조합회비와 같은 비용만 공제된 후 분배된다. flat deal 단매. 추가적인 저작권료를 지급할 필요 없이, 한 번에 판권을 확정

하여 매매하는 방식이다. floors 배급-상영계약에서 영화관의 운영비용과 상관없이 배급업자가 간주한

박스오피스 총수입의 최소한의 배분율. 영화배급계약에서 배급사가 상영비용 과 상관없이 받게 되어 있는 주당 최소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주 단위로 감소한 다. 그 범위는 75%에서 25%까지 변동한다. flop ‘floppola’라고도 하며, 박스오피스에서의 흥행 실패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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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 walling 대관상영. 영화관 전세상영이나 자주(自主)상영이라고 부를 수

도 있다. 배급업자나 제작사가 상영관을 세내어 주별로 정액으로 임대료를 지 급하고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 상영수입을 영화관에 배분해 줄 필요가 없는 대 신에, 일체의 배급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상영관은 리스크 없이 임대수익을 보 장받고, 배급업자는 모든 광고비를 스스로 책임지는 대신 박스오피스 수입 전 체를 챙길 수 있다. 성공한 예는 별로 없다. franchise 프랜차이즈 영화. <007>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배트맨> 시

리즈처럼 동일한 세계관과 주요 등장인물들을 공유하여 각 편의 내용이 연관성 을 가진 대작 시리즈 영화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작가나 프로듀서가 동일하 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속편(sequel), 리부트(reboot), 크로스오버(crossover), 스핀오프(spin-off) 등으로 분파된다. 한국영화 <여고괴담> 시리즈도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영화다. frequency 빈도. 광고 목표관객인 개인이나 가구에 광고가 노출된 평균 횟수

를 뜻한다. front office 자금을 관리하는 최상위 중역들을 지칭한다. gap financing 제작비로 선금으로 확보한 금액의 총합과 계획한 예산 사이의

차액을 갭이라고 하며, 이러한 제작예산의 부족분을 모으기 위한 자금조달 방 식. 판매되지 않은 영화 판권의 추정 가치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general partners 업무집행조합원(GP). 펀드에 대한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조합을 지칭한다. 영화 투자를 체계화하고, 유한책임 파트너(limited partner, LP)가 되려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한다. greenlighting 투자승인. 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가 결정되어 프로젝트 수행

을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gross box office 영화관 총매출. 영화관 매표소에서 영화표 판매로 거두어들

인 총매출. gross participation 배급비나 기타 비용, 제작비 등 어떠한 공제 없는 총매출

에서의 흥행성과급. 회계나 수금비용이나, 조합납부금, 세금은 공제된다. 프로 듀서의 입장에서 총매출 지분은 가장 유리한 흥행분배 방식이며, 결산에서 가 장 쉽게 입증할 수 있는 흥행분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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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ss receipt 총매출, 필름 대여, 비디오그램, 텔레비전, 머천다이징, 부가판권을

포함한 모든 매체에서 영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거두어들인 배급사의 총매출. high concept 하이 콘셉트. 영화의 줄거리나 콘셉트를 간명하게 하나의 문장

으로 요약하여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말하며, 하이 콘셉트일수록 마케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간단하고 시장 친화적인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 으면 마케팅하기 좋은 프로젝트로 간주한다. holdback 매체별 출시유예기간. 배급사는 영화의 후속 윈도 활용에서 홀드백

기간을 정하고, 특정 권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초 의 영화관 상영 후 36개월 동안 지상파 텔레비전의 방송권을 행사하지 못하도 록 제한할 수 있다. implied contract 묵시의 계약. 언어나 문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행위로 계약

체결 의사가 표시되어 인정되는 계약을 말한다. independent film 독립영화. 할리우드 메이저에 속하지 않은 영화사가 메이

저의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제작한 영화. key art 키 아트. 영화의 포스터와 인쇄광고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

인이나 아트워크. legs 영화관객의 흥미를 크게 유발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해서 상영되어

박스오피스에서 성공하는 영화를 일컫는다. 이렇게 성공하는 영화를 ‘다리를 가진 영화’, ‘다리가 긴 영화’ 등으로 부른다. limited partner 회사의 비즈니스 처리에는 관여하지 않고, 그 투자액의 한도

에서 유한책임을 지는 투자자를 지칭한다. logline 로그라인. 영화의 설정과 콘셉트, 캐릭터, 전개와 결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 보통 18~25개의 단어로 구성된, 영화의 핵심적 줄거리라 할 수 있 다. 로그라인은 제목, 장르와 함께 기획단계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영 화를 소개하는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major studio 메이저 스튜디오. 월트디즈니, 소니픽처스, MGM, 파라마운트

픽처스, 20세기폭스, 유니버설픽처스,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거대기업인 7 개 배급사를 일컬으며, 드림웍스도 추가된다. 미국 MPAA(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에 속한 회원사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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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plex 메가플렉스. 최소 14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복합상영관을 말한다. merchandising right 상품화권리. 머천다이징은 제조업자나 유통업자가 시

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상품을 그 수요에 맞게 ‘상품화’하는 일련의 계획 을 뜻하는데, 영화 비즈니스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 등을 장난감이나 의류, 완구 등 상품으로 제조,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minimum guarantee 최소보증액. 최소 저작권 구매 대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대개 추가 로열티 조항이 동반된다. multiplex 멀티플렉스. 6∼13개의 스크린을 가진 복합상영관. negative cost 영화를 기획, 제작하고 네거티브를 완성하는 데 드는 실제 비

용. 대개 경상비나 이자, 기타 비용을 포함한다. 배급·마케팅비 등을 포함하면 총비용(총제작비)이 된다. negative pick-up 배급사가 완성된 필름 네거티브를 정해진 날짜에 납품받

는 조건으로, 배급권을 확보하고 일정액을 지급해 주기로 보증하는 것을 말한 다. 만일 영화가 제날짜에 맞추어 납품되지 않으면 계약 조건에 따라, 배급사가 이 영화를 배급할 의무는 없다. 네거티브픽업 보증은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 은 행 융자를 위한 담보로 쓰일 수도 있다. net profit 순이익. 모든 공제를 끝낸 후 남겨진 것. 일반적으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스튜디오가 ‘net’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자신에게 유리한 계산방식 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협상력을 가진 프로듀서라면 가능한 한 순이익기준 흥 행성과급 분배방식(net participation)을 선호하지 않는다. off-balance-sheet finance 대차대조표상에 드러나지 않는 부외 자금조달.

할리우드의 위험관리전략 중 하나다. off-Hollywood 스튜디오 시스템 바깥에서 만들어진 미국의 독립영화. option 옵션. 기존의 저작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

가 그 저작물의 저작권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대가로 일정한 기간(6∼ 18개월) 동안 독점적으로 영화화권리를 보유하는 것. 저작권자는 계약 기간 중 에는 제3자에게 저작권 사용을 허락하지 못하며, 계약자가 그 원작을 사용하기 를 원하면 정식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물론 영화화권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 프 로듀서는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금액(10∼20%)만을 제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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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화하려고 애쓴다.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작을 옵션(literary rights option) 혹은 구매(acquisition)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그 파생물이나 각종 각색물(adaptations)을 옵션할 수도 있다. output deal 묶음거래. 흥행 대작에 별 인기가 없는 영화들을 묶어서 판매하

는 거래를 말한다. 다수 영화를 일시에 구매해야 하는 영화전문 채널 등에서 묶 음거래계약을 체결한다. overage 초과금. 배급사가 외국의 배급사에 지급한 선급금이나 보증금을 상

각하고 난 이후에, 그 외국 배급사로부터 더 받는 총수입금액을 말한다. 선급금 액수가 크면, 초과금이 없을 수 있다. 계약서에 규정된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근 무하는 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을 뜻하기도 한다. pact 계약서 혹은 “계약서에 서명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packaging 제작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요소, 특히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 등

의 탤런트를 매력적으로 조합하는 일이며, 개발과정에서 떼어낼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개발하고자 하는 영화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각종 시각적 자료를 동원하기도 한다. 패키징을 잘 할수록 제작비 확보의 기회는 더 커진다. P&A(prints & advertising) 배급·마케팅비. 영화를 배급할 때 소요되는 프

린트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뜻하는데, 영화관이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프린트가 거의 사라지고 있으므로 ‘배급·마케팅비’로 포괄적으로 사용하 는 것이 적절하다. Paramount Consent Decree 파라마운트 판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인 파라마운트가 반독점 소송에 기소당하여 법원이 메이저 중 처음으로 영화관 체인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명령한 판결. participation 흥행성과급 분배. 영화가 배급된 이후 계약조건에 따라 발생한

총수입이나 이익에서 분배해 주는 것을 말한다. pay-per-view(PPV) 유료 프로그램 시청 서비스. 프로그램에 개별적으로 돈

을 지급하고 시청하는 케이블 서비스. pay TV 유료 텔레비전. 가입자가 일정액의 요금을 지급하는 텔레비전. platform release 플랫폼 개봉. 소수 영화관에서 작게 개봉했다가 호평과 입

소문에 의해 관객 수가 늘면 상영관 수를 늘려나가는 상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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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date 특정 영화를 상영하기로 계약한 영화관의 수. 영화가 한 영화관의

스크린에서 상영된다면, 플레이데이트는 하나가 된다. portfolio strategy 포트폴리오전략. 영화 투자에서 텐트폴 영화 투자 이외에

중·저예산 영화에도 다양하게 투자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메이저의 전략 중 하나다. 어떤 자산은 돈을 벌고, 어떤 자산은 돈을 잃기 때문에 예산을 차등 화하여 투자한다. post-production 후반작업. 영화 촬영 종료 후 편집, CG, 녹음, DI, 현상 등 최

종적으로 네거티브 필름과 최초의 프린트를 완성하는 데까지의 공정을 뜻한다. pre-production 프리프로덕션. 영화제작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의 사전준

비 작업 단계. presale(presell) 사전판매. 영화가 완성되기 이전에 권리 일부를 국내외에 판

매하는 것. 주로 부족한 제작비를 조달하는 데 활용된다. press junket 프레스 정킷. 영화 홍보를 위해 기자들과 배우 등 영화제작 인력

을 촬영장이나 리조트 등 한곳에 모아 놓고 하는 기자회견을 말한다. prestige film 예술영화 취향의 관객을 목표로 하는 영화로 주로 대도시와 대

학가에서 개봉한다. producer 프로듀서. 영화제작자나 제작한 영화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

로, 영화를 기획개발하고,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고, 영화 한 편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모든 일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제1인자를 일컫는다. 프로듀서는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구체적으로 작품 선정 및 각본 수정, 감독과 주연배우 확정에서부터 예산집행의 최고결제권자이면서 편집에 대한 최종결정권한을 가지는 사람이다. 한국영화에서 실질적인 프로듀서는 영 화사 대표 즉 ‘제작자’다. 영화의 권리를 소유하는 프리랜서 프로듀서도, ‘제작 자’로 지칭할 수 있다. product placement(PPL)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영화 속에 노출해 간접적으

로 광고효과를 거두게 하는 대신 영화사가 금전이나 물질로 보상을 받는 공동 마케팅 기법이다. rating 상영등급 혹은 관람등급.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연령층을 영화업 종사

자들이 자율적으로 구분한 등급이다. 국가의 검열(censorship)이나 심의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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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달리, 상영등급위원회가 특정 장면에 대한 삭제를 권고할 수 없다. reach 도달률. 광고의 표적이 되는 가구나 인구 중 적어도 한 번 이상 광고를

본 비율. recoupment 투자금의 회수. 한 편의 영화가 사전판매나 배급으로 획득한 수

입으로 제작 원가를 갚아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remake 개작. 기존에 제작된 영화를 새로운 버전으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royalty 로열티. 저작재산권을 타인이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대개 저작권 사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비율로 결정된다. self-distribution 자가배급 혹은 자체배급. 제작사가 배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극장을 빌려 배급하는 것. 배급사가 꺼리는 영화이거나 자금이 부족한 독 립영화인 경우에만 시도한다. sequel 속편. 전편 영화와 동일한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전편과

는 다르면서도 연속되는 스토리라인을 가진 영화. 오리지널 영화에서 전개되었 던 특정한 스토리를 이어 계속해서 이후에 일어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여 만 들어진 영화다. shared pot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한 영화에 합작 투자하여 배급한 시장마다

수입이 차이가 날 때, 각자의 비용을 공제하고 순수익을 한곳에 모아 사후 분배 하려는 방식을 구사하는데, 이때 수익을 모으는 곳을 뜻한다. sleeper 개봉 전에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해 박스오피스 성공을 기대하지 못했

으나, 개봉 후 관객이 좋아해서 입소문 덕분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말한다. sliding scale 변동부율. 박스오피스 수입 배분 시에 배급사에 돌아가는 부율

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소 조정되는 것을 말한다. smart cinema 스마트시네마. 메이저가 만든 대중성 높은 예술영화를 지칭한다. sneak preview 제한적 시사회. 영화 제목을 숨기고 하는 시사회로, 개봉 이전

에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자 할 때 실시한다. spec script 이미 완성된 각본. 완성된 각본이므로 스토리와 캐릭터 예산의 규

모를 바로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완성각본의 가격은 높다. split rights deal 분할판권거래. 여럿이 저작권을 공유하는 거래로, 공동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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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경우 참여사가 윈도별 혹은 국가나 권역별로 권리를 나누어 가진다. 특히 제 작비가 큰 영화의 경우, 투자조건으로 판권을 분할하여 제공할 수 있다. studio system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초반 동안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썼던

대규모 영화제작 방식으로, 개별 영화를 철저하게 통제하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관리했던 체계를 말한다. 스튜디오는 제작과 배급, 상영을 수직적으 로 통제함으로써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를 이루어 영화산업 전체를 장악했다. 1930년대까지 메이저급 스튜디오로는 MGM, 파라마운트, 20세기폭스, 워너브 러더스, 콜럼비아, 유니버설, RKO, 유나이티드아티스츠 등이 있었다. 스튜디 오 시스템은 1948년 연방 대법원의 ‘파라마운트 판결’로 영화 산업의 통제권과 영화 시장의 일정 부분을 잃게 되었지만, 대다수가 아직까지도 메이저의 지위 를 잃지 않고 있다. super saturation 초대대적 개봉. 미국에서 3,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

할 때를 말한다. syndicated program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완성하

여 개별 독립방송사로 직접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syndication 영화를 지역에 기반을 둔 독립 상업 텔레비전에 배급하는 것. 기

존에 방송된 프로그램이 독립 텔레비전과 독립 라디오 방송사와 같은 매입자들 에 의해 재사용되는 과정을 말한다. target market 목표시장. teaser trailer 티저 예고편. 영화의 본 예고편이 나오기 1∼2개월 전에 호기심

을 유발하기 위해 보여 주는 예고편. tentpole release 배급사나 대형 영화사가 성수기 시즌에 승부수를 던질 만

한 대작영화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 test screening 개봉 전에 영화를 보여 주고 관객의 반응을 조사하는 방법으

로 프리뷰 스크리닝(preview screening)이라고도 한다. tie-in promotion 공동판촉활동. 일반 소비재 상품 등과 연계하여 공동 판촉

활동을 벌이는 마케팅 활동. treatment 트리트먼트.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산문으로 설명한 글로 아직 대

사와 지문이 분리되지 않은 상세한 시나리오의 밑그림이다. 보통 20∼50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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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정도 쓴다. 개요(outline)가 나온 후 초고(first-draft) 이전에 나온다. videogram 비디오그램. 비디오카세트 테이프 또는 DVD 등 비디오디스크에

영상을 수록하여 하나의 상품(package)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미디어를 통칭한다. vertical integration 수직통합. 영화 기업이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투자, 제

작, 배급, 상영 등 동종 업계 속에 있는 상이한 수준의 사업부문을 내부에 수직적 으로 편입시켜, 한 기업이 수익의 원천인 윈도 일체를 통제하려는 전략이다. viral marketing 바이럴 마케팅. 바이러스처럼 영화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wide release 광역개봉. 미국의 경우 600∼1999개 스크린에서 동일한 영화

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한국영화시장에서는 대략 200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개 봉할 때 확대개봉이라 말한다. window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한 프로그램의 배타적 상영이나 방영을 허락

하는 기간. 영화관이나 홈비디오와 같은 윈도처럼 기간을 정하지 않고 지속시 킬 수 있지만, 텔레비전이나 신디케이션처럼 기간 제한을 둘 수도 있다. work made for hire 고용저작물 혹은 직무상의 저작물. 영화처럼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에 근거해 완성된 저작물을 말하며, 고용자 또는 위탁자가 저작 권자가 된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제작비를 유치하여 고용된 제작인력에 임 금을 지급하고 기획에서부터 영화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관장한 프로듀서나 영 화사 대표 즉 제작자가 저작권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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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추계예술대학교 영상비즈니스과 교수다. 덕성여대 국문과, 영국 시티대 예술정책경영대학원 졸업 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전자 가전부문 광소프트 팀(Nices)과 삼성영상사업단 영화사업부에서 영화 관련 사업기획과 한 국영화의 투자와 관리를 맡았다. 삼성그룹에 재직하는 동안 서울단편영 화제(1994∼1997)를 기획하였고, 극영화 <세 친구>(1996) 등의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1999년과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원으 로 재직한 바 있다. <거울 속으로>(2003), <사랑니>(2005), <뜨거운 것 이 좋아>(2007) 등을 제작했고, 미국영화 <미러(Mirrors)>(2008)의 공 동프로듀서였다.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 연구: 여름휴가에 관한 민 속지학적 관찰기록”(2012) 외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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